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98,723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김영광 | 노울동화놀이학교 대표 · 한국인력개발원 교수 “‘대화미인’이 되어야 한다” 최근 외모를 앞세우는 ‘얼짱’이니 ‘몸짱’이니 하는 말이 유행함으로써 외모지상주의를 더욱 부추기고 있는 실정에 있다. 하지만 그와 대조적으로 보행미인, 미소미인, 대화미인 등 다양한 문화적 미인의 등장 역시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다는 점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보행미인은 걸음걸이가 멋진 사람, 미소미인은 웃는 모습이 아름다운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강조하고 싶은 미인은 바로 대화미인이다. 대화미인은 글자 그대로 대화를 잘 풀어나감으로써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주는 사람을 가리킨다. 그만큼 인간관계에서 대화가 중요하고 인간적인 매력으로서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과연 어떤 사람이 대화를 잘 하는 사람일까? 목소리가 큰 사람일까? 아니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상관없이 소화를 잘 시키는 사람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앞장서서 대화를 주도해 나가는 사람일까? 물론 세 가지 모두 성공을 위한 대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누구라도 다 알고 있는 상식이라는 점에서 일단 접어두고 자칫 지나쳐 버리기 쉬운 대화법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사실 교육현장에서는 물론 일반 대인관계에 있어서도 대화의 공식은 끊임없이 창출되어야 하는 삶의 공식이 아닌가 싶다. 잘 들어주는 것이 더 중요 첫째,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라는 것이다. 아무리 대화를 잘 한다고 해도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주는 대화법은 없다. 그만큼 상대방의 말을 들어주는 일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오래 전 ‘생명의 전화’ 상담원 교육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당시 필자는 “상담원은 남의 말을 잘 들어주는 귀를 가져야 한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주다 보면 친근감이 생겨서 두 사람 사이에 인간적인 관계가 형성되고 무엇보다도 상대방의 정보를 많이 알 수 있어서 보다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데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입은 하나밖에 없지만 귀는 두 개씩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뛰어난 화술가로도 유명하다. 그는 누군가와 면담 약속을 하면 그 사람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쌓기 위해 부지런을 떨었다. 언젠가 해군에 관련된 전문가와 면담을 하게 되었는데 루즈벨트는 예외 없이 밤새워 준비를 했다. 루즈벨트는 앉자마자 자신의 지식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해군 전문가는 두 눈을 반짝거리면서 집중을 해서 이야기를 들었다. 게다가 “그렇지요”, “네, 맞아요”라고 하면서 열심히 맞장구를 치기까지 했다. 그 사람은 말할 기회를 별로 갖지 못했지만 루즈벨트의 호의적인 결정에 감사를 하며 돌아갔다. 루즈벨트가 비서관에게 말했다. “방금 그 사람, 대단한 화술가더구먼!” “하지만 그 사람은 별로 말을 하지 않던데요?” [PAGE BREAK]대통령과 대화를 나누었던 해군 전문가는 일방적으로 자신의 주장만 펼치는 입담꾼이 결코 아니었다. 오히려 경청 능력이 뛰어난 사려깊은 화술가였던 것이다. 개롤 메이홀의 ‘주여, 지혜를 가르치소서’하는 기도문은 경청의 자세를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주님, 저의 귀를 열어주소서 듣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들을 때에 비로소 지혜로워 진다는 것을, 들을 때 비로소 명철해 진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제가 얼마나 가려서 들어 왔는지요. 제가 원하는 것만을 듣고 있는지는 않는지요. 귀를 활짝 열고 진정으로 듣는 법을 가르치소서.” 둘째, 말을 쉽고 짧게 하라. 적잖은 사람들이 대화를 할 때 어렵게 말하기를 좋아한다. 게다가 누군가 설득을 하고자 할 때는 더더욱 말을 길게 하려는 경향이 높다. 그래야 상대방이 날 무시하지 않고 우러러보거나 감동을 받을 것이라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입장에 있기 때문에 더더욱 어려운 말을 쓰고자 하는 유혹을 쉽게 떨치지 못한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먼저 말을 왜 하며 대화를 왜 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것은 나의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고 상대방의 뜻을 정확하게 알기 위함이 아닐까? 그렇다면 잘난 척하기 이전에 우선 쉽고 짧게 말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하라. 위대한 연설가일수록 이 원칙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다. 쉽고 짧게 말하는 대화법으로서 ‘키스(KISS)의 법칙’이 있다. “Keep It Simple, Stupid(단순하게, 그리고 누구나 알아듣게)” 세계적인 지도자들의 일상의 대화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의 말 속에는 진부한 표현, 화려한 미사여구, 딱딱한 전문용어 등이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오히려 짧고 쉬운 표현만으로도 커다란 감동을 안겨준다. 특히 연설을 하거나 설교를 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그러므로 성공을 위한 대화를 원한다면 제발 쉽게, 그리고 짧게 말하라. 쉽고 짧은 대화에서 양념으로서 바로 속담과 명언이 있다. 속담은 짧은 한 마디로도 강력한 메시지를 던져줄 뿐만 아니라 상대방을 꼼짝 못하게 만드는 설득력을 발휘한다. 어떤 학교에 수업시간만 되면 떠들기 좋아하는 학생이 하나 있었다. 참다못한 교사가 그를 교무실로 불러서 따끔하게 주의를 주었다. “넌 왜 애가 맨 날 그 모양 그 꼴이냐?” “에?” “에가 뭐야 에가, 엉?” “오는 말이 고아야 가는 말이 곱죠.” “넌 도대체 뭘 하는 녀석이냐?” “쩝,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니까요.” “그래도 또박또박 말대꾸할래?”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고 하잖아요.” “이 녀석아, 꼴도 보기 싫다. 당장 나가!” “가다가 아니 가면 아니 간만 못 하지요.” “어휴, 저 녀석을 그만…” [PAGE BREAK]물론 이 이야기는 우스개 소리에 불과하다. 그리고 교사에게 말대답을 꼬박꼬박 하는 학생도 실제로 찾아보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중요한 건 속담이라는 것이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매우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짤막한 속담화법을 통해서 교사의 비인격적인 언사를 신랄하게 풍자하는 꼬집는 예화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강의나 연설, 그리고 대화를 할 때 속담이나 명언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성공을 위한 화술의 기본이 아닐 수 없다. 만일 누군가가 자신의 실수를 감추려고 한다면 그 때 무슨 말이 필요하랴.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랴.’ 이 속담 한 마디를 듣는 순간 상대방은 무릎을 꿇고 말 것이다. 셋째, 유머를 적극 활용하라. 흔히 유머는 남을 웃기는 말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유머의 역할은 웃기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여유 있는 유머는 위기상황으로부터 자신을 구출해 주며 풍자적인 유머는 상대방에게 충격을 주지 않고도 강한 메시지를 던져 준다. 다시 말해서 웃음이나 재치로 포장을 해서 상대방의 잠들어 있는 영혼을 깨우거나 어떤 경우에는 부드럽게 자극을 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학교에서 교무회의를 회의를 하는데 별로 신통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게 되자 한 선배교사가 젊은 나이에 대머리가 된 후배교사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무슨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그러자 후배교사가 평소 빛나리라고 놀리던 턱이 뾰족한 선배교사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말했다. “글쎄요…. 무슨 뾰족한 수가 없을까요?” 평소 외모를 보고 놀리던 선배교사가 후배교사에게 한 방 맞는 모습을 보고 다른 교사들이 모두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을 것이다. 사실 유머는 웃음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친근감을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주의집중을 시켜 준다는 점에서 교사에게는 필수적인 요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유머는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워주는데 더없이 좋은 교육 자료가 아닐 수 없다. 한 마디의 유머에 아이들의 상상력은 마음껏 나래를 펴고 학교생활은 즐거운 놀이터가 되기도 한다. 어느 날 정부로부터 지정을 받은 영재학교에 장학사가 방문을 했다. 그래서 교장은 수업중인 교실로 장학사를 안내하게 되었다. 그 반은 마치 지구의를 꺼내놓고 세계 정세에 대해서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장학사가 지구의를 가리키면서 한 학생에게 물었다. “학생, 왜 지구의가 기울어졌나?” 그랬더니 학생이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장학사님, 제가 안 그랬는데요.” 장학사는 빙그레 웃으면서 담임교사를 쳐다보았다. 그랬더니 담임교사도 웃으면서 한 마디를 하는 것이 아닌가. “처음 살 때부터 그랬습니다.” 그랬더니 교장선생님도 질새라 한 마디 거들었다. “선생님, 오늘 당장 고쳐 놓으세요.” 장학사 앞에서도 웃음과 여유를 잃지 않는 자유분방한 분위기가 과연 영재학교답다. 사실 웃음은 우뇌를 자극함으로써 창의적인 사고를 갖게 하며 마음의 여유를 통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고 이미 많은 학자들이 밝혀낸 바 있다. ‘천재가 되려면 웃는 법부터 배워라’는 말도 괜히 하는 말이 아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존경을 받은 링컨이나 아인슈타인, 그리고 처칠 같은 위인들의 공통점은 그들이 어려서부터 항상 유머를 통해서 끊임없이 웃음을 창출해 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PAGE BREAK]“속담과 유머를 활용하라” 넷째, 가슴으로 말하라. 사람은 평생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말을 하면서 살아간다. 게다가 알게 모르게 새로운 말을 배우는 기회도 많이 갖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 잘 하는 사람을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다. 미사여구를 보기 좋게 늘어놓는다고 좋은 말이 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말이란 기억이나 생각과는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장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어떤 책에서 읽었던 얘기, 누군가로부터 들었던 얘기가 곧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처음 몇 번 들었던 말은 특별한 감동을 주지 않는 한, 대부분 곧바로 사라져 버리고 만다. 그러다가 그것이 반복적으로 나의 뇌리를 스치고 나의 가슴속으로 녹아들어 갈 때 서서히 나의 말이 되기 시작한다. 필자 역시 처음 강의를 할 땐 잘 모르고 어려운 말을 앞세우기에 바빴다. 즉 대화나 교감보다는 논리적인 원칙이나 문법적인 틀에 맞추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단어의 정리정돈은 잘 되는 반면 자유로움이나 즐거움 같은 진짜 중요한 가치가 빠져버린 경우가 허다했다. 그 후 필자는 7년 동안 본의 아니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책을 읽었다. 책 속에 나오는 이야기만으로도 며칠 밤을 지새우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비로소 명강의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의 머리 속에 너무나 복잡하게 얽혀져 있는 잡다한 지식들은 오히려 말하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그것들을 앞세우다 보면 이야기의 줄거리가 산만해지고 그러다 보면 말의 속도가 느려지며, 심한 경우 종종 말의 핵심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래서 필자는 마음을 비우고 나의 생각과 경험을 중심으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다시 말해서 내 머리 속에 꽉 차 있는 설익은 지식과 틀에 박힌 고정관념을 버릴 때 오히려 훨씬 더 말이 잘 풀린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동안 아름답고 소중한 말들을 잊어버리면 어떻게 하나 전전긍긍하던 나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우매하고 우스꽝스러웠는지 깨닫게 되었다. 그렇다. 진정한 말과 철학은 가슴속에 들어 있다. 배우고 익히는 것은 단지 내 안에 있는 것들을 효과적으로 꺼내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말은 단지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며 그것을 담는 그릇이나 포장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왜 몰랐던가. 얄팍한 지식이나 잡다한 정보를 미련 없이 모두 던져버리고 텅 빈 마음으로 가슴속에다 대화의 꽃을 피게 할 때 진정한 말을 할 수 있지 않던가. 이제부터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말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섯째, 맞춤형 칭찬을 하라. 칭찬의 장점은 너무나도 많다. 칭찬은 의욕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새로운 힘을 솟구치게 하고 뭇 사람들에게 신바람을 불러일으킨다. 칭찬이 있는 곳에는 온기가 감돌고 자신감으로 차고 넘친다. 칭찬은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하더라. 게다가 칭찬은 식물들에게는 특별한 영양분이 되어 생물학적인 성장을 크게 돕기도 한다. “당신과의 만남이 나를 더 좋은 남자로 만들었다.”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에서 헬렌 헌트가 칭찬해 달라고 하자 잭 니콜슨이 건넨 말이다. 헬렌 헌트가 ‘내 생애 최고의 칭찬’이라고 감동할 만큼 멋진 칭찬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이켜 보면 어린 시절 학교에서 선생님에게 “참 잘 했어요”라는 한마디가 듣고 싶어서 정말 열심히 청소도 하고, 숙제도 했던 기억이 날 것이다.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누군가 던져주는 칭찬 한마디에 신바람이 나고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칭찬은 결국 자신의 존재가치를 크게 인정해 주었다는 뜻이니까.
김나영 | 대전 서부초 교사 학년초의 교육은 1년을 통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지금 학교는 현행 3월 1일자 교원정기인사로 인하여 매우 바쁘고 어수선하여 마치 이사를 오가는 집과 같이 정신이 없다. 시간 자원은 인적, 물적 자원보다 조정·통제하기가 쉽고 관리 여하에 따라 효용성에 엄청난 차이를 나타낸다. 이 점에서 현행 3월 1일자 교원정기인사는 무척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어 이를 개선 운영하는 것이 요구된다. 그 구체적인 문제점으로는 첫째, 준비와 계획 없는 신학기 시작이다. 현행 교원정기인사 시기에 따르면 학교 교원들이 다 모이는 시기는 3월 첫 주가 되어서야 가능하다. 자신이 근무할 학교와 지역 사회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자신이 가르칠 학년, 학급, 학생 및 담당 사무를 모르고 새 학년도의 수업 준비나 계획이 덜 된 상태에서 수업을 시작하고 있다. 학급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3월을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지 못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준비 없는 새 학년의 시작은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학교는 반드시 새 학년도에 앞서 모든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계획하고 준비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둘째, 비효율적인 학교 교육과정 운영계획 수립이다. 학교의 경우 전체 교직원들이 함께 모여 학교의 일년간의 교육계획을 숙의하고 학교교육 프로그램을 알차게 운영하기 위한 노력을 공동으로 기울인다는 전제 아래 각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계획서를 작성하라는 권고를 한 것이다. 그러나 학교의 교원들이 모두 모여 공동으로 학교의 교육과정을 계획 준비한다는 전제는 우리 나라의 현행 학기제, 학사 일정, 교원 정기인사 시기에 비추어 어불성설이 된다. 현행 정기인사로 인하여 교원들의 구성이 달라졌으므로 모든 준비를 또다시 새로 시작해야 한다. 전학년도 사무 담당자가 예산안을 수립하고 새로 부임한 교원이 학교 교육과정 운영계획을 수립한다. 일의 중복과 비효율을 낳고 있으며 해마다 반복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새해에는 새 학년을 시작해야 한다. 현행 법정수업일수는 3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220일이 충분히 확보되기 때문에 12월말 안으로 종업식과 졸업식이 가능하다. 새 학년도 시작전, 긴 겨울방학(1∼2월) 동안에 모든 교원들이 모여 일년간의 학교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짜는 일은 이후의 수업자료 개발, 업무분장, 자체연수, 환경정리 등 모든 준비의 기초가 되고 알찬 학교운영과 새롭고 창의적인 수업의 바탕이 된다. 이러한 학교 교육과정 운영 계획을 바탕으로 학교 예산편성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현재는 마치 먼저 집을 짓고 난 후에 설계도를 그리는 격이다. 교사들은 아무리 좋은 교육 개혁안도 자신이 몸담고 있는 학교의 절실한 현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학교 현장과 교사를 우회한 어떠한 교육개혁안도 성공할 수 없으며, 교사의 성장·발전 없는 교육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PAGE BREAK]셋째, 불안정한 교직생활의 시작이다. 전국적으로 보면 도서 벽지나 원거리로 발령 나는 교원들의 경우, 방을 구해 이사갈 여유나 자녀를 전학시키는 일 등에 대비할 수 없고 3월초는 부동산값이 들먹이는 봄 이사철로 박봉의 교사들에게 더욱 큰 고통을 안겨 준다. 학교의 효과적인 계획과 준비를 위하여 교원의 전보 이동과 신규 발령을 조기화할 필요가 있다. 넷째, 2월중 1∼2주간 수업의 부실이다. 2002년 3월 18일 교육부는 공교육 내실화 대책의 일환으로 비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2월 수업 및 봄방학을 폐지하기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현행 교원정기인사로 인하여 여전히 2월 수업이 이루어지고 있다. 1∼2주간의 2월 수업에서 학생은 지난 해 연말에 남긴 단원을 억지로 붙들고 있거나 비디오를 보거나 자습을 한다. 학교는 단축수업을 하고 교사들은 성적처리 및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등 마무리 작업으로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이다. 특히 졸업할 학생들은 이미 진로가 확정되어 학교의 면학 분위기를 더욱 흐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2월 수업은 매우 부실하여 새해가 되어 새로운 각오로 공부하려는 학생들의 교육적 의지를 소실시키고 학교는 부실 수업으로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형편이다. 2월 수업은 부실하고 학습의 계속성, 누적성, 효과성 원리에도 어긋난다. 사기업이라면 이런 비효능적·비효과적 프로그램을 계속 운영하지는 않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2월 수업은 일제 시대 3학기제의 잔존물이다. 이상과 같은 문제의 해결은 교육부의 인사 T.O(인원 편성표) 하달을 지금보다 조금만 앞당기면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많은 교육개혁안이 교육예산을 더 들여야 이루어지는 것임에 비해 교원정기인사의 조정 운영은 학교와 우리 사회에 귀중한 예산을 절감해 주는 개선안이 된다. 따라서 3월에 시작되는 현행 교원정기인사를 1월 1일자로 개편하여 학교교육과정이 현실적으로 운영되고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제 우리도 철저히 준비된 상태에서 새 학년도를 시작할 수는 없을까? 사교육비 경감대책 및 교원평가 등 교육현장 개선을 위하여 고심하시는 안병영 교육부총리의 과감한 결단을 기대해 본다.
안상철 | 포항 오천고 교사 현 시점에서 고교 현장의 문제점으로 논의되고 있는 화두(話頭)를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대학지원의 편향화 문제이다. 요즘 고교생들의 입학 면담 내용을 분석하여 보면 자신의 성적이 상위권이라고 판단되면 한결같이 대학지원 희망학부가 의대라는 공통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학문이나 장래 희망 직업이 너무 편향되어 있다는 것을 일선 고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것이 IMF의 영향이고 전문직 선호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개성을 무시한 진로 선택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자칫 전 국민의 의사화(醫師化)로 기형적 학문발전뿐만 아니라 망국의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안정되고 고수익이 보장되는 학과이고 직업이라 하더라도 온 국민의 의식이 그런 쪽으로만 기울어 있다는 점이 놀랍고 슬픈 일이다. 물론 희망이 그렇다고 모두 다 의사가 되는 것도 아니며 사회가 도시화·산업화되는 과정에서 육체적 병이나 정신적 병이 많아진 것은 사실이며 환자가 많으니 의사도 많아야 하겠지만 인술(仁術)을 하겠다는 것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우리 고교생들이 철학도 하고 역사를 공부하여 세계적 철학자, 역사학자가 배출되어야겠으며 기초과학에 정진하여 새로운 과학의 패러다임을 만들어 노벨상 수상으로 세계 인류사에 이름을 남기는 차원 높은 의식도 필요하지 않을까. 국력의 밑바탕은 인재를 골고루 여러 분야에 나누어 쓰고 자기의 소질을 계발해야 하거늘 첨단기술을 필요로 하는 연구소에서는 인력이 모자라서 새로운 연구나 프로젝트를 실시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리고 젊은이들은 서비스 업종으로 몰려가서 쉽고 편하게 살려고만 하니, 중소제조업 기능 인력은 절대 다수가 모자라서 인근 개발도상국들의 불법체류자로 메꾸어 가고 있는 현실이 한국 장래 산업구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이제는 국가의 제도적 틀을 혁신하여 이공계로 우수 인력이 분산되고 중소제조업에 종사해도 경제적 대우를 받을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는 겸손한 교사가 요구되는 학교현장이다. 자기 학문 영역을 스스로 점검해 보고, 대학시절이 한참 지난 지금, 새로운 학문의 패러다임이 형성되고 있는 시점에서 자기 수련을 연마하여 양질의 전공 학문을 제자들에게 제공하는 교사가 필요하다. 항상 학생들을 관찰, 대화, 학습 진단 및 과정을 점검하여 미성숙 상태의 고교생들을 자상하게 이끌어 잠재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겸손한 교사가 요구된다. 너무 과거의 자기 과시나 도취에 빠져 수요자인 학생의 성격, 능력, 환경, 상태를 간과하고 무시하여 교수-학습 상황에서 의사교환이 엇갈리고 구태의연한 지식만 집어넣으려고 열중하는 오류를 저질러 창의력을 말살시키는 교사나 관리자는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진정한 교단교사나 관리자는 학생과 함께 생활함으로써 그들의 생활사를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대로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짜야 하며, 공부에 능력이 있으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고 예체능이나 기술 분야에 재능이 있다면 그 길로 가서 사회의 민주시민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터전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오늘날은 컴퓨터 등의 첨단 교육자료를 맹신하여 물리적 도구에 의한 것이 선도적 수업인양 착각하고 있다.[PAGE BREAK]교육은 교사와 학생이 스킨십을 통하여 신뢰감이 형성되고 서로의 내면적 교감이 형성될 때 최대의 학습 효과를 얻을 수 있고, 학생의 성숙도에 적합한 교육방법으로 접근해야 학생은 그 지식을 소화해서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본다. 셋째는 민족적 기상을 높이는 교육이다. 일본이 독도를 자기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한편, 중국은 고구려사를 왜곡하고 있다. 우연히도 올해는 갑신정변이 일어난 지 120년째 되는 갑신년이기도 하다. 국제 정세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 자기 나라 중심의 역사관에 의한 국력 팽창을 시도하려는 냄새가 역력히 풍긴다. 우리의 한국사를 뒤돌아볼 때 과거 강대국의 침탈 속에서 고난과 시련을 겪으면서도 지혜롭게 시커먼 불의의 그물 속을 빠져 나와 세계의 중심이 되려는 이 때에 또 다시 주변국들은 역사의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리려고 획책하고 있다. 우리 민족은 이 시점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반성해 보건대, 우리는 위대한 선인들의 문화를 너무나 쉽게 버렸고 무시해 왔다. 민족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외래 서구 문명을 비판도 없이 맹종하며 휩쓸려 오다보니 이제는 내가 누구인지, 내가 한국인다운 사고를 가졌는지도 모르는 채 살아왔다. 오늘의 개방화, 세계화 속에서도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켜야 고구려 역사를 지킬 수 있고 외로운 섬 독도를 지킬 수 있는 것이다. 나태함과 호의호식의 안일함에서 벗어나 신자유주의, 세계 패권주의의 흐름을 직시하고 민족의 정체성을 바로 세워 우리의 피와 살을 도려내려는 주변국의 망언과 역사 왜곡에 대하여 대노궐기해야 한다. 이 같은 교육이 처한 현실을 과도기라고 볼 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교육입국’이라는 대명제를 세워 초등, 중등, 고등 교육의 종사자들이 제2의 IMF의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교육사랑의 사명감을 가진다면 한국 교육의 미래는 밝을 것이다.
김향숙 | 서울 구암중 교사 세상에는 많은 생명들이 있고, 그들 나름대의 특성을 지니고 살아간다. 새는 하늘을 날고, 고래는 바다를 헤엄치고, 지렁이는 땅속을 기는 것처럼…. 하지만 21세기 정보화의 사회 속에서 우리 학생들이 과연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는 교육을 받고 있는지 아니면 부모나 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일방적이고 획일적인 지식 위주의 교육으로 내 몰리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생각해 볼 일이다. 인간 교육의 목적은 개인이 타고난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여 행복한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 타인과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삭막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변하고 있고 그 틈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잔인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고, 때로는 부모나 교사의 지도에 반항하며 기성세대에 대한 부정적 시각으로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여건 속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까?’ 또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학교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해 우리 모두 고민해볼 문제라고 생각한다. 첫째, 우리는 학생들이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을 통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요즘의 학생들은 물질적 풍요와 부모의 과잉보호 속에 인내심이 부족하다. 조금만 멀어도 버스를 타고, 조금만 추워도 교실에서 외투를 입고 있는가 하면 조금만 아파도 보건실로 달려간다. 게다가 자신의 잘못을 언제나 환경과 부모의 탓으로 돌리고 심지어 지각의 이유도 ‘엄마가 아침에 깨워주지 않아서’ 또는 ‘밥을 늦게 줘서’라고 변명한다. 이런 우리 학생들에게 징기스칸은 다음과 같은 편지를 쓰고 있다. “한국의 젊은이들아! 집안이 나쁘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어려서 아버지를 잃고 고향에서 쫓겨났다. 가난하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내가 살던 땅에서는 시든 나무마다 비린내만 났다. 작은 나라에서 태어났다고 탓하지 말라. 내가 세계를 정복하는데 동원한 몽골 병사는 적들의 100분의 1, 200분의 1에 불과했다. 나는 배운 것이 없어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남의 말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그런 내 귀는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안에 있다. 나 자신을 극복하자 나는 징기스칸이 되었다.” 우리는 학생 모두가 징기스칸이 되기를 바라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학부모, 교사 다같이 노력해야 한다. 둘째는 학교, 교사, 학부모는 학생들이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가 다양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남에 따라 우리 학생들은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옛날에 비해 없는 편이며, 또 부모들은 자녀들의 적성과 소질과는 관계없이 좋은 대학, 유망한 직업 등을 고집하여 학생들을 일방적으로 학원 등으로 내몰고 있고, 학원만 보내면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으로 믿고 있다. [PAGE BREAK]하지만 욕심이 아닌 자녀가 진정으로 행복하기를 바라는 부모라면 자녀들의 학습활동, 취미활동에 동참하여 자녀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계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계발활동(CA) 시간을 통하여 원하는 학부모에 한해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또한 교사는 학생들이 진로나 적성에 맞는 CA반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함은 물론 CA반에 대한 정확한 안내와 더불어 그와 연계된 직업 세계까지도 알려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교는 현재 운영중인 계발활동과 특기 적성교육을 내실화하여 학생들의 진로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고, 외부 강사를 통한 전문적인 교육이나 지역사회 시설을 최대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학생들에게 직업세계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꿈을 갖게 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기계문명의 발달로 직업의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다. 이때 학교, 학부모, 교사는 각 직업정보에 대한 팜플렛이나 서적, 기타 간행물, 유명인사의 강연 등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직업 세계를 탐색하고 선택하게 함으로써 꿈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흔히들 꿈이 있고 희망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며, 새는 푸른 하늘을 마음껏 날 때 행복하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우리 학생들도 올바른 가치관 아래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발견하고 그에 맞는 꿈을 갖고 노력할 때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학생이 행복해짐으로써 교사, 학부모가 행복해지고 나아가 행복한 학교가 되리라 믿는다. 무엇보다도 내일의 주인공을 길러야 할 교사나 학부모는 우리 학생들이 하늘을 날아야 하는 새인지, 바다를 헤엄쳐야 하는 고래인지, 땅속을 기어야 하는 지렁이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런 다음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맞게 가장 높이 날고, 가장 멀리 헤엄치며, 가장 오래 길 수 있는 법을 가르치는 것, 그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임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박효정 /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Ⅰ. 들어가는 말 그 동안 학교교육 위기에 대한 논의는 학교교육 위기 또는 붕괴문제를 다룬 몇몇 연구들에 의해 쟁점화되어 왔다. 이 연구들은 학교 붕괴에 대한 실태 파악과 원인 분석,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사항은 학교 붕괴 또는 학교 위기를 학교의 핵심 기능인 지식과 정보전달기능 약화로 설명되는 지식교육의 문제, 그리고 교사와 학생 간 의사소통의 불능으로 인한 생활지도 부재현상으로 보고 있다. 학교교육의 위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지식기반 사회로 전환되면서 현재의 학교교육 체제가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게 된 것이며 따라서 변화에 맞게 새로운 학교운영 형태와 교육방식 등 보다 종합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함의한다고 볼 수 있다. 즉, 학급에서 수업이 이루어지지 않고 학생에 대한 교사의 생활지도가 작동하지 않는 학교교육의 붕괴, 학교교육의 위기상황, 특히 선행 연구들에서 지적한 학교에서의 생활지도 실패가 교실 수업 상황에서의 학생 행동 관리의 문제로까지 연결되는 상황으로서 학교에서 학생 생활지도가 잘 이루어진다면 학생들이 학교에 잘 적응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도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학교 생활지도의 내실화를 현재 학교교육이 추구하는 목표를 달성하면서도 학교에서 학생과 교사 간 신뢰감이 있고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져 목표 의식이나 질서 의식이 비교적 공유될 수 있는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나아가 학생 개개인이 자기 주도적, 계획적 학습을 하고 높은 자아 존중감을 형성하며 이를 바탕으로 즐겁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 가는 것으로 본다. 이와 같은 생활지도 의미에 터해 여기서는 생활지도가 효과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는 학교와 일반적인 학교들의 운영실태를 통해 밝혀진 사항을 중심으로 학교생활지도가 내실화되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과 방향에 대해 논의해 보고자 한다. Ⅱ. 내실 있는 생활지도의 조건 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 학교 환경, 교육과정 등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이다. 하나는 다른 하나와 연결되어 상승효과를 일으키고 이 효과는 다른 영역으로 확대된다.[PAGE BREAK]시스템에서 하나가 빠지면 다른 하나의 기능은 원활하지 못하며 둘이 만들어내는 상승효과도 내기 어려울 것이다. 학교 내실화 방안들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다른 것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총체적 변화가 있지 않은 한 그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다시 말해 교장·교감의 학교 운영에 있어서의 리더십과 교사 집단 내 갈등이나 공유점, 교사와 학생과의 원활한 의사소통, 수업 상황, 학교 교칙들, 생활지도에 대한 학부모의 이해 정도 등 학교 관련 구성원들 간의 신뢰 형성과 노력이 생활지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한 전제 조건이라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학교 생활지도가 잘 이루어지기 위해 요구되는 조건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가. 교사-학생 간 신뢰 형성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의 첫째 조건은 학생들을 이해해 주는 것이고, 둘째 조건은 수업이 재미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재미있는 수업은 학생들의 흥미를 충족시키면서도 교과 지도에 충실한 것을 말한다. 학생들은 자신을 이해해 주는 교사에 대해서는 막대한 신임을 보낸다. 그러나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많아야 한다. 즉, 교사와 학생이 무언가를 함께 하는 활동을 통해 서로가 다양한 면을 알게 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교사-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 측면에서 보았을 때, 일반 사례 학교의 교사들은 ‘업무가 바쁘고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학생들의 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었다. 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활동하기를 바라는 것에 비해 교사들은 이러한 노력을 하려하지 않거나 노력을 하는 경우에도 여전히 교사-학생의 의사소통 불능이 존재하고 있다. 반면, 모범 사례 학교에서는 교사-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사제동행 활동, 축제, 학교행사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 하는 활동을 많이 함으로써 관계를 개선해 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교사와 학생이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의 계기를 마련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가. 함께 하는 일을 통해서이다. 이것은 축제나 수련회, 사제동행 활동 또는 동아리 활동일 수도 있다. 교사-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은 서로 간에 신뢰가 전제될 때 이루어진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학교 생활에 즐겁게 잘 적응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고 이는 다시 생활지도의 내실화로 연결된다. 교사-학생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방법으로 학교마다 오프라인 상에서의 의사소통뿐 아니라 학생들과 학생들, 학생과 교사들 간의 의사소통의 장이 되는 사이버 게시판을 오프라인과 연결하여 보다 확대된 생활지도의 영역으로써 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 담임교사의 관심과 이해 담임교사는 조·종례에서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그들의 생활에 직접 관여하는 등 교실을 관리 책임질 뿐만 아니라 학생 개개인의 생활사까지 살피고, 사소한 상벌이나 교실 내 규칙들을 정하고 집행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막대하고 그 역할에 제한이 없다. 따라서 담임이 어떻게 학급 운영을 하는가에 따라 같은 학년의 학생들이라도 학교 생활이 다르다고 할 수 있을 만큼 학생들의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PAGE BREAK]학급 운영에 있어 담임 교사의 중요한 역할은 일차적으로 학생의 말을 들어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농담 삼아 흘리는 말에도 교사가 성실하게 진실한 태도로 답을 해주는 경우, 학생들은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교사의 말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러한 교사는 자신의 신념이나 행동을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하며 이런 담임 교사의 노력은 학급 운영에 있어서 학생들의 참여를 높이는 하나의 방법이 된다. 그러나 학급 운영에 있어서 담임과 학생들의 생각이 다를 때 특히 학급 운영이 어려워지는데 학생들이 느끼는 교사의 불공정성, 차별대우는 학급 운영을 가장 비효율적으로 이끄는 요인이 된다. 결과적으로 교사와 학생 모두 그들의 눈빛, 어투, 몸짓 등에서 서로를 평가하고 있고 이것이 긍정적으로 이루어질 때 학급은 잘 운영될 수 있고 학급 운영이 잘 이루어지면 크고 작은 생활지도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 상호작용이 이뤄지는 수업 수업은 교사-학생의 상호작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교사와 학생이 가장 밀접하게 만나는 수업운영 상황에서 생활지도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반 사례 학교의 경우, 수업 상황은 생활지도의 측면을 떠나 교사나 학생 모두가 적극적인 상호작용이 없다. 수업 시간에 볼 수 있는 학생들 풍경은 교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정상적인 수업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서, 학생들 대부분은 책상에 앉아 있을 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 이렇게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은 두 가지 유형이 존재한다. 하나는 조용하게 다른 학생들을 방해하지 않으면서 수업에 참여하지 않는 학생들이다. 즉, 엎드려 자던지, 그냥 먼 산을 본다거나 손톱을 만지거나 머리를 빗는 등 딴 짓을 한다. 또 다른 교과 공부를 하거나 아예 교과서 없이 앉아 있다. 두 번째는 교사의 수업을 방해하는 소란스럽고 산만한 잡담과 수업내용과 관련이 없거나 수업을 진행할 수 없게 하는 학생들의 ‘멘트’이다. 학생들의 이러한 태도는 교사들에게 자신의 일에 소명의식을 갖게 하기보다는 무력함을 갖도록 한다. 이런 무력감 때문에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생활지도를 할 의욕을 잃게 만들고 이것은 다시 학생들에 대한 무관심으로 이어지며 학생들은 다시 교사에 대해 무례해지고 이렇게 악순환이 계속되는 듯하다. 반면, 모범 사례 학교의 경우에는 대체로 학생들의 높은 참여율과 교사들의 우수한 수업관리로 교사-학생간 상호작용이 활발하다. 학생들의 학교수업에 대한 믿음은 학생들의 수업참여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이는 다시 교사를 분발하도록 하여 수업의 질을 높이게 하는 요인으로 순환되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생활지도의 내실화는 수업의 정상화가 우선되어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라. 교사와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주도하고 참여하는 학생자치 활동은 학생들이 학교의 한 일원으로서 소속감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 스스로 자신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갖게 한다. 일반 사례 학교의 경우에는 학생회를 통한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 학교운영에의 학생 참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PAGE BREAK]즉, 학생들이 학교에서 자신의 주장을 합법적으로 관철할 수 있는 통로가 없는 형편이며 학생들은 단지 몇 마디 하도록 권유받고 있을 뿐이고 학생들은 흥미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느끼지 못한다. 따라서 학생들은 서로의 의견을 어떻게 존중하며 어떻게 의견차를 좁혀갈 수 있는지, 자신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설득시킬 수 있는지 등에 대한 학습이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학생 자치 활동들의 부재는 학생들로 하여금 주인의식의 결여와 함께 학교 생활을 수동적으로 하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반면, 모범 사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자치활동이 학생들의 자율적인 주도와 참여, 교사와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서 비교적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부적응 또는 일탈 학생들에게 급식 도우미의 역할과 소임을 담당하도록 하여 학교 생활에 적응하도록 하는 방안은 많은 학교들이 생활지도 운영에 시사받을 수 있는 사항이라 할 수 있다. 마. 애교심·자부심은 생활지도 필수 학생들에게 학교는 아침에 눈뜨면 습관처럼 가는 곳이지만 매일 가는 학교가 다른 학교가 가지고 있지 않은 장점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을 갖게 하는데 큰 작용을 한다. 사소한 것으로 생각될 수 있는 학교 건물의 페인트 색부터 시작해서 사물함이나 책상의 배치, 조명의 밝기, 건물의 구조, 건물의 구성과 급식소·매점·화장실의 현대적이고 깨끗한 학교 시설에 대한 자부심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이는 학생들 스스로가 자기가 속한 학교를 깨끗하고 좋은 환경으로 만들려는 노력으로 연결됨은 물론 교칙 준수와 같은 학교 생활지도와도 연결된다. 또한 학교에 대한 자부심은 대외적인 성적, 평판 등과 학생들이 학교 행사들을 준비하고 치르면서 서로 융합되어 참여하는 분위기에서도 생기는 데 그런 계기가 축제나 수련회 또는 다양한 자치활동이다. 이처럼 학교의 시설, 환경은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학생들의 마음가짐이나 행동에 영향을 주는 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러한 점은 애교심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학교 생활에 대한 만족으로 연결되어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데 영향을 미친다. 바. 교사간 원활한 의사소통이 초석 교사 집단의 친밀도와 교사간 원활한 의사소통은 교사들의 업무 능력을 향상함과 동시에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가져온다. 학생들은 교사가 화합하고 격려하는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수 있게 되며 이것은 학생들의 생활지도에도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생활지도는 교사-학생 간 코드 일치의 발판이 되는 교사들간의 코드 일치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사간 원활한 의사소통과 친밀도를 위한 방안으로는 교사들이 서로의 생각과 가치관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는 교사 연수의 기회가 필요하다. 사. 관리자의 리더십이 생활지도 영향 교장·교감이 어떠한 생각과 태도로 학교를 운영하고 어떤 점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학교의 모습이 달라진다.[PAGE BREAK]학교 이미지 홍보 또한 교장·교감의 리더십이 발휘되어야 하는 부분으로서 교장·교감의 리더십은 교사 집단의 결속과 협조, 학부모의 참여를 일으키는 것은 물론 학교 방침, 예컨대 학교 규율, 시설 이용 등 여러 측면에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러한 교장·교감의 리더십은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생활지도 방향에 대해서도 많은 영향을 미친다. 아. 체계적이고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학생들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 제시와 정확한 정보 제공은 생활지도에 있어 중요한 측면이 된다. 왜냐하면 학생들은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해 하고 있을 뿐 아니라 방향성을 잃고 방황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 사례 학교의 경우에는 명상의 시간과 같은 인성교육을 일부 담당하는 프로그램 말고는 생활지도를 위한 교육과정이 없으며 교과수업시간에 시행되는 생활지도 측면 또한 휴지 줍기, 자세 바르게 하기 정도이다. 또한 진로지도도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학생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으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조명을 바라고 있다. 반면, 모범 사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인성지도, 진로지도를 위해 다양한 활동과 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하고 있으며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교사나 인성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더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특히 많은 교사들은 교사연수과정을 통해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을 뿐 아니라 학부모들도 교사들과 함께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실제로 운영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따라서 인성교육과 진로교육이 정상화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학생들은 보다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실질적인 정보를 얻게 됨으로써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자. 학부모의 관심과 협조를 유도하자 학부모가 학교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면 학교의 규율이나 방침에 동조할 뿐 아니라 이것은 학생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전달된다. 이처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는 가정과 연계되었을 때만이 내실화 될 수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학부모의 관심과 참여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일반 사례 중학교와 인문계 고등학교에서의 학부모의 관심은 모조리 입시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가 생활지도에 대한 중요성이나 필요성을 인식하면서도 입시와 같이 논의될 때는 언제나 뒷전이 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학부모의 동조 없이 생활지도가 된다고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 학부모가 생활지도에 대한 절박함을 같이 통감할 때 생활지도 내실화가 결실을 보리라 본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부모를 대상으로 생활지도 내실화를 위한 부모 교육이 필요하다. 반면, 모범 사례 학교의 경우에는 학부모들이 학교신문, 자치활동 등 다양한 학교 행사와 활동에 참여할 기회가 마련되어 있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 교사, 학부모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공동의 경험이 축적되어 가며, 이는 교육주체간의 신뢰관계로 연결되는 것으로 보였다. 따라서 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이해도 클 뿐 아니라 교과지도와 학생 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측면의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인다.[PAGE BREAK]이처럼 학부모의 관심과 협조는 학생 생활지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이끄는 또 하나의 중요한 조건이 된다고 할 수 있다. Ⅲ. 중·고교 생활지도 내실화를 위한 제안 가. 교사-학생 간 신뢰관계를 형성하자 교사들은 학생지도에 큰 곤란을 느끼고 학생들과의 의사소통 곤란을 하소연하기도 한다. 이러한 의사소통 곤란은 생활지도뿐 아니라 수업에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따라서 생활지도가 잘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학생과 교사간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 한다. 평소 학생들에게 관심을 표시하고 학생 입장을 이해하는 모습을 보여 준 교사는 일상 생활지도뿐 아니라 수업에서도 소통이 활발하다. 교사-학생 간 돈독한 신뢰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교사와 학생이 서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교육적 안목으로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교사-학생 간 공동의 활동, 학생을 이해하려는 교사의 관심과 노력이 학생들에게 전달되면 감수성이 뛰어난 학생들은 금방 교사의 노력을 알아차리고 가까이 다가온다. 이와 같이 학생과 동고동락하려는 교사의 자세는 결과적으로 교사-학생 간 신뢰 형성의 기반이 되며 효과적인 생활지도를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나. 학생을 인격체로 존중하는 문화 필요 학교는 학생들의 중요한 생활공간이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하나의 인격체로서 존중받고 교사들과 친밀한 인간적 관계를 맺고 싶어한다. 그러나 학교나 교사가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지도대상으로만 보게 되면 바로 교사-학생 간 간극을 넓히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교사의 학생에 대한 이해 부족, 이로 인한 의사소통 부재, 갈등, 강압과 통제에 입각한 생활지도로부터 탈피하여 학생을 하나의 인격체로, 능동적인 학교 생활의 참여자로 인식하고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 공동체로 만들어 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들의 생활지도와 인성교육을 체계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있다. 즉, 학교에서의 생활지도가 규제와 강압보다는 인격체로서 존중받는 분위기에서 공동체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규칙과 질서의식을 길러줄 수 있는 인성교육을 실시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 학생의 자율적 ‘준수’로 방향 전환 생활지도가 체벌과 강압에 의한 학생통제 방법에서 학생의 권리와 자율권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과도기적 혼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는 시대적 요청이기도 하다. 현재 우리의 학교 현장은 학생 인권의 신장, 교사의 권위 하락으로 인해 강압적인 생활지도 방법은 이미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러한 예는 학교 현장에서의 학교규칙의 제정 및 시행, 학교규칙의 적용문제인 체벌과 벌점제 문제를 통해 나타나고 있다.[PAGE BREAK]학교규칙 문제와 관련해서 볼 때 현재 학교에는 학교규칙이 명문화되어 있고 학생들에게 이를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중·고생들은 이러한 학교규칙에 대해 잘 알고 있지도 못할 뿐 아니라 준수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명문화된 규칙이 있어도 학생들은 학교규칙이 학생 문화와 괴리되어 있어 학교규칙의 타당성을 인정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편 많은 교사들은 학교 생활지도가 학생의 권리와 자율성이 신장되는 방향으로 변화되면 교사의 통제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학교 질서의 위기가 나타날 것이라는 점을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규범 문화의 변화와 함께 교사의 역할도 새롭게 달라진다면 전반적인 학교 생활지도 방법은 보다 좋은 방향으로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즉, 학생들은 자율에 의해 제정된 학교규칙을 자율적으로 준수하고 규칙위반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적용하는 풍토를 조성해 가는 한편, 교사는 학생들을 강압적이고 통제에 의한 생활지도 방법에서 합리적인 설득과 행동, 응분의 책임을 묻는 역할을 수행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라. 학교-교사-학부모 간 협력관계 모색 생활지도가 효과적이려면 학교 생활과 관련이 있는 교육 주체들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즉, 학교장의 의지와 리더십, 교사의 관심과 열의, 학생들의 협조도 중요하지만 학부모의 역할이 어떠한가에 따라 학교 생활지도는 그만큼 힘이 덜 든다. 그 동안 학교와 학부모 간의 불신의 벽이 높아서 학교, 교사와 학부모 간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학생에 대한 정보의 공유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학부모를 학생과 학교를 연결하는 학교의 일 주체로 세우고 학교의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도록 함으로서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일이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기반 위에 학생 생활지도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사, 학부모 간 유기적인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마. 학교 내에 ‘열린 공간’을 운영하자 학생들이 생활지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또 하나의 과제는 토론 문화의 활성화와 학생자치 활동의 강화를 들 수 있다. 학교 현장에는 학교 그리고 교사간에 토론 문화가 없기에 학생간에 토론 문화가 생기지 않고, 교사-학생 간의 토론 문화도 없다. 이처럼 언로가 막혀 있는 상태에서는 아무리 좋은 학생 생활지도에 대한 모범 사례나 프로그램도 학교 내 자생력이 없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 생활지도를 잘 하려면 학급회, 학생회, 생활지도 담당 교사, 교장, 교감 등이 함께 토론하는 열린 공간의 운영이 전제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을 자발적이고 참여적인 학교의 일 주체로 세우는 것이 학교 생활지도의 바람직한 방향이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어울리는 놀이와 대화의 장인 축제와 자율적 활동을 통해 전인적 발달을 도모할 수 있는 동아리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공동체 의식의 형성 기회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하다. 즉, 다양한 자치활동과 축제는 교사-학생이 서로 학교라는 공간의 구성원으로서 일체감을 느끼고 갈등을 승화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필수적인 과제라 할 수 있다.[PAGE BREAK] 바. 학급 생활지도를 활성화하자 학생 생활지도의 핵심은 학급 생활지도의 활성화가 관건이 된다. 즉, 학급을 관리·책임지고 있는 담임 교사는 학생들과 가장 많이 대화를 나누고 학생 개개인의 상벌, 교실 내 규칙의 제정·적용 등 학생들의 생활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학급 생활지도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급을 운영하는 교사의 신념, 학생을 대하는 태도, 민주적인 학급 운영을 위한 노력 등 담임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즉, 담임 교사가 학급을 민주적으로 운영하면, 전체 학생회가 잘 운영되고 교사-학생 간 의사소통도 잘 된다. 이처럼 학교 생활지도는 교장의 리더십만으로, 또 교사 몇 명의 노력만으로 학생 전체의 생활지도를 이루어내지 못한다. 따라서 학교의 가장 작은 단위인 학급에서부터 학생간, 교사-학생 간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도록 학급 생활지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 학급 생활지도의 활성화는 학교 생활지도가 잘 되는 중요한 기반이기 때문이다.
신동호 | 과학동아 편집장 dongho@donga.com 환경이냐 유전이냐, 천성이냐 양육이냐. 성격과 지능은 유전되는 것일까 환경에 따라 결정되는 것일까? 지난 한 세기 동안 교육학자, 심리학자, 의학자, 생물학자들은 환경과 유전 중 어느 것이 성격과 지능을 결정적으로 좌우하는가를 놓고 오랜 논쟁을 벌여 왔다. 불행하게도 이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 타당성보다는 시대 상황에 끌려 다니며 변질됐다. 우생학(eugenics)이 탄생한 20세기 초반, 학자들은 유전자의 존재를 모르면서도 유전을 훨씬 강조했다. 반면 20세기 후반에는 혐오스런 우생학에 대한 반작용으로 양육 환경을 더 중시했다. 환경이냐 유전이냐, 천성이냐 양육이냐 유전 법칙을 체계화한 인물은 오스트리아의 신부 멘델이다. 그는 1865년 여러 세대에 걸쳐 완두콩의 형질이 후대에 전해지는 것을 보고 유전 법칙을 발표했다. 하지만 너무 시대를 앞서 간 연구여서 잊혀졌다가 1900년에야 일부 학자들에 의해 재발견된다. 이 유전 법칙을 다윈의 사촌인 프랜시스 갈톤(1822∼1911)이 이어받아 행동과 유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해 우생학을 창시하게 된다. 하지만 20세기 초반의 유전학은 ‘우생학’이란 혐오스런 얼굴로 첫선을 보였다. 나치즘은 갈톤의 이론을 위험한 인종 우생학으로 변질시켜 게르만 민족의 우월성을 과시하고 유태인과 집시를 학살하는 데 이용했다. 히틀러 치하의 장애인은 거세의 대상이었다. 반면 막스와 스탈린 그리고 마오 쩌둥은 인간의 본성은 사회적 환경이 바뀌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믿고 거대한 공산주의 실험에 들어갔다. 이들은 인간의 개인적 이기심은 교육을 통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믿었지만 결국 인간의 이기적 본성을 극대화해 온 자본주의 앞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유전과 환경의 입장에서 볼 때 양극단에 섰던 극단주의자들이 역사를 불행의 길로 몰고 간 것이다. 나치즘에 맞서 개인의 개성과 자유주의를 표방한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후 유전보다는 환경을 훨씬 강조하는 풍토가 형성됐다. 여기에는 하버드 대학의 유명한 행동주의 교육심리학자인 B. F. 스키너(1904∼1990) 학습 이론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는 비둘기와 쥐에 대한 실험을 통해 어떠한 행동도 강화를 통해 학습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PAGE BREAK]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많은 교육 및 심리학자들도 미국에서 스키너의 이론을 배우고 돌아온 사람들이 많다. 국내 학자들이 본성이나 유전보다 환경과 양육을 강조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환경보다는 유전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쌍둥이에 대한 방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지능과 성격까지도 유전의 영향이 의외로 높다는 측정 결과가 세계 곳곳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성격 및 행동과 관련된 유전자가 서서히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어른 되면 유전적 영향 커져 쌍둥이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양육을 통해 사람의 성격과 지능을 바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가정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라고 생각되던 지능도 유전의 영향이 더 많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현재 쌍둥이 연구를 이끄는 양대 산맥은 미국 미네소타 대학과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대이다. 한국쌍둥이연구센터 허윤미 박사(한성대 겸임교수)는 미네소타 대학에서 1988년부터 2000년까지 수만 명의 쌍둥이를 조사해오다 귀국해 국내에서도 약 5000쌍의 쌍둥이를 연구하고 있다. 허 박사가 세계의 쌍둥이 연구 결과를 종합한 데 따르면 지능과 성격은 30∼50%가 유전에 의해 형성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성격과 지능 관련 유전자는 점점 더 발현된다. 어렸을 적에는 유전적 영향이 20∼40%이지만 어른이 되면 40∼60%가 유전자의 지배를 받는다. 어렸을 적에는 가정이나 학교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지만 성인이 돼 독립된 환경에 놓이게 되면 유전자가 고개를 드는 것이다. 쌍둥이는 일란성과 이란성 두 종류가 있다.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자가 똑같고 이란성 쌍둥이는 형제나 자매처럼 유전적으로 절반만 같다. 따라서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면 유전과 환경의 영향을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 허 박사가 만났던 일란성 쌍둥이인 제임스 스프링거와 제임스 루이스는 평생 떨어져 살았는데도 행동과 성격이 같은 대표적 사례이다. 한 살 때 다른 가족에 입양돼 39년 만에 재회했을 때 둘은 모두 이혼한 상태였다. 또한 둘 다 기계 디자인과 목공, 수학을 좋아하고 주량과 흡연량도 비슷했고 하루 중 두통을 느끼는 시간도 같았다. 유전자가 똑같은 일란성 쌍둥이는 신체, 성격, 지능도 비슷하다. 일란성 쌍둥이가 눈 색깔이 같을 일치율은 99.5%이지만 이란성 쌍둥이는 28%이다. 쌍둥이가 모두 불안증에 걸릴 일치율은 일란성이 40%이지만 이란성은 4%에 불과하다. 정신분열증은 일치율이 각각 48%, 17%이다.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암에 걸릴 일치율이 5∼10%인 것과 비교할 때 정신질환이나 성격의 유전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다. 40년 만에 재회한 일란성 쌍둥이. 둘은 일본에서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입양돼 서로 다른 양부모 밑에서 자라 40세까지 만나지 못했다. 하지만 둘 다 역도 선수의 길을 걸어왔다. 그렇다고 해서 일란성 쌍둥이가 완전한 복사판은 아니다. 몸무게나 키는 물론 전혀 다른 개성을 갖는 경우도 물론 있다. [PAGE BREAK]성격과 지능은 관계 없어 쌍둥이 연구를 통해 드러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지능의 유전성이 매우 높다는 사실이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쌍둥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은 50%가 유전의 영향, 30%가 가정 환경의 영향, 20%가 개인 환경의 영향의 소산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교육학자들은 지능 발달은 양육 환경이 결정적으로 좌우한다고 믿어 왔지만, 쌍둥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정 환경보다 유전의 영향이 오히려 크다. 반면 지능이 유전된다는 학설은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 근거가 지능(IQ) 지수의 상승이다. 세계 각국의 통계를 보면 지능 지수는 세대가 흐를수록 상승한다. 예를 들어 노르웨이에서는 30년 동안 지능 지수가 20점 증가했다. 지능 지수의 상승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히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학교 교육의 확대, 영양 개선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연구 결과를 종합해 볼 때 지능은 유전자뿐 아니라 사회 환경의 영향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성격과 지능은 관련이 있을까? 없다는 게 정답이다. 하지만 예외가 하나 있다. 개방적 성격을 가진 사람이 대체로 지능도 높다. 거꾸로 지능이 높은 사람은 성격도 개방적이다. 이는 관심과 취미가 다양한 성격이 지적 성장에도 유리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머리가 좋은 아이로 키우려면 개방적인 성격을 갖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지능은 유전의 영향이 큰 반면 창의성은 유전보다 환경의 영향이 훨씬 크다. 이렇게 본다면 창의성은 교육과 다양한 자극을 통해 길러지는 셈이다. 흔히 우리는 자녀의 성격이 삐뚤어지면 가정 환경 탓으로 돌린다. 그러나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성격에 대한 가정 환경의 영향 즉 부모의 교육 수준, 수입, 양육 태도의 영향은 10% 미만에 불과하다. 오히려 또래 집단이나 친구, 직장 같은 개인 환경과 유전이 성격 형성에는 결정적이다. 인간은 성장하면서 자신과 성향이 비슷한 친구를 선택하고, 자신의 유전적 소질을 개발할 수 있는 직장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개인이 선택하는 환경도 유전의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지능과 성격에 대한 유전의 영향을 70%까지 높게 보아야 한다는 외국 학자도 있다. 심리학자들은 성격을 일반적으로 내외향성, 정서 안정성, 개방성, 성실성, 유쾌성 등 5개의 특성으로 나눈다. 쌍둥이 연구에 따르면 내외향성, 정서 안정성, 개방성이 성실성과 유쾌성보다 유전의 영향이 강하다. 성격 특성별로 유전적 영향의 강도가 다른 것은 일반인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난다. 미국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연구팀은 21∼60세인 13만 명을 장기간 추적 조사해 일부 성격 특성은 평생에 걸쳐 변화한다고 2003년 「미국 성격 및 사회심리학 저널」에 발표했다. 이 연구팀 역시 성격을 5개의 범주로 분류하고 미국과 캐나다에 사는 백인, 흑인, 아시아 인 등 모든 인종의 성격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나이가 들수록 성실성, 유쾌함은 증가했지만 정서 안정성과 개방성은 감소했다. [PAGE BREAK]어느 정도 계획적이고 치밀하냐를 말해 주는 ‘성실성’은 나이가 들수록 강화되고 특히 독립하게 되는 20대에 사람은 매우 성실해진다. 30대에서는 대인 관계에 중요한 ‘유쾌한(또는 상냥한)’ 성격이 발달한다. 이들 두 개의 성격 특성은 쌍둥이 연구에서도 유전의 영향이 비교적 적은 성격 특성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수록 사회 환경에 적응하면서 더 성실하고 상냥한 성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반면 걱정하고 불안해 하는 ‘정서 불안정’은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줄지만 남자는 여간해서 줄지 않는다. ‘개방성’은 남녀 모두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줄어들었다. 나이가 든다고 외골수인 사람이 자유 분방한 성격의 소유자가 되기는 어려운 것이다. ‘외향성’은 여성의 경우 줄었지만 남자는 큰 변화가 없었다. 쌍둥이 연구에서 성격 특성은 유전적 영향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유전자의 영향이 강한 성격 특성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성격·지능 어떤 성격, 어떤 지적 특성이 유전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는 사실이 왜 중요할까? 사람을 유전자의 입장에서만 바라보면 사람은 별로 할 게 없지 않느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을 사실대로 규명하는 것이 과학이고, 과학적 토대 위에 선 교육과 정책만이 효과가 있다. 한 예로 얼마 전 미국에서 남자는 강간의 본능을 타고 난다는 진화심리학자의 주장이 책으로 나왔다. 남자는 누구나 강간의 본성을 타고 난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의 DNA를 더 많이 퍼뜨리는 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 주장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많은 논란이 빚어졌고 특히 페미니스트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 책의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남자가 운전 면허를 딸 때 강간에 대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간이 얼마나 여성을 불행하게 하는지 제대로 교육을 해야 강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이나 지능도 마찬가지이다. 인간은 자신의 성격과 재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있을 때 자신의 잠재 능력을 더 개발할 수 있고 성공적인 결과를 좀더 빨리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도 개인이 자신의 성격과 재능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환경 조건을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유전자와 함께 현명하게 사는 지름길이다.
곽해선 | 경제교육연구소 소장 주주들은 기업의 주인(principal)이다. 경영자는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대리인(agent)이므로 주주의 이해를 받들어 기업을 경영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보통 주인은 기업 경영 일선에서 떨어져 있고 대리인인 경영자는 가깝다. 그러다 보니 경영자는 대리인에 불과하면서도 간혹 주주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워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주주들은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요구한다. 매년 2∼3월은 전년도 12월말을 기준으로 기업 실적을 결산하는 주식회사들이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여는 시즌이다. 주식회사들의 실적 결산은 반드시 12월말을 기준으로 하게 되어 있지는 않다. 회사마다 3월말, 6월말, 9월말을 기준으로 결산하는 회사도 있다. 다만 12월말에 결산하는 회사가 많기 때문에 보통 봄 주총을 본격 주총 시즌으로 본다. 올 봄 주총에서는 외국인 주주들의 지배구조(기업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주된 이슈로 제기되었다. 기업지배구조란 무엇일까?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관한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방식 혹은 원리를 규정하는 제도·관행의 총체를 말한다. 한자어로 企業支配構造, 영어로는 corporate governance라고 쓴다. 오늘날 규모가 웬만큼 큰 기업에서는 기업의 소유와 경영에 관련된 의사결정에 다양한 참가자들이 간여한다. 이사회와 경영자, 노동조합, 사원 등은 기업 안에서, 주주와 채권자 그리고 거래처 등은 기업 밖에서 참가한다. 넓게 보면 시장(market)도 기업 밖에서 기업의 의사결정에 참가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 안팎에서 참가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만큼 기업이 어떤 문제를 두고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참가자들간의 이해관계도 달라질 때가 많다. 자연히 의사결정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의사결정의 규칙과 절차는 어떻게 적용할지, 의사결정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을 어떻게 운영할지, 기업 안팎의 여러 참가자 중 누가 어떤 문제에 얼마나 권리를 행사하고 어떤 책임을 지게 할지 등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이런 문제에 답해 기업을 통제하는 메커니즘으로 기능하는 것이 기업지배구조다. 당연히 기업지배구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서도 기업 안팎 참가자간에 이해득실이 엇갈리게 되어 있다. 전형적인 것이 이른바 ‘주인-대리인(principal & agent) 문제’가 생기는 경우다. 핵심은 주주의 경영진 견제 만약 어떤 기업을 소유권자, 즉 오너(owner)가 경영하고 소유와 경영에 따른 책임을 전적으로 진다면 특별히 지배구조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웬만큼 규모가 큰 기업은 회사 형태를 주식회사로 만들고, 주주와 경영자로 기업의 소유와 경영을 나누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경영 효율을 높여 기업의 소유자인 주주의 투자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럴 경우 이른바 ‘주인-대리인 문제’가 생기기 쉽다. [PAGE BREAK]주주들은 기업의 주인(principal)이다. 경영자는 기업의 소유주인 주주로부터 경영을 위임받은 대리인(agent)이므로 주주의 이해를 받들어 기업을 경영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보통 주인은 기업 경영 일선에서 떨어져 있고 대리인인 경영자는 가깝다. 그러다 보니 경영자는 대리인에 불과하면서도 간혹 주주 이익보다 자기 이익을 앞세워 의사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그렇게 할 경우 경영자 자신은 이익을 봐도 기업은 부실해져 주주에게 손해를 입히는 일이 생길 수 있다. 주인과 대리인이 분리된 현대 기업 경영에서는 이런 식으로 기업이 잘못 나갈 수 있다. 주주로서는 평소 경영자의 행동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통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 그런 일이 생길 때 피해를 입기 쉽다. 그래서 주주들은 경영자가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견제할 수 있는 기업지배구조를 요구한다. 대개 이런 경위로 경영자가 주주의 뜻을 벗어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에 현대 기업지배구조 이슈의 핵심이 있다. 우리 나라 기업지배구조 특징 올 봄 국내 기업들의 주총에서 주주들은 어떤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걸까? 기업의 소유와 경영의 권한이 대개 오너와 경영자로 쏠려 있는 현실을 바꾸자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기업지배구조는 대기업의 경우 소유와 경영의 권한이 재벌 총수에게 집중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주주나 은행 등 채권자와 시장의 규율을 포함한 기업 내외 이해관계자들의 견제 기능은 크게 취약하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2000년 4월 현재 자산 규모 순위로 상위 30대 기업의 발행 주식 가운데 4.5%를 재벌 총수와 그 가족(특수관계인)이 소유하고 있다. 이것만 보면 총수의 소유지분이 얼마 안 되어 보인다. 하지만 총수가 지배대주주로 있는 재벌 그룹(공식명칭은 ‘대기업집단’이다) 내 주요 계열사는 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에도 출자하고 있다. 이 지분까지 감안하면 총수의 그룹 내 계열사 지분 합계는 2000년 현재 43.4%나 된다. 이런 식으로 재벌 총수들은 자신이 직접 보유한 기업별 지분은 얼마 안되지만 계열사간 상호보유분까지 합한 지분 규모를 무기로 그룹 내 모든 계열사를 지배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재벌 그룹 25개의 계열사 590개 가운데 총수나 그 가족의 지분이 전연 없는 곳이 전체의 53.2%인 314개 사나 된다. 이처럼 재벌 총수가 재벌 계열사 전체에 자신의 공식 소유지분을 훨씬 뛰어넘는 지배력을 행사하는 것은 일종의 편법적 기업지배다. 그런데 기업에 이해가 달린 관계자들은 총수 말고도 많다. 기관투자가나 소액주주(증권거래법상 개별 기업이 발행한 전체 주식 가운데 1% 미만의 주식을 가진 개인이나 단체), 은행이나 기타 채권자, 사원들과 노동조합 등 여러 부류다. 하지만 국내 기업은 전통적으로 재벌 총수가 절대적 지배권을 행사해 왔고, 총수의 일방적 기업 지배를 견제할 제도가 없었다. 제도가 있다 해도 제대로 기능하지 않았다. 이를테면 기업지배구조를 구성하는 기업 내 제도의 대표격은 이사회(board of directors)다. 이사회는 경영진의 보수와 임면을 결정하는 권한을 갖고 주주를 대신해 기업 경영을 기업 내부에서 견제, 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게 원칙이다. 그런데 국내 기업에서는 전통적으로 이사회가 주주들에 의해 선출되고 주주를 대표하기보다는 사실상 기업 총수가 임명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 총수의 이익을 반영하는 거수기 역할을 했다. [PAGE BREAK]그런 기업지배구조는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문제가 있다는 공론에 부딪쳤다. 대기업 총수나 경영진의 전횡을 방치하는 낡은 기업지배구조가 부실 경영을 방치해 국가적 경제위기를 부르는 요인으로 지목된 것이다. 이후 정부와 기업 안팎에서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 사외이사제 도입 등 제도 개혁이 진행되었다. 표류하고 있는 사외이사제 사외이사란 해당 기업에 고용되지 않은 이사를 말한다. 원칙적으로 기업 소유자나 경영자로부터 독립된 신분으로 이사회에 참가하므로 이사회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98년 2월부터 유가증권상장규정으로 상장법인에 해당되는 기업은 전체 등기이사 중 4분의 1을 해당 기업에 고용되지 않은 사외이사로 구성하게 했다. 2000년 증권거래법 개정 때에도 같은 조항을 넣으면서 자산 총계 2조원 이상인 대형 법인은 전체 등기이사의 2분의 1, 최소 3인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도록 했다. 사외이사제 도입과 함께 소액 주주가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도록 소송을 제기하는 데 필요한 규제도 완화했다. 기업 회계의 투명성을 높이고자 부실회계감사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했다. 이처럼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려는 법제 개선 등 일정한 노력이 기울여졌지만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사외이사제만 해도 제도만 도입됐을 뿐 형식적으로만 운용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법이 의무로 두게 하니 마지못해 두되, 대주주나 경영진의 이해관계에 맞는 사람을 골라 앉히는 기업들이 많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운영 실태를 알려주는 최근 자료로는 시민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2003년 9월 삼성, LG, SK,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등 6대 그룹 54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163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것이 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전체 사외이사의 31.3%는 퇴직 관료를 포함해 회사와의 관련성이나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 차지한다. 경실련 조사 대상 6대 그룹 가운데 군소 주주나 주주제안 형식으로 소액주주가 후보를 추천해 이사를 선임한 경우는 전연 없었다. 그보다는 대주주의 영향력 아래 이사회가 구성되고, 그런 이사회에서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만들어 후보를 추천해 선임하는 사례가 많았다. 외국인 주주의 부상(浮上) 시민단체 등에서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소액주주의 참여를 높이는 방향으로 사외이사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사외이사 선임 문제는 전적으로 기업의 자유의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외이사제가 경영 의사결정을 지연시키고 도전적 투자를 어렵게 하거나 중요한 기업 정보를 유출시키는 창구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 역시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다. 입장에 따라 주장이 엇갈리지만 이런 와중에서도 국내 기업의 지배구조는 점점 더 변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PAGE BREAK]변화의 동인(動因)은 사외이사제 같은 법제보다 기업 내부에서 더 많이 올 것으로 보인다. 그 중에서도 주목되는 내부 요인은 외국인들의 지분이 커지고 있는 현상이다. 자본시장 개방 이래 외국인들은 국내 여러 기업에서 지분을 키워놓고 본격적으로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증권거래소 집계로 올해 2월 2일 현재 단일 외국인이 지분을 5% 이상 보유한 국내 상장사가 130개나 된다. 2002년 말보다 64.6%(51개)나 늘었다. 외국인이 국내 최대주주보다 지분이 많은 상장사도 2002년 말 29개에서 2003년 말 41개로 늘어났다. 이들 회사의 국내 최대주주 지분율은 평균 24.39%인 반면 외국인 지분율은 38.91%다. 외국인들은 우리 나라의 기업지배구조가 여전히 개선 여지가 크고 경영의 투명성도 낮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런 생각과 오너의 생각이 부딪치면 앞으로 주총에서 외국인 주주측과 오너측이 표 대결을 벌이는 사례도 늘어나고, 외국인의 주도로 지배구조가 주주에게 유리한 쪽으로 바뀌는 일도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강성아(서울 동광초 교사) 중·고등학교 시절, 해마다 4월 1일 만우절이 되면 선생님을 속이기 위해 옆 반 아이들과 교실을 바꿔서 들어간다든지, 의자를 반대로 돌려 앉아 교실 앞과 뒤를 바꿔 선생님을 당황시킬 계획을 누구나 세워봤을 것이다. 물론 선생님들은 그렇게 쉽게 속지 않으셨지만 말이다. 그러나 학생들이 선생님의 만우절 거짓말 계획에 깜빡 속아보는 경험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언젠가 아이들을 만날 준비를 하며 학급경영 연수를 받다가 선배 선생님의 만우절 전통에 관해 듣고 정말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며 ‘나도 아이들을 맡으면 꼭 해봐야지.’하고 다짐한 적이 있었다. 그렇게 고대하고 기다리던 아이들과의 첫만남. 하지만 1기들과의 만남이 그리 즐거운 것만은 아니었다. 여 선생님의 사랑 표현 방식에 특히 남자아이들은 무안할 정도로 거부감을 표시했고, 아이들의 모든 일상생활 하나하나에 구체적으로 규칙을 만들고 지키기를 강조하는 나에게 아이들은 “선생님은 왜 이렇게 까다로워요? 작년 선생님은 이렇게 안 했어요.”라는 말을 하며 의문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그럴수록 난 하루 종일 아이들 생각을 하며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과 인간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아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고, 밤늦도록 뭔가를 만들고, 순간순간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수첩에 적으면서 실행에 옮겨봤지만 당장 보이지 않는 결과에 대한 답답함으로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3월을 다 보내고 4월이 찾아왔다. 4월 1일 아침, 난 고민에 빠졌다. ‘만우절이라고 아이들 곁을 떠난다는 거짓말을 했다가 다들 잘 가라고 하면 어떡하지?’ ‘이 아이들이 과연 내가 떠난다고 슬퍼하며 울까?’ 정말 자신이 없었다. 어떻게 할까 계속 망설이다가 아이들이 컴퓨터 수업을 받으러 간 사이에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준비를 했다. 드디어 수업이 끝나는 종이 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씩 교실로 들어왔다. 난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자리에 앉아 있었다. 아이들은 오늘따라 선생님이 컴퓨터실로 데리러 안 왔는데도, 고개를 그렇게 푹 숙이고 앉아 있는데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친구들과 즐겁게 재잘대고 있었다. 그러다가 누군가 “선생님! 기분 안 좋으세요?”라는 말을 했지만 난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수업 시작종이 울려도 꼼짝 않고 고개를 푹 숙이고 앉아 있는 선생님이 드디어 이상하게 여겨졌나 보다. 아이들의 관심이 나에게로 집중되었다. 5분쯤 지났을 때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을 하기 시작했다. “선생님이 오늘따라 좀 이상하죠? 선생님도 지금 너무 놀랍고 당황스러워서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 지 모르겠어요.” “무슨 일인데요?” “선생님이 대학원에 다니는 건 다들 알고 있죠? 여러분이 컴퓨터실에 간 사이에 대학원에서 전화가 왔는데, 선생님이 이번에 아주 큰 프로젝트를 맡아 호주로 유학을 가게 되었어요. 선생님한테는 아주 좋은 기횐데, 여러분을 생각하니 아무런 생각도 안 들고….”[PAGE BREAK]너무 분위기를 잡았던 탓일까? 나 자신도 이 분위기에 빠져들어 눈물이 맺혀 말을 잇지 못했다. 아이들은 처음엔 “에이! 오늘 만우절인 거 다 알아요. 거짓말하지 마세요.”라며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선생님도 믿을 수 없는데 여러분은 당연히 믿을 수 없겠죠. 아까 교장·교감 선생님과 상의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떠나게 되어 새 담임선생님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해요. 그래서 당분간은 교감 선생님이 대신해서 여러분을 맡아주실 거예요. 교감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열심히 공부하길 바래요.” 이쯤 되니까 아이들 분위기가 꽤 심각해졌다. 남자 아이들은 “얼마나 가 있으실 건데요?”, “에이! 그래도 난 안 믿어요.”라며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였지만 여자 아이들은 꽤 침울한 표정을 보이며 뭔가를 꺼내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3월 중순에 전학 왔지만 학급 일에 적극적이고 나에게 자주 와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던 기훈이가 울음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다른 남자 아이들은 짓궂게 운다고 놀렸지만 여자 아이들의 눈에도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여러분과 함께 한 한 달이 선생님은 너무 그립고 아쉬워요. 이제 5교시면 전담선생님 시간이니 이 시간이 여러분과 함께 할 마지막 시간인데, 혹시 선생님한테 할 얘기가 있다면 지금 해주면 좋겠어요.” 한두 명씩 손을 들어 마지막 인사말을 하기 시작하니 장난치던 아이들도 제법 분위기가 엄숙해졌다. “여러분과 만난 첫날에 선생님은 여러분에게 껴안기 인사를 하자고 했었는데, 남자 꿈쟁이들이 너무 심하게 거부를 해서 선생님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었어요. 오늘은 여러분과 선생님이 함께 하는 마지막 날이니까 우리 마지막으로 껴안기 인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요? 모두 선생님한테 껴안기 인사를 해줄 수 있나요?” 기훈이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는지 더욱 큰 소리로 울고 여자 아이들도 엎드려 울기 시작했다. 첫날 꽤나 껴안기 인사를 거부했던 양제가 심각한 얼굴로 껴안기 인사를 하겠다고 대답했다. 결국 아이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부르며 껴안고 마지막 당부 말을 덧붙이며 인사했다. 아이들 중 몇 명은 다른 아이들이 인사하는 동안 얼른 쪽지를 써서 내 손에 꼭 쥐어주기도 했다. 결국 교실은 울음바다가 되고 말았다. 장난치며 웃고 있던 종훈이도 여자 아이들과 함께 울기 시작했다. 그렇게 너무 슬퍼하며 우는 바람에 아이들은 점심시간도 10분이나 넘겨버리고 급하게 급식실로 올라가고, 아이들에게 진실을 밝힐 기회를 놓쳐 버렸다. 점심시간에 ‘제발 가지 말라’는 여자 아이들의 애원에 ‘그렇게 해보마.’ 어영부영 대답하고, 5교시도 다른 선생님 시간이라 제대로 얘기도 못 나누고 보내니 아이들은 집에서 꽤 걱정을 했던 모양이다. 그날은 또 대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라 우리 반 홈페이지에 늦게 들어갔더니 아이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남긴 흔적을 보며 미안함 반 기쁨 반으로 편지를 남겼다. 아침까지도 내 글을 확인하지 못했던 아이들은 아침에 내가 출근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들끼리 “선생님 오셨다!”는 신호를 눈짓으로 보내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들이 얼마나 귀엽고 이뻤는지 모른다. 물론 거짓말임이 밝혀지고 그 원성은 엄청났지만 말이다.[PAGE BREAK]그 이듬해에도 물론 2기들의 만우절 행사를 치렀다. 1기들의 방해로 진땀을 뺐지만. 2기들의 사랑 표현방식은 또 달랐다. 특히 남자 아이들! 여자 아이들은 1기들 때처럼 그렇게 엉엉 울었지만 남자 아이들은 비행기를 폭파시키겠다느니 선생님 따라 이민 간다느니, 정말 귀여웠다. 가지 말라며 칠판 가득히 메시지를 남겼던 아이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결국 난 그런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후 만우절이라 꾸며낸 거짓말이라고 고백했는데, 아이들은 그 분위기에 이미 깊숙이 빠져 있는지 거짓말이라는 말을 못 듣고 더욱 열을 내며 칠판에 가지 말라는 말을 적고 있었다. 만우절 행사 기념 촬영을 하자는 말도 건너건너 들어 ‘선생님이 유학 가서 보시려고 사진을 찍나보다.’라고 생각하고 우울한 표정으로 사진을 찍던 아이들의 모습도 잊을 수 없다. 물론 거짓말임이 밝혀진 순간 칠판은 선생님에 대한 원망의 소리로 가득 차 버렸지만…. 학년 말 ‘우리 반 10대 사건’을 선정할 때 만우절 행사가 1위로 꼽혔다. 학급문집을 만들 때 많은 아이들이 만우절 행사에 관한 글과 만화를 그렸다. 아이들에게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앞으로 우리 꿈쟁이반 전통으로 자리잡게 될 ‘만우절 행사’! 어쩌면 당연시 여기고 지나가 버릴지도 모를 선생님과 아이들의 만남에 소중한 의미를 부여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는 것 같아 앞으로도 어김없이 만우절에는 열심히 거짓말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