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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미래교육환경에서의 새로운 수업의 필요성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학교환경에는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2022.3.25. 시행)이 제정되면서 미래교육체제 전환을 위한 에듀테크 기반 개별 맞춤형교육이 강조되었으며, 서울특별시교육청에서는 전 교실 무선 AP 구축, 스마트기기 휴대 학습 디벗(Digital 벗), 전자칠판 설치사업 등을 통해 미래교육환경을 조성했다. 원격교육 인프라를 이용하여 학교 내에서도 학생들과의 디지털 기반 수업이 자유로워졌고, 포스트 코로나시대의 디지털 기반 교육기술(에듀테크)은 교육활동에 있어서 핵심 소양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행정 예고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디지털·인공지능 교육환경에 맞는 미래지향적 교수·학습 및 평가체제 구축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으며,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의 함양을 강조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미래교육에서 요구하는 소양을 함양할 수 있게 하려면, 수업이 함께 변화해야 한다.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다양해짐에 따라 미래교육에서는 기존의 지필 환경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기존 수업과 차별화된 수업이 가능할 것이다. 공학적 도구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데이터를 경험하고 조작하게 한다면 학생들에게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과 디지털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할 수 있게 할 것이며, 실생활 맥락 속에서 정보를 수학적으로 해석하고 수학 개념을 활용하는 유의미한 학습경험을 제공함으로써 수학교과역량을 함께 함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는 수업을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까? 다음은 중학교 3학년 통계 단원의 수업에서 학생의 수리 소양과 디지털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설계한 수업사례이다. 수업의 목적은 무엇인가? 이 수업의 목적은 학생이 기상청 데이터를 직접 다루면서 산점도로 나타내어 상관관계의 의미를 이해하게 하고, 데이터를 활용하여 통계적 확률을 계산해 봄으로써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해 보게 하는 것이다. 현대 사회에서는 다양한 공공데이터들이 개방되어 있으며, 데이터는 국가에서 정책을 추진하거나 기업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근거를 제공한다.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통계 개념이 필수적이다. 통계는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요약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통계를 활용하면 데이터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으며, 다양한 현상을 해석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하지만 교과서의 통계 단원에서는 평균·분산·표준편차 등의 통계값을 계산하고 문제 푸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으며, 적은 양의 데이터를 다루고 있다. [PART VIEW] 산점도와 상관관계 부분에서도 학생에게 산점도를 찍어보게 하거나, 상관관계의 뜻을 설명하는 정도의 개념만 다루고 있다. 이는 실제적인 맥락에서의 통계와 간극이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는 기존의 지필 환경과 달리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학생들에게 실생활 맥락의 데이터를 통계적으로 분석하여 데이터에 기반한 결론을 도출하는 경험을 통해 데이터에 근거한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며 산점도와 상관관계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자 한다. 또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통계적 확률을 경험해 보는 기회도 제공한다. 중학교 2학년 확률 단원에서는 통계적 확률인 상대도수의 개념을 사용하여 확률을 도입하고 있다. 이후에는 등확률성을 기반으로 수학적 확률로 문제를 해결하게 되며, 통계적 확률은 더 이상 다루지 않는다. 통계적 확률을 계산하려면 동일 반복의 실험과 관찰로 많은 양의 데이터가 쌓여야 가능하므로 기존 지필 환경에서 통계적 확률을 구하기에는 제약이 많다. 하지만 디지털 환경을 활용한다면 많은 양의 데이터를 손쉽게 구하고 정리할 수 있기 때문에 통계적 확률을 쉽게 계산할 수 있다. 이에 학생에게 강수확률을 계산하게 함으로써 데이터에 기반한 통계적 확률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다. 수업의 실제 _ 강수확률 구하기 ● 2022 개정 교육과정 관련 성취기준 ● 교수·학습 흐름도와 실제 진행 본 수업은 ‘1차시: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은?’, ‘2차시: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3차시: 통계적 확률로 강수확률 구하기’의 총 3차시 수업으로 진행된다. 매차시마다 학생들은 데이터를 탐색하고 분석하게 되며, 이를 기반으로 교사의 발문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정리하여 패들렛(padlet)에 적는다. 학생의 답은 실시간으로 공유되기 때문에 교사가 학생들의 응답에 따라 추가 발문을 하며 토의를 진행하고, 학생들은 친구들의 다양한 의견들을 보며 자기 생각을 더 발전시킬 수 있다. ● 1차시 _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은? 1차시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학생들에게 데이터를 탐색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 내 생일에는 비가 올까? 우리학교 체육대회 날에 비가 올까? 올해 크리스마스는 화이트 크리스마스일까? 등의 질문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 내고 기상자료개방포털에 접속하여 최근 몇 년 간의 강수량 데이터를 탐색하며, 이를 통해 올해 내 생일에 비가 올 확률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해 보게 한다. 이때, 강수량뿐 아니라 평균습도와 평균풍속 등의 기상데이터를 함께 살펴보게 함으로써 기상 요소들이 강수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학생들은 패들렛에 통계자료와 함께 자신이 예측한 확률과 논리적 이유를 정리하여 적는다. 실제 수업을 진행하였을 때 학생들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응답했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결론을 이끌어 내는 논리가 부족했으며, 강수량 외에 다른 기상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일수 중 비가 온 날로 강수확률을 예측하는 오류를 범하기도 했다. 다양한 응답을 통해 학생들의 확률에 대한 오개념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비가 오거나 오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이니 비가 올 확률은 50%이다’라고 답한 학생의 응답을 통해 학생의 등확률성에 대한 오개념을 관찰할 수 있었다. 강수량뿐 아니라 평균기온, 평균습도, 평균풍속을 함께 고려한 후 습도와 강수량의 관계로 비가 올 확률을 예측한 응답도 있었다. ● 2차시 _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2차시 수업에서 학생들은 최근 5개년의 기상청 데이터(기온·강수량·바람·습도)를 살펴보고, 요소들에 따라 산점도를 그려보며, 상관관계를 분석하고 강수량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분석한다. 기상자료개방포털의 조건별 검색을 통해 기상데이터를 엑셀파일로 다운받고, 필요 없는 행과 열을 삭제하고 데이터를 통합하는 전처리 과정을 거친다. 이후 통그라미 사이트에 데이터 파일을 업로드하여 프로그램을 통해 산점도를 그려보며 상관관계를 탐색한다. 패들렛에 자신이 선택한 요소와 산점도 사진을 올린 후 강수확률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찾아 정리한다. 학생들은 통계수업을 통해 이미 산점도와 상관관계에 대한 개념을 학습한 바 있고, 실제로 산점도를 어렵지 않게 그려냈다. 불필요한 행과 열을 삭제해야 한다는 교사의 설명에 따라 자체적으로 데이터 전처리도 잘 수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산점도의 그림에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인다고 답한 학생에게 교사가 상관계수라는 개념을 알려주고 다시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자 상관계수를 기반으로 다시 답을 수정한 경우도 있었다. 산점도와 상관관계를 기반으로 한 분석을 통해 학생들은 강수확률에 습도와 기온이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정리하였다. ● 3차시 _ 통계적 확률로 강수 확률 구하기 3차시 수업 시작에서 ‘비 올 확률이 60%라면?’이라는 발문에 대해 학생의 답을 적어보게 함으로써 학생들의 강수확률 인식을 확인한다. 강수확률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강수확률이 통계적 확률(온도와 습도가 비슷한 날 중 실제 비가 온 날의 비율)이라는 것을 알게 한다. 야구 선수의 타율, 벼락 맞은 사람이 살아날 확률 등 수학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상황도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통계적 확률로 계산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이후 온도·습도·오차범위를 입력하였을 때 통계적 확률을 계산해 주는 웹앱(streamlit을 이용하여 교사가 코딩으로 제작, 학생들에게 배포)을 제공함으로써 학생들이 직접 강수확률을 계산해 보며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하게 한다. 오늘의 온도와 습도를 입력하여 강수확률을 계산하고, 실제 강수확률과 비교해 본다. 데이터를 통해 계산한 통계적 확률의 강수확률과 실제 예보된 강수확률이 차이 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수업상황에서는 단순화된 몇 가지의 요소만 고려하였지만, 실제 강수확률을 계산할 때에는 더욱 복합적인 요소들이 고려될 수 있음을 알게 한다. 실제 수업을 진행한 결과, 수업의 정리 부분에서 학생들은 강수확률의 의미를 자신의 언어로 정리할 수 있었으며, 데이터로 계산해 본 강수확률과 실제 예보된 강수확률에 차이가 나는 이유로 기상청에서 구름의 이동 경로, 구름의 양 등 추가적인 기상 요소들을 고려했을 것이며, 더욱 방대한 통계자료를 사용했을 것이라는 추론을 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수업의 의의 및 제언 본 수업은 교과서의 도입과 읽기자료에서만 제공되었던 통계적 확률을 직접 다루어보며 통계적 확률의 의미를 경험하고, 수학적 확률과의 차이점을 이해하게 하는 데에 의의가 있다. 또한 실생활 문제상황(강수확률 계산하기)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데이터(기상 데이터)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공공데이터를 직접 수집하여 전처리하는 과정에서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함양할 수 있다. 산점도와 상관관계 등의 개념을 통해 실생활 데이터를 시각화하고 통계적으로 분석함으로써 통계의 유용성을 경험하고, 수학 학습의 유의미성을 높이며, 흥미와 동기를 유발할 수 있다. 학생에게 답을 제시하지 않고, 열린 형태의 질문을 통해 학생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고 정당화하도록 유도함으로써 학생의 비판적 사고력과 의사소통능력, 통계적 소양을 함양하게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응답을 보며 단순 문제 풀이과정에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학생들의 사고과정과 오개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본 수업은 확률·기후환경·코딩 등의 여러 가지 맥락 속에서 수학 개념을 다루고 있다는 의의가 있다. 배경이 되는 과학적 지식과 강수확률을 구하기 위해 사용했던 코딩을 함께 다룬다면 다양한 교과를 연결한 STEAM 수업으로의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분야의 연결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내는 과정에서 수학의 필요성과 유용성을 인식할 수 있으며 이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되는 역량을 함양할 수 있는 교과 간 통합, 학생의 삶과 연계된 학습을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된다.
종종 진로 고민 때문에 찾아오는 학생이 있습니다. 어떤 직업을 선택할까, 어느 학교로 진학할까, 해외로 유학 나갈까 말까. 여러 진로 옵션 중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합니다. 정보를 여기저기 찾아보아서 직업·학교·유학의 장단점을 두루 꿰뚫고 있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미래로 이어질지 판단이 어렵답니다. 미래가 궁금하면 저보다 점쟁이를 찾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해줍니다. 함께 한바탕 웃고는 학생에게 무턱대고 간단한 질문 하나 추가합니다. “배 탈래요? 비행기 탈래요? 아니면, 자동차 탈래요?” 느닷없는 질문에 학생들은 처음에는 어리둥절하지만 금방 알아차리고 되묻습니다. “어딜 가는데요?” 좀 성숙한 학생들은 곧바로 환하게 웃습니다. 생각해 보니 본인의 고민이 너무 웃기는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네요. 목적을 먼저 정한 후에 수단을 선택하는 게 순서네요.” 부산에서 대전에 간다면 자동차가 적절하고, 일본에 간다면 배 타는 것도 괜찮고, 샌프란시스코에 간다면 비행기 타는 게 바람직하지요. 아무리 비행기가 빨라도 부산에서 대전에 가는 수단은 아니잖아요. 샌프란시스코행이라면 꼭 비행기를 고집할 필요 없이 배로 갈 수도 있고, 심지어 자동차로도 갈 수 있습니다. 직행할 수 있고, 경유지를 거쳐 갈 수도 있고, 중간에 갈아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은 목적지를 정하지도 않고 무작정 이동수단부터 선택하려니 막막했던 것입니다. 즉 훗날에 대한 비전 없이 진로를 정하려 했던 것입니다. 우리는 목적지와 수단을 헷갈리지 않아야 합니다. 진학과 직업은 목표가 아니라 수단입니다. 진로 지도는 여러 선택지를 두고 각 선택의 미래를 예상해 보는 게 아닙니다. 만일 내가 유학 간다면, 만약에 공대 입학한 후에 의대로 편입한다면, 혹시 생물학이 더 나을까? 진로 지도는 점치는 일도 아니고 확률을 분석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진로 지도의 방향을 180도 바꿔야 합니다. 현시점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반대로 내가 원하는 미래에서 현시점을 바라봐야 합니다. 그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 오늘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판단해야 답이 나옵니다. 진로는 내다보는 게 아니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성공적으로 이루었기 때문에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자신의 미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려봐야 합니다. 성공하고 행복한 ‘미래의 내’가 ‘오늘날의 나’에게 “이리 와. 여기가 바로 네가 가장 원하는 곳이야”라고 손짓하면서 나를 부르는 모습을 상상해야 합니다. 그 행복한 나의 미래 모습에 이끌려야 합니다. 직업을 뜻하는 영어 단어 ‘vocation’과 ‘calling’의 어원이 ‘부른다’라는 게 우연이 아닙니다. 진로는 밀려서 앞으로 나가는 형태가 아니라 앞에서 나를 이끌어주는 모양새가 되어야 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밀면 엎어지기 쉽고, 땅겨주는 사람이 있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수월합니다. 날 부르는 사람이 ‘미래의 나’라면 더할 나위 없이 반갑고 듬직합니다. 행복한 나를 만나기 위한 과정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설레고 즐거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비전과 꿈을 먼저 가슴에 품어야 합니다. 한 50년 후의 미래를 그려봐야 하지만 그 먼 미래를 그려본 학생을 아직 단 한 명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당연합니다. 하루살이처럼 살아온 아이들에게, 기껏해야 코앞에 놓인 수능시험만 생각하면서 살아온 학생들에게 50년 후는 까마득한 미래니까요. 그러나 50년 후라고 해봤자 겨우 학생이 직장에서 은퇴할 나이가 아니겠습니까. 그 후에도 한 50년은 더 살아가게 될 백세시대가 아닌가요. 우리는 자주 봅니다. 성공 가도를 달렸던 사람이 은퇴 후에 무엇을 하고 살지,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해서 우울증에 빠진 사람을요. 앞만 바라보고 열심히 달려왔지만, 눈 깜빡할 새 은퇴할 나이가 되었고, 남은 인생에 대해서 전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고 인생에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학생에게 50년 후가 어려우면 30년 후, 10년 후의 모습을 그려보게 합니다. 셋 다 그려보는 게 가장 좋습니다. 시간차 그림에 일관성이 조금이라도 보여야 제대로 된 비전입니다. 목적지가 정해지면 이제 수단을 선택해야 합니다. 여기서 학생들이 또다시 갈등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해야 하나, 내가 잘하는 것을 해야 하나. 좋아하는 것을 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잘하는 것을 해야 성공할 것 같습니다. 운 좋게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이 같다면 문제가 없지만 아쉽게도 흔히 서로 다르기에 갈등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까, 해야 할 것을 할까. 이 역시 갈등의 소재입니다. 엄마나 선생님은 이것저것 해야 할 것을 강조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따로 있지요. 그래서 한숨 쉬게 됩니다. 저는 둘 다 만족시키라고 말합니다. 둘 중 하나를 고르는 게 아니라 둘 다 만족시켜야 성공과 행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에게 산 오르는 비유로 설명해 줍니다. 제가 운영하는 행복연구소를 둘러싼 북악산·인왕산·북한산을 가리키면서 그중에 하나의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평생 살아야 한다면 어떤 산을 선택하겠냐고 물어봅니다. 학생은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산이어야 한다고 확신합니다. 맞아요. 크고 작고,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과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산에 올라가야지 행복하겠지요. 목적지를 선택했다면 이젠 올라가는 방법을 선택해야 합니다. 정상에 오르는 여러 갈래 중에 가파른 암벽을 타는 지름길이 있고, 완만하지만 빙글빙글 돌아 오르는 등산길도 있고, 경치 좋은 등선길도 있습니다. 쉬엄쉬엄 돌아가는 둘레길은 긴 여정이어도 정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암벽 타는 지름길은 기술이나 밧줄이 없으면 실패합니다. 그러니 당연히 내가 잘하거나 잘 해낼 수 있는 길을 택해야 성공합니다. 어느 한 수단에 집착하지 말아야 합니다. 명문대 출신으로 수학계 스타가 된 허준이 교수가 있는 반면 사이버대학을 졸업해도 세계 정상에 도달한 BTS가 있고, 아예 대학 문턱을 밟지 못해도 실력과 인성이 둘 다 월드클래스인 손흥민이 있듯이, 정상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산에 올라가는 행위 자체의 이유가 단지 내가 좋아하거나 하고 싶어서가 되면 안 됩니다. 인생 목표가 지극히 이기주의적이면 훗날 산에 혼자만 덜렁 남아서 고독하게 됩니다. 이유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어야 합니다. 누군가에 쓸모 있고 이롭게 살아갈 때 돈도 벌고 곁에 사람도 얻습니다. 기여하는 삶을 살아야 성공하고 행복하게 됩니다. 진로 지도는 현재 존재하는 여럿 중에 하나를 선택하도록 돕는 게 아니라 학생 각자가 자신의 미래를 창조하도록 돕는 일입니다. 꿈과 비전을 지니는 게 시련 앞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굳게 마음을 먹는 최고의 마음가짐 방법입니다. 그러니 아이의 꿈을 박탈하면 안 됩니다. 꿈을 빼앗기거나 주입된 꿈인 악몽을 꾸는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 주인으로 살아가지 못하니 결국 운에 맡기고 점쟁이를 찾게 됩니다. 유튜브에 한국어로 ‘운세’를 검색하는 횟수가 최근에 두 배로 늘었다는 구글 트렌드 뉴스가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꿈을 꾸는 아이는 훗날 비전으로 갈아탑니다. 비전을 지닌 사람들이 바로 인재이며 리더입니다. 꿈과 비전은 미래를 내다보는 게 아니라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꿈 깨”라고 하지 말고 달콤한 꿈을 맘껏 가슴에 품도록 허락합시다.
너무나 뜨거웠던 2023년의 여름 2023년 7월, 교사가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에게 수십 대를 맞았다는 소식은 교육계에 충격을 주었다. 이어 곧바로 7월 18일 학교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교사의 소식이 전해지며, 충격을 넘어 분노를 일으켰다. 이후 한 학생이 학교로 찾아와 교사에게 흉기를 휘둘렀다는 뉴스, 방학 중 근무를 위해 이동하던 선생님이 폭행당해 목숨을 잃은 사건, 군에 입대한 선생님에게까지 연락하고 민원을 넣은 일 등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수많은 부당한 일들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나친 교권침해, 악성 민원,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 고통받던 선생님들은 더는 참지 않겠다며 거리로 나왔다. 부당한 교육권 침해와 악성 민원, 학생에게 맞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교사들의 경험은 남의 일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여졌다. ‘안전하게 학생을 지도할 권리’를 위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교사가 광화문과 여의도에 모여 뜻을 모았다. 자리를 함께한 선생님들은 자신이 겪은 다양한 사례들을 나누며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교육당국에 엄중하게 제도 마련과 개선책을 요구했다. 교권보호 4법의 통과 + 「아동학대 처벌법」 개정 2023년 9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1호 안건으로 의결되었다. 「교원지위법」, 「초·중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및 「교육기본법」 등 교권보호 4법 개정안에는 ① 교원 대상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 ② 학부모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③ 보호자 권리와 책임 간의 균형을 위한 의무 부여, ④ 피해교원의 확실한 보호 및 가해학생 조치 강화, ⑤ 정부 책무성 및 행정지원체제 강화, ⑥ 유아생활지도 권한 명시 등이 포함되었다.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여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는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하고, 검사가 아동학대 사건을 수사하거나 결정하는 데 교육감의 의견을 참고하도록 하는 의무를 신설하였다. 이렇게 법률안이 마련된 것은 다행이지만, 기준도 모호한 ‘정서적 아동학대’ 신고가 일명 ‘기분 상해죄’로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1년이 되어 가는 지금 학교는 달라졌을까? 교육부와 교육청의 다양한 교권보호 대책들의 시행 속에서 지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원단체들은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교조는 교권보호 대책 중 민원대응팀과 학생 분리 조치에 대한 설문을 실시하였다. 응답 교사 중 불과 38.8%만 학교 민원대응팀을 구성하였다고 밝혔다. 학교장을 책임자로 하는 민원대응팀 구성에 대한 답변은 ‘아니다’ 22.1%, ‘모르겠다’ 39.0%로 나왔다. 학생 분리 조치를 요구했거나 들어본 사례는 23.1%이며, 필요하지만 요구하지 않은 이유는 ‘민원에 대한 염려’(62.9%)라고 밝혔다. 교사노조연맹의 설문에서는 ‘민원 응대 시스템이 잘 운영되고 있다’는 설문에 긍정응답 13.6%(1,545명), ‘수업방해 학생 분리 제도가 잘 운영되고 있느냐’는 물음에 부정응답 60.4%(6,869명)로 답했다. 교총의 경우 ‘수업방해 학생에 대한 분리 경험’ 18.6%(2,105명)이며, ‘분리 학생 담당은 교장이나 교감’이 38.5%(4,362명)로 나타났다. 1년이 지나가지만, 학교현장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는 한 교사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마음은 더 답답해졌다. 결국 사고가 생기면 민원대응팀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만들라고 한 것이 아니냐는 현장의 볼멘소리도 나온다. 가만히 살펴보니 학교는 민원대응팀 구성을 위해 지원받은 인력도 예산도 없었다. 학교(學校)의 본업은 교육(敎育)이다. 가장 좋은 학교는 실력 있는 교사, 양질의 커리큘럼, 교육에 최적화된 물리적 환경이 있는 곳일 것이다. 실력 있는 교사를 선발 육성하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 성장을 가져오는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학교의 시설과 교육자료 개발에 힘쓰면 학교 교육의 질은 향상될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역할을 국가는 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예산이 교사의 성장, 교육과정 연구, 교육환경 개선에 얼마나 쓰이고 있는지 살펴보면 된다. 안타깝게도 교과별 수업의 질 향상을 위한 예산의 투입이나 교사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한 학급에 30명씩 있는 학교 인근에 새로 건물을 지어 과밀학급 문제를 해결했다는 소식도 들어본 기억이 없다. 지난 6월 복도를 지나다가 어두워 고개를 드니 복도와 교실은 아직도 형광등이 깜빡거리고 있다. 하지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뉴스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질 높은 방과후교육, 돌봄프로그램 확대 같은 소식이 대부분이다. 학생 교육을 잘하라고 학교를 만들고 실력 있는 선생님을 선발해 놓은 것인데 정작 학교는 학생 교육에 열정을 쏟고 있지 못하고 있다. 초등학교의 역할이 교육에서 돌봄으로 변하는 사이 선생님도 학생에게 지식과 생활지도를 담당하던 스승에서 국어·수학을 가르치면서 아이를 돌보는 사람으로 전락해 버렸다. 그사이 학부모는 학생의 성적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점수와 등수로 알려 주는 학원에 교과수업을 맡겨버리고, 남아있던 선생님의 권위 없는 생활지도는 민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날아오고 있다. 지식교육과 생활지도는 학교에서, 돌봄과 보육은 전문기관에서 학교는 ‘교육 맛집’이 되어야 하는데 지금의 정책은 ‘돌봄 맛집’을 추구하고 있는 느낌이다. 한 공간에서 이 두 가지가 이루어지다 보니 둘 다 아쉽다. 교육은 음식을 골고루 먹어 보게 하는 것, 달리기가 빠르지 않아도 달려 보게 하는 것, 부끄럽지만 용기를 내 친구에게 사과하는 것, 자신이 실수한 일은 스스로 책임져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교육을 ‘아이 돌보는 관점’에서 바라보니 교사의 교육이 못 먹는 음식을 억지로 먹인 것, 달리기를 못하는 아이를 뛰게 시킨 것, 왜 억지로 사과를 시키는지, 실수는 누구나 하는데 보상하면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렸다. 이렇게 학교에 교과수업부터 방과후수업·돌봄교실·늘봄학교까지 들어오면 또다시 민원은 증가할 것이다. 이제 학교 안에서 돌봄과 방과후수업을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많은 교육 전문가는 학교교육과 돌봄을 분리하여 운영하고, 돌봄은 지자체가 맡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편의주의적인 선택이 아니라 학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면서 학교 운영의 정상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아직도 우리에게는 선생님이 계신다 학교 안을 지나다가 인사를 드리면 내일 수업에 사용할 자료를 만들고 있다며 수줍은 모습을 보이시는 선생님들이 계신다. 동학년 선생님들이 부장교실에 모여 그날 있었던 수업의 경험을 나누고 생활지도에 대한 의견을 나눈다. 등굣길에 마주치는 학부모를 통해 아이가 학교생활을 너무 즐거워한다며 감사의 인사도 종종 듣게 된다. 출근 이후 긴장이 풀어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순간이다. 선생님은 교육자다. 학생의 인격과 인권은 존중하되 때론 잘못을 알려주고 참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지금 학교는 선생님이 학생에게 조언하거나, 잘못된 모습을 바로잡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조심스럽다. 그래서 해야 할 이야기도 삼키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이 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교를 벗어나 사회에 나가면 아이를 걱정해서 조언해주는 사람을 만나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지도하고 가르치는 행복으로 사는 선생님들이 아직 많이 계신다. 학생지도에 어려운 환경과 부당한 민원 때문에 좋은 선생님들이 학교를 떠나게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나라가 꿈꾸는 디지털교육·미래교육의 성패도 선생님께 달려있다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난 5월 24일 교육부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및 효율화 방안’을 발표하였다. 이번 방안은 ‘학교 내 업무 경감’,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 ‘학교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를 큰 축으로 한다. 먼저, ‘학교 내 업무 경감 방안’은 온라인 시스템을 통한 학생 출결 및 공문관리 등 업무를 간소화하고, 디지털 인력 지원과 에듀테크 개발을 통하여 교사의 수업 준비 및 행정업무를 경감하며, 학교 내 각종 위원회를 정비하여 관련 업무 부담을 완화한다. 둘째, ‘학교 업무 행정기관 이관’은 교육청에서 학교 밖 시설 및 미취학 학생을 관리하고, 저소득층 지원에 대한 업무체제를 개선하며, 교육지원청 학교 지원 전담 기구 법제화 및 예산·인력 지원을 확대한다. 마지막으로, ‘행정업무 효율적 지원체제 강화’는 학교 행정업무 경감 과제 상시 발굴·개선·소통체계를 구축하고, 정책별 업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의무화 등 사전 점검 체계를 신설하며,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협업 네트워크 강화 및 우수사례를 확산한다. 이번 방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온라인 출결관리시스템이다. 학교 행정업무 경감은 교사가 교육 본연의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육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 조성을 해주는 것이 핵심 중의 핵심이다. 그런 의미에서 담임교사가 매일 처리해야 하는 단순·반복업무인 출결관리를 학부모가 결석신고서와 증빙자료를 스캔해 나이스에 올리면 담임교사가 이를 승인하고, 학교장의 결재를 받는 온라인시스템으로 전환함으로써 교사의 부담을 덜어 준다. 이는 기존에 수기로 행해지던 행정업무의 방식을 디지털로 전환하는 시작점이란 상징적인 의미에서 학교 행정업무 경감의 본질에 부합하는 진일보한 방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모든 학교 관계자가 디지털 기술을 업무에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기기와 디지털튜터 등을 지원하고,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방안도 반가운 내용 중 하나이다. 당장 내년부터 AI 디지털교과서가 시행에 들어가지만, 학교현장에서 교사들의 디지털 관련 수업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인력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지털기기를 보급하고 디지털튜터 등 기술 전문가 및 교사 맞춤형 에듀테크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학교의 디지털 혁명을 앞당기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해 본다. 교육청이 미취학 아동에 대한 후속 관리 및 취학 관리 전담기구 운영의 정상화를 통하여 미취학 아동에 대한 소재·안전을 확인하고 취학 관리 역할을 강화하는 것도 반가운 소식이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일들은 진즉 교육청이나 주민센터 등에서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업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력이나 재정난 등의 이유로 이제야 시행하게 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그래도 큰 짐을 덜어 준 고마운 일이다. 이 외에 교육청의 학교회계 예·결산서 온라인 일괄 공개 및 교육환경에 대한 현황 조사 및 순회 점검·실적 보고 업무 수행, ‘함께학교 플랫폼’ 내에 학교 행정업무 경감 소통 채널 별도 구축, 교육정책 발표 전 행정업무 영향평가를 통해 학교 행정업무 증가 여부 의무적 확인, 교육부-교육청-교원단체 간 행정업무 경감 네트워크 강화 및 교육부와 학교 현장 간 상설 협의체 구축 등의 정책도 함께 발표되었다. 이러한 정책 수립의 의도와 교육부의 노력에는 박수를 보내지만 사실, ‘앞서 언급한 정책들만으로 교직원들이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면 학교 행정업무는 어떻게 경감되어야 하는가? 거창한 내용보다 소소하고 일상에서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는 변화, 이것이 진정 학교에서 바라는 학교업무 경감의 요체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예를 들어 코로나 이후 그 중요성이 부각된 기초학력업무의 담당자는 새 학년 시작 전,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위해 학습지원튜터 및 각종 강사를 섭외하여 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채용 공고 등 각종 절차를 통해 인력을 채용한다. 이러한 업무는 대부분의 학교에서 2월에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해 교육청에서 시기와 업무 특성에 맞게 선제적으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교감은 또 어떠한가? 관리자로서 수행해야 할 수많은 업무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수시로 필요한 기간제교사·시간강사 등의 채용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경우 올 2학기 늘봄학교 전면 도입과 관련하여 교육지원청에서 늘봄실무사를 일괄 채용하여 배치하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대부분의 학교에서 공통적으로 하고 있는 기간제교사 및 각 부문의 강사 채용을 교육지원청에서 일괄 신청받아 채용 후 학교에 배치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본다. 이는 교원들의 업무를 경감해 줄 뿐만 아니라 강사들이 여러 학교에 동시에 지원하여 최종 합격한 후 계약하지 않아 학교에 혼란을 주는 사례를 예방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학교업무에 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를 바탕으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학교가 바라는 진정한 행정업무 경감에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각 시·도교육청의 업무 경감 방안을 살펴보는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의 RPA 시스템(사람이 수행하던 규칙적이고 반복적 업무를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개발로 자동화) 구축, 학교 업무 효율을 높이는 엑셀 프로그램 개발·배포, 서울교육일자리포털 구축, 입학준비금 온라인 신청 시스템 개선, 교육지원팀 및 학교폭력업무 담당자 수업시수 경감 강사비 지원, 공통 안내 가능한 가정통신문을 교육청에서 학부모에게 일괄 발송, 전입생용 교과서 보관·배송시스템 도입 등은 교육청의 학교 업무 경감을 위한 다양하고 꾸준한 노력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대구광역시교육청은 대학생 보조교사 교당 2~6명 배치로 도서관 장서 정리 및 행사 등 보조, ‘교육지원청의 기간제교사 채용’, ‘불필요한 공모사업 과감히 폐지’, ‘어린이 놀이시설 정기시설검사 및 수질검사 등 기존 학교에서 부담하던 업무를 시교육청이 직접 관리·감독’ 하기로 했다. 또한 울산광역시교육청의 ‘학교 공문 연동제’, ‘가정통신문 업무처리 절차 간소화’, ‘공모사업 총량제’ 등도 타 시·도교육청에서 참고할 만한 방안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학교에서 사용 중인 스마트단말기 134만 대와 충전보관함 5만 대에 대한 통합 유지·서비스를 교육청이 직접 맡아서 한다. 스마트단말기와 충전보관함 사용 중 문제가 발생할 경우 콜센터·카카오채널 등을 통해 상담받고, 모바일 A/S 접수를 하는 것도 학교 업무 경감의 훌륭한 본보기가 아닐 수 없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의 ‘각종 서류 최소화 및 종이문서 폐지’, ‘각종 교육주간 결과의 의무보고 폐지’, ‘체험학습 신청과 보고 방법 간소화’, ‘학교 여건이나 구성원 협의에 따라 학부모 상담주간 자율 운영’ 등도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상담주간 운영’은 그 시행과 관련하여 법령에 뚜렷한 근거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부터인지 당연한 것처럼 학교정보공시와 맞물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년 초인 3월과 2학기에 일률적으로 시행이 되고 있는데 이는 학교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3월은 학생과 교사가 새로 바뀐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아직 학생과 교사가 서로에 대해 충분히 잘 알지 못하는 때여서 상담의 효과가 반감된다. 그럼에도 이를 지침으로 일률적으로 규제함으로써 학교현장의 혼란은 더 가중되는 일이 흔한데, 이를 학교 자율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은 비록 소소하지만 학교현장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는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시행하는 상당히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각 시·도교육청의 훌륭한 사례들을 협의기구 등을 통하여 서로 벤치마킹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학교현장이 누릴 수 있도록 한다면 학교 업무 경감은 보다 더 빠른 속도로 학교 교직원들에게 스며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현장이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문성을 키워 나가며 학생들에게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행정업무 경감에 대한 공감대가 넓게 형성되어 가고 있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학교 업무 경감 방안이 보여주기식 업무 경감, 인기몰이식 업무 경감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 교육청과 행정구청 등 여러 관련 기관이 학교가 교육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이를 위해 다양한 위치에 있는 교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하나씩 하나씩 개선해 나간다면 학교는 보다 빨리 학생의 성장과 발달에 주목하는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교 규모 변화 한국 사회에서 학령인구 감소는 명백한 현실이다. 1982년에 약 1,000만 명에 달했던 초·중등 학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왔고, 2023년 합계 출산율은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반면 학교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지방에서는 소규모학교 문제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대도시에서는 과대·과밀학교 문제와 함께 도심 외곽과 구(원)도심에서 발생하는 소규모학교로 인한 ‘학교 규모의 양극화 문제’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도심지역에서는 과대·과밀학교가 부각되고, 외곽지역에서는 소규모학교가 생겨나고 있으며, 그 결과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의 양극화 대도시에서는 학교 규모의 양극화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학교 규모의 ‘국지적 양극화(Local Polarization)’는 학부모(학생)의 선택(인구 이동)에 따라 인접지에 위치하고 있는 학교 간 규모의 편차가 증폭(학교 규모 양극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으로 초등학교에서 확연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으로 서울, 부산, 경기 고양·파주·김포·부천, 충남 천안·아산, 경남 김해, 전남 순천·광양·나주 등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지자체에서뿐만 아니라 통학구역 내에서 과대·과밀학교와 소규모학교가 공존하면서, 교육자원의 불균형과 교육기회의 격차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양극화 문제는 학습결손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과대·과밀학교에서는 학생수가 많아서 교사들이 학생을 개별지도하기 어렵기 때문에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소규모학교에서는 학생수가 적다보니 교육프로그램의 다양성이 부족하고,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 기회가 제한된다. 따라서 학교 규모의 양극화를 해소하고, 모든 학생에게 균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학습결손과 학교 규모의 관계 학습결손은 학교교육 내·외부 여건의 흠결로 말미암아 학습자의 학습결과에 부적인 영향을 주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장기적으로 학생들의 학업성취도와 사회적 성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학습결손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학급당 학생수를 적정하게 유지하고, 학생 개개인에게 충분한 관심과 지도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관련 연구에 따르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정 수준을 벗어나면 학습결손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본다. 과도한 학생수는 교사의 개별지도 시간을 줄이고, 학습효과를 떨어뜨릴 수 있는 반면, 지나치게 적은 학생수는 학생들 간의 상호작용이 부족해져 학습동기 저하와 같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학급 규모는 단순히 교실 내에서의 학습환경뿐만 아니라, 학교 전체의 운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행정업무와 수업 준비에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져 개별학생에 대한 관심과 지도가 어려워질 수 있다. 반면 학급당 학생수가 적은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팀워크와 협력학습의 기회가 감소할 수 있다. 학급편성 기준 탐색을 위한 4가지 모형 제안 국내의 학교 규모와 적정 학급수에 관한 연구는 주로 학교운영의 효율화 측면 및 교육재정 측면에서 적정한 규모를 탐색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즉 학교 규모가 어느 정도일 때 학생의 교육적 성장이나 학업성취도가 극대화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라, 학교운영 또는 경영 관점에서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한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에 초점을 두었다. 재정적 효율화 관점이 아닌 학습결손 방지를 위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탐색하는 다양한 접근 방식을 통해 학급편성 기준의 편향성을 보완하고, 학교의 원활한 교육과정 운영과 교육력 제고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학급편성 기준을 제안한다. 첫 번째, 전문가 판단 모형은 교육 전문가들의 판단을 기반으로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학습효과, 교사의 교육여건, 학교의 물리적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전문가 판단 모형은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될 수 있지만, 교육현장의 실제 상황을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번째, 우수학교 모형은 우수학교의 학급편성 사례를 기반으로 학급 규모를 설정하는 모형이다. 우수학교의 성공적인 학급편성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다른 학교에서도 유사한 학급편성 기준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 모형은 검증된 사례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 세 번째, 데이터 분석 모형은 학급 규모와 학습성취도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데이터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학습성취도, 학급당 학생수, 교사의 교육여건 등을 분석하고, 최적의 학급 규모를 도출한다. 데이터 분석 모형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서 신뢰성이 높고, 과학적인 접근이 가능하다. 3가지 모형은 관내 교원으로부터 수집된 자료 및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의 EDSS 데이터와 같은 숫자로 양화된 자료를 활용하여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교육과정 운영 맥락 모형은 질적 분석으로 학교교육과정 운영 맥락을 반영하여 학급편성 기준을 설정하는 모형이다. 학교교육과정이 운영되는 맥락을 고려한 분석에서는 숫자로 양화된 자료보다 실제 교육과정을 기획하고, 편성하고 운영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를 대상으로 교육과정이 운영되는 여러 맥락(학교의 교육과정, 교사의 교육 스타일, 학생들의 학습 특성 등)에 대한 고려 아래 학급 규모를 조정한다. 학교급별로 맥락적 기준은 A 기준(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과 B 기준(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필요 최소한 기준)으로 구분한다. 학급편성 기준은 지역적 특수성이 고려된 학급편성 기준을 의미한다. 학교 규모는 정적인(static) 속성보다 지역 및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라 학교 규모가 달라지는 유동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특징은 초등학교에서 더욱강하게 나타나며,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지역과 학교가 위치한 환경적 여건에 따른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게 나타난다. 이상 4가지 모형을 통해 다음 표와 같이 학교급별 규모의 기준(예시)을 도출해 볼 수 있다. 학급 규모에 대한 검토에 앞서 고민해야 할 지점은 학급 규모에 대한 ‘기준’ 설정이라 할 수 있으며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학급 규모는 교육과정 및 수업과의 관련성으로 인하여 절대적인 기준을 설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기준(안)은 어디까지나 학교교육과정 운영이라는 관점에서 과연 어느 정도 규모가 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참고는 될 수 있어도 예시하는 기준이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며, 향후 각 지역교육청이 학교 규모 및 학생배치에 대한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 참고가 될 수 있는 상대적인 기준이라는 점이다. 정책 대응방안 3가지 지역별로 학교 규모와 학급편성에 관한 기준 도출 이후 지역청 수준의 정책적인 대응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 및 학급 규모에 관한 진단 및 모니터링 체제 구축이 요구된다. 학령인구 감소와 학생 이동으로 인한 학교 및 학급 규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교육행정시스템을 구축하여, 모든 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및 학급 규모의 변화를 주기적으로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위험군·주의군으로 분류된 학교들을 선별하고, 맞춤형 정책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둘째,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파악하기 위한 ‘지표’개발이 필요하다. 학교 및 학급 규모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과정에서 분석하고자 하는 영역과 분석에 활용할 지표에 관한 고민이 필요하다. 즉 학교 및 학급 규모를 모니터링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춰서 모니터링하고 현황을 진단할 것인지를 명확하게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학생수·학교수, 학교당 학생수, 학급당 학생수의 현황이나 변화 추이만을 살펴보는 것으로는 정책적 시사점을 도출하기 어렵다. 실효성이 있는 원인 진단과 정책 과제 도출을 위해서는 투입·과정·결과 측면에서 교육여건, 인적자원, 시설환경, 교육재정투자, 교수·학습과정, 구성원 간 관계, 학교운영참여, 교육 이수, 교육만족도, 교육성과, 사회적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셋째, 학교 규모의 변화와 규모 감소의 원인을 고려한 단계적인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 본 연구는 안정적인 학교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맥락적 기준을 반영한 학교 규모와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맥락적 기준을 반영해서 학교 규모를 각각 제시하였다. 해당 값들을 놓고 볼 때, 학교 규모가 감소하는 상황은 1) 학급수가 적정 규모 이내에 있지만 적정 규모의 하한값으로 줄어드는 경우 → 2) 학급수가 적정 규모의 하한값에서 최저 규모로 변화하는 경우 → 3) 학급수가 최저 규모에 해당하는 경우 → 4) 학급수가 최저 규모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각각의 경우에 학교가 처한 상황과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정책방안을 구분하여 학교 규모 변화에 따른 대응 매뉴얼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첨언하건대 적정규모를 위한 학교에 대한 재정 지원 사업은 재정을 단위학교에 지원해 주기만 할 뿐, 단위학교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인적자원과 교육환경까지 아울러 개선 시켜 주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교직원 정원은 학급수를 기반으로 산정되고 있기 때문에 학생수가 일부 증가하더라도 교직원 정원은 눈에 띌 정도로 증가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소규모화 되어가는 학교가 필요로 하는 것이 ‘재정’인지, ‘교원’인지, ‘행정업무감축’인지, ‘행정전담인력의 충원’인지 등 학교가 요구하는 바는 다를 수 있다. 이와 같은 점에 대한 고려 없이 소규모학교에 ‘재정만 지원’하는 것은 자칫 ‘소규모학교 살리기의 역설2’적인 상황에 이를 수 있다는 점에서 세심한 정책설계가 필요하다.
“학교에 보육업무를 맡기는 건 엄밀한 의미에서 계약위반이다. 지금 선생님들은 교육을 목적으로 양성되고 임용된 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것도 보육이다. 문제는 이런 점을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찍어 누르듯 밀어붙이면서 오히려 적대적 감정만 키웠다. 늘봄학교 갈등은 디테일 부족이다.” 국가교육위원회가 새롭게 만든 ‘저출생 대응 교육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저출생 교육특위)’ 위원으로 위촉된 김태일 전 국가교육위원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교육부는 이제부터라도 교사들에게 무조건적 희생이나 순응을 강요하기보다 타협점을 찾고 그들이 사명감을 가지고 교육활동에 나설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우리 사회 가장 뜨거운 이슈인 저출생 문제에 대해서는 “2030세대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큰 잘못인 양 타박하고 눈치 주기보다 결혼과 출산, 가정을 이루는 것이 행복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 그런 좋은 롤모델을 제시해야 하는 데 그 점이 아쉽다”고 했다. 김 위원은 1993년 충남 아산 출생으로 한국외대 국제학부를 졸업하고, 신전대협(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의장과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저출생 교육특위는 앞으로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 “교육이 저출생의 원인이 되었는지, 또 저출생에 맞춘 교육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면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에 대해 명쾌한 답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저출생 문제해결을 위한 최전선에 선 만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경쟁교육이 저출생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나. “지금 2030세대는 결혼과 출산, 육아까지도 스펙인 삶을 살아온 세대다. 이들은 교육을 경쟁의 도구로 사용해 왔다. 몇 등을 했느냐가 어른이 돼서까지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교육문제 때문이라고 콕 짚어 말하기 어렵다.” 치열한 대학입시가 저출생 원인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오히려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학령인구는 줄어 대학의 문은 그만큼 넓어졌다. 대학 진학 경쟁은 완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중요한 것은 어느 대학을 가느냐가 아니라 대학을 나와도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에 답을 내놓는 것이 국교위의 역할이라고 본다. 솔직히 요즘 젊은 세대는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회에 나왔지만, 손에 쥐는 게 없다고 여긴다. 그저 살아온 삶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뿐이다. 때문에 아이를 낳아서 이런 과정을 또 살게 할 이유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회의를 갖고 있다. 그러니 대학입시 생각은 엄두도 못 낸다. 당장 결혼 비용부터 의식주 문제까지 먹고사는 게 발등의 불인데 누가 20년 뒤를 생각하겠는가.” 그럼에도 국교위에서 입시제도 개편을 논의하고 있는데. “뭔가 파격적인 변화를 통해 ‘그래도 우리 사회가 미래에는 조금 달라지겠구나’라는 기대를 젊은 세대에게 심어주고 그들의 세계관 또한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세계관을 말하는가. “개인적으로 우리 사회가 피라미드 세계관이 아닌 퍼즐 같은 세계관을 가졌으면 한다. 얼마나 높이 있느냐가 아니라 어떤 위치에서 자기만의 역할을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사회에서 경쟁은 필수지만, 경쟁이 전부여선 안 된다. 개인의 역량을 넘어 집단 속 협응력, 즉 사회를 움직일 줄 아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각각 다른 삶을 살아도 자신만의 존엄성을 스스로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국교위에서는 저출생 위기를 어떤 식으로 극복하려 하나. “속단하기 힘들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학교와 교육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에 대한 현실적인 답을 찾으려 한다. 학교라는 공간을 지금처럼 유지해도 되는 것인지, 도시계획적 관점에서 학교를 어떻게 구성하는 게 좋은지, 심각한 괴리현상을 빚는 교원양성체계는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등이다.” 교원양성체계가 왜 괴리를 빚고 있다고 여기나. “지금 교사들은 교육을 위해 양성됐다. 하지만 저출생 시대 학교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보육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보육을 어떻게 할 것이냐가 학교의 중요한 기능이 됐다. 또 초등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도 보육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교사들은 ‘보육은 가정에서 해야 한다. 학교는 교육하는 곳이다. 학교는 애 키우는 공간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그분들이 거친 양성과정을 보면 이러한 주장은 타당하다. 하지만 지금 우리 사회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보육의 공백을 어떻게 메꿀 것인가 하는 점이다. 사실 맞벌이하지 않으면 감당할 수 없는 시대 아닌가. 학교의 보육기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무조건 애 낳으라고 하면 누가 낳겠는가. 한 자녀라도 잘 키워낼 수 있는 사회적 지원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다고 교사에게 보육을 강요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맞다. 학교의 돌봄기능, 즉 보육이 강조되면서 사명감에 충만해 교단에 섰던 선생님들과 학부모의 관계가 어느 순간 ‘교육공무원’과 ‘민원인’으로 달라져 버렸다. 그러니 교사들 입에서 계약조건 위반이라는 말이 나올 만도 하다. 앞서 말했지만, 그들은 교대 입학할 때부터 교육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양성과정을 거쳐 임용됐다. 그런데 이제 와서 시대가 달라졌으니, 보육도 해야 한다고 요구하면 누가 쉽게 수긍하겠는가. 정부도 (교사들의) 희생을 무조건 강요하지 말고 타협점을 찾았으면 좋겠다.” 국교위가 기대를 안고 출범했지만, 지난 2년간 이렇다 할 성과가 안 보인다.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그래서 ‘한 게 뭐 있냐’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국교위는 우리 교육의 10년 중장기 계획을 세우는 기구이다 보니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만약 교육부만 존재했다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정부 정책에 반영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국교위는 한계보다 가능성이 더 큰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국교위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육부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뭔가 파격적인 것을 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거 같았다. 그러다 보니 아주 큰 반발이 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강행하는 경우가 많더라. 일단 방향이 좋다고 생각되면 던져놓고 찍어 누르듯이 밀어붙인다. 정책이 성공하려면 현장과 소통을 통해 설득하고 새로운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정상인데 무작정 톱다운으로 밀어붙이더라.” 왜 그런다고 생각하나 “사전에 충분히 예고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치면 집행도 해 보기 전에 반발에 부딪혀 무산될 것이라고 생각하니까 그러는 것 같다.” 이주호 장관 이후 많은 정책이 나왔다. 대체로 이런 패턴을 보이는데. “정책 의도는 좋다. 예컨대 늘봄학교는 보육을 위해 필요하다. 무전공 입학도 학생들의 전공선택 기회를 준다는 의미에서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결국은 디테일의 문제다. 지역마다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다. 어떤 곳에서는 매우 효과적일 수 있지만 다른 곳에서는 실정에 안 맞아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일률적으로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현장의 목소리를 충분히 들으면서 ‘우리(교육부)도 완벽할 수는 없으니 바람직한 방향으로 수정해 나가겠다’는 유연한 자세로 다가가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 반발만 키운다. 좋은 일 하면서 오히려 적을 늘리고 있으니 안타깝다.” 교육부가 너무 성과에 집착하는 거 아닌가. “그만큼 그동안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게 많았고, 또 해야 할 일들이 미뤄진 게 많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부가 일이 너무 많다.”
인공지능(AI)과 결합한 영화의 새로운 세계 만나볼까? 부산국제영화제·전주국제영화제와 함께 국내 3대 국제영화제로 꼽히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집행위원장 신철, BIFAN)가 7월 4일부터 14일까지, 11일간 화려한 축제의 장을 연다. 올해로 28회를 맞는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부분 경쟁을 도입한 비경쟁 국제영화제로 이상해도 괜찮아(Stay Strange)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부천아트센터, 부천시청 한국만화박물관, 부천아트벙커B39, 웹툰융합센터, CGV소풍 등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다양한 즐길거리로 관객을 맞이한다. 그동안 야외무대 등에서 우천 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기에, 안정적인 행사가 가능하도록 지난해 5월 개관한 부천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부천아트센터 무대에서 개막식을 개최한다. 1997년 첫발을 내디딘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유네스코 문학 창의도시 부천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문화축제다. 첫해 킹덤 심야상영 열풍을 주도했으며, ‘블루무비 특별전’을 비롯한 획기적인 아이디어의 특별전으로 검열제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또한 ‘쇼브라더스 무협영화’와 ‘볼리우드 특별전’으로 두터운 국내외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미국 영화매체가 선정한 ‘세계 최고의 호러 영화제’(드레드센트럴), ‘세계 최고 15대 장르영화제’(무비메이커)로 인정받으며 새로운 감성과 에너지, 풍부한 상상력과 개성 있는 프로그램으로 사랑과 지지를 받아왔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는 84개국에서 전 부문 총 3,418편이 접수되며, 전년 대비 20.27% 증가하며 역대 최다 출품작 수를 기록한 이유기도 하다. 지난 27년간 독특하고 차별화된 장르 영화를 선별하여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놀이터를 제공해 온 BIFAN은, 올해 AI 사업부문을 신설해 눈길을 끌고 있다.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개‧폐막작과 AI로 만든 영화들 그리고 특별전을 소개한다. 개막작 러브 라이즈 블리딩(Love Lies Bleeding), ‘마성의 커플’이 궁금하다면? 사랑은 절망의 순간에 찾아온 구원일까, 한낱 욕망의 찌꺼기일 뿐일까? 가정폭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언니를 지키기 위해 폭력적인 ‘아버지’(에드 해리스)의 그늘 아래 무기력하게 살고 있는 ‘루’(크리스틴 스튜어트). 어느 날 그가 일하는 체육관에 보디빌딩 대회 우승을 꿈꾸는 ‘잭키’(케이티 오브라이언)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은 0.0001초 만에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예기치 않는 사건 이후 루를 위해 살인을 저지른 잭키와, 그런 잭키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루. 두 사람은 깊은 곳 은밀히 숨겨온 어두운 가족사와 절망적인 현실의 끝, 그 어딘가를 향해 질주해 간다.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았던 영국의 여성 감독 로즈 글래스가 탁월한 감각과 재능을 다시 발휘했다. 그녀는 러브 라이즈 블리딩에서 폭력적이고 거친 에너지와 화려하지만 특유의 퇴색한 이미지, 팝 음악이 어우러져 80년대 범죄 로맨스 영화의 분위기를 완벽히 재현했다. 영화는 사랑과 욕망, 뒤틀린 유머, 통제할 수 없는 관계에서 허우적대면서도 벗어나기 위해 질주하는 인간에 대한 한편의 희비극 같은 풍경을 그려낸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 중 범죄에 연루된 가족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체육관 매니저로 무기력하게 일상을 보내는 루 역을 맡아 가장 자신을 잘 보여주는 진정성 있는 연기를 펼친다. 특히 운명적으로 만난 잭키와의 사랑을 계기로 예기치 못한 살인사건에도 끝없는 사랑으로 연인을 지키며 가족에게 벗어나려고 변화하는 모습은 관객들에게 통쾌한 슈퍼 범죄 로맨스의 매력을 선사할 것이다. 이외에도 에드 해리스, 안나 바리시니코프 등 화면을 뚫고 나오는 징글징글한 에너지와 매력으로 충만한 배우들의 앙상블이 통렬한 풍자극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 신철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로즈 글래스 감독은 장편 데뷔작 세인트 모드(2019)로 4년 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부천 초이스: 장편’ 작품상을 수상한 능력 있는 감독이다. 스타일리쉬한 영상과 도발적인 시선 그리고 특히 여성의 액션이 돋보이는 특별한 영화다. 장르의 감각적인 변주를 끌어내는 배우들의 파워풀한 매력을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개막작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폐막작 구룡성채: 무법지대 … 범죄도시 시리즈보다 더 액션감 넘친다! 1980년대 홍콩은 세계적 경제 대국으로 발돋움하는 동시에 이로 인해 수많은 화교가 해외로부터 흘러들면서 사회·경제적으로 혼돈의 시대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홍콩에서 가장 위험하고 불가사의한 무법지대가 바로 구룡성채였다. 그 무렵 홍콩으로 와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던 ‘찬 록쿤’은 악명 높은 ‘미스터 빅’이 이끄는 갱단에게 쫓기게 되고, 우연히 구룡성채로 몸을 피한다. 구룡성채를 지배하는 사이클론의 도움으로 구룡성채에서의 삶에 적응하던 찬 록쿤. 그러나 찬 록쿤과 구룡성채를 향한 악당들의 위협은 점점 거세진다. 홍콩 액션 영화계의 거장 두기봉 사단의 정 바오루이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레전드 액션 스타 홍금보와 고천락의 출연으로 제작 단계부터 화제를 모은 액션 스릴러 영화다. 지난 5월 1일 홍콩에서 개봉해서 1억 홍콩달러(HK$) 이상의 흥행 수익을 기록해 역대 홍콩영화 박스오피스 2위를 차지한 메가 히트작이다. 특히 정교하게 재현된 ‘구룡성채’의 디테일과 더불어 우리에게 익숙한 홍금보 등의 배우들이 펼친 명연기는 1980년대 홍콩 액션 영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측은 “기괴하고 미로 같은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사나이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울린다. 시대적 배경과 절묘하게 포개어지는 공간 배경과 더불어 인물들의 다양한 사연과 관계를 통해 그 당시 홍콩의 모습을 절로 떠올리게 한다. 1990년대 홍콩영화 전성기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화려한 액션 역시 놓칠 수 없는 매력 포인트”라고 밝혔다. AI 영화제작이 가져올 새로운 창작의 가능성!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만든다고? 심지어 제작비가 ‘0’원인 작품도 있다고?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2024년 현재 전 세계의 재능 있는 젊은 감독들이 AI를 영화 제작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한국 국제영화제 최초로 올해 론칭하는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인 ‘부천 초이스: AI 영화’에는 총 114편의 작품이 전 세계에서 출품됐다. 영화제 선정위원회는 AI 기술이 텍스트(각본)·오디오·비디오 부문에서 한 가지 이상의 AI 기술 활용을 필수로 한 작품 중 작품성·예술성·독창성 등의 서사와 AI 기술 활용도 등의 요소를 종합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선정했다. 한국영화로는 4편이 선정돼 눈길을 끈다. 먼저 두바이 국제 AI 영화제에서 대상과 관객상을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권한슬 감독의 원 모어 펌킨이 있다. 권 감독은 “제작비가 ‘0’원”이라는 말로 놀라움을 더해, AI가 구현해 낸 영화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더불어 박성원 감독의 언더 더 사인 오브 문, 배준원 감독의 폭설, 차세환 감독의 파이널 씬은 현대 AI 기술이 구현할 수 있는 영상 이미지와 사운드의 완성도와 함께 기발한 상상력과 신선한 각본, 캐릭터 구현이 돋보이는 작품들이다. 국내외 뉴미디어 전문가와 영화 전문가로 구성된 본선 심사위원의 심사를 통해 결정되는 작품상·기술상 그리고 관객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되는 관객상이 발표될 예정이며, 수상작에는 총 1,5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AI가 영상 콘텐츠 제작에 미치는 영향을 화두로 던지는 올해 BIFAN은 ‘AI 영화 국제경쟁 부문’ 신설 외에도 세계적으로 AI 영상제작을 선도하는 중량감 있는 연사들을 초청해 영화제 기간에 ‘BIFAN+ AI 콘퍼런스’(7월 5일~7일)를 개최한다. 본선 진출작 중 어나더를 연출한 데이브 클라크 감독 역시 연사로 참가할 예정이다. 신철 집행위원장은 “거대 제작 자본에 접근이 어려운 창작자들이 AI를 통해 제작비로부터 창작의 자유를 얻길 바란다. BIFAN은 올해 창작자들이 AI를 활용해 최소 예산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정보와 체험의 장을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한정된 예산과 자원으로 제작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에게 AI 기술이 가져다줄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15편의 본선 진출작을 놓치지 말자! ‘배우 특별전’ 주인공은 데뷔 23년 차 ‘독보적’ 배우 손예진 “존경하는 선배님들 뒤를 이어 특별전을 개최한다는 것이 감개무량합니다. 배우 인생에 이런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올해의 ‘배우 특별전’ 주인공으로 손예진 배우를 선정한 후, 그가 한 말이다.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017년부터 한국영화의 현재를 이끄는 동시대 대표 배우를 선정해 ‘배우 특별전’을 진행해 오고 있다. 전도연·정우성·김혜수·설경구·최민식에 이어 손예진 배우가 올해의 배우로 선정됐고, 그의 빛나는 행보를 한마디로 축약한 ‘독.보.적. 손예진’이라는 타이틀 특별전을 진행한다. 손예진 배우는 개막식 레드카펫을 화려하게 빛낸 후 영화제 동안 메가 토크와 사진전 등 다채로운 행사에 참여할 예정이다.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배우 손예진은 국내외 수상 경력 또한 화려하다. 제9회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표창을 비롯해 대종상 3회, 백상예술대상 6회, 청룡영화상 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2회 등 50여 회 수상했다. 특히 외출로 제51회 아시아태평양영화제 여우주연상, 내 머리 속의 지우개로 제15회 중국 금계백화장(金鷄百花奬)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명실공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독보적’인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배우 특별전에서는 손예진 배우가 출연한 영화 6편을 다시 볼 수 있다. 명랑하면서도 비극적인 사랑의 두 주인공 ‘지혜·주희’를 연기한 클래식(2003), 기억을 잃어가며 슬픈 사랑을 온몸으로 받아낸 내 머리 속의 지우개(2004)의 ‘수진’, 두 남편과 결혼한 발칙한 아내 역을 맡은 아내가 결혼했다(2008)의 ‘주인아’, 어디서도 볼 수 없던 호러 로맨스를 보여준 오싹한 연애(2011)의 ‘여리’, 광기와 분노에 휩싸인 히스테릭한 ‘연홍’을 연기한 비밀은 없다(2016), 조국을 잃어버린 황녀의 애환과 비통함을 기품 있게 그려낸 덕혜옹주(2016) 등이다. 모은영 프로그래머는 “손예진 배우는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여러 장르를 망라하며 정형성을 탈피하고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한 독보적인 매력의 21세기 대표 배우다. 작품과 장르를 가리지 않는 열연으로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 온 그의 깊이 있는 연기 세계를 함께 발견할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첫사랑의 아이콘으로 관객의 사랑을 받았던 손예진 배우의 대표작들을 부천에서 다시 만나보자.
생태 환경 수업 대백과 100 (전상현 지음, 카시오페아 펴냄, 432쪽, 2만5,000원) 현직 초등학교 교사로 탄소중립 선도학교를 담당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엮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을 반영해 생태전환교육 및 ESD 환경교육 중심의 수업과 활동으로 구성했다. 여러 교과나 행사에 맞는 수업 준비물과 지도방법, 팁을 담고 있어 현장에서 필요한 수업 아이디어를 바로 찾아 응용할 수 있다. 상상하는 공학 진화하는 인간 (KAIST 기계공학과 지음, 해냄출판사 펴냄, 316쪽, 1만9,800원) ‘기술 혁명 시대’에 나날이 고도화되는 기술 변화를 따라가기 힘든 비전공자들을 위해 KAIST 기계공학과 교수 27명의 지식을 한데 모았다. 첨단 기술의 원리와 적용 사례, 그리고 발전 가능성까지 깊이 있는 지식을 어렵지 않게 이해하도록 차근차근 설명한다. 사람이 기계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계와 융합해 진화할 가능성까지도 살펴본다. 미래형 교육혁신, 국제바칼로레아 IB (김은미 지음, 리케이온 펴냄, 205쪽, 1만5,000원) IB 교육이 생소한 교사·학생·학부모를 위해 IB 교육 전반을 쉽게 풀어냈다. 저자는 IB 교육이 학생의 주도성을 강조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적합한 교실수업 개선 방법이라고 강조하며, 핵심 가치와 주요 프로그램을 상세히 소개한다. 독자의 직관적 이해를 돕기 위해 스위스 IBO 홈페이지의 내용을 개조식 서술과 표로 담아냈다. 챗GPT 사용설명서 버전업 2024 (송준용 등 지음, 여의도책방 펴냄, 484쪽, 2만5,000원) 점점 사회인의 필수 소양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챗GPT 사용법을 한 권에 담았다. 플랜별 성능 차이와 요금 같은 기초 정보부터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고급 프롬프트 입력까지 단계별 스킬을 알려준다. 오픈 AI에서 제공한 가이드와 검증된 사용자들의 팁, 그리고 저자가 직접 검증해 바로 쓸 수 있는 분야별 프롬프트 템플릿을 제공한다. 선생님과 함께하는 하루 문학 여행 (국어 선생님 97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320쪽, 2만2,000원) 현직 국어교사들이 문학작품 속 현장을 직접 찾아가 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97명의 교사가 주요 작가의 활동 공간과 문학작품 속 배경이 되는 현장을 직접 답사했다. 단순한 소개가 아니라 방문지에서 주목할 점, 작품 내용과의 연관성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답사 전후에 필요한 활동을 소개해 의미 있는 체험학습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바빌론의 부자 멘토와 꼬마 제자 (조지 S. 클레이슨 지음, 김용준 번역, 퍼스트펭귄 펴냄, 308쪽, 1만8,500원) 1929년 미국 대공황 당시 ‘절대 변하지 않는 부의 원리를 담아낸 위대한 고전’이라는 찬사를 받았던 ‘바빌론 최고의 부자’를 새롭게 펴냈다. 고대 바빌론의 점토판에서 영감을 받아 쓴 이 책은 어려운 경제 용어 대신 흥미진진 이야기 속 인물들의 여정을 통해 세상 돌아가는 이치와 부의 원리를 알려준다. 페트병 속 물고기, 루비 (윤제훈 지음, 2H 그림, 하움출판사 펴냄, 168쪽, 1만4,000원) 현직교사가 쓴 환경동화. 물고기 루비가 지구온난화로 위험한 병에 걸린 친구를 구하기 위해 겁 많은 소년 현성과 함께 한라산으로 떠나는 모험담이다. 어린이들이 환경문제를 조금이나마 쉽게 이해하고 환경보호를 위해 스스로 할 수 있는 작은 일부터 실천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즐거운 소음 (폴 플라시시먼 글, 에릭 베도스 그림, 정지인 번역, 다산어린이 펴냄, 172쪽, 1만7,000원) ‘두 사람을 위한 시’라는 부제를 가진 독특한 시집.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모두 두 개의 단으로 구성돼 있어 함께 낭독할 사람이 필요하다. 친구나 교사, 학부모와 짝을 지어 일정 부분까지는 함께 읽다가 일정 구간은 번갈아 가면서 읽도록 돼 있어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감각을 느낄 수 있다. 이런 개성을 인정받아 1989년 뉴베리 대상 수상을 비롯해 많은 호평을 받았다.
“인간관계는 고슴도치의 사랑과 같다” 고슴도치는 서로 가까이 다가가면 상처를 입는다. 상대의 가시에 찔리는 탓이다. 다치지 않으려 상대방에게서 멀찍이 떨어지면 이번에는 외로워진다. 그래서 또 다른 고슴도치에게 다가가고, 아픔을 겪기를 거듭한다. 사람들의 인간관계는 어떨까? 별다르지 않다. 사이가 가까워지면 상대 때문에 힘들어지고, 멀어지면 쓸쓸해진다. 이렇게 사람들은 상처와 외로움 사이를 끝없이 오가며 고통받는다. 철학자 아르투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r, 1788~1860)의 말이다. 학교에서의 사람 사이도 비슷하다. 7월은 1학기 끝물에 접어드는 시기다. 첫 만남의 서걱거리고 어색한 분위기는 진즉 사라지고 없다. 아이들끼리도, 선생님과 학생 사이도, 선생님들끼리도 살갑고 친근한 대화가 오간다. 하지만 가까워진 만큼 사이가 삐걱대는 상황도 점점 많아질 테다. 선 넘는 학생, 경우 없는 동료 탓에 마음고생하는 때가 얼마나 많던가.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거리 두기’를 강조한다. 적절히 떨어져 있는 관계가 건강하다는 의미다. 그는 적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비결로 ‘예의’를 강조한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예를 갖추어야 관계가 틀어지는 일이 적겠다. 안타깝게도, 교사는 좋은 관계에 필요한 적당한 선을 계속 넘나드는 직업이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싫은 말도 해야 하는 법이다. 이를 간섭으로 느끼며 맞서는 아이들도 적잖다. 그때마다 우리는 감정노동에 휩싸인다. 안 좋은 말을 하고, 누군가의 미움을 사는 일을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동료 선생님과의 관계도 그렇다. 일이 존중과 배려만으로 진행되기는 어렵다. 각자의 생각은 다르기 마련, 불편한 소리가 오가고 마음이 회색빛으로 물드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쇼펜하우어는 인간 사이는 고슴도치끼리의 사랑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픔을 겪지 않으면서도 정겹게 학교생활을 꾸릴 방법은 없을까? 이 물음에 쇼펜하우어는 돌직구를 날릴 듯싶다. “희망을 버리세요. 우리의 삶은 고통일 뿐이니까요.” 절망을 느껴야 마땅하겠지만, 오히려 그의 말은 선생님들에게 큰 위안으로 다가간다. 왜 그럴까?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희망을 버려라” 쇼펜하우어는 ‘염세주의자’라고 불린다. 그는 희망을 품지 말라고 대놓고 주장한다. 세상은 아픔과 슬픔으로 가득 차 있으며, 여기서 벗어날 길이 없는 탓이다. 상대방을 더 좋고 낫게 바꾸겠다고? 절대 성공하지 못할 노력이다. 사람이 어디 바뀌던가. 인간 개조를 외치는 그대는 자신의 안 좋은 습관을 고치는 데 얼마나 성공했는가. 자기도 자신을 못 바꾸는 주제에, 어떻게 자기가 남들은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단 말인가? 쇼펜하우어는 성격은 타고난다고 잘라 말한다. 이를 그는 ‘예지(叡智)적 성격’이라 부른다. 이는 경험 너머에 있는 마음의 본바탕을 일컫는다. 현대 과학의 표현을 빌리자면, ‘DNA에 새겨진 성품’이라고 이해해도 될 듯싶다. 예컨대 소심한 마음이나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은 타고난다. 이를 억지로 고치려 해 봤자 상처받는 경험만 늘어날 터다.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본래 성격을 알지 못한다. 여러 사건과 경험을 겪으며 알아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모습을 쇼펜하우어는 ‘경험적 성격’이라 한다. 7월쯤 되면, 서서히 아이들과 선생님들의 경험적 성격이 쌓여간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라면 학교에서 부딪히는 여러 갈등선 앞에서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충고할 듯싶다. 어차피 사람은 안 바뀐다. 그렇다고 포기하라는 뜻은 아니다. 조금씩 ‘획득 성격’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이는 시행착오와 체험을 통해 깨달은 한 사람의 본바탕이다. 나와 상대의 획득 성격을 제대로 헤아렸다면 관계는 부드러워진다. 예컨대 소심한 아이에게 활발하게 나서라고 다그치지 않으며, 밝고 활기찬 아이에게 과묵해지라고 내리누르지 않게 된다. 사람은 타고난 대로 살고 있다. 그러니 자신들만의 결을 잘 읽어서 성품대로 지내도록 하라. 어찌 보면 상식적인 소리다. 주변 사람은 고통의 동반자다 하지만 쇼펜하우어의 가르침은 보다 깊숙이 들어간다. “인생은 고통이다”라는 그의 외침에는 숱한 위로가 담겨 있다. 우리 삶은 ‘맹목적인 의지’가 지배한다. 의지는 헛헛한 욕망을 채우려 발버둥 친다. 그래서 우리에게 행복의 순간은 짧고 결핍과 불행이 일상을 짓누른다. 스트레스와 고통에서 벗어났을 때도 생활이 신산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이번에는 지루함과 헛헛함이 찾아드는 탓이다. 쇼펜하우어는 늘 이렇게 세상을 어둡게 바라본다. 그렇기에 되레 그의 철학은 일상을 견딜만하게 만들어 준다. 세상은 밝고 행복한 곳이라고, 내 학교생활도 장밋빛으로 가득해야 한다고 믿을 때, 일상은 오히려 더 괴로워진다. 높은 기대치 탓에 소소한 답답함과 괴로움도 버겁게 다가오는 까닭이다. 반면 세상은 어둡고 슬픈 곳이며, 내 학교생활에도 볕 들 날이 없다고 여길 때는 어떤가? 낮은 기대치 덕분에 적은 즐거움과 작은 성과도 큰 기쁨으로 다가오곤 한다. 일상을 대하는 마음의 각오 역시 훨씬 단단해질 테다. 나아가, 그의 주장을 찬찬히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좋은 상태에 있는지를 새삼 깨닫곤 한다. 우리는 고통에 주의를 기울일 뿐, 행복은 당연하게 넘겨버리지 않던가. 예를 들어 맛있는 급식과 쾌적한 에어컨에 우리는 좀처럼 감사함을 느끼지 않는다. 점심이 나오지 않을 때, 고장 후 수리했을 때만 잠깐 그런 마음을 품을 뿐이다. 반면 아이가 안 가져온 결석계, 수업시간에 딴짓하는 몇몇 아이의 표정은 온종일 정신을 뒤흔든다. 우리는 은연중에 일상은 어떤 고민도, 문제도 없이 해맑아야 한다고 믿기에, 이런 ‘소소한(!)’ 사안들 탓에 괴로워지는 것은 아닐까? 이렇게 보면 우리는 이미 충분히 행복한 상태에 있는 셈이다. 큰 고통에 휘둘리고 있다면 이런 자잘한 문제에 생각을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리라. 그러니 충분히 행복한 우리는 눈높이를 낮추어 마음을 내려놓고 고통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법을 익혀야 한다. 쇼펜하우어는 주변 사람은 ‘고통의 동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꼴사납고 이해 못 할 학생이나 동료 탓에 힘든가? 인생은 상대에게도 나에게도 고통이다. 나를 괴롭게 하는 상대방도 나름의 아픔과 힘듦을 겪느라 삐딱한 모습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사람도 나만큼 힘들고 괴로운 상태에 있다. 그러니 연민의 마음을 품고 상대를 바라보라. “관조의 눈으로 바라보면 괴롭지 않다” 물론 이렇게 상대를 대하기란 도사가 되어야 가능할 듯싶다. 그래서 쇼펜하우어는 우리의 시선을 또 한 번 바꾸어 준다. ‘관조(觀照)하는 눈으로 보라. 그러면 괴롭지 않다.’ 사는 곳 근처에서 폭발하는 화산은 엄청난 재앙이다. 그러나 내 삶과 관련 없을 때는 대자연의 장엄하고 아름다운 풍경일 따름이다. 쇼펜하우어는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고 한 걸음 떨어져서 세상을 대하라고 가르친다. 인생은 고통이다. 고통은 욕망 탓에 생긴다. 비극은 아프지만 아름답다. 우리의 인생도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한발 물러서,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인 듯 바라보라. 고통을 내가 마땅히 치러야 할 운명으로 받아들일 때, 우리 삶은 더 높은 수준으로 거듭나게 될 터다. “파테이 마토스, 고통에서 배워라” 쇼펜하우어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해도, 여전히 학교에서의 문제와 마음고생은 사라지지 않는다. 매일 같이 거듭되는 감정노동은 여전히 힘들다. 그래도 쇼펜하우어는 여전히 위안을 준다. 인생은 고통이다. 그렇지만 고통은 우리를 더 고귀하고 수준 높은 깨달음으로 이끈다. 멀리, 빠르게 화살을 날리기 위해서는 활대를 힘주어 당겨야 한다. 고통으로 가득한 일상도 그렇다. 깨달음과 성장은 고통 없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존경받는 원로 선생님의 부드럽고 선한 눈빛을 떠올려 보라. 그 분에게서 뿜어 나오는 담담한 지혜에는 긴 세월 동안 겪은 분노와 좌절 그리고 슬픔이 담겨 있다. ‘파테이 마토스(pathei mathos)’는 ‘고통을 통해 배우다’라는 뜻이다. 쇼펜하우어가 말하는 ‘마음 내려놓음’도 그렇다. 인생은 고통이다. 아픔과 어려움은 인생이 마땅히 치러야 할 숙제와도 같다. 깨달음과 편안함은 이를 기꺼이 받아들일 때 열린다. 지혜는 겪어야 할 것을 다 겪고, 느껴야 할 것을 다 겪으며 영근다. 7월은 학년도의 절반을 마무리할 때다. 쇼펜하우어의 철학은 격한 교직생활에서 한 발 떨어져 숨을 고르게 하는 ‘작전 타임’과도 같다. 상처받은 마음을 추스르며 학년도의 나머지를 성장으로 가득 채우셨으면 좋겠다.
아동학대가 사라지지 않는 원인 재이해 서이초 사태 이후 만들어진 ‘교권보호 5법’과 후속 조치로 인해 아동학대 신고 사례가 크게 줄었다.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 돼서 수사를 받는 교사의 경우에도 시·도교육감이 ‘정당한 생활지도’라는 의견을 내면 86%가 불입건·불기소 등 ‘혐의없음’ 처분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홍다영, 2024). 그렇다고 해서 아동학대 건으로 형사처벌 받는 교사가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일례로 2024년 1월, ‘뺨 때리고 음식 고문까지’ 한 것으로 의혹받는 어린이집 교사가 경찰 수사를 받은 사건을 들 수 있다(박아름·진선우, 2024).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으로 인해 아무리 처벌을 강화해도 사회의 범죄나 학교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과 같다. 어린이집의 경우에는 CCTV도 설치되어 있어서 ‘분노폭발에 따른 아동학대’가 교사 자신에게도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올 것임을 알면서도 이러한 사건이 이어지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번 호에서는 ‘자제력 고갈’과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의 관점에서 원인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자제력은 소모성의 유한 자원 로이 바우마이스터와 동료들이 제시한 ‘자기조절 강도 모델’에 따르면 의지력(자제력)이란 한정된 양의 에너지에 의존하는 내면적 역량이다(Muraven, Tice, and Baumeister, 1998. Mischel, 2015: 259에서 재인용). 이들에 따르면 의지력은 근육과 같아서 의지력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면 심리적 근육이 피로해지고, 그 결과 충동억제 의지력이 일시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히쓰와 히쓰(Heath Heath, 2010: 25-27)도 인간이 가진 자제력은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입증하는 실험의 하나로 ‘음식 지각력 연구’를 들고 있다. 이 실험의 1단계에서는 배고픈 상태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팀(쿠키 팀)은 초콜릿칩 쿠키를 먹도록 허용하였고, 다른 한 팀(무 팀)은 바라보고 냄새는 맡지만, 먹지는 못하게 하고 대신 무를 먹도록 하였다. 2단계에서는 ‘푸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고안된 퍼즐’을 제공하여 이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참고 수행하다가 포기하는지를 조사하였다. 그 결과 쿠키 팀은 평균 19분 동안 퍼즐 풀기에 임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34번의 성의 있는 시도를 수행했다. 반면 무 팀은 쿠키 팀이 소비한 시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분 후에 포기했고, 가까스로 19번을 시도했을 뿐이었다. 히쓰와 히쓰는 무 팀이 그렇게 쉽게 포기한 이유를 근육 피로도의 원리로 설명한다. “헬스클럽에서 벤치프레스(벤치에 누워 역기나 아령을 올리는 운동)를 할 때와 같은 원리이다. 첫 번째는 들어올리기가 쉽지만 횟수를 거듭할수록 근육은 지치게 되고, 마침내 더 이상 역기를 들어 올릴 수 없게 된다.” 무 팀은 먹고 싶은 쿠키의 유혹에 저항하느라 이미 자제력을 다 써버린 상태였기에 난해한 문제 앞에서 오래 버티기가 힘들었던 것이다. 이와 유사한 다수의 연구를 통해 심리학자들은 자제력이 소모성 자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Heath Heath, 2010: 27). 적응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인 상황과 다를수록 사람들의 자제력은 빨리 소모된다. 평소에 느리게 걷던 사람이 빨리 달려야 하는 상황에 처하면 속도가 높아질수록 포기 시간이 짧아지는 것과 같다. 결국 자제력이란 ‘충동을 억제하고 좌절과 실패 앞에서 인내를 잃지 않는 데 필요한 정신근육’이다. 언론에 보도된 보육교사들이 CCTV 앞에서도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행동을 하는 것은 이미 자제력이 고갈되어 충동억제가 불가능한 상황에 부닥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개인의 자제력이 고갈되기 쉬운 소모성 자원임을 깨달으면, 보육교사가 아니라 이들을 극한의 상황으로 몰아넣는 ‘정부의 지침이 아동학대의 주범’임을 알게 될 것이다(손가영, 2016.10.23.). 학생의 자제력만이 아니라 교사의 자제력 또한 소모성의 유한 자원이다. 교사·경영자·학부모와 학생, 그리고 정책 당국자가 이 점을 깨달을 때 자제력 고갈로 인해 발생하는 우발적 사고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 나오게 될 것이다. 자제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 자제력(의지력)에 대한 개인 신념의 차이가 자제력 발휘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이 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캐럴 드웩 연구팀에 따르면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한정된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보다 스트레스가 높은 시험기간에 훨씬 더 바람직한 생활태도를 보였다. 이처럼 힘든 정신활동 후에 기력이 저절로 다시 채워진다고 믿는 사람들은 피로한 경험 후에도 의지력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반면 힘든 경험을 하면 에너지가 고갈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의지력 저하를 나타냈고, 에너지를 충전하기 위해 휴식을 취해야 했다(Job, Dewck, and Walton, 2010. Mischel, 2015: 262-263에서 재인용). 이를 바탕으로 그들은 우리가 자신의 통제능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점을 확인시켜 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하지만 이 결론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이러한 결론을 내리려면 한 그룹에게는 의지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게 하고, 다른 그룹에게는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도록 한 후 이들을 대상으로 비교 실험을 해야 했다. 더 밝혀야 할 것은 왜 어떤 사람들은 자제력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은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가의 문제이다. 유전적 차이는 그러한 신념의 차이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미치는지, 의지력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경험 기회 제공을 통해 한계가 없는 자원이라는 신념을 심어줄 수 있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연구도 필요하다. 개인 신념의 차이라고 생각할 경우에는 자칫 의지력이라는 것이 한계가 있는 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의 책임으로 돌리게 될 수 있다. 나아가서는 그렇게 교육시킨 부모와 학교의 탓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책임론은 현실의 문제해결에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한다. 유전적 차이가 미치는 영향과 환경과 교육의 차이가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질 때 문제해결이나 개인 이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드웩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은 의지력 수준에는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만일 자신의 의지력 수준이 낮다면 분노를 조절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의지력이 낮은 사람을 개인의 탓으로 비난하기보다는 그들의 특성을 파악하여 조직과 개인이 도울 수 있는 길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부정적인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재구성하여 감정조절력을 높이고, 자신에 적합한 대처방법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인지행동치료(CBT)와 심호흡 운동, 순차적 근육 이완 등과 같은 이완 훈련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분노폭발을 예방하는 좋은 접근이 될 것이다. 자제력 수준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개인의 자제력 정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앞서 이야기한 교사들의 노동 수준과 강도, 특정 행동이 가져올 보상과 벌의 수준 외에도 개인 자제력 절대 수준, 특정 상황 친화 수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같은 여건 속에서도 자제력을 상실한 교사와 그렇지 않은 교사가 있는 이유는 자제력 절대 수준의 차이에 기인한다. 쉽게 화를 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처럼, 자제력 정도에서도 개인차가 크다. 이러한 개인차는 타고난 성품과 학습의 결과로 생긴다. 개인의 자제력 차이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인인 ‘특정 상황 친화 수준’, 즉 자기가 하는 일을 좋아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가령 아이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보육교사를 하고 있을 경우, 유치원이나 학교에 근무하기 싫지만 상황 때문에 떠나지 못하고 남아 있는 경우에는 자신의 성향과 불일치 정도가 크기 때문에 자제력이 빨리 고갈된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에서는 자제력 고갈을 쉽게 경험하더라도 자기 적성에 맞는 다른 직업에서는 더 오랫동안 자제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따라서 교직 적·인성검사를 강화하고, 교사 스스로 교직이 자신의 적성에 맞는지를 되돌아볼 기회를 주며, 나아가 적성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이직을 돕는 프로그램도 운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녹음과 관련된 문제는 사실 하루 이틀의 일이 아니다. 다만 작년 유명 웹툰 작가 자녀를 정서적으로 학대했다는 혐의를 받은 특수교사 사건에서 학부모가 학생 가방에 녹음기를 몰래 넣어 녹음한 내용을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하면서 다시금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비단 이런 학부모의 녹음뿐만 아니라 교원들 역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상담과정을 녹음해도 되는지를 궁금해하거나, 학생 본인이 학교생활을 직접 녹음하는 일로 벌어지는 문제 등 학교현장에서 녹음과 관련한 다양한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녹음에 대해 법은 어떻게 정하고 있는지, 주의할 점과 대응방법에는 무엇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보도록 하자. 녹음과 관련된 「통신비밀보호법」 규정과 해석 「통신비밀보호법」은 누구든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한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1항). 이를 위반하는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하여 별도로 벌금형이 정해지지 않아 중한 범죄로 취급되며(「통신비밀보호법」 제16조 제1항 제1호), 재판 또는 징계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도 두고 있다(「통신비밀보호법」 제14조 제2항 제4조). 이처럼 「통신비밀보호법」이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없다고 하므로, 녹음하는 사람이 대화에 직접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다. 또 대화하는 사이에서 녹음에 대한 상대방의 동의를 얻거나 녹음한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도 아니다. 관련하여 학교에서 자주 묻는 예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닌 예 ① 학부모와의 전화 통화 과정에서 선생님이 학부모 몰래 녹음함.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선생님 몰래 녹음함. ② 대면 상담과정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학부모 몰래 녹음함. 마찬가지로 학부모가 선생님 몰래 녹음함. ③ 위협을 당하는 학생이 위협하는 학생 몰래 녹음함. ④ 수업 중 소란을 부리는 학생의 말을 선생님이 몰래 녹음함. ⑤ 학생이 선생님의 수업을 몰래 녹음함. 그렇다면 다수에게 말하고 있거나 큰 목소리로 말하고 있어서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이를 듣고 녹음할 수 있을 때는 어떨까?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이라고 하였는데, 다수에게 말한다거나 큰 소리로 말한다는 것은 이미 공개된 대화이니까 대화 중이 아닌 사람도 녹음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이와 관련하여 선생님이 수업시간 중 학생들에게 하는 말은 통상적으로 교실 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으로서 교실 내 학생들에게만 공개된 것일 뿐, 청취자가 다수였다는 사정만으로 ‘공개된 대화’로 평가할 수는 없고, 따라서 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행동을 위법하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다(대법원 2024.1.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참조). 또한 ‘공개되지 아니한’이란 반드시 비밀과 동일한 의미는 아니고, 들리는 범위 내라고 하더라도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하는 행위 역시 처벌될 수 있다고 판단한 사례도 있다. 그러나 해당 사례는 대화가 공개된 것인지는 발언자의 의사와 기대, 대화의 내용과 목적, 상대방의 수, 장소의 성격과 규모, 출입의 통제 정도, 청중의 자격 제한 등 객관적인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하여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의 녹음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닐 가능성도 열어두고는 있다(대법원 2022.8.1. 선고 2020도1007 판결 참조). 이러한 판례를 바탕으로 하였을 때, 학교에서 자주 묻는 예시 상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는 예 ① 부모가 자녀의 가방에 몰래 넣은 녹음기로 교실에서 선생님의 수업을 녹음함. ② 선생님과 학부모가 교무실에서 상담하던 중 큰 소리가 들리자, 교무실에 있던 다른 사람이 녹음함. ③ 몇몇 학생들이 누군가에 대해 험담하는 것을 듣게 되자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학생이 녹음함. 유명 웹툰 작가 사건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했는데?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녹음은 재판이나 징계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라는 ‘위법수집 증거’의 문제도 있겠지만,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애초에 「통신비밀보호법」이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담임교사가 수업 중 학생에게 “학교 안 다니다 온 애 같아, 저쪽에서 학교 다닌 거 맞아, 1·2학년 다녔어, 공부시간에 책 넘기는 것도 안 배웠어, 학습훈련이 전혀 안 되어 있어, 1·2학년 때 공부 안 하고 왔다갔다만 했나봐”라고 말하는 등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사례에서 부모가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것의 증거능력을 인정할지가 문제 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담임교사의 수업 중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대화이며, 부모가 몰래 녹음한 것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학생의 연령과 부모가 학생의 친권자라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제삼자의 녹음에 해당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였다(대법원 2024.1.11. 선고 2020도1538 판결 참조). 사실 위와 같은 2024년 1월 대법원의 판례가 있기 전까지 하급심(제1심·제2심) 법원들의 판단은 다른 경우가 다수 있었다. 위 사례도 하급심에서는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보았다가 대법원에서 판단이 바뀐 것이고, 그렇기에 굉장히 주목된 판례였다. 해당 판결에 따라 일반적인 초·중·고 학생들에게 부모들이 학생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녹음한 행동은 불법한 것이고, 증거로도 쓸 수 없다는 점이 명확히 확인되었다. 그런데 위와 같은 대법원판결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있던 유명 웹툰 작가의 판결에서는 여전히 문제 된 녹음이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대중적인 관심이 쏠린 이 사건의 판결로 학부모들은 법원에서 문제없음을 인정해 주었다며 자녀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는 경우가 빈발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학생이 장애학생이어서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점을 주요한 근거로 삼은 매우 예외적인 사례이고, 이후 제2심과 대법원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다. 이런 구체적인 검토 없이 자녀에게 녹음기를 부착시켜 보내는 학부모들의 행동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소지가 매우 큰 위험한 행동이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만 아니면 될까? 이렇게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는 대화자 간 몰래 녹음의 경우 범죄가 되지 않으므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런데 범죄가 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음성권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 될 수 있다. 법원은 누구나 자신의 음성이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방송·복제·배포되지 않을 권리를 가지는데, 이를 헌법적으로 보장되는 권리라며 음성권을 인정하였다. 다만 녹음에 대한 정당한 목적 또는 이익이 있고 녹음자의 비밀녹음이 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에서 이루어져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정도라면 비밀녹음은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한다. 음성권이 문제 된 사안에서 녹음된 내용에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이 없고, 증거 확보의 긴급성이 있으며, 녹음파일과 녹취록 등이 법원이나 수사를 위한 수사기관에 제출하는 것에만 사용하였다고 하여 몰래 녹음한 행동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정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19.7.10. 선고 2018나68478 판결). 이를 토대로 살펴보면, 음성권 침해 여부는 녹음된 내용과 몰래 녹음하게 된 경위, 그리고 녹음된 내용을 어디에 사용하였는지가 핵심이다. 만일 학부모가 교사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고, 이를 다른 사람에게 무분별하게 제공하는 등의 행동을 하였다면, 이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음성권 침해로 손해를 배상하게 될 책임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교사가 학부모와의 대화를 몰래 녹음하였다고 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므로, 녹음된 내용은 방어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함부로 유포해서는 안 된다. 학부모가 아닌 학생 스스로가 녹음한다면 어떨까? 학부모는 학교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 아닌 것이 명확하므로, 자녀의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보내 녹음하는 행동은 원칙적으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된다는 점은 이미 설명했다. 판단이 어려운 것은 학교에서 학생이 직접 녹음하는 경우이다. 수업을 몰래 녹음하는 학생을 발견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학생들은 대부분 복습을 위해 녹음을 하게 되지만, 수업을 진행하는 교원으로서는 부담이 상당하다. 학생은 수업에 참여하는 사람이고, 따라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동의 없이 이를 녹음하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은 아니다. 다만 주로 수업을 진행하는 교사의 음성이 녹음될 것이므로 음성권 침해가 문제 될 소지는 있다. 이에 교육부 학교교수학습혁신과에서는 ‘수업 중 학부모·학생의 녹음 관련 가이드라인’을 통해 학생이 수업 전에 교사에게 녹음을 신청하고 허가를 받아야 하며, 교사의 허가를 얻더라도 허가된 목적 외로 활용될 소지가 있다면 녹음을 중단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수업 중 녹음된 음성을 무단 배포하는 것은 교육활동 침해 행위 및 조치 기준에 관한 고시에 따른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된다. 학생에게 이러한 기준이 존재함을 설명하고, 향후 수업 녹음에 대해 주의하라고 당부하여 한정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도록 지도함이 타당하다. 가장 큰 문제는 학교에 상주하는 모든 시간을 녹음하는 학생이다. 수업 중이거나 학생 본인이 다른 학생과 직접 대화하는 과정에서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이 아니지만,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설령 들리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진 것이더라도 다른 학생들 사이의 대화까지 녹음하는 것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지가 크다. 교실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서로 목소리를 높여 대화를 나누는 학생들의 말이 전부 녹음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을 교사가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학생은 녹음의 이유가 학교폭력이나 아동학대 증거를 잡겠다는 등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막상 교사로서 학생이 불법한 행위를 한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할 수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이렇게 학생이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사가 알았다면, 이미 다른 학생들 사이에서도 해당 학생의 녹음 사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친한 친구에게 비밀을 말해준다며 녹음 사실을 말했을 수 있고, 몰래 녹음한 음성을 다른 학생에게 들려주면서 “누가 뒤에서 너 욕하고 다닌다”라는 등으로 말하여 학교폭력 사안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결국 이런 사실이 퍼져나가면 자연스럽게 다른 학생들이 다가가기를 피하게 되며, 학부모들도 자녀에게 해당 학생과 어울리지 말라고 해 외톨이로 전락한다. 이런 당연한 결론을 당사자는 모른다. 따라서 몰래 녹음을 계속하는 학생을 알게 되었다면 학생과 보호자에게 이런 사례들을 알려야 한다. 또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음과 동시에 따돌림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임을 알리고 학생 본인과 자녀를 위해 올바른 방법이 아니라는 방식으로 교육적 지도를 시도해 볼 수 있겠다.
EBS(사장 김유열)가 교육 메타버스 ‘위캔버스(WeCanVerse)’의 ‘안전교과’ 신규 콘텐츠 체험이벤트를 연다. 올 1월 학교안전공제중앙회와의 업무협약을 통해 개발된 3D ‘안전교과’ 콘텐츠는 현직 교사의 교수 설계와 외부 감수를 거쳐 개발됐다. 학교에서 안전사고가 주로 발생하는 장소와 상황을메타버스 공간에 재현해, 교육 효과를 이끌도록 설계했다. 또 3D 가상공간 속 전시관, 런게임 등의 각종 교사저작도구(UGC)를 이용할 수 있어, 공간적 제약 없이 다양한 안전교육 활동이 가능하다. 31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이벤트는 전국 초·중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추첨을 통해 선정된 32명의 교사와 해당 교사의 학급에는 푸짐한 상품이 전달된다. 이벤트에 참여한 모든 교사에게는 음료 기프트콘을 증정한다. EBS 관계자는 “‘안전교과’ 콘텐츠를 통해 전국 교사가 공간적 제약 없이 안전사고 사례 체험 및 문제해결학습을 바탕으로 효과적인 교육활동을 계획하길 바란다”며 “나아가 안전교육의 사각지대가 해소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위캔버스’는 EBS와 한화시스템이 함께 개발한 국내 최초 3D 기반 교육용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교과과정과 연계한 체험형 학습 콘텐츠를 비롯해 학급 운영에 필요한 출결 및 과제 관리 등 학습관리시스템(LMS)의 기능을 통합적으로 제공한다. 개인용 PC, 스마트폰, 태블릿 PC 등 다양한 기기환경에서 접속할 수 있으며, 사이트(https://wecanverse.co.kr) 또는 앱스토어에서 설치 후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3월부터 학교폭력전담조사관(학폭전담조사관)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일선 교사 중 절반 이상은 그 실효성을 체감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교총은 3일 학폭전담조사관제도 시행 100일을 맞아 지난달 6~21일 전국 초·중·고 교원 3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폭전담조사관제 도입이 학교 현장에 도움이 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42.5%로 ‘그렇다’는 응답(36.2%)보다 많았다. 특히 ‘학폭전담조사관제 도입으로 업무가 줄었냐’는 질문에 과반인 53.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줄었다’고 답한 교원은 28.5%였다. 또 ‘제도 도입으로 민원이 줄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56.8%였으며, ‘그렇다’는 응답은 22.0%에 그쳤다. 이는 제도 시행 초기 안착 단계에서 나타나는 문제로 인한 부정적인 평가와 함께 제도 보완 시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혼재된 결과라는 것이 교총의 의견이다. ‘학폭조사관의 조사 때 교사 동석 여부’에 대해서는 ‘학교폭력 사안에 따라 동석한다’는 응답이 35.9%로 가장 많았으며, ‘모든 조사에 동석한다’는 응답도 33.2%에 달했다. ‘모든 조사에 동석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18.6%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서울에 근무하는 응답자의 52.3%가 ‘모든 조사에 응답한다’다고 답한 반면 제주는 12.2%가 ‘모든 조사에 동석한다’고 답해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관의 사안 조사 처리 기간에 대해서는 62.4%의 응답자가 ‘학교가 맡는 것보다 더 걸린다’고 답했다. ‘(학교보다) 더 빠르다’는 응답은 8.1% 수준이었다. 교사를 대신해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조사와 보고서 작성, 위원회 참석 등을 맡아 처리함으로써 교사의 학교폭력업무와 민원 부담을 줄이겠다는 당초 취지가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때 논란이 됐던 ‘학폭전담조사관의 아동학대 범죄전력 조회 방식’에 대해서는 33.6%가 ‘학폭조사관이 직접 조회해 교육청에 제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33.0%는 ‘관내 있는 모든 학교가 조회’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폭조사관제도의 안착을 위해 가장 보완해야 할 점으로는 ‘신고 접수 및 초기 대응, 사안 조사, 종결까지 조사관이 전담해 사안 처리’가 36.2%로 1순위로 꼽혔으며, ‘일정 조정을 학폭전담조사관에게 이관 및 조사 준비 등 교사의 행정업무 제외(25.2%)’, ‘학폭전담조사관의 전문성 강화(9.0%)’ 등이 뒤를 이었다. 이와 관련해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실질적인 교원 업무 경감과 민원 부담 해소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학폭전담조사관에게 일정 조율 등 일부 업무를 이관하고, 장기적으로는 사안 신고부터 종결까지 전 과정을 조사관이 맡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교원의 업무 및 민원 부담 해소를 통한 교육 전념환경 조성과 조사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보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요즘 교육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이와 아울러 한국 학생들의 기초학력 저하에심각성을 느끼는 교사도 있다. 이것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필자는 교직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하였다. 초등학교 1학년 문자지도에서 5학년과 6학년을 가르친 경험은 내가 교육계를 떠나올 때까지 평생 잊을 수 없는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간과하였던 것이 있다. 그것이 바로 '대분수' 정의이다. 지금도 3학년 교육과정에서 처음 다룬다. 아무 생각없이 아이들이 대분수의 본 뜻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 당연시 하였고, 교사시절 내내 나도 사전을 찾으면서 정의해 본 경험은 없다. 돌이켜보면다 다른 사람은 잘 아는데 나만 모른 것 아니었는지 자책감이 들어 부끄럽기도 하다. 이 용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아이들에게 5,6학년 과정에서 분수 계산 지도를 얼마나 많이 하였던다. 아아, 통재라! 대분수라는 한글에는 속뜻이 들어 있지 않다. 그러나 요즘 필자가 한자를 뜯어보면서 전광진 교수가 편찬한속뜻풀이 초등국어사전을 찾아보니 확실히 알게 되었다. 기본어인 분수를 알고 가분수, 대분수, 진분수의 구별은 그 속뜻을 이해하므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속뜻사전에서는 대분수(帶分數)는 지닐 대(帶), 나눌 분(分), 셀 수(數).정수가 진분수(眞分數)를 지니고 있는 것. 3과 2분의1 따위로, 일반 국어사전에서는정수와 진분수의 합으로 이루어진 수, 2 ¼, 31/5따위를 이른다고 설명되어 학생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고 설명하지도 못한다. 한자어를 모르면 무작정 암기할 수밖에 없기에 학생들이 힘들어 한다.지닐 대(帶)는 허리에 차는 검을 대검이라고 하는데,대(帶)자의 뜻을 모르니 답답하게느껴진다. 국어교육에서 기본한자를 익히자는 것은 중국문자를 배우자는 차원이 아니다. 이미 우리 문화에는 한자가 깊이 들어와 있음을 안다면 이해가 될것이다. 한글은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한글은 표음문자이다. 한글은 쉽지만 한국어는 어렵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한글로 써 놓은 문자를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고 해서 그 뜻을 다 알고, 이해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독서와 독해는 차이가 있다. 그래서 기초단계인 초등학교 수준에서 학습능력에 영향을 주는 어휘력을 확실하게 익혀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쉽지 않는 것이 학습용어에 한자어가 많다는 사실이다. 이 한자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니 한글도 틀리게 되는경우가 허다하다. 기초학력 부진의 큰 원인은 어휘력 부족으로 학업성취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어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기초학력 부진 문제해결은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일과 다름이 없다. 그리고 학생 개개인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조건이다. 학교에서 사전을 찾고 이것을 즐거움으로 아는 학생들, 그리고 열심히 가르치는 선생님들의 노력에 의하여 우리의 교육 수준은 한층 향상될 것으로 믿는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21대 국회에서 완결하지 못한 입법과제와 22대 국회에서 정책 현안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각 분야의 483개 주요 현안을 정리했다. 이중 초·중등교육분야와 고등교육분야 등 교육이슈 및 현안으로 제시한 16개 과제에 대해 쟁점과 전망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윤석열정부는 지방대학 생존과 관련해 지역-대학 동반성장을 위한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와 글로컬대학30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역과 대학의 협력을 통해 인재양성과 취업·창업을 넘어 정주여건까지 개선하는 선순화 구조를 목표로 하는 RISE 사업을 위해 지방자치단체에 대학지원 관련 권한을 위임 또는 이양하고 각종 규제를 완화해 지자체가 대학지원을 주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그동안 추진되던 지방대관련 활성화사업과 대학재정지원사업을 2025년부터 통합해 교육부의 대학재정지원 예산의 50%를 지역주도 대학 지원 예산으로 이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를 위해 현재 부산, 대구, 충북, 전남·북, 경남·북 등 7개 지역이 시범지역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지자체가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전문성이 부족하고 조직과 인력이 갖춰져 있지 않은 점이나 지자체 간의 관심과 지원 여력의 차이로 인해 지역 대학 간 불균형이 심화될 우려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회입법조사처는 지자체가 RISE를 추진하고 지역대학을 효과적으로 지원·관리할 수 있도록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 개정을 권하고 있다. 현행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역균형인재육성지원위원회와 지역협업위원회의 역할과 구성을 조정하고 통합해 별도 위원회를 구성하거나 현 위원회의 역할 분장을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글로컬30 사업의 경우 인구감소와 산업구조 변화 등으로 지역소멸과 지방대학 위기 극복을 목표로 지역과 긴밀한 협력을 기반으로 동반성장을 추진할 대학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해 학교당 5년간 1000억 원을 지원하는 프로젝트다. 이미 지난해 10개 교가 선정됐으며 올해 10개교, 내년과 후년에 각각 5개교씩 선정한다. 하지만 글로컬대학 미선정 대학과의 격차 해소나 전문대학 지원방안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데다 지정 대학의 성과관리 세부계획이 미비하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으로 특정 분야별 전문대 지정이나 대학구조개혁 추진과 연계, 계획과 연계한 평가 등의 세부 보완이 필요하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제안했다. 대학 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는 등록금과 관련한 정책 제안도 했다. 대학이 법률에서 정한 등륙금 인상률 상한 내에서 자율적으로 인상 폭을 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장학금 II유형 지원과 대학재정지원사업과 연계돼 있어 시실상 대학의 등록금 책정 권한이 침해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국가장학금과 대학재정지원사업 참여에 대학 등록금 인상률을 연계하는 방안을 최소화하고 고등평생교육특별회계와 고등교육재정교부금 신설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국가차원의 인재양성 관련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을 통한 인재양성 정책의 일원화, 인적자원개발기본법 개정 등을 촉구했다. 특히 첨단분야 인력 양성 정책의 안정적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로 과학기술기본법과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연협력촉진법 등의 재정비를 당부했다.
한국사립초중고등학교법인협의회는 김승제(사진)제32대 회장이 1일 취임했다고 밝혔다. 서울 은성중·은광여고 유지·경영 학교법인 국암학원 이사장인 김 회장은 지난 2월 23일 개최한 제209차 이사회에서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현재 한국사립초중고법인협의회 회장으로 이날부터 연합회 회장을 겸직하게 된다. 김 신임 회장은 취임 인사에서 “14년간 동결된 대학 등록금이나 소규모 학교 등의 해산 문제, 사립학교의 자율성 보장 문제, 학교법인 소유 토지에 대한 지방세 문제, 법정부담금 강제 문제, 중대재해처벌법 문제 등 많은 과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며 “모든 사학이 미래 선진 사학의 면모를 갖추어 국제화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 교육을 선도하고, 사학 스스로 연구하고 개혁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진국처럼 사학을 규제하기보다는 지원하는 체제로 변화될 수 있도록 법령이 정비돼야 하고 행정적 기반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사학은 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학의 비율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교육의 발전은 곧 사학의 책임임을 강조하고 사학의 자주성 보장과 규제를 지원으로 바꾸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초·중·고등학교법인, 전문대학법인, 대학법인 등 총 1200여개 학교법인의 이사장들로 구성된 협의체로 사학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공공성을 높이며 교육의 건전한 육성과 회원 상호간의 유대 강화 도모 등에 목적을 두고 있다.
초등학생의 알찬 방학 생활을 돕는 ‘EBS 초등 여름방학생활(이하 방학생활)’이 1일 출간된다. 누적 판매 1530만 부를 기록 중인 방학생활은 우리나라 초등 교재를 대표하는 스테디셀러로, 학생 눈높이에 맞춘 만화 콘텐츠와 다양한 체험활동으로 구성돼 있다. 1·2학년 방학생활은 새 교육과정에 따라 새로운 내용으로 가득 채웠다. 개성 만점의 동물 캐릭터를 내세워 스토리텔링의 완성도를 높였다. 강의마다 교과 연계 문제를 수록, 기초학력을 다지는 동시에 창의력을 키울 수 있게 돕는다. 특히 현직 교사로 구성된 필진이 꼭 알아야 할 교과 개념과 지식을 선별해 만화와 퀴즈로 접할 수 있게 구성했다. 놀이하듯 1학기에 배운 내용을 복습할 수 있다. 방학생활이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는 자기주도학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학생 스스로 교재를 읽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의 내용과 그리기, 만들기, 기록하기 등 혼자서도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TV 강의는 7월 15일부터 주 2회, 5주간 방영된다. EBS 2TV, EBS플러스2 채널과 EBS 홈페이지, 유튜브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15~20분 분량이다. 교재로 학습 목표와 내용을 확인하고 강의를 들은 후 교과 연계 문제를 푸는 루틴을 실천하다 보면, 방학 동안 느슨해질 수 있는 학습 습관을 더 단단히 다질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방학생활은 1~4학년용으로만 출간된다. 초등 고학년은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주제별 심화 탐구를 해볼 수 있는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을 추천한다. EBS 창의체험 탐구생활은 초등학생의 창의체험 활동에 초점을 맞춘 학습만화 시리즈다. 동물, 환경, 탈 것, 미디어, 의복생활, 스로츠, 한국사 등 각 주제에 대해 기초부터 심화한 내용까지 차근차근 알아갈 수 있게 구성됐다.관심사가 뚜렷한 초등 저학년, 중학년도 어렵지 않게 활용할 수 있다. 건강한 먹거리와 식습관, 소화기관의 원리 등을 다룬 1권 ‘잘 먹고 잘 싸는 법’을 선보인 후 지금까지 ▲어쩌다 동물 탐험 ▲우리는 집에 산다 ▲환경을 부탁해 ▲이것도 타고 저것도 타요 ▲궁금한 이야기 안전 ▲접속 미디어월드 ▲슬기로운 의복생활 ▲스포츠 빅리그 ▲한국사를 알고 싶다 ▲우주에서 온 그대 ▲응답하라 전통생활문화 등 총 12권이 출간됐다. 현직 초등 교원들이 집필해 교과 연계성을 높였고, 논술, 만들기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게 구성해 가정뿐 아니라 학교 도서관, 방과후학교 등에서도 활용하기 적합하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가 도입된 지 5개월이 흘렀다.학폭처리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학교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온전히 전념할 수 있도록 새롭게 시행된 이 제도에 대해 현장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긍정적·부정적 평가 공존해 먼저 긍정적인 의견으로는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 심적 부담이 어느 정도 줄었다는 것이다. 조사관이 조사 업무를 담당하고, 학교 업무담당자는 절차를 안내하는 역할을 맡게 되면서 학교가 은폐나 축소, 또는 편파적으로 판단한다는 오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최근 학폭사안을 처리한 교사를 인터뷰했는데, 조사관이 조사할 때, 관련 학부모들이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태도를 갖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 전담조사관을 외부 전문가로 인식하면서 ‘안정적인 거리감’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안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다양한 어려움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제도를 반기는 교사들 입장이다. 반면 지역별로 운영 방식에 차이가 크다는 부정적 의견이 있다. 사안 발생 시 조사관을 필수로 신청해야 하는 지역이 있는 반면, 선택할 수 있는 지역도 있다. 또한 조사 시 교사 동석이 지역에 따라 필수인 곳도 있고, 권장이나 학교장 재량인 곳도 있어 혼란이 크다. 지역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같은 제도가 지역별로 행정 처리 및 운영 방식에 차이가 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조사관과 학생, 학부모 일정을 조율하는 것이 새로운 업무 부담으로 다가왔으며, 부족한 인원으로 인해 조사가 지연된다는 점도 지적한다. 이에 조사관이 직접 일정을 조율하게 하고, 충분한 인원 확보를 통해 신속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가장 큰 문제는 전담조사관 개별 역량의 차이가 크다는 것이다. 보고서 작성이 미흡하거나 조사관의 개별 판단이나 주관이 개입된 경우도 있고, 개별적으로 교사에게 동석을 요구하거나 책임을 전가하기도 했다.조사관의 공통된 역량관리를 위해 전문적·체계적 연수가 필요하다고 여겨진다. 이처럼 현장에서는 제도의 취지와 방향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운영방식 개선과 전담조사관 역량 관리 등 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다양한 소통 통해 문제 보완해야 정책이나 제도를 만드는 사람과 실제 업무를 하는 사람이 다르므로 처음부터 현장에 딱 들어맞는 정책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정책과 제도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힘들다. 학교폭력전담조사관 제도 역시 취지와 방향이 좋아도 꾸준한 숙의 및 개선을 거치지 않으면 현장 안착에 혼란과 어려움이 있을 것이다. 정책을 제대로 안착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 현장과 소통하며 ‘정책의 이상’과 ‘현장의 현실’의 간극을 좁혀 나가려는 세심한 노력이 중요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를 대상으로 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과정을 거치고 자유로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 충분한 소통과 다각도의 노력, 지속적인 개선을 통해 학교와 교사가 본래 업무인 교육력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서 학폭처리에 대한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제도의 바람직한 현장 안착을 기대해 본다.
지난달 2023년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에 따른 의미를 살피고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을 위한 방안을 제안해 보고자 한다. 첫째, 기초학력 미달의 문제는 소수가 아니라 다수의 문제라는 것으로 관점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평가 결과는 2022년도에 비하여 1수준(기초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비슷하거나 다소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감소한다는 것은 의미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중3 및 고2 국어·수학·영어 모든 교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인 비율이 10%에 육박하거나 그 이상이라는 것을 간과하지 않아야 한다. 즉, 기초학력 미달은 학생의 10% 정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수의 문제인 것이다. 학력 부진은 다수의 문제 둘째,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해 전문적이고 세부적으로 중재할 필요가 있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은 학습 전략의 부족부터 누적된 학습결손, 다양하고 복합적인 심리·정서적 문제, 가족 형태의 변화 및 붕괴로 인한 적절한 양육의 부재, 과도한 미디어 노출, 약물 복용 및 중독 등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양한 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진단하고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 있지 않다. 교육 체제를 재구성하고 행·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 셋째, 학교와 교사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지원과 노력이 요구된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지도하는 데에는 더 높은 전문성이 필요하다. 가령, 학교 현장의 기초학력 부진 학생 중에는 경계선 장애 학생들도 상당수다. 이들을 이해하고 지도하기 위해서는 따로 학습하는 노력을 들여야 한다. 또 학습지원 담당 교원, 학습 튜터, 협력 교사 등의 인력이 각각의 전문적 역할을 명확히 수행하게 함으로써 교실 수업을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실제적 도움 주는 지원 요구돼 넷째, 학생들의 근본적인 학습 역량을 계발시켜 줘야 한다. 현장에서는 학생들의 문해력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필기하고 이를 정리하고 익혀 자신의 지식으로 내면화시켜 나가는 기본적인 학습 방법과 태도를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학습전략이 문해력을 위한 읽기 이해 전략과 대동소이하며 이를 의도적으로 가르치는 것이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을 볼 때 교과 내용에 대한 지도와 더불어 학습전략을 별도로 교수하는 노력에 힘을 쏟아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은 학업성취를 하지 못하는 것으로 귀결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기초학력 부진 문제 해결은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학생 개개인이 자아실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필수조건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가 최선의 노력을 들임으로써 학교 교육이 본래의 소임을 다하고 동시에 학교에서 배움의 의미를 찾는 학생들의 웃음과 즐거움이 피어나기를 기원한다.
경기 하남 망월초(학교장 전주은)는 6월 한달 동안 가정폭력·아동학대 예방 교육주간을 운영했다고 밝혔다. 전교생이 참여하였으며 3차시 동안 학년별 수준에 맞는 체험적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저학년 학생들은 가정폭력·아동학대의 의미를 알아보고, 대처하는 방법을 주제로 한 미니 책자를 만들었다. 스스로생각하는 바람직한 가정의 모습을 그림으로 표현했으며, 아동학대 예방 인형극을 영상으로 시청하기도 했다. 고학년 학생들은 가정폭력·아동학대의 의미를 알아보고, 그 종류와 대처 방법을 학습지로 표현했다. 가정폭력·아동학대의 문제점을 드러내는 역할극을 하기도 했으며, 관련한 영상을 시청하며 느낀 점을 쓰고 발표했다. 가족 구성원들이 동등한 입장에서 존중해주면서 생활해야 함을 알게 하고, 건강한 가정 환경을 위하여 지켜져야 할 가정폭력·아동학대 예방에 관한 사항과 방지를 위한 법령과 신고법도 소개했다. 5학년 학생은 “내가 경험하지 않은 슬프고 잔인한 일들이 내 또래에게는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이 안타깝다. 가정폭력·아동학대를 겪고 있는 친구가 있다면 선생님께 말씀드리거나 경찰에 신고해 힘이 되어주고 싶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처럼 망월초는 학생 한 명 한 명이 모두 소중한 존재로 인정받으며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학교·학부모·학생이 모두 가정폭력·아동학대 예방에 더욱 힘을 쏟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