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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전국 시도교육위원회 의장협의회는 13일 전남 신안비치호텔에서 제114회 의장협의회를 열고 '공교육 정상화' '소외계층 및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 '교육행정 개선' '지방교육자치 발전'을 축으로 한 '초·중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 교육부에 건의했다. 건의문은 공교육 정상화와 관련 '학벌 위주, 학연, 대학의 서열화 등을 타파하고 학교 내 교육만으로 진학과 적성에 의한 사회활동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규나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국제화시대 인재 양성을 위해 실효성 있는 외국어·한자·과학 교육 방안을 추진해 달라'고 촉구했다. 소외계층 및 지역에 대한 지원 강화와 관련해서는 '실업교육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추진하고 도시저소득층·농어촌·도서벽지·결손가정 학생에 대한 국가 지원을 확대하며, 농어촌교육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아울러 교육행정 개선 부문에서는 ▲교육부 시행 시도교육청 평가의 개선 ▲지방교육행정기관과 직급별 정원책정에 대한 권한의 시도교육청 이관을, 지방교육자치 발전과 관련해서는 교육위의 독립형 의결기구화 지원 등을 건의했다. 한편 의장협의회는 지난해 12월 29일 국회에서 통과한 지방분권특별법과 관련해 지방교육 자치에 관한 법률의 개정을 추진하기로 하고 개정방향에 대해 시도교육위의 여론을 수렴하기로 했다. 이에 따르면 예결산안, 기채안 등에 관한 최종 의결권이 시도의회에 있어 이중심의의 문제가 생기는 것과 관련,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8조에 규정된 사항 중 조례안 부분을 제외한 모든 사항을 시도교위가 의결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또 교육청에 대한 이중감사 문제를 해소하는 차원에서 교육자치법에 교육위가 행정사무감사와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방안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중등교장회가 잇단 연수집회를 열고 우리 교육에 대한 현실 진단과 함께 교육자의 자성과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중등교육협의회(회장 최수철·서울 강서고 교장)는 12일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한국 중등교육의 과제'를 주제로 연수집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종재 한국교육개발원장으로부터 '한국교육 문제의 원인구조와 해결방향'에 대한 강연을 경청한 2500여명의 중고 교장들은 결의문을 채택하고 "교원단체들은 집단이기주의라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하고 교육살리기 실천운동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대학 당국은 7차 교육과정과 연계한 대입전형방법을 철저히 연구해 공교육 정상화에 기여하고 정책당국도 충분한 여론수렴과 준비과정을 거쳐 개혁을 추진하라"고 요구했다. 14일 한국교총 대강당에서는 한국국공립중학교장회(회장 서평웅·서울 원촌중 교장)가 주최한 '지식기반 시대를 선도하는 학교교육' 주제 연수회에 500여명의 교장들이 참가했다. 이 자리에서 교장들은 '학교가 바로서야 교육이 바로 선다'고 선언하고 △교육재정 GDP 6% 이상 확보 △우수교사 확보를 위한 법·제도 마련 △일관된 교육정책 추진과 학교장 책임경영제 조성을 요구하는 건의문을 채택했다.
문용주 전북도교육감이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학교장에게 신입생 정원의 10%를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을 올 8월 퇴임 전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혀 이목이 집중된다. 문 교육감은 13일, 전날 2004년 주요업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했던 '교장에 학생선발권 부여 방침'과 관련해 "현행 평준화 제도로는 우수인재를 육성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평준화 지역인 전주 군산 익산 3개 시의 경우 학교장이 신입생의 10퍼센트를 선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거듭 말했다. 그는 "이를테면 학교는 영어회화 과학능력 수학성적 봉사정신 등을 평가해 학생의 10퍼센트를 선발할 수 있어야 하고 이렇게 되면 학생의 학교선택권도 넓어질 수 있다"며 "몇몇 특목고나 자립형사립고가 인재 육성을 도맡는 것보다는 이런 방안이 공교육을 보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문 교육감은 "곧 교육부총리를 만나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한편 현행 평준화 교육의 문제점을 분석한 보고서를 마련해 곧 국회 교육위원들을 찾아 설명하는 활동 등을 펼쳐 임기 내에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반드시 개정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옳은 길을 알면서도 반대가 두려워 입을 다무는 것은 교육자로서 죄악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교육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서 반발이 강하더라도 설득과 이해로 관철시켜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문 교육감의 발언과 함께 도교육청은 향후 추진계획 수립과 제도 개선방안에 대한 검토작업에 들어갔다. 중등교육과의 한 관계자는 "1차 지망자에 한해 10퍼센트를 학교장이 선발하도록 하는 방안 등은 평준화의 약점을 보완하는 최적의 방법일 수 있다"며 "앞으로 여론수렴과 함께 평준화 지역의 경우 학군별로 추첨 배정하도록 한 시행령을 '학교장이 신입생의 10%까지 선발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해 개정되도록 역량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학교급식 지원을 위해 속속 제정하고 있는 '학교급식지원조례'가 위법성 논란에 휘말려 연내 시행조차 불투명한 상태로 치닫고 있다. 문제는 도의회를 통과했거나 추진 중인 조례 대부분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우수 농수축산물' 또는 '국내 농수축산물' 등 '우리' 농수축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행자부와 교육부, 외교통상부는 "이들 조항은 국산품과 외산품을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으로 통상마찰을 피할 수 없다"며 시행을 막고 있다. 이미 전남과 나주는 지난해 '국내 농수축산물' 규정을 담은 조례를 통과시켰다가 재의 요구를 받고 '우수 농수축산물'로 문구를 바꾼 수정동의안을 통과시켜야 했다. 이어 전북, 경북, 경남, 광주에서도 지난해 제정된 급식지원조례들이 각각 교육감과 도지사의 재의 요구를 받거나 대법원 제소를 당하면서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잇따르는 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도교육청이 지난해 12월 16일 의결된 조례에 대해 대법원에 '무효확인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도교육청은 조례 제1∼제3조에 명문화된 '전북에서 생산되는 우수농산물' 규정이 WTO 협정에 위배된다면서 문구를 '우수 농산물'로 수정한다면 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13일 열린 도의회 임시회에서는 '교육청은 소를 취하하고 조례는 그대로 시행하자'는 의원 발언이 나왔을 뿐 의견조율은 전무한 상태다. 전북도교육청 박근배 사무관은 "이번 조례제정의 본질은 지자체장이 학교급식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인데 굳이 우리농산물을 고집해 연내 시행조차 불투명해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북은 지난해 12월 19일 의결된 조례안에 '지역(국내 포함) 우수 농수축산물'의 사용을 규정하고 있어 12일 도지사가 재의 요구를 한 상태고, 경남(교육부 회신 기다리는 중)도 지난해 12월 29일 통과된 조례안에 '우리 농수축산물'로 공급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도교육청의 재의 요구를 받아 진통이 예상된다. 경남교육청 체육보건교육과 담당자는 "도의회와 시민단체들은 설사 상위법에 위반되더라도 조례를 공포해 시행하자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협약 위반은 물론이고 이번 조례가 교육감 소관 조례로 제정되는 불합리함이 있기 때문에 차라리 이번에는 부결시키고 다시 '우수'로 문구를 바꾸고 도지사 소관 조례로 제정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광주가 논란으로 도의회 의결이 보류된 것을 포함, 현재 행자부와 교육부에 보고된 21건의 광역(경기·대구·인천·울산·충북·광주·제주), 기초(울산 동구·북구, 경기 구리·남양주, 경남 진주·창원 등 14곳) 자치단체의 조례안이 모두 '지역(국내 포함)' '우리' 문구를 담고 있어 향후 제정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자치운영과 담당자는 "WTO 협정에 위배되는 조례안에 대해서는 계속 재의 요구를 하고 그래도 원안대로 재의결 한다면 대법원 제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는 이들 급식지원조례가 WTO 협정의 △내국민 대우 의무 위반 △정부조달 협정 위반 △보조금 협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리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이에 따르면 도지사 및 교육감이 국산품을 외산품보다 유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WTO 협정의 일부인 GATT 협정 제3조 제4항의 내국민 대우 의무에 위반된다. 또 국산품 구입을 조건으로 보조금(식재료비)을 지원하는 것은 WTO 보조금협정 제3조가 금지하는 수입대체 보조금에 해당된다. 단, 정부가 정부의 목적을 위해 구매하는 현물의 경우에는 내국민 대우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즉 도지사나 교육감이 지역 농산물을 현물 구입하는 것이 정부조달로 인정받는 경우에는 GATT 제3조에 저촉되지 않는다. 그러나 한 지자체가 그 같은 목적으로 1년간 지원한 규모가 3억 5000만원을 넘어서면 내국민 대우 의무 위반에 해당된다. 외교통상부 WTO과 실무자는 "조례들이 위법성을 피해갈 방법은 '우수'로 고치는 길뿐이다. 설사 대법원이 문제가 없다고 결정해도 최종 판단 기구인 WTO에 타 국가가 우리를 제소할 경우 재판에서 진다. 조례에 연연하지 말고 차라리 학교별로 학부모가 우리 농산물 사용을 결정하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급식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우리 농수축산물 공급 규정이 협정위반이 아니라고 보고 대법원 판결 전까지는 관련 조례를 그대로 밀어붙인다는 방침이다. 급식조례 주민발의운동에 앞장서 온 민주노동당 경남도지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공중의 안전과 건강을 위해 추진하는 정책에서는 국내산 사용을 허용하는 예외조항이 있는데 학교급식도 이 조항에 적용될 수 있다"며 "협정위반인지 확실치 않은 상황인 만큼 급식조례안을 즉각 공포하라"고 요구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재의 요구와 대법원 제소는 되풀이 될 전망이다. 이 경우 판결까지 최소 6개월∼1년이 걸린다고 볼 때,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조례시행이 불투명하다. 경북도청 담당자는 "도의회에서 문제 조항을 삭제한 수정동의안이 나와 처리되길 바랄 뿐"이라며 "부결돼 폐기된다면 농민단체의 반발이 우려되고 원안이 다시 의결된다면 대법원까지 가야하기 때문에 타 시도보다 시행이 늦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사이버교육학회(회장 이상희)는 14일 e러닝산업발전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과 관련 e러닝의 새로운 비전 설정과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e러닝 비전 2004' 세미나를 개최했다. 초등 분야를 주제발표한 티나라 박정규 사장은 "현재의 학습여건, 오프라인 학습과의 비교우위 등의 이유로 e러닝의 필요성이 부각돼 왔다"며 "학교는 인성 교육 및 기본 교육을 담당하고 교육산업체는 학력 향상에 집중하는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고등 분야와 관련 메가스터디 손성은 사장은 "e러닝 산업은 중심교육수단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특히 기존 온라인 서비스의 단점 극복과 온라인 전용 컨텐츠 강화로 오프라인 시장을 급속히 대체, 사교육비 해결의 선도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은행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사교육시장 규모는 2002년 기준으로 30조원을 넘어섰으며 이중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3%에서 매년 성장해 올해는 11%, 2005년에는 1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으며 금액도 올해 3조8000억에서 내년에는 5조6000억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교육비 절감위해 교사와 자치단체가 나섰다." 갑작스레 날씨가 추워진 13일 서울시 은평구청 4층. 10평 남짓 되는 구청 인터넷방송실이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은평인터넷스터디(회장 김광훈) 소속 교사들이 방송강의를 녹화하고 자신의 강의 계획에 대해 서로 논의하기 위해 모였기 때문이다. 은평인터넷스터디는 은평구 관내 현직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해 주요 과목에 대한 강의를 직접 제작해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는 모임. 은평구는 서울시 25개 지자체 중 재정자립도가 최하위로 주거지역 대부분이고 서민층 및 저소득청 등 어려운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이 많다. 자연히 자녀의 과외 및 교육비 지출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강남·강북간의 교육 불균형에 대한 피해의식이 잠재해 있기도 하다. 구청은 상대적 교육불균형 해소를 위해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찾고 있었고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세명컴퓨터고 김광훈 교사가 구청과 학교에 대한 지원방안을 논의한 것이 계기가 돼 인터넷 강의가 출범하게 됐다. 방송에 대한 기술적·재정적 지원을 구청이 맡기로 했고 교사들은 무보수로 강의를 제작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월부터 모임을 갖고 준비 시작해 3월부터는 시범운영에 들어갔고 7월부터 은평인터넷방송국(www.ebn.seoul.kr) 사이트를 통해 본격적인 방송에 들어갔다. 현재 인터넷 강의에는 고등학교는 수학, 영어, 국어 과목에 5명의 교사가, 중학교는 수학과목에 1명이 참여하고 있다. 기초과정과 수능대비 과정 등으로 운영되고 학기중에는 1주일에 2회씩 나와 방송을 녹화하고 있다. 또 4명의 교사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구청 직원들도 적극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관내 학생들을 위해 제작됐지만 현재는 모든 학생들에게도 방송 시청이 길이 열려 있다. 운영위원을 맡고 있는 연북중 이재엽 교사는 "현재 1강좌당 500명 이상이 수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과목을 확대해 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많은 만큼 홍보가 많이 돼 많은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노재동 구청장은 "강남과 강북의 차이는 바로 교육이라는 점에서 지원을 하게됐고 이는 기초단체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며 "학생수가 증가하고 참여교사가 증가하면 지원이 좀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학원강사에 의한 인터넷 강의를 시행하는 것은 여러 곳 되지만 모두 현직교사가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것은 없다. 학원강사가 아닌 현직 선생님이 직접 강의하기 때문에 학교 수업의 연속성이 유지되고 사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저소득층 자녀에게 실질적인 학습보조 역할을 감당하게 된다는 것이 구청 측의 설명이다. 노 구청장은 "학원강사가 강의를 무료로 해주겠다는 제안을 해오기도 했지만 이것이 오히려 교사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킨다고 판단해 거절했다"며 "무보수로 고생하시는 선생님들 덕택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 강의뿐만 아니라 국내 213개 4년제 대학 및 185개 2년제 대학의 관련 자료를 상세히 소개하는 '사이버 학교탐방', 대면상담이 어려운 고민을 사이버공간을 통해 현직 선생님과 상담하는 '사이버 상담' 코너 등도 운영하고 있다. 구청측에서는 앞으로 교과목 선생님이 출제하는 중간 및 기말고사 등 모의시험의 성적을 평가 관리하고 성적 우수자 및 모범학생을 장학생을 선정해 표창하는 제도도 시행할 예정이다. 또 실제 학교 수업을 촬영해 방송하는 등 관내 학교와 연계한 현장 학습 강의도 제공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학교업무에 바쁜 회원들이 강의까지 하느라 힘든 점이 많지만 자발적으로 참여한 만큼 늘 밝게 웃고 있다"며 "고액을 주고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 만큼 학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의 고구려 역사왜곡과 관련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나라당 황우여 의원과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공동 개최한 공청회가 열렸다. 이날 공청회에서 토론자들은 한국바로알리기 사업의 대폭적인 확대와 대응을 위한 종합적 연구를 수행하는 '동아시아 역사연구센터' 설립 등이 제안됐다. 한국정신문화연구원 국제한국문화홍보센터 이길상 소장은 "해방 이후 역사돼곡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한 일은 정부주도의 위원회 설치, 명칭 변경, 담당부서 변경 등이 전부라고 할 수 있고 특히 1982년 일본에 의한 제1차 역사교과서 왜곡 사태까지는 외국교과서에 분석에 대한 최소한의 관심조차 없었다"며 "일본이 역사왜곡의 원조이고 중국이 역사날조의 장본인이라면 우리는 분명 역사망각의 당사자"라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국수적 민족감정에 불을 질러 관심을 모으려는 선정주의적 대응은 배제돼야 한다"며 한국 바로 알리기 사업의 확산을 위한 방안을 제시했다. 올해 정신문화연구원이 추진하는 한국바로 알리기 사업으로는 중국어로 된 한국이해자료 3종 개발, 중국의 최대 교과서 출판사인 인민교육출판사와 공동으로 한중 교과서 세미나 개최, 중국 교과서 오류에 대한 오류 시정 활동, 학문 활동이나 시민운동을 통해 대응하고 있는 국내외 단체 및 학회에 대한 집중 지원 등이다. 이같은 사업 추진 정상화를 위해 이 소장은 1년 단위의 보조금 형태가 아닌 출연금 형태 지원, 임시 계약직 신분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전문인력의 확보 등을 요구했다. 이 소장은 특히 "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한국학중앙연구원으로 명칭을 변경하는 것에 즈음해 해외 한국학 지원 사업의 통합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평화와 역사교육연대 안병우 교과서위원장은 "현재의 대응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주류적 시각"이라며 "발해사는 이미 중국사의 일부로 편입해 중국사로 가르치고 있는 형편인데도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으며, 고조선이나 국경문제 등에 관해서는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은 "중국의 관심은 동북변강 역사와 민족에 걸쳐 있으므로 그 대응은 동아시아의 평화 구축, 공동 번영이라는 시각에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이에 따라 "고구려사 왜곡뿐만 아니라 근·현대에 이르는 역사 왜곡 전반에 걸쳐 연구를 진행해야 하며 중국의 역사인식을 바꾸도록 민간 차원에서 협력, 연대하는 활동 전개와 더불어 동아시아 공동의 역사인식 창출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동아시아역사연구센터'를 건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토론회에 참석한 한나라당 최병렬 대표는 "문화부 장관이 정부 차원의 대응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고 발언하고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중국의 민간차원의 학술활동이라고 발언하는 등 안일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우리 목소리를 내기 위해 3월중 중국을 방문, 고위층에 우리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한국교육환경연구원(이사장 남정걸)과 엑스포럼이 주최하고 한국교총과 본사가 후원하는 교육박람회가 29일부터 2월1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대서양홀에서 열린다. 이 교육박람회(EDUFAIR 2004)에는 교육프로그램, 교육기자재 및 교구, 교육정보화, 교육시설환경 등 60여 업체의 최첨단 제품들이 200여 부스에 설치 전시돼 교육관계자는 물론 학부모와 학생들의 참관을 기다리고 있다. 또 학생들의 미래학교 교육환경 작품, 새로운 학교시설 준공 작품, 사진으로 본 교육환경 100년사 등을 만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다. 개막 당일인 29일 오후 2시∼5시에는 전시장내 세미나장에서 '학교시설 개선 방향' 세미나가, 폐막하는 2월1일은 오전중 '수학교육과 창의력' 초청 강연, 오후에는 '빗물을 이용한 창의적 교육프로그램'이 발표된다.
교총과 교육부는 13일, 안병영 교육부총리 취임 이후 처음으로 정책간담회를 갖고, 주요 교육정책과 교육현안에 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간담회에서 교총은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하기 위해 단계적으로 교원안식년제를 도입하고, 수석교사제와 우수교원확보법, 유아교육법시행령을 조속히 제정할 것과 내년도 예산안 에 농어촌 교원자녀 대학학비 보조금을 반영할 것을 촉구했다. 이날 간담회는 주로 교총 측이 제안하고 교육부가 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으며, 부총리는 경청하면서도 대학의 총장선출제는 폐단이 많아 논란이 되고 있다며 교장선출보직제에 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이군현 교총회장은 단계적으로 초중등 교원의 안식년제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이 회장 "KAIST(한국과학기술원)는 7년에서 4년으로 주기를 단축해 교수들에게 안식년을 주고 있다"며 "초중등 교원들도 진학·진로분야 탐색 등을 위해서 단계적으로 안식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처음에는 전체 교원의 1%, 단계적으로 2, 3%씩 확대해 나가면 될 것"이라고 했다. 교원전문성 향상과 관련해 이태호 교총부회장(대구 달서초 교사)은 "수석교사제 도입이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수차례 합의됐지만 시행이 되지 않고 있다"고 환기시키며 "교사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총 측은 "수석교사제 운영에 큰 예산이 드는 것도 아닌데 시행이 안되고 있고, 교사 사기를 위해서는 도입에 힘 쓰야 할 전교조가 반대하고 있다"며 "교장선출보직제가 도입되면 학교에 큰 혼란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안 부총리에게 "대학의 총장선출제가 성공했다고 보느냐"고 묻자 부총리는 "처음 시작할 때는 민주화의 상징으로 의미가 있었으나 요즘에는 폐단이 많아 논란이 일고 있다."고 답변했다. 박규선 교총 부회장(정읍교육장)은 열정을 가진 교사들의 산골 대안학교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수교원확보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안병영 부총리는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합의) 오래 됐죠"라며 "(제정이 안 되는) 애로 사항이 뭐냐"고 되물었다. 이군현 회장이 "예산 때문"이라고 하자 안 부총리는 "우수한 교원이 미래를 결정한다"며 법 제정의 필요성에 공감을 드러냈다. 박규선 부회장은 또 시·도교육감 선거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민직선제로 바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제가 돼야 교육감의 대표성이 강화될 수 있다"는 그는 "시·도의회에 종속된 교육위원회도 독립형의결기구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서 그는 "교육자치를 일반행정에 통합하려는 행자부의 시도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교육의 중립성이 훼손될 경우) 한 학교 내에서도 정당별로 편이 나눠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군현 회장은 "농어촌 교원자녀의 등록금 지원예산이 지난해 국회 교육위까지 통과했으나 예결위에서 부결됐다"며 "내년도 예산안에는 반드시 반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회장은 또 "학교안전사고보상법 제정이 단체 협약에서 합의됐음에도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며 보험 차원의 전국 단위 학교안전공제회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이 회장은 대전의 모 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싸우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해, 담임·학년주임·교감·교장이 줄줄이 징계를 당하고, 몇천 만원을 모아 학부모에게 전달한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평준화와 관련해서 이군현 회장이 "사학은 등록금 책정, 교육과정 편성, 학생선발에 자율권이 부여돼야 하나, 그렇지 못한 실정"이라며 "사학에게는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회장은 "영재학교와 특목고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근본적으로 사학에 대해서는 평준화를 해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안 부총리는 "고교 평준화를 해제하면 초·중학교 교육과정이 파행으로 운영되고, 학생들이 경쟁의 회오리에 휘말려 들어간다"며 지금보다 특수목적고는 확대하겠으나 하루 아침에 평준화를 해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안 부총리는 자립형사립고는 2005년도 시범운영 후 (확산여부를)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조흥순 본부장이 "(학생들의)자립형사립고와 특목고 선택 폭이 너무 제한돼 있다"며 20% 정도는 선택해서 진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자 안 부총리는 "교육에 대한 수요을 강제적으로 막을수는 없다. 적절한 수준으로 풀어야 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교총은 ▲교육시장 개방에서 초중등 분야 제외 ▲교원지방직화 반대 ▲교원법정정원 확보와 수업시수 법제화 ▲교육부 직제에서 전문직 보임 확대 ▲나이스의 합리적 해결 등을 촉구했다. 오후 3시부터 한시간 동안 계속된 간담회에서, 교총은 부총리 취임을 축하했고 안 부총리는 "큰 선물을 받았다"며 화답했다. 13일 간담회는 교총측에서는 이군현 교총회장, 박규선 · 이태호 부회장, 조흥순 교권청책본부장이 참여했고, 교육부측에서는 안 부총리와 이영만 교원정책심의관, 이재민 교원복지담당관 등이 함께 했다. 교육부는 12일에는 교장단, 전교조와도 간담회를 가졌다.
일본의 여학교 학생들이 교실에서 원인을 모르게 하반신 불수가 자주 일어나 그 원인을 찾기 시작한 것이 1950년대가 아닌가 생각된다. 1960년대 전문지에 실린 기사에는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 패망 후 신속하게 복귀하기 위해 사용한 콘크리트 교사(校舍)의 바닥에서 나오는 방사성물질과 천연방사능에 학생들이 과다하게 노출돼 일어난 것임이 밝혀졌다. 이런 일이 있고 나서 일본에서는 교실 내장재의 중요성을 구명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되었고, 나무교실 만들기를 바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목재는 황토보다도 원적외선 방사율이 훨씬 높아 혈액순환과 신진대사를 촉진하며 질병예방과 치료에 효과가 있다. 목재교실은 α파를 발생하게 해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학습효과를 높여준다.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고음 영역인 20∼30㎑로 변화시켜 α파를 발생하게 해 정서가 안정되고 기분이 좋아진다. 또 목재에서 나오는 향기는 울창한 수풀 속에서와 같이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목재는 수치로 표현하기 어려운 시각특성, 청각특성, 촉각특성, 후각특성으로 구분되는 감각특성이 매우 우수한 재료로, 교육환경에서 정서 불안정이나 피로 등의 해소기능이 우수하여 이 감각특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시각특성은 피로에도 영향을 준다고 하는데, 천연재료인 목재는 '피곤해지지 않는 재료'라고 할 수 있다. 목재는 피로에 의해 생길 수 있는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수한 재료임이 판명되었고, 아직도 그 구체적 기능을 파악하는 중이며, 목재의 촉감은 보아서 느낌이 좋은 것은 만져보아도 확실히 부드러운 감이 느껴지는 재료이며, 목조교실에서는 덜 시끄럽고 교사의 소리가 아동들에게 명확하게 전달되므로, 교사나 아동 모두 피로하지 않고 유쾌한 학습시간을 가질 수 있게되어 높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다. 따라서 목조교사(木造校舍)의 교실(敎室)은 목재의 특성에 의해 풍부한 인간성을 키우는 환경을 만들어 낸다는 사실이 널리 인식되었다. 좋은 환경에서 좋은 사람이 길러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동안 이를 우리의 2세들에게는 적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학교와 교실 환경을 아름답고 쾌적하며 유익하도록 만드는 일에는 소홀히 하였다. 우리의 자녀들이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의 반을 학교라는 공간에서 보내는 것이 사실인데 말이다. 목재 환경 교실 만들기 운동의 방향과 방법 우선 목재 환경 교실 만들기 운동은 다음과 같은 세 가지의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첫째는 목재 환경 교실의 유익성과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확산 노력이다. 둘째는 시범학교를 지정해 실시하고 그 효과에 대한 연구를 할 필요성이 있겠다. 셋째는 국가와 지자체가 행·재정적인 지원과 함께 제도마련을 하는 등 정책화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하여 목재의 행정 당국인 산림청과 교육시설의 주무부처인 교육부에 간절히 바라는 바는 최근 우리 교육시설환경은 많은 투자를 통하여 현대화 및 정보화를 이루었으나 학생들의 인성을 키워줄 교실 풍경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 바꾸기 위해서는 지금이 산림청이 나서야 할 적시로 초등 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의 학교시설은 빈약한 지방교육자치단체에만 의존하지 말고 이들이 교실을 목질환경으로 고치거나, 목조교사를 신축한다고 할 때 당국이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며 또한 지역 임업의 발전을 위하여 지역산 목재를 사용할 것을 요구하여야 할 것이다. 그럼으로써, 백년지대계를 위하여 우리들의 아이들이 자기 집처럼 아늑한 목조교사에서, 그것도 목재의 향내가 가득한 교실에서 따듯한 사랑을 배우고 실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어 미래의 꿈을 키워내는데 있어서 행정당국이 크게 키여 해 주시기를 기원한다.
북한과 중국이 동시에 신청한 고구려 문화유적 세계문화유산 등록 심사가 16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번 심사는 16~18일 파리에서 열리는 전문가회의를 시작으로 오는 6월 중국 쑤저우(蘇州)에서 열리는 28차 유네스코 산하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심각하다. 유네스코가 중국 측의 신청만을 받아들이든, 아니면 북한과 중국의 신청을 동시에 받아들이든 고구려사(史)가 중국 역사에 편입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는 공식적인 대책을 미루고 있고,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중심이 되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고구려 역사왜곡의 진행상황과 대책을 알아본다. ◆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과정 고구려 역사왜곡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2002년 2월부터였다. 중국의 국책 연구기관인 중국사회과학 원에서 중국정부의 예산 3조원을 받아 '동북공정(東北工程)'이라는 국가적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를 왜곡하기 시작했다. 고구려를 중국과 다른 독립국이 아닌 '고대 중국의 지방정부'로 규정하기 시작한 것.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은 이전에도 간간이 있었다. 1984년 중국의 저명한 역사학자인 왕청리(王承禮)가 발해를 '당나라의 예속정권'으로 규정하면서 고구려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한 것. 이어 1989년 역사학자 쑨위량(孫玉良)이 자신의 저서 '고구려 간사'에서 고구려를 지방정권으로 규정했다. 이후 본격적으로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하더니 2003년 4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신청까지 하게 됐다. ◆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배경 중국의 고구려사 편입 움직임은 여러 가지 정치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1980년 '통일적 다민족 국가론'을 국시로 내세우면서 변방의 소수민족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특히 옛 소련의 소수민족들이 독립하면서 소련의 국력이 약 해지는 것을 목격한 후 더욱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루기 시작했다. 여기에다 1992년 외교관계가 수립되면서 한국 학자들이 중국지역의 고구려 및 발해유적 답사를 시작하고 2002년 북한 내 고구려 유적이 세계 문화유산 등록을 신청하자 긴장감은 고조됐다. 최광식 고려대 박물관장은 "동북지역에 거주하던 조선족들이 대거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한국으로 몰려가자 동북지역 정체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2001년 한국이 재중동포 지위에 관한 특별법을 상정하자 동북공정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고구려사의 쟁점 가장 쟁점이 되는 것 조공문제다. 중국 측은 고구려가 중국 중앙정부에 조공을 바치는 지방세력이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한국학계에서는 "당시 조공은 동아시아 전체에서 통용된 외교형식에 불과했다"고 일축한다. 즉 조공이 국가 간의 관계였을 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관계는 아니었다는 것. 민족문제에서도 양측의 주장은 정면 배치된다. 중국 측은 고구려가 중국 영토 내 소수민족이 수립한 정권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국내 학자들은 고구려 주민들은 분명 고조선 시절부터 중국 동북지역을 차지하고 있던 우리 민족이라고 말한다. 물론 그 정통성은 고구려 멸망 후에도 발해를 거쳐 계속 이어져 내려왔다는 게 정설이다. ◆ 유네스코 어떤 결정 내릴까 현재로서는 비관적이다. 일단 심사는 유네스코가 위촉한 기념물유적위원회(ICOMOS)가 맡게 된다. ICOMOS는 2002년 1월 북한이 신청한 것에 대해서는 보존 미흡을 이유로 1년 간 보류 결정을 했고 이번이 재심사다. 북한의 경우를 지켜본 중국은 유적에 대한 대대적인 발굴 복원 정비사업을 벌여 무난히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종 결정이 내려지는 28차 세계유산위원회(WHC) 총회의 개최국이자 의장을 맡고 있어 심사 통과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게 현실이다. 북한의 재심사 통과 가능성도 아주 없는 건 아니다. 북한이 현재 1건의 세계문화유산도 가지고 있지 않아 형평성에 비춰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중국과 북한이 함께 통과된다고 해도 북한의 유적이 상대적으로 왜소해 중국문화의 일부분으로 비춰질 확률이 높다. 따라서 학계와 문화계에서는 우리 고대사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릴 위기를 막으려면 하루속히 정부 차원의 남북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12~16일 고려대 BK21 한국학교육연구단의 한국학 공개 강좌에서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중국의 역사 왜곡은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중앙정부에 의해 주도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역사 왜곡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추진중인 '동북공정(東北工程)' 프로젝트는 이처럼 고구려사를 중국사로 편입하려는 노골적 국책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정부의 대응은 미비하다는 비판의 소리가 높다. 그들의 논리와, 정치적 요소를 걷어내면 허점 투성이라는 국내 학계의 반박 논리는 무엇인지 쟁점별로 짚어본다. ◆ 고조선사도 중국사?… 중국과는 확연히 다른 독자 문화권 중국측 주장="단군신화는 한(漢)문화의 영향을 받은 중국문화의 반영이며, 기자조선은 상주사(商周史)의 일부로서 은(殷)나라의 후예가 조선반도에 세운 지방정권이다. 위만조선 역시 전한의 외신(外臣)으로 속국이었다." 반박=계통과 문화가 다른 고대종족을 '고민족(古民族)'이란 개념으로 모두 중국사에 포함하는 것은 문제가 크다. 단군신화 중 곰 숭배신앙은 중국신화와의 상관성을 찾을 수 없다. '기자동래설'은 이미 한국학계의 연구노력을 통해 허구라는 것이 입증됐다. 위만 정권이 '외신'이라 하더라도 이는 중국의 내적 통치질서에 편입된 것이 아니었다. 고고학적으로도 지석묘와 비파형 동검문화로 대표되는 고조선의 독자 문화내용은 중국의 청동기문화와는 확연히 구별된다. - 조법종 우석대 교수 '동북고대종족 및 고조선 연구동향과 문제점' ◆ 고구려는 중국의 지방정권?… 예맥족은 본래 한반도·만주 일대 거주 중국측 주장="고구려 민족의 원류는 서한(西漢=전한)시대 현도군 고구려현 경내의 변강 민족인 부여족 일파를 기반으로 예맥족(濊貊族)·한족(漢族)·선비족(鮮卑族)·숙신인(肅愼人) 등이 흘러들어 이들 민족이 융합된 것이다. 고구려에 대한 중국의 지배는 그 연원이 오래됐는데 '일주서(逸周書)' 왕회해편(王會解篇)에 나오는 고이(高夷)라는 인물은 고구려의 선조였고, 이는 서주(西周) 때부터 중국과 신속관계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박='예맥'이란 명칭은 선진(先秦) 시기부터 요하 동쪽에 거주하며 농경을 영위하던 예족(濊族) 일반에 대한 범칭이다. '예'와 결부되지 않은 '맥(貊)'은 중국 북방의 족속을 지칭하는 것이고, 이들과 압록강 중류 지역의 주민집단을 직접 연결시킬 수 없다. 고구려를 이룬 주민집단은 본래 한반도와 만주 일대에 거주하던 예맥족의 일원이었으며, 기원전 2세기 후반부터 독자적 정치세력으로 성장했다. 기원전 107년 한 무제가 현도군을 설치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한이 고조선을 멸망시키고 설치한 것이므로 압록강 중류 일대가 본래부터 중국의 고유영토였다는 주장은 성립할 수 없다. '일주서'의 '고이'라는 인물이 고구려 조상이라는 설정은 엄정한 사료비판조차 결여된 허구에 불과하다. 주(周)나라의 역사를 서술했다는 '일주서'는 대부분 전국시대 이후에 씌어진 믿을 수 없는 사료이고, 고구려의 '고(高)'자는 본래의 족속 명칭엔 없다가 나중에 첨가된 글자이기 때문이다. - 여호규 한국외국어대 교수 ‘고구려의 족속 기원과 건국 과정’ ◆ 평양 천도 이후도 중국사에 포함?… 정치적 목적 위한 자의적 해석 중국측 주장="고구려가 평양으로 천도한 것은 중국 강역 내부에 있던 고구려사의 정치·문화 중심이 이동된 것일 뿐 민족의 속성이나 정권의 성격이 바뀐 것은 아니므로 결국 중국사의 지방정권으로 해석해야 한다." 반박=중국학계는 1980년대 이후 이른바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에 의해 '중국의 현재 영토 안에서 일어난 역사는 모두 중국의 역사'로 여기고 있다. 이 논리에 의하면 평양 천도(서기 427) 이후의 고구려사는 한국사가 돼야 하지만, '평양도 과거에는 고대 중국의 영역 안에 있었기 때문에 중국사로 포함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이댔다. 이는 결국 현재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통일적 다민족국가론'의 근거를 스스로 폐기한 오류를 저지른 것이다. - 공석구 한밭대 교수 '고구려의 영역과 평양 천도 문제' ◆ 중국 역대 왕조에 '신하'로 자처?… 책봉·조공은 당시 외교형식일 뿐 중국측 주장="고구려는 줄곧 중국 역대 왕조와 신속(臣屬)관계를 유지했을 뿐 아니라 스스로 그 관계를 끊고 중국 밖에 존재했던 적이 없었다. 이것은 고구려왕이 중원 정권을 대신해 고구려 지역의 백성을 다스린 것이며, 오랜 기간 고구려는 중국과의 신속관계를 통해 평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반박=고구려와 부여가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제천대회'를 열었다는 '삼국지(三國志)' 위지 동이전의 기록은 이들이 제후국이 아닌 독자적 정치체제였음을 시사한다. - 최광식 고려대 교수 '동북공정의 배경과 내용 및 대응방안' 남북조시대에 중국 세력이 분열돼 주변 국가에 대한 규제력이 약화된 상황에선 책봉·조공은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여러 왕조가 주변국과 갖는 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고구려와 중국 왕조들은 정치적 정세에 의해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다. - 임기환 한신대 학술원 연구원 '고구려와 중국의 조공·책봉 관계' '삼국지'위지 동이전에 기록된 '고구려가 점차 교만하고 방자해져서 더 이상 현도군 치소(治所)에 오지 않았다'는 내용은 고구려가 전한의 예속에서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남제서(南齊書)' 고려전에도 "고구려는 강성하여 명을 따르지 않는다"고 기록돼 '신속'과는 거리가 멀었던 사실을 드러내고 있다. 중국의 남북조시대에 고구려는 여러 차례 북위 황제의 조서를 따르지 않았고, 오히려 남조의 송(宋)과 등거리 외교를 유지하기도 했다. '광개토대왕비'나 '중원 고구려비' 등엔 고구려의 독자적 천하관(天下觀)이 보이는데, 고구려왕은 '대왕(大王)' '태왕(太王)' '성왕(聖王)' 등을 자처했고, '영락(永樂)'과 같은 독자적인 연호를 사용하면서 문화적 동질성을 지닌 신라를 '동이(東夷)'라 칭하며 속민(屬民)으로 설정했다. 고구려는 동북아시아에 있어서 중국 및 유목민 세계와 대등하면서도 그와 다른 독자적인 세계를 형성했던 것이다. - 양기석 충북대 교수 '류쯔민(劉子敏) 옌볜대 교수에 대한 토론 요지' ◆ 고구려 유민, 한족(漢族)에 융화?…고구려 자의식은 신라·발해가 계승 중국측 주장="고구려 멸망 후 대다수의 유민들이 한족(漢族)에 흡수·융화됐다. 당시 고구려 인구는 70여 만 명이었는데 당 태종과 고종 때 30만 명이 중원으로 이주됐다." 반박=당나라로 이주한 고구려인은 강제로 끌려간 것이었고, 당은 고구려 유민을 전쟁포로로 인식하면서 그에 대한 지배도 복속민 지배정책의 일환으로 시행했다. 그러나 발해와 신라로 간 유민의 경우엔 모두 자의적인 선택이었다. 신라는 당과 달리 '삼국의 통합'이라는 측면을 염두에 두었고, 고구려 유민들로 구성된 보덕국을 만들고 유민들을 신라의 중앙군단인 서당으로 편제하기도 했다. 이후 고구려의 자의식은 신라와 발해를 계승한 고려에서 이어졌다. - 김현숙 경북대 영남문화연구원 연구원 '고구려 붕괴 후 그 유민의 거취문제' ◆ 고구려, 수·당간 70년 전쟁은 내전?… 국익 추구에서 비롯된 '국제전' 중국측 주장="'고구려가 본래 한사군의 땅'이라는 당 태종의 언급은 수·당이 고구려에 대해 영토의식과 수복의식이 존재했음을 말해준다. 반면 백제·신라에는 이런 영토의식이 없었다. 수·당과 고구려의 전쟁은 국가 사이의 전쟁이 아니라 중원 통일정권이 변강 소수민족 할거세력을 통제하며 전중국을 통일하는 과정이었을 뿐이다." 반박='구당서(舊唐書)'는 당의 창업주인 고조(高祖)가 622년 고구려 영류왕에게 보낸 공문편지에 '이제 두 나라(고구려와 당)가 서로 화평을 통하게 되었으니(今二國通和)'라고 쓰고, 수나라의 고구려 침공 때 잡힌 수나라 군인 포로들을 돌려보내 달라고 요청한 기록을 수록했다. 고구려가 당과 어깨를 나란히 한 당당한 외국 독립국가였다는 의미다. - 신용하 한양대 석좌 교수 2003년 12월 9일자 '조선일보 기고문' 중국측이 제시하는 사료에서 드러나는 수·당의 화이론적(華夷論的) 세계인식은 고구려·백제·신라를 모두 '이(夷)'로 파악하고 있어 유독 고구려만 중국의 '대내정책'의 관철 대상이라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삼국사기'에 의하면 5세기 중국 남북조의 북위(北魏) 정권조차 고구려가 만주와 동몽골 일대의 구이(九夷)를 제압한 독자적 세력권을 확보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결국 고구려의 대수·대당전은 고구려가 국초 이래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대륙정책'이 중국 중심의 일원적 지배질서를 확립하려는 '세계정책'과 충돌한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다. - 박경철 강남대 교수 '중국학계의 고구려 대 수·당 70년 전쟁 인식의 비판적 검토’ ◆ 발해는 말갈국?…발해 세운 대조영은 고구려인 중국측 주장="발해 건국자는 속말말갈이며 건국세력 다수가 말갈족이었다. 또 발해는 당에 조공하고 당의 책봉을 받았으며 한자를 사용하는 등 중국문화를 향유한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 반박='구당서'라는 중국사서에는 발해를 세운 대조영이라는 인물은 '고구려의 별종'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발해가 당과 조공·책봉체제를 맺거나 한자를 사용한 것은 당나라 문화에 대한 수용의지를 나타낸 것일 뿐이다. 발해는 자주국으로서 당과 조공과 책봉이라는 외교행위를 한 것이며 독자 연호도 사용하고 있었다. 특히 고구려의 주거특징인 온돌장치가 발해 유적에서 발견된 사실은 발해가 문화적으로도 고구려를 계승한 자주국가였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 한규철 경성대 교수 '발해의 역사적 성격' ◆ 고려·조선은 고구려와 무관?… 당시 중국도 인정한 '고구려 후예' 중국측 주장="고구려는 멸망한 지 250년 후에 등장한 '왕씨 고려'와 하등 계승관계가 없고, '왕씨 고려'의 활동범위는 한반도를 벗어난 적이 없었다. 고려 태조 왕건(王建)도 왕씨가 전한 당시 낙랑군의 귀족임을 생각하면 한족(漢族)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왕씨 고려'와 '조선'은 고구려와 기자조선을 '도용'한 정권이었다." 반박=고려 태조 왕건은 자손에게 남긴 '훈요십조(訓要十條)'의 제5조에서 "서경은 아국(我國·고려)의 지맥의 근본(根本)이다"라고 했는데, 당시의 풍수설을 빌려 표현했지만 본뜻은 "고려의 근본은 고구려(평양)"임을 자손에게 명백히 밝힌 것이었다. - 신용하 한양대 석좌교수 '고려도경(高麗圖經)'에 '왕씨의 선조가 고려(고구려)의 대족(大族)이었다'는 기록이 있고, '고려사'의 '고려세계'에도 왕건의 조상이 백두산을 유력(遊歷)했다고 기록해 왕건의 조상이 고구려나 발해에서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고구려는 건국 직후부터 북진정책을 추진했고, 고구려의 수도였던 평양을 서경(西京)으로 바꿔 고구려의 계승국임을 명확히 했다. 고려의 수도인 송악 역시 본래 고구려 땅인 부소갑(扶蘇岬)이었다. 한반도 중부 일원에는 고구려에 속했던 주민들이 거주했고, 이들은 여전히 '고려인'으로 불리었다. 고려를 건국한 주체세력은 왕건을 비롯한 개성·평주·정주 등 한반도 중부 일원 출신들로 고구려 지향적인 토착의식을 가지고 있었다. 고려 성종 12년 요(遼)의 대군이 침입하자 서희는 요장 소손녕과 회담하면서 "고려가 고구려의 옛 땅을 차지하고 있으며, 그 때문에 나라 이름도 고려라고 하며 평양을 도읍지로 삼았으며, 고구려 땅의 경계로 따진다면 요의 동경(東京)도 그 경계 안에 있다"고 반박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와 이규보의 '동명왕편', 이승휴의 '제왕운기'에서도 고려가 고구려를 계승했음을 명백히 했다. 고려가 발해 유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것도 발해가 고려와 마찬가지로 고구려를 계승한 국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인이 쓴 '송사(宋史)'에서도 '고려는 본래 고구려라 한다'며 '고려열전'을 시작했고, 이는 고려가 고구려를 승계한 국가라고 생각한 당시 사람들의 역사의식이었다. 이러한 인식은 훗날 '명사(明史)'에까지도 유지됐다. - 안병우 한신대 교수 '고구려와 고려의 역사적 계승성'
'동북공정'은 '동북변경지역의 역사와 상황에 관한 연구 프로젝트(東北邊境歷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를 줄인 것이다. 중점 연구과제는 ▲한반도 정세 변화와 그것이 동북지역의 안정에 미칠 영향 ▲고조선·고구려·발해사 ▲동북지역 역사 ▲동북지역 민족사 ▲고대중국 영토문제 ▲발해유적 현황 ▲간도문제 등 한국사와 관련된 문제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사업주체는 중국 정부. 국무원 산하 국책기관인 중국사회과학원이 연구책임을 맡고 있다.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일반 학회조직과 달리 '동북공정'엔 동북3성의 행정조직·공산당 조직·산하 연구기관·대학 등이 모두 포함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2002년 2월 28일 발족된 이 프로젝트의 총경비는 5년 간 24억 원. 중국 재정부가 1000만위안(약 16억원), 동북3성이 375만위안(약 6억원), 사회과학원에서 125만위안(약 2억원)을 부담하는 등 국가 차원에서 연구비 전액이 지급되는 '국책사업'이다. '동북공정' 취지문(www.chinaborderland.com 참조)은 이 프로젝트에 관해 "학과·지역·분야를 초월, 국가의 장치구안(長治久安 장기적 통치·안정)을 목표로 삼는 대규모 사업"이라며 "국가통일·민족단결·변경안정이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동북공정'은 또 "이 연구를 완성하기 위해 정치의식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적시, 이 사업이 '정치적 의도'를 지니고 있는 것이란 점을 명백히 하고 있다. 윤휘탁 동아대 연구교수는 '현대중국의 변강·민족의식과 동북공정'이란 논문에서 "동북공정은 한반도 정세변화가(조선족 사회를 포함한) 중국 동북지역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려는 거대 사업"이며 "통일이후 불거질 수 있는 한·중 국경 및 영토문제에 미리 대비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980년대 이전/ 고구려사 = 한국사 1949; 중화인민공화국 고구려사를 한국사로 인정 1960년대; '세계통사'에 '고구려는 고대 한국국가'임을 명시 1978: 14개 대학 종합적으로 펴낸 '세계고대중세기사'에 '고구려는 중국에서 일어나 국경 너머에 있는 한 민족이다'고 하여 고구려가 한국사임을 명시 ◆1980년대/ '통일적 다민족국가론' 부활 1981; '중국 민족관련사 학술좌담회'에서 중국 민족과 강역문제 논의 시작 1984: 왕청리 웨이궈종 등 '발해를 당나라 예속하의 지방민족정권'으로 규정 1985; 쑨진지 저 '동북지방사고'에 '수·당과 고구려전쟁은 요동 군현 수복 전쟁이지, 영토확장의 침략전쟁은 아니다'고 주장 1989; 리덴푸 쑨위랑 저 '고구려간사'에서 고구려는 중국 고대 동북경내의 예맥족이 세운 중국의 할거정권'이라 주장 ◆1990년대 이후/ 고구려 귀속문제 본격화 1991: 심양시동아문화연구소 설립 1994; 중국의 고구려 전문기관 '고구려연구소'와 '고구려연구중심' 설립 1995: 통화사범대학 고구려연구소 설립 2001; 북한 ‘고구려 고분벽화’ 유네스코에 신청 2002. 2.28: 중국사회과학원이 중국정부승인 받아 '동북공정' 사업 정식 발족 2003. 6.24: 중국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에 '고구려는 중국의 소수민족 정권'이라는 논문 실림 7.3: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열린 세계유산위원회 제27차 총회에서 북한의 고구려 벽화고분 63기에 대한 세계문화유산 등재 무산됨. 중국측 입김 작용으로 알려짐 11.19: 한국고대사학회 등 한국사관련 학회, 고구려사왜곡 공동대책위 구성 12.13: 국사편찬위 정신문화연구원 등 공동참여 '고구려사연구센터 설립' 결정 12.23,29: 고구려사왜곡저지 100만 서명운동,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고구려부흥 프로젝트 착수 2004.1.9: 정부, 중국의 고구려사왜곡 관련 입장 중국 정부에 전달
나는 스피드를 즐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바람 사이로 나를 밀어 넣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겨울 저녁 팽팽하게 죄어진 공기 속으로 들어가면 뺨에 찬 기운이 닿으며 상쾌한 바람이 나를 죄여 온다. 그런 기분을 느끼기 위해 겨울 저녁이면 밖으로 나간다. 엄마는 내가 저녁에 인라인 스케이트를 신고 나가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한다. 다행히 오늘 엄마는 회식이다. 엄마는 아무리 빨라도 열시 후에나 집으로 올 것이다. 나는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엄마가 집으로 전화를 걸면 통화중이 될 것이다. 엄마는 내가 밤거리를 달리는 것보단 친구들과 통화하는 것을 더 낫게 생각한다. 나는 시시한 수다를 떨 만한 친구가 없다. 베란다로 나가 엄마가 숨겨놓은 인라인을 찾아 신는다. 다행히 복도에는 아무도 없다. 엘리베이터 앞으로 휙 다가가는 내 콧속으로 반찬 냄새가 훅 끼친다. 감자와 양파와 간장을 섞어 볶는 냄새. 조금 출출하긴 하다. 나는 새우 버거를 떠올리며 출출한 것을 참는다. 엘리베이터 옆에 있는 소화전 안에 운동화를 넣는다. 아파트를 나가 두 블록을 가면 내가 자주 가는 햄버거 가게가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아파트 밖으로 나가니 어두운 곳에서 웅크려 있던 바람이 나를 향해 다가온다. 나는 잠바의 자크를 열고 양쪽으로 펼친다. 천천히 겨울 공기 속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바람이 펼쳐진 잠바 속으로 들어와 펄럭인다. 내 몸은 점점 팽팽한 공기의 깊은 속으로 들어가고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온 바람은 내 몸을 죄여 온다. 모든 것을 잊고 나는 바람을 즐긴다. 이럴 때면 엄마의 헤픈 울음과 잔소리, 아빠의 행방불명을 모두 잊을 수 있다. 도로 앞 전자 마트의 대형 텔레비전에서 아홉 시 뉴스가 시작된다. 익숙한 앵커의 얼굴이 보인다. 앵커 뒷부분의 화면에는 화재가 난 현장이 보인다. 지나가던 사람들 몇 명이 텔레비전 앞에 서서 텔레비전을 본다. 나는 그들 사이를 헤쳐 지나간다. 엄마는 어제 저녁에도 울었다. 남자다. 앵커는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신원을 알 수 없는 남자의 변사체가 차안에서 발견되었다고 보도했다. 엄마는 그 보도가 나온 다음 스포츠 뉴스가 끝나고 드라마가 시작될 때까지 울었다. 평소 나는 아빠가 어디론가 여행을 갔을 것이라는 말로 엄마의 울음을 달랬지만 어제는 나도 조금 울었다. 누구든 가족을 가진 사람이 칠 개월 동안 연락 없이 여행을 가진 않을 테니깐. 엄마를 울리기는 식은 죽 먹기다. 사실, 식은 죽도 먹기 싫을 때는 어렵긴 하지만. 어쨌거나 엄마는 눈물이 헤프다. 길에서 아버지가 입고 나간 바바리랑 똑 같은 바바리를 입은 아저씨를 봤어, 라는 말 한마디면 엄마는 코가 벌게지며 크리넥스 티슈를 찾는다. 엄마의 눈물을 헤프게 만든 것은 전적으로 아빠의 책임이다. 나는 아빠의 무책임한 행동이 소름끼치도록 마음에 안 든다. 행방불명이라니. 이혼이나 병이라던가 죽음이라던가. 많은 부재의 원인 중에서 행방불명은 엄마에게 기다림과 허튼 상상만 늘게 만들었다. 나는 구질구질하게 아빠의 행방불명을 상상하는 엄마를 위로하는 것도 지겨워 졌다. 잠바를 오므려 더 이상 바람이 겨드랑이 사이로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 신호등 앞에 서서 유리를 통해 보이는 햄버거 가게 안을 들여다본다. 신혜가 앉아 있다. 신혜는 빨간색 머플러와 모자를 쓰고 있다. 콜라가 든 컵을 들어 스트로로 빨아 마시곤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신혜 옆에는 우리학교 교복을 입은 남학생이 앉아 있다. 맞은편에는 늘 신혜 옆을 졸졸 따라 다니는 은선이 햄버거를 먹는다. 입에 묻은 소스를 보니 새우 버거가 틀림없다. 은선이와 신혜는 나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인 지금까지 같은 반이다. 신혜는 얼굴도 예쁘고 성격이 밝아 친구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름방학이 끝났을 때, 반에서 신혜네 부모가 이혼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후로 신혜는 우리 반에서 더 이상 밝은 친구가 아니었다. 얼굴 전체에 그림자가 드려져 보였고 늘 어딘가 구석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도 신혜는 이를 드러내고 웃다가 콜라 컵 속을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다. 신혜와 함께 앉아 떠들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신혜의 그 모습이, 그늘이 보이지 않는 것일까. 나는 신호등을 건너서 햄버거 가게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새우 버거와 콜라를 주문하고 신혜네를 등지고 앉는다. 다행히 은선이 아직 나를 발견하진 못한 것 같다. "그래, 신혜야, 오늘 밤 새워 너네 집에서 춤 연습하자." "안 돼. 오늘 바람머리 오는 날이야." "그 날라리 학원강사?" "그래, 안타깝게도 바람머리와 주름 흘러내리는 얼굴이 전혀 어울리지 못하는." 나는 유리에 비춰지는 내 뒤의 신혜 얼굴을 본다. 오른 손으로 뺨을 받치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려 창 밖을 쳐다보는 신혜의 얼굴에는 그림자가 들어져 있다. 아주 짧은 순간이지만 나는 신혜의 그림자를 봐 버린 느낌이 든다. 나는 밝게 웃는 신혜의 얼굴도 좋아하지만 우울해 보이는 얼굴도 좋아한다. 신혜의 그런 얼굴은 마치 나 혼자 알고 있는 것 같다. 유리 속에서 신혜와 내 시선이 마주친다. 신혜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아이들에게 돌린다. "좋아, 가자. 바람머리한테 문자 날리지 뭐." "그래, 바람머리도 오늘 같은 날은 쉬게 해줘라." 신혜는 커다란 곰 인형이 달려 있는 핸드폰을 손에 들고 빠르게 문자를 보낸다. 내가 주문한 새우 버거와 콜라가 나왔다는 말에 나는 일어나 카운터로 간다. "야, 인라인 고양이다. 저 얘 우리 반이야. 고양이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져." 은선의 말에 남학생들이 시선이 나에게 집중되는 것을 느낀다. "장화 신은 고양이가 아니라 인라인 신은 고양이냐?" 은선이 탁자를 두드리며 까르르 웃는다. "무슨 여자가 이 밤에 인라인을 타냐?" "원래 저래. 말을 걸어도 대답을 안 해, 재수 없어. 저 애 아버지가..." "그만 해, 남의 일에." 은선의 말에 신혜가 끼여든다. 나는 새우 버거와 콜라가 든 종이 봉지를 받아 들고 가게를 나선다. 신호등에서 길을 건너며 뒤를 돌아본다. 신혜가 이쪽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저 아이도 혹, 바람 속을 달리고 싶은 것 아닐까. 신혜네 아파트까지 달려간다. 아파트는 놀이터도 크고 주차장도 넓다. 노란 등이 길 위에 떨어진 은행잎까지 비춰준다. 나는 놀이터에 앉아 신혜네 집을 쳐다보며 새우 버거와 콜라를 먹는다. 신혜는 9층에 산다. 신혜네 집 거실과 방에 불이 환하게 밝혀져 있다. 가끔, 아주 늦은 밤에 이곳에 와 보면 신혜 혼자 있는 것이 분명한데도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아까 그 아이들과 모여 가 춤을 추는 신혜는 즐거운 것일까. 콜라를 마신다. 등에선 땀이 흘러내리지만 얼굴은 차갑고 콜라 속의 얼음은 입안을 상쾌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콜라 속의 얼음을 와삭 깨물어 바닥에 흩뿌린다. 노란 불빛을 받은 얼음은 노랗게 빛나다 금세 바닥에 작은 물방울 점을 내며 사라진다. 휴지통에 봉투와 컵을 넣고 다시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 신혜네 아파트 세 동을 구석구석 한 바퀴 돌고 난 뒤 거리로 나선다. 바람이 한차례 어디선가 몰려든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노란 은행잎이 다시 바람의 부름을 받아 어둔 공기 속을 나비처럼 팔랑거린다. 잎이 모두 떨어진 은행나무에 기대선 바바리 코트를 입은 아저씨가 보인다. 나는 코트의 색깔을 확인하기도 전에 그 쪽으로 간다. 바바리 코트를 마주치는 일은 흔하다. 그러나,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는 등과 어깨를 오므리며 고개를 숙여 담배에 불을 붙이고 있다. 지나가는 바람 때문에 불이 잘 붙질 않자 몸을 더욱 오그린다. 그가 얼굴을 들 때까지 기다린다. 그가 입에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고개를 들면 그제야 나는 바바리 코트 색깔도 아빠 것과 다르다는 생각에 미친다. 길을 걷는 남자 어른들을 살피며 달린다. 바바리를 입은 남자, 잠바를 입은 남자,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 손에 붕어빵 봉투를 든 남자, 둘 혹은 셋이 모여 서 있는 남자들, 택시를 잡는 남자. 한 명 한 명 얼굴을 살피며 거리를 달린다. 그들은 모두 집으로 가는 중일 것이다. 술집이 즐비한 골목 구석구석과 네온사인이 화려한 모텔이 늘어선 골목을 달린다. 바람은 언제나 내 얼굴과 몸의 구석을 졸졸 따라 다니거나 내 몸 구석을 부드럽게 혹은 차갑게 쓰다듬어 준다. 손목시계에서 알람 소리가 울린다. 나는 달리는 것을 멈춘다. 초록괴물인 둘리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 시계는 열 시를 알려준다. 손목을 들어 귀에 대본다. 척척척,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가 바람 속에서 들려온다. 중학교 입학 때, 아빠가 사준 선물이다. 나는 중학생이고 유치하다며 이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않았다. 아빠가 행방불명이 된 후로 나는 시계를 귀에 대고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어디인지 살핀다. 예스25 편의점과 엔틱 가구 전문점 앞이다. 집에서 한참이나 멀리 왔다. 집으로 향하다 가구점의 진열장을 들여다본다. 은은하게 불을 켜 둔 진열장 안에는 가구들이 보인다. 엄마가 아빠를 몇 달을 졸라 샀던 침대와 똑같은 침대가 가게 안쪽에 있다. 저 침대에는 아직 아무도 잠들지 못했을 것이다. 엄마는 침대를 산 후, 다음에는 화장대를 사달라고 했다. 엔틱 화장대 거울 속에 노란 잠바를 입고 서 있는 내 얼굴이 비춰진다. 식탁 위에는 플라스틱 과일과 꽃이 놓여져 있다. 갑자기 무서운 느낌이 든다. 나는 서둘러 달리며 제발 엄마보단 내가 먼저 도착하기를 바란다. 엄마는 내가 한번만 밤에 인라인을 탄 것을 알게되면 인라인을 버리겠다고 말하며 눈물 바람을 해댈 것이다. 엄마가 협박을 제대로 실천을 했더라면 아마 나는 세 달 전에 인라인과 작별을 했어야 할 터였다. 그나마, 엄마는 눈물이 헤픈 반면, 눈물의 내용을 쉽게 잊어버리곤 했다. 나에게 인라인 스케이트를 선물해준 사람은 삼촌이다. 그는 한쪽 다리가 길어 늘 비틀거리며 걷는다. 그가 걸음을 걸을 때면 한쪽 어깨도 덩달아 비틀거렸고, 그림자까지 흔들거렸다. 삼촌은 오리농장 주인이다. 삼촌이 기르는 오리들도 삼촌을 닮아 모두 뒤뚱거렸다. 삼촌은 엄마의 울음 섞인 전화를 받고 시골에서 올라왔다. 삼촌이 왔지만 행방불명된 아빠를 찾는데 딱히 좋은 수가 나오지는 않았다. 삼촌은 중학생이 된 나에게 어른이구나, 하며 상자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회색에 남색 물결 무늬가 있는 인라인 스케이트가 있었다. 삼촌의 농장에서 나는 달리기를 했다. 삼촌 앞에서 바람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을 말했고, 삼촌은 나의 그 말들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짧다면 짧지만 어쨌든 내 생애 최고의 선물이었다. 그러니깐 삼촌은 나에게 바람을 선물해 준 것이다. 아파트 아래에서 쳐다보니 거실 불이 꺼져 있다. 이따금씩 파란 불꽃이 흔들린다. 내가 나올 때 거실 불을 켜 놓았으니 아빠가 돌아온 것은 아닐 테고 분명, 엄마가 돌아왔다는 흔적이다. 엄마는 소파에 팔짱을 끼고 앉아 텔레비전과 시계를 쳐다보며 벼르고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9층까지만 간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인라인을 벗고 계단을 오른다. 10층에서 조심조심 소화전을 열어 운동화를 꺼내 신는다. 인라인 스케이트를 넣어두고 현관 앞으로 가 열쇠로 문을 연다. 현관문을 열자 요즘 엄마가 즐겨보는 드라마의 여주인공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의 잔소리가 날아올 줄 알았는데 조용하다. 살금살금 거실로 들어간다. 현관 앞에 엄마의 가방이 속이 벌어진 채로 놓여져 있다. 가방 안에는 아동 전집류 팜플렛이 보인다. 엄마는 아빠가 행방불명이 되자마자 출판사에 다녔다. 책을 편집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팔러 다니는 것이다. 주로 아동전집을 팔러 다니지만 엄마는 생각보다 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다. 누군가의 집으로 가서 가방 안에서 책의 자료를 꺼내며 엄마는 어떻게 책을 팔아달라고 말할까. 엄마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잠이 들어 있다. 손에 쥐고 있는 리모컨이 바닥에 닿을 듯 흔들린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옛사랑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자신을 용서해달라며 울고 있다. 그녀는 울고 있지만 슬픔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리모컨을 손에 쥐고 온기 없는 거실 소파에 웅크려 있는 엄마의 모습이 더 슬프다. 나는 텔레비전 볼륨을 낮춘다. 그러자 전화기에서 뚜우뚜, 하는 신호음이 들린다. 전화 수화기는 내가 내려놓은 그대로다. 엄마는 집에 오자마자 소파에 꼬꾸라졌을 것이다. 수화기를 올려놓는다. 안방으로 들어가 보일러를 켜고 장롱 문을 연다. 하얀 레이스가 달려있는 침대 시트가 아무렇게 개켜져 있다. 엄마는 아빠가 행방불명된 지 삼 개월이 지나자 침대를 내다버렸다. 동사무소에 전화하자마자 다음 날 침대를 가지러 온 아저씨들은 새 것이라며 좋아했다. 침대는 아빠가 엄마의 생일 날 사 준 것이었다. 엔틱 가구를 가지고 싶어하던 엄마는 침대에 맞춰 시트를 새로 샀다. 아빠는 침대를 사준 후, 일주일만에 사라졌다. 엄마는 가구를 새로 들일 때, 가구 뒤에 왕, 자를 한문으로 써야 하는데 안 써서 집에 우환이 생겼다며 울었다. 그러나 아빠가 힘들어했던 것은 침대를 사기 훨씬 전부터였다. 다만, 엄마는 침대에 원인을 퍼붓고 싶은 것이었다. 나는 장롱에서 푹신한 이불을 꺼내 바닥에 깐다. 침대가 차지하던 자리의 반도 채우지 못하는 이불은 안방을 더욱 크게 보이게 한다. 거실에서 엄마를 일으키려하자 엄마는 놀란 듯 눈을 번쩍 뜬다. 엄마의 눈에 화장이 번져 검게 뭉개져 있다. "너 어디 갔다 온 거야?" 엄마의 입에서 쉰내와 술 냄새가 난다. "신혜 알지? 걔네 집에서 춤 연습했어, 얘들이랑. 아 피곤해." "공부나 하지. 무슨 춤? 허긴 인라인 타는 것보단 낫다." 엄마는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켜 검은 쫄 바지와 스커트를 벗어 던지고 안방으로 들어간다. "엄마 화장이라도 지우고 자, 낼 아침에 얼굴에 주름 생겼다고 짜증 부리지 말고." "우리 착한 딸이 좀 지워져." 엄마는 베개를 머리에 베지 않고 가슴에 끌어 앉고 눕는다. "아까 전화했더니 통화중이더니 신혠지 뭔지랑 통화를 했구나. 그 아이 한번 집으로 데리고 놀러와라." 엄마는 신혜와 내가 무지 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신혜에 대해 엄마에게 많은 거짓말을 했다. 나와는 단짝이며 반에서 공부도 잘하고 아주 평범한 집의 외동딸이라고. 물론, 외동딸인 것은 사실이지만. 또한, 신혜는 나와 헤어지는 것을 싫어해 매일 같이 자자고 한다고, 그래서 귀찮기도 하지만 신혜가 예쁘니깐 봐주는 것이라고. 그럴 때마다 엄마는 말했다. 예쁜 것이 다가 아냐, 착해야지. 어릴 때 친구가 평생 가기도 해. 가끔, 좋은 거짓말이 필요할 때가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아기는 아빠가 사랑이라는 씨앗을 엄마에게 주어 엄마가 뱃속에 품고 있다가 태어나는 것이라는 거짓말을 믿었다. 나는 꽃가게에 가서 사랑이라는 씨앗을 달라고 했다. 그런 씨앗이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엄마에게 속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만약, 그때 엄마의 배에 있는 칼자국이 내가 태어날 때 생긴 것이고, 자세하게 아기가 태어나는 과정을 설명했더라면 어렸던 나는 충격을 받았을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대로 나는 친구가 한 명도 없고, 공책에 이상한 상상 얘기를 쓰는 것이 취미고 밤의 거리를 달리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하면 엄마에게 걱정만 던져 주는 것이다. 어른이 되어 가는 것은 표정을 숨기고 좋은 거짓말을 해서 남에게 걱정을 끼치게 하지 않는 것이다. 아마, 아빠도 그래서 엄마와 나에게 거짓말을 했을 것이다. 아빠는 어른이니깐. 칠이 벗겨진 화장대에서 화장수를 솜에 묻혀 엄마의 얼굴을 닦는다. 눈가에 검게 흐르다 만 눈물을 닦아내고 눈썹을 지우자 눈썹이 반쪽만 남은 엄마는 아주 많이 늙어 보인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 눈가와 입가의 주름을 닦는다. 다시 솜에 화장수를 묻혀 닦아낸다. 금세 닦아낸 엄마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낮게 코를 골면서도 눈물을 흘리는 엄마는 정말 눈물이 헤픈 여자다. 안방의 불을 끄고 거실로 나온다. 가죽이 벗겨진 레몬 색 레자 소파 앞에 엄마가 벗어 놓은 스커트와 쫄 바지가 아무렇게 있다. 스커트를 펼쳐 소파에 놓는다. 바지를 집으려다 그 앞에 웅크리고 앉는다. 엄마의 다리가 빠져나간 모양새가 뱀의 버려진 허물처럼 쓸쓸하다. 무릎 부분과 발 뒷부분이 늘어난 바지는 엄마가 더 이상 멋 부리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엄마는 다리를 좀 더 날씬하게 보이기 위해 한 겨울에도 얇은 스타킹을 신었다. "당신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멋 부리다 다리 빨갛게 얼면 쳐다 도 안 볼 꺼야." 아빠가 농담을 건네면 엄마는 얇은 스타킹을 다시 내리고 다리에 로션을 듬뿍 바르며 호호 웃었다. 아빠와 내가 엄마의 다리 하나에도 맘껏 웃을 수 있었던 때였다. 쫄 바지를 들어 차곡차곡 갠다. 언제부터 엄마는 추위에 떨고 있었을까. 책가방을 싼다. 생각해보니 수학숙제가 있다. 수학 책을 꺼냈다가 그냥 가방 안에 넣는다. 내일 아침 일찍 가서 하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베개를 들고 안방으로 간다. 엄마는 다리와 팔로 베개를 안고 웅크려 있다. 엄마의 옆에 누워 손목시계를 빼서 엄마와 나의 귀 사이에 놓는다. 척척척,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는 아빠의 심장이 뛰는 소리 같다. 아빠는 보상금 지급도 없이 사퇴를 당했다. 아빠는 지금은 이미 유행이 지난 노래처럼 엄마와 나에게 말하지 않고 늘 아침에 출근했다. 엄마가 미처 다림질을 못 해 놓은 와이셔츠를 손수 다려 입고, 급하게 아침 신문을 읽으며 우유를 마셨다. 나는 한번도 아빠의 우울한 뒷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언제나 나의 고민은 친구들 속에서 어울리지 못하는 나였다. 집에선 평범한 척 재롱을 떨었지만 도무지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다. 점심시간이면 늘 혼자 도시락을 먹었고 책을 들여다보았다. 아이들은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는데 왜 성적은 그 모양이지? 하며 뒤에서 비아냥거렸다. 나는 가끔, 아이들과 어울리고 싶기도 했지만 그들과의 대화에 끼어 드는 방법을 몰랐다. 아이들은 한 명이 어떤 가수를 좋아하면 우르륵 몰려들어 그 가수를 좋아했다. 만약, 누군가 그 가수를 나쁘게 말하면 금세 왕따, 라는 말을 했다. 가수들의 유행가를 공책에 적어가며 외웠고, 그들의 춤을 따라 했다. 그들이 좋아하는 것들은 나에겐 대부분 시시했고, 흥미롭지 못했다. 나는 공상에 빠져 다른 세계를 상상하는 것을 가장 좋아했다. 그런 상상을 글로 써 놓았다. 가장 마지막에 쓰고 있던 것은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아빠가 행방불명이 된 후로 그 공책을 펼치지 않았다. 내가 유일하게 친하고 싶은 신혜와 나는 우주의 낯선 별에 단 둘이 있게 된다. 신혜는 처음에 거만하게 앉아만 있지만 함께 살아가기 위해 별의 이곳저곳을 둘러본다. 그러다 우리는 동굴을 발견하고 동굴 속으로 들어간다. 동굴 속에서 별의 비밀을 발견한다. 커다란 웅덩이 속에 작은 난쟁이가 있다. 난쟁이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가져다주고 웅덩이 속으로 우리가 만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비춰준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들의 부모님을 볼 수 있고, 난쟁이의 도움으로 먹을 것과 입을 것을 구하게 된다. 처음에 신혜는 별을 떠날 궁리만 하다가 나와 친해진다. 우리가 별에 정을 붙일 때, 난쟁이가 우리에게 지구로 돌려보내 준다는 제안을 한다. 난쟁이의 제안을 어떻게 할까, 하고 고민을 하고 있었다. 신혜에게 그 공책을 보여 주고 싶었다. 그래서 신혜의 의견을 들어보고 싶었다. 신혜는 그 별에서 나와 단둘이 있고 싶은지 친구들과 부모님이 있는 지구로 돌아오고 싶은지. 그러나, 신혜와 나는 3년 동안 친해질 수 없었다. 늘 신혜 주변에는 친구들이 있었고, 나는 그 속에 들어가지 못했다. 내가 그런 고민에 몰두할 때, 아빠는 어디를 돌아다녔을까? 공원이나 오락실, 동시상영 영화관 같은 곳에서 담배를 피우며 한숨을 쉬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지금, 아빠는 어디를 헤매고 있을까. 시계를 귀 가까이 댄다.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소리가 귓속을 파고들면 어느새 나는 또 꿈을 꾼다. 아빠는 둘리처럼 다른 공간으로 여행을 갔다. 아빠는 아주 우스꽝스러운 옷을 입고 귀가 커다란 사람들 사이에 있다. 그들은 아빠의 작은 귀를 당기며 놀려댄다. 아빠는 엄마와 내가 그립지만 이곳으로 오는 통로를 잃어버려 낯선 공간과 시간 속에 갇혀 있다. 다행히 아빠는 선량해서 둘리처럼 그 공간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사랑을 받는다. 귀가 커다란 사람들은 아빠의 사정을 듣고 비밀 통로를 찾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 이곳으로 오는 통로를 찾으면 아빠는 돌아올 것이다. 엄마가 뒤척이는 소리에 내가 꿈을 꾼 것이 아니라 상상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나는 다시 꿈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 가는 그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귀를 시계에 바짝 댄다. 아파트 앞 놀이터에 신혜가 서 있다. 빨간 목도리와 모자를 쓴 신혜가 오른쪽 신발 끝으로 흙바닥을 툭툭, 치며 서 있다. 엄마 심부름으로 아파트 상가에 갈 때만 해도 그곳은 그냥 텅 빈 놀이터였다. 그러나 지금 놀이터에는 신혜가 서 있다. 신혜에게는 정말 빨간 색이 잘 어울린다. 신혜의 뒤에 있는 미끄럼틀의 빨간색도 신혜를 위해 꾸며놓은 배경처럼 느껴진다. 두부와 파가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든손에 힘을 주고 신혜가 있는 놀이터를 지난다. 일부러 놀이터 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신혜도 나를 못 보았는지 신발로 흙을 파헤치고 있다. 아파트의 통로로 천천히 들어선다. "야, 인라인 고양이." 신혜의 목소리는 둘리 시계처럼 내 귓속을 부드럽게 파고든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신혜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신발로 땅을 파헤친다. "너, 지금 시간 있어?" 나는 손에 들고 있는 비닐 봉지를 뒤로 감춘다. 엄마는 두부 전골로 요리를 하기 위해 지금 부엌에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을 것이다. "시간이라면 얼마만큼?" 나도 모르게 놀이터 앞으로 다가가며 말한다. "많이. 나한테 인라인 타는 법을 가르쳐 줄만큼. 싫으면 관두고." 신혜는 가방 안에 인라인을 꺼내 보인다. 바람이 분다. 그네가 철겅거리며 바람을 태운다. 혼자 밥을 먹으라면 엄마는 또 헤프게 울어댈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신혜를 집으로 데리고 갈 수는 없다. 그 동안의 거짓말이 들통날 것이다. 분명, 엄마는 이것저것 캐묻다가 청소년을 위한 문학전집을 읽었느냐, 로 시작해 신혜네 집에 방문할 계획을 세울 것이다. "야, 빨리 대답해." 신혜는 신발 끝으로 흙을 파헤치다 목도리를 입가로 끌어당긴다. "잠깐만 기다려. 이것 두고 나올게." 엘리베이터를 누른다. 엘리베이터는 14층에서 내려온다. 나는 다시 통로 입구로 가 놀이터를 쳐다본다. 신혜는 그네에 앉아 있다. 그네를 움직이지 않고 그냥 앉아만 있다. 노란 가로등이 신혜의 빨간 목도리와 모자를 따뜻하게 비춰주고 있다. 나는 엘리베이터 거울을 보면서 어떻게 할까, 궁리를 한다. 현관문을 열자 엄마가 만드는 육수냄새가 난다. 엄마는 식탁 위에 전골 냄비를 올려놓고 버섯과 갖가지 야채를 썰어 놓은 커다란 접시를 식탁 위에 올린다. 내가 건네준 비닐 봉지를 받아 두부를 꺼내 썬다. "엄마, 나 엄마 쏙 빼 닮았나봐. 어떻게 해?" "전골 냄비 전선을 꽂아라. 그런데 왜?" 엄마는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두부 썬 것을 접시에 담는다. 나는 엄마를 뒤에서 안고 베란다로 데리고 간다. 베란다의 창을 열고 놀이터를 가리킨다. 그네에 앉아 있는 신혜의 어깨에는 커다란 가방이 매달려 있다. "저 아인 누구야?" "신혜, 내 단짝. 오늘 생일이었어. 내가 깜빡했지 뭐야." "그래서? 들어오라고 해. 같이 밥 먹자." 엄마는 고개를 내밀어 신혜를 쳐다보곤 창을 닫고 부엌으로 들어간다. "아이들이 햄버거 가게에서 기다리고 있어. 날 데리러 온 거야. 만약, 내가 지금 안 가면 나 왕따 당할지도 몰라. 어떻게 해?" 엄마는 두부를 썰던 손을 멈추고 소파에 가 앉는다. "그래, 다녀와. 일찍 와. 선물은?" 나는 내 방에 있는 커다란 곰 인형을 집는다. 신혜의 핸드폰에 매달려 있는 것과 똑같은 테디 베어다. "이것 주지, 뭐." 엄마에게 곰 인형을 들어 보이고 커다란 쇼핑백에 넣는다. 엄마는 소파에 앉아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켠다. "엄마, 미안. 얼른 두부 전골해서 먹어." "혼자 무슨 맛으로." 이제, 엄마는 내가 현관문을 나서면 바로 울어댈 것이다. 술술 나오는 나의 능숙한 거짓말에 감탄하면서도 엄마에게 미안함으로 심정이 복잡해진다. 엘리베이터 앞 소화전을 열어 곰인형을 소화전에 넣고 인라인 스케이트를 꺼낸다. 신혜는 인라인을 처음 타보는 것이라고 했다. 처음부터 신혜에게 바람을 느끼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나는 신혜의 손을 잡아주며 넘어지는 법과 앞으로 걷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신혜는 불평 없이 넘어지며 내가 잡아 주는 손을 잡고 일어난다. 지금 신혜는 온전히 나의 단짝이 된다. "나 그만 쉬고 싶어, 네가 달리는 것 보고 싶어." 신혜는 학교 진입로 앞 도로에 걸터앉는다. 나는 신혜의 시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신경 쓰며 바람 속을 달린다. 잠바를 펼쳐 바람이 내 몸과 겨드랑이 사이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준다. 신혜는 말없이 나의 움직임을 좇아온다. 신혜를 바라보며 뒤로 달린다. 뜨문뜨문 지나가는 차들이 모두 나의 방향과 반대로 달려간다. 가로수가 뒤로 물러서는 것을 보면서 신혜에게 다가간다. "너, 잘 달리는구나. 기분이 좋니?" "바람이 몸을 죄어오는 느낌이 상쾌해. 너도 느껴봐." 신혜를 일으켜 손을 잡고 천천히 달린다. 바람에 추위를 느끼던 신혜는 곧잘 달리기 시작한다. 이따금 넘어지기도 하지만 내 손을 꼭 잡은 신혜는 말 잘 듣는 아이 같다. 검은 하늘에서 말간 솜사탕 같은 구름들이 우리를 빠르게 지나간다. 우리는 천천히 바람 속으로, 찬 공기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신혜도 터플 코트의 단추를 연다. 갑자기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준 신혜는 멈춰 서서 웃는다. 차가운 공기 속에서 신혜의 웃음은 정말 맑고 쾌활하고, 건강하다. 나도 따라 웃는다. 우리는 웃다가 다시 손을 잡고 달린다. 나와 신혜의 통로는 바람이 된 것이다. 우리는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바람을 느낀다. 신혜를 따라 다니는 아이들은 결코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신혜는 목도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말한다. "야, 인라인 고양이. 너, 매일 나랑 달리자." "그래. 그래, 좋아." 신혜의 발갛게 얼어붙은 사과알 같은 볼에 깊은 보조개가 패어진다. 아파트의 통로 앞에서 신혜에게 기다려 달라고 말하고 엘리베이터로 올라탄다. 소화전에 둥글게 말려있는 테디 베어를 꺼내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며 쫙 편다. 아파트 앞에 나가니 신혜는 어느새 인라인을 벗어 가방에 넣고 운동화를 신고 있다. 우리들의 통로 수단인 인라인 스케이트를 벗은 신혜의 모습도 그렇게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테디 베어를 안고 가는 신혜의 뒷모습이 작아질 때까지 나는 아파트 통로 앞에 서 있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편지함으로 시선을 던진다. 우리 아파트 편지함에 가로로 놓여져 있는 하얀 사각봉투를 발견한다. 봉투는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편지함에 꼭꼭 숨겨져 있다. 혹시, 신혜가? 세금 납부고지서와는 다른 직사각형의 봉투를 집는 내 손은 떨렸다. 엄마는 소파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 있다. 잠이 든 것인지 엄마가 싫어하는 범죄 사실을 재연하는 프로가 나오고 있다. 식탁 위에는 전골 냄비에 육수만 있고 두부와 갖가지 야채를 썰어 담아 놓은 접시가 그대로 있다. 엄마의 손에서 리모컨을 빼 텔레비전을 끈다. 그 바람에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일어난다. "지금 왔어?" "엄마, 밥 안 먹었어?" "어, 피곤해서 잠깐. 몇 시니?" "그것보다 엄마. 이것." 나는 혹시 편지의 내용이 안 좋은 것 일수도 있으니깐 먼저 뜯어보려고 했던 봉투를 내민다. 봉투 겉의 글씨체는 신혜의 글씨체가 아닌 아빠의 것이었다. 엄마는 봉투를 받아들고 아빠의 글씨체를 확인하자마자 마치 아빠를 안듯 와락 안는다. 엄마가 편지를 읽는 동안 나는 엄마의 얼굴 표정을 살핀다. 엄마의 얼굴은 금세 밝았다가 화를 내는 표정이었다가 결국, 눈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그리고, 나를 안는다. "네 아빠. 우리를 잊지 않았어. 바다에 나갔단다. 아주 먼바다에." 엄마는 편지를 다시 한번 읽고 나에게 편지를 건넨다. 그리곤 식탁 앞으로 가 전골 냄비에 불을 켜고 밥솥에서 밥을 푼다. 밥 냄새에 갑자기 맹렬하게 허기가 진다. "엄마, 나도 더 먹을 수 있어. 엄마랑 먹으려고 밥 조금만 먹었거든." "그래, 알았어. 편지를 소리내어 읽어봐라, 다시 듣게." 엄마는 냉장고를 열어 반찬을 꺼내며 나를 돌아보며 웃는다. 엄마의 얼굴에 있던 주름들이 그 웃음에 사라진다. "어릴 때, 나의 꿈은 마도로스가 되는 것이었어. 그러나 생각보다 바다는 힘이 드오. 나는 지금 남해에서 고기잡이배를 타고 먼바다에 나왔소. 이곳에는 물이 아주 좋아 물고기가 쉴 틈을 안 준 다오. 바다를 멀미날 정도로 느끼며 육지에 있는 당신이 너무 그립소. 당신과 나의 딸, 해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어 편지를 읽는다. 엄마는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어달라고 한다. "당신과 나의 딸, 해진이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소." 내 목소리는 아빠와 너무 닮아 마치, 아빠가 돌아와 화장실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하는 것 같다. 아빠는 언제 돌아온다는 말도 없었지만 엄마는 마냥 기쁨에 들뜬다. 엄마와 나는 김이 폴폴 나는 두부 전골을 먹는다. 엄마는 뜨거운 두부를 입에 넣고 고개를 흔들어대며 웃는다. 우리는 모처럼 기분 좋게 국물을 식탁 위에 철철 흘리며 많은 양의 밥을 먹는다. 엄마는 그릇들을 개수대에 아무렇게 담가두고 소파에 누워 습관처럼 채널을 돌린다. 한번도 엄마의 손에서 고정된 적 없던, 내셔널 지오 그래픽 채널을 튼다. 화면 가득 바다가 출렁거리고, 해양 어류 연구가들은 고래의 울음소리를 좇아가며 고래를 기다린다. 엄마 옆에 눕는다. 좁은 소파지만 엄마와 내가 눕기에는 넉넉하다. 손으로 엄마의 배를 만진다. 배에 있는 상처를 더듬는다. 엄마는 간지럽다고 웃는다. 그러니깐, 이 상처를 통해 나는 세상으로 나온 거다. 그 전에 아빠는 엄마에게 사랑의 씨앗을 주었을 것이다. 아빠의 목소리를 흉내내 엄마의 귓속에 말한다. "바다를 멀미날 정도로 느끼며 육지에 있는 당신이 너무 그립소." 아빠는 집으로 돌아오는 통로를 잊지 않고 있다. 언젠가, 어쩌면 빠르면 내일이면 아빠가 돌아올 지도 모른다. 돌아온 후에 어쩌면 싸울지도 모르지만 아빠가 돌아오는 것은 엄마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나는 엄마에게 내일부터 신혜랑 인라인을 타고 한 시간씩만 달리겠다고 말한다. 엄마는 아주 늦은 시간이 아니면 허락하겠다고 말하고 내 어깨를 안아준다. 엄마에게서 달콤한 냄새가 난다. 신혜와 손을 잡고 바람 속을 달리고 있는 것처럼 경쾌한 느낌이 든다. 나는 신혜에게 아주 천천히 바람이 몸을 죄어오는 느낌을 알려줄 것이다. 우리는 내일부터 겨울의 바람 속을 달릴 것이다. -끝-
학생들의 수업거부로 집단 유급 위기에 직면했던 동덕여대 사태가 재단 및 대학 구성원간 협상 타결로 66일만에 마무리돼 학생들이 유급을 피하게 됐다고 교육인적자원부가 9일 밝혔다. 재단 대표와 송석구 총장, 교수협의회 관계자 등은 이날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교육부에서 합의서에 서명했다. 교육부는 아울러 학교측이 즉시 수업을 재개하는 한편 학사일정을 최대한 조정, 부족한 수업일수를 채우겠다는 계획을 전해왔다고 설명했다. 합의서에 따르면 동덕여대는 이은주 이사장 등 모든 이사회 임원이 전원 사퇴한 뒤 재단과 학내 구성원, 교육부가 추천하는 각 3명의 인사로 30일 이내에 새 이사회를 구성하되 임기는 5년으로 하기로 했다. 특히 이은주 이사장과 전.현직 총장은 새 이사진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으며 송총장도 다음 달 5일 조건 없이 사퇴하기로 했다. 또 재단은 대학 구성원이 추천하는 교수를 새 총장이 선임될 때까지 부총장으로 임명하고, 부총장은 새 교무위원을 역시 같은 임기로 인선하도록 했다. 새 이사회와 대학 구성원은 서로 협의해 총장 선출방법을 정하고 이에 따라 후임 총장을 선출하며 새 총장은 학내 구성원과 대학 행정.인사.재정 등 주요 사항을 협의하고 이를 법인 정관과 대학 규정에 반영하도록 했다. 이밖에 검찰에 제기한 모든 고발과 고소를 취하하고 학내분규로 발생한 민.형사상 및 행정(징계)상 책임을 절대 묻지 않기로 했다. 교육부는 교육부의 적극적인 중재 아래 이사회를 공익성 있게 구성, 임시이사를 선임하지 않고 사학분규를 해결한 사례를 남기게 됐다고 강조했다.
초등교에 이어 중·고교 교단도 여성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최근 16개 시도교육청이 발표한 2004학년도 중등 신규 임용고사 1차 시험 결과, 합격자의 80% 이상이 여성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이 2일 27개 과목에 대한 1차 시험 합격자 568명을 확정·발표한 결과 전체 합격자의 88.2%에 이르는 501명이 여성인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남자는 67명으로 11.8%에 불과했다. 2003학년도에도 중등교사 최종합격자 422명 중 여자가 373명으로 88.4%에 달했다. 전북교육청도 1차 시험 합격자 145명 중 73%에 이르는 106명이 여성으로 집계됐다고 2일 밝혔다. 17개 교과에서 최종 106명을 선발하는 이번 시험에서 1차 응시자 1130명 중 약 80%가 여성이기도 했다. 과목별로는 1차에서 24명(최종 18명)을 뽑은 국어과목에 남성은 단 1명에 그쳤고 영어과목도 합격자 16명중 남성은 2명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국어, 수학, 영어 등 3개 과목에서 35명을 선발했는데 최종합격자의 74.2%인 26명이 여성이었다. 대전도 2일 20개 과목에 걸쳐 310명의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했는데 이중 남자는 54명(17%)에 그친 반면 여자가 256명(83%)으로 압도적 우위를 차지했다. 반면 남자의 경우는 체육·기술 등 일부 과목에만 집중된 상태로 주지교과인 국·영·수의 경우 여성이 거의 90%에 육박하는 상태다. 인천교육청 중등교육과 담당자는 "작년에도 최종합격자 중 82퍼센트가 여자였고 올해도 1차 합격자 중 남녀비율이 약 2대 8 정도로 보이는 데 타 시도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며 "중등의 여성화 속도가 이미 초등을 앞질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등교단의 여성화는 이미 수 년 전부터 가파른 상승세로 진행되고 있다. 특히 군 가산점이 폐지된 다음해인 2001년부터는 중등 여성합격자 비율이 초등 여성합격자 비율을 앞질렀다. 2001년 이후 초등 여성합격자 비율은 75% 이하로 떨어진 반면 중등 여성 합격자 비율은 80%를 넘어섰다. 이로 인해 중등교원의 여성 비율은 매년 2%씩 증가해 2002년 현재 46.3%를 기록하고 있다. 10년 후면 7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해진다. 이 같은 중등교단의 여성화는 무엇보다 여학생들의 교직선호도가 워낙 높기 때문이다. 교·사대 재학생의 70%가 여학생이니 만큼 여성합격자가 80%가 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교육부 교원양성연수과 황영준 사무관은 "정년보장에 근무여건이 여학생에게는 가장 이상적인 게 사실이어서 우수한 여학생들 사이로 남학생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4년 전 헌법재판소가 공무원 채용시험의 군필자 가산점을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도 한 원인으로 지적된다. 가산점 폐지 후 서울시교육청 등은 남학생 응시연령을 40살에서 43살로 높였지만 사실 서울 같은 도시 지역에서 그 연령에 합격할 확률은 없어 효과는 제로였다는 게 일선의 반응이다. 서울교육청 교원정책과 담당자는 "남학생에게 주어지던 3점의 가산점이 없어져 여학생들과 동등한 경쟁을 치르게 되면서 합격률 증감에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며 "그러나 우수한 남학생들이 교직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했다.
올해 교육예산은 지난해보다 1조 4805억 원(5.9%) 증가한 26조 3840억 원으로 편성됐다. 이 중 지방대학 지원과 중학교 의무교육 확대 비용이 크게 늘었고,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하나로 사이버 가정학습과 가정교사 지원 예산 및 퇴직교원의 평생교육활동 지원비가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교원 처우 관련 예산은 봉급 3.88% 인상 수준에 그쳤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 회의를 열어 정부가 제출한 117조 5000억 원 규모에서 8000억 원이 증액된 118조 3000억 원 규모의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교육예산 26조 3840억 원은 정부 전체 예산의 22.45% 규모이다. 교육예산 중 약 85%를 차지하는 지방교육재정은 지난해보다 6.1% 증가한 22조 4천 억 여원, 중앙교육재정은 4.8% 늘어난 3조 9천 억 여 원을 차지한다. ■중 의무교육비만 8342억 지난해까지 중학교 2학년까지만 실시되던 무상교육이 올해부터는 3학년까지 확대됨에 따라 교육부는 중학교 의무교육비를 지난해보다 2892억 원 증액된 8342억 원으로 편성됐다. 또 중학교 과정의 비정규학교(학력인정평생교육시설)에 대한 학비 지원도 1·2학년에서 3학년까지 확대돼, 지난해보다 21억 원이 증액된 51억 원으로 책정됐다. 장애아 교육지원을 위한 장애유아 교육비 36억 원 및 장애학생 통합교육보조원 채용 28억 원이 올해 예산에 신규로 반영됐다. 아울러 저소득층 유치원 학비 지원 대상이 만 5세아에서 만 3, 4세아까지 확대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89억 원이 증액된 320억 원으로, 저소득층 고교생 및 실업계 고교생에 대한 입학금 및 수업료 지원비도 939억 원 책정됐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원)생 28만 명을 대상으로 한 학자금 융자 지원액은 912억 원 편성됐고 이자율(9.5%)에 대한 국고 부담은 확대(4.25%에서 4.75%)하고 학부모 부담은 낮추었다(5.25%에서 4.75%). 고교직업교육 확중 비용은 50억 원 정도 줄었다. 실업계 고교 체제 개편 및 특성화·내실화 비용이 454억 16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45억 400만원 감소했고, 일반고 직업교육 예산도 1억 9600만원 줄어 8억 9600만원, 농어촌 지역 실업고 학과개편 예산은 2억 6600만원 감소해 24억 6400만원으로 편성됐다. ■사이버가정학습 예산 반영 올해 초중등교육정보화예산은 369억 67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247억 9600만원 늘었다. 이 중에서 수능 방송 프로그램 제작 확대 및 무료 인터넷서비스 비용 200억원과 사이버가정학습 및 가정교사지원체제 구축비 21억 5200만원이 신규로 편성됐다. 이는 인터넷을 통해 초중학생에게 무료 사이버 가정학습을 지원함으로써 학교교육을 보완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맞춤형 수준별 컨텐츠 개발에 15억 4000만원, 사이버 가정학습 지원시스템 구축 6억 1200만원을 신규로 반영해 두 개 시·도교육청에서 시범 운영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초중등학교 인터넷 통신비 예산도 지난해 58억원에서 67억 4700만원으로 다소 증가했다. 이는 모든 초중등 학교에 인터넷 통신비를 지원코자 하는 취지로, 국립 28개 교에 대해서는 전액 국고 지원하고, 공립학교는 20% 국고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다. 교육행정 정보시스템 구축예산은 17억 정도 늘어 32억 4200만원이 편성됐고, 교육정보자료 개발 및 활용 능력 배양 예산은 지난해와 같은 20억 원으로 동결됐다. 아울러 정부는 방송고교 사이버 교육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15억원을 신규로 반영했다. 현재 공중파 라디오 방송 중심의 방송고 운영 방식이 가지고 있는 시간적,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방송대 사이버 강의 시스템 구축비 5억원도 신규 반영됐다. ■삼락회 지원비 10억 신규 반영 교원의 전문성 제고 및 사기 진작 예산은 지난해보다 151억 8300만원이 줄어든 3195억 6400만원이 편성됐다. 그러나 정부는 지난해 7월 퇴직교원평생교육활동지원법이 제정됨에 따라 퇴직교원의 평생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 10억 원을 신규로 책정했고, 교대 성적 우수자에게 지급하는 사도장학금도 2억 8800만원 증가한 7억 5100만원으로 늘렸다. 또 각 교대에 2006년경 완공예정인 교사교육센터 건립비로 지난해 100억에 이어 올해는 177억 2400만원으로 책정했다. 사립학교 교직원의 연금 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한 국고부담금을 지난해보다 61억 7100만원 늘려 2997억 6200만원으로 편성했다. 그러나 교원단체와의 교섭 자료집 발간 및 단체교섭 협의운영비 1억 2500만원, 초중등교원국외연수비 2억 200만원은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됐다. ■지방대 지원 급증, 국공립대 지원은 감소 정부는 또 지방대학 중심의 지역 발전을 추진하기 위해 지방대학혁신역량강화사업에 2200억 원을 반영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600억원 증액된 예산이며, 반면 수도권 위주의 대학 특성화 사업비는 지난해보다 550억원 줄여 600억원에 그쳤다. 또 신 산학협력 활성화를 통한 지방대학과 지역산업의 동시 발전을 위해, 권역별 신 산학협력 우수대학 지원 200억 원, 학교지원기업지원비 100억원이 편성됐다. 아울러 고등교육 분야의 연구능력 제고를 위해 학술연구조성사업비가 지난해 보다 12억 원 줄었지만 2264억원으로, 세계 수준의 대학원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BK21 사업비가 200억원 늘어난 18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유아교육법 국회 상정을 몇시간 앞둔 8일 오전 9시. 이군현 교총회장과 유아교육계 관계자들은 안병영 교육부총리를 전격 방문, 유아교육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위한 마지막 조율 과정을 가지고 법안 통과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교총·유아교육계와 교육부는 "보호 조항이 삭제된 수정안이 미흡하나 일단 법 제정이 중요하다"고 판단, 법 통과에 주력키로 했다. 수정안에는 원안에 있던 보호 조항이 빠진 대신 교육 속에 보육개념이 포함된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이에 앞선 7일, 유아교육계는 '법안에 보호조항을 삭제해 달라'는 보육시설측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황우여 의원등 38명의 의원이 수정안을 만들었다.
교무·학사, 보건, 입·진학 등 3개 영역의 나이스 서버를 어떻게 설치할 것인지를 논의하고 결정할 제9차 교육정보화위원회가 오는 29일과 30일 양일 중에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학교별 나이스 입력자료를 네트워크로 연결할 것인지 여부도 교육정보화위원회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다. 학교별 자료가 네트워크로 연결되지 않을 경우, 대입전형과 전·출입, 입·진학자료를 출력해 직접 제출해야 하고, 교육통계등 2차 자료 생성이 어려워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도입의 취지가 무색해 진다. 이에 앞선 지난달 30일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제8차 전체 회의를 열고, 3개 영역에 대한 서버 구축 기준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3개 분과별 2명씩의 대표로 구성된 합동분과위원회는 특수학교와 고교는 학교별로 서버를 설치하고, 초중학교는 15개 학교씩 묶는 방안을 전체 회의에 상정했으나 부결됐다. 합동분과위원회 제안대로라면 전국에 2500여개 정도의 서버가 구축돼야 한다. 여기에 대해 교총측 대표는 '고교는 광역교육청 단위로, 초·중학교는 지역교육청 단위로 200여 개 정도의 서버'를 제안했고, 전교조는 4000여 개 서버를 주장해 간격을 좁히지 못했다. 교육부 측은 학급수 규모에 따라 서버를 묶되 200여 개 정도가 적합하다는 입장이다. 교육정보화위원회는 새 시스템이 도입될 때까지 3개 영역 관련 정보는 단독컴퓨터(SA),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NEIS 등 현재 사용하는 시스템을 그대로 사용하고, 수기 처리하던 학교에 대해서는 SA로 통일하도록 했다. 아울러 정보의 수집, 관리뿐만 아니라 유지, 관리, 백업을 포함하는 기술적인 관리 권한도 학교장의 권한 범위 내에 속하며, 학교 필요에 따라 기술적 관리를 위탁할 수 있도록 해 실질적으로 정보교사의 부담을 덜 수 있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