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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교육잡지 제작해 무료배포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 깨달아 구독 교사들 응원글에 힘 얻어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대학 동기, 옆 반 선생님, 술 친구…. “우리 평범한 사람들끼리 한 번 뭉쳐볼까?” 시작은 가벼웠지만 시너지는 컸다. 이제 이들은 서로에게 형‧동생 관계를 넘어 교직을 살아가는 데 없어선 안 될 동반자이자 가족 같은 존재가 됐다. 2017년부터 경북지역 인성교육연구회 ‘연리지’를 운영하고 있는 양만주(도개초), 조영진‧조재서(선주초), 조은호‧윤주현(형곡초), 권기환(원남초) 선생님들의 이야기다. 이들은 현재 매월 교원들이 학교 현장에서 쉽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인성교육 콘텐츠를 개발해 ‘월간 연리지’를 발행하고 있다. 매달 돌아가면서 주제를 정해오면 함께 아이디어를 덧대고 완성도를 높여 관내 교사들에게 배포하는 것. 업무포털 내부메일을 이용해 발송하기 때문에 비용은 무료다. “나이대가 비슷한 여섯 명의 남자 교사들이 모이다 보니 통하는 것이 많고 모임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일의 연장이라기보다는 자주 모여 술도 마시고 분기별로 워크숍도 가는 등 놀면서 고민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소통의 자리로 생각하기 시작하니까 연구하고 도전하고 싶은 분야가 늘어나더라고요. 특히 선생님들이 어려워하는 인성교육에서 우리가 만든 좋은 콘텐츠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월간연리지를 발행하게 됐습니다.”(양만주 교사) 연리지에 실리는 콘텐츠들은 주로 사회적으로 화제가 됐던 캠페인이나 트렌드를 초등 현장에 맞게 보완해 적용한 형태다. 교사들은 대표작으로 ‘사랑의 다리’와 ‘따뜻한 고백’, ‘마시멜로 챌린지’ 등을 꼽았다. ‘사랑의 다리’는 자살대교라는 오명을 갖고 있던 마포대교에 희망의 글귀를 넣은 ‘생명의 다리 프로젝트’에 착안했다. ‘너와 함께 있어 행복해’, ‘네가 자랑스러워’와 같이 평소 친구나 선생님, 부모님에게 듣고 싶었던 격려의 말을 적고 공감한 뒤 교실 창틀에 둘러 붙여 사랑의 다리를 완성하는 활동이다. ‘따뜻한 고백’은 대학생들이 청소부 아주머니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포스트잇을 화장실에 붙여 화제가 됐던 사례를 초등 현장으로 가져왔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전교생이 참여해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감사의 글을 작성하고 화장실에 포스트잇을 설치한 것. 조은호 교사는 “감동 받은 아주머니가 답장을 적어 화장실에 붙여 주셨고 그 일을 계기로 학생들이 배움터지킴이나 급식실 조리원, 교통안전 도우미 분들 등으로 대상을 넓혀 좀 더 적극적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첫 호인 2017년 3월호에 소개된 ‘마시멜로 챌린지’는 4인 1조로 스파게티면과 마시멜로를 활용해 18분 안에 최대한 높은 탑을 쌓는 활동이다. 실패와 재시도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소통과 협동의 중요성과 의미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 연구 활동은 실제 아이들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양 교사는 “아이들과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했을 때는 다투고 시기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는데 인성교육을 실천하고부터 아이들 표정이 밝아진 것도 보이고 졸업 무렵에는 ‘나눔과 배려를 모르고 중학교에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감사 인사를 전하는 학생들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월간연리지의 또 다른 매력은 매호 위트 있게 꾸민 표지다. ‘더킹’, ‘러브액츄얼리’와 같은 유명한 영화 포스터 패러디부터 지난 대선 때는 각 후보별 특징을 살린 선거포스터를 패러디하는 등 이슈와 재미를 모두 잡았다. 양 교사는 “메일로 보내기 때문에 안 보는 분들도 있을 것 같아 표지가 재미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열어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공을 많이 들이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무료 봉사라고 해도 매월 잡지를 발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터. 그런 이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월간연리지를 받아 보고 실제 활용해본 선생님들로부터 날아오는 감사의 답글들이다. 양 교사는 “모임 때마다 수십 건의 응원 메시지를 나눠 보면서 힘을 얻는다”면서 “잡지파일 외에도 학습지나 파워포인트를 함께 첨부해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보내는 것이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회 활동은 실제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교육부가 선정한 인성교육 실천 우수사례로 선정돼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것은 물론 6월에는 학생참여형 인성교육 연수에 강사로 나서 다양한 수업사례 및 노하우를 공유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인성교육 보드게임도 개발을 마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조재서 교사는 “연리지를 발행하면서 공유와 소통의 중요성을 깨닫고 더 많은 활동으로 확장할 용기를 얻었다”면서 “여기서 정체되지 않고 앱 개발이나 책 출간 등 다양한 교사주도형 교육콘텐츠를 개발해 마음껏 시도해 볼 수 있는 교육현장의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고 덧붙였다.
점촌중앙초등학교(교장 강점석) 정구부가 7월 21일부터 23일까지 경상북도 문경국제정구장에서 열린 제57회 대통령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서 모든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정상에 올랐다. 여자 초등부 단체전은 B조 예선을 2전 전승으로 조 1위로 준결승에 진출하였다. 6학년 김나현, 5학년 김가영/권유리/김민지/임수연/현다희, 4학년 이주현, 2학년 정혜인 학생이 호흡을 맞춘 점촌중앙초 정구부는 결승전에서 만난 인천 주안남초 마저도 2:0으로 격파하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와 함께 여자초등부 개인 복식 경기에서 1위(6학년 김나현, 5학년 임수연)와 2위(5학년 권유리, 김민지)를 독식하였고, 남자초등부 개인 복식경기에서 3위(6학년 김경환, 박현수)를 차지하며 정구 명문 학교의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5학년 현다희 학생은 “6학년 선배를 믿고 저학년 후배들을 이끌며 정구부 훈련에 성실히 참여하다보니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되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점촌중앙초등학교 고금자 코치선생님은 “정구 꿈나무를 키운다는 자부심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다”며 “내년에도 정구 명문학교의 전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점석 교장은 “이번 점촌중앙초의 우승은 코치선생님의 열성적인 지도와 선수들의 피땀 어린 노력을 통한 결과다.”며 “앞으로도 선수들이 불편한 점이 없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명인정보고등학교(교장 남덕우)는 ‘매력적인 직업계고 육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8월 1일부터 10일까 9박 10일 일정으로 호주 멜버른 지역으로 '매직 글로벌 인재육성 호주 멜버른 캠프'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명인정보고는 1학년과 2학년 재학 중인 학생 15명과 인솔교사 3명 등 총 18명이 참여한 이번 캠프는 국제이해 증진과 세계사회 시민으로서 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적 능력 배양을 통한 글로벌 리더십을 함양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추진됐다. 9박 10일 일정동안 오전에는 국제교류수업을 통해 학생들에게 맞는 영어수업을 자매결연교인 PAX에서 현지 교사에 의해 토론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오후에는 호주지역문화 체험과 현지 취업처를 방문해봄으로써 해외 취업에 대한 견문을 넓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밖에도 바리스타 관련 수업을 진행하고 호주에 있는 카페나 호텔에 취업을 연계시켜 줄 Universal Learning Group, 학생들의 일자리 구직 및 육가공 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Whales와 협약을 맺어 학생들의 해외 취업을 길을 더욱 넓게 다졌다. 남하윤 교사는 "명인정보고는 지난해부터 학생들에게 해외 체험 활동의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다양한 해외 업체와의 협약을 통해 해외 취업의 문을 넓히고 있다"면서, "앞으로 더 많은 학생들에게 국제적 감각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계의 숙원인 이른바 ‘교권 3법’(아동복지법, 교원지위법,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이 마무리됐다. 국회는 2일 본회의에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폭법)을 가결했다. 이로써 이미 개정된 아동복지법(2018. 11. 23), 교원지위법(2019. 3. 28)과 함께 ‘교권 3법’ 완료됐다. ‘교권 3법’ 개정 완수의 의미 ‘교권 3법’ 개정 완료로 이제 교원들은 본분인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됐고, 나아가 교권 침해 예방과 교권 강화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었다. 아울러 교권보호의 든든한 울타리가 처져 교권 신장의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교원들은 교권 침해의 시름을 덜고 본령인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번 학폭법 개정으로 마무리된 ‘교권 3법’은 한국교총의 3년여에 걸친 끈질긴 노력의 결실이다. 특히 하윤수 회장은 2016년 6월 제36대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무너져가는 교권을 더는 좌시할 수 없다”며 ‘교권 3법’ 개정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해왔다. 개정 전 아동복지법은 교원들이 5만 원의 벌금형만 받아도 10년간 교단에서 떠나게 하는 비현실적 배제 조항을 담고 있었고, 교원지위법은 교권 침해 시 관할청의 적극적인 법적 대응 규정이 미비해 피해 교원의 법적 대응 등 자구 활동이 사실상 보장되지 않았다. 또 학폭법은 경미한 학교폭력도 의무적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를 열도록 해 교원의 교육적 학생 지도 방안을 차단하고, 과중한 학폭위 업무로 학교와 교원들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는 등 부작용이 많았다. 이러한 독소조항 때문에 그동안 일선 교원들은 크고 작은 교권 침해 상황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돼 정신적·심리적 압박을 받아온 게 사실이며, 오랫동안 한목소리로 이러한 악법의 개정을 호소해 왔다. 한국교총은 ‘교권 3법’ 개정을 위해 개정안 국회 발의 독려, 교육부와의 교섭·협의, 각 정당과 국회 교육위원회 및 보건복지위원회 방문, 관련 상임위원 간담회, 청와대 국민청원, 전국 교원 서명운동,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 전개 등 총력 활동을 펼쳐왔다. 이번에 개정된 학폭법은 ‘학교자체해결제’ 도입이 핵심이다. 학교를 민원·소송의 장으로 만들었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는 업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된다. 이로써 교원들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적 지도와 관계 회복에 충실하게 되고, 중대한 학교폭력은 교육지원청에서 심의함으로써 처분의 전문성과 신뢰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단위 학교에서 교원들의 업무가 감축되고 심리적 부담도 줄어들게 됐다. 교원지위법은 학부모 등의 폭언·폭력 등 교권 침해에 대해 관할청의 고발 조치와 관할청의 법률지원단 구성·운영 의무화가 골자다. 학부모가 특별교육·심리치료 등을 이수하지 않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교권 침해 학생의 학급교체, 전학 등이 추가됐다. 아동복지법은 5만 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무조건 10년간 학교 근무를 배제했던 독소조항의 위헌 결정을 이끌어내 법원이 판결 시 사건의 경중 등을 신중히 고려해 취업제한 여부와 기간을 함께 선고하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돼 ‘교권 3법’ 개정은 한국교총의 줄기찬 노력과 정책 추진의 결정(結晶)이다. ‘교권 3법’ 개정 완료로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움츠렸던 교원들이 자신감과 자긍심을 되찾게 됐다. 교권 침해 고충도 법적 구제를 받게 되었다. 개정된 ‘교권 3법’에는 그동안 한국교총이 주장한 내용이 모두 오롯이 포함됐다는데 더욱 의의가 있다. 이제 ‘교권 3법’ 개정 마무리로 교원들이 편안하고 행복한 가운데 ‘가르침’에만 전념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관련 법 독소조항의 굴레를 벗고 ‘당당한 대한민국의 교원’으로서 보람 있는 교단생활을 영위하는 교권 부활·강화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좋은 교육은 교권이 바로 선 데서 비롯된다. ‘교권 3법’ 개정은 한국교총 70년사의 쾌거이자 한국 교육 미래 100년의 밝힐 교권 수호 전조등이다.
부남초등학교(교장 구자룡)는 지난 8월 1일 목요일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개최한 ‘제27회 경상북도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하였다. 올해로 27회째를 맞는 ‘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는 학생들이 융합적 주제를 창의적이고 과학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동아리를 구성하고 활동계획을 수립하여 동아리 구성원들이 함께 과학적으로 탐구하고 연구한 결과를 동아리 대표 2명이 한 팀이 되어 협업활동으로 발표함으로써 과학적 탐구방법, 창의적 탐구 활동 수행 능력, 과학적 의사소통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권위 있는 대회이다. 본 대회에 참여한 부남초 창의융합과학동아리 ‘초록물감’(자연을 닮은 푸른 마음을 색칠해 가는 동아리)은 ‘미래의 길을 열어가는 우리고장 과학여지도 만들기’라는 주제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된 청송군의 지질명소와 문화명소, 체험명소 등에서 과학적 원리를 발견하고 탐구하는 활동을 진행하였으며, 지도교사와 대표학생 2명이 한 팀을 이루어 그동안 탐구한 내용을 논리적이고 조리 있게 발표하여 금상(1위)을 수상하게 되었다. 또한 올해 9월 28일 토요일 서울특별시교육청 과학전시관에서 개최되는 제27회 한국학생과학탐구올림픽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에 경상북도 대표 팀으로 출전하게 되는 영광을 안았다. 동아리 대표로 발표대회에 참여한 학생(6학년 김민철)은 “우리 동아리가 탐구했던 활동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서 너무 기뻐요. 전국대회에 가서도 동아리원들과 함께 탐구했던 내용을 잘 발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동아리 지도교사(교사 박성환)는 “이번 과학동아리활동발표대회를 통해 학생들이 협력적으로 탐구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과학동아리활동을 통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창의융합형 인재로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고 소감을 전했다.
3년 전 수원 모 초등학교 교사들 대상으로 인성교육을 간 적이 있었다. 강의 전에 가진 짧은 티타임 때 교감 선생님께 “선생님들은 교사로서 자부심도 크고, 삶의 의미도 높게 갖고 계시죠?”라고 질문을 했다. 교감 선생님은 놀랍게도 픽 웃으며 “요즘,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 합니다”라고 하셨다. 필자가 놀란 이유는 그 당시는 교사가 결혼 상대자 선호도 1, 2에 오르던 때였기 때문에 교사라는 자부심도, 삶의 의미도 행복도도 높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힘들어하는 선생님 너무 많아 2019년 2월 말 교육부 통계를 보면 명예퇴직 교사가 6019명으로 2018년 2월 말보다 29.7%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통계를 접하고 최근 들어 초·중·고 선생님들과 빈번한 교류를 하면서 그날 교감 선생님 반응에 담긴 의미를 어느 정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학교 현장에서 교직을 수행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이 그렇게 힘들게 할까? 바로 과도한 스트레스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무기력하고 우울하고 불안하고 때로는 분노하게 만든다. 스트레스는 모든 심리적 증상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이 감당하기 벅찬 스트레스가 명예퇴직을 부추기고 실행하게 하는 중요 요인이 된다. 그렇다고 명예퇴직이 최선의 선택일까? 선택은 자유다. 누구에게나 선택의 자유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택은 자유이지만 그 선택이 행복한 선택이 되어야 한다. 일시적 회피를 위한 선택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다. 필자는 늘 교사들이 교직에 있을 때나 교직을 떠나서나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기회가 되면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들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교육환경에서 과도한 스트레스에 의한 심리적 증상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행복한 교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최근 들어 심리학에서 가장 인기 있는 긍정심리학의 행복 만드는 방법(긍정심리학의 행복, 긍정 정서 키우는 법, 성격강점 찾고 활용하는 법, 긍정심리 셀프 상담코칭 법)을 4회에 걸쳐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은 그 첫 번째로 ‘긍정심리학의 행복’이다. 필자는 2003년 행복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긍정심리학을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입해서 지금까지 오로지 긍정심리학과 행복만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있다. 2019년부터는 강점과 긍정자원 기반의 긍정심리치료 및 상담코칭 15회기 프로그램을 완성해 심리 상담코칭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입증하고 있다. 행복은 과학이고 만들어 가야 긍정심리학은 1998년 당시 미국심리협회 회장이던 셀리그만이 창시했다. 긍정심리학의 목표는 플로리시(Flourish 번성, 지속적 성장, 행복의 만개)이고 사명은 예방이다. 이미 증상이 나타나고, 문제가 발생하면 치료하기도 해결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은 긍정 정서, 몰입, 관계, 의미, 성취의 5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되며, 성격강점은 5가지 요소 전체의 기반이다. 이 여섯 가지 안에는 행복을 만들어 주는 긍정 도구들이 있으며 그 도구들을 통해 행복을 만들고 심리적 증상을 치료하고 성장시키는 것이다. 긍정심리학의 행복은 기존의 추상적이거나 관조적인, 감정적이고 감각적인 행복이 아닌 과학이며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서산 서령고등학교(교장 한승택)는 2019년 8월6일(금)부터 9일(금)까지 4박5일 일정으로 서령고를 방문한 합비 제1중학교를 방문단을 반갑게 맞이했다. 이번 방문단은 학생 10명과 교직원 2명 총 12명으로 구성되었으며 4박5일 동안 자매학교 우호 교류 및 문화 탐방을 실시한다. 합비1중 방문단 일행은 한 시간여에 걸쳐 교장실에서 서령고 관계자들로부터 선진 학교 경영의 노하우와 학교 현황을 브리핑 받고 협력체제 구축에 대한 다양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이어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환영식에서는 학교장 환영사, 중국인솔교사 인사, 양교 교류학생 환영사 및 답사, 학교소개, 축하연주, 기념사진 촬영이 있었다. 환영식에 이어 방문단은 학교 역사관을 비롯하여 도서관 및 각각의 특별교실 등을 둘러보았다. 서령고는 글로벌 인재 양성을 위한 외국어교육 강화라는 역점 사업을 위해 17년 전부터 중국 합비시와 활발한 교류 협력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이번에 중국 합비시 제1중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을 맞아 열렬한 환영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날 중국의 귀한 손님을 맞은 한승택 교장 선생님께서는 환영사에서 "서령고와 합비1중은 지난 2002년부터 17년간 교류를 통해 양교의 우의 증진은 물론이고, 교육과 문화를 이해하는데 이바지한 바가 매우 컸다.“며 ”이번 교류를 통해 서령고와 합비1중이 더욱 돈독해지고 두 나라의 문화와 다양한 삶의 방식을 폭넓게 체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서령고와 합비1중은 앞으로도 상호 학교 방문을 통해 국제적 친선과 안목을 넓히고 상호 역사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예정이다.
“2019 토일렛 토크콘서트 ‘똑똑 톡톡!‘의 주인공을 수원시민 관람객으로 선정하여 가족마다 가지고 있던 화장실 관련 에피소드를 수집, 발표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합니다. 올해 특별 기획전시인 ’한국의 가택 신화 오 마이 갓!‘ 전시 연계 행사로 도서 ’똥떡‘ 구연동화와 공연 무대를 구성해 참가자들의 흥미를 높이고자 합니다.” 토크콘서트 강연자가 바로 평범한 수원시민 다섯 분이다. 콘서트를 앞둔 6일 오후 이번 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류선미 대리를 만났다. 수원시 화장실문화전시관 ‘해우재’는 ‘2019 토일렛 토크콘서트, 톡톡 똑똑(Talk Talk Knock Knock)’를 11일 오후 2시 해우재문화센터(장안구 장안로 458번길 9) 3층 세미나실에서 연다. 관람객 좌석 80석이 준비되었다. 1부 ‘똥떡’ 구연동화, 2부 ‘우리가족 화장실 이야기 보따리’, 3부 마술공연 등으로 90분 간 진행된다. 부모님이 어린이와 손잡고 나오면 대환영이다. 류 대리에게 화장실에 대한 그릇된 인식부터 바로잡아 달라고 부탁했다. 곧바로 답이 나온다. “화장실하면 불결한 곳, 냄새나는 곳, 가까이 하기 싫은 곳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요. 그렇지만 의, 식, 주보다 중요한 것이 배설활동입니다. 배고픈 것, 잠자는 것 하루 정도 참을 수 있지만 배설욕구는 참는다고 참아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을 얻기도 하죠. 화장실이 더럽고 냄새나는 공간이라는 생각보다는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임을 알고 깨끗하게 사용하고 관리하는 배려담긴 공간이라는 인식이 시민들에게 심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해우재(解憂齋). 글자 그대로 풀이하면 ‘근심을 푸는 집’이다. 해우재가 처음부터 전시관을 목적으로 설립된 건물은 아니다. 2007년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을 기념하며 더 많은 이들에게 화장실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고 심재덕 선생님께서 본인이 30년간 살던 집을 허물고 변기모양의 집을 새로 지으며 ‘해우재’라 명하였다. 2009년 지병으로 돌아가시면서 해우재를 수원시에 기증하였고, 고인의 뜻에 따라 시민들에게 무료로 개방되는 전시관으로 2010년 개관하였다. 1일 평균 관람객이 1천 명이다. 심재덕은 민선 1. 2기 수원시장이다. 그는 외갓집 뒷간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별명이 ‘개똥이’였다고 한다. 수원시장이면서 한국화장실협회와 세계화장실협회의 설립 회장이었다. 수원시를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의 도시로 만든 분이다. 우리의 삶의 질을 한 단계 올려주신 매우 고마운 분이다. 화장실문화운동을 위해 힘쓴 결과 외신기자로부터 ‘미스터 토일렛’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미스터 토일렛 덕분일까? 수원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공중화장실이 가장 잘 되어있는 도시이다. 세계 화장실문화를 선도하는 세계화장실협회 또한 수원에 소재하고 있다. 그리고 수원은 세계에서 하나뿐인 화장실 박물관 해우재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류 대리 말 그대로 ‘가장 아름다운 화장실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도시의 시민’이라는 자긍심을 가져도 충분하다. 이원형 해우재 관장은 “이번 행사에서는 화장실에 대한 시민들의 다양한 생각과 사연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라며 “즐거운 추억이 될 토크 콘서트에 많은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담당자인 류 대리는 “이번 토크콘서트 진행과 더불어 앞으로도 알차고 다양한 전시와 행사로 시민들을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행사 후 외관이 독특한 해우재를 둘러보면 좋다. 해우재는 '세계에서 가장 큰 변기 모양 건축물'로 2007년 기네스북에 올랐다. 해우재 중심에는 투명 유리로 둘러싸여 밖을 내다볼 수 있는 화장실이 있다. 건물 앞에는 박물관의 마스코트 '토리'와 똥을 형상화한 대형 설치작품이 있다. 전체 공간은 '해우재 전시관', '야외 화장실 문화공원', 어린이체험관이 있는 '해우재문화센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다양한 볼거리가 교육적 요소를 제공한다. 한교닷컴 이영관 리포터도 응모에 당선되어 출연한다. 유년시절 단독주택 푸세식 화장실에 얽힌 ‘똥탑 이야기’를 들려 줄 예정이다. 문득 학창시절 학교에서 있었던 잘못된 교육을 지적하고 싶다. 숙제를 안 해 오거나 말썽을 피운 학생에게 내리는 벌칙 “너, 오늘 변소 청소당번!”. 이렇게 중요한 화장실인데 더럽다는 이유로,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안타깝게도 벌청소의 대명사가 된 것. 똥은 무엇인가?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게 하는 첫 번째 행위 결과물이다. 똥을 누기에 우리는 살아있는 것이다.
2019 교원대상 6.25 격전지 탐방 직무연수가 8월 6일부터 8일까지 전쟁기념관에서 열린다. 초중등교원을 대상으로 2회에 걸쳐 실시되는 이 번 직무연수는 기존의 강의식 연수에서 탈피하여 체험 중심형 연수를 함으로써 교원들의 관심도를 높이고 교원들먼저 역사의 현장에서 6.25전쟁에 대해 배우는 실천중심, 현장 중심의 연수란 면에서 특별한 의미가 있다. 6.25 전쟁이 일어난 배경과 시대적 상황을 고찰해보고 6.25전쟁 중심으로 전문해설사를 초빙하여 6.25 전쟁실 1,2,3관의 전시해설이 이루어진다. 또한 춘천지구 전적지와 백마고지 전적지 등 두 곳의 6.25전쟁 격전지를 직접 찾아가서 답사와 체험을 하는 코스도 있다. 이와 더불어 탈북자를 초청하여 북한의 교육 이야기도 들어보고 북한에서의 6.25 전쟁교육도 토크 콘서트의 형식으로 진행한다. 이 번 연수를 통해 초중등 교사들이 먼저 6.25전쟁에 대해 확실히 알고 단위학교 교육현장에서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과 투철한 애국심을 함양하여 폐허의 땅에서 한강의 기적을 이루 대한민국이 세계 최강의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일조하길 기대해본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재난공제회, 회장 박구병)는 창립 71주년을 맞아 교육연구시설의 재난안전관리에 기여한 민·관 관계자 25인에게 포상을 실시한다. 재난공제회는 매년 국내 연구시설의 선제적 재난예방과 안전의식 강화 차원에서 교육연구시설 재난안전관리 발전에 기여한 이들에게 포상을 실시하고 있다. 이번 유공자 포상에는 17개 시·도교육감이 추천한 공제업무담당자와 분야별 안전관련 전문가 등이 포함됐다. 포상자 중 한 명인 김규학 주무관(강원도 강릉교육지원청)은 올 4월 강원산불 발생으로 인한 관내 학교 및 학생들이 입은 피해에 대한 긴급지원에 힘쓰는 등 평소 교육연구시설의 재난안전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 ■ 포상자 명단 △유미미(서울특별시교육청) △강명구(부산광역시남부교육지원청) △김민정(인천광역시교육청) △안수란(광주광역시교육청) △이채윤(울산광역시교육청) △이재순(경기도동두천양주교육지원청) △김규학(강원도강릉교육지원청) △손상수(충청북도교육청) △최원구(충청남도교육청) △한주석(전라남도곡성교육지원청) △허강원(경상남도양산교육지원청) △안만기(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김영희(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 △홍철(한국손해사정사회) △장용석(창천손해사정) △이영철(파인전기컨설팅) △이수권(동양미래대학교) △김준현(국토일보) △백구현(동북아손해사정) △김연태(경희대학교) △손정경(대전가오초등학교) △우동근(한국교원대학교) △손호경(대구성보학교) △김영수(영남대학교) △권정환(원광대학교)
한국유아교육행정협의회는 1일 한국교총을 방문해 하윤수 회장과 정책간담회를 가졌다.이날 간담회에는박선엽 전 회장과 장영순 회장, 최진숙 사무국장이 참석했다.
01 모임이 있었습니다. 몇몇 가정이 모인 자리입니다. 아버지의 절친들로 이루어진 모임입니다. 아내들과 아이들도 함께 자리한 모임입니다. 웃으며 담소하고 덕담들을 서로 챙깁니다. 참 보기 좋습니다. 음식을 함께 하며, 공동 관심거리를 대화로 나누고, 서로의 살아가는 형편들을 이야기합니다. 형편에 따라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번지는 쪽도 있지만, 남의 자랑에 공연히 위축되는 쪽도 물론 있습니다. 모임에 데리고 온 자녀들은 저희끼리 친구가 되어서 잘 어울립니다.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부모들은 자녀들 이야기를 합니다. 자녀 이야기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서로의 공통 관심사입니다. 걱정인 듯 자랑이 섞이고, 자랑에 숨어 있는 걱정들이 불쑥불쑥 얼굴을 내밉니다. 교양과 체면이 격조 있게 살아 있습니다. 모임의 분위기는 친목과 화평입니다. 그 누구를 민망하게 하는 말들은 발붙일 데가 없습니다. 모임이 무르익고 친교의 분위기를 북돋우는 말들도 나옵니다. 얼마나 좋은지요. 모임이 끝났습니다. 서로 아쉬운 작별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이들은 오늘 알게 된, 다른 집 아이들에 대한 친근감이 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우호적 감정이 생겨서 기분이 좋습니다. 이런 날이 자주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친밀과 화목이 주는 따뜻함을 가슴으로 느낍니다. 뒷날 그것이 덕성의 일종임을 깨닫겠지요. 그 덕성의 매력을 오늘 몸으로 배우는 것입니다. 좋은 모임이었습니다. 이제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이제 ‘그들’은 없습니다.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던 ‘그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없고, 이제 우리만 있습니다. 우리끼리만 있는 것입니다.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갑자기 편안해지는 느낌입니다. 긴장감 같은 데서 벗어난 듯합니다. 교양과 예절로 무장했던 데서 해방이 되는 느낌입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오늘 모임에서 불편했던 일 하나를 불쑥 이야기합니다. 오늘 왔던 사람 중 A 씨의 부인이 은근히 잘난 척을 해서 그걸 참느라 힘들었다고 말합니다. 아빠는 그 사람보다도 B 씨의 부인이 문제였다고 지적합니다. 사는 형편이 다들 비슷한데 자기네만 유독 더 힘들다는 듯 너무 엄살을 피우는 것 같아서 솔직히 밉상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제 그들이 없는 우리끼리만 있으니까 뭐 달리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엄마는 아빠 친구들의 옷차림 평가를 합니다. 점수가 후하지 않습니다. 아무개는 감각이 촌스럽다는 평도 하고, 아무개는 비싼 옷을 입어도 태가 나지 않는다고 지적도 합니다. 그러다 불똥이 아빠에게로 튑니다. “당신도 패션 감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야. 그러니 끼리끼리 모이지.” 없는 사람들에 대한 품평을 늘어놓다 보니, 일종의 쾌감 같은 것이 생겨나기도 합니다. 쾌감의 근원은 우리 마음 안에 있는 악령입니다. 그런데 무언가 싸한 느낌이 듭니다. 그 싸한 분위기와 함께 뒷자리의 어린 딸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그 사람들 나쁜 사람들이야? 난 오늘 만난 언니 너무 좋던데.” 엄마와 아빠는 아차! 하고서 놀라지만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아침마다 아이에게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하며, 곱디고운 가르침으로 아이를 바르게 기르는데, 오늘 모임에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내가 아이에게 무얼 가르쳤나 하는 당혹감이 밀려옵니다. 엄마의 이중적인 모습이 아이에게 어떻게 자리 잡을지, 아이가 어떤 혼돈을 겪을지, 얼른 분간이 서지 않습니다. 02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다른 집들은 돌아가는 차 안의 모습이 어떠했을지 하는 것입니다. 그들도 아마 대동소이했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가 아까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던 말도 다시 생각납니다. 하고 싶은 말을 거침없이 다 하는 것이 무슨 대단한 인권이라도 되는 양 여기는 세태입니다. 남의 인권 무시하는 것이 첨단 인권처럼 여겨지는 세상입니다. 하기야 없을 때는 임금님 욕도 한다는데, 그깟 친구들 험담 좀 했기로서니 그게 무슨 대죄라도 되는 거냐고, 있는 데서 한 것도 아니고 없는 데서 한 걸 가지고 뭘 그래! 엄마는 신속하게 자기 합리화를 합니다. 그리고는 엄마에 대해서 혼돈이 생긴 딸 아이를 홀깃 다시 한번 돌아봅니다. 좋은 모임을 아주 멋있게 가졌으면, 그걸 그대로 끝까지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좀 거창하게 말하면 ‘덕의 완성’이라고나 할까요. 그런데 돌아오는 자리에서 우리는 자칫하면 좋은 모임을 망가트리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오늘 모임에 숨어 있던 온갖 사소하고 자질구레한 나쁜 장면들이 어쩌면 내 눈에는 그리도 잘 보이는지. 그걸 말하고 싶습니다. 이른바 ‘뒷담화’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오늘 이 모임은 실패한 모임입니다. 망가진 모임입니다. 친근과 신뢰가 그윽한 경지에 가 있는, 그런 모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좋은 모임은 ‘그들’과 함께 있을 때는 물론이고, ‘그들’이 없을 때도 친근과 신뢰가 이어지는 모임입니다. 그런 모임이 현실에서 실제로 있기가 쉽지 않겠지요. 인정합니다. 문제는 그렇게 되려는 노력이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무심결에 험담을 내놓았다가도 이내 각성하여 반드시 덕담으로 마무리해 주는 정도의 노력이면 충분합니다. 어쨌든 오늘 엄마와 아빠는 엄청나게 큰 것을 잃었습니다. 먼저, 어린 딸에게 신뢰를 잃었습니다. 없을 때는 비방하고 험담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도 가르쳤습니다. 이렇게 몸으로 배운 것의 교육 효과는 오래 갑니다. 엄마 아빠가 깨닫지 못하는 더 큰 상실이 있습니다. 스스로의 사람됨(인격)을 아름답게 고양할 수 있었는데, 그걸 그만 놓쳐버린 것입니다. 아까 엄마가 한 말이 자꾸 상기됩니다. 끼리끼리 모인다고 했던가요. 그래요 다른 집이라고 우리와 뭐 다르겠습니까. 그들도 차 안에서 우리 부부를 험담하겠지요. 아차, 여기까지는 생각 못 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내 험담의 고약함을 깨달을 수 있습니다. 있을 때 아무리 친하면 무엇합니까. 없을 때 이렇게 질투와 시기의 ‘뒷담화’가 만발하는데 말입니다. 예언컨대 이 모임은 오래가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모임은 큰 복 받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이 모임은 더 친해지면 사소한 것 가지고 싸움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있을 때만 잘하는 척하는 관계로는 친해지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없을 때 잘해야 진짜 잘하는 것입니다. 아니 없을 때 잘해야 복이 오는 것입니다. 03 칭찬에도 세 등급이 있다고 합니다. 3등급의 칭찬부터 소개합니다. 여럿이 있는 데서, 막연히 칭찬하는 경우랍니다. 물론 칭찬받는 당사자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 막연히 칭찬한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칭찬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립 서비스(lip service)일 수 있습니다. 여러 사람에게 둘만의 친분을 과시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전략적 목적으로 칭찬을 이용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2등급 칭찬은 아무도 없는 데서, 당사자만 있는 데서, 그를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신뢰와 친밀의 정도를 서로 확인하게 하지요. 조직 내에서 이런 칭찬이 많아지면 ‘편애’라는 오해를 살 수도 있습니다.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향하는 칭찬 방식이 이러하다면 그것은 아부에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1등급 칭찬입니다. 그가 없는 자리에서, 그를 구체적으로 칭찬하는 것입니다. 아무개가 나를 칭찬했다는 말을 제3 자에게서 듣는 기분, 그거 참 괜찮습니다. 나를 칭찬해 준 분이 윗사람일 때는 존경이 더해지고, 칭찬해 준 분이 아랫사람이면 그분의 신실함을 더욱 인정하게 됩니다. 아부처럼 여겨지지 않습니다. 유익한 바가 또 있습니다. 나 없는 자리에서 나를 칭찬하는 말을 들었던 사람은, 자신에 대해서 조용하지만 강력한 미더움이 생기더랍니다. 널리 알려진 대중가요에 ‘있을 때 잘해’라는 노래가 있습니다. “있을 때 잘해 후회하지 말고, 있을 때 잘해 흔들리지 말고” 이렇게 나오는 노래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이보다 훨씬 더 유효한 것이 없을 때 잘하는 것입니다. 없을 때 잘하면 정말 잘하는 것입니다. 그에게도 잘하는 것이지만, 나에게도 잘하는 것입니다. 관계의 지혜를 발휘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엇보다도 내가 나를 드높이게 됩니다. 그만큼 어렵다는 일이겠지요. 없을 때 잘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하는 이유는 현행 승진제를 보완한다는 취지가 강하다. 즉, 교사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명목으로 교원임용고시가 생겼듯이 학교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서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도입했다. 그러면 과연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이에 얼마큼 부합하는지 현재까지 진행된 내부형 교장공모제의 사례를 살펴보자. 그 학교엔 교장이 될 사람이 이미 정해져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어떤 단체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고 교육감 선거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교사, 더해서 어떤 학습공동체와 함께하는 교사라고 한다. 이런 교사보다 뛰어난 교원이 응시하지 않았다면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교사, 교감, 장학사 등을 거쳐 객관적으로 교장의 자질을 충분히 갖춘 교원이 탈락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교사의 자질과 교장의 자질은 다르다. 교사의 자질에 ‘무언가1 ’가 더해져야 교장의 자질이 된다. 그래서 현행 교장제도에서 ‘무언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교사들은 많은 노력을 한다. 어떤 교사들은 이 ‘무언가’가 비합리적이고 바른 교사 되기를 포기하게 하고 심지어 가정까지 버리게 하는 제도라고 비난한다. 어느 정도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교사가 교장이 되는 것보다 교장이 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교사가 더 낫다.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나 역시 한 때 교사의 자질만 충분하면 교장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교감이 된 이후 생각이 바뀌었다. 교감이 되는 과정을 통해 교감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많이 부족했다. 지금도 그렇다. 내부형 공모교장 자질 검증에 한계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현재의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좋은 교장이 되기 위한 어떤 ‘무언가’를 충족시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아쉽게도 내부형 교장공모제 진행 과정은 교장으로서의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다. 경상남도교육청의 경우 교감 자격연수 대상 후보가 되면 전화 설문과 심층 면접을 통과해야 최종적으로 연수 대상자가 된다. 교감 자격연수 시험도 객관식 위주에서 논술과 서술형으로 바뀌었다. 내부형 공모 교장제도가 이보다 더 잘 검증하는 시스템인지는 의문이다. 내부형 교장 공모에 응시한 교원과 내부형 교장을 선출하기 위한 분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내부형 교장공모제에서 교장으로 선출되려면 지역사회와 학부모, 교사들의 지지가 절대적이다. 오랫동안 사전에 접촉해서 공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 어느 정도 조직을 갖추지 않은 교원이 이들과 일일이 접촉하는 것은 시·공간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는 교장으로서의 자질과 더불어 교육의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로 작용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교장으로서의 자질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아 시행착오를 겪고, 특정한 세력의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학교공동체의 다양한 요구를 공정하고 슬기롭게 수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학생들의 성장과 발전을 저하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혁신학교가 기초학력 저하 현상을 가속화 시킨다고 비판 받는 현상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정 단체, 특정 세력의 철학과 논리로 학교를 끌고 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물론 이 자리에서 특정 단체와 특정 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름과 차이’를 그동안 차별받은 것에 대한 ‘보복과 틀림’으로 받아들여 그들만의 의견을 다양성으로 해석하고 그 밖의 다양한 의견과 주장을 수용하지 않는 태도는 실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법령과 전문성, 그리고 다수결의 함정 많은 이들은 또 현재의 교장 임용 제도로는 학교가 민주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들에게 민주적인 학교 문화의 의미를 물어보면 ‘학교 구성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현명한 결정을 하려면 반드시 집단지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전문성, 지식과 지혜의 차이, 경험 등을 무시하고 ‘1인 1의사 표시’ 방식을 선호한다. 이런 식의 의사 결정은 결점이 생길 수밖에 없다. 우선 학교는 법령으로 운영된다. 법령은 복잡하다. 얼마 전 연수에서 법 관련 전문 강사가 한 말이 귓전을 맴돈다. “학교에는 백가지 직종이 존재할 수 있고 실제로 스물다섯 가지 직종이 있는 학교가 존재한다”고 했다. 맞는 말이다. 대부분의 학교에 다양한 직종이 근무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뿐인가. 복무도 다 다르다. 역할이 다르고 관리하는 방법도 다르다. 어떤 직종은 학교장이 지시할 수 없고 관리만 가능한 경우도 있다. 의사결정을 할 때 이런 점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학생들의 교육 활동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법령을 위반하는 강제성이 동원되면 안 된다. 법령을 잘 모르면 관리자에 의해서만 갑질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직종 사이에도 갑질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 교육 활동과 관련되는 법령과 매뉴얼도 천차만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전문성, 지식과 지혜의 차이, 경험을 무시한 다수결이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된다. 교감과 교장의 역할, 전문가의 영향력을 배제한 교사들에 의한 결정이 목적이다 보니 오히려 학교는 전문성 결핍에 노출되곤 한다. 지금의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민주적인 학교 문화에 전적으로 기여할 것이라는 데 의문을 갖는 이유다. 혹자는 선출되는 교장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현재의 교장 임용제도의 불합리한 점도 사람의 차이에 의한 결과라고 말할 수 있지 않겠는가? 내부형 교장공모제 발전을 위한 검증 필요 내부형 교장공모제는 보완되어야 한다. 교육감이 바뀌더라도 민주주의와 사회 정의에 입각한 공정한 절차에 의해 선출되었는지, 중립적인 전문가 그룹에 의한 감시 체계와 검증 절차가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또 동료 평가, 심층 면접, 상호 토론, 전문가 그룹에 의한 질의응답 등과 이를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하여 교장 자격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기존의 교장 임용제도에 비해 나은 것인지 후속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내부형 공모교장제에는 아직 그늘이 존재한다. 그 그늘은 우리 교육의 부끄러운 초상이기도 하다. 상생과 존중의 빛으로 그늘이 더이상 길고 짙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율형사립고등학교는 자립형사립고등학교에서 역사를 찾을 수 있다. 원조 자사고는 김대중 정부 때 처음 도입됐다. 특성화된 학교를 확충해 교육수요자의 학교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자율형사립고등학교(자사고)라는 명칭으로 변경되어 대거 확대되었다. 교육은 다양성과 수월성이 있어야 하고, 좋은 학교를 많이 만들어서 외국으로 유학 갈 필요가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대 취지였다. 또한 고교평준화 문제를 보완하여 학생들의 학교선택권 보장에도 의미를 두고 있다. 하향평준화 교육에 대한 우려도 자사고 도입에 한몫했다. 그러나 자사고는 귀족학교 논란과 설립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받아왔고, 진보교육감들이 대거 들어선 2014년부터 폐지 논란이 심화되었다. 자사고 논란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학생선택권 보장과 고교서열화를 부추긴다는 것이 그것이다. 자사고는 출범하자마자 우수한 학생들을 싹쓸이 한다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초기에는 지원 자격으로 내신 성적 기준을 두었으나 이후 대부분의 자사고에서 내신 성적 기준 없이 지원이 가능하고, 1차 전형에서 추첨에 의해 2차 면접전형에 참여할 학생들을 선발한다. 사실상 누구나 지원이 가능한 학교로 달라진 것이다. 이는 학생들의 선택권을 살리되 수월성 교육을 실시하기 위한 과정은 완화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자사고에 따라 지원 학생수에 상당한 차이를 보이면서 자사고 스스로 일반학교로의 전환을 꾀하는 경우들도 나타나고 있다. 자사고 존폐 논란에서 이 부분을 주목해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자사고로 계속 운영이 어렵다면 일반고로의 전환을 유도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는 데 훨씬 더 유연해 보이기 때문이다. 정권의 입맛따라 춤추는 자사고 정책 자사고의 존폐가 정권마다 반복되는 이유로 교육 외적인 즉, 정치적인 필요를 꼽는 이들이 많다. 수시로 개정되는 중·고등학교의 교육과정도 이와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교육은 어떤 경우라도 정치적 중립을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교육과정개정, 교장임용제도, 자사고 폐지 등이 정치와 관련되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일선 학교 교사 일부와 학부모들 일부를 제외하고는 자사고 재지정에 대한 관심도가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 외적인 문제로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하는 의견 중에 자사고의 운영상 문제와 사학비리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이는 논란거리가 될 수 없다.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켰거나 비리가 발생되었다면 당연히 지정 취소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문제는 자사고에만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도 주목해야 한다. 자사고는 전체 모집 정원의 20%를 기초생활수급자 또는 그 자녀, 차상위 계층, 국가보훈대상자 등을 대상으로 한 사회통합전형으로 선발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학생들만을 위한 학교로 보는 시각과 상당한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가정형편에 관계없이 누구나 원한다면 입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는 것이다. 차별적인 요소가 있다고 보기에는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이야기이다. 대부분의 자사고는 학교별로 내신 성적 등의 교과전형을 별도로 실시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특목고와 같은 맥락으로 자사고를 포함시키려 하지만 특목고와는 근본부터 다르다고 보아야 한다. 속된 말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말이 있다. 모든 것을 사전에 정해놓고 거꾸로 절차를 진행할 때 이를 꼬집는 표현이다. 최근 자사고 평가에서 재지정을 받지 못하는 학교들이 많아지고 있다. 기준점수를 특정 지역, 특정 학교에 불리하도록 높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고 평가가 객관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자사고와 학부모들의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자사고는 ‘아싸’ 혁신학교는 ‘인싸’ 다양성을 추구하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와 획일적인 평준화 교육에 변화를 주면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지정된 것이 자사고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설립 취지에 맞게 성실한 운영으로 부러움을 사는 학교들이 상당수 있다. 도리어 이들 학교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자사고에 대한 논란이 가중되는 반면 혁신학교는 논란을 피해 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자사고보다 더 큰 비난과 논란의 소지를 가지고 있는 학교가 혁신학교이다. 자사고나 혁신학교나 하나의 학교 형태지만 논란의 온도차는 상당히 크다. 주지하다시피 혁신학교는 자사고와 달리 진보교육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특히 각종 통계에서 혁신학교의 학력 저하 현상이 뚜렷함에도 이를 부정하면서 계속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이들은 학교를 혁신하고 교육과정 운영을 혁신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2015 개정교육과정의 시행으로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목표와 혁신학교의 혁신교육 목표가 상당히 닮아 있다. 더이상 새로울게 없는 것이 혁신학교다. 더구나 중학교에서의 자유학년(기)제 도입으로 더 이상의 혁신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므로 당연히 혁신학교를 더 이상 확대할 이유가 없어졌다. 기존의 학교를 지정 취소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가 성숙되어 있다. 경기도의 경우 전체 초·중·고 2,366개교 중 혁신학교는 665개로 28.1%를 차지하고 있다. 초등학교가 1,263개교 중 378개교(29.9%), 중학교 629개교 중 218개교(34.7%), 고등학교 474개교 중 69교(14.6%)이다. 서울의 경우는 전체 고등학교의 320개 중 혁신학교는 15개교로 3.8%이다. 교육청에서 집중적으로 혁신학교를 확대 운영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으나 중·고등학교의 혁신학교 전환은 난항에 부딪힌 상태다. 초등학교의 비율을 보면 603개교 중 164개로 27.2%, 중학교는 382개교 중 45개로 11.8%로 경기도의 비율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향후에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 이유는 학부모들이 혁신학교에 공감하지 않고 적극적인 반대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대학입시에 대한 부담감이 일찍 작용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제도 개선 없이 혁신학교를 도입한 것은 당초부터 현실에 맞지 않았다는 것을 반증한다. 혁신학교는 초기에는 교당 1억 5천만 원 정도의 예산이 지원되었으나, 최근에는 상당히 줄어들어 서울의 경우 5~6천만 원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혁신학교가 투자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년 전 보수교육감 시절에 혁신학교를 평가하여 재지정 혹은 지정 취소를 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그러나 지표를 정하는 단계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혀 협조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그들은 학교 자체적으로 평가가 잘 이뤄지고 있는데 굳이 외부평가를 받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우여곡절 끝에 평가 보고서가 나왔지만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혁신학교에도 엄격한 평가 이뤄져야 시범학교나 연구학교가 운영되면 우수사례를 다른 학교에 보급하게 된다. 혁신학교에 비해 훨씬 적은 예산으로 운영하면서도 교사들이 활용할 수 있는 자료들을 개발·보급하는 학교들이 많다. 그러나 우수하다는 혁신학교의 자료를 접해본 경험이 거의 없다. 물론 혁신학교도 평가는 받는다. 그러나 평가단에 혁신학교 경험이 있는 교사들이 포함되면서 평가보다는 컨설팅의 의미가 크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쉽게 수긍되지 않는 대목이다. 따라서 혁신학교도 자사고 처럼 더 강도 높은 평가를 실시함으로써 누구나 평가 과정과 결과에 공감할 수 있도록 하고 결과에 따라 지정 취소도 검토되어야 한다.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들의 전유물로 거듭나면서 확대되고 있고, 자사고는 재지정보다 지정 취소에 방점을 두고 평가를 진행한다는 의혹 속에서 대폭 축소의 위기에 몰려 있다. 혁신학교에도 분명 심각한 문제가 있을 수 있는데,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 혁신학교 운영이 모두가 만족할 만큼 제대로 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보는 시각은 그리 많지 않다. 마치 별천지의 학교처럼 운영되는 것이 자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이라면, 혁신학교에도 똑같은 시각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전라북도교육청에서는 자사고에 이어 혁신학교도 평가를 한다고 한다. 다른 교육청도 곧 혁신학교 평가를 할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어떤 평가단이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관건이다. 자사고처럼 과감히 칼을 들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한 점의 의혹도 없는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혁신학교는 자사고와의 형평성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고 존재의 설득력도 얻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다.
몇년전 여름휴가 때 아내와 지리산을 종주한 적이 있다. 이틀만에 험한 산길 30여㎞를 걷는 힘든 일정이었지만 동자꽃, 원추리, 노루오줌, 꿩의다리, 산수국 등 지리산 야생화를 원없이 보니 힘든 줄을 몰랐다. 노고단 고개에 올라 주황색 동자꽃과 노란 원추리 군락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세석산장 주변도 동자꽃, 원추리, 둥근이질풀, 터리풀 등 귀한 야생화들이 널려 있었다. 금방이라도 빙글빙글 돌 것 같은 물레나물도 지천에 있었다. 수목원보다 꽃이 더 많았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듯 했다. 동자꽃은 한여름인 6~8월에 주황색 꽃이 피는데 제때 지리산을 찾은 것이다. 지리산 동자꽃은 특히 햇볕을 충분히 받고 영양상태도 좋아서인지 선명한 주황색이 짙을대로 짙었다. 야생의 동자꽃을 처음 본 것은 딸들을 데리고 강원도 인제 곰배령에 갔을 때였다. 진동리에서 강선마을을 거쳐 곰배령에 이르는 길은 5.5㎞로,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인 큰딸에게는 힘든 코스였을 것이다. 작은딸은 중간에 울어 엄마 등에 업혀서 돌아갔다. 큰딸도 마지막 가파른 길을 오를 때는 거의 울듯 했다. 그러나 마침내 곰배령에 올라 너른 평원에 동자꽃, 둥근이질풀 군락이 환상적으로 펼쳐진 것을 보곤 신나서 뛰어다녔다. 이제 다 큰 딸에게 “동자꽃 하면 무엇이 떠오르느냐”고 묻자 “곰배령”이라고 했다. 독특한 색깔, 고운 자태 동자꽃 매력 동자꽃은 눈에 잘 띄는 독특한 색깔과 고운 자태에다 이름까지 특이해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운 꽃이다. 아이들도 다른 꽃 이름은 금방 잊어버려도 이 꽃 이름만큼은 단번에 기억했다. 이 꽃이 동자꽃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은 암자를 떠난 스님을 기다리다 죽은 동자(童子)에 얽힌 설화 때문이다. 설악산 마등령 자락에 백담사 부속 암자로 관음암이 있었다. 그런데 조선 인조때 다섯살짜리 동자승이 한겨울 암자에서 홀로 스님을 기다리다 성불했다고 해서 암자 이름을 관음암에서 오세암으로 고쳤다고 한다. 정채봉의 동화 ‘오세암’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것이다. 동생 길손이와 누나인 감이는 부모를 잃고 떠돌이 생활을 하는 아이들이다. 길손이는 눈먼 누나의 눈 역할을 하고 누나 감이는 길손이의 엄마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다 남매는 한 스님에 이끌려 절에서 생활하기 시작한다. 그런데 길손이는 장난이 심해 조용한 절을 뒤집어 놓는다. 스님은 장난이 심한 길손이가 젊은 스님들의 미움을 받는 것을 보고 길손이를 데리고 암자로 가기로 마음먹는다. 길손이는 스님을 따라 깊은 산속에 있는 관음암으로 공부를 하러 떠난다. 그런 길손이에게 소원이 하나 있다. 한번이라도 엄마를 가져 보는 것, ‘엄마’라고 불러보는 것이다. 길손이는 암자 골방 그림에 있는 관세음보살을 엄마라고 부른다. 어느날 스님이 겨울을 보낼 물건들을 구하기 위해 길손이를 홀로 두고 장에 다녀오는데 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스님은 사력을 다해 돌아가려고 했지만 쌓인 눈 때문에 그만 눈 위에 쓰러지고 만다. 스님이 감이를 데리고 다시 관음암으로 향한 것은 길손이를 혼자 두고 떠나온지 한달 하고 스물날째였다. 길손이는 관세음보살 그림 아래에서 엄마의 품안에 아주 편안히 누운 것처럼 숨져 있었다. 여기까지가 정채봉 선생이 쓴 동화 ‘오세암’의 이야기다. 이 동화는 2003년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 다음은 다시 설화인데, 스님이 동자승을 양지바른 곳에 고이 묻어주자 이듬해 여름 그 자리에 동자승의 얼굴처럼 동그랗고 발그레한 주황색 꽃이 한송이 피어났다. 사람들은 이 꽃을 동자의 넋이 피어난 것으로 여겨 동자꽃이라 불렀다. 동자꽃은 스님을 기다리던 동자승처럼 지금도 항상 산밑을 바라보며 꽃을 피운다고 한다. 동자꽃은 가만히 보면 꼭 귀여운 동자가 웃는 모습과 닮았다. 제비동자꽃엔 감탄이 절로… ‘오세암’은 1984년 발표된 이후 아름다운 문장과 깊은 울림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정채봉의 동화는 특히 따뜻한 시선을 바탕으로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한줄 한줄에 간절함이 가득하고,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있다. 정채봉(1946~2001) 선생은 전남 순천의 작은 바닷가 마을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그와 여동생을 낳고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버렸다. 아버지 또한 일본으로 이주해 거의 소식을 끊다시피해서 정채봉 남매는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이런 사실은 작가의 마음에 큰 상처로 남았지만, 고아 남매를 다룬 ‘오세암’을 쓰는데 자양분으로 작용한 것 같다. 선생은 생전 인터뷰에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풀지 못하니 자꾸 글로 나타나는 것 같다”며 “의식적으로 어머니에 대해 안쓰려고 하는데도 쓰다보면 글에 어머니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선생이 샘터에 연재한 '생각하는 동화' 시리즈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성인 동화'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동자꽃은 카네이션·패랭이꽃과 함께 석죽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참나리·원추리처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튀는 색깔에 화사한 것이 상당히 인상적인 꽃이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와 울릉도 같은 섬지방을 제외하고는 어느 산에서나 만날 수 있을 정도로 널리 분포해 있다. 꽃은 줄기 끝과 잎 겨드랑이에서 나와 한 송이씩 피어난다. 꽃받침은 긴 곤봉 모양으로 꽃잎을 감싸고, 꽃잎은 5개다. 꽃잎 하나하나를 자세히 보면 좀 복잡하다. 꽃잎은 가운데가 오목하게 들어가 영락없는 하트 모양이다. 꽃잎 양쪽에 1개씩 좁은 조각이 있는 것이 이 꽃의 특징이다. 또 꽃의 안쪽에 10개의 작은 비늘조각이 있다. 줄기에서 마주 나는 잎은 타원형에 가깝다. 이 꽃은 원래 높은 산에서 자랐으나 꽃이 예뻐서 지금은 도심 화단에도 많이 심고 있다. 다만 서울 양재동 꽃시장에서 동자꽃을 사다 키운 적이 있는데, 아파트 베란다라 그런지 제 색깔이 나지 않고 꽃도 오래 가지 않았다. 동자꽃과 비슷한 종류로는 짙은 홍색의 꽃잎이 제비의 꼬리처럼 깊이 갈라진 제비동자꽃이 있다. 제비동자꽃은 꽃이 워낙 독특해서 한번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강원도 인제 대암산 용늪에 갔을 때 화려한 제비동자꽃을 원없이 본 적이 있다. 전체적으로 잎과 줄기에 흰색 털이 많이 나 있는 털동자꽃도 있다. 털동자꽃은 우리나라 중부 이북의 산지, 즉 추운 곳에서 자라 털이 많은 모양이다.
황송하게도 한 학기에 많으면 두세 번씩 대학교에 특강 형식으로 강의를 나간다. 그때마다 과연 내가 이런 자리에 가당하기나 한 것인지 의문을 갖는다. 그럼에도 거절한 적은 없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주제는 ‘K팝과 시장경제’로, 내용은 간단하다. 21세기가 시작될 무렵 mp3라는 새 압축 기술의 발전으로 한국 음반 시장은 일대 위기를 맞이했다. ‘마왕’이라는 별명으로 잘 알려진 故 신해철을 포함해 권위 있는 사람들 모두가 가요계(그땐 K팝이란 말이 없었다)의 멸망을 개탄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채 20년이 지나지 않아 우리가 보고 있는 것과 같은 멋진 일들이 일어났다는 내용이다. 이 분야에 대해서는 아직 심도 있는 연구가 전개되진 않았다. 경제·경영학과 교수들도 이제 막 호기심을 갖는 단계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고 나에게 멋들어진 강의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있을리 만무하다. 따라서 나는 그저 경험과 기억에 의존한 음악 이야기와 내 나름의 가설을 두세 시간에 걸쳐 얘기한다. 10대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한국 대중음악의 변천사, 중요한 분기점, 혜성처럼 나타나 유성처럼 사라진 이들에 대해 목격자처럼 얘길 전한다. 그리고 멋진 음악을 학생들과 함께 듣는다. 존재만으로도 음악적인 20대들과 이런 시간을 보내는데 재미가 없을 리 없다. 아니, 없었다. 답변이 준비되지 않은 질문 ‘없었다’라는 과거형이 등장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요즘 나는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경험한 적이 없었던 각도의 질문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요는 이렇다. “지금까지 K팝의 발전사에 대해서 좋은 얘기만을 들려주셨는데, 요즘 일어나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이제까지 없었던 직업정신의 호출을 요구받는다. 그렇다. K팝이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바로 그때처럼 상황은 다시 한번 변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월 강남의 어느 클럽에서 일어난 폭행 사건 하나가 한국의 K팝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시점에도 상황은 계속 진행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짧은 글에서 현상의 원인을 심도 있게 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짚이는 구석은 있다. 분명한 건 K팝이 성공 가도를 달리던 그 시점부터 오늘날의 문제가 배태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K팝의 성공 요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외모지상주의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의 어느 출구로 나가면 보이는 그 즐비한 성형외과들의 행렬을 상기시킬 필요도 없다. 연예인들에 대한 한국인들의 선망은 잘생기고 예쁜 연예인에게 갓(GOD)이라는 접두어를 붙이는 데까지 와 있다. K팝이 유명해진 계기 중 하나인 세칭 ‘칼군무’는 눈에 보이기에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을 극한까지 밀어붙인 결과다. 가수 개인의 차원에서 이 문제를 보면 너무나 멋진 일이다. 북한의 ‘아리랑’처럼 누가 강제로 시킨 것도 아닌데, 오로지 자신의 삶을 바꾸고 운명을 개척하기 위해서 혹독한 무대의 삶을 선택한 10대 20대들이 추는 최후의 춤사위. 강처럼 흐르는 땀방울을 쏟아낸 대가를 누가 확실히 보상해 준다는 약속도 없다. 가수가 되려는 연습생들은 많지만 성공하는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데이터는 무대에서 빛나는 가수 한 사람 한 사람을 진흙 위의 연꽃처럼 보이게 만든다. 문제는 이토록 힘든 과정을 거쳐 성공한 이들의 ‘그 다음’에 대해서는 우리 중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건 마치 로또 1등에 당첨되고 한 달 뒤의 상황 같다. 로또 1등을 직접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아마 한 달 정도는 이 성공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어색한 마음이 들 터다. 나중 일이야 어찌 되든 얼마간 돈을 펑펑 쓴다 하더라도 그 마음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그러나 점점 제정신이 들고 당첨이라는 사실이 ‘현실’로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는 잔액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해진다. 어느 정도 브레이크를 걸면서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1.6%의 어떤 것 K팝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서 아직까지 그 누구도 그 성공을 올바르게 관리해야 한다는 말을 건네지 않았다는 것. 이 사실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단단히 꼬인 실타래의 가장 안쪽에서 미리부터 대형사고의 폭발 버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빅뱅의 막내 멤버 승리는 이번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성공의 아이콘이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동년배들 누구도 상상하기 힘든 승리의 금자탑을 쌓아 올렸다.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업체를 꾸렸고,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 성공의 과실을 나누면서 자못 ‘의젓한 어린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런 그의 모습에 많은 카메라들이 뒤를 따랐으며, 그런 주목을 발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려던 것처럼 보였던 게 사건 직전까지의 상황이다. 그 이후 무시무시한 낙차로 그의 하락세가 시작됐지만, 나는 그가 성공의 정점에서 내놓은 노래 ‘셋 셀 테니’의 한 구절을 지금도 떠올린다. 승리가 직접 노랫말을 적은 이 곡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다. “그런 자태를 가졌으니 / 눈은 네 구두보다 높을 거야 / 조금 새삼스럽지만 / 결국 다 동물이란 생각을 해” 인간이 동물인 건 모두가 안다. 단, 이 맥락에서의 ‘동물’에는 무서운 함의가 있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모든 교양, 윤리, 도덕, 문명들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폭발버튼이 매복돼 있다. 인간은 침팬지와 유전자의 98.4%를 공유한다. DNA 차원에서 봤을 때에는 거의 같음에도 우리가 침팬지이길 거부하는 이유는, 작지만 큰 차이가 저 1.6% 안에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 작은 숫자라는 이유만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동물의 하나로 간주하며 지내고 있었던 건 아닐까.
대한민국은 학원 공화국이다. 그중에서도 대세는 역시 입시학원이다. 서울의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대표적인 학원 밀집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도처에 입시학원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원들은 과연 언제부터 성행하게 되었을까? 사실 이에 대한 해답을 추측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늘날 이러한 학원들이 성행하게 된 배경이 입시라는 점에 착안한다면, 결국 시험이 도입된 시대와 학원의 등장이 맞물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답은 바로 과거시험이 도입되었던 고려시대이다. 혹자는 고려시대에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있었을 것이고, 그곳을 중심으로 과거 준비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을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려시대에도 물론 학교들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학교가 바로 국자감이다(국자감은 조선시대의 성균관과 같은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최고 수준의 공교육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 국자감에 학생들이 몰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고려 성종 때 기록 중에는 학생들이 국자감에 적만 걸어두고 실제로 다니지 않는다는 탄식이 나온다. 문종 때는 국자감 학생들이 학업을 전폐하게 된 것은 교관에게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 발견된다. 이처럼 국자감은 학생들의 기피로 인해 공동화(空洞化)되다시피 하였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렇다면 당시 학생들은 어디서 과거 공부를 했을까? 그곳은 바로 사설 교육기관이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곳이 12도(徒)였다. 여기서 ‘도’는 교습을 위해 사적으로 맺어진 교사와 학생들의 무리를 의미한다. 그런데 도는 일정한 공간에서 교습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결국 오늘날 학원과 같은 곳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에는 이와 같은 무리가 12개가 있다고 하여 으레 ‘12도’로 불렸던 것이다(처음부터 12개의 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고, 애초에는 한 개의 도로 출발했던 것이 학생들로부터 호응을 얻자 앞을 다투어 도를 만들게 되어 나중에는 그 수가 12개에 이르렀던 것이다. 그중에서 12도의 시초이자 가장 인기가 있었던 도는 최충(崔沖)이 만든 ‘문헌공도(文憲公徒)’였다. 당시 학생들이 12도에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12도가 과거 준비를 하는 데 유리했기 때문이었을 것임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운영하였길래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과거시험 대비 '12도'의 출현 기본적으로 12도의 정규 교육과정은 학생들의 과거 합격을 목표로 수업을 운영하였다. 그런데 이뿐만이 아니라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특별 행사들을 실시하였는데, 그중에서도 주목할만한 것은 바로 ‘하과(夏課)’였다. 하과란 매년 무더운 여름철이 되면 12도마다 시원한 절간에서 개최하였던 강습회로서, 오늘날 ‘썸머 특강’ 정도의 의미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하과 행사로는 먼저 특강 개최를 들 수가 있는데, 이 특강에 초빙된 강사는 바로 최근에 과거에 합격한 학생이었다. 이처럼 최근 합격생을 초빙하였던 이유는 이들의 시험 준비 경험이 학생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당시 학생들이 선호했던 강사는 과거시험 출제 위원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가능한데, 12도의 설립자들이 대체로 과거 시험관 출신이었기 때문에 평소 수업 때 이들로부터 지도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과에서 이뤄졌던 행사 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각촉부시(刻燭賦詩)’였다. 이것은 양초의 아랫부분에 금을 그어놓고 심지에 불을 붙여 양초가 그 금에 타들어 갈 때까지 부(賦)와 시(詩)를 짓게 했던 행사로서, 여기서 우수한 글을 지은 학생들 순서대로 방을 붙이고 잔치를 베풀어 주었다. 양초는 오늘날 시계의 역할을 한 것이고, 부와 시는 당시 과거시험 과목으로서, 쉽게 말해 각촉부시는 ‘모의고사’였던 것이다. 이처럼 12도에서는 과거시험에 최적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하였음을 알 수가 있다. 이에 비해 당시 공교육을 대표하였던 국자감은 오직 과거시험 합격에 관심이 있었던 당시 학생들의 기대 수준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당시 국자감은 12도와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학생들이 국자감에는 이름만 걸어 놓고 실제로는 12도에서 수학하려 했던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고려시대의 사교육 기관은 12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기록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고려도경(高麗圖經)」이다. 이 문헌은 당시 중국에서 사신으로 파견된 서긍이 고려에서 지내는 동안 보고 들었던 일들을 기록한 것으로서, 그중 고려의 사교육 기관과 관련된 내용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아래로는 민간 마을에 경관(經館)과 서사(書舍)가 두 셋씩 늘어서 있다. 그리하여 백성들의 자제로서 결혼하지 않은 자들이 무리 지어 지내면서 스승으로부터 경서를 배우고, 장성해서는 벗을 택해 각각 그 부류에 따라 절간에서 강습하고, 아래로 어린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마을 선생에게 글을 배운다. 아, 훌륭하도다. 서긍의 눈에 비친 당시 교육공간의 정체는 무엇인가? 먼저 민간 마을에 있었던 ‘경관’과 ‘서사’는 누가 보더라도 국가에서 운영하는 학교가 아니라 개인이 운영하는 사교육 기관이었음을 쉽게 유추할 수가 있다(‘경관’과 ‘서사’는 그 기관의 일반적인 명칭이라기보다는 단순히 교습기관의 의미로서 서긍이 임의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기관들이 앞서 살펴본 12도와 별개의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절간에서 강습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면 12도를 다른 명칭으로 표현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이 마을 선생에게 글을 배웠다는 기관은 12도와는 다른 별도의 교습기관이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이처럼 당시에는 어린아이부터 청년층까지의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사설 교육기관에서 과거 준비를 하였던 것임을 알 수가 있다. 중국이 아닌 조그만 변방 국가에서 이렇게 사설 교육기관들이 성황을 이뤘다는 사실은 서긍에게 충격을 넘어 감동으로 다가올 정도로 특별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고려시대에 과거 준비 교육이 사교육 기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곧 당시의 공교육이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음을 유감없이 드러내 보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공교육이 침체되었던 것은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학(官學)의 경우 국가의 통치이념이었던 유교의 가치관을 학생들에게 내면화 한다는 명분으로 인해 학교에서 과거시험 합격을 위한 요령 위주의 교육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학교를 다니는 가장 중요한 목적이 바로 과거 합격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별 도움이 안 되는 관학은 기피될 수밖에 없었고, 그 대신 과거 합격을 목표로 교육을 운영하였던 사교육 기관으로 발길을 돌렸던 것이다. 이처럼 과거시험이 있는 한 공교육의 퇴락은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후 고려시대의 사교육 기관들은 조선시대로 들어서서도 그 명맥을 이어갔다. 고려시대의 관학과 마찬가지로 조선시대의 성균관, 사부학당, 향교와 같은 관학들 역시 과거시험과 관련하여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수험생들은 관학을 외면하고 사교육 기관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조선시대 사교육의 형태를 일률적으로 규정하기는 무리가 있겠지만, 대체로 강습자가 여러 학생들을 모아 놓고 가르치는 서당과 같은 형태가 일반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학설상으로는 서당을 조선 후기에 등장한 서민 교육기관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 이전부터 보편적인 사교육의 형식으로 존재하였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어떻게 보면 앞서 살펴본 고려시대의 12도나 여타의 사교육 기관들 역시 이러한 서당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을 고려시대의 서당이라고 규정해도 크게 무리가 있을 것 같지 않으며, 오히려 이것이 고려시대 사교육 기관들의 성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든다(연구에 따르면 고려시대에도 ‘서당’이라는 명칭이 있었다). 조선시대 사설 사교육 기관은 '서당' 그렇다면 오늘날 서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오래 생각할 것도 없이 ‘학원’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것을 전제로 하여 반대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지금의 학원의 전신은 조선시대 서당이며, 조선시대 서당의 전신은 고려시대 그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오늘날 학원의 원조는 바로 고려시대 서당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교육 기관의 흐름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고려시대 교육에서 실질적인 역할을 한 것은 바로 사교육이고, 조선시대 역시 이와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오늘날은 어떤가?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결국 옛날이나 지금이나 우리의 교육은 사교육에 의존해 왔다는 얘기다. 그리고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교육도 사교육에 지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현재도 사교육은 수많은 교육문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촉발시키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의 우리 자녀들에게만큼은 사교육으로 인한 폐해로부터 자유롭게 해주어야 하겠다고 생각한다면, 이처럼 사교육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닌 무려 1,000년 동안 누적되어온 문제였다는 엄중한 인식을 바탕으로 좀 더 절실한 마음가짐으로 이 문제에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1. 용감한 여자들 지리교사가 된 여자 셋이 모였다. 한 명은 동기였고 한 명은 선배였다. 넘치는 열정으로 여행지를 논의하던 중 지리교사라면 아프리카 대륙 한번 밟아 봐야 한다는 생각에 이집트를 택했다. 하지만 털털한 성격이 매력인 우리 셋은 6개월 전 비행기티켓만 구매해놓고는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전공을 살려 이집트 지도를 펴놓고 여행사 패키지 코스와 가이드북을 참고하여 카이로-바하리야 사막-아스완-아부심벨-룩소르-후르가다-다합-카이로 이렇게 경로와 루트맵(route map)만 작성해 놓고 방치해두었다. 그리고 대망의 여행 당일, 1월 1일 새해 첫 일출을 비행기 안에서 맞이하고 카이로(Cairo)의 한인 민박 이름만 달랑 알아온 우리는 어두컴컴한 밤에 낯선 도시에 떨어져 헤매고 말았다. 당시 제일 무식하게 용감했던 내가 길을 물어보고 다니고 술병을 든 아저씨가 길을 알려줘 겨우 민박을 찾았는데, 나중에 일행 두 명과 민박 주인아주머니로부터 걱정 어린 질책을 잔뜩 들었다. 민박에 빈방도 없어서 셋이 나누어져 하룻밤을 지내기로 했다. 우리가 딱했는지 주인아주머니가 이집트의 길 다방을 체험하게 해줬다.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는 술집을 대신해서 길거리 찻집을 많이 볼 수 있다. 첫 숙소를 한인 민박으로 정한 덕분에 편하게 한국어로 여행 정보를 압축해서 들으며 주인아주머니의 추천으로 물 담배인 시샤(shisha)를 체험해보았다. 숯을 넣어 향료(주로 과일 향)를 태우고 물을 이용해 담배연기를 한번 걸러 흡입하기 때문에 담배 냄새는 나지 않았다. 이집트는 하루에 2천만 개비의 담배가 소모되는 엄청난 애연 국가인데 시샤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도 즐겨찾기 때문에 히잡(hijab)을 쓰고 흡연하는 여성들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음날에는 다행히 세 명이 한방을 잡고 이집트의 지하철을 이용해보았다. 두 개의 라인이 운행되고 있었는데 지하철을 타니 남자들이 “쓰읍- 쓰읍” 소리를 내며 눈치도 안 보고 끝까지 시선을 떼지 않아서 너무 부담스러웠다. 옆 칸을 보니 여자들만 있는 것 같아 이동했는데 내려서 살펴보니 바로 여성 전용 칸이었다. 전동차 외벽에는 여성 전용 칸을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있고 혹시나 남자가 잘못 타면 여자들의 날카로운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다. 이집트의 여자들도 점점 용감해지고 있나 보다. #2. 한국 여자라면 25살의 나이차도 극복? 첫날 도착한 한인 민박의 주인아주머니와 얼핏 봐도 아들 뻘인 이집트 남자와의 결혼 예정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더구나 그 남자분의 친구는 내 이름을 ‘젊은 나’라는 뜻의 영어로 해석하고는 영~미~ 영~미~ 계속 부르며 내가 좋다고 카이로에 있는 내내 졸졸 쫓아다녔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와서 안 사실인데 이집트에서는 남자가 결혼하기 위해서 여자 집에 결혼 지참금인 마흐로(mahr)를 보내야 한다고 한다. 평범한 가정의 남자들은 결혼하기 위해 평생 돈을 모으기도 한다니 적은 금액은 아닌 것 같다. 하지만 외국 여성을 아내로 맞이할 때는 결혼 지참금을 보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난한 남성들은 국제결혼을 탈출구로 생각한다고 한다. 날 탈출구로 이용하려 했다니 괘씸한 이집트 남자! #3. 그곳에 가면 고정관념이 깨질 것이다! 바하리야(Bahariya) 사막에 가면 사막은 모래로만 이뤄져 있다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다. 보통 카이로에서 1박 2일의 현지 투어를 이용하는데,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오아시스, 화산재가 사막을 덮은 흑 사막, 석회석으로 덮인 백 사막, 앨러배스터(alabaster)라는 돌로 이뤄져 유리처럼 반짝이는 크리스털 사막, 샌드 보드를 탈 수 있는 사구, 버섯 바위 지대를 탐방한다. 저녁에는 베두인(Bedouin)이 들려주는 음악과 함께 식사를 하고 쏟아지는 별을 보며 사막의 아찔한 일교차를 밤새 몸으로 학습하고 덜덜 떨며 일어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보기 힘들다는 전갈과 사막여우도 볼 수 있었다. 이집트의 랜드마크(landmark)인 스핑크스(Sphinx)는 상상의 동물로, 사람의 머리와 사자의 몸을 가지고 있으며 왕의 권력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데 룩소르(Luxor)의 카르나크 신전(Karnak Temp)에서 양의 얼굴을 한 스핑크스를 보고 검색해보니 지역과 시대에 따라 모습과 성격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숫자가 많고, 길거리에 널린 것이 스핑크스였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스핑크스는 카이로의 기자 지구에 있는 것으로, 가이드북의 설명에서 카프라 왕의 피라미드 앞에 있다고 되어 있고, 흔히 볼 수 있는 사진상으로도 피라미드 앞에 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런데 피라미드 근처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스핑크스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심지어 선배가 몇 년 전 이집트에 홍수가 나 수몰 위험이 있기 때문에 스핑크스를 카이로 국립 박물관으로 이전했다는 논리적인 헛소문을 이야기해준 덕분에 스핑크스를 못 보고 돌아갈 뻔했다. 쿠푸 왕, 카프라 왕, 멘카우라 왕의 피라미드를 보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데 여자의 직감인지 여행자의 집착인지 왠지 스핑크스가 있을 것 같아 주변 사람들에게 수소문해본 결과, 우리의 생각보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의 거리가 꽤 멀리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피라미드라고 다 규모가 큰 것이 아니었다. 유명한 세 개의 대 피라미드 주변에 우습게 장난처럼 쌓아진 세 개의 돌무더기들은 멘카우라 왕의 왕비들 피라미드라고 한다. 또한 가자 지구의 유명 3대 피라미드들은 평균 2.5톤의 돌이 230만 개나 쌓아 올려 있고 각 능선이 정확히 동서남북을 가리키고 있으며 파라오의 미라가 놓이는 무덤이 정확히 무게 중심점과 일치해 불가사의한 건축물로 꼽힌다. 왕의 권력이 얼마나 강했으면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동원해서 이 크고 무거운 석재들을 옮기고 쌓았을까? 건축 과정에서 더운 날씨에 강도 높은 노동으로 사망하는 사람도 많았을 테니 당연히 강제 동원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 피라미드 건설은 일종의 국가사업으로 나일강의 범람 기간 동안 농사를 지을 수 없었던 농부들을 구제하는 정책이었다고 한다. #4. 걸레 빵과 코샤리 건조기후 지역인 이집트는 식재료의 한계로 다양한 음식을 맛보기 힘들었다. 대표적인 음식을 두 개만 뽑으라면 에이쉬(aish)와 코샤리(koshary)를 들 수 있다. 이집트 국민 음식인 에이쉬는 밀이 발효되고 화덕에서 익으며 부풀어 올라 겉으로는 두툼해 보이지만 안이 비어있는 빵이다. 무슬림(Muslim)들이 식사를 할 때 음식이 식지 않도록 에이쉬로 감싸기도 하고 손에 묻은 기름기를 닦는 것을 보고 걸레 빵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하는데, 우리나라 백반 정식의 쌀밥처럼 어디에나 빠지지 않고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코샤리는 쌀, 마카로니와 렌틸콩 위에 튀긴 양파와 마늘을 올려주고 토마토소스나 고추소스에 쓱쓱 비벼 먹는 음식인데, 향신료에 민감한 내 입맛에도 잘 맞았다. ‘핀잔’의 잘못된 표현인 일본어 ‘쿠사리’를 연상케 하여 여행 내내 우리의 말장난 대상이 되었다. #5. 뭐니 뭐니 해도 머니 이집트에서는 더러운 돈은 받지 말아야 한다. 상점에서 물건을 사고 찢어진 돈을 받았다가 그 돈을 다시 사용하려고 하면 돈 상태가 안 좋다며 받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낙타, 배, 택시 등 교통수단을 타고 잔돈이 없으면 큰돈을 통째로 받으려는 ‘못된 심보’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소액 지폐도 꼭꼭 챙겨야 한다. 피라미드 근처의 낙타 몰이꾼도 1달러만 달라고 하다가 점점 멀리 낙타를 몰고 가 10달러를 요구하고 큰돈을 내면 잔돈을 안 준다고 하니 조심할 것! 그리고 이집트에서는 유럽 식민지의 영향도 있고, 기독교의 11조와 비슷한 무슬림들의 의무 중 하나인 사회적 기부, 쟈카드(救貧稅) 영향도 있어서 여행 중에 쉽게 ‘박쉬쉬(Bakschisch)’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 팁 문화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화장실을 갈 때도 박쉬쉬! 이집트의 기념품 구입의 성지인 칸 엔칼릴리(Khan al-Khalili) 시장에 가서도 박쉬쉬! 돈을 내고 배를 타도, 내릴 때 박쉬쉬! 심지어 지나가던 꼬마가 그냥 빈손을 내밀며 박쉬쉬! #6. 파란 나라, 이집트 국토의 95%가 사막인데, 이집트 여행 후에 내 뇌리에 강하게 남은 이집트의 이미지는 파란색이었다. 파란 나라 이집트의 면모를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4대 문명을 발생시킬 정도의 기적이라 일컬어지는 나일강(Nile river)! 연중 내내 마르지 않는 나일강은 이집트에겐 선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석회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식수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물값이 기름값보다 비싸다. 둘째, 이집트에서는 물이 물을 부른다. 배수구 시설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연 100mm도 안 되는 강수량이지만 비가 조금 많이 오면 물이 넘쳐나서 난장판이다. 보통은 금방 그치기 때문에 아무도 우산을 쓰지는 않았다. 셋째, 아스완(Aswan). 카이로에서 아스완까지는 야간 침대 기차(호텔 열차)가 있어 자면서 이동한다면 여행시간을 벌 수 있다. 아스완댐으로 유명해진 이곳은 ‘하얀 천과 바람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라는 드라마 대사를 연상시킨다. 카이로에서 본 매연에 휩싸인 회색빛 나일강이 아닌 이집트 전통 돛단배인 펠루카(felucca)의 흰 돛과 대비되는 파란 나일강물을 볼 수 있다. 넷째,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대륙을 나누는 곳에 위치해 있으며 지중해와 인도양 사이의 홍해를 느낄 수 있는 후루가다(Hurghada). 이곳에는 고급 리조트들이 많고, 각 리조트들은 전용 비치를 지니고 있어 한적함을 느낄 수 있다. 우리는 룩소르에서 육로로 이동했지만, 시간이 없고 여행경비에 여유가 있다면 카이로와 후루가다를 연결하는 항공편이 하루에도 여러 편 있으니 이용해도 좋을 것 같다. 근처의 재래시장 수크(souk)에 들러보면 시골 장터의 정겨움과 이집트의 향취도 느낄 수 있다. 끝으로, 이집트 시나이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다합(Dahab). 시나이반도의 경비가 삼엄해 버스로 통과하며 총을 들고 보초 서는 군인들의 모습에 잔뜩 긴장했었는데, 세계 여행자들의 블랙홀이라 불리는 이유를 곧 깨닫게 되었다. ‘다합'은 아랍어로 금을 의미하는데 해안이 황금빛 모래로 덮여있어 이런 지명이 붙었다고 한다. 깨끗한 물 아래로 새하얀 산호초와 물고기들이 보여 스노클링을 하기 좋고 바람이 많이 불어서 윈드서핑을 즐기기에 적합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포인트 블루 홀(Bule hole)이 있어 한 번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 없는 구멍(hole) 같은 관광지이다.
이미지로 키우는 사고력,VTS (필립 예나윈 지음, 손지현·배진희·신지혜·정현정 옮김, 미술문화 펴냄, 240쪽, 1만8000원) 미술작품과 사진, 삽화 같은 시각 매체로 학생들의 사고력을 키우는 교육법을 소개한다. 저자는 학년이나 수준과 상관없이 모두 참여할 수 있고, 모든 과목에 적용할 수 있으며, 심미적 감성 역량뿐만 아니라 자기관리 역량과 지식정보처리 역량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는 대한민국 역사다 (최성철 지음, 책읽는귀족 펴냄, 384쪽, 1만8000원) 지청천, 남자현, 한용운, 김창숙, 유관순, 권기옥, 이회영, 김마리아, 신돌석,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 10명의 삶을 소개한다. 우리는 독립운동가를 칭송하지만, 헌신한 운동가 중의 일부만 안다. 유명한 분들에 대해서조차도 아주 일부만 아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은 독립운동가의 인간적 삶을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