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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시달리는 많은 수의 초등학교 학생들이 과도한 학습량과 숙제로 인해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교실에는 이틀에 한 번씩 보는 학원의 영어 단어 시험을 위해 매주 300~500개의 단어를 외우고 있느라 쉬는 시간에도 쉴 틈이 없는 학생들이 존재한다. 말끝마다 “힘들어요.” “피곤해요”를 달고 사는 아이들도 늘어만 간다. 요즘 아이들에겐 헐렁하게 쉴 수 있는 ‘빈틈’이란 게 없다. 이렇게 쌓인 예민함·우울·피로 누적이 학교폭력으로 분출되는 경우도 빈번하다. 왕따와 학교폭력문제를 놀이와 우정을 제쳐두고 푸는 길은 없다. 2019년 한국 교육의 진실 이렇듯 우리나라 청소년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세상 살기가 참 힘들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9년째 ‘자살’이다. 성적 스트레스에 따른 우울증과 싸우는 청소년이 4명 중 1명꼴이고, 하루 평균 1.5명의 청소년이 성적 때문에 스스로 세상을 등지고 있다. 사교육 스트레스로 나타날 수 있는 가장 흔한 증상이 우울증인데,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서울시 미성년자 우울증 환자의 38%가 학원이 밀집한 5개 구(區)에서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교육전문가는 이러한 아이들 고통의 뿌리를 ‘놀이 없음’에서 찾고 있다. 놀면서 길러지는 생기와 힘을 오늘을 사는 부모와 교사는 철저히 무시한다. 험한 길을 헤쳐나가는 데 꼭 필요한 생기와 놀면서 만나는 재미와 우정이 있어야 아이들은 살 수 있다. 놀면서 수도 없이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놀이는 패배와 좌절을 넘어서는 수많은 상황과 만나게 해주고 그것들을 넘어설 수 있는 긍정의 힘을 길러준다. 이러한 수많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사회와 가정에서 요구하는 학교의 기능은 오로지 ‘배움터 혹은 돌봄의 공간’이라는 목적만 강조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는 각종 ‘캠프’와 ‘OO 프로그램’을 끊임없이 돌리고 있고, 맞벌이부모를 대신하여 저녁 늦게까지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봐주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학교를 일컫는 라틴어 ‘슐레’의 뜻은 ‘한가한 곳’이다. 학교 현장에서 생기는 이런저런 문제는 학교라는 곳이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만나서 놀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존재 이유를 망각하는 데서 시작된 것일 수도 있다. 사이버 공간에서 동맹을 맺고 가상의 적을 만나 대결하는 스마트폰 게임, 컴퓨터 게임과 SNS는 어찌 보면 함께 할 놀이 공간과 시간, 친구를 확보하지 못한 아이들의 마지막 피난처인지도 모른다. 여학생들은 유행하는 패션과 브랜드 제품, 화장품 구입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남보다 비싼 제품을 더 많이 가져야 행복해하고 소비를 놀이로 인식하고 있다.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책을 많이 읽으라고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책은 추상의 세계를 다룬다. 아이들은 구체적인 경험과 체험을 충분히 해야 하며, 이게 부족함이 없어야 추상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독서영재교육’에 대한 부모와 교사들의 높은 관심, 게임과 SNS 몰입, 과도한 소비행위가 아이들의 ‘놀 터’와 ‘놀 시간’과 ‘놀 동무’를 대체하고 있다. 초등 놀이중심교육과정,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이러한 아이들에게 무엇을 회복시켜 주어야 할까? 아이들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떨쳐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그냥 ‘놀기’이다. 놀이는 ‘즐거움과 행복’을 ‘미래’가 아닌 ‘오늘’ 당장 만나기 위해 하는 것이다. 놀면서 자유와 해방을 만나 그 속에서 행복을 몸으로 느낀 아이라야 행복을 더듬어갈 수 있다. 행복을 찾아가려면 행복할 때 느낌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이것이 놀이의 힘이다. 아이들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자유에 목이 마르다. 아이들은 자유놀이를 할 동무와 텅 빈 시공간이 너무나 절실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해 보고자 교육부와 교육청이 ‘2015 개정교육과정에서 학교의 공간·시간·수업을 놀이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한 점’은 현장에서 많은 공감과 호응을 받았다. 아이들의 놀이시간을 늘리고 놀잇감을 살 수 있는 예산을 확보해 주었으며, ‘놀이학습 놀이활동’ 관련 각종 연수 추진, 놀이 장학자료 제작·배포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초등 놀이중심교육과정’은 이제 현장에서 어느 정도 연착륙을 하고 있는 상태이다. 놀이의 중요성과 놀이시간을 확보해 주고자 하는 운영 취지에 교육공동체가 모두 공감하고 있으며, 교사들은 수업시간에 다양한 ‘놀이학습방법’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서로 소통하고 함께 문제를 풀고, 자기주도적으로 짬짬이 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또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실내 놀잇감’을 사용하며 즐겁게 놀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을 이제 어느 교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간놀이시간 운영의 문제점 놀이중심교육과정의 연착륙에서 유일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중간놀이 운영’ 이다. 일반 교사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는 중간놀이 운영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9시 등교와 맞물려 일과표 운영상 불편함이 발생한다. 늦게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교육청이 권장하는 ‘30분 중간놀이 시간’을 확보해 주면, 점심시간이 12시 30분으로 늦춰지면서 아이들은 배고픔을 호소한다. 뿐만 아니라 2시 30분이던 하교 시간도 자동적으로 10분 정도 뒤로 밀려 2시 40분이 되어버린다. 이는 학생들을 교육·관리하는 시간이 늘어남을 의미하며, 아이들 하교 후 교사들이 준비하는 수업준비시간 감소를 초래한다. 또한 대부분의 교육청 연수가 3시에 시작함을 고려할 때 연수 참여 어려움이 생기므로 교사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30분이 아닌 20분의 중간놀이 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하교시간을 2시 30분으로 맞추기 위해 1~2교시나 3~4교시를 블록타임으로 묶어 운영하거나, 쉬는 시간 10분을 없애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도 문제는 존재한다. 3~6학년은 교과전담교사가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담임수업 한 시간을 끝내고, 다음 시간 수업인 교과교실로 이동하는 시간이 확보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 40분 중 일부를 교실이동시간으로 허비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둘째, 많은 교사가 안전 관리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중간놀이시간에 학생들이 한꺼번에 운동장으로 몰려나와 신체활동놀이를 하다보면 다치는 경우가 잦고, 이는 학생들을 안전하게 보살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사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안전사고는 학부모 민원 1순위이며 교사가 합의금을 주고 해결하거나, 민사소송으로까지 번지는 경우도 있다. 사고 방지를 위해 교사들이 당번제로 번갈아가며 운동장에서 학생활동을 관찰하지만, 수백 명의 학생들을 모두 살펴보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당번을 하고 있는 동안 운동장에 나오지 않고 담임교실에 잔류하고 있는 학생들에 대한 안전사고 위험도 공존하게 된다. 셋째, 대부분의 학교 운동장이 전교생이 나와 놀기에는 놀이공간이 태부족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요일을 정해 특정 학년만 운동장에 나와 놀게 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교실에서 실내놀이를 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운동장 활동을 매우 선호하고 있다. 또한 학급마다 잘 어울리지 못하는 부적응학생은 늘 있기 마련인데, 이 학생들에게 있어 놀이에 끼지 못하고 혼자 보내야만 하는 긴 중간놀이시간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이다. 중간놀이시간 운영방법 개선을 위한 제안 첫째, 중간놀이시간 운영 관련 우수사례를 발굴하여 일반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부 학교에서는 별다른 계획이나 프로그램 없이 쉬는 시간의 연장처럼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수사례 일반화’가 시급하다. 강동구 소재 S 초등학교에서는 중간놀이시간에 전통놀이를 베이스식으로 아홉 군데 설치하고, 처음 시작할 때 한 학년이 이틀씩 돌아가면서 체험을 하게 한다. 어느 정도 활동에 익숙해지면 모든 활동을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하는데, 놀이기구 설치 및 운영을 위해 5·6학년에서 한 학급이 일주일씩 돌아가면서 봉사활동을 한다. 놀이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자유롭게 노는 학생들도 많다. 수요일은 격주로 조회대에서 장기자랑을 하는데, 이때 놀고 싶은 학생은 놀고 구경할 학생은 자유롭게 구경을 한다. 이 사례는 교육신문에 실렸으며 인근 학교에서 필요한 자료 공유요청과 현장답사를 하게 만든 우수사례였다. 둘째, 학생들의 일과시간을 놀이중심으로 새롭게 디자인할 수 있는 교육청 차원의 해결책 마련이 시급하다. 아침활동시간·중간놀이시간·점심시간을 최대한 놀이시간으로 확보해줌과 동시에 교사들의 업무량 증가를 막고, 안전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감소시킬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또한 비가 오거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은 학생들이 실내에서 놀이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좁은 공간인 교실과 복도에서 할 수 있는 실내놀이활동 안내와 놀잇감 확보를 위한 교육청 차원의 예산 지원은 계속되었으면 한다. 셋째, 학교공간을 새롭게 디자인해 ‘놀이공간’을 최대한 많이 만들어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복도 끝 여유 공간, 중앙현관, 건물과 건물 사이 공터, 운동장의 자투리 공간 등…. 반드시 운동장을 고집할 필요 없이 학생들이 친구들과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다양한 활동 활동을 하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 확장시켜 나가야 한다. 넷째, 학교 단위에서는 놀이운영에 대한 학교·교사·학생 간 소통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무슨 놀이를 하고 싶은지, 교사는 어떤 역할을 해 주었으면 하는지, 필요한 놀잇감은 무엇인지 등과 같은 ‘중간놀이 운영방식’에 대해 놀이 당사자인 학생들과 직접 소통하며 협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학생자치회를 통해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충분히 반영하여 중간놀이시간을 운영한다면 학생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아질 것이다. 놀이시간 운영과 관련된 학급규칙 마련을 통해 안전사고의 위험성을 낮추는 것도 권장할 만하다. 다섯째, 부적응학생에 대한 관심과 참여 방안 강구 노력이 필요하다. 중간놀이를 권장하는 기본 취지도 교우관계 개선이 크다. 하지만 놀이에 참여하지 못하거나 거부당하는 학생들의 경우는 놀이시간이 더 고통스러울 수 있으므로 이 학생들을 위한 학교 차원의 해결방법 모색, 담임교사의 조치(마음에 맞는 소그룹 친구 구성 기회 제공 등)가 절실히 필요하다. 아이들에게 ‘놀 틈’과 ‘놀 터’와 ‘놀 동무’를 찾아주자. 놀이가 살아나야 아이들도 산다. 그리고 비로소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다.
‘자유학기제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그 질문 자체에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자유학기제는 보편화 되어 있다. 2013년 자유학기제가 시범 도입된 이후 확대가 이루어졌으며, 현재 자유학년제의 형태로 대부분 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학습평가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아이들의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준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자유학기제는 표면적으로 안정화 단계에 들어간 것처럼 보인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자유학기제의 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일랜드의 TY(Transition Year)가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으며, 현재는 일부 학교들만 적용되고 있으며, 많은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한 실효를 거두고 있는지, 여러 문제에 대하여 냉정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에서 발표한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기초학력 보장법」및 시행령과 관련하여 ① 기초학력 진단 및 평가체제 전환, ② 학교 안팎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③ 평등한 출발선 보장을 위한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④ 국가-시·도-학교 책무성 강화를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다시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고, 또 다른 쪽에서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정책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등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진보 성향의 교육부 장관이 취임하자마자 계획돼 있던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를 사흘 앞두고 전면 폐기한 지 3년 만에 다시 기초학력진단평가 전면 실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수 조사가 갖고 있던 단점이 있었지만, 우리 현실에 비추어볼 때 분명한 합목적성과 당위성을 갖고 있던 평가도구를 정치적 이유로 무리하게 폐기한 점을 생각할 때 이번 내실화 방안을 어떻게 봐야할지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은 별개의 정책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분리되어 있지 않으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는… 중학교 현장에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정책은 지대한 영향을 준다. 정책의 본래 취지와 달리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고 또 다른 문제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문제를 기반으로 살펴보도록 한다. 첫째, 성적을 기반으로 한 학급편성의 기준이 없어 1·2학년의 학급편성 시 학업성취도가 고르게 반영된 구성이 어렵다. 시·도별로 진단도구를 제시하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중학교 입학 때 초등학교에서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이유로 배치고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기초학력진단평가를 실시하지만, 정규고사 성적이 아니기 때문에 자유학년제가 적용되는 중학교 1학년 동안의 객관적 성적자료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반 편성 기준이 모호하여 학교별로 자체 기준을 세워 적용할 수밖에 없다. 교과 특성에 따라 학업성취도의 차이가 균등하게 이뤄질 필요 없이 자연스럽게 분포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특히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목별로 학급이 편성되고, 개별 내신 성적이 산출되는 시스템에서는 학급 간 편차가 큰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교과목(일부 수준별로 반편성으로 이루어지는 교과 제외)은 학급에 따라 개별적 교육과정이 적용되지 않고 동일한 수준과 내용으로 수업이 이루어진다. 학급의 특성에 따라 수업방법은 달리 적용될 수 있지만, 학급 간 편차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불균형은 학급별 분위기 차이로 이어지고, 학습자에 따라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고른 분포가 이뤄진다면 학급 내에서도 동료 간 학습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고 학습이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둘째, 자유학기제 운영의 피로도가 높아지고 있다. 크게 프로그램 준비와 운영 그리고 평가에 대한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자유학기 프로그램은 이전에 비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향상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지역 간 격차가 크고, 형식적인 차원에서만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프로그램 운영 강사의 섭외와 계약 그리고 회계 절차까지 상당 부분을 교사가 담당해야 한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외부 강사가 투입됨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문제 또한 많을 수밖에 없다. 정규 평가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의 개별 활동을 서술형으로 생활기록부에 작성해주게 돼 있는데, 이 또한 다른 영역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분량을 요구하고 있어 기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생활기록부 작성 개정 과정에서 행동발달영역의 기재 분량도 축소된 상황에서 자유학기의 기록에 대한 부담은 굉장히 큰 편이다. 특히 학생의 개별적 특성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없이 프로그램 과정 중에만 본 강사 입장에서 기록해야 하기 때문에 피상적인 내용의 나열에 그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자유학기 업무는 학교폭력 업무 못지않게 기피하고 싶은 업무로 인식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셋째, 학부모들의 실제적인 요구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많은 학부모가 아이의 학업성취도 혹은 능력의 상대적 위치를 궁금해 한다. 그 어느 학부모도 아이들을 경쟁구도로 내몰고 싶어 하지는 않겠지만, ‘진학’이라는 현실 앞에서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연스럽게 사교육 시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실제로 사교육 업계에서는 자유학기 기간을 ‘신이 내린 1년’, ‘선행의 마지막 기회’와 같은 자극적인 광고 문구들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공략하며 현혹하고 있다. 따라서 기초학력의 부족한 점을 찾아 보완해주는 역할뿐 아니라 수월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과 학습 상황을 진단하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넷째, 각 정책이 실현될 때 큰 얼개에서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유학기와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는 나름의 타당한 목적을 갖고 있다. 그러나 현실의 문제로 오면 상충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자유학기가 1년 단위의 자유학년제로 확대된 상황에서 기초학력을 측정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들어왔을 때 어긋나는 부분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기초학력 지원 시스템이 도입되기도 전부터 다시 학업성취도평가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각계에서 제기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가 가능하다. 기초학력 지원에 해당하는 과목과 수준이 어디까지인지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은 이러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킬 뿐이다. 보다 나은 학교 현장을 위해서 모든 정책은 나름의 가치와 목적을 갖고 출발한다. 그러나 현장에 더 큰 혼란과 불편을 가중시키는 경우가 많다. 이는 현장의 이야기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너무 급하게 적용시켰기 때문이다. 공청회 형식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만 모아놓은 자리(진보 교육감들의 광장 콘서트가 대표적인 예)를 통한다면 의미는 크지 못할 것이다. 최근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획기적인 변화로 학폭위의 교육청 이관이 추진되고 있다. 분명 기쁜 소식이지만 실제 어떤 모습으로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현장의 우려가 크다. 현재 재심에 해당하는 사안에 보내는 서류만큼 많은 양의 문서를 작성해서 이관된 학폭위로 보내야 하는 시스템이라면 교육청으로 보내지 않는 편이 낫다. 단위 학교에서의 업무 경감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런 움직임은 요원한 상황이다. 우리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는 자유학기, 미래 사회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기초학력을 지원하는 정책. 중요한 이 두 정책이 중학교 현장에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있는 부분은 과감히 고쳐갈 수 있는 열린 정책이 되길 바란다.
모든 교사들은 수업을 잘 하고 싶다. 하지만 경력이 많건 적건 교사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것 또한 수업이다. 새내기 교사 때는 교직 생활 1순위가 수업이다. 4~5년 차가 되면 생활지도가 1순위고 수업은 2순위로 밀린다. 그리고 경력이 올라갈수록 행정업무량이 많아지면서 행정-생활지도-수업 순으로 자리가 바뀐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경력이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수업 역량에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20대는 아는 것 모르는 것 다 가르치고, 30대는 아는 것만 가르치고, 40대는 시험에 나오는 것만 가르치고, 50대는 생각나는 것만, 그리고 60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가르친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까. 좋은 수업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실천해야 하지만 우리 교육 현실은 교사들이 수업 전문성을 기를 틈을 주지 않는다. 수업코칭 전문가 김현섭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은 “교사가 수업에서 행복을 누리고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버티듯이 하는 수업에서는 좋은 수업이 나올 수 없다. 학생만 배움의 기쁨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교사도 가르치는 보람을 느껴야 한다. 이 둘이 같이 살아 있어야 좋은수업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1일 서울 광화문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김 소장은 “질문이 없는 교실, 잠자는 학생, 교사의 통제가 이뤄지지 않는 수업 등은 우리가 풀어야 할 시급한 과제”라며 “우수한 인재들이 교단에 들어와 번아웃 되거나 학생들과 관계에 상처 입고 수업의 시행착오를 극복하지 못해 무기력해지는 모습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학교교육의 근본은 교수와 학습이다.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칠 수 있을까는 교사들의 오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제”라며 “학교 수업 수준을 끌어올리려는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대한 강의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사들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이라고 보나. “교사에게는 지식 습득 능력뿐만 아니라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재구성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최근 학교혁신과 수업혁신, 그리고 교육과정 개편 흐름으로 볼 때 이 능력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수업에서 교사에게 요구되는 또 하나의 능력은 교수 학습방법 구사 능력이다. 특히 학습수준이 낮은 학생일수록 교수 학습방법을 어떻게 구사하느냐에 따라 배움의 양과 질이 달라진다. 학생들과 친밀하고 좋은 관계를 맺으면서도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게 할 것인가 하는 방법을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말이 있다. 결국 수업의 질은 교사의 역량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가. “교사에게 필요한 핵심역량은 공감하고 실천하고 자율적인 문제해결력이다. 먼저 교사의 기본 업무는 학생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것이어서 공감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단순히 학생의 감정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바탕으로 한 진정한 공감인 것이다. 또 교사는 이론적 지식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실천적 지식으로 승화시킬수 있어야 한다.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은 별개 영역이기 때문이다.” 수업하기 너무 힘들다는 교사들이 많다. “갈수록 거칠고 제멋대로인 아이들이 늘면서 교사들의 수업환경은 악화일로를 거듭하고 있다. ‘최고의 아이들은 현재의 아이들’이란 말처럼 해가 갈수록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의지나 기본생활태도가 더 나빠지고 있다. 이제는 경력이 많은 교사라 해도 그가 가진 지식과 경험이 새로운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됐다. 게다가 교육과정 재구성이니 역량중심교육이니 해야 할 일은 많아지고.... 교사들이 힘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다 보니 교직에 들어오겠다는 임용고시 준비생들은 넘쳐나는데 정작 교단에 있는 교사들은 너도나도 명퇴를 고민한다. 밖에서는 안으로 들어오려 하는데 안에서는 못 살겠다며 자꾸만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촌극이 빚어지는 현실이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와 못하는 교사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개인차의 핵심은 사명감이다. 진부한 단어일지 모르지만 28년간 수 많은 교사들을 만나면서 느낀 생각이다. 교사들의 출발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늘 수업이 활기찬 긍정방향 교사와 매사 무기력한 부정방향 교사로 갈린다. 이는 수업자 즉, 교사 스스로의 선택에 따라 판가름 된다. 초기에는 수업능력의 격차가 별로 안 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큰 폭으로 벌어진다. 특히 고경력 교사일수록 양극화되는 경향이 크다. 결국 교사로서의 사명감, 헌신성 등이 좋은 수업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잠자는 교실은 우리 교육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잠자는 교실 문제는 주로 고등학교에서 나온다. 중학교는 잠자는 학생 대신 수업 중에 딴짓하거나 떠드는 학생들이 많다. 그런 학생이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잠자는 학생으로 변신하는 경우가 많다. 원인이 다양하지만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학습진로를 따라가지 못하거나 교사의 강의식 중심 수업,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맞지 않는 교과내용, 학교 자체의 노는 문화 만연, 그리고 정부의 지원 체제 미흡 등 복합적이다. 다양한 변인을 고려, 종합적으로 풀어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수업에 활기를 불어넣기위해 질문이 있는 교실 등 다양한 정책이 시도되고 있지만 성과는 미지수다. 잠자는 교실을 질문하는 교실로 바꿀 수는 없을까. “학생들한테 무조건 “질문 한 번 해봐” 한다고 해서 질문이 나오지는 않는다. 먼저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수업을 해야 한다. (그들도) 알아야 질문할 것 아닌가. 아울러 질문을 유도하는 타이밍도 중요하다. 대부분 교사들이 수업 마칠 무렵에 질문시간을 주는데 이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ABC를 가르친다고 할 때 A를 가르친 다음, 질문 시간을 주고 B를 가르친 다음에 질문 시간을 주는 식으로 그때그때 단계적으로 질문을 주고받는 것이 효과적이다. 실제로 초등 저학년은 질문이 너무 안 나와서 문제고 4학년 이후부터는 배우는 양이 많아지고 수준이 어려워지면서 질문의 빈도가 줄어든다. 어릴 때부터 질문만 해도 적절한 보상을 해 질문하는 습관을 기르고 하브루타 수업 등 구조화된 방식으로 질문을 이끌어내야 한다.“ 교사들에게 칭찬보다 격려를 강조한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궁금하다. “칭찬과 격려는 다르다. 상대에게 에너지를 부여한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칭찬이 결과에 대한 피드백이라면 격려는 존재에 대한 인정 즉, 실패한 것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칭찬보다 한 단계 더 나간 것이 격려다. 지금까지 우리는 칭찬에만 익숙한 시대를 살았다. 행위의 결과만을 가지고 잘잘못을 평가했고 원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면 칭찬받을 일이 없었다. 한편으로 칭찬이 넘쳐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결과에 대한 부담이 생겨 칭찬을 받을수록 오히려 힘들어하는 경향을 보인다. 학생 개개인의 내면에 감춰진 욕구를 파악에 그에 맞는 적절한 격려를 하는 것이 수만 마디 칭찬보다 더 효과적이다.”
김애란의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남들보다 빨리 늙는 조로증(早老症)에 걸린 열일곱살 남자아이 아름이가 투병하는 이야기다. 여기에 열일곱에 애를 낳아 지금은 서른네살인 어린 부모가 아름이를 돌보며 성숙해가는 이야기, 아름이가 역시 불치병에 걸린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이메일을 주고받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다. 소설 속에서 주요 상징 또는 소재로 나오는 꽃을 찾아 그 꽃이 소설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 꽃은 어떤 꽃인지 소개하는 것이 필자의 주 관심사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출간 당시 인기 소설이어서 샀더니, 중학생 딸이 먼저 읽어보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읽으면서 꽃이 나오는지 잘 살펴달라”고 했다. 딸은 다 읽고 나더니 “나오는 꽃이 없다”고 했다. 그다음은 아내가 읽었는데 읽고 나서 역시 같은 말을 했다. 그러나 필자가 읽어보니 도라지꽃이 주인공 아름이와 여자친구의 우정 또는 사랑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줄거리에 집중해 읽느라 도라지꽃이 나오는 것을 놓친 듯했다. 도라지꽃을 닮은 소녀 이 소설에서 도라지꽃은 두 번 나온다. 집안 형편상 더이상 병원비를 마련할 길이 없자 아름이는 성금 모금을 위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을 자청한다. 이를 계기로 골수암에 걸린 동갑내기 소녀 서하와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아름이는 이를 통해 조심스럽게 마음을 열어가고, 태어나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설렘을 느끼며 가슴이 두근거린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서하와 주고받은 메일들은 너무 예쁘면서도 가슴을 아릿하게 만든다. 어느날, 서하는 아름이에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을 보낸다. 요 며칠 아빠랑 절에 있었어. 아빠가 요새 대체요법에 관심이 많거든. 근데 거기 스님이 나더러 도라지꽃같이 생겼다고 하더라. 서하는 어떻게 생겼기에 스님이 도라지꽃 같다고 했을까. 아름이는 이 도라지꽃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는 듯 보인다. 그러나 얼마 후 다큐멘터리 PD 승찬 아저씨가 문병을 왔을 때 노트북을 켜둔 아름이와 다음과 같은 대화를 나눈다. “근데 넌 바탕화면이 그게 뭐냐.” “뭐가요?” “걸그룹도 많은데 웬 도라지꽃이니. 늙은이같이.” “왜요, 뭐가 어때서요?” 도라지꽃을 노트북 바탕화면에 깔 정도로 오매불망 서하 생각을 한 것이다. 도라지꽃이 다시 한번 둘 사이의 우정 또는 사랑의 상징으로 선명하게 드러나기를 바라며 책을 읽었으나 작가는 더 이상 이 꽃을 등장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도라지꽃은 아름이가 유일하게 비밀을 나눈 아이, ‘첫사랑, 혹은 마지막 사랑’이었던 서하를 그리워할 때 등장한 꽃이어서 이 소설을 대표하는 꽃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심심산천에’ 피는 도라지는 초롱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나라 전국의 산에서 볼 수 있는 식물이다. 우리가 흔히 보는 도라지꽃은 밭에 재배하는 것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도라지 뿌리다. 보통 40~100㎝ 자라고 잎이나 줄기를 자르면 흰 유액이 나온다. 흰색 또는 보라색으로 피는데, 흰색과 보라색 사이에 중간색 같은 교잡이 없다는 것도 특이하다. 별처럼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기품이 있으면서도 아름답다. 문일평은 꽃이야기 책 화하만필(花下漫筆·꽃밭 속의 생각)에서 “도라지꽃으로 말하자면 잎과 꽃의 자태가 모두 청초하면서도 어여쁘기만 하다”며 “다른 꽃에 비해 고요히 고립을 지키고 있는 그 모습은 마치 적막한 빈산에 수도하는 여승이 혼자 서서 있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밭에서 피어나는 ‘별’을 닮은 꽃 도라지꽃을 별에 비유하는 글들이 많은데, 가만히 보면 도라지꽃에는 세 개의 별이 있다. 먼저 꽃이 벌어지기 직전, 오각형 꽃봉오리가 별 같이 생겼다. 도라지꽃은 개화 직전 누가 바람을 불어넣는 풍선처럼 오각형으로 부풀어 오른다. 이때 손으로 꾹 누르면 ‘폭’ 또는 '펑'하는 소리가 나면서 꽃이 터져 어릴적 재미있는 놀이거리 중 하나였다. 두 번째로, 꽃잎이 활짝 펼쳐지면 통으로 붙어 있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것이 영락없는 별 모양이다. 그런데 꽃이 벌어지고 나면 꽃잎 안에 또 별이 있다. 꽃 안쪽에 조그만 암술머리가 다섯 갈래 별모양으로 갈라진 채 뾰족이 내밀고 있는 것이다. 한여름에 오각형의 풍선처럼 부풀다가 다섯 갈래로 갈라진 통꽃이 고개를 옆으로 돌리며 피어난다. 고주환 씨는 책 나무가 청춘이다에서 도라지꽃이 옆으로 ‘돌리며’ 피어나는 것이 이름의 유래와 관련이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도라지꽃이 개화하기 직전, 부풀어 오른 꽃봉오리가 산처녀의 봉긋한 가슴 같다는 사람도 있지만, 서양 사람들한테는 이게 풍선처럼 보인 모양이다. 그래서 도라지의 영어 이름은 ‘Balloon flower(풍선꽃)’다. 도라지꽃이 필 때 수술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간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미는데, 자기꽃가루받이를 피하기 위한 전략이다. 아름이는 자신으로 인해 잃어버린 부모의 청춘을 돌려주고 싶다. 그래서 부모의 만남과 사랑부터 자신이 태어날 때까지 이야기를 글로 써서 부모에게 선물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나고 있다. 이메일을 주고받은 서하가 누구인지에 대한 반전이 있다. 꽃과 식물에 관심을 갖고 소설을 읽다 보니 다음과 같은 문장도 좋았다. 어디선가 까르르 박꽃 같은 웃음이 터져 나왔다. 돌아보니 젊은 레지던트 하나가 간호사들에게 농담을 걸고 있었다. 나는 내 속 단어장에서 ‘추파’라는 낱말을 꺼내 만져보았다. 가을 추, 물결 파. 가을 물결. 나이 많은 플라타너스 한 그루가 서 있었다. 수천장의 잎사귀를 나부끼며 고독하고 풍요롭게. 한 나무가 다른 나무에게로, 그 나무가 또 건너 나무에게로, 쉼 없이, 은근하게. 그러고 봄 추파는 사람만 보내는 것이 아닌 모양이었다. 두근두근 내인생은 김애란의 첫 장편이다. 김애란은 특유의 젊은 감각, 신선한 문체와 스토리로 문단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작가다. 그의 글은 발랄하고 재미있다. 두근두근 내 인생 곳곳에도 읽다가 절로 웃음이 나오는 구절이 많다. ‘엉뚱한 듯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문장이 흡인력 있다. ‘슬픈 이야기를 누구보다도 경쾌하게 풀어내는 작가’라는데, 두근두근 내 인생에 딱 맞는 평인 것 같다. 이 소설에서도 아름이의 희망은 ‘세상에서 제일 재밌는 자식이 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김애란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도대체 가능한가”라고 했다.
영화 ‘기생충’을 본 관객들의 관람평이 차고 넘친다. 세계 최고의 영화축제로 꼽히는 칸영화제에서 한국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영화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극장을 찾는다. 개봉 20일만에 840만 관객을 돌파했다(6월 18일 기준).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늘 많은 이야기들을 양산해왔다. ‘살인의 추억’(2003)이나 ‘설국열차’(2013), ‘옥자’(2017) 때도 그랬고, 흥행에 실패한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2000)도 그런 점에서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번 영화 ‘기생충’은 그의 전작들에 비해 확실히 달라졌다. 세 가지 면에서 그렇다. 우선 봉준호는 이 영화를 통해 과연 ‘일가’(一家)를 이뤘다는 점이다. 봉준호 감독은 미장센의 교과서로 불린다. 영화 속 소품, 배경과 빛까지 치밀하게 계산해 꼭 있어야 할 자리에 피사체를 배치하기 때문이다. ‘기생충’에서 봉준호는 배우의 연기 합마저 ‘미장센’ 해내는 경지에 도달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의 페르소나인 송강호가 홀로 이끌어가는 원톱 영화가 아니다. 박 사장(이선균 분)의 4인 가족과 기택(송강호 분)의 4인 가족의 역할이 적절하게 분배돼 있다. 여기에 문광의 가족 2인이 더해지며 영화는 10명의 배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끌어간다. 우리는 모두 기생한다? 배우들의 에너지는 넓은 스크린에서 때론 격렬하게 충돌하고 때론 더할 나위 없이 부드럽게 조응하며 130분의 러닝타임 동안 관객을 도무지 멈춰 세울 수 없는 맹렬한 희비극 속으로 끌어들인다. 속도감을 가진 기차가 배경이었던 ‘설국열차’가 아니라, 오히려 집이라는 부동의 물성을 가진 정적 공간임에도 관객들은 지루함은커녕 손에 땀을 쥐고 영화에 집중한다. 그렇게 봉준호는 배우들의 서로 다른 연기를 거의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도록 지휘하는 데 성공했고, 미국 영화매체인 인디 와이어는 ‘봉준호는 마침내 하나의 장르가 됐다”고 선언했다. 봉준호 감독 자체를 장르로 명명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이 바로 ‘봉테일’이다. ‘봉준호+디테일’을 줄인 이 별명은 현장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서 먼저 나왔다. 그는 각도, 조명, 비율에 대한 모든 것을 계산해 그린 콘티북을 현장과 공유해 가장 효율적으로 촬영한다. 영화 ‘괴물’에서는 가장 중요한 괴물 CG를 영화 전체에서 125컷이 나오도록 치밀하게 사전준비 후 촬영에 들어갔다. 현장에서 즉흥적으로 숏의 변화를 시도하는 감독들과는 다른 스타일이면서도 ‘천재 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는 이유는, 첫째로 첫 촬영인 크랭크인 이전에 그의 머릿속에는 이미 완성된 영화 한 편의 모든 컷들이 들어 있기 때문이요, 둘째로는 머릿속 영화를 현장에서 거의 완벽하게 구현해낸다는 점이다. 그 과정에서 배우와 스태프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뽑아낸다는 것이 그가 천재 감독인 마지막 이유다. 대부분 감독들에게 촬영 현장은 포기의 연속이다. 늘 부족한 예산, 배우와의 기 싸움, 숙련되지 않은 스태프와의 갈등에 변덕스러운 날씨까지. 수많은 좌절을 거치며 그들은 타협을 시작한다. 봉준호는 그렇지 않다. 영화 ‘마더’(2009)에서 국민엄마 김혜자에게 사람을 죽이게 하고 따귀를 맞게 한다. 조연의 이름을 불러주고 식사 때를 지킨다. 홍경표 촬영감독은 봉 감독을 두고 “자신의 100% 이상을 이끌어내는 감독”이라고 말한 바 있다. ‘기생충’에는 온통 계급과 자본에 대한 클리셰들로 가득하다. 반지하방, 배설물이 역류하는 다세대주택의 반지하방, 전깃줄로 뒤덮인 골목길, 가파른 언덕 위 2층집 등 한국적인 배경에서 벌어지는 두 가족의 희비극은 전 세계를 사로잡았다. ‘기생충’에는 요즘 한국영화에 흔한 외국 배우도 없다. 짜파구리 같은 소품도 한국인이 아니면 이해하기 힘들다. 물론 이런 부분들은 한국영화에 조예가 깊은 평론가 달시 파켓의 적절한 번역으로 해외 관객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 이 영화를 본 홍콩의 한 영화감독은 ‘이건 홍콩의 이야기!’라고 공감했고,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영국 감독은 ‘당장 세트만 바꿔 영국에서 리메이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배경과 설정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훔쳤다는 것이 그가 ‘기생충’을 통해 달라진 두 번째 지점이자 이 영화가 이룩한 놀라운 성취다. 그리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그의 마지막 변화. ‘대부분의 관객들은 영화관을 나서며 자신을 영화에 대입한다. 박 사장 만큼 부자는 아니지만 기택처럼 루저는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발걸음 멈춰도 자신과 스스로를 둘러싼 환경에 대한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나는 한국 사회 어디에 ‘기생’하고 있는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나는 먹고 살기 위해 누구에게 기생하고 있나? 점점 가슴을 채워오는 ‘묵직한’ 모욕감. 아마도 이런 점이 개봉 당시 빨랐던 500만 관객 돌파 이후 주춤했던 상승세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영화의 영어 원제는 데칼코마니였다고 한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이 똑같이 포개진다는 것이다. 뒤집어보면 상류층인 박 사장이 기택 가족에 기생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봉 감독은 질문한다 “서로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상생 또는 공생이라는 인간다운 관계가 무너져 내리고, 누군가 누구에게 기생해야만 하는 서글픈 세상 속에서는 더더욱. 그런 세상 한복판에서 발버둥치는 어느 일가족의 난리법석 생존투쟁을 지켜보면서 그들에게 ‘기생충’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누구인가?” 서민들의 서글픈 자화상 사실 자본과 계급에 대한 그의 천착은 한국영화아카데미 졸업 작품인 ‘지리멸렬’(1994)에서부터 확인된다. 도색잡지를 즐겨보는 교수, 아침 조깅을 하며 남의 집 배달 우유를 습관적으로 훔쳐 먹는 신문사 논설위원, 만취해 노상방뇨를 하려다 경비원에게 들키는 검사의 에피소드가 10분씩 이어진다. 에피소드의 제목들도 의미심장하다. 교수 에피소드는 ‘바퀴벌레’, 논설위원 편은 ‘골목 밖으로’, 검사 편은 ‘고통의 밤’이다. 세 주인공이 TV 시사 프로그램 출연자로 한 자리에 모이는 에필로그.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 위에 군림하는 엘리트 계급의 민낯과 공허한 대화들이 교차되며 영화는 비로소 완결성을 갖춘다. 그렇다면 봉준호의 달라진 점은? 더 이상 봉준호는 계급 이동을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플란다스의 개’에서 현남(배두나 분)은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고, 윤주(이성재 분)는 1500만원을 주고 교수가 된다. ‘옥자’에서 미자(안서현 분)는 수많은 슈퍼돼지를 구하진 못했지만 옥자만이라도 탈출시켜 강원도 산골에서 함께 산다. ‘설국열차’도 남궁민수(송강호 분)도 결국 꼬리칸 이들과 함께 열차를 전복시키기까지 했다. 봉준호의 전작 주인공들은 연대했다. 편법으로라도 신분상승을 이뤄냈거나, 자신만의 무릉도원으로 도피에 성공했다. 혁명을 이뤄내기까지 했다. 봉준호가 그려 갈 다음 세계는... 그런데 ‘기생충’에는 없다. 박 사장 가족과 기택 가족의 연대는 술에 취한 공상에서나 가능하다. 함께 연대해야 할 문광네는 서로를 밟고 일어서야 할 경쟁 상대다. ‘기생충’에서는 봉준호 특유의 위트와 블랙 코미디의 적절한 조화가 주는 재미가 사라졌다. 씁쓸하고 치욕적인 웃음만 남았을 뿐. ‘기생충’은 봉준호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꾼 첫 영화인 셈이다. 더 음울하고 냉소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계급은 절대 변할 수 없다고 냉정하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카메라의 위치와 움직임이 중요하다. 스토리텔링에서 벗어난 영화의 관점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마지막 컷에서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카메라가 담아내는 영상이 무엇인지 확인하면 그의 섬뜩한 커밍아웃에 확신이 든다. ‘기생충’을 티핑포인트(tipping point)로 그의 향후 영화들은 더욱 무겁게 변할까? 황금종려상을 받고 그는 말했다. “알프레드 히치콕이 ‘사이코’나 ‘현기증’을 찍은 게 본인 환갑 무렵이다. 나도 그 나이 때까지 현역으로 영화를 계속 만들 수 있으면 좋겠고 남들이 했던 것은 안 한 사람으로 기억되면 좋겠다” 한국영화사 100주년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다가온 기생충의 황금종려상 수상은 물론 반갑지만, 그보다 봉준호의 다음 영화가 궁금해진다.
‘교육의 목적이 무엇인가’에 대해 많은 주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이 ‘인성함양’이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론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 교육에서 가장 많이 비판받아 왔던 부분 역시 ‘인성교육의 부재 또는 실종’이었다. 인성교육이 땅에 떨어진 오늘날, 우리 사회의 믿음 중 하나는 ‘조선시대 선조들의 인성교육을 위한 노력을 계승하고, 그 방법을 적용한다면 인성교육의 성공을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지금까지의 학술 연구들에서도 조선시대 인성교육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당시의 인성교육은 하나의 전범(典範)처럼 간주되고, 나아가서는 자긍심을 갖게 하는 신화와 같은 성격마저 띠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갖게 되는 의문점이 있다. 지금 우리의 인성교육 발목을 잡고 있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바로 ‘입시위주 교육’이다. 조선시대 역시 ‘과거 합격’이 지상 목표였던 ‘과거시험 위주의 교육’이 요구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과연 조선시대에서의 인성교육이 성공적으로 구현될 수 있었을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조선의 인성교육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었을까? 우선 조선시대가 교육을 통해 궁극적으로 학생들, 나아가서는 일반 백성들에게 내면화시키려 했던 핵심적인 덕목이 무엇이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당시 국가에서 학교를 세워 백성들에게 궁극적으로 부식시키려 했던 핵심 덕목들은 바로 ‘효제충신’, 곧 부모에 대한 효도, 형제간의 우애, 군주에 대한 충성, 이웃 간 믿음이었다. 이러한 ‘효제충신’과 함께 중시되었던 덕목들이 있었는데, 바로 ‘예의염치’였다. 예의염치란 절도를 지키고, 숨김이 없으며, 그릇된 것을 따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좀 더 간략하게 정리한다면 항상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예의염치는 국가가 국가답게, 인간이 인간답게 되기 위해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인식되었다. 사람에게 예의염치가 없다면 ‘본능’에 지배되기 때문에 현실적인 이익을 탐하거나, 종종 거리낌 없이 불법을 자행하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며, 이는 ‘개인의 타락’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국가에까지 심각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즉, 예의염치가 제대로 신장하지 못하게 되면 이는 국가의 멸망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이었다. 따라서 조선시대에는 예의염치라는 중핵적 덕목을 개인들에게 내면화하는 인성교육이국가의 사활적 관건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그렇다면 인성교육을 위한 당시의 이런 노력들은 실제로 어떤 성과를 거두었을까? 무엇보다도 조선시대의 인성교육은 과연 우리의 모델이었다고 할 수 있을까? 조선시대 유생들의 인성 실태 조선시대 인성교육의 실상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시 핵심 수학집단이었던 유생들(또는 선비들)의 일상적 행태들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장 먼저 살펴볼 것은 바로 ‘출석’이다. 출석은 기본 중의 기본 생활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 유생들의 ‘출석부정 행위’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과거시험(대과) 응시를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성균관 출석일수가 필요했다. 하지만 성균관의 열악한 여건으로 인해 정상적으로 출석을 하는 유생은 소수에 불과했으며, 대부분의 유생은 대리출석과 허위증명서 제출 등의 부정한 방법으로 출석문제를 해결했다. 학교생활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할 규칙인 출석조차 부정한 방법으로 해결하고자 했던 유생들의 ‘인성’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다음으로 언급할 것은 ‘학습방법’이다. 유생들은 평소 꾸준히, 성실하게 배움에 정진했다기보다 과거시험이 다가오면 급하게 준비하는 ‘벼락치기’가 일반적이었다. 유생들은 유교경서를 전체적으로 학습하기보다는 초집이라는 예상문제집에 의존하여 과거시험 준비를 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이었다. 시험에 나올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위주로 손쉽게 준비하고자 하는 요행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당시 유생들의 불성실했던 측면이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아니 할 수 없다. 초집의 문제점은 이것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간편하게 과거시험 준비를 할 수 있는 방법에 의존하게 되면서 유생들이 평소에 꾸준히 학습을 하지 않으려는 ‘학습태만’을 부추기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유생들의 학업 태만은 비정상적 혹은 일탈적 행태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이러한 행태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당시 유생들의 왜곡된 심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시험 연기’ 또한 빈번했다. 당시에는 수험생 본인이 응시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병이 들었다는 증명서만 내면 시험 연기가 허용되었다. 그래서 조선시대 유생들은 과거 1차 시험에 합격하게 되면, 다른 수험생들보다 많은 시험 준비시간을 확보함으로써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 허위증명서를 제출하고 2차 시험을 다음번 과거로 연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 자체가 명백한 범법행위이면서, 동시에 도덕적으로도 비난을 받을만한 것이었다. 조선시대 유생들의 인성 실태를 보여주는 마지막 사례는 일종의 ‘위장전입’ 행태이다. 당시 왕이 행차하는 지역의 경우 시혜 차원에서 그 지역의 유생들만을 대상으로 과거를 실시하는 관행이 있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실제로는 서울에 거주하는 유생이 원래 그 지역의 원주민 행세를 하면서 응시생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험을 보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유생들의 과거합격을 위해서라면 불법적인 방법이라도 불사한다는 의식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으로서, 그들 인성 수준이 어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를 알 수 없게 하는 다소 충격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인성교육이 이뤄진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조선시대 유생들의 행태들을 통해 본 그들의 인성은 지금의 우리 학생들의 인성과 별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오늘날의 학생들보다도 우려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에는 왜 인성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였는가? 당시 인성교육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었던 것이 무엇인지를 들여다보기로 하자. (대사헌 송인수 등이 상소하기를) 과거 합격의 혜택이 선비들로 하여금 학업의 올바른 뜻을 앗아가므로, 공명(功名)·부귀의 생각만 굳어지고 효제충신은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여기며, 요행을 바라고 속이는 버릇은 익숙하고 예의염치는 생각 밖에 두니, 가르치는 법이 무너진 것이 지금보다 극도에 이를 수 없습니다. 인재가 나오지 않고 풍속이 아름답지 않은 것은 오로지 이로 말미암아서 근원이 된 것입니다. - 인종실록 원년 4월 을사 아무리 국가가 인성교육에 매진한다고 하더라도 오직 과거 합격에만 관심이 있는 유생들은 자신들의 도덕적 품성을 쌓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기보다는, 단지 시험 합격을 위해 불의(不義)한 방법이라도 마다하지 않게 됨으로써 결국 국가 교육의 가장 중요한 목표인 올바른 인성 함양은 어렵게 되었던 것임을 위의 기록은 웅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과거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얻겠다’는 시험이 만들어낸 욕망은 인성 함양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조건은 무엇인가? 결론은 자명하다.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우리는 시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 방법을 찾게 되는 날 우리는 비로소 진정한 인성교육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1. 21일간의 신혼여행 결혼을 준비하며 소프라노인 아내는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독일과 이탈리아를 신혼여행 리스트에 올렸다. 그곳에서 모차르트, 베토벤,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같은 거장들의 음악적 숨결을 느껴보고 싶다고 했다. 임용시험을 준비하느라 한동안 여행에 굶주렸던 나는 전략적으로 결혼식 날짜를 여름방학 시작 직전으로 잡아서 최대한 길게 신혼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기왕 길게 떠날 거 아내의 인생 첫 여행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눈과 귀가 즐거운 도시 체코 프라하도 목차에 추가됐다. 우리의 신혼여행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를 거쳐 이탈리아까지 떠나는 대장정의 여행이 되었다. 나는 방학이 있었지만, 아내는 특별휴가로는 부족해 남은 연가를 모두 소진해야만 했다. 기간이 긴 만큼 숙박은 도시의 특성과 머무르는 기간을 고려하여 호텔과 숙박공유를 적절히 조화시켜 예약하였다. 도시 간 이동은 저가항공과 고속철도를 조합하여 최적의 루트로 이동시간을 최소화하였다. 이렇게 지리교사와 소프라노 부부는 지금으로부터 3년 전 2016년 7월, 21일간의 신혼여행을 떠난다. #2. 뮌헨에 숙소를 잡은 이유 마인(Main)강이 흐르는 괴테의 고향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기차를 타고 바이에른주 뮌헨에 도착했다. 뮌헨은 남부 독일의 최대 도시로 독일의 경제적·문화적 중심지이다. 유럽 최고의 축구팀을 가리는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수의 우승을 차지한 분데스리가 최고의 명문 축구팀 바이에른 뮌헨의 연고지이며, 매년 9월 말부터 2주간 열리는 세계 최대의 민속축제 옥토버페스트가 열리는 곳이기도 하다. ‘로맨틱 가도’라는 이름은 고대 로마시대에 로마인들이 가도를 만든 데서 유래된 것이다. 바이에른주,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사이에 걸쳐 있으며 1950년대부터 관광자원으로 개발되었다. 그림 같은 도시와 성곽으로 유명한 관광도로이기 때문에 많은 관광객들이 몰린다. 중심에 위치한 기차교통의 요지로서 뮌헨에 숙소를 잡으면 뉘른베르크, 퓌센과 같은 남부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들을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와 체코 프라하 같은 도시와도 인접하여 뮌헨에 숙소를 잡으면 여행 계획을 세우는 데 매우 유리하다. 맥주가 물보다 싸다는 독일, 옥토버페스트의 도시 뮌헨에 왔으니 맥주가 빠질 수 없지! 뮌헨은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는 비어가르텐(Biergarten)이 유명하다. 19세기 바이에른 왕국은 맥주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뮌헨의 이자(Isar) 강변에 맥주 양조장을 지었다. 맥주 저장고는 서늘한 환경이 유리하기 때문에 넓은 잎을 가진 밤나무를 심어 그늘을 만들었고, 양조장들은 그 나무 아래 테이블을 설치하고 신선한 맥주와 음식을 팔기 시작했다. 비어가르텐의 전통은 이렇게 시작된 것이다. 뮌헨에서 손꼽히는 비어가르텐 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Keller)는 평일 낮이었는데도 수많은 사람이 활기찬 분위기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1L도 넘어 보이는 커다란 맥주잔을 양손에 여섯 개씩 들고 바쁘게 오고 가는 종업원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아내가 독일에 와서 사랑에 빠진 슈니첼과 나의 최애안주 뉘른베르크 소시지를 주문했다. 그리고 묵직하면서 쌉싸름한 진짜 독일의 향기에 취했다. #3. 모차르트와 사운드 오브 뮤직 잘츠부르크는 뮌헨에 숙소를 잡고 당일치기로 다녀오기로 했다. 뮌헨에서 기차로 약 한 시간 정도 걸리는 잘츠부르크는 당일치기 여행지로 인기가 많아서 종종 기차표가 매진되곤 하는데, 원래 계획했던 날도 표가 매진이어서 그 다음날 잘츠부르크로 떠났다. 잘츠부르크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태어난 도시로 많은 장소에 그의 흔적이 스며있다. 마침 모차르트 탄생 260년이라 거리에서는 다양한 모차르트 관련 행사가 펼쳐지고 있었다. 상점에는 각종 모차르트 기념품이 넘쳐나고, 모차르트가 태어난 집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모차르테움은 모차르트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된 연구기관으로 음악가들을 양성하기 위한 음악대학도 운영하고 있다. 나는 여행을 할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그곳에 있는 대학을 들러 책을 보고 식사를 하며 대학의 분위기를 느끼곤 한다. 이번에도 역시 음악가인 아내와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많은 나는 곧장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으로 향했다. 모차르테움 음악대학은 규모가 크진 않고 현대적인 건물이었다. 마침 마스터클래스 강의들이 열리고 있었는데, 수업에 집중하는 학생들과 가르치는 교수들의 표정에서 그들의 음악을 향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모차르트의 곡을 비롯하여 다양한 음악들이 버스킹 중이었는데, 버스킹은 ‘길거리에서 공연하다’라는 의미의 버스크(busk)에서 유래된 용어로 거리에서 자유롭게 공연하는 것을 뜻한다. 마차가 지나고 있는 터널을 울리는 소프라노의 연주, 남매로 보이는 바이올리니스트들의 모차르트 곡 메들리, 그리고 모습은 생소해 보이지만 친숙한 소리가 나는 덜시머(Dulcimer) 연주까지. 잘츠부르크라는 장소에 있으니 왠지 더 예술을 사랑할 것같이 보이는 사람들은 연주를 감상하고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아내와 나는 예술의 거리를 하염없이 걸으며 음악을 느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온 유명한 노래들이 들려왔다. 우리는 발걸음을 멈추고 마치 아이가 맛있는 냄새를 쫓아가듯 익숙하고 향기로운 음악을 따라 걸어갔다. 걸음이 다시 멈춘 곳은 사운드 오브 뮤직의 노래가 하우스 콘서트 형식으로 연주되고 있는 이층집 앞이었다. 우리를 포함한 몇몇 사람들이 한동안 2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 소리에 귀 기울이며 감상하였고, 노래가 모두 끝났을 때는 광장에 모인 꽤 많은 관객이 함께 2층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미라벨 정원은 잘츠부르크 신시가지의 미라벨 궁전 앞에 펼쳐진 정원으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마리아가 아이들을 데리고 ‘도레미 송’을 불렀던 곳으로 유명하다. 음악의 도시 잘츠부르크에서 이대로 감상만 하다가 마무리 짓는 것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거기다가 사운드 오브 뮤직은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기도 하다. 삼고초려와 같은 나의 설득에 소프라노 아내는 미라벨 정원을 활기차게 산책하며 도레미 송을 불렀고, 나는 그 장면을 뮤직비디오로 촬영하여 추억으로 남겼다. #4. 누가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가냐? 잘츠부르크를 여행하고 뮌헨으로 돌아오는 길, 기차가 갑자기 멈추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뮌헨에서 총기 테러가 발생하여 모든 대중교통이 멈췄다는 소식이 기차 방송을 통해 들려온다. 기차는 뮌헨의 가장 외곽 역까지 가서야 비로소 완전히 멈춰 섰고, 우리는 그곳에서 뮌헨 시내에 있는 숙소까지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어두운 밤, 거리의 사람들은 서로를 두려운 눈빛으로 의심하며 빠른 걸음을 재촉한다. 나는 그 와중에도 생생한 테러 현장을 사진과 영상으로 찍어서 세계지리 수업자료로 남겼다. 겨우겨우 마리엔플라츠(Marienplatz) 근처 호텔에 도착해서 TV를 켜니 세계 각국 뉴스가 뮌헨 총기테러로 도배가 되었다. 그때 불현듯 어제 매진되었던 잘츠부르크행 기차표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오늘 테러가 난 장소와 시간이 어제 우리가 갔던 장소와 시간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고 소름이 끼쳤다. 때마침 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뮌헨 테러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단다. “지금 뮌헨으로 신혼여행 왔는데 총기 테러 나서 죽을 뻔함” 그 댓글에 바로 누군가의 댓글이 달린다. “누가 뮌헨으로 신혼여행을 가냐? 마리엔플라츠도 못 가본게 어디서 뻥을 쳐” #5. 지중해의 태양 아래, O Sole Mio! 피렌체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고속열차를 타고 나폴리를 거쳐 곧장 살레르노로 향했다. 살레르노는 휴양지로 유명한 아말피 해안으로 가는 페리가 출발하는 곳이다. 독일에서부터 체코 프라하, 이탈리아 베네치아, 피렌체를 거쳐 약 1,000km가량을 남쪽으로 내려오니 고온 건조한 지중해성 기후(Cs)가 온몸으로 느껴진다. 아내는 청량한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을 바라보며 나폴리 민요 ‘오 솔레미오’가 왜 여기에서 탄생하게 되었는지 알겠다고 한다. 나 역시 청량한 하늘과 작열하는 태양과 내 앞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노래를 불렀다. ‘그 태양보다도 더 아름다운 너의 눈동자. 오, 나의 태양이여, 그것은 빛나는 너의 눈동자!’ 고속페리는 거친 물살을 가르며 20분 만에 아말피 해안(Amalfi Coast)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숙소는 아말피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아트라니(Atrani)로 잡았다. 아말피는 교통이 편리하고 식당이 많지만, 관광객이 너무 많아서 다소 번잡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소 앞에 앉아 체크인 전에 잠깐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이웃 주민이 더운데 집 안에 들어와 커피 한잔하면서 쉬고 가란다. 역시나 외향적이고 친근한 이탈리아 사람들. 하늘에 매달린 알록달록한 우산이 인상적인 아트라니는 아담하지만 조용한 휴양지이다. 캐쥬얼한 식당에서부터 고급스러운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까지 꽤 다양한 식당이 있고, 해변까지 걸어서 1분이면 다다르는 접근성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트라니에서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지중해가 바로 들여다보이는 3층짜리 독채 숙소였다. 밤이라 선선해진 테라스에서 비치 베드에 누워 맥주 한잔하며 영화 보는 순간은 신혼여행 최고의 한 장면이다. #6. 함께 하는 여행 3주간의 긴 여정의 마무리는 이천년 전 로마 제국의 중심에서 매듭지었다. 10년 전 나의 첫 유럽 여행에서 만났던 로마는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10년 후 아내와 함께 온 로마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트레비 분수도 스페인 광장도, 콜로세움도 포로 로마노도, 바티칸도 성 베드로 성당도 모두 그대로였지만 완전히 다르게 느껴졌다. 확실히 여행은 누구와 함께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것 같다. 우리는 3주간 더운 날씨에 걷느라 또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느라 애썼다며 서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앞으로 함께할 일상 속으로의 진짜 여행을 시작하며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생각코딩, 머리를 잘 쓰는 사람들의 비밀 (홍진표 지음, 김영사 펴냄, 235쪽, 1만3500) 두뇌를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을 소개한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은 범주화 능력이다. 언어의 중요한 기능인 ‘구분’을 통해 생각의 경계를 분명히 정리하고, 중요도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해 일을 처리해야 잘 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공부와 독서·업무 등 영역별로 핵심 키워드를 제시한다.
엄마가 모르는 교사의 속마음 (김고은·김지원·이동은 지음, 북드라망 펴냄, 232쪽, 1만5000원) 7년 차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 상담 때 들었던 질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을 담았다. 자녀는 하루의 상당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집에서와는 전혀 다른 모습도 보인다. 결국 부모도 자녀의 일부분만을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교사와의 상담이 필요한 이유다. 상담을 앞둔 학부모에게 유용한 팁을 전한다.
다른 이십대의 탄생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강만원 옮김, 김영사 펴냄, 284쪽, 1만3800원) 대학을 안 가고, 못 가고, 자퇴한 20대 청년 3명의 도전기. ‘고졸 프리랜서 목수’, ‘동양고전을 공부하는 백수’. 기성세대에게는 미래가 없는 골칫거리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인문학 공부를 통해 먹고 사는 길을 열기 위해 나름의 고군분투를 하고 있다. 직업적 안정성과는 대척점에 있는 이들의 삶을 들여다보자.
최고의 학교 (테드 딘터스미스 지음, 정미나 옮김, 예문아카이브 펴냄 , 360쪽, 1만6000원) 미국 50개 주의 선도적 학교 200개 교를 직접 방문한 경험을 통해 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저자는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워 줄 수 있는 21세기형 교실을 ‘PEAK학습 환경’이라고 부르며, 이를 실천하고 있는 학교들의 사례를 소개한다.
역사가 묻고 지리가 답하다 (마경묵·박선희 지음, 지상의책 펴냄, 224쪽, 1만4000원) 역사적 사건에서 지리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역사를 텍스트로 접하다보면 이를 간과하기 쉽다. 이 책은 역사적 사건이 일어난 장소에 대해 알려줌으로써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실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지명의 유래에 대한 정보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우리나라에는 왜 저커버그가 없을까? (문성철 지음, 책읽는귀족 펴냄, 208쪽, 1만5000원) 페이스북을 만든 저커버그처럼 창의적 인재가 필요하다고 하지만,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장래 희망으로 공무원이나 건물주를 꼽는 게 현실이다.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 창업에 대한 현실적 감각을 키워주려 한다. 저자와 한 소년이 창업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간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지도 위 한국사 (정일웅·표정옥 지음, 이케이북 펴냄, 216쪽, 1만5000원) 우리나라의 역사를 지도와 함께 시대순으로 풀어간다. 각 주제의 도입부에 지도와 함께 사건의 개요를 보여주며, 관련된 웹사이트의 QR코드를 삽입해 참고할 수 있도록 했다. 주요한 역사적 사건과 인물을 중심으로 총 100가지 주제를 다룬다. 역사의 시·공간적 개념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구성했다.
곤충 특공대 (김이삭·김경구·조소정 지음, 윤진희 그림, 가문비어린이 펴냄, 68쪽, 1만1000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리, 대벌래, 매미 등 곤충 30여 종을 그림과 창작 동시로 표현한 책. 초등학교 3~6학년 국어·과학 교과와의 연계성도 고려해 아이들이 문학적 감수성을 키우고 곤충에 대한 지식도 함께 얻도록 구성했다. 어린이들이 곤충과 친구가 되길 바라는 바람을 담았다.
아침 바람이 차갑게 소매 끝을 파고들던 지난 3월 6일, 하늘이 미세먼지로 가득한 이 날,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서울의 한 초등학교를 찾았다. 정부가 개학 연기를 고민해야 할 정도로 미세먼지가 심해지자 유 부총리가 직접 현장 실태 파악에 나선 것이다. 교문을 들어서던 유 부총리의 눈에 농구골대 보다 조금 높은 낯선 전광판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뭐죠?” “네, 미세먼지 신호등이란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그날그날 미세먼지 현황을 알려줘 대비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마스크를 써야할 지, 야외 교육활동을 할 수 있을지 금방 알 수 있어 좋겠네요.” 짤막한 대화가 오가는 동안 유 부총리는 미세먼지 신호등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시간 남짓 학교방문을 마치고 돌아서는 유 부총리는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참석한 교직원들에게 여러 차례 허리 굽혀 인사를 했다. 학생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는 학교 측의 노력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였다. 학생들이 마음 놓고 공부하며 뛰어노는 학교, 학부모가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학교, 교직원이 하나가 돼 따뜻하고 행복한 교육을 실현하는 학교, 서울 여의도초등학교에서 실제 있었던 일이다. 이날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은 미세먼지 신호등은 이 학교 한철수 교장이 관할 구청과 지역사회 유관기관들을 일일이 설득, 예산지원을 받아 설치한 것이다. 미세먼지로부터 학생들을 보호하고 환경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는 취지에서 세웠는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미세먼지만이 아니다, 여의도초는 그간 환경교육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환경을 지키는 일은 미래 세대를 위한 우리의 책임이자 의무’라는 생각에서 폐건전지 수거, 비닐사용 자제, 쓰레기 줍기, 생태환경 지키기 등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기후변화를 주제로 관련 전문가를 초청, 학생과 교직원 대상 특강을 실시하는 발 빠르게 대응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서울시장으로부터 자원재활용 활성화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다. 혁신교육지구 사업 산파…국제교육·특수교육 남다른 애정 이같은 변화는 한 교장의 남다른 열정과 노력이 원동력이 됐다. 실제로 지난 2016년 그가 여의도초 교장에 부임한 이래 학교는 눈에 띄게 달라졌다. 다양한 교육활동은 각종 수상실적으로 성과를 입증했다. 서울형 혁신교육지구 우수학교, 특수(통합)교육 우수학교, 국제교류 우수학교 등 표창이 줄을 이었다. 특히 혁신교육지구 우수학교 표창을 받았을 때는 감회가 남달랐다고 한다. 사실 그는 혁신교육지구 사업의 실질적 산파 역할을 한 인물이다. 남부교육지원청 장학사 시절, 교육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혁신자구 업무를 처음 접했다. 당시만 해도 이 사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보니 학교건 지역사회건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애를 먹었다. 하지만 각고의 노력 끝에 금천구는 혁신교육지구사업의 시발점이자 모델케이스로 자리 잡았고 지금은 서울 시내 전역이 혁신교육지구로 지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한 교장은 또 장애아동에 대한 교육권을 보호하고 강화하는 데에도 앞장서 왔다. 그 결과, 일반학생과 특수학생이 함께 생활하는 여의도초는 통합교육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그가 학생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것은 ‘동행’이다. “서로 배려하면서 살아라. 혼가 가지 말고 더불어 가야 한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그러다 보니 학생들 사이에 작은 변화가 생겼다. 이번 학기엔 장애를 가진 학생이 부반장에 선출되는 일도 일어났다. “출발이 느리던, 배움이 느리던 모두가 함께 가는 세상, 그것이 성숙한 사회로 가는 길이죠. 우리가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 아닐까요.” 기초학력 부진 해소-사교육비 경감 공로 … 자랑스런한국인대상 수상 한 교장은 지난 2011년 한국언론인협회로부터 자랑스런한국인 교육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사교육비 절감과 기초학력부진학생 해소에 괄목할 성과를 낸 공로를 인정 받았다.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한 교장의 소신과 열정이 거둔 성과였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실감한다는 그는 이 말을 늘 가슴에 새긴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한 교장은 가난하고 소외된 학생들을 위한 복지에도 남다른 애정을 쏟는다. 이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는 방학 중 급식을 실시,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여름이건 겨울이건 학교에서 보살피고 세심하게 챙겼다. 조리종사원들의 인건비는 지자체의 도움을 받았다. 처음엔 뜨악했던 교사들도 한 교장의 진심을 알고는 흔쾌히 동참했다고 한다. 방학 중 급식은 이웃 학교 학생들에게도 개방했다. 반응은 놀라웠다. 하루평균 300명의 학생들이 급식을 이용할 만큼 폭발적이었다. 한 교장은 지금도 방학 중 급식을 자신의 교직생활에서 가장 보람 있는 일 중 하나로 꼽는다. 너도나도 내 것 지키기 바쁜 세상이지만 그는 나누고 퍼주는 데 더 익숙하다. 굿네이버스에 정기후원을 하고, 몽골 학생들에게 학자금을 보내준다. 기회 있을 때마다 방글라데시 등 저개발국가를 찾아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몇 해 전,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보도가 나오자 여학생 생리대 지원사업에 후원금도 쾌척했다. ‘꼰대 교장’이 되기 싫어 포용력을 키우는 마음 따뜻한 멘토 교장 올해로 교직 37년 차지만 한 교장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준다. 중국, 홍콩, 대만 현지 학교들과 자매결연을 맺어 국제 교육교류도 활발하다. 학생들과 지리산을 등반하는 등 백두대간 체험을 통해 호연지기를 키우고 강한 체력과 정신력을 함께 기른다. 학부모와 교직원이 모두 참여하는 교육활동 역시 여의도초만의 자랑.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문경새재, 수원화성 등을 찾아 조상의 숨결을 느껴보는 역사 기행프로그램인데 호응이 기대 이상이다. 올해 실시된 학교공동체 체험에는 120가족 250명이 참여, 성황을 이뤘다. 한 교장은 후배교장들 사이에 ‘밥 잘사주는 형님’으로 통한다. 초보 교장들이 어려움을 겪을 때면 내일처럼 앞장서 도와주다보니 언제부턴가 고민 해결사가 돼버렸다. 그를 잘 아는 초등학교 교장은 “누구하고든 소통하는 유연한 사고와 포용력을 지닌 마음 따뜻한 선배”라고 귀띔했다. 서울남부교육청 관내 신도림초에 교직에 첫발을 내딛어 교사, 교감, 장학관, 교장 등을 역임하고 있는 남부교육의 산 증인이다. 서울시교육청에서 추진하고 있는 서울형혁신교육지구 사업이나 세계시민교육도시 조성에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에서 손꼽히는 베테랑 교장이지만 그는 늘 지혜와 용기를 달라고 기도한다고 했다. 시대에 뒤떨지는 꼰대 교장 소리는 정말 듣고 싶지 않아서라며 특유의 사람 좋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조 제3호). 아동학대는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 학대, 유기 또는 방임 등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체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3호) 형법 제273조는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사람을 학대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형법상의 학대죄에 관하여 “단순히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반인륜적 침해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유기에 준할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고 판시하여 인정 범위를 좁게 해석한다(대법원 2000도223 판결). 즉 형법상의 학대는 생명·신체에 위험을 야기하는 정도에 이르러야 한다. 아동복지법 상의 학대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여 형법상 학대보다 법정형이 높다. 법정형으로 아동복지법상의 학대가 형법상의 학대보다 더 중한 범죄이므로 그 범위도 더 좁게 해석하여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법원은 “아동의 경우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발달을 위하여 사회적으로 보호받을 필요성이 있어 성인에 비하여 보호가치가 크다고 할 것이므로, 아동복지법상 학대의 개념을 형법상 학대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하여(인천지법 2015고단612 판결) ‘아동복지법상의 학대’를 ‘형법상의 학대’보다 넓게 보고 있다. 사례 1. 초등학교 4학년 교실에서 수업 중에 학생이 떠들고 돌아다녀서 교사가 이를 지도하였다. 그런데도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는 행동을 멈추지 않았고 교사가 학생의 어깨를 잡아 자리에 앉히는 과정에서 학생의 얼굴이 책상에 부딪혀 눈 주위의 타박상 등 전치 2주의 상해가 발생하였다. 교사는 신체적 학대로 기소되었고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사례 2.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운동장에서 다른 학생들에게 흙을 뿌리고 여러 학생이 앉는 의자에 누워서 다른 학생들이 앉지 못하게 하였다. 교사가 학생을 지도하였으나 지도에 응하지 않아 교실로 데리고 가려고 하였는데 학생은 가지 않으려고 해서 팔을 잡고 갔다. 교실에 도착하여 학생에게 교실로 들어가라고 하였는데 학생이 들어가지 않아 교사가 무릎으로 학생을 밀었는데 학생이 교실로 들어가면서 넘어졌다. 이를 본 다른 학부모가 신고를 하여 형사절차가 진행되었고, 해당 교사는 아동보호사건으로 처리되어 가정법원 송치되었다. 사례 3.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강당에서 뮤지컬 연습을 하였는데 맨 앞줄에 있던 학생이 자꾸 앞으로 나와 줄을 맞추지 못하자 학생에게 줄을 똑바로 서라고 옷을 잡아서 뒤로 가게 하였다. 평소 학교에 불만이 있던 학부모가 이를 폭행으로 신고하였는데 “교사가 멱살을 잡아 밀치고 당기는 등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이유로 벌금 50만 원이 선고되었다. 아동학대 또는 폭행이 문제가 될 정도로 교사가 학생의 신체에 유형력을 행사하는 사안들은 대부분 학생이 수업을 방해하거나 교사에게 불손하게 하여 교사가 지도하면서 발생하는 경우들이다. 교사는 지도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한 접촉이며, 학대나 폭행의 고의가 아닌 훈육을 위한 교육적 목적이고, 해당 학생이 먼저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행위가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검찰이나 법원은 그러한 교사의 항변은 변명으로 취급한다. 교사의 지도가 아동학대로 문제가 되면 그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과정보다는 발생한 결과를 보고 아동학대를 인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서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 법원은 정서적 학대를 “유형력 행사를 동반하지 아니한 정서적 학대 행위나 유형력을 행사하였으나 신체의 손상에까지 이르지는 않고 정서적 학대에 해당하는 행위를 가리킨다”라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라 함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된다. 따라서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도 2015도13488 판결을 통해 그 범위를 매우 넓게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정서적 학대’의 개념이 불분명하여 죄형법정주의와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어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에 대하여 “위와 같은 해석은 다소 추상적이고 광범위하게 보일 수 있으나 이는 다양한 형태의 정서적 학대 행위로부터 아동을 보호함으로써 아동의 건강과 행복, 안전과 복지를 보장하고자 하는 아동복지법 전체의 입법 취지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행위가 정서적 학대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는 ▲아동에게 가해진 유형력의 정도, ▲행위에 이르게 된 동기와 경위, ▲피해아동의 연령 및 건강 상태, ▲가해자의 평소 성향이나 행위 당시의 태도, ▲행위의 반복성이나 기간 등에 비추어 법관의 해석과 조리에 의하여 구체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이라고 판단하였다(헌법재판소 2014헌바266 결정). 사례 1. 초등학교 체육전담교사가 1학년 학생이 교실을 돌아다니고 산만하게 행동한다는 이유로 학생을 교사용 의자에 앉히고, 학생의 다리 사이에 앉아 등으로 학생을 밀어 한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하였다. 법원은 훈육으로서 사회적으로 허용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학생이 상당한 압박감과 두려움, 수치심을 경험하였을 것으로 보이고, 경력이 많은 교사가 초등학교에 막 입학한 학생을 신체를 이용하여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은 정서적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었다는 이유 등으로 정서적 학대를 인정, 벌금 500만 원을 선고하였다. 사례 2.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가 학생이 책을 손으로 팡팡 치면서 책장을 넘긴다는 이유로 손목을 끈으로 묶었고, 학생이 재활용 쓰레기를 일반 쓰레기통에 버린다는 이유로 학생의 옷깃을 잡아 교실 앞쪽까지 끌고 간 후 양손을 들고 있게 했다. 또 “병신아”라며 욕설을 하고, 교과서를 늦게 꺼낸 학생이 심부름을 다녀왔다고 대답하자 “내가 심부름을 언제 시켰어? 네가 이상한 거지”라고 말한 것을 정서적 학대로 인정하여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정서적 학대 이외에 신체적 학대도 있었음). 성적 학대(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2호는 “아동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희롱 등의 성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성적 학대는 아동에 대한 강제추행에 이르지 않는 신체적 접촉 또는 성희롱이 해당된다. 사례 1. 고등학교 체육교사가 서핑보드를 올리면서 여학생의 손을 잡아 교사의 엉덩이를 받치게 하였고, 학생이 허리를 받치자 “거기 아니다”라고 말하며 직접 손을 엉덩이 쪽으로 옮겨 받치게 했다. 또 발목을 다쳐 보건실로 가고 있는 학생을 발견하고 “요새 자꾸 왜 아프노? 이래서 운동하겠냐?”라고 말하며 한 손으로 학생의 어깨와 허리를 감싸 안은 뒤 자기 몸 쪽으로 바짝 당긴 채 보건실 앞까지 부축했다. 이뿐 아니라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는 학생에게 “선생님한테 사랑한다고 말해봐”라고 말한 뒤 학생의 손을 잡고 자신의 옆에 앉게 하는 등의 성희롱을 하여 징역 6개월 및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사례 2. 중학교 도덕 및 종교 수업을 가르치는 교목을 겸직하는 교사가 수행평가를 하겠다고 하면서 학생들에게 “‘목사님 사랑해요’라고 쓰면 점수를 좋게 주고, 틴트나 립스틱을 바르고 입술 도장 찍으면 더 좋게 주겠다”라고 말하고, 도덕 시간 중 동성애를 설명하다가 “내가 남고에서 근무할 때 트랜스젠더 학생을 상담했는데 가슴은 성인 여자만 했고, 고추는 아주 작았다”라고 말하여 성희롱을 하여 징역 2년 6월을 선고받았다(성희롱 이외에 강제추행도 있었음). 유기 또는 방임(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 아동복지법 제17조 제6호는 “자신의 보호ㆍ감독을 받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ㆍ양육ㆍ치료 및 교육을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사례 1. 고속버스에서 배탈이 나서 비닐을 깔고 대변을 눈 초등학교 6학년 여학생을 보호자의 동의를 받고 고속도로 휴게소에 두고 갔으며 1시간 정도 후에 휴게소에 보호자가 도착하였다. 1심 법원은 초등학교 6학년 학생으로 스스로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판단 능력이 어느 정도 있는 나이라고 하더라도 버스에서 내릴 당시까지의 상황으로 인하여 정서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혼란한 상태였던 점, 고속도로 휴게소는 차량의 통행량이 많고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을 고려하면 학생에 대한 보호 조치를 소홀히 한 점을 인정하여 방임으로 벌금 800만 원을 선고하였다. 2심 법원은 방임은 인정되지만 해당 교사가 체험학습을 총괄하는 위치에 있어서 학생 전체의 안전과 체험학습 진행도 고려할 수밖에 없어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던 점, 피해 아동의 모가 휴게소로 오는 상황에서 아동이 휴게소에 혼자 남겨진 시간은 1시간 정도에 불과하였던 점, 피해아동이 휴대폰을 가지고 있어서 혼자 기다리는 동안 부모와 통화를 한 점, 교사는 아동을 휴게소에 내려놓고 간 후 아동과 2번의 전화 통화를 하였고 아동의 모에게도 전화를 걸었던 점 등을 고려하여 벌금 300만 원의 선고유예로 감형하였다. 종전까지 아동학대는 부모 또는 양부모들의 반인륜적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하였는데, 최근에는 교사들의 지도가 아동학대로 처벌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폭력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각급학교에는 교직원들의 행정업무 등을 지원해 주기 위해 교육실무사·교무행정지원사·조리사(원)·전문상담사·학부모회 직원 등 많은 교육공무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초·중·고, 공·사립학교에 정원으로 관리하는 교육공무직원만 약 2만1천명이 있다. 교원이 약 6만 9천 명이니까 교원 수의 30% 정도 된다. 교원과 지방공무원은 근로관계가 국가공무원법·지방공무원법 등에 의해 규율되는 것과는 달리 교육공무직원의 근로관계는 근로기준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등 일반노동법을 적용받는다. 이번 호에서는 노동3권이 모두 보장되는 교육공무직원의 근로관계를 알아보고자 한다. 1. 교육공무직원의 개념 교육공무직원이란 각급학교 및 행정기관에서 교육 및 행정업무 등을 지원 또는 보조하기 위하여 필요한 근로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는 ‘무기계약근로자’, ‘기간제근로자’, ‘단시간근로자’를 통칭한다. 가. 무기계약근로자 ‘무기계약근로자’란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하며, 노동 관계법령 및 단체 협약, 취업규칙 등에서 정한 정년규정을 적용받는 근로자를 말한다. 나. 기간제근로자 ‘기간제근로자’란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를 말하며, 대부분의 교육청에서는「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아래의 경우에 한시적으로 채용을 허용하고 있다. ●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 일시·간헐적인 업무의 증가에 따른 6개월 미만 단기 근로자 ● 휴직 등 결원에 따른 대체인력 이때 공고나 근로계약 시, 근로기간이나 시간을 명확히 하여 기간이 만료되면 근로관계가 당연히 종료된다는 점과, 무기계약 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다. 단시간근로자 ‘단시간근로자’란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이 그 사업장에서 같은 종류의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근로자의 1주 동안의 소정 근로시간에 비하여 짧은 근로자를 말한다. 현재「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한 2년을 초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무기계약근로자로 전환됨에 유의해야 한다. 2. 교육공무직원의 근로관계 가. 노동법 적용의 기본원칙 1) 상위법 우선의 원칙 사용자 지시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법률 헌법 ● 취업규칙 : 통상 근로계약과 결합하여 사업장 내 근로조건에 관한 통일적인 규범으로 작용 ● 단체협약 :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대표와 사용자 간 맺은 협약으로 조합원에 대해서만 그 효력이 미치는 것이 원칙이나, 법에서 정한 효력확장제도에 의해 비조합원에게도 효력이 미칠 수 있음 2) 신법 우선의 원칙 적용 범위가 동일한 2개의 법 존재 시 후에 성립된 법이 적용되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자에게 불리하더라도 새로운 법 적용 3) 특별법 우선의 원칙 동일한 규정 간에는 일반규정보다 특별규정이 불리하더라고 우선 적용 예) 지방공무원법(특별법)이 근로기준법(일반법)에 우선 적용 4)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노동법 특유의 원칙) 하위 법원이 상위 법원보다 근로자에게 유리한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경우 하위법원의 효력이 발생함, 다만, 단체협약과 취업규칙과의 관계에서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 적용여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데 단체협약을 취업규칙보다 불리한 조건으로 변경한 경우에는 유리한 조건 우선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음. 나. 근로시간 제한 법정 근로시간은 1일 8시간, 주 40시간이다. 연장근로는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주 12시간까지이고,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는 연장근로가 불가하다. 여성의 경우 야간근로(22시~06시 사이)와 휴일근로는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학교 근무 교육공무직원의 근로시간은 ‘2017년 노사 임금협약 부대합의’에 의해서 교원 및 지방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휴게시간은 퇴근 후 1시간을 부여하되, 연장근로는 퇴근후 1시간(휴게시간)을 공제하고 50% 가산해서 지급한다. 다만, 학교 행사 일정상 부득이하게 휴게시간을 부여하지 않고 근무할 경우 퇴근시간 이후부터 연장근로로 인정한다. 다. 인사교류 및 전보 교류는 지역교육청을 넘나드는 이동을 말하고, 전보는 지역교육청 내에서의 이동을 말한다. 교육공무직원은 오랫동안 한 학교에서만 근무해 왔다. 그러다가 몇 년 전부터 희망자에 한해 전보를 하고 있으나, 이런저런 사정으로 전보가 여의치 못했다. 서울의 경우 9월부터 처음으로 정기전보를 실시한다. 매년 3월과 9월에 한 학교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대상으로 직종별로 적절히 안배하여 매년 20%씩 5년을 주기로 실시할 예정이다. 3. 부당 노동행위 근로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에 대한 정당한 행사를 방해하는 사용자의 침해·간섭행위는 부당노동행위로 금지하고 있다. 1) 불이익 취급 노동조합 조직·가입·참가·증언 등 정당한 행위를 한 이유로 해고나 임금차별·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 2) 불공정 고용계약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 3) 단체교섭 거부 및 해태 정당한 이유 없이 단체교섭을 거부하거나 지연시키거나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유지하는 행위 4) 사용자의 지배·개입 근로자가 결정하여야 할 조합의 조직·운영에 사용자가 부당하게 간섭하는 일체의 행위 ● 조직·운영에 간섭, 동태파악 및 감시, 운영비 원조 ● 각종 회의나 교육, 개별 면담 시 - 노동조합 자체를 부정하거나 비판하며 조합의 방침에 따르지 말도록 설득하는 행위 - 노동조합에 부정적인 시각, 노동조합의 불필요성을 강조하며 탈퇴를 유도하는 행위 - 우호적인 조합원, 조합 내 소수파를 상대로 노조 처분에 따르지 않도록 선동하는 행위 ※ 다만, 불법 파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호소·설득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할 수 없음 4. 교육공무직원 운용 일반사항 가. 교육공무직원 인력 운용 교육공무직원을 운용함에 있어 학교의 재정여건과 업무의 필요성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하여 예산의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인력을 운용하고, 적정기준의 인건비를 집행해야 한다. 출산 전·후 휴가 등에 따른 대체인력, 수일 동안 일용으로 고용하는 임시직 등 일용근로자 채용 시에도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작성하고, 근로관계법령 등을 숙지하여 분쟁의 소지를 예방해야 한다. 나. 사업수행을 위한 일용인부임 등 단시간 및 단기간(1년 미만) 사업수행을 위한 일용인부 임금은 업무의 성격에 따른 보통·특별인부 구분 없이 생활임금을 지급한다. 단, 전부 외부 재원으로 인건비가 사전 확정된 경우 생활임금을 적용하지 않고 당초 확정된 임금을 지급한다. 만약 목적사업의 중단 또는 변경으로 인해 일용임금 잔액이 있더라도 상시근로자 고용 재원으로 집행할 수 없다. 교사(校舍) 관리(전기·전화·기계·보일러공, 청소원)를 위해 공무원이나 교육공무직원으로 현원이 확보되어 있거나, 시설·장비 유지비 또는 용역비 등으로 외부업체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학교는 원칙적으로 일용임금 예산으로 전기·전화·기계·보일러공, 청소원을 고용할 수 없다. 다. 임금 및 각종 수당 교육공무직원 처우개선 지침 및 수당 업무처리기준을 적용하되, 법령이나 지침에 의해 다른 기준(급여수준 및 재원 등)으로 급여를 받은 근로자는 해당 사업 운영 기준을 적용한다. 라. 실비지급(출장비 및 여비·교육훈련비) 공적인 업무수행을 위해 교육공무직원이 출장이나 연수를 받는 경우에 개인에게 실비지급이 가능하다. 실비지급은 단체협약 또는 취업규칙 등 노동 관련 규정이 우선 적용되나, 적용기준이 없을 경우에는 ‘학교회계 예산편성 지침’에서 정한 기준을 적용하며, 이 경우에「공무원여비규정」및「지방공무원 교육훈련 운영지침」을 준용할 수 있다. 근무시간 외 필수·의무교육 참석을 위한 출장일 경우 급여와 출장비를 지급해야 하며, 급여는 교육이수 여부를 확인하여 연수시간 만큼 지급한다. 그러나 근무시간 외 선택·임의 교육 참석을 위한 출장일 경우 출장비와 급여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 다만, 기관장이 직무수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하여 교육 참석을 지시하거나 명령하였다면 출장비와 급여를 지급한다. 근무시간 외 교육(연수)의 경우 초과근무에 따른 가산금(50%)은 지급하지 않는다.
Q. 방학 중에 2주간 방과후학교 수업으로 오전에 출근하고 근무시간 이전에 퇴근하려고 할 때 복무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41조 연수를 사용해도 되나요? A. 방학 중에 방과후 수업 때문에 학교에 출근했다가 수업이 끝난 후에 근무시간 이전에 퇴근할 때에는 반드시 조퇴나 반일 연가 등 복무처리를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에 근무지 무단이탈로 징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교육공무원법 41조(연수기관 및 근무장소 외에서의 연수) 규정의 취지는 교원이 방학 등에 교과지도 및 교재 연수 등 연찬을 독려하고자 연수기관 및 근무장소가 아닌 장소에서 다양한 연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의한 연수는 단축 근무나 조기 퇴근 등의 용도로 운영될 수 없으며, 복무의 일환으로 활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휴업일(방학·재량휴업일 등)에 오전은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고 오후에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로 복무를 처리하는 것은 교육공무원법 제41조 연수 규정의 취지와 맞지 않습니다. Q. 방학 중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방학 전에 41조 연수를 신청해 승인을 받은 상태입니다. 어떻게 처리하면 되나요? A. 방학 등 휴업일에도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병가 등 휴가 사유일 경우에는 휴가 요건에 따라 휴가를 허가해야 합니다. 41조 연수는 연수 목적과 내용 등을 학교장이 판단해 효과가 있을 경우에 승인하는 것이므로 연가나 병가 사유가 있는 자에게 검토 없이 41조 연수를 승인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사고에 따른 입원일에 맞춰 병가로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adsbygoogle = window.adsbygoogle || []).push({}); Q. 방학 중 41조 연수 결재를 득하고 나서 야간(오후 6~10시)에 초과근무시 시간외근무 수당 지급이 가능한가요? A. 교원의 경우 방학중(평일) 학교장의 근무명령을 받아 실제로 근무를 수행한 경우(8시간)에 한하여 출근 근무일수에 산정해 8시간을 초과한 시간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 가능합니다. 따라서 평일에 정규 근무시간을 초과한 경우에만 인정되므로 야간에만 근무한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Q. 2019년 7월 17일에 방학을 한 학교의 교원에 대해 해당 월의 시간외근무수당 정액지급분을 지급할 수 있나요? A. 매월 15일 이상 출근(또는 출장)자에 대해서는 월 10시간의 시간외근무수당 정액 지급분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해당 월의 실제 출근근무일수가 13일이므로 월 15일 미만인 경우에 해당합니다. 이때는 10시간분의 금액에서 2/15만큼 감액해 지급하게 됩니다. Q. 방학 중 보충수업(별도 수당 지급)으로 4시간을 근무하고 나머지 4시간을 학교장 근무명령에 따라 근무했다면, 해당 일을 시간외근무수당 정액분 지급요건에 해당하는 출근일로 볼 수 있는지요? A. 방학 중 보충수업 시간을 포함해 학교에서 정한 8시간을 정상 근무했다면 출근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외근무 수당 지급에 있어서 보충수업과 같이 별도의 수당을 지급받는 시간이 있다면, 그 시간을 공제한 이후의 시간이 실제 근무시간이 됩니다. 즉, 별도 수당을 지급하는 보충수업시간을 제외한 근무시간이 8시간 이상일 경우에 출근일로 계산해야 합니다. Q. 방학 기간에 41조 연수로 결재를 받았는데 출장을 가게 됐습니다. 이때 복무처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복무 결재는 복무 상황에 맞게 처리해야 하므로 방학 중 출장 근무 등이 발생한다면 해당 일은 제외하고 41조 연수를 신청하고, 동일 날짜에 중복된 복무상황은 기결 취소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Q.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소속돼 있는 전문상담교사도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라 방학 기간 동안 근무지 외의 장소에서 연수를 받을 수 있는지요? A.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소속된 전문상담교사는 41조 연수를 받을 수 있는 교원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법제처의 해석에 따르면 전문상담순회교사는 특정일의 특정시간대에 한하여 소속 기관의 장이 지정하는 학교에 근무하는 한편, 시·도 교육행정기관에서 일반 공무원들도 수행하는 상담센터 운영 등 일반적인 행정업무도 담당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그 배치형태·업무내용 및 근무방식 등이 학교에 근무하면서 상시적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거나 교육하는 교원과는 상이합니다. 또한 「공무원수당 등에 관한 규정」 제18조의5제1항 단서에 따르면 방학이 있는 학교에 근무하는 교원 등 교육공무원에게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으나 방학이 없는 기관에 근무하는 사람에게는 연가보상비를 지급합니다. 현재 전문상담순회교사의 경우에는 연가보상비를 지급받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교육공무원법」 제41조의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할 것입니다.
지난 호에서 1학년과 5학년 소규모 복식학급에서 운영된 안전교육사례를 소개한 바 있다. 특히 교육과정 재구성 전략으로 드레이크(Drake)의 KDB 모형을 소개하면서 해당 활동을 위한 학급환경 조성과 안전교육 관련 역량을 함께 분석해 보았다. 그리고 그 세부내용으로 3·4월에 실시한 재난안전(지진·화재) 교육내용을 자세히 다루었다면, 이번 호에서는 5·6월에 이루어진 신변안전 교육과 교통안전 교육사례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원고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1. 신변안전 교육사례 ● K(알기) 수업활동 ▶ 1·5학년 _ 길을 잃어버렸을 때 대처방법을 알아보기 가. 길을 잃을 수 있는 상황 이야기해 보기 길을 잃어버린 경험이 있는 곳으로는 주로 ‘사람이 많은 곳’, ‘놀이공원’, ‘대형마트’라는 답변이 많았고, 특히 1학년의 경우 길을 잃어버렸을 때의 대처방법을 잘 모르는 학생이 많았다. 이번 활동은 5월에 실시한 현장체험학습 상황과 연계하여 놀이공원에서 선생님을 잃어버린 상황을 통해 실감 나는 수업을 전개하였다. 나. 길을 잃어버렸을 때 대처방법 알아보기 안전한 생활 59쪽을 참고하면서 ‘멈춰요 → 생각해요 → 도움을 요청해요’의 3단계로 대처방법을 구분하고,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가족 이름과 부모님 휴대폰 번호 적어보기, 주변에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 생각해보기 활동을 함께 진행하였다. 다. 길을 잃어버렸을 때 올바른 행동 연습하기 반복적인 역할극 수행을 통해 길을 잃었을 때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 1·5학년 _ 낯선 사람의 접근과 위험이 발생했을 때 대처방법 알아보기 가. 낯선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알아보기 학생들에게 ‘낯선 사람’을 그려보라고 하자, 그림 1, 2와 같이 그렸다. 그래서 낯선 사람은 절대로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지 않으며,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더불어 ‘유괴범’에 대한 선입견(무서운 얼굴, 모르는 사람, 남자)을 버리도록 지도했다. 나. 낯선 사람이 접근할 때 대처방법 이야기해 보기 낯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상황을 크게 3가지(물건을 준다며, 도움을 요청하며, 엄마가 다치셨다며)로 나누어 제시하고,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모둠별로 의논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 이때 모둠은 1·5학년을 섞어서 구성하여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도록 하였다.[PART VIEW] ● D(하기) 수업활동 ▶ 1·5학년 _ 길을 잃어버렸을 때, 낯선 사람이 접근했을 때 대처방법을 역할극으로 반복 실습하기 ① 모둠 구성 : 1학년과 5학년이 한명씩 하나의 모둠을 구성하여 실습하도록 한다. ② 상황 설정 : 5학년이 중심이 되어 길을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과 낯선 사람이 접근하는 상황을 각각 하나씩 설정한다. ③ 역할극 대본 완성 : 각각의 상황에 따른 적절한 대처방법이 포함된 역할극 대본을 완성한다. ④ 역할놀이 수행 : 명확하고 또렷한 목소리로 실제상황처럼 역할극을 수행한다. ⑤ 평가 : 서로의 역할극에서 잘된 점을 칭찬하고, 고칠 점을 바로잡아 본다. ● B(되기) 수업활동 ▶ 1학년 _ 위험상황에서 전화할 수 있는 번호를 익히고, 안전 지킴이 되기 ▶ 5학년 _ 우리 학교 주변의 위험지역을 생각해보고, 안전지도 만들기 우선 학생에게 경찰서 긴급통화(112)·가족·선생님 연락처와 집 주소를 정확하게 익힐 수 있도록 지도했다. 연락처를 익힌 다음에는 간단한 ○,× 퀴즈를 통해 알고 있는 내용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 퀴즈는 1학년 안전한 생활 전자저작물에 제시된 ‘신변 안전 관련 PPT 자료’를 활용하여 연습한 다음, 5학년이 직접 출제한 문제를 1학년이 풀어볼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또한 5학년들은 우리 학교 주변의 위험지역을 생각해보고, 안전 지도 만들기 활동도 전개하였다. 2. 교통안전교육 사례 ● K(알기) 수업활동 ▶ 1·5학년 _ 우리 주변의 교통수단 1학년 안전한 생활과 5학년 실과 통합으로 우리 생활 주변의 교통수단에 대해 알아보고 이를 자유롭게 나타내보는 활동을 했다. 1학년 학생들은 수송 수단으로 ‘자전거’와 ‘자동차’를 주로 떠올렸으며, 5학년 학생들은 수송 수단을 육지·바다·하늘과 우주 등으로 분류하여 생각하는 등 보다 넓은 범위에서의 ‘수송 수단’을 생각해냈다. 또한 학생들은 이 과정에서 수송 수단 외에 이동에 필요한 것으로 ‘교통 표지’를 떠올릴 수 있었다. ▶ 1학년 _ 자전거와 자동차, 대중교통을 안전하게 타는 방법 알아보기 가. 자전거 안전하게 타는 방법 알아보기 바퀴 달린 것을 타기에 안전한 장소와 그렇지 않은 장소를 구분해 보고, 보호 장구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한다. 나. 자동차 안전하게 타는 방법 알아보기 안전띠 착용의 중요성을 동영상을 통해 보고, 바르게 안전띠를 착용하는 방법을 알아본다. 다. 대중교통 안전하게 타는 방법 알아보기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에는 뛰거나 장난치지 말고, 질서 있게 이용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도록 한다. ▶ 5학년 _ 교통안전 표지 알아보기 우리 생활 주변에서 찾아볼 수 있는 교통안전 표지를 그려보고, 교통안전을 위한 새로운 픽토그램을 만들어보는 활동을 전개하였다. ● D(하기) 수업활동 ▶ 1·5학년 _ 교통안전을 위한 체험(실습)하기 가. 안전하게 길 건너기 강당에 간이 횡단보도와 모형 신호등을 설치하고,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보행 안전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였다. 나. 대중교통 안전하게 이용하기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버스·지하철을 실제로 타 보면서 안전한 대중교통 이용을 직접 실습해 보았다. 다. 자동차 안전하게 타기 가정과 연계하여 안전띠 매는 것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였다. 라. 자전거 안전하게 타기 우리 마을 지도를 보고 각각의 장소(운동장·골목·놀이터·공원·도로·주차장 등)에서 자전거 타기에 안전한 장소와 위험한 장소를 표시해 보았다. ● B(되기) 수업활동 ▶ 1학년 _ 교통안전 수칙 지키기 다짐하기 활동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가지 교통안전 수칙 가운데 평소 자신이 잘 몰랐던 내용이나 잘 지키지 못했던 내용을 직접 골라 ‘안전 수칙 다짐하기’ 활동을 하였다. ▶ 5학년 _ 스스로 하는 자전거 안전 점검으로 안전한 자전거 운전자 되기 실과 교과서에 제시된 자전거 관리하기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각 가정의 자전거의 안전 상태를 스스로 점검하고, 부모님께 확인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3. 안전교육에 활용한 다양한 수업 자료 가. 그림책 나. 엔트리, 코딩로봇 각종 안전사고에 대한 정보와 대처 방안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엔트리로 활용한 게임 형식으로 제작해서 만들어 보았다. 5학년이 게임을 제작했고, 1학년과 함께 실행해 보았다. 또한 터틀로봇을 활용한 활동도 진행했는데, 그 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터틀로봇이 움직일 길을 직접 그린다. ② 길 위에 교통안전표지를 제작한다. ③ 교통안전표지에 따라 터틀로봇을 움직이는 게임을 수행한다. 다. 애플리케이션 학생들이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한 활동은 생활 속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안전 지식을 익힐 수 있기 때문에 유용했다. 5학년이 안전교육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직접 다운로드 받아 체험해 본 후, 1학년과 함께 체험하며 안전 관련 지식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수업을 마치며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보다 체계적이면서 적극적인 형태로 바뀌게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 1·2학년 교육과정에 안전한 생활 교과가 신설되었으며, 3~6학년 교과(체육·과학·실과 등)에 안전 관련 단원이 별도로 구성되어 보다 집중적인 안전교육이 실시되고 있다. 필자는 안전교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1학년의 경우 안전한 생활 교과의 내용체계에 따라 운영하였으며, 반복적인 체험과 강화를 통해 안전을 습관화 하는데 주안점을 두었다. 5학년의 경우 주로 실과·미술·사회과와 통합하여 운영하였으며, 위험상황에 대한 이해를 통해 안전의식을 함께 함양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3월부터 6월에 걸쳐 두 개 학년의 수업을 진행하면서 안전교육에 있어 아는 것(Know, 앎)을 넘어선 실제적인 체험(Do, 함)의 중요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교육이 대부분 텍스트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이를 보완할만한 실제적인 체험 기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데 매우 크게 기여할 수 있었다. 특히 학생들의 나이가 어리고, 안전 관련 교육을 받은 경험이 적을수록 실제 체험의 효과가 큰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초등학생의 안전교육을 위한 자료들이 다양하게 개발되고, 각 지역의 체험 시설과 다수의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료 개발과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노력에 비해, 그 홍보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를 대상으로 한 교육자료와 프로그램 홍보를 통해 다양한 안전교육 자료와 프로그램들이 수업현장에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경우에 안전교육을 학교 교육의 부차적인 영역으로 생각하거나, 생활지도와 연계하여 두루뭉술하게 지나가게 되곤 한다. 그러나 학교에서의 안전교육이 가정으로 확대될 수 있고, 또한 그것이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안전의식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앞으로도 학생들을 위한 안전교육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