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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보내고 있는 50대 교사 D는 요즘 30대 교사들이 쓴 책을 주로 읽고 있다. 방학을 맞으며 SNS에서 인기 많은 교사가 쓴 책이나 밀레니얼세대 교사들을 인터뷰해서 썼다는 책을 구매했다. 20년이나 후배인 교사들을 옆에서 지켜보니 그들은 소통 DNA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학부모나 학생과 소통하는 방식을 대하는 마인드, 학생들과 나누는 이야기, 통한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름을 느꼈다. 그래서 그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지난 10년간 학교에서 가장 많이 바뀐 것 세상이 바뀌는 속도만큼 가장 빨리 변해야 하는 곳은 학교다. 하지만 학교는 교육이 이루어지는 곳이고, 교육이란 교사·학생·학부모라는 인적 요소가 핵심인지라 산업발전 속도와는 사뭇 다른 속도감을 느낀다. 학교가 공교육체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의 일부이자 관료제라는 점은 변화에 유연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이다. 그럼에도 지난 10년간 가장 많이 변한 것이 있다. 바로 소통방식이다. 많은 교사가 교사와 학생, 학부모 간 소통 방식이 최근 10년 사이 가장 크게 변했다고 느낀다. 10년 전 어떤 일이 있었을까. 10년 전 바로 스마트폰의 등장과 카카오톡의 시작이라는 일대 변혁이 일어났다. 2007년 미국에서 아이폰이 등장했고 2009년 삼성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인 갤럭시를 출시했다. 2010년 3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붙어있는 시간이 늘었다. 그만큼 서로를 잇는 시간, 잇기를 요구하는 시간도 늘었다. 그전에도 핸드폰은 있었지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는 차원이 달랐다. 상대방이 내 문자를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알 수 있고, 상대방의 프로필을 보며 외모에 대한 정보와 개인정보를 수집할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단톡방을 만들었다. 단톡방은 새로운 소통의 장이자 사이버 학교폭력의 터가 되었다. 단톡방에서는 문자와 함께 얼굴과 기타 정보가 가득한 사진, 출처가 불분명한 정보가 순식간에 퍼질 수 있었다. 이 새로운 소통채널은 교사에게 더 밀착하여 수시로 확인하기를 요구했다. 양날의 칼은 그렇게 사람 손에서 떠나지 않았다. 교사들은 24시간 소통 대기와 신속 대응에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존중받을 때 통하고 싶다 다행히 교사의 개인 전화번호로 소통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시기는 끝나간다. 밤늦은 전화나 문자 때문에 교원의 사생활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다는 각성의 목소리가 2018년 즈음부터 급속히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서울시교육청은 2018년에 투폰 지급 등 교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고, 2019년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에서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요구했다. 실제로 2019년 이후 전국 각 지역교육청마다 교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서 시행 중이다. 업무용 휴대폰을 별도로 지급하거나 투폰 서비스, 안심번호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학교나 학년 차원에서 뜻을 모아 학교의 공식적인 내선번호로만 연락하도록 조치하기도 한다. 교육청 차원에서 교원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만큼, 학교장이 학교 차원에서 교원 개인번호 공개 금지 원칙을 학부모에게 제시하여 교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학교도 있다. 가상전화번호로 학생·학부모와 문자·통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설업체도 여럿 생겼다. 교사들은 학교 차원의 공동구매나 개인 구매를 통해 해당 서비스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심지어 학급 학생·학부모뿐만 아니라 동학년 교사들과 학교에도 가상전화번호 또는 듀얼폰 전화번호만 공개하는 교사들도 늘고 있다. 메신저에서 제공하는 오픈채널이나 오픈채팅 서비스를 이용하여 지정된 시간 외에 연락할 경우 지금은 업무시간이 아니라는 메시지가 나오도록 하기도 한다. 실제 개인 전화번호를 공유하지 않으면 사제지간, 동료지간에 거리를 두는 것 같아 단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여전히 있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를 이용하며 사생활 시간을 보호받는 교사들은 오히려 적당한 거리두기 덕분에 에너지 소모가 없고, 그로 인해 인간관계를 더 원활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업무시간에는 업무의 연장인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연락받지 않는 시스템이니 개인생활도 더욱 존중된다고 느낀다. 존중받으니 얼마든지 기꺼이 통할 마음이 생긴다는 입장이다. 한동안 교사 개인 SNS나 전화번호로 수시로 연락하던 학부모들도 점차 변화하는 상황을 인식하며 적응해가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학급마다 e학습터 같은 온라인 소통창구를 의무적으로 하나씩은 개설하게 된 상황도 학부모들의 적응을 도왔다. 간접 채널을 통한 소통에 학생과 학부모 모두 익숙해지고 있다. 전화 · 문자 그 이상의 연결 필자는 종종 2030 교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서 그들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영상을 찾아본다. 필자도 30대이지만 복직을 앞두고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알고 싶기 때문이다. 2030 교사들은 아이들과 급식 먹으며 이야기하는 모습, 아이돌 춤을 아이들과 함께 추는 자신의 모습을 찍어 유튜브에 업로드한다. 그 선생님들에게는 그 시간이 오늘 급식을 같이 먹은 학생, 오늘 춤 연습을 같이 한 학생을 알아가고 교류하는 시간이다. 교사가 먹방(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하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송출하기도 한다. 어릴 때 화장을 하면 좋지 않은 이유나, 클렌징이 중요한 이유를 말하기 위해 자신이 화장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직접 담아 보여준다. 아이들이 교실에서 선생님을 바라보고 있고, 선생님은 “화장하지 말라고. 피부에 안 좋다니까” 말만 하는 가르침이 아니다. 직접 어떤 화장이 피부 건강을 해치지 않는 바른 화장인지를 아이들이 쉽게 볼 수 있는 영상으로 직접 찍어 보여주는 방법을 택한다. 개인 연락처가 아니지만 유사한 반응속도로 소통이 가능한 학급 밴드, 공식 SNS 댓글 등의 채널도 활용한다. 기술이 발전하며 사람들은 교사에게 완전밀착형 소통을 요구했다. 그러나 기술은 또다시 적당한 거리두기를 가능하도록 발전하였다. 그만큼의 거리를 확보한 2030 교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활용해 또 다른 차원의 대화를 아이들과 해나간다. 채널은 변했지만 인간관계는 변하지 않았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업무는 학생과의 소통이라는 점은 그대로다. 2030 교사들은 학생과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를 고민하며 그들만의 스타일을 찾아가고 있다. 간접채널이 주는 단절감을 그들은 그들만의 유연성으로 허물어버린다. 24시간 연결되는 직통 개인전화도 보장해주지 못했던 유대감과 친밀감을 2030 교사들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꼴뚜기 (진형민 지음, 황K 그림, 창비 펴냄, 88쪽, 1만 원) 동화작가인 저자가 동화집 꼴뚜기에 수록된 3편의 이야기를 희곡으로 각색한 희곡집으로 ‘인생 최대의 위기’,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가 포함됐다.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소리 내어 읽고, 표정과 몸짓으로 표현하면서 작품을 색다르게 즐길 수 있다. 누구나 쉽고 재밌게 따라 할 수 있도록 대사를 간결하고 생생하게 표현했다.
무지개 파라솔 (유강희 시, 밤코 그림, 문학동네 펴냄, 120쪽, 1만1500원) 유강희 시인의 5번째 동시집. 1부 내 이마를 토독, 2부 개미는 우쭐하지 않고 가던 길을 갔다, 3부 이렇게 낮게 내려온 무지개는 처음 봐, 4부 멀리 갔던 그 새가 다시 날아와로 구성됐으며 총 40편의 동시로 꾸려졌다.
새벽이 되면 일어나라 (정명섭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184쪽, 1만1000원)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기성세대보다 훨씬 더 빨리 적응하고 있는 청소년들의 이야기. 19살 생일이 지나면 좀비가 된다는 설정으로 좀비가 득실거리는 세상에서 살아남은 청소년들의 생존기를 담았다. 도시와 사람들의 삶이 하루아침에 파괴된 세상 속에서 생존자들을 이끌었던 규빈과 시아의 세대와 십여 년 후 주혁과 민지의 세대 이야기가 교차 서술된다.
우주를 꿈꾼 여성들 (타냐 리 스톤 지음, 김충선 옮김, 돌베개 펴냄, 216쪽, 1만3000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본격적인 우주 경쟁의 시대에 우주 영웅으로 추앙받았던 미국 7명의 우주비행사 ‘머큐리 7’ 그늘에 가려졌던 여성 우주비행사들의 이야기. 우주 비행사 테스트를 우수한 성적으로 통과했지만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우주에 갈 수 없었던 13명의 여성 ‘머큐리 13’의 성공하지 못한 도전을 다루고 있다.
최고의 교실 (다이앤 태브너 지음, 우미정 옮김, 더난출판 펴냄, 376쪽, 1만7000원) 18년 전 미국의 작은 차터스쿨로 시작한 서밋스쿨은 미국 사회에서 ‘미국 최고의 고등학교’, ‘가장 혁신적인 학교’로 선정되었으며, ‘1대1 멘토식 교육’으로 유명하다.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서밋스쿨의 교육법을 담은 책으로 우리가 아이들을 위해 ‘왜,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포스트 코로나 로드맵 (이종호 지음, 북카라반 펴냄, 268쪽, 1만5000원)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과학 관련 저서 100여 권을 집필한 바 있는 저자는 최근 우리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에 적응하고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설명한다. 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발표한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유망한 기술 25를 8개 분야로 나누어 소개한다.
나는 초보 교장입니다 (한선희 지음, 리더북스 펴냄, 312쪽, 1만6000원) 30여 년간 교직에 몸담고 초등학교 교장이 된 지 1년이 넘은 초보 교장이 썼다. 아이들과 학부모를 코칭한 교육자로서 학교생활을 안내하고, 학교에서 좌충우돌 부딪히며 깨달은 교육의 본질과 교사·교장의 고민을 풀어냈다. 교장으로서 학교구성원들을 변화시키고 성장해 나가는 선한 영향력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교사가 교장이 되는 과정도 다룬다.
교사의 자존감 (서준호 지음, 알에이치코리아 펴냄, 328쪽, 1만6800원) 교사라는 집단의 특징과 이들이 마주하는 심리문제,건강한 자존감을 유지하는 방법을 이야기한 책. 교사라는 집단의 특수성을 진단하며 교사의 자존감만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현직 교사이자 마음전문가인 저자는 교사의 자존감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와 역동을 분석하고, 이를 어떻게 풀어가는지 ‘심리극’이란 장치를 통해 보여준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출발한 기차는 하루를 꼬박 달리고도 아직 크즐로르다에 도착하지 않았다. 도착 예정 시간을 서너 시간 남겨두고 지루해지려는 찰나, 작은 역에 기차가 멈춰 섰다. 아주 잠깐 정차한 기차는 다시 작은 역을 떠난다. 찬바람이 객실로 들어오고 잠시 후 아가씨 세 명이 내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외투에 묻은 찬 기운이 후텁지근한 객실을 잠시 시원하게 만들었다. 그녀들은 친구네 집에서 놀다가 크즐로르다에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했다. 각자 이름을 소개하는데 웃음이 피식 나왔다. 굴샷, 굴나라, 굴자나. ‘굴’ 시스터즈다. 카자흐스탄 여자 이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굴’은 꽃을 뜻한다. 한국에서는 아주 맛있는 해산물 이름이 굴이라고 하니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한국 사람이라고 소개하니 크즐로르다에는 한국인 영웅이 살았던 곳이 있다고 한다. 심지어 그 영웅의 이름을 딴 거리도 있다고 했다. 소련 시절, 의문의 죽음을 당한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가 태어난 곳이라고는 알고 있었는데 영웅이 살았다는 건 금시초문이었다. 굴 시스터즈 말고도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영웅에 대해 한마디씩 거들었다. 그 영웅의 이름은 ‘혼벤도’라고 하는데 연관되는 사람이 없었다. 일본 사람을 한국 사람으로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닐까 싶었다. 기차에서 내려 역을 빠져나가는데 굴 시스터즈가 따라왔다. 그녀들도 아직 혼벤도 거리를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같이 가자는데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택시를 탔다. 굴 시스터즈가 가격 흥정을 했다. 기차역에서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혼(Хон)으로 시작되는 거리 표지판이 눈에 들어왔다. 집마다 러시아어 표기가 제각각이었다. 어느 집 앞에서 마주한 이름을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지인들이 말하는 한국인 영웅은 청산리·봉오동전투에서 아주 큰 공을 세운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이었다. 조금 호들갑을 떨며 굴 시스터즈에게 어떤 사람인지 설명을 해주고 있는데 작은 소란을 듣고 이웃에 아주머니가 대문을 열고 나왔다.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고 말하고 한국에서 온 한국인이라고 소개를 하자 홍범도 거리 끝에 가보면 그와 관련된 공간이 있다고 친절히 알려준다. 문 하나하나에 적힌 홍범도 이름을 눈으로 확인해가며 길 끝에 다다르자 회색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벽 한가운데에서 아주 작은 간판을 찾았다. ‘이 거리를 1937년 극동지방에서 중앙아시아로 이주해온 한국의 국민 영웅 홍범도의 이름을 붙입니다.’ 간판 앞에 머물러 있는 우리를 보고 행인이 다가오더니 멀지 않은 곳에 홍범도 장군의 묘지가 있다고 알려주었다. 택시로 5분 정도 걸렸을 정도로 가까운 곳에 묘소가 있었다. 묘소 앞에는 ‘통일문’이라고 적힌 대문이 서 있었고, 그 문을 지나자 한글이 적힌 묘비들이 눈에 들어왔다. 계봉우 독립운동가와 그의 부인 김야간 여사의 묘지가 보였고, 그 옆으로 홍범도 장군의 묘소가 자리했다. 묵념을 하고 주변에 고려인들 묘지를 둘러보았다. 높은 억새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안타깝게도 묘지 주변은 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너무 춥고 배도 고파서 오래 머물 수는 없었다. 이제 그의 거리도 그의 묘지도 어디에 있는지 알았으니 다시 찾아오면 된다. 그때는 국화를 몇 송이 미리 챙겨야겠다. 오늘 함께해 준 굴 시스터즈에게 밥 한 끼를 대접하기로 했다. 시내에는 한국 식당도 서너 군데가 있었다. 택시 기사가 안내하는 괜찮은 한식당으로 갔다. 식당 주인이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주 반갑게 맞아주셨다. 이곳에 오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니 의외라는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울에 관광지도 아닌 이곳에 올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한국인이라면 이곳을 지날 때 크즐로르다에 꼭 들러야 하지 않을까. 굴 시스터즈에게 맵지 않은 한국 음식을 대접했다. 굴 시스터즈에게 굴 음식을 꼭 맛보여주고 싶었는데 카자흐스탄은 바다가 없는 나라다. 인터넷으로 굴 사진을 보여주니 처음 보는 음식 앞에 먹는 거냐고 묻는다. 그 광경을 보고 있던 주인장께서 굴 음식에 관해 설명을 해주니 그제야 정말 귀한 음식이란 걸 알겠다는 표정이다. 김치찌개로 속을 데우고 나니 움츠렸던 어깨가 펴지려고 한다. 저녁 기차로 크즐로르다를 떠나야 하는 시간이 다가왔다. 기차역으로 가는 택시를 타면서 굴 시스터즈와 아쉬운 작별을 했다. 오늘 꽤 추운 날이었는데 홍범도 장군을 만났고, 굴 시스터즈가 함께 해주어 견딜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카자흐스탄을 횡단하게 된다면 홍범도 장군을 다시 만나겠다는 약속과 그의 유해가 한국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크즐로르다를 떠났다. *편집자 주 : 홍범도 장군의 유해는 카자흐스탄과의 협의에 의해 2021년 내 국내송환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앞서 홍범도 장군과 같은 묘지에 있었던 계봉우 지사와 부인 김야간 여사의 유해는 2019년 국내로 봉환된 바 있다.
도서관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개념 중 하나는 학습공유(Learning Commons)이다. 학급공유 개념은 이미 1900년대 정보공유(Information Commons)의 개념에서 발전되어 학습자가 원하는 형태의 다양한 수업활동이 수용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개념으로 확대되었다(EDUCASE 2011:1). 이에 대한 선진국의 생각은 [그림 1]의 가이드라인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외국어·영어·수학 등 인문계열 교과부터 과학·디자인·미술·음악 등 실습 중심의 교과들도 모두 중앙의 도서관과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교과는 도서관으로 통한다 [그림 1]의 공간 배치를 학습공유 개념과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하다. 수학교과를 가정해 보자. 수학교실이 도서관 인근에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교사와 학생들은 도서관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그들은 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다음의 두 가지를 접하게 될 것이다. 첫째, 수학수업을 위한 공간만이 아닌 디자인수업·음악수업 등 다양한 수업을 위해 조성해 놓은 공간들과 접하게 된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새로운 수업방식을 도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접하게 된다. 둘째, 만약 방문한 도서관에 다른 그룹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면 서로 융합하거나 관찰할 수 있는 기회까지도 마련되어진다. 즉, [그림 1]의 공간배치를 통하여 알 수 있는 것은 해당 학교가 다양한 수업활동의 도입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위와 같은 상황은 어디까지나 학교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 환경을 조성해 주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아래와 같은 명언이 있다. “도서관에 대한 생각은 교육에 대한 학교의 생각을 이해하는 척도다.” (Harold Howe, former US Commissioner of Education, 1967) 최근 들어 다양한 형태의 도서관이 조성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도서관을 연상해 보면 [그림 1]과 같은 형태는 쉽게 생각하기 어려운 구조라 판단된다. 또한 아무리 최근에 조성된 도서관이라 할지라도 재료마감·색상 등 건축적인 측면의 변화는 있지만, 전통적인 도서관 형태를 근본적으로 벗어나지 못하였을 수도 있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도서관 공간 재구조화를 위해 필요한 핵심적 개념들을 중심으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공간의 융통성 확보가 중요하다 [그림 2]는 노르웨이 오슬로에 위치한 Kuben 고등학교 도서관 모습이다. 건물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으며, 가장 특징적인 것은 도서관 출입이 자유롭도록 벽이나 출입문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학습공유공간으로의 재구조화를 실천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접근성(Access) 확보라는 것은 이미 선진국에서는 통용되고 있는 개념이다(British Columbia Teacher-Librians’ Association 2017:7). 앞에서 논의한 것과 같이 학습공유공간은 학습자의 다양한 수업형태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공간의 융통성을 확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림 3]은 노르웨이의 Valle Hovin 고등학교 도서관 사례로, 융통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서가를 최소화함과 동시에 서가 이동의 편의성을 돕도록 서가에 바퀴를 설치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은 학습공간으로 조성되어 있어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하다. 21세기 학습자 중심의 교육과정에 있어서 가장 필요하게 여겨지는 것이 협업 및 개별학습이다. 도서관 내부도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여 적극적으로 개별학습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실제로 Alison(2016:12)의 연구에 의하면 사서·건축가·컨설턴트의 종합적인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조성되어야 하는 공간 1순위는 협업공간(82%), 2순위가 개별학습공간(73%)으로 조사되었다. [그림 4]는 호주에 위치한 Nothern Chritian School로 왼쪽에 독립된 협업 학습공간과 개별학습공간이 구성된 것을 볼 수 있다. 도서관 공간 재구조화 사례 필자는 학교공간 재구조화와 고교학점제 공간 구성 등 다양한 연구들을 수행하면서 교육과정혁신에 있어 도서관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음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그림 5]는 연구결과물로 제시했던 도서관 재구조화 모형이다. 서가공간과 학습공간으로 구분하되, 수업공간은 서적관리를 위해 가변형 공간으로 구성하고, 학습공간은 시간과 공간의 접근성이 높도록 개방형으로 디자인하였다. 또한 학습공간은 협업 및 개별학습이 가능한 구조이다. 우리나라 학교 중에서 중소도시 이상에 위치한 과밀학교나 교육과정이 경직된 고등학교 등은 학교공간 재구조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더라도 공간이 부족하다 보니 큰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적은 노력과 예산으로 큰 효과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것이 바로 도서관 공간 재구조화이다. 그 이유는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다양하고 창의적인 공간을 복합적으로 구성할 수 있고 수업활용도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학습공유형(Learning Commons) 도서관’의 우수사례가 다양하고 많이 발굴되어 미래 교육과정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교육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
동학개미의 잇따른 승전보 주식투자 열풍이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잃기만 한 국내 투자자들이 똘똘 뭉쳐 수익을 내고 있다. 그래서 ‘동학개미’다. 테슬라 등 해외 주식투자에도 나선다. 그래서 ‘서학개미’다(국내 투자자는 1월에 ‘테슬라’만 무려 1조 4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실제 이들의 승전보가 이어진다. 반대로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고 ‘KODEX200선물인버스2×(코스피 200의 하락비율의 2배만큼 수익을 가져가는 상품)’같은 ETF에 투자한 투자자는 ‘매국개미’로 불린다. 이런 일도 있었다. ‘네이버 지식iN’에 어느 투자자가 혹시 ‘환불이 안 되나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BTS의 ‘빅히트’가 상장되자 5천만 원을 투자했다는 이 투자자는 주가가 폭락하자 ‘아직 매입한지 하루도 안됐는데 혹시 환불할 방법이 없나요?’라고 물었다. 그야말로 장안의 화제가 됐다. 우리 투자자들이 얼마나 서둘러 증시에 뛰어든다는 반증이다. 흔한 주식투자 패턴과 주식투자 비결 자산시장이 급등하면 흔하게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이번에도 비슷한 친구나 이웃들을 자주 만난다. 최근 몇 달 동안 부쩍 ‘김 기자는 ##주식 안사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이들의 패턴은 놀랍게도 비슷하다. 물론 열심히 공부하는 투자자도 많다. 하지만 ‘주가’는 몇 가지 요소로 결정되지 않는다. 예측이 정말로 어렵다. 기업을 공부해도 시장이 바뀐다. 시장을 공부하면 제도가 바뀐다. 결정적으로 사람의 마음은 이유 없이 바뀐다. 그 사람의 마음이 ‘가격’을 최종 결정한다. 오늘 아침 TV에는 37년간 주식투자를 했다는 유명 원로 탤런트가 주식투자 비결을 설명했다. ‘투자하는 기업 종업원의 성실함’까지 살폈다고 했다. 그만큼 따질 게 많다는 뜻이다. 그런데 투자기업 직원들의 성실함은 어떻게 평가할까? 유명 펀드매니저와의 수익률 게임에서 승리한 원숭이 지난 2000년 월스트리트는 원숭이와 아마추어 투자자, 유명 펀드매니저와 함께 10개월간 수익률게임을 했다. 결과는 원숭이의 승리였다(투자기간이 더 길었으면 펀드매니저가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았을 것이다) 원숭이는 -2.7%, 펀드매니저는 -13.4%, 일반 투자자는 -28.6%의 안타까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러니 ‘증권사 추천종목’은 피하는 게 상책이란 말이 나온다. 국내에도 비슷한 실험이 몇 차례 있었다. 심지어 앵무새가 펀드매니저를 이긴 적도 있다. 미래의 가격을 예측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수많은 펀드의 성적이 벤치마크(시장 기준이 되는 주요 지수들)나 ‘코스피200’보다 못할 때가 많다. 이럴거면 도대체 펀드운용을 왜 할까? 그러니 열심히 공부한다고, 장기투자한다고, 분산투자한다고 다 돈 버는 것 아니다. 열심히 시장을 공부해서 진짜로 돈을 벌 수 있다면 경제학 교수들이 모두 수천억대 부자여야 하지 않을까? 주식시장은 사실 제로섬 시장이다 이것도 따져보자. 일단 내가 주식에서 돈을 번다면 그 돈은 어디서 온 것일까? 기업의 자본금을 공공이 투자해서 채워 넣는 주식시장은 사실은 제로섬이다. 기업의 부가가치가 올라 주가가 유지된다면 오른 만큼의 부는 투자자에게 이전되지만, 만약 유동성이나 투기심리만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주가는 다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증시는 100% 제로섬시장이 된다. 제로섬시장에서 내가 100만 원을 벌었다면, 누군가 한반도 저편에서 100만 원을 잃었단 뜻이다. 결국 ‘돈 놓고 돈 먹기’ 게임이다. 당신은 과연 그를 이길 수 있을까? 그의 정보력·분석력·자금력을 이길 수 있는가?(그는 오늘 하이닉스에 7천2백억 원을 투자할 수도 있다.) 반대로 수백억 원의 연봉을 받는 맨해튼의 투자은행 CEO는 도대체 누구의 돈으로 월급을 받는 것일까? 그가 오늘 이스트햄튼의 저택에서 헬기로 출근할 때 들어가는 비용은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온 것일까? 누군가 돈을 잃은 만큼 누군가 돈을 번다는데, 그럼 개인투자자는 왜 늘 손실을 볼까?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남이 돈을 벌 때’ 주식투자에 뛰어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는 이미 자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1차 (기관)투자자은 떠날 채비를 할 때다. 대중의 관심이 모아지고 언론보도도 증가한다. 친구들이 만나면 죄다 ‘주식’을 이야기한다. 모두가 한 가지 결정을 내렸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그러다 순식간에 자산가격이 급등하고, 미처 참여하지 못한 친구들의 한탄이 이어진다. 이쯤 되면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믿음이 강해진다(주당 500원 하던 주가가 5만 원이 됐는데, 누군가 100만 원의 목표주가를 제시한다). 이렇게 가장 많은 투자자가 몰렸을 때 주가는 하락을 시작한다. 가격이 출렁인다. 대중들은 이를 믿지 않고 ‘정신승리’로 버틴다. 한두 번 다시 오르던 주가는 결국 폭락한다. 시장은 공포에 잠기고 아예 팔기조차 힘들어진다. 멀쩡한 회사 주식까지 팔아치운다. 게다가 우리는 빚을 내서 투자한다. 빚내서 하는 투자는 이자부담도 있지만, 늘 시간에 쫓긴다. 주식투자의 최고장점은 사는 시점과 파는 시점을 내가 결정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출을 받는 순간, 이 ‘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내 성문을 열어놓고 다른 성을 공격하러 간 장수는 빨리 공격에 성공하고 돌아와야 한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그 장수가 이길 가능성은 그만큼 낮아진다. 국내 투자자들의 신용공여(빚내서 투자)는 19조 원을 육박한다. 만약 우리가 한두 달 공부해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자본시장이 존립할 수 있을까? 그러니 “주식으로 왜 개인투자자가 쉽게 돈을 벌수 없는가?”의 답변은 너무 간단하다. “돈은 원래 쉽게 벌 수 없다.” 그러니 증시에 뛰어들 계획이 있다면 반드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왜 투자하는가?’ 주가가 급증하자 최근 자주 등장하는 운용사 대표분이 있다. 부자 되기 습관이라는 베스트셀러도 냈다. 말씀도 참 쉽고 재미나게 하신다. 수십만 명이 그의 유튜브 채널을 구독한다. 참고로 그가 대표로 있는 운용사의 대표 펀드는 지난 5년간 수익률이 -17.42%다. 주식으로 돈 버는 것, 절대 쉬운 게 아니다.
흔히 서울 등 수도권은 3월 하순쯤 꽃이 피기 시작하는 걸로 생각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개나리·진달래·백목련은 3월 하순쯤 피기 시작하는 것이 맞지만, 서울 주변 천마산·화야산·축령산 등에 가면 3월초에, 빠르면 2월 말에도 피는 꽃들이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꽃들이 필까. 국내 대표적인 야생화 동호인 모임인 ‘야사모(야생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이트에 지난해 3월 한 달 동안 어떤 꽃이 올라왔는지 살펴보았다. 꽃쟁이들이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올린 꽃은 노루귀(14건)였다. 이어 얼레지(8건), 만주바람꽃과 깽깽이풀(각각 7건), 꿩의바람꽃, 산자고(각각 6건) 등 순이었다. 그다음으로 너도바람꽃, 동강할미꽃, 중의무릇, 올괴불나무, 큰괭이밥, 잔털제비꽃(각각 3건)이 있었다. 이런 야생화들이 3월초부터 산에 들에 피어나니 꽃쟁이들이 담아 올리는 것이다. 지난해는 신종 코로나 영향으로 올린 야생화 수가 적긴 했지만 패턴은 예년과 차이가 없었다. 설레는 새봄 첫 산행에서 만나는 앙증맞은 꽃, ‘노루귀’ 먼저 노루귀는 숲속에서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 여러해살이풀이다. 3~4월 잎이 나기 전에 꽃줄기가 먼저 올라와 앙증맞은 꽃이 한 송이씩 하늘을 향해 핀다. 꽃색은 흰색·분홍색·보라색 등이다. 노루귀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자라기 때문에 새봄 조금만 부지런하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꽃이다. 초봄 야생화가 대개 그렇듯, 다 자라도 10㎝가 넘지 않는 작은 식물이다. 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은 책 한국의 야생화에서 노루귀에 대해 ‘설레는 새봄 첫 산행을 떠나면 매번 앙증맞고 사랑스러운 꽃을 피우고서 기다리고 있는, 반갑기 이를 데 없는 작은 꽃’이라고 했다. 노루귀라는 귀여운 이름은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 잎 모양, 꽃싸개잎과 줄기에 털이 많이 난 모양이 꼭 노루의 귀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얼레지는 비교적 높은 산의 숲속에서 자라는 백합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이른 봄에 꽃대가 올라오면서 자주색 꽃 1개가 밑으로 숙이고 피는데, 꽃잎을 뒤로 확 젖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원예종 중에서 시클라멘이 꽃잎을 뒤로 확 젖힌 것이 얼레지와 많이 닮았다. 얼레지라는 이름은 녹색 이파리 여기저기에 자줏빛 얼룩이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강원도에서는 잎을 나물로 먹기도 하는데, 충분히 우려내고 먹지 않으면 심한 설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하니 주의가 필요하다. 뿌리에 녹말가루가 많이 들어 있어 예전에는 구황식물로 쓰였다. 경기도 가평 화야산은 초봄 얼레지로 유명한 곳이다. 야생화에 관심을 가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화야산에서 얼레지를 처음 ‘알현’했다. 작은 암자인 운곡암을 지나 조금 더 올라가면 얼레지 군락지가 있다. 얼레지는 구름이 끼거나 추우면 꽃잎을 뒤로 젖히지 않는다. 따뜻한 낮이어야 곤충들이 꿀을 구하러 돌아다닌다는 것을 용케도 알고 있는 것이다. 한번은 꽃이 뒤로 젖혀지기를 한참 기다리다가 답답해 꽃을 손톱으로 한 대 때렸더니 신기하게도 꽃잎이 뒤로 젖혀졌다. 함께 간 어린 딸은 “두드려야 열리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꽃대, ‘바람꽃’ 만주바람꽃은 3~4월 산지의 계곡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꽃이다. 잎 사이에서 꽃줄기가 나와 지름 1.5㎝ 정도의 꽃이 2~3개씩 달린다. 만주바람꽃 잎은 살짝 붉은색을 띠고 있어서 익숙해지면 금방 구분할 수 있다. 바람꽃 종류는 찬바람이 부는 초봄에 피기 때문에 마구 흔들려서 사진을 담을 때 초점 맞추기가 쉽지 않다.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야 겨우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바람꽃’이라는 이름은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는 여린 꽃대를 갖고 있어서 붙인 것 같다.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에서 자란다는데, 남양주 천마산에 가면 만주바람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만주바람꽃과 공동 3위를 기록한 깽깽이풀은 한번 보면 매혹당할 수밖에 없는 아름다운 야생화다. 6~8장 달리는 연한 보랏빛 꽃잎이 참 신비롭고도 곱다. 꽃이 먼저 핀 다음 뒤따라 잎이 돋아난다. 수술의 꽃밥은 노란색인 것과 자주색인 것이 있다. 희귀식물이라 야생 상태에서 만나기가 쉽지 않고 만나더라도 꽃잎이 쉽게 떨어져 온전한 상태인 꽃을 보기가 쉽지 않은 꽃이다. 한번은 이 꽃을 보러 포천 강씨봉 근처까지 갔는데, 좀 늦게 가서 그런지 꽃잎을 다 달고 있는 꽃송이가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실망한 적이 있다. 공동 5위인 꿩의바람꽃은 만주바람꽃과 비슷한 시기에 만날 수 있다. 꿩의바람꽃은 꽃 지름이 3~4㎝로 바람꽃 중에선 비교적 크다. 8~13개의 흰색 꽃잎(꽃받침조각)이 빙 둘러 달린 것이 시원시원한 인상을 주는 꽃이다. 산에 가면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는 야생화다. 만주바람꽃, 꿩의바람꽃 등 바람꽃 종류는 대개 이른 봄에 꽃을 피워 번식을 마치고 주변 나무들의 잎이 나기 전에 광합성을 해서 덩이뿌리에 영양분을 저장하는 생활사를 가졌다. 남들보다 한발 앞서가는 부지런한 식물인 셈이다. 변산바람꽃을 시작으로 너도바람꽃, 만주바람꽃, 꽃대에 한 송이만 피는 홀아비바람꽃, 꽃이 노란 회리바람꽃 등이 봄에 피고, 8월에 설악산에서 피는 그냥 바람꽃까지 우리나라에 10여 종의 바람꽃 종류가 있다. ‘덤’으로 보고 오는 곱디고운 야생화, ‘산자고’ 산자고는 꼭 한번 소개하고 싶은 꽃이었다. 산자고는 백합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숲 가장자리나 숲 근처 양지바른 곳이 산자고가 사는 곳이다. 길지 않은 꽃자루 위에 여섯 장의 길쭉한 꽃잎이 가지런히 있다. 꽃잎에는 가느다란 보라색 줄이 나 있고, 그 속의 샛노란 수술이 보이는 것이 참 예쁘다. 잎은 보통 뿌리에서 선형의 길쭉한 잎이 2장씩 달린다. 산자고는 보통 다른 꽃을 보러가서 덤으로 보는 야생화였는데, 일부러 멀리까지 산자고를 찾아간 적도 있다. 군산 앞바다 선유도 옆에 있는 장자도였는데, 고운 산자고가 바위틈에 엄청 많아 몇 시간 차를 타고 간 것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다음으로 너도바람꽃, 동강할미꽃, 중의무릇, 올괴불나무, 큰괭이밥, 잔털제비꽃 등도 3월에 꽃쟁이들이 꽃을 보러 가서 흔히 만나는 꽃이다. 이중 중의무릇은 산자고와 같은 백합과 식물이다. 3월 초순부터 한 꽃줄기에 4~10개씩 귀여운 노란색 꽃이 달린다. 잔털제비꽃은 하얀색 꽃이 피는 제비꽃 종류로, 꽃줄기 전체에 잔털이 있고 잎이 둥글고 연한 녹색인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처음 그에 대한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다. 교장선생님이 점심시간 급식지도를 하고, 코로나 방역에 필요한 학생지도를 전담한다는 이야기였다. 게다가 교과수업은 물론 동아리반 지도까지 한다. 교사들이 가장 꺼려하는 것 중 하나인 ‘당번근무’도 대신 맡았다. 학교알리미를 통해 드러난 지표도 눈을 의심케 한다. 지난해 학교폭력신고 건수가 제로(0)이다. 선도위위원회도 열린 적 없다. 고교 입시를 앞두고는 전국의 유명 사립고 10여 곳이 학교를 찾아 신입생 설명회를 연다. 서민 밀집지역이어서 녹록하지 않은 학교로 알려졌는데 드러난 결과는 딴판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서울 관악구 소재 신림중학교 김현태 교장. 지난해 공모교장으로 부임한 그는 교사들이 수업과 상담 등 생활지도에만 전념하는 여건 조성을 약속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신림중은 지역 명문학교로 급부상, 세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선생님들은 수업에만 전념하세요” 김 교장은 수업하는 교장으로 유명하다. 교사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좀 더 나은 수업을 위해 무엇을 지원해야 하는지 알기 위해 수업을 자청했다. 또 아직은 교단에서 아이들과 눈 맞추고 호흡할 자신이 있었다. 그는 일주일에 4~6시간 수업을 맡는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교사가 수업할 수 없을 때면 보강은 김 교장이 맡는다. “교장은 지시하고 행정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전문성을 가지고 수업도 직접 해내야 하죠. 그래야 교사들이 교육본연의 활동에 충실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는 수업만큼은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실제 김 교장은 서울동작관악 수업지원단 단장을 맡을 만큼 실력을 인정받는다. 수업만이 아니다. 동아리 활동에도 참여한다. 자유학년제 주제인 창의과학반·과학실험반을 맡아 원격수업으로 진행한다. 유튜브 제작에도 능해 그가 만든 다양한 수업자료와 동아리활동 자료는 학생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다. 교무실 분위기 역시 남다르다. 우선 수업과 상담 등을 제외한 웬만한 업무는 교장과 교감이 맡아서 한다. 선생님들은 다른 일 신경쓰지 말고 좋은 수업만을 위해 노력해 달라는 주문이다. 그는 또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자 방역 담당을 자청했다. 교문에서 발열체크는 물론 손씻기까지 일일이 지도하고 자가검진도 매일 확인했다. 점심시간이면 급식지도를, 수업과 수업사이 쉬는 시간엔 복도 생활지도가 그의 몫이었다.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 김 교장의 노력 덕에 학생들이 달라졌다. 학교폭력이 사라졌다. 선도위원회에 올라온 사건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생활지도가 잡히자 김 교장은 학력신장으로 눈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늘어나면서 학생들 간 교육격차가 벌어지고 전반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조짐이 보였다. 고심 끝에 인근 서울대 사대 김희백 학장을 찾아갔다. 일면식도 없는 사이였지만, 용기를 내 서울대생을 멘토로 초청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서울대 측은 흔쾌히 동의했다. 중학교 교장이 서울대를 찾아와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싶다며 도움을 요청한 것은 김 교장이 처음이란다. 이후 멘토링 프로그램이 개설되고, 맞춤형 교육이 실시됐다. 서울대생 1명이 신림중 학생 1~3명을 개별 지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고입 설명회에 전국단위 자사고 몰려 멘토링 프로그램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간 운영됐다. 겨울방학 땐 윈터 스쿨을 개설, 서울대생 10명이 신림중 학생 56명을 단과반 형식으로 가르쳤다. 학생들이 어려워하는 영어·수학교과에 집중했다. 단순한 강의식 수업이 아니라 학생 수준별 반편성을 통해 수월성교육까지 이뤄졌다. 윈터스쿨에 참여한 김다현 씨(서울대 국어교육 3)는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였지만, 하나라도 더 배우겠다는 학생들의 열정에 가르치러 왔다가 더 많은 것을 깨닫고 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김 교장은 “올해 새 학기를 맞아 서울대와 신림중 멘토링 2.0 스쿨을 개설, 원격으로 질문과 상담을 주고받을 수 있는 보다 발전된 모델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지난해 12월엔 신림중 개교이래 처음있는 일이 발생, 주위를 놀라게 했다. 고입 전형을 앞두고 김 교장은 또 한 번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진로에 고민하는 학생들을 위해 전국 유명 고등학교 관계자들을 학교로 불러 진학설명회를 연 것이다.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전국단위 자사고·자율고 등이 몰려와 학생들과 1대1 상담을 가졌다. 신림중 개교 이래 이처럼 많은 고등학교가 찾아온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김 교장도 소매를 걷어붙였다. 직접 분석한 자료를 토대로 ‘2021학년도 고등학교 선택 전략'이란 특강을 열었다. 직장인 부모들을 고려, 오후 6시 반에 시작한 특강은 밤늦게까지 진행됐다.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조차 자리를 뜨는 사람을 찾기 힘들었다. 자녀의 진로를 고민하던 학부모들에게 진학설명회와 김 교장의 특강은 큰 도움이 됐다. 3학년 담임을 맡았던 정소영 교사는 “고등학교 진학은 물론 대입 전략까지 장기적 안목으로 통찰력 있게 맥을 짚어주는 바람에 학부모들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학부모 최정순 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진로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무척 어려웠는데 학교측이 마련한 입학설명회는 다양한 학교들이 참석해 비교 분석까지 가능했다”며 고마워했다. 예상 밖 호응에 학교 측도 놀랐다. 김 교장은 올해는 5~6월경 진학설명회를 열 계획이다. 1학기에 미리 진로를 정하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한 걸음 더 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서울 협력교사제 꼭 성공하고 싶어” 신림중은 반듯하고 공부만 잘하는 학교가 아니다. 축구 하면 또 신림중이다. 지난 1983년 창단한 신림중 축구부는 전국대회 제패는 물론 수많은 국가대표와 프로선수를 배출한 명문이다. 단순한 기술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축구와 관련된 생리학·심리학 분야까지 연구하고 지도한다. 어린 나이에 혹사당하는 일이 없도록 과학적 프로그램을 통해 정신과 신체가 건강한 선수로 육성하고 있다. 이뿐 아니다. 공부하는 운동선수 기치에 맞게 학업에 충실한다. 축구부 교실에 학습독서실을 만들어 운동을 마치면 언제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했다. 실제 신림중 축구부 학생들은 최저학력기준에 미달한 학생이 단 한 명도 없다. 김 교장은 “당장 눈에 띄는 선수보다 앞날을 내다보고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이것이 신림중 축구부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올해 김 교장은 서울시교육청이 추진하는 협력교사 프로그램이 기대를 걸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수학교과에 꼭 필요한 협력교사를 임용할 계획이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성공해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 학부모와 학생이 1대1 매칭이 돼 함께 책을 읽는 독서교육활동도 올해 그가 이루고 싶은 소망의 하나다. “교사가 본분에 충실한 교육, 그것이 교육의 왕도”라고 김 교장은 말했다.
김영곤 국립국제교육원장(사진)은 교육부 관료로서는 보기 드문 국제통이다. 아시아-유럽 정상회의인 ASEM 파견근무를 시작으로 OECD 본부 근무를 거쳐 교육부에서 국제협력관을 지냈다. 부드러우면서도 흐트러짐 없는 일 처리는 오랜 시간 다져온 외교적 감각의 산물이다. 지난 2019년 5월 취임한 김 원장은 지난해 한국어능력시험의 법적근거가 되는 「고등교육법」이 국회에서 통과되고 GKS 활성화 등 고등교육 국제화에 기여한 것을 가장 의미 있는 일로 기억했다. 올해는 한국어능력시험에 인터넷 기반 평가체제(IBT)를 구축하고 외국인 유학생 유치를 늘리는 한편 저소득층 학생들의 영어교육을 지원하는 사회적 책임도 소홀히 하지 않을 계획이다. 코로나가 사라져 교육분야 국제교류가 예전처럼 활기를 찾아 ‘교육 한류’를 세계에 알리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는 김 원장. 인터뷰는 지난 2월 8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국립국제교육원 원장실에서 한 시간가량 진행됐다. 올해로 국립국제교육원 출범 60주년을 맞습니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1962년 출범 초창기만 해도 재외국민교육이 주 업무였죠. 그러던 것이 1990년대 이후 정부가 국제교류협력에 치중하면서 글로벌인재양성 중심기관으로 탈바꿈했고, 줄곧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정부초청장학사업인 GKS(Global Korea Scholarship)는 작년에만 1,300명을 초청, 누적 인원이 1만 명을 넘어섰고 유학생 유치 역시 지난해 18만 명을 돌파했습니다. 특히 유학생 유치는 학생 1명당 1,576만 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중요한 ‘교육시장’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 교육분야 국제 교류협력의 중심기관으로 더욱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하게 되는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TOPIK의 경우 AI 등 첨단기술을 적용한 인터넷 기반 시험(IBT)을 구축, 응시자의 편의를 높일 계획입니다. 현재 TOPIK은 전 세계 80개국에서 해마다 37만 명 이상이 참가할 만큼 열기가 뜨겁습니다. 조만간 5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으며, IBT 체제가 완성되는 2023년에는 100만 명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아울러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유학박람회는 온·오프라인 투트랙으로 유연하게 추진하게 됩니다. 또 ODA 사업 활성화에도 주력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관으로 면모를 일신할 생각입니다.” 코로나로 상황이 쉽지 않은데 해외 유학생 유치는 어떻게 늘려나갈 생각인지요. “외국인 유학생 유치는 교육수출이라는 경제적 측면과 함께 글로벌 인재 확보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미국·캐나다·영국·중국·일본 등 주요 국가들이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 유치에 발 벗고 나서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우리나라는 작년에 코로나19로 잠시 주춤했지만, 외국인 유학생 규모는 18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온라인 서포터즈를 통한 비대면 홍보활동을 활성화하고 국내외 관련 기관과의 협력도 강화할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해외 현지 대사관 및 한국교육원의 협조를 얻어 국가별 맞춤형 유학박람회를 개최하고 국내 지자체와 협력을 통해 지방대학의 우수성을 집중 홍보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우리의 강점 분야인 IT 등 기초산업분야를 집중 홍보하는 전문대 특화 박람회도 새롭게 운영합니다.”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지방대학들은 국제교육원에 기대가 클 거 같습니다. “우리 원은 지난 2015년부터 지방대 선발트랙을 개설, 우수한 외국인 유학생들이 지방대학에 진학하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실제 유학생 이공계 배정 인원이 2018년 100명에서 2020년에는 240명으로 늘었고요. 특히 공관전형 지원자의 지방대 지원을 의무화, 지방대학 육성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예컨대 국내대학 지원 시 1~3지망 중 1개 지망은 반드시 비수도권 대학을 포함하도록 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올해 학부 선발부터 적용되는 데 강원대를 비롯 36개 지방대학이 참여하고 있죠.” 그동안 교원들에게 큰 관심을 모았던 교원 해외파견은 규모가 줄어들었습니다. 이유가 궁금한데요. “교원 해외파견은 수학·과학·ICT·한국어 교사들을 개발도상국에 보내 기초교육 향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난해 말 현재 21개국에 538명을 파견했고요. 그런데 지난해 코로나 영향과 현지 국가들 사정으로 인원 조정이 불가피해졌습니다. 지난 2018년 131명이던 것이 올해 79명으로 줄었으니 감소세를 보인 것도 사실이고요. 하지만 이 사업은 중단 없이 진행돼야 합니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2월 중 말레이시아와 키르기스스탄에 수학·과학 및 한국어교육을 담당할 교원 15명을 파견합니다.” 교사들이 개도국 등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세계시민의식을 기르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교육에 도움이 되는 일인데 아쉽습니다. “시·도교육청과 좀 더 적극적인 협력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경기도교육감을 만나 협조도 부탁했고요. 현직교원은 물론 예비교원부터 퇴직교원까지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원어민중국어보조교사(CPIK) 및 원어미영어보조교사(EPIK) 사업은 예정대로 추진되는지요. 무엇보다 코로나19 예방이 신경 쓰입니다만. “CPIK 사업은 코로나로 인해 지난해 추진되지 못했습니다만 올해는 중국 측과 협의를 거쳐 전국 10개 교육청에 96명을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들은 백신접종과 함께 입국 후 14일간 임시시설에 격리됩니다. 2월에 입국한 원어민영어보조교사 역시 임시 생활시설에 위탁하는 등 방역지침을 준수하게 됩니다. EPIK 인원은 올해 550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원어민보조교사들의 질적인 부분도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지적입니다. 우리 원에서도 철저한 질 관리를 통해 우수한 원어민보조교사들을 배치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영어보조교사는 대학에서 교육학을 이수했는지를 반드시 확인합니다. 이건 의무조항이죠. 또 TESOL과 같은 검증과정도 거치고 있습니다. 중국은 국가차원에서 선발하는데 대부분 석사학위 이상 소유자들이죠.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개인적 일탈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적극 관리하고 있으니 믿으셔도 됩니다.” 국제교육원은 사회적 가치 실현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원은 책임운영기관으로서 사회·경제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장학 및 교육기회 제공사업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기초교육향상 지원 등 국제 장학 프로그램(GKS)과 교원해외파견 사업과 같은 교육 ODA 사업을 통해 공공성 강화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아울러 교육격차 해소방안의 하나로 실시되는 ‘찾아가는 국제이해교육’도 제주영어교육센터 등과 연계해 전국단위 확대를 추진하고 있고요. GKS동문들의 활동 또한 활발합니다. 얼마전엔 우간다 동문회가 헌혈 활동에 참여했고 몽골 동문회는 코로나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죠.” 지난 2년여 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지난해 12월 「고등교육법」개정으로 법적근거가 마련된 한국어능력시험을 들고 싶습니다. 1997년 한국어능력시험이 최초 시행된 이래 23년 만에 근거 법률이 마련된 것은 무척 의미 있는 일입니다. 또 하나, 2년여간 재임하면서 정부 책임운영기관 평가에서 S등급을 받은 것과 제45회 국가품질경영대회에서 책임운영기관 최초로 산업자원부 장관상인 ‘서비스품질우수상’을 수상한 것, 그리고 사회적 책임경영품질원 주최 ‘사회적책임 사회공헌부문 대상’ 등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최선을 다해 준 직원들의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새 학기를 맞는 교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계속되는 변화로 혼란에도 불구, 교육현장을 묵묵히 지켰던 선생님들이야말로 이 시대, 진정한 영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으로도 우리나라 교육발전을 위해 힘써 주실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척 힘들고 바쁜 새 학기가 되겠지만 학교를 통해 이뤄지고 있는 한·중, 한·일 학생교류사업과 교원 해외파견사업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도록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들어가며 2021년 1월 20일, 미국 바이든 신행정부가 출범하였다. 한미관계와 국제질서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향후 4~8년 동안 이어질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 기본방향과 주요내용을 탐색하는 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은 기본적으로 바이든 대통령 대선공약(Joe’s vision)과 민주당 정강(Democratic policy Platform)에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대통령선거 전후의 언론보도 등에서도 기본방향과 추진과제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선공약 가운데 교육분야 공약은 ① 교원 및 학생 지원, ② 보육 및 교육인력 강화, ③ 안전한 학교 재개방, ④ 고등학교 이후 학생 지원, ⑤ 학생 및 청년층 등에 대한 정책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리고 민주당 정강은 ‘배경과 상관없이 모든 아이에게 세계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교육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의 교육정책 기본방향은 ‘교육의 기회보장 및 접근성 강화’로 요약된다. 교육격차 및 교육기회 불평등 해소 가. 배경 미국은 주(州) 정부가 교육재정의 약 92%(2017년 기준)를 부담하고 있고, 대부분의 교육재원은 지역주민의 재산세를 통해 마련된다. 이에 따라 학군 간의 교육재정 격차와 지역 간 교육격차가 크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 미국 내 백인 학군과 유색인종이 다수인 학군 간의 교육재정 격차는 연간 약 230억 달러(원화 약 25조 1,600억 원)이고, 고소득층 비율이 높은 학군과 저소득층 비율이 높은 학군 간에도 교육재정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통신망·전자기기 부족 등 디지털 교육격차가 지적되었다. 이에따라 유색인종 학생, 장애학생,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영어학습자, 농촌지역 학생, 저소득층 학생 등에 대해 교육불평등이 심화됐다. 나. 주요 내용 (1) 취약계층 출신 교사 경력 교육부 장관 지명으로 추진체계 정비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에 초등학교 교사 출신인 미구엘 카르도나(Miguel A. Cardona)를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하였고, 카르도나 지명자가 교육불평등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 지명자는 라틴계 교사 출신이자 코네티컷주 교육감(Connecticut Commissioner of Education)으로 재직한 교육전문가이다. 그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으며 저소득층 경제 배경 속에서 유년시절 언어(영어) 학습에 어려움을 경험하였고, 교육불평등 해소 정책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르도나 지명자는 교육분야에서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 해소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코네티컷주 교육격차 해소 대책위원회(Connecticut Legislative Achievement Gap Task Force)를 이끌며 교육기회 및 학습격차 해소를 위한 과감하고 혁신적인 제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하고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학교, 백인학생과 유색인종 학생 간의 학업성취도 격차 해소, 영어학습자 교육여건 개선 등을 중점과제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2) 취약계층·저소득층·장애인 학생 맞춤형 교육지원 확대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사회적 취약계층학생(특수교육 대상학생, 영어학습자, 통신망·전자기기 등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학생 등)을 대상으로 질 높은 원격수업 및 등교수업과의 병행학습(hybrid learning, 하이브리드 학습)을 제공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코로나19로 인한 학습격차 심화 등 교육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백악관 주도로 대책을 마련하고 증거기반정책을 수립하겠다고도 밝혔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emocratic National Committee)는 디지털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학생이 학교 및 가정에서 교육자원에 접근할 수 있도록 통신망 구축을 위해 연방정부의 재정 지원을 크게 확대할 것이라고 힘을 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에 학습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저소득층 학생의 비율이 높은 학교에 지원하는 ‘타이틀 I(Title I) 기금’을 3배 늘릴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해당 예산은 학교의 교사에게 경쟁력 있는 급여 지급과 고급 교육과정 제공, 3~4세 대상 유아교육 제공 등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교육구(local educational agency, 한국의 교육청에 해당함)가 학교구성원 다양화를 위한 계획과 시행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제공하고, 특수교육 대상학생이 적절한 교육과 훈련을 받도록 특수교육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장애인교육법」(Individuals with Disabilities Education Act, 1990년 제정)은 연방정부가 특수교육 예산의 40%까지 부담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현재 연방정부의 특수교육 예산 지원은 약 14%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응 안전한 학교 재개방 가. 배경 미국은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등교수업 재개에 대한 논쟁을 진행해왔고,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안전한 학교 재개방을 위한 지원을 공약하였다. 2020년 7월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학교 등교수업 재개를 강하게 요구했고, 그 이후 등교수업 재개 여부와 시기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논쟁이 전개되었다. 2020년 11월 9일 기준으로 미국 학생의 63%가 최소 주 1회 이상 등교수업을 제공하는 학교에 재학 중이고, 이 학교 재학생의 대부분은 안전상 이유로 집에서 원격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은 등교수업 재개 논쟁에 대해 안전한 학교 재개방을 위해서는 추가적인 예산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제시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학교 재개방 목적을 “질 높은 대면수업 제공”이라고 설명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 학생 수 감축 등을 내걸었다. 카르도나 교육부 장관 지명자 역시 지역 여건 상 원격수업이 불가피한 상황 외에는 등교수업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카르도나 지명자는 2020년 당시 코네티컷주 교육감으로서 교육구에 안전한 학교 지침서(guide)를 제공하여 대부분의 학교가 등교수업을 실시하도록 권장 했었다. 나. 주요 내용 (1)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연방의 예산 지원 지난 2020년 12월 3일에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으로 가진 CNN과의 인터뷰에서 안전하게 등교수업을 재개하기 위해서는 ① 학교 방역, ② 환기시설 개선, ③ 학급당 학생 수 감축, ④ 더 많은 교사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연간 1,000억 달러(원화 약 110조 원) 규모의 예산이 필요하고, 주정부가 예산을 감당하기 힘들다면 연방정부가 이를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하였다. 지난 2020년 12월 8일에 델라웨어 주 웰밍턴 행사에서는 “학생이 다시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등교수업을 지속하는 것이 국가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등교수업을 재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하였다. 그리고 등교수업 재개를 위해 의회의 재정 지원 승인, 각 주 및 도시별 강력한 방역 지침 수립, 국민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 학교 재개방을 위한 방역 강화 및 국가 수준의 대응 지침 마련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시절 “교사와 학생이 안전하고 건강한 교육환경에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공립학교 시설을 개선하는 데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건강 및 안전에 위협이 되는 문제를 개선하는 데 우선적으로 예산을 사용하고, 추가 예산은 학생용 실험실 및 장비 등이 갖춰진 혁신적이고, 에너지 효율적인 학교를 구축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선 공약집에서 ‘학교가 개인보호 장비 및 방역제품을 확보하고 환기시설·교실 공간·학급 규모·교통수단 등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2020∼2022년까지 주정부의 예산 적자가 5,550억 달러(원화 약 607조 8천억 원)에 달할 수 있고, 만약 주정부의 교육예산이 5% 감소될 경우 약 28,000명의 교직원이 감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바이든은 주정부가 교직원 감축 없이 학교 방역 예산을 확보 및 집행할 수 있도록 연방정부가 주정부에 부족한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후보자 시절, 안전한 학교 개방을 위해 ‘명확하고, 일관되며, 효과적인(clear, consistent, effective) 코로나19 대응 국가수준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방 차원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및 기타 연방 기관들을 통해 주별·지역별로 학교 재개 가능 여부와 안전하게 재개하는 방법을 결정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기준 설정을 약속했다. 바이든 신행정부 교육정책의 의미와 시사점 가. 학교 현장경험이 풍부하고 교육불평등 해소 의지와 역량을 갖춘 교육거버넌스 및 예산 체계 구축 필요 미국은 교육격차 및 교육불평등 해소 정책을 이전 정부에서도 추진해왔다. 그러나 바이든 신행정부는 이민자 가정의 저소득층 경제 배경에서 자라고 현장 교사 출신으로 교육감을 역임한 카르도나를 연방 교육부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는 연방정부의 교육거버넌스 체계를 재정비하여 취약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지원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경우에 교육격차 및 교육불평등 해소의 필요성은 국정과제 및 교육부 업무계획에 제시되어 있으나, 실제적인 지원은 미흡한 실정이다. 재난이 발생할 때 어려운 계층이 더욱 어려워지는 점을 고려하여 학교현장 경험이 풍부하고 교육불평등 해소 의지와 역량을 갖춘 교육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필요한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바이든 신행정부는 또 취약계층에 대한 원격학습 기기 지원 등 디지털 교육격차 해소, 저소득층지역 학교예산 지원 확대, 장애인 학생에 대한 연방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 등을 제시하였다. 이는 연방정부가 지역·학교·학생의 여건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지원 책무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경우에 취약계층에 대한 원격학습기기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으나,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취약계층에 적합한 맞춤형 교육지원이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다는 지적이 있었다. 향후 교육예산 및 추경 편성·배분·집행과정에서 더욱 적극적인 지원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 안전한 학교 재개방 및 수업의 질을 동시에 추구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 감축과 교원 충원 등 실용적인 정책 마련 필요 바이든 신행정부는 ‘질 높은 대면수업 제공’을 위해 ‘안전한 학교 재개방’이 필요하다는 기본방향을 수립하였다. 이는 원격수업으로의 전환이라는 소극적인 대응에서 벗어나 감염병 상황에서도 교육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대응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구체적인 정책 방안으로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및 교원 확충을 제시하였고, 이는 감염병 상황에서 학생 안전과 대면수업의 질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2018년 기준으로 미국 공립초등학교 평균 학급당 학생 수는 21명이고, 중학교는 27명으로, OECD 평균(초: 21명, 중: 23명)에 비해 중학교가 4명 많다. 한국의 경우에 코로나19 이후 원격수업을 중심으로 대면수업을 병행하고 있으나, 초·중학교 학급당 학생수가 OECD 평균에 비해 많은 상황에서 교사의 업무량은 크게 늘었다. 따라서 학급당 학생 수를 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초등학교 2명, 중학교 4명 감축)을 강구하여 안전한 학교와 질높은 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에 “명확하고, 일관되며, 효과적인 코로나19 대응 국가수준 지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감염병 상황에서 학교 재개 여부 및 방법은 주별·지역별로 결정할 수 있게 하되 연방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서 연방 차원의 통일된 기준을 제공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감염병 상황에서는 교육부가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준을 제시하고 그 속에서 시·도와 학교가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하겠다.
현재의 유명인이나 공인으로부터 과거에 당했던 학교폭력 피해사례가 상당 기간 봇물처럼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연예인에서 시작하여 체육인, 그리고 공무원으로까지 그 대상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현재가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난 과거의 사태를 돌아보며 지금 우리가 당장 할 수 있고 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 사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이후에도 계속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를 이 글을 통해 찾아보고자 한다. 하나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학교폭력으로 인해 지속적인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과 성인을 찾아 이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지금 진행되고 있는 가해자에 대한 사회적 단죄와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것은 서로 다른 차원이다. 언론에 보도되지는 않았지만 학폭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잊었다가도 유사 사태가 보도되면 불쑥 되살아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사람들을 우리 사회가 도울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길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현재 터져 나오고 있는 사례들이 미래의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기여하는 타산지석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부와 교육청, 학교현장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학계와 언론도 함께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사례를 토대로 어린 시절의 폭력 행사가 자신의 미래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자신은 잊고 지내더라도 피해자는 얼마나 큰 고통 속에서 살아갈지를 미리 알게 한다면 어린 학생들의 충동적 행동 조절에 조금은 보탬이 될 것이다. 어떤 핑계도 학교폭력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이번에 드러난 사건만이 아니라 기존의 학교폭력사례, 가해자와 피해자의 졸업 이후 상황 등에 대한 자료를 잘 정리·분석하여 교육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학교폭력문제를 다루는 교육자와 부모만이 아니라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인 학생들에게도 정리된 사례를 체계적으로 제공하여 충분히 인지하고 경각심을 갖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하나 해야 할 것은 지금까지 시행해온 정책 성과평가를 통해 학교폭력을 줄이는 데 필요한 시사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뭐라고 핑계를 대더라도 폭력 행사 주체인 가해자 개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지도하지 못한 사회(부모와 가정, 학교와 교사, 교육청과 국가, 그리고 사회 전반)도 책임을 회피하기는 어렵다. 일례로 학교폭력 사실을 생활기록부에 기재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찬반 논란을 들 수 있다. 이명박 정부 당시 생활기록부 기재 찬성론자들은 경고 효과로 인해 학폭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기재 반대론자들은 가해자의 인권과 낙인효과, 그리고 기록에서 벗어나기 위한 과도한 소송전 등을 근거로 삼아 강하게 반대했다. 2019년에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예방법)」 시행령 등을 개정하여 1) 서면사과, 2) 피해학생 및 신고·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3) 학교에서의 봉사 등 가벼운 조치를 받은 경우에는 가해학생이 처분을 충실히 이행했다고 판단되면 생활기록부에 관련 내용을 적지 않도록 했다. 이때에도 다양한 찬반 논란이 진행되었다. 찬반논란은 법이 시행되기 전에 그 효과에 대한 예측을 토대로 진행된다. 따라서 법이 개정되거나 되지 못했을 경우 법을 집행하면서 과연 기대한 효과나 문제점이 나타났는지, 아니면 기대와 다른 어떤 결과가 초래되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관련 법 개정 후에 정책과 제도 성과평가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 학교폭력이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면 서둘러서 땜질식 처방을 하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 다시 뒤로 밀어놓았다. 학교폭력만이 아니라 많은 이슈가 그렇게 처리되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보다 지속적이고 근본적인 논의를 이어가기 바란다. 이러한 논의를 진행할 때 과거와 달리 이제는 학생들을 논의의 핵심 주체로 참여시켜야 한다. 당사자인 학생들이 그 누구보다 학교폭력의 원인과 효과적인 대책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절실하게 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분석 및 해결 주체가 되도록 할 때 민주시민으로서의 역량도 자연스럽게 길러지게 될 것이다. 스포츠 스타들이 남긴 학교폭력의 상흔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제대로 화해하고 사건이 종료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학교폭력사태 처리 종료 후 피해학생들이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미래를 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한 시스템과 예산도 마련되어야 한다. 가해학생들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 방안도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관련 교육예산과 인력을 한없이 늘릴 수는 없을 것이므로 기존 학교 인력 중에서 학교폭력문제를 전담할 인력을 찾아볼 필요도 있다. 최적임자는 현행법에 따르면 학교장이다. “학교의 장은 교육상 필요한 경우에는 법령과 학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징계하거나 그 밖의 방법으로 지도할 수 있다”(「초·중등교육법」 제18조 1항). 그리고 “교장은 교무를 통할(統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1항). 즉, 학생 징계권과 다양한 방법을 통한 지도권 행사는 교장의 권한이다. 교장의 임무에는 교무 통할만이 아니라 ‘학생 교육’도 포함되어 있다. 학교장이나 교감의 업무가 이미 과중하다고는 하지만 학교장이 학교폭력예방 및 처리를 위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역량을 제고하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며, 관련법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장의 고유 업무로 부과하는 방안을 차제에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를 추진할 때 정부나 교육청이 일방적으로 하기 보다는 학교장들을 참여시켜 입장을 최대한 피력하게 하면서 합의점을 도출해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가해자들에 대한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 이들이 학폭 가해자였던 그 시절, 이들은 대부분 철없는 미성년자였다. 과거의 그들이 저질렀던 폭력에 대한 사회적 단죄와는 별도로 오늘의 그들이 진심어린 사죄를 몸과 마음으로 실천하며 새길을 갈 수 있도록 돕는 방안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는 피해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는 동의하기 어려운 제안이 될 수도 있겠지만, 이는 범죄자를 대하는 사회의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보다 근본적 대책 마련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사태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이 미래 지향적 대응책을 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때이다.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학생과 가해학생 간의 분쟁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육성함을 목적”으로 하는 학교폭력예방법이 2004년 1월에 제정되었다. 그간 27차례의 관련 개정이 이뤄졌지만, 학교폭력이 수그러들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간사회의 각종 범죄를 없앨 수 없는 것처럼 학교폭력도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교육을 통해, 법과 제도를 통해 잠재적 가해자와 피해자를 줄여갈 수는 있다. 그리고 발생한 학교폭력을 잘 대처하여 가해학생과 피해학생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교육청)·학교·학부모·학생만이 아니라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노하우를 축적해온 시민단체, 학교폭력문제를 전담해온 변호사들이 머리를 맞댈 수 있는 장이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01 나이가 들며 아픈 데가 두 군데 생긴다. 가까운 종합병원을 정하여 진료를 받아온 지가 10년이 넘었다. 한 증상은 순환기내과에서, 다른 한 증상은 내분비내과에서 진료를 받는다. 상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정기검사를 하고, 그에 따른 진료와 약 처방을 받는다. 한 병원에서 두 가지 증상을 같이 진료 받으면 이점이 있다. 두 분 의사선생님이 내 진료정보를 공유하며 나를 살펴준다. 채혈검사도 한 번만 하면, 그 결과를 두 분이 함께 활용한다. 그런데 이 두 분 의사선생님이 환자인 나를 대하는 방식은 너무 다르다. 내분비 내과 A 의사선생님은 환자가 자기관리를 잘못하면 호통을 친다. 나이 불문, 신분 불문, 가리지 않고 야단친다. 게으른 환자에게는 나빠질 예후를 말하며, 거침없이 경고한다. 나도 야단을 맞는다. “또, 아무거나 절제 없이 먹고 다녔구나. 밤 9시부터 아침까지는 물 이외에는 먹지 말라고 했잖나!” 나는 진료일이 다가오면, 검사 지표가 걱정되어 음식과 운동 등에 신경을 쓴다. 이럴 때의 나는 그저 야단맞기 싫어하는 초등학생 수준과 별반 다르지 않다. A 의사를 만나는 날, 나는 내 병에 대해서 진지해진다. 또 그런 만큼 한편으로는 약간의 우울을 품는다. 그런가 하면, 순환기 내과 B 의사선생님은 얼마나 온화한지 마치 세련된 외교관과 회동하는 분위기이다. 검사결과를 설명하고 주의점을 말해 줄 때도, 낮은 목소리로 부드럽고 따뜻하기가 이를 데 없다. 나는 B 의사에게서 두 번이나 시술을 받았다. 나에게 시술을 통고할 때도 그는 온화하고 정중했다. 그는 마치 나를 만찬 자리에나 초대하는 듯한 톤으로 말했고, 나는 그 초대에 홀리듯 시술에 응한다. 원무과에서 시술 예약을 하고, 환자 주의사항을 읽어보고, 서약서를 쓰면서, 아! 이게 나름 심각한 것이네 하고 깨닫는다. 10년 넘게 나를 진료한 B 의사는 정년으로 병원을 떠난다. 나를 마지막으로 진료하는 자리에서 그가 내게 질문을 한다. 심혈관 질환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 주의해야 할 점, 세 가지만 말씀해 보실까요. 그가 운을 띄웠다. “첫째는요?” 내가 대답했다. “술을 비롯한 음식의 절제입니다.” “둘째는요?” “적절한 운동입니다.” “셋째는요?” “스트레스 예방입니다.” 그가 나를 부드럽게 응시하더니 말한다. “다 맞는 말씀인데, 제일 중요한 것을 빠뜨리셨습니다.” 내가 대답을 못 하자,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빠뜨리지 않고 약을 챙겨 드시는 겁니다.” 그는 내가 약을 처방대로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 그는 마지막 진료에서 나에게 확실한 진료 메시지를 심어주었다. B 의사에게 진료 받는 동안 나는 내 병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그러나 진지하게 치료의 의지를 다잡지도 않았다. B 의사의 마지막 메시지마저 없었다면, 나는 좀 맹탕으로 나의 병을 관리할 뻔했다. 그의 부드러움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두 분의 의사선생에게서 보살핌을 받은 셈인데, 한 분에게서는 내 병에 대한 긴장의 필요성을 배우고, 다른 한 분에게서는 내 병에 대한 낙관을 배운 셈이다. 그분들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영향으로 미쳐 왔다. 덕분에 나는 내 병을 대하면서 한쪽 극단의 마음으로 기울지 않고, 그 나름의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 그분들을 나의 건강 멘토로 볼 수 있다면, 내가 같은 시기에 서로 다른 두 멘토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두 분은 내 마음 안에 들어와서 내 안에서 상호작용을 하였다. 그리하여 내 병에 대해 내가 치우친 마음을 갖지 않도록 이끌어 갔다. 02 나는 첫 돌을 좀 지나고서부터 할머니 댁에서 자랐다. 전쟁 뒤끝이라 모든 것이 황폐하고 궁핍한 시절인 데다, 내 밑으로 연년생 동생들이 생기게 되고, 육아 형편이 어려워지자 나를 할머니 댁에 맡긴 것이다. 그때 할머니 댁은 우리 집에서 2백 리나 떨어진 곳이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쩌다 한번 집으로 올 수조차도 없는 먼 곳, 할머니 댁으로 간 것이다. 할아버지는 시골의 초등학교 교장선생님이셨는데 온유한 성품이셨다. 학교 뒷마당 너른 사택은 언제나 호젓한 나의 놀이터이었다. 내가 맏손주이었으므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끔찍할 정도로 모자람 없는 사랑을 주셨다. 꾸지람이란 것은 아예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사랑스럽게 보아주셨다. 조금만 괜찮은 짓을 하면 어마어마한 칭찬이 오래 따라붙었다. 할머니의 사랑은 그 어떤 궁핍도 대적할 수 없었다. 전쟁 후 아이들은 너나없이 배가 볼록 튀어나오는 영양 결핍에 걸려 있었지만, 고기는 먹고 죽으려 해도 구할 수 없었다. 할머니는 ‘찰무거리 개구리’를 잡아다 손주에게 고아 먹이기도 했다. 나는 그때 할머니 치맛자락의 내음을 지금도 ‘유년의 향수’로 기억한다. 구수하고도 짭조름한 장 내음 같기도 하고, 부엌의 땔나무 연기 내음 같기도 하고, 우물에서 막 길어 온 찬물 향기 같기도 한 그 냄새를 기억한다. 그만큼 내가 할머니 치맛자락에 자주 얼굴을 묻고, 그 치맛자락에 몸을 감싸며 무언가 조르거나 칭얼대었다는 증거 아니겠는가. 그럴 때마다 할머니는 그저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강아지’하며 도닥거려 주셨다. 할머니의 그 억양이 귓전에 남아 있다. 나에게 지금 남을 향한 사랑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아마도 이때 그 원천이 형성되었으리라. 사랑도 받아 본 사람이 사랑을 줄 줄도 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해 여름에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돌아왔다. 아기 때 나가서 소년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잊어버린 어머니의 얼굴, 그 낯설고 어색하고 뻘쭘함이란, 그걸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다. 젊은 어머니는 엄격하고도 단정하셨다. 그 어떤 응석도 피울 수 없었다. 떼를 쓰거나 버릇없는 행동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밑으로 두 동생은 정말 낯설었다. 할머니 댁에서는 내가 항상 하나밖에 없는 막내로 사랑을 받기만 했는데, 여기서는 이제 맏형 노릇을 해야 한다. 어머니는 바로 이 점을 가장 강조해서 가르치셨다. 네가 잘해야 동생들도 너를 보고 배운다. 무거운 책임감이 나를 눌렀다. 실제로 다음 날부터 어머니에게 자주 꾸중을 들었는데, 꾸중의 내용은, 내 잘못 그 자체보다도, ‘그래서야 동생들이 너에게서 무얼 배우겠느냐’에 있었다. 아무튼 나는 꾸중을 듣기 위해서 어머니에게로 온 것 같았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를 그리며, 숨죽여 울었다. 나를 어머니에게로 보낸 할머니를 원망하였다. 어머니는 여기가 ‘내 집’임을 일러 주셨다. 여기서는 할머니 댁과는 다른 역할이 있음을 알아듣게 설명하셨다. 그간에 너만 위해 주던 데서 생긴 버릇들은 고쳐야 한다고도 했다. 그 엄한 어머니가 환한 표정으로 나를 칭찬한 일이 있었는데, 내가 2㎞ 떨어진 감나무골에 또래들과 가서 감을 따서 집으로 가져왔을 때이었다. 아, 이 집에서도 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처음으로 들었다. 여기는 여기대로 살아가게 하는 그 무엇이 있음을 어렴풋이 느꼈다. 사는 일에 어떤 논리와 질서 같은 게 있음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럴 나이로 접어들고 있기도 했다. 03 어머니와 할머니는 내 유·소년기에 독점적이고 절대적인 영향을 준 멘토이다. 한때는 이런 질문을 던져보기도 했다. 지금의 나를 나 되게 하는, 나의 인성에는 할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이 더 많을까. 어머니에게서 받은 영향이 더 많을까. 분석 틀에 의지하면 무언가 답이 나올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분석은 무용하다. 지금의 나에게 그 어떤 단독자의 영향이 얼마나 지배적일 수 있을까. 어머니 영향만이었다면 나는 그 어딘가에 갇혀있을 것이다. 할머니 영향만이었다면, 나는 그 어딘가에 멈추어 있을 것이다. 두 분의 영향은 내 안에 들어와서 부단히 상호작용하였다. 그래서 영향력의 상승이 일어나고, 그것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이리라. 나의 이런 가설은 뉴턴의 다음 구절을 읽음으로써 더욱 미더워졌다. “세상의 사물들은 자기 나름의 신비한 본성을 갖고 있다. 그 사물들이 밖으로 드러내는 고유한 모습(행동양식)은 바로 그 본성에서 비롯하는 것이다”라고 누가 내게 이야기한다면, 나는 그것이 세상에 관한 설명이 전혀 되지 못한다고 말할 것이다. 모든 현상에는 두세 가지의 일반원리가 있다. 그 일반원리에서 사물들의 성질과 그것들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비롯되는지를 설명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세상을 향한 위대한 이해의 첫발을 내디뎠다고 할 수 있다.- 뉴턴(Isaac Newton)의 광학에서 세상에는 자기의 멘토에 갇히는 사람도 있다. 특정의 멘토만을 너무 절대적으로 따른 데서 오는 딜레마라 할 수 있다. 멘토가 꼭 한 분일 필요는 없다. 여러 멘토를 내 안으로 들여, 그들이 내 안에서 상호작용하도록 지혜를 쌓아 가면 좋겠다. 멘토를 향하는 데에도 열림의 자세가 필요하다. 시대가 그런 시대이기도 하다.
IFLA/UNESCO 학교도서관 지침서(2015)에서는 ‘학교도서관의 역할은 교육과 학습을 촉진하는 것으로, 학교도서관의 서비스와 활동은 학급 교사와 동일한 교육수준과 준비를 갖춘 전문 직원의 주도하에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정의를 내리고 있다. 그리고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정보·다양한 사고·지식활용능력 및 독서·리터러시 역량을 키우고 다양한 상호작용을 통해 문화와 문학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2020년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학생·교사들에게 힘들고도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한 해였으며, 사서교사의 역할 또한 더욱 중요하게 변화되는 시점이었다. IFLA/UNESCO 학교도서관 지침서(2015)에 제시된 것처럼 정보활용교육의 중요성은 커졌고, 대면으로 이루어질 수 없는 상호작용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했다. 특히 교과교사들이 칠판 혹은 노트를 활용하여 영상을 찍고, 과제 제출 형식의 수업을 많이 진행했으며, 프로젝트 형식의 수업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그래서 사서교사와 협력하여 온라인상의 다양한 정보를 활용한 협력수업을 지구과학교사에게 제안했고 함께 진행하게 되었다. ‘6시 내 고향’ 리포터처럼 발표하기 수업사례 프로젝트 수업을 계획하면서 고민이 발생했다. 먼저 온라인과 오프라인수업이 일주일 간격으로 번갈아 가면서 운영되기 때문에 교육계획을 세우기 어려웠다. 특히 갑작스럽게 교육일정이 바뀔 경우 시간은 더욱 부족했다. 그래서 차시별 계획을 세울 때, 온라인 및 오프라인을 함께 고려한 교육계획을 세웠다. 예를 들어 온라인상으로 조별 활동이 필요한 경우, ZOOM을 활용하여 제때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으로 정보조사활동이 이뤄질 때는 학교 태블릿PC를 미리 구비해놓거나 또는 개인용 스마트기기를 활용하도록 안내했다. 두 번째로 정보활용 교육방식이다. 정보활용 교육방식은 BIG 6, 정보활용과정의 5단계, SQ3R 등 다양한 방법이 있다. 그러나 한 학기에 수업할 수 있는 차시는 정해져 있고 제한된 차시에 맞는 수업방식을 찾다가 ‘투입-처리-표현’의 단계를 활용해 정보활용 교육계획을 세웠다. 세 번째로 결과를 표현하는 방식이다. 지구과학 교과서에 수록된 ‘지질 명소를 찾고 소개하기’ 활동을 어떻게 표현할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표현하는 방식에 따라 학생의 흥미 및 지식습득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과교사는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을, 사서교사는 일목요연하게 정보를 정리할 수 있는 부분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 미묘한 차이점을 모두 반영하여 ‘6시 내 고향’에 나온 리포터처럼 발표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흥미로운 대사와 내용으로 발표내용을 구성했고, 스토리보드를 활용하여 정보를 정리했다. 이 세 가지를 해결한 후, 본격적으로 교과협력수업에 들어갔다.[PART VIEW] ● 준비하기 ● 1차시 _ 조 및 주제 결정하기 조는 3~4인으로 구성하고, ‘국가지질공원’ 홈페이지에 접속하여 지질 명소를 결정했다. 전설이 있는 지질 명소를 발표하기로 했기 때문에, 결정된 지질 명소를 다시 각 자치지역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논문・기사 및 한국 향토 문화전자대전 사이트를 통해 재검색했다. 더욱 정확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도록 지식iN・위키피디아 등의 포털사이트 이용은 자제하도록 지도했다. ● 2차시 _ 활동 계획하기(정보 투입) 지질 명소를 결정한 후, 어떤 정보를 조사하고 어떻게 정리할지 계획하는 시간을 가졌다. 학생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정보자료들과 결과 표현사례를 보여주는 정보투입과정을 통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지도했다. 교과서에 수록된 수월봉의 지질형성과정과 얽혀 있는 전설을 알려주면서 유용한 정보사이트를 함께 안내했다. 그리고 ‘6시 내 고향’ 프로그램의 지역 소개 영상 2~3편을 보여주면서 정보를 어떻게 표현할지 구상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때 선정한 지질 명소와 관련된 핵심 키워드를 추출해보도록 함으로써 효율적 정보검색의 첫 단계를 충분히 익히도록 지도했다. ● 3·4차시 _ 정보 조사 및 정리하기(정보처리) 정보를 조사할 때, 온라인조사와 책 및 정기간행물 조사로 크게 나눈 후, 조사방법을 안내했다. 책 및 정기간행물 조사 시 목차 보는 법·색인 활용·참고문헌 활용 등을 안내하여 필요한 정보의 효율적 발췌방법을 연습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온라인 조사를 할 때 필요한 정보만 검색할 수 있도록 검색 조건 제한방법, ‘AND·OR·NOT’ 활용방법, 문헌 내 재검색 방법 등을 안내하여 필요한 정보만을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공통적으로는 교과협력수업 전에 진행한 저작권 이용 교육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며, 참고문헌 작성 지도를 통해 각 자료의 내용을 기록하고 각 자료에 맞는 참고문헌을 작성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자료를 검색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해 온라인수업으로 진행될 때는 비공개 채팅방을, 오프라인수업에서는 직접 안내하여 도움을 제공했다. 정보정리는 ‘지질명소 → 유래 → 참고문헌 → 지질 과정 → 참고문헌’의 순서로 정리한 후, 같은 조원들끼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마련했다. ● 5·6차시 _ 정보표현하기 마지막으로 발표를 위한 정보표현 시간을 가졌다. 스토리보드를 활용해 각 장면에 들어갈 정보와 필요한 역할을 정리하고, 글 또는 그림으로 발표할 장면을 표현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했다. 발표시간은 7분 내외로 부여하고, 사진과 영상을 활용할 때에는 저작권 및 사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도록 지도했으며, 조원들의 역할이 고루 분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역할 예시를 안내했다. 그리고 대사 작성 시 큐카드 예시 및 각 리포터의 대사를 활용하고 각 자료를 어디서 찾았는지 출처를 기록하도록 했다. 교과협력수업과 정보활용교육의 연계 교과협력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이 수업시간을 지루해하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모두 참여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교과교사도 온라인상으로 학생참여형수업을 하면서도 프로젝트식 수행평가를 끝까지 진행할 수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는 소감을 밝혔다. 교과협력수업을 정보활용교육과 연계하면서 아래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 번째, 교과협력수업과 정보활용교육이 연계될 수 있는 활동 및 주제들을 찾아야 한다. 교과서 속 다양한 활동이 안내되어 있지만, 정해진 시수에 교과지식을 습득하기에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진행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정보를 찾고 실생활과 교과지식이 연계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활동들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교과교사 입장에서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정보활용교육이 교육과정 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활동 및 주제를 찾아 협력수업을 진행하여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 교과협력수업 진행 시 교사 간 충분한 논의 시간을 가진다. 교육일정의 변동 혹은 학생들의 반응에 따라 교육방법에 변화를 주어야 할 때가 있었다. 이때마다 교과교사와 만나 교육과정목표를 달성하면서도 어떻게 변화를 줄지 혹은 어떤 부분을 삭제 또는 추가할지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 및 교육방식을 논의하며 최적의 교육계획을 세워야 한다. 세 번째,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때 다양한 활동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워야 한다. 주제 결정에서부터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다양한 활동들이 많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세워야만 활동에 잘 따라올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제를 결정할 때에 지질 명소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며, 최종 원고 작성 시 모두가 발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또한 정보를 찾을 때 온라인·책·정기간행물·기사 등의 정보유형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찾아볼 수 있도록 하며, 정리할 때는 사진·영상·텍스트 등의 자료유형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정리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네 번째, 정보활용교육의 각 단계에 안내해야 할 사항들을 교육계획에 구체적으로 반영한다. 정보활용교육은 안내해야 할 사항도 많고, 개인별 피드백이 수시로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할 사항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며 미리 수업을 머릿속으로 시연해보며 여러 번 체크하는 것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보를 찾기 위한 핵심단어를 추출할 때, 학생들이 검색에 의존하지 않고 마인드맵·브레인스토밍 등의 기법을 활용해 많은 단어를 생각해 낼 수 있도록 이끌며, 결과를 표현할 때에는 다양한 예시를 충분히 제공하여 창의성과 종합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정보를 찾을 때 학생들이 쉽게 할 수 있는 오류 및 잘못된 사례들을 찾아보며 이에 대한 올바른 피드백을 제공하는 방법을 생각해놓는 것이 필요하다. IFLA/UNESCO 학교도서관 지침서(2015)에서 말한 것처럼 정보활용교육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그리고 사서교사와 교과교사가 협력하여 정보활용교육 및 학생참여형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고자 하는 흐름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추어 함께 움직이면 학생들의 꿈과 끼를 실현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더불어 정보활용교육을 교과 내, 교과 간, 범교과 영역을 아우르는 기반으로 설계할 때 학교도서관이 중심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온라인수업도 변하고 있다. 초창기 교사가 영상을 보여 주고 과제를 제시하던 수업방법에서 이제는 학생과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는 쌍방향수업으로 조금씩 변해 가고 있다. 그런데 온라인 쌍방향수업이 과연 좋은 수업일까? 교수자 입장이 아닌 학습자 입장에서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학생입장에서 쌍방향수업은 어떻게 받아들여질까? 만약 1교시부터 7교시까지 모든 선생님이 쌍방향으로 지속해서 수업한다면, 학생들은 선생님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참여할 수 있어서 집중도 잘 되고 효과도 좋을 거라 생각될 것이다. 하지만 쌍방향수업이 교실수업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강의식 수업으로만 진행된다면, 예상과 달리 오히려 최악의 수업이 될 수도 있다. 콘텐츠 중심의 온라인수업에서 선생님이 제작한 영상을 올려 주고 학습하게 한다면, 학생들은 수업을 듣다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다시 들을 수도 있고, 자신의 능력에 맞춰 빠르기를 조절할 수도 있다. 그런데 강의식으로 진행되는 실시간 쌍방향수업에서는 학교에서 일제식 수업을 듣는 것처럼 수동적으로 수업을 들어야만 한다. 이해가 안 돼도 다시 들을 수 없고,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도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듣고 있어야 한다. 교실에서 선생님과 얼굴을 마주한 상태에서 수업을 들어도 따라가기 힘든데,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실시간 쌍방향수업을 듣는 것은 더 힘들 수 있다. 2학기말 수업평가에서도 의외로 많은 학생이 쌍방향수업이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시간 쌍방향수업에서 활발한 소통을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학생들은 답변이나 질문을 잘 하지 않는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해 보려는 마음을 먹고 수업을 시작했는데, 어느새 수동적인 학생들과 수업을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으로 빠져 버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온라인 쌍방향수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을까? 결론은 간단하다. 온라인 쌍방향수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수동적인 학생들을 능동적으로 바꾸면 된다. 필자가 수업시간 방관자를 참여자로 바꾼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몸을 많이 움직이게 하라 온라인 쌍방향수업을 하다 보면 반응을 보이지 않는 학생들 때문에 당황하게 된다. 선생님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질문도 하지 않으며, 심지어 표정변화도 없다. 인터넷 속도에 따른 지연현상 때문에, 웃긴 이야기를 해도 학생들은 바로 웃음이 터지지 않고, 잠시 후 웃음이 터진다. 이런 아주 미묘한 현상이 선생님뿐 아니라 학생들에게도 악영향을 끼쳐, 반응을 잘 하지 않게 만든다. 처음에 한두 번 답변해 주던 학생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답변이 줄어드는 걸 경험할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에 선생님 혼자 남았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학생들 역시 다른 친구들은 수업을 듣지 않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게 된다. 그래서 필자가 선택한 첫 번째 방법은 몸을 움직이게 하는 방법이다. ‘오늘 아침 식사를 하고 온 친구는 손으로 동그라미, 안 먹고 온 친구는 X로 표시해 주렴.’ 그럼 학생들은 손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시하게 된다. 잠깐이지만 몸을 움직이면서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OX 문제를 내고 답변을 하게 하거나, 어떤 의견에 대한 찬반투표 또는 형성평가 답을 손가락으로 표시하게 하면 된다. 질문에 집중을 하도록 표시방법을 다양하게 바꿔서 제시해도 좋다. 찬성은 오른쪽 주먹, 반대는 왼쪽 손바닥을 들어라 등등. 방관자였던 학생들은 조금씩 참여자로 돌아서게 되고, 전체가 열심히 참여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몸으로 표시조차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표시하지 않는 학생 수가 늘어간다. 왜 표시하지 않냐고 지적했을 때, ‘OO이도 계속 안 했는데. 왜 저한테만 뭐라고 하세요’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더는 적극적으로 표시하라고 강요하기도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규칙을 정해서 적용하였다.[PART VIEW] 쌍방향수업에서 선생님이 무언가를 표시하라고 할 때는 먼저 표시하면 안 된다. 머릿속으로 결정만 하고 기다려야 한다. 왜냐하면 먼저 손을 들면 다른 친구들에게 힌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속으로 미리 결정하고 있다가 선생님이 손을 들라고 할 때 들어라’라고 이야기한 후, 하나·둘·셋을 외치고 동시에 손을 들어 답변을 표시하게 했다. 약간의 압박을 받기 때문에 거의 모든 학생이 손을 든다. 학생들은 손을 들자마자 바로 내려 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화면을 캡처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보관하겠다고 하고, 선생님이 내리라고 할 때까지 손을 들고 있게 하였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학기 초에 이런 과정을 몇 번만 반복해 주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선생님의 지시사항에 몸으로 표현을 하기 시작한다. 대다수 평범한 학생들은 표시하지 않는 일부 학생들을 따라 하지 않게 할 수 있다. 전체적인 반 분위기가 형성되면 그다음부터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선생님의 질문에 몸으로 답하게 할 수 있다. ‘표시를 하지 않는 친구가 있구나. 괜찮아! 안 해도 되지만 책임은 져야 해.’ 채팅창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 수동적인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답변하거나 질문하지 않는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온라인 쌍방향수업에서 분위기상 수업 중간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학생들은 어렸을 때부터 SNS를 통해 소통하는 데 익숙해져 있다. 그래서 채팅창에 글을 쓰게 했더니 생각보다 거부감 없이 잘 작성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간단한 퀴즈를 내고 채팅창에 답을 적게 해 보자. 발표하라고 할 때는 참여하지 않던 학생들이 순식간에 채팅창에 정답을 적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말로 답변할 때와 달리 순위가 확실하게 정해지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다른 친구보다 늦게 적은 학생은 아쉬워하기도 한다. 그런데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채팅창에 답을 적지 않고 방관자로 남아 있기도 하다. 생각처럼 모든 학생이 답을 열심히 적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채팅창에 글을 적게 할 때도 규칙을 만들었다. 필자가 수업시간에 사용하는 규칙은 선생님이 채팅창에 무언가를 적으라고 하면, 모든 학생이 답을 적어야 한다. 즉, 채팅창에 글을 적는 것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정답을 몰랐던 학생은 다른 친구가 채팅창에 적은 정답을 보고서라도 따라 적어야 한다. 그래서 대부분 답변은 모두 공개채팅으로 글을 적게 한다. 학생들은 몸으로 답도 해야 하고, 선생님이 요구하는 것을 채팅창에도 바로 적어야 한다. 이제는 방관자로 남아 있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채팅창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별다른 도구 없이 채팅창만을 이용해서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수업을 준비할 때 가르쳐야 할 핵심내용을 3가지 정도 추려서 제시하고, 그것만큼은 학생들이 꼭 알고 갈 수 있도록 설계한다. 그리고 핵심내용을 가상배경으로 만들어서 수업시간동안 계속해서 학생들이 확인할 수 있게 한다. 학습목표를 따로 제시하지 않아도, 학생들은 가상배경에 올려져 있는 목록을 보면서 오늘 배워야 할 내용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에 관한 수업을 한다면, 세 가지 정도의 핵심내용을 가상배경으로 만들어 제시하고 한 가지 설명이 끝날 때마다, 도달점을 확실하게 짚어 주려고 노력한다. 이때 채팅창을 이용하면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 결혼의 뜻에 대한 첫 번째 핵심내용 설명이 끝났다면 잠시 정리할 시간을 주고, 자신이 이해한 결혼에 관한 내용을 채팅창에 적도록 안내한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다. 모든 학생은 결혼에 관한 내용을 적어야 한다. 잘 이해가 안 되는 학생들은 책을 다시 찾아보고서라도 채팅창에 적어야 한다. 이렇게 학생들이 적고 나면 학생들이 적은 채팅내용을 한꺼번에 화면에 공유해서 학생들과 함께 살펴보면 된다. 그냥 말로만 적으라고 강요하는 것보다 직접 명단 옆에 채팅창에 적은 내용을 띄워서 보여 주면, 답변하지 않은 학생들이 적지 않고 버티기 쉽지 않다. 이때 한마디 거들어 주면 된다. ‘어! OOO은 결혼에 대해 안 적었네! 괜찮아 안 적어도. 그런데 나중에 책임은 본인이 져야 해. 혹시 지금이라도 생각나면 채팅창에 적어 주겠니?’ 적으라고 다그치지 않아도, 대부분 학생은 이 정도 이야기하면 바로 적는다. 왜냐하면 이미 다른 친구들이 적은 내용을 다 살펴볼 수 있었고, 조금만 변형해서 적으면 되는데, 끝까지 안 적고 버틸 이유가 없는 것이다. 채팅창에 글이 올라오면 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 한 친구가 적은 글을 같이 살펴보면서 이 의견에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몸을 이용해서 동시에 답변하게 할 수도 있고, 의미 있는 글을 쓴 친구를 선택해서 추가로 발표하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식으로 채팅창을 잘 활용하면 학생들을 수업시간에 적극적인 참여자로 바꿀 수 있다. 채팅창에 적은 글을 쉽게 확인하는 방법 채팅창을 이용한 학습을 원활하게 하려면 ZOOM 채팅창에 적은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채팅 확인용 구글스프레드 시트를 이용하면 된다(구글 미트용도 제작되어 있다). 사용법은 간단하다. 수업 중에 선생님이 제시한 답변을 채팅창에 적게 하고, 채팅내용을 복사해서 채팅시트에 붙여넣기만 하면 된다. 그럼 자동으로 출석처리도 되고, 핵심단어만 입력하면 학생들이 적은 학습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림 2처럼 학습내용 확인시트에 가서 노란색 칸에 핵심단어만 입력하면 그 단어가 포함된 채팅 글들이 학생 이름 옆에 자동으로 나타나게 된다. 누가 먼저 답변했는지 순위도 알 수 있고, 어떤 내용을 적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화면을 학생들과 공유해서 함께 보면서 수업을 진행하면 된다. 링크(https://sciencelove.com/2523)에서 사본 복사하기를 눌러 채팅 확인용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복사한 다음, 학번입력에 내가 수업하는 반 학생들 명단만 미리 입력해 놓으면 된다. 학생들이 ZOOM에 접속해서 자신의 이름만 정확하게 적고 참여하면, 채팅창에 적은 글들을 복사해서 붙여넣기 하는 것만으로도 쉽게 수업에 참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채팅창을 수업시간에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 별다른 온라인도구를 학습에 끌어들이지 않아도, 채팅창만을 이용해서 다양한 수업이 가능하다. 간단한 단답형문제는 그냥 적게 하면 되지만, 문장이나 생각을 확인하고 싶을 때는 반드시 채팅창에 핵심단어를 포함해서 글을 적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소회의실에서 모둠활동을 하고 나왔다면, ‘토론 결과’라고 먼저 적고 이어서 내용을 적게 하거나, OX 문제를 내게 하고 싶으면, ‘문제’라고 핵심단어를 적고 OX 문제를 내게 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노란색 칸에 ‘문제’라고 입력해서 학생들이 출제한 OX 문제를 확인할 수 있다. 가. 간단한 단답형문제를 낸 후 정답을 적게 하고 확인할 수 있다. 고차원적인 사고를 유발할 수는 없지만, 바로바로 배운 학습내용을 확인할 수 있고, 학생들은 별다른 부담 없이 참여하게 할 수 있다. 방관자를 참여자로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 예) 우리나라에서 제일 높은 산은? 백두산 나. 서술형문제를 제시한 후 정답을 적게 하고, 발표시키거나 토론하게 할 수 있다. 단답형과 달리 교과서 내용을 바탕으로 자기 생각이나 의견을 적을 수 있는 문제를 제시해서, 채팅창에 기록하게 한다. 그럼 좋은 답변을 골라 발표를 시키거나, 논란이 될 만한 답변을 골라서 몸으로 답변하게 할 수 있다. 때로는 채팅창 내용을 이용해서 다시 발문으로 바꿔 수업에 적용할 수도 있다. 다. 수업 중 궁금한 질문을 적게 할 수 있다. 질문이라는 핵심단어를 적고 자신의 질문을 적게 하자. 수업 중 궁금한 게 생겼는데 질문을 하지 못했다면, 언제든지 생각났을 때 채팅창에 ‘질문 어쩌고저쩌고’ 이런 식으로 질문이라는 단어를 먼저 적고 궁금한 내용을 적게 한다. 그럼 수업을 마무리할 때 핵심단어에 ‘질문’이라고 적으면 학생들이 적은 질문내용을 한꺼번에 보면서 답변해 줄 수 있다. 질문이 없는 사람은 ‘질문 없어요’라고 적게 해도 좋다. 질문 없다고 적는 것도 방관자를 참여하게 하는 방법이다. 질문이 없는 학생은 질문이라고 적고 오늘 가장 힘들게 이해했던 내용이나, 가장 어려웠던 부분을 적게 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채팅창을 통해 모든 학생이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다. 질문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글을 매시간 1개씩 의무적으로 적게 하면, 수업을 좀 더 분석적으로 듣게 할 수 있다. 각자 OX 문제를 내게 해서 그 문제를 함께 확인하면서 수업을 정리할 수 있다 수업정리를 할 때 선생님이 문제를 제시해 주는 것도 좋지만, 학생들 각자가 오늘 배운 내용을 가지고 OX 문제를 내게 해도 좋다. 그럼 학생들이 직접 낸 문제를 함께 풀어가면서 수업을 정리할 수 있다. 그중에 좋은 문제는 실제 시험에 출제하겠다고 선언해도 좋다. 그럼 더 좋은 문제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학생들은 수업을 열심히 듣게 될 것이다. 이때는 핵심단어를 ‘문제’라고 선언해 주어야 한다. OX 문제 중 좋은 문제를 골라 정말로 시험에 출제해도 된다. 시험에 선다형 문제를 내고, 학생들과 수업시간에 피드백하면서 나눴던 의미 있던 OX 문제를 예문으로 제시해 주면 된다. 찬성이나 반대 의견을 적게 해서 비교해 볼 수도 있다. 이때는 찬반이라는 핵심단어를 적고 앞부분에 찬성 또는 반대를 쓰고 그 이유를 적게 하면 된다. 채팅창을 이용하면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찬반을 적어서 누가 썼는지 안 썼는지 확인할 수 있고, 찬성만 적어서 찬성하는 학생들 의견만 따로 모아 살펴볼 수도 있다. 모둠활동한 후 돌아와서 활동한 결과를 입력하게 할 수 있다. 모둠활동 방법은 아래 내용을 참고하기 바란다. 소회의실에서 학습지를 함께 풀었다면, ‘오늘은 학습지 2번답을 적어라’라고 말해서 제대로 함께 학습지를 풀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토론시키고 싶다면 학습지 3번 문제에 토론주제를 적어 놓고, 활동이 끝나고 나왔을 때 학습지 3번답을 적으라고 하면 된다. 미리 소회의실로 들어가기 전에 ‘오늘은 모둠활동 끝나고 나와서 학습지 3번답을 적게 할 거야’라고 선언을 해 주면, 끝나고 3번답을 적기 위해서 모둠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게 된다. 소회의실을 활용하여 모둠활동에 참여시키는 방법 온라인 쌍방향수업에 핵심 중 하나는 소회의실 활동이다. 학생들을 방관자에서 참여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도 하다. 온라인 쌍방향수업에서 전체가 다 모여서 수업을 할 때는 학생입장에서 쉽게 말을 하거나 질문하기 어렵다. 하지만 4~5명씩 모이게 되면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필자는 매시간 10분 정도씩 학생들 모둠활동을 시키려고 노력한다. 소회의실에 모둠별로 넣어 놓으면 열심히 토론도 하고 활동도 할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사실 소회의실에 넣어 놓는다고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좋은 토론주제나 활동내용을 제시해 주면 활발하게 소통을 하겠지만, 매시간 그런 걸 만들어 내기도 쉽지 않다. 그리고 너무 학문적인 접근으로 모든 선생님이 매시간 모둠활동을 시키고 토론을 요구한다면 학생들 입장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소회의실에서 모둠활동을 할 때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냥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즐거운 시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때로는 아주 간단한 활동을 시키고, 남은 시간은 잡담하게 하기도 한다. 모둠활동이 즐겁지 않고 부담이 된다면 지속적인 활동을 시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필자는 모둠활동을 시킬 때 따로 발표자를 뽑지 않는다. 모든 학생이 언제든지 발표자가 될 수 있다. 매시간 10분 정도 모둠활동을 시키는데 발표자 선정 문제로 거의 시간을 다 사용하거나, 모둠원끼리 싸우는 경우도 생긴다. 또 발표자가 선정되면 그 학생에게 모든 것을 떠밀고 나머지 학생들은 방관자가 되기도 한다. 그래서 발표자를 따로 뽑지 않는다. 그리고 모둠활동은 거창한 것보다는 매시간 할 수 있는 소소한 내용을 선정한다. 예를 들면 함께 학습지 풀기, 함께 교과서 연습문제 풀기, 함께 선생님이 제시한 과제 수행하기와 같은 별다른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내용을 주로 제시한다. 선생님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이 각자 해야 하는 활동이 생기면, 모둠활동을 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활동에 제대로 참여했는지는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모둠활동에서도 방관자로 남아 있는 학생들이 있다. 그래서 모둠활동을 할 때 필자만의 규칙이 있다. 학생들을 소회의실로 들여보내서 모둠별로 함께 문제를 풀게 하는 대신 조건이 하나 있다. 모둠별로 정답을 통일시켜야 한다는 조건이다. 즉, 활동은 자연스럽게 해도 좋지만, 제시한 문제의 정답은 모둠별로 상의해서 통일시켜야 한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각자 활동하고 정답을 통일시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서로 토의를 하게 된다. 그리고 모둠활동이 끝나고 다시 전체가 모였을 때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채팅창에 선생님이 요구하는 답을 적게 해서 확인하면 된다. 이 체계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학생들은 선생님이 제시한 주제로 토론하게 된다. 모둠활동이 끝나면 나가서 채팅창에 활동 결과를 입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 비대면수업이 장기화하면서 수많은 온라인 수업도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수업의 본질은 바뀌지 않는다. 수업의 핵심은 결국 어떤 도구를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다. 그리고 현란한 온라인 수업도구들의 착시에 빠지지 않았으면 한다. 도구는 수업목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선생님들이 평상시에 가장 잘 할 수 있는 자신만의 수업방법을 찾아서 온라인수업에서도 활용하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지만 결국 학생들과 소통하고 방관자를 참여자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수업이 될 것이다. 특히 실시간 쌍방향수업에서는 학생들이 방관자가 되지 않고 참여자로 바뀌는 방법들을 고민해 보고 위 내용을 참고해서 선생님 자신만의 의미 있는 수업을 만들어 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