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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신호철(서울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주변을 보면 나이를 막론하고 건강을 위해서(?) 평소 비타민을 복용하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실제로 복용하든 하지 않든 종합 비타민이 한 병도 없는 가정은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특히 노부모를 모시는 가정에서는 효도를 위해서라도 자녀들이 노부모에게 종합 비타민제를 선물하는 경우가 많다. 또 필자를 찾는 환자들 중에서 50대가 넘는 환자들은 비타민제를 들고 와서는 복용하는 것이 좋은지를 묻는 환자들이 많이 있다. 그렇지만 흔히 알고 있다시피 건강한 사람들이 비타민을 보충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일까? 또 주변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비타민을 반드시 보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과연 그럴까? 이번 기회에 이 비타민의 보충에 대해서 간단히 알아보기로 하자. 노인들이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좋은가? 사실이다. 노인들은 특별히 건강에 문제가 없어도 평소 비타민을 보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건강하고 평소 음식을 특별히 가리지 않는 젊은 사람들이라면 비타민을 꼭 보충해야 할 이유가 없지만 노인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노인들은 일반적으로 식욕이 떨어지고, 미각과 후각 기능이 감소하며, 의치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서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족이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이나 우울증이 있는 노인들의 경우에는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욱 커진다. 게다가 65세 이상의 노인들의 경우에는 노화로 인한 생리적인 기능의 저하로 비타민 B6, 비타민 B12, 비타민 D, 아연 등의 비타민과 무기질을 잘 흡수하지 못하기도 한다. 또 노인들에게 흔한 건강 문제인 골다공증의 예방을 위해서라도 칼슘과 비타민 D의 섭취는 늘릴 필요가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노인들은 평소 각종 비타민을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비타민은 반드시 약제로 보충해야 하는가? 물론 그렇지는 않다. 비타민과 무기질의 공급원으로 가장 좋은 것은 흔히 생각하듯이 비타민제가 아니라 음식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의 대부분은 단순히 비타민 외에도 건강에 좋은 수많은 종류의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신선한 채소나 과일에 자연적으로 포함되어 있는 항산화제 성분은 각종 질병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앞서 설명한 이유대로 노인들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로 비타민제를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임산부, 흡연자, 습관적인 음주자 등도 비타민을 따로 보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PAGE BREAK]그렇다면 노인들에게는 어떤 종류의 비타민제가 좋은가? 비타민제의 종류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적절한 종류를 선택하는 것이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에는 비타민제를 선택하는 기준이 조금 다르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노인들이 비타민을 보충할 경우에는 어떤 특정 종류의 비타민을 많이 포함한 비타민제보다는 여러 가지 종류의 비타민과 미네랄을 포함하고 있는 종합 비타민제가 더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종합 비타민제는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 양인 일일 권장량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에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할 경우에는 라벨을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 되도록 각종 비타민이 일일 권장량에 맞추어서 포함되어 있는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라벨의 성분 표시를 보면 각종 비타민이 일일 권장량에 비해서 어느 정도나 포함되어 있는지가 표시되어 있다. 특정 비타민은 너무 많은 양이 들어 있지만 다른 비타민은 상대적으로 너무 적게 포함된 비타민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과다 복용으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노인들에게 바람직한 비타민제는 되도록 다양한 종류의 비타민이 포함되어 있고, 각종 비타민이 가능한 일일 권장량에 맞추어 포함되어 있는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일상적인 식사의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된다. 노인들을 위한 종합 비타민제에 반드시 포함되어 있어야 하는 성분들은? 앞서 설명한 대로 노인들을 위한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할 때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다음과 같은 성분들이 반드시 들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우선 미네랄 성분으로 칼슘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골다공증을 예방하고 근육과 신경이 제 기능을 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중요한 것은 노인들에게 철분 결핍성 빈혈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철분을 많이 보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노인들에게 과량의 철분은 심장 질환, 대장암의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마그네슘의 경우에도 신경과 근육의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렇지만 노인들에게 과량의 마그네슘은 복통, 식욕 저하, 설사, 부정맥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철분의 경우와 같이 지나친 양은 바람직하지 않다. 비타민의 경우에는 비타민 B12, 비타민 B6, 비타민 D, 비타민 E 등이 포함되어 있어야 하지만 일일 권장량 이상의 많은 비타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이런 내용들을 염두에 두고 노인들에게 필요한 종합 비타민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잘 판단이 안되면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서 결정하면 도움이 된다.
선생님과 사제의 인연을 맺은 것은, 필자가 20여년 전인 1979년 교육대학원에 진학하여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주경야독을 하던 그 시절, 주간에는 교사로서 담임업무와 학생강의에 매달려야 하였고, 저녁에는 500리 길을 마다 않고 서울에 올라와 지친 몸으로 야간 강의 받기를 2년 6개월이나 하여야 하였다. 그때 얼마나 고생을 하였던지 글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하여 보는 사람마다 필자의 건강을 걱정하곤 하였다. 그래도 그런 고생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교수님들의 열강과 피교육자들의 교육열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 가운데서도 고 천옥환 교수님의 강의는 우리 교육생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필자는 교수님의 강의에 매혹되어, 필자가 재직하고 있던 고등학교에 초청강의까지 실시하여 선생님들과 학생들에게 감동을 안겨준 일이 엊그제 일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필자가 특히 교수님을 잊을 수 없는 것은 위암수술 후 시한부 삶을 사시면서도, 제자를 아끼는 마음으로 손수 묵죽(墨竹) 2점을 그려 주시고, 소동파의 글귀까지 곁들여 써서 보내 주신점이다. 그 글귀의 내용을 원문과 함께 소개하면 미출토시선유절(未出土時先有節) 도청운처갱허심(到淸雲處更虛心) 사묵예향소옥총(麝墨藝向小玉叢) 탁연횡월취영롱(濯煙橫月翠玲瓏) 대나무는 싹이 나기 전에 뿌리에 이미 매듭이 있고(선천적으로 절개를 갖추었다는 뜻), 구름을 뚫고 높이 클수록 더욱 속이 비어간다.(동양사상의 공(空)은 무심의 경지) 먹의 향기 그윽한 데(먹의 향기를 사슴배꼽에 비유함이요 대나무 숲을 의미함), 은은한 저녁 연기 속에 저 달빛은 영롱하구나. 필자는 이 글귀를 수시로 읽어보고 음미(마음을 비우고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면 대나무처럼 우뚝 설 수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나날의 삶이 보람되고 유익하였는가를 반성하곤 한다. 이 모두가 스승의 사랑과 격려 때문이리라.
"야! 오늘 점심 끝내주겠는데……" "메뉴가 뭔데?" "너 오늘 메뉴가 뭔지 급식소에 적힌 것도 안 봤냐?" "넌 그런 것만 보고 다니냐? 배고프면 아무거나 먹는 거지." 점심 시간이면 항상 곱빼기로 먹는 영재는 급식 메뉴에 관해서는 줄줄이 꿰고 있었다. 하긴 오늘은 3교시부터 급식소에서 맛있는 냄새가 솔솔 바람을 타고 활짝 열어놓은 교실창을 널름거리고 있었다. "오늘 불고기야! 돼지 불고기!" '아, 그 냄새였구나.' 하고 생각하는 순간, "진영재. 일어 서." 선생님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아이들의 눈이 영재에게 모였다.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냐?" "예. 돼지 불고깁니다." 영재에게 모인 눈동자가 휘둥그레졌다. "어디 불고기 파티라도 벌어졌냐? 갑자기 불고기 타령이게?" "아닙니다. 오늘 점심 메뉴에 돼지 불고기가 나오는 날이거든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교실을 한바탕 흔들어 놓았다. "영재야, 먹는 것 생각하는 시간에 공부를 해서 이름값 좀 하자. 그러다가 둔재 되면 어떡하니?" 다시 교실에 웃음 폭탄이 터졌다. "좋아요. 점심 시간이 거의 되었으니 아직 못 푼 문제는 숙제로 해오기로 하고, 손 씻고 복도에 모이도록 하세요. 돼지 불고기를 먹으러 갑시다." 돼지 불고기라는 말에 힘을 주어 말씀하신 선생님께서 빙그레 웃으셨다. "만석이니? 공부 잘 하고 왔니?" 돼지우리 쪽에서 내가 돌아온 것을 확인한 엄마는 큰소리로 외치셨다. "네." 여느 때 같으면 돼지우리로 달려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며 엄마와 시간을 보냈겠지만 곧바로 안으로 들어섰다. 잠시 후 엄마는 수돗가에서 손을 대충 씻으시고는 마루로 올라오셨다.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친구들하고 싸웠니?" 컴퓨터 앞에 앉은 나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씀하셨다. "아니에요. 아무 일 없었어요." "그런데 왜 그냥 안으로 들어왔어? 우리 아들이 어디가 아픈가?" 엄마의 축축한 손이 머리를 짚는 순간 그만 말을 해 버릴 뻔했다. "아뇨. 그냥 좀 피곤해서요." "그랬구나. 어서 씻고 숙제해야지." 주방으로 들어가시는 엄마를 잡고 말을 하고 싶었지만 입술을 꼭 물었다. '엄마, 그게 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 가슴이 더욱 조여왔다. 아버지께서 집 마당에 돼지우리를 짓고 돼지를 키우기 시작한 것은 재작년의 일이었다. "만석아, 넌 열심히 공부해서 출세해야 한다. 이 애비는 배운 것이 없어 농사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어. 내 말 명심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 늘 입버릇처럼 하시는 말씀이었다. 그 말 때문은 아니지만 고등학교에 다니는 큰누나는 항상 반에서 1등, 작은누나도 3등 안에 들고, 나 역시 반장을 맡아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공부는 중간 정도지만 아이들은 나를 많은 표 차이로 반장으로 뽑아 주었다. "만석이는 친구들 사이에 의리가 있고, 정의감이 강합니다. 그래서 반장으로 추천합니다." 영재가 나를 반장 후보에 추천하면서 하던 말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정의감이 있으면 뭘 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데……." 얼마 안 되는 논농사와 밭농사로는 우리들의 학비를 대는 일이 어렵다고 생각하신 아버지는 동네에 새로 생긴 목재소에 다니시며 틈틈이 농사를 지으셨다. 그러던 중 쌓아놓은 나무들이 쓰러지면서 아버지를 덮쳐 허리를 못쓰시게 되었고, 결국은 목재소 일도 그만 두게 되었다. 그 해 가을에 집 마당에는 지금의 돼지우리가 자리를 잡게 되었다. "만석아, 오늘은 엄마하고 둘이 저녁 먹어야겠구나." "아버지는 어디 가셨어요?" "그래. 읍내에 나가셨는데 늦을 거라고 전화를 하셨구나. 누나들은 8시가 넘어야 올 테니까 둘이 먹자꾸나." "읍내에는 왜요?" "돼지 때문에……." 다른 때 같으면 힘든 밭일에, 돼지우리 청소하는 일에 힘이 드셔서 저녁 식사를 맛있게 드실 엄마가 오늘은 반찬도 드시지 않고 물에 말은 밥을 멍하니 드시고 계셨다. "엄마, 어디 아프세요?" "응? 아니, 아니다." 내 말에 정신을 차리신 듯한 엄마는 다시 오늘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셨다. 더 이상 마음을 감추고 싶지 않았다. "돼지 불고기 때문에 그랬어요." "뭐? 돼지 불고기? 불고기가 먹고 싶었구나." 엄마의 얼굴에 잠시 어둠이 깔렸다. "만석아, 내일은 학교 끝나면 곧바로 집으로 오거라. 불고기 파티를 해야겠다." '그게 아니에요, 엄마.' 더 이상 엄마의 얼굴을 바라볼 수가 없었기에 밥상에서 일어섰다. "아니, 왜 더 먹지 않고……." "그만 들어가 숙제하고 쉴래요." 엄마가 자꾸 물어오는 말을 피하기 위해 거짓말로 둘러댔다. "선생님, 질문 있습니다." "반장, 무슨 질문인지 말해 보세요." 점심을 먹고 난 5교시 사회 시간이었다. 아이들은 뱃속을 채워준 든든한 점심 식사와 남쪽으로 난 창으로 내려 쪼이는 햇살에 졸음과 씨름을 하는 듯 눈을 껌뻑이고 있었다. "선생님, 우리 나라도 이제는 다른 나라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는 처지가 되었다고 말씀했습니다." "그런데요?" "다른 나라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돼지고기 값이 오른다고 고기를 수입해서 가격을 떨어뜨리면 돼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살아가기가 어려워지는데 이게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까?" 한참을 대답하지 않고 계시던 선생님께서 천천히 입을 여셨다. "반장의 생각이 어떤 것인지는 잘 알았어요. 지금부터 왜 우리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고기를 수입하지 않으면 안 되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할 테니 잘 들으세요." 졸음과 씨름하고 있던 아이들의 눈동자가 커지기 시작했다. "몇 년 전 우리 나라는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함께 모인 국제 회의에 참석한 일이 있었어요. 그 때 그 회의에서 결정된 내용 중에는 우리 나라의 고기 시장을 조금씩 개방한다는 것도 있었어요" "고기 수입을 개방하면 우리 나라의 축산농가는 살 길이 어려워지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하지만 우리가 고기와 쌀의 수입 시장을 개방하지 않으면 우리 나라는 많은 수출품을 외국에 내다 팔 수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의견에 따르게 된 것이에요." "그럼 농민들은 희생해도 된다는 말씀 아닌가요?" 아이들의 눈동자가 나와 선생님을 번갈아 바라보며 호기심에 찬 얼굴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 일은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었던 일이었나 봐요. 물론 정부에서 그 일로 인한 우리 나라 농가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로 애를 쓰고 있어요." "선생님, 이제 그만 설명하세요. 무슨 말씀이신지 이해했습니다."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끊으며 자리에 앉았다.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싱겁게 끝났다는 듯 아이들은 이내 자기들끼리 수군거리고 있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사회 시간의 일들이 또렷이 떠올랐다. "여보, 군청에 돼지를 끌고 가 항의해 보았지만 그게 어디 내 힘으로 될 법이나 한 일이요. 그래서 생각인데 내일은 동네 어르신들 모시고 사람 노릇이나 한 번 해 봅시다." 아버지의 술에 취하신 듯한 목소리를 아련하게 들으며 잠 속에 빠져 버렸다. "동네 어르신들, 어서 오십시오. 이 놈이 못나서 변변히 약주 대접 한 번 못해드렸습니다. 오늘은 그동안의 제 허물을 용서하시고 즐겁게 드시고 노시다 가십시오." 마당에 자리를 펴고 그 위에 펴놓은 상에는 많은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아버지는 동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에게 술을 따라 주시며 바쁘게 다니셨다. 엄마가 동네 아주머니들과 음식들을 나르시다가 나를 발견하셨다. "만석이도 어서 안으로 들어가 불고기 먹어라. 오늘은 그동안 엄마가 해주지 못한 불고기 실컷 먹게 해 주마." 하는 수 없이 방으로 들어왔다. 방 한가운데에는 잔칫상과 다름없는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다. 그 많은 음식들 중에 오직 나의 눈을 끄는 것은 다름 아닌 돼지 불고기였다. 다른 나라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서 나라의 문을 열어준 그 돼지들이었다.
한국교총은 20일 국가 교육위원회 설치를 골자로 하는 초정권적 교육기구 구체안을 제시했다. 교총의 이번 제안은 교육철학과 정책에서 여·야간, 부처간 이견이 표출 되고있는 가운데 제기돼 주목받고 있다. 교총은 `교육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운영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가칭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주장하고 이 위원회 설치 구체안으로 △교육부를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전면 대체하는 방식과 △현행 교육부를 유지하되 합의제 의사결정구조를 가미하는 형태의 2가지 안을 제시했다. 교총은 이 가운데 실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합의제 의사결정 구조를 가미하는 두 번째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즉 현행 교육부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자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서 국가적인 교육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평가하고 법률 제·개정 및 예산을 수반해 국회 의결을 요하는 교육정책을 심의하고 교육부?이러한 심의·의결사항을 집행하자는 것. 이는 현행 시·도교육청 및 시·도교육위원회와 유사한 형태이나 시·도교육위원회의 결정이 교육청에만 해당되는 데 비해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과 관련된 부처에 영향을 미친다. 교총은 이 위원회가 교육에 관한 최고의 합의제 의결기관이란 점에서 여성특별위원회나 중소기업특별위원회처럼 대통령 소속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교총은 또 위원회 구성과 관련 교육계, 학부모단체, 시민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임기를 달리해 정권교체와 관계없이 교육정책이 영속성을 갖도록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교육관련 부처 장관을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시킬 것을 제안했다. 초정권적 교육기구로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필요성에 대해 교총은 "교육인적자원회의(전 새교육공동체위원회) 등 정부내 각종 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국민의 의견을 통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교육문제를 정략적으로 활용해 안정된 교육정책을 수립·시행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고 지적하고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해 국가 수준의 교육에 관한 최고 합의제 심의·의결기구로 교육정책의 수립·집행뿐 아니라 정책의 공과를 평가하는 기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교평준화 해제, 대학기부금입학제 허용 등을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이견으로 국민적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이끌기 위해서는 장관이 독단적으로 정책을 결정하는 구조를 합의제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교총은 20일 `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운영 방안'이란 보고서를 통해 합의제 정책결정기구로 국가교육위원회(가칭) 설치를 주장하고 △교육부를 합의제 집행기관으로 전면 대체하는 방식과 △현행 교육부를 유지하되 합의제 의사결정구조를 가미하는 형태 등 2가지 구체안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가 제시한 첫 번째 방안은 현행 교육부를 합의제 행정청인 국가교육위원회로 대체하고 조사·입안·특정행정의 실시 등 집행기능과 규칙을 제정하는 준입법적 기능 및 교육정책 분쟁에 대한 중재·조정 등 준사법적 기능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유형으로는 감사원과 선거관리위원회가 있고, 재경부의 전신인 기획예산위원회도 여기에 해당된다. 미국의 경우는 독립규제위원회가 행정기능의 급격한 경제사회적 변동에 의해 야기되는 당면 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합의제 행정청으로서 경제·사회복지·교육 등을 관장하는 특별한 행정구조가 있다. 둘째 방안으로는 현행 교육부를 유지하면서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두는 것이다. 그러나 교총은 첫 번째 방안의 경우 현행 교육부 체제를 전면적으로 대체하는 것이어서 실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두 번째 방안 실현을 중점 요구할 계획이다. . 보고서는 또 우리나라 교육정책 결정의 대부분이 중앙부처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지고 특히 대통령의 의지가 정책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국의 경우는 교육정책의 부서간 조정기능을 수행하는 별도의 연방부서간 교육위원회(Federal Interagency Committee on Education)를 두고 있으며, 지난해 부시 대통령이 교육개혁안을 발표할 때도 `No Child Left Behind : A Blueprint for Education Reform)'이라는 법안 형태로 발의하고 초당파적 교육개혁(Bipartisan education reform)을 위해 의회의 협력을 수 차례 강조하는 등 안정된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교총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지금은 정당간에도 교육정책에 대한 입장이 틀리고 독점적 정책 결정과 부처간 이견으로 인한 혼란이 점점 커지고 있어 범국민적 정책결정의 합의기구가 더욱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 미국의 경우처럼 "장기적 교육개혁 방안을 법안으로 제출해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차원에서 다양한 논의를 거치는 것이 정파나 정권교체를 떠나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20일 한나라당 교육위원들과 정책협의회를 갖고 교육현안 해결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교총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조기 도입,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교육행정의 전문성 강화, 유아교육 발전, 보건교육 개선, 90년 10월8일 국립사범대 우선 임용 위헌 판결에 따른 미발령자 구제 문제 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교총이 최근 제기한 `과학기술 전담 부서 설치와 복수 부교육감제 도입' 등 교육부·교육청 직제 개편안과 실업교육 활성화 방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2월 국회에서 다루게 될 `양호교사를 보건교사로 개칭'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중개정법률안과 교원임용후보명부 등재 미발령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교총은 교원정년 환원 문제와 관련 "올 1학기 초등 기간제교사가 2777명, 내년에는 6733명에 달하는 등 교원부족사태가 심각하므로 교원정년을 단계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나라당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요구하는 한편 "대선 교육공약에는 반드시 교원정년 65세 환원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조기 도입,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유아교육법 조속 제정 등에 교총과 같은 입장임을 재확인 했다. 이날 교총에서는 이군현 회장, 채수연 사무총장, 우재구 교권정책본부장, 한재갑 정책교섭국장이 한나라당에서는 이규택 위원장, 박창달 의원, 김정숙 의원, 황우여 의원, 이재오 의원, 현승일 의원, 조정무 의원이 참석했다.
경기도 평준화고교 재배정 사태가 도교육청과 학부모들간의 합의에 따라 마무리되고 있지만 `비선호 학교' 교사들의 심정은 찹찹하다. "작년에 서울대 몇 명 보냈느냐?" "그곳도 학교냐?"하는 식의 학부모들의 화풀이 전화가 심심찮게 걸려오고 있는 데다 입학식이 끝나자 마자 쇄도할 지 모르는 전학사태 때문이다.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에 불만을 품고 도교육청에서 농성을 벌이던 학부모들은 19일 밤 늦게 전원 귀가했다. 도교육청은 원거리 학교에 배정된 학생들에게 `선 등록 후 전학'의 형식으로 재 추첨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또 "근거리 학교에 배치된 학생들도 전학할 수 있게 해 달라"며 농성하던 의왕 ·고양· 분당 지역의 학부모들은 '도교육청과 차후 협의를 계속한다'는 조건에서 농성을 풀었다. 합의에 따라 고교 재배정 사태는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선호학교에 배정되면 아무런 불만이 없지만, 비 선호 학교에 배정된 학부모들은 거리를 불문하고 전학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제도적인 개선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는 도교육청 농성장에서도 쉽게 확인됐다. 무리를 지어 대책을 논의하던 학부모들은 "솔직히 말해서 여기 온 학부모들 대부분이 기피학교에 배정된 사람들 아니냐?"고 했다. 한 학부모는 "기피 학교에 배정된 돈 있는 사람들 중 서울로 전학시키기 위해 위장 전입해 놓은 사람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런 우려는 신입생예비소집 때도 현실로 나타났다. 성남지역 비선호 학교의 한 교사는 "예비소집에 불참한 학생이 90명이 넘었다"며 속상해했다. 이날 예비소집에 불참한 학생들은 경기도 평준화지역 전체에서 67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의 교사는 "학교설명을 하고 있는 다른 한쪽에서는 등록거부 서명을 받고 있어서 썰렁했다"고 전했다. 교사들은 "학부모들의 심정도 이해한다"면서도 "평준화제도에 찬성해 놓고서 비선호 학교에 배정됐다고 전학을 요구하는 것은 너무 이기적이다"는 반응이다. 교사들은 또 학부모들의 이런 대응은 "재학생들의 여린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있다"며 걱정하고 있다. 전학생들이 많을 경우 학교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비선호 학교의 한 교장은 "교사와 학생들의 사기 저하가 가장 우려된다"고 하면서 "학생수 감축에 따른 재정지원 감소로 학교운영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같은 학교의 교감은 "대량 전학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면 학교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밖에 없어 내년에도 기피현상이 반복되지 않겠느냐"고 걱정한다. "매년 서울로 전학가는 신입생들이 80여명 정도"라는 교감은 "서울로 전학 간 학생들은 다시 신도시 고교로 되돌아 온다"고 말한다. "평준화 실시 이전인 작년까지 서울로 전학가는 학생들 중 80%는 신도시 고교에 떨어진 학생들"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근거리 배정 된 학생들조차 전학을 허용한다면 올해는 전학생 숫자가 얼마가 될지 모를 일"이라며 한숨을 내쉰다. 비선호 학교에 대한 논란은 이들 학교를 평준화지역에 포함시키면서부터 예견됐다. 학교배정 시 전산 오류로 문제가 커진 점도 있지만 제도상의 미숙함도 함께 지적된다. 경기도는 독특한 '선 지망 후 추첨과 근거리 배정 방식'을 채택했다. 이 제도를 두고 도교육청은 "평준화 제도를 유지하면서 학생의 학교선택권을 넓힌 방안"이라면서 "모의 실험결과에 의하면 선 지원 후 추첨방식이 학교 서열화와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농성을 통해 이 방식이 "비선호 학교를 더욱 기피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성적별로 등급을 나눠 균등하게 학생을 배정하고 있다. 학생들이 특정학교를 기피하는 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이들 학교들은 변두리에 자리잡고 있거나, 실업계에서 전환된 지 얼마 안됐거나, 공사중이라는 특징이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한결같이 `대학 입시 때 불리할 것'이라는 인식을 받고 있다. 또 `신도시 개발과정의 부산물'이라는 점도 있다. 성남지역의 비선호 학교들은 분당이 개발되기 이전 7, 80년대에는 명문고였다. 분당이 개발되면서 교통이 나빠지고, 상대적으로 낡은 학교시설 등이 기피요인으로 작용됐다. 그 지역의 한 교사는 "명문고에서 비선호 학교로 전락했지만 판교가 개발되면 자연스럽게 옛날의 명성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비선호 학교의 교사들은 한편으로는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 `지금 들어오는 신입생 정도라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17일 이상주 부총리가 한 비선호 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교장은 "3년만 두고봐라, 명문고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큰 소리쳤다. 부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수교사 배치, 첨단 기자재 지원, 통학버스 제공 등을 교육청에 당부했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한 2001학년도 교실수업개선 연구학교 평가 워크숍에 참가한 적이 있다. 각 학교 연구부장들이 연구 기간 중, 실천 적용한 내용을 주제별로 발표하고 토의하는 자리였다. 각급 학교의 상이한 여건과 환경, 그리고 배경을 바탕으로 실천한 갖가지 사례를 한 자리에서 비교,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날 워크숍의 분위기를 보면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실수업개선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고 있었다. 교육계가 흔들리고 교단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교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 밖에서 보면 교사들은 꽤나 자유시간이 많아 보이겠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 교사들이 단지 맡은 수업만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교육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의 보충 지도, 특기 적성 교육, 담당 업무와 공문 처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수업안 작성 및 교재 연구, 각종 자료·학습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개인별 수준별 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교육은 분명 희망이 있다. 학교와 교사를 아우르는 지고지순한 활동은 수업이고 장학의 초점 역시 교실수업개선이다. 누가 뭐래도 수업은 교사의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 현실은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수업보다는 다른 주변의 일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다. 장학 역시도 교사의 수업 개선과 그 지도보다는 장부와 서류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 관행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객이 크게 전도됐던 것이다. 교사의 본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이 수업이다. 매일 몇 시간씩 수 십 년을 하더라도 늘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수업이다. 40여 년을 교단에서 보낸 정년 퇴직 교원들도 한결같이 후련하고도 만족스런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흔히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이는 수업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탄력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수업개선은 얼마 전까지 우리 교육의 방법적 신교육 패러다임의 하나였던 열린교육의 개칭이다. 이른바 열린교육은 1980년대 말 우리 나라에 도입되어 10여 년 간 우리 교육을 개혁하려 했던 신교육 운동이었다. 기존의 교과서 맹종, 교실 위주의 경직된 수업의 틀을 과감히 불식하고 학생 중심, 활동 및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을 지향했던 우리 교육의 일대 밑으로부터의 개혁 운동이었다. 열린교육이 지나치게 방법적, 형식적 측면에 치중하여 중요한 내용적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교수-학습의 초점을 학습자인 학생에 맞추었다는 점은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개혁 운동으로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상 열린교육에 대한 평가 역시도 먼 훗날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단 열린교육과 교실수업개선이라는 낱말의 차이가 아니라, 교수-학습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2002학년도에는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적용되고 고교 1학년까지 확대된다. 명실공히 우리 나라 보통 교육을 아우르게 된다. 여러 가지 시행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교육과정이지만, 학생들에게 알기 쉽고 편안하게 배우게 배려하는 수업, 기존의 교실수업을 여건에 맞게 개선하는 교육과정으로 이해하고 교사들이 자율과 창의로 교실에 적용한다면 문제점은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근본 역시 교실수업개선이기 때문이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2002 교육개혁' 이전에는 일반입시(정시, 수시 등)와는 상관없이 별도의 특별전형(특례법 조항)에 의해 독자적으로 실시돼 왔다. 전형 일자도 대학 자율로 정했고 추가합격 및 등록이 가능했으며 각 대학에서 결원보충도 자유롭게 이뤄졌다. 때문에 입시 당사자인 대학과 학생 및 학부형들도 만족해하는 제도로 정착됐다. 그러나 2002학년도부터 모든 수시전형(재외국민 전형 포함한 농어촌, 어학특기자전형 등)에서 결원보충에 대한 추가 합격 및 등록제를 폐지함으로써 대학과 특례입학 대상 학생, 학부형들이 큰 혼란과 피해를 겪고 있다. 예를 들면, 주요 명문대학의 경우 정원의 30%나 미등록 결원된 채 정원이 마감됐고, 중상위권 대학에서는 수시·정시 분할모집 시행으로 똑같은 학생을 대상으로 서류심사 및 전형을 두 번 반복하는 비효율적인 입시관리가 초래됐다. 그리고 해외재학 중인 일부 학생들은 국내 대학으로의 진학에 불리함을 느껴 외국 대학으로 선회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2002학년도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대학 당국이나 학생, 학부모 모두 원치 않는 제도로 오로지 교육개혁 명분만을 좇아 수험생의 특수성을 무시한 채 실시된 시험제도다. 재외국민 특별전형의 근본 취지는 그들이 가진 이중언어와 문화, 공부체험을 적극 살려 국제화·세계화시대에 부응할 국가적 재목을 기른다는 거시적 차원에 있다. 따라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에 도전하려는 해외 귀국 자녀들에게 국내대학 진학 기회가 박탈되지 않도록 현실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현재 수정 및 보완하려고 하는 수시 2학기 전형에서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예외적으로 단 한 차례에 걸쳐 추가합격 및 등록을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래서 대학이 이중적인 입시제도 운영으로 겪는 행재정적 낭비를 막고 우수한 우리 학생들이 해외 현지에서 해외 대학으로 유출되는 일을 방지해야 할 것이다.
중고교 교복을 개별적으로 구입하려면 한 벌에 15∼20만원은 줘야 한다. 학교에 입학해 단체구매를 하면 반값에 구입이 가능하지만 각 학교가 입학식 때 교복을 착용하도록 하고 있어 구입할 수밖에 없다. 한때는 교복자율화까지 했었는데 입학 시 꼭 교복을 고집해야 하는 지 납득하기 어렵다. 입학 후 20∼30일간의 여유만 주면 교복 단체구입이 가능한데도 학생지도상 문제점이 있다는 이유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게 만드는 것은 지나치게 학교편의주의적 처사라는 생각이다. 그리고 교복 대부분이 값비싼 재료보다는 면이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실용적인 옷감인데다 특별한 디자인이나 장식도 없는데 그렇게 비싼 이유를 도무지 모르겠다. 게다가 같은 회사에서 만든 똑같은 교복이라도 지역이나 상점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심지어 6∼7만원까지 가격차이가 나는 경우에는 어이가 없다. 그러니 시중의 교복가격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의문스럽다. 내 생각에는 각 학교에서 입학식 때 교복 착용을 고집하지 말고 한 달간 여유를 두고 단체 구매에 나섰으면 한다. 소비자, 학부모, 교육당국자들이 함께 교복 구매 표준시안을 작성한 뒤, 이에 따라 공개 입찰을 통해 교복공동구매를 한다면 10만원 미만으로 교복 값을 내릴 수 있다고 본다. 교복 착용의 취지 중 하나가 학생들의 옷값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 한국교육신문이 한국교육개발원 `학교 내실화 방안' 보고서를 요약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초등 저학년 수업 시수를 고학년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장 교사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외국은 보통 180일 이상이 연간 수업 일수지만 우리 나라는 220일로 40일 정도나 더 많다. 게다가 초등 고학년 교사들은 하루에 6, 7시간씩 일주일에 30시간 이상을 지도하는 경우도 많다. 아동, 교사 모두 수업에 치어 기진맥진한 상태다. 아이들은 수업만 받는 게 아니다. 방과후면 청소할 시간도 없이 학원에 가려고 발버둥친다. 가끔 "오후에 남아서 선생님 도와줄 사람 손들어 봐요"하고 물으면 어쩌다 한 녀석 있을까 말까다. 지금 아이들은 개성과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인내심이나 희생정신이 매우 부족해 걱정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을 할 시간도 여건도 따라주지 않는다. 국가시책으로 특기적성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분히 형식적이고 시간도 부족해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20년을 근무하며 현장에서 느낀 것은 초등 고학년도 수업 시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4시간씩 일주일에 24시간 정도를 수업하고 오후에는 특기적성교육이나 학습부진아 구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엄청난 사교육비도 줄이고 교사와 학생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수업 시수는 더 줄여야 한다.
학교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할 것인가, 허용할 것인가? 미국의 학교들은 최근 몇몇 주(State)가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완화하고 휴대폰 소지를 허용하는 학교가 점차 늘어나자 찬반 논쟁의 가운데서 고민에 빠져있다.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많은 미국 학교들은 초·중등 학생들이 학교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거나 소지하는 것 자체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학교마다 벌칙이 다르지만 휴대폰을 소지만 해도 주말에 학교에 나오게 하거나 혹은 근신 처벌을 내리기도 한다.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아예 주 정부 차원에서 금지시켜 놓은 경우도 많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미시건 주 등을 포함한 많은 주에서는 `학생들은 휴대폰이나 기타 전기 용품을 학교에 가지고 올 수 없다'고 법률로 규정해 놓았다. 플로리다 주는 교사가 학생의 휴대폰을 바로 압수하고 학부모가 직접 학교로 와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두 번째 적발되면 새 학년이 될 때까지 휴대폰을 되돌려 받을 수 없다. 최근 그 규제가 풀리기는 했지만 휴대폰에 대한 제재가 심했던 메릴랜드 주는 학생들의 교내 휴대폰, 삐삐 소지 자체를 `범죄 행위'로 간주했었다. 처음엔 경고 차원에서 끝나지만 두 번째는 학교가 의무적으로 경찰에 신고해야 하며 학생에게 25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6개월까지 실형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이 적용됐다. 한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이런 강력한 법이 적용되게 된 이유는 지난 1990년대 학생들이 주로 마약 거래나 집단 폭력 행위를 하는 수단으로 통신 기기를 이용한다는 결론 때문이다. 그러나 휴대폰 문화의 확산에 더해 2000년 콜로라도 주의 한 고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동 사건과 지난해의 9·11 테러는 휴대폰의 유용성이 부각되는 기폭제가 됐다. 한 고교생이 학교에 총을 가지고 들어와 학생과 교사에 대한 무차별 살상을 저질렀을 때 경찰에 빠른 신고를 할 수 있었던 것과 9·11 테러 당시 가족들의 신변 안전 여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휴대폰 덕분이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금해 온 법안들이 도마 위에 올랐고 휴대폰 사용을 무조건 금하는 것은 시대적 흐름에 맞지 않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 소재 한 고교 교장은 "법으로야 금지돼 있지만 전교생 4600여 명 중 약 60 내지 70 퍼센트가 휴대폰을 가지고 다닌다"며 "이 정도면 교사들이 일일이 빼앗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토로하기도 한다. 법대로 처리하기에는 휴대폰을 사용하는 학생 수가 너무 급증하다보니 학교당국도 어쩔 수 없이 가방 속에 넣어두라는 경고로만 끝내거나 아예 휴대폰 소지를 눈감아 주는 형편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국의 교육주간지인 Education Week는 "학생들에게 발각되지 않으면 법을 어겨도 좋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내게 되는 꼴"이라며 교육적 차원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일부 교육 관계자들은 `눈 가리고 아옹' 하기보다는 올바른 휴대폰 사용 예절을 가르치는 게 낫다고 말하고, 맞벌이 가정과 학교 폭력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아이들과 수시로 연락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도 휴대폰에 대한 제재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같은 여론이 일면서 최근 오클라호마 주와 메릴랜드 주는 학생들의 휴대폰 소지 허용 유무에 대한 결정권을 학교 재량에 맡기기로 했다. 또 미시건 주와 인디아나 주 등 여러 주가 제한적 범위 내에서 학생들의 휴대폰 사용을 허용하는 방침을 마련 중에 있다. 그리고 휴대폰 사용을 허락하는 학교들은 수업 시간과 기타 학교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끄도록 하고 방과후에만 전화를 걸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몇 개 주와 학구에서 휴대폰을 허용하자 학부모, 학생 일부 교사들은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다수의 교사, 교육 행정가들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전국 학교 안전과 안보 서비스센터'(National School Safety and Security Services) 회장은 "혼란을 초래하는 일입니다. 그저 가지고 오지 말라고 말하는 것이 편합니다"라며 휴대폰 허용 법안을 단호하게 반대했다. 교사와 교육 관계자들도 휴대폰이 수업 활동을 침해한다며 반대하고 있다. 수업 중간에 울리는 전화벨 소리와 교사의 눈을 피해 문자 메시지를 보내거나 음성 메시지를 확인하는 학생들의 행위는 학급 활동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또 학생들의 마약 거래와 폭력 서클 활동을 용이하게 해 학교 내 범죄 활동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9·11 이후 학교에 폭탄 테러를 감행하겠다는 전화를 걸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중 휴대폰을 이용한 학생들의 장난이 많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휴대폰을 허용해 골치를 썩느니 아예 가져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전국교육연합회(National Educational Association)에서 인터넷 여론 조사를 벌인 결과, 아직도 약 75% 이상이 학생들의 학교 내 휴대폰 사용을 반대하고 있다. 굳이 학생들이 학교에까지 휴대폰을 가져와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의 보급이 일반화되고 있는 오늘날 어디까지 그 규제가 가능할 지는 미지수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