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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에 이어 최 교육감 배우자도 경찰 고발을 당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다. 세종시선거관리위원회는 최 교육감 배우자 김영숙 씨와 이태환 세종시의장을 이달 초 경찰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2월과 4월 이 의장에게 결혼 축의금 등 명목으로 100만 원 상당의 양주 1병과 축의금 200만원을 건네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시선관위는 김 씨와 이 의장 등을 소환해 조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선관위는 내년 두 차례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인 등의 기부행위 등 중대 선거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중 조치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지방자지단체의 장과 그 배우자가 민법 제777조(친족의 범위)의 규정에 의한 친족의 관혼상제 의식 기타 경조사에 축의금품을 제공하는 행위 외에는 선거구 안에 있는 자에게 축의금품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씨가 이 의장과 금품을 주고받은 이 문제로 인해 최 교육감은 지난달 말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최 교육감 부부와 이 의장은 지난 2012년 최 교육감이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수행비서를 맡은 이후 각별한 사이를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의장 역시 최 교육감 부부와 가족처럼 지냈던 사이라 결혼 축하 명목으로 금품을 받긴 했으나 수개월 후 되돌려준 것으로 해명하고 있다. 이 의장은 올해 초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더불어민주당 세종시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1년 6개월의 당원자격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김 씨는 남편 최 교육감과 같은 공주사범대학을 졸업하고 30여 년 동안 충남지역에서 학생을 가르쳐온 전직 교사 출신이다. 지난 2018년에는 자신과 남편의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사랑하는 사람아’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이야기는 ‘불볕’이라는 뜻의 도시 화양(火陽)에서 28일간 펼쳐지는 재난 속에서 인간 본성을 탐구하는 소설이다. 아이디타로드 개썰매 경주에 참가했던 최초 한국인 머셔였던 수의사 서재형, 익명의 투서를 받고 그를 저격하는 기사를 써서 나락에 빠뜨린 기자 한윤주, 119구조대원 한기준, 동물살해에 이어방화와 무차별 살인하는 사이코패스 박동해, 응급실 간호사 노수진, 그리고 팀버울프의 혈통을 지닌 개 링고 이렇게 5명의 사람과 1마리 개의 시선으로 지옥으로 변해가는 도시의 뒤엉킨 현장에서 서로 응시하고 미워하며 사랑하고 물어뜯는다. ‘빨간눈의 괴질’이라는 별명을 지닌 원인불명의 전염병은 개와 인간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전염되며 치사율이 100%에 가깝다. 괴질에 대한 소문으로 대통령의 담화문이 발표되고 도시 화양 전체를 완전히 고립시킨 정부는 시청 앞에 모여드는 시민을 향해 ‘해산하시오’라는 명령만 되풀이한다. 이 장면은 문득 우리 역사의 아픈 상처를 되살린다. 봉쇄된 도시 속에서 인수공통전염병이 지나간 삶의 폐허를 철저한 리얼리티로 그려내는 작가의 서슬 푸른 필치가 책을 읽는 내내 서늘하게 와 닿는다. 작가 정유정이 소설의 시놉시스를 쓴 것은 돼지 생매장을 접하던 밤이라고 한다. 눈보라 치던 밤, 깊은 구덩이 안에서 죽음을 직감한 돼지 수백 마리가 두려움에 울부짖었고, 산채로 묻힌 그들의 울음소리는 이튿날 아침까지 지상으로 울려 퍼졌다고 한다. “우리는 천벌을 받을거야.”라고 하며 그녀는 잠들기를 포기하고 노트를 펼쳤다고 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도시 화양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방송 보도를 접했다. “2021년 8월 8일 강원도 고성의 한 양돈 농장에서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고성군 간성읍에 위치한 양돈 농가에서 이상 증세가 발견돼 7일밤 검사 후 최종 양성으로 확인되었다. 해당 농장은 돼지 약 2400마리를 기르고 있다. 8일 오전 농림축산부 장관에게 ”발생 농장에 대한 살처분을 신속하게 하라.“ 긴급 지시했다. /2021.8.9. 강원일보 보도 아득한 슬픔이 몰려온다. 그들의 울부짖음이 남쪽의 작은 도시로 들려올 것같다. 코로나 19 집단감염으로 인해 우리 지역도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고 있다. 개학이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2학기 학사일정이 어떻게 될지 걱정이 앞선다. 이러한 사태의 한 원인은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한 자연 파괴와 생태계 최고의 포식자로 가축에게 한 짓도 포함되리라는 생각을 한다. 작은 바이러스에게 휘둘리는 우리는 이 초록별의 주인이라는 자만심을 내려놓을 때가 된 것 같다. 사라보예 지젝은 현재의 사태에 대해 ”이 사태는 지구상의 다른 생명체들을 무자비하게 착취해온 인류에게 내린 잔혹하지만 정당한 천벌이다.“라는 메시지를 찾는다. 그는 ”우리가 정말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지금 유행하는 감염병이 자연의 우연성이 가장 순수하게 발현한 결과요, 그냥 생겨났을 뿐만 아니라 아무런 숨겨진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더 거대한 사물의 질서 한가운데 인간은 아무런 중요성도 없는 한갓 종에 불과하다.“라고 일갈한다. 마틴 루서 킹 목사가 반세기도 전에 했던 말을 기억하자. ”모두 다른 배를 타고 왔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같은 배를 타고 있다." “대한민국의 모든 사람은 같은 배를 타고 바이러스의 강을 건너고 있다. 강의 가운데를 지나왔기를 이제 저 멀리 푸른 강나루가 보이기를 기도한다. 『28』, 정유정 지음, 2013, 은행나무
12일 오전 개학 첫날을 맞아 서울 시내 한 중학교 선생님들이 학교 정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조경태(부산 사하을)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학생들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학교 보건교육에 스마트폰 중독 및 도박 중독 예방 교육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다. 현행법은 학교장이 학생들의 신체발달과 체력증진을 위해 질병의 치료와 예방, 성교육, 음주·흡연, 약물 오·남용 예방에 대한 보건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의 스마트폰 중독이 심해지면서 신체적·정신적 건강이 크게 위협받고 있으며, 나아가 온라인 도박과 따돌림 등의 학교폭력으로 이어져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가 발표한 ‘2020 청소년 도박문제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고교 재학 청소년 약 6만 6000여 명이 도박문제 위험집단에 해당하는 등 청소년 도박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학교 보건교육 대상에 스마트폰 중독과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포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개정안을 발의한 조경태 의원은 “스마트폰 보급이 증가하면서 학생들이 지나치게 스마트폰에 의존하고 도박에 쉽게 노출되는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청소년 시기의 각종 중독 문제는 성인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철저한 예방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 학생들을 스마트폰 중독과 도박 중독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이 시급하다”며 “본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학교 보건교육을 통해 스마트폰 중독과 도박 중독 예방교육이 실시되어 학생들이 건강하게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교총(회장 이기종)은 9∼10일 무주 태권도원 일원에서 2021 교육가족 캠프 행사를 진행했다. 이번 행사는 교사와 학생의 가족 캠프 운영을 통해 공동체 의식 함양과 인성교육 등을 목적으로 처음 개최됐다. 캠프 첫날 교사들이 법무법인 공간 이나연 학교법무전담변호사의 교권보호특강을 듣는 동안 학생들은 태권도원의 힐링태권체조를 체험하는 등 맞춤형 프로그램은 물론태권도 연계 공동체놀이와 매직테니스, 물로켓 발사체험 등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시간도 각각 마련됐다. 다음 날에는 모노레일 탑승, 태권도 공연 관람 등이 이어졌다. 주최 측은 교육가족들에겐 무주반디여행권을 모두 배부해 캠프 후에도 반디곤충박물관, 와인동굴 등 무주의 명소를 관람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기종 전북교총 회장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양성, 공동체 교육에 초점을 맞춰 감성지능 향상과 문제해결력 증진을 위한 학습의 장을 마련하고자 행사를 주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교육부가 지난달 30일 입법예고한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에 대해 한국교총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교육부가 공고한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 방식을 바꾸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 중징계 처분 등의 소청심사는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 합의로 결정하지만, 교육부의 개정령안은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 출석, ▲출석위원 3분의 2 이상 합의로 결정한다. 심사 결정 기준을 강화한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는 억울하게 과잉 징계를 받거나 절차상 하자가 확인돼 징계 감경이나 취소 사유가 있어도 구제 자체를 받기 어려운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총은 “교원의 신분 보장과 교육활동 보호를 목적으로 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의 취지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공정성과 엄중성을 제고하고, 해당 개정안과 유사한 국가공무원법이 개정, 시행할 예정임을 감안할 때 개정의 취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다른 소청심사위원회와 달리 교원지위법에 근거해 설치돼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총은 “교원지위법에서 구체적인 개정 없이 대통령령의 개정만으로 교원의 신분 보장을 약화하는 방향으로 개악하는 것은 교원지위법 취지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특별행정심판기관으로, 징계처분 기관의 상급 기관이라는 점도 짚었다. 행정심판(소청심사) 제도는 행정기관 내부에서 처분을 자율적으로 시정하고, 행정소송에 앞서 신속하게 권리를 구제하기 위해 운영된다. 하지만 교육부의 개정령안은 징계처분 기관이 잘못을 바로잡기 어렵게 만들어 소청심사제도의 취지 자체를 흐린다는 지적이다. 교총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의사결정 기준을 바꾼 지 불과 1년여 만에 과도하게 강화하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 약화와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교육부는 지난해 기존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재적 위원 과반수의 합의’에서 ‘재적 위원 3분의 2 이상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합의’로 교원소청에 관한 규정을 개정한 바 있다. 교총은 “중징계 처분의 심사 결정 기준 강화로 억울한 사례가 없어야 한다”며 “징계 감경이나 취소 사유가 있음에도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개정 전보다 구제가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고 거듭 우려를 표했다.
교직에 발을 들인지 25년이 넘다 보니 전염병 때문에 이런저런 야단법석을 여러 번 겪었습니다. 눈병이 유행할 때는 장난꾸러기 학생들이 일부러 눈병에 걸린 친구의 눈과 본인의 눈을 번갈아 비벼댔지요. 눈병에 걸리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조퇴를 시켜주었거든요. 교사들은 진짜 눈병 환자인지 꾀병 환자인지 가려내려고 눈을 부라리기도 했습니다. 2010년경 유행했던 신종플루 때는 학교가 더 소란스러웠지요. 1교시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전교생의 체온을 검사하고 이상 여부를 교육청에 보고했어야 했는데 이런 난리를 또 겪을까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국을 겪으면서 그런 일들은 과거의 소소한 소동 정도로 생각이 되지요. 우리 학교 학생인데 실물을 보지 못하고 한동안 컴퓨터 화면으로만 구경할 수 있었지요. 그뿐인가요? 이제는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스크를 낀 모습만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도란도란 모여서 활동을 하고 귓속말로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이 위험천만한 일이 되어버렸지요. 교사와 학생이 서로에게 위험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상황은 모두에게 상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행복과 불행은 크고 멀리 있는 곳에서 오지 않고 늘 가까운 곳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으로 위로와 시작에 관한 책을 몇 권 간추려보았습니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전시륜|행복한마음 먼저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쓴 전시륜 선생님은 1932년생입니다. 서울대 공대를 다니다가 한국전쟁이 터지는 바람에 미국에 건너가 여생을 마친 분입니다. 당신의 평생소원이 모국어로 된 수필집 한 권을 남기는 것이었는데 출간을 눈앞에 두고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여러모로 운이 좋지 않은 삶을 사신 분이라고 생각되지만, 그분이 남긴 한 권의 수필집은 많은 사람에게 꿈과 행복을 줍니다. 워낙 유쾌하고 낙관적인 삶을 사셨고 그분이 남긴 책을 통해서 온전히 행복 바이러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무려 1957년에 ‘어떻게 하면 좀 더 많은 여자를 만나보고 그중에 가장 이상적인 여자와 결혼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을 하고 결국 신문에 구혼 광고를 낸 사연은 전시륜 선생의 유쾌한 사고와 통찰력을 여지없이 느끼게 해줍니다. ‘25세의 총각 군인이 아내를 구함’이 제목인 구혼 광고에는 선생 자신에 대한 소개와 생활 전망, 응모 자격, 선택 기준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 광고를 읽고 찾아온 여성들과의 인연과 에피소드를 읽다 보면 웃음과 감동이 스며 나옵니다. 처절한 정원|미셸 깽|문학세계사 다음 책은 처절한 정원이에요. 이 책은 문고판인데 100쪽밖에 되지 않는 짧은 소설입니다. 다 읽는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는 이 소설이 어떻게 전 세계를 울린 소설이 되었을까요? 지구 전체를 흔든, 짧고 아름다운 우화 같은 소설이라는 광고 문구가 전혀 과장이 아니라는 것을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은 인정하게 됩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화자의 아버지와 삼촌은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 항거하는 레지스탕스의 요원이었습니다. 상부의 지시로 기차역의 변압기를 폭파하고 나서 독일군에 체포가 되었지요. 레지스탕스의 테러가 발생하면 일정한 기한 내에 자수하지 않는 경우 미리 체포한 인질을 범인 대신 처형하던 시절이었어요. 아버지와 삼촌이 변압기를 폭파한 범인이었으니 진짜 범인이 자수할 일이 없었지요. 그런데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아버지와 삼촌이 처형당하기 직전에 자신의 남편이 범인이라고 신고한 여인이 있었거든요. 가짜 범인이 자수한 덕분에 진짜 범인이 풀려난 것이지요.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차마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미래의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인간이 어디까지 숭고해지고 아름다워질 수 있는지 아시게 될 거예요.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이오덕·권정생|양철북 위로를 주는 마지막 책은 선생님, 요즘은 어떠하십니까입니다. 몽실 언니와 강아지똥을 쓴 권정생 선생과 평생을 우리말 바로 쓰기 운동에 바친 이오덕 선생님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이에요. 원래는 살구꽃 봉오리를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는 제목으로 나온 책인데 절판이 되고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희귀본이 되었는데 새 제목을 달고 새 출판사에서 나왔어요. 권정생 선생은 안동 시골의 교회 종지기로 평생을 궁핍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면서도 ‘양복을 입지 못해도, 장가를 가지 못해도, 친구가 없어도, 세끼 보리밥을 먹고 살아도, 종달새처럼 노래하겠다’라고 쓰신 분이십니다. ‘저는 된장이고 맨밥이고 있는 대로 잘 먹거든요’ ‘ 제가 쓰는 낙서 한 장까지도 선생님께 맡겨 드리고 싶습니다’ ‘혹시 만나 뵐까 싶어 정류소에서 서성거려 보았습니다’. ‘똑 까서 입에 넣어 주는’듯한 글입니다.달리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 이런 몇 개의 소제목만 보아도 이 책이 얼마나 따뜻하고 아름다운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의 전시륜 선생님이 구혼 광고에서 밝힌 미래의 생계 수단으로 삼은 직업, 처절한 정원의 주인공의 직업 그리고 권정생 선생과 우정을 나눈 이오덕 선생님의 직업은 모두 교사입니다. 처절한 정원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읽은 부분이 피에로와 교사는 모두 같은 일을 하는 직업이라는 말이었어요. 즉 피에로와 선생은 모두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는군요.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이현경|깊은나무 그러면 우리들의 새로운 시작을 위한 책들을 이야기해볼까요? 먼저 이현경 아나운서가 쓴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입니다. 방송인들의 책은 성공담이나 무용담이 많습니다. 이현경 아나운서가 쓴 책이라면 무조건 읽은 이유는 직장인과 워킹맘으로서 겪는 고충과 고민을 진솔하게 말하기 때문입니다. 이분의 글을 읽다 보면 저 높은 곳에 있는 잘난 사람의 이야기보다는 제 아내와 미래의 제 딸이 겪었고 겪을 수도 있는 이야기로 읽힙니다. 두근두근 내 일상의 소확행은 우리 교사들이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는 고민거리와 해결책을 제시한다고 믿습니다. 책 읽기, 글쓰기, 생존 운동, 육아, 그리고 재테크까지 에피소드 중심으로 세밀하게 알려줍니다. 코로나 때문에 한쪽 문이 닫혔을 때 어떻게 하면 지혜롭게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에요.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도제희|샘터 그다음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입니다. 신춘문예로 등단한 소설가이면서 평범한 직장인이기도 한 저자는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한 고전 속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현실적인 답을 알려줍니다. 저자가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를 다시 읽게 된 계기가 직장 상사와 박 터지게 싸우고 퇴사를 하고 난 직후라는 것 자체가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고민 해결과 위로의 기능을 확인하게 되지요. 가족 간의 사랑은 어떤 행위 때문에 얻어진 것이 아니므로 기본적으로 부도덕하다는 도스토옙스키의 말을 꺼내면서 가족 간의 무조건 사랑은 불공정하다는 저자의 말이 참 신선했습니다. 가족이라고 해서 무조건 해외여행을 같이 가야 하고 사진을 같이 찍어야 한다고 강제할 수는 없지요. 가족끼리도 서로 간의 예의와 배려가 있어야 진정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죠. 직장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부조리함에 맞닥뜨린 수밖에 없는 직장 생활에서 가진 게 돈뿐이라서 언제든 그만둘 수 있다는 배짱, 스펙이 좋아서 뭔가 숨겨둔 실력이 있을 것이라는 상사의 믿음, 그도 저도 아니면 끈끈한 인맥과 아부 능력이 필요한데 이 중 한 가지도 없다면 믿을 거라고 오로지 자기 업무 실력뿐이다는 조언도 여러모로 공감됩니다. 숲으로 간 미술관|이은화|아트북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는 힐링과 휴식이 꼭 필요합니다. 가장 아름답고 조용한 휴식과 힐링은 미술관 순례가 아닐까요? 이 말에 동의하신다면 우리나라에서 미술과 미술관을 가장 친근하게 말하는 이은화 선생이 쓴 숲으로 간 미술관을 권합니다. 문화유적을 가장 맛깔스럽게 말하는 분이 유홍준 선생이라면 미술과 미술관을 가장 맛깔스럽게 들려주는 분은 이은화 선생입니다. 이 책에는 미술가의 생애, 미술관을 향하는 계기와 여정, 전시된 미술품의 사연, 미술관과의 추억 등이 빼곡히 담겨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린 딸과 함께 미술관을 순례하기 때문에 딸의 관점에서 본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이 새롭고, 참신합니다. 미술을 전공했고 미술가이기도 한 사람이 쓴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이 일반인 모두가 부담 없이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는 예술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많은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서 눈이 참 즐겁습니다.
조영달 서울대 교수가 9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16세(고1) 선거연령 하향 법 개정안 발의'를 즉각 철회할것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2학기부터 등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교육 결손 회복이 시급하다는 이유다. 학교가 일반 지역사회보다 감염 위험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방역전문가들의 분석도 이번 결정에 반영됐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심각한 점 등을 고려해 9월 6일을 전후해 단계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9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학기 학사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학기 개학부터는 거리두기 4단계에서도 등교수업 요구가 높은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특수학교(급)는 학교 밀집도에서 제외해 전면등교가 가능하다. 중학교는 1/3, 고등학교 1·2학년은 1/2이 등교할 수 있다. 3단계인 경우 초등 3~6학년은 3/4, 중학생은 2/3가 등교할 수 있다. 8월 20일경 2차 접종을 완료할 예정인 고3에 대해서는 학교 밀집도에서 제외할 수 있게 했다. 이 경우 고등학교 1·2학년은 3단계에서 전면등교가 허용된다. 9월 6일부터는 등교 인원이 한층 확대된다. 3단계에서는 전 학교급에서 전면등교가 가능하다. 4단계에서는 초3~6학년은 1/2이하 등교, 중학교는 3/4이하 등교, 고교1·2학년은 고3의 밀집도 포함 여부에 따라 1/2이하 등교~전면등교가 가능하다. 소규모 농산어촌 학교는 9월 6일 이전에는 3단계까지, 이후에는 4단계에서도 전면등교할 수 있게 했다. 교육부는 백신접종 등 방역 조치도 강화할 계획이다. 고3 학생과 교직원에 대한 백신접종이 실시 중이며, 유치원, 초 1·2 등 등교수업 요구가 높은 학년 담당 교원과 특수교육·보건교사 등의 접종은 완료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교직원의 업무 경감을 위해 학교 내 취약 시설 관리를 위한 방역 인력을 1만 명 정도 추가해 최대 6만 명까지 지원할 계획이다. 감염병 대응 시 적극 행정에 대한 면책을 추진하고, 교육부의 시도교육청 대상 종합감사 일정도 8월에서 10월로 변경했다. 급식 운영 관련 기준은 일부 완화됐다. 거리두기 단계별 등교 인원이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종전에는 3단계 시 식탁 칸막이를 해도 1칸씩 띄어 앉게 했지만, 이번에는 붙어 앉게 했다. 4단계에서는 종전 3단계와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마스크 벗고 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처음 급식할 때는 간편식으로 식사 시간을 최소화하고 안정화되면 일반식으로 전환하도록 안내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 40일 정도인 가정학습 일수를 57일 내외로 확대할 것을 시·도교육청에 권장하기로 했다. 한국교총은 이번 방안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면서도 보다 촘촘한 방역 대책과 지원을 주문했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전 부산교대 총장)은 "학교 감염은 저절로 낮아진 게 아니라 방역에 불철주야 매달린 교원 등 학교 구성원의 헌신, 희생이 있었음을 알아야 한다"며 “교사가 방역과 행정 부담에서 벗어나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방역 인력 지원과 관련해서는 "교육부가 올해 1학기 중 방역 인력을 5만4000명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9개 시도교육청은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고, 시도마다 확보율도 천차만별이었다”며 문제 개선을 주문했다. 이어 “학생들의 학습‧정서 회복을 위해서는 교사들이 교육력을 회복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며 “교육청이 책임지고 방역인력 확보, 충분한 행‧재정 지원, 교원 행정업무 경감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교총은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백신 공급 차질로 교직원의 2차 백신 접종일 연기를 발표한 것과관련 2학기 전면등교에 따른 학사운영 최우선 지원을 위해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접종일정을 기존과 같이 3주로 하거나, 전면등교 일정을 2주 연기하는 방안 등을 교육부에 긴급하게 건의했다.
방학이라고 해서 교감의 일상이 달라지는 것은 크게 없다. 물론 학기 중과 다른 점은 있다. 교무실이 조용해졌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은 잘 인정하지 않겠지만 나는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 말수도 적다. 정말이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사실이다. 단, 직장 안에서 관계 형성을 위해 의도적으로 말을 잘 내뱉는다. 직업상의 내 모습과 개인적인 나의 모습은 정말 반대다. 학기 중과 다르게 교무실이 조용해지면 참 좋다.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는다. 집중할 수 있는 점도 있다. 교무실에 나만 있는 것이 아니라 교무행정사님, 가끔 출근하시는 선생님들도 계시지만 그래도 혼자서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이서 좋다. 그리고 내 책상은 나만의 서재가 된다. 학기 중에 읽고 싶었지만 읽지 못했던 책들을 잔뜩 쌓아놓고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듀얼 모니터라 한 쪽 컴퓨터 모니터에는 업무관리시스템 화면을 띄워 놓고, 다른 쪽 모니터 화면에는 필수적으로 연수를 받아야 할 원격연수 화면을 띄워 놓고 나름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곁에 책을 펴고 읽어내려 간다. 이런 형태의 독서를 오랫동안 해 왔기에 나름 익숙해져 있다. 교사 시절에는 독립된 나만의 교실에서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고 짬 나는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교감이 된 이상 물리적으로 이전의 분위기를 누릴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나만의 서재를 꾸릴 수 있다. 10년 전부터 나만의 서재를 인터넷 공간에 꾸려 운영 중에 있다. 이름하여 이창수의 서재다. 촌스럽게 내 이름을 만천하에 공개하듯 서재의 이름을 실명으로 지은 이유는 아마 그때 당시 유명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름으로 무슨무슨 서재라는 책을 내고 출판기념회를 자주 연 것으로 기억된다. 그 바람에 서재의 이름을 이창수의 서재를 짓고 한 편 한 편 누가 찾든 말든 읽은 책들을 기록해서 올렸다. 10년이 지나니 인터넷 가상의 서재이지만 이창수의 서재가 베이스캠프가 되었다. 저자처럼 독립된 공간의 물리적 서재는 아니지만 나름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재가 되었다. 블로그 안에 검색 기능이 되어 있어서 찾고자 하는 키워드만 넣어도 관련된 용어들이 발췌된다. 강의를 준비할 때에 큰 도움을 얻는다. 책 쓸 때도 도움을 얻었다. 베이스 캠프 얘기를 해 보자. 베이스캠프는 서재의 마법에서 저자 김승(P)님이 자신의 독서 여정 속에 기초를 마련한 곳이다. 보통 높은 산을 오르는 등산 원정대 같은 경우에는 식량이나 필수 보급품을 보충받기 위해 반드시 설치하는 곳이 베이스캠프라고 한다. 베이스 캠프는 등산 원정대원들에게 영양소를 공급하는 기지요 생명의 젖줄이다. 독서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무언가 막히고 힘들고 전환점이 필요할 때 순간 순간 베이스 캠프를 찾는다고 한다. 그에게 베이스 캠프란 서재를 말한다. 그는 오늘도 베이스 캠프에 차곡 차곡 지식을 모으고 있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다양한 신문을 읽고, 신간 서적을 읽고, 영화와 영상을 보는 곳이 서재다. 참고로 저자 김승(P)님은 20세부터 20년 넘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그 지식들을 자신만의 분류법으로 정리정돈하며 지식을 체계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독서는 곧 사람을 위해 사용해야 한다는 목적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독서 경험과 지식들을 필요한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공유하고 있다. 김승(P) 만의 독서법을 소개한 책이 바로 서재의 마법이다. 20년 넘게 꾸려온 김승의 베이스 캠프를 취재한 책이 서재의 마법이다. 지식을 취급하고 지식을 전달하며 지식을 재생산하여 미래 인재를 키워나가야 할 교사들이 귀 기울여할 대목이다. 교사들에게도 베이스 캠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학생과의 만남이 지속되다보면 고갈되는 느낌이 들고 자원이 바닥나는 상태에 이르게 된다. 이때가 바로 재충전을 해야 할 시기다. 재충전하는 방법은 사람마다 다양할 것이다. 지식을 다루고 지식과 함께 살아가야 할 교사들에게 재충전하는 방법 중에 하나는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리는 일이다. 처음부터 정돈하여 꾸릴 수는 없다. 시행착오를 겪다보면 자신만의 지식 베이스를 저장할 캠프를 완성해 갈 수 있을 것이다. 베이스 캠프가 있느냐 없느냐가 교사의 실력을 좌우할 것임이 분명하다. 지식의 변화 속도가 예전과 다르게 속도가 빠르다고 한다. 과거의 지식으로 현재를 살아갈 수 없을 정도다. 방학 기간 동안 재충전하면서 자신만의 베이스 캠프를 꾸려볼 것을 권해 본다. 나도 나만의 베이스 캠프인 이창수의 서재에 영양분을 차곡 차곡 비축해 가는 기쁨으로 무더운 더위와 코로나19를 극복해 가고자 한다.
공무원 공로연수제도를 유지·발전시켜야 한다는 국회입법조사처 분석이 나왔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행한 ‘2021 국정감사 이슈’ 보고서에서 공로연수제도가 공무원 인사 적체 해소 및 신규 공무원 채용에 도움이 되고 공무원이 퇴직 후 사회에 적응할 준비 기간을 주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부실한 운영으로 국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있는 만큼 명칭이나 연수 내용 등을 개선해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공로연수 명칭을 ‘공무원 퇴직준비연수’ 등으로 변경하여 퇴직 예정 공무원들에게 꼭 필요한 제도임을 강조하고, 연수 기간 중 봉사활동, 멘토활동 등을 적극 홍보해 긍정적 이미지를 제고할 것을 제안했다. 또 현재 지방공무원에게만 20시간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을 전체로 확대하고 그 시간도 40시간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입법조사처의 이 같은 분석은 공로연수제 도입을 요구하는 교육계의 입장과 방향성이 같다는 점에서 이목을 끈다. 교원은 2013년 퇴직준비휴가 폐지 이후 타 공무원들에게는 대부분 적용되는 공로연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 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교총은 교원의 퇴직준비휴가를 부활시키거나 공로연수제를 도입할 것을 당국에 지속적으로 건의하고 있다. 교총 관계자는 “대다수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연수기회를 교원에게만 부여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행정”이라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BS(사장 김명중)는 교육부와 함께 9월 26일까지 ’제5회 EBS 교사지원센터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이하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을 개최한다. EBS 교사지원센터는 고교 교사의 수업활동에 도움이 되는 다양한 리소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서비스로 교사들의 현장 연구 참여를 위해 교수학습자료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공모전은 전국 고교 교사라면 누구나 참여 가능하다. EBS 교사지원센터와 EBSi 고교강의 사이트에 탑재된 자료로 제작한 나만의 수업자료를 EBS 교사지원센터(http://teacher.ebsi.co.kr)로 온라인 접수하면 된다. 심사는 2차에 걸쳐 진행되며, 수업 방식의 적절성과 참신성, 수업 활용성, 학습 동기부여 정도 등 수업자료의 교육적 활용 가치를 주로 평가한다. 우수자에게는 상장과 상금을 수여한다. 교육부 장관상 8명(최우수 1명 1백만 원, 우수 7명 각 70만 원), 한국교육방송공사 사장상 7명(각 40만 원)이다. 선정된 교수학습자료는 EBS 교사지원센터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할 계획이다.
[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코로나19 사태가 일어난 지 1년 반이 넘었다. 마음은 답답하고 몸은 무겁다. 갈 수 있는 곳이 줄어드니 길을 떠나는 것도 걱정스럽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라 해도 사람이 많지 않은 공간에서 자연과 만나는 것은 소중한 치유의 시간이 될 수 있다. 자연과 호흡하며 자기 자신을 다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좋겠는데 어디가 좋을까…. 사람마다 그 공간은 산이며 바다며, 숲이며, 혹은 궁궐이나 왕릉이 될 수 있다. 그중 하나로 이번 방학에는 절, 산사는 어떨까. 절은 산에 있으니 자연을 만날 수 있는 곳이며, 산이 절을 품은 데에는 다 사연이 있으니 그 이야기를 통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어떨까. 강원 정선 숨겨놓은 보물을 찾아 ‘정암사’ 처음 소개할 곳은 정선의 정암사다. 골짜기가 깊기로 소문난 정선의 정암사는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5대 적멸보궁 가운데 한 곳이다. 적멸보궁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고 있는 곳으로 불상을 모시지 않는다. 정암사가 이런 내력을 가지게 된 배경에는 신라 선덕여왕 때 활동하던 자장율사와 관련이 있다. 정암사를 상징하는 유물은 국보로 지정된 수마노탑이다. 전설에 따르면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가져온 마노석을 다듬어 탑을 쌓고 그 안에 부처님의 사리와 염주 등을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 탑이 있어 정암사는 적멸보궁이 됐으니 절 뒤 언덕에 있는 수마노탑에 잠시 다녀오면 좋을 것 같다. 여기에서 내려다보는 정암사도, 강원도의 숲도 인상적이다. 수마노탑과 관련해 흥미로운 이야기도 전해진다. 자장율사는 중국에서 가져온 부처님의 사리와 유물을 세 개의 탑에 각각 안치했다고 한다. 각각의 탑이 금탑과 은탑, 그리고 수마노탑인데 자장율사는 후세 중생들의 탐욕을 걱정해 금탑과 은탑은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도록 했다고 한다. 전설을 증명하듯 정암사 근처에는 금대봉이며 은대봉 같은 이름을 지닌 봉우리가 있다. 수마노탑도 대단한 보물이지만 마음을 열고 볼 때 찾을 수 있다는 금탑과 은탑은 자장율사가 우리에게 던진 화두와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 삶에서 아직 찾지 못한 보물, 금탑과 은탑은 무엇이며 어디에 있을까. 충북 제천 다른 세상을 이어주는 길, ‘미륵대원’ 충북이 자랑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월악산국립공원이다. 산과 계곡이 말 그대로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곳. 여기에 하늘재와 미륵대원이 있다. 하늘재는 충주 미륵리와 문경 관음리를 연결하는 해발 고도가 525m의 야트막한 고갯길이다. 하늘재는 역사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 서기 156년, 신라 아달라왕 때 북쪽으로 통하는 길로 처음 만들었던 곳이다. 백두대간을 넘는 유명한 고갯길로 죽령보다 2년 먼저 생긴 길이다. 새재며 이화령, 그리고 추풍령은 모두 후배가 된다. 더 흥미로운 것은 하늘재로 이어진 두 지점의 이름이다. 충주 쪽은 미륵리, 문경 쪽은 관음리이니 미륵과 관음의 세계를 연결하는 고갯길이다. 이름이 생겨난 배경에는 양쪽에 미륵대원, 관음사란 절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문경 쪽에는 관음사의 유물로 보이는 석불입상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그 유적이 좀 더 뚜렷하게 남은 곳은 충주 쪽의 미륵대원이다. 미륵대원은 다른 절 이름과 비교할 때 특이한 점이 보이는데, 바로 절과 함께 숙박시설인 ‘원’이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미륵대원 영역은 절이 있던 곳과 숙박시설이 있던 곳으로 나뉜다. 절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미륵불이다. 고려시대 특유의 규모가 크면서도 소박한 표현을 보여주는 불상이다. 미륵불이 서 있는 공간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드문 석굴사원 요소를 채택한 건물이다. 공간의 뒷부분은 석축을 불상의 어깨 부분까지 쌓아 올렸고 앞부분에는 나무로 만든 건물을 세웠다. 우리나라 석굴사원의 전통을 잇는 건축이지만 한편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한 공간이기도 하다. 절터에는 석등이며 석탑을 볼 수가 있다. 수준이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화려함을 강조하던 고려시대 불교 조각의 특징을 볼 수 있다. 재밌는 것은 석비의 받침으로 쓴 거북 조각이다. 규모가 무척 커서, 길이가 6m에 이르고 높이도 1.8m다. 어깨 부분을 보면 새끼 거북이를 조각해 놓아서 마치 어미 등을 타고 올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 미륵대원과 하늘재는 짧은 길이지만 미륵의 세계에서 관음의 세계로, 다시 관음의 세계에서 미륵의 세계로 다녀올 수 있으며 현실에서는 충청도와 경상도, 백두대간을 가로지를 수 있는 길이다. 충남 서산 마음을 씻고 여는 곳, ‘개심사’ 서산의 개심사는 많은 사람이 사랑하는 절이다. 아름다운 숲길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부처님의 세계로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공간이 어떠한 곳인지 알려주는 표식도 있다. ‘세심동 개심사’ 마음을 씻는 동네에 마음을 여는 절이다. 개심사는 봄이면 화려한 꽃의 향연에, 여름이면 시원한 숲과 솔바람에 취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개심사는 백제 말기 창건했는데 지금 대웅전은 조선 초기 건축물로서 주심포에서 다포로 넘어가는 양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또 근대 선승으로 선풍을 일으킨 경허 스님이 머물던 곳이라는 점에서 청량한 기운도 느껴진다. 개심사는 자연과 어울리는 모습을 잘 보여주며 사람들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재주가 있다. 대웅전 건물에서 눈에 띄는 건 검은 기와 위에 놓인 연봉이다. 기와지붕 끝에 기와가 떨어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지만 검정과 흰색의 조화는 사람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오래된 스님들의 거주처, 심검당의 기둥을 보고 있노라면 무엇이 자연이고 어디까지가 인공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휘어진 기둥 그대로를 활용해 건물을 지은 사람들이야말로 세심, 개심의 경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개심사를 조금 더 잘 보려면 오른쪽 언덕인 명부전 뒤 산신각에서 보면 된다. 거기에 올라가서 내려다보면 산과 숲처럼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 같은 절을 볼 수 있다. 전북 고창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염원 ‘선운사’ 선운사는 봄이면 동백, 가을이면 단풍으로 유명한데 여름의 배롱나무 역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무엇보다 절 건축물 하나하나가 단아해서 주변의 산과 어우러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선운사는 절에 얽힌 이야기도 흥미로워서 주변을 함께 둘러보게 하는 매력이 있다. 창건된 것은 백제 위덕왕 때다. 검단선사가 연못이 있던 곳을 메워 지금의 선운사를 지었다고 한다. 절을 세웠을 때 주변에 도적들이 많았다고 한다. 보통 이런 경우 절을 옮기거나 장정들을 모아 절을 지켜야겠지만 검단선사는 조금 다른 방법을 썼다. 먹을 것이 있다면 도적이 되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에서 도적들을 모아 가까운 바다에서 소금을 굽는 방법을 가르쳐 준 것이다. 그렇게 되자 도적은 사라지고 오히려 절에 해마다 귀한 소금을 바치는 사람들이 됐다. 이런 내력 덕분일까. 선운사 뒤로 이어진 길을 30여 분 걸어가면 만날 수 있는 동불암지 마애여래좌상, 속칭 도솔암 마애불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진다. 높은 절벽에 15m가 넘는 마애불이 새겨져 있는데. 배 부분에 작은 구멍이 있다. 여기에 세상을 구할, 비기가 담겨 있다는 것이다. 1820년, 전라도 감사 이서구가 열어보려 했지만 벼락이 치는 바람에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다고 한다. 결국 이 비기를 열어본 인물은 동학농민운동 당시 전봉준 장군과 세 명의 대장으로 손꼽히던 고창의 대접주 손화중이다. 절과 도둑, 절과 혁명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조합이다. 그러나 선운사는 그것을 잘 품었으니 절 본연의 모습이 흐려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는 선운사의 깊이가 더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전남 구례 부처님의 세계로…‘지리산 화엄사’ 보통 절에는 어떠한 것이 좋은, 무엇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등의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화엄사는 앞에 그 절이 있는 곳만 적어주어도 충분하다. 지리산 화엄사. 일주문에 적혀있는 이름만으로 화엄사의 의미가 전달되는 것 같다. 우리나라 최대규모의 건축물과 조각물이 있는 화엄사는 무언가 지리산과 많이 닮았다. 화엄사를 대표하는 건물은 각황전이다. 여기에 전해지는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다.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화엄사를 복원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스님은 벽암스님이다. 병자호란 때 왕실과 맺은 인연이 바탕이 됐다. 다만 화엄사에서 가장 컸던 건물, 곧 대장경 석판을 벽에 가득 채운 장륙전만은 복원하지 못했다. 그 임무는 이후 제자인 계파스님에게 이어졌지만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만 하던 때였다. 꿈에 신인이 나와서 장륙전을 시주할 귀인이 올 거라고 한 것이다. 기대에 부푼 계파스님은 다음날 절을 찾아오는 사람을 보고 실망하고 말았다. 절에서 일을 도와주고 끼니를 이어가던 할머니였기 때문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그 말을 전하니 할머니는 무언가 깨달은 것이 있는 듯 늪에 몸을 던지고 말았다. 뜻밖의 안타까운 일에 계파스님으로서도 큰 낭패였으리라.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계파스님은 한양으로 시주를 갔다가 우연히 산책 나온 공주를 만났다. 공주는 우리 스님이라고 하며 쫓아왔다. 공주는 태어날 때 손을 쥐고 있었고 이것이 펴지지 않았는데 이때 처음 폈다. 손에 글씨가 적혀있으니 장륙전이었다. 이 소식을 들은 숙종이 장륙전을 짓는데 크게 도움을 줘 각황전이란 이름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숙종에게는 이럴만한 공주가 없었으니 이 이야기는 당시 왕실과 화엄사의 인연, 특히 영조의 생모인 숙빈최씨의 화엄사 시주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도 보인다. 화엄사는 이렇게 왕실과 깊은 관계를 맺어왔으니 그 내력을 각황전에서 살펴볼 수 있다. 더불어 각황전 옆으로 난 언덕 위에 있는 4사자3층석탑은 그 조형 감각이 탁월하다. 연기조사와 어머니에게 효를 행하는 모습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다른 이론도 등장했다. 다보탑과 비교될 정도의 완벽한 성취를 이뤄낸 탑을 보고 있으면 부처님의 세계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경북 영주 소백산맥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부석사’ 영주 부석사는 아름다운 것이 많다. 지면이 허락하면 많은 것을 꼽을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다섯 가지만 살펴보겠다. 첫 번째는 창건 내력과 관련된 의상의 호국불교다. 의상이 화엄 공부가 어느 정도 끝났다고는 하지만 급히 귀국하게 된 것은 바로 당의 신라 침공 소식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런 후 부석사를 지었으니 이후 의상, 혹은 그 영향 속에서 생겨난 절은 신라의 전략적 요충지와 비슷하게 겹친다. 양양 낙산사며 부산 범어사, 그리고 합천 해인사 등을 그 예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선묘와 의상의 사랑 이야기다. 의상이 중국에 도착했을 때 연모하는 마음을 가졌던 선묘는, 귀국길을 서두르는 의상을 만나지 못했다. 오래 기다렸던 의상을 만나지 못한 선묘는 좌절하는 대신 용이 돼 의상을 지키고자 했다. 선묘 아가씨가 선묘용이 된 것이다. 선묘용은 의상이 부석사를 지을 때 방해하던 도적을 신통력으로 돌을 공중에 띄워 몰아냈으니 부석사 이름은 그렇게 정해진 것이기도 하다. 무량수전 뒤, 조그마한 선묘각에서 그 이야기를 떠올려볼 수 있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세 번째는 아름다운 건축물이다. 아마도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이 아닐까. 고건축을 잘 모르는 사람이 보더라도 기둥이며 보, 공포가 보여주는 구조에서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쉽게 드러난다. 그 배경에 배흘림기둥을 비롯해 가장 바깥 기둥을 높이고, 또 중심부로 기울여 놓은 기법을 통해 착시현상을 해결하고자 했던 기법까지 알게 되면 더 놀라게 된다. 네 번째는 석축이다. 여름에 부석사를 살펴볼 때는 조금 땀을 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이어지는 절의 중심을 향한 길은 조금씩 높아지기 때문이다. 중간에 만든 여유 공간에 건축물이 들어섰고 이들 공간은 다시 사람을 절 안쪽으로 끌어들이는 힘을 발휘한다. 이렇게 탁월한 공간에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놓치기 쉬운 것이 있으니 바로 석축이다. 부석사의 공간은 이들 석축에 기댄 것이다. 경사가 있는 땅에 석축을 쌓아 공간을 만들었으니 자연을 건드리지 않고도 원하는 건물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석축과 건축물을 활용한 절의 위치다. 부석사에 가면, 특히 무량수전 앞에 서서 뒤돌아보면 올라오느라 힘이 들었던 노력이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노력 끝에 만나는 절경, 삶의 모습과 조금은 닮은 것 같다. 경남 남해 바라는 것이 있다면 여기로, ‘보리암’ 쉽지 않은 일상을 이어가는 요즘, 노력을 다하고도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으니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소원을 빈다. 그리고 삶이란 노력이 기본이나 운이라는 것도 더해져야 할 때가 많다는 것을 실감한다. 그런 점에서 남해 보리암은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다. 육지 건너 섬, 그것도 금산 꼭대기에 가까운 보리암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셔틀버스로 조금 편하게 갈 수 있게 됐지만 수도권 사람들이 여기로 가기 위해서는 천리길도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보리암은 찾은 사람들이 후회하지 않고 오히려 여기에 올 결정을 한 자신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만드는 곳이다. 거기에는 아래로 펼쳐진 한려수도의 아름다움, 그리고 보리암을 품고 있는 금산의 멋진 모습과 보리암이 가진 사연도 큰 영향을 미친다. 보리암은 원효대사가 관음을 만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관음을 친견한 원효는 ‘보광사’란 절을 지었는데 절이 있는 산 이름도 나중에 이를 따라 ‘보광산’이 됐다. 보광사는 나중에 ‘보리암’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시간이 흘러 보광산에 태조 이성계가 와서 왕이 되기를 바라는 기도를 올렸다고 한다. 이때 관음으로부터 금으로 만든 자를 받았는데 그 덕에 왕위에 올랐다. 왕위에 오른 태조는 산을 비단으로 감싸려고 했다. 하지만 신하들이 반대하자 산 이름에 비단 금(錦)을 써서 ‘금산’이라 부르도록 했다. 또 조선 왕실은 보리암을 원찰로 삼을 정도로 이 절을 귀하게 여겼다. 우리나라 관음도량 가운데 하나인 보리암. 자연의 아름다움과 더불어 다녀오면 무언가 이뤄질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주는 절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몇 해 전 통계에서 국가별 월평균 독서량의 비교가 보도되었다.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 … 한국 0.8권 순이었다. 수치상 참으로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요즘에는 ‘포노 사피엔스’라 칭하듯이 전 세계적으로 사람들의 손에 스마트폰이 부착되다시피 함으로써 인간에게 오장칠부가 되었고 국가 간의 책읽기 격차가 과거에 비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된다.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라 할 수 있다. 잠시 과거로 돌아가 보자. 과거 일본은 지금과는 달리 한국이 경제적 도약으로 무섭게 추격해오자 이를 의식하면서도 “한국은 두렵지 않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왜 그랬을까? 그 이면에는 자국민의 독서량과 비교해 거의 책을 읽지 않는 한국에서 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그만큼 독서는 그 나라의 국력을 좌우하는 버팀목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은 경제가 주춤해도 노벨상 수상자를 중단 없이 배출하고 있고 최근엔 일본 정부가 나서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국제공인교육과정)를 도입해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창의적이고 융합적인 사고력을 가진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개혁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언제나 우리보다 한 발 앞서 세계화의 흐름에 대응하는 일본인의 탁월한 식견으로 그 배경에는 독서의 힘이란 신뢰할만한 국민적 자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 판단된다. 그럼 우리의 현실을 살펴보자. 현재 대한민국은 4차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을 통째로 가두고 있으며 그마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돌파감염의 위세가 점차 국민들을 옥죄어 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가공할 코로나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탈진실(post-truth)’이 사회 전반에 확산되면서 각종 증오와 혐오를 부추기는 사회적 현상들이 넘쳐나고 있다. 여기서 탈진실이 무엇인가? 이는 공중(公衆)의 의견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개인적 신념과 감정에 호소하는 것이 객관적 사실보다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아닌가. 여기엔 확증편향, 인지적 부조화란 현상이 압도적이며 이는 그 어떤 백신도 무용지물이다. 그로인해 민심은 갈수록 혼탁해지고 있다. 국내의 선각자들은 이를 예견한 듯 3년 전에 한국의 미래전략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우리는 전략적 진보가 가능한가’라는 주제 토론이 있었다. 발제자인 최진석 교수는 “우리가 그간의 전술적인 진보에서 한걸음 나아가 우리만의 패러다임으로 성장하며 판을 짜는 전략국가로 건너가야 한다”고 강변했다. 그렇지 않으면 곧바로 하강의 길로 들어선다는 경고와 함께 말이다. 이후 최 교수는 추격국가에서 선도국가로, 전술국가에서 전략국가로 나아가려면 우선 책읽기로 지식을 키워야 한다는 신념으로 ‘새말 새몸짓, 책 읽고 건너가기’ 운동을 제기하였다. 이제 시선을 해외로 돌려보자. 서구 선진국은 ‘독서량은 부와 비례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리더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고, 일류대 졸업장보다 독서를 더 중시했다. 결국 창의성과 융합능력이 중시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력은 풍부한 독서와 이에 기초하는 창의적 리더십, 경영능력이 성패를 좌우한다.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의 유능한 CEO들은 하나같이 독서광이지 않은가. 우리에겐 늘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시절이 있었다. 아직도 이념과 진영 논리에 갇힌 권력층 및 일부 지식인 집단의 궤변과 막말이 대한민국을 혐오 사회로 만들고 있다. 우리가 보다 문화강국으로 상승하려면 무엇보다도 ‘생각하는 힘’이 절실하다. 이것이 탈진실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다. 생각은 바로 독서에서 나온다. 우리 사회가 보편적 가치가 존중되는 지성국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야만의 탈진실에 머물 것인가는 독서교육에 달려있다. 다행스럽게도 요즘 초중등 학교는 학교 공간 혁신 사업으로 학생들의 취향에 맞게 도서관이 새롭게 탈바꿈하고 있다. 자유롭고 편리한 자세(예컨대 누워서 책읽기)로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 도서관 환경은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다. 이를 반영하듯 코로나19로 학교 문을 닫아도 도서관의 대출만은 허용해 달라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의 요청은 실낱같은 국가적 희망으로 다가온다. 우리 사회의 경제계, 학계, 문화예술계 등에서 존경받는 리더들도 독서는 한결같은 공통 인수에 속한다. 그만큼 독서의 힘은 크다. 미래의 주역인 학생들에게 인류의 보물인 고전(古典)은 말할 것도 없고 예지력을 키우는 각종 인문사회과학과 자연과학의 교양서적들을 읽기 교육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이것이 경제적으로 현재 각종 출판사와 대형서점들의 경영난을 해소할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한 국민들의 멘탈을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 믿는다. 학교에서의 독서교육에 희망을 알리는 통계가 있다. 과거 교양서적이든 문학서적이든 11권 이상 읽은 학생이 한 권도 읽지 않은 학생보다 수능 국어영역 20점 이상, 수리영역도 8점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이다. 그만큼 독서는 힘이 세다. 이는 곧 현대의 국력을 대변하기도 한다. 이제 가뜩이나 코로나 시국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더욱 부추김을 당하는 탈진실 현상을 벗어나는 길은 바로 독서교육에서 찾아야 한다. 현명하고 지혜로운 교육은 시대의 변화에도 사이클처럼 반복된다. 다시금 독서교육은 시대적 당위성이자 난국을 극복하는 지혜임을 인식하자. 더불어 지금처럼 기후위기로 인해 연일 폭염과 열대야를 이겨야 하는 이 여름에 더위를 잊는 망서(忘暑)의 처방으로도 독서만한 것이 있으랴.
고교학점제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고교 교원 대부분이 2025년 전면 시행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한 것이다. 한국교총이 지난 7월 고교 교원 2206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72%가 2025년 전면 도입을 반대했다. ‘학교 현장의 제도 이해 및 제반 여건이 미흡(38.5%)’하고, ‘학생 선택 및 자기 주도성 강조가 교육 결과를 온전히 담보할 수 없다(35.3%)’는 게 주된 이유다. 교과, 학군 쏠림 가속될 것 고교학점제는 대입 중심의 교육과정을 학생이 원하는 교과 선택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다. 그럼에도 전체 응답 교원의 82.9%는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적성보다는 ‘대입에 유리한 과목 위주로 선택’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입이 고교 교육과정을 지배하는 상황에서 학교는 대입에 유리한 교과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편할 수밖에 없다. 학생과 학부모 역시 이를 원할 것은 자명하다. 일각에서는 교과 선택권으로 인해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의도치 않게 분리될 가능성도 지적한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주요 과목에서 파생되는 심화 과정의 개설을 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이 원하는 과목을 가르칠 우수한 교수자원과 교육시설의 확보가 수월한 대도시, 우수학군으로 쏠림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학생 간의 교육 격차도 우려한다. 교원들은 고교학점제가 ‘하위권 학생에게 가장 불리(47.3%)’할 것으로 예상했다. 중위권(25%), 상위권(13%)보다 꽤 높다. 학업에 흥미가 적은 하위권 학생들은 성취도평가를 통과하기 쉬운 과목 중심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지역 간, 학생 간 교육양극화만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일선 교원들의 판단이다. 정책 엇박자 큰 혼란 우려 교사들은 여러 과목 지도에 따른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응답자의 91.2%가 ‘다양한 교과 개설을 위한 교사 수급이 불가’하다고 했다. 교사마다 2~3개 과목을 담당할 수밖에 없어, 수업의 질 문제도 제기된다. 그래도 개설하기 어려운 과목은 외부 강사를 찾아야 한다. 적합한 강사를 섭외하는 것도 일이거니와 강사가 학생의 교육과 성취평가를 위해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급기야 한시적 기간제 교사로 채용하겠다는 법안까지 내놓는 등 교직 사회의 근간인 자격체계마저 흔들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의 성공을 위해 자사고·외고·국제고를 폐지하려는 악수까지 동원했다. 그러나 최근 법원은 시·도교육청이 내린 ‘자사고 취소’ 처분 모두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지난해에는 자사고·외고 등 학교법인 24곳이 2025년 자사고를 폐지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한 상태다. 헌법소원 결과가 자사고에 유리하게 나올 경우 고교학점제 도입 전부터 타격을 받게 된다. 또, 내년에는 다른 정책 기조의 정부가 들어서게 되면 이를 뒤엎을 가능성도 있다. 대혼란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대입 개편을 함께 진행하지 않은 점도 불안 요소로 꼽힌다. 고교학점제는 기본적으로 수시모집 확대를 전제로 하는데, 사회적으로는 정시 비율 확대를 요구한다. 국민적 바람과 정책의 엇박자로 인한 혼선도 우려된다. 교육부가 서둘러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 2030 청년위원회는 오는 9월 1일까지 랜선 뽐내기 ‘보여줘! 쌤즈-온라인 채널 편’을 공모한다. 유튜브, 블로그 등 개인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는 교총 2030 회원(1982년 7월 1일 이후 출생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응모 방법은 간단하다. 교육을 주제로 한 콘텐츠(게시물) 1건을 소개하면 된다. 신규교사의 열정과 사회 초년생을 위한 소소한 팁, 솔직 담백한 교직 일지, 공문 작성 등 신규교사를 위한 꿀팁 영상, 교직 정보, 학생·학부모를 위한 교육 정보 등 교육 이야기를 담은 게시물이면 된다. 응모자 전원에게는 음료 모바일 쿠폰을 지급한다. 최우수 2명, 우수 4명, 장려 6명에게는 콘텐츠 제작 지원금을 준다. 주우철 교총 2030 청년위원장은 “2030 청년위원회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는 소통과 참여”라며 “코로나19가 안정되는 그 날까지 ‘온택트’에 중점을 두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공모 관련 내용은 한국교총 홈페이지 참고(www.kfta.or.kr).
[한국교육신문 김명교 기자] 한국교총의 변호사 동행 지원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교총은 변호사 동행 지원비 3·4호 수혜자를 선정하고 30만 원을 지원했다. ‘변호사 동행 보조금’은 교총이 운영하는 대표적인 교권 침해 사건 대응 지원제도다. 검·경 수사권 조정 시행으로 초기 경찰 조사나 수사단계가 중요해진 데 착안했다. 최근 교원을 대상으로 한 고소, 고발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피소 등 사례가 증가하면서 더욱 촘촘한 교권 보호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경찰서에 가본 적 없는 교사가 소환조사 연락을 받으면 막막한 심정으로 교총에 문의한다”면서 “교총은 초기 교권 보호시스템인 경찰서 동행 변호사비 지원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교육활동 침해(형사)로 경찰 조사를 받는 교총 회원(교원)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사건 당 변호사 동행 보조금 30만 원을 지원받고, 동일인·동일 사건에 대해서는 3회까지 가능하다. 신청은 각 시·도교총에 하면 된다. 문의 교총 교권지원국 02-570-5613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찰이 부산시교육청의 합격 통보 오류로 인해 10대 특성화고 학생이 안타깝게 숨진 사건에 대해 수사한다. 2일 부산시경찰청은 해당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합격자 명단 오류가 발생한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비리가 있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기 위해 이 같이 결정했다. 숨진 수험생의 유족은 지난달 30일 시교육청 공무원 시험과 관련된 공무원들을 직무유기와 자살방조 등 혐의로 부산진경찰서에 고소한 바 있다. 유족은 수험생의 필기시험 성적보다 낮은 점수를 기록한 다른 지원자가 면접에서 더 좋은 점수를 받은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를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숨진 수험생은 지난달 26일 오전성적조회 시스템을 통해 ‘합격을 축하한다’는 문구를 확인했으나 이내 곧 불합격으로 뒤바뀌자 큰 충격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수험생은 당일 시교육청을 방문하고도 ‘행정적 실수’라는 설명을 듣고 귀가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합격자 발표 때 실수로 불합격자에게도 합격 문구를 띄웠다고 해명하고 있다. 시교육청 감사관실은 이번 사건 원인규명과 제도개선 방안 등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했다. 이와 관련해 올해 2월 감사관의 피의사실 공표 이후 세간의 비난을 받던 5급 공무원이 세상을 떠난 부분도 재조명되고 있다. 당시 직원 죽음이 이번 사건처럼 ‘오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시교육청공무원노조 측은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직원의 뇌물수수가 사실인 것처럼 공식 발표하는 초유의 오류로 직원 죽음까지 이어졌지만 여전히 책임지는 사람은 없다”며 “이번 공무원 시험 합격 오류 사건 감사에서도 직원에게만 책임을 전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교육청 의혹' 국민청원 제기 유족은 지난달 29일 ‘부산광역시교육청의 불성실한 대응과 공무원 채용 과정 속 부실한 면접 과정에 대한 의혹을 제보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했다. 수험생의 사촌누나라고 밝힌 청원인은 부산시교육청 웹사이트에서 합격 창이 불합격 창으로 변경된 1시간 동안 일어난 일에 대한 납득될만한 설명, 면접에 대한 감사, 그리고 면접으로 당락이 결정되는 불합리성 개선 등을 요구하고 있다. 게시물에서 청원인은 “대신 합격한 D씨는 저희 동생보다 필기 점수가 10점이 낮은 219점이었고 면접까지 올라간 5명 중 5등의 성적을 가지고 있었다. 제 동생은 필기점수에서 10점을 앞섰음에도 불구하고, 다음 전형인 면접에서 점수가 더 낮았다는 이유(제 동생은 5명 중 2등)로 불합격 처리가 된 것”이라며 “면접은 10분 정도 진행됐기에 이렇게 면접으로 결과가 뒤집힌 것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경기도교육청 소속의 한 간부 공무원이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위반한 술자리를 벌이고 여직원 성추행까지 확인돼 퇴출될 기로에 놓였다. 도교육청은 최근 인사위원회를 열고 모 교육지원청 K과장을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성비위 등을 사유로 해임 징계하기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징계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을 거친 뒤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K과장은 지난달 5일 관사에서 직원 7명과 함께 저녁 회식을 하며 술을 마신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해당 지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으로 5인 이상 사적 모임은 금지였다. K과장은 또 다른 직원들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여직원을 강제로 껴안는 등 추행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자리를 떴던 직원들이 돌아와서 이를 목격하고 저지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에 대해 K과장은 “술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의 신고를 접수한 도교육청은 감사 직후 K과장을 직위 해제했다. 도교육청은 당시 회식 자리의 방역지침 위반에 대해 방역당국인 지역 보건소에 알렸고, 술자리 참석자 8명 모두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게 됐다. 성추행 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반대 의견을 밝혀 수사기관 신고로 이어지지 않았다.
입추를 앞두고 있지만 작열하는 팔월의 태양은 땅 위의 모든 것을 불사를 기세이다. 마스크를 쓰고 한 걸음 옮기면 등줄기를 타고 탐이 비 오듯 흘러내리고 숨쉬기가 힘들다. 그래도 계절의 흐름은 그 누구도 거역할 수 없는 듯 해넘이가 지나자 산과 들을 스친 녹색 바람이 서늘함을 풀어 놓고 귀뚜라미 우는소리 청아하게 깔린다. 입추는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다. 한 해 24절기 중 열세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8월 7일이다. 이날부터 겨울에 드는 양력 11월 7일 입동 절기까지를 가을이라고 한다. 농촌의 입추 무렵은 ‘발등에 오줌 싼다’할 만큼 바빴던 농삿일들이 끝나고 잠시 한가해지는 시간이다. 벼가 한창 무르익어 가는 이때 고려사에는 서늘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며 흰 이슬이 내리고 쓰르라미가 운다는 입추 절기 이후의 계절변화가 기록돼 있다. 또한 앞전에는 한창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서 절기가, 뒷전에는 더위가 물러가고 해가 진 밤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다는 처서 절기가 있다. 옛사람들은 이렇게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어정칠월 건들팔월' 이라고 했다. 이는 칠월과 팔월이 어정어정, 건들건들하는 사이에 지나가 버린다는 뜻으로 농촌에서는 김매기도 끝나 호미씻이를 한 뒤여서 잠깐의 망중한을 누리는 휴식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 무렵 농촌의 대표적인 전경은 땡볕에 고추를 말리는 풍경으로 수채화처럼 곱다. 그리고 얼마 있지 않아 땅에서는 귀뚜라미 등에 업혀 오고, 하늘에서는 뭉게구름을 타고 온다는 처서(處暑)이다. 처서는 24절기 가운데 열넷째 절기로 여름은 가고 본격적으로 가을 기운이 자리 잡는 때이다. 처서라는 한자를 풀이하면 ‘더위를 처분한다’라는 뜻이다. 이 시기에 예전에 부인들은 여름 동안 장마에 눅눅해진 옷을 말리고, 선비들은 책을 말렸는데 그늘에서 말리면 음건(陰乾), 햇볕에 말리면 포쇄라 했다. 특히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했던 사고에서는 포쇄별감의 지휘 아래 실록을 말리는 것이 큰 행사였다고 한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비뚤어진다는 속담도 있다. 이 이야기는 처서에 창을 든 모기와 톱을 든 귀뚜라미가 오다가다 길에서 만났다. 모기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란 귀뚜라미가 그 사연을 묻자 ‘사람들이 날 잡는다고 제가 제 허벅지 제 볼때기 치는 걸 보고 너무 우스워서 입이 이렇게 찢어졌다네.’라고 대답한다. 그런 다음 모기는 귀뚜라미에게 자네는 뭐에 쓰려고 톱을 가져가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귀뚜라미는 ‘긴긴 가을밤 독수공방에서 임 기다리는 처자, 낭군의 애(창자) 끊으려 가져가네.’라고 말한다. 참 재미있는 이야기다. 이처럼 한여름을 거쳐 입추와 처서, 백로로 이어지는 가을맞이 절기의 흐름을 옛사람들은 어정칠월 건들팔월로 불러왔지만, 지금의 농촌 현실과는 꼭 맞지 않다. 처서 무렵에는 날씨도 중요하였다. 벼 이삭이 패는 때이기에 한 해 농사의 풍흉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하였다. 무엇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을 견주어 이를 때 처서에 장벼(이삭이 팰 정도로 다 자란 벼) 패듯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처서 무렵의 벼가 얼마나 쑥쑥 익어가는지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그리고 처서에 오는 비를 처서비라고 하는데, ‘처서비 십 리에 천 석 감한다.’라고 하거나 ‘처서에 비가 오면 독 안의 든 쌀이 줄어든다.’라는 말이 있다. 올해 처서에는 처서비가 내리지 않아 풍년이 들었으면 좋겠다. 처서 무렵이 되면 세상의 나무들은 여름내 부지런히 길어 올렸던 물들을 내리기 시작하고 한해살이풀들은 서서히 생을 마무리할 채비를 시작한다. 때를 알고 스스로를 비울 줄 아는 순한 초록 목숨들의 지혜로움을 생각하면 탐욕에 눈먼 욕망에는 한계가 없는 인간이란 사실이 못내 부끄러워진다. 아침저녁 더위가 가시면서 찬바람이 인다. 여름을 주름잡았던 애절한 능소화는 꽃 덩어리로 채 무너져 내린다. 가을이 파란 하늘 저편으로 번져오고 있다. 여름은 떠날 채비에 마음이 바쁘고, 가을은 지상 가까이 내려오느라 몸이 분주하다. 처서엔 대지가 가을을 느끼고, 다시 보름 지나 백로엔 사람이 가을을 느낀다 하였다. 가을엔 모든 존재들이 어떤 형식으로든 결실을 맺는다. 나는 올가을에 어떤 결실을 맺을지 며칠 남지 않은 팔월의 여름에 생각해본다.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란 말처럼 시간 보내기를 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일이다. 시간은 언제나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간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유행중에도 가을은 오고 있고 내일의 태양은 또다시 떠오른다. 그러나 2021년을 사는 지금의 팔월은 사는 동안 영원히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각자에게 주어진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끝을 맺을지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이 모두의 숙제이다. 모두가 남은 날들을 결실을 위한 시간들로 채워 나가고, 한 두 번 찾아올 태풍과 더불어 코로나19도 밀어내주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