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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3월 1일자 교원인사 과정에서 교육감 직권으로 A고 B교장을 강제로 전보시켰다.징계가 확정되지 않은 교장에 전보조치를 내렸다는 점에서매우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B교장의 전보 조치는 특정노조 소속 교사들과갈등을 겪은 이유가 컸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특정노조 소속 교사 4명은자신들이 원하는 예산집행이 이뤄지지 않자 B교장을 상대로 각종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으로 정해진 정상적인 예산집행이었지만, 이들은 B교장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의심한 것이다. 시교육청은 이 민원을 받아들여 B교장에게 감사를 벌였고, B교장에게 주의·경고·경징계를 내렸다. 이에 불복한 B교장은 재심을 요청했지만 교육감 직권 전보조치로 학교를 1년 반 만에 떠나게 됐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11일 성명을 내고 “정당한 징계절차도 없이 교육감 직권으로 전보조치를 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인사전횡”이라며 “향후 학교장에 대한 교육감 직권 인사조치가 늘어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서울교총은 △교육감이 직권으로 정당한 징계절차 없이 전보 조치할 수 있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 △특정노조 교사들의 지속적인 민원에 따른 교육청 감사가 이미 결과가 예고된 감사였고 앞으로도 얼마든지 이러한 사태가 반복되어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그 파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서울교총은 “법으로 보장된 학교장의 학교운영권을 상급기관의 입맛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더욱 우려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정말 학교장을 하루속히 전보조치 할 만큼의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다면 이번 전보조치에 대해 그 누구도 문제제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조치는 정당하게 학교운영권을 행사하던 학교장에 대해 내로남불 식의 집요한 민원, 이에 따른 편향된 감사, 재심 진행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교육감의 직권 전보조치라 납득하기 어려운 결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교권보호‧복지혜택 가장 큰 관심 ‘무임승차’ 교원 위한 홍보 절실 생활지도 매뉴얼 만들어주길… “靑年委를 홍보단으로 활용하자”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지난달 30일 교총회관에서 진행된 ‘2019 한국교총 상설 및 특별위원회 통합 워크숍’ 위원회별 회의 시간. 18개 분과별 회의실에서는 각종 현안에 대한 현장 교원들의 생생한 경험과 제언이 쏟아졌다. 위원들이 제안한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발전기획위원회=교총의 대외 위상에 비해 내부는 상당히 열악한 상황이다. 이런 사정으로 의지와 달리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제는 교총이 회원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 회원들이 교총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회원들에게 우리 교총, 나의 교총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권옹호위원회=교권침해 사건 발생 시 본인이 처리하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다. 단체협상 시 시·도교육청에 교권침해 담당 부서 및 장학사 등을 둘 것을 포함시키면 좋겠다. 법률지원단 및 변호사가 권역별로 있지만 상설화 돼 있지는 않다. 교권침해 전용 창구를 만들고 교권과 관련해 최소 서기관급 이상이 담당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 ■조직강화위원회=회원들의 관심사 1순위가 교권보호이고 2순위가 복지 혜택이다. 교총이 교권보호 시스템을 더 강화하고 전략을 보호해 회원들에게 적극 홍보해야 한다. 또 학교장이 교원단체 가입을 권유하고 분회장을 격려하는 등 역할 부여가 중요하다. 학교장에 대한 서신 등을 통해 역할과 지원을 강조하면 회세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교육정책개발위원회=초정권적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거버넌스를 만들어 중장기적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추진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 현재는 하부조직에 분과 수가 지나치게 많으며 특수교육 등의 일부 분과는 없다. 학부모 위원의 경우 자녀 학교 진학으로 대표성을 잃을 수 있으니 2년으로 줄이고 중임을 허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연수발전위원회=혁신적인 방법으로 꼽히는 블렌디드 연수를 활성화해야 한다. 보고서 작성, 논술작성 등 실습이 필요한 경우 강사와 수강생이 함께 해야 하기 때문에 집합연수가 필요하다. 서울에서 진행하면 지방 교원들의 참석이 어려우므로 원격과 연계한 블렌디드 연수가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집합과 온라인교육 비율에 대한 피드백도 필요하다. ■교원복지향상위원회=교원들만 참여하고 좋아할 수 있는 차별화된 여행상품이 개발되고 그에 특화된 가이드를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품이 특화된 것이라면 돈을 더 지불하더라도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싸다는 식으로만 안내하면 장기적으로는 이용률이 떨어질 수 있다. 교총을 통해 구입한다는 것은 신뢰가 있다는 의미다. 신뢰에 신경 쓰면 좋겠다. ■언론홍보위원회=학교현장에서는 교총, 전교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싶어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무임승차가 가장 큰 문제이며 교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회세확장 방안 마련과 이에 대한 홍보가 절실하다. 또 예비교사 및 신규교사를 대상으로 한 이벤트를 계속 기획해 SNS 및 모바일 홍보에 활용해야 한다. ■대외협력위원회=외국의 경우 교원단체가 운영하는 좋은 연수가 많다. 외국 교원단체와 협약을 맺고 다녀올 기회를 주면 좋겠다. 또 공통의 관심분야를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서 교류하고 배울 수 있도록 교총이 중계 역할을 하고 공간을 만들어주면 좋을 것 같다. 교총 앱에도 교직에 필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유아교육위원회=유치원은 보육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므로 명칭도 ‘유아학교’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사립유치원이 학교로서의 요건을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부분이 있으며 교육부도 사립유치원의 입장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다. 법 개정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한 해결책을 만들어야 한다. 0~2세, 3~5세에 대한 이원화 된 접근이 필요하다. ■초등교육위원회=명퇴교사 급증과 관련, 스쿨미투의 영향이 크다. 교육청에서 전수조사를 해 관련 내용이 있으면 바로 경찰에 넘기는데, 조사결과 죄가 없어도 낙인이 찍혀 교단에 설 수 없다.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성폭력으로 비하되는 문제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또 교총에서 대회나 정책 제안 공모 등을 통해 생활지도 매뉴얼을 직접 제작해주면 좋겠다. ■중등교육위원회=유초중등 지방 권한 이양은 잘못하면 교육감의 무소불위 권한을 더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권한 이양과 더불어 학교의 자율 경영권 강화가 돼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교육부가 조정 기능을 해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시기상조다. 학교와 지역마다 여건이 달라 소규모 학교는 시행이 어려우며 교원 수급도 문제가 된다. ■대학교육위원회=현재의 대학평가는 소위 보고서를 잘 썼느냐의 문제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오히려 정량평가보다 정성평가로 점수를 가르기가 편한데, 이 때문에 수사가 필요해지는 상황이다. 또 대학이 특성화를 한다고 하지만 개별대학의 설립 목적 등을 감안한 특성은 사실 살릴 수가 없는 상황이다. 전문대와 사립대는 특히 심하다. ■교육전문직위원회=전문직이 지방직으로 되면서 전직 시 처우가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장학관은 4급 대우, 장학사는 5급 상당으로 일률적으로 대우하는 방안이 적절하나 일반직이 헤게모니를 쥐고 있어 해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잘 아는 교육전문직이 아닌 일반직이 정책을 입안함에 따라 정책이 실패하고 불신으로 이어진다. ■사립교육위원회=사립교원의 신규채용 위탁 활성화는 반대한다. 사학 교원은 학교의 건학이념에 맞춰 선발·임용해야 한다. 특히 개정(안)의 △관할청과 협의를 강제 △시험 출제 및 심사위원 1/3 이상 관할청 추천자 포함 부분은 독소조항이다. 채용의 제반 절차에 있어 교육청의 심각한 개입이 불가피하고 사학의 자율성을 심대히 침해할 것이다. ■영양교육위원회=영양교사가 52.8%로 절반 이상의 비율을 넘어선 게 최근 상황이다. 2·3식을 할 경우 석식이 방과후 교육에 포함되지 않아 영양교사는 문제가 발생해도 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고 책임만 과중되고 있다. 늘 시간에 쫓기는 상황이기 때문에 성과급에도 뒤처지는 등 인사 불이익도 받고 있다. 위험수당 신설·지급도 필요하다. ■특수교육위원회=특수교사에 대한 법정 정원 확보가 시급하다. 정원 배치 기준 마련 시 감각장애(청각, 시각, 지체) 학생에 대한 별도기준(탄력조정) 마련이 필요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 관련 법령에 따르면 과밀학급에 대해서는 교육감이 40%의 가감여부를 정할 수 있다. 승인에 대한 교육부의 의지가 매우 중요하다. ■남북교육교류위원회=남북교육교류는 전통놀이, 식생활 등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교육부터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또 통일마라톤과 같이 남북교육자 간 마음을 열 수 있는 행사도 필요하다. 교육에 필요한 물품지원도 고민해봐야 한다. 먼저 탈북학생, 탈북교사들과 만나 통일 후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논의를 이어가면 도움이 될 것이다. ■2030청년위원회=‘시베리아 횡단열차’, ‘임시정부 방문’ 등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역사연수를 기획한다면 의미가 클 것이다. 올해 목표를 시·도 2030 청년위원회 확산의 해로 정하고 이들이 교총홍보단으로 활동하면 좋을 것이다. 홍보 PPT 시연 및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기회를 가지면 홍보에 효과적일 것 같다.
맨손만세…비폭력 변동의 전범 ‘행복추구권’ 교육의 기본 돼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이번 워크숍에서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3‧1운동 100년, 대한민국 100년’을 주제로 초청특강에 나섰다. 대한민국 100년을 돌아보고 교육의 미래 100년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한 원장은 “선생님들이 꼭 알아야 할 역사, 반드시 가르쳐야 할 역사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며 가장 먼저 ‘3‧1운동’을 주제로 이야기했다. 한 원장은 “3‧1운동은 전국 각처, 각계각층에서 국내외 200만 명의 국민들이 3개월 동안 참여한 우리 역사에서 가장 큰 대중 참여운동”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무장박탈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맨손만세운동을 개척했고 비폭력 사회변동의 전범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불가능한 상태에서 가능한 형태를 찾아낸 것이 위대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3‧1운동은 헌법적 측면에서 볼 때에도 유일무이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수립의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역대 헌법 전문에서 3‧1운동과 관련된 내용은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며 “3‧1절은 7‧4 미국 독립선언일, 7‧14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과 같은 차원으로 맥락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 1919년 4월 11일 공포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첫 헌법 ‘대한민국 임시헌장’에 대해서는 “왕국-제국 체제로부터 민주공화정으로서의 혁명적 대전환을 이룬 것”이라며 “2019년은 ‘민국 탄생 100주년’으로 기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대한민국 법통의 출발점이자 근대적 입헌국가 헌법으로서의 첫 출발이었다”며 “국호, 국체, 정체, 평등, 자유, 참정, 의무, 국제관계 등이 헌법적 문구로 정리된 데에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100주년 기념탑’도 제안했다. 그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수립은 거족적 민족운동의 결실로 기념사업도 각계각층, 전국 규모여야 한다”며 “자유의 여신상이 미국독립선언 100주년, 에펠탑이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맞이해 만든 역사적 기념물이라는 점을 유념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래 대한민국 100년을 위해 교사들이 가졌으면 하는 덕목을 알려 달라”는 플로어 질문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존엄과 가치를 보장받아야 하며 그런 권리는 ‘나’를 포함한 모두에게 있는 것이므로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존중하고 동등하게 살아갈까를 생각하는 교육을 기본 원리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당부다. 한 원장은 이날 청와대 직원들의 공부모임인 상춘포럼에도 초청돼 같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서울대 법대 교수 출신인 한 원장은 ‘가인 김병로’, ‘식민지 법정에서 독립을 변론하다’, ‘인권변론 한 시대’, ‘이 땅에 정의를’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학교를 살리는 ‘스쿨 리뉴얼’에 앞장서겠습니다.” 한국교총은 지난달 30일 서울 우면동 교총회관에서 ‘2019년 한국교총 상설 및 특별위원회 통합워크숍’을 개최했다. 교총 상설·특별위원회는 각 직능과 학교 현장을 대표하는 교원들로 구성된 전문가 집단이다. 이번 워크숍은 현장 교원들의 제언을 바탕으로 앞으로 교총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비전, 목표를 세우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워크숍에 참석한 위원 100여 명은 학교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한편, 교총이 올해 초 화두로 제안한 ‘스쿨 리뉴얼(School renewal)’에 동참하겠다고 결의했다. ‘스쿨 리뉴얼’은 기본으로 돌아가 다시 학교를 살리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교사의 열정을 되살리고 학생에게는 꿈과 희망을 주는, 학부모가 믿고 자녀를 맡길 수 있는 학교를 다시 만들자는 공교육 살리기 운동이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올해는 3·1운동과 임시정부가 수립된 지 100년이 되는 해”라며 “남북교류와 사회 각 분야뿐 아니라 교육 분야에서도 큰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며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한국교총과 전교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국가교육회의는 최근 미래 교육체계와 국가교육위원회 설립 등 새로운 교육 거버넌스 구축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교총은 낡은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새로운 진로와 목표를 설정하고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이뤄내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교총의 주요 활동과 성과에 대한 정동섭 교총 사무총장의 브리핑도 있었다. 교권 부문에서는 아동복지법 위헌 결정 도출 및 법률 개정과 교원지위법 개정을 실현했다. 정책 부문에선 기간제교사·강사 정규직 전환 대상 제외를 실현하고 무자격 교장공모제 전면 확대 철회를 이끌어냈다. 또 교원성과급 차등폭을 70%에서 50%로 축소시키기도 했다. 이밖에도 희망사다리 교육캠페인 확산, 제32회 한·아세안 교육자대회(ACT+1) 개최, 남북교육 교류 부활, 감동교총 10대 핵심 복지사업 개발 등의 성과를 냈다. 정 사무총장은 “위원들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 교원에게 힘이 되는 교총이 되기 위해 열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발전기획위원회 ▲언론홍보위원회 ▲2030청년위원회(특별) ▲조직강화위원회 ▲대외협력위원회 ▲남북교육교류위원회(특별) ▲교육정책개발위원회 ▲초등교육위원회 ▲중등교육위원회 ▲대학교육위원회 ▲사립교육위원회 ▲특수교육위원회 ▲유아교육위원회 ▲교육전문직위원회 ▲영양교육위원회 ▲교권옹호위원회 ▲교원복지향상위원회 ▲연수발전위원회 등 18개 위원회로 나뉘어 현안을 공유하고 개선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위원회별 회의 후에는 특강을 진행했다.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제로 함-3·1운동 100년, 대한민국 100년’을 주제로 강의했다.
2013년 나는 농촌에서만 근무를 했던 교사라 도시에 나가서 많은 것을 더 경험하고, 경력 있으신 선생님들을 보며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생각으로 천안으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달리 천안이라는 도시로 발령을 받으면서도 천안의 가장 작은 학교 중 하나로 발령 받게 되었다. “아 또 6학급이네.” 이만저만 실망한게 아니었다. 농촌의 작은 학교에서 내가 하고 싶던 과학과 프로그래밍 등 학생 지도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또 작은 학교에 오다니. 애들은 이런 거에 관심도 없고 모를 것이라 생각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의 부족함을 아이들에게 전가했던 못난 생각이었다. 나는 6학년 담임이 되었고 내가 꿈꿨던 학교생활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에 많이 우울하고 지치기도 했다. 그런데 학기 초부터 한 학생이 눈에 띄었다. 5학년이었던 그 학생은 키가 작고 얼굴은 동그랗게 귀여웠는데 행동이 너무 이상했다. 나에게 다가와 계속 말을 거는가 하면 다른 친구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수업시간에는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고 혼자 앉아서 다른 곳을 보거나 다른 책을 읽고 있었다. 너무 궁금해서 5학년 담임선생님에게 물어보니 이 학생은 원래 수업을 전혀 듣지 않았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했다. 바로 옆 교실 이었던 나는 거의 매일 우는 소리와 친구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을 듣곤 했다. 여름에는 티셔츠를 벗고 민소매 셔츠만 입은 채 학교를 돌아다니거나 수업시간에 코를 파고 방귀도 뀌는 등 또래 학생들과도 사뭇 달랐다. 자기 욕심도 엄청나서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르고 울고 하는 바람에 늘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친구들 모두 이 학생을 싫어했고 선생님들도 ADHD 또는 자폐증을 겪고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학생, 교사 모두 이 학생을 문제아라고 인식했고, 이 학생 때문에 수업 분위기도 좋지 않다며 앞으로 걱정이라고 했다. 나도 처음에는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이 학생이 참 신기했다. 학교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책을 읽거나 종이접기를 하는 데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리고 이 종이접기 실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그날도 종이접기 한 결과물을 나에게 보이며 자랑해서 “너 어떻게 이걸 접었어?”라고 물으니 “이거 되게 쉬워요. 선생님 가르쳐드릴까요?”라며 나를 가르치려고 하는 것이었다. 책을 읽는 양도 상당했다.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는 대신 책을 읽는데, 읽는 책이 또 다른 학생들과 사뭇 달랐다. ‘피타고라스의 수학이야기’, ‘파인만의 물리학’ 등 초등학생이 도저히 읽을 수 없는 책들을 혼자 심각하게 보는 모습을 자주 봤다. 이렇게 책을 읽은 후에는 자랑을 하고 싶어서인지 아니면 선생님과 말을 하고 싶어서인지 찾아와서 자신이 책을 읽고 알게 된 것을 이야기하고는 했다. “선생님, 피타고라스 정리가 뭔지 아세요?” “선생님, 피보나치 수열 알려드릴까요?” 이 학생은 거리낌 없이 나에게 다가와 자신이 읽은 책 이야기를 했고 더욱 신기한 건 책 내용을 마치 사진으로 찍은 것처럼 줄줄 외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이런 모습을 보니 보통 학생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너 수학 좋아하니?” “네, 재미있어요.” “너 그럼 선생님이랑 프로그래밍 공부 한 번 해볼래?” “네? 그게 뭔데요.” 나는 교대에 입학하기 전 다녔던 대학에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고 이 분야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학생에게 제안했다. 그렇게 5학년 2학기가 거의 끝날 무렵 나는 이 학생에게 C언어 책을 선물로 주며 함께 공부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우리 교실로 와서 C언어 프로그래밍을 공부하는데 이해력과 적용하는 능력이 상상 이상이었다. 나도 덩달아 신이 나서 열심히 가르치며 내년 1학기에 프로그래밍 대회가 있는데 같이 나가보자고 제안했다. 그렇게 6학년이 되고 이 학생은 우리반이 되었다. 학부모 상담의 날, 어머니께서 학교를 방문하셨다. 그리고 어머님은 상담 도중 눈물을 보이시면서 이제까지 어떻게 학교생활을 해왔는지, 너무 걱정이 많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학교에 들어와서 학교생활에 전혀 적응을 못하자 특수반에 가는 것이 어떻겠느냐는 제안도 여러 번 받았고, 선생님의 말을 전혀 듣지 않아 혼도 많이 나고 어머니와 선생님 사이에 갈등도 생겨서 문제가 많았다는 이야기였다. 이제까지 얼마나 속상하셨을까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이 학생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었다. 환경이 달라져서가 아니라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칭찬을 많이 받게 되니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거의 매일 오후에 학교에 남아 나와 같이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다. 토요일과 일요일에도 학생을 차에 태워 학교에 와서 함께 공부하며 실력을 키워 갔다. 프로그래밍이라는 것이 엄청난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인데 배우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얘는 정말 천재가 아닐까?’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같이 점심을 먹을 때 자기는 짜장면은 못 먹는다며 울거나, 우유도 흰 우유밖에 먹지 않는다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고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가긴 했다. 어느덧 정보올림피아드 대회 날이 다가왔고 나는 이 정도 실력이면 큰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과 함께 대회장으로 향했다. 혹시나 시험을 치며 울거나 소리를 지를 수 있어서 시험 직전에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감독관님에게 학생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며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전화 꼭 부탁드린다고 신신당부까지 했다. 다행히 전화는 오지 않았고 학생은 시험이 끝나고 코를 파며 교문으로 나왔다. 대회 결과 발표일이 다가왔고 결과가 적힌 공문을 열어보니 금상! 혹시나 했던 일이 현실로 벌어졌다. 우리 학교 학생, 선생님 모두 깜짝 놀랐고 놀림 받던 아이가 아니라 이제 학교에서 스타가 되었다. 그 날 이후 나와 학생은 더욱 열심히 프로그래밍 공부를 했고 도 대회에 참가했다. 그 결과는 또 금상! 그리고 정보올림피아드 전국대회 출전권까지 따내게 되었다. 이제 전국대회 준비를 위해 주말까지 반납하고 함께 밥을 먹어가며 대회 준비를 했다. 실력은 나날이 늘었고, 더 솔직하게 말해 거의 대회가 다가올 무렵에는 나보다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하며 프로그래밍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기발한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또 놀랐다. 함께 대회를 준비한 다른 선생님도 도대체 저런 학생이 갑자기 어디서 나왔냐며 궁금해 했다. 이전에 C언어 자체를 몰랐고 준비 기간도 6개월이 갓 넘었다는 이야기를 들으시고는 깜짝 놀랐다. 드디어 전국대회 날. 학생을 대회장으로 보내며 “자신있게 하고, 울지 말고!”라며 힘을 주었다. 잘 하고 오겠다며 대회장으로 들어갔지만 이상하게 내가 문제를 푸는 것도 아닌데 내가 더 많이 떨렸다. 대회시간 내내 인솔교사가 대기하는 대회의장에서는 스크린으로 현재 학생이 몇 번 문제를 풀었고 점수가 몇 점인지 실시간으로 표시가 되었다. 아직 다른 학생들과 달리 1번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다. 속이 타고 걱정이 되었지만 좀 기다려 보자는 생각으로 계속 화면을 주시하는 순간, 점수판에 1번 문제와 2번 문제의 점수에 한꺼번에 만점이 뜨는 것이었다. 아 뭔가 좋은 느낌이 온다는 생각과 함께 덩달아 더 긴장이 되었다. 3번 문제까지 만점으로 표시되었고 마지막 4번 문제만 남았다. 하지만 10여 분이 남았는데 4번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대회 보안상 더 이상 결과화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설명과 함께 스크린도 꺼졌다. 그렇게 떨리는 10분이 지난 후 대회장을 나오는 학생을 만났다. “4번 문제 못 풀었어?” “아니요. 풀었어요.” 다행히 4번 문제까지 해결하고 나왔다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며칠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결과가 나오는 날, 당당히도 전국대회에서 금상을 받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난리가 났고 플랜카드까지 걸며 축하했다. 부모님도 너무 좋아하셨고 학생들까지 축하 인사를 하며 이 학생의 학교생활은 완전히 달라졌다. 학생들도 이 학생을 이해하게 되었고 교사들 역시 바라보는 눈이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6학년 졸업식 날. “선생님~”하며 안기는 학생의 모습이 내 눈에는 아직 애기 같아 보이는데 졸업이라니 좀 믿기진 않았지만 함께 보냈던 만화 같던 시간이 나에게는 참으로 신기한 경험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에게는 그 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먼저 학생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얘는 이럴거야’, ‘이런 학생은 안돼’라는 생각들이 사라지고 ‘이 학생은 어떤 능력이 있을까?’,‘왜 이런 생각을 할까’라는 학생에 대한 기대와 이해하려는 마음이 오롯이 생겼다. 그리고 ‘모든 학생들은 자기 나름에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나는 그것을 찾아줄 수 있어야 한다’는 교육관을 가지게 되었다. 졸업식 날 학생의 부모님은 나에게 아들의 능력을 찾아줘서 고맙다고 했지만, 나는 교사로서 평생 갖고 가야 할 굵직한 중심을 하나 제대로 찾은 것 같아 오히려 이 학생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볼 수 없는, 아직은 숨겨진 학생들의 능력을 볼 수 있어야 진정한 스승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은 지금 나의 교직생활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OO아, 졸업하고 몇 번 봤는데 이제는 선생님도 학교를 옮겨서 보기 어렵구나. 잘 지내지? 앞으로도 건강하고 너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며 즐겁게 살길 바란다, 선생님이 멀리서나마 응원할게.” ------------------------------------------------------------------------------- 2019 교단수기 공모 금상수상자 수상 소감 - 아이들의 숨은 ‘빛’ 찾는 교사 되고파 어느덧 아홉 번째 졸업식을 맞았다. 내가 가르쳤던 제자들은 훌쩍 커서 나보다 큰 키로 선생님을 만나러 학교에 온다. 어느 분야건 10여년 정도의 세월을 그 직장에서 근무하면 전문가의 수준에 오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왜 아직도 매해가 새롭고 긴장이 되는지. 내가 만나는 아이들이, 또 그 속에서 피어나는 이야기가 모두 달라서인 것 같기도 하다. 그 수 많은 이야기 중 하나의 이야기를 반성문 쓰듯이 썼던 수기로 상까지 받으니 가슴이 벅차오르는 한편 부끄러운 마음도 든다. 최근 중국에서 달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이미 달 착륙은 1969년 아폴로 11호가 성공한 바 있어 ‘중국의 달 착륙이 크게 의미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달 탐사선 착륙은 우리가 매일 밤 보는 달의 한 쪽 면이 아닌 그 뒤에 숨어 한번 도 볼 수 없었던 곳을 본다는 것에 큰 의미를 가진다. 눈에 보이는 모습만이 아닌 그 이면을 보려는 노력은 박수 받을 만한 것 같다. 나는 교사로서 아이들의 어떤 면을 보고 있었던가?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면을 보려고 노력했는가? 스스로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겉으로는 늘 밝게 웃지만 속은 온갖 상처로 아픔을 가진 아이들. 공부도 하지 않고 말썽만 부리지만 뭔가 특별한 ‘하나’를 가진 아이들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겠다. 남들이 주목하지 않는 그들의 뒷면을 찾아 진정한 이해와 공감을 가질 때, 비로소 숨어서 반짝이는 그 뒷면을 온전히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도 수 많은 제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누구든 훤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아닌 그 뒤에 숨은 더욱 눈부신 아이들의 ‘빛’을 찾는 교사가 되어 세상을 밝혀주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조그마한 힘이 되어 주고 싶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 창동중은 2018학년도까지 총 5년 동안 자유학기제를 소화했다. 시범학교 2년을 거친 후 전면 확대시행 후 3년을 채웠다. 이 기간 꾸준히 시행착오와 개선을 거듭한 끝에 전국적으로 우수한 수준의 자유학기제와 진로체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학년·진로진학부의 협력 체계가 유기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교육과정부가 자유학기 전담부서로서 2017학년도부터 정착돼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1학년부, 진로진학부가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며 매끄럽게 학생들의 진로체험을 이끌고 있다. 이런 창동중의 자유학기제는 반 편성부터 다르다. 김의경 자유학기제 담당교사는 자유학기제 주제선택활동과 예술·체육활동을 운영함에 있어 10개 반을 재편성해 12개 반을 나눈 후 4개 반씩 3개조로 재편성했다. 이는 여타 학교들과 차별성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보통 전체 학급을 절반씩 나누기는 하지만, 3조로 편성하는 경우는 드물다. ◇반 재편성 ‘1석3조’ 효과 창동중이 10개 반을 12개 반으로 나눠 3조로 편성한 이유는 수업 참여도를 높이면서 내실 있는 수업을 실천하고자 한 이유에서다. 주제선택활동 8개, 예술체육활동 6개 등 총 14개의 활동반이 꾸려진 상황에서 조별 4개의 반이 월·수·금 오후(체육활동 2개 수·목 오전 운영)에 순차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미술·음악교사가 두 명씩이라 한 조당 4개 반을 넘기지 않도록 했다. 만일 3조가 아닌 2조로 나눈다면 기존 반 기준으로 한 조당 5개 반이 돼 다른 과목의 교사가 예술체육활동을 담당해야 한다. 특별활동이나 창의적 체험활동의 경우 해당 주제와 관련 없는 교사가 담당하기도 하지만, 자유학기제는 과목수업의 연장선인 만큼 해당 과목의 교사가 책임 있게 운영하는 것이 학생들에게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 같이 결정했다. 반을 나누다보니 반별 학생 수는 줄어들어 더욱 원활한 활동이 가능한 장점도 따른다. 교육과정부의 취지를 이해한 1학년부는 적극 협력했다. 김영복 교육과정부장은 “특별활동 때 교사들이 자신의 과목이나 특기와 관련 없는 활동을 맡으면 수박 겉핥기로 운영되곤 했다”며 “자유학기제 만큼은 제대로 하고 싶어 4개 반씩 3개조 운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음악·미술과목 교사들은 각각 두 개의 수업을 개설할 수 있었으며, 교사들은 흥미와 학습을 동시에 잡는 우수한 프로그램으로 화답했다. 음악과 관련된 활동은 ‘핸드 벨’과 ‘난타’, 미술 관련 활동은 ‘페이퍼 토이’와 ‘뻔뻔(fun fun)한 디자인’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뻔뻔한 디자인’은 그래피티를 통해 서로 소통하고 협의해 작품을 만드는 체험 활동으로 인기가 높다. 최근 도시재생 예술로 각광받는 그래피티는 실생활에 접목되는 실용 분야인 만큼 학생들의 관심이 남다른 데다 프로그램 구성도 알차다는 평이다. ◇진로진학부 진로체험 집중 이 같은 체계가 구축되자 진로교육의 최일선인 진로진학부는 학생 진로체험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에 힘입어 창동중은 지역 기관, 대학, 기업 등과 적극 협력하며 ‘희귀 체험’들을 연이어 유치해 전국적인 모범사례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LG생활건강이 운영하는 ‘빌려 쓰는 지구스쿨’, 아시아나항공의 ‘색동나래교실’, 고려대·성신여대생 초청 대학전공체험, 지역 내 명산으로 꼽히는 북한산국립공원 내 동물학자 등의 진로체험이 호응을 얻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홍성락 진로진학부장은 지난해 8월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이 3일 간 개최한 ‘자유학기제 수업콘서트’에서 수업명장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빌려 쓰는 지구스쿨’은 생활제품을 생산하는 LG생활건강이 세안, 양치, 머리감는 법, 설거지, 분리수거, 브랜드마케팅, 뷰티 관련 직업체험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LG생활건강 임직원들이 강사로 참여해 학생들에게 친환경 습관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자신의 직업과 직무에 관한 진로 연계 멘토링을 해준다. 이화여대 교육공학 강명희 교수팀이 학업 현장 변화에 맞는 청소년 대상의 습관교육 및 직업체험으로 공동설계에 참여해 교육현장에서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고안했다. 아시아나항공 색동나래교실는 학생들에게 관심이 높은 항공사 관련 직업체험이라는 점에서 경쟁률이 또한 만만치 않은 프로그램이다. 창동중은 아시아나항공에 근무 중인 교육기부봉사단 중 조종사와 정비사를 초청해 진로·직업 강연을 진행했다. 고려대·성신여대 사범대 학생들을 대학전공 체험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들 대부분이 복수전공자들이라 학생들에게 다양한 전공을 소개할 수 있다. 지난해 4월 진행된 대학전공체험에서 제공된 전공은 국어교육과, 심리학과, 국어국문학과, 미디어커뮤니케이션과, 수학교육과, 컴퓨터교육과, 지리·가정교육과 등이었다. ◇지역 내 ‘전보선호 1위’ 정독도서관에서 가진 ‘적성에 맞는 학과 찾기’, 도봉도서관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체인지 UP! 진로독서’, 학생공동체 ‘어썸스쿨’의 리더십 향상 캠프 ‘기업가정신 프로젝트 히어로의 도전’, 3학년 대상 경제교육, 1학년 특성화고 체험 등 자유학기제 이외의 진로체험도 호응 속에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학교평가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8학년도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학교업무정상화를 통한 학교교육 개선 및 자유학기제 운영’ ‘체험·협업중심의 진로교육 활성화’가 창동중의 주요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자유학기 전담부서 운영 정착으로 1학년부의 행정업무 부담 완화’,‘학년특성을 반영한 진로체험 프로그램 운영’. ‘3년간의 진로활동 내용을 토대로 개인별 포트폴리오 작성’ 등이 높게 평가되는 부분이다. 서울시교육청 학교혁신지원담당 장학관 출신인 배남환 교장이 부족한 부분을 과감히 고쳐가는 지도력 또한 주목받고 있다. 2015년 9월 부임하자마자 공개수업을 자율화를 선언했다. 공개수업은 초임 위주로 돌리는 대신, 경력교사 중 원하는 경우 성과에 반영하도록 했다. 학부모회 총회도 배 교장이 주도해 진행하고 있으며, 관 주도 행사 참여를 최소화하고 학교교육 내실화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힘쓰고 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서울 북부교육지원청 내 32개 공립중 가운데 전보 선호도 하위권에 그쳤던 창동중은 단숨에 1위로 올라섰다. 배 교장은 “후배 교사들이 교육본질에 따른 우선순위를 챙기도록 돕다 보니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1. 골든 슬럼버 이번 설(2월 5일)에도 연휴 기간 많은 영화들이 전파를 탔다. ‘7번방의 선물’ㆍ‘명량’ㆍ‘겨울왕국’(이상 EBS)ㆍ‘신과 함께: 죄와 벌’(SBS)처럼 천만 넘는 관객의 대박영화가 있는가 하면 흥행 실패작들도 있다. 게중엔 ‘골든 슬럼버’(tvN)ㆍ‘궁합’(SBS) 같은 1년 전 실패작을 비롯 ‘허스토리’(KBS)ㆍ‘명당’(JTBC) 등 극장 개봉 6~7개월밖에 안된 영화들도 있다. 시청자 입장에선 그만큼 선택폭이 커져 즐거운 비명이라도 질러야 할 설명절 특선 영화인 셈이다. 케이블의 전문채널 빼고 지상파 종편방송을 통틀어 SBS가 가장 많은 한국영화를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극장을 가지 않고 집에서 거의 공짜로 영화 보는 일은 또 다른 즐거움이라 할만하다. 따로 돈을 들이지 않아도 생기는 쏠쏠한 재미라 할까. ‘골든 슬럼버’(감독 노동석)는 2018 설(2월 16일) 특선으로 같은 해 2월 14일 개봉했다. tvN이 개봉 1년도 안된 2월 1일 밤 방송했는데, 사실상 2019 설 연휴 첫 TV 특선영화다. OCN이 2일 낮 방송하기도 했지만, 그렇게 두 방송사가 경쟁적으로 연달아 내보낼 정도의 영화인지는 의문이다. 손익분기점 절반 정도인 138만 남짓한 관객에 그친 흥행 실패 영화여서다. ‘골든 슬럼버’는 일본 작가 이사카 코타로의 동명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2010년 동명의 일본 영화가 국내 개봉하기도 했다. 강동원이 원작을 읽고 영화화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당시 큰 반향이 없었는데도 왜 다시 한국영화로 만들었는지 의아스럽다. 하긴 일본의 만화나 소설 작품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드라마들이 꽤 있다. 그중 크게 성공한 영화는 ‘미녀는 괴로워’(2006)ㆍ‘럭키’(2016) 정도다. ‘올드보이’(2003)부터 ‘화차’(2012)ㆍ‘리틀 포레스트’ㆍ‘지금 만나러 갑니다’(이상 2018) 등도 일본 작품을 원작으로 성공한 영화지만, 좀 생각해볼 점이 있지 싶다. 관객들이야 영화 보기에서 국적을 가리지 않지만, 독도라든가 위안부 문제와 축구의 한일전이 떠올라서다. 특히 ‘파랑주의보’(2005)ㆍ‘백야행’(2009)ㆍ‘너는 펫’(2011)ㆍ‘용의자X’ㆍ‘하울링’ㆍ‘남쪽으로 튀어’(이상 2012) 등 흥행 실패 영화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진다. 이제 ‘골든 슬럼버’가 ‘인랑’(2018)과 함께 흥행 실패작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강동원ㆍ한효주가 출연해 눈길을 끈다. ‘골든 슬럼버’는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의 노래 이름이기도 하다. 한국일보(2018.2.8.)에 따르면 비틀스의 노래가 한국영화에 합법적으로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제작사는 ‘골든 슬럼버’ 음악 사용료로 2억 원 이상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비틀스의 노래는 사용 허가가 잘 나지 않을 뿐더러 음악 사용료가 높기로 유명하다”는데, 영화가 그 값어치를 했는지는 의문이다. ‘골든 슬럼버’는 택배기사 김건우(강동원)가 어느날 대통령선거 유력 후보 암살범이 되어 쫓기는 이야기다. 108분이란 러닝타임에 일종의 스릴러 전개인데, 전반적으로 좀 뜨악한 느낌을 준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잘 섞이거나 녹아들지 못한 낯섬이라 할까. 소시민의 대선후보 암살범 누명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이 고작 우정이라니, 좀 아니지 싶다. “아이, 저 인간 중독성 있네”라는 민씨(김의성) 말처럼 착한 인간성의 김건우 캐릭터 구현이 나름 의미있어 보이긴 한다. “손해 보면서 살면 좀 어때요. 착하게 사는게 죄인가요?”라는 건우 반문을 통한 나쁜 세상 까발리기도 그렇다. 문제는 그것들이 좀체로 확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138만 넘는 관객이 과분할 정도의 ‘골든 슬럼버’라 할까. 2. 궁합 ‘궁합’(감독 홍창표)은 2018년 2월 28일 개봉했다. 설이 2월 16일이었으니 특선영화는 아니다. 그래서 그런지 설 대목 특수(特需)와 거리가 멀었다. 134만 명 남짓한 관객에 그치고 말았으니까. 순제작비 63억 원에 손익분기점이 230만 명쯤이니 흥행 실패작이다. 이를테면 SBS가 흥행 실패작 ‘궁합’을 개봉 1년도 안돼 2019 설 특선 영화로 방송한 셈이다. ‘궁합’은 ‘관상’(2013)ㆍ‘명당’(2018)과 함께 이른바 역학 3부작중 2번째 영화다. ‘관상’이 913만 5806명을 동원하며 대박을 터트릴 때만 해도 후속작 ‘궁합’ㆍ‘명당’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기대가 컸다. 그런데 막상 두 영화가 다 개봉한 지금 그런 것들은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명당’ 역시 흥행 실패한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남게 되어서다. 우선 생각해볼 것이 타이밍이다. ‘궁합’은 ‘관상’ 이후 관객과 만나는데 무려 5년이 걸렸다. ‘관상’의 흥행 열기를 잇겠다는 의도인지 말겠다는 것인지 의아한 대목이다. 거꾸로 ‘명당’은 ‘궁합’이 대박을 친 것도 아닌데, 불과 7개월 만인 2018년 9월 19일 개봉했다. 이런 개봉 역시 무슨 일인지 선뜻 이해 안 되는 대목이다. 더구나 ‘명당’은 100억 원 넘는 돈을 들인 한국형 블록버스터로 제작되었다. 결과적으로 흥행 실패의 부담을 더 크고 깊게 떠안는 역학 3부작 종결편이 되고 말았다. 역학 3부작 제작사 주피터필름 대표가 흥행 순수익의 50%를 공익재단 ‘아름다운 재단’에 기부하기로 협약한 것이 밝혀져 화제를 모은 바 있는데, 그래서인지 ‘궁합’ㆍ‘명당’ 실패가 더 씁쓰름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궁합’은 2015년 9월 촬영을 시작해 12월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후속작업을 감안하더라도 2018년 2월말은 완전 지각 개봉이라 할 수 있다. 서울신문(2018.2.27.)에 따르면 주연배우 이승기(서도윤 역)의 제대를 기다리느라 개봉이 늦어졌다. 일단 ‘관상’의 흥행 열기를 이어가지 못한 지각 개봉이 패인(敗因)의 하나로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궁합’은 조선 영조 29년 송화옹주(심은경)의 혼인을 둘러싼 이야기다. 역술에 능한 사헌부 감찰 서도윤과 송화옹주의 사랑이 이야기 축이다. 경빈(박선영)의 사주를 받아 송화옹주와 정략 결혼하려는 서도윤 동료 윤시경(연우진)의 음모와 야망이 또 다른 이야기 축이다. 역학시리즈답게 송화옹주 혼인은 지독한 가뭄 해소의 기우제 성격의 정책으로 실시된다. 일개 옹주(후궁이 낳은 딸. 중전이 낳은 딸은 공주다.) 혼인에 그런 음모가 있다는 설정이 우선 놀랍다. 원자의 쇠한 기를 살리기 위해 옹주와 상극인 사주의 부마를 얻으려 하는데 일조한 서도윤이 마침내 양심선언을 해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어디서 어리석게 사랑 타령을 하는 것이냐” 질책하던 임금(김상경)이 귀양가던 서도윤을 사면하고 송화옹주와 만나게 한 것. 신랑감을 직접 보고자 하는 송화옹주의 궁밖 출입은 이해되지만, 좀 뜬금없어 보이기도 한다. 가령 “그래도 움직여야 변하지 않겠습니까?”라든가 “어디론가 멀리 떠나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라 말하는 송화옹주가 그렇다. 무슨 당대 관습의 혁파라든가 시대적 저항의 캐릭터와 거리가 먼 송화옹주가 맥락없이 꺼내든 말이어서다. 서두 가뭄 해소를 위한 혼인에 맞춰 비가 흠씬 내리는 결말 등 전체적 구성은 그럴 듯하지만, 뭔가 좀 헐거워 보이는 것도 아쉽다. 관객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드라마의 힘같은게 없다. ‘깨끄시(깨끗이)’를 “깨끄치 비우셨습니다”라는 어느 궁녀라든가 이개시(조복래)의 ‘관상깜’ 따위 잘못 발음한 대사들도 그렇다. 배우들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 당시 갓 20살 심은경은 ‘수상한 그녀’(2014)에서 70대 노인 연기를 너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 865만 명의 관객으로 대박을 일군 일등공신이라 해도 될, 영화에 완전 녹아든 연기였다. 그런데 ‘궁합’에선 그 ‘수상한 그녀’와 좀 다른 포스를 보여준다. 좀 헐겁거나 꽉 조이는 한복을 입은 듯한 모습이라 할까. 사극 분장이나 연기가 잘 어울리지 않는 배우들이 있는데, 심은경외 아이돌 출신 배우들도 그래 보인다. 강휘 역의 강민혁(시엔블루)과 서도윤 동생 가윤 역 최민호(샤이니)가 그들이다. 그나마 최민호의 경우 멀쩡하게 눈 뜬 장님 캐릭터다. 그들이 맡은 단역조차 오디션을 통해 뽑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좀 아니지 싶다. 연기돌 스타들을 너무 함부로 소비하지 않았나 해서다. 그 정도 배역과 연기로 아이돌 스타가 달고 다니는 소녀팬들을 얼마나 극장으로 유인했을지도 의문이다. 주ㆍ조연은 물론 단역까지의 출연이 연기 경력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달리 말해 그들 아이돌 배우들은 출연하지 않음만 못했다는 것이 개인적 생각이다. 어쨌든 왜 ‘궁합’이 실패한 영화가 되었는지 대략은 논의해본 셈이다. 3. 허스토리 KBS 1TV가 설날 밤에 방송한 ‘허스토리’(감독 민규동)는 2018년 6월 27일 개봉한 영화다. 그러니까 극장 개봉 7개월밖에 안된 최신작을 KBS가 2019 설 특선영화로 방송한 것이다.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ㆍ‘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ㆍ‘주토피아’ㆍ‘덕구’ㆍ‘비정규직 특수요원’ 등 KBS가 설 연휴 방송한 어떤 영화보다 의미있어 보이는 ‘허스토리’다. 다 아다시피 설 연휴 직전 이른바 위안부 피해자로 TV나 신문 뉴스에도 자주 나오던 김복동 할머니가 세상을 떴다. 이로써 정부가 위안부 피해 생존자 등록을 받기 시작한 1993년 이후 명단에 오른 240명중 이제 23명 할머니만 남게 되었다. 그야말로 시간이 없는데도 일본의 아베정권은 진정성 있는 사과 없이 요지부동이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소재 내지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계속 나오는 건 그래서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래서라고 해야 맞다. ‘소리굽쇠’(2014)ㆍ‘귀향’(2016)ㆍ‘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2017)ㆍ‘아이 캔 스피크’(2017)ㆍ‘허스토리’(2018) 등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이다. KBS가 2015년 3ㆍ1절 특집으로 방송한 드라마 ‘눈길’도 있다. 그중 300만 넘는 관객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 대박난 영화는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다. ‘소리굽쇠’는 아예 그런 영화가 있는지조차 모를 만큼 대중의 관심 밖이었다.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도 전편 ‘귀향’ 흥행이 무색할 정도로 독립영화 수준의 관객에 머물렀다. ‘허스토리’의 경우 극장 관객은 33만 명 남짓에 그쳤다. 25억 원의 비교적 적은 제작비라지만, 흥행 실패다. 다행은 한국일보(2018.7.19.)가 전한 팬덤 소식이다. 기사에 따르면 “‘허스토리’ 상영관을 찾아 헤매던 관객들이 팬덤으로 결집해” 극장 대관 상영회 등 관람 열기가 한동안 이어졌다. KBS의 ‘허스토리’ 설 특선영화 방송이 의미있는 일로 다가오는 이유다. 방송시간이 겹친 tvN의 ‘탐정: 리턴즈’를 포기하고 ‘허스토리’를 애써 본 이유이기도 하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에 걸쳐 진행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관부재판’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대한여행사 문정숙(김희애) 대표가 나서길 주저하던 위안부 및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을 설득해 재판에 나선다. 실제론 10명이지만 영화는 배정길(김해숙)ㆍ박순녀(예수정)ㆍ서귀순(문숙)ㆍ이옥주(이용녀) 할머니들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산과 일본 시모노세키를 23번이나 오간 재판 결과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낸다.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게 각 300만 원의 배상금 지불 판결이 그것이다. 근로정신대 피해 할머니들은 해당되지 않고, 공식 사과도 없는 판결이다. 그래서 일부 승소 판결인데, 지금까지 나몰라라 하는 일본의 태도에 비춰볼 때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가장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것은 “젊어서는 원해서 몸 팔아놓고… 박정희때 한번 뜯어갔으면 됐지” 따위 일본의 인식이다. 양심적 일본인들도 많이 있지만, 현재 아베정권의 기본 인식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 그렇다. “해방된지가 언제인데, 이제와서” 운운하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폄하를 서슴지 않는 한국인 택시기사로 대변되는 국내 여론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영화 전체적으로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처럼 뭔가 쿵하며 와닿진 않는다. 비극적 내용과 딴판으로 너무 밋밋하거나 건조한 느낌이라 할까. 배우들의 피해 할머니들 고통에 감정이입한 열연과 상관없이 좀 재미있게 영화를 만들어낼 수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당연히 여기서 ‘재미있게’는 무슨 코미디를 통한 박장대소 따위를 의미하는게 아니다.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영화에 몰입하게 되고 어느새 그 고통과 동화되지 않는 것과 별도로 아쉬움이 또 있다. 먼저 유기성이 결여된 장면 전환 등매끄럽지 못한 편집이다. 별도 자막없이 구사되는 부산 사투리로 인한 알아듣기 힘든 대사들도 그렇다. 숫제 남의 일로 치부해대던 정숙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편에 서는 계기 역시 박진감이 미흡해 보여 아쉽다.
서가에 꽂여 있던 수많은 책들 중에서 유독 필자의 시선을 끄는 책이 있었다. 바로 ‘까미유의 아이들’. 겉표지를 보는 순간 어쩜 이리도 장애아들이 많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거의 엇비슷하게 생긴 다운증후군 아이들과 사랑을 나누고 있는 ‘까미유 제랄디’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책은 소아과 의사인 남편과 간호사 출신의 아내가 자신들의 두 아이 이외에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 서른한 명을 자식으로 입양해 살아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아이들을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여 그 아이들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고 자신들은 기쁨을 얻는 보통의 사람으로서는 생각지도 못할 희생을 한다. 마치 마더 테레사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그러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사람들, 부부는 한 달에 한번 정도 여행을 떠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들이 살 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나 고통스러우면 그럴까. 자신을 중심으로 살아가는 현대의 이기적인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주는 내용이다. 주인공 ‘까미유’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생의 목적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장애를 가진 친구가 바로 곁에 있었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그 친구와 좀 더 가까워지고 잘 지내려고 결심한 순간, 친구는 죽음을 맞이한다. 그때를 기점으로 까미유는 장애인들에게 특별한 사람이 될 것을 결심한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한 결과 소아과의 간호사가 되어 여러 가지 병을 가진 아이들을 만났고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일하는 가운데서도 제일 하고 싶은 일이 장애아들을 키우는 일이었던 만큼 까미유의 장애아 사랑은 남달랐다. 까미유의 그러한 꿈은 많은 봉사자들을 만나게 되고 함께 협력하며 보다 큰 결실을 맺게 된다. 식구가 늘어나는 만큼 믿음도 강해지고 사랑도 깊어만 갔다. 치료가 힘들어 죽음의 고비를 여러 번 넘겨야 하는 아이들을 자기 자식만큼 깊고 진실하게 사랑했던 여인. 이런 사랑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 고마웠다. 까미유는 서른 한 명의 아이들을 맡아서 기르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어머니였다. 현재는 업 위드 다운증후군이라는 재단을 세워 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사역을 하고 있다. 한 아이의 삶에 있어서 자신이 너무나 중요한 존재임을 인식하고 지칠 줄 모르는 헌신과 사랑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것이다. 필자도 주말마다 이웃 복지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있다. 갈등과 고민이 많지만 늘 감사할 따름이다. 어떻게 필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주고 섬길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두렵고 자신이 없었지만 까미유의 아이들을 읽고 난 뒤, 용기와 믿음을 얻었다. 자신보다 남을 더 사랑하고 이해하면서 필자에게 되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필자가 줄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아낌없는 사랑으로 실천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경산초등학교(교장 여은숙)는 2월 7일(목) 겨울방학 개학식에서 우리학교에 3대째 재학 중인 학생 3명을 대상으로 기념패를 수여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번 기념패 수여는 개교 107주년을 기념하여 경산초등학교 총동창회의 협조로 제작되었고, 기념패 수여에는 학교장과 함께 김화선 총동창회장이 참여해 주었다. 총동회장님은 인사말씀에서 “꿈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하여 더 자랑스러운 경산초등학교를 만들자”고 격려해 주셨다. 1학년 노신우 학생은 본교 48회 졸업생인 조부와 78회 졸업생인 아버지를 포한하여 3대째 재학 중인 학생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노신우 학생은 “이번 기회로 할아버지와 부모님과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학교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전했다. 1911년 개교 이래 100년이 넘는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경산초등학교는 인성, 지성, 감성을 지닌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긴 전통과 역사를 후배들에게 이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학습형 현장실습’ 도입 이후 취업률이 급락하자 정부가 참여기업을 늘리기 위한 보완방안을 내놨지만, ‘학습형’ 기조는 유지하기로 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책 실패를 인정하지 않는 보완책으로 취업과 안전 모두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청년재단에서 ‘직업계고 현장실습 보완 방안’을 발표했다. 학습형 현장 실습 도입으로 고졸 취업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016년에 3만 1060개였던 현장실습 참여기업이 2017년 1만 9709개, 올해 1월 현재 1만 2266개로 줄었다. 현장실습 참여학생도 6만 16명에서 2만 2479명으로 줄었다. 보완 방안은 기업 참여 확대에 방점을 뒀다. 참여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한 문제인 선정 절차를 통합해 간소화하기로 했다. 4회 이상 중복으로 이뤄지던 기업방문은 2회 수준으로 줄이고, 학교·학생의 만족도가 높은 선도기업은 재선정 절차 없이 3년간 인정하기로 했다. 우수 기업에는 정책 자금 지원, 공공입찰 가점, 금리 우대, 선취업 후학습 우수기업 인증 등의 장려 방안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2022년까지 선도기업을 기존의 3만 개 수준으로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조기 취업을 폐지하고 학습형으로 전환하면서 최대 3개월로 제한했던 실습 기간을 전환학기를 도입해 6개월까지 유동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장기적으로는 고교학점제를 우선 도입해 조기졸업까지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학생들 큰 불만 요인이었던 월 20만 원 정도의 실습 수당에 대해서는 현실화된 수당 지급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현재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안은 실제 업무를 하는 실습 시간에 대해 최저임금의 75% 지급을 권고하는 안이다. 기업에 대한 점검 간소화로 안전에 대한 공백이 생기지 않게 전체 직업계고에 전담노무사를 지정하고, 기업에 현장교사를 지정하고 40만 원의 수당을 지급하기로 했다. 산업체 안전교육 시행이나 컨설팅 지원도 이뤄진다. 그 외 취업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중앙취업지원센터를 신설하고 모든 직업계고에 취업지원관을 배치하기로 했다. 학습형 실습으로 전환하면서 인정하지 않게 된 근로자 신분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왔지만 끝내 보완 방안에 담기지 않았다. 지난달 17일 조승래 민주당 의원실과 교육부의 공동주최로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도 패널 다수가 실습생의 신분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이날 “학습중심 현장실습의 성과들은 이어나가겠다”며 “학생들이 안전하지 않은 곳에서 일하지 않을 수 있는 법이 만들어진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본인이 발의한 학습형 실습을 위한 법안의 기조를 유지하며 보완만 하겠다는 것이었다. 어중간한 보완책은 정책의 피해자인 특성화고 학생들에게도, 학습형 실습 도입을 주장했던 시민단체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했다. 이 날 자리에 참석한 박지수 염광메디텍고 학생은 “근로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20만원의 금액에 실습을 나간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며 “최저임금 수준을 권고만 해서는 실습수당을 주는 기업이 최정임금을 안 줄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안대로 ‘실습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 75% 수준의 수당을 산정할 경우 최소 30% 이상의 교육시간은 제외하고 지급하기 때문에 최저시급의 절반 수준이 되는 데다,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안 돼 주휴수당 등의 산정에서도 제외돼 월급으로는 그보다 더 낮은 수준이 된다. 조민성 서산중앙고 학생도 “지난해 3월에 취업박람회에서 면접을 보고 최종합격한 기업이 있었지만 10월 이후에 취업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합격을 취소했다”며 “3학년 전체를 취업 준비 기간으로 잡고 최소한 7월부터는 취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교원들도 보완방안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현수 수원정보과학고 교장은 “2016년에 1770명이던 산재 사망사고가 2017년에는 180명 늘었다”며 “현장실습 사고는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현장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졸업생에 대해 한시적으로 특단의 대책을 만들면 좋겠다”고 했다. 조용 경기기계공고 교장은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강화를 부탁한다”며 실습생을 근로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 박동수 신진과기고 교사는 “학습중심 실습으로 취업 시기를 놓치면서 학생들이 취업하는 기업의 질과 급여가 오히려 더 나빠졌다”며 “학생들이 선택할 폭이 넓어지도록 해달라”고 했다. 최낙성 경기안중고 교사도 “우리 학교 특성화과 학생 96명 중 현장실습을 나간 학생이 7명밖에 없다”며 “학교에 있을 때 취업을 못 하면 군생활까지 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취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안전대책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조용 교장은 “노무사가 감시하는 것은 을이 갑을 감시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현장에 참여한 ‘현장실습 고등학생 사망에 따른 제주지역 공동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이를 두고 학습형 현장실습에서 원점으로 후퇴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무사가 실질적으로 현장 점검을 일일이 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올해 초등 임용 시험 결과 선발인원이 모집인원보다 적은 시·도가 시 네 곳으로 늘었다. 모두 농·산·어촌 벽지가 많은 지역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28일 공립 유치원·초등·특수교사 임용시험 최종합격자를 공고했다. 초등 일반 신규임용인원은 총 3486명이었다. 이 중 강원, 충남, 전남, 경북이 당초 확정공고한 모집 인원보다 적은 수가 선발됐다. 그 중 가장 크게 미달된 곳은 강원도교육청이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초등 일반전형 253명 모집에 184명(72.73%) 선발해 69명이 미달됐다. 장애인 전형은 19명에 모집에 단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다. 총 88명이 미달됐다. 모집 인원에 비해 67.6% 밖에 충원하지 못했다. 강원도교육청은 수년째 초등 임용 인원이 미달되고 있다. 2015년 31명, 2016년 89명, 2017년 102명, 2018년 59명이 미달됐다. 충남·전남·경북 등 3곳도 선발인원이 모집인원에 미달했다. 충남 400명 모집에 341명(85.3%), 전남 320명 모집에 256명(80%), 경북은 412명 모집에 337명(81.8%) 밖에 선발하지 못했다. 장애인 전형과 지역제한 전형은 종종 미달이 되지만, 4개 지역은 일반전형도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일 일반전형만을 기준으로 할 때 충남은 354명 모집에 333명(94.1%), 전남은 248명 모집에 245명(98.8%), 경북은 385명에 335명(87%)으로 모두 모집인원을 채우지 못했다. 이렇게 신규 임용 미달이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신규 교사들이 정주여건이나 근무환경이 열악한 벽지 근무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미달된 4개 시·도 모두 벽지가 많은 지역들이다. 특히 여교사 비율이 높은 초등의 경우 신변안전 문제에 대한 걱정까지 겹쳐 더욱 벽지 근무 기피 현상이 더 많이나타나고 있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초등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이 46%, 충남 48.1%, 경북 50.4%, 전남 41%로 30%대인 전국의 신규 남교사 비율을 훨씬 웃돈다. 반면 대도시인 특·광역시 지역은 18.2%인 울산을 제외하고 15%대 이하다. 서울·부산·대전·광주·세종은 15% 내외, 인천 11.8%, 대구 3.6%다. 가장 미달이 많은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미달이 됐다고 해서 당장 수급에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벽지 기피 현상이 해당 지역의 교육력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당장 임용시험 합격선이 크게 차이가 난다. 초등 일반전형의 합격선은 충남 115.83점, 전남 129.4점, 경북 126.1점으로 160점 내외인 타 시·도에 비해 현저히 낮다. 강원은 계속 지원자 자체가 모집인원에 미달하고 있어 합격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런 미달 사태를 막기 위해 강원도교육청은 몇 년째 홍보영상도 만들고, ‘강원교육 연어 프로젝트’와 같은 지역인재 양성 사업도 해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해 ‘중장기 교원 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초등교원의 도시 쏠림을 막고 지역 간 수급 격차를 완화하기 위해 3점에서 6점으로 올린 지역교대 가산점이나 교대 지방인재 전형 확대도 상황을 별로 개선하지 못했다. 현장에서는 정주 여건과 근무환경 개선 없이는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많다. 예비교사 A씨는 “소규모 학교로 가면 신규교사가 부장을 맡는 등 업무 부담도 크고 신안 여교사 사건 이후 안전에 대한 우려도 많아서 벽지를 가고 싶어하지 않는다”며 “요새는 승진 욕심 없이 도시에서 자녀 교육시키고 육아를 하기 원하는 교사가 많다”고 했다. 경기도 포천 접경지역에 첫 발령을 받았던 B교사도 “처음에는 관사에 들어갔는데 개인의 사생활을 보장받지 못해 운전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도 차를 사서 포천시내로 이사했다”며 “전보 제한 기간인 2년을 채우자마자 의정부로 전출했다”고 말했다.
공경하라, 자제하라, 공부하라 설 연휴에 읽은 책 중에 단연 으뜸인 책이 『철학 콘서트 2』였다. 맹자의 혁명론에서 뉴턴의 만유인력까지 세상을 바꾼 사상가 10인의 위대한 생각을 정리한 황광우의 책이다. 상식적으로 알고 있을 것 같은 10인의 철학자의 색다른 삶의 모습을 새롭게 조명한 인상 깊은 대목들이 많아서 좋았다. 아는 만큼 보이고 읽은 책의 무게만큼 깊은 철학자 황광우의 해석을 음미하며 공부하는 느낌도 신선했다. "나는 죽어 '행복한 섬의 나라'로 갈 것입니다. 나는 그곳에서 우리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오디세우스를 만날 것이며 우리의 시인 호메로스와 해시오도스를 만나 담소를 즐기며 살 것입니다. "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남긴 고별인사) -236쪽 죽어서도 영웅들과 시인을 만나 담소를 즐기고 싶다는 낭만적인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정신세계를 짐작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부러울 뿐이다. 그러니 그 죽음이 무섭지 않았을 것이니 죽음을 연인처럼 기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철학자의 내면세계가 궁금하여 집어든 이 책은 읽을수록 혼란스러웠다. 그것은 내가 살아온 삶이 얼마나 철학적이지 못한 삶인지, 코앞만 보며 달려온 삶이 부끄럽다는 고백이리라. 이상국가. 정의가 구현되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플라톤의 바람이었다.서구 계몽주의를 대표하는 볼테르는플라톤의 철인정치론이 조선에서 구현되었다는 것을 뒤늦게 알고 동양을 매우 부러워했다고 한다. 정도전은 이성계를 보필한 철인이었고, 세종은 왕 노릇을 한 철인이었다. 플라톤의 꿈은 조선 땅에서 이루어졌다. -8쪽 우리는 서구 계몽주의의 대표인 볼테르가 부러워 한 철인 왕, 세종대왕을 가진 나라다! 철학의 높은 산인 플라톤이 이상국가의 모습으로 내세운 철인왕이 서양이 아닌 조선에서, 그것도 백성을 사랑함이 지극하여 글자를 만들기 위해 조정 대신들의 눈을 피해 치료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휴양지에서 몰래 훈민정음 창제에 몰두했으니. 한글이 아니면 컴퓨터 자판 앞에 앉아 이렇게 손쉽게 작업을 할 수 있을까? 한글의 고마움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다. 생각나는 대로, 말하는 대로 자판을 칠 수 없다면 어떻게 글을 쓸 수 있을까? 하늘과 땅의 원리, 발음기관과 조음기관을 완벽하게 과학적으로 결합한 것도 감사한 일인데, 애민사상이 하늘에 닿아 지극한 마음까지 더했으니, 세종대왕의 철학적 사유와 깊이를 알 수 없는 인간애를 어떤 언어로 표현할 수 있으랴! 대한민국에 그 많은 학원이 있지만 한글을 가르치는 학원만은 없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배우기 쉬운 글자이니 얼마나 감사한가. 오늘 여기에 내가 쓴 글을 올리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세종대왕 덕분이다!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내가책이 아니면 어디서 배움을 이어갈 수 있었으랴! 어찌 생각하는 삶을, 선생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다. 작가 황광우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한글창제의 숨은 이야기들을 찾아내어 세종대왕의 철학적이고 인간적이며 과학적인 면모를 드러내고 있다. 피타고라스가 철학공동체를 세우며 갈파한 공부하는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갖춘 이가 바로 세종 임금이었으니 우리는 축복 받은 나라가 분명하다. 최초의 철학공동체를 세운 피타고라스, 호메로스를 질투한 플라톤, 이데아 제국을 격파한 아리스토텔레스, 여민동락과 역성혁명을 주창한 맹자, 태양을 멈춘 사나이 코페르니쿠스, 의대를 중퇴한 갈릴레이, 순결한 15억 영혼의 지도자 무함마드, 철학적 원리로 훈민정음을 만든 세종, 과학혁명을 완성한 뉴턴, 시경을 편집한 공자 등 , 동서양 10인의 철학자를 다루고 있다. 피타고라스는 23년 간 이집트 생활을 하다 페르시아의 포로가 되어 바빌론에서 12년을 보내고 '현자'가 되어 56세에 귀향하였다. 피타고라스가 탄 배가 항구에 닻을 내리자 소문은 금세 퍼졌고, 현자를 보기 위해 군중이 몰려들었다. 피타고라스는 광장에 모인 젊은이들에게 첫 연설을 했다. 시간과 시대를 초월하여 공감이 가는 대목이라 여기에 전문을 옮겨본다. 인간의 삶에서나 자연에서나 먼저 온 것이 나중에 온 것보다 우월하다. 새벽은 저녁보다 좋고, 동쪽은 서쪽보다 좋으며, 시작은 끝보다 좋다. 마찬가지로 탄생은 죽음보다 좋고, 원주민은 이주민보다 좋으며, 어른은 젊은이보다 좋다. 젊은이들은 어른들을 공경해야 한다. 어른들은 젊은이들에게 생명을 준 분들이다. 자제하라. 가장 욕구가 왕성한 젊은 시절은 성품이 단련되는 시기다. 자제는 몸과 마음에 좋은 , 모든 것을 줄 것이다. 자제는 건강을 지켜주고, 최상의 성취를 가능하게 한다. 트로이전쟁에서 양편의 군사들이 그토록 많은 희생자를 냈던 것은 한 사람(파리스)의 자제력이 결여되어서였다. 공부하라. 최상의 지적 능력을 갖길 원하면서 공부하는 데 시간을 내지 않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몸은 아껴보았자 사라진다. 공부를 하여 고귀한 정신을 갖게 되면 죽어도 계속된다. 모든 뛰어난 지도자들은 어려서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다. 힘과 미모, 건강과 용기는 다른 이에게 물려받을 수 없지만 공부는 물려받을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 것이 공부다. 부와 권력은 유한하나 지식은 무한하다. 육체는 죽지만 지식은 영원하다. 지식의 기본은 타인을 배려하는 데 있다. 백견이 불여일독(百見이 不如一讀) 하는 삶을 철학자들이 말하는 행복론도 비슷하거나 다 다르다. 인간의 특성을 갖춘 사람도 개인마다 생각하는 행복론이 다 다르리라. 쾌락을 행복이라 여기는 사람이 있는 가하면, 손에 잡히지 않는 이상을 추구하는 형이상학적인 삶을 행복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으니. 내가 생각하는 행복은 단순하다. 최소한 책을 읽을 수 있을 때 행복하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책 속의 일자천금 같은 한 문장을 캐내는 쏠쏠한 만남의 순간에 스치는 황홀함은 그날이 그날 같은 영원한 회귀 시간의 물레방아를 무료하지 않고 버티게 하는 에너지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내일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내 곁을 지킬 단 하나의 무기는 책이 분명하다. 사람은 실망을 안겨주지만 책은 그럴 리가 없으니. 저자 황광우의 마지막 멘트가 메아리를 넘어 죽비소리로 다가선다. 아무래도 2019년의 숙제는 백견이 불여일독(百見이 不如一讀 100번의 여행이 한 번의 독서만 못하다.)을 실천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 어쩌면 여행보다는 책을 더 좋아하는 나의 취향이 그리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아 위안을 받은 대목이다. 새로운 풍경보다 새로운 안목을 가지라는 프루스트의 말과 상통하니. "지구의 명승지를 다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이 아쉬운 일이듯, 책 속에 담긴 현자들의 음성을 모두 듣지 못하고 죽는다면, 이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일 것이다. 그대, 아직도 고전을 읽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인생을 더 살아야 한다. " -236쪽
몇 해 전, 나쓰메 소우세키의 봇짱; 도련님이란 소설을 읽어본 적이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인 봇짱은 괴짜 선생님이었는데 쓴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도 봇짱과 비슷한 면이 있다. 현실에 저항하고 비판할 수 있는 힘과 용기 그리고 17년간의 교직생활을 접고 방랑생활을 한 점이 평범한 교사상과는 다른 면모가 있다. 껌 한 개를 훔치고 혹독하게 반성문을 쓴 야스코의 이야기를 읽다가 문득 5년 전 내가 가르쳤던 k란 아이가 생각났다. 동네 쌀가게에서 금고를 털고 180만원을 훔친 감히 아이들의 행동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대도(大盜)였다. 가정방문, 교우 관계 및 등하교 지도 등 할 수 있는 노력은 많이 기울였지만 때로는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실망감으로 병원에 입원을 한 적도 있다. 우리 사회에는 고통, 가난, 불우한 환경을 핑계로 그것을 타파하거나 승화하여 발전적인 방향으로 나가지 않고 회피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야스코는 그런 인간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의 순수함, 상냥함은 어른들에게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장점이다. 힘이 세고 덩치가 크다고 아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훈계하고 때로는 학대까지 일삼는 어른들…… 야스코의 글은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오야마 다카시의 담임인 시카지마 가즈오 선생님에 대한 다카시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식인들의 위선, 가증스러움을 담임선생님에게서 발견했으니 그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아이들은 정직하고 진실하다. 그러한 아이들이 어른들의 손길이 닿으면서 점점 오염이 되는 것은 아닐까? 차별과 편견의 늪에서 자란 사사오 스스무, 그는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사랑을 이상히 여기고 수용하지 못한다. 28년간 많은 학생들과 만나고 헤어졌다. 때로는 구름과 비로 때로는 밝은 태양빛으로 ‘천국과 지옥’으로 오르락내리락하게 하는 아이들…… 이 책은나의 삶과 교육관을성찰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하이타니 겐지로 선생님의 긍정적인 아동관을 아이들과 효과적인 의사소통의 통로로 삼아 좋은 교사가 되어야겠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교총은 서울시교육청이 기습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2019 상반기 공립 중등 교감 인사 자료 구축을 위한 설문 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울교총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8일까지 관내 중등학교 학교운영위 교원위원 선거권자를 참여시켜 이 같은 설문 조사를 진행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내려 보냈다. 평가 대상은 관내 공립 중등학교(각종학교 포함)에 재직 중인 교감이다. 평가항목은 △교육자로서 품성을 갖추고 직무에 충실도를 5단계 평가 △공직자로서 사명감과 직무에 관한 책임감을 갖고 솔선수범 정도 5단계 평가 △학교가 처한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하려는 노력 정도 5단계 평가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에 대한 교육적 배려 정도 5단계 평가 등이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설문조사를 통해 평가 꼬리표를 다는 정책 추진은 교육청이 교감을 옥죄고 나아가 학교 자율권까지 침해할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 “교감 인사자료 구축을 위한다면 교원능력개발평가나 근무평정 등 기존 자료를 참고하면 될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굳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교육청의 ‘업무 줄이기’ 시책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그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현재 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묻는 식으로 교감사회 전체를 잠재적 무능력자로 전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는 식의 설문은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리는 일”이라며 “게다가 문제점과 개선 사항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기록하도록 하고 있어, 자칫 설문 결과에 따라 문제 교감으로 낙인찍힐 우려가 높은 것도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교감은 학교경영의 중추라는 점에서 그 명칭을 ‘부교장’으로 바꾸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마당에 시교육청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근거가 불명확하고 어떤 의도로 하는지도 모르는 설문조사로 교감의 사기를 꺾는 일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만일 이 같은 설문이 항시적으로 실시된다면 교감은 책무성에 집중하기보다는 설문조사에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인기관리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현장의 우려다. 서울교총은 “이 설문조사의 의도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를 통해 중등교감을 교육청 입맛에 맞게 줄 세우려는 것이 아닌지를 시교육청은 밝혀야 한다”며 “중등교감 전체의 사기를 꺾고 중등교감에 대한 평가 꼬리표로 전락할 수 있는 이번 설문조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교육신문 정은수 기자] 경기도교육청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업무 전담팀을 학생건강과에 배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현장 교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영양교사에게 산안법 업무에 대한 책임까지 지우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은 3월 1일자로 개편되는 학생건강과에 산업안전보건법 업무를 담당하는 팀을 둘 계획이다. 이는 2017년 2월 3일 고용노동부가 시달한 ‘국가·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의 산안법 적용범위 판단 지침’에 따른 조치다. 산안법에 따르면 모든 사업장에는 ▲안전보건관리체제 마련 ▲안전보건관리규정 준수 ▲도급인의 안전보건조치 ▲안전보건교육 ▲관리책임자에 대한 교육 등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동법 시행령 2조의2에 따라 학교를 포함하는 교육서비스업 사업장은 이의 적용이 제외된다. 그러나 고용노동부가 산안법 적용범위 판단 지침을 시달하면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가 다른 업종으로 분류될 수 있는 특정 사업으로 볼 수 있는 경우’에 대한 예시로 학교급식은 기관구내식당업으로 판단하도록 명시해 학교급식소에는 산안법을 적용하게 됐다. 각 시·도교육청이 이에 따라 산업안전보건체계를 위한 전문인력을 충북, 광주, 제주 등의 시·도에서는 안전 담당 부서에 배치했지만, 경기와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는 기존 급식 담당 부서 내에 배치하기로 하면서 반발을 사게 된 것이다. 이에 전국영양교사회는 30일 시·도교육청 내에 산업안전 업무를 담당할 별도조직 구성을 요구했다. 이들은 건의서를 통해 “일부 교육청에서 산안법 적용이 학교급식소부터 우선 적용되기 시작하였다는 이유로 학교급식 담당부서에 산업안전업무까지 부과할 경우 학교급식 운영에 차질을 초래하고 학생의 학습권 침해와 정상적 교육활동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학교 내 재해는 비단 학교급식 종사자에만 한정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실험·학교시설관리·특수교육 등 다수 직종에서 발생하여 안전에 대한 포괄적인 관리가 요구된다”며 “학교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학교현장의 안전업무를 총체적이고 전문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전담조직을 구성·운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다른 시설 안전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데 영양교육과 급식관리에 이어 산업안전관리 업무까지 하게 되면 안전사고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라며 “특히 2·3식 급식 학교에는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산안법이 확실하게 적용되는 곳은 학교급식소여서 급식 관련 부서에서 담당 팀을 운영하는 것이 운영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본 것”이라며 “학교 모든 근로자에 대해 법이 확대 적용된다면 별도 부서를 운영하는 것도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교육부는 1월 30일 경미한 학교폭력 처리방안에 국민참여 정책숙려 결과를 공개하고, 학교폭력 제도 개선안을 발표했다. 주요 개선 내용은 한국교총이 교육부에 계속해서 요청을 해왔던 것으로 내년 1학기 중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이하 학폭위)를 학교가 아닌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해 설치하는 방안이다. 즉, 내년부터 교육지원청 산하 학폭위에서는 심각한 학폭 사안을 다루고, 가벼운 학폭 사안에 대해서는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학교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학교장 종결제를 도입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번에 반영된 학폭 제도 개선 방안은 그동안 학교폭력 대응 절차가 지나치게 형벌주의라 교육적 해결이 어렵고, 매년 학폭위의 처분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심청구, 행정소송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학폭위에 대한 사회적인 불신이 가중되고 있으며 학교마다 비슷한 사안에 대해 다른 처분이 내려져 공정성과 형평성에 논란이 가중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민참여 정책숙려제에서 나온 결과를 대부분 반영했다는 점에서 아주 뜻 깊고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알다시피 단위학교의 학교폭력 업무담당자는 학교폭력으로 신고가 접수되면 신고대장 및 가․피해자 진술서 작성, 전담기구 회의 소집 및 보호자 확인서 발송, 이후 학폭위 회의록 및 결과 보고서 작성 등 문서작성 업무에만 수십 개에 이르기 때문에 교육청 보고까지 감안하면 단지 1개의 사안일지라도 2주 이상의 업무가 소요된다. 필자도 실제 학폭 업무를 담당했던 유경험이 있었기에 답변서를 제대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수업이 마비되고 평일 및 주말에도 학교에 나와 초과근무를 해서 일을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학교폭력 업무는 교사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현재 학교현장에서 학폭업무는 가장 기피하는 업무가 되었다. 모든 교사가 업무를 기피하다보니 일부 학교는 기간제교사에게 업무를 주는 경우도 있다. 학폭위의 과반수가 전문성이 부족한 학부모로 이루어져 학폭위 결과에 대해 해가 갈수록 가해자 및 피해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재심청구 및 행정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왜냐하면 피해자 및 가해자의 학생, 학부모가 변호사를 대동하여 서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을 주장하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가해자의 경우에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되면 상급학교 특히 대학교 입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부모들이 사활을 걸고 대처한다. 이러다 보니 법률적인 지식이 부족한 교사는 제대로 준비를 못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학부모의 민사소송에 휘말리게 되어 교사로서 절망감을 갖게 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가해자 및 피해자의 학부모들이 학교 및 학폭업무담당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있는 것일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학교마다 똑같은 사안일지라도 학교에 따라 처분결과가 다르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교사 및 학부모가 법률적인 식견이 부족하기 때문에 가해자 및 피해자의 학부모가 학폭위원에 참여하는 학부모와 친하거나 혹은 부모의 사회적․경제적인 지위(고위공직자 자녀, 국회의원 자녀, 대기업 오너의 자녀)일 경우에는 피해 정도가 심해도 처분을 약하게 내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결과를 언론에서 이미 여러 번 보도된 적이 있어서 익히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형벌 중심의 학교폭력예방 대책으로 징계, 불복, 재심청구, 행정소송(행정심판)으로 이러지는 악순환이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세부대책으로 외부전문가 비율을 늘려 각 교육지원청마다 변호사, 전담 장학사, 상담사, 행정사 등 꼭 필요한 전문요원의 비율을 늘려 학폭위 업무를 교육지원청에서 처리한다면 공정성에 대한 시비를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학교 밖인 가정, 공원, 교회, 수련회, 학원, 놀이터 등에서 일어난 사안도 모두 학교폭력으로 해결하다보니 교사는 정작 중요한 교육활동 및 학생상담에 소홀해지기 쉽고 그 결과 이러한 피해는 모두 학생들에게 갈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필자는 이번 기회에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 및 범위조정을 재정립하여 학교 안 및 학교교육과정을 위해 외부로 나간 경우에만 학교폭력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법률도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교육부에서 발표한 학폭위 교육청 이관 및 경미한 학폭 사안 학교장 종결제 추진 정책은 대환영이며 교사가 앞으로 학생교육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육청에서 환경과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아주 의미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교육부는 1월 30일 학폭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번 방안은 국민참여 정책 숙려제 결과가 반영되었다는 점에서 나름 의미가 있다. 한국교총도 학교는 교육기관이기에 이 번 개선 방안을 환영한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번 개선안의 요지는 경미한 학폭 사안은 학폭위를 거치지 않고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서면사과나 교내봉사의 경우 학생부에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2020년 1학기부터 학폭위를 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고 학폭위에 외부전문가를 확대하기 위해 학부모위원 비중을 현행 과반수에서 1/3이상으로 낮추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장교사로서 교육부의 이와같은 조치를 크게 환영하고 왜 진즉부터 이러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는가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일반 시민 2200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에서는 학폭예방 및 재발 방지 효과가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한 바 있지만 학교는 처벌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란 점에서 이 번 교육부의 개선안에 적극 동의한다. 28년의 교직생활 중에서 10년동안 학폭위 교원위원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학생의 행동도 문제지만 학부모의 인식도 변화되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사소한 사안 하나하나에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내 자녀를 보호해야한다는 생각에서 크게 흥분하고 끝내는 학교마저 불신해서 고소 고발까지 하는 것을 볼 때 안타깝다. 무정한 사회라 그런다지만 운전을 하면서도 가벼운 접촉사고만 생겨도 이해하기는 커녕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어른들의 태도에서 과연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지 의문이 든다. 아울러대부분 한 두명의 자녀를 기르기 때문에 학부모의 심정은 이해하겠지만 가정에서 어렸을 때부터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않고 늘 배려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교육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 이 번 교육부의 학폭 제도 개선 방안과 더불어 학부모의 인식도 좀 더 변화했으면 좋겠다.
인간의 위대함은 완벽함에서 출발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부족함을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비롯되었다. 천재란 타고 나지만 수재는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며칠 전 인터넷 서점에서 추천도서로 선정된 책들을 클릭해보다 필자의 시선을 끌었던 문장들이다. 그동안 수재는 보통사람인 우리와는 동떨어진 사람으로 알았는데,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니 보통의 아이들도 충분히 수재로 키울 수 있을 것 같아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필자 역시 10대인 아이를 키우고 있기에 한 해가 지나갈수록 새로운 고민들이 새록새록 새순 돋듯이 생겨나고 있다. 지금 필자가 아이를 잘 키우고 있는지 말이다. 책이 도착하던 날 만사 제쳐두고 자정을 훌쩍 넘겨버린 새벽녘까지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고 추구했던 것과는 다른 것들. 고정관념에 박혀 아이의 숨은 능력을 찾아 개발해줄 수 없는 현실에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지능개발이 전공인 정미령 교수는 35년 전 한국인 최초로 옥스퍼드대 정교수로 임명된 세계적 교육학자이다. 그는 영재성은 타고나는 것이며, 유아기 때 영재교육을 끝내야 한다는 통설을 뒤집었다. 오히려 평범한 아이도 10대 때 교육과정에 따라 영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기는 스스로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나이이므로, 이때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하면 가장 큰 효과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학교성적이 떨어진다고 야단치지 말고, 특정한 취미가 있으면 적극 살려주면서 다른 과목은 수준에 맞는 것부터 시작하면 끌어올리기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모든 분야를 동시에 잘하기를 요구하는 한국교육을 맹렬히 비판했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교육의 시기와 시간이었다. 즉 적시 를 찾아주면 모든 아이들이 다 수재가 될 수 있으며 창조성을 계발하기 위해 청소년들은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적절한 시기인 적시(適時)란 무엇인가. 나무를 가꿀 경우엔 물을 줄 때, 가지를 칠 때, 비료를 줄 때를 잘 맞춰야 한다. 그래야 잘 자란다. 아직은 묘목인데 마음만 앞서 필요 이상의 물과 비료를 준다면 오히려 뿌리가 썩을 수도 있다. 부모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가장 적절한 시기에 아이의 능력을 살피고 그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다. 적절한 시기는 아이가 호기심을 보일 때다. 그때 잘 이끌어야 한다. 열 살 이전엔 부모가 방향을 제시하면 60%쯤은 그대로 된다. 나머진 아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은 아이에게서 발견되는 징후를 보아가며 도와주는 것이다. 모르겠다면 골고루 시켜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저자는 많은 한국의 청소년들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학습에 시달리면서도 결국 얻는 것은 시험 점수를 올리는데 유리한 죽은 지식뿐이라고 개탄한다. 그 예로 중학교 1학년인 평범한 아이인 송이를 예로 들었다. 공부를 곧잘 하는 열네 살 송이의 목표는 앞뒤 없이 서울대가 목표이다. 어릴 때부터 영어, 수학 등 주요과목은 학원과 과외로 기본을 탄탄히 다져왔다. 시험을 보면 늘 90점 이상이다. 평일엔 밤 9시 반까지 학원코스를 돌고 집에 온다. 별다른 취미는 없고 주말에 온라인 게임을 2~3시간 정도한다. 장래 희망은 의사, 변호사, 외교관이다. 잘은 모르지만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의 믿음대로 송이는 과연 수재일까라는 질문에 정교수는 이렇게 답한다. 송이는 아직 수재도 무엇도 아니며 아무것도 될 수 없다고 답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 시간을 투자해 만족할 만큼 지식을 수확할 능력이 없는 아이, 세상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 없이 단순 오락에만 빠져 있는 아이는 수재가 아니라는 것. 학원에 다니고 과외를 많이 하면 지식이 짧은 시간에 쌓여, 시험은 잘 볼 수 있겠지만 미지의 세계를 탐구하는데 쓸 큰 에너지는 잃게 된다는 것이다. 과외는 암기능력만 키울 뿐, 앞으로 글로벌 시대에 필요한 개성과 창의력은 죽는다고 단언했다. 정 교수는 송이에게 이런 처방을 내렸다. "게임 대신 동해에 어떤 물고기가 사는지, 요즘 네 또래들 사이에서 무엇이 유행하는지 알아봐라." 교과서 밖의 지식을 혼자 힘으로 찾아 나선 송이는 전과는 달리 진지한 눈빛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처음으로 고민하게 됐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아이들의 타고난 창의력을 개발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지적했고 그들의 잠재 능력을 꽃피우게 하는 것이야말로 미래에 위대한 발명가 세대를 확보 할 수 있는 길이므로 아이들의 창의력을 북돋울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고등교육을 받은 인구가 많고 매우 높은 교육열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에 대한 높은 관심에 비해 전문가의 수가 많다고 할 수 없기에 10대를 수재로 길러내는 작업은 전 국민의 과제라 했다. 3년 전부터 필자는 아이를 창의 교육을 하는 전문 기관에 맡기고 있다. 마음껏 생각하고 마음껏 토론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참 좋아서였다. 당장 교과 공부에는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엉뚱한 상상을 해도 그것을 격려하고 칭찬을 하며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격려 해주는 그런 훈련을 하다 보니 소극적이었던 아이가 적극적으로 변하고 자기 자신의 가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하고 싶은 얘기도 마음껏 표현한다. 그곳에 가면 부모교육도 받는다. 아이들은 문제가 없다. 부모의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아이들의 가슴에는 시퍼런 멍이 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필자도 전보다는 많이 변한 것 같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또 다른 갈등을 하게 된다. 주변이 온통 시험점수 올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으니 말이다. 필자는 정미령 교수의 글을 읽어봄으로써 약간의 확신을 갖게 되었다. 따라서 10대의 청소년을 둔 학부모들이 꼭 읽어봤으면 한다. 세상이 바뀌기를 기다리기보다 가정에서 좀 더 여유를 가지고 자신의 자녀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기 때문이다.
‘유튜버’와 ‘디지털 네이티브’ 지난해 1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8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황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초등학생의 희망 직업 중에 ‘유튜버’가 5위로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30년 전엔 ‘대통령’, 10년 전엔 ‘아이돌’처럼 ‘유튜버’도 그냥 어른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정도로 생각하기엔 왠지 꺼림칙하다. 이유가 뭘까를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어른들보다 사회에 대한 흐름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더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진로 교육에 있어서 가장 흐름을 앞서가는 그룹이 초등학생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번 조사결과는 ‘유튜버’를 꿈꾸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본격 등장을 예고한다. 유년기 시절부터 스마트폰을 포함한 스마트 디바이스와 콘텐츠를 만들어 등록·공유하는 플랫폼과 함께 성장한 세대를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들은 유튜브로 촉발된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최대 소비자이면서 최대 생산자로 등장했다. 인공지능과 플랫폼의 발달로 현재의 콘텐츠는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누구나 쉽게 개발하고 공유할 수 있게된 것이다. 2019년 올해 과학기술혁명의 키워드 세 가지는 ‘인공지능, 5G, 블록체인’이 될 것이다. ‘유튜버’를 대량 양성하고 1인 콘텐츠 생산자에게 보상을 해주는 인프라가 고속도로처럼 구축이 되는 원년이 된다. 이러한 세상의 변화를 가장 빨리 읽고 표현할 수 있는 아이들이 초등학생인 것이다. ‘성장’을 목표로 한 진로교육 지난해 말 맞춤형 VOD를 제공하는 넷플렉스를 통해 제임스 딘이 출연한 3편의 영화를 보았다. 배우이자 카레이서로서 24살의 젊은 나이에 요절한 제임스 딘은 ‘에덴의 동쪽’, ‘자이언트’ 그리고 ‘이유 없는 반항’이라는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3편의 영화 소재는 각각 다르지만, ‘성장’을 다루고 있는 영화이다. 미국의 성장시대에 기존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충돌하면서 나오는 갈등요소가 영화의 전체적인 흐름이다. 이러한 갈등 속에서 피어나는 번민과 성찰이 한 개인과 국가를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지금 대한민국은 과거의 성장을 멈추고 새로운 성장을 시작하는 변곡점에 와 있다. 구조적인 청년실업과 N포 세대는 현상일 뿐이다. N포 세대 청년들은 기존의 베이비부머 세대들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더 많은 공부를 해 온 세대이다. 이들의 자조는 단지 역량 부족이 아니라 자존감 부족에서 나온다. 청년세대의 자존감 부족은 ‘성공’을 보상으로 한 우리 사회의 교육방식 때문이다. JTBC의 ‘SKY 캐슬’에 나오는 ‘서울대 의대’와 ‘전교 1등’은 모두 성공을 담보로 한 목표치일 뿐이다. ‘성공’ 후에는 어떨까? 다 이루었다는 만족감과 함께 오는 허탈감은 다음 목표를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1등의 허탈감 뒤에는 1등을 쫓아갔던 수많은 2등과 꼴등들의 좌절감이 있다. 진학과 입시중심의 진로교육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 ‘성장’을 목표로 하진 않는다. 우리 교육과 비교할 수 있는 그룹으로 유대인들의 교육을 들 수 있다. UN이 발간한 교육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아이들의 지적능력을 측정하는 IQ는 평균 104로 홍콩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한다. 반면 이스라엘 아이들의 평균 IQ는 94로 세계 45위에 불과하다. 공부시간도 우리 아이들이 훨씬 많다. 물론 극성스러움의 상징인 ‘엄마’도 우리는 유대인 엄마들과 비교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 오죽했으면 뉴욕 타임스에서 한국의 극성스러운 엄마에게 ‘New Jewish Mom(새로운 유대인 엄마)’이라는 별칭을 붙여 주었을까? 이처럼 기본역량에서나 환경적 측면에서 우리보다 나을 게 없는 유대인들은 사회에 진출할 때 엄청난 가성비를 나타낸다. 미국 내 약 600만 명에 불과한 유대인들 중에는 노벨상 수상자의 23.6%, 할리우드 부유층의 40%, 예일대 대학원생의 60%, 영향력 있는 지식인의 76%, 그리고 최고 부유층의 23% 이상을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예술·문화·연구·경제 등 거의 전 분야에서 압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유대인 자녀들의 교육적 성과의 결과물은 ‘달란트’ 교육에서 비롯된다. 아이의 타고난 재능을 어렸을 때부터 부모들이 발견하고 아이들의 생각을 경청하면서 아이들 스스로 진로를 선택하게 하는 ‘Voice Choice’ 교육이다. 달란트 교육의 핵심은 ‘성공’보다는 개개인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중심 진로교육은 새로운 디지털 네이티브들을 위해 국가·사회가, 그리고 어른들이 해야 할 ‘Must Have’ 아이템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떨어지는 교육비 투자의 효율성을 차치하더라도 취업에 장기간 실패하거나 취업을 했다 하더라도 적응을 못 해 다시 공부를 하는 ‘스터디 룸펜(Study Lumpen)’을 양산하는 ‘성공’ 교육을 해서는 대한민국 교육에 희망이 없다. 준비되지 않은 대한민국 진로교육 매년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 IMD는 ‘세계인재보고서(IMD World Talent Ranking)’를 발표한다. 많은 언론이 IMD가 발표할 때가 되면 한국의 인재경쟁력의 순위는 어떻게 될지 관심을 둔다. 2018년 11월 발표한 한국의 인재경쟁력 순위는 조사 대상국 60개 국가 중 33위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9위에서 조금 오르긴 했지만, 세계 12대 경제대국의 위상치고는 인재경쟁력 지수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IMD 보고서 중 66페이지에 나와 있는 한국파트를 집중적으로 분석해 보기로 했다. IMD는 교육에 대한 투자 및 개발(Investment Development), 경제적 보상 및 만족도(Appeal)와 준비도(Readiness) 등 3개 분야로 나눠 점수를 분류한다(표 참조). 분야별 점수를 보면 교육투자분야가 20위이고, 보상과 준비도는 각각 41위와 34위로 더 떨어진다. 분야별 인재경쟁력 순위 중 눈에 띄게 순위가 높은 항목이 하나 있다. 바로 15세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PISA에서 한국은 전체 9위를 차지하고 있다. 3년마다 치러지는 PISA에서 한국은 특히 수학과 과학 분야에서 매번 3위 안에 들 정도로 우수한 학업성취도를 유지하고 있다.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 한국 아이들의 경 쟁력은 전 세계 어느 국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고등학교와 대학 이후 쪽으로 오면 점점 더 경쟁력은 떨어진다. 우선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양성에 우리 사회가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지 판단하는 미래 준비도 측면의 세부지표를 살펴보면, PISA 지수를 제외하고는 31위에서 47위까지 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숙련된 노동력(Skilled Labor)’에 대한 준비도는 37위,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시스템은 응답지수 10점 만점에 5.16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38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학으로 한정해 미래사회를 위한 ‘대학교육의 준비도’는 10점 만점에 4.84점으로 전체 대상 국가 중 49위를 차지하고 있어 거의 최악의 수준이다. 대학 졸업 후 기업들의 준비도 역시 마찬가지다. 연결과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진로교육 정부는 2015 개정 교육과정 개편을 통해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의 기초소양을 가진 창의·융합형 인재’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rts, and Mathematics) 교육을 위한 과학기술에 대한 실험실습 기자재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특히 학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점점 늘어가는 빈 교실을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실험교육 시설을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공부하는 학생들은 기존의 2009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배운 학생들과 배움의 방식에서 그리고 평가의 방식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이과 구분이 없는 상태에서 교육과정은 이제 개방형 플랫폼을 가진 형태로 과목 공부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른바 빅아이디어(Big Idea)라는 개념으로 하나의 개념을 여러 학문에서 어떻게 접목하고 있는지를 배우게 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어렵게 배우게 되는 ‘베르누이정리’라는 개념이 ‘공중에 탁구공 띄우기’, ‘종이 글라이더 만들기’ 등의 실험으로 체득해 생활 속의 개념으로 쉽게 이해될 수 있게 만들고 이를 통해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다. 평가에서도 답이 있는 사지선다형과 같은 객관식 문제보다는 답이 없이 학생들의 생각을 넣는 ‘추론’ 문제가 대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아이들의 성적과 관계없이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다양한 형태의 학습경험을 갖게 만들고 있다. 소프트웨어는 사람과 프로그램이다. 새로운 세상에 맞는 진로교육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이러한 진로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는 확보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제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시대를 살아가는 디지털 네이티브들에게 맞는 프로그램은 훨씬 정교하고 복합적이어야 한다. 각각의 학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 연결고리로서의 진로교육을 지향해야 한다. 단순한 기술습득이 아니라 인문학적 성찰을 통해 자신의 가치관 형성과 함께 하는 삶의 도구로서 STEAM 교육과 메이커교육이 자리해야 한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별 학교나 진로진학상담교사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교와 사회와 마을공동체가 함께 고민하고 나서야 한다. 시간을 미루어서는 안 된다.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신인류의 성장교육’을 가르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우리는 선조들의 교육에 대해서 올바로 알고 있는가? 대부분 사람의 생각 속에는 선비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언제나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자신의 인격수양을 위해서 정진했던 올곧은 그런 이미지. 그래서 지금의 우리가 본받아야만 할 교육의 전범(典範)이라는 믿음이 지배적인 것 같다. 하지만 정말 그런가? 이 글은 과연 그렇게 믿고 있다면, 그 믿음이 사실(史實)과 유리된 생각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 전통시대 교육의 실상을 알아야 현재의 우리 교육을 제대로 파악할 수가 있으며, 이는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교육의 난제들을 풀어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 교육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일은 기본적으로 역사학적 작업이라 할 수 있는데, 여기서 가장 기본적인 것은 역사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냐 하는 역사 인식론의 문제이다. 이와 관련하여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바로 ‘신문화사’의 관점이다. 신문화사의 키워드인 ‘문화’란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내지 방법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신문화사는 역사 속의 개인들이 실제로 어떤 생활을 하였는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하는 미시사적인 접근이라 할 수 있다. 이 관점은 일상 속의 개인들이란 어떤 제도나 틀에 의해 휘둘리기보다는 나름대로 자신에게 유리한 판단을 하고 행동하는 존재이며, 실제로 역사는 이들에 의해 굴러간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관점을 교육에 적용하면 각 시대마다 교육수요자 즉, 학생 및 학부모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그 시대 교육의 향배는 이들에 의해 좌우된다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전통시대 교육의 실체를 알고자 한다면 그들의 행태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이 글에서는 신문화사의 관점으로 전통시대 중에서도 조선시대의 교육문화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사료인데,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을 전거(典據)로 하였다. 조선왕조실록(이하 실록)은 우리 선조들 교육문화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 있는 블랙박스라고 할 수 있다. 학교가 쇠퇴한 그곳에 사교육이 있었다 먼저 조선시대 교육문화로서 언급할 것은 바로 학교의 기피 현상이다. 당시에는 성균관을 중심으로 학교 교육이 대단히 모범적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 기록을 살펴보면 성균관의 재학생 숫자는 대체로 열에 한둘 수준에 불과했던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그 원인들에 대해서는 차후 다른 지면을 통해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성균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보다 하급학교인 사부학당이나 향교의 재학생 숫자는 더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성균관과 사부학당에 모여 학업을 연마하지 아니하고 서울과 지방의 유생들이 사사로이 집에서 배우고 있습니다. - (중종실록 33년 10월 계묘) 사사로이 배우고 있다는 것이 여러 가능성을 함축하고 있는데, 우선 그 집안의 어른들이 가르쳤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명색이 과거 합격자라도 자식들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보면 대부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일종의 사교육 교사에게 맡겼을 가능성이 크다. “제가 본 바에 의하면, 아이들에게 글을 가르치는 곳이 가는 곳마다 있었습니다”(중종실록 23년 10월 병인)라는 기록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과거시험 과목서 빠진 소학 선비들 외면 흔히 조선시대는 무엇보다도 인성교육을 가장 중시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래의 실록 내용은 그 실상이 어떠하였는지를 가늠하게 한다. 오늘날의 학부형들은 과거시험에나 오르기 위한 자질구레한 문장기교나 자제들에게 가르치려고 할 뿐 어릴 때의 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어려서 익히지 않고 자라서 배우지 않으니, 인재가 나지 않은 것이 당연합니다. - (명종실록 10년 6월 기사) 한마디로 과거시험 위주로 공부를 시키다 보니 ‘올바른 인간의 도리’에는 관심을 갖지 않았다는 얘기다. 무엇보다도 당시에 인성교육에 얼마나 신경을 썼는지 알 수 있게 하는 것은 바로 대표적인 도덕 교재라 할 수 있는 소학에 대한 관심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소학을 조선시대 국민 필독서였던 것으로 알고 있으나, 실제로는 이 서적에 거의 관심이 없었다. 지금 사람들은 총각을 면하면 시(詩)와 부(賦)만을 익히고 소학에는 전혀 힘쓰지 않고 과거시험만 중하게 여기니, 어느 틈에 마음을 다스려 효도와 우애에 힘쓰겠습니까? - (중종실록 11년 11월 신사) 이처럼 당시에 소학은 홀대를 받았던 책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책이 과거시험에 출제되는 교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과거공부 이미지는 한마디로 성실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률적으로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그들의 학습행태는 성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하기를 “올가을에 초시에 합격하면 8월부터 내년 3월까지 모두 여덟 달이니, 그때 가서 글 읽기에 힘써도 강경시험을 볼 수 있겠다” 하는데, 이런 생각 때문에 글을 읽지 않고서 놀러 다니며 이야기나 하면서 날을 보내는 것이 온 세상의 풍조입니다. - (성종실록 19년 9월 갑자) 이처럼 당시 대부분 학생은 과거시험 준비를 다 마친 다음에 응시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초시 준비를 하여 합격하게 되면 그다음에 가서 2차 시험인 복시 공부를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한마디로 시험이 코앞에 와야 본격적으로 준비하려는 일종의 벼락치기식 학습행태라 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급제위해 위장전입 … 조정도 골머리 조선시대에는 오늘날 위장전입과 똑같지는 않지만 이와 유사한 행태들이 있었는데, 과거시험 기회를 얻기 위해 서울에 살고 있는 수험생들이 허위로 그 지역 거주자인 것처럼 등록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저번 영릉(英陵)에 행차할 적에는 오직 지나가게 되는 지역의 본토인만을 뽑기로 되어 있는데도, 서울 유생들이 갖은 수단을 동원해 자기 이름을 부정한 방법으로 명단에 올리고 외람되게도 과거에 응시하는 자가 꽤 많았습니다. - (중종실록 29년 7월 정해) 사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불법등록 사례들이 기승을 부리는 일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었으며, 이 때문에 당시에는 일찍부터 위장등록 금지법에 해당하는 ‘토단법(土斷法)’이라는 것이 있었다. 조선과 현대, 교육의 아킬레스건이 똑같다 위에 언급한 조선시대 교육문화의 단면들에 대해 납득이 가는 독자들도 없지는 않겠지만, 대개는 생경스런 느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사실(史實)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이 충분히 개연성이 있는 것임을 조선 후기 실학자의 한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가 있다. 그들이 공부하는 것은 글귀들을 기억하고 외우는 것에 불과하다. 세상에 태어나서 머리털이 마르기도 전에 과거공부를 하는데, 요행히 급제를 하여도 여전히 서투르고 거칠어 배운 것이 소용이 없다. - (곽우록, 공거사의) 이처럼 조선시대의 교육문화는 지금의 우리 눈에 별로 낯설지가 않을 정도로 오늘날의 그것과 닮았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 시대 교육의 아킬레스건이 똑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시험이었다. 조선시대가 ‘과거시험’에 의해 교육이 지배되었듯이, 오늘날은 ‘대학입시’에 의해 교육이 휘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험이 있는 한 교육은 제 목적을 올바로 구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사실 근본적인 원인은 시험 자체라기보다는 시험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따라서 지금의 우리 교육을 개선하기 위한 방법은 시험을 없애거나 혹은 시험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시험에 함몰되지 않도록 사회의 관행이나 인식을 바꾸는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