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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하얀 눈이 만들어 논 순백의 세상과 벌거벗은 나목들이 꽃피운 아름다운 설화가 유혹하는 겨울. 마음을 포근하게 해주는 사람의 손을 잡고 여행길에 나서면 삶이 여유로워진다. 내륙에서는 호수가 바다다. 호수에 박힌 산들이 옹기종기 작은 섬을 만드는 내륙의 다도해가 대청호다. 대청호는 경부고속도로 청원ICㆍ신탄진IC에서도 멀지 않고, 물길이 만든 길을 따라 드라이브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가까운 곳에 전통문화유산을 모아 조상들의 삶을 재현한 문의문화재단지와 상설전시장인 대청호미술관이 있어 색다른 문화를 접하기도 쉽다. 대청호와 대청댐의 수문이 발아래로 펼쳐지는 곳에 작은 사찰 현암사가 있다. 현암사는 백제 달솔해충의 발원으로 고구려의 승려 청원선경 대사가 초창하였고, 신라 원효대사가 중창하였다고 전해지는 것으로 봐 이곳이 삼국의 접경지대였음을 짐작케 하는 법주사의 말사다. 요즘 장승공원으로 유명해진 구룡산의 가파른 중턱에 위치하고, 대청호에서 올려다보면 다람쥐가 매달린 모습으로 보여 다람절이라고도 불린다. 현암사는 나뭇잎이 떨어져 대청호반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겨울에 찾아야 제맛이 난다. 현암정 휴게소에서 가깝게 보이는 현암사의 설경을 감상하고 100여m 걸으면 사찰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서있다. 고행 길임을 암시하듯 초입에 있는 철제 계단이 가파르다. 그래도 1시간이면 돌아볼 수 있는 겨울 여행지로서 이만큼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이 어디 있을까.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거나 계단의 수를 세어보며 추억 쌓기를 하는 것도 여행의 묘미다. 어리석은 생각과 행동에서 빨리 벗어나라는 듯 계단의 수는 정확히 108개다. 계단이 끝나면 꼬부랑 산길이 이어지는데 등 뒤로 보이는 대청호와 설화의 아름다움에 취하며 20여분 걸으면 현암사다. 흰눈으로 뒤덮여있는 호반의 물굽이와 산굽이가 어우러지며 눈앞에 한 폭의 수채화가 나타난다. 사찰 처마 밑에 매달린 풍경소리는 색다른 운치를 맛보게 한다. 이곳의 빼어난 경관이 동국여지승람에 ‘고찰에서 들려오는 아름다운 독경소리와 붉게 타들어가는 석양의 아름다움에 많은 선비들이 시를 읊던 곳’으로 소개되어 있다. 대웅전, 용화전, 산신각, 범종, 요사체가 있고 신도들의 발걸음이 잦은 5층 석탑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눈이라도 내리는 날 가슴 설레며 사찰에 오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신선이 된다. 이곳에서 도를 닦던 원효대사가 ‘천년 후, 절 앞에 호수가 생기면 임금 왕(王)자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국왕이 이주하게 된다’고 말했는데 예언대로 절 앞에 대청호가 생겼고, 항공에서 촬영한 사진을 보면 대통령들이 별장으로 사용했던 청남대는 임금 왕자 자리에 위치한다. 80년대, 청남대 때문에 현암사는 폐사될 위기에 처했었다. 사찰에서 청남대가 보인다는 이유로 경호실에서 전기와 기름을 끊고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까지 감시했다. 권력의 무상함을 느끼는 일화이고, 사찰 왼쪽 옆으로 난 등산로에 생뚱맞게 놓여있는 역기대가 군인들이 경계를 섰던 흔적이다. 사찰 오른 쪽 언덕에 있는 오층석탑을 둘러본 후 오던 길을 따라 현암사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게 기본코스지만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에서 멀지 않은 삿갓봉을 둘러보는 것도 좋다. 2~3시간이면 삿갓봉과 장승공원까지 둘러볼 수 있다. 석탑에서 삿갓봉까지의 등산로는 50여개의 돌탑들이 이어지고, 돌탑에 돌 몇 개 올려놓는 재미에 발걸음이 가볍다. 새해 첫날은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들로 넘쳐나는 구룡산 정상 삿갓봉은 해돋이대장군과 해돋이여장군 장승이 세워져 있고, 나무로 만든 대형 용장승이 대청호 물살을 가르며 승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대청호는 물론 문의소재지, 청남대 , 대전시의 신탄진이 가깝게 보인다. 현암사 반대편에 있는 장승공원도 볼만하다. 100년만의 폭설로 피해를 입고 몰골사나운 모습으로 방치되던 나무 500여개에 생명을 불어 넣어 12굽이를 굽이굽이 돌아야 만나는 오지마을을 사람들이 붐비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장승의 해학적인 모습에 웃음 짓다보면 봄맞이 준비에 분주한 오지마을 사람들의 삶이 새롭게 다가온다. 이렇게 목적지를 오가며 인생살이를 공짜로 배울 수 있어 즐겁고 소중한 게 여행이다. *도로안내 1. 경부고속국도 청원IC(좌회전) → 척산 → 문의(대전방향) → 문화재단지 → 현암사 주차장 2. 경부고속국도 신탄진IC(좌회전) → 대청댐 → 오가리(문의방향) → 현암사 주차장 3. 청주 → 고은삼거리 → 문의 → 문화재단지 → 현암사 주차장 4. 대전 → 대청댐 → 오가리(문의방향) → 현암사 주차장 *Tip자료 1. 시내버스 : 청주-문의 20분 간격으로 운행, 문의-신탄진 2시간 간격으로 운행 2. 택시(011-469-7464) : 문의-현암사 6,000~7,000원 *help 사이트 문의문화재단지 : http://cultural.puru.net 대청호미술관 : http://museum.puru.net
배가 가장 고플 셋째시간에 피자를 든 배달부가 교실 문을 두드렸다. “여기 피자 주문시킨데 맞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환호성부터 질렀다. “이야, 피자다!” “우째 이런 행운이” “이거 정말 선생님이 사시는 거예요.” 내 지갑에서 현금이 지출되는 것을 본 아이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래, 선생님이 상을 탄 기념으로 내는 거야.” “우와, 선생님 사랑해요.” “요럴 때만 선생님 사랑하냐? 너희들 피자를 사랑하는 거냐 선생님을 사랑하는거냐?” “둘 다요.” 빈 말이라도 기분이 좋았다. 가르치고 배우는 밋밋하기 짝이 없는 학교의 일상에 느닷없이 피자가 등장하자 아이들은 상당히 즐거워했다. 옆반이 못보게 문을 꽁꽁 닫으라는둥 아님 지들도 예전에 자랑하며 먹었으니 우리도 뽐내며 먹게 문을 열라는 둥 뭐가 그리 즐거운지 희희낙락이었다. 아이들은 예고도 없이 날아든 피자파티가 즐거운 듯 했지만 양으로 보았을 땐 덩치가 큰 남학생들에겐 조금 모자란듯 싶었다. 피자를 좋아하지도 않을뿐더러 한 번도 시켜먹어 본 적이 없어서 피자집에서 하라는 데로 주문한 것뿐인데 양이 적어보여 마음이 좀 그랬다. 한창 먹어야 할 때는 그래도 간에 기별이 갈 정도는 먹어주어야 하는 것을... 그래도 아이들은 선생님이 한턱 낸데 대해 기분이 업된 모양인지 방학할 때 한 번 더 사달라고 했다. 그래서 흔쾌히 사주겠다고 대답했다. 드디어 약속을 한 겨울방학식날이 되었다. 또 다시 갓구운 뜨끈뜨끈한 피자가 등장하자 아이들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설마 선생님이 지난 주에 이어 연거푸 피자를 사주겠냐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지난 번 보다 조금 더 많은 양의 피자가 나오자 아이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선생님 사랑해요?” “너희들은 피자를 사랑하냐? 선생님을 사랑하냐?” 다 알면서도 지난번과 똑같은 농담을 던졌다. 일년 동안 많이 모자랐던 선생님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내 자신이 더 잘 알기에 이렇게 피자로나마 보답하려는 속마음을 알까? 어떨 때는 내 속이 무진장 타도록 개구쟁이 짓을 하고, 또 어떨 때는 천사표가 되어 내 맘을 위로해주는 6학년 사춘기 녀석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못난 선생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그래도 예비중학생이라고 아이들은 선생님 주머니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그래서 오늘 심사 보러 가니까 피자값 충분히 되고도 남는다고 했더니 금방 다시 초등학생이 되어 그럼 졸업식날 한 번 더 사달라고 떼를 썼다. “그 때는 피자 말고 짜장면 사주세요.” “졸업식날은 가족끼리 더 좋은 음식집에 가서 축하받느라 선생님이 산 짜장면은 뒷전일껄?” “그럼 졸업식 전날 사주세요.” “학교 급식이 어떡하구, 급식은 버리냐?” “그래도 짜장면 먹으면 재미있을텐데...” 아이들은 우리반 모두 함께 모여 짜장면을 먹는 장면만 생각해도 신이 나는지 짜장면 타령을 해대었다. 정말이지 시골학교에 있을 때는 반 전체 아이들을 데리고 연극도 하고, 남아서 짜장면도 사먹이고 신바람날 일들을 많이 만들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일들을 많이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짠했다. 시골이나 도시나 아이들의 마음은 다 똑같을텐데... 졸업시키고 나서 우리반 아이들 짜장면 한 번 거하게 사주어야겠다. 얘들아, 짜장면데이날 모여서 우리 짜장면 실컷 먹자. 학교에서 짜장면 주문해 놓고 기다릴게. 너희들이 중학교 생활 잘하는지 살펴볼겸... 어이 예비중학생들, 짜장면데이날 짜장면 먹으러 꼭 와라.
교육인적자원부에서 ‘2007년 여성 교원 관리직 세부현황’을 발표하였다. 전체 여성 교원 비율은 지난해 65.8%에서 올해 66.9%로 1.1%포인트 올랐다. 전체 교원 30만2848명 가운데 20만2519명이 여성이다. 초등 교원의 72.8%, 중학 교원의 69.2%, 고교 교원의 48.7%를 여성이 차지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여성 교원 비율은 전체 교원의 3분의 2 이상이어서 여초(女超) 현상이 심각했다. 초등학교 4학년 부모가 올린 다음과 같은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우리 아들이 초등4학년인데요, 여자선생님반은 아예 체육을 안한답니다. 유일하게 남자선생님이 가르치는 반만 체육시간에 공도 차고 재미있게 논다며 이젠 자기도 제발 남자선생님한테 배웠으면 소원이 없겠다는 것이다. 교총 설문결과 여교사의 58.5%가 여성화를 우려하고 있고 현장에서도 학생 생활지도, 교육활동 상 애로를 느끼는 게 사실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와스모어대학 경제학자인 토머스 S.디이 교수가 지난 1998년부터 2만명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분석해 최근 전미경제연구소(NBER)에서 발간한 논문에 의하면 남학생은 남자 교사에게, 여학생은 여자 교사에게 배울 때 학생들의 학습참여는 물론 학업성적도 상당히 올라간다고 하였다. 여성 교장과 교감 비율은 전체의 14.1%로 2003년 9.7%, 2005년 11.8%에서 해마다 증가했다. 초등학교에선 14.2%, 중학교에서 19%, 고교에서 5.5%의 교장 교감이 여성이다. 이것은 한편으로 여교사의 승진이 어렵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다. 교육전문직 진출도 활발해졌다. 연구사의 30%와 연구관의 11.3%가 여성이다. 교육장의 8.3%가 여성이다. 앞으로 사회는 3F시대라고 한다. 감성(Feeling), 상상력(Fiction), 여성(Female)이다. 그 만큼 여성들이 더욱 활동하여야 하고 앞으로 여성들의 더 많은 역할에 따라 우리 나라가 4만불 달성이 더 당겨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학교의 경우 교장, 교감, 교원의 전부가 여성이라고 한다. 또 인사철만 되면 남자교사 모시기 운동을 벌인다고 한다. 앞으로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남성교사들이 더 많이 배치되어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하겠다.
이번 대선에서 절반에 가까운 지지로 경제 대통령인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이는 경제가 살아나가기를 바라는 절반에 가까운 국민의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것은 경제에서만 찾기보다는 우리 교육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사회양극화가 심해지고 청년실업자가 많아 젊은 인재들이 일자리가 없다고 하니 국력의 손실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경제가 튼튼하게 성장하고 윤택한 나라살림을 꽃피우며 국민이 행복한 알찬 결실을 맺으려면 우리토양에 맞는 밑거름인 교육이 살아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밑거름에는 신경을 쓰지 않고 좋은 경제는 이룰 수 없다. 훌륭한 농사꾼은 수확의 결실을 높이기 위해 먼저 좋은 토양을 조성한다. 경제를 살리려면 당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밑거름인 교육에 먼저 관심을 가지고 그 동안 흐트러진 우리교육의 맥을 정확히 짚어서 100년 대계의 밑그림을 그리고 30년 10년의 중 단기 계획을 구상한 다음 5년 임기 내에 튼튼한 기반을 조성한다는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우선순위를 정하여 하나하나 바로잡아 나가는 일을 하면서 경제를 살리려는 노력을 병행해야만 그토록 바라던 성공한 경제대통령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경제, 정치, 행정, 사회, 복지, 환경, 어느 것 하나도 교육을 외면 한 채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하는 의사당에서 몸을 날려가면서 의장석을 점거하려는 모습을 보며 자라는 아이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생각하면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의 교권을 바로 세워주어야 아이들의 교육이 올바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격이 없는 사람에게 학교를 맡기려는 무자격교장 공모제를 서두르고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보고 가르치려는 의욕을 꺾어 놓은 현 상황으로는 이 나라의 교육은 희망을 잃게 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에 교육을 바르게 세우는 크고 튼튼한 밑그림부터 그려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역대 대통령들이 그랬듯이 교육대통령이 되겠다며 장밋빛 공약을 내걸어 놓고 교육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우리교육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교원들의 사기는 많이 저하되어 있어 안타깝다. 5년 임기 중에 교육부 수장의 임기가 평균 1년도 못가는 정책으로 교육은 갈팡질팡할 수밖에 없었다. 교육은 교육자들에게 맡기되 경제논리로 교육을 풀어나가려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는 것을 명심해 주시기 바란다. 지금의 학생들이 자라서 이 나라의 주인공이 될 것이며 경제발전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보면 새 대통령께서는 경제에만 전력하기 보다는 경제가 활성화되는 밑거름인 교육에 먼저 투자하고 교육을 살리는 일이 우선이라는 것을 모든 교육자들의 소박한 소망이라는 것에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한다.
요즈음 학교현장은 뒤숭숭하다. 연말이 되어서도 아니고 인사 철이 다가와서도 아니다. 대통령 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면서 교육부의 조직개편이 아닌 발전적 해체방안이 심심찮게 거론되는데다가 교육부가 공중분해 될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어서 불안하다는 것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 동안 교육부가 교육인적자원부로 명칭이 변경되었고 장관도 부총리로 격상한 것은 국가의 흥망성쇠가 교육에 달렸다는 중요성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과정에서 교육부가 너무 많은 권한을 쥐고 통제한다는 지적도 있어왔고 교육부의 조직이 비대해진 것도 사실이다. 그것도 교육전문직인 장학사, 연구사, 장학관, 연구관의 수에 비해 일반직의 조직이 너무 늘어나면서 비대해 졌다고 생각한다. 교육계의 많은 사람들은 비대해진 교육부의 조직을 개편하여 군살을 뺄 필요는 있지만 국가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인재육성을 총괄하는 교육부를 없애려는 발상은 의무교육을 포기하는 것이며 국가존립의 기둥이 되는 민족의 정체성에 크나큰 손상이 올 수 있고 역사, 문화, 예술, 평생교육 등이 홀대를 받고 선진국대열에 다가가는 길이 점점 멀어질 것이라는 비판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중앙통제 형태로 비대해진 교육부의 군살을 빼는 조직 개편에는 찬성하지만 그렇다고 교육부를 해체하여 흩트려 놓으면 국익에 도움보다는 해(害)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첫째, 초중등교육업무를 지방자치단체로 완전 이양을 하면 민족의 정체성이 분산된다. 남북한을 합쳐도 미국의 한개 주보다도 작은 나라에서 평생을 살아갈 기본인성과 기초기본학력을 정착하고 민주시민으로서 행복하게 살아갈 기초공사를 지방으로 완전히 넘기려는 것은 국가의 주춧돌을 수평이 어긋나게 놓으려는 것과 같기 때문에 선별하여 이양할 것은 하되 국가차원의 교육정책과 방향을 제시하는 교육부가 필요한 첫 번째 이유이다. 둘째, 평생직업교육을 과학기술부와 노동부로 이관하려는 발상은 기능면에서 보면 그럴 듯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방식으로 생각하면 교육과 관련이 없는 부서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 교과목별로 관련 있는 부서로 모두 찢어 벌린다면 교육은 그 정체성을 잃게 될 것이고 이 나라의 백년대계인 교육은 실종되고 국가의 발전과 성장에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두 번째 이유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대학이 국제 경쟁력에서 처지고 있는데 대학교육협의회에서 자기소속대학과 관련이 있는 업무를 과연 세계의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협의회에 대한 감투싸움과 이해타산에 얽혀서 집안싸움으로 세월만 허비하지 않을까 염려가 되기 때문에 반대한다. 넷째, 국가교육위원회를 신설해 초중등교육과정과 교원정책업무를 맡게 한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같은 정부조직이라도 국가교육위원회에서 교육과정과 교원정책업무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의문이 생긴다. 교육부 정책을 자문하는 기구로서는 존재가치가 있을지 모른다. 지금까지 정부에서 교육개혁을 위해 많은 위원회를 구성하여 일해 왔지만 국가의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의 동의를 얻어낸 성공한 정부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다섯째,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남과 북이 통일이 되면 우리는 산산이 흩어진 교육조직으로 북한의 교육에 그대로 흡수되는 상황이 만약에 온다면 교육부를 해체한 우리나라의 위정자는 땅을 치며 후회하는 날이 오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한단 말인가? 통일을 대비한 원대한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 필요하다. 경제가 가장중요하다고 강변하지만 경제도 결국은 교육이라는 토양과 좋은 씨앗이 근본이 되어야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지 교육의 근본 바탕을 흩트려 놓고 경제발전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을 차기 정부에서 명심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며 국민과 교육계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서 발전적이고 비전이 있는 현명한 교육부 조직개편 안(案)이 나오길 기대한다.
소규모학교 교감조차 없다면 교사들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역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이다. 하루 업무 중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이 가장 길다. 초등교사 고학년 담임들은 거의 매일 6교시의 수업을 해야 한다. 오후 4시가 되어야 학생들을 귀가시키고 조용한 교실에서 쉴 수 있다. 그러나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는 없다. 다음 날의 수업 준비를 해야 한다. 교재연구를 비롯해서 학습자료 준비 등을 해야 한다. 뿐만 아니다. 각종 공문에 의한 행정 업무 추진, 보고 공문서 작성, 각종 자료조사 및 실적보고 등 등 수업이외의 산적한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시급을 요하는 업무 때문에 본연의 교수·학습 준비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학교의 2007년도에 접수된 공문은 무려 4426건이며 자체생산 문서는 4413건으로 거의 비슷하다. 하루 평균 20여 건의 공문을 접수하고 20여건의 문서를 생산한 셈이다. 업무를 처리하는 교직원은 일반 행정공무원 2명과 교원 18명이다. 전 교직원들이 하루 1건씩은 공문을 접수하고 생산하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말이 1건이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공문에서부터 처리 시간이 3-4시간씩 걸리는 공문도 매우 많다. 우리학교는 13학급 규모이다. 5학급이하의 학교에 비하면 두 세배의 큰 규모이다. 5학급이하 소규모학교 교직원들은 우리학교에 비해 3배 정도의 행정업무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긴급을 요하는 공문처리를 위해서는 본의 아니게 학생들을 자습시킬 수밖에 없다. 수업을 마친 뒤에도 교수·학습에 대한 사전 준비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때가 많다. 매일 공문처리 때문에 무척 힘들어한다. 농산어촌의 특성상 방과후에도 학생들을 돌보고, 부진학습을 보충해주고, 특기적성이나 취미생활 및 정서 순화 등을 위한 대화시간 놀이시간 등이 필요하지만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오직 공문처리에 매달려야 한다. 교감은 학교 전반적인 업무를 관리한다. 물론 특별한 업무를 담당하면서 교사들의 업무를 덜어주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시급을 요하는 공문처리를 담당자를 대신해서 처리하기도 한다. 담임교사들의 학습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유기공문을 관리하면서 상급기관의 보고 요구에 충실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학급을 담당하고 있지 않은 교감의 학교 전반적인 업무 처리 및 협조는 실로 많은 교사들에게 작지 않은 도움을 주고 있다. 물론 학생들의 수업 결손 방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교감의 역할은 소규모학교일수록 더 크고 더 필요한 것이다. 교육부에서는 이제 5학급이하의 소규모학교에는 교감을 배치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과연 소규모학교의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했는지 당국에 묻고 싶다. 그렇지 않아도 농산어촌의 교육 황폐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는데, 자녀들의 교육 때문에 고향을 등지는 현상이 늘어가고 있는데, 학교에서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교감마저 배치하지 않는다면 어쩌자는 것인가! 대규모학교에 복수교감의 필요성보다 소규모학교의 교감 배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현실을 감안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백년대계인 학교교육의 앞날이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각종 교육본연 외의 업무 때문에 교사들의 수업권과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 받지 않도록 교육에 대한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새 정부에 바란다. 왠지 낯설다.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란다. 이게 더 어울린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 그동안 대통령의 의중대로 밀어붙이거나 오락가락 하는 정책을 많이 봐왔다. 대통령이라는 권력이 얼마나 대단하면 당선자 주변을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많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먹고살기 힘들다, 일자리가 없다’는 게 국민들의 고충이다. 도덕적으로 흠집 하나 없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흠집은 눈감아 줄 테니 ‘어떻게든 경제를 살려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표심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자가 다른 것은 제쳐두고 경제에 올인 할 확률이 높다. 경제만큼이나 중요한 게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교육이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경제와 하나의 선상에 놓고 보면 어울리지도 않는다. 교육은 과정이 중요해 눈에 보이는 결과를 잣대로 평가하거나 경제적인 가치를 환산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교육은 경제적인 논리로 풀어갈 수 없다. 2007년 한 해를 정리하며 교수신문이 선정한 사자성어가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인다’는 자기기인(自欺欺人)이다. 분수를 모르는 탐욕과 도덕 불감증을 비꼰 말이다. 자승자박이라고 대통령 주변의 정치인들이 제 새끼줄로 제 목을 매며 정부의 정책을 불신하게 했고 거짓과 위선으로 포장한 지식인들이 사람들을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갈 길은 먼데 난제가 가득해 길이 보이지 않는 형국인 산중수복(山重水複)도 후보로 뽑혔다. 현재 교육계가 처한 상황과 닮아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무너진 공교육을 바로 세우고 추락한 교권을 추스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상대후보와 경쟁을 해야 하기에 선거과정에 내건 공약은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밖에 없다. 공약(空約)으로 만들지 않으려면 대통령이 되기 전 백지상태에서 선거기간에 내건 공약(公約)들을 냉철히 분석해야 한다. 상대 후보의 공약도 검증해 좋은 것은 받아들여야 한다. 교육정책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삼위일체가 되어야 효과가 나타난다. 몇몇 입안자들의 말만 믿고 무작정 밀어붙이는 정책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권력이나 여론을 앞세우는 정책도 혼란만 가중시킨다. 이것저것 일을 벌려놓기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해야 한다. 교육발전에 디딤돌이 될 수 있는 정책을 찾아내고 분석해당사자들이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일도 중요하다. 작심삼일이 되는 게 문제지만 해마다 새해 아침을 맞으면 각오를 새롭게 한다. 국가의 정책을 책임져야 하니 대통령 당선자의 각오는 남다를 것이다. 압도적으로 지지를 했으니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국민들의 기대나 바람도 클 수밖에 없다. 어떤 일이든 ‘처음처럼’하면 된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하면 크게 잘못될 것도 없다. 그런데 떠받드는 사람들 때문에 생각이 바뀌고 그 틈새로 오만과 독선, 아집과 편견이 자리 잡는 게 문제다. 훗날 권력의 무상함을 느낄 때가 되어서야 잘못을 통감하고 후회하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세월은 흘러가는 물과 같다. 대통령 당선자도 5년 후에는 누구에겐가 자리를 물려줘야 한다.국민들로부터 잘잘못을 냉정하게 평가받아야 하는 것도 당연하다. 자리를 떠나는 날 손가락질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공교육이 제자리를 찾게 하고 박수 받으며 떠나는 대통령을 보고 싶은 바람이 이뤄지길 고대한다.
한아이가 전도한 황규성은 요즘 아이답지 않게 말수가 적고, 남자아이답지 않게 조용조용했다. 외모 또한 껑충 큰 키에 하얀 살이 얇게 붙어서 어쩐지 우수에 찬 아이로 보였다. 길게 물으면 짧게 대답하고, 활짝 웃으며 물으면 짧은 미소가 잠깐 얼굴에 스칠 뿐이었다. 하도 답답하여 얼굴 표정과 손짓 발짓을 크게 하고 다소 야단스럽게 무얼 물으면 그저 고개를 까딱일 뿐, 한창 개구쟁이로 뛰어놀 어린이답지 않게 감정 표현이 너무도 절제되어 있었다. ‘필시 원인이 있으렷다.’ 신년 첫 주일 예배가 끝난 뒤 김태평 선생은 아이들을 보내면서 규성이에게 뒷정리를 시켜 교회에 잠깐 남도록 하였다. 김 선생은 규성이를 눈이 푸짐히 쌓인 교회 뒤뜰로 데리고 갔다. 앙상한 나뭇가지에 올라앉은 눈이 칼바람에 날려 예서제서 하얀 낙엽처럼 떨어지고 있었다. 김 선생은 뜰에 앉아서 눈 위로 솟아있는 가늘게 바짝 마른 잡초의 끝머리를 잡아 하나둘씩 뽑았다. “규성이 아빠 연세는 어떻게 되시지?” “마흔 여덟이세요.” “사람의 겨울은 머리카락에서부터 온다지? 그러시면 흰 머리카락도 슬슬 나타나고 있겠네?” “조금요.” “네가 뽑아드리니?” 규성이는 고개만 까딱했다. “뽑는 사람은 신바람 나고 뽑히는 사람은 차츰 서글퍼진다는데 너희 아빠는 어느 쪽이시니?” 전혀 우스운 일도 아니지만 김 선생은 일부러 껄껄 웃으며 머리카락 한 가닥을 뽑아 입으로 ‘후’ 부는 시늉을 했다. ‘이놈아, 좀 너도 나처럼 크게 웃으며 말 좀 해 봐라’하는 뜻이 담겨 있었으나 그 뜻은 아이에게 전달되지 않았다. 짧고 작은 미소가 규성이의 얼굴에 언뜻 비치기만 하였다. “너도 앉거라. 잡초를 한 묶음 쥐어뜯어 뽑는 것은 힘도 들고 재미도 없지만 눈 온 다음 날에 이렇게 하나씩 쏙쏙 뽑으면 꼭 새치를 뽑는 쾌감이 일어난다구. 너도 해봐. 요렇게 쏙쏙, 아이고 재미있다.” 그러나 명색이 교회 주일학교 담임교사가 앉거라, 뽑아라 두 가지를 부탁하였는데도 규성이는 그 두 가지 요구를 발로 뻥뻥 걷어차고 멀뚱 서 있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김 선생이 마른 겨울 풀을 뽑을 때마다 제 몸의 털이 뽑히기라도 하듯 얼굴을 찡그리는 것이었다. 허, 이런 놈 봤나. 아무리 마음 좋은 천하태평 김태평 선생이지만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허나 아이의 심리와 그 원인을 알고자 하는 상태였으므로 탓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 내가 공연한 얘길 했구나. 아빠도 교회에 나가셔?” “아뇨.” 했으나 그건 그 아이의 입이 말한 것이 아니고 고개가 말한 것이었다. “엄마 아빠랑 친하셔?” “아뇨….” 이번에도 입 대신 고개가 대답했다. “아빠는 어디 계신데?” 직업을 노골적으로 묻기가 뭣하여 말을 살짝 비튼 것인데 규성이는 그 뜻을 알아차린 듯했다. “병원에 계세요.” “병원?” 순간 김 선생은 지금까지 이 아이의 언행으로 보아서 의사라는 직업으로 병원에 계신 것이 아니라 환자라는 신분으로 계신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물론 그건 추측일 뿐이었다. 김 선생은 다시 말을 한바퀴 돌렸다. “아빠 친구 분들이 아빠를 부르실 때 뭐라고 부르시니?” “…….” 규성이는 말이 없었다. 빤히 쳐다보는 김 선생의 눈길을 되물음으로 풀이한 규성이가 머뭇거리다가 “식물인간….”하고 말했다. 김 선생의 가슴이 ‘쿵’ 소리를 내며 주저앉았다. 규성이는 말의 맨 끝에 웃음을 달았는데 그것은 긴 고통을 겪고 난 뒤의 처절한 미소로 번역되어서 김 선생은 하마터면 눈물을 찔끔 짤 뻔하였다. “병원에 계신 지 얼마나 되는데?” 김 선생이 규성이의 손을 잡고 어깨를 다독이면서 물었다. “20년은 될 거예요.” 20년? 아아, 김 선생의 가슴은 놀라다 못해 기절할 지경이었다. ‘더 이상 묻는 것은 아이에게 고문이다’하면서도 김 선생은 한 번만 더 질문의 기회를 허락해 주십사 마음속으로 기도하였다. 현재 어느 정도의 상태인지 알고 싶었다. “엄마가 뭐라시든?” “…….” 역시 괜히 물었다 싶었다. “교회 안으로 들어가 기도하고 가자.” 김 선생이 침통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규성이를 이끌자 그 아이는 다소 울먹이듯 그러나 누구에겐가 항의하듯 말했다. “지긋지긋한 식물인간이라시며 꼴도 보기 싫으시대요.” ‘아아, 하나님.’ 자기가 요구한 질문의 정답은 아니었으나 그 아이답지 않은 강한 어투에 김 선생은 또 한 번 놀랐다. 성탄절이 지난 지 불과 며칠이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주 예수를 바라보며 규성이와 나란히 앉은 김태평 선생은 어린 양에게서 자신에게 옮아온 크나큰 아픔을 누르느라 꽤나 힘이 들었는지 이마에 땀이 송글 맺혔다. 김 선생은 그 날 목사님을 만나 저간의 내용을 이야기하고 규성이네 집을 심방(尋訪)하여 주십사 청하였다. 어떤 목사가 이를 마다하랴. 김 선생은 당장 규성이네 집으로 전화를 하였는데, 의외로 그 아이 어머니 음성이 밝았고 심방을 매우 고마워하였다. 다음날 김 선생과 목사님이 규성이네 집을 찾아갔다. 규성이는 아직 학교에서 돌아오지 않았고 아이의 어머니가 두 사람을 맞이하였다. “그러잖아도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두 주일이 넘었는데 살림살이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어 교회를 아직 정하지 못하고 있는 터였습니다. 다행히 규성이가 교회를 정했다기에 다음 주일부터 저도 그 교회를 나가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미리 찾아와 주시니 감사합니다.” 규성이 어머니는 모태 신앙이었다. “그러면서도 여태 남편 한 사람 전도를 못하고 있으니 모태 신앙이라는 말이 부끄럽지요.” 규성이 어머니는 고개를 떨구었다. 식물인간인 남편을 전도하고 싶으나 전도할 수도 없는 기가 막힌 처지를 얘기하는구나 싶어 두 사람은 차마 무슨 위로의 말을 보태기가 어려워서 잠자코 성경책만 만지작거렸다. 예배가 시작되었다. 이 가정에 알맞은 찬송을 부르고 이 가정에 알맞은 목사님의 절절한 기도가 이어졌다. 목사님은 김 선생의 예감대로 직접적인 표현을 절대 삼가고 우회적이거나 비유법을 아주 많이 써서 기도하였다. 이미 깊고 깊어진 상처를 새삼 들추어 겨우 진정된 마음을 다시 아프게 할 수 없다는 깊은 뜻이었을 것이다. 예배를 마치고 집을 나올 때 김 선생은 병원에 가서 규성이 아빠를 위해 기도해 드려도 좋으냐고 조심스레 물었다. “제 남편을 꼭 주님 앞으로 이끌어 주십시오. 제가 못한 일을 목사님께서 이루어 주시리라 믿겠습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깊이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들었을 때, 그제야 마치 정글이 연상될 만큼 빽빽한 거실의 들풀과 화초와 무성한 나무가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김태평 선생, 목사님, 규성이의 어머니 세 사람은 이틀 뒤 병원 현관에서 만나기로 약속하였다. [PAGE BREAK] “20년 동안 병 수발 든 사람치고는 너무 얼굴이 밝지 않소? 집안 분위기도 그렇고.” 돌아오는 길에 목사님이 갸웃하였다. “감당하기 힘든 큰 불행을 오래도록 딛고 일어난 사람들은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오히려 담담하고,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지혜를 터득하여서 그런지 참으로 진실된 평화를 목격한 적이 있습니다, 목사님.” “그도 맞긴 맞는 말이오만.” 하여튼 세 사람은 약속한 날 병원 현관에서 만났다. 큰 대학 병원이었다. 규성이 엄마가 두 사람을 반겼다. 두 사람은 그녀의 안내로 입원 환자들이 문틈으로 보이는 병실 복도를 지나갔다. 그리고 어느 방 앞에 섰다. “들어오시지요.” 노크와 함께 규성이 엄마가 문을 연 방은 병실이 아니라 웬 연구실이었다. “……?” 순간 김 선생과 목사님의 시선이 공중에서 타타탁 소리를 내며 부딪쳤다.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여봇! 오늘은 목사님을 아예 모시고 왔어요. 이래도 교회에 안 나가시면 이 식물원이 동물원으로 바뀌어도 난 책임 안 져요. 어서 나오시라니까. 금방 나무 뒤에 숨는 걸 다 봤다구요. 어서욧!” 그녀가 숨바꼭질 놀이하는 자세를 취하다가 딱딱하게 굳어 있는 두 사람을 돌아보고는 살포시 웃었다. “글쎄 이 양반이 온갖 식물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강의하고 환자 치료하는 시간 외에는 이렇게 식물 속에서만 산답니다. 일요일 꼭두새벽마다 산과 들로 다니며 전국의 야생풀을 구해와 기른 지 20년도 넘었어요. 그러니 교회 인도를 할 수가 있어야지요. 가족보다 식물을 더 끔찍이 사랑하는 양반이라 친구 분들이 모두들 ‘식물인간’이라고 부른답니다. 게다가 요새는 하나뿐인 자식마저도 쌍지팡이를 짚고 나서니 원 참 내, 기가 막혀서.” 교수 연구실이라기보다 무성한 숲 속 같은 곳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김태평 선생과 목사님은 마치 오랜 여행 끝에 밀려오는 무거운 피로처럼 얼었던 몸이 한꺼번에 녹작지근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때 창가 화분 밑에 납작 엎드려 있던 ‘식물인간’이 술래에게 들켰음을 알고 히죽 웃으며 벌떡 일어나 살금살금 걸어 나오는 것이었다. 초록빛에 젖은 그의 등 뒤 통 유리창으로 새해를 축복하는 함박눈이 펑펑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끝 ------------------------------------------------------------------------------------ 최영재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동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별난 초등 학교, 별단 가족, 대통령 자동차, 우리 좋으신 선생님, 하늘에서 달리기 등의 책을 펴내 한국동화문학상, 어린이가 뽑은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서울 신월초 교장으로 재직 중이다.
독일에 사립학교가 매주 한두 개씩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의 교육적 지형도 바뀌고 있다. 공립학교들은 문을 닫고 있는 실정이지만 사립학교는 매년 80∼100개 새로 문을 열고 있다. 그렇다면 누가 이렇게 사립학교를 세우고 있는 걸까? 이들은 예전의 사립학교 설립자들처럼 권위주의에 반대하며 거창한 대안교육을 꿈꾸는 교육철학자들이 아니다. 현재 독일에서 사립학교 설립 붐을 일으키고 있는 주체는 바로 학부형들이다. 이들은 더 이상 공립학교의 교육을 신뢰하지 못한다. 한 달 전쯤 독일의 소규모 도시인 브레멘에서는 공식인가를 받지 않은 사립 초등학교가 14년간 버젓이 운영되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안겨줬다. 공교육을 믿지 못한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학교였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교과과정만 따르는 공립학교 교육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과 창의력을 앗아간다고 생각하는 학부형이 늘고 있다. 실례로 독일에 잘 알려진 텔레비전 방송 진행자인 요오크 필라바는 13명의 다른 학부형과 함께 직접 사립학교를 세웠다. 마리아 몬테소리의 교육이념을 따르는 작은 초등학교다. 학부형들이 직접 학교 운영을 책임지고 있다. 이들은 매달 200유로의 수업료를 지불하면서도 학교 행정업무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참여하고 있다. 어떤 이는 직접 학교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들고 또 어떤 이는 체육시간에 보조교사로 일하며, 어떤 학생의 할아버지는 이 학교의 건물관리인을 하고 있다. 학교가 생긴 지 아직 초기 단계라 2∼3년 후에야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에선 교육 콘셉트가 독일 기본법에 크게 어긋나지 않고, 또 그에 따르는 재정적 뒷받침이 된다면 누구나 사립학교를 설립할 수 있다. 또 국가가 규정하는 교과과정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쉽게 인가 받을 수 있다. 이렇게 설립된 사립학교는 2∼3년의 실험기간을 거쳐 검증 받으면 국가에서 전체 재정의 60%에서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현재 여론조사에 따르면 독일 학부모의 20%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독일의 사립학교는 전체 학교 수의 7.5%에 불과하다. 또 학생 수로 따지면 사립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전체학생의 6.5%다. 당연히 사립학교 입학의 경쟁도 치열하다. 2001년도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 보고서의 충격으로 사립학교가 열풍이 일어났다는 견해도 많지만, 통계를 살펴보면 독일 통일 후인 90년대 초부터 사립학교가 꾸준히 늘고 있다. 통일 전 동독 지역에 사립학교가 하나도 없었으므로 동독 지역에 사립학교 숫자 증가비율이 훨씬 높긴 하지만, 통일 후 전체 사립학교 수가 40% 더 늘었다. 이에 발맞춰 상업적 이익을 보려는 사립학교도 성업 중이다. 1년 전 베를린에서 문을 연 사립학교 포름(Phorm)은 수익성 증권회사를 만들었다. 얼마 전까지라면 독일에선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이제 이 학교의 상업성에 대한 비판도 무색할 정도로 학교엔 학생들이 몰리고 있다. 수업료는 지역과 부모의 소득수준에 따라 한 달에 140유로에서 840유로에 달한다. 다른 사립학교보다 월등히 가격이 높다. 이에 대해 포름 사립학교의 재단장 베아 베스테는 “자녀에게 최신 학습 방법과 시설로 최상의 교육을 선사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라고 강조한다. 포름 사립학교는 쾰른, 뮌헨, 프랑크푸르트에도 이미 문을 열었으며, 현재 함부르크와 하노버에도 개교를 준비 중이다. 미국인인 베를린 포름 학교 교장 리처드 헨젤브로크는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렇지 않았다면 교사가 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한다. 240명의 초등생과 20명의 인문계학생이 다니는 이 학교 교문 앞에 서서 그는 매일 아침 등교하는 학생에게 일일이 인사한다. 교장은 “학생들은 이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의 재능과 성공에 대해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또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취학 전부터 자신의 재능을 알고 개발하도록 지원할 것이다”라며 교육 소신을 피력했다. 포름 사립학교에선 두 가지 언어, 영어와 독일어 두 언어로 수업이 진행된다. 교사들 상당수가 영어권 국가 출신이다. 한 학급의 학생수도 매우 적을 뿐더러 초등학교 과정에선 수업 시간 당 교사가 둘이다. 또 수업 종소리가 없고, 수업시작 시간이 9시로 보통 8시 반에 수업을 시작하는 다른 학교에 비해 훨씬 늦다. 학생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게 하려는 배려다. 또 독일의 학교에서 시행되고 있는 성적 부진 학생들이 그 학년을 되풀이하게 하는 낙제제도가 없다. 이처럼 대안 교육의 요소도 다분히 있다. 포름 사립학교는 앞으로 10년 안에 전 독일에 모두 40개 학교를 개교하고 ‘고급 교육의 브랜드’로 자리 잡을 포부를 갖고 있다. 한편 독일에선 대안학교에 대한 열기 역시 아직 식지 않았다. 대안학교들도 꾸준히 생기고 있다. 80년대 ‘99개의 풍선’이라는 노래로 인기를 끌었던 팝가수 네나가 함부르크에 대안학교를 설립해서 화제다. 부모님이 모두 교사인 그녀가 설립한 이 학교는 ‘새로운 학교’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학생들이 모든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이곳엔 학급도 없고 수업시간표도 없다.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 이 학교의 기본 이념은 미국 서드버리 학교의 것으로 세계에 모두 40개가 있다. 아이들이 언젠가는 스스로 학습하고자 하는 욕구가 생긴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학생들은 교사를 스스로 선택하고 다른 학생들과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상의한다. 빌레펠트의 대안학교인 ‘실험실 학교’ 학문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클라우스 위르겐 틸만은 이러한 사립학교 열풍에 대해 “독일의 공립학교는 대안교육을 더욱 지향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틸만은 “현재 비스바덴의 헬레네 랑에 학교나 보쿰의 자유학교와 같은 독일의 사립 대안학교에는 정원수에 비해 3, 4배가 더 많은 지원자들이 몰려든다. 공립학교들이 더욱 개혁교육을 지향한다면 우리가 그리 많은 사립학교를 세울 필요가 없을 것”이라 덧붙였다. 독일의 사립학교는 80%가 카톨릭이나 개신교계열이다. 그 다음으로 수가 많은 사립학교는 발도르프 학교다. 그 밖의 다른 계열의 학교는 몬테소리나 다른 대안학교들이 대부분이다. 사립학교가 부유층 자녀들의 전유물이라는 편견 못지않게 현실 또한 그러하다. 수업료는 보통 부모님의 수입에 따라 그 액수가 단계별로 나뉘어 있고,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학비 면제 제도도 있지만 보통 교육 수준이 낮은 부모들은 자녀를 어떤 학교에 보낼지 고민을 거의 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독일 공교육에 불신을 가지고 있는 부유층 학부형 일부는 독일 사립학교에도 성이 차지 않아 자녀들을 영국 엘리트 국제 기숙학교에 보내고 있다. 영국 기숙학교에선 독일인이 세 번째로 규모가 큰 외국인 집단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사립학교의 출신들의 학업 성취도는 공립학교와 비교해 월등히 뛰어날까? 사실 사립학교 출신들이 더 나은 성적을 보인다는 통계자료로 검증된 보고는 없다. 그러나 PISA테스트를 공립학교 대 사립학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상류층 가정의 학부형이 사립학교를 선호한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사립, 공립학교 사이의 학업성취도 차이가 그리 크지는 않다고 한다.
제천시가 2기 신 활력지역으로 선정됨에 따라 새 교육공동체 시민모임(회장: 류윤현)가 주최한 대학진학설명회가 12월27일 제천 동명초 강당에서 교육관계자, 진학담당교사, 학부모, 시민 등 약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이날 제천시 김기숙 평생교육팀장이 신 활력지역으로 선정된 경과와 시너지 효과를 참석자에게 보고하고 새 교육공동체 시민모임 류윤현 회장의 인사말에 이어 김영호 제천교육장과 엄태영 제천시장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한방특화 등 제천의 브랜드를 앞세워 2기 신 활력지역으로 선정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하여 박수를 받았다. 제천출신인 충청북도교육위원회 성영용 의장의 축사가 이어지는 동안 시장과 교육장에게 감사의 박수도 터져 나왔다. 시민단체에서 마련한 꽃다발까지 주어져 한층 고무된 분위기였다. “신 활력지역 선정에 따른 교육공동체의 역할” 이라는 주제로 제천여고 신강수 교장의 특강이 이어졌다. 1기로 6개 시군이 신 활력지역으로 선정되어 점촌고등학교의 대학진학 우수사례를 소개하면서 제천지역도 2기로 신 활력지역에 선정되었지만 우리지역 고교의 노력여하에 따라서 특례입학 등 제천교육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번 2기로 신 활력지역으로 선정된 지역은 제천, 안동, 공주, 정읍, 삼척, 영천, 태백, 남원, 김제, 나주, 상주, 문경 등 12개 지역으로 시지역의 고 3학생은 약 24,000명이고 농어촌 지역은 약 52,000여명 이라고 한다. 2기는 2008년부터 2010년까지로 지자체에 매년 20억 ~30억씩 최대 90억까지 지원이 되며 199개 4년제 대학 중 160개 대학에서 농어촌 혜택을 85개 대학이 신 활력 지역에도 혜택을 부여한다고 한다. 신 활력지역선정으로 학생에게 주는 효과, 지역에 주는 효과를 설명하면서 지역의 교육공동체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설명을 하여 학부모와 참석자들의 공감을 이끌어 냈다.
인천동명초등학교(교장 이명숙) 12.28일 학교 인근인 송림1동, 송림2동, 금창동에 거주하는 불우이웃 60명에게 쌀 20Kg 1포씩을 전달 지역사회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특히 전교어린이회(회장 김훈기)가 주관 실시하는 이웃사랑실천 행사로 지난 12.3-4일까지 2일간 전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 총 2,952,380원의 성금을 모았다고 한다. 한편 동명초등학교의 이웃사랑 실천운동은 매년 어버이날과 연말연시를 맞아 실시하는연례행사로 지역사회에 널리 알려지고 있기도 하다.
오늘 정오 노컷뉴스에는 ‘여고생이 교실서 남자교사에 욕하고 뺨 때려’라는 황당한 사건이 보도되었다. 신문 내용에 의하면 지난 24일 자율학습 시간에 떠들고 있는 학생에게 담임교사가 주의를 주자 이 여학생이 욕설을 하면서 담임교사의 뺨을 때리고 머리채를 잡아당겼다는 것이다. 이는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며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들 학창시절과 비교해 보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학생에게 두들겨 맞는 오늘의 교실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난감하다. 혹자는 선생에게 혹여 있을 흠결을 상상하면서 ‘선생이 오죽했으면 학생에게 두들겨 맞을까. 아마 선생이 맞을 짓을 했으니까 그랬겠지’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보도 내용에 의하면 이 학생은 1학년 때부터 품행이 바르지 않아 선생님들로부터 여러 차례 지적을 받아왔고 한다. 그때마다 학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선생님에 모욕적인 언행을 해왔다고 한다. 이는 어느 고등학교의 특별한(?) 학생의 괘씸한 소행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와 같은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이 너무 자주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는 비일비재하고 심지어는 초등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고 한다.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할 때 혹시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엄하게 처벌하면 학부모나 사회 일반인들은 철없는 아이들의 잘못을 선생들이 속 좁게 다루고 있다고 야단이다. 학생, 학부모는 물론이고 교원과 국민 모두는 이 문제를 냉철한 이성으로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생들을 바르게 지도하고 이끌어 야할 할 교사가 학생들에 의해서 폭행을 당하고 있는 이 현실은 매우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마도 제대로 된 교육이 펼쳐질 수 없을 것이다. 교사가 아이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없음은 물론이고, 이를 바라보는 학생들 또한 교사를 사표로 삼을지 걱정이다. 이는 우리 사회에 만연된 철저한 자기중심성에서 비롯된 패덕의 하나이다. 자신의 자존심이 상하고 기분이 나쁜 일에는 기를 쓰면서도, 자신의 잘못으로 힘들어하거나 괴로워할 타인에 대해서는 조금도 배려하지 않은 데에 문제가 있다. 학생들의 이런 행위는 순간의 분노나 감정을 해소하는 그치지 않는다. 이는 반드시 나쁜 습관으로 고착되어 우리 사회의 따뜻한 동반자가 될 수 없게 만들고 말 것이다. 상상해 보라. 우리의 자식이, 우리가 가르치는 학생이 성인이 되어 기분에 맞지 않는다고 회식 자리에서 친구를 두들겨 패거나 회사나 관공서에서 상급자에게 행패를 부린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차제에 우리 모두 이 문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해 보고 교육적 대안을 마련할 때가 되었다. ‘인권중심 교육’을 논하면서 인권이 유린되는 현실을 보면 너무나 씁쓸하다. 교사의 잘못에 대해서 엄중한 책임을 묻는 것처럼 학생의 패행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못된 놈은 몽둥이로 패서라도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물론 문자 그대로 몽둥이로 패서 가르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행위에 대해 엄격하게 책임을 묻는 교육을 실시하자는 것이다. 학교에서부터 사회의 원칙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서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용서하고 이해하는 아량은 우리 국민의 미래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지금 새 정부에서는 제대로 된 교육실현을 위해서 지혜를 모으고 있는 것 같다. 교사의 권위가 바닥에 상태로는 공교육을 살려낼 수가 없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멋대로 행동하는 학생을 규제할 수 있는 강력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래야만 교사가 권위와 책임을 가지고 엄정한 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 부모의 일방적 편애로 가정에서 할 수 없는 교육을 학교에서만이라도 엄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사회적 여건을 형성해 주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위탁하여 2006.10.18(수)~19(목) 실시한 2006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2007.12.21(금)에 발표하였다. 2006년 학업성취도 평가는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의 약 3%에 해당하는 60,846(905교)명을 표집하여 국어․사회․수학․과학․영어 5개 교과를 대상으로 실시하였다. 그중 지역별 학력에 관하여 살펴보자. 기준 연도부터의 지역별 성취수준 비율 추이를 살펴보면, ‘우수학력’ 비율이 초6․중3은 대부분 중소도시(국어․사회․과학), 대도시(수학․영어)에서 지속적으로 많았고, 고1은 중소도시(국어․사회), 대도시(영어)에서 지속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초학력 미달’ 비율은 모든 교과에서 대부분 읍면지역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학과 과학과목에서 농촌지역인 읍면의 학력이 낮으며 학교단계가 올라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수학의 경우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는 2.5점, 중3은 2.8점, 고1은 3.2점으로 차이가 나고 있었다. 과학의 경우도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초등학교 6학년때는 0.7점, 중3은 1.0점, 고1은 2.6점으로 차이가 나고 있었다. 이명박제17대 대통령당선자의 공약중에는 기숙형 공립고교 150개를 설치하겠다고 하는데 기숙형 공립고교는 농어촌 지역과 중소도시, 대도시 낙후지역에 설립하는 학교이다. 농어촌 지역의 고등학교는 대중교통이 일찍 끊어지는 등으로 인하여 학습하는 분위기가 도시만큼 좋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지역별로 기숙형공립학교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어느 학교는 고교 교장 관사를 줄여서라도 학생들의 기숙시설을 만들어주고 있기도 하다. 기숙형 고교를 농촌지역에 만들려면 지역의 관련기관과도 유대를 강화하여야 할 것이다. 지역 내 장학재단, 지역의 인재발전기금 등의 도움을 받아 농촌지역에 교육적인 사회적 분위기(social climate)를 만드는데 노력하여야 하겠다. 이번 도농 간 격차에 관한 통계자료의 바탕위에 새로운 대통령의 공약을 연계하여 농촌의 교육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농촌주민들이 자녀교육 때문에 농촌을 떠나거나 자녀를 도시에 유학시켜 많은 부채를 지는 일이 없도록 하여야 하겠다.
충청북도교육청(교육감: 이기용)은 도내 교직원과 교육기관의 직원 중 9,500여명이 이 운동에 참여하여 올해 모은 돈 56,784,530원을 26일 충북사회복지 공동모금회(회장: 한장훈)에 난치병 학생 돕기 성금으로 전달하였다. 사랑의 우수리는 참여자의 급여 중 천원 미만의 돈을 모아서 마련한 것이다. 이 운동은 충청북도교육청이 2005년 3월부터 시작하여 3년째 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모두 1억 6천200만원의 성금을 모아 난치병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들을 돕는데 쓰여 지고 있다. 한푼 두푼 모은 사랑의 우수리가 모여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안겨주고 있어 세모를 훈훈하게 녹여주고 있다. 천원 미만의 동전을 모으는 운동인데 아주 작은 돈이 모아져서 한참 건강하게 뛰어놀며 배워야 할 때 병마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는 크나큰 사랑으로 전달되어 생명의 불씨를 살리는 희망이 되고 있다. 이 운동에 참여하는 교직원이 늘어나면 그 힘은 더 커질 것이라고 한다. 급여에서 우수리 돈이 성금으로 모아지니까 아주 작은 우수리 돈의 위력이 크게 발휘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이 운동을 처음 생각해 낸 분의 따뜻한 인간애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크나 큰 사랑의 향기로 번져나가길기대해 본다.
무자년(戊子年), 새해를 맞을 날이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눈다운 눈이 한번도 내리지 않아 지구온난화를 실감한다. 눈 때문에 아이들은 겨울철을 제일 좋아한다. 겨울에 들어서며 눈이 내리는 날 아이들과 눈싸움을 하기로 약속했다. 눈싸움 얘기에 아이들은 신이 났고 나는 눈덩이를 들고 쫓아다니며 즐거워할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자기가 던진 눈덩이에 선생님이 맞으면 그렇게 즐거워할 수가 없다. 하얀 운동장을 뛰어다니며 추억 남기기도 하고 아이들을 신명나게 하니 겨울철의 눈싸움은 일석이조다. 눈싸움 한번 하지 못한 채 방학이 되는 것을 서운해 하는 도원분교장(충북 청원군 문의면 문의초등학교) 27명의 아이들이 낭추골 눈썰매장을 다녀왔다. 인공으로 만들어진 눈이지만 아이들은 눈썰매를 타며 신이 났다. 얼음판에서 얼음 썰매도 타고, 공포체험과 세줄 로프를 타며 도전정신도 배우고, 국어시간에 배운 고드름과 바람이 몰려오면 일제히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추억 만들기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김천에서 서쪽으로 약 12km 거리의 소백산맥 가운데에 학이 많이 찾아왔었다는 황학산이 있다. 신라 눌지왕 2년(418년) 아도화상이 황악산 기슭에 세운 직지사는 사찰 주위의 울창한 소나무와 계곡의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직지사라는 이름은 ‘직지인심 견성성불’이라는 선종의 가르침에서 유래되었고, 직지사를 중창한 고려의 능여 화상이 자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측지하여 붙여졌다는 설이 있다. 해동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직지사는 30세에 주지가 된 사명대사가 임진왜란 때 선봉에서 큰 공을 세운 일화 만큼이나 으뜸 가람을 일컫는 동국제일가람으로 전해지고 있다. 1천년 묵은 칡뿌리와 싸리나무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일주문에서 1천구의 아기부처가 나란히 안치되어 있는 비로전까지 어느 것 하나 그냥 지나칠 게 없다. 직지사는 1600여년의 사찰답게 국보 제208호 금동육각사리함, 보물 제670호 대웅전삼존불탱화, 보물 제606호 대웅전앞3층석탑, 보물 제607호 비로전앞3층석탑, 보물 제319호 석조약사여래좌상, 보물 제1141호 한천사출토금동자물쇠, 보물 제1186호 청풍료앞삼층석탑, 경북유형문화재 215호 직지사대웅전 등 가치 있는 문화유물도 많다. 경부고속도로 김천 IC를 나와 4번 국도를 이용해 김천 시내 방향으로 가다보면 영남 제일문이 도로 한가운데 우뚝 서있다. 검문소 삼거리에서 903번 도로로 좌회전해 직지사 가는 길에 시민들의 휴식 공간인 직지 문화공원과 토기에서 도기와 자기로 이어진 도자기의 역사를 소개하고 있는 김천 세계도자기 박물관을 만난다. 다른 사찰과 같이 직지사 초입의 풍경도 수수하고 소박하다. 사찰의 위치나 주변의 생김새도 산자락이라기보다는 평지에 가깝게 느껴진다. 대웅전도 일주문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경북유형운화재 제215호인 대웅전은 단층 팔작지붕 형식으로 모습이 화려하다. 1735년(영조 11)에 승려 태랑이 재건해 조선시대 후기의 건물 양식을 나타내는데 앞에 석등과 보물 제606호 직지사 대웅전앞삼층석탑이 있고 안에 보물 제670호 직지사 대웅전삼존불탱화가 봉안되어 있다. 영조 20년에 조성된 삼존불탱화는 중앙에 영산회상도, 좌우에 약사불회도와 아미타불회도가 위치한다. 아름다운 채색벽화로 가득한 내부와 군데군데 흙벽이 떨어져나가 옛 멋이 풍기는 외부의 벽화가 대웅전을 더 빛나게 한다. 환하게 웃고 있는 포대화상 옆에 범종각이 있다. 종각 안에 법전사물 법고, 운판, 목어, 범종이 자리 잡고 있다. 물고기처럼 잠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목어의 속이 비어있는 모습이나 허공을 헤매는 영혼을 천도하고 공중을 날아다니는 조류게의 모든 중생들을 제도한다는 운판의 의미도 재미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영정과 위패를 모셔놓은 명부전 주변에는 부처님의 제자 중 상수제자 16인의 나한을 모신 응진전, 연꽃을 들고 미소를 짓는 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사명대사 유정의 유덕을 기리는 사명각, 인간을 질병으로부터 보호하는 약사여래가 봉안된 약사전이 이웃하고 있다. 고려 태조 때 세워진 비로전은 천불상을 모시고 있어 천불전이라고도 불리는데 임진왜란 때 병화를 면한 3동의 건물 중 하나다. 비로전 앞에 서 있는 보물 제607호 삼층석탑은 경북 문경의 옛 도천사 터에 쓰러져 있던 것을 1974년에 이곳으로 옮겨왔다. 경주 특산품 옥돌로 만든 천불상은 모습이 모두 다르고 많은 전설을 가지고 있는데 비로자나 부처님 뒤에 발가벗은 동자상이 서 있다. 법당에 들어가 참배할 때 첫눈에 이 동자상을 보면 옥동자를 낳는다는 전설이 있다. 놓여있는 위치를 대략 알고 신경을 곤두세워도 범인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팔작지붕의 신축 건물 청풍료는 1996년에 문을 연 직지성보박물관으로 사용하고 있다. 현재 박물관에는 직지사를 중심으로 경북 북부지역 여러 사찰의 불교문화재가 보관되어 있는데 국보 제208호인 도리사금동육각사리함을 비롯해 보물 제319호인 직지사석조약사여래좌상 등 여러 점의 보물이 전시되고 있다. 산사에서 만나는 다실의 풍경만 이채로운 게 아니다. 우리나라 여행지에는 동전을 던지며 소원을 비는 장소가 많다. 가족의 건강과 안녕을 비는 일이라면 돈도 아깝지 않은 게 우리들의 소박한 마음이다. 심보 사나운 사람이 던진 큰 돌멩이 하나가 볼썽사납게 물 속의 그릇에서 버티고 있다. 처마 끝에 매달려 있는 확성기도 사찰에서는 색다른 풍경이다. ■입장료■ 직지사 - 2,500원, 직지성보박물관 - 1,000원 ■교통안내■ 1. 서울방면)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IC →국도4번 김천 방면 → 지방도903번 → 직지사 2. 부산방면) 경부고속도로 김천 IC → 국도4번 영동 방면 → 지방도903번 → 직지사
일본의 교육현장에는 어김없이 경제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많은 학교에서 교감이 수업을 담당하게 한 것이다. 그러나 수업을 담당하므로 교감의 역할에 구멍이 뚫려 학교 교육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구마모토시교육위원회는 2007년도부터 중학교에서 교감이 수업을 담당하는 시간을 없애기 위해 시내의 전체 37개교에 한명씩 비상근 강사를 파견하도록 하는 시 독자적인 새로운 사업을 현 내에서 처음으로 도입했다. 교감은 교장을 보좌하여 외부와의 연락 조정 역할을 하는 등 학교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입장이다. 시교육위원회는 “교감이 학생들을 두루 보살피고 교사들에 대한 지도 조언 등의 ‘본업’에 전념할 수 잇는 효과는 크다.”라며 기대하고 있다. 학교교육법은 교감의 직무를 “교장을 도와서 교무를 정리하고, 그 밖에 필요에 따라 학생들의 교육을 담당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수업을 맡는 것은 이 법의 “필요에 따라서-”라는 부분을 근거로한 업무이지만, 담임 대체 등 특별한 경우에 한정된 초등학교에 비해서, 중학교의 경우에는 거의 그것이 일반화 되어 있는 것이 현 상태이다. 더 나아가 등교거부나 따돌림, 때로는 터무니 없는 내용의 학부형으로부터의 주문, 요망 등, 학교 현장을 둘러 싼 현황은 복잡성이 더해가고 있다. 너무 바빠서 심신에 악영향을 느끼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기에 정신적인 건강지도도 관리직의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여 학교 운영을 순조롭게 해나가기 위해서는 교감이 교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드는 것이 급선무이다.”라고 시교육위원회직원과는 설명하고 있다. 구마모토시에 있는 미와중학교(쓰쓰미교장, 학생수605명)에는 매일 아침 7시쯤에는 가와하라 교감(52세)의 모습이 보인다. 가와하라교 감은 출근하면 먼저 각 교실을 이상이 없는지 돌아보고, 자리에 앉으면 학부형들로부터의 전화 등에 대응한다. 그 후 학생지도에 관한 교내 회의에 출석하거나, 시교육위원회로부터 오는 공문서나 조사 의뢰 서류를 처리하다 보면 “금방 시간이 지나가 버린다.”라며 가와하라 교감은 이야기했다. 방과후 교실 문단속을 확인하고 학교를 나서는 것은 대개 오후 8시를 넘어선 시간이다. 작년까지는 일주일에 9시간씩 사회과 수업을 담당하였기에 교재 준비를 포함하여 “매일 상당한 시간을 거기에 쪼개 쓰고 있었다.”라고 이야기 했다. 수업담당을 하지 않게되어 그 대신 그 시간을 학생들과의 의사소통이나, 교사의 수업을 보고 생각난 것을 조언하는 등으로 시간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전체적인 시야로 학교를 보는 여유가 생겼다. 무엇보다도 학생들과 일상적인 관계를 가질 시간이 늘어난 것이 기쁘다.”라고 이야기 했다. 쓰쓰미 교장도 “교장은 회의나 출장으로 학교를 비우는 일이 많다. 대신 전체를 파악하고 있는 교감이 수업에 구속받지 않고 움직일 수 있게 되어 정말로 마음 든든하다.”라고 환영했다. 시교육위원회는 금년도의 비상근강사 37명 분의 인건비로써 예산 전액을 편성했다. 다른 현의 경우 현교육위원회가 보조하는 예도 있지만, 구마모토현교육위원회는 “시정촌교육위원회로부터 구체적인 예산 요망을 받은 예가 없어서 검토해 본 적이 없다.”라고 이야기 했다. 개정학교교육법의 성립으로 도도부현교육위원회는 2008년 4월부터 교감을 대신하는 “부교장”을 각 학교에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종래의 교감의 직무에서 “교육을 담당하는”부분이 “주간교사”와 “지도교사”에게 넘겨지게 될 것이다. 부교장은 교무에 전념하는 것을 예상하고 있어서, 구마모토시의 사업은 이에 비해 앞장 선 형태가 되었다. 현교육위원회는 부교장의 설치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할 것인지, 종래의 교감의 업무와 어떻게 다른지 등등,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이미 도입하고 있는 다른 현의 예 등을 정보수집하면서 검토하겠다.”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느닷없이 학부모 공개수업 때 학급발표회를 한다고 공표하자 놀란 아이들이 술렁였다. 특히 남학생들의 입이 한 대빨은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딴 것을 왜 해요?” “그냥 공부하는 것 보여주면 안돼요?” 공부시간에 집중 안하고 제일 많이 떠들어 분위기를 달뜨게 만드는 녀석이 더욱 더 볼멘소리를 해대었다. “1학기에는 너희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니까 2학기에는 공부 이외에 너희들에게 숨겨진 잠재능력을 보여주려고 해. 이건 선생님이 늘 해왔던 방식이니 그냥 해라.” “그런 게 어딨어요? 난 장기자랑할 게 없단 말예요.” “분명히 있어. 너희들이 찾아내지 못해서 그렇지. 장기란 게 춤추고 노래 부르고 하는 게 다가 아냐? 찾아봐.” 그렇게 일방적으로 선포해놓고 모른 체 내버려두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던져만 놓으면 어쨌든 해냄을 알기에 ‘무엇을 할 것인가’ 가프로그램만 받아놓고 그냥 두고만 보고 있었다. 그렇게 사흘이란 시간이 흘러갔고 리허설 하는 날이 되었다. 가프로그램을 칠판에 크게 써놓고 순서대로 나와서 실전처럼 연습하게 했다. 솔로로 신청한 아이는 3분 정도, 그룹인 아이들은 5분 내외의 시간제한을 두어 40분 안에 23명의 우리반 아이들이 다 출연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놓았기에 시간은 거의 맞아들어갔다. 아이들은 마당극할 때의 무대처럼 꾸민 발표장이 어설픈지 많이 쑥쓰러워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짜투리 시간을 이용해 틈틈이 연습한 여학생들이 실전처럼 잘해내자 금방 분위기가 훅 달아올랐다. 그러자 남학생들의 술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우리 창피당할 것 같은데?” 역시나 자기네 팀들이 심혈(?)을 기울여 짠 연극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그 대본을 직접 짰던 호용이는 당장 바꾸겠다고 나섰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팀원끼리 의견이 분분하더니 전래동화 ‘금도끼은도끼’를 토대로 한 ‘나무꾼의 전설’을 탄생시켰다. 그리고 운동하는 것을 좋아해 점심시간이면 늘 공과 함께 사느라 대본도 짜지 않은 건호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는지 내게 종이를 달라고 했다. 건호는 단숨에 전래동화 ‘토끼와 거북이’와 ‘별주부전’을 짬뽕시켜 만든 신판 ‘토끼와 거북이’ 대본을 써내려갔다. 즉석 창작품이었지만 코믹버젼이기에 무척 재미있었고, 건호팀의 연극도 가속도가 붙었다. 또 사흘이 지나고 드디어 학부모님들을 모시고 학급발표회를 하는 날이 되었다. 책상을 빙 둘러서 가운데에 무대를 만들어놓고 부모님들은 뒤에 서서 구경할 수 있도록 하였다. 종이 울리고 부모님들이 한분 한분 등장하자 아이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첫인사말을 맡은 재민이가 발표회의 시작을 당차게 알리자 학급발표회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바이올린 켜는 모습을 처음 보여준 공영이의 독주가 끝나자 효민이가 클래식기타를 가지고 나왔다. 내가 우스개 소리로 ‘효민이가 기타와 잘 어울리는 청바지를 입고 왔네요.’라고 띄워주자 효민이가 대뜸 ‘선생님이 입고 오라고 했잖아요.’ 라며 솔직히 말하는 통에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래서 내가 ‘맞습니다. 청자켓도 입고 오라고 했는데 제 말을 안듣네요.’라고 해서 더욱 웃음바다가 되었다. 웃음이 터지고 방청객들의 반응이 좋자 아이들은 너도나도 열심이었다. 언제 들어도 신나는 플롯 삼총사 은성, 승현, 명주의 ‘젓가락행진곡’, 바이올린을 가야금처럼 뜯어 트로트가요 ‘어머나’를 연주해 많은 박수를 받은 지선과 선호 소라, 여학생을 괴롭히는데 쓰이던 물풍선이 토끼의 간이 되어 극적 웃음을 끄집어낸 건호, 헌영, 태훈의 코믹연극 토끼와 거북이, 지구대회를 통과하고 교육청 대회까지 나가서 상을 받은 지수의 통일토론발표, 미래의 소녀시대를 꿈꾸는 유진과 윤영의 노래, 세계의 희귀한 소식을 뉴스데스크로 알려준 수빈과 정현이, 옷걸이로 도끼로 만들고 그 도끼가 총이 되는 소품활용을 잘한 호용, 예빈, 현재, 민규, 성준이의 연극 나뭇꾼의 전설, 2학기 내내 춤연습을 해왔던 안무 5총사의 특별출연(한번 출연한다는 원칙을 내세웠지만 전교생을 대상으로 하는 스키교실에서 장기자랑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사장될 것이 아쉬워서 허락했음) 마지막으로 우리학교 테니스대표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종민이의 야무진 끝인사로 학급발표회는 끝이 났다. 뒤에서 연실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며 박수를 쳐주기에 바빴던 학부모님들은 우리 아이들에게 저런 재능이 있는지 몰랐다며 너무 대견하다고 입을 모았다. 공개 수업할 때 자기 자녀가 발표도 안해서 맘상하고 돌아간 예전보다 훨씬 나았다면서 기분좋은 웃음을 얼굴 가득 머금고 돌아갔다. 뒤에 오신 부모님들의 열띤 반응에 아이들이 고무되었는지 한 참 시간이 지났는데도 아이들의 흥분은 가실 줄을 몰랐다. “선생님 우리 또 한 번 더 발표해요?” “언제는 이딴 걸 왜 해야하는냐고 하더니?” “한번만 발표하고 끝내기에는 아쉽잖아요.” 녀석들도 참. 안될 것 같은 일을 한번 해보고 난 뒤에 느끼는 성취감과 그 일을 하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지는 끈끈한 유대감을 알기에 나는 이런 일을 기획하고 숱한 반대에 부딪치면서도 뚝심으로 감행하곤 한다. 얘들아, 나중에 어른이 되어 삶에 지칠 때 전혀 못할 것 같은 이런 일도 해낸 적이 있다는 것을 떠올려보렴. 분명히 위안이 되고 힘이 될 거야. 얘들아, 짧은 시간에 학급발표회 준비하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
현장 교원으로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바라는 것은 그 동안 득표 전략을 위해 실현 가능성 여부를 제대로 검토하지도 않고 검증도 되지 않은 장밋빛 공약은 일찌감치 거두어 가라는 것이다. 이것을 강행하려다 보면 오히려 국가재정만 축나고 국가발전의 저해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국민들에게 오히려 실망만 안겨주게 되니아니함만 못한 것이다. 이 당선자가 내세운 교원평가제, 5-10년 주기 교원연구년제, 수업시수 법제화 등의 공약은 눈에 확 들어오나 교육재정 확보가 선결되어야 할 것이다. 임기말 GDP 6% 확보 공약은꼭 지키길 바란다. 이 당선자는 공교육 강화를 위해 다음의 3가지를 시급히 개선해 주기 바란다. 첫째, 올 5월 통과된 교원승진규정개정안 재개정이다. 학교 현장은 지금 말이 아니다. 교사들의 생명은 수업인데 교재연구에 정력을 쏟아야 할 교사들이 근평과 승진가산점 계산에 골몰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가교단을 승진의 각축장으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25년 교직경력 반영기간을 20년으로, 점수도 90점에서 70점으로 줄였고 근평의 반영기간과 비중도 2년에서 10년으로, 80점에서 100점으로 만들어 놓은 결과 학교현장은 아수라장이다. 과거엔 승진을 앞둔 몇몇 고참교사만이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제는 교직 11년차부터 승진 대열에 서게 만들어 놓아 선후배가 없어지게 만들었다. '근평찾아 삼만리'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하였다. 현재 근무하는 학교에서 성실히 근무할 생각은 않고 '어느 학교, 어느 교장을 찾아가야 근평관리를 하나?'가 지상과제가 되고 말았다. 자연히 교육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가르치는데 전념해야 할 교사가승진이라는 잿밥에 신경을 쓰게 만든 것이 지난 5월에 통과된 승진규정인 것이다. 모 초등학교 교장은 말한다. 개악된 승진규정은정년을 앞당겼다고. 20년 경력 교사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면 자연히 일찍 교단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정부의 노림수인지는 모르나 잘못된 것이 분명하다. 경력은 25년으로 환원하고 근평 반영기간은 5년 정도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한다. 그 중에서 2-3개 정도 택하는 것도 괜찮다고 본다. 둘째, 교원의 사기 진작이다. 보수 올려달라는 것이 아니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얼마나 학생 인권을 강조했는지 학교가 황폐화되고 말았다. 학생 인권이 살아 날뛰어 교사의 지도가 먹혀들지 않는 학교가 된 것이다. 교사의 인권은 어디론지 사라져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폭행을 당하고 협박을 당하기까지 하는 학교현장이 되고 말았다. 이런 환경으로 인해 학생지도를 포기하는 교사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열심히 학생을 지도하려는 교사가 줄어들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의욕적으로 지도하는 교사가 바보 취급을 받고 급기야는교육 방관자로 돌아서는 일만은 막아야 하는 것이다. 꿩(학생) 잡는 것이 매(교사)인데 매가 신바람나서 꿩을 잡을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라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이 살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들 가르치는데 신바람이 나 있고 생활지도에서 보람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는 말한다. 교사들은 교사라는 자존심과 교육의 보람과 긍지를 먹고 산다고. 셋째, 고교평준화 재검토다. 고교 정원 미달로 아무나 고교에 입학을 하다보니 중학교 현장은 학력저하 현상이 역력하다. 수업 시간 교사의 목소리는 커져만 가는데 학생들은 딴청이다. 그들은 말한다. "공부 안 해도 고교에 쑥쑥 들어가는데 선생님들이 왜 성화냐?"고 항변이다. 입시 부담을 덜어준다는 평준화가 하향 평준화 내지는 평둔화가 되어 국가 경쟁력 저해 요소로 등장한 것이다. 중학교 3학년 2학기말 고사 성적이 엉망이다. 고교 입시에 반영이 안 되어 철부지 학생들은 '장난으로, 아무렇게나' 시험에 임하고 있는 현실이다. 모 중학교 모 교과는 평균이 50점이라니 이건 제대로된 교육이 아닌 것이다. 고교 평준화, 이대로는 안 된다.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고입 일정을 재조정하고2학기말고사도 내신에 반영해야 한다고 본다. 학생들은 입시에 영향을 주지 않는 공부와 고사는 무의미하다고 여겨 교육 파행을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 잘못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제대로 지도를 해야 하고 제도 또한 정비해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