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7,78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수원시 장안구(구청장 이범선)는 쾌적한 녹색도시를 만들기 위해 도로변에 다년생 초화를 심어 ‘사계절 아름다운 가로수 화단’을 조성했다. 기존에 해 왔던 연 3회 식물을 교체하는 계절별 초화 꾸미기가 아닌 다년생 초화를 식재함으로써, 주민들은 초화의 변화를 사계절 감상할 수 있게 하였고 구청에서는 초화 교체비용 예산도 절감하였다. 장안구는 9월 23일부터 25일까지 황금측백 및 숙근초 3,600본을 화서문로터리 등 주요 교통섬 및 가로화단 10개소에 식재하였다. 10월 말에는 구근 13,450구를 추가 식재하여 다가오는 화사한 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투입예산은 총 2천 2백만원이다. 이범선 장안구청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주민들이 도심 곳곳에 심은 사계절 아름다운 화단을 보면서 건강과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며 “앞으로도 녹색도시 꽃피는 장안구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국가의 핵심 전략이 되고, 대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영역으로 등장하였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기술적 특성이나 경제적 효과를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 기술의 급격한 진보가 과연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며 인간의 삶에 어떤 변화를 예고하는지 깊이 이해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 책은 과거의 시선으로 미래를 설명할 수 없으니 이제부터는 세상을 보는 눈과 사고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포스트휴먼에 대한 담론과 그 함의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온 8명 학자의 논의를 정리한 책이다. 닉 보스트롬은 포스터휴먼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포스터휴먼은 그 기본 능력이 지금의 인간 능력을 과도하게 넘어서서, 현재의 기준으로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미래의 가능한 존재이다.” 우리가 ‘휴먼’이라고 하면 그것은 생물학적 존재로 지금의 인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인위적 지능으로 만들어진 인공지능이거나 기술적으로 변형된 사이보그 생명체나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 같은 것이 나타나 인간과 공존할 것이다. 정보기술, 생명기술, 가상현실 같은 첨단 과학기술은 그 속도나 범위에서 전례없이 급격하게 발달하면서 인공장기, 유전자조작, 줄기세포, 인공보철 등을 통해 어디까지가 생명이고 어디까지가 기술인지 구분하기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 책은 단순히 기술발전으로 가능해진 기계장치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그러한 장치들이 우리 삶을 구성하는 사회적 실천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는 모습, 그리고 기술-사회적 미래에 대한 비전, 인간과 비인간 주체의 관계 맺기 등에 깊은 사유가 드러난다. 포스터휴먼은 먼 미래가 아닌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는 사실이다. 이 책은 8가지 주제로 삶과 인간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서술되어, 기술기반 사회를 지향하는 많은 사람이 읽고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인공지능보다는 ‘기계지능(machine intelligence)’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지능이 나타나는 방식은 여럿인데, 인간의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은 독특하게도 ‘의식적 경험’이란 걸 동반한다. 이와 달리 기계에 구현될 수 있는 지능이 있고, 이 지능은 의식적 경험을 못 한다. 탁월한 수행 능력은 보일 수 있지만 말이다. 지능은 인간과 기계에 극적으로 방식을 달리하여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p. 42 새로운 천년의 초인이 마주하는 인간은 신에 짓눌린 인간이 아니라, ‘신이 되고자 하는 사이보그’, 즉 우쭐한 호모 데우스다. 그러므로 새로운 천년에서 초인의 임무는 ‘신으로부터 인간의 해방’이 아니라 ‘인간으로부터 신의 해방’이다. 그의 역할은 인간의 능력을 증강하고 향상하여 최종 종착점으로서의 ‘신’에 도달하려는 인간의 욕망을 잠재우고 진정한 방향으로 인간을 인도하는 데 있다. p. 82~83 우리 학생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스마트폰 배터리가 10% 이하일 때라고 한다. 나와 연결된 기계적 존재와 동떨어지는 순간 내 삶의 네트워크가 끊어진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스마트폰을 잊고 집을 나왔다가 돌아간 경험이 많다. 그리고 검색엔진에서 나를 위해 프로그램에서 추천한 영상과 음악으로 보고 듣는다. 나의 정보를 알고 기억하여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추천하기까지 알고리즘은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AI로 대변되는 이러한 낯선 존재들과 공존하는 삶을 살고 있으며, 미래엔 더 많은 부분을 함께할 것이다. 포스트휴먼에 대한 깊은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터 휴먼이 몰려온다』, 신상규 외 7명 지음, 아카넷, 2020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교육부(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유은혜)는 선생님들의 교육기술(에듀테크) 역량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쌍방향 온라인 지식 공유 서비스인 ‘지식샘터’를 10월부터 개통한다. ‘지식샘터’는 교원의 자율적 개인 맞춤형 비대면 연수 시스템으로, 강사가연수의 주제 및 내용, 시간 등을 자유롭게 구성․운영할 수 있다.온라인 기반 프로그램(플랫폼) 및 저작(텍스트나 그래픽, 음성 데이터, 디지털 영상 데이터 등 여러 가지 형태의 데이터를 1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로 정리하는 작업)도구 활용법과 교과별 교육자료 등 원격수업 관련연수가 실시간 실시간 화상강의로 진행된다. 교육부는 이달 시범 개통 결과 안정성·연수 효과성 등이검증됐다는 판단 하에10월부터 적극적으로 홍보해활용도를 대폭 늘려나갈 계획이다. 시범운영에는 유·초·중등 강사(지식샘) 60명이 46개 강좌를 열어769명의 수강자가 참여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남교총(회장 심광보)은 경남도교육청이 15일 발표한 전교생 60명 미만 소규모학교의 자율학교 지정·운영 등 내용을 담은 ‘경남 교원 인사제도 혁신안’에 대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정단체나 노조 출신 평교사의 교장 승진을 위한 꼼수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경남교총은 24일 성명을 내고 “혁신안의 각 과제별 주요내용을 보면 적용방법과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교육본질과 학교민주주의를 와해하는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혁신안에 앞서 ‘자율학교 지정·운영계획’을 내려 보낸 것과 관련해 무자격 교장이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60명 이하 전 초·중·고교는 교육감 직권으로 자율학교로 지정 가능하게 됐기 때문이다. 도내 60명 이하의 소규모학교인 140여개의 모든 초등학교가 자율학교로 지정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학생들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현 상황을 비춰보면 추후 더 많은 학교를 자율학교로 지정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지 않느냐는 것이 경남교총의 관측이다. 이들은 도교육청에 이해당사자인 교사, 교감, 교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현장 의견수렴을 진행하고, 공청회도 열어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로운 혁신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경남교총은 “자율학교에서 4년을 근무한 공모교장이 아닌 교장은 근무 시·군의 학생 ‘60명’ 이상의 학교에 자리가 없을 경우 타 시·군으로 이동할 수밖에 없고, 교감의 경우 교장으로 발령이 나려면 최장 8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혼선이 빚어질 것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 교육활동을 위해 헌신하며 쌓은 경험을 학교관리자로 발휘할 기회를 박탈함과 동시에 교감·교장 순환 승진제도의 근간을 흔드는 막강한 권력행사를 의미하는 것”이라면서 “학교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인사제도 혁신안이라고 하기에는 과정의 공정성과 그에 따른 결과의 정의와는 배치된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35년 간 교육자의 길을 걸어온 부부가 식탁에서 나눈 대화를 책에 담았다. 김창용 인천청학초 교장(인천 동부교총 회장·사진 오른쪽)과 아내 김영주(왼쪽) 한라대 겸임교수는 교육 관련 주제로 서로 대화했던 내용을 엮어 ‘유쾌한 부부의 교육수다’를 출간했다. 22일 인천청학초에서 만난 김 교장은 “올해 결혼 30주년인 우리 부부는 온종일 대화해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서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편”이라며 “아내가 꼼꼼한 성격이라 대화내용을 기록해뒀다”고 말했다. 부부는 모든 학교 급의 학생들을 살펴온 독특한 경력을 지녔다. 김창용 교장은 현 학교 부임 전 강화 서도 유·초·중등 통합학교 교감으로 4년6개월을 근무하면서 유치원생부터 고교생까지 연령별로 접했다. 김영주 교수는 영·유아교육기관 운영, 다년간 대학출강으로 유치원과 대학생들의 생각을 담아낼 수 있었다. 이런 교육전문가 부부의 경험담은 예사롭지 않다. 최근 교육계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진단하고 처방까지 유쾌하고 명쾌하게 풀고 있다. 책은 ‘교육현장에서 바라보는 고민’, ‘미래 아이들을 위한 유쾌한 교육수다’, ‘교육자로서 부부의 반성’, ‘미래 아이들을 위한 우리 부부의 교육 제안’ 등 네 가지 파트로 구성됐다. ‘스마트폰 중독’, ‘부모의 의존도가 높은 아이들’,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힘이 약한 아이들’, ‘혼란 속에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는 아이들’ 등 현재 교육계가 풀어야 할 사회적 문제에 대한 고민이 맨 앞장을 열고 있다. 김 교장은 “매번 수다의 출발점은 잘하는 아이들의 칭찬보다는 아픈 손가락 같은 아이들의 문제점부터 시작하게 된다”면서 “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이 단골 메뉴”라고 털어놨다. 도합 70년 경력의 ‘교육자 부부’는 그 문제들을 교육적으로 해결하자고 제안한다.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힘’과 관련된 대화에서는 ‘몸에 대해 공부하는 셀프백신’, ‘다양한 채소 섭취’ 등이 거론된다. 대화가 끝난 뒤 등장하는 ‘생각정화’에서는 ‘코로나19 걱정 대신 가정에서 아이와 신명나게 놀기’, ‘내가 감염될까 두려워하는 세상보다 나로 인해 다른 사람을 위험에 빠뜨리진 않을까 하는 배려 배우기’, ‘비난이나 모욕 등에 대한 대응 방법 지도’ 등이 제시되고 있다. 두 사람은 “부부가 집필하게 된 점과 학생들의 생각을 담아내서 책을 쓴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며 “우리의 책을 통해 단 한명의 부모라도 생각의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부부는 지난달 책이 나오자 전국 교육기관 2000여 곳에 기부했으며, 계속 늘려갈 예정이다. 판매 수익금 전액도 사회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코로나 시대에 먹먹하고 우울한 교육가족을 위로하고 함께 극복할 수 있는 힘을 모으고 싶다”고 전했다.
하남시 망월초등학교(교장 안희숙)는 9월 21일부터 온라인 방과후학교 운영을 시작했다. 이번 온라인 방과후학교는 학생, 학부모의 운영요구와 학생 안전 및 방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POP △컴퓨터 △종이접기와 클레이 △창의 과학 △독서역사논술 △창의코딩 등 6개 부서를 개설하여 100여명의 학생들이 수강하고 있다. 학생들의 원활한 온라인 방과후학교 적응을 위해 OT및 체험수업을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진행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정상등교가 가능했던 작년에는 총 25개 부서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총 1200여명의 학생이 참여한 바 있다. 망월초등학교 학교장(안희숙)은 “현재 코로나 방역지침에 따라 학급당 주1회 등교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고, 코로나19 교실안전지침을 지키기 어려운 부서가 다수 존재하여 작년과 같은 방과후학교 운영이 불가하였다. 그러나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활동 기회 제공을 위해 이번 온라인 방과후학교 운영을 계획하였다” 며 운영 배경을 설명했다. 온라인 방과후학교에 참여한 학생은 “실제로 선생님과 만나서 수업하지 못해서 아쉽지만, 원격수업으로 다양한 방과후학교 체험활동을 할 수 있어서 재밌었다.”며 소감을 전했다. 망월초등학교는 코로나 방역지침의 추이에 따라 온라인 방과후학교의 확대 운영을 지속적으로 검토해 갈 것이며 방과후활동을 통한 학생들의 다양한 교육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
망월초등학교(교장 안희숙)는 9월 21일과 22일에 3학년과 5학년을 대상으로 원격 소방안전교육을 실시하였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학생 안전 교육의 내실화를 위해 실시된 이번 교육은 하남시 소방서 소방관이 직접 교육하여 학생들의 집중력을 높였다. 소방안전교육은 △소화기 사용법 △화재대피 시 주의사항 △화재예방법 △119신고방법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었으며 소방관의 경험, 영상, 노래 등 다양한 교육 자료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흥미와 관심을 높였다. 원격 소방안전교육을 통해 학생들은 거리두기와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소방안전에 관한 지식을 배우고 안전수칙을 지키겠다는 마음가짐을 다졌다. 이번 교육을 실시한 소방관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 수업이 어려워 걱정이 많았지만, 원격으로 다양한 자료를 활용할 수 있었고 담임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원격으로도 내실 있는 안전교육을 할 수 있어 좋았다.”며 교육 후 소감을 전했다. 교육에 참여한 3학년 학생은 “소방관 선생님이 직접 겪은 경험을 들으며 공부할 수 있어서 실감났다. 앞으로 만약에 불이 나면 자세를 낮추고 질서를 지키며 대피할 수 있도록 오늘 배운 내용을 잊지 않고 기억할 것이다.”고 말했다.
하남시 망월초등학교(교장 안희숙)는 3~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이번 진로교육 프로그램은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샌드아트 공연을,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술 진로 공연을 진행하였다. 학생들은 공연을 관람하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자신의 진로를 탐색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망월초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시기지만 학생중심 교육과정 운영의 충실을 기하기 위하여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학생들에게 유익한 진로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이번 교육은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며 학생 밀집도 분산을 위하여 2회로 나누어 진행하였다. 샌드아트 공연은 샌드아트로 학생들의 꿈을 응원하고 격려하는 이야기로 구성되었고, 마술 진로 공연은 마술 공연과 함께 ‘나’와 진로에 관한 이야기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었다. 3~4학년 학생들은 즐겁게 공연을 관람하며 자신의 꿈에 대해 생각해보는 유익한 시간을 가졌다. 행사에 참여한 망월초 3학년 학생은 “샌드아트 공연을 처음 봐서 신기했고, 발레리나라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며 나도 앞으로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며 소감을 전했고 마술 공연을 관람한 4학년 학생은 “다양한 마술을 봐서 신기했고 재밌었다. 여러 가지 직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고 전했다.
불행은 겹쳐서 온다고 했던가? 얼마 전 가을의 문턱까지 잦은 태풍이 불어와 온 나라를 할퀴고 지나간 뒤 곳곳에 상흔을 남겼다. 정부에 의해서 특별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곳이 전국적으로 상당수에 이른다. 하루아침에 공들인 노력이 물거품이 된 농민들의 이마에는 주름이 펴질 날이 없다. 그뿐이랴. 도시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상당수의 직장인들이 휴업 상태로 힘겨워하는 가운데 영세 자영업자들도 생계의 현장에서 하루하루 버거운 삶을 이어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2~3단계 사이를 오가며 생계를 압박하니 차라리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현실의 무게감을 가증시키고 있다. 삶은 원래 힘든 일이라고 문학에서는 두루 밝히고 있다. 일본의 저명 작가 나쓰메 소세키의 《쿠사마쿠라》는 다음과 같은 문장으로 시작한다. “산길을 오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치를 따지면 모가 나고, 정에 치우치면 휩쓸리고, 고집을 피우면 옹색해진다. 이래저래, 사람의 세상은 살기 어렵다.” 사람의 세상은 이처럼 살기 어렵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뿐이랴. 단테의 《신곡》 첫 부분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기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친다. 죽음도 그보다는 덜 쓸 것이다.”라고 기록했다. 이처럼 삶 자체는 버거움의 연속이고 괴로움의 집합체이다. 그래서 어느 시인은 “인생은 고해(苦海)와 같다”고 하지 않았나. 인간이 불행한 것은 불확실한 미래 때문이라 한다. 이를 증명하듯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처절한 싸움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이제는 모두가 지치고 피폐해진 삶은 인간의 평범한 일상이 아닌 차라리 예술에 가깝다. 왜 예술이라 불러야 할까? 단순한 고통의 창작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은 통상 고뇌와 번민, 고통의 시간을 거쳐 한 단계 승화하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자연의 원리도 그렇다. 마치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를 시인은 단지 멋스러운 언어로 표현했을 뿐이다. 지금 우리의 삶이 바로 그렇다. “산다는 것, 그것이 예술입니다”라고 했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Rainer Maria Rilke, 1875~ 1926)는 한때 삶에 대한 회의가 깊었던 시인이다. 그러다 그는 삶을 사랑하는 길로 접어들며 존재 탐구의 시인이 되었다. ‘피렌체 일기’에서 그는 “이제 나는 어찌 되었든 삶을 사랑할 것이다. 그 삶이 풍요롭건 가난하건, 광활하건 협소하건 내게 주어진 양만큼 삶을 부드럽게 사랑하고 내가 가진 모든 가능성이 나의 내면 깊은 곳에서 성숙하도록 만들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런 행복이 중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목적의식이 있는 일을 통해 스스로 일하기 시작하는 힘을 일깨울 때 느껴지는 고단한 행복’을 발견하고 거기서 삶의 의미와 의지를 작동시켰다. 원래 삶 자체가 힘든 것이기에, 더 힘든 일도 덜 힘든 일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힘든 일을 사랑하는 것이 삶의 의무라고 강조했다. 불행 중 다행이랄까. 버거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의무감도 자신이 존재하는 의미를 찾음으로써 역동적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단적인 실례로 삶의 의미를 찾으며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아 기적같이 세상의 밝은 빛을 온몸으로 맞이한 빅터 프랭클은 자신의 수기인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이러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적었다. 그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3년 동안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하루하루 지옥 같은 삶을 살았지만 그 속에서도 왜 자기가 살아야 하는지 삶의 의미를 찾으려 했다. 그래서 그는 결국 생환(生還)하여 세상에 삶을 증거하는 주인공이 되었다. 또 망치를 든 철학자 또는 다이너마이트와 같은 철학자라 불리는 독일의 F. W.니체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를 외쳤다. 이는 곧, 운명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운명적인 순간이 연속되는 삶 속에서 어떻게 자유롭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해 니체는 ‘온몸으로 맞이하고 온몸으로 껴안아라(운명애)’라고 하였다. 도덕적인 잣대나 신(神)적인 기준이 아니라, ‘긍정의 철학’으로 순간을 넘으라고 한 것이다. 순간이 모여 영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 니체는 매 순간을 긍정으로 사랑스럽게 채워나가는 방법을 선택하길 피력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매번 이렇게 살 수 있을까? 그렇기에 삶의 의미를 찾아 삶을 사랑하며 산다는 것,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진정한 주인공이자 니체가 말한 또 다른 초인(超人)이 아닌가 한다. 영국 문학의 거장 세익스피어는 “한 마리의 참새가 떨어지는 것에도 특별한 신의 뜻이 있다”고 말했다. ‘햄릿’의 이 구절을 굳이 떠올리지 않더라도, 인간은 오랫동안 의미 지향의 존재였다. 우리가 어떤 사태나 사물 앞에서 멈춰 서게 된다면 그것은 그 안에 깃든 의미 때문이다. 꽃이 피어나도 그 앞에 멈춰 서 바라보고 발견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게 된다. 가을 단풍의 황홀함도 마찬가지다. 의미를 발견하고 심화하기 위해 멈춰 성찰하는 것, 그 의미에의 의지가 곧 삶이라고 여겨진다. 그것을 통해 삶과 세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발견하기도 하고 목적이 이끄는 삶의 희망으로 나아가기도 한다. 그것을 일찍이 세익스피어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설파했던 것이다. 그저 앞으로 한 방향만을 보고 달리기엔 주변의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다양하고 아름답다. 그래서 인생에는 숙제가 주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삶은 의미가 있고 의지가 있을 때 더욱 고귀하게 빛난다.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겠다는 것도 궁극적으로는 삶의 곳곳에서 만나는 고통과 역경을 극복하고 보람찬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다. 이처럼 살아있기에 우리는 존재하고 그 존재는 예술처럼 고통을 안고 극복해야 한다. 청소년들의 영원한 교과서인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말한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고자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그렇다. 알을 깨고 태어나는 것, 그것이 바로 고통 속에서 창작하는 예술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고결한 인생 숙제다. 누구든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고귀하게 살아갈 가치가 있다. 그것은 예술이란 궁극적인 창작의 과정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서 삶은 예술이라 감히 부르는 것이리라.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 2층 단재홀에서 제325회 이사회 화상회의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25일 한국교총 2층 단재홀에서 사상 처음으로 화상을 통한 제325회 이사회를 진행 하고 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 2층 단재홀에서 제97회 한국교육신문사 운영위원회 화상회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제97회 한국교육신문사 운영위원회가 24일 서울 서초구 한국교총회관 2층 단재홀에서 화상회의로 개최되고 있다.
매년 12월은 동아리 활동과 축제 준비로 정신없이 보내는 시기이다. 우리 학교에서도 12월 말에 있을 동아리 발표 준비로 학생들에게 참가 신청을 받고 참가 자격 여부를 점검하는 1, 2차 예심을 실시하였다. 행사 준비는 매우 순조롭게 흘러갔다. 3학년 밴드부, 2, 3학년 댄스부, 3학년 마술, 각 학년 개인별 노래, 악기 연주 등 다양한 1, 2부를 구성하여 가정통신문까지 학부모님들에게 전달되었다. 축제 3일 전 방과 후 한 여학생이 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 나에게 다가왔다. “선생님 저… 선생님께 할 말 있어서 왔어요…” “그래? 무슨 얘긴데?” 내 질문에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말을 했다. “저도 노래 부르면 안 될까요? 허락해주시면 정말 열심히 부를 수 있어요!!” 예심이 이미 끝난 상황이었다.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다시 물었다. “이번 축제 때 부르겠다는 말이야?” 그 여학생은 “네”하고 대답을 했다. 이미 1, 2차에 걸쳐 예심을 통과한 학생들만 참가하는 축제라 곤란할 것 같다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학생을 돌려보냈다. 다음 날 아침 전날 찾아왔던 여학생 담임선생님께서 전화가 왔다. 통화 내용은 이러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3학년 이다희 학생으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학교를 자주 결석하였고 급기야 3학년이 되어서는 장기결석으로 졸업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학교 부적응 학생이자 학교에서는 말 한마디를 하지 않는 학생인데 뜻밖에도 어제저녁에 담임선생님께 축제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도와달라는 전화를 했다는 것이다. 추가로 담임선생님은 나에게 다희가 우울증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직접 자르는 행위를 자주 했고 그로 인해 머리가 엉망이 되어 현재 가발을 쓰고 있는 상태라고 알려주었다. 다희네 반 담임선생님과 전화를 끊고 머리가 매우 복잡해졌다. 철저히 지켜왔던 원칙과 규정을 따라야 하는 게 맞는 건지 아니면 융통성 있는 학생지도가 맞는 건지 혼란스러워졌다. 나는 다희에게 전화했다. 그리고 제안했다. 너의 노래를 들어 보겠다고 그러니 등교를 하라고… 다희는 점심시간쯤 학교에 등교했고 방과 후에 노래를 테스트했다. 많이 긴장했는지 매우 떨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쉽게도 자신의 실력을 나에게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다. 나는 다희의 노래를 듣고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제안했다. “많이 떨렸지? 실력을 다 못 보여준 것 같은데?” 다희는 눈물을 흘렸다. 자신도 실수를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다희야! 왜 이렇게까지 노래를 부르고 싶은 거야?” 난 점점 다희의 속마음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이제 졸업이잖아요? 친구들에게… 저도 3반에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서요.” 다희를 귀가시키고 담임선생님에게 다희의 집안 사정을 자세히 듣게 되었다. 부모님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이혼하셨고 그때부터 할머니가 돌봐주셨으며 최근에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다희를 돌보기 힘들다는… 다희는 중학교에 올라와 우울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으며 최근에는 자신의 머리를 가위로 자르는 자해를 했다는 얘기까지… 그날 저녁 다희에게 전화했다.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주면 공연 오프닝에 노래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다. 노래 곡목은 종전에 불렀던 슬픈 노래가 아니라 활기차고 희망적인 노래를 선정하고 예선을 하지 않고 어떻게 이 자리에서 노래하게 되었는지 왜 꼭 노래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노래 시작 전에 말하기를 제안했다. 다희는 다음날 아침 밝은 모습으로 사무실에 나타나 노래를 부르겠다고 했다. 축제의 날이 다가왔다. 학교 강당에는 많은 학생이 이른 시간부터 앞자리 쟁탈전을 벌이면서 축제의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재잘대는 아이들의 소리 사이로 사회자의 시작 멘트가 울려 퍼졌고 사회자는 첫 오프닝 출연자를 소개하였다. “첫 번째 노래를 선보일 학생은 3학년 3반 이다희 학생입니다. 힘찬 박수 부탁합니다.” 사회자의 소개 멘트 후 다희는 무대에 걸어 나왔다. 학생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누구야?” “예심에선 못 보던 앤데?” “다희?” “쟤가 노래를 한다고?” 등 이런 말들로 술렁대기 시작했다. 무대 중앙에 서서 한참 머리를 숙이고 아무 말이 없던 다희는 천천히 머리를 들며 자신이 쓰고 있던 가발을 벗어 버렸다. 이 모습을 본 학생들은 고함을 지르며 “대~~박”,“뭐야”,“미친 거 아냐?” 등 많은 야유의 말들을 쏟아냈다. 다희는 마이크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 번 치더니 인사 멘트를 했다. “저는 학교 오기가 정말 싫었습니다. 모두 저들 욕하는 것 같고 저를 싫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 자신을 꽁꽁 감싸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죽을 것 같이 힘들지만, 용기를 내어 여러분들 앞에 나왔습니다.” 학생들의 야유는 조금씩 줄어들었고 다희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시작했다. “저도 3학년 3반 학급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억되고 싶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이런 용기라도 내지 않는다면 저는 영원히 저 자신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더 이상 숨어지내고 싶지 않아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저를 응원해주세요!” 다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다희의 말을 경청했던 학생들은 숨죽이며 노래를 들었다. “난 꿈이 있었죠~ 버려지고 찢겨 남루하여도~” 단 한 사람의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던 학생들은,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라는 가사에서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합창하기 시작했고 다희가 2절을 부르는 내내 서로를 응시하며 다희와 함께 합창했다. 선생님들과 몇몇 여학생들은 눈물을 흘렸고 남학생 몇몇은 주먹을 치켜올리며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가 끝나고 다희가 인사를 하고 무대를 급히 빠져나갈 때 한 아이가 소리쳤다. “다희야 사랑해!”,“다희야 힘내!!”. 어떤 꾸러기 학생은 “나랑 사귀자”까지 외치며 다희를 응원하고 다독여주었다. 축제는 끝이 났다. 그리고 다희는 졸업 후 교정을 떠났다. 그 이후 다희는 남친이 생겼다는 후문도 있고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적응을 매우 잘하고 성실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학교에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시행착오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연습 삼아 현재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방식이 학생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황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서 원칙과 규칙을 예전에 했던 방식 그대로 적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장소가 학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 있는 마음이 아프고 닫힌 아이들을 위해 규정된 틀과 방식들을 과감히 탈피하는 탄력적이고 융통적으로 대하는 방법도 필요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을 해본다. 지금 우리의 교실에 존재해 있지만 존재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랑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서 말이다. ------------------------------------------------------------------------------------------------------------------ 2020 교단수기 공모 - 동상 수상 소감 축제 해프닝 덕에교사로서의 가치관을 정립... “원칙대로 합시다!” 이 말은 내가 교직 사회에서 가장 듣기 싫은 말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따르고 있는 말이다. 그 당시 많은 업무와 공문 덕(?)에 교사로서 무엇이 우선인지 생각지 못하고 하루하루 의무방어를 하듯 학교생활을 했던 것 같다. 학생부장이란 직책으로 그리고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학생들의 의견엔 크게 귀 기울이지 않았고 학생들의 고민거리가 접수되면 특정 상용구를 사용하듯 형식적인 답변을 보내고 아이들에겐 최고의 해결사라고 스스로 자부했던 것 같다. 학생들에게 피해가 가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채로 말이다. 다희 학생이 깨우쳐준 축제 해프닝 덕에 나는 교사로서의 가치관과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생활지도는 과거 학생들에게 적용했던 많은 판례와 원칙들을 현재 있는 모든 학생에게 균일하게 적용하는 법규 같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다희 학생과 같이 진정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이에게는 기존의 방식과 원칙을 균일하게 적용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즉 아이들을 진정으로 사랑을 하고 싶다면 무엇보다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에 다가가는 연습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을 다희 학생을 통해 알게 되었다. 교사는 형식과 원칙만을 고집하여 문제를 해결해주는 해결사가 아니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공감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을 전해주는 행복 전도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집불통 학생부장을 다소 부족한 행복 전도사로 변신할 수 있게 기회를 준 다희 학생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한번 감사함을 전한다. 교육 가치관에 대한 확실한 기준이 만들어지지 않은 채로 학생들을 의무감과 형식으로 대했던 그 시절 그리고 그 경험이 나에게는 많은 반성과 후회로 남지만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참 스승으로서의 자세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고 실천하는 시간이 되도록 더욱 노력할 것이다.
“승규(가명)가 다쳤다.” 며칠 전 한동안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큰 사고를 당해 집에서 쉬면서 치료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 갑자기 승규가 보고 싶다. 수업을 왕따시키고 하루 종일 만화를 그리던 녀석, 연습장에 그린 만화가 친구들에게 인기를 얻어 번호표를 받고 순서를 기다리게 만들었던 녀석, 왠지 모를 우울함에 젖어 창밖을 자주 바라보던 녀석이다. 때론 장난을 치다가 갑자기 화를 내서 친구들을 당황시켰고, 단단히 화가 나면 눈빛이 변하고 아무도 말릴 수가 없는 감정 조절의 문제를 가진 녀석이다. 미납자 명단. 교과서 대금이 미납되어 전체 예산을 처리할 수 없다는 행정실의 최후 독촉을 받고 승규를 떠올리게 된다. 2학년 담임을 맡으면서 승규와 처음 만났다. 승규의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버지가 아들을 양육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버지는 조금의 수입을 위한 일거리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최근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이었다. 첫 상담에서 “저는 꿈이 없어요. 모든 것이 재미가 없고, 살아가는 이유도 모르겠어요.”라고 말하던 승규의 말이 가슴에 박혔었다. 현재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들에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내가 무엇을 해야 세상을 바라보는 승규의 시선을 바꿀 수 있을까, 어떤 도움을 줘야 승규가 꿈을 찾고 즐겁게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게 될까?” 초보 교사에게 어려운 과제였다. 미납자 명단을 몇 차례 받은 승규는 친구들의 장난에 화를 내고 수업을 나가버렸다. 운동장 벤치에서 아픈 미소로 죄송하다는 승규의 손을 꼭 잡고 옛이야기를 펼친다. 다섯 식구가 단칸방에서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그리던 아이, 바보 같아서 부유한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할 줄 몰랐던 아이, 그 아이의 이야기를 한참 동안 함께 한다. “그래, 선생님의 아버지는 채소 장사를 하셨어. 가난이 무엇인지 몰랐지만 정말 어렵게 자랐단다. 하지만 그것이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야. 내가 어떤 꿈을 가지고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중요한 것이지! 선생님이 너의 꿈을 도와줄게. 미래의 승규가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지 함께 그려보자.” 승규는 작은 목소리로 화가가 되어서 자신만의 화풍으로 세상을 그려내고 싶다고 했다. 승규가 즐겁게 꿈꿀 수 있도록 돕기로 했다. 왜냐하면 승규의 미래를 함께 꿈꾸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교과서 대금 미납자 명단에 승규의 이름은 없었다. 미래의 화가에게 먼 훗날의 초상화를 부탁하며 고맙다는 인사는 받지 않았다. 그 이후 미술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미술학원의 일을 도우며 무료로 학원에 다닐 수 있도록 소개해주었다. 승규는 미술학원에 다니면서부터 화를 내는 일도 줄어들고 학교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거의 없었다. 수업에 집중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작가의 시선으로 진지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쉬지 않고 표현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이다. 승규가 꿈꾸기 시작하는 것은 나의 행복이요, 가슴이 뛰는 이유가 되었다. 가정통신문. “꽃피는 봄이 왔습니다. 학사계획에 따라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갑니다. 가정에 평안과 축복이 있길 기원하며 30만 원을 입금해 주세요.” 승규의 가정에는 평안과 축복이 사라졌다. 꽃 피는 봄이 오고 수학여행이 다가왔다. 처음 비행기를 타는 친구들에게 “비행기를 탈 때는 신발을 꼭 벗고 타야 한다.”라고 강조를 했다. 새 옷을 산다고 신난 친구들 사이의 승규는 수학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화가 났고, 눈물이 났고, 마음이 답답해서 가슴을 쳤다. 승규의 아버지가 미웠다. 교무실로 돌아와 승규의 아버지를 떠올리게 된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는 자신들의 행복을 포기하고 자녀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있는 승규의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웃고 있는 승규의 눈빛이 나의 가슴을 쳐서 한숨을 닦으며 고개 숙여 쉬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마음이 불편한 저녁이다. 근심 가득한 표정의 이유를 설명하자 “담임 선생님이 도와줘야죠. 당신이 꿈꿔오던 선생님의 삶을 사세요.”라는 아내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고민의 해답을 찾은 것이다. “승규야, 수학여행 가자. 학교에서 체험학습 비용을 지원하는 학생을 선발했어.” “……” “선생님이 추천서를 너무 잘 써서 네가 선발되었어. 선생님 잘했지?” “선생님!” 승규가 부담을 가지지 않도록 조용히 나의 통장에서 30만 원이 출금되었다. 제주도 수학여행 단체 사진에는 우리 반 한 명도 빠짐없이 모두의 얼굴이 웃고 있었다. 천지연 폭포로 걸어가며 함께 노래 부르고, 성산 일출봉 정상까지 경주를 하며, 우도의 해변에 우리들의 발자국과 시간과 사진을 남겨 두었다. 선생님의 응원이 힘이 되었던 것일까? 승규는 온갖 재미있는 표정으로 교실에 웃음 바이러스를 퍼트렸고 성적도 조금씩 좋아졌다. 교내 미술대회와 지역의 예술제에 참가하여 좋은 성적으로 수상하며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다가가고 있었다. 성규가 행복해질수록 나의 행복도 커져갔다. 11월 선생님의 생일, 승규는 그림보다 더 큰 미소를 지으며 나의 초상화를 내밀었다. 아무 말도 필요하지 않았다. 왜 눈시울이 따뜻해지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이들의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함께 걸어가는 교사가 되었다는 안도감이었는지 모르겠다. 처음 선생님이 되어 가출한 학생을 찾으려고 새벽까지 온 동네 pc방을 돌아다녔고, 학교에 오지 않는 아이들의 집을 찾아다녔고, 말썽부리는 아이들과 함께 밥을 먹고, 슬픔에 빠진 아이들과 함께 울었다. 승규의 선물을 받고 ‘조건 없이 끝까지 사랑하겠다.’는 기도로 출근하던 첫 마음을 떠올린다. 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에게 좋은 선생님이라는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 변해가던 나를 반성하게 만든 생일이었다. 벌써 승규가 잊혀질 만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나는 변함없이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으로 살고 있다고 자부하던 어느 날, “억울하면 꿈이 아니다.”라는 어느 강사의 이야기를 듣고 갑자기 눈물이 났다. 나는 사범대에 가기 위해 학원에 다니며 재수를 했다. 새벽부터 수업을 듣고 자율학습에 빠지지 않고 늦은 시간까지 공부하여 대학에 입학했다. 4년의 대학 생활도 좋은 학점을 유지하기 위한 치열한 삶이었다. 졸업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아침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화장실도 가지 않으며 공부하고, 시간을 아끼기 위해 매일 종류별로 편의점 삼각김밥을 먹으며 공부를 했다. 교사가 된다는 꿈이 나에게 힘듦이 아닌 행복을 주던 시절이었다. 이렇게 교사가 된 지금의 나는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는 것이 아니라 퇴근 시간과 주말을 기다리는 직업인이 되어 있다. 업무관리에 쌓이는 공문의 숫자에 지쳐가고, 나의 업무가 너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 억울하고, 학급 아이들 관리에 피곤함을 느끼고 선생님의 사랑에 반응하지 않는 아이들에게 나의 사랑이 억울하고, 각종 연수에 참여하고 연구해서 열심히 수업하는데 학생들이 수업에 즐겁게 참여해주지 않아서 억울하다. 꿈도 없이 의욕도 없이 공부도 하지 않고 버릇없이 행동한다고 “저 녀석은 왜 저럴까?”라며 아이들 탓을 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렇게 꿈꾸던 교사가 되어 가슴 뛰게 수업하고,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지 않은 나의 모습이 슬펐다. “승규가 다쳤다.” 오늘 승규를 떠올리며 ‘나는 내가 꿈꾸었던 선생님의 모습으로 살고 있나?’ 다시 한번 점검하게 된다. 아이들의 미래를 함께 꿈꾸며 학생들 마음속의 자랑스러운 선생님이 되고 싶던 첫 마음이 시들어가던 오후, 전화를 건다. “여보세요. 승규야.” “선생님!” “그래. 선생님이다!” 나는 승규의 선생님이다. 예전에도, 지금도, 내일도 나는 아이들을 조건 없이 끝까지 사랑하는, 수많은 제자의 마음속에 간직될 자랑스러운, 아이들의 미래를 꿈꾸는 선생님이다. 억울하지 않다. 사랑해서 행복한 꿈 꾸는 선생님이다. 학교가 꿈동산이 되도록 즐겁게 다시 한번 뛰어보자. 끝까지 달려가자. ------------------------------------------------------------------------------------------------------------------ 2020 교단수기 공모 - 동상 수상 소감 꿈꾸는 선생님 선생님들의 ‘보람’은 잘 지내고 계십니까? 첫 마음은 그때뿐이야. 이제 나도 나이가 …. 시대가 변했고, 나의 역할이 변했잖아. 많은 이야기들을 들으며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민 중에 교단 수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수기 속의 선생님들의 열정과 헌신에 가슴이 뛰기도 했고, 때론 눈물 흘리기도 했습니다. 나의 작은 열정도 누군가의 식어가는 가슴에 작은 불씨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가지고 부끄럽지만 교단 수기에 공모하게 되었습니다. 수기를 쓰면서 승규와 수많은 제자들을 떠올리며, 정작 “아이들의 행복이 커질수록 나도 행복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라고 과거형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교단 수기 공모를 통해 첫 마음을 기억할 수 있는 큰 상을 받았는데 수상하게 되어 더욱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나와 함께 했던 승규와 수많은 아이들을 사랑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는 인정을 받은 것 같아서 기쁩니다. 하지만 앞으로도 변함없이 사랑할 것에 대한 과제를 부여받은 것 같아서 수상의 기쁨은 커다란 부담이기도 합니다. “이 과제를 잘 할 수 있을까?” 부족한 열정에 박수를 보내주시는 여러 선생님과 소중한 사람들의 응원을 받으며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집니다. 감사합니다.
지난 21일, ‘경기도교육청 교원의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안(경기교권보호조례)’이 도의회 본회의에서 통과됐다. 2012년과 2018년에 두 차례 본회의에서 처리됐으나 교육부의 재의요구로 자동폐기된 이후 세 번째다. 경기교권보호조례가 두 차례의 실패를 극복하고 현장의 환영과 도움을 주기 위해 제안한다. 무엇보다 ‘교원 지위 법정주의’ 정신이 지켜져야 한다. 과거 두 차례나 무산된 이유는 교육부가 ‘국가 사무에 관해 법령의 위임 없이 조례로 정한 것은 한계를 벗어났다’며 재의를 요구해 폐기되었기 때문이다. 대법원도 서울교육청과 전북교육청의 교권보호 조례에 대해 ‘교원의 지위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해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규율이 필요하며, 국가가 이를 위해 상당한 경비를 부담하고 있으므로 이에 관한 사무는 국가 사무로 봐야 한다’며 조례 무효를 판결했다. 따라서 그 내용에 위법성이 있거나 교원의 지위 및 보호에 있어 자치단체에 따라 달라서는 안 된다. 둘째, 교권보호의 실효성이 담보돼야 한다. 이번 조례안에 반영된 ▲외부인의 학교 방문 시 사전 예약 시스템 구축 및 상담 전용 공간 확보 ▲민원·진정을 조사하는 경우 적법한 절차에 따라 해당 교원에게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고 결과가 나오기 전에는 인사상 불이익 조치를 취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 ▲교원의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교육감과 학교장이 시책 마련 규정은 그간 교총 등 교육 현장에서 줄기차게 요구한 내용으로 현장 교원의 애환을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교사와 학생 간 사안이 발생하면 학생인권조례와 교권보호조례 간 이해충돌에 대한 중재, 조정 등 해결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교장, 교감과 교사 간 대립이나 갈등을 조장하는 내용이 없어야 한다. 인천, 광주, 울산, 충남, 경남 등 5곳에 이미 교권보호조례가 제정됐다. 그러나 교사의 교권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을지에 대해 현장의 평가는 회의적이다. 교육조례 홍수 속에 제정된 경기교권보호조례가 학생, 학부모, 교원 간 권리 다툼의 원인이 되지 않으면서 현장에 실질적 도움을 주길 바란다.
점입가경이다. 무자격 교장 공모제가 특정노조 인사의 코드승진 도구로 전락한 것도 모자라 교감까지 공모하고, 교사도 교육감이 직접 뽑겠단다. 무자격 교장공모는 온갖 편법을 동원한 ‘내사람 심기’의 전형이다. 그 정도는 점점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비율도 해마다 부쩍 늘고 있다. 특정노조에서 기존 승진제도를 ‘점수 따기 도구’로 폄훼하고, 교육감은 ‘공모’로 맞장구치며 공모의 양상도 점차 진화해왔다. 자기편을 공모 교장으로 만들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조직적으로 움직였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안다. 권역별 교장공모가 예상되는 학교에 미리 조합원을 전보해 교내 여론을 만들어 나갔다. 실제, 특정노조 출신 간부는 본인이 공연히 이야기했던 대로 몇 년 후 해당 지역 공모 교장으로 갔다. 교육감이 행정 권력을 장악한 10년 동안 내성, 아니 자신감이 붙었나 보다. 이젠 교육경력 6년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교감을 공모하고, 교사도 직접 자의적으로 선발하려 한다. 공모 교장의 성공에 힘입어 이젠 교감, 교사의 인사제도까지 세포분열 하려 한다. 이들은 커다란 밑그림이 있었던 게다. 한때 유행한 영화 대사,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를 떠오르게 한다. 실력에 따른 공정한 선발 요소가 아닌 본인들이 원하는 성향과 가치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여태껏 자기 사람들로 구성된 공모 심사위원회가 그랬다. 교사 선발 심사위원회 구성이야 어떻겠는가. 최근 사회적 큰 파장을 불러온 공공의대 선발 논란의 데자뷔와 다름 아니다. 이 정부 들어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췄다. 또 민주시민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별도의 교육과정도 마련하려 하고 있다. 거기에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부터 교감, 교장에 이르기까지 주관적, 자의적 가치를 우선 해 뽑을 태세다. 이제는 단순히 교사 임용과 승진제도의 개편 차원을 넘어서는 커다란 계획이 있을까, 두렵기까지 하다.
올해 초 정부는 전국의 모든 학교에 승하차 구역을 설치하겠다는 ‘드롭존’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일어나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교통사고의 후속 대책이라 할 수 있었기에 그 파장은 유달리 컸다. 그러나 이 소식을 뒤늦게 들은 나는 정말이지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드롭존(drop zone)’이라는 단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외국어 오·남용 부추기나 우선 드롭존(Drop Zone)은 완전한 외국어 단어라서 학교에서 지향해야 하는 국어교육의 목표와는 정확히 상반된다. 부끄럽게도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 8단원 우리말 지킴이에는 이런 식으로 외국어를 남용하면 안 된다는 학습 목표가 버젓이 실려 있다. 게다가 이 단원은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외국어를 남용하는 사례를 조사해 발표하는 활동이 포함돼 있으므로, 학생들은 분명히 학교의 드롭존을 제1번 남용 사례로 찾아낼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교사로서 나는 학생들을 과연 어떤 표정으로 바라봐야 할까? 게다가 더욱 부끄러운 점은 심지어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가 ‘드롭존’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학생들의 승하차 구역을 뜻하는 단어는 ‘드롭오프존(drop-off zone)’이다. 드롭존은 폭발물, 낙하물 등의 투하지점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로 드롭오프존과는 다른 단어이다. 물론 간혹 외국학교에 드롭존이 있기도 하다. 그 사정은 대강 이렇다. 학생들이 수업을 찾아 이동하는 외국학교는 소지품을 놓아둘 만한 곳이 딱히 없어 사물함을 복도에 만든다. 그런데 사물함을 준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학교에서는 소지품을 잠시 내려두는 드롭존을 설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신발주머니함 정도의 개념인 셈이다. 따라서 드롭존 어쩌고 하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창피함에 눈시울이 붉어지다 못해 검어질 지경이었다. 국록을 먹는다는 사람들이 조어력(造語力)이 부족해 외국어를 끌어오고도 당당하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러웠다. 심지어 빌려온 외국 단어도 굳이 틀린 것을 가져와 오용하는 데에는 대체 어떤 행정력이 발휘되었던 것일까. 학교의 여러 장소는 수십 년에 걸쳐 학생들의 뇌리에 깊게 뿌리내리곤 한다. 선생인 나도 초등학생 때 얼음 땡을 하던 거북이 동산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그런데 거북이 동산 대신 터틀플레이존이라는 이름을 지었다면 지금까지 그 따스한 동산의 감각이 남아있을 수 있었을까? 이런 부분에까지 행정가들에게 섬세함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신중치 못한 발표에 피로 증가 그러나 바로 오늘 나를 가장 당황스럽게 하는 것은 허장성세가 금강산의 비로봉만큼 높았던 드롭존 계획이 아니라, 그렇게 홍보하던 드롭존이 어느새 흔적도 없이 우리 사회에서 쏙 사라져버렸다는 소름 끼치는 일이다. 드롭존을 설치하겠다던 사람들은 반년도 더 지난 지금, 대체 무슨 일을 하고 있길래 이렇게 조용한 것일까? ‘무계획이 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롭존 계획. 상위기관의 섣부른 발표 하나하나에 누적된 일선 학교의 피로도는 이미 끔찍한 수준이다. 신중하지 못한 발표들이 범람하며 학교를 점차 침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과연 필자만의 기우에 불과할까? 드롭존의 미래는 과연 어떻게 될까. 다음 사고가 터져야만, 이미 물이 끓어 넘치고 냄비뚜껑이 벗겨져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게 될까.
최근 교육부에서는 오는 10월 중에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경쟁시험규칙 일부 개정령안’을 공포하겠다고 밝혔다. 교육감에게 교사 선발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것이 핵심적인 내용이다. 알다시피 교원 임용시험은 1차 필기시험, 2차 실기․수업 시연 및 심층 면접으로 치러진다. 1차 성적과 2차 성적을 각각 50%씩 반영해 최종 합산한 성적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한다. 교원의 지방직화 준비 수순 이번에 교육부에서 내놓은 개정 규칙이 전면적으로 시행되면 1차 필기시험은 현행 방식대로 그대로 진행되지만 2차 시험의 과목 구성과 배점을 교육감이 임의로 정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1차 시험, 2차 시험 성적의 반영 비율도 교육감이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된다. 결과적으로 1차에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얻어도 2차 전형의 실기(수업시연 및 심층 면접)에서 떨어지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교육감의 공약 사항 및 교육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찬성하는 예비 교원만 선발할 가능성이 커진다. 평가에 주관적,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아주 크기 때문에 임용시험의 공정성이 보장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현재 시․도교육감에게 교사선발권을 부여하는 임용시험규칙을 두고 교육 현장은 물론 학부모들까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14일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육감에게 교사선발권을 부여하는 규정 철회를 요구합니다’라는 글도 올라왔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은‘지방교육자치 역량 강화 방안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포함된 내용으로는‘교사의 지역별 고유성’을 위한 지역 중심의 인사 제도 혁신 중 하나의 정책으로 교원의 지방직 전환을 중․장기적으로 검토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동안 교육부에 있었던 막강한 인사 권한을 시․도교육감에게 대부분 이양 및 위임하면서 교원의 지방직화를 서서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격차 해소가 우선돼야 그렇다면 교원 선발권을 교육감에게 위임하고, 교원을 국가직에서 지방직으로 변경하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될까. 현재 지방마다 교육재정 여건이 다르기에 재정여건이 좋은 서울이나 인구가 많은 수도권은 학생들이 좋은 교실, 맛있는 급식, 그리고 양질의 수업내용과 우수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농산어촌이 존재하는 지방의 시․도교육청의 경우에는 재정여건이 부족하기에 풍족하게 사용할 재정적인 여건이 마련되지 않는다. 이는 그동안 공평한 학습기회를 강조했던 공교육이 학교 교육의 부실로 이어지고, 학생들의 기본적인 학습권 침해로 이어져 모든 피해는 해당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간다는 점을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앞으로 교육부의 과도한 권한은 시․도교육청으로 이양 및 위임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교원 선발권 위임 및 교원 지방직화는 많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알다시피 교원의 사기는 교육력과 직결되는 만큼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교육감의 교사선발권 부여 및 교원 지방직화는 철회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지역 간의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기회의 형평성 확보가 가장 최우선 과제임을 명심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을 기점으로 교원 연수의 양상도 변화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원격연수를 신청하는 교원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언택트 교육에 필요한 IT 관련 주제 강의가 인기를 끌었다. 준비 없이 시작된 원격수업이었지만, 교사들은 연수를 통해 필요한 지식을 채워나가고 있다. 사제동행 원격교육연수원이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원격연수 수강생의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정도 수강생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하자 다음 달인 3월 수강생은 전년 대비 220% 가까이 늘어났다. 지역 감염이 시작됐을 시점에도 원격연수 수강생이 증가했다. 인기를 끈 강의는 IT 관련 주제였다. 특히 구글 클래스룸 활용법을 배울 수 있는 ‘종이 없는 미래 교실의 시작, 구글 클래스룸’, 유튜브 사용법을 안내한 ‘선생님이 유튜브 해도 되나요?(유튜브 사용설명서)’가 교사들의 많은 선택을 받았다. ‘종이 없는 미래 교실의 시작, 구글 클래스룸’을 수강한 A 교사는 “1학기 때 온라인 학급 운영을 위해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했지만,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강의를 듣고 나니, 이제 여유 있게 수업을 구성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에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B 교사는 “지역 교육청에서 준비한 2시간짜리 실시간 강의로 사용법을 익히고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크고 작은 실수가 생겨 원격연수를 신청했다”고 했다. 이어 “학생들과 함께하면서 실수도 줄이고 익숙해졌다”면서 “구글 클래스룸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한 후 필요에 따라 교육활동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학력 격차와 수업 결손, 진로 지도에 대한 고민도 묻어났다. 기초학습과 진로 주제로 한 ‘아이들의 진로진학, 전문가와 설계하다’, ‘만남, 관계 맺기, 회복을 위한 열린 질문기법’, ‘기초학력 향상 행복수업 희망교실’, ‘기초학력 향상을 위한 놀이수업(한글·수·연산)’ 등을 신청한 수강생이 급증하고 있다. 교육청의 추천으로 ‘기초학력 향상 행복수업 희망교실’을 수강한 C 교사는 “그동안 학습 부진아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없었던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밀려왔다”면서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가르치겠다”고 말했다. 올해 학급 담임을 맡은 D 교사는 전화 상담을 하다가 한글 미해득 문제과 수 연산에 어려움이 있다는 학부모들의 고민을 접했다. 고작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이 학습에 대한 부담을 갖고 자존감이 낮아졌다는 얘기에 관련 연수를 알아봤다. 그는 “코로나19로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지만, 즐거운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은 마음에 수강하게 됐다”면서 “연필 쥐는 방법부터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좋은 선생님으로 우리 아이들에게 다가가고 싶다”고 귀띔했다. 김재철 사제동행 원격교육연수원장은 “올해 원격연수는 코로나19와 맞물려, 원격수업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강좌가 인기를 끌고 있고, 학력 격차 문제가 대두되면서 기초학력 신장을 위한 연수도 교사 개인뿐만 아니라 교육청 차원에서도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언택트 교육이 일반화할 것에 대비해 관련 연수를 지속해 개설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선생님, 책은 언제 쓰세요?” 책 쓰는 일을 궁금해하시는 선생님들이 종종 묻고는 하세요. 학교 일도 바쁜데 책은 어떻게 시간을 따로 내서 쓰는지 궁금해하시거든요.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생각이 들어요. ‘시간을 짜내는 노하우가 혹시 따로 있을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노하우가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또다시 생각해 보면 하루는 누구나 24시간인데 그런 노하우가 없을 것 같기도 해요. 알쏭달쏭하죠. 많은 분이 책을 쓰고 싶어 하고, 자신만의 콘텐츠를 세상에 내놓고 싶어 하세요. 누구나 꿈꾸는 삶이에요. 책을 쓰고 강연을 하고, 강연하면서 콘텐츠를 재생산해서 새로운 책을 선보이는 선순환. 그런 선순환을 이루어낸다면 우리의 삶도 그렇게 팍팍하지는 않을 거예요. 어떤 것을 경험하든, 그것을 나만의 시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달해줄 수 있다면 힘든 일도 이겨낼 수 있는 동기를 가지게 되니까요. 그것이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가지는 삶의 무기에요. 다만, 콘텐츠를 만들 힘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극복하는 과정을 거쳐야 해요. 회식, 정주행하고 싶은 드라마,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시간. 그 밖에도 ‘내 시간’을 방해하는 여러 가지 일들과 씨름하기. 책을 쓰고 싶어 하는 분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이에요. 개인적으로 그런 장애물을 잘 극복하고 싶지만 쉽지 않더군요. 어떻게 사람이 일만 하고 살 수 있을까요? 학교 일도 일이고, 책을 쓰는 것도 일인데 말이지요. 그래서 열심히 책만 쓰고 싶지만 조금씩 하고 싶은 것도 하면서 살고 있어요. 코로나19 상황 전에는 종종 회식도 했고, 드라마도 가끔 정주행해요. 스마트폰도 만지작거리면서 뉴스를 검색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1~2시간 정도는 꼭 책에 들어갈 원고를 쓰거나 업데이트가 필요한 내용은 책을 통해 공부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그래야 1~2년에 한 권 정도 책을 낼 수 있거든요. 매년 한 권이면 좋겠지만, 직장생활하면서 그렇게까지는 하기 힘드니까 2년에 한 권도 ‘괜찮다’라는 생각을 가지면서요. ‘누구나 쓸 수 있지만 아무나 쓸 수 없다.’ 책 쓰기의 세계에서는 꽤 유명한 말이에요. 책을 쓰는데,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자격증이 필요 없어요. 말 그대로 누구나 쓸 수 있지요. 누구나 책을 쓰는 기회는 열려 있어요. 마음만 먹는다면요. 하지만, 그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들려면 ‘아무나’가 되지는 말아야 해요. 시간을 쓰는 데 있어서 ‘내 시간’을 확보하고 그런 시간을 통해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갈고 닦아야 하니까요. 너무 크게 기대하지 마세요. ‘하루에 4~5시간 책을 쓰는데 할애하겠다’라는 커다란 목표를 가지면 쉽게 지치게 되니까요. 큰 목표를 세우면서 작심삼일 하는 것보다는 소박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세워서 매일 성취감을 느끼며 자잘하게 달려나가는 태도가 필요해요. 어차피 우리는 각자의 직업을 가지고 있고, 전업 작가는 아니니까요. 자기 일을 해 나가면서 책까지 쓰려면 소박하게 하루하루 실행하는 것이 최선의 태도라는 것을 염두에 두셨으면 좋겠어요. 큰 목표 대신에 이런 목표를 하나 가지면 어떨까요? ‘책 쓰기를 위해 하루 1페이지만 쓰겠다.’ 하루에 A4, 글자 크기 10포인트로 딱 한 페이지. 그 정도면 괜찮은 목표가 아닐까 싶어요. A4용지 100페이지 분량의 원고면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거든요. 하루 1페이지를 1년 동안 꾸준히 써나갈 수 있다면 책을 3권 내고도 남는 분량이에요. 그래서 하루 1페이지라는 목표도 결코 작지 않은 셈이에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커다란 목표가 아니에요. 작은 목표를 실행하는 매일의 꾸준함이지요. 매일 꾸준할 수 있다면 우리의 작은 실행도 빛을 보는 날이 올 거예요.
최근 공교육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우리 사회는 기존 방식으로는 시대의 흐름을 따라갈 수 없다고 경고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때라고 채근한다. 갑작스러운 사회적 요구에 교육 현장이 과도기를 겪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나아가 미래 교육을 준비하려는 움직임이 학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은 학교의 약진이 고무적이다.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통폐합 위기에 몰리고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자구책을 찾고 내공을 쌓아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편집자 주 경기 이포초에는 최근 문의 전화가 부쩍 많아졌다. 인근 큰 학교에서 전학을 오고 싶다는 학부모들의 전화였다. 거리가 멀어 학부모가 직접 등·하교를 해야 하지만, 기꺼이 감수하겠다고 말한다. 실제로 3학년생이 7명이었는데, 올해만 2명이 전학을 와 현재 9명이 재학 중이다. 여주 시내에서 떨어진 이 학교에 학부모들이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이포초는 온라인 교육 인프라를 바탕으로 전교생이 지난 4월부터 원격수업을 하고 있다. 교내 어디서든 무선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고, 전교생 수만큼 스마트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부터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 SW교육·AI교육 선도학교, 미래 교육 중점학교를 운영하면서 구축한 시스템과 수업 노하우를 십분 발휘하는 중이다. 실시간 화상회의 플랫폼 줌과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수업을 진행하고, 예체능 교과는 과제형으로 병행했다. 가정에서 실시간 수업을 하면서 문제가 생기거나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학부모의 동의를 받고 가정을 방문해 교사가 직접 도왔다.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이나 가정에서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학생은 학교로 불러 학습 결손이 발생하지 않게 했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학생, 학부모들의 피로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에도 이포초는 동요하지 않았다. 전교생 45명, 6학급인 시골 작은 학교의 저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건 아니다. 등교가 중지됐을 때, 처음 2주는 온라인 클래스 이학습터에서 제공하는 과제 중심 수업을 꾸려나갔다. 일주일에 한 번, 학습 꾸러미를 배부하고 과제물을 확인, 피드백하는 방법으로 운영했다. 하지만 저학년은 온라인 클래스나 이학습터에 로그인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태블릿으로 수업하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적지 않았다. 교사들은 수동적이고 소극적인 학생들의 모습에 고민했고, 자발적으로 ‘원포인트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꾸려 원격수업을 준비했다. 장승오 교사는 “교사마다 자신 있는 분야를 정해 원격수업에 필요한 도구를 익히고 디지털기기 활용법을 터득해 배움을 나눴다”고 설명했다. 회의를 거쳐 원격수업 도구는 하나로 통일했다.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등교할 때와 다르지 않게 수업할 방법을 고민하고 공부하고, 또 공유했다. 원활한 수업을 위해 필요한 장비는 각종 공모사업을 유치해 받은 예산으로 구입했다. 지난 14일부터 등교수업을 하고 있지만, 언제든 상황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대비하고 있다. 장 교사는 “교육 현장이 전환기를 맞은 것”이라고 했다. “모든 게 처음이었어요. 당황스럽고 고민이 많았죠. 원격수업에 최적화된 방법을 지정해줬으면, 혼란이 적었을 것 같아요. 교사 개개인에게 수업 플랫폼을 선택하라고 하니, 그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지칠 수밖에요. 한 달 정도면 끝나겠지, 했는데 장기간 이어지다 보니까 학부모님들도 불만이 커지고요. 하지만 이제 적응하는 단계에 들어가고 있다고 봅니다. 원격수업에 활용한 도구들을 등교수업에도 활용하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겠다, 싶을 때가 있어요. ‘블렌디드 러닝’의 효과도 이야기되고 있고요.”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려면, 국가 차원의 온라인 인프라 구축과 학급당 학생 수 조정 등이 시급하다고 했다. 교사들이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게 관련 연수의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사는 “한정된 조건에서 성공적으로 원격수업을 준비한 사례가 더 많이 공유돼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면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학생들이 학교에서라도 웃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경순 교장은 “배움의 열정을 가꾸는 학생들과 가르침에 있어 언제나 정성을 다하는 선생님들과 함께 새로운 공교육의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밝혔다. ------------------------------------------------------------------------------------------------------ “작은 학교의 저력을 보여주세요” 본지는 코로나19 상황에도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려 미래 교육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는 학교의 사례를 제보받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관통하는 언택트 교육의 실마리를 작은 학교에서 찾으려고 합니다. 제보 메일 kmg8585@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