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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서령고가 6월 10일(월)부터 14일(금)까지 일주일 간 공개수업주간으로 설정하고 전 학년 교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이번 공개수업주간 운영은 서령고 연구부가 주관하는 것으로 동료행복장학과 학부모 대상 공개수업을 위한 사전 조치이다. 따라서 전 교직원과 학부모님들은 이 기간 동안 시간과 학년에 구애됨 없이 아무 교실에나 들어가 수업을 참관할 수 있다.
대구범일초등학교(교장 장영숙)는 상자텃밭을 이용하여 학생,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농업을 체험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인성교육과 도시농업을 함께 실시하고 있다. 도시농업이란 도시 내 짜투리 공간을 활용하여 농사를 지어 먹거리를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대구범일초등학교는 2018년부터 학교 내 상자형 텃밭과 화단을 이용하여 도시의 학생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농작물을 재배하고 학교 급식 먹거리로 활용하는 교육을 실시해 오고 있다. 지난 해 2018년도에는 대구시에서 지원하는 학교농장 조성사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도심내에서도 짜투리 땅이나 상자 텃밭을 활용하여 다양한 수박, 참외, 오이 등의 열매채소와 배추, 상추, 깻잎과 같은 잎채소를 길러 생산 체험을 하도록 하여 학교 농장 운영학교로서 학생, 학부모, 지역민의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올 2019년도에는 가족 상자 텃밭을 분양하여 가족이 함께 학교의 상자 텃밭으로 도시농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고 학급별 상자텃밭을 통해 도시 농업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대구범일초등학교 곽이섭 교감은 “도시 농업은 단순히 농사를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계절의 변화에 따른 생명의 성장과 결실의 생생한 과정을 지켜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농작물을 심고, 가꾸고 거두며 식재료로 활용하는 체험하면서 학생들이 도시농업을 익히고 부모와 지역주민과 함께 대화하는 인성교육의 장이 된다”며 도시농업 체험 교육을 지속하겠다고 말하였다.
순심고등학교(교장 김봉규, 이하 순심고)는 5월 22일 수요일 저녁 7시부터 경상북도 교육청이 주관하고 매일신문교육센터와 순심고가 주최하는 2019지역대학과 함께하는 「찾아가는 경북 수시캠프」제 1차 학생부 종합전형 대비 특강을 도서관에서 실시하였다. 특강은 학생부 종합전형의 이해, 생활기록부 관리방법, 자소서 작성법 지도 등 학생들의 대입 진학활동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였다. 총 3차에 걸쳐 진행되는 캠프로 1차 자기소개서 및 학생부 종합전형 준비에 관한 특강을 시발점으로 하여 자소서 쓰는 방법을 배우고 직접 작성 한 후 2차 컨설팅에서 전문가의 피드백을 받아 완성도 높은 자기소개서를 작성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의 비중이 큰 만큼 학생들의 관심도와 참여도가 높아져 가고 있으며 비교적 학생부종합전형을 준비하기 어려운 환경에 있는 학생들에게 역량을 길러주며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 기대한다. 또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 학생부종합전형이 나아가는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며 대도시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리라 믿으며 학생과 늦은 시간 특강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특히 순심고 3학년 학생 김○수 학생은 "자기소개서를 한두 번 작성해 보긴 하였지만 올바르게 작성하였는지 의문이 들었고 자신이 없었는데 특강을 통해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게 되었다. 또 다른 학교 학생들의 정보와 대학 측의 정보도 알게 되어 여러모로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부족한 부분을 보충 할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고 말했다. 또한 2학년 학생 김○주 학생은 "아직 2학년이라 입시에 대해 막막했는데 남은 시간동안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었으며 열심히 듣고 공감하는 선배들을 보며 내년에 나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설레면서도 열심히 준비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앞으로 남은 2, 3차 수시 캠프를 통해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고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라며 더 많은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여 모든 학생들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에 해당된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만큼은 산천이 수려하고 물이 풍부한 나라로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들이 당장 동네 슈퍼마켓을 가보아도 음료수를 파는 냉장고에 온갖 종류의 물들이 가득 진열되어 있고 캠핑을 갈 때도 따로 물을 챙겨가지 않으면 밥을 지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 놓고 먹을 물이 부족한 실정이다. 미래에는 물뿐만 아니라 산소까지도 구입해야 한다고 한다. 가끔씩 동네 목욕탕갈 때면 물을 폭포수처럼 틀어놓고 샤워를 하는 사람들이나 학교에서도 화장실이나 운동장의 수돗가에서도 물이 퀄퀄 쏟아지고 있는데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지나쳐버리는 아이들을 볼 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래 전, 물 절약 아이디어를 제안해서 도지사 표창을 받은 바 있다. 상을 받고 난 후부터는 가정에서부터 물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그렇게도 좋아했던 샤워의 횟수도 줄이고 가급적이면 물을 받아서 사용하고 있다. 2009년부터 4년간 한국상하수도협회 주최 전국초등교사 물 사랑 자문단에 참여했다. 필자는 자문단장으로서 초등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교재인 물이랑 놀자란 책을 만드는데 집필 자문위원으로 참여했고 전국 초등학생들의 물 환경 의식에 관한 설문조사도 진행한 바 있다. 덕분에 환경부장관 표창도 받았지만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다. 양질의 수돗물을 가정에 공급하지만 수돗물에 대한 불신으로 수돗물을 마시는 사람들이 지극히 적은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페트병 수돗물(아리수, 미추홀 맑은 물, 복사골 맑은 물 등)까지 만들어서 공급하고 있지만 대부분 회의나 모임 때 무료로 제공할 뿐 대중화되지 못한 점도 아쉽다. 물 아껴 쓰기 운동은 나 자신부터 일상생활에서 생활화할 때 그 파급력이 크다. 우리 몸의 70%가 물이고 물이 얼마나 인간 생활에 소중한지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점점 오염되어져 가는 물을 보존하고 21세기 물 분쟁의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늘 이 순간부터 물을 아껴 쓰고 환경을 보존하는 일에함께했으면 한다.
서산 서령고등학교(교장 한승택)는지난 6월 5일(수)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세미나실에서 전 교직원을 대상으로 '청렴해야 하는 이유 네 가지'란 주제로 충청남도예산교육지원청 장학관 안성호를 강사로 초빙해 청렴연수를 실시했다. 청렴연수는 청렴의 개념과 함께 반부패, 투명성, 책무성과의 관계를 알아보고 교직공무원이 청렴해야 하는 이유 네 가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교직원은 언행에 있어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므로 일반인보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점, 권한에 따른 책임감이 큰 점, 교직원이 받는 봉급은 국민들이 내는 세금이므로 함부로 낭비해서는 안 되는 점, 교직원들의 부패는 일반인들보다 더 큰 국가적 피해를 가져오는 점 등을 예로 들었다. 이밖에도 세종대왕시절 방촌 황희의 청렴 리더십과 정조임금 때 청백리를 실천한 대표적인 인물 다산 정약용의 일화를살펴봤다. 또한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폐단인 연고주의를 반성해 보며 청렴한 교육 풍토를 만들어나가자고 다짐했다. 논어의 거처공 집사경 여인충(居處恭 執事敬 輿人忠, 집에 거처할 때 공손히 하고, 일을 집행할 때 경건히 하며, 사람을 대할 때 진실할 것)을 통해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새겨보고 교사와 학부모가 궁금해 하는 청탁금지법을 퀴즈로 풀어보며 청렴연수를 마무리했다. 신현욱 교감은 "앞으로도 부패 없는 깨끗하고 청렴한 사회 만들기를 실천하기 위한 청렴한 마인드로 깨끗한 교육 풍토를 조성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원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에서는 수원 교육복지우선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8회 2019년 아름다운 바자회’를 개최하였다. 6월 4일 권선초등학교 외 교육복지 5개교 및 수원교육지원청, 그리고 아름다운가게가 힘을 모아 바자회를 진행하였다. 교직원,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기부한 물품과 아름다운가게 행궁점 보유 물품, 그리고 이마트 서수원점에서 기부한 물품을 판매하였다. 바자회 행사수익금은 전액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아름다운가게 수원행궁점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기부 덕분에 성공적으로 진행되었다. 또한 교육공동체의 뜨거운 관심 덕분에 아름다운가게 수원행궁점은 행사 시간 내내 학부모들과 교직원들의 발걸음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또한 바자회에 참여한 이교사는 “내가 사는 물품이 기부로 연결된다니 매우 뿌듯하다” 고 말하며 기부의 뜻에 함께 참여하고 있었다. 교직원뿐만 아니라 학생들과 학부모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어 교육공동체 모두가 화합하는 의미 있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제8회 2019년 아름다운 바자회’를 통해 교내에 기부하는 문화와 이웃을 돕는 문화가 활성화 될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문경서중학교(교장 강석호)는 금일 오후 2시부터 오후 4시까지 본교 강당에서 경상북도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시(詩)울림이 있는 학교’ 운영과, 본교의 교육 특색사업인 ‘품격 있는 예술 체험을 통한 정서 함양’을 위하여 ‘커피시인’이라 불리는 윤보영 시인을 초청하여 특강을 실시하였다. 윤보영 시인은 본교 27회 졸업생으로, 커피 관련 시만 1,300여 편을 작성하여 이른바 ‘커피 시인’이라 불리는 저명한 시인이다. SNS에서 하루에 1편씩 시를 게시하며 유명세를 탔다. 200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서 동시 ‘경운기’로 당선되어 문단에 이름을 올린 그는 비교적 짧은 시를 통해 독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21세기에 걸맞은 출중한 능력을 가진 시인이다. 그의 시를 받아보는 독자는 약 7만여 명, 거기에 대표작인 ‘12월의 선물’, ‘가슴에 내리는 비’ 등은 온라인에서 조회수 1,000만을 넘기기도 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강의의 주제는 ‘감성 시(詩)의 10가지 공식’이었다. 학생들에게 다소 어려운 내용일 수도 있었지만, 윤 시인은 후배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내용을 쉽게 풀어 설명하였다. 또한 학생들의 참여를 유발하기 위해 문답식으로 진행하였으며, 잘 대답한 학생에게는 시가 쓰인 종이를 선물하면서 참여도를 높였다. 본교 학생들은 불타는 열의와 참여도를 바탕으로 강연에 열성적으로 참여하였으며, 서로 경쟁하듯 시를 모으며 학교 선배인 강연자를 기쁘게 했다. 강연을 들은 2학년 학생은 “시 중에서 특히 ‘너’라는 시가 기억에 남는다. 시라고 하면 교과서에서 보는 많은 의미가 함축되어 있고 어려운 장르라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니 짤막한 시라도 큰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소감을 밝혔다.
국공립유치원 민간 위탁과 사립 교원 고용 승계에 반대하는 임용시험 준비생들이 7일 오전 국회앞에서 유아교육법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교육부가 국공립유치원 민간 위탁 운영 추진을 해명하면서 기존 사립 교원의 고용 승계 추진 취지를 밝혀 교육계의 반발만 커졌다. 한국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는 지난달 31일 국공립유치원의 민간 위탁 경영을 골자로 하는 ‘유아교육법’ 개정안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관련 보도가 나오자 교육부는 즉시 "현재 국공립 유치원을 민간에 위탁하는 것이 아니라 향후 사립유치원을 매입해 국공립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존 교원 중 우수 교원이 지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도록 도입을 검토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존 교원 중 우수 교원이 지속적으로 근무"한다는 것은 사실상 매입형 사립유치원 교원의 실직을 방지하기 위한 고용 승계를 의미하는 것이어서 국공립유치원의 반발은 더 커졌다. 먼저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국공립유치원의 공공성을 보장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시작된 지 하루 만에 참여 인원은 2만 명을 넘었다. 7일 오후 1시 현재 참여 인원은 4만2221명이다. 교총과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는 공동으로 5일 사립유치원 교원 고용 승계는 공개전형 임용제도 근간을 훼손하는 시도라는 내용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기준도 알 수 없는 ‘우수’ 사립유치원 교사를 국공립유치원 교원으로 근무시키겠다는 것은 임용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더불어민주당의 유아교육법 개정안이 그런 의도를 담고 있다면 더더욱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임용시험을 준비하는 예비교사들을 무시하고 역차별을 조장할 뿐만 아니라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균등한 임용 기회 보장, 공개전형, 어떠한 우선권도 인정되지 아니한다는 신규 교원 임용 원칙을 정부 스스로가 위배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용 승계 관련 내용이 이번 개정안 어디에도 없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했다. 교총 등은 "위탁 시 고용 승계든, 매입형 유치원 전환 시 고용 승계든 아무런 내용이 없다"며 "그런 민감하고 중차대한 문제를 법 조항도 없이 추진하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아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을 망각하고, 공공성과 전문성을 훼손하며, 임용제도의 근간을 흔들어 제2의 기간제교사 정규직화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법안은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엄미선 연합회 회장은 "전국에서 회원들이 이 내용을 보고 몹시 흥분한 상태"라며 "박찬대 의원의 지역구 항의 방문, 국회 앞 농성 등 강력 저지 운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7일에는 지난해 유치원 임용절벽 사태에 이어 또다시 예비교사들이 거리로 나왔다. 유아교육 임용시험 준비생들을 중심으로구성된 집회인원은 이날 국회 앞에서 위탁반대 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약 1800여 명이 검은 옷을 입고 참석해 ‘유아 교육 공공성 보장’ 구호를 외쳤다 교총도 향후 법안 저지를 위해 유아교육계와 함께 입장 전달, 항의 방문, 집회, 서명운동 등 총력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회장 선거 투표 기간을 눈앞에 두고 한국교총 회계를 왜곡해 분식회계로 음해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등장하는 등 악의적 명예훼손이 도를 넘고 있다. 이에 시·도교총 전·현직 회장들과 사무총장들은 이의 중단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한국교총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기로 했다. 성명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청원인은 5일 “한국교총의 2018년 회계 결산서가 심의용과 공시용 두 개가 있으며, 두 결산서의 순 손실액이 19억 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청원인이 심의용 결산서로 지칭한 것은 한국교총 결산서이며, 홈페이지에는 독립경영체제로 별도의 의사결정기구와 회계를 운영하는 한국교육신문사의 결산서를 함께 공시한 것이다. 교총 임원감사가 의견서를 통해 이미 설명한 바 있는 내용이다. 정체불명의 세력이 퇴직자들은 생업을 잃고, 현직자들은 보수와 퇴직금을 삭감하는 희생을 감수하면서 단행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해 지속해서 악의적으로 조작된 주장을 하자 전·현직 시·도교총 회장과 사무총장들이 나섰다. 전국 시·도교총 전직 회장과 14개 시·도 현직 회장, 전현직 사무총장들은 7일 성명을 내고 “회장선거를 틈타 72년간 대한민국 교육 발전을 견인해 온 한국교총을 음해하며 와해시키려는 세력에게 2018년 결산 결과를 자의적으로 조작해 확산시키는 행위를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며 “교총의 재무 전반을 책임지고 있는 임원감사와 회계법인이 공동으로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사실을 부정하고, 악의적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무책임한 도발을 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교총의 근간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 대해 더 이상의 포용의 태도를 가질 수 없다”며 한국교총이 이들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한국교총의 경영 및 재산 상황 전반을 감시·감독하는 이동형 감사(한밭대 교수), 양석환(천안구성초 교장), 조인영(광주수피아여중 교사), 김태진(삼화회계법인 공인회계사) 감사는 “교총 인력의 효율성과 재정의 견실성을 다지는데 기여한 구조조정과 이를 통해 발생한 비용을 손실로 폄훼하는 것은 감사의 의견과 배치된다”는 내용의 공동입장문을 내놓은 바 있다. 교총 선거분과위원회도 5일 교총 공신력 훼손 및 선거방해업무에 대해 엄중 경고하기로 결의했다. 교총은 왜곡과 조작으로 조직과 회원의 명예를 훼손하는 반교총 행위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묻는 등 강력히 대응키로 하고, 고소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민원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공공기관을 찾은 이후에 추가적인 의문이 생겼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시간이 담당 공무원의 근무시간을 훌쩍 넘겼다면 다음날 업무 개시 이후에나 일을 볼 수 있다. 금융 업무를 위해 근무시간 이후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업무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물론 긴급한 사항에 대해서는 통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렇듯 불편함이 있지만 공공기관 등에서는 담당자의 전화번호를 민원인에게 공개하는 일은 드물다. 해당 직원의 휴대전화 번호를 문의해도 개인정보보호를 이유로 알려주지 않는다. 최소한의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방안인 것이다. 학부모의 의식과 교육청 대책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일선학교에 배포한 교육활동보호 매뉴얼 개정판에서 교사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거나 늦은 시간에 교사에게 자녀의 학교생활과 무관한 전화와 문자를 보내는 행위를 ‘교사의 사생활 침해’로 규정했다. 이를 어기면 교육활동 침해로 보고,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해당 학부모의 전화를 차단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시교육청에서는 올 2학기부터 교사들에게 담임교사 중심으로 업무용 휴대전화를 보급하기로 했다. 업무 중에는 보급된 업무용 휴대전화를 사용하다가 퇴근할 때는 업무용 휴대전화를 학교에 놓고 퇴근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시범운영 성과가 좋으면 확대 한다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도 개인정보보호법과 관련 판례 등을 들어 학부모에게 교사들의 휴대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안내하고 있다. 휴대전화번호 공개가 의무사항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시·도에서도 비슷한 대책을 내놓았거나 내놓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 대해서 교사들은 쉽게 공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지극히 당연한 개인정보보호를 굳이 들먹인다고 해서 사생활 보호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학부모의 관계가 칼로 무 베듯이 간단히 선을 긋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더구나 학부모들의 인식이 이런 조치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교육청이 내놓은 조치는 결국은 교사 개인이 해결하도록 본질을 왜곡하는 것이라는 비난도 들려온다. 학부모나 학생에게 교사의 휴대전화번호를 알려주지 않아도 된다거나, 근무시간에만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를 교사들에게 소지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실행에 옮기고 있는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학교에 근무 중일 때는 업무용 휴대전화가 아니더라도 담임교사와의 유선통화나 방문상담이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안 알려주고의 문제가 아니다. 선심 쓰듯이 업무용 휴대전화를 보급한다고 해서 교사들의 휴대전화 번호 공개 요구가 줄어들 것으로 보기 어렵고, 이런 요구가 들어왔을 때 거절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 본질인 것이다. 교사들의 입장은 간단하다. 교사는 학생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학부모와의 상담은 필수적임을 잘 알고 있다. 다만 교사도 가정이 있고 사생활이 있어 긴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상담을 다음 날에 했으면 하는 매우 소박한 바람을 이해해 주고 실천해 달라는 것이다. 긴박하지 않은 사소한 상담이라면 밤늦은 시간에 하는 것이나, 다음날 근무시간에 하는 것에 별반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교사들의 소박한 바람 이해를 교육청에서 이런 교사들의 바람을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구조적인 문제에서 오는 상황을 바꿔야 한다. 안내 차원이 아닌 제도적인 장치 마련을 원하는 것이다.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된다고 해서 학생과 학부모를 외면할 교사는 없다. 다만 최소한의 권리가 확보된다면 주어진 의무는 끝까지 다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교사와 학부모들의 입장 차에 대해 여러 상황이 실타래처럼 얽혀있어 쉽게 풀 수 없겠지만 보편타당한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 당장에 내려지는 일시적인 땜질 처방을 하지 말고 근본에 충실한 방안이 필요다. 여기에 당사자인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최근 설문 조사에서 ‘학부모 민원’이 선생님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로 조사됐다. 주변에서도 악성 민원으로 고생하는 경우는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교사의 본령은 가르치는 일에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일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선생님들이 많아지고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러한 민원은 많은 부분 사안의 초기 대응 실패에서 시작된다. 어떤 사안이 생겨 학부모님들께 알려야 할 상황이라고 가정해보자. 좋은 일을 전하기도 쉽지 않은데, 좋지 않은 일을 알려야 하는 담임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많은 경험이 있는 교사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인데, 미숙한 교사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사안에 대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객관화시켜야 한다. CCTV가 없고, 교사가 직접 목격하지 못한 상황이라면 아이들의 말에 의존해 상황을 유추하고 정리할 수밖에 없다. 사안의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목격한 아이들의 말을 빨리 확보해야 한다. 사람의 기억은 시간에 반비례하여 변형-왜곡되기 때문에 신속한 조사가 객관성을 담보한다. 다음으로 주변의 자문이 필요하다. 담당 부장교사나 선배 교사로부터 조언을 받고, 사안이 중대한 경우는 교감-교장 선생님에게 보고 후 입장을 어느 정도 정리하고 있어야 한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경험적 요소가 중요하므로 단독으로 판단해 오류에 빠질 가능성을 줄여준다. 될 수 있으면 아이가 부모님께 이야기하기 전 아이가 옆에서 듣고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연락한다.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다를 수 있음) 부모 입장에서는 당연히 아이의 말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사안에 대한 선입견을 품게 된다. 그런 상황에서 교사의 안내와 설명은 변명과 회피로밖에 들리지 않는 것이다. 학부모에게 연락할 때 중요한 것은 우선 학부모님에게 위로와 유감을 전하는 것이다. 잘못을 한 학생의 경우에도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심리적 타격이 큰 상태이기 때문에 진정이 될 수 있도록 적절한 화술을 구사해야 한다. 적절한 말투와 공감적 화법을 짧은 시간에 배우기는 쉽지 않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이런 응대를 잘 하는 선배 교사의 화법을 보고 따라 해보는 것이다. 사안과 관련한 내용을 전달할 때는 주관적 평가하고 확인된 사실만을 전달하고,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절차를 중심으로 안내한다. 아이들의 문제에는 ‘가해’와 ‘피해’라는 용어를 직접적으로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원만한 해결과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도록 가정과 학교가 함께 풀어가야 할 문제임을 설명한다. 칼로 자르듯이 이루어지지 않는 만큼 이해와 협조를 당부할 필요가 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예단이나 추측은 철저히 주의해야 한다. 가급적으로 모든 통화 내용은 가능하다면 녹음을 하거나, 통화 내용을 생활기록부 누가기록에 통화 일시와 내용을 기록하도록 한다. 이러한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막상 전화기로 학부모님들과 통화를 할 때는 긴장이 되게 마련이다.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항목별로 만들어 놓고,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가장 어려운 이야기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심 어린 ‘공감(共感)’이다. 힘들겠지만 상황을 이해하고 다가가려는 노력을 해봐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민원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한국 교육의 중심에 교사가 있지만 교권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교사 또한 전문가로서의 위상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인기 직종 1위라는 부동의 위치를 지키고 있지만 정작 교사들은 교단을 떠나려 한다. 교육현장의 분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한 탓이다. 실제로 교권 추락으로 더 이상 교사로서의 자부심이나 긍지를 갖지 못하게 된 것은 물론, 학교폭력이나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이 오롯이 교사에게 전가되고 있다. 게다가 지난 2010년 학생인권을 강조하면서 상대적으로 교권이 약화된 점도 한몫하고 있다. 급기야 정부와 정치권이 교권을 정책의 주요 아젠다로 삼고 교원지위법과 아동복지법, 학교폭력예방법 등 일명 교권 3법 개정에 착수, 교원지위법과 아동복지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학교장종결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도 국회 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친 상태다. 한국교총의 피나는 노력이 견인차가 됐음은 물론이다. 교권 3법 완성을 앞둔 지금, 교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대응책과 함께 교권보호의 안전하고 튼튼한 방어벽은 일단 설치된 셈이다. 이번 호에서는 교권 3법이 지닌 의미와 내용을 깊이 있는 분석을 통해 살펴본다. 아울러 이 법들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데 있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 또 앞으로 교육현장에 어떤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지 진단해 본다. 교육의 질을 제고할 수 없는 현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고들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교사들은 그러한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외적인 사건에 휘말려 왔다. 학교폭력에 대한 준사법적 판단은 물론이고 학생·학부모로부터의 교육활동 방해 및 교권침해 예방과 대처라는 무거운 짐을 진 채 교직생활을 해 오고 있다. 교육에 전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올해 4월 16일자로「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약칭 ‘교원지위법’)이 개정되어 올해 10월 17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늦었지만 다행히도 교권보호를 위한 법적 장치가 보완되었다. 이번 개정의 골자를 보면 첫째로 교육활동 침해로부터 교원을 보호함으로써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원에 대한 법률상담, 특별휴가, 심리상담 및 조언 등의 보호조치를 마련했다. 둘째로 교육활동 침해 시 제재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교육활동 침해 학생에 대해서는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전학·퇴학 등을 포함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셋째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에 참여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가 참여하지 아니한 경우에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교원지위법 개정은 기존의 추상적이고 선언적이었던 법과 달리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는 조항들이 많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교원지위 향상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심지어 특별교육 거부자에 대해서는 과태료 처분과 같은 벌칙 규정까지 둔 것은 법적 실효성을 확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야 할 교원지위법 그러나 아직 과제는 남아 있다. 한 가지씩 개정 내용을 살펴보고 교육부가 마련할 시행령으로 보완해야할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자. 첫째로, 학교폭력이나 교육활동과 관련한 분쟁이 발생한 경우 교원에게 법률상담이 제공될 수 있도록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법률지원단을 구성·운영하도록 하였다. 이미 많은 교육청에서 전속 변호사를 채용하여 현장 교원들의 법률 자문을 해오고 있는 것에 더해 중앙과 지방 수준에서 법적 근거를 갖고 법률지원단을 구성하도록 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이다. 다만, 이러한 제도가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원단의 구성과 운영이 현장 교원들을 실질적으로 도울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법률지원단이 민원이나 상담 의뢰에 대해 단순히 답변만 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역할을 끌어 올려야 한다. 아울러 민원이나 상담사례들을 체계적으로 DB화하여 교원들이 유사 사건을 접할 때 선행 사례들을 유형별로 쉽게 찾아보고, 법적으로 판단하여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둘째로, 교육활동 침해행위로 피해를 본 교원은 특별휴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며칠 휴가를 다녀온 것만으로 피해가 해소될 것으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미 많은 사람이 해당 학교에서 사건을 목격하거나 인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교원이 희망한다면 우선 전보를 수용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하다. 셋째로, 교육활동 침해행위 및 보호조치의 유형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피해교원이 요청하는 경우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형사처벌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관할청(국립학교는 교육부 장관, 공·사립학교는 교육감)이 수사기관에 고발하도록 강제규정을 만든 것은 이번 개정에서 가장 의미 있는 내용이다. 아울러 교원의 보호조치에 필요한 비용은 교육활동 침해행위를 한 학생의 보호자 등이 부담하도록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명문화한 것도 의미가 있다. 관할청의 고발 의무화는 교원들이 피해를 보고도 심적·금전적 부담으로 고발을 하지 못했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환영할 만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는 피해교원의 희망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일종의 친고죄처럼 피해교원이 고발해 달라고 하면 고발을 대행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피해교원들이 다시 회유나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교원의 희망과 상관없이 보호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중대한 교원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직권으로 고발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 넷째로, 개정 교원지위법에서는 교육활동 침해학생에 대한 조치를 세분화하여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 외에도 봉사·출석정지·학급교체·전학 또는 퇴학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폭력 가해학생 조치 사항과 유사하다. 차이가 있다면 서면사과와 접근금지 규정이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 중에서 ‘전학’ 조치는 매우 신중하게 내려져야 한다. 강제전학은 소위 ‘폭탄 돌리기’와 같다. 전출을 가게 되는 학교에 또 다른 부담을 주는 것이다. 학생에게도 교정의 효과보다는 반감이나 이탈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따라서 전학보다는 대안교육기관에 장기위탁교육 하는 등의 조치가 교육적이라 생각된다. 다섯째로, 특별교육 또는 심리치료에 학생과 함께 참여할 의무가 있는 보호자가 참여하지 아니한 경우에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관할청이 부과·징수한다’는 규정이 있다. 그러나 해방 이후 지금까지 의무교육 위반자에 대해서 과태료 처분이 없었던 것을 감안하면 ‘관할청은 언제까지 과태료를 부과해야 하고, 학부모가 징수를 거부하는 경우에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까지 분명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 법적 처벌과 함께 회복적 관계 개선 모색해야 앞서 말했듯이 진일보한 교원지위법 개정이다. 교권침해가 어느 정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강화된 법이 자칫 학생과 교원, 학부모와 교원을 적대적인 관계로 구도화하는 시발점이 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도 있다. 학교폭력 사안처리와 관련하여 많은 사건들이 재심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교권을 보호하고 교원지위를 향상시키기 위해 만든 법이 자칫 교원을 송사에 휘말리게 하는 법이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도 된다. 근본적으로는 이러한 법적 처벌을 능사로 여기기보다는 과거의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와 같은 기구를 교육청 수준에 부활시켜 ‘관계회복적 화해문화’를 통해 문제를 교육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01 오래된 일이다. 회식 자리에 부하 직원들과 술잔을 나누던 나의 부장님은 약간 취기가 오르는 듯했다. 더러는 진지한 톤으로, 더러는 유머러스한 어조로 말을 했다. “다들 알잖아. 우리 부서는 단결이 잘 되는 부서야. 오늘 기분이 좋다. 나, 여러분 인간적으로 좋아한다. 야, 박 선생, 너 내 마음 알지? 말 안 해도 알지 응? 좀 잘해 봐. 잘해 보자고!” 평소의 쫀쫀함을 버리고 부장님은 대화의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회식 자리의 대화처럼 대화의 현재성 즉, ‘지금 여기’의 현재성이 절절하게 드러나는 대화 장면이 있을까. 현재성? 그게 무슨 말인가. 어렵고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지금 내가 무언가 진행하고 있다는 것’, 바로 그 점 때문에, 지금이 더더욱 중요해지는 느낌, 그것이 바로 현재성의 실체이다. 현재이므로 느낄 수밖에 없는 각별함이야말로 현재성의 요체이다. 부장님은 부원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계속했다. 우리는 대화 분위기가 살아나면서 불만 담긴 건의를 하기도 했다. 부장님은 해명성 답변 속에 자신의 불만도 피력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부장님은 미안하지만 먼저 자리를 뜨겠다고 했다. 누군가 부장님을 택시 태워서 보내 드리고 들어왔다. 해방의 분위기가 되었다. 업무에 대한 불만도 이야기하고, 부장님의 지도력(leadership)을 비판도 했다. 회식 뒷자리가 원래 그런 자리 아닌가.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가. 부장님이 다시 돌아왔다. 그렇게 먼저 일어섰던 그가 30분쯤 뒤 다시 부하들의 회식 자리로 돌아왔다. 왜 다시 오셨냐고 묻자, 그는 씩 웃으며 농담처럼 말했다. “자네들 말이야, 나 없으면 내 욕하려고 그랬지? 그럴 거 같아서 다시 왔지. 하하 농담이야.” 우리는 박장대소했지만, 속을 들킨 거 같아서 찜찜했다. 나는 여기서 부장님의 성격이 어떻다는 둥, 그의 본심은 무엇이라는 등, 그런 걸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대화의 현재성’을 말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화 중인 대화’가 발휘하는 힘을 말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화 중인 대화’는 기묘한 힘을 가진다. 이 힘은 합리적 추론도 무너트린다. 친목회 회장 뽑을 때, 참석하지 않은 사람 중에서 뽑자고 제안하여, 그대로 결정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현재 대화 중인 사람들만이 결정한 그 나름의 불합리한 합리성이다. 더러는 도덕적 판단도 잠시 밀어내는 힘을 발휘한다. ‘대화의 현재성’이 만드는 사랑의 언약이야말로 허술함을 타고난다. 그 맹세가 훗날 배신이 되는 것은 현재성이 지닌 취약함 탓이다. 심청전에서 심봉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감당도 할 수 없는 약속 즉, 공양미 삼백 석을 시주하겠다고 한 것도 ‘대화의 현재성’에 빠져 있었기 때문일 수 있다. 대화의 현재성은 ‘참여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을 강화하기도 한다. 부장님이 회식 자리로 되돌아온 것도 ‘대화의 현재성’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해가 된다. 부장님은 회식 자리 대화를 벗어나는 순간 미묘한 소외감을 느낀다. 그의 마음은 ‘현재의 대화(조금 전까지 행했던 대화)’에 아직 머물러 있는데, 몸이 그 현재를 떠난다. 순간, 그는 자기 존재의 단절이라고나 할까, 정서의 허전함을 느낀다. 대화의 현재성이 가지는 강한 구심력에 끌려 이내 다시 회식 장소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대화의 내용이 무엇이었는지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02 그날 회식을 마치고 나는 합승 택시(가는 방향이 같은 승객을 여럿 태우던 택시)를 탔다. 차 안에는 세 명의 승객이 타고 있었다. 다들 나처럼 모임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는 듯했다. 승객 중 누군가 내게 행선지를 물었다. 내가 가장 멀리 가는 승객인 줄 알게 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서로가 행선지를 묻고, 말문을 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누군가 택시 기사의 나이를 묻자, 금방 나이들이 오간다. 형뻘이 된다는 둥, 동생뻘이라는 둥 하면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직업에 불만을 말하는 사람도 있고, 하는 일을 자랑하는 사람도 있다. 사는 일의 고단함을 말하면, 공감의 맞장구가 이어진다. 한때 잘 나가다가 망한 이야기, 새로운 시도를 희망 섞어 말하는 이야기도 나눈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끼리 만나 우정이 살아나는 듯한 분위기이다. ‘대화의 현재성’ 때문일까. 나도 대화에 잘 끼어든다. 아주 짧지만, 역동적인 대화 공동체가 만들어진 셈이다. 첫 번째 승객이 내렸다. 주말에 복권 사보는 재미로 지낸다고 했던 사람이다. 남은 승객 중 누군가가 그를 가볍게 비난한다. 그런 요행수나 바라고 이 험한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려나. 뭐 그런 비판이다. 나머지 두 승객도 조심스레 그 비난에 동조한다. 나도 그중 하나이다. 저 사람 가족들 진짜 힘들겠다는 둥, 톤을 높여 그를 욕한다. 우리는 ‘대화의 현재성’에 깊숙이 참여한다. 대화의 주체임을 과시한다. 두 번째 승객이 내렸다. 누군가 그의 흉을 본다. “돈이 많은지 모르겠지만 너무 잘난 척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자기 잘난 줄만 아는 사람은 정말 밥맛없다.” 기사가 슬쩍 동조하며 끼어든다. 아는 사람 중에 그런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도 그냥 있을 수 없게 되었다. 나는 유식하다는 듯이 말한다. “과도하게 잘난 척하는 사람은 마음에 열등감이 있어서 그러는 거예요.” 우리는 지금 ‘대화의 현재성’ 안에서 의기투합(意氣投合)이다. 세 번째 승객이 내렸다. 택시 안은 기사와 나, 둘만 남았다. 기사가 나를 돌아보며 동의를 구하듯 말한다. 잘난 척하기는 지금 내린 양반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하겠네요. ‘대화의 현재성’이 나를 대화에 가담하도록 부추긴다. 내가 말한다. “잘난 척하는 사람을 조금도 못 봐주는 마음, 그게 바로 더 잘난 척하는 마음인데, 참 고약한 거지요.” 이러는 나야말로 잘난 척하는 거 아닌가. 물론 이건 나중에 든 판단이다. ‘대화의 현재성’이 이런 판단을 밀려나게 한다. 마지막으로 내가 내렸다. 하늘을 바라보았다. 별들이 총총했다. 무언지 설명할 수 없는 후회가 밀려왔다. 지금쯤 택시 기사가 나를 흉보고 있을 것 같았다. ‘대화의 현재성’은 그 뒤에 오는 다른 대화의 현재성에 의해서 금방 대상화되어 밀려난다. 나는 택시 안 대화에서 무슨 말들을 지껄였던가. 무엇에 홀린 듯했다. 03 ‘지금 진행되고 있는 대화’는 은연중에 사람을 빨려들게 한다. 마력이다. 그것은 물의 소용돌이와도 같다. 아예 참여를 안 하면 모르지만, 참여하게 되는 순간, 그 대화를 역동하게 하는 한 축으로서 구실을 아니 할 수 없다. 만나서 대화하지 않았다면 절대로 동의해 주지 않았을 일인데, 어찌 이야기하다 보니, 반승낙을 해 주게 되는 경우를 경험해 보지 않았던가. 헤어져 돌아오면서 후회하지만 이미 늦은 후회이다,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하다. 현재의 대화 상황에서는 ‘지금 나와 이야기하고 있는 상대방’이 가장 중요하다. 상대방보다 더 중요한 사람도, 지금의 대화 장면에서는 나와 상대방에 의해서 대상화된다. 예컨대 소개팅에서 만난 상대와 내 부모님 이야기를 어떻게 나누었는지 생각해 보라. 누군지도 잘 모르는 상대에게(그러나 왠지 마음이 끌리는 상대에게), 부모님이라는 존재를 약간은 흉보는 식으로 말하지 않았던가. 물론 부모님이 소중하지 않아서 그러는 것은 아니다. 지금 대화 상황에서는 나와 상대방만이 주체이기 때문이다, 다른 모든 것은 아무리 소중해도, ‘대화 주체인 우리’가 대화에서 다루는 대상에 불과하다. 현재는 언제나 절박하고, 손에 잡힐 듯 가깝다. 그래서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우리끼리니까 하는 말인데’ 하고 옆에서 소곤거리면 귀가 그리로 쏠린다. 시공간적으로 가까우면 같은 편이라는 착각을 한다. 그래서 현재성으로만 매몰되는 것은 위험하다. 어떤 일을 함께 모의했다가, 다시 뒤에 누구를 만나, 그 모의를 번복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현재의 밖’을 보지 못한다면, 지혜롭다고 할 수 없다. ‘대화의 현재성’이 마냥 나쁘지만은 않다. 교육적으로 유용한 시사를 주기도 한다. 아이들과 대화할 때, 친화력 있게 다가갈 수 있다. 선생님과 나, 둘이서 ‘우리’가 되는 경험을 갖는 것이다. 학부모와도 ‘대화의 현재성’을 최대한 살려 본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우리’가 되어, 칭찬하거나 비판하고 싶은 대상을 공유하여, ‘대화의 현재성’ 안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유사시에 대비하여 친밀과 신뢰를 미리 벌어두면, 이보다 더한 소통의 지혜도 없다. 협상에 능한 사람은, ‘대회의 현재성’이 주는 효과를 잘 살리는 사람이다.
2018년 우리나라 초·중·고생 희망 직업 순위 10위권 내에 새로 등장한 직업이 있다. 바로 인터넷 방송 진행자(유튜버)이다. 2017년까지만 해도 20위권 밖이었지만 1년 새 순위가 급등한 것이다. 이는 1인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함께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 등으로 유튜브 등 인터넷 방송을 보고 자란 요즘 초등학생들의 모습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유튜브를 어릴 때부터 보고 자란 세대를 일컬어 ‘유튜브 네이티브(Youtube Native)’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날 정도이다. 이제 유튜브는 단순히 한 종류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을 넘어 우리 생활 속에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서 깊숙이 파고들었다. 교사의 유튜버 활동은 겸직 금지 위반일까? 이러한 변화는 비단 학생들만의 모습이 아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출하고 알리고자 하는 교사들도 앞다퉈 유튜브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2019년 4월 교육부에서 실시한 ‘교원 유튜브 활동 관련 실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전국 934명의 교사가 유튜브 계정 976개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독자 수에 있어서는 1천 명 미만이 879명으로 가장 많았고 10만 명 이상도 1명으로 집계되었다. 유튜브를 통한 광고 수익이 있는 교사는 24명으로 17명이 월 10만원 미만이고 월 100만원 이상인 경우도 1명이 있었다. 이와 같은 교사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 ‘교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지 못하다’, ‘겸직 금지에 따른 공무원 복무에 위배된다’는 부정적인 시각과 함께 반대로 ‘유튜브 활동의 목적이 수익창출보다는 개인의 취미생활이다’, ‘학생들과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하거나 교육 콘텐츠 제작과 공유를 가능하게 한다’는 긍정적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사들의 교육적 활동에 대해서는 장려하기로 결정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한 복무지침을 마련 중에 있다. 교사 유투버의 목적은 수익창출이 아니다 ‘유튜브 네이티브’라고 불리는 세대를 가르치는 교사의 입장에서 어찌 보면 유튜브라는 미디어에 대해서 관심을 갖고 더 나아가 직접 유튜버로서 활동하려는 노력은 필연적인 시대적 변화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에 대해서 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학생들은 “담임선생님이 소프트웨어 교육 관련 콘텐츠를 유튜브에 올리시는데,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찾아보게 돼요. 선생님이 직접 올린 영상을 보며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편리하고 좋아요”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사가 참여하는 유튜브 채널을 살펴보면 학생들에게 또는 그 외의 대상들에게까지 도움이 되는 유익한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다음은 대표적인 교사 유튜버의 채널이다. 이와 같은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은 대부분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아꿈선(아이들에게 꿈을 선물하는 현직 교사들의 모임)’에서 운영하는 ‘초등 3분 과학’ 채널은 학생들에게 지역에 따른 교육인프라 불균형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오픈 플랫폼인 유튜브를 선택하여 초등 과학 관련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여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유튜브 채널 운영을 통한 수익창출에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학생들을 생각하는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유튜브 활동을 장려하기로 한 교육부의 결정과도 맞아떨어진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이 시대의 필연적 교육 그렇다면 학생들의 유튜브 활용, 또는 활동에 대해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학생들이 스마트폰 사용 시간을 가장 많이 할애하는 유튜브에는 사실 교사들이 올린 유익한 콘텐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건전하고 비교육적인 콘텐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 학생들에게는 유튜브의 활용을 제한해야 할까? 또한 자극적인 영상으로 단순히 조회 수 올리기에 급급한 초보 유튜버들을 규제해야 할까? 그에 대한 대답은 단순히 ‘YES or NO’ 의 문제는 아니다. 이에 대한 대답을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Media Literacy Education)’에서 찾을 수 있다. 일찍이 해외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공교육에 반영하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오고 있다. 일례로 유네스코에서는 ‘미디어/정보 리터러시(Media and Information Literacy: MIL)’의 개념을 정립하고 ‘선생님을 위한 미디어/정보 리터러시 교육과정’ 문서를 발간한 바 있다. 또한 교사와 학생들에게 미디어/정보에 대한 리터러시 교육 시행을 당부하고 있다. 이 문서에서는 ‘미디어 기기를 다루는 방법, 청중이란?, MIL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기법, 광고, 미디어의 언어와 표현’ 등 실제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교육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영국 BCS(British Computer Society, 영국컴퓨터협회)에서도 ‘컴퓨팅 기초 다지기’라는 교재 보급을 통해 코딩 교육뿐만 아니라 컴퓨터와 인터넷 다루기, 저작권, 정보 검색, 미디어 정보의 제작 공유 평가 등을 학습하여 디지털 사회에서 미디어 정보에 대한 바람직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 초·중등학교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소프트웨어 교육을 필수화하였지만, 소프트웨어에 대한 사고력과 소양에 초점을 두고 있기에 유튜브로 대표되는 미디어 정보에 대한 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 제작과 활용 등에 대한 교육은 제한적이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필수가 될 소프트웨어 교육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초등 실과나 중등의 정보교과 이외 모든 교과교육의 내용에서 포함돼야 하지만 보다 명확한 시수 확보를 통한 집중적인 교육도 필요하다. 유튜브 바람,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 다시 유튜브 이야기로 돌아오자. 과연 학생들의 유튜브 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까? 이제 대답은 명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아니다!’ 열려 있는 유튜브 세상을 교육적 측면에서만 제한한다고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위해 보다 실제적인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보다 건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를 활용하고 만들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미래 직업으로 유튜버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 크리에이터를 희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관점은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소프트웨어 교육의 필요성과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다. 소프트웨어 교육의 중점 즉, 컴퓨팅 사고력의 중심도 단순한 코딩 능력이 아닌 무언가를 기획하고 구성하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나 피지컬 컴퓨팅 도구 등으로도 소프트웨어적 역량을 기를 수 있지만 콘텐츠 크리에이터가 되어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하는 과정도 넓은 의미에서 미래 사회 역량으로서 ‘소프트웨어 역량’을 기르는데 밑바탕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교육현장에 부는 유튜브 바람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주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제언으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선 교사들의 유튜버 활동을 지원함과 동시에 앞으로 희망하는 교사들에 대하여 관련 교육 연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주로 20∼30대 교사들이 활동하는 미디어 정보 콘텐츠 세상에서 교사라면 세대를 초월하여 활동할 수 있는 소양을 갖출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와 더불어 교사들에게 미디어 정보는 영상 친화력이 높은 우리의 초·중등학생들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방법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다음으로 교사와 학생들의 미디어 정보 콘텐츠 제작 및 공유 활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논의하여야 한다. 교사 유튜버의 경우 이미 교육청 차원에서 이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여 올 하반기 적용하기로 한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미디어 정보 콘텐츠를 제작, 공유, 활동하는 학생에게 있어서도 적절한 정도의 지켜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여야 한다. 이것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보급을 통해 가능할 것이다. 모든 교과 교육의 기반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할 수 있게 함은 물론 현재 실과와 정보교과에 편제된 시수 이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실질적이고 집중적인 교육 시수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옛말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있다. 우리 생활 속 유튜브 바람도 어찌 보면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므로 이를 즐길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이 미래 세대를 위한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첫 번째 만남 _ 당신의 교실에도 있는 아이 2016년은 특별한 만남이 있던 해였다. 국어시간이 되어 아이들이 책을 돌아가며 읽을 때였다. 영주의 차례가 되자 힘겹게 한 글자씩 읽는 소리가 들렸다. 중간중간 글자를 빼먹거나 이해되지 않는 소리로 읊을 때마다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영주를 향했다. 다른 아이들은 영주와 나를 번갈아 살피며 내 반응을 기다렸다. 5학년이나 되었는데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아이가 당황스러웠다. 그만두게 해야 할지, 천천히라도 읽어보라고 격려해야 할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색한 순간들이 반복되었다. 읽지도 쓰지도 못하니 5학년이 수행해야 할 모든 과제가 영주에겐 버거웠다. 또래와 다른 모습을 가진 영주를 아이들이 따돌리거나 무시하지 않을까 늘 경계했다. 어떤 방법으로, 얼마나 지도해야 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이 오로지 아이에 대한 안타까움과 열정만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쏟아부은 노력이 무색하리만큼 아이는 변하지 않았다. 열정이 가파르게 소진되는 느낌을 받을 때는 나 스스로 실망스럽기도 했다. ‘내 탓이 아니야’라는 쉬운 말로 넘겨버리고 싶은 적도 많았다. 학교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항상 분주했다. 담임교사가 혼자 책임지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았다. 그사이 바쁜 컨베이어 벨트 위에 놓여있던 아이는 6학년이 되었고 중학생이 되었다. 아이는 떠났지만 나는 여전히 교실에 남겨져 있다. 비슷한 아이를 만날지 모르는데 ‘내 책임이 아니야’라고 피할 순 없었다. 두 번째 만남 _ 아이들은 왜 어려워할까? 필연적인 두 번째 만남이 찾아왔다. 같은 고민을 하는 동료들을 만났다. 격주로 모여 ‘아이들은 왜 읽기를 힘겨워할까?’부터 고민했다. 너무 당연해서 등한시했던 문제였다. 이 문제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학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을 향해 “네가 노력을 안 해서 그렇지”라는 화살을 쏠 게 분명했다. 아이들이 왜 배움의 고통을 겪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필요했다. 기초학력부진의 이유는 매우 다양했다. 열악한 가정환경이나 평균보다 낮은 인지능력, 누적된 학습결손 등이다. 공부에 흥미가 없거나 공부시간과 양이 적은 것은 다른 차원이다. 그동안은 학습결과에 따라 기초학력부진학생을 가려냈다. 하지만 진짜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찾기 위해서는 학습결과에 드러나지 않는 학습과정에서의 맥락을 살펴야 했다. 단순 학습 소홀 학생에서부터 학습장애 학생까지 배움의 고통을 겪는 학생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기초학력부진학생 스펙트럼이 넓다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진단과 지원만으로는 기초학력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세 번째 만남 _ 희망적이면서 불편한 이유 현장에 있으면 많은 정책을 만난다. 만남의 깊이는 교사마다 다르다. 관련 업무를 하거나 기초학력정책에 관심이 있다면 깊게 들여다보게 된다. 학습부진 지원 사각지대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공문이나 가이드북 하나 툭 던져주고 알아서 하라는 식이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막막할 때가 많다. 기초학력정책의 효과를 입증하려는 듯 연말이면 관 주도의 각종 보고 행사와 사례 발표들이 잇달아 선보인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역시 검증된 방법이 아닌 개별 사례만을 다룰 뿐이다.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부딪히는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원인이 다양하다. 난독증일 수도 있고 장애를 가진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 하나하나를 담임교사가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데 현실은 정반대다. 심지어 학교에 기초학력을 총괄하는 담당자가 없거나 그마저도 매해 업무담당자가 바뀌는 경우가 많다. 정책을 창의적으로 집행할만한 전문성과 권한이 받쳐주지 않다 보니 예산의 많은 부분을 단순히 외부 강사를 고용하는 데 쓰이곤 한다.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안 ‘인사가 만사다’라는 말이 있다. 모든 일은 사람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사람이 빠지면 일이 풀리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기초학력정책에서도 사람이 중요하다. 두드림 학교, 학습도움센터, 책임지도제 등의 정책이 있지만 안전한 기초학력지원체제가 확보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학습 안전망을 구축하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 안전망인 교사들을 위해 실습과 슈퍼비전을 동반한 연수를 개설하는 것이다. 연수의 목적은 기초학력부진학생의 특징과 기초학력지원을 위한 효과적인 진단·보정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육지원청 단위로 슈퍼비전을 포함한 직무연수를 개설하여 지역에 있는 기초학력부진학생 지도사례를 함께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예비 교사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해야 한다. 그동안 대부분의 교육대학은 다양한 학습자에 대한 이론과 해결을 실습이 아닌 강의만으로 제공하였다(특수아동의 이해, 아동발달과 학습, 생활지도와 상담 등 교육과정이 있지만 이론과 실제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실습은 꼭 필요하다). 예비 교사들은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서울동행프로젝트, 한국장학재단 다문화 멘토링 등을 통해 다양한 학습자를 만나 지도한다. 다양한 멘토링 프로그램에 슈퍼비전을 결합하여 기초학력부진학생에 대한 사례와 경험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2단계 지원을 위해 학교당 1명 이상의 기초학력 전문교사(정규교사 중 활용)를 배치하는 것이다. 전문교사의 역할은 기초학력부진학생을 검증된 도구로 직접 진단하거나 교사들이 진단하도록 돕고, 발견된 기초학력부진학생을 지원하기 위한 협의회를 주관하며, 직접 또는 강사 관리를 통해 학생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가 필요하다. 현장 교사들이 교육대학 혹은 시도별 학습클리닉센터 등에 파견되어 기초학력지원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이미 경인교육대학교의 예가 있다). 이런 파견 제도를 활용하면 대학·외부 자원을 활용하여 현장 교사의 전문성을 집중적으로 높일 뿐만 아니라 추후 현장 중심의 기초학력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셋째, 3단계 지원을 위해 학습클리닉을 양적·질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 상담·심리 등의 자격증 소지자가 주로 채용되고 있어 언어치료·학습치료 분야의 역량강화도 필요하다. 보통 기초학력부진학생의 경우 3가지의 지원 즉, 학습지원·학습전략지도·심리정서지원을 필요로 한다. 학습클리닉이 지원하는 20~25회기 이내의 상담 중 심리정서지원과 학습지원이 동시에 이뤄진다면 학습 측면의 지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그마저도 기수혜자나 타 상담기관 수혜자는 지원에서 제외되기도 한다. 정서와 학습의 어려움을 동시에 겪는 학생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 연구와 이를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이 필요하다. 더 나은 만남을 위해 위에서 3단계의 안전망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기초학력정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권한이 있는 교사를 거쳐야만 한다. 교사의 관심은 대부분 정책 자체이기보다는 아이들을 돕는 실제적인 방법에 있다. 정책은 이를 더 쉽게 하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 기초학력정책은 로빈슨(Robinson)의 말처럼 교실에서 교사와 아이가 만나서 상호작용하는 그 장면에 초점을 두고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려면 먼저 합의된 기초학력의 개념을 만나야 한다. 현장에서는 아직도 기초학력의 개념이 모호하다. 기초학력 부진의 이유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교육구성원 간의 기초학력의 개념이 합의되지 않는다면 핵심 과제를 가려내기는 어렵다. 현장에서 안타까운 것은 초등학교 저학년 때 발견하지 못해 중재 효과를 얻지 못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다음으로는 학생을 개별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검증된 진단도구를 만나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진단·보정시스템이 학교 안의 학생들을 정밀하게 진단할 수 있는지 객관적인 관점으로 다시 평가해야 한다. 진단·보정시스템은 해가 지나면 누적된 정보가 초기화된다. 학급 담임과 업무 담당자가 매년 바뀌는 가운데 정교하지 않은 진단 도구로 인해 제대로 진단받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다. 마지막으로 검증된 지도방법을 만나야 한다. 한 아이도 놓치지 않으려면 마지막 한 아이를 반응하게 하는 지도 방법을 사용하면 된다. 저학년 한글교육을 예시로 들면, 찬찬한글이 있다. 모음과 자음을 입 모양과 음가로 가르쳐서 음운 인식 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도 지도할 수 있다. 위의 세 가지가 기초학력부진학생을 만나기 전에 전제되어야 하는 만남이다. 아이들은 빠르게 자란다. 기초학력부진학생은 저학년부터 시작되어 학교에 다니는 전 기간에 걸쳐 배움의 고통을 겪는다. 초등학교 저학년 기초학력부진학생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지원이 강화된다면 각급 학교의 수고도 줄어들 것이다. 매년 더 나은 만남을 위해 애쓰는 교사들의 수고가 헛되지 않도록 현장 중심의 정책과 지원체제가 절실하다.
“어떤 난관이 있어도 학교폭력예방법은 교육현실에 맞게 개정돼야 합니다. 학교 밖에서 발생한 폭력은 경찰이 담당해야죠. 수사권도 없는 학교에 모든 책임을 지우면 어떡합니까. 학폭법도 속지주의(屬地主義) 원칙을 적용,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줘야 합니다.” 지난 4월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에 선출된 한상윤 교장(서울봉은초)은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게 뭐냐는 질문에 주저 없이 학폭법 개정을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학폭법이 중등 실정에 맞게 만들어지다 보니 초등학교 현실과는 맞지 않는 대목이 많다”며 초등 저학년은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초협 운영과 관련해서는 정책 중심 교장회, 교사들이 교육활동에 전념하도록 지원하는 교장회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또 주요 교육정책들이 현장과 괴리돼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는 교장회가 교육정책 결정 과정에 적극 참여, 수용할 것은 수용하고 비판할 것은 따끔하게 충고하는 품격 있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다음은 한 회장과 일문일답. 한국초등교장협의회 신임회장으로서 소감은. “초등학교 교장선생님들의 협의체인 한국초등교장협의회(한초협)이 설립된 것은 1956년이다. 지난 63년 동안 대한민국 교육의 역사와 함께해왔다. 경제발전을 통해 선진국에 들어서고 세계가 부러워하는 민주화의 초석을 다진 것은 교육의 힘이었다. 거기에는 교원들의 역할이 가장 컸다. 하지만 지금 교장선생님들의 위상은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그토록 부러워하던 한국교육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나라가 바로 서려면 교육이 바로 서야하고 교육이 바로 서려면 교장선생님이 존중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주어진 임기동안 교원이 존중받는 나라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어깨가 무겁다.” 책임이 막중해 보인다. 한초협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 “회장 선거 때 내건 슬로건이 ‘품격있는 한초협’이다. 정부의 교육정책 중 잘한 것은 품어주고 잘못한 게 있으면 격조 있는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의미에서 한글자씩 따왔다. 그러기 위해 정책 중심의 교장회를 만들고 교사들이 가르치는데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장회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또 교장들이 교육정책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행보를 펼칠 생각이다. 아울러 내부적으로는 신뢰받는(Trust)교장회, 함께하는(Together) 교장회, 투명한(Transparent) 교장회 즉, 3T 운영을 통해 스스로의 역량도 강화해 나가겠다.” 정책 중심 교장회를 표방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정부가 내놓은 정책 중 상당수는 현장 적용과정에서 문제점을 노출한 것들이 많다. 방향이나 내용은 좋을지 몰라도 교육현장과 괴리가 크다는 이야기다. 앞으로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전체 교장의 의사를 묻는 긴급설문조사 등을 실시,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생각이다. 또 1년에 두 차례 학술포럼을 열어 한국교육이 나갈 방향성도 제시해 보려 한다. 우선 오는 7월 학교통합지원센터의 진로를 탐색해보는 포럼을 예정해 놓고 있다. 하반기에는 교장의 소진 문제를 다룰 계획이다. 학교장을 힘들게 하는 원인은 무엇이고 실태와 대안을 모색해 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실제로 학교통합지원센터는 당초 기대와 달리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들려온다. “학교의 행정업무 부담을 덜어준다길래 기대가 컸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현장의 요구와 거리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꼈다. 예를 들어 학폭위를 통합지원센터로 이관한다고 하는데 어느 수준까지 할지가 명확치 않다. 궂은 일은 교사들이 다 하고 센터는 관리·감독만 하는 시스템이라면 의미가 없다. 또 호봉재획정도 교사의 자격변동만 담당하는 것인지, 아니면 휴직 후 복직한 사람들 것까지 다 할 것인지 합의가 안 된 상태다. 형식논리보다 내용이 중요한데 그런 디테일이 아쉽다.” 교사들이 가르치는데 전념할 수 지원하는 교장회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는데.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다. 학폭법 때문에 현장 교사들이 너무 힘들어한다. 방향은 우선 두 가지다. 하나는 초등 저학년은 학폭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1학년 학생이 장난삼아 한 행위도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들어오면 폭대위를 열어야 한다. 사소한 다툼까지 폭대위를 열어 처벌을 결정해야 하는데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의문이다. 그보다는 선도위원회에서 교육적으로 지도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다. 학폭법이 중등에 맞춰 만들어지다 보니 초등학교에서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학폭법 적용 범위다. 방과후에 학원이나 개인적으로 떠난 해외캠프에서 발생한 사건까지 학교가 떠맡고 있다. 학교 울타리 밖에서 발생한 학생 간 폭력은 경찰이나 유관기관에서 맡아야 한다. 학교에 무슨 수사권이 있다고 모든 것을 떠넘기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학교폭력 개념에 속지주의를 적용, 학교 내에서 발생한 사건만 학교가 책임지도록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학교자체해결제 즉, 학교장종결제 역시 학폭법 개정의 주요 쟁점인데. “일부에서 학교자체해결제가 도입되면 은폐나 축소를 우려하는 모양인데 학교시스템이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선도위원회 등을 통해 자체해결제 적용 대상을 결정하게 하면 공정성 논란은 불식시킬 수 있다고 본다. 임기 중 학폭법 하나는 꼭 개정하고 싶다.” 그동안 주요 현안에 교장회의 목소리를 듣기 힘들었다. 앞으로 달라지는가. “어떤 정책이든 현장 적합성이 제일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현장을 제일 잘 아는 교장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도 더 이상 침묵하지 않겠다. 국가교육회의나 출범예정인 국가교육위원회에 초등교장 대표가 참여해 정책 결정의 주체가 되도록 할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3년째를 맞는다. 그간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이런 말씀드리기 송구하지만 정책다운 정책이 있었는지 의문이다. 다만 초등 1·2학년 방과후 영어를 허용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역은 학교가 아니면 학생들이 영어에 노출되기 어렵다. 그들에게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의 기초학력이 떨어졌다는 소식에 국민들 걱정이 많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초학력은 교육의 핵심이다. 창의교육이니 인성교육이니 하지만 그런 교육도 기초학력이란 토대 위에서 가능한 것이다. 기초학력 부진의 원인은 워낙 다양해서 딱 꼬집어 말하기 조심스럽다. 다만 학교의 역할을 묻는 질문이라면 교사들이 교육 본연의 업무에 충실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점을 들고 싶다. 가르치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어도 일이 너무 많아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다. 한마디로 안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교사 정원을 늘려 초등 저학년에서는 1수업 2교사제와 같은 방안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부진은 초기에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교권침해는 여전히 심각하다. 특히 학부모들 민원에 힘들어하는 교사들이 많은데 학부모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옛말에 훌륭한 부모는 자신의 지위가 아무리 높아도 자식을 가르치는 선생님 앞에서는 무릎을 꿇고 절을 한다고 했다. 자녀는 부모의 행동을 보고 성장한다. 부모가 선생님을 무시하고 불편하게 생각한다면 자식은 그 교사로부터 지식이든 지혜든 인성이든 그 어느 것도 제대로 배우기 힘들다. 학부모들의 생각과는 달리 대부분 교사는 헌신적으로 희생한다. 존경까지는 아니더라도 존중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후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우선 선배 교원의 한사람으로서 좋은 근무여건을 물려주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다. 교장회가 얼마나 많이 변화시킬 수 있을지는 자신하기 어렵지만 보다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임기 2년간 최선을 다하겠다. 아울러 선생님들도 교사로 출발할 때 마음먹었던 것 처럼 본연의 직분에 매진해 주길 기대한다. 초심을 잃지 말고 헌신해 달라.”
박완서 단편 거저나 마찬가지는 한번 읽기 시작하면 한 번에 다 읽을 수밖에 없다. 가난하지만 순박한 사람들을 이용하는 운동권 출신 이야기가 충격적인 데다, 이용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과 안타까움에 책을 놓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주인공 ‘영숙’은 대학을 중퇴하고 친척이 운영하는 공장에 취직했다. 한창 운동권이 위장취업을 할 무렵이었다. 주인공은 동료 직원이자 고교 선배인 ‘미스 서’ 언니의 부탁으로 노동자들을 선동하는 글을 써주다 해고를 당한다. 그런데 ‘미스 서’ 언니는 운동권 남편 옥바라지를 하면서 겉으로는 민중을 위하는 척하지만 속내는 완전 다른 사람이었다. 주인공에게 원고 윤문을 시키고 쥐꼬리만 한 대가밖에 주지 않았다. 언니는 시골의 허름한 농가를 500만원 전세금만 내고 쓰라고 내준다. 500만원이면 ‘거저나 마찬가지’라는 말과 함께. 주인공이 언니의 농가에서 텃밭을 일구며 주변을 잘 꾸미며 살자 주변 땅값이 크게 오른다. 시대가 바뀌어 언니와 남편은 각각 시민단체와 공직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언니는 주말에 친구들을 몰고 와 자기 별장이나 주말농장처럼 사용하고 영숙을 파출부 취급한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언니에게 ‘이용만 당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영숙은 밀린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능력한 남자친구에게 아이를 갖자고 하지만 남친은 자식까지 고생시키기 싫다며 거부한다. 그러나 주인공은 더 이상 ‘거저나 마찬가지’인 삶을 살지 않겠다고 외친다. 그 집 근처 숲에는 ‘꽃이 하얗게 만개해 그윽한 향기를 풍기고 있는’ 때죽나무가 있었다. 그 대목을 읽어보자. ‘꽃이 만개한 때죽나무 아래는 순결한 짐승이나 언어가 생기기 전, 태초의 남녀의 사랑의 보금자리처럼 향기롭고 은밀하고 폭신했다. …(중략)… 나는 그가 머뭇거리지 못하게 얼른 그의 손에서 길 잃은 피임기구를 빼앗아 내 등 뒤에 깔고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내가 눈을 떴을 때 내 눈높이로 기남이의 얼굴이 떠오르든 때죽나무 꽃 가장귀가 떠오르든 나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때죽나무 꽃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래에서 보는 것이 최고다. 드러누워도 좋다. 때죽나무 아래에서 보면 꽃송이들이 일제히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하얀 꽃이 일제히 핀 모습이 장관이다. 영숙이 눈을 떴을 때 무엇이 보였을까. 박완서는 이 글을 통해, ‘운동’을 내걸며 서민들을 이용해 먹고 나중에 권력과 부를 차지하면 ‘서민의 삶’ 따위는 나몰라라 하는 인간의 위선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박완서는 꽃을 주인공에 이입(移入)시키는 능력이 탁월한데, 이 소설에서는 때죽나무꽃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꽃을 그리 길지 않게 묘사하고 지나가면서도 단숨에 특징을 잡아내는 것이 박완서 스타일이다. 이 소설에 나오는 때죽나무는 산에서는 물론 공원에서도 많이 볼 수 있다. 마취시키는 성분을 갖고 있어서 잎과 열매를 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기절해 떠오른다. 그래서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얘기가 있다. 또 가을에 주렁주렁 달린 때죽나무 열매를 보면 꼭 머리를 깎은 스님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여기서 ‘떼중’이 변해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꽃이 작은 종처럼 생겨 영어로는 ‘Snowbell’이라는 예쁜 이름을 가졌다. 아래서 봐야 더 예쁜 때죽나무 이승우의 장편소설 식물들의 사생활에도 때죽나무가 비중 있게 나온다. 주인공 형제와 순미라는 여자의 삼각관계가 소설의 뼈대인데, 형은 집 근처 왕릉 산책길에 있는, 소나무를 감싸고 있는 때죽나무를 보면서 이를 자신과 순미의 사랑을 상징하는 것으로 여긴다. 동생이 이 두 나무를 처음 목격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그리고, 그 나무, 때죽나무가 있었다. 보는 순간, 그때까지 전혀 본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 때죽나무구나, 하고 곧바로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금방 눈에 들어왔다. 그만큼 인상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중략)… 정말로 옷을 벗은 여자의 매끈하고 날씬한 팔이 남자의 몸을 끌어안듯 그렇게 소나무를 휘감고 있는 관능적으로 생긴 나무가 있었다. 흙을 파보면 모르긴 해도 뿌리들이 지상의 줄기들보다 훨씬 더 적극적이고 노골적인 모습으로 소나무를 휘감고 있을 것 같은, 그곳에 그런 나무가 서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이승우는 작가 후기에서 “(집 앞의 왕릉에서) 굵은 소나무의 줄기를 끌어안고 있는, 매끄럽고 가무잡잡한 피부의 여체를 연상시키는 때죽나무를 보았다”고 했고, 다른 글에서는 이 나무들을 본 것이 ‘식물들의 사생활’을 착상한 계기였다고 밝혔다. 나는 이 나무와 소나무를 보고 싶었다. 취재해보니 이 왕릉은 고종과 순종이 잠든 남양주 홍유릉이었다. 처음 홍유릉에 가서 이 나무들을 찾는데 실패했지만, 소설 내용을 다시 확인하고 2주 후에 갔을 때 이 나무를 찾을 수 있었다. 홍릉과 유릉 사이 오솔길로 들어섰을 때 정말 소나무를 두 팔로 감싸 안은 듯한 나무가 있었다. 뿌리에서 두 줄기가 올라와 한 줄기는 오른쪽으로 퍼지고, 다른 한 줄기는 소나무 쪽으로 자라 두 팔을 벌린듯 소나무를 감싸 안고 있었다. 같이 간 아내는 “두 나무는 전생에 인연이 깊은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사랑을 나누듯 안고 있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때죽나무와 아주 비슷한 나무로 쪽동백나무가 있다. 쪽동백나무는 등산하다 보면 산 중턱쯤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두 나무는 꽃과 열매, 나무껍질이 모두 비슷하지만, 잎과 꽃이 달리는 형태가 다르다. 때죽나무는 잎이 작고 긴 타원형이며 끝이 뾰족한 반면 쪽동백나무는 잎이 손바닥만큼 크고 원형에 가깝다. 꽃이 달리는 형태도 때죽나무는 잎겨드랑이에서 나온 꽃차례에 꽃이 2~6개씩 달리지만, 쪽동백나무 꽃들은 20송이 정도가 모여 포도송이 같은 꽃차례를 이룬다. 쪽동백이라는 이름은 기름을 짜는 나무의 대명사인 ‘동백’에다 쪽배에서처럼 ‘작다’는 의미의 접두사 ‘쪽’을 붙인 것이다. 서울 인왕산 생태탐방길을 걷다 보면 때죽나무숲이 있다. 애들이 어릴 때, 까까머리 동자승들이 모여있는 듯한 때죽나무 열매들을 만지며 그 길을 자주 걸었다. 때죽나무 꽃이 진한 향기를 뿜어낼 무렵, 다시 그 길을 걸으며 영숙이 눈을 떴을 때 무엇이 보였을지, 소나무를 감싼 때죽나무의 의미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싶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K팝이란 말은 없었다. 그냥 가요, 혹은 한국대중음악이었다. 작곡가 주영훈이 제작한 댄스그룹 이름이 ‘K팝’이었을 정도다. 그땐 아무도 가요가 ‘외국인’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이 고정관념을 새로운 방식으로 깨뜨린 사람은 보아다. 이전에도 2인조 그룹 클론이 대만 등에서 한류(韓流)를 일으킨 사례가 있었지만, 보아는 새로운 성공사례를 개척했다. 통상 해외진출이란 건 한국에서 인기를 얻고 난 뒤 그걸 기반으로 한다는 게 통념이었다. 보아는 국내에서 데뷔(2000년)를 하긴 했지만, 일본에서 먼저 인기를 얻었다. 2002년 무렵 보아는 일본에서 한국으로 ‘역수출’ 됐다. 이것은 한국에서 준비한 가수가 해외시장, 그것도 일본처럼 커다란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비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다. 비는 보아와 함께 한국 가수의 ‘기준’을 올려놓은 인물이다. 비는 ‘한국인은 격렬한 춤과 라이브를 동시에 소화할 수 없을 것’이라는 통념을 깼다. 비 이후부터 소위 ‘아이돌’ 가수도 춤과 노래를 동시에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는 기준을 요구받았다. 스스로 진화해온 K팝 다음은 동방신기다. 2004년 데뷔해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이듬해부터 일본으로 건너가 다시 한 번 ‘신인가수’로 데뷔했다. 가수 자체의 역량이 워낙 뛰어난 데다 일본시장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서 동방신기부터는 한국 가수가 오리콘 차트 정도를 점령하는 건 더 이상 ‘사건’이 아니게 됐다. 문제는 이들이 선배 가수인 H.O.T가 해체하는 원인이 됐던 ‘소속사와의 분쟁’을 답습했다는 점이다. 5인조 동방신기는 2010년 무렵 두 개의 팀(동방신기, JYJ)으로 분할됐다. 이 무렵부터 ‘7년 징크스’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통상 가수와 소속사의 계약기간이 7년으로 설정되는데, 이 7년을 넘기는 인기가수를 찾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빅뱅은 이 징크스를 깨면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2006년 데뷔한 빅뱅은 2011년 기존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멤버 전원이 재계약했다. 빅뱅의 사례는 어떤 인기가수가 하나의 소속사와 오래 일할 때 어떤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재계약 이후의 빅뱅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어마어마한 팬덤을 구축했다. 그러면서 엄청난 횟수의 공연으로 막대한 수익을 창출했다. 한국 대중들은 국내 기획사에서 ‘상품’으로 기획된 5인조 팀이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현시점 가장 진화된 형태의 K팝 가수는 물론 방탄소년단(BTS)이다. 뛰어난 춤과 노래, 자작곡 능력, 소속사와의 끈끈한 관계 등 지금까지의 성공사례가 모두 담겨 있다. 그 결과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한국가수가 한국어로 부른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빌보드 1위’를 기록해도 천지가 개벽하지 않고 세상은 멀쩡히 굴러가고 있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다. 새롭고도 어려운 문제 K팝은 이렇게 스스로의 문제를 그때그때 고쳐가면서 천천히 진화해왔다. 문제점이 도출되면 그걸 보완한 팀이 다음으로 나타나는 식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새롭고도 어려운 문제가 놓여 있다. 최근 마약 사태로 연예계를 은퇴한 박유천(동방신기/JYJ), 성 접대 논란으로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승리(빅뱅)는 모두 ‘성공한 K팝 스타’ 출신이다. 연예인을 꿈꾸는 모두가 그들처럼 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고, 흘리고 있다. 그들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고, 그저 그들을 부러워할 따름이었다. 박유천과 승리 사태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그들이 자신들을 사랑해준 대중을 상대로 수많은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심지어 박유천은 굳이 하지 않아도 됐을 기자회견까지 자처하며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웅변했지만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드러나 스스로 퇴로를 막았다. 이들의 영혼이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는 아직도 전부 밝혀지지 않았다. 아무리 역량이 뛰어나고 큰 성공을 거둔 가수라 하더라도 그들의 인격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은 K팝 시장 전체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하고 있다. 소위 말하는 ‘인성’이야말로 연예인의 새로운 자질이 돼야 하는 것은 아닌가? 이건 마치 대한민국의 과거를 바라보는 시선과도 비슷하다. 경제성장이 가장 중요하며 그 밖의 다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도 된다는 과거의 사고방식은 21세기의 가치관과 격한 충돌을 빚고 있다. 이와 똑같은 문제가 문화산업에서도 그대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승리가 연예계를 은퇴하기 직전 마지막으로 내놓은 노래 ‘셋 셀 테니’의 가사를 보면 ‘어차피 동물이란 생각을 해’라는 구절이 있다. 이 가사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묻는다. 이대로 좋은가?
조선시대 선비들은 어떻게 공부했을까? 대부분 사람의 생각 속에는 선비들 하면 으레 올곧은 삶의 표본으로 각인되어 있어, 선비들의 공부 자세 또한 대단히 모범적이었을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있는 것 같다. 따라서 그들에게는 이러한 질문 자체가 우문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가 선비에 대해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선비는 기본적으로 과거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수험생이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선비들이 어떻게 과거시험을 준비하였는가를 다시 들여다보면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사실(史實)들이 비로소 우리 눈에 들어오게 된다. 벼락치기 공부를 하다 그 중 먼저 언급할 것은 임기적(臨機的) 학습이다. 이는 시험 때에 닥쳐서 학습한다는 것으로서, 평소에는 학습에 치중하지 않고 있다가 과거시험 때가 다가오면 그때 가서 급하게 공부를 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쉽게 말해서 ‘벼락치기 공부’를 했다는 것이다. 다음은 선비들이 어떻게 벼락치기 공부를 했는지 보여주는 기록이다. 가을에 초시를 실시하고 봄에 이르러 복시를 실시하기 때문에, 유생들이 겨울 3달 동안에 기억하고 외우면 요행으로 과거에 뽑힐 수 있다고 여겨 모두 제술에 전념하고 경전 학습에 힘쓰지 않습니다. - 성종실록 18년 12월 정축 지금까지 사람을 뽑는 법은, 그해 가을에 초시를 뽑고 이듬해 봄, 회시 때 강경시험을 실시하므로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올가을에 초시에 합격하면 8월부터 내년 3월 때까지 모두 8개월이니, 이때에 글 읽기에 힘을 써도 강경시험을 볼 수 있겠다”하여, 이 때문에 학습을 폐기하고 글을 읽지 않고서 놀러 다니며 이야기나 하면서 날을 보내는 것은 온 세상이 다 이런 풍조입니다. - 성종실록 19년 9월 갑자 조선시대 과거시험에서는 대과의 경우 1차 시험인 초시는 가을에 제술시험(일종의 논술시험)을, 2차 시험인 회시(복시)는 그 이듬해 봄에 강경시험(일종의 구술시험)을 실시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런데 흔히 당시 선비들은 초시와 회시에 대한 모든 공부를 마친 다음 과거에 응시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위의 기록을 통해서 알 수 있듯이, 실제로는 먼저 초시만을 준비해서 만일 여기에 합격하게 되면, 바로 이때부터 회시 준비를 하는 것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어 있었던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했던 이유는 초시와 회시 사이에 8개월이라는 공백 기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욱 심각한 것은 8개월 내내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한겨울 동안인 3개월만 학습하려는 경우도 많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강경시험 과목인 사서(四書)와 삼경(三經)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응시 전에 대체로 학습이 마무리되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8개월 동안, 심지어 3개월 동안에 경서 공부를 마치려 했다는 것은 무모한 행태였다고 할 수 있다. 편법으로 시험을 연기하다 그런데 이와 같은 비정상적 행태는 다른 측면에서도 찾아볼 수가 있다. 당시 과거 응시와 관련하여 학생들이 여러 가지 편법을 행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선 이와 관련된 사료를 보기로 한다. 이번에 한성시에 합격한 유생들이 병이 들었다는 증명서를 받은 자가 상당히 많은데, 그 무리가 어찌 다 참으로 병들었겠습니까? 이는 반드시 요행으로 한성시에 합격하고서 강경시험 보기를 꺼리는 자일 것입니다. …(중략)… 이런 경우는 다음 과거시험(회시)에 참가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 성종실록 21년 9월 기사 당시에는 초시에 합격하면 바로 그다음 단계인 회시에 응시하도록 되어 있었기 때문에, 3년 후에 실시하는 차기 과거시험의 회시에 응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다만 수험생 본인이 응시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든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시험 연기가 허용되었다. 그런데 당시 유생들은 초시(한성시)에 합격하더라도 회시에 응시하지 않고 병을 핑계로 연기하려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들이 허위로 병을 칭탁하면서까지 시험을 미루려고 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다음의 기록은 우리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초시에서 합격한 자가 글을 더 읽고 강경시험에 응시하려는 속셈으로 병을 핑계 대고 글을 충분히 읽은 다음에 와서 시험 보는 사례가 있는데 이것은 국가시험에 있어서 공평하지 못한 일이니, 여러 사람이 다 알고 있는 병이 아니면 허락해서는 안 된다. - 중종실록 27년 9월 기사 그 이유는 한마디로 유생들이 초시 합격 후에 곧바로 회시에 응시하는 것보다는 회시를 연기하여 더 많은 시간 동안 준비를 하면 그만큼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또한 이 기록의 행간을 들여다보면 시험 연기 이유가 그들이 회시 준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음을 유추할 수가 있는데, 이들 중에는 앞서 초시에 합격하고 벼락치기로 회시에 응시하려 했으나 결국 그러한 계획이 실패로 끝났던 유생들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위의 기록 내용을 보면 당시에는 상당수 유생이 허위 증명서를 제출하고 시험 연기를 허락받았음을 알 수가 있다. 이처럼 허위 증명서를 제출하여 연기되는 행위는 그 자체가 명백한 범법행위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것은 연기를 통해 3년이라는 시험 준비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초시 후에 곧바로 회시에 응시하는 유생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한 편법이었다는 점에서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만한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들을 이해하기 그렇다면 당시 선비들은 왜 그래야만 했을까? 먼저 평상시에는 학업에 태만하다가 과거시험이 코앞에 닥쳐야 학습에 매진했던 경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기본적으로 임기적 학습 행태는 단순히 편안함을 추구하려는 인간 본성의 자연스러운 소산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을 강조했던 당시의 시선에서 그러한 행태는 불성실함의 증거였기 때문에 용인될 수 없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선비들은 기본적으로 과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러한 임기적 학습 행태는 다음과 같이 규범적 차원이 아닌 수험 전략의 차원에서 이해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수험생들은 나름대로 효과적인 시험 준비 방법을 추구하게 되는데, 평소에 지속적으로 학습에 매진하기보다는 시험 때가 임박해서 집중적으로 학습을 하는 것이 실제 시험에서는 더욱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체득하게 된다. 흔히 망각의 곡선으로 알려진 인간 기억능력의 실상 즉, 기억은 일관되게 지속되는 것이 아니라 초기에만 효과가 크고 그 이후 급격하게 하락하게 된다는 사실에 비춰보더라도, 평소에 꾸준히 학습에 매진한다는 것은 학습의 효율성 즉, 투입한 시간 대비 학습의 효과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시험 때가 다가오면 본격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단지 학습의 성실성을 유지하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당시에는 불성실한 태도로 치부될 수밖에 없는 것이었지만, 학습 전략적 측면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편법적 시험연기 행태도 이해의 여지가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과거시험 공부는 끝을 알 수 없는 고행의 과정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평생에 걸쳐 응시를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시종일관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마땅히 그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특히 당시 과거시험은 많은 응시 기회가 있었기 때문에, 단기간에 승부를 건다는 것은 현명한 전략이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는 모든 시험 단계를 한꺼번에 해결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하나씩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판단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당시 선비들은 우선 초시만을 준비하여 합격하게 되면, 시간을 갖고 다음 단계 시험인 회시를 준비하기 위해 편법을 써서라도 연기하려 하였던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조선시대 선비들에게 덧씌워진 ‘성실인’이라는 이미지를 걷어내고 단지 ‘수험생’이었다는 관점에서만 들여다본다면, 앞서 살펴본 모습들은 그들 나름대로 합리적인 판단의 결과였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그것 중에 편법적인 행태마저 용인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만일 오늘날의 수험생들이 비슷한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그들 역시 똑같은 행태를 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따라서 이는 어쩔 수 없는 부분으로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시험이 수험생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이니 그들보다는 그 주범인 시험을 탓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