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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강인수 |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수원대 교육대학원장 현행 교원평가제는 학교교육력 향상 측면에서 정보 제공 경로가 막혀 있어서 조직의 발전은 물론 개인의 능력 개발이나 전문성 신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교원평가결과가 학교 교육조직의 효과성 증진을 통한 교육의 질적 개선에 활용되기보다 승진이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부교원에게만 결과가 사용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장과 교감이 교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경력, 승진서열 등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교사들이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평가관이 왜곡되어 건전한 학교풍토 조성에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 Ⅰ. 교원평가제도의 문제점 한국의 교사근무성적평정제도의 문제점을 기존 연구인 박영숙(1992), 최희선·권기욱·전제상(1999, 2000, 2001), 정수현(2000), 박종필(2002), 강인수(2003) 등의 논문과 한국교육개발원 등 정책연구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한다. 1. 전문성 발달을 위한 교원평가체제로서 미흡 현재의 교원근무성적평가의 목적과 기능은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서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할 목적’으로(제1조), ‘평정의 결과를 전보·포상 등 인사관리에 반영하기 위한(제27조) 데에 한정되어 있다. 교사개인의 전문성 개발과 학교교육의 효과성 측면을 고려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승진과 전보·포상 등 인사관리를 위한 자료수집도 평가의 한 목표이고 기능이지만, 현재의 교사평가제도는 교사의 자질 향상과 수업개선 및 전문적 능력 신장을 위한 자료수집 기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승진연령이 안 된 젊은 교사들과 사립학교 교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이들의 경우 교사평가는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근무평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고, 평가에 무관심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1) 또한 최근에 평가결과를 성과급 지급 근거자료의 활용한다는 방침에 대하여 교원들의 불만을 야기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수한 교원을 발굴·유지하거나 교원 개인의 자질을 계발하는 등 다른 용도로는 활용되지 못하며, 특히 교원평가 결과가 승진에 결정적으로 작용되면서 평가는 곧 승진에만 필요한 것이란 인식을 주고 있다. 2. 평가대상의 제한성 교원근무성적평정의 대상은 학교교육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평가에 대한 규정에 의하면 교장에 대한 평가규정이 없고, 특히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는 승진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자체적 노력으로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는 교사의 근무성적평가가 소홀히 되고 있다. 3. 평가내용의 추상성·획일성 가. 평정요소의 미흡 현행 승진규정상의 평정내용은 자질 및 태도, 근무실적 및 근무수행능력 등 2개의 평정사항과 교육자로서의 품성, 공직자로서의 자세,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등 5개의 평정요소에 각 요소마다 4개의 평정내용으로 총 20개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과 기준은 교사의 근무평정을 위해서 부족하다고 본다. 이들 평가영역 및 내용 외에 학급경영(업무처리, 사회·심리적, 물리적 환경조성), 특별활동 지도(학급자치회, 특별활동 지도), 학부모관계, 지역사회관계, 일반교양, 교직교양, 학교방침과 각종 법규준수 등의 영역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최희선 외, 1999: 전제상, 2000). 나. 획일적 평정기준 평정요소와 평정내용을 지역, 학교규모, 학교급별, 유형, 교원의 직급, 담당업무를 고려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모든 교사에게 획일적인 평가내용과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다. 평정내용의 기준이 추상적 구체적 기준 미흡으로 인한 평정의 곤란과 주먹구구식 평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라. 교사의 자질·태도에 치우친 평정내용 평정내용에서 교사의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의 자질·태도영역이 비중이 적지 않게 되어 있다. 학습지도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텍사스 주 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사평가기준을 보면 총 8개 영역에서 5개 영역이 학습지도와 학생의 성취도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2) 이는 교사의 업무 중 학생지도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는 여러 주의 교사평가기준의 한 예이다. 4. 서열화 목적의 상대평가 방식 교원근무성적의 평정방법이 강제배분방식으로 되어 있어 지역과 학교급별, 학교규모, 교과특성, 담당업무 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여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5. 평가요소별 가중치 부적절 교원 근무성적평정에서 평가기준 및 요소에 대한 가중치가 부적절하다. 평가준거별 가중치는 교원의 업무성취에 대한 평가영역의 상대적인 중요도에 근거하여 타당하게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하다. 6. 평가관리의 전문성 및 신뢰성 부족 평정자와 확인자 등 평가자가 자격연수나 직무연수에서, 또는 평가를 위한 특별 훈련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결과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온정주의 풍토로 인한 정실과 주관에 의한 평가, 인상의 오류 등 여러 가지 평가의 오류가 범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이러한 결과로 평가에 대한 평가자의 책임의식 또한 결여되고 있어 교원들이 평가의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7. 평가결과의 제한적 활용 및 비공개 가. 승진자료로만 활용 현행 평가제도는 승진예정자 결정 자료로만 활용되고 자질계발 등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승진직전 2년의 평정결과만 활용되기 때문에 해당교사외의 대부분의 교사들은 평가에 대해 무관심한 실정이다. 이는 현재 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서 평가결과에 따른 보수결정을 하지 않는 대학에서도 교수들은 강의, 연구실적, 사회봉사 등에 대한 업적평가에 상당한 긴장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평가의 목적과 결과활용방안의 개선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나. 평가결과의 비공개 현행 승진 규정에서 경력평정과 연수성적평정은 본인이 요구하면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근무성적평정 결과는 비공개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경력평정과 연수성적은 본인이 산출결과를 알고 있고, 객관적으로 계산되는 점에 비해 근무성적은 평가자의 평가와 피평가자의 기대가 차이가 날 경우의 불만과 항의,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의 혼란을 막자는 관료주의적 사고와 풍토가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평가기준의 명확하지 않고 강제적 배분방식에 의한 상대평가의 결과 개인이 가질 불만을 제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평가과정에서 본인과의 협의 절차를 갖고, 평가결과를 알려줄 수 있도록 기준의 구체화, 평가방법의 신뢰도, 객관도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피드백 부재 평가과정에서 피평가자와의 협의절차가 없고, 평가결과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 개인은 자신의 전문성 수준, 수업기술과 방법에서의 자신의 능력 등에 대하여 객관적 평가결과를 알 수 없고, 능력이 부족한 교사의 경우 지도나 연수과정을 통한 전문성 향상 기회도 가질 수 없다. 8. 법적 체제 미흡과 행정체제의 부실 가. 법제의 미흡 교원근무평정은 교사 개인의 능력개발 및 전문성 향상과 교직의 질 관리를 통하여 학교조직의 효과성에 가장 중요한 인사행정의 한 영역이다. 그런데 현행 교사근무평정제도는 승진임용에서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경력평정, 연수성적평정과 함께 승진후보자 순위명부작성의 한 영역으로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포함되어 있고 독립적인 별도의 법령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교원연수에 관한 법령이 대통령령으로 별도로 제정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교원근무성적평정이 교원정책과 행정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결과라고 본다. 나. 행정체제의 부실 1) 평가업무담당부서 및 업무의 부재 그리고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및 시·군 교육청, 학교단위에서 교원평가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나 부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업무자체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교원근무평가에 대한 전문연구기관의 부재 교원근무평가에 대한 연구기관이 없고 교육관련 연구기관에서도 교육청 및 학교평가 담당부서와 업무는 있으나 교원평가 부서나 업무는 없는 실정이다. 3) 직무설명서나 직무수행기준의 미개발 교원근무평정제도의 실시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교원직무에 대한설명서나 직무수행기준이 규정되어 있어야 함에도 이러한 것이 개발되거나 규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은 교원근무평정에 대한 행정체제의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근무평정에 대한 법제의 미흡이나 행정체제의 부실은 교육행정의 관료적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박영숙: 1992. 103-105). 즉,관료적인 구조하에서 평가자에게는 명령과 감독의 기능이 강요되고, 피평가자에게는 조직이 정한 규율과 명령에 복종하거나 순종할 것만이 강요된다. 그리고 관료적인 구조하에서의 평가에 관한 정책결정자들은 교사평가의 목적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성화하고 개선하려하기 보다 행정상의 편의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Ⅱ. 교원평가제도의 방향 1. 교원평가의 목적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원평가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기초로 하여 새로운 교원평가제도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하기로 한다. 가. 교사의 수업전문성 및 관리자의 학교경영·관리 전문성 향상 및 능력개발 계기 제공 교사의 교육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수업활동의 전문성과 관리자의 전문적 관리능력을 개발하고 신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나. 교원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수-학습 지원 체제 구축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고 전문가로서의 교원이 계속 발달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지원체제로서의 평가 체제를 구축한다. 다. 전문직으로서 교원의 전문성 수준에 대한 자체적 평가체제 구축 교원의 수업 전문성 심화를 통한 수업의 질 향상과 교수-학습지원체제 구축으로 학교교육의 전반적 질을 높인다. 라. 학교의 수업의 질 향상을 통하여 공교육의 내실화 도모 전문직인 교원이 스스로의 평가체제를 구축하여 전문가적 지위를 확보하게 한다. 마.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및 학교교육 정상화 도모 교원의 자질과 능력 및 수업활동에 대한 전문적 소양에 대한 사회와 국민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학교교육을 신뢰하고 협력, 지원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학교교육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한다. 2. 기본방향 이상의 기본적인 방향에 따라 새로운 교원평가제도 수립의 기본원칙을 다음과 정한다. 가. 전문화 1) 교원의 전문적 성장을 지향하기 위한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2) 평가의 목적이 교원의 수업능력 및 학교관리 대한 전문성 향상에 있으므로 평가의 결과를 승진, 성과급 등과 연계하지 않는다. 3) 평가의 결과는 본인에게만 알리고 자기능력 개발 및 수업활동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4) 평가에 관한 연수를 통하여 교원의 평가관련 전문성을 높이고,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5) 새로운 평가제도의 실시를 위하여 시·도 교육청에 평가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위한 평가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나. 민주화 1) 교원평가에 대한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이해와 협력방향을 모색한다. 2) 단위학교 평가관리기구를 통한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3) 평가과정에서 학교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기회를 보장한다. 즉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등 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4) 단위학교별 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소규모 학교는 업무의 과중, 관리기구 설치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 교육청의 평가관리기구에서 업무를 지원한다. 5) 평가의 기준은 기본모형만 제시하고 시·도별 교육청의 평가관리기구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 하고, 학교별 평가관리기구에서 학교의 규모, 지역형편 등의 사정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게 한다. 6) 학교공동체 구성원 및 교직단체, 학부모단체 등 각계의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한다. 다. 다양화 1) 학교급별, 종별, 규모별, 그리고 교원의 직급별, 교과별, 직무담당별(담임, 비담임, 보직),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다. 2)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학교공동체 구성원 즉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등 참여자의 역할을 학교급별에 따라 다양화 한다. 라. 점진적 적용 1) 새로운 평가제도는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와는 별개의 전문성 심화를 위한 평가로 운영한다. 2) 새로운 평가제도의 실시는 시범적용-계속연구-수정보완 단계를 거쳐, 희망학교를 우선으로 연차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 3. 연구의 범위 및 수행과정 이 연구의 일환으로 2회의 토론회 과정에서 있었던 질의, 토론 내용을 기술한다. 첫째, 이 연구의 범위는 교원의 인사행정 전반을 다루거나,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고, 수업전문성을 평가하여 교원의 능력개발을 도와주는 장학적 기능의 수업평가이다. 교원 양성, 연수, 승진, 근무조건, 사회·경제적 지위향상 등의 인사행정 각 영역은 정부의 정책수립과 집행에서 횡적인 연계를 가지고 통합적인 모색이 필요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영역의 연구를 하나의 과제로 수행하기란 어렵다. 본 학회가 위탁받은 연구과제는 교원평가에 관한 연구이다. 또한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의 대체적인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의 현황과 문제를 분석한 것은 현행 교원평가제도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이다. 이 분석의 결과 교원의 가장 중요한 수업전문성과 학교관리자의 관리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근무평정요소 중 전문성에 관한 능력개발을 위한 평가방안만을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진술한 것처럼 이 평가방안은 교원의 모든 교육활동인 수업, 학교·학급관리, 생활지도, 지역사회관계 등의 요소는 연구대상이 아니므로 이 평가결과는 교원의 전반적인 근무평정제도와 구별된다. 성과급이나 승진 등의 자료가 되는 교원근무평정제도는 앞으로 연구되어야할 과제이다. 둘째, 이 연구에서는 부적격교원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부적격교원 평가와 인사관리 문제는 교원정원과 예산 등이 수반되는 별도의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단체는 부적격교원평가에 관심과 주장이 많지만 이 연구는 열심히 노력하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도와주고, 스스로 능력개발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무능력 또는 부적격 교원의 문제와는 다르다. 무능력 또는 비도덕적인 부적격 교원의 문제는 현행 법령의 충실한 집행으로 관리가 가능하며, 새로운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연구수행방법과 과정은 토론회와 공청회, 전문가 협의회 및 세미나 등을 통하여 현장 학교와 교원·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연구내용은 각 영역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회의 토론회에서 토론자와 방청인사께서 제안한 방안들도 연구진이 충분히 검토한 내용들이 개진되어서 이러한 방안을 재검토하고 수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첫째, 교사평가방안의 체크리스트와 기술식의 활용문제에서 기술식을 충분히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제안하고 있는 수업활동평가, 학급운영평가, 교육관료평가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체크리스트와 같은 내용과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 교원평가에서 원자료를 원하는 본인에게 공개를 하는 방안도 처음부터 검토되었으며 이를 수렴하고 있다.
조흥순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정책본부장 1. 들어가는 말 최근 교원평가제 논의과정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시원한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 특히, 제시된 방안이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 정말 기여할 수 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은 그동안 논의과정에 참여한 다수 교원, 학부모들도 함께 느끼는 답답함이었다. 이런 전제 위에서, 먼저 교원정책적 관점에서 교원평가제가 갖는 역사 맥락적 의미 그리고 그 배경으로 어떤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시된 방안에 관한 입장을 피력하고자 한다. 2. 교원평가제의 정책적 맥락과 배경논리 분석 가. 교원평가제의 정책적 맥락 사람의 행동, 태도를 변화시키고자하는 정책은,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들의 반응과 감정에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교원의 지도방식이나 태도에 불만을 갖게 될 때,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과 같다. 교원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원 정책에는 두가지 상반된 접근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정적(포지티브)인 접근과 부적(네거티브)인 접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 이후 대부분의 교원정책이 네거티브적 정책의 흐름을 갖고 있다. 교원의 전문성과 열의를 인정하고, 더 잘하도록 지원하고 촉진하는 포지티브한 정책은 거의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촌지, 체벌, 정년단축, 학생의 담임선택제, 교직 유연화 등 소위 ‘회초리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교직은 존경, 자아실현, 성취, 인정, 책임 등 정신적 가치와 만족을 강하게 추구하며, 자존감과 긍지를 중시하는 직업이므로 이러한 교원을 불신하고 단죄하는 정책은 교직사회에 강한 거부적 정서와 상실감을 형성하게 된다. 최근의 교직사회에 회피와 냉소주의가 이런 상황 속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이제 교육과 교원정책 접근방식에 있어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는 우리 교육과 교원에 있어 상당한 강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약점을 찾아 비판하고 처벌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강점을 발굴하고 그것을 고무하는 방식으로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우리 교육은 마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는 자학적 교육관, 그리고 외국제도의 무비판적 모방과 이식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네거티브적 교원정책의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 부적격교사 퇴출기제로서의 평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 교육부 장관들의 평가제를 통한 무능교사 퇴출 발언 등 평가제 도입 논의의 맥락에서 볼 때도 그러하고, 장점 발굴과 이에 대한 인정과 격려보다는, 약점 노출과 이에 대한 비판과 책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평가의 본질적 속성에 비추어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이것을 통제하기 위한 네거티브적 교원정책의 흐름 속에 제기된 교원평가제는 필경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교원의 수준을 인정하고 잘하는 점을 부각시켜 더 잘하도록 격려하는 포지티브 정책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나. 교원평가제 도입 배경 논리와 그 문제점 1) 포플리즘적 접근방식의 문제다. 최근의 교원정책이 여론을 동원한 교단반발 제압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교원평가제의 제기방식도 언론을 동원한 것이고,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도 예전 형태와 똑 같다. 이 때, 교원들의 여론은 아예 무시한다. 교원정책을 교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외곽 때리기식으로 추진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 교원에 대한 공교육 부실 책임론이다. 교육문제에 관해 교원의 책임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네거티브적 교원 때리기식 정책은 마치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가 교원의 잘못인양 호도시키는 면이 있다. 때문에 교육정책 주도자로서의 행정관료와 정책 입안자에 대한 책임도 따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 교육수요자론과 교원불신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수요자라는 입장에서 교원을 직접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5년 ‘5.31교육개혁’ 추진에서 가장 잘못된 것이 왜곡된 시장경쟁 논리의 유입인데, 교육 수요자론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교육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대위권, 교사의 교육권, 국가의 교육권 등의 조화적 권리관계로 파악되어야 하며, 교원의 전문적 교육권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교사가 있다 해도 학부모나 학생이 직접 평가를 통해 걸러내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4) 교직도 경쟁을 해야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경쟁 논리가 아니라 교육적 논리에 기초한 경쟁이어야 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3. 교원평가제 방안에 관한 입장 가. 총론적 입장 1) 기존 교원평가제 논의과정을 무시하고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현행 근무평정제와의 관계 정립, 새 교원평가제의 필요성 등 선행되어야 할 논의가 생략되고 있다. 지난 해 교육개발원을 중심으로 한 교원인사제도혁신협의회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부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 2)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면, 교원직무 수행기준의 설정과 그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논의와 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교원들이 수행하는 본질적 업무와 비본질적 업무, 불필요한 잡무, 업무의 중요도 등이 본격 논의되어야 하며, 교원들이 본질적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원잡무 등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3) 종전, 교원정책 수립에 있어 외국제도의 무비판적 모방과 이식의 관행 그리고 제도가 갖는 역사와 맥락, 문화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제도의 성패는 기술적 합리성보다 역사적 경로와 맥락, 문화, 권력관계 등에 더 크게 좌우됨은 우리 교육정책사에서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4) 문제의 제기와 대안이 일치하지 않는다. 기조강연에서 새 평가제 도입의 배경으로 현행 근무평정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는데, 현행 근무평정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새 평가제가 어떤 면에서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해 줄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5)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성찰이 미흡하다. 6) 학교현장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평가의 형식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7) 평가시행 사항의 상당 부분이 학교단위 자율결정으로 위임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결정과정상의 혼란과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나. 영역별 입장 1) 평가의 목적은 차라리 교사수업평가로 명확히 함이 타당하다. 수업만 강조한 나머지 생활지도 또는 학교업무의 기피 또는 경시로 교육을 왜곡시킬 수 있다. 2) 평가자 및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첫째, 자기평가서의 활용이 불명확하여 형식화되기 쉽다. 둘째, 동료평가를 위한 공개수업 및 참관은 본질적 수업의 소홀, 과열경쟁시 동료 간 불신과 반목이 나타날 수 있다. 교감, 교장은 전체 평가자의 일부일 뿐, 학교장학, 학교경영 책임자로서의 영향력 약화로 학교단위 책무성이 약화될 수 있다. 셋째,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수업 등에 있어서의 여론수렴과 판단은 교사의 자율권에 맡겨야 한다. 학부모의 수업참관과 평가 참여는 고교의 경우, 입시위주 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 학부모의 권리는 교사 개개인에 대한 책무성 요구 차원이 아니라 학교 전체 차원의 책무성 요구로 행사되어야 하고, 제한적 범위에서라도 학교선택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공개수업은 전시수업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진정한 수업평가가 되기 어렵다. 3) 단위학교 및 교육청 단위 교사평가관리위원회 설치·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의 설치와 그 역할, 평가위원 수와 비율, 위원장 선출 등 상당부분이 학교 자율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결정 주체 및 학교장의 역할 모호 등 결정 과정에 상당한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평가의 구체적 목적, 평가관리자, 평가기준 및 절차, 결과활용 등은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가 필요한 등 학교 단위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내용이며, 교원잡무의 증가, 소규모 농어촌 학교 실정 등을 감안하면, 평가업무의 추진 애로와 업무가중이 평가의 형식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4) 평가영역별 평가요소, 평가지표 및 자료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피평가자와 평가자간 평가기준 등에 관한 협의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가치판단이 서로 다르다고 인식할 때, 피평가자가 동료교사의 평가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가가 수업 전문성 향상에 기여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평가보다 장학협의가 더 중요함은 이 때문이다. 5) 평가결과를 유용히 활용해야 한다. 첫째, 평가관리위원회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려 드느냐에 따라 학교현장의 갈등이 예상된다. 둘째, 교원의 순환근무제 등을 감안할 때 평가자의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의문시된다. 평가자별 평가결과가 공개되면 교사 간의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6) 교장, 교감 평가방안 첫째, 현실적으로 교장의 직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와 평가의 전문성이 없는 전 교원과 직원, 10%의 학부모가 평가자로 들어가면 인기투표가 될 수 밖에 없다. 교장의 소신있는 학교행정은 불가능해지고, 입시위주 교육의 압력 등을 교장이 거부하고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소속 단체의 집단이해가 맞물리는 상황이 되면, 교장, 교감 평가는 ‘집단행동 차원의 비교육적 정치평가’로 변질될 수 있다. 학교현장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다. 소결론 1) 위원회 구성, 다양한 평가절차와 세부 계획의 수립, 자기평가서는 물론 많은 동료교원에 대한 평가서 작성 등 평가 관련 업무가 학교현장에 새로운 업무가중 요인이 될 수 있고, 평가를 둘러싼 교단의 불신과 갈등이 초래될 우려가 높음에 비해, 2) 평가의 가치기준이 다를 수 있는 교사 개인별 전시적 공개수업 참관을 통해 내린 학교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평가결과를 교사 개인이 얼마나 가치 있게 인정하고, 자신의 수업 전문성 제고에 활용할지 의문시된다. 더욱이 그 활용이 개인의 피드백 차원 이상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조만간 형식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3) 따라서 이러한 평가를 통한 교원의 수업 전문성 제고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며, 학교 장학협의회의 활성화,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학부모나 학생의 의견 반영은 교사 개인의 자율 사항으로 권장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4.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대안 가. 교원이 교직생애 기간 동안 전문성을 심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성장 트랙(track)을 제도화해야 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보람과 가치, 성취를 중시하는 직업인 반면 성취동기를 유발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제가 절대 부족하다. 일반 기업체나 공무원 조직의 다양한 조직체계와도 다르다. 어느 정도의 경력단계를 감안, 교원 각자가 목표를 정해 도전하여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전문성 향상의 발전 모형을 제도화하고, 이에 걸 맞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강구하는 등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교원의확보및전문성신장을위한특별법(가칭)을 제정하고, 이것을 근거로 하여, 보다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강구, 추진하여야 한다. 연수이수 학점화 제도의 정비, 수석교사제를 포함한 교원자격의 전문성 심화단계 설정, 국가 책임하의 교원연수의 체계화 및 강화, 연구년제의 도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력하지 않는 교사는 스스로 부담을 느끼게 되고, 부적격 교사들이 스스로 교단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교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나.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시로 학년단위(초등), 교과단위(중등)로 장학협의회를 갖도록 하고, 학기말 또는 학년말에는 장학평가회 개최를 의무화하며, 그 결과를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 보고서는 다음 학기 및 다음 해의 교육활동 개선자료로 활용한다. 이를 위한 경비 지원과 시설 등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학기말 또는 학년말 장학평가회에서는 교사 각자가 장학보고서를 제출케 하고, 이를 토대로 종합장학평가회를 개최한 다음 그 결과를 학년별, 교과별로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다. 이것을 다음 학기 또는 학년의 교육활동 개선자료로 활용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학년별, 교과별 장학협의실을 설치하고, 협의회 운영과 보고서 작성 경비를 지원함은 물론 학년별, 교과별로 교원들의 추천에 의해, 장학 우수자를 표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장학평가회에는 학부모대표를 참여시킬 수 있게 한다. 다. 학부모와 학생의 설문조사는 교사 각자가 자율적으로 문항을 작성하여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그 결과는 학기말 또는 학년말, 학년별, 교과별로 개최되는 교사장학평가회에 제출하는 개인별 장학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한다. 라. 교원들이 수업 등 본질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 조성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학년별(10학급 기준) 교무행정 요원 1인 이상 배치, 각종 불요불급한 보고 자료의 감축방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마. 법정정원의 조속한 확보, 초등의 수업부담 완화 및 형평 제고 등 후진적인 교육환경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2004년 현재 정원확보율은 89.2%며 부족교원이 3만5905명에 이른다. 초등 고학년의 경우 30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교원평가를 실시한들 수업 개선이 될 리 만무하다. 바. 학부모와 일반국민이 교원평가에 동조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부적격 교원의 처리 문제라고 본다. ‘부적격 교원 문제’는 교직사회의 아킬레스 건 같은 존재로서 교원 전체에 누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교원단체의 입장에서 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원이 걸러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부적격 교원의 통제장치로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선량한 다수의 교원들을 싸잡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결과가 되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 한국교총은,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수년전부터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모토로 삼고,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명확히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교원은 회원이라 해도 배척하고, 교원 윤리강령과 실천수칙을 재정비하며, 광범한 실천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런 과정에, 학부모단체 등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5. 맺는 말 우리 교육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나치게 우리의 교육을 비관하는 자학적 교육관과 이에 터한 교육개혁의 강박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과 교원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것을 더 빛나도록 만드는 쪽으로 개혁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부적 접근방식으로 일관해 온 교원정책 방향도 정적 접근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원의 자존감과 긍지가 손상되지 않게 하면서, 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원들이 서로 협동하여 교육활동에 전문성 향상을 기할 수 있도록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그동안의 교원정책적 맥락 또는 제기된 배경 논리로 볼 때나, 평가제가 갖는 경쟁적, 비판적 속성에 비추어, 교원의 수업 전문성 향상이라는 목적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현장에 많은 부담과 갈등을 줄 가능성도 크다. 무리한 교원평가제 도입으로 또다시 학교가 혼란에 빠지고 교원들이 서로 분열되고 갈등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회와 교육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황충일 | 문학평론가·인천학익여고 교사 갑신년이 저물어가는 어느 날, 대학 동기들의 세밑 모임이 있어 경기도 일산에 들른 적이 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다보니 모처럼 오붓하게 다섯 쌍의 부부가 모여 그동안의 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이미 불황의 피해자로 사오정을 맞은 친구도 있었고, 자의로 직장을 떠나 일찌감치 사업에 성공을 거둔 친구도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느끼는 아쉬움은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새 사십대 중반을 힘겹게 넘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영화라도 한 편 보려고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누구보다 경쟁이 치열한 베이비 붐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딱히 문화적 세례를 받은 적 없이 G.I. 문화의 후폭풍과 시위 문화, 캠페인 문화에 에둘려 대학 시절을 보낸 관계로 그날의 모임은 나름대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날의 거리에서는 세밑이라고는 하나 어느 곳을 보아도 도회의 황량함만이 옷깃을 스칠 뿐, 인정이 모여 이루는 따뜻함은 찾을 길이 없었다. 차라리 어려웠지만 인간미가 넘치던 시골 장터가 그리워짐은 왜일까? 마치 절해고도에서 화톳불을 끼고 옹송그린 표류자처럼 우리는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오페라의 유령〉과 마주하였다. 실로 2004년 한 해, 우리는 우리의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온갖 망령의 그늘에 휩싸여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없는 경제 추락으로 인한 생계형 자살이 잇따랐고,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피살, 엽기적인 연쇄 살인, 십대들의 집단 성폭력,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파문,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속속 그 실체를 드러낸 한 해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알 수 없는 이 불안과 공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아직도 우리가 합리적 이성과 인과율을 토대로 자행되는 근대의 부정적 자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있을 터이다. 영화관 화면에는 팬텀이 호수를 건너면서 “내 검은 절망의 지하 감옥으로 가자. 내 마음의 감옥으로 가자. 지옥과도 같이 깊은 어둠의 행로를 따라 가자. 그대는 왜 그 음침한 곳에 내가 매여 있는지를 묻지 않는가” “누구에게서나 쫓김을 당하고, 어디서나 증오를 당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측은함을 느껴주는 곳 없었으니”라고 절규한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은 “불쌍한 어둠의 창조물이여, 그대는 어떠한 삶을 아는가? 신이여, 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용기를 주소서…….”라는 화답과 함께 팬텀의 얼굴에 키스로 응대함으로써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하 미로를 거쳐 소용돌이치는 안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그리고 거대한 거울, 중세적 이미지를 습용한 팬텀이 20세기를 거쳐 21세기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 갑자기 뛰어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분명 르루의 1905년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착과 광기로 오페라 극장 2층의 5번 박스 석을 어슬렁거리는 팬텀을 목도한다. 그곳은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지하 감옥과 쇠사슬, 그리고 모욕으로 점철된 트로마(Trauma)의 공간이요, 미와 추, 선과 악,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통합시키는 신화적 진실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은 광기를 예찬한다. 그것은 이성을 비추는 거울이자 폭로의 기능을 갖고 있으며, 삶의 열정과 진실, 그리고 사회적 인간과 도덕적 진실 사이의 직접적인 모순을 드러내 준다. 왜냐하면 팬텀은 더 이상 무대 한 옆에 서 있는 우스꽝스러운 보조 인물이 아니라 이미 무서운 진실을 말하는 전언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난 세기 광기에 대해서 타자를 선언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것이 부르주아적 질서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그 윤리의 성스러운 한계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광기가 근대 부르주아지의 노동과 근면 이데올로기에 상치되기 때문이었음을 또한 기억한다. 따라서 오늘날 광기는 더 이상 이성의 결여가 아니라 여전히 상상의 초월적 현존으로서 세속적인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한 미지의 세계를 상징한다. 근대적 이성을 담보로 한 에피스테메는 단지 지식과 결탁한 권력의 총체적 전략이며 타자를 분리하고 격리시키는 소외의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 팬텀을 응시하는 크리스틴의 시선 어디에서 상대를 대상화하고 소외시키는 타자의 시선을 볼 수 있으며, 오만한 지배 계층의 싸늘한 시선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한 사회의 건강성은 단순히 물리적 조건의 충족이나 정치적 구호로 확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성의 구조 속에 내포된 현실을 강압하는 합리화 과정, 경제적 제도나 관료 제도 등 객관화와 체계화를 통해 타자를 동일자로 환원하려는 메타설화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이며 복수화 된 사회에서 자기의 고유성을 지닌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와 책임을 통해 진정한 윤리적 평등과 형제애를 실현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화와 전설이 사라진 오늘날, 유령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인체의 설계도인 ‘인간 게놈 지도’가 마침내 완성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6개국 과학자들은 2003년 4월 14일, 역사적인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 사실을 발표했다. 인류의 달 착륙에 비견되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인류는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지 꼭 50년 만에 DNA(deoxyribonucleic acid) 30억 개를 모두 읽어낸 것이다. 인간 게놈 지도 완성시 맞춤식 치료 가능 6개국 18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1990년. 그동안 미국에서는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와 에너지부가 27억 달러를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해 전체 게놈의 절반을 해독했다. 약 1/3은 영국의 생거 연구소가, 나머지는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이 해독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기대되는 의학적 혜택은 엄청나다. 우선 어떤 유전자에 결함이 있을 경우 그 질병이 생기는지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유전자를 교체하거나 조작하는 유전자 치료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방대한 염기서열 정보는 의약품의 개발 속도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다. 환자의 체질과 질병 특성에 맞는 맞춤식 치료는 물론 질병의 예방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 혜택은 아직은 미래의 꿈일 뿐이다. 지금까지 게놈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게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당뇨병, 백혈병, 암과 같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하는 데 사용한 게놈은 건강한 성인의 것이다. 따라서 인간 게놈 지도를 만들면서 해독한 건강한 사람의 유전자와 특정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어떤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질병에 걸리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국내 과학자들도 여러 개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이 알았던 질병 관련 유전자는 100개에 불과했으나 게놈 프로젝트에 힘입어 지금은 1400개로 늘어났다. 인간의 유전자는 모두 3만 개 정도이다. 따라서 3만 개의 유전자 가운데 5% 정도인 1400개의 유전자는 어느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 알게 된 것이다. 유전자 3만 개 중 5%의 기능만 밝혀져 하지만 3만 개나 되는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95%는 아직도 기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흔히 로제타 스톤의 발견에 비유된다. 이 돌은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이 나일강 어귀의 로제타에서 발견한 비석으로, 발견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도 돌판만 발견했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인간의 설계도인 게놈은 30억 개의 DNA 분자, 즉 30억 개의 글자로 기록돼 있다. 글자는 A, T, C, G 네 글자. 이들 글자 수백 수천 개가 모이면 의미가 있는 하나의 유전자가 된다. 그리고 유전자가 인체의 벽돌인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많은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지는 2010년 이후 우리는 게놈 프로젝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혈액 한 방울로 수천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이 등장하고 개인마다 자신의 DNA를 CD 한 장에 넣어 갖고 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원에서 DNA 검사가 가능한 질병은 다운 증후군, 낭포성 섬유종 등 일부 유전병과 유방암, 에이즈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수천 개의 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게 된다. 개인 게놈 지도 1000달러면 해독 가능할 듯 얼마 전 미국 보스턴에서는 ‘1000달러 게놈 시대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세계생명공학자대회가 열렸다. 1000달러만 내면 병원에서 혈액검사 하듯 게놈을 해독해 CD 한 장에 담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과학자는 10년 안에 10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금은 돈이 얼마나 들까? 이 대회를 조직한 세계 생명공학계의 풍운아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71만2000달러를 주면 지금이라도 몇 달 내에 한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주겠다며 주문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수작업으로 하루에 5000개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지금은 하루 100만 개를 해독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하루만에 해독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전자를 담은 30억 개의 DNA 염기서열 가운데에는 단 한 개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사상체질도 DNA에 새겨져 있다. 얼마 전 서울 시내의 한 유전자 클리닉이 한 치매 환자의 DNA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치매와 관련성이 깊은 19번 염색체 위의 ApoE 유전자. 결과는 단 하루만에 나왔다. 이 환자의 유전자는 보통 사람과 염기 하나가 달랐다. 이 유전자의 484번째 염기가 보통 사람은 C이지만 이 환자는 T였다. ApoE 유전자의 글자 하나가 T로 바뀐 사람은 한국인 가운데 9% 정도이다. 이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보다 5배 높고,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선천적으로 이런 염기서열을 갖고 태어났다면 누구나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매는 환경과 유전자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 운동을 많이 하면 T로 바뀐 사람이라 하더라도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사람처럼 DNA 한두 개가 바뀐 것을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라고 한다. 아무리 인종이 달라도 사람은 DNA가 99.9% 같다. 30억 개의 염기 가운데 0.1%, 즉 300만 개의 염기만이 사람마다 다르다. 바로 이것이 눈과 피부색, 인종, 생김새, 체질, 질병의 감수성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 치매 환자도 단 하나의 염기가 바뀌어 치매에 잘 걸리는 체질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잘 듣는 약이 다른 것은 모두 SNP의 차이 때문이다. 모든 인종의 DNA 차이는 단 0.1%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는 3개의 염기가 한 개의 아미노산을 만들고 수십∼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긴 띠 모양으로 결합해 단백질을 만든다. 염기에 변이가 있을 때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단백질의 기능이 달라지게 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β글로빈 유전자에서 하나의 염기변이가 일어난 경우 ‘β글로빈-S’라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져 빈혈을 유발한다. 혈우병 역시 단 하나의 염기변이로 일어난다. 이처럼 단일염기변이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 0.1%의 염기 차이가 다양한 인종 집단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SNP 지도’ 제작이 미국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한국도 과학기술부가 참여를 검토중이다. 인간 게놈 지도와 SNP 지도는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단일염기변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할 경우 사람마다 질병 감수성의 차이를 밝혀 개인별로 ‘맞춤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고, 한민족의 체질과 민족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인의 단일염기변이를 DB로 구축하면 국내에서도 연간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 부작용 사망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매년 최소한 1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입원한다는 보고가 나와 있는 실정이다. 한국얀센이 2000년부터 판매한 위궤양 치료제 라베프라졸은 맞춤약의 초보적 사례다. 간의 약물대사와 관련이 있는 10번 염색체의 ‘CYP2C19 유전자’에서 두 개의 염기가 바뀐 사람은 위궤양 치료제를 간에서 금세 분해해 버리기 때문에 약효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런 사람은 동양인 가운데 특히 많아 한국인은 60%나 된다. 라베프라졸은 이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기업이 신약 개발과 특허 선점을 노리고 정부보다 앞서 SNP 연구에 뛰어들었다. 벤처 기업 마크로젠은 민간 차원에서 한국인, 몽골인의 SNP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에스엔피제네틱스도 한국인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천식, 간암 등 질병과 관련이 있는 단일염기변이를 분석중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년 뒤에는 단숨에 수만 개의 변이를 분석할 수 있는 SNP칩이 나와, 체질에 따라 약을 고르고 질병 발생 가능성을 추정해 예방법을 의사와 상담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조선 말기의 유학자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의학을 비롯해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체질에 따른 처방을 해왔다. SNP에 대한 연구를 통해 체질을 DNA 분자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인의 유전 정보가 제대로 분석만 된다면 미리 질병 가능성을 파악해 예방약을 쓰거나 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사후 약방문’격의 치료 중심 의학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나면 지문을 찍듯이 유전자 지도가 작성된다. 이에 따라 각종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병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예방약을 먹거나 생활 습관을 조절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게 된다. 현대판 우생학 논쟁 가능성 크다 한편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급속히 발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과 생물 정보기술이 결합돼 사이버 임상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이러면 동물 실험이나 임상 실험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유전자 차별’이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한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부모가 유전자를 조작해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낳으려 할 경우 ‘현대판 우생학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불리한 유전 정보를 가진 사람은 취직, 보험 가입, 결혼 때 차별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의료보험회사들은 가입 때 개인의 유전 정보를 요구해 이를 근거로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가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들은 신입 사원에게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입사 원서와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남녀가 선을 볼 때에도 상대편의 유전 정보를 보자고 요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설사 1000달러에 개인의 게놈을 해독했다 하더라도 자칫 잘못 해독한 결과를 가지고 “5년 뒤 암에 걸린다”고 생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초창기 미국의 게놈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제임스 왓슨은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된 날 기자 회견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 예산의 3%를 유전자 해독의 윤리적 결과에 대한 연구에 쓰도록 한 결정은 내가 내린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따라 미국에서는 40개 주가 취업 등에서 유전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연방 정부도 같은 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현재 의료보험 가입 신청자 가운데 16만4000명이 이미 유전병 등 의학적 문제로 의료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혈우병 등 수십 종의 유전성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시작돼 병원마다 개인의 유전 정보가 쌓여 가고 있다. 또 자궁 착상 전 유전자 검사나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기를 선별해 낳거나 낙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유전자 차별을 막고 개인의 유전 정보를 보호할 아무런 법적 조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 갈 개인의 유전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유전정보보호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조현호 | 울산 향산초 교사 ‘기와 이기’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서 ‘기와 이기’란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조선후기 기와 이기에 분주한 일꾼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여섯 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각자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고 집주인인 듯한 노인이 막대기를 쥔 채 이 작업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속으로 ‘그 놈들 참 잘 하네’ 하고 감탄할 듯 집주인의 표정이 무척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여섯 명의 일꾼들은 대패질 하는 사람, 실같은 것으로 길이를 재는 사람, 지붕에 얹을 진흙을 올려주는 사람, 그 흙을 받는 사람, 기와를 던져 올리는 사람, 익숙한 듯한 손으로 기와를 받아내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래에서 수키와를 던져 올리는 사람과 지붕 위에서 기와를 받아 작업하는 사람간의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흙을 뭉쳐서 지붕에 올려주는 사람은 윗옷을 벗어던진 채 대패질 하는 사람을 쳐다보다 지붕 위 사람에게 한 소리 들을 듯합니다. 서까래를 걸친 후 산자 위에 진흙을 덮고 그 위에 기와를 앉는 모습을 자세하게 나타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그가 그린 풍속화첩 중 서민들이 드나드는 주막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 있는데 그 주막 건물은 초가집입니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당시의 생활상을 그의 풍속화 두 점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와집은 일반 서민들이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 신분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서민들이야 추수 후 남는 짚으로 초가집을 만들어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사실 조선후기까지 거슬러 오를 것 없이 지난 1970년대 초 이전만 하더라도 시골마을에는 초가집이 주류였습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아침마다 지겹도록 시끄럽게 틀어놓던 새마을 운동 노래와 함께 그 초가집이 거의 다 사라지고 지금은 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기와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어느 고을이거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중심으로 마을이 번성하게 되고, 특히 99간의 대저택은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경주 양동마을의 취락분포를 보면 기와집은 양지바르고 눈에 잘 띄는 높은 곳에 자리한 반면 초가집들은 기와집 아래에 분포되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하회마을 취락도 기와집을 중심으로 초가집이 둘러져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전통건축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기와, 그 기와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음과 양 - 기와 지붕에 소우주가 있네 기와의 본분은 뭐라 해도 지붕에 있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지붕의 아름다움, 곧 처마선의 아름다움입니다. 서까래를 걸 때 처마선을 염두에 두고 그 서까래 위에 기와가 걸쳐지면 우리 한옥이 비로소 제멋을 부립니다. 지붕에 기와가 쓰이게 된 것은 약 3000년 전 중국 서주(西周) 시대부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로부터 약 1000년이 지나서 고구려에서부터 기와가 보급되었습니다. 통일신라의 기와는 화려함이 돋보이고 백제는 와박사(瓦博士)를 둘 정도로 전문적이었습니다. 서기 588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 최초 사원인 비조사를 비롯하여 사천왕사, 법륭사 등을 건축할 때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백제 와박사들이었습니다. 지붕에 기와가 등장함으로써 목조건물이 비약적인 발전을 합니다. 기와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화재에 오래 견딜 수 있는 내화성,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내수성, 한번 제작으로 오래 견딜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경제성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막새(기와 한쪽 끝에 둥글게 모양을 낸 부분), 즉 당초문이나 봉화문, 연화문 등을 가미해 장식적인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가집과 달리 기와가 주는 무게가 부담스러워 지붕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이나 뼈대 만드는 기술이 같이 발전하게 됩니다. 사찰 입구에 서있는 일주문을 보면 나무기둥이 그 엄청난 무게의 기와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일주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비밀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그런 일주문에 못 하나 쓰지 않았으니 더욱더 놀라울 것입니다. 기와의 기본은 암키와와 수키와입니다. 암과 수가 만나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암놈과 수놈이 모여 기왓등을 만들고 기왓골을 만듭니다. 치미(큰 기와집의 대마루 양쪽 머리에 얹는 장식용 기왓장)나 취두로 화재를 막고 귀면기와로 사악한 것을 쫓아내며 잡상을 두어 건물을 수호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음양의 지붕 아래에서 생명이 태어나 한 시대를 살다 그 지붕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옛 사람들은 무덤을 사자(死者)의 집으로 생각해서 기와나 전돌로 사자의 집을 축조하기도 하였으며, 역시 무덤인 불탑에도 기와를 얹기도 했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음양의 우주법칙이 바로 기와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처용랑과 망해사’조에 보면 신라 헌강왕대에는 서울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집과 담이 연이어져 있었고, 초가는 하나도 없었으며, 길가마다 풍악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땅속에서 발굴을 통해 옛 영화를 떠올려줄 뿐이지만 황룡사를 비롯한 수많은 절집과 치밀한 계획도로, 안압지와 왕궁 등이 어울러 기와지붕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을 옛 서라벌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자연과 어울린 기와의 멋은 병산서원 만대루가 최고입니다. 병산서원이 입지한 화산 건너편에는 병풍모양의 병산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 산의 생김새를 따라 만대루 지붕선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서원 강당에 걸터앉아 훈장이 된 기분으로 앞을 펼쳐 보면 시원한 조망이 돋보입니다. 물결처럼 흐르는 기와의 선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경계 - 있어도 없어도 되는 여유 이제 지붕에 쓰여야 한다는 본분을 무시한 기와의 일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와는 굴뚝, 담장, 연못 등과 어울려 우리나라 전통조경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먼저, 기와는 지붕 외에도 경계나 구획의 의미로 쓰입니다. 먼저 기와로 조성된 멋진 담장을 보러 대구 달성에 있는 도동서원으로 가 봅시다. 도동서원의 담장은 믿음직한 막돌을 아래에 깔고 흙담을 쌓아 올리면서 그 사이에 암키와를 5단으로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수막새를 배치하였습니다. 그리고 흙담 위에는 기와를 짜 올렸습니다. 이 담장은 수막새와 암키와를 통해 담장에 음양의 원리를 적용하고 장식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어 서원의 강당과 사당과 함께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원이 입지한 지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조성된 담장은 기와와 흙을 몸체로 하고 기와를 덮어쓴 담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라는 게 나을 듯합니다. 이렇게 토담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낙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통보전을 둘러싸고 있는 이 담장은 암키와와 흙을 적절하게 배열하고 수막새 대신 화강암을 둥글게 깎아 배열하여 장식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기와를 가지고 이 공간과 저 공간을 경계 짓는 것은 담장뿐만이 아닙니다. 흔한 수키와로 기왓등을 이어 식물 앞에 놓으면 화단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암키와는 조형미가 일품인 경계선을 이룹니다. 독락당에는 수놈들이 만들어낸 화단이 있고 실상사에는 디딤돌 역할을 하며 내던져진 듯한 수놈들이 있습니다. 달성 용연사에는 위와 아래의 층을 구별해 주고 있습니다. 봉정사 요사채 한편에 묻혀있는 김장독을 보세요. 땅을 파고 그 속에 독을 묻었는데 그곳에도 기와의 역할은 자못 대단합니다. 푸근한 짚이 깔려있고 짚으로 지붕을 얼기설기 엮은 그곳에는 수키와 몇 놈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데 어머니의 정성을 지켜주려는 듯 장독을 둘러싸고 있는 그 모습이 늠름해 보입니다. 푸근한 짚이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수놈들은 바닥에서부터 미물의 접근을 막고 있는 듯합니다. 그 수놈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저 한쪽에는 암놈들이 담을 쌓고 그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흔한 기와 몇 개만으로도 공간분할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으며 그렇다고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놈들의 넉살이 여유롭습니다. 교훈 - 생산과 소멸 그리고 업보 기와의 본분인 기와지붕이 음양의 소우주라고 언급했고, 또한 기와가 경계 짓는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 좀 더 다양한 활용 사례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기와는 굴뚝에도 쓰입니다. 영화 ‘동승’의 촬영지였던 영산암의 굴뚝도 약간의 흙을 섞어 대부분을 기와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 도념이도 연기나는 그 굴뚝을 배경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사랑을 가슴에 품었을 법합니다. 도념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산사와는 다른 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아울러 번뇌가 기와 사이로 품어져 나오면 어머니를 찾아 홀로 길을 떠납니다. 마곡사 굴뚝은 또 어떻습니까? 대광보전 오른편 요사 내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랫부분을 수놈들이 수십 겹으로 든든하게 받쳐주고 암놈들은 흙과 섞이어 위로 갈수록 날씬해지는 모습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굴뚝을 둘러싸고 강아지풀 등 자연이 그대로 자랍니다. 굴뚝 또한 자연의 연장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경복궁 아미산의 굴뚝을 비롯해 조선시대 궁궐 굴뚝에도 기와가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궁궐의 굴뚝과 담장은 전돌 등과 어울려 꽃담을 이루며 그 끝을 기와가 마무리합니다. 궁궐의 굴뚝에는 소나무, 대나무, 모란, 박쥐, 용, 학 등 자연이 숨어 있습니다. 범어사 종루 옆에는 탑처럼 생긴 소각장이 있습니다. 이곳이 대웅전 앞이 아니라 그렇지 위치만 바꿔 놓는다면 흡사 3층 전탑으로 오인받을 정도로 앙증맞습니다. 흙과 암키와를 섞어 지었는데 암키와들이 손톱모양의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굴뚝은 생산을 의미합니다. 기와는 굴뚝에서 생산이 낳은 풍요를 지켜보는 한편 소각장에서 소멸을 지켜다 봅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집주인이 자신을 버리더라도 최후까지 그곳을 지키며 후대인들에게 기록을 보완하는 1차 사료(史料)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아주 정 많은 친구입니다. 봉화에 있는 청량사는 기왓골을 이용한 배수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급격한 경사를 지고 절이 자리하다 보니 오르는 길 또한 경사도가 심한데 한쪽 길옆으로 암키와가 배를 드러내고 수키와가 물이 넘치는 것을 막으면서 긴 배수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기와 배수로이지 싶습니다. 비가 소금강을 적실 때면 절에서 모여 내려오는 빗물이 미끄럼을 타고 질주합니다. 기와가 물을 막는 것만 아니라 물을 너그러이 수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도사 식당 입구에는 암키와를 둘러 원형으로 만들어 놓은 퇴수구가 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허드렛물을 버리는 곳입니다. 바로 이곳에 아귀가 삽니다. 아귀는 전생에 지은 죄로 아귀도(餓鬼道)에 태어난 귀신을 말하는데, 목은 바늘처럼 매우 가늘고 배는 산처럼 부풀어 말 그대로 끊임없이 기아에 시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철저한 절약정신과 함께 선한 업을 쌓을 것을 강조하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실상사 찻집에 들어서면 수키와를 쌓아 만든 책꽂이를 볼 수 있습니다. 수놈을 몇 겹씩 걸쳐놓고 그 위에 나무판자만 올려두면 멋진 책꽂이가 완성됩니다. 이렇게 기와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백 가지 천 가지로 제 얼굴을 바꿔 활용됩니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에게 1년 동안 함께 지냈던 아이들이 곧 졸업을 하게 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를 텐데 잘 적응할지 걱정입니다. 벌써부터 콧수염도 나고 변성기에 접어든 녀석들도 많습니다. 외모에도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와는 온도가 조금씩 변할 때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른 기와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 기와지붕을 보면 조금씩 색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졸업하는 녀석들을 떠올려 봅니다. 수업중 한시라도 입이 붙어있지 않는 민이, 뚱뚱한 체구에 착하기로 소문난 일이, 국어는 못해도 수학은 잘하는 영이, 축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욱이, 학예회 때 멋진 연기가 돋보인 호야 등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채 쓰임새 많은 기와처럼 이 사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소원합니다.
김민정 | 서울 장평중 교사·시조시인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1박2일의 연수가 있었다. 2005학년도 학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 및 토의를 위한 것이었다. 열띤 토론을 마친 다음날 산정호수 산책코스를 거쳐 광덕산에 올랐다. 응달에 눈이 약간 쌓여 있더니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있었다. 아직 서울에는 첫눈이 조금 뿌리다 만 상태여서 비로소 처음 밟아보는 눈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맑은 날씨라서 멀리 보이는 겨울산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아름다운 능선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기상관측소가 있었다. 습기가 적고 공기가 맑은 곳에 세워진 것 같았다. 문득 10여 년 전 소백산 등산이 생각났다. 구산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다. 같은 학생들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줄곧 가르쳤는데, 당시 2학년 학생들과의 추억담이다. 대학 수능일이라서 출근을 안 하고 있는데, 1학년 때 내가 담임을 했던 반 녀석들이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그 해에는 여학생반을 담임하고 있어서 여학생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집에서 반대를 하신다 하여 남학생 세 명만 데리고 소백산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 소백산 입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희방폭포가 가까운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만 주로 자라 등산을 안 해 본 아이들이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는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더구나 우리는 정상에서 점심을 직접 해 먹기 위해 물과 버너 등을 준비해 짊어지고 올라갔으므로 더욱 힘이 들었다. 연화봉을 넘고, 몇 개의 능선을 지나 마침내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하였다. 11월이었지만 산 정상이라 바람도 차고 추웠다. 힘들고 추웠지만 배가 고팠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탑 옆에 버너를 피우고 바람을 막아가며 밥을 지었다. 극도로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는 카레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우리는 잠시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한 뒤 하산을 서둘렀다. 풍기에서 6시에 출발하는 차표를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그 시간에 맞추자면 여유가 없었다. 사력을 다해 내려왔지만 풍기까지 가자면 도로를 따라 4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지혁이가 다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걸음을 빨리 걸을 수가 없으니 난감하였다. 차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게 남아 있지 않아 염려스러운 나머지 “내일 학교에 못 가면 어떡하냐”고 모범생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자주 다니지도 않는 외진 곳이라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다 살게 마련인지, 천우신조로 빈 택시 한 대를 만나 무사히 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풍기역에 도착하니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출발 시간까지는 거의 40∼50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간단히 목욕까지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자기들의 장래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하며 서울에 도착하였다. 추억의 1박 2일 여행이었다. 소백산 일기 1 -사랑하는 제자들아- 철쭉나무 낮게 깔린 능선과 능선 사이엔 안개와 구름과 건너산의 눈부신 햇살 사랑도 너와 나 사이 낮게낮게 깔리더라. 소백산 정상에서 카레가 끓는 동안 빨갛게 녹아내린 우리들의 겨울하늘 모두가 아름다워라 꿈결처럼 고와라. 투명한 건 눈부신 건 햇살뿐이 아니었어 푸른 웃음 푸른 얘기 싱그러운 너의 눈빛 또 하나 능선을 그려 놓고 오늘밤은 별로 뜨자.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썼던 시조이다. 10년이 지나 나는 늙어가고 그 제자들은 군대를 제대한 뒤 늠름한 청년이 되어 대학에 복학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금도 인연은 이어져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고마운 제자들, 그 때의 귀엽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어린다. 추억에 남을 고생도 해보고 호연지기를 길렀던 것이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랑한다. 얘들아.
신천호 / 한의사 간단한 감기 예방법 항상 감기에 걸려있는 사람은 앞에서 말한 마찰법을 이용해서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감기와 관련한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민감한 부위인 코를 마찰하는 게 좋다. 날씨가 비정상일 때는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해도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몸이 편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기분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두루 돌아다니며 이 약 저 약 먹어보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으로는 몸이 약해지면서 병이 많아져서 걱정이 그치질 않는다. 이러한 감기 환자들의 요구에 맞춰 실용적이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인중마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검지로 콧대 아래쪽에 있는 ‘인중’ 부분을 마찰하면 된다. 인중은 코끝과 윗입술을 이어주는 도랑처럼 생긴 곳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인중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혈도이다. 인중이 왜 중요하면서도 위험한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보자. 예를 들어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거나 빈혈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침뜸으로 인중을 자극하면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다만 힘을 주어 이 혈도를 자극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마찰할 때에는 가볍게 접촉해야 하며, 절대로 지나치게 힘을 쓰면 안 된다. 이 밖에 항상 감기에 걸려 있는 사람은 코가 막혀 공기가 통하지 않거나 비염증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감기를 잘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찰법을 써볼 수 있다. 즉, 인중 앙 옆에 있는 화료혈을 마찰해서 자극하면 코가 막힌 것과 비염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평소에 연습을 하면 약물이 더 이상 필요없을 것이다. 콧병을 예방하는 마찰법 항상 감기에 걸려있는 사람은 앞에서 말한 마찰법을 이용해서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감기와 관련한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민감한 부위인 코를 마찰하는 게 좋다. 코에서는 축농증, 비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간혹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 초조해지며, 머리가 무겁고 발 힘이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다스리지 않다보니 결과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콧병을 예방하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평소에 마찰법을 연습해둬야 한다. 1) 양손의 검지를 코 양쪽에 놓고 위 아래로 마찰한다. 2) 콧병이 경미한 사람은 36회를 하고, 축농증이 경미하거나 과민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마찰 횟수를 배로 늘여서 적어도 72회는 해야 한다. 이런 마찰법은 코 부위의 병증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곽해선 |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나라 경제가 계속 좋지 않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생산의 증가율이 떨어지고, 재고는 늘어나는 등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큰 환율, 국제유가 등이 급변함에 따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한층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005년에도 경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작년에는 그래도 상반기까지 수출이 예상 외로 잘 됐다.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해졌지만, 그나마 내수(국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것을 수출이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 4%대를 지켜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내수는 계속 부진하다가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대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보다도 낮아져, 전년 대비 4% 밑에 머물게 되리라고 본다. 이나마 경제 부진이 심각해 민생의 어려움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모색중인 여러 가지 경기 활성화 대책이 그런 대로 먹혀들 때 얘기다. 만약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올해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전년 대비 3%대 초반이나 심지어 2%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와 있다. 상반기 더 어렵고 하반기 나아진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작년에 이어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해진 수출도 한층 성장세 둔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요인은 첫째, 세계경제 성장세가 작년에 비해 둔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IT산업도 성장이 둔해지고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IT제품의 국제 판매시세도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 강세도 우리 기업의 수출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국내수요와 해외수요가 다 함께 부진함으로써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상반기 대비 2%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4%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내수 부문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가 더 이상 줄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줄고 나면 그 다음은 서서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것을 기술적 반등효과라고 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예상된다. 여기다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면 소비가 그동안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는 데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수 회복은 당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기는 어렵고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결국 부진한 수출에다 회복세가 미미한 국내수요를 더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불가피하게 작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경기 흐름은 작년부터 이어져 온 경기 하강세가 올해 중반경까지 지속되다가 하반기부터는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으나 하반기에는 다소 높아지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은 좀 더 시간 필요해 내수, 즉 국내수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연간 작년 대비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소득 측면에서, 고용사정이 나빠졌고(실업률 상승 3.5%→3.6%), 임금상승률이 둔해진 사정(5%대→4%대)을 배경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많은 가계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빚을 졌고, 이젠 그 빚 상환을 위한 저축을 늘리고 있어서 구매력이 한결 위축되어 있다. 여기에다, 불황 탓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주택건설 경기 위축 등이 소비 회복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와 연관효과가 큰 주택건설경기의 위축도 소비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002년 상반기에 급증했던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므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민간소비는 1%도 늘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년 이상 억제되었던 소비수요가 바닥을 치고 다소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절상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물가 전반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하락에 힘입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상반기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확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민간소비의 증가폭은 하반기에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 하반기 대비 3%를 넘지 못할 수준으로 보이므로, 소비가 본격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소비부진은 경기순환에 따른 불황 탓도 있지만, 소득 양극화나 고용의 질 악화, 고정지출 부담 증가, 그리고 가계부실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므로 본격적 소비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실은 내수 경기가 회복될 경우 다소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우리 가계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고 부채상환능력은 취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명목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계신용의 조정은 2006년경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투자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경우 내수회복 속도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29 부동산 규제시책이 나온 이후 작년 민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 등이 크게 감소한 효과가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나타나는 데다, 작년 이래 하향 안정세를 보인 부동산 가격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건설투자는 거의 제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올해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고속도로, 철도 등 SOC 사업이 일정 차질 없이 추진되고 항만이나 공항시설 확충,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확대된다면 건설투자 증가율은 1~2%p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동산가격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주택공급 초과의 영향으로 개발 수요가 예상되는 일부 토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매가격에 선행하는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1년 말 70% 정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11월에는 59.5%까지 떨어져 올해 주택매매가격의 전반적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고 2002~2004년에 지은 아파트의 신규 입주 물량도 넘쳐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은 연간으로 3~5%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수출 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 주력 IT제품 가격의 하락 등으로 작년에 투자를 주도했던 IT산업의 투자 수요가 둔화되겠지만, 대기업은 최근 설비투자의 수익성이 호조를 보인 데다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원화표시 수입 자본재의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과 같은 5%대 증가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투자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내수 부진과 낮은 수익성, 취약한 재무상태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가동률을 조정함으로써 수요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올해 수출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성장세 둔화, 반도체 등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요인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특히 작년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수출 감소가 상대적으로 증가율 감소폭을 부각시킬 것이다. 수출은 작년 대비 8.0% 증가(금액, 통관기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수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지표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OECD경기선행지수’인데, 이 지수가 작년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마저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의 수출물량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는 물량 외에 수출단가 하락도 작용할 것이다. 작년에는 수출단가가 7.1% 가량 상승해 수출금액 증가에 27% 정도 기여했으나 올해 수출단가는 반도체, LCD 등 우리나라의 주력 IT수출제품을 중심으로 3%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수출 주력기업은 수출 둔화와 함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물량 감소도 문제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올해 수출금액은 8% 정도 증가(달러 기준)하더라도 원화표시 기준으로는 6% 감소(원/달러 환율 연평균 1000원 적용 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출 채산성 악화와 함께 최근 일본의 재무상은 올해 우리 수출기업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일본은 15년간 지속된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수출 분야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간 경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업체들이 기술 로열티를 높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수입은 작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날까. 수입이 늘어나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내수 회복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내수 회복이 소폭에 그치더라도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수입액은 늘어나겠지만 올해 국제유가는 작년보다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은 수입상품 가격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수입이 늘어나기 쉽게 할 것이므로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물가 안정, 고용 다소 악화, 환율 1000원, 저금리 지속 올해 물가는 작년에 비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등이 우려되지만, 총수요 압력이 미미한 데다 임금상승률 둔화, 국제유가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원화절상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0.8%p 낮은 연간 2.8%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추가적 고용창출이 제약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은 작년보다 소폭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950~1050원 사이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달러화 약세 요인이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 및 유럽의 공조 가능성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강세 요인이 저금리, 성장률 둔화 등 원화약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 가서야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콜금리 역시 경기진작을 위해 올해 상반기중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하반기에 상승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콜 금리가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은 하락세를 예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권에 투자했던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을 이탈할 것이고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력증진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성적표가 바뀐다면 이는 일제시대 이후 생겨난 성적표 양식 중 4번째로 기록된다. 일제시대에 `갑을병정' 식으로 성적이 표시되다 해방 이후 `수우미양가'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이는 90년대 중반까지 40여년 간 이어져 왔다 이 방식은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96년 각 학교에 장학지침을 시달, "서 술식으로 기술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각 초등학교는 현지 실정을 고려해 시차를 두고 적용하기 시작해 지난 98년께 `수우미양가' 방식의 성적표를 완전히 없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성적표에는 "그림 그리기를 잘하고 과학실험을 잘한다..."는 식으로 통지됐으며, 이 때문에 자녀의 성적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학부모들이 불만이 이어져 왔다. 이번 학력신장 방안에 따라 바뀌게 될 성적표는 학교마다 자율로 선택하겠지만 과목을 단원별로 세분해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의 수준을 표시한 뒤 다시 교사가 총평을 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초등학교 학생기록부에는 통지표에 뭐가 포함되든 교사의 성적 서술 내용만 기록된다. 지난 2001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 훈령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처리 및 관리지침'에도 "초등학교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은 각 교과의 학습활동 진보 정도, 수 행평가 결과, 특징 등을 종합하여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과목별로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왔던 초등학생 성적 통지방식을 `알기 쉽고, 자세하게' 통지하기로 해 향후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시 교육청은 지역교육청의 추천자료나 외국의 사례 등을 종합, 각 학교에 제공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할 계획이다. 동부교육청이 작년 11월부터 열고 있는 `학력신장을 위한 평가통지 양식 전시회'에서 학부모들은 점수 제시형을, 교사들은 영역별 단계형 통지방식을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역별 단계형 통지방식도 선호 대상 중의 하나지만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가 많다는 점에서 실현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교육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초등학교 성적통지 유형을 정리해 본다. ▲영역별 서술식 단계형 = 국어, 수학, 바른생활 등 해당 교과의 수행평가 분야별로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의 수준이 체크된다. 평어(수.우.미.양.가)를 용어만 바꾼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한 과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 과목의 3∼4개 단원별로 각각 2∼3개 분야로 세분해 평가가 이뤄진다. 즉, 국어과목의 경우 말하기, 듣기, 쓰기 등 단원별로 구분해 `이야기를 듣고 시로 표현할 수 있는지', `글의 짜임에 따라 글로 요약은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수준을 상세하게 표시하는 것. 또 학습태도나 생활태도도 같은 방식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남을 배려하는 태도는 어떤지, 책임의식은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과목별로 서술식 평가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업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영역별 체크형 = 과목별 수행평가 영역을 5∼6가지로 예시한 후 3∼4단계로 학생 수준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국어를 예로 들면 내용연결 능력이나 분위기 파악 능력 등 각 영역에 따라 `⊙-○-△'식의 단계형 평가가 이뤄진다. 물론 이러한 평가와 병행해 학습의 계획성은 어떤지, 적극성을 보이는지, 문제 해결능력은 어떤지 등에 대한 수준도 `⊙-○-△' 형태나 `상-중-하' 식으로 표기된다. ▲점수.서술 혼합형 = 1, 2학기 중간.기발고사별로 개인의 과목별 점수와 학년 평균점수 등이 제시하며 현재의 서술평가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즉, 100점, 95점, 89점 등의 방식으로 한 지필평가 점수가 제시되며 교과별로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서술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수우미양가' 방식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보면 되지만 보편적인 초등학교 성적통지 방식으로 채택되기는 다소 어렵다. 미국에서는 표준 미흡, 표준 근접, 표준, 표준 초과 등 4단계로 학생 수준을 나눈 후 단계별로 100점 만점의 점수를 주는 방식을 활용하는 학교가 많다. ▲서술형 = 현재와 같은 방식이지만 다소 상세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목의 경우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과 태도, 초보적인 과학지식, 탐구방법의 적용,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에 대한 평가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일부 학교가 A4지 10여장 분량으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상세한 성적 통지방식이 아니라면 현재의 서술형과 같이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수립 후 현 참여정부까지 교육장관(부총리)의 평균 임기는 1년2개월이며, 최장수 장관은 전두환 정권 당시 3년4개월22일 재임한 이규호(25대)씨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부터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까지 57년간 47명의 장관 임기에 대한 조사 결과, 평균 임기는 1년2개월 정도로 나타났다. 이규호씨에 이어 `장수' 장관은 박정희 정권 때 민관식(20대ㆍ3년3개월13일)씨가 뒤를 이었고, 최단명 장관은 도덕성 시비로 5일만에 물러난 이기준씨였다. 또 제2공화국 당시 윤택중(9대) 장관은 5ㆍ16 군사쿠데타로 17일만에 물러났으며, 국민의 정부 당시 송자(41대) 장관은 도덕성 논란으로 24일만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재임 2년을 넘긴 장관은 백낙준(2대)과 이선근(4대)ㆍ최재유(6대)ㆍ홍종철(19대)ㆍ유기춘(21대)ㆍ손제석(27대)ㆍ정원식(30대)씨 등 7명에 불과했다. 최근 장관 임기가 갈수록 짧아져 지난 12년간 15명이 바뀌었으며, 평균 재임기간이 문민정부때 1년, 국민의 정부때 8.6개월이었으며 참여정부도 2년도 안돼 3명의 부총리가 교체됐다. 문민정부 출범 후 갈수록 장관들의 임기가 짧아진 것은 입시부정이나 수능파문 등 장관의 자질 및 도덕성 문제 등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잦은 교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역대 장관 중 두 차례 교육부 수장을 맡은 것은 권오병.안병영씨로 권씨는 박정희 정권 때 16ㆍ18대 연달아 장관에 발탁됐고, 안 전 장관은 문민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발탁됐다.
"교육받을 기회의 평등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자립형 사립고교 시범학교인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전국의 벽지 분교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 봉사' 활동을 펼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족사관고 인터넷 교육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가르치미'라는 홈페이지(www.garchimi.com)를 개설하고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홈페이지 운영자인 박경근(18.국제반 3년)군이 앞장서는 등 1, 2학년생으로 구성된 22명의 자원봉사 강사들은 산간벽지와 섬마을 등 교육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분교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수학, 과학 과목을 위주로 최고의 강의실력을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물론 어른들조차 관심을 갖기 어려운 분교생들을 위한 민족사관고생들의 인터넷 교육 봉사는 우선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자체 강의록(교과서)을 올려 놓으면 분교생들이 접속, 이를 이용하게 되며 채팅을 통한 1대 1 교육과 질문게시판을 활용한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은 '교육의 기회 평등화' 라는 취지에 맞도록 철저히 분교생들을 위한 강의를 위해 회원가입과 학생등록 절차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해당 분교 교사가 직접 관리자(☎011-9607-4878)에게 연락토록 했다. 무료 교육봉사를 착안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한 김군은 "곧 시행될 경제특구 내 외국학교 설립법과 급증하고 있는 사교육의 문제가 우리 교육발전을 저해하고 교육받을 기회의 평등을 깨뜨려 대도시 또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 시골.빈곤한 가정의 학생들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넷 등을 통해 전국의 분교를 직접 찾아내 현재까지 60여곳의 분교에 교육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했다"며 "나름대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강사들인 만큼 어린 동생들이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족사관고는 현재 동아리인 '기쁨공부방' 회원들이 매주 평창군 미탄중학교를 찾아 영어와 수학 학습활동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