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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복지관에서의 어르신 포크댄스 개강, 과연 몇 분이나 오실까? 복지관 사전 방문과 전화 신청 결과는 29분이다. 100% 모두 오셨을까? 3일 오후 2시 30분. 강사이기에 첫 수업 30분 전에 무봉종합사회복지관 3층 강당에 도착했다. 에어컨 바람이 세차다. 우와, 무려 17분이 의자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개강을 기다리고 계셨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시간 여유가 많으시기 때문에? 아니다. 리포터는 지금 수원의 포크댄스 역사를 만들고 있다. 자칭 포크댄스 전도사다. 포크댄스 저변확대를 위해 힘쓰고 있다. 포크댄스의 장점을 홍보한다. 타이틀은 ‘포크댄스로 건강하고 신바람나는 신중년 문화 만들기’다. 그래서 수원시평생학습관에서 신중년 동아리 포즐사(포크댄스를 즐기는 사람들)를 3년간 운영했고 지금은 경기상상캠퍼스, 벌터문화마을, 경로당 문화교실, 일월공원 등에서 포크댄스 강사로 뛰고 있다. 복지관에서 활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5월 어버이 날과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포즐사 회원들과 함께 ‘주민과 함께 하는 포크댄스 한마당’을 펼쳤다. 그곳 복지사의 협조를 받아 한 달 전부터 현수막을 내걸고 게시판에 홍보 포스터를 붙였다. 경로당 방문도 하고 거리 홍보전도 했다. 회비로 떡, 과일, 음료도 준비하여 행복한 시간을 가졌다. “언제 또 올 거냐?”라는 질문도 받았다. 그러나 복지관 주관, 5개월이라는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계획으로 ‘웰빙 실버무용, 청춘을 찾다’ 프로그램 강사는 처음이다. 복지관에서의 포크댄스 수업, 수원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연무동이라는 지역이 타 지역과는 다르게 노인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분들이 많지 않은 편이다. 자연히 문화적으로 소외되기 쉽다. 그래서 이 지역 복지관에서의 첫 출발 더욱 의미가 깊다. 3시 정각, 수업 시작이다. 참가자들이 둥글게 원을 만들고 양손을 잡았다. 간단히 강사 소개를 하고 출석인원을 체크하였다. 학창 시절로 돌아가 번호 붙이기를 하니 무려 22분이다. 81% 출석이다. 이 정도라면 첫출발 성공이다. 강사로서 담당 복지사에게 강조한 것이 수강자 출석이다. 출결이 무상하면 학습 효과를 거둘 수 없기 때문. 수강자에게 사전 성실 출석을 당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몸 풀기 운동으로 손을 잡고 원을 돌면서 워킹, 호핑, 투스텝, 스킵핑, 폴카스텝을 배웠다. 몸을 움직이기 시작하니 얼굴이 상기된다. 대부분 어르신들이 젊음을 유지하고 있어 강사의 시범을 곧잘 따라서 하신다. 때론 신체 협응이 이루어지지 않는 분도 있다. 이런 때는 함께한 복지사가 옆에서 거들어주니 쉽게 해결된다. 이들이 정식으로 무용수업을 받아 본 것은 언제일까? 아마도 학창시절이니 60여 년 전의 일일 게다. 본격적인 수업은 ‘킨더 폴카(Kinder Polka)'독일이다. 파트너와 두 손을 잡고 원안으로 들어갔다 나오고 무릎치고 자기 손뼉 치고 상대방과 손뼉을 3회 한다. ‘자기 멋쟁이’를 2회 외치며 파트너 체인지를 한다. 구분동작, 연속동작, 전체동작을 배우고 익힌다. 강사의 구음(口音)에 맞춘 후 최종 음악에 맞춘다. 수강생의 반짝이는 눈빛, 즐거운 표정을 보며 수업 성공을 느꼈다. 이번 무봉종합사회복지관 첫 수업에서 놀란 점 3가지. 첫째, 수강생의 학습열기다. 10명 모집에 30명 가까이 수강신청을 하고 22명이 출석하였다. 이들의 학습 태도는 어떠할까? 강사의 설명을 귀담아 듣고 시범 동작을 유심히 살펴본다. 잘 되지 않는 동작은 다시 연습한다. 강사의 동작 지적을 받아들인다. 반짝이는 눈빛에서 열심히 배우려는 의지를 보았다. 한마디로 수강생으로서 자격이 되어 있다. 둘째, 참가자 복장이 세련되었다. 마치 선남선녀의 맞선 복장이랄까? 학생들의 소풍 나들이 복장 인상을 받았다. 구두도 세련되었고 의상이 조화를 이루었다. 어르신 나름대로 최대한 멋을 살리고 나오셨다는 느낌을 받았다. ‘웰빙 실버무용, 청춘을 찾다’ 가 인기가 있어 사전 입소문의 영향으로 다른 복지관 회원들도 참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셋째, 참가자들의 젊은 신체연령이다. 청춘의 정정함이 보인다. 신체를 움직이는 데 불편한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강사가 가르치는 대로, 시범동작을 따라서 한다. 아쉽게도 파트너 체인지에서 상대방을 찾지 못하는 분이 두 분 나왔다. 이 정도라면 완전학습에 가까운 수준이다. 100점 만점에 98점이다. 이번 복지관에서의 웰빙 포크댄스 첫 수업이 실버세대들의 건강생활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웰빙 무용이 여러 복지관에 전파되었으면 한다.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첫 수업에 동참 협력해 준 사회복지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임종식 경북 교육감은 7월 3일(수) 오전 11시 30분 전국 비정규 노조가 파업에 들어감에 따라 대체 급식이 이루어지고 있는 안동중학교 현장을 방문하였다. 임종식 교육감은 이날 학교 대체급식의 원활한 진행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행보로, 삶의 힘을 키우고 따뜻한 경북교육의 힘을 실천하고 있는 본교 현장에 방문하여 교사와 함께 학생들에게 급식을 배부하고, 컵라면과 빵,우유를 먹었다. 교육감은 대체급식으로 인한 학생과 학부모 불편의 최소화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학생들에게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훈훈한 교훈을 보여준 본교 교장과 교사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교장(황덕기)은 이날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파업에 대한 정당한 권리에 대해 훈화하여 학생에게 참교육이 전달 될 수 있도록 하였으며, 교직원 회의를 통해 교장과 교사의 솔선수범과 슬기로운 대책을 당부하였다. 또한, 여름철 식중독 및 각종 전염병에 유의하고, 하루 식품 권장량에 부합할 수 있는 완전식품을 학생에게 먹일 것을 강조하여 학교 운영회 심의와 학교 교직원 회의를 통해 컵라면, 빵, 우유를 제공하게 되었다. 본교 교사들은 학생들이 질서있고 안전한 급식이 진행될 수 있도록 급식 준비에서 마무리까지 동행하였으며, 대체 급식을 함께 함으로써 사제간의 훈훈한 정을 보여준 계기가 되었다. 황덕기 교장은 정부와 비정규직 노조의 원활하고 조속한 타결로 인해 우선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급식이 하루빨리 정상화되기를 기대한다고 하였다.
파릇파릇한 이파리가 자연의 자태를 뽐내며 연일 어서 오라고 손짓을 했건만 하루하루 아이들과 바쁜 일상을 보내다보니 좀처럼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다. 학기말 직원여행으로고민 끝에 결정한 곳이 바로 이천이다. 서른 명도 채 되지 않는 소규모 학교의 직원들이 꽃단장을 하고 도착한 곳은에덴파라다이스호텔, 미세먼지에 숨 한 번 크게 쉴 수 없었던 도심을 벗어나니 청정한 맑은 공기와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조차 평화롭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을 지르며 꽃과 나무들을 배경삼아 사진 촬영하기에 바쁘다. 저녁식사로 나온 양고기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입안에 들어가면 사르르 녹는 게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먹는 느낌이다. 혼자만의 맛에 취해 좀 게걸스럽게 양고기 살을 뜯어대는 내가 신기했던지 한참동안 처다보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양고기와의 인연은 몇 해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몽골 여행 중 한주전자 정도의 물로 양을 잡아 게르에서 요리를 했는데 그 맛이 일품이었다. 일행 중 한 분은 아예 이참에 몽골에 눌러 살란다. 마침 바리톤 김동규씨와 룰라장의 디너콘서트까지 열려 제대로 된 호강을 누렸다. 텔레비전에서만 보았던 김동규 씨를 실제로 보니 더욱 멋지다. 디너콘서트까지는 예약을 하지 않았기에 도둑고양이처럼 맨 뒤에 살짝 숨어서 감상을 하려 했더니 나가란다.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나보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직원들과 함께 어우러져 신나는 레크레이션과 맥주파티까지 완벽한 밤이었다. 이튿날 여행지는 이천 시립 월전 미술관, 한국화의 대가 장우성 선생님의 작품을 본 것은 크나큰 행운이다. 이천 시립월전미술관은 마지막 수요일이 있는 주 토요일이 문화가 있는 날로 입장료가 무료란다. 아하, 이런 행운까지 누리다니…… 게다가 DIY 장명루 팔찌 만들기 체험까지 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저마다 팔찌 만들기에 푹 빠져 제대로 된 힐링과 재미를 누렸다. 점심으로 먹은 이천쌀밥은 푸짐한 한상 차림이 보는 것만으로도 배부르고 행복하다. 제일 먼저 나온 것은 천연 새싹 삼, 어찌나 싱싱하고 상큼한 지 옆 테이블 동료직원 것까지 빼앗아 먹어 버렸다. 귀한 삼을 통째로 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새싹 삼은 뿌리와 잎, 줄기 하나도 버릴 것이 없이 다 먹을 수 있는 삼이다. 꿀에 콕콕 찍어서 잘근잘근 씹어 먹는 느낌은 향도 좋지만 건강해질 것이라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까지 더해지니 힘이 절로난다. 비교적 짧은 1박 2일의 직원여행이었지만 이천 여행은 몸과 마음의 힐링코스로 탁월한 선택이었다.
2019 대한민국 교육자치 콘퍼런스가 8월 7일(수요일) 10시부터 8월 9일 금요일 3시까지 한국교원대학교에서 개최된다. 이 번 콘퍼런스는'자치와 혁신, 교육이 지역을 살린다'라는 슬로건 아래 교육자치 학술제와 문화제로 운영된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주민, 학자, 활동가 등 국내외 인사들의 강연과 단체별 포럼과 더불어교육자치 주체들의 부스, 공연, 전시 등으로 다양하게 운영된다. 학생, 학부모, 주민, 교직원, 전문가, 시민단체 관계자 등 7,000여명이 참가할 것을 예상되는 이 행사는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국가교육회의, 혁신교육지방정부협의회, 교육부가 주최한다. 자세한 내용은 http://www.cea2019.org/index.php?gt=infoma/infoma01bt=1에서 확인할 수있고7월 5일 10시부터 사전등록이 가능하다.
수원 권선초등학교(교장 김중복)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꿈을 빚는 광장’을 꾸준히 운영하고 있다. ‘꿈을 빚는 광장’ 행사란, 한 달에 한번, 자신의 특기나 재능을 방송조회를 통해 전교생에게 공개하는 행사이다. 춤, 연극, 리코더연주 등 학급의 특색을 살린 공연을 준비하거나 학생들이 가장 잘하는 특기를 뽐내고 있다. 7월 4일(목)에는 방송조회로만 진행하던 ‘꿈을 빚는 광장’(이하 꿈빛광) 행사를 권선마루에서 진행하였다. 전교생이 권선마루에 모여 방송댄스, 드럼, 기타, 치어리더 공연 등 다른 학생들이 열심히 준비한 꿈빛광 공연을 관람하였다.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개최되는 이 ‘꿈을 빚는 광장’ 행사는 학생들의 재능을 개발하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 위해 마련된 행사이다. 꿈빛광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다른 학생들에게 알리고 싶은 자신의 특기는 무엇인지에 고민하고 이를 보여줌으로써 자신의 꿈을 고민하고 실현하고 있다. 꿈빛광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우리 반 친구들과 열심히 준비한 춤을 전교생 앞에서 공연하니 뿌듯하다”거나“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고 말하며 꿈빛광 프로그램의 장점을 말하였다. 앞으로도 ‘꿈을 빚는 광장’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개발하고, 재능을 발휘하여 즐거운 학교를 만들 수 있기를 소망한다.
01 이런 우스갯소리가 나돌았던 적이 있다. 무언가 잘못한 아이를 선생님이 야단치시면서 “너 집에서 이렇게 배웠니? 너 부모님이 이런 짓 하라고 말씀하시더냐?” 하고 나무라면, 그러는 선생님에 대해서 예전의 아이들은 이렇게 발끈했다고 한다. “선생님, 저를 야단치시는 것은 이해하지만, 저희 부모님을 건드리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그냥 저만 야단치십시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의 발끈하기는 이렇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선생님, 제 부모님이 저를 잘못 키우신 건 뭐라 이야기해도 좋지만, 저를 가지고서 야단치는 건 참기 힘들어요.” 요즘은 사실 이런 어조로 아이들을 야단치는 자체가 인권 침해쯤으로 인식된다. 어른이고 아이고 발끈하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하는 세태가 된 것 같다. 누구에겐가 발끈해 본 적이 있는가. ‘발끈하기’는 타자의 공격으로부터 나를 지키기 위한 심리적 방어기제의 일종이다. 그러나 방어기제 중에서는 그다지 고급의 방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언제 발끈해 보았던가. 자라면서는 형제 중 나만 불공평하게 대한다는 느낌이 들 때, 부모님께 발끈할 수 있다. 평범한 직장인이라면 주어지는 업무 부담이 나에게만 유독 많아진다고 생각할 때, 상사에게 발끈한다. 발끈한다는 것은 참는 행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오래 잘 참아오다가 어떤 대목에서 참는 끈을 놓치고 왈칵 성질을 내는 것이 ‘발끈’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나 수시로 습관적으로 성질을 내는 사람에게는 발끈한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어떤 상황에서 내가 발끈했을 때, 주변 사람들이 ‘정말 참고 참았는데, 오죽하면 저렇게 발끈한단 말인가.’하고 인식해 주면 나의 발끈은 유효타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내가 발끈한 것을 두고, 공연히 성질부린다는 인상만 주변 사람들에게 주었다면, 그것은 ‘실패한 발끈’이다. 생각해 보자. 살아오면서 누구에겐가 발끈해 본 적이 있는가. 발끈했던 일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면, 그 발끈으로 인해서 뒤에 마음 쓸 일이 많았거나 불편해지게 된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발끈했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그 발끈은 잠시 내 손상된 자존심을 회복해 주는 효과를 발휘했을지도 모르겠다. 발끈하므로 해서 얼마나 이익을 보았는지를 계산하기란 쉽지 않다. 자존심은 지켰지만, 주변의 인간적 신뢰는 잃을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발끈하지 못해서 얼마나 이익을 보았는지를 계산하기도 쉽지 않다. 차별과 모멸에 발끈하지 못해서 그것이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대부분의 발끈하기는 잠시 후련하고 오래 불편하다. 인내가 무너지는 지점에서 ‘발끈의 심리’가 솟아나기 때문이다. 지혜롭게 발끈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02 ‘발끈’은 성을 내는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다. 그냥 성을 내는 것이 아니라, 사소한 일에 왈칵 성을 내는 모양을 나타낼 때, ‘발끈’이라고 한다. ‘발끈’에다 ‘하다’를 붙여서 ‘발끈하다’라고 하면 동사가 되어서, ‘사소한 일에 왈칵 성을 내다’의 뜻이 된다. ‘사소한 일’에 성을 낸다는 것, 갑자기 ‘왈칵’ 성을 낸다는 것, 이것이 문제이다. 사전적 풀이로만 보면 ‘발끈하기’는 아주 양호한 행동 자질을 담은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전적인 뜻이 그렇다는 것이고, 인간 생활의 실제에서, 특히 대인관계나 감정 소통 과정에서 ‘발끈하기’가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다. 우리가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완벽한 인간이 못 되기 때문에, 발끈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예컨대 나에 대해서 부당하게 공격해 오는 타자를 막아내기 위해서 ‘발끈하기’라는 방어기제(Defense Mechanism)의 작동이 필요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 기제로서 ‘발끈하기’가 발동되는 것이다. 다만 이 ‘발끈하기’를 평상시에 상위 인지(上位認知, meta-cognition)하는 훈련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발끈하기’에도 수준이 있다면, 좀 더 고급의 수준으로 사용해야 하지 않겠는가. ‘발끈’은 욕정의 기제와 비슷하다. 통제되지 않은 채로 분출된다는 점에서 둘이 비슷하다. 그리고 분출한 이후에 금방 후회하기 쉽다는 점에서도 이 둘은 유사하다. 수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후회하게 되고, 수습이 쉽지 않은 것은, ‘발끈’이 ‘욕정’처럼 충동적으로, 그리고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데서 생기는 결과이다. 사소하고 중요하지 않은 일에 필요 이상의 성을 내는 것도 ‘발끈’이 가진 약점이다. 공의롭고 대의명분이 반듯한 분노를 두고 발끈했다고 말하지 않는다. 이런 부정적 요소를 좀 제거하면, ‘발끈’도 면모를 쇄신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충동적 발끈’을 ‘전략적 발끈’으로 진화시킨다면, 또 ‘우발적 발끈’을 ‘적시(適時)의 발끈’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다면, 지혜로운 발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을 좀 고친다 해도 ‘발끈’에는 숙명적인 난관이 있다. 발끈하는 그 순간의 우리 몸을 해치는 작용이 있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핏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 핏대는 혈관, 즉 핏줄(a blood vessel/a vein)이라는 뜻이다. ‘핏대’는 힘주어 세게 말할 때, 목에 드러나는 핏대(핏줄)를 말한다. 걸핏하면 발끈하여 소리를 높이며 핏대를 세우는 습관이 있어서 얻게 된 별명이다. 혈관이 두드러질 정도로 핏대를 세운다는 데서 이 별명이 지어졌을 것이다. 핏대라는 별명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자주 듣는 충고는 혈압 조심하라는 말이다. 핏대를 세우다가 혈압이 높아져서 목을 잡고 쓰러지는 장면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 얼마나 자주 보는가. 그러니 ‘발끈’은 신체적·정신적 건강 면에서 여전히 위험하다. 공자님은 나이 60을 귀가 순해지는 이순(耳順)의 나이라고 했다. 귀가 순해진다니, 무슨 뜻이겠는가. 깊은 뜻이 여러 가닥으로 있겠지만, 여간 불편한 말을 들어도 금방 발끈하지 아니하는 경륜에 이를 만한 나이라는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하리라. 03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사회는 어디서부터 병이 들었는지, 우리를 끊임없이 발끈하도록 부추긴다. 발끈하지 못하면 사람 축에도 못 낀다는 인상을 준다. 온갖 댓글이 횡행하는 SNS 공간에서는 이런 느낌이 거역할 수 없는 실감으로 다가온다. 마치 모든 SNS 공간에는 이런 팻말이 붙어 있는 듯하다. “발끈하지 않는 자, 여기에 들어오지도 마시오.” 충동적이고 퇴행적인 감정에 기대어 발끈하는 사람이 SNS 공간에는 지천이다. 날것 그대로, 조금도 숙성되지 않은 감정에 기대어 발끈하며 자기 최면에 빠지는 경우는 얼마나 많은가. 발끈의 감정을 정의감 정도의 미덕으로 오해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없는 적개심까지도 기꺼이 만들어 내어 열심히 발끈하도록 감염시키는 SNS 공간은 ‘무한 증오’의 영토를 만들어 가는 곳이다. 물론 발끈의 순기능은 있다. 그것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라는 말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어떻게 된 셈인지, 지렁이를 밟는 쪽에서 더 발끈하는 형국이다. 문제는 발끈해야 할 사람은 좀체 그리 아니하고, 발끈하지 않아야 할 사람은 늘상 발끈하며 지낸다는 데에 있다. 발끈의 순기능과 역기능 사이의 균형은 찾을 수 없게 되었다. 분노가 일상의 감정이 된 사회, 성냄이 남아도는 사회, 저마다 정의의 심판자 역할만 하려는 사회, 소망이 없는 사회이다. 진지하고 비장하여 그럴듯하게 보이는가. 그 뒤에 숨어 있는 위장된 욕망은 없는가. 04 누추하고 더러운 고물을 수집하며, 온갖 모멸을 겪으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고 노력하여, 마침내 반듯한 사업가로 성장한 이석수씨의 자서전 3평 고물상의 기적에서 그가 ‘발끈’을 다루는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를 인용함으로써 이 글의 결말을 삼으려 한다. 발끈하고 싶을 때 발끈하지 마라. 발끈하면 그걸로 그냥 끝이다. 기분만 나빠지고 아무것도 얻는 게 없다. 그러느니 호흡을 가다듬고, 모멸감을 준 상대에게 펀치를 날리듯 더 야무지게 일하라. 그래도 자꾸 발끈해지려고 들면, 내가 자주 사용했던 방법을 써보길 권한다. 모멸감이 느껴지는 일을 당할 때마다 나는 생각했었다. ‘반전을 보여주고 말 거야. 이게 끝이 아니라는 걸 나 스스로 증명해 보일 거야.’(3평 고물상의 기적, 200쪽) 잘못이 내게 없다면, 위기 상황이 지나가길 기다리는 인내심과 지혜가 필요하다. 파도를 맞아봐야 파도를 견딜 수 있듯이, 위기로 인해 나 자신이 더 단련된다고 생각하며, 위기를 즐기라. 그리고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도록 자신에게 알맞은, 스트레스 푸는 방법이나 취미를 꼭 한두 개쯤은 갖기를 권한다.(같은 책, 210쪽)
사교육에 시달리는 많은 수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량과 숙제로 인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교실에는 이틀에 한 번씩 보는 학원의 영어 단어 시험을 위해 매주 300~500개의 단어를 외우고 있느라 쉬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말끝마다 “힘들어요.” “피곤해요”를 달고 사는 아이들도 늘어만 간다. 요즘 아이들에겐 헐렁하게 쉴 수 있는 ‘빈틈’이란 게 없다. 이렇게 쌓인 예민함·우울·피로 누적이 학교폭력으로 분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왕따와 학교폭력문제를 놀이와 우정을 제쳐두고 푸는 길은 없다. 2019년 한국 교육의 진실 이렇듯 우리나라 청소년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세상 살기가 참 힘들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9년째 ‘자살’이다. 성적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과 싸우는 청소년이 4명 중 1명꼴이고, 하루 평균 1.5명의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인데,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교육전문가는 이러한 아이들 고통의 뿌리를 ‘놀이 없음’에서 찾고 있다. 놀면서 길러지는 생기와 힘을 오늘을 사는 부모와 교사는 철저히 무시한다. 험한 길을 헤쳐나가는 데 꼭 필요한 생기와 놀면서 만나는 재미와 우정이 있어야 아이들은 살 수 있다. 놀면서 수도 없이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놀이는 패배와 좌절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해주고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긍정의 힘을 길러준다. 이러한 수많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가정에서 요구하는 학교의 기능은 오로지 ‘배움터 혹은 돌봄의 공간’이라는 목적만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각종 ‘캠프’와 ‘OO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돌리고 있고, 맞벌이부모를 대신하여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학교를 일컫는 라틴어 ‘슐레’의 뜻은 ‘한가한 곳’이다. 학교 현장에서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는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만나서 놀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데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동맹을 맺고 가상의 적을 만나 대결하는 스마트폰 게임, 컴퓨터 게임과 SNS는 어찌 보면 함께 할 놀이 공간과 시간, 친구를 확보하지 못한 아이들의 마지막 피난처인지도 모른다. 여학생들은 유행하는 패션과 브랜드 제품, 화장품 구입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남보다 비싼 제품을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해하고 소비를 놀이로 인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은 추상의 세계를 다룬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경험과 체험을 충분히 해야 하며, 이게 부족함이 없어야 추상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독서영재교육’에 대한 부모와 교사들의 높은 관심, 게임과 SNS 몰입, 과도한 소비행위가 아이들의 ‘놀 터’와 ‘놀 시간’과 ‘놀 동무’를 대체하고 있다. 초등 놀이중심교육과정,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회복시켜 주어야 할까? 아이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떨쳐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놀기’이다. 놀이는 ‘즐거움과 행복’을 ‘미래’가 아닌 ‘오늘’ 당장 만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놀면서 자유와 해방을 만나 그 속에서 행복을 몸으로 느낀 아이라야 행복을 더듬어갈 수 있다. 행복을 찾아가려면 행복할 때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놀이의 힘이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유에 목이 마르다.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할 동무와 텅 빈 시공간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보고자 교육부와 교육청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학교의 공간·시간·수업을 놀이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점’은 현장에서 많은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늘리고 놀잇감을 살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주었으며, ‘놀이학습 놀이활동’ 관련 각종 연수 추진, 놀이 장학자료 제작·배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초등 놀이중심교육과정’은 이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연착륙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놀이의 중요성과 놀이시간을 확보해 주고자 하는 운영 취지에 교육공동체가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다양한 ‘놀이학습방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 자기주도적으로 짬짬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실내 놀잇감’을 사용하며 즐겁게 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이제 어느 교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간놀이시간 운영의 문제점 놀이중심교육과정의 연착륙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중간놀이 운영’ 이다. 일반 교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중간놀이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9시 등교와 맞물려 일과표 운영상 불편함이 발생한다. 늦게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청이 권장하는 ‘30분 중간놀이 시간’을 확보해 주면, 점심시간이 12시 30분으로 늦춰지면서 아이들은 배고픔을 호소한다. 뿐만 아니라 2시 30분이던 하교 시간도 자동적으로 10분 정도 뒤로 밀려 2시 40분이 되어버린다. 이는 학생들을 교육·관리하는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하며, 아이들 하교 후 교사들이 준비하는 수업준비시간 감소를 초래한다. 또한 대부분의 교육청 연수가 3시에 시작함을 고려할 때 연수 참여 어려움이 생기므로 교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30분이 아닌 20분의 중간놀이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하교시간을 2시 30분으로 맞추기 위해 1~2교시나 3~4교시를 블록타임으로 묶어 운영하거나, 쉬는 시간 10분을 없애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3~6학년은 교과전담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담임수업 한 시간을 끝내고, 다음 시간 수업인 교과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 40분 중 일부를 교실이동시간으로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둘째, 많은 교사가 안전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간놀이시간에 학생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으로 몰려나와 신체활동놀이를 하다보면 다치는 경우가 잦고, 이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사고는 학부모 민원 1순위이며 교사가 합의금을 주고 해결하거나, 민사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교사들이 당번제로 번갈아가며 운동장에서 학생활동을 관찰하지만, 수백 명의 학생들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당번을 하고 있는 동안 운동장에 나오지 않고 담임교실에 잔류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사고 위험도 공존하게 된다. 셋째,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이 전교생이 나와 놀기에는 놀이공간이 태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요일을 정해 특정 학년만 운동장에 나와 놀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실내놀이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운동장 활동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또한 학급마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부적응학생은 늘 있기 마련인데, 이 학생들에게 있어 놀이에 끼지 못하고 혼자 보내야만 하는 긴 중간놀이시간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중간놀이시간 운영방법 개선을 위한 제안 첫째, 중간놀이시간 운영 관련 우수사례를 발굴하여 일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별다른 계획이나 프로그램 없이 쉬는 시간의 연장처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수사례 일반화’가 시급하다. 강동구 소재 S 초등학교에서는 중간놀이시간에 전통놀이를 베이스식으로 아홉 군데 설치하고, 처음 시작할 때 한 학년이 이틀씩 돌아가면서 체험을 하게 한다. 어느 정도 활동에 익숙해지면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데, 놀이기구 설치 및 운영을 위해 5·6학년에서 한 학급이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봉사활동을 한다. 놀이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노는 학생들도 많다. 수요일은 격주로 조회대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이때 놀고 싶은 학생은 놀고 구경할 학생은 자유롭게 구경을 한다. 이 사례는 교육신문에 실렸으며 인근 학교에서 필요한 자료 공유요청과 현장답사를 하게 만든 우수사례였다. 둘째, 학생들의 일과시간을 놀이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침활동시간·중간놀이시간·점심시간을 최대한 놀이시간으로 확보해줌과 동시에 교사들의 업무량 증가를 막고,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또한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학생들이 실내에서 놀이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좁은 공간인 교실과 복도에서 할 수 있는 실내놀이활동 안내와 놀잇감 확보를 위한 교육청 차원의 예산 지원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셋째, 학교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해 ‘놀이공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도 끝 여유 공간, 중앙현관,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 운동장의 자투리 공간 등…. 반드시 운동장을 고집할 필요 없이 학생들이 친구들과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다양한 활동 활동을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학교 단위에서는 놀이운영에 대한 학교·교사·학생 간 소통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무슨 놀이를 하고 싶은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지, 필요한 놀잇감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중간놀이 운영방식’에 대해 놀이 당사자인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협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생자치회를 통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여 중간놀이시간을 운영한다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놀이시간 운영과 관련된 학급규칙 마련을 통해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다섯째, 부적응학생에 대한 관심과 참여 방안 강구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놀이를 권장하는 기본 취지도 교우관계 개선이 크다. 하지만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거부당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놀이시간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으므로 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해결방법 모색, 담임교사의 조치(마음에 맞는 소그룹 친구 구성 기회 제공 등)가 절실히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놀 틈’과 ‘놀 터’와 ‘놀 동무’를 찾아주자. 놀이가 살아나야 아이들도 산다. 그리고 비로소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그 질문 자체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자유학기제는 보편화 되어 있다. 2013년 자유학기제가 시범 도입된 이후 확대가 이루어졌으며, 현재 자유학년제의 형태로 대부분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학습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자유학기제는 표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TY(Transition Year)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현재는 일부 학교들만 적용되고 있으며, 많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여러 문제에 대하여 냉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기초학력 보장법」및 시행령과 관련하여 ① 기초학력 진단 및 평가체제 전환, ② 학교 안팎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③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④ 국가-시·도-학교 책무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다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계획돼 있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사흘 앞두고 전면 폐기한 지 3년 만에 다시 기초학력진단평가 전면 실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수 조사가 갖고 있던 단점이 있었지만,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분명한 합목적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던 평가도구를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폐기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내실화 방안을 어떻게 봐야할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 별개의 정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는… 중학교 현장에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정책은 지대한 영향을 준다. 정책의 본래 취지와 달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고 또 다른 문제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기반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성적을 기반으로 한 학급편성의 기준이 없어 1·2학년의 학급편성 시 학업성취도가 고르게 반영된 구성이 어렵다. 시·도별로 진단도구를 제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중학교 입학 때 초등학교에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배치고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지만, 정규고사 성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학년제가 적용되는 중학교 1학년 동안의 객관적 성적자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 편성 기준이 모호하여 학교별로 자체 기준을 세워 적용할 수밖에 없다. 교과 특성에 따라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균등하게 이뤄질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분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목별로 학급이 편성되고, 개별 내신 성적이 산출되는 시스템에서는 학급 간 편차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과목(일부 수준별로 반편성으로 이루어지는 교과 제외)은 학급에 따라 개별적 교육과정이 적용되지 않고 동일한 수준과 내용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급의 특성에 따라 수업방법은 달리 적용될 수 있지만, 학급 간 편차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학급별 분위기 차이로 이어지고, 학습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른 분포가 이뤄진다면 학급 내에서도 동료 간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습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자유학기제 운영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게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 그리고 평가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자유학기 프로그램은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간 격차가 크고,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운영 강사의 섭외와 계약 그리고 회계 절차까지 상당 부분을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외부 강사가 투입됨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문제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정규 평가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개별 활동을 서술형으로 생활기록부에 작성해주게 돼 있는데, 이 또한 다른 영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요구하고 있어 기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생활기록부 작성 개정 과정에서 행동발달영역의 기재 분량도 축소된 상황에서 자유학기의 기록에 대한 부담은 굉장히 큰 편이다. 특히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이 프로그램 과정 중에만 본 강사 입장에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내용의 나열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유학기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 못지않게 기피하고 싶은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학부모들의 실제적인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의 학업성취도 혹은 능력의 상대적 위치를 궁금해 한다. 그 어느 학부모도 아이들을 경쟁구도로 내몰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만, ‘진학’이라는 현실 앞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사교육 업계에서는 자유학기 기간을 ‘신이 내린 1년’, ‘선행의 마지막 기회’와 같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들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공략하며 현혹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수월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 학습 상황을 진단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각 정책이 실현될 때 큰 얼개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는 나름의 타당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로 오면 상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유학기가 1년 단위의 자유학년제로 확대된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측정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어긋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초학력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전부터 다시 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기초학력 지원에 해당하는 과목과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은 이러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보다 나은 학교 현장을 위해서 모든 정책은 나름의 가치와 목적을 갖고 출발한다. 그러나 현장에 더 큰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급하게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공청회 형식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자리(진보 교육감들의 광장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를 통한다면 의미는 크지 못할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변화로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이 추진되고 있다.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실제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현재 재심에 해당하는 사안에 보내는 서류만큼 많은 양의 문서를 작성해서 이관된 학폭위로 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교육청으로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 단위 학교에서의 업무 경감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자유학기, 미래 사회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정책. 중요한 이 두 정책이 중학교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고쳐갈 수 있는 열린 정책이 되길 바란다.
모든 교사들은 수업을 잘 하고 싶다. 하지만 경력이 많건 적건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또한 수업이다. 새내기 교사 때는 교직 생활 1순위가 수업이다. 4~5년 차가 되면 생활지도가 1순위고 수업은 2순위로 밀린다. 그리고 경력이 올라갈수록 행정업무량이 많아지면서 행정-생활지도-수업 순으로 자리가 바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력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수업 역량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20대는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가르치고, 30대는 아는 것만 가르치고, 40대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고, 50대는 생각나는 것만, 그리고 60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교사들이 수업 전문성을 기를 틈을 주지 않는다. 수업코칭 전문가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교사가 수업에서 행복을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버티듯이 하는 수업에서는 좋은 수업이 나올 수 없다. 학생만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이 둘이 같이 살아 있어야 좋은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광화문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소장은 “질문이 없는 교실, 잠자는 학생, 교사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수업 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교단에 들어와 번아웃 되거나 학생들과 관계에 상처 입고 수업의 시행착오를 극복하지 못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학교교육의 근본은 교수와 학습이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는 교사들의 오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학교 수업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사에게는 지식 습득 능력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학교혁신과 수업혁신, 그리고 교육과정 개편 흐름으로 볼 때 이 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업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능력은 교수 학습방법 구사 능력이다. 특히 학습수준이 낮은 학생일수록 교수 학습방법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배움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학생들과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수업의 질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교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은 공감하고 실천하고 자율적인 문제해결력이다. 먼저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공감인 것이다. 또 교사는 이론적 지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천적 지식으로 승화시킬수 있어야 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교사들이 많다. “갈수록 거칠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늘면서 교사들의 수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최고의 아이들은 현재의 아이들’이란 말처럼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나 기본생활태도가 더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경력이 많은 교사라 해도 그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새로운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게다가 교육과정 재구성이니 역량중심교육이니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교직에 들어오겠다는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교단에 있는 교사들은 너도나도 명퇴를 고민한다.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안에서는 못 살겠다며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현실이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와 못하는 교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개인차의 핵심은 사명감이다. 진부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28년간 수 많은 교사들을 만나면서 느낀 생각이다. 교사들의 출발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늘 수업이 활기찬 긍정방향 교사와 매사 무기력한 부정방향 교사로 갈린다. 이는 수업자 즉, 교사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판가름 된다. 초기에는 수업능력의 격차가 별로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벌어진다. 특히 고경력 교사일수록 양극화되는 경향이 크다. 결국 교사로서의 사명감, 헌신성 등이 좋은 수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잠자는 교실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잠자는 교실 문제는 주로 고등학교에서 나온다. 중학교는 잠자는 학생 대신 수업 중에 딴짓하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잠자는 학생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다양하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학습진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사의 강의식 중심 수업,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맞지 않는 교과내용, 학교 자체의 노는 문화 만연, 그리고 정부의 지원 체제 미흡 등 복합적이다. 다양한 변인을 고려, 종합적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기위해 질문이 있는 교실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잠자는 교실을 질문하는 교실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학생들한테 무조건 “질문 한 번 해봐” 한다고 해서 질문이 나오지는 않는다. 먼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들도) 알아야 질문할 것 아닌가. 아울러 질문을 유도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대부분 교사들이 수업 마칠 무렵에 질문시간을 주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ABC를 가르친다고 할 때 A를 가르친 다음, 질문 시간을 주고 B를 가르친 다음에 질문 시간을 주는 식으로 그때그때 단계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초등 저학년은 질문이 너무 안 나와서 문제고 4학년 이후부터는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수준이 어려워지면서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어릴 때부터 질문만 해도 적절한 보상을 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고 하브루타 수업 등 구조화된 방식으로 질문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사들에게 칭찬보다 격려를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칭찬과 격려는 다르다. 상대에게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칭찬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라면 격려는 존재에 대한 인정 즉, 실패한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칭찬보다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격려다. 지금까지 우리는 칭찬에만 익숙한 시대를 살았다. 행위의 결과만을 가지고 잘잘못을 평가했고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칭찬받을 일이 없었다. 한편으로 칭찬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대한 부담이 생겨 칭찬을 받을수록 오히려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 개개인의 내면에 감춰진 욕구를 파악에 그에 맞는 적절한 격려를 하는 것이 수만 마디 칭찬보다 더 효과적이다.”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열일곱살 남자아이 아름이가 투병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열일곱에 애를 낳아 지금은 서른네살인 어린 부모가 아름이를 돌보며 성숙해가는 이야기, 아름이가 역시 불치병에 걸린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소설 속에서 주요 상징 또는 소재로 나오는 꽃을 찾아 그 꽃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꽃은 어떤 꽃인지 소개하는 것이 필자의 주 관심사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출간 당시 인기 소설이어서 샀더니, 중학생 딸이 먼저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읽으면서 꽃이 나오는지 잘 살펴달라”고 했다. 딸은 다 읽고 나더니 “나오는 꽃이 없다”고 했다. 그다음은 아내가 읽었는데 읽고 나서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필자가 읽어보니 도라지꽃이 주인공 아름이와 여자친구의 우정 또는 사랑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줄거리에 집중해 읽느라 도라지꽃이 나오는 것을 놓친 듯했다. 도라지꽃을 닮은 소녀 이 소설에서 도라지꽃은 두 번 나온다. 집안 형편상 더이상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자 아름이는 성금 모금을 위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을 자청한다. 이를 계기로 골수암에 걸린 동갑내기 소녀 서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아름이는 이를 통해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고,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설렘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서하와 주고받은 메일들은 너무 예쁘면서도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어느날, 서하는 아름이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낸다. 요 며칠 아빠랑 절에 있었어. 아빠가 요새 대체요법에 관심이 많거든. 근데 거기 스님이 나더러 도라지꽃같이 생겼다고 하더라. 서하는 어떻게 생겼기에 스님이 도라지꽃 같다고 했을까. 아름이는 이 도라지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얼마 후 다큐멘터리 PD 승찬 아저씨가 문병을 왔을 때 노트북을 켜둔 아름이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근데 넌 바탕화면이 그게 뭐냐.” “뭐가요?” “걸그룹도 많은데 웬 도라지꽃이니. 늙은이같이.” “왜요, 뭐가 어때서요?” 도라지꽃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 정도로 오매불망 서하 생각을 한 것이다. 도라지꽃이 다시 한번 둘 사이의 우정 또는 사랑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라며 책을 읽었으나 작가는 더 이상 이 꽃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도라지꽃은 아름이가 유일하게 비밀을 나눈 아이, ‘첫사랑, 혹은 마지막 사랑’이었던 서하를 그리워할 때 등장한 꽃이어서 이 소설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심심산천에’ 피는 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꽃은 밭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보통 40~100㎝ 자라고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흰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데,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문일평은 꽃이야기 책 화하만필(花下漫筆·꽃밭 속의 생각)에서 “도라지꽃으로 말하자면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밭에서 피어나는 ‘별’을 닮은 꽃 도라지꽃을 별에 비유하는 글들이 많은데,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 개의 별이 있다. 먼저 꽃이 벌어지기 직전, 오각형 꽃봉오리가 별 같이 생겼다.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누가 바람을 불어넣는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손으로 꾹 누르면 ‘폭’ 또는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꽃이 터져 어릴적 재미있는 놀이거리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모양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에 오각형의 풍선처럼 부풀다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피어난다. 고주환 씨는 책 나무가 청춘이다에서 도라지꽃이 옆으로 ‘돌리며’ 피어나는 것이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도라지꽃이 개화하기 직전,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가 산처녀의 봉긋한 가슴 같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양 사람들한테는 이게 풍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도라지의 영어 이름은 ‘Balloon flower(풍선꽃)’다. 도라지꽃이 필 때 수술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간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미는데,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름이는 자신으로 인해 잃어버린 부모의 청춘을 돌려주고 싶다. 그래서 부모의 만남과 사랑부터 자신이 태어날 때까지 이야기를 글로 써서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고 있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서하가 누구인지에 대한 반전이 있다. 꽃과 식물에 관심을 갖고 소설을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문장도 좋았다. 어디선가 까르르 박꽃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젊은 레지던트 하나가 간호사들에게 농담을 걸고 있었다.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낱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 물결. 나이 많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수천장의 잎사귀를 나부끼며 고독하고 풍요롭게.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게로, 그 나무가 또 건너 나무에게로, 쉼 없이, 은근하게. 그러고 봄 추파는 사람만 보내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김애란의 첫 장편이다. 김애란은 특유의 젊은 감각, 신선한 문체와 스토리로 문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글은 발랄하고 재미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곳곳에도 읽다가 절로 웃음이 나오는 구절이 많다. ‘엉뚱한 듯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 흡인력 있다. ‘슬픈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가’라는데, 두근두근 내 인생에 딱 맞는 평인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아름이의 희망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고 했다.
영화 ‘기생충’을 본 관객들의 관람평이 차고 넘친다. 세계 최고의 영화축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극장을 찾는다. 개봉 20일만에 840만 관객을 돌파했다(6월 18일 기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많은 이야기들을 양산해왔다. ‘살인의 추억’(2003)이나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때도 그랬고,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 ‘기생충’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세 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봉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과연 ‘일가’(一家)를 이뤘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장센의 교과서로 불린다. 영화 속 소품, 배경과 빛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피사체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에서 봉준호는 배우의 연기 합마저 ‘미장센’ 해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홀로 이끌어가는 원톱 영화가 아니다. 박 사장(이선균 분)의 4인 가족과 기택(송강호 분)의 4인 가족의 역할이 적절하게 분배돼 있다. 여기에 문광의 가족 2인이 더해지며 영화는 10명의 배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끌어간다. 우리는 모두 기생한다? 배우들의 에너지는 넓은 스크린에서 때론 격렬하게 충돌하고 때론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조응하며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도무지 멈춰 세울 수 없는 맹렬한 희비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속도감을 가진 기차가 배경이었던 ‘설국열차’가 아니라, 오히려 집이라는 부동의 물성을 가진 정적 공간임에도 관객들은 지루함은커녕 손에 땀을 쥐고 영화에 집중한다. 그렇게 봉준호는 배우들의 서로 다른 연기를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지휘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 영화매체인 인디 와이어는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선언했다. 봉준호 감독 자체를 장르로 명명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봉테일’이다. ‘봉준호+디테일’을 줄인 이 별명은 현장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그는 각도, 조명, 비율에 대한 모든 것을 계산해 그린 콘티북을 현장과 공유해 가장 효율적으로 촬영한다. 영화 ‘괴물’에서는 가장 중요한 괴물 CG를 영화 전체에서 125컷이 나오도록 치밀하게 사전준비 후 촬영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숏의 변화를 시도하는 감독들과는 다른 스타일이면서도 ‘천재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이유는, 첫째로 첫 촬영인 크랭크인 이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영화 한 편의 모든 컷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요, 둘째로는 머릿속 영화를 현장에서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낸다는 것이 그가 천재 감독인 마지막 이유다. 대부분 감독들에게 촬영 현장은 포기의 연속이다. 늘 부족한 예산, 배우와의 기 싸움, 숙련되지 않은 스태프와의 갈등에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수많은 좌절을 거치며 그들은 타협을 시작한다. 봉준호는 그렇지 않다. 영화 ‘마더’(2009)에서 국민엄마 김혜자에게 사람을 죽이게 하고 따귀를 맞게 한다. 조연의 이름을 불러주고 식사 때를 지킨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봉 감독을 두고 “자신의 100% 이상을 이끌어내는 감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생충’에는 온통 계급과 자본에 대한 클리셰들로 가득하다. 반지하방, 배설물이 역류하는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 전깃줄로 뒤덮인 골목길, 가파른 언덕 위 2층집 등 한국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두 가족의 희비극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기생충’에는 요즘 한국영화에 흔한 외국 배우도 없다. 짜파구리 같은 소품도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한국영화에 조예가 깊은 평론가 달시 파켓의 적절한 번역으로 해외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본 홍콩의 한 영화감독은 ‘이건 홍콩의 이야기!’라고 공감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국 감독은 ‘당장 세트만 바꿔 영국에서 리메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과 설정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다는 것이 그가 ‘기생충’을 통해 달라진 두 번째 지점이자 이 영화가 이룩한 놀라운 성취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의 마지막 변화.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자신을 영화에 대입한다. 박 사장 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기택처럼 루저는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발걸음 멈춰도 자신과 스스로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한국 사회 어디에 ‘기생’하고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먹고 살기 위해 누구에게 기생하고 있나? 점점 가슴을 채워오는 ‘묵직한’ 모욕감. 아마도 이런 점이 개봉 당시 빨랐던 500만 관객 돌파 이후 주춤했던 상승세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영화의 영어 원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이 똑같이 포개진다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상류층인 박 사장이 기택 가족에 기생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봉 감독은 질문한다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생 또는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누군가 누구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 속에서는 더더욱.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발버둥치는 어느 일가족의 난리법석 생존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서민들의 서글픈 자화상 사실 자본과 계급에 대한 그의 천착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1994)에서부터 확인된다. 도색잡지를 즐겨보는 교수, 아침 조깅을 하며 남의 집 배달 우유를 습관적으로 훔쳐 먹는 신문사 논설위원, 만취해 노상방뇨를 하려다 경비원에게 들키는 검사의 에피소드가 10분씩 이어진다. 에피소드의 제목들도 의미심장하다. 교수 에피소드는 ‘바퀴벌레’, 논설위원 편은 ‘골목 밖으로’, 검사 편은 ‘고통의 밤’이다. 세 주인공이 TV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로 한 자리에 모이는 에필로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위에 군림하는 엘리트 계급의 민낯과 공허한 대화들이 교차되며 영화는 비로소 완결성을 갖춘다. 그렇다면 봉준호의 달라진 점은? 더 이상 봉준호는 계급 이동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배두나 분)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고, 윤주(이성재 분)는 1500만원을 주고 교수가 된다. ‘옥자’에서 미자(안서현 분)는 수많은 슈퍼돼지를 구하진 못했지만 옥자만이라도 탈출시켜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산다. ‘설국열차’도 남궁민수(송강호 분)도 결국 꼬리칸 이들과 함께 열차를 전복시키기까지 했다. 봉준호의 전작 주인공들은 연대했다. 편법으로라도 신분상승을 이뤄냈거나, 자신만의 무릉도원으로 도피에 성공했다. 혁명을 이뤄내기까지 했다. 봉준호가 그려 갈 다음 세계는... 그런데 ‘기생충’에는 없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의 연대는 술에 취한 공상에서나 가능하다. 함께 연대해야 할 문광네는 서로를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 상대다. ‘기생충’에서는 봉준호 특유의 위트와 블랙 코미디의 적절한 조화가 주는 재미가 사라졌다. 씁쓸하고 치욕적인 웃음만 남았을 뿐. ‘기생충’은 봉준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첫 영화인 셈이다. 더 음울하고 냉소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은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영화의 관점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컷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카메라가 담아내는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그의 섬뜩한 커밍아웃에 확신이 든다. ‘기생충’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그의 향후 영화들은 더욱 무겁게 변할까? 황금종려상을 받고 그는 말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사이코’나 ‘현기증’을 찍은 게 본인 환갑 무렵이다. 나도 그 나이 때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고 남들이 했던 것은 안 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한국영화사 100주년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물론 반갑지만, 그보다 봉준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이 ‘인성함양’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교육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아 왔던 부분 역시 ‘인성교육의 부재 또는 실종’이었다. 인성교육이 땅에 떨어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믿음 중 하나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노력을 계승하고, 그 방법을 적용한다면 인성교육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금까지의 학술 연구들에서도 조선시대 인성교육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당시의 인성교육은 하나의 전범(典範)처럼 간주되고, 나아가서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신화와 같은 성격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갖게 되는 의문점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인성교육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입시위주 교육’이다. 조선시대 역시 ‘과거 합격’이 지상 목표였던 ‘과거시험 위주의 교육’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조선시대에서의 인성교육이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을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의 인성교육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었을까? 우선 조선시대가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들, 나아가서는 일반 백성들에게 내면화시키려 했던 핵심적인 덕목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시 국가에서 학교를 세워 백성들에게 궁극적으로 부식시키려 했던 핵심 덕목들은 바로 ‘효제충신’, 곧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군주에 대한 충성, 이웃 간 믿음이었다. 이러한 ‘효제충신’과 함께 중시되었던 덕목들이 있었는데, 바로 ‘예의염치’였다. 예의염치란 절도를 지키고, 숨김이 없으며,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좀 더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항상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예의염치는 국가가 국가답게,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었다. 사람에게 예의염치가 없다면 ‘본능’에 지배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익을 탐하거나, 종종 거리낌 없이 불법을 자행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는 ‘개인의 타락’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가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즉, 예의염치가 제대로 신장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국가의 멸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예의염치라는 중핵적 덕목을 개인들에게 내면화하는 인성교육이국가의 사활적 관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을 위한 당시의 이런 노력들은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무엇보다도 조선시대의 인성교육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유생들의 인성 실태 조선시대 인성교육의 실상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시 핵심 수학집단이었던 유생들(또는 선비들)의 일상적 행태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바로 ‘출석’이다. 출석은 기본 중의 기본 생활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유생들의 ‘출석부정 행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과거시험(대과) 응시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성균관 출석일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성균관의 열악한 여건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출석을 하는 유생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유생은 대리출석과 허위증명서 제출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출석문제를 해결했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규칙인 출석조차 부정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유생들의 ‘인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언급할 것은 ‘학습방법’이다. 유생들은 평소 꾸준히, 성실하게 배움에 정진했다기보다 과거시험이 다가오면 급하게 준비하는 ‘벼락치기’가 일반적이었다. 유생들은 유교경서를 전체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초집이라는 예상문제집에 의존하여 과거시험 준비를 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손쉽게 준비하고자 하는 요행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당시 유생들의 불성실했던 측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초집의 문제점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간편하게 과거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에 의존하게 되면서 유생들이 평소에 꾸준히 학습을 하지 않으려는 ‘학습태만’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유생들의 학업 태만은 비정상적 혹은 일탈적 행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이러한 행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시 유생들의 왜곡된 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시험 연기’ 또한 빈번했다. 당시에는 수험생 본인이 응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들었다는 증명서만 내면 시험 연기가 허용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유생들은 과거 1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다른 수험생들보다 많은 시험 준비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허위증명서를 제출하고 2차 시험을 다음번 과거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 자체가 명백한 범법행위이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만한 것이었다. 조선시대 유생들의 인성 실태를 보여주는 마지막 사례는 일종의 ‘위장전입’ 행태이다. 당시 왕이 행차하는 지역의 경우 시혜 차원에서 그 지역의 유생들만을 대상으로 과거를 실시하는 관행이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서울에 거주하는 유생이 원래 그 지역의 원주민 행세를 하면서 응시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험을 보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유생들의 과거합격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방법이라도 불사한다는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그들 인성 수준이 어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게 하는 다소 충격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인성교육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시대 유생들의 행태들을 통해 본 그들의 인성은 지금의 우리 학생들의 인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학생들보다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는가? 당시 인성교육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대사헌 송인수 등이 상소하기를) 과거 합격의 혜택이 선비들로 하여금 학업의 올바른 뜻을 앗아가므로, 공명(功名)·부귀의 생각만 굳어지고 효제충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며, 요행을 바라고 속이는 버릇은 익숙하고 예의염치는 생각 밖에 두니, 가르치는 법이 무너진 것이 지금보다 극도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인재가 나오지 않고 풍속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오로지 이로 말미암아서 근원이 된 것입니다. - 인종실록 원년 4월 을사 아무리 국가가 인성교육에 매진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과거 합격에만 관심이 있는 유생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품성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기보다는, 단지 시험 합격을 위해 불의(不義)한 방법이라도 마다하지 않게 됨으로써 결국 국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올바른 인성 함양은 어렵게 되었던 것임을 위의 기록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시험이 만들어낸 욕망은 인성 함양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조건은 무엇인가? 결론은 자명하다.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게 되는 날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성교육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1. 21일간의 신혼여행 결혼을 준비하며 소프라노인 아내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독일과 이탈리아를 신혼여행 리스트에 올렸다. 그곳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적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여행에 굶주렸던 나는 전략적으로 결혼식 날짜를 여름방학 시작 직전으로 잡아서 최대한 길게 신혼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기왕 길게 떠날 거 아내의 인생 첫 여행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눈과 귀가 즐거운 도시 체코 프라하도 목차에 추가됐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떠나는 대장정의 여행이 되었다. 나는 방학이 있었지만, 아내는 특별휴가로는 부족해 남은 연가를 모두 소진해야만 했다. 기간이 긴 만큼 숙박은 도시의 특성과 머무르는 기간을 고려하여 호텔과 숙박공유를 적절히 조화시켜 예약하였다. 도시 간 이동은 저가항공과 고속철도를 조합하여 최적의 루트로 이동시간을 최소화하였다. 이렇게 지리교사와 소프라노 부부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16년 7월, 21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난다. #2. 뮌헨에 숙소를 잡은 이유 마인(Main)강이 흐르는 괴테의 고향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기차를 타고 바이에른주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은 남부 독일의 최대 도시로 독일의 경제적·문화적 중심지이다. 유럽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한 분데스리가 최고의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연고지이며, 매년 9월 말부터 2주간 열리는 세계 최대의 민속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로맨틱 가도’라는 이름은 고대 로마시대에 로마인들이 가도를 만든 데서 유래된 것이다. 바이에른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사이에 걸쳐 있으며 1950년대부터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었다. 그림 같은 도시와 성곽으로 유명한 관광도로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중심에 위치한 기차교통의 요지로서 뮌헨에 숙소를 잡으면 뉘른베르크, 퓌센과 같은 남부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체코 프라하 같은 도시와도 인접하여 뮌헨에 숙소를 잡으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유리하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독일, 옥토버페스트의 도시 뮌헨에 왔으니 맥주가 빠질 수 없지! 뮌헨은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비어가르텐(Biergarten)이 유명하다. 19세기 바이에른 왕국은 맥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뮌헨의 이자(Isar) 강변에 맥주 양조장을 지었다. 맥주 저장고는 서늘한 환경이 유리하기 때문에 넓은 잎을 가진 밤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고, 양조장들은 그 나무 아래 테이블을 설치하고 신선한 맥주와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비어가르텐의 전통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뮌헨에서 손꼽히는 비어가르텐 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Keller)는 평일 낮이었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활기찬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1L도 넘어 보이는 커다란 맥주잔을 양손에 여섯 개씩 들고 바쁘게 오고 가는 종업원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내가 독일에 와서 사랑에 빠진 슈니첼과 나의 최애안주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묵직하면서 쌉싸름한 진짜 독일의 향기에 취했다. #3.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 잘츠부르크는 뮌헨에 숙소를 잡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뮌헨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잘츠부르크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많아서 종종 기차표가 매진되곤 하는데, 원래 계획했던 날도 표가 매진이어서 그 다음날 잘츠부르크로 떠났다. 잘츠부르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로 많은 장소에 그의 흔적이 스며있다. 마침 모차르트 탄생 260년이라 거리에서는 다양한 모차르트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상점에는 각종 모차르트 기념품이 넘쳐나고,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모차르테움은 모차르트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음악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음악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그곳에 있는 대학을 들러 책을 보고 식사를 하며 대학의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 음악가인 아내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곧장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으로 향했다.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은 규모가 크진 않고 현대적인 건물이었다. 마침 마스터클래스 강의들이 열리고 있었는데,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교수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모차르트의 곡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악들이 버스킹 중이었는데,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로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을 뜻한다. 마차가 지나고 있는 터널을 울리는 소프라노의 연주, 남매로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차르트 곡 메들리, 그리고 모습은 생소해 보이지만 친숙한 소리가 나는 덜시머(Dulcimer) 연주까지. 잘츠부르크라는 장소에 있으니 왠지 더 예술을 사랑할 것같이 보이는 사람들은 연주를 감상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내와 나는 예술의 거리를 하염없이 걸으며 음악을 느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유명한 노래들이 들려왔다.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치 아이가 맛있는 냄새를 쫓아가듯 익숙하고 향기로운 음악을 따라 걸어갔다. 걸음이 다시 멈춘 곳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가 하우스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고 있는 이층집 앞이었다. 우리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한동안 2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감상하였고, 노래가 모두 끝났을 때는 광장에 모인 꽤 많은 관객이 함께 2층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미라벨 정원은 잘츠부르크 신시가지의 미라벨 궁전 앞에 펼쳐진 정원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이대로 감상만 하다가 마무리 짓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거기다가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고초려와 같은 나의 설득에 소프라노 아내는 미라벨 정원을 활기차게 산책하며 도레미 송을 불렀고, 나는 그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촬영하여 추억으로 남겼다. #4. 누가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가냐? 잘츠부르크를 여행하고 뮌헨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가 갑자기 멈추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뮌헨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하여 모든 대중교통이 멈췄다는 소식이 기차 방송을 통해 들려온다. 기차는 뮌헨의 가장 외곽 역까지 가서야 비로소 완전히 멈춰 섰고, 우리는 그곳에서 뮌헨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밤, 거리의 사람들은 서로를 두려운 눈빛으로 의심하며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나는 그 와중에도 생생한 테러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서 세계지리 수업자료로 남겼다. 겨우겨우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 근처 호텔에 도착해서 TV를 켜니 세계 각국 뉴스가 뮌헨 총기테러로 도배가 되었다. 그때 불현듯 어제 매진되었던 잘츠부르크행 기차표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오늘 테러가 난 장소와 시간이 어제 우리가 갔던 장소와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소름이 끼쳤다. 때마침 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뮌헨 테러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다. “지금 뮌헨으로 신혼여행 왔는데 총기 테러 나서 죽을 뻔함” 그 댓글에 바로 누군가의 댓글이 달린다. “누가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가냐? 마리엔플라츠도 못 가본게 어디서 뻥을 쳐” #5. 지중해의 태양 아래, O Sole Mio! 피렌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고속열차를 타고 나폴리를 거쳐 곧장 살레르노로 향했다. 살레르노는 휴양지로 유명한 아말피 해안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다. 독일에서부터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베네치아, 피렌체를 거쳐 약 1,000km가량을 남쪽으로 내려오니 고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Cs)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내는 청량한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가 왜 여기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겠다고 한다. 나 역시 청량한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 태양보다도 더 아름다운 너의 눈동자. 오, 나의 태양이여, 그것은 빛나는 너의 눈동자!’ 고속페리는 거친 물살을 가르며 20분 만에 아말피 해안(Amalfi Coast)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숙소는 아말피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아트라니(Atrani)로 잡았다. 아말피는 교통이 편리하고 식당이 많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다소 번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 앞에 앉아 체크인 전에 잠깐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이웃 주민이 더운데 집 안에 들어와 커피 한잔하면서 쉬고 가란다. 역시나 외향적이고 친근한 이탈리아 사람들. 하늘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우산이 인상적인 아트라니는 아담하지만 조용한 휴양지이다. 캐쥬얼한 식당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꽤 다양한 식당이 있고, 해변까지 걸어서 1분이면 다다르는 접근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트라니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지중해가 바로 들여다보이는 3층짜리 독채 숙소였다. 밤이라 선선해진 테라스에서 비치 베드에 누워 맥주 한잔하며 영화 보는 순간은 신혼여행 최고의 한 장면이다. #6. 함께 하는 여행 3주간의 긴 여정의 마무리는 이천년 전 로마 제국의 중심에서 매듭지었다. 10년 전 나의 첫 유럽 여행에서 만났던 로마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10년 후 아내와 함께 온 로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트레비 분수도 스페인 광장도, 콜로세움도 포로 로마노도, 바티칸도 성 베드로 성당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확실히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다. 우리는 3주간 더운 날씨에 걷느라 또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느라 애썼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일상 속으로의 진짜 여행을 시작하며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생각코딩, 머리를 잘 쓰는 사람들의 비밀 (홍진표 지음, 김영사 펴냄, 235쪽, 1만3500) 두뇌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범주화 능력이다. 언어의 중요한 기능인 ‘구분’을 통해 생각의 경계를 분명히 정리하고,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처리해야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와 독서·업무 등 영역별로 핵심 키워드를 제시한다.
엄마가 모르는 교사의 속마음 (김고은·김지원·이동은 지음, 북드라망 펴냄, 232쪽, 1만5000원) 7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상담 때 들었던 질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담았다. 자녀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도 보인다. 결국 부모도 자녀의 일부분만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교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상담을 앞둔 학부모에게 유용한 팁을 전한다.
다른 이십대의 탄생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강만원 옮김, 김영사 펴냄, 284쪽, 1만3800원)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20대 청년 3명의 도전기. ‘고졸 프리랜서 목수’,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백수’. 기성세대에게는 미래가 없는 골칫거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 공부를 통해 먹고 사는 길을 열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직업적 안정성과는 대척점에 있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최고의 학교 (테드 딘터스미스 지음, 정미나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 360쪽, 1만6000원) 미국 50개 주의 선도적 학교 200개 교를 직접 방문한 경험을 통해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21세기형 교실을 ‘PEAK학습 환경’이라고 부르며, 이를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역사가 묻고 지리가 답하다 (마경묵·박선희 지음, 지상의책 펴냄, 224쪽, 1만4000원) 역사적 사건에서 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역사를 텍스트로 접하다보면 이를 간과하기 쉽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지명의 유래에 대한 정보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 (문성철 지음, 책읽는귀족 펴냄, 208쪽, 1만5000원)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처럼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이나 건물주를 꼽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창업에 대한 현실적 감각을 키워주려 한다. 저자와 한 소년이 창업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지도 위 한국사 (정일웅·표정옥 지음, 이케이북 펴냄, 216쪽, 1만5000원)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도와 함께 시대순으로 풀어간다. 각 주제의 도입부에 지도와 함께 사건의 개요를 보여주며, 관련된 웹사이트의 QR코드를 삽입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총 100가지 주제를 다룬다. 역사의 시·공간적 개념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