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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임종식 | 경북 포항고 교감 들어가는 말 최근 일어난 일련의 충격적인 청소년 문제들로 인하여 세인들의 관심은 또다시 학교현장의 인성교육에 모아지게 되었다. 조직적인 수능 부정, 고교생들의 대규모 집단 성폭행, 심지어 초등학생들의 성폭행까지 이어지면서 학생들을 직접 지도하고 있는 교원들은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며, ‘나에게 돌을 던지라’는 반성문까지 나오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사회 각계에서는 학생들에 대한 인성교육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물론 학교 현장의 실태와 문제점을 점검하여 반성하고 보완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만, 문제의 원인과 배경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미 학교에서 모든 것을 방어하기엔 벅찬 사회적·시대적 환경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성세대들의 부정행위는 연일 매스컴에 보도되고 있고, 웬만한 부정에 대해서는 반성의 빛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을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보고 있다. 또한 한 번의 숫자 조합으로 ‘인생 역전’을 꿈꾸는 ‘로또 복권’ 열풍처럼 한 번의 부정행위만 성공하면 출세의 보장길인 명문대학의 문이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특별한 교육적 차단 없이 물밀듯이 밀려오는 인터넷 섹스 산업은 장소와 시간, 대상을 가리지 않고 세상을 오염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도 그 자체만으로도 충격적이지만, 학생들이 별다른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학교가 이렇게 거대한 사회적 음모를 모두 책임지기엔 역부족이지만, 학교 인성교육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 생각하고 그 대안 모색에 도움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올해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 신입생 모집에서 특이한 학습 경력을 가진 학생이 지원하였다. 이 학생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서 공교육에 불신감을 갖게 되어 대안 중학교를 다녔고 영국 유학을 다녀온 경험까지 있으나, 다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정상적인 공교육을 받기 위해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고 했다. 본고에서는 학교교육에 대한 단편적인 질타보다는 학교 인성교육의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끌어가고 싶다. 인성교육 무엇을 지향하는가 제7차 교육과정 총론의 기본방향은 ‘21세기 세계화·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창의적인 한국인 육성’이다. 그리고 목표 면에서는 ‘건전한 인성과 창의성을 함양하는 기초 기본교육 충실’로 삼고 있다. 특징은 단위학교 재량권의 범위가 기존의 교육과정보다 넓어졌으며 지식교과중심에서 인성교육부문을 교육과정에 표면화하고 있다. 특히 재량활동 부분의 창의적 재량활동은 인성교육 교과로 볼 수 있으며, 범교과 학습은 인성교육의 내용을, 자기주도적 학습은 인성교육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특별활동 부분의 영역별 분류는 인성교육의 체험적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이와 같이 7차 교육과정에서의 인성교육이 교육과정의 한 부분으로 자리매김된 것은 시대적·사회적 요청에 부응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성교육의 기본목표는 인성교육의 철학 및 목표정립을 통해 도덕성과 인간적인 덕성 함양의 내실화로 세계 속의 시민으로서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다운 사람’으로 육성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기본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중점 지도 덕목을 중점 지도 영역별로 나누어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덕목을 지도하기 위해 첫째, 세계화를 향한 교육 관계자들의 인성교육에 대한 의식전환과 다음 세대를 사람다운 사람으로 기르겠다는 열정을 불러일으킴으로써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 분위기를 고취시켜 정책수행의 실효성을 제고한다. 둘째, 도덕성·인간성 함양 교육을 핵심으로 하고 학교교육의 전반적인 사항을 재조정하여 교과활동, 특별활동 등 전 교육활동에 인성교육이 스며들게 한다. 셋째, 학교·가정·사회가 함께 하는 교육으로 학교교육의 권위를 회복하여 학교는 전인교육을 실현하고 가정은 효와 예를 바르게 가르친다는 정책 방향을 설정하고 교육의 전 영역에 걸쳐 인성교육이 바르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중등학교 인성교육 제대로 이뤄지고 있나 학교 내외적 교육여건의 악화 학교는 독립된 기관이지만 가정과 지역사회를 떠나서는 존립할 수 없다. 학교에서 도덕교육이 잘 이루어진다고 하더라도 가정이나 사회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강하면, 학생들은 겉으로만 또는 학교 안에서만 도덕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러한 사례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 물론 학교에서 가정과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로 행사, 지역 봉사활동, 학교 주변 정화 운동 등 지역 실정에 따라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으나,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형식적이고 전시적인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학부모들은 자기 자녀의 성적에는 큰 관심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친구 관계나 원만한 학교 생활 등 도덕적인 측면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은 편이다. 학생들의 인성 함양을 위해 가정 및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반드시 필요하므로, 적절한 연계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인성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학급당 학생 인원수가 줄어든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지만, 평균 수업시수나 담당 업무량은 상대적으로 늘어서 인성교육에 관심을 기울일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인성교육의 제자리 찾기 실패 인성교육을 교육의 기본 덕목으로 삼아서 지속적으로 실시하여 왔음에도 불구하고 인성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 인성교육이 학생들에게 인성을 발달시킬 수 있는 교육내용 혹은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못했거나, 제공하였더라도 사회적·문화적 변혁기에 적합하지 않은 내용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지식 중심의 입시 위주 교육은 인간의 균형적 발달을 저해함으로써 교육의 본질인 전인교육을 충실하게 하지 못했고, 급격한 과학의 발달에 의하여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 위주의 가치변화로 인간을 물질 중심으로 평가하려는 경향이 팽배해졌다. 따라서 교육 자체가 인간을 존중하고 인정하는 목적임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논리와 각 개인의 출세 도구로 전락하여 교육 자체가 물질과 명예를 얻는 도구로 인식되어 가는 데에 대한 냉철한 성찰이 필요하다. 둘째, 인성교육 방법면에서 수요자의 흥미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인성교육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행동 변화와 선택을 촉진하기 위한 여러 가지 경험이나 조건을 제공하는 것을 가리킨다. 따라서 강제 억압으로 인성을 변화시키려는 방법적용은 올바른 의미의 인성교육이라 할 수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은 인성의 발달과 변화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론을 중심으로 전개하여 바람직한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방법과 절차에 의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인성교육은 교과내용의 학습에서보다는 교사의 행동, 수업분위기, 급우들과의 관계, 단체생활, 학교의 일상생활, 정규수업 이외의 비공식적 시간 등 의도하지 않은 잠재적 교육과정에 의해서 많은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인성교육은 집단지도와 상담활동을 통해서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 단체생활 속에서의 상호작용을 통해 인성이 형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지적인 측면보다는 정의적 측면에서의 직접적 체험을 통해서 쉽게 인성교육이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교사와 학생 간의 공감적 관계가 매우 중요하다. 이상과 같은 인성교육의 일반적 특성을 토대로 하여 효율적인 인성교육 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특별활동을 통한 인성교육 특별활동은 교과와 상호보완적 관련 속에서 학생의 심신을 조화롭게 발달시키기 위하여 실시하는 교과 이외의 활동이다. 특별활동 영역별로 활용할 수 있는 인성교육의 방법을 알아보면, ① 자치활동 : 학급회·학생회 조직 및 운영과 계획적인 다양한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참여하고 자신의 맡은 역할을 수행하면서 자주성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기를 수 있다. ② 적응활동 : 기본생활에 필요한 덕목들을 습관화할 수 있도록 하여 친교와 협동생활을 통하여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이해를 도모하고, 클럽 선택과 상담을 통해 자신의 성격과 문제를 이해하고, 심성계발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할 수 있다. ③ 계발활동 : 자신의 흥미, 취미, 적성에 맞는 여가문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심성과 성격을 훌륭하게 키워나가는 수양을 한다. 특히 자신의 장기와 취미에 적합한 놀이를 통해 성격 교정을 하거나 특정 능력이나 기능을 배양할 수 있다. 그리고 스카우트, 청소년연맹, 적십자, 우주정보소년단, 해양소년단 등 청소년 단체활동을 통해 협동심과 사회성을 기른다. ④ 봉사활동 : 일손 돕기를 통해 사랑과 호혜정신을 기르고 양로원 방문을 통한 경로효친의 사상을 배운다. 불우이웃 돕기를 통해 협력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너그러운 마음을 기르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 의식을 가질 수 있다. 공공질서확립 캠페인을 통해 사회생활과 공중생활에 필요한 질서와 공중도덕을 배양한다. ⑤ 행사활동 : 국경일이나 각종 기념식을 통해 의례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학예 발표회나 전시회, 경연 및 실기대회, 감상회 등을 통해 창의성을 기르며, 작품준비 과정 속에서 협동정신을 기른다. 문화재나 명승지 답사를 통한 우리 문화의 얼과 조상에 대한 공경심,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 등산과 야영, 국토순례와 탐사활동을 통한 정신수련을 기할 수 있다. 창의적 재량활동을 통한 인성교육 다양한 교육 경험을 통하여 학생들의 소질과 특기를 신장시키며 바람직한 인성 발달을 촉진시킨다. ① 범교과학습 : 민주시민교육, 인성교육, 진로교육 등 ② 자기주도적 학습 : 주제 탐구 활동, 직접 체험 활동 등 상담 및 생활지도를 통한 인성교육 학습지도의 일차적 목표가 지적인 성숙에 있는 반면 상담과 생활지도는 지적인 영역 외의 인격적인 성숙을 의도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성교육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전문 영역이 이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일상생활에 상담적 원리와 태도를 적용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교사와 학생과의 대화에서 승인 반응을 보이고 학생의 얘기를 잘 들어주어 공감적 분위기를 형성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에 대한 존중의 자세가 유지되어야 하고 학교생활과 그 외의 환경에서 보여주는 일상 속의 태도와 모범적 행동이 매우 중요하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인성교육 지금까지 개발된 인성교육 프로그램들은 주로 성격심리학과 상담의 학문적 배경을 가지고 이루어져 왔다. 이 경우 인성은 성격으로 이해되며 주로 심리교육적 방법을 적용해 오고 있다. 그러나 인성이 다차원적 모습을 지니는 것이라면 심리교육 위주의 프로그램 개발방식은 다소 보완될 필요가 있다. 교육부에서 제시하고 있는 인성교육의 중점지도 영역이 타당하다면 각각의 영역에 알맞게 균형 있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에는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발견하는 문제와 관련 프로그램들이 많이 개발되고 있다. 특히 자아개념 육성 프로그램이나 자기발견과 성장을 도와주는 성찰노트 등이 있고, 상담원리와 기법을 활용한 프로그램, 특정정서 통제능력 향상 프로그램, 급우관계 조정능력 프로그램 등이 소개되고 있다. 자기발견과 성장 프로그램에는 인간관계, 고민해결, 자신의 객관적 이해, 가치결정, 신념과 인생목표, 학업성찰, 능력과 직업진로 등의 문제들을 주제로 하여 자신을 이해할 수 있는 포괄적 주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리고 정서문제와 관련하여 정서지능(EQ)개발 프로그램과 심리치료를 위한 마인드 맵(mind map)도 학교의 실정에 맞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인성교육 실천에서 유의할 점 ① 인성교육 프로그램 적용의 문제 인성교육에서는 실천하고 습관적으로 행동하는 것뿐만 아니라, 합리적인 이유를 가지고 스스로 도덕적인 판단을 내리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실천 위주의 행동 강화 프로그램을 적용하는 경우 자신의 자율적인 판단보다는 강화자에 의해서 행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학생들을 맹목적으로 순응하고 복종하는 사람으로 유도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또한 행동으로 표현되는 것보다 불쌍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 훌륭한 사람에 대한 존경심, 더불어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한 경애심과 같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 마음씨를 기르는 일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② 교사의 학생 지도관 문제 인성교육에서 교사와 학생의 인간적인 만남은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학생을 인격체로 존중하고 교사가 솔선수범하는 태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교사들은 ‘스스로 옳다고 믿고 생활 속에서 실천하려고 애쓰며 학생들도 최소한 이것만은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본적인 가치’에 대해 비교적 높은 수준의 합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가치를 적용하는 학생 지도와 훈육 문제에서는 대부분의 교사들 간에 의견의 차이가 있으며, 특히 세대가 다른 교사들 간에서 그 차이가 두드러진다. 이러한 현상이 교사들의 일관성 없고 때로는 공정치 못한 지도방식으로 나타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협의를 통한 합의를 이루어야 하며, 교사 연수 과정에 인성교육에 대한 내용이 많이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마치는 말 교육도 시대적 흐름이나 유행을 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 일련의 청소년 문제로 인해 인성교육 특집이 마련되었듯이 외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타인에 대한 배려를 가정에서부터 교육시켜 온 일본에서 집단 따돌림 현상이 일어나고, 미국에서는 학생들에게 받는 순결서약이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인성교육은 특정 과목의 성적이 하락되었다는 차원과는 달리 갑작스럽게 학교에서 응급 처방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최근 수십년간 우리 사회와 교육환경을 지배해 온 물량 위주의 행복관에서 벗어나 삶의 질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을 서서히 불러일으켜 나가야 할 것이다. ‘느리게 사는 것’, ‘꼴찌로 사는 것’, ‘TV 끄기’, ‘컴퓨터 끄기’등에 대한 예찬은 이러한 전환점의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의 인격을 존중하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인성교육을 강조하여 승자와 패자가 아닌 스스로 자신을 존중할 수 있는 당당한 학생들을 길러나가야 하겠다. 1. 경상북도교육청, 『제7차 교육과정 편성·운영 지침』, 2003. 2. 공군사관학교·인성교육협의회(권이종), 『제3회 인성교육 심포지엄 자료』, 2003 3. 교육부, 『인성교육 연찬회 자료』, 1995. 4. 교육개혁위원회(장성모), 『세계화,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는 신교육체제 수립을 위한 교육개혁 방안』, 1995. 5. 대구교대초등교육연구원(이원희·강현석), 『인성교육의 접근 방식』, 1999. 6. 순청향대학교, 『인문과학론총(제5집)』, 1998. 7. 한국초등교육학회, 『초등학교 인성교육 어떻게 할 것인가?』, 학술세미나 자료, 1996.
권이종 | 한국교원대 교수 인성교육이란 인성교육의 개념은 통일된 견해가 없다. 학자들과 학문 영역에 따라 인성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방향의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인성교육의 개념을 정리하기 이전에 인성을 알아보면, 인성은 성격과 같은 의미로 해석하는 학자도 있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이라 함은 성격교육으로 정리한 경우도 있다. 인성과 성격을 같은 의미로 볼 경우 인성교육을 ‘평소의 성격형성이 바람직하게 되도록 환경과 인간관계 등을 부드럽고 원만하게 하는 것이며, 또한 비뚤어진 성격을 정상적으로 교정하는 일’을 말하기도 한다. 페스탈로치는 사람들로 하여금 잠재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인간교육을 주장하면서 교육의 본질인 전인교육과 인간교육을 강조하기도 했다. 인성을 성품·기질·개성·인격 등으로 다양하게 표현하는 경우도 있다. 인성의 개념을 프로이드는 개인이 본능적 욕구를 현실적·도덕적 제약 가운데에서 합리적으로 충족시켜 나가는 방식을 인성으로 파악하려고 하였다. 로저스는 개인이 자신의 독특한 주관적인 경험 속에서 자아실현을 이루어나가는 과정으로 인성을 이해하려고 하였다. 인성지도를 성격지도와 같은 맥락에서 그리고 생활지도의 한 영역의 범주로 성격지도의 내용이 되는 문제를 보면, ①긴장, 불안, 욕구, 좌절 등의 정서적 문제 ②대인관계, 사회활동 등의 사회적 행동문제 ③신체적 질환, 허약 등의 신체적 문제와 심리적 문제 ④부모, 형제, 친척 등의 가족과 관련된 문제 ⑤가치관 등에 관련된 문제 등을 들 수 있다. 인성은 또한 성품을 가리키기도 한다. 성품이란 사람의 성질과 품격이며, 성질은 마음의 바탕이고 품격은 사람됨의 모습이다. 결국 인성이란 사람 마음의 바탕이 어떠하며, 사람됨의 모습이 어떠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엮어나가느냐 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인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왜냐하면 인성은 삶의 과정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개인의 삶을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로서 개인과 타인이 어떠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가를 결정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인성은 사람이 살아가는데 개인의 정신과 신체건강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건강한 인성이 형성된 사람은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의 균형을 잘 유지할 수 있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인성교육이란 인간의 개별 특성에 관심을 가지고 그 특성들이 자유롭게 개발되어 그 특성대로 사회적 조화를 이루도록 교육하자는 것이다. 인성은 도덕적 가치와 개인이 지닌 독특한 특성의 총체를 가리키는 성격이 결합된 용어로 인성교육은 ‘심리적 특성으로서의 성격적 윤리, 도덕적 특성 측면을 포괄적으로 추구하는 교육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인성교육 왜 필요한가 한 사회의 원동력은 사회 구성원이 공동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며, 특히 가장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학생 자신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학생들이 가정·학교·지역사회 그리고 나라를 사랑하고, 좀 더 좋은 세계를 만들겠다는 가치를 지닌 인간으로 성장해 나가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봉사활동, 수련활동, 동아리 활동 및 체험활동을 통하여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내고, 사회의 문제점을 스스로 배우고, 자립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인성을 길러 주어야 한다. 학생들에게 자기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은 학생 하루 중 1/3을 차지하는 학교 안에서의 지식(IQ)교육외에 학교 밖에서 가정을 포함한 지역사회와 자연 속에서의 수련활동을 통하여 길러진다. 따라서 학생들의 인성과 정서(EQ)를 부모·자식 간의 관계, 사제간의 관계, 친구와의 관계는 물론 지역사회 및 자연과의 체험활동을 통해서 그들의 발달단계에 따라 개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학교교육에만 의존하고, 모든 결과와 승부를 학교제도권 안에만 의존하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이 더욱 크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학생 교육이 가정·학교·사회 각 영역에서 균형을 이루어가며 실시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인간의 전인적인 인격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곳은 오히려 학교보다는 가정과 지역사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인성교육의 결정적인 시기인 유아기에서 초등 저학년에 이르기까지 시·공간적으로 2/3 정도는 학교 밖 사회 또는 평생교육 환경에서 계발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과 자녀 지도의 총체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 안에서만 모든 교육성과를 얻으려는 사고체계에서 과감하게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오래 전부터 인성교육의 성공을 위해서 학교 내 교육보다는 학교 외 사회·평생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총체적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인성교육이 중요하고, 도덕적 위기의 극복이라는 차원에서 인간성 회복과 휴머니티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인성교육의 방향은 긍정적인 자아상 형성을 위한 인성교육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며 살아갈 경우 심리·신체적으로 건강하여 자기실현, 자기성숙, 자기발달을 긍정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다. 긍정적인 인간상을 가진 사람이 성공하는 비율이 높으며, 인류사회에 크게 공헌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긍정적인 가치관을 가진 사람이다. 자기 부정적인 학생은 항상 불행한 생활을 하며, 삶의 의욕이 없고 신경질적이고 공격적이다. 이러한 생활태도는 더 나아가서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 긍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고 자란 학생들은 심리적,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진취적, 생산적, 발전적이어서 어떠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학생 자신의 올바른 이해 도모 사람은 제각기 서로 다른 생김새, 가치관, 능력, 적성, 흥미, 태도, 인성 등을 소유하고 있다. 이 세상에는 동일한 사람은 없다. 따라서 인성교육의 첫째 목표로는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라는 말처럼, 학생들로 하여금 정확하게 자기 자신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가장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행동을 선택하고 실행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중과 수용 사람이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자기 자신을 존중, 인정, 그리고 수용하는 것이다. 인성교육에 실패하는 많은 경우를 보면 자기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이다. 자기 자신을 무능한 사람으로 여기거나 감정을 숨기고 왜곡하며, 열등의식을 가지고 생활하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은 자기 학대일 뿐만 아니라 반인성적인 행동으로 더 나아가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통제 및 조절능력 함양 인성의 됨됨이를 알아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감정이나 충동을 통제·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최근의 수능 시험 부정 사건이나 밀양 성폭력 사건 등에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학생들도 자기통제 및 자기조절능력이 부족하거나 자아 정체성이 형성되지 못한 결과이다. 자기통제능력을 상실한 학생은 충동적으로 행동하고 사회적으로 일탈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 바람직한 인성의 소유자는 자신의 본능적 충동이나 감정을 잘 억제하고 조절할 능력이 있으며, 더러는 실패한 경우에도 좌절하기보다는 오히려 생산적이고 창조적이며 적극적인 방식으로 승화시켜 나가는 경우가 있다. 올바른 현실감각 배양 인성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자기이해, 자기존중, 자기수용, 자기통제능력 등을 함양함으로써 올바른 현실감각을 길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바른 인성을 소유한 학생은 현실을 바르게 이해할 줄 안다. 타인과의 인간관계도 원만하게 잘 유지한다. 또한 모든 위기와 문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해 나갈 능력이 있다. 본인에게 주어진 현재의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 공감적 이해능력과 타인존중의 자세 상대방의 입장을 올바로 이해하고, 솔직한 자기 노출과 타인에 대한 공감적 자세는 보다 깊고 원숙한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토대가 된다. 자신과 타인을 모두 이롭게 하는 것은 바람직한 인성의 한 기준이 된다. 공동생활을 물론 다른 사람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성을 말한다. 사이버 학습과 인성교육의 조화 최근에 많은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분야가 인터넷으로, 인터넷은 일상적인 생활 수단이 되고 있다. 지식을 습득하는 공간이나 전통적인 활동 및 교육과정의 패러다임에 큰 변화가 오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역기능적 이용은 인성교육에 암적 요소가 된다. 인성교육의 실천 사례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사이버 교육을 통한 초·중·고·대학에 이르기까지 인성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초등학교에서 대학까지 사이버 학습을 통한 인성교육은 일반화되어야 한다. 처벌보다는 예방 중심의 인성교육 가정, 학교, 사회에서 모든 인성교육은 이미 문제가 발생한 학생들을 처벌하거나 벌을 주는 것보다는 예방 중심으로 인성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인성교육은 단기적인 결과가 아니고 장기적인 투입 결과이기 때문이다. 수능시험 부정행위의 결과도 다른 한편으로 생각하면 기성세대들의 책임이 크다. 매일같이 언론 및 TV 화면에 기성세대들의 부정·비리, 도덕적 상실, 정치인들의 싸우는 모습 등이 계속 비춰지기 때문에 선량한 학생·청소년들이 모방하는 심리적인 충동을 갖기도 하여 일시적인 실수로 이어지기 쉽다. 이러한 측면에서 수능부정 학생들을 바라보는 기성세대 및 교사들의 양심적 반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기적성 활동을 통한 인성교육 특기적성 활동은 사회, 시대, 교육환경 변화에 따라 많은 학생들이 이기적 사고와 생활태도, 물질만능주의, 무절제한 쾌락추구, 인간성 상실 등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학생의 발달과업과 특성을 고려하여 지역사회에서 동아리, 사회봉사활동 등의 집단체험활동을 가지게 함으로써 공동체 의식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활동 영역이다. 특기적성 활동에 참여한 학생들은 이 활동을 하지 않은 학생들보다 사회적응력, 리더십, 문제해결력, 대인관계 등 활동 중에서 긍정적인 인성을 길러준다.
김언주 | 한국영재학회장·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흑백논리보다는 상록수의 잎갈이 같이 암울했던 1980년대의 군부정권 하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던 사람이 있었고, 그들의 노력은 마침내 우리나라를 ‘대통령도 대놓고 비판할 수 있는 개방사회’로 발전시켰다. 아무리 사회제도가 나빠도 모든 사람이 그 제도에 순응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제도의 모순점을 이겨내는 진정한 의미의 불의에 저항하는 선각자적 영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이다. 선각자적 영재성을 발휘한 분(사회제도 개혁 면에서의 영재)들의 노력 덕분으로 우리는 오늘의 민주사회를 만끽하고 있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한편, 우리는 1970년대부터 시작된 고교평준화정책을 ‘수월성 말살정책’으로 서슴없이 매도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현재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들 중, 20·30대와 40대 중반 이전은 평준화 세대들이다. 그리고 40대 중반 이후부터 50~60대들이 비평준화세대들이다. 과연 이 평준화세대들이 비평준화세대들에 비해 수월성이 떨어지는가? 오늘날 중국의 계림에서도, 북경에서도, 상하이에서도 ‘쿵따리 샤바라’의 노랫소리를 듣게 만든 세대는 누가인가? 한류 열풍은 누가 만들었는가? 욘 사마는 누구이며, ‘움직이는 1인 기업’ 보아라는 가수는 어느 세대인가? 오늘날의 한국을 IT 강국으로 급부상시킨 그룹들은 어느 세대인가? 항상 외국 영화의 쿼터를 걱정하던 세상에서 1000만 명 돌파의 국산영화를 만든 사람들은 어느 세대인가? 이들이 바로 평준화세대들이다. 평준화세대의 교육을 받았지만, 저마다의 타고난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각 분야에서 창조적 영재성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너무 ‘평균화정책=엘리트 말살정책’으로만 매도하지 말자. 평준화정책의 장점을 인정하면서 새로운 교육정책을 생각해보자. 그것이 순리이다. 우리가 흔히 범하는 잘못 중 하나가 흑백논리(黑白論理)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는 점이다. 흑백논리에 빠지면, 과거를 전부 부정하거나 전부 찬성하는 식의 극단적 사고를 할 위험성이 높다. 오늘은 항상 어제를 근거로 태동하는 것이며, 오늘은 내일의 모태가 되는 것이다. 과거를 완전 부정하지 말자. 교육은 그런 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소나무를 생각해 보아라. 소나무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항상 푸름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상록수라고 한다. 그런데, 그 소나무 밑을 가 보자. 그곳에는 누런 솔잎이 수북이 쌓여 있다. 즉 항상 푸름을 간직하지만 끊임없이 잎갈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소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것이다. 교육정책은 모름지기 이런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항상 일관성이 있으면서도 끊임없이 더 좋은 것을 향해 개선해 나갈 때, 학생과 학부모와 국가가 희망적으로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평준화정책의 좋은 점도 인정하면서 논의를 시작하자. 수월성교육은 시대 요구이며 미래 위한 투자 교육은 사회변화와 밀접히 관련된다. 이를테면, 과거 조선왕조 때는 양반 자제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소위 말해서 계급사회에서는 특수계층에 해당하는 엘리트만이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해방과 더불어 우리 사회는 산업사회로 급격히 변화되었고 이에 따라 산업사회의 필요에 부합하는 민주시민양성교육이 최우선 교육목적으로 추구되어 왔다. 이러한 정신이 반영된 것이 고교평준화정책일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산업사회를 넘어 지식기반 정보화사회로 발전해 가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 목적 자체가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여 변할 수밖에 없다. 이를 테면, 민주시민양성이라는 절대가치는 그대로 추구하되, 개성교육이 강조되는 방향으로 교육목적이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맞춤식 개성교육을 강조하는 각 분야의 수월성교육 정책이 대두되는 것이다. 수월성교육 정책이 출현한 근본 동기가 과거 계급사회의 엘리트 교육과는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현재 추구하고자 하는 수월성교육은 각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학생을 발굴하여 조기부터 그 가능성을 실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이다. 만일 계급 사회적 엘리트교육이 된다면 당연히 배척되어야 할 정책이다. 교육정책이 입안되어 적용될 때는 반드시 ‘교육기회의 공평성(educational equity)’과 ‘교육의 수월성(educational excellence)’을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교육 받을 기회 면에서는 공평해야 한다. 이것은 헌법에도 보장된 권리이다. 또한 보통교육을 받음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과 기능, 지식을 반드시 배울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정한 교육목적과 교육목표에 관한한 모든 학생은 공평하게 교육을 받아야 하며 받을 권리가 있다. 한편, 모든 학생에게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잠재가능성을 최대한 발현할 수 있는 교육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국가의 책무이다. 수월성교육이란 상위 몇 %의 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라기보다는, 학생 개개인의 잠재가능성 중에서 자신의 재능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분야를 탐색하여 그 분야에서 자신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갖도록 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은 수월성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 면에서 공평해야 한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같은 분야(예컨대, 과학, 예술, 정보, 인문 분야 등)에서 똑같은 교육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과학 분야에 재능 있는 학생은 과학 분야에서, 언어 분야에서 재능 있는 학생은 언어 분야에서 각기 자기의 재능을 계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는 것이 진정한 교육기회의 공평성이다. 베토벤에게 물리학 분야의 재능을 계발하는 기회를 부여하기보다는 음악적 재능을 계발할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뜻이다. 수월성교육 정책은 현 정부의 최고 정책 수월성교육은 21세기 교육패러다임에도 부합된다. 20세기 산업사회의 교육목적이 지식전수에 있었다면, 21세기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의 교육목적은 새로운 지식의 창출과 공유에 있다. 산업사회에서는 땅에서 걸을 수도 있고, 물에서 수영할 수 있고, 급하면 조금은 날 수도 있는 오리형 인재양성이 주된 목적이었다. 반면에 지식기반 정보화사회에서는 돌고래같이 수영을 잘하거나, 타조같이 잘 달리거나, 독수리같이 잘 날 수 있는 반(反)오리형 인재양성이 주된 목적이다. 우리가 오리형 인재양성을 통해 1만 불 국민소득을 올렸다면, 반 오리형 인재양성을 통해 2만 불 소득을 추구해야 한다. 영화 분야에서, 신약(新藥) 분야에서, IT 분야에서, BT 분야에서…. 다른 나라보다 먼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는 길만이 우리가 세계 속의 선진국과의 생존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것이다. 화이자 제약회사는 비아그라를 개발함으로써 연간 수억 달러의 순수익을 올리고 있고, 퀄콤 회사는 휴대전화의 핵심기술로 천문학적 로열티를 우리나라에서 받아가고 있으며, 빌게이츠는 윈도우 소프트웨어를 팔아 거대한 부를 축적하고 있지 않은가! 이러한 국가적 목적의 달성 여부는 인재양성에 있으며, 인재양성을 위해서는 각 분야에서 재능을 보이는 학생들을 조기에 발굴하여 체계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수월성교육체제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찍이 중국의 덩샤오핑(登小平)은 복권되면서 제일 먼저 중국 전역에서 1000명의 초상아(超常兒, 우리말로는 영재아)를 선발하여 세계 각국으로 유학을 보냈으며, 그 세력들이 현재 중국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후진타오(胡錦濤) 세대들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진위(眞僞)를 떠나, 국가(혹은 국가의 지도자)가 선견지명을 갖고 국가의 번영을 위해 미래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국가에서 수월성교육을 천명한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현 정부가 한 일 중에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본다. 수월성교육은 사교육비를 부추긴다? 일부에서는 수월성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반대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반대하는 측은 ‘지나친 입시경쟁풍토가 조성될 것이고, 학력의 대물림 현상이 심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사교육비가 엄청나게 증가할 것이고, 국민혈세 2000억을 소수 학생만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공평성의 원리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면서 수월성교육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수월성정책을 입안하고 적용하는 정부는 이러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하되, 그들의 비판이 얼마나 타당한지도 깊게 생각해야 한다. 우선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증가할 것이라는 비판이다. 사교육비 증가에는 허약해진 공교육이 한 몫을 했다. 공교육의 경쟁력이 약화된 데에는 물론 정부의 정책이 주원인이 된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과연 사교육비의 책임이 정부에게만 있는 것일까? 이 책임에서 학교와 교사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 사교육비 경감은 교육의 주체인 교사들의 사명감과 소명감, 신념과 노력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정부 정책이나 학부모의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공교육을 정상화시켜 사교육의 도움이 필요치 않게 만들겠다는 우리 교사들의 적극적 참여가 가장 필수조건이라 본다. 따라서 수월성교육정책으로 인해 사교육비가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적다. 흔희들, 평준화정책을 깨뜨리면 마치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인 숫자로 증가할 것 같이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면 반문을 해보자. 평준화정책이 실시된 이후 사교육비는 줄었는가 아니면 정말로 천문적인 숫자로 늘어났는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지출되고 있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현 부모들의 경제력과 부모의 욕심이 사교육비의 증감을 좌우하는 제 1요인일 것이다. 오히려, 제도는 제도로서 당위성을 갖고 추진되어야 할 것이며, 제도는 시대의 조류와 필요에 따라 능동적으로 도입되고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수월성교육은 대학진학과는 철저히 무관하게 운영돼야 한다. 수월성교육정책과 대학입시는 결코 연결시키지 말자 수월성교육의 한 방안으로서, 영재교육 대상을 현 2만5000명에서 2010년에는 8만 명 수준으로 늘린다는 정책을 내 놓았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상류계층 출신이 명문대 입학을 사실상 독점하게 되어 ‘학력 대물림 현상’이 고착될 것”으로 비판하고 있다. 또한 많은 언론들은 2008학년도 이후 대입제도와 수월성교육정책의 관계를 우려하면서 ‘영재교육을 받은 학생에 대한 평가를 대학입시와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교육부 정책보좌관은 “2008학년도 새 대입제도와 함께 각 대학에 도입을 권장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가 정착되면 대학별로 영재교육 등 수월성교육을 받은 우수인재들을 선발하는 방안이 시행될 것”으로 말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재교육을 대학입시와 결부시킨다면 영재교육은 해서는 안 된다. 수월성교육을 받는 것이 상급학교 진학, 특히 명문대학 진학을 위한 보장권(?) 혹은 특허권(?)이 된다면, 당연히 우리 부모들은 자녀들을 수월성교육을 받는 상위 5% 안에 넣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사교육을 시킬 수밖에 없다. 만일 이처럼 수월성교육을 받는 것이 상급학교 진학에 어떤 형태로든지 혜택으로 작용한다면, 수월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모든 부모들은 들고 일어나서 이 제도를 반대해야 한다. 국민의 혈세를 특정 집단 자녀의 대학진학 보장권 내지 특허권 취득비로 사용하도록 놔두어서는 결코 안 된다. 교육부는 수월성교육정책, 특히 영재교육정책은 대학입시와 결부시키지 말아야 한다. 수월성교육은 철저히 대학진학과 무관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진정으로 과학에 재능 있고 재미있어서 과학영재교육을 받는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 학생이 그 교육의 영향으로 대학을 가든 못가든 그것은 순전히 그 학생의 문제이다. 창의성 중심으로 영재교육을 받는 것이 오히려 대학진학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수월성교육은 수월성교육 그 자체에 목적을 두어야 한다. 단, 대학진학 후에도 영재교육을 연계시키려는 노력은 각 대학에 권장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대학에 입학한 후의 일이다. 우리 사회가 아주 잘못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무언가 혜택을 받으면 그것을 이용하여 다음의 무엇을 보장하라는 아주 이기적인 주장을 편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과학영재학교에 입학하여 그곳에서 훌륭한 과학영재교육을 받았으면 국민의 혈세로 좋은 교육을 받은 것 그 자체를 감사하게 생각해야 하는데, 과학영재학교를 다녔으니 KAIST 진학을 보장하라고 요구한다면 이것이야말로 언어도단이다. 이런 억지 주장이 어디에 있는가? 과학영재학교에 자발적으로 왔으면, 그리고 그곳에서 타 학생들이 받지 못하는 교육적 혜택을 받았으면 그 자체로 감사하고, 스스로 노력해서 그 다음 단계의 진학을 위해 스스로 노력할 일이지, 왜 그 학교에 다니는 것이 특혜의 조건이 되어야 하는가! 이런 식의 정책운영은 반드시 타파되어야 한다. 그런 식의 주장을 하는 학생은 선발과정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얼마든지 훌륭한 과학적 재능을 가진 학생이 많으며, 그런 학생을 국가에서 기르는 것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더 좋다. 이기적인 영재를 길러봐야 나중에는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할 뿐, 국가를 위한 애국심은 기대하기 힘들다. 아무리 능력 있는 영재라 해도, 국가에 해가 되는(예를 들어, 핵심기술이나 몰래 팔아먹는) 영재양성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영재교육의 기본과목으로 애국심, 향토애, 민족혼을 심어주어야 한다. 수월성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나는 진정한 의미의 창의력을 배양하는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학교공부를 더 잘하도록 하는 교육이다. 전자를 일러 ‘영재교육(英才敎育)’이라 한다면, 후자는 ‘수재교육(秀才敎育)’이라 부른다. 만일 우리가 수재교육형 영재교육을 추구한다면, 그리하여 대학진학에 도움이 되는 교육으로 운영된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뻔하다. 사교육비의 폭발적인 증가는 물론이요, 수월성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부모들로부터의 저항이 엄청나게 될 것이며, 마침내 그런 류의 수월성교육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마땅히 문을 닫아야 한다. 수월성교육을 받은 학생을 대학에서 받아들이느냐의 여부는 전적으로 대학의 자율에 일임할 문제이다. 예를 들어, 2003년도 미국의 하버드대학 지원자는 2만 986명이었는데, 이들 중 재학하던 고등학교에서 수석으로 졸업한 학생이 3100명이었고, SAT I 시험(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서 만점을 받은 학생도 수두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56명만이 합격하고, 나머지 1만8930명은 탈락했다. 이처럼 비슷한 학생들이 몰리는 경쟁에서 어떤 기준으로 합격자가 결정되었을까? 이런 경우, 학업적인 요인보다는 학업 외적인 요인을 통해 합격생을 결정한다. 부연하면, 일차적으로는 학업적 능력으로 배수 정도를 선발한 후, 학생 개개인에 관한 서류심사를 통해 최종합격자를 결정한다. 즉, 현재의 성취수준보다는 앞으로의 성취 가능성을 더 중요시한다. 영재 판별과 선발은 one-shot test로 이뤄져선 안돼-전문적·장기적 관찰을 기초로 이뤄져야 영재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또 다른 사교육을 시킬 것이라는 견해는 매우 타당하다. 영재교육을 받을 학생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선수학습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영재성을 판별하여 사교육과는 거의 무관하게 선발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영재교육전문가들이 해야 할 역할인 동시에 책무라고 본다. 단순히, 성적이 좋다거나 한 번의 지필검사나 변변치 못한 캠프를 차려놓고 단순·단기·단번 평가나 관찰에 의한 영재 선발은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 초등학교 전 학년 과정에서 영재선발전문가가 개입되어야 하고, 모든 학년, 모든 선생님의 전 학생 하나하나에 대한 관찰과 기록이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학생기록을 철저히 잘한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는 제도도 도입되어야 한다). 단순한 시험이 아니라, 이러한 여러 교사 및 전문가들의 장기간에 걸친 관찰과 기록, 그리고 평가 자료가 우선시 되어 영재학생의 선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영재교육의 내적 조건과 외적 조건을 갖추자 영재교육의 내적 3대 조건이란 영재판별, 영재교육과정, 영재교사양성을 가리킨다. 외적 조건이란 영재교육을 포함한 수월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다. 영재판별은 전문적·장기적인 관찰에 근거해야 함을 언급했다. 영재교육과정은 영재의 특성을 계발하는 프로그램과 영재의 품성을 계발하는 프로그램으로 구분될 수 있다. 특성계발 프로그램이란 창조적 사고력, 도전정신, 논리적 사고력, 탐구력, 협동학습능력, 질문능력, 정보이해능력 등을 배양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품성계발 프로그램이란 애국심, 양보심, 자신감, 행복감, 정의감, 도덕성 등을 배양하는 프로그램을 가리킨다. 현재의 영재 프로그램은 주로 교과와 관련된 문제해결력 배양에 중점을 두고 있다. 앞서 언급된 제반 특성과 품성계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일이 우선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애국심과 같은 품성교육 프로그램을 정규교육과정으로 설치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 영재교수(교사)는 전액 국비로 양성되어야 하며, 기존의 초·중등 교사개념을 넘어선 전문적 영재교육 담당교수(교사)를 양성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기존 초·중·고 교사의 재교육을 통한 영재교사양성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영재교육을 담당할 교사는 기존의 초·중등 교사개념으로 풀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각 분야의 전문가인 교수, 연구소 연구원, 직업 외교관, 국방 관련 전문가, 일반 과학자 등을 영재교사로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자격증제도에 너무 얽매이는 것은 국가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각 분야에서 영재교육을 전공자를 교수 급으로 임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농아·맹아·정신지체아 등의 특수교육을 위해 특수교육 전문가가 교사로 임용되듯이, 영재교육도 특수교육임을 이해해야 한다. 과거 중등학교에서 기존 교사를 재교육하여 상담교사로 활용한 경험이 있다. 그러한 프로그램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영재교육의 선진국에서 영재교육 전문교사를 초빙하여 활용하는 것도 초기 단계에서는 고려해 볼 만하다. 수월성교육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내적 조건을 준비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하다. 국민 대다수가 수월성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국가의 미래를 위해 대의적으로 판단하도록 캠페인을 벌이는 일은 매우 중요하며, 그런 면에서 언론의 수월성교육에 대한 역할과 책무를 기대한다. 사회적 공감대 형성은 수월성교육에 대한 행·재정적 지원을 원활하게 할 것이다. 수월성교육비는 현 교육부 예산으로 충당하지 말고, 대통령/국무총리 사업비로 확보해야 한다 전교조는 “축복받은 상위 5%를 위한 영재교육보다는 95%를 위한 보편교육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며, 국민혈세 2천억 원을 들여 교육차별 심화시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국민혈세 2천 억(2005~2010년 : 6년간 총경비) 원을 들여 상위 5% 교육에 투자하는 것은 교육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상당히 일리 있는 비판이다. 이 비판은 겸허하게 수용되어야 한다. 이러한 비판을 받지 않기 위해서는 교육부는 수월성교육을 위한 특별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현재의 교육부예산에서 영재교육비를 떼어내려 하지 말고, 추가 재원을 확보하는 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영재교육을 받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어떤 형태로든지 피해가 가는 것은 안 되기 때문이다. 교육부 예산의 파이를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또한 앞으로 과학영재, 예술영재, 정보영재, 언어영재 등의 양성을 위해서는 국방부, 문체부, 과기부, 정통부 등의 재정적 지원을 받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종합적·장기적으로는 영재교육을 위한 재원은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 산하의 재원으로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수월성교육은 국가의 제 1정책으로 추진하고, 교육부 사업이 아닌, 대통령사업/국무총리사업으로 승격시켜 예산과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사실상, 2005년부터 2010년까지 6년간 수월성 교육대상자수는 약 112만 명(‘05-’06: 32만 명, ‘07-’08: 40만 명, ‘09-’10: 40만 명)이다. 이들을 위한 총 교육비를 2079억 원으로 잡고 있다. 학생 1인당 영재교육비는 약 18만6000원이다. 직접교육비 1232억 원만을 고려한다면, 학생 1인당 영재교육을 위한 직접경비는 11만 원이다. 이 정도 금액을 갖고 수월성 교육이 과연 가능한가를 심각하게 고려해 보아야 한다. 수월성교육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도 특별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자.
김희대 | 서울 중대부고 교사 1. 들어가며 정부는 지난 12월 22일에 발표한 수월성교육 대책이 현행 평준화제도 하에서도 국가가 필요로 하는 창의적 인재를 발굴·양성할 수 있어 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이 조화를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만만찮다. 개혁을 표방하며 발표된 수많은 교육정책들이 학교 현장의 적합성 문제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면서 흐지부지하게 된 전례 때문이다. 이번 수월성교육 대책도 교육현장에서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하부구조가 취약하고, 입시와 학벌위주의 사회구조 하에서 과연 계획대로 실현이 가능할 것인가이다. 발표된 수월성교육의 핵심은 전체 중등학교의 절반을 대상으로 확대 실시되는 수준별 이동수업에 있다고 판단된다. 즉, 수준별 이동수업을 통하여 현행 고교평준화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함으로써 학교교육을 내실화하여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사교육비를 경감할 수 있느냐의 여부이다. 본고는 대학입시의 중심에 서 있는 인문계 고교 교사의 시각에서 수월성교육 대책과 그 세부적인 계획에 대해 학교현장의 적합성 분석을 통해 부작용과 문제점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수월성교육의 개선 방향과 과제를 제시하고자 한다. 2. 학교현장의 적합성 분석 수월성교육 대책에서 제시된 수월성교육 프로그램에 목표, 방향, 실현 내용과 함께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와 재정 지원조건 등을 명시함으로써 수월성교육에 대한 정부의 정책 실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방안들은 수월성교육 희망자를 겨냥한 대규모 사교육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큰 데다, 우열반 편성에 따른 학내 갈등, 관련 전문교사나 교과담당 교사의 부족으로 인한 교육부실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우려되기 때문에 계획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다음의 부작용과 문제점을 예상할 수 있다. 첫째, 영재교육이 초등학교 이전의 유아교육에까지 영향을 미쳐 수월성교육을 대비한 각종 과외가 성행할 수 있다.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가 수월성교육 대상자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에 이번 대책은 기존의 영재교육에 관심이 없던 부모마저 관심을 갖게 하였다. 지금도 일부에서는 초등학생부터 선행학습이 이뤄지는 등 사교육의 폐해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제는 수월성교육을 대비한 또다른 과외가 성행할 것이 예상된다. 둘째, 수준별 이동수업이 우열반 편성으로 변질될 가능성과 수월반 대상이 되기 위한 또다른 사교육을 조장하여 사교육 시장을 확대할 수 있다. 수월성교육 하에서의 수준별 이동수업은 곧 우열반 편성을 뜻한다. 우열반에 들어가려는 학생들간의 경쟁은 서열화를 더욱 고착시키고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하고 치맛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이의 실시를 통해 얻는 장점보다 단점이 더 크게 나타나 학교교육을 더욱 파행케 하여 위기적 상황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 셋째, 교육적 지원을 충분히 받고 자란 계층의 자녀들이 수월성교육의 수혜자의 대부분이 되고 상대적으로 빈곤층 자녀들은 교육적으로 더욱 소외될 소지를 낳을 수 있다. 현 교육체제에서도 빈곤층 자녀들의 교육적 소외가 심각한데, 수월성 교육을 위한 사교육이 횡행하고 관심이 고조된다면 그에 적합한 대폭적인 지원을 받은 부유층 자녀들이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매우 커지는 반면에 빈곤층 자녀들의 교육적 소외를 더욱 깊게 할 소지가 크다. 넷째, 일반학교에서 수준별 이동수업을 가능하게 하는 교사, 수업내용, 수업평가, 수업환경지원조건 개선 등이 필수적인데 이와 관련된 대책이 미흡하다. 이는 교사와 학교가 수준별 이동수업의 효과에 대해 확신을 하지 못하게 하는 주된 요인이다. 교육부나 교육청의 강력한 권고에 의해 수준별 이동수업을 마지못해 형식적으로 실시를 하고, 계획하고 있는 게 있는 학교 현실로 그 만큼 학교현장이 수월성교육 실시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다섯째, 트래킹 제도, 집중이수과정, AP제도 등의 미국식 교육제도가 교육 인프라와 과열입시 등의 한국적 교육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추진될 때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트레킹 제도는 학생들이 자신들의 수준에 따른 적절한 서로 다른 과목을 학습하게 되고, 학습한 과목의 내용을 평가받게 된다. 교사들은 외부에서 개발된 교과서를 가지고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별도로 교수-학습 자료를 개발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서로 다른 교과목을 이수한 학생들의 성적을 상대적 석차로 파악하는 것은 복잡하고 매우 어렵다. 여섯째, 2008년 대학입시는 전적으로 학교내신을 바탕으로 선발하는 제도인데 수월성교육과 대학입시를 어떻게 연계할 것인가이다. 치열한 입시경쟁구조에서 일반고에서는 학교내신이 부풀려지고, 특목고 학생들이 내신의 불리 때문에 일반고로 전입하고, 검정고시 등으로 진로를 바꾸어 대학입시를 준비하고 외국으로 유학 가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3. 개선 방향과 과제 첫째, 수월성교육의 성패는 훌륭한 교사자원의 확보와 적절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지원체제의 확보에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의 학생교육에 대한 열정과 사명감, 교사의 전문적인 지도능력(교과지도 능력, 진로지도 능력 등)이 매우 중요하다. 교육의 수월성은 결국 학교에서 교사의 전문성에 의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학생과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교사의 전문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교사의 사명감 고취와 전문성을 향상할 수 있는 교사지원과 평가체제가 확대되어야 하겠다. 둘째, 수월성교육을 지원하고 가능하게 하는 학교의 시설이나 환경 등 교육 인프라가 구축되고 조성되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의 경우 여유 교실이 확보되어 분반의 수준을 세분화할 때 그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학교 교실의 크기가 획일화되어 있어, 학습능력에 따라 필요한 수만큼 소집단을 구성하여 수업을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일률적인 크기의 교실이 아닌 학습단위의 수를 조정하여 수업할 수 있는 다양한 크기의 교실 설치가 요구되는 등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셋째, 학교 내 진로 상담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학교가 학생들의 특기나 적성, 그리고 학업수준에 적합한 진로를 지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잘못된 진로선택으로 인해 학생 개인과 국가의 교육력 손실은 엄청난 것이다. 학생들을 단기적인 입시가 아닌 일생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진로지도를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수월성교육에서 소외가 예상되는 어려운 가정의 자녀들이 자신의 재능을 사장시키지 않고 발전시켜 나갈 수 있도록 이들을 위한 수월성 향상 지원대책을 강구하여, 부모의 경제적 지위로 인한 교육불평등 현상이 완화될 수 있는 장치가 요구된다. 넷째, 단위학교 운영의 내실화도 학교 수월성을 보장하는 또 다른 측면이다. 학교 내적인 요인 중에서 수월성을 저하시키는 교원갈등, 교원고충, 교수-학습 개선, 교사평가, 학교평가 등에 대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단위학교의 교육력을 증가시키는 컨설팅 장학체제가 적극 도입되어야 한다. 다섯째, 수준별교육의 실시를 저해하는 입시위주의 풍토, 대학서열화와 학벌구조를 타파해야 한다. 현재 학벌화되어 있는 우리 사회의 문화, 서열화되어 있는 대학구조, 입시위주의 경쟁적 학습풍토, 진로지도가 소홀한 학교실정, 학부모의 대학지상주의에 따른 교육열 등을 고려할 때 입시와 무관한 교육정책은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입시와 관련되지 않으면 유명무실하게 되는 것이 우리교육의 현실이다. 이를 위해 대학을 특성화하고 학벌보다 실력, 능력에 의해 인재가 등용될 수 있고, 나아가 대학을 나오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4. 나가며 우수한 인재의 발굴과 육성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중요한 과제다. 수월성교육은 그 기본방향 수립과 운영에 있어서 기본 철학이 제대로 정립되어 있지 않다면 아주 많은 폐해를 양산할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된다. ‘누구를 위한 수월성교육인가?’ 수월성교육의 기본적 관점은 부모의 욕심이나 국가적 엘리트의 조직적 양산을 위한 이익이 아닌 ‘아이들을 위한 수월성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관점에 바탕을 두고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고, 고교평준화 제도에서 야기된 학업성취도의 하향평준화를 보완하는 대책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이라도 교육현장의 적합성과 거리가 먼 섣부른 정책 발표와 강행이 학교교육을 불신하게 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학교를 떠나게 해 학교교육위기를 초래한 주요 요인임은 지난날 교육개혁정책 실패가 주는 교훈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교육이 국가백년지대계라는 말은 백년을 내다보는 장기적 안목으로 교육에 많은 시간과 노력, 경비의 투여가 이루어져야 함을 뜻하는 것이다.
구본준 | 충남 천안성정초 교사 대망의 2005학년도 시작과 더불어 우리 교육의 화두는 ‘수월성교육’인 듯하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말 현행 평준화제도 하에서 학교교육의 보편성과 수월성을 조화롭게 추구하기 위한 ‘수월성교육 종합대책’을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였던 수월성교육 대상 학생들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래도록 교과서도 교실 수업도 그들을 외면해 왔던 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수월성교육의 희소식에도 불구하고 많은 염려들이 앞선다. 과연 그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수월성교육이 우리나라 전체 교육지도에서 올바르게 좌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스러움이 앞선다. 수월성교육 성패 여부 논의는 수월성교육 자체 논의만으로 불충분하다. 수월성교육 논의는 우리 전체 교육지도 속에서 다양한 교육 정책·시책들과 원활한 상호 소통 가능성과 협동 가능성을 생각하며 시작해야 한다. 수월성교육의 필요성, 범위, 시기, 교육기관, 주요 운영 내용, 지도교사 양성, 예산 계획 등 자기논리 개발은 수월성교육의 성공을 위한 필요조건일 뿐이지 결단코 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교육정책 그렇다면 수월성교육은 왜 가능하고 왜 불가능할 수 있을까? 우선 우리나라 전체 교육지도 속에서 살피지 않고 독자적으로 수월성교육을 논한다면 수월성교육의 성공은 가능하다. 왜 그럴까? 첫째,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최상위권 학생들과 그들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시대 상위권 학생들에게 학교교육은 분명 문제가 있는 듯하다. 다인수학급에서 교사들의 강의 눈높이는 중간 수준 학생들이다. 이 중간층들을 보듬어 수업해 나아가기도 버거운 게 일선 교육의 현 주소이다. 지금까지의 우리 교육은 상위권과 최상위권 학생들을 소외시키는 교육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수월성교육 대상자의 존재와 그들의 요구, 이를 묵시적으로 인정하는 많은 교사들이 있기에 수월성교육의 성공은 가능할 수 있다. 둘째, 상위 1%의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영재교육은 특히 더 성공한다. 분명히 존재하는 최상위 1%의 어떤 부모가 영재교육 수혜를 마다할 것인가? 게다가 영재학교, 영재교육원 등 기존 학교환경보다 우월한 교육과정과 교육 기자재를 통한 교육이기에 이 수혜집단의 갈채 속에 1% 초상위권 영재교육은 호황을 누릴 것이다. 셋째, 역설적이고 우회적이긴 하지만 ‘수월성교육 종합대책’으로 영재교육은 분명 활성화된다. 1%의 최상위 수월성교육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나머지 5%의 상위 수월성교육 집단에 들어가기 위해 사설학원들을 통한 영재교육이 활성화될 것이다. 수월성교육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 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전체 교육지도 속에서 수월성교육을 살핀다면 수월성교육의 성공은 불가능하다. 왜 그럴까? 수월성교육이 일선 현장에 또하나의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일선 현장교육은 포화용액 상태를 넘어 이미 과포화 용액 상태에 도달해 있다. 오래도록 우리 교육은 버림은 없고 얻음과 추가만으로 일관되어 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시·도교육청 수장이 바뀌었다. 곧바로 시·도교육청 교육지표와 중점시책 등이 바뀐다. 하부 교육청과 일선 학교도 이러한 변화에 걸맞게 교육과정을 재편한다. 별도의 부록 교육과정이 추가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누구도 이전의 교육과정을 제거하지 못한다. 새로운 수장도 이를 단칼에 단죄하지 못한다. 예컨대, 이전 수장이 인성교육을 강조하였는데 새로운 수장이 인성교육 나쁘니 하지 말라고 말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이 나라의 교육과정은 이렇게 몸집을 부풀려 왔다. 버림 없이 오로지 추가하는 교육과정으로 일관하여 왔다. 구체적 예로서, 수준별 교육, 수행평가, 학습부진아 지도, 통합교육 등의 교육시책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교육정책의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서로 연계하여 규모를 축소하고 통합하여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들의 부재가 문제인 것이다. 또한 새로운 교육시책을 운용할 수 있는 인적·물리적·운영적 환경의 열악함이 문제인 것이다. 추가의 추가로 일관하는 교육과정의 문제점, 이를 다시 비유로 빗대어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여기 486컴퓨터가 있다. 이 컴퓨터를 통해 학습도 하고 싶고, 게임도 하고 싶고, 통신도 하고 싶고, 영화도 보고 싶고, TV도 보고 싶다. 다 보겠다는 욕심으로 프로그램을 하나씩 설치한다. 하드 용량이 다 찼다는 메시지가 나온다. 또 무리를 한다. 컴퓨터가 다운된다. 지금 일선 현장은 다운되는 486 컴퓨터 모양과 흡사하다. 다시 제7차 수준별교육의 한 시간 수업 상황의 예를 살펴보자. 수준별교육이란 가능한 학생 개개인의 목표 도달 정도(개별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에 대한 알맞은 수준별학습 과제를 부여하는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제7차 수준별교육을 시도할수록 성취감보다는 좌절감이 앞서게 된다. 왜 그럴까? 여기 서너 개의 학습 내용이 있는 한 시간 수업이 있다. 수준별 정신에 부합하려면 교사는 서너 개의 학습 내용을 30명 이상 학생들이 ‘이해하나, 이해하지 못하나’를 파악해야 한다. 가능할까? 산술적으로 교사는 한 시간에 4(학습 내용)×2(이해함, 이해못함)×30(학생수)= 240가지의 학생 수준을 파악해 내야 한다. 교사가 파악할 변인은 더 있다. 교사는 학생들의 학습태도를 일일이 살펴야 하며, 어떤 학생은 쉽게 또 어떤 학생은 느리게 문제를 해결한 학생의 수준을 어떻게 가를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교사가 파악해야 할 학습 상황은 대개가 확정인이 아니라 변인들이기 때문에 고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비유하면 교사에게 486이 아닌 팬티엄급의 프로세서 상황을 요구한다. 수준별교육을 추구할수록 교사는 다운된다. 실제로 수준별 교육과정 도입과 함께 일선 초등 교사들의 공통된 인식은 제6차 교육과정 이전보다 학생 수준 파악은 더 안 되고 있음을 느낀다. 가능한 학생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걸맞는 후행 수준별학습을 하자는 제7차 수준별교육 정신과 반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에 대한 최종 결과보고서인 학생생활기록부를 진술할 때 더 느낀다. 6차에 비해 가르친 것과 시행한 것은 더 많은데 개별 학생 수준 파악이 덜 된다. 그래서 쓸 내용이 없다. 과부하로 인한 다운 현상 때문인 것이다. 산소결핍증에 시달리는 학교 구성원들 ‘수준별교육’과 동일한 일들이 ‘학습부진아’, ‘수행평가’, ‘통합교육’ 등의 교육 시책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학습부진아의 경우 해마다 구제되고 있는 듯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산술적 조작과 허위 운영 결과물들 투성이다. 수행평가 역시 실적을 보여 달라면 방대한 규모의 실적물이 나올 것이다. 하지만, 인상주의 평가가 앞서고, 수행평가의 과정과 결과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지는 의심스럽다. 통합교육 역시 선진교육의 교육지표일 수 있지만, 많은 일선 학교 교사들은 그 효용성에 회의적이다. 특수교육 학생들을 맡은 담임으로서 이래도 될까 하는 자괴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이제 새롭게 출발하는 수월성교육 정책 역시 수준별교육, 학습부진아, 수행평가, 통합교육 등의 교육정책과 동일한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유의할 일이다. 학생 수준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알맞은 수준별학습을 할 수 있는 학교, 학습부진아가 없는 학교, 문제풀이만의 머리 큰 학생들이 아닌 움직이고, 만들고, 조작하고, 실행할 수 있는 수행형 학생들이 있는 학교, 팔다리가 없어도, 지능이 떨어져도 행복하게 놀고 공부할 수 있고 친구와 교류할 수 있는 학교를 꿈꾸는 이는 그 누구보다도 교사들이다. 또한 뛰어난 학습능력과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갖춘 영재아들에게 알맞은 교육을 누구보다도 교사들이 소망하면서도, 현실 안착이 더딤에 대한 살핌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일이다. 문제는 과부하이고, 용량 과다 투입이다. 486 용량의 교육환경 속에서 팬티엄급에서 돌아갈 프로그램을 선별 없이 투입한 들 그 운용이 가능하겠는가? 일선 학교는 이미 비대해진 교육과정의 과부하로 신음하고 있다. 우리의 교육은 가르칠 무엇이 없어서 가르치지는 못하는 게 아니다. 다만 적절한 선택과 배제 원리가 적용되지 않은 채 턱까지 차올라 숨 막히는 교육환경을 조성시키는 끊임 없는 교육정책의 펼침이 문제인 것이다. 학교와 교사가 숨 쉴 틈을 주자! 이러한 여유로움으로 가르치고, 해야 할 그 무엇을 차근차근 꼼꼼하게 수행하게 만들자! 선택과 배제의 원리, 버림의 미학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제 교육은 체질을 개선하고 체중을 줄일 때인 것이다. 국정감사 자료 요구 때문에 도교육청 자료가 트럭으로 운송되었다고 한다. 질보다 양, 내용보다는 형식의 소통방식으로 쌍방은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였단다. 이러한 과시적이고, 문서적이고, 결과 중심적인 교육평가가 학생과 학교교육을 ‘교육 없음’으로 몰고 간다. 여유를 갖고 학생 눈을 마주 대할 때, 학습 부진아가 보이고, 영재아도 보이며, 그 수준에 맞는 수준별교육도 가능한 것이다. 밀어붙이기 식으로 얻을 수 있는 일이 없음은 우리 교사들에게는 매우 상식적인 경험적 지식이 아닐 수 없다. ‘수월성교육’의 시행으로 우선 염려되는 점은 영재기관에 맡겨지는 1%의 영재교육이 아니라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나머지 4%의 영재교육이다. 과부하에 걸린 일선 학교는 운영 교사의 부재, 운영 교재의 부재, 운영 프로그램의 부재, 운영 여력의 부재로 시작부터 그 추진동력 확보가 쉽지 않음을 주지할 일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학교는 2003학년도 도지정 영재교육 연구학교 업무를 시행한 바 있다. 1년 동안 최선을 다해 운영하였지만 연구학교가 끝난 뒤 영재교육 강좌는 자동 폐쇄되었다. 영재교육 마인드로 무장한 학교가 이런 상황일진데 지원과 인센티브 없이 영재교육에 역량을 투입할 학교는 현재 없는 듯하다. 또한 1년간 영재교육을 받은 본교 학생들이 시에서 운영하는 영재교육원 입학시험에 응시하였으나 전원 탈락하였다. 본교가 지도한 프로그램이 문제인지, 영재교육 선발 방식이 문제인지 검증도 없었고, 알 수도 없었다. 확실히 알 수 있었던 사실 하나는 8학군이라 불리는 특정 지역 학교의 학생들이 대다수 선발되었다는 씁쓸한 결과뿐이다. 누군가가 “영재교육 어떻게 할까” 물어온다면 “1%의 영재교육 수혜자가 되려면 경시대회처럼 준비해라”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버리는 교육과정’ 필요한 때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수월성교육은 시행될 것이다. 하지만 ‘수월성교육 성공’의 키워드는 ‘버림의 미학’임을 명심할 일이다. 이제는 교육정책의 나열이 아니라 각 정책의 체계화, 소통화, 최적화가 필요할 때이다. 교육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며, 과정은 지난한 여정이며, 따라서 시간과 기간을 필요로 한다. 목표(정책)가 많아지면 여정이 줄고 과정이 축소된다. 반대로 목표가 줄면 여정이 늘고 과정이 충실해진다. 따라서 부득이 추가된 새로운 교육정책 ‘수월성교육’이 일선 교육현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자기논리 개발에 앞서 이미 만연된 일선 현장의 과부하와 다운 현상을 최소화·최적화 하는, ‘버리는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와 결단과 적용이 시급히 요구된다. 과학뿐 아니라 교육에서 ‘에너지 총량 법칙’은 여전히 유효한 법칙이 아닐 수 없다.
정혜손 |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 유치원 공교육화를 향한 국민 염원의 산물인 유아교육법이 7년여를 표류하다가 2004년 1월 8일에 통과되었다. 그런데 유아교육법이 통과된 지 1년이 다 되어가도록 시행령과 시행규칙이 발표되지 못하고 있어 유감이다. 그 이유는 거대한 공룡 같은 이익집단의 힘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년 내내 국회에서, 더욱이 매서운 겨울 추위를 온몸으로 막아가며 여의도에서 토해냈던 우리의 함성은, 결국 우리나라 유아들의 교육과 국가인적자원 개발이라는 앞날에 대한 희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 어렵게 이뤄낸 유아교육법을 가로 막고 있는 집단 이기주의에 대해 우려와 분노를 금치 못한다. 유아들을 위한 진정한 공교육과 보육은 우리가 끝까지 지켜내야 할 과제인 동시에 우리의 임무이다. “만 5세아 무상교육비를 학원에도 지원하라”는 주장은 일반인조차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시간을 끌어 유아교육계를 흔들어 놓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며,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기본은 유아교육에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그 이유를 열거해 본다. 첫째, 교육은 이익을 남기는 장사가 아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을 빙자한 이익집단이 돈벌이에 눈이 먼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할 때이다. 둘째, 저소득층 유아일수록 유치원교육을 받아야 한다. 학원측에서 말하는 바와는 달리 저소득층의 유아들은 비싼 학원비를 내며 기능교육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저렴하면서도 환경이 우수하고 질적 수준이 높은 국공립유치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고,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해 주어야 한다. 만 5세아 73% 이상이 유치원과 보육시설에 다니고 있다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한 정확한 실태 조사에서 나온 사실이다. 셋째, 원칙을 지켜야 한다. 원칙을 지켜야 할 국회의원, 교육부, 정부가 원칙을 지키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국가 법 체계상 유치원은 학교이며 유아교육법에 의해 운영되는 교육기관이다. 그러나 모법에도 없는 학원 지원 관련 조항을 넣고 싶어 안달하는 일부 국회의원들, 눈치만 보는 교육부 관계자들, 사교육비 경감을 부르짖던 정부 관료들은 지금 도대체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넷째, 학부모들이 나서야 할 때이다. 부모에게 가장 소중한 자식들을 더 이상 학원으로, 과외로, 학습지로 내몰아 기계적인 아이들로, 똑같은 물건처럼 계속 찍어 낼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국민의 혈세로 사설학원의 배를 채워주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교육답지 않은 교육은 설 자리가 없도록 감시하고, 지적하고, 건의해서 내 아이만이 아니라 우리의 아이들 모두가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할 때이다. 다섯째, 제대로 된 교육시설을 늘려야 한다. 만 5세아 23%에 해당하는 아이들의 교육받을 권리를 우리가 찾아주어야 한다. 왜 정부는 이처럼 유치원교육을 방치해 왔는가. 학원들이 몇 십만 명을 책임지고 있다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단 말인가. 지방의 어려운 공립유치원은 지역별로 한 곳에 모아 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지원 체제를 마련하고, 대도시에는 학부모들이 그토록 원하는 공립유치원을 지금이라도 계획적으로 세워나가는 방법을 연구한다면, 사교육비는 유치원에서부터 바로 잡혀 몇 년 안에 유아교육은 물론 대학교육까지도 정상화될 것이다. 여섯째, 평가시스템이 필요하다. 평가인정제를 과감하게 도입하여 교육의 질이 높은 유치원은 살아남고, 그런 유치원에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길만이 우리 아이들이 세계에 나가 뒤지지 않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일곱째, 종일반 교사를 반드시 배치해야 한다. 맞벌이 부부들의 증가 추세로 가정에서 담당하던 교육과 보육은 이미 유치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 공립유치원에서는 ‘Edu-Care’라는 이름으로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종일반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지지와 기대로 잘 운영되고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그러나 대다수 지방의 공립유치원 교사들은 종일반을 혼자 담당하고 있다. 이는 유아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될 수 없다. 종일반 교사를 반드시 배치하여 부모에 버금가는 사랑으로 질 높은 교육과 보호를 제공토록 해야 한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일한다는 여성부는 유치원 교사 대부분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권리를 짓밟으려는 의도를 밝히기 바란다. 학부모는 안심하고 유아들을 유치원에 맡기고 사회활동을 보장받을 수 있고, 유아들은 제대로 된 교육과 보호를 받으며, 유치원 교사는 여성으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종일반 배치기준은 반드시 원안대로 만들어져야 한다. 정부는 참여정부답게 전임 교육부장관이 잘못된 약속을 했다는 것을 알았다면, 지금이라도 정정당당하게 사과하고 잘못을 바로 잡는 것이 정책의 기본임을 깨달아야 한다. 이 땅의 아이들을 위해서, 학부모들을 위해서, 제대로 교육하기를 열망하는 교원들을 위해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당당하게 나서야 할 때임을 알아야 한다.
강인수 | 한국교육행정학회 회장, 수원대 교육대학원장 현행 교원평가제는 학교교육력 향상 측면에서 정보 제공 경로가 막혀 있어서 조직의 발전은 물론 개인의 능력 개발이나 전문성 신장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또한 교원평가결과가 학교 교육조직의 효과성 증진을 통한 교육의 질적 개선에 활용되기보다 승진이란 제한된 범위 내에서 일부교원에게만 결과가 사용되고 있다. 현실적으로 교장과 교감이 교사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경력, 승진서열 등에 따라 평가함으로써 교사들이 평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함으로써 평가관이 왜곡되어 건전한 학교풍토 조성에 장애요인이 되어 왔다. Ⅰ. 교원평가제도의 문제점 한국의 교사근무성적평정제도의 문제점을 기존 연구인 박영숙(1992), 최희선·권기욱·전제상(1999, 2000, 2001), 정수현(2000), 박종필(2002), 강인수(2003) 등의 논문과 한국교육개발원 등 정책연구보고서 등을 중심으로 분석하고자한다. 1. 전문성 발달을 위한 교원평가체제로서 미흡 현재의 교원근무성적평가의 목적과 기능은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서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할 목적’으로(제1조), ‘평정의 결과를 전보·포상 등 인사관리에 반영하기 위한(제27조) 데에 한정되어 있다. 교사개인의 전문성 개발과 학교교육의 효과성 측면을 고려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승진과 전보·포상 등 인사관리를 위한 자료수집도 평가의 한 목표이고 기능이지만, 현재의 교사평가제도는 교사의 자질 향상과 수업개선 및 전문적 능력 신장을 위한 자료수집 기능은 거의 하지 않았다. 승진연령이 안 된 젊은 교사들과 사립학교 교사들에게는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이들의 경우 교사평가는 유명무실하게 되고 있다. 따라서 교사들은 근무평가에 대하여 부정적인 인식을 하게 되고, 평가에 무관심하게 되는 원인이 되고 있다.1) 또한 최근에 평가결과를 성과급 지급 근거자료의 활용한다는 방침에 대하여 교원들의 불만을 야기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우수한 교원을 발굴·유지하거나 교원 개인의 자질을 계발하는 등 다른 용도로는 활용되지 못하며, 특히 교원평가 결과가 승진에 결정적으로 작용되면서 평가는 곧 승진에만 필요한 것이란 인식을 주고 있다. 2. 평가대상의 제한성 교원근무성적평정의 대상은 학교교육 구성원 모두에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행 평가에 대한 규정에 의하면 교장에 대한 평가규정이 없고, 특히 사립학교 교원에 대하여는 승진규정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자체적 노력으로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 대부분의 사립학교에서는 교사의 근무성적평가가 소홀히 되고 있다. 3. 평가내용의 추상성·획일성 가. 평정요소의 미흡 현행 승진규정상의 평정내용은 자질 및 태도, 근무실적 및 근무수행능력 등 2개의 평정사항과 교육자로서의 품성, 공직자로서의 자세, 학습지도, 생활지도. 교육연구 및 담당업무등 5개의 평정요소에 각 요소마다 4개의 평정내용으로 총 20개의 기준이 마련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과 기준은 교사의 근무평정을 위해서 부족하다고 본다. 이들 평가영역 및 내용 외에 학급경영(업무처리, 사회·심리적, 물리적 환경조성), 특별활동 지도(학급자치회, 특별활동 지도), 학부모관계, 지역사회관계, 일반교양, 교직교양, 학교방침과 각종 법규준수 등의 영역을 포함하여야 할 것이다(최희선 외, 1999: 전제상, 2000). 나. 획일적 평정기준 평정요소와 평정내용을 지역, 학교규모, 학교급별, 유형, 교원의 직급, 담당업무를 고려하지 않고 전국적으로 모든 교사에게 획일적인 평가내용과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점이 문제이다. 다. 평정내용의 기준이 추상적 구체적 기준 미흡으로 인한 평정의 곤란과 주먹구구식 평정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 라. 교사의 자질·태도에 치우친 평정내용 평정내용에서 교사의 학습지도 및 생활지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교사의 자질·태도영역이 비중이 적지 않게 되어 있다. 학습지도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텍사스 주 교육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교사평가기준을 보면 총 8개 영역에서 5개 영역이 학습지도와 학생의 성취도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 구성 되어 있는데2) 이는 교사의 업무 중 학생지도의 비중이 50%를 넘고 있는 여러 주의 교사평가기준의 한 예이다. 4. 서열화 목적의 상대평가 방식 교원근무성적의 평정방법이 강제배분방식으로 되어 있어 지역과 학교급별, 학교규모, 교과특성, 담당업무 등을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여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 5. 평가요소별 가중치 부적절 교원 근무성적평정에서 평가기준 및 요소에 대한 가중치가 부적절하다. 평가준거별 가중치는 교원의 업무성취에 대한 평가영역의 상대적인 중요도에 근거하여 타당하게 주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지 못하다. 6. 평가관리의 전문성 및 신뢰성 부족 평정자와 확인자 등 평가자가 자격연수나 직무연수에서, 또는 평가를 위한 특별 훈련프로그램을 이수하지 않은 결과 평가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하고, 온정주의 풍토로 인한 정실과 주관에 의한 평가, 인상의 오류 등 여러 가지 평가의 오류가 범해지는 것이 일반적 경향이다. 이러한 결과로 평가에 대한 평가자의 책임의식 또한 결여되고 있어 교원들이 평가의 결과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 7. 평가결과의 제한적 활용 및 비공개 가. 승진자료로만 활용 현행 평가제도는 승진예정자 결정 자료로만 활용되고 자질계발 등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으며, 승진직전 2년의 평정결과만 활용되기 때문에 해당교사외의 대부분의 교사들은 평가에 대해 무관심한 실정이다. 이는 현재 대학의 교수업적평가에서 평가결과에 따른 보수결정을 하지 않는 대학에서도 교수들은 강의, 연구실적, 사회봉사 등에 대한 업적평가에 상당한 긴장과 노력을 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평가의 목적과 결과활용방안의 개선이 필요함을 말해 준다. 나. 평가결과의 비공개 현행 승진 규정에서 경력평정과 연수성적평정은 본인이 요구하면 알려주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근무성적평정 결과는 비공개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경력평정과 연수성적은 본인이 산출결과를 알고 있고, 객관적으로 계산되는 점에 비해 근무성적은 평가자의 평가와 피평가자의 기대가 차이가 날 경우의 불만과 항의, 그리고 이에 따른 행정의 혼란을 막자는 관료주의적 사고와 풍토가 문제라고 본다. 그리고 평가기준의 명확하지 않고 강제적 배분방식에 의한 상대평가의 결과 개인이 가질 불만을 제거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러나 평가과정에서 본인과의 협의 절차를 갖고, 평가결과를 알려줄 수 있도록 기준의 구체화, 평가방법의 신뢰도, 객관도의 확보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다. 전문성 향상을 위한 피드백 부재 평가과정에서 피평가자와의 협의절차가 없고, 평가결과도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교사 개인은 자신의 전문성 수준, 수업기술과 방법에서의 자신의 능력 등에 대하여 객관적 평가결과를 알 수 없고, 능력이 부족한 교사의 경우 지도나 연수과정을 통한 전문성 향상 기회도 가질 수 없다. 8. 법적 체제 미흡과 행정체제의 부실 가. 법제의 미흡 교원근무평정은 교사 개인의 능력개발 및 전문성 향상과 교직의 질 관리를 통하여 학교조직의 효과성에 가장 중요한 인사행정의 한 영역이다. 그런데 현행 교사근무평정제도는 승진임용에서 인사행정의 공정을 기하기 위하여 경력평정, 연수성적평정과 함께 승진후보자 순위명부작성의 한 영역으로 교육공무원승진규정에 포함되어 있고 독립적인 별도의 법령으로 제정되어 있지 않다. 이것은 교원연수에 관한 법령이 대통령령으로 별도로 제정되어 있는 것과 비교할 때 교원근무성적평정이 교원정책과 행정에서 중요하게 인식되지 못하고 있는 결과라고 본다. 나. 행정체제의 부실 1) 평가업무담당부서 및 업무의 부재 그리고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및 시·군 교육청, 학교단위에서 교원평가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나 부서가 없을 뿐만 아니라 업무자체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2) 교원근무평가에 대한 전문연구기관의 부재 교원근무평가에 대한 연구기관이 없고 교육관련 연구기관에서도 교육청 및 학교평가 담당부서와 업무는 있으나 교원평가 부서나 업무는 없는 실정이다. 3) 직무설명서나 직무수행기준의 미개발 교원근무평정제도의 실시를 위해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교원직무에 대한설명서나 직무수행기준이 규정되어 있어야 함에도 이러한 것이 개발되거나 규정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것은 교원근무평정에 대한 행정체제의 부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근무평정에 대한 법제의 미흡이나 행정체제의 부실은 교육행정의 관료적 측면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박영숙: 1992. 103-105). 즉,관료적인 구조하에서 평가자에게는 명령과 감독의 기능이 강요되고, 피평가자에게는 조직이 정한 규율과 명령에 복종하거나 순종할 것만이 강요된다. 그리고 관료적인 구조하에서의 평가에 관한 정책결정자들은 교사평가의 목적에 비추어 적극적으로 제도를 활성화하고 개선하려하기 보다 행정상의 편의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Ⅱ. 교원평가제도의 방향 1. 교원평가의 목적 지금까지의 우리나라 교원평가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기초로 하여 새로운 교원평가제도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정하기로 한다. 가. 교사의 수업전문성 및 관리자의 학교경영·관리 전문성 향상 및 능력개발 계기 제공 교사의 교육활동의 가장 핵심적인 수업활동의 전문성과 관리자의 전문적 관리능력을 개발하고 신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나. 교원의 수업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수-학습 지원 체제 구축 평가를 위한 평가가 아니고 전문가로서의 교원이 계속 발달할 수 있도록 교수-학습지원체제로서의 평가 체제를 구축한다. 다. 전문직으로서 교원의 전문성 수준에 대한 자체적 평가체제 구축 교원의 수업 전문성 심화를 통한 수업의 질 향상과 교수-학습지원체제 구축으로 학교교육의 전반적 질을 높인다. 라. 학교의 수업의 질 향상을 통하여 공교육의 내실화 도모 전문직인 교원이 스스로의 평가체제를 구축하여 전문가적 지위를 확보하게 한다. 마. 학교교육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 및 학교교육 정상화 도모 교원의 자질과 능력 및 수업활동에 대한 전문적 소양에 대한 사회와 국민의 이해를 높임으로써 학교교육을 신뢰하고 협력, 지원하는 풍토를 조성하여 학교교육의 안정적 발전을 도모한다. 2. 기본방향 이상의 기본적인 방향에 따라 새로운 교원평가제도 수립의 기본원칙을 다음과 정한다. 가. 전문화 1) 교원의 전문적 성장을 지향하기 위한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2) 평가의 목적이 교원의 수업능력 및 학교관리 대한 전문성 향상에 있으므로 평가의 결과를 승진, 성과급 등과 연계하지 않는다. 3) 평가의 결과는 본인에게만 알리고 자기능력 개발 및 수업활동 개선을 위한 자료로 활용하도록 한다. 4) 평가에 관한 연수를 통하여 교원의 평가관련 전문성을 높이고,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5) 새로운 평가제도의 실시를 위하여 시·도 교육청에 평가전담기구를 설치하고, 이를 위한 평가 전문인력을 양성한다. 나. 민주화 1) 교원평가에 대한 학교공동체 구성원의 이해와 협력방향을 모색한다. 2) 단위학교 평가관리기구를 통한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평가체제를 구축한다. 3) 평가과정에서 학교공동체 구성원이 참여하는 기회를 보장한다. 즉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등 이 평가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4) 단위학교별 평가관리위원회를 구성하여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며 소규모 학교는 업무의 과중, 관리기구 설치의 어려움이 있을 경우 교육청의 평가관리기구에서 업무를 지원한다. 5) 평가의 기준은 기본모형만 제시하고 시·도별 교육청의 평가관리기구에서 지역의 특성을 반영할 수 있게 하고, 학교별 평가관리기구에서 학교의 규모, 지역형편 등의 사정에 맞추어 자율적으로 작성할 수 있게 한다. 6) 학교공동체 구성원 및 교직단체, 학부모단체 등 각계의 여론 수렴과정을 통해 합리적 방안을 마련한다. 다. 다양화 1) 학교급별, 종별, 규모별, 그리고 교원의 직급별, 교과별, 직무담당별(담임, 비담임, 보직), 등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다. 2) 평가과정에 참여하는 학교공동체 구성원 즉 관리자, 동료교사, 학부모, 학생등 참여자의 역할을 학교급별에 따라 다양화 한다. 라. 점진적 적용 1) 새로운 평가제도는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와는 별개의 전문성 심화를 위한 평가로 운영한다. 2) 새로운 평가제도의 실시는 시범적용-계속연구-수정보완 단계를 거쳐, 희망학교를 우선으로 연차적으로, 점진적으로 확대 실시한다. 3. 연구의 범위 및 수행과정 이 연구의 일환으로 2회의 토론회 과정에서 있었던 질의, 토론 내용을 기술한다. 첫째, 이 연구의 범위는 교원의 인사행정 전반을 다루거나,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를 대체하는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고, 수업전문성을 평가하여 교원의 능력개발을 도와주는 장학적 기능의 수업평가이다. 교원 양성, 연수, 승진, 근무조건, 사회·경제적 지위향상 등의 인사행정 각 영역은 정부의 정책수립과 집행에서 횡적인 연계를 가지고 통합적인 모색이 필요함은 마땅하다. 그러나 모든 영역의 연구를 하나의 과제로 수행하기란 어렵다. 본 학회가 위탁받은 연구과제는 교원평가에 관한 연구이다. 또한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의 대체적인 제도를 수립하는 것이 아니다. 앞에서 현행 교원근무평정제도의 현황과 문제를 분석한 것은 현행 교원평가제도의 실상을 파악하기 위한 기초이다. 이 분석의 결과 교원의 가장 중요한 수업전문성과 학교관리자의 관리전문성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근무평정요소 중 전문성에 관한 능력개발을 위한 평가방안만을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진술한 것처럼 이 평가방안은 교원의 모든 교육활동인 수업, 학교·학급관리, 생활지도, 지역사회관계 등의 요소는 연구대상이 아니므로 이 평가결과는 교원의 전반적인 근무평정제도와 구별된다. 성과급이나 승진 등의 자료가 되는 교원근무평정제도는 앞으로 연구되어야할 과제이다. 둘째, 이 연구에서는 부적격교원의 문제는 고려하지 않기로 했다. 부적격교원 평가와 인사관리 문제는 교원정원과 예산 등이 수반되는 별도의 연구가 되어야 할 것이다. 학부모단체는 부적격교원평가에 관심과 주장이 많지만 이 연구는 열심히 노력하는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도와주고, 스스로 능력개발을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으로 무능력 또는 부적격 교원의 문제와는 다르다. 무능력 또는 비도덕적인 부적격 교원의 문제는 현행 법령의 충실한 집행으로 관리가 가능하며, 새로운 제도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연구가 필요하다. 셋째, 연구수행방법과 과정은 토론회와 공청회, 전문가 협의회 및 세미나 등을 통하여 현장 학교와 교원·학부모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 연구내용은 각 영역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2회의 토론회에서 토론자와 방청인사께서 제안한 방안들도 연구진이 충분히 검토한 내용들이 개진되어서 이러한 방안을 재검토하고 수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첫째, 교사평가방안의 체크리스트와 기술식의 활용문제에서 기술식을 충분히 활용하고, 필요한 경우 체크리스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것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서 제안하고 있는 수업활동평가, 학급운영평가, 교육관료평가 등에서 활용하고 있는 체크리스트와 같은 내용과 방법을 도입하는 것이다. 둘째, 교원평가에서 원자료를 원하는 본인에게 공개를 하는 방안도 처음부터 검토되었으며 이를 수렴하고 있다.
조흥순 |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교권정책본부장 1. 들어가는 말 최근 교원평가제 논의과정에서 많은 의문이 제기되었지만, 시원한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 특히, 제시된 방안이 교원의 전문성 향상에 정말 기여할 수 있을까를 아무리 생각해봐도 확신하기 어렵다. 이런 생각은 그동안 논의과정에 참여한 다수 교원, 학부모들도 함께 느끼는 답답함이었다. 이런 전제 위에서, 먼저 교원정책적 관점에서 교원평가제가 갖는 역사 맥락적 의미 그리고 그 배경으로 어떤 논리가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시된 방안에 관한 입장을 피력하고자 한다. 2. 교원평가제의 정책적 맥락과 배경논리 분석 가. 교원평가제의 정책적 맥락 사람의 행동, 태도를 변화시키고자하는 정책은, 그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중요하다. 당사자들의 반응과 감정에 정책의 성공과 실패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학생들이 교원의 지도방식이나 태도에 불만을 갖게 될 때, 교육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움과 같다. 교원정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교원 정책에는 두가지 상반된 접근방식이 있을 수 있는데, 정적(포지티브)인 접근과 부적(네거티브)인 접근 방식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 이후 대부분의 교원정책이 네거티브적 정책의 흐름을 갖고 있다. 교원의 전문성과 열의를 인정하고, 더 잘하도록 지원하고 촉진하는 포지티브한 정책은 거의 진척되지 않는 가운데, 촌지, 체벌, 정년단축, 학생의 담임선택제, 교직 유연화 등 소위 ‘회초리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그러나 교직은 존경, 자아실현, 성취, 인정, 책임 등 정신적 가치와 만족을 강하게 추구하며, 자존감과 긍지를 중시하는 직업이므로 이러한 교원을 불신하고 단죄하는 정책은 교직사회에 강한 거부적 정서와 상실감을 형성하게 된다. 최근의 교직사회에 회피와 냉소주의가 이런 상황 속에서 생겨난다고 본다. 이제 교육과 교원정책 접근방식에 있어 전환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의 만 15세 학생의 학업성취도 국제비교는 우리 교육과 교원에 있어 상당한 강점이 있음을 말해준다. 약점을 찾아 비판하고 처벌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이 아니라, 강점을 발굴하고 그것을 고무하는 방식으로 접근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동안의 우리 교육은 마치 모든 것이 잘못된 것처럼 보는 자학적 교육관, 그리고 외국제도의 무비판적 모방과 이식의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네거티브적 교원정책의 흐름의 연장선 상에 있다. 부적격교사 퇴출기제로서의 평가제 도입을 주장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전 교육부 장관들의 평가제를 통한 무능교사 퇴출 발언 등 평가제 도입 논의의 맥락에서 볼 때도 그러하고, 장점 발굴과 이에 대한 인정과 격려보다는, 약점 노출과 이에 대한 비판과 책임에 예민할 수밖에 없는 평가의 본질적 속성에 비추어서도 그러하다. 따라서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이것을 통제하기 위한 네거티브적 교원정책의 흐름 속에 제기된 교원평가제는 필경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교원의 수준을 인정하고 잘하는 점을 부각시켜 더 잘하도록 격려하는 포지티브 정책을 제시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나. 교원평가제 도입 배경 논리와 그 문제점 1) 포플리즘적 접근방식의 문제다. 최근의 교원정책이 여론을 동원한 교단반발 제압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교원평가제의 제기방식도 언론을 동원한 것이고,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도 예전 형태와 똑 같다. 이 때, 교원들의 여론은 아예 무시한다. 교원정책을 교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외곽 때리기식으로 추진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2) 교원에 대한 공교육 부실 책임론이다. 교육문제에 관해 교원의 책임을 도외시할 수 없지만, 네거티브적 교원 때리기식 정책은 마치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가 교원의 잘못인양 호도시키는 면이 있다. 때문에 교육정책 주도자로서의 행정관료와 정책 입안자에 대한 책임도 따질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3) 교육수요자론과 교원불신이다. 학생과 학부모가 교육수요자라는 입장에서 교원을 직접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1995년 ‘5.31교육개혁’ 추진에서 가장 잘못된 것이 왜곡된 시장경쟁 논리의 유입인데, 교육 수요자론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교육은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대위권, 교사의 교육권, 국가의 교육권 등의 조화적 권리관계로 파악되어야 하며, 교원의 전문적 교육권이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 문제교사가 있다 해도 학부모나 학생이 직접 평가를 통해 걸러내겠다는 발상은 잘못된 것이다. 4) 교직도 경쟁을 해야 전문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물론 경쟁이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경쟁 논리가 아니라 교육적 논리에 기초한 경쟁이어야 하고,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 3. 교원평가제 방안에 관한 입장 가. 총론적 입장 1) 기존 교원평가제 논의과정을 무시하고 조급하게 서두르고 있다. 현행 근무평정제와의 관계 정립, 새 교원평가제의 필요성 등 선행되어야 할 논의가 생략되고 있다. 지난 해 교육개발원을 중심으로 한 교원인사제도혁신협의회의 논의 결과를 무시하고 있다. 결국 부총리의 발언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순으로 밖에 볼 수 없다. 2)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려면, 교원직무 수행기준의 설정과 그 공감대 형성이 우선되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논의와 노력이 턱 없이 부족하다. 교원들이 수행하는 본질적 업무와 비본질적 업무, 불필요한 잡무, 업무의 중요도 등이 본격 논의되어야 하며, 교원들이 본질적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원잡무 등을 획기적으로 감축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3) 종전, 교원정책 수립에 있어 외국제도의 무비판적 모방과 이식의 관행 그리고 제도가 갖는 역사와 맥락, 문화적 요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제도의 성패는 기술적 합리성보다 역사적 경로와 맥락, 문화, 권력관계 등에 더 크게 좌우됨은 우리 교육정책사에서 얼마든지 확인 가능하다. 4) 문제의 제기와 대안이 일치하지 않는다. 기조강연에서 새 평가제 도입의 배경으로 현행 근무평정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많이 지적하고 있는데, 현행 근무평정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고, 새 평가제가 어떤 면에서 그러한 문제점을 해소해 줄 수 있는지 불명확하다. 5) 지나치게 낙관적이며, 문제점과 부작용에 대한 성찰이 미흡하다. 6) 학교현장의 업무부담을 가중시켜 결국 평가의 형식화가 초래될 가능성이 크다. 7) 평가시행 사항의 상당 부분이 학교단위 자율결정으로 위임되어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결정과정상의 혼란과 부담을 줄 가능성이 크다. 나. 영역별 입장 1) 평가의 목적은 차라리 교사수업평가로 명확히 함이 타당하다. 수업만 강조한 나머지 생활지도 또는 학교업무의 기피 또는 경시로 교육을 왜곡시킬 수 있다. 2) 평가자 및 평가방법에 있어서는 첫째, 자기평가서의 활용이 불명확하여 형식화되기 쉽다. 둘째, 동료평가를 위한 공개수업 및 참관은 본질적 수업의 소홀, 과열경쟁시 동료 간 불신과 반목이 나타날 수 있다. 교감, 교장은 전체 평가자의 일부일 뿐, 학교장학, 학교경영 책임자로서의 영향력 약화로 학교단위 책무성이 약화될 수 있다. 셋째, 학생의 학습권, 학부모의 권리는 존중되어야 하지만, 수업 등에 있어서의 여론수렴과 판단은 교사의 자율권에 맡겨야 한다. 학부모의 수업참관과 평가 참여는 고교의 경우, 입시위주 교육을 부채질할 수 있다. 학부모의 권리는 교사 개개인에 대한 책무성 요구 차원이 아니라 학교 전체 차원의 책무성 요구로 행사되어야 하고, 제한적 범위에서라도 학교선택권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 넷째, 공개수업은 전시수업으로 변질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진정한 수업평가가 되기 어렵다. 3) 단위학교 및 교육청 단위 교사평가관리위원회 설치·운영해야 한다. 위원회의 설치와 그 역할, 평가위원 수와 비율, 위원장 선출 등 상당부분이 학교 자율로 결정하도록 되어 있는데, 결정 주체 및 학교장의 역할 모호 등 결정 과정에 상당한 혼란과 갈등이 예상된다. 평가의 구체적 목적, 평가관리자, 평가기준 및 절차, 결과활용 등은 전문적 지식을 요하고 구성원들의 이해와 합의가 필요한 등 학교 단위에서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내용이며, 교원잡무의 증가, 소규모 농어촌 학교 실정 등을 감안하면, 평가업무의 추진 애로와 업무가중이 평가의 형식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4) 평가영역별 평가요소, 평가지표 및 자료원을 명확히 해야 한다. 피평가자와 평가자간 평가기준 등에 관한 협의과정이 없는 상황에서, 가치판단이 서로 다르다고 인식할 때, 피평가자가 동료교사의 평가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평가가 수업 전문성 향상에 기여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평가보다 장학협의가 더 중요함은 이 때문이다. 5) 평가결과를 유용히 활용해야 한다. 첫째, 평가관리위원회가 평가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려 드느냐에 따라 학교현장의 갈등이 예상된다. 둘째, 교원의 순환근무제 등을 감안할 때 평가자의 익명성이 보장될 수 있을까 의문시된다. 평가자별 평가결과가 공개되면 교사 간의 갈등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6) 교장, 교감 평가방안 첫째, 현실적으로 교장의 직무와 역할에 대한 이해와 평가의 전문성이 없는 전 교원과 직원, 10%의 학부모가 평가자로 들어가면 인기투표가 될 수 밖에 없다. 교장의 소신있는 학교행정은 불가능해지고, 입시위주 교육의 압력 등을 교장이 거부하고 정상적 교육과정 운영을 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 소속 단체의 집단이해가 맞물리는 상황이 되면, 교장, 교감 평가는 ‘집단행동 차원의 비교육적 정치평가’로 변질될 수 있다. 학교현장의 심각한 분열과 갈등요인이 될 수 있다. 다. 소결론 1) 위원회 구성, 다양한 평가절차와 세부 계획의 수립, 자기평가서는 물론 많은 동료교원에 대한 평가서 작성 등 평가 관련 업무가 학교현장에 새로운 업무가중 요인이 될 수 있고, 평가를 둘러싼 교단의 불신과 갈등이 초래될 우려가 높음에 비해, 2) 평가의 가치기준이 다를 수 있는 교사 개인별 전시적 공개수업 참관을 통해 내린 학교구성원들의 서로 다른 평가결과를 교사 개인이 얼마나 가치 있게 인정하고, 자신의 수업 전문성 제고에 활용할지 의문시된다. 더욱이 그 활용이 개인의 피드백 차원 이상의 의미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조만간 형식화의 길을 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본다. 3) 따라서 이러한 평가를 통한 교원의 수업 전문성 제고는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며, 학교 장학협의회의 활성화,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학부모나 학생의 의견 반영은 교사 개인의 자율 사항으로 권장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4. 교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대안 가. 교원이 교직생애 기간 동안 전문성을 심화, 발전시켜 나갈 수 있는 성장 트랙(track)을 제도화해야 한다. 다른 직업에 비해 보람과 가치, 성취를 중시하는 직업인 반면 성취동기를 유발하고 확인할 수 있는 기제가 절대 부족하다. 일반 기업체나 공무원 조직의 다양한 조직체계와도 다르다. 어느 정도의 경력단계를 감안, 교원 각자가 목표를 정해 도전하여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전문성 향상의 발전 모형을 제도화하고, 이에 걸 맞는 적절한 보상체계를 강구하는 등 전폭적 지원이 필요하다. 우수교원의확보및전문성신장을위한특별법(가칭)을 제정하고, 이것을 근거로 하여, 보다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대책을 강구, 추진하여야 한다. 연수이수 학점화 제도의 정비, 수석교사제를 포함한 교원자격의 전문성 심화단계 설정, 국가 책임하의 교원연수의 체계화 및 강화, 연구년제의 도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노력하지 않는 교사는 스스로 부담을 느끼게 되고, 부적격 교사들이 스스로 교단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교직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나.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수시로 학년단위(초등), 교과단위(중등)로 장학협의회를 갖도록 하고, 학기말 또는 학년말에는 장학평가회 개최를 의무화하며, 그 결과를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이 보고서는 다음 학기 및 다음 해의 교육활동 개선자료로 활용한다. 이를 위한 경비 지원과 시설 등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학기말 또는 학년말 장학평가회에서는 교사 각자가 장학보고서를 제출케 하고, 이를 토대로 종합장학평가회를 개최한 다음 그 결과를 학년별, 교과별로 보고서로 작성해 제출하도록 한다. 이것을 다음 학기 또는 학년의 교육활동 개선자료로 활용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에 학년별, 교과별 장학협의실을 설치하고, 협의회 운영과 보고서 작성 경비를 지원함은 물론 학년별, 교과별로 교원들의 추천에 의해, 장학 우수자를 표창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원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러한 장학평가회에는 학부모대표를 참여시킬 수 있게 한다. 다. 학부모와 학생의 설문조사는 교사 각자가 자율적으로 문항을 작성하여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그 결과는 학기말 또는 학년말, 학년별, 교과별로 개최되는 교사장학평가회에 제출하는 개인별 장학보고서에 포함하도록 한다. 라. 교원들이 수업 등 본질적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교육여건 조성에 일대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는 학년별(10학급 기준) 교무행정 요원 1인 이상 배치, 각종 불요불급한 보고 자료의 감축방안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마. 법정정원의 조속한 확보, 초등의 수업부담 완화 및 형평 제고 등 후진적인 교육환경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 2004년 현재 정원확보율은 89.2%며 부족교원이 3만5905명에 이른다. 초등 고학년의 경우 30시간 이상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두고 교원평가를 실시한들 수업 개선이 될 리 만무하다. 바. 학부모와 일반국민이 교원평가에 동조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일부 부적격 교원의 처리 문제라고 본다. ‘부적격 교원 문제’는 교직사회의 아킬레스 건 같은 존재로서 교원 전체에 누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교원단체의 입장에서 이를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교원평가를 통해 부적격 교원이 걸러질 수 없다는 점에서 다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부적격 교원의 통제장치로 교원평가제를 도입하면 오히려 선량한 다수의 교원들을 싸잡아 감시하고, 통제하는 결과가 되어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된다. 한국교총은, 전문직 교원단체로서 수년전부터 ‘좋은 교육, 좋은 선생님’을 모토로 삼고, 교원의 전문성과 자질 향상을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명확히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교원은 회원이라 해도 배척하고, 교원 윤리강령과 실천수칙을 재정비하며, 광범한 실천 운동을 벌여 나갈 것이다. 이런 과정에, 학부모단체 등도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한다. 5. 맺는 말 우리 교육은 많은 문제를 안고 있지만, 긍정적인 요소도 많다는 점을 인정하고, 지나치게 우리의 교육을 비관하는 자학적 교육관과 이에 터한 교육개혁의 강박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과 교원의 강점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이것을 더 빛나도록 만드는 쪽으로 개혁의 초점을 바꿀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부적 접근방식으로 일관해 온 교원정책 방향도 정적 접근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원의 자존감과 긍지가 손상되지 않게 하면서, 보다 더 잘할 수 있도록 인정하고 격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 교원들이 서로 협동하여 교육활동에 전문성 향상을 기할 수 있도록 동료장학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 교원평가제는 그동안의 교원정책적 맥락 또는 제기된 배경 논리로 볼 때나, 평가제가 갖는 경쟁적, 비판적 속성에 비추어, 교원의 수업 전문성 향상이라는 목적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 학교현장에 많은 부담과 갈등을 줄 가능성도 크다. 무리한 교원평가제 도입으로 또다시 학교가 혼란에 빠지고 교원들이 서로 분열되고 갈등하는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학회와 교육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황충일 | 문학평론가·인천학익여고 교사 갑신년이 저물어가는 어느 날, 대학 동기들의 세밑 모임이 있어 경기도 일산에 들른 적이 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다보니 모처럼 오붓하게 다섯 쌍의 부부가 모여 그동안의 정담을 나누는 자리였다. 그 중에는 이미 불황의 피해자로 사오정을 맞은 친구도 있었고, 자의로 직장을 떠나 일찌감치 사업에 성공을 거둔 친구도 있었다. 해가 거듭될수록 느끼는 아쉬움은 비단 나만의 감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어느 새 사십대 중반을 힘겹게 넘고 있는 우리들이지만 영화라도 한 편 보려고 예약을 해 둔 상태였다. 누구보다 경쟁이 치열한 베이비 붐 세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딱히 문화적 세례를 받은 적 없이 G.I. 문화의 후폭풍과 시위 문화, 캠페인 문화에 에둘려 대학 시절을 보낸 관계로 그날의 모임은 나름대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날의 거리에서는 세밑이라고는 하나 어느 곳을 보아도 도회의 황량함만이 옷깃을 스칠 뿐, 인정이 모여 이루는 따뜻함은 찾을 길이 없었다. 차라리 어려웠지만 인간미가 넘치던 시골 장터가 그리워짐은 왜일까? 마치 절해고도에서 화톳불을 끼고 옹송그린 표류자처럼 우리는 가스통 르루(Gaston Leroux)의 〈오페라의 유령〉과 마주하였다. 실로 2004년 한 해, 우리는 우리의 정상적인 삶을 위협하는 온갖 망령의 그늘에 휩싸여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끝없는 경제 추락으로 인한 생계형 자살이 잇따랐고, 이라크 파병과 김선일씨 피살, 엽기적인 연쇄 살인, 십대들의 집단 성폭력,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파문, 동남아를 강타한 지진과 해일 등 우리 사회의 어두운 면이 속속 그 실체를 드러낸 한 해였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알 수 없는 이 불안과 공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아직도 우리가 합리적 이성과 인과율을 토대로 자행되는 근대의 부정적 자장으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 있을 터이다. 영화관 화면에는 팬텀이 호수를 건너면서 “내 검은 절망의 지하 감옥으로 가자. 내 마음의 감옥으로 가자. 지옥과도 같이 깊은 어둠의 행로를 따라 가자. 그대는 왜 그 음침한 곳에 내가 매여 있는지를 묻지 않는가” “누구에게서나 쫓김을 당하고, 어디서나 증오를 당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 듣지 못하고, 측은함을 느껴주는 곳 없었으니”라고 절규한다. 이에 대해 크리스틴은 “불쌍한 어둠의 창조물이여, 그대는 어떠한 삶을 아는가? 신이여, 이에게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용기를 주소서…….”라는 화답과 함께 팬텀의 얼굴에 키스로 응대함으로써 극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지하 미로를 거쳐 소용돌이치는 안개, 호수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가는 배, 그리고 거대한 거울, 중세적 이미지를 습용한 팬텀이 20세기를 거쳐 21세기의 일상적인 풍경 속에 갑자기 뛰어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는 분명 르루의 1905년이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집착과 광기로 오페라 극장 2층의 5번 박스 석을 어슬렁거리는 팬텀을 목도한다. 그곳은 선천적인 기형 때문에 정상적인 사회로부터 추방되어 지하 감옥과 쇠사슬, 그리고 모욕으로 점철된 트로마(Trauma)의 공간이요, 미와 추, 선과 악, 삶과 죽음이라는 이분법적 대립을 인간의 집단무의식 속에 통합시키는 신화적 진실이 살아있는 공간이다. 은 광기를 예찬한다. 그것은 이성을 비추는 거울이자 폭로의 기능을 갖고 있으며, 삶의 열정과 진실, 그리고 사회적 인간과 도덕적 진실 사이의 직접적인 모순을 드러내 준다. 왜냐하면 팬텀은 더 이상 무대 한 옆에 서 있는 우스꽝스러운 보조 인물이 아니라 이미 무서운 진실을 말하는 전언자이기 때문이다. 이른바 지난 세기 광기에 대해서 타자를 선언할 수 있었던 까닭은 그것이 부르주아적 질서의 경계선을 넘어서서 그 윤리의 성스러운 한계 밖에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광기가 근대 부르주아지의 노동과 근면 이데올로기에 상치되기 때문이었음을 또한 기억한다. 따라서 오늘날 광기는 더 이상 이성의 결여가 아니라 여전히 상상의 초월적 현존으로서 세속적인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신비한 미지의 세계를 상징한다. 근대적 이성을 담보로 한 에피스테메는 단지 지식과 결탁한 권력의 총체적 전략이며 타자를 분리하고 격리시키는 소외의 담론에 지나지 않는다. 팬텀을 응시하는 크리스틴의 시선 어디에서 상대를 대상화하고 소외시키는 타자의 시선을 볼 수 있으며, 오만한 지배 계층의 싸늘한 시선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한 사회의 건강성은 단순히 물리적 조건의 충족이나 정치적 구호로 확립되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성의 구조 속에 내포된 현실을 강압하는 합리화 과정, 경제적 제도나 관료 제도 등 객관화와 체계화를 통해 타자를 동일자로 환원하려는 메타설화는 더욱 아니다. 그것은 이질적이며 복수화 된 사회에서 자기의 고유성을 지닌 동시에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대와 책임을 통해 진정한 윤리적 평등과 형제애를 실현할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신화와 전설이 사라진 오늘날, 유령이 우리에게 전하는 진실이 아니겠는가.
신동호 | 월간 편집장 dongho@donga.com 인체의 설계도인 ‘인간 게놈 지도’가 마침내 완성됐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참여한 6개국 과학자들은 2003년 4월 14일, 역사적인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 사실을 발표했다. 인류의 달 착륙에 비견되는 역사적 대사건이었다. 인류는 ‘DNA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낸 지 꼭 50년 만에 DNA(deoxyribonucleic acid) 30억 개를 모두 읽어낸 것이다. 인간 게놈 지도 완성시 맞춤식 치료 가능 6개국 18개 기관의 과학자들이 인간 게놈 프로젝트에 착수한 것은 1990년. 그동안 미국에서는 국립인간게놈연구소(NHGRI)와 에너지부가 27억 달러를 대학과 연구소에 지원해 전체 게놈의 절반을 해독했다. 약 1/3은 영국의 생거 연구소가, 나머지는 일본, 독일, 프랑스, 중국이 해독했다. 아쉽게도 한국은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으로 기대되는 의학적 혜택은 엄청나다. 우선 어떤 유전자에 결함이 있을 경우 그 질병이 생기는지 알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유전자를 교체하거나 조작하는 유전자 치료도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 또한 방대한 염기서열 정보는 의약품의 개발 속도를 한층 가속화시킬 것이다. 환자의 체질과 질병 특성에 맞는 맞춤식 치료는 물론 질병의 예방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의학적 혜택은 아직은 미래의 꿈일 뿐이다. 지금까지 게놈 프로젝트가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은 전 세계 과학자들에게 인터넷을 통해 인간의 게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당뇨병, 백혈병, 암과 같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를 찾는 연구를 가속화시켰다는 점이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인간 게놈 지도를 완성하는 데 사용한 게놈은 건강한 성인의 것이다. 따라서 인간 게놈 지도를 만들면서 해독한 건강한 사람의 유전자와 특정한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유전자를 비교해 보면 어떤 유전자의 결함 때문에 질병에 걸리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국내 과학자들도 여러 개의 질병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과학자들이 알았던 질병 관련 유전자는 100개에 불과했으나 게놈 프로젝트에 힘입어 지금은 1400개로 늘어났다. 인간의 유전자는 모두 3만 개 정도이다. 따라서 3만 개의 유전자 가운데 5% 정도인 1400개의 유전자는 어느 부위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어떤 질병에 걸리는지 알게 된 것이다. 유전자 3만 개 중 5%의 기능만 밝혀져 하지만 3만 개나 되는 인간의 유전자 가운데 95%는 아직도 기능이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다. 그래서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은 흔히 로제타 스톤의 발견에 비유된다. 이 돌은 1799년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군이 나일강 어귀의 로제타에서 발견한 비석으로, 발견 당시에는 무슨 뜻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인간 게놈 지도의 완성도 돌판만 발견했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문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인간의 설계도인 게놈은 30억 개의 DNA 분자, 즉 30억 개의 글자로 기록돼 있다. 글자는 A, T, C, G 네 글자. 이들 글자 수백 수천 개가 모이면 의미가 있는 하나의 유전자가 된다. 그리고 유전자가 인체의 벽돌인 단백질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좀더 많은 유전자의 기능이 밝혀지는 2010년 이후 우리는 게놈 프로젝트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혈액 한 방울로 수천 가지 질병을 진단할 수 있는 DNA칩이 등장하고 개인마다 자신의 DNA를 CD 한 장에 넣어 갖고 다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원에서 DNA 검사가 가능한 질병은 다운 증후군, 낭포성 섬유종 등 일부 유전병과 유방암, 에이즈에 국한돼 있지만 앞으로는 수천 개의 병을 동시에 진단할 수 있게 된다. 개인 게놈 지도 1000달러면 해독 가능할 듯 얼마 전 미국 보스턴에서는 ‘1000달러 게놈 시대를 향하여’라는 주제로 세계생명공학자대회가 열렸다. 1000달러만 내면 병원에서 혈액검사 하듯 게놈을 해독해 CD 한 장에 담아주겠다는 것이다. 이 회의에 참가한 대부분의 과학자는 10년 안에 1000달러 시대가 올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지금은 돈이 얼마나 들까? 이 대회를 조직한 세계 생명공학계의 풍운아 크레이그 벤터 박사는 71만2000달러를 주면 지금이라도 몇 달 내에 한 사람의 전체 염기서열을 해독해 주겠다며 주문을 받고 있다. 1990년대 초반 과학자들은 수작업으로 하루에 5000개의 염기서열을 해독했다. 지금은 하루 100만 개를 해독할 정도로 속도가 빨라졌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30억 개의 염기서열을 하루만에 해독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유전자 분석을 통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전자를 담은 30억 개의 DNA 염기서열 가운데에는 단 한 개가 당신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또한 우리가 막연히 생각해 왔던 사상체질도 DNA에 새겨져 있다. 얼마 전 서울 시내의 한 유전자 클리닉이 한 치매 환자의 DNA를 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치매와 관련성이 깊은 19번 염색체 위의 ApoE 유전자. 결과는 단 하루만에 나왔다. 이 환자의 유전자는 보통 사람과 염기 하나가 달랐다. 이 유전자의 484번째 염기가 보통 사람은 C이지만 이 환자는 T였다. ApoE 유전자의 글자 하나가 T로 바뀐 사람은 한국인 가운데 9% 정도이다. 이들은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정상인보다 5배 높고, 치매에 걸리지 않더라도 기억력이 떨어진다. 선천적으로 이런 염기서열을 갖고 태어났다면 누구나 치매 환자가 되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다. 치매는 환경과 유전자의 상호 작용에 의해 발병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서 운동을 많이 하면 T로 바뀐 사람이라 하더라도 치매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이런 사람처럼 DNA 한두 개가 바뀐 것을 ‘단일염기변이(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s)’라고 한다. 아무리 인종이 달라도 사람은 DNA가 99.9% 같다. 30억 개의 염기 가운데 0.1%, 즉 300만 개의 염기만이 사람마다 다르다. 바로 이것이 눈과 피부색, 인종, 생김새, 체질, 질병의 감수성 차이를 만들어 낸다. 이 치매 환자도 단 하나의 염기가 바뀌어 치매에 잘 걸리는 체질을 갖고 태어난 것이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고 잘 듣는 약이 다른 것은 모두 SNP의 차이 때문이다. 모든 인종의 DNA 차이는 단 0.1% 우리 몸의 설계도인 DNA는 3개의 염기가 한 개의 아미노산을 만들고 수십∼수백 개의 아미노산이 긴 띠 모양으로 결합해 단백질을 만든다. 염기에 변이가 있을 때 단백질을 만드는 과정에 오류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단백질의 기능이 달라지게 돼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β글로빈 유전자에서 하나의 염기변이가 일어난 경우 ‘β글로빈-S’라는 돌연변이 단백질이 만들어져 빈혈을 유발한다. 혈우병 역시 단 하나의 염기변이로 일어난다. 이처럼 단일염기변이의 중요성이 알려지면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끝난 뒤 이 0.1%의 염기 차이가 다양한 인종 집단 속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밝혀내기 위한 ‘SNP 지도’ 제작이 미국국립보건원을 중심으로 본격화되고 있다. 이미 중국과 일본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한국도 과학기술부가 참여를 검토중이다. 인간 게놈 지도와 SNP 지도는 인류의 미래를 획기적으로 바꿔 놓게 될 것이다. 한국인의 단일염기변이를 데이터 베이스로 구축할 경우 사람마다 질병 감수성의 차이를 밝혀 개인별로 ‘맞춤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되고, 한민족의 체질과 민족 이동 경로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한국인의 단일염기변이를 DB로 구축하면 국내에서도 연간 수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 부작용 사망자를 상당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의약품 부작용으로 매년 최소한 10만 명이 죽고 200만 명이 입원한다는 보고가 나와 있는 실정이다. 한국얀센이 2000년부터 판매한 위궤양 치료제 라베프라졸은 맞춤약의 초보적 사례다. 간의 약물대사와 관련이 있는 10번 염색체의 ‘CYP2C19 유전자’에서 두 개의 염기가 바뀐 사람은 위궤양 치료제를 간에서 금세 분해해 버리기 때문에 약효가 유지되기 어렵다. 이런 사람은 동양인 가운데 특히 많아 한국인은 60%나 된다. 라베프라졸은 이런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기업이 신약 개발과 특허 선점을 노리고 정부보다 앞서 SNP 연구에 뛰어들었다. 벤처 기업 마크로젠은 민간 차원에서 한국인, 몽골인의 SNP 지도를 제작하고 있다. 벤처기업인 에스엔피제네틱스도 한국인 6000여 명을 대상으로 천식, 간암 등 질병과 관련이 있는 단일염기변이를 분석중이다. 이 회사는 앞으로 10년 뒤에는 단숨에 수만 개의 변이를 분석할 수 있는 SNP칩이 나와, 체질에 따라 약을 고르고 질병 발생 가능성을 추정해 예방법을 의사와 상담하는 시대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조선 말기의 유학자 이제마가 창시한 사상의학을 비롯해 우리의 선조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체질에 따른 처방을 해왔다. SNP에 대한 연구를 통해 체질을 DNA 분자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앞으로 거의 모든 질병에 대해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개인의 유전 정보가 제대로 분석만 된다면 미리 질병 가능성을 파악해 예방약을 쓰거나 생활 습관을 바꿈으로써 ‘사후 약방문’격의 치료 중심 의학에 혁명적인 변화가 올 게 분명하다. 예를 들어 아기가 태어나면 지문을 찍듯이 유전자 지도가 작성된다. 이에 따라 각종 질병의 발생 가능성과 시기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 아이는 자라면서 병이 나타나기 전에 미리 예방약을 먹거나 생활 습관을 조절해 질병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게 된다. 현대판 우생학 논쟁 가능성 크다 한편 신약을 개발하는 데 드는 비용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급속히 발달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기술과 생물 정보기술이 결합돼 사이버 임상 실험을 할 수 있게 된다. 그이러면 동물 실험이나 임상 실험에 드는 시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유전자 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유전자 차별’이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할 전망이다. 또한 유전자 치료가 보편화되면서 부모가 유전자를 조작해 똑똑하고 아름다운 아이를 낳으려 할 경우 ‘현대판 우생학 논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불리한 유전 정보를 가진 사람은 취직, 보험 가입, 결혼 때 차별을 받거나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힐 수도 있다. 의료보험회사들은 가입 때 개인의 유전 정보를 요구해 이를 근거로 보험료를 산정하거나 가입을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들은 신입 사원에게 유전자 검사 결과를 입사 원서와 함께 제출하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또한 남녀가 선을 볼 때에도 상대편의 유전 정보를 보자고 요구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설사 1000달러에 개인의 게놈을 해독했다 하더라도 자칫 잘못 해독한 결과를 가지고 “5년 뒤 암에 걸린다”고 생사람을 잡을 수도 있다. 초창기 미국의 게놈 프로젝트 책임자였던 제임스 왓슨은 인간 게놈 지도가 완성된 날 기자 회견에서 “인간 게놈 프로젝트 예산의 3%를 유전자 해독의 윤리적 결과에 대한 연구에 쓰도록 한 결정은 내가 내린 가장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에 따라 미국에서는 40개 주가 취업 등에서 유전적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을 통과시켰고, 연방 정부도 같은 법안을 제안해 놓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현재 의료보험 가입 신청자 가운데 16만4000명이 이미 유전병 등 의학적 문제로 의료보험 가입을 거절당하고 있다. 이미 국내에서도 혈우병 등 수십 종의 유전성 질환에 대한 유전자 검사가 시작돼 병원마다 개인의 유전 정보가 쌓여 가고 있다. 또 자궁 착상 전 유전자 검사나 태아 유전자 검사를 통해 아기를 선별해 낳거나 낙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는 유전자 차별을 막고 개인의 유전 정보를 보호할 아무런 법적 조처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쌓여 갈 개인의 유전 정보가 유출되거나 악용되지 않도록 ‘유전정보보호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조현호 | 울산 향산초 교사 ‘기와 이기’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서 ‘기와 이기’란 작품이 있습니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면 조선후기 기와 이기에 분주한 일꾼들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여섯 명의 숙련된 장인들이 각자 맡은 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있고 집주인인 듯한 노인이 막대기를 쥔 채 이 작업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속으로 ‘그 놈들 참 잘 하네’ 하고 감탄할 듯 집주인의 표정이 무척 만족스러워 보입니다. 여섯 명의 일꾼들은 대패질 하는 사람, 실같은 것으로 길이를 재는 사람, 지붕에 얹을 진흙을 올려주는 사람, 그 흙을 받는 사람, 기와를 던져 올리는 사람, 익숙한 듯한 손으로 기와를 받아내는 사람이 등장합니다. 아래에서 수키와를 던져 올리는 사람과 지붕 위에서 기와를 받아 작업하는 사람간의 호흡이 척척 맞는 모습이 무척 자연스럽습니다. 흙을 뭉쳐서 지붕에 올려주는 사람은 윗옷을 벗어던진 채 대패질 하는 사람을 쳐다보다 지붕 위 사람에게 한 소리 들을 듯합니다. 서까래를 걸친 후 산자 위에 진흙을 덮고 그 위에 기와를 앉는 모습을 자세하게 나타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역시 그가 그린 풍속화첩 중 서민들이 드나드는 주막의 풍경을 묘사한 작품이 있는데 그 주막 건물은 초가집입니다. 철저한 신분사회였던 당시의 생활상을 그의 풍속화 두 점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와집은 일반 서민들이 감히 근접하지 못하는 신분의 상징이었던 것입니다. 서민들이야 추수 후 남는 짚으로 초가집을 만들어 사는 것이 대부분이었죠. 사실 조선후기까지 거슬러 오를 것 없이 지난 1970년대 초 이전만 하더라도 시골마을에는 초가집이 주류였습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아침마다 지겹도록 시끄럽게 틀어놓던 새마을 운동 노래와 함께 그 초가집이 거의 다 사라지고 지금은 보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기와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기도 합니다. 어느 고을이거나 고래등 같은 기와집을 중심으로 마을이 번성하게 되고, 특히 99간의 대저택은 그 위세가 대단했습니다. 경주 양동마을의 취락분포를 보면 기와집은 양지바르고 눈에 잘 띄는 높은 곳에 자리한 반면 초가집들은 기와집 아래에 분포되어 있음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하회마을 취락도 기와집을 중심으로 초가집이 둘러져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리 전통건축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기와, 그 기와의 다양한 쓰임새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음과 양 - 기와 지붕에 소우주가 있네 기와의 본분은 뭐라 해도 지붕에 있습니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지붕의 아름다움, 곧 처마선의 아름다움입니다. 서까래를 걸 때 처마선을 염두에 두고 그 서까래 위에 기와가 걸쳐지면 우리 한옥이 비로소 제멋을 부립니다. 지붕에 기와가 쓰이게 된 것은 약 3000년 전 중국 서주(西周) 시대부터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그로부터 약 1000년이 지나서 고구려에서부터 기와가 보급되었습니다. 통일신라의 기와는 화려함이 돋보이고 백제는 와박사(瓦博士)를 둘 정도로 전문적이었습니다. 서기 588년 일본에 건너가 일본 최초 사원인 비조사를 비롯하여 사천왕사, 법륭사 등을 건축할 때 큰 역할을 했던 사람들이 바로 백제 와박사들이었습니다. 지붕에 기와가 등장함으로써 목조건물이 비약적인 발전을 합니다. 기와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견딜 수 있는 내구성, 화재에 오래 견딜 수 있는 내화성, 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내수성, 한번 제작으로 오래 견딜 수 있고 필요한 부분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경제성을 갖고 있습니다. 게다가 막새(기와 한쪽 끝에 둥글게 모양을 낸 부분), 즉 당초문이나 봉화문, 연화문 등을 가미해 장식적인 효과도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초가집과 달리 기와가 주는 무게가 부담스러워 지붕의 무게를 지탱할 수 있는 기둥이나 뼈대 만드는 기술이 같이 발전하게 됩니다. 사찰 입구에 서있는 일주문을 보면 나무기둥이 그 엄청난 무게의 기와지붕을 떠받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일주문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는 비밀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그런 일주문에 못 하나 쓰지 않았으니 더욱더 놀라울 것입니다. 기와의 기본은 암키와와 수키와입니다. 암과 수가 만나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암놈과 수놈이 모여 기왓등을 만들고 기왓골을 만듭니다. 치미(큰 기와집의 대마루 양쪽 머리에 얹는 장식용 기왓장)나 취두로 화재를 막고 귀면기와로 사악한 것을 쫓아내며 잡상을 두어 건물을 수호하고자 하였습니다. 그 음양의 지붕 아래에서 생명이 태어나 한 시대를 살다 그 지붕 아래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옛 사람들은 무덤을 사자(死者)의 집으로 생각해서 기와나 전돌로 사자의 집을 축조하기도 하였으며, 역시 무덤인 불탑에도 기와를 얹기도 했습니다. 우주 삼라만상의 음양의 우주법칙이 바로 기와에 담겨 있는 것입니다. ‘처용랑과 망해사’조에 보면 신라 헌강왕대에는 서울에서 지방에 이르기까지 집과 담이 연이어져 있었고, 초가는 하나도 없었으며, 길가마다 풍악과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땅속에서 발굴을 통해 옛 영화를 떠올려줄 뿐이지만 황룡사를 비롯한 수많은 절집과 치밀한 계획도로, 안압지와 왕궁 등이 어울러 기와지붕이 줄줄이 이어져 있었을 옛 서라벌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마음이 풍족해집니다. 자연과 어울린 기와의 멋은 병산서원 만대루가 최고입니다. 병산서원이 입지한 화산 건너편에는 병풍모양의 병산이 넓게 퍼져 있습니다. 그 산의 생김새를 따라 만대루 지붕선이 넉넉하게 펼쳐져 있습니다. 서원 강당에 걸터앉아 훈장이 된 기분으로 앞을 펼쳐 보면 시원한 조망이 돋보입니다. 물결처럼 흐르는 기와의 선을 맛볼 수 있는 곳입니다. 경계 - 있어도 없어도 되는 여유 이제 지붕에 쓰여야 한다는 본분을 무시한 기와의 일탈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기와는 굴뚝, 담장, 연못 등과 어울려 우리나라 전통조경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입니다. 먼저, 기와는 지붕 외에도 경계나 구획의 의미로 쓰입니다. 먼저 기와로 조성된 멋진 담장을 보러 대구 달성에 있는 도동서원으로 가 봅시다. 도동서원의 담장은 믿음직한 막돌을 아래에 깔고 흙담을 쌓아 올리면서 그 사이에 암키와를 5단으로 넣고 일정한 간격으로 수막새를 배치하였습니다. 그리고 흙담 위에는 기와를 짜 올렸습니다. 이 담장은 수막새와 암키와를 통해 담장에 음양의 원리를 적용하고 장식성을 최대한 살리고 있어 서원의 강당과 사당과 함께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었습니다. 서원이 입지한 지형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조성된 담장은 기와와 흙을 몸체로 하고 기와를 덮어쓴 담이라기보다는 자연의 일부라는 게 나을 듯합니다. 이렇게 토담이 문화재로 지정된 곳은 낙산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원통보전을 둘러싸고 있는 이 담장은 암키와와 흙을 적절하게 배열하고 수막새 대신 화강암을 둥글게 깎아 배열하여 장식성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기와를 가지고 이 공간과 저 공간을 경계 짓는 것은 담장뿐만이 아닙니다. 흔한 수키와로 기왓등을 이어 식물 앞에 놓으면 화단의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암키와는 조형미가 일품인 경계선을 이룹니다. 독락당에는 수놈들이 만들어낸 화단이 있고 실상사에는 디딤돌 역할을 하며 내던져진 듯한 수놈들이 있습니다. 달성 용연사에는 위와 아래의 층을 구별해 주고 있습니다. 봉정사 요사채 한편에 묻혀있는 김장독을 보세요. 땅을 파고 그 속에 독을 묻었는데 그곳에도 기와의 역할은 자못 대단합니다. 푸근한 짚이 깔려있고 짚으로 지붕을 얼기설기 엮은 그곳에는 수키와 몇 놈들이 그곳을 지키고 있는데 어머니의 정성을 지켜주려는 듯 장독을 둘러싸고 있는 그 모습이 늠름해 보입니다. 푸근한 짚이 어머니의 마음이라면 수놈들은 바닥에서부터 미물의 접근을 막고 있는 듯합니다. 그 수놈들을 시샘이라도 하듯 저 한쪽에는 암놈들이 담을 쌓고 그곳을 응시하고 있습니다. 흔한 기와 몇 개만으로도 공간분할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으며 그렇다고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이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는 놈들의 넉살이 여유롭습니다. 교훈 - 생산과 소멸 그리고 업보 기와의 본분인 기와지붕이 음양의 소우주라고 언급했고, 또한 기와가 경계 짓는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이제 좀 더 다양한 활용 사례를 찾아보고자 합니다. 기와는 굴뚝에도 쓰입니다. 영화 ‘동승’의 촬영지였던 영산암의 굴뚝도 약간의 흙을 섞어 대부분을 기와로 만들었습니다. 영화 속 도념이도 연기나는 그 굴뚝을 배경으로 어머니에 대한 애달픈 사랑을 가슴에 품었을 법합니다. 도념이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산사와는 다른 저 세상에 대한 호기심, 아울러 번뇌가 기와 사이로 품어져 나오면 어머니를 찾아 홀로 길을 떠납니다. 마곡사 굴뚝은 또 어떻습니까? 대광보전 오른편 요사 내에 자리하고 있는데 아랫부분을 수놈들이 수십 겹으로 든든하게 받쳐주고 암놈들은 흙과 섞이어 위로 갈수록 날씬해지는 모습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 굴뚝을 둘러싸고 강아지풀 등 자연이 그대로 자랍니다. 굴뚝 또한 자연의 연장임을 깨닫게 해줍니다. 경복궁 아미산의 굴뚝을 비롯해 조선시대 궁궐 굴뚝에도 기와가 제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 궁궐의 굴뚝과 담장은 전돌 등과 어울려 꽃담을 이루며 그 끝을 기와가 마무리합니다. 궁궐의 굴뚝에는 소나무, 대나무, 모란, 박쥐, 용, 학 등 자연이 숨어 있습니다. 범어사 종루 옆에는 탑처럼 생긴 소각장이 있습니다. 이곳이 대웅전 앞이 아니라 그렇지 위치만 바꿔 놓는다면 흡사 3층 전탑으로 오인받을 정도로 앙증맞습니다. 흙과 암키와를 섞어 지었는데 암키와들이 손톱모양의 제 얼굴을 들이밀고 있습니다. 이처럼 굴뚝은 생산을 의미합니다. 기와는 굴뚝에서 생산이 낳은 풍요를 지켜보는 한편 소각장에서 소멸을 지켜다 봅니다. 그리고 정작 자신은 집주인이 자신을 버리더라도 최후까지 그곳을 지키며 후대인들에게 기록을 보완하는 1차 사료(史料)로서의 역할을 해내는 아주 정 많은 친구입니다. 봉화에 있는 청량사는 기왓골을 이용한 배수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급격한 경사를 지고 절이 자리하다 보니 오르는 길 또한 경사도가 심한데 한쪽 길옆으로 암키와가 배를 드러내고 수키와가 물이 넘치는 것을 막으면서 긴 배수로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제일 긴 기와 배수로이지 싶습니다. 비가 소금강을 적실 때면 절에서 모여 내려오는 빗물이 미끄럼을 타고 질주합니다. 기와가 물을 막는 것만 아니라 물을 너그러이 수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통도사 식당 입구에는 암키와를 둘러 원형으로 만들어 놓은 퇴수구가 있습니다. 발우공양을 마친 후 허드렛물을 버리는 곳입니다. 바로 이곳에 아귀가 삽니다. 아귀는 전생에 지은 죄로 아귀도(餓鬼道)에 태어난 귀신을 말하는데, 목은 바늘처럼 매우 가늘고 배는 산처럼 부풀어 말 그대로 끊임없이 기아에 시달리는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철저한 절약정신과 함께 선한 업을 쌓을 것을 강조하는 교훈을 주는 이야기라 하겠습니다. 실상사 찻집에 들어서면 수키와를 쌓아 만든 책꽂이를 볼 수 있습니다. 수놈을 몇 겹씩 걸쳐놓고 그 위에 나무판자만 올려두면 멋진 책꽂이가 완성됩니다. 이렇게 기와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백 가지 천 가지로 제 얼굴을 바꿔 활용됩니다. 졸업을 앞둔 아이들에게 1년 동안 함께 지냈던 아이들이 곧 졸업을 하게 됩니다. 중학교에 진학하면 초등학교와는 많이 다를 텐데 잘 적응할지 걱정입니다. 벌써부터 콧수염도 나고 변성기에 접어든 녀석들도 많습니다. 외모에도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와는 온도가 조금씩 변할 때마다 조금씩 색깔이 다른 기와가 만들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옛 기와지붕을 보면 조금씩 색상이 다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성격을 가지고 졸업하는 녀석들을 떠올려 봅니다. 수업중 한시라도 입이 붙어있지 않는 민이, 뚱뚱한 체구에 착하기로 소문난 일이, 국어는 못해도 수학은 잘하는 영이, 축구라면 자다가도 일어날 욱이, 학예회 때 멋진 연기가 돋보인 호야 등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저마다의 개성을 간직한 채 쓰임새 많은 기와처럼 이 사회 곳곳에서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줄 것을 소원합니다.
김민정 | 서울 장평중 교사·시조시인 지난해 12월 학교에서 1박2일의 연수가 있었다. 2005학년도 학교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토론 및 토의를 위한 것이었다. 열띤 토론을 마친 다음날 산정호수 산책코스를 거쳐 광덕산에 올랐다. 응달에 눈이 약간 쌓여 있더니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더 많이 있었다. 아직 서울에는 첫눈이 조금 뿌리다 만 상태여서 비로소 처음 밟아보는 눈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맑은 날씨라서 멀리 보이는 겨울산은 앙상한 나무 사이로 아름다운 능선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산 정상에 오르니 기상관측소가 있었다. 습기가 적고 공기가 맑은 곳에 세워진 것 같았다. 문득 10여 년 전 소백산 등산이 생각났다. 구산중학교에 근무하고 있을 때다. 같은 학생들을 1학년부터 3학년까지 줄곧 가르쳤는데, 당시 2학년 학생들과의 추억담이다. 대학 수능일이라서 출근을 안 하고 있는데, 1학년 때 내가 담임을 했던 반 녀석들이 여행을 가자고 졸랐다. 그 해에는 여학생반을 담임하고 있어서 여학생들에게도 같이 가자고 하였으나, 집에서 반대를 하신다 하여 남학생 세 명만 데리고 소백산을 가게 되었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가 소백산 입구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희방폭포가 가까운 곳이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소백산 정상인 비로봉을 향해서 등산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에서만 주로 자라 등산을 안 해 본 아이들이라 가파른 언덕길을 오를 때는 나보다 더 힘들어했다. 더구나 우리는 정상에서 점심을 직접 해 먹기 위해 물과 버너 등을 준비해 짊어지고 올라갔으므로 더욱 힘이 들었다. 연화봉을 넘고, 몇 개의 능선을 지나 마침내 정상인 비로봉에 도착하였다. 11월이었지만 산 정상이라 바람도 차고 추웠다. 힘들고 추웠지만 배가 고팠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돌탑 옆에 버너를 피우고 바람을 막아가며 밥을 지었다. 극도로 배가 고픈 상태에서 먹는 카레밥은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았다. 우리는 잠시 정상 정복의 기쁨을 만끽한 뒤 하산을 서둘렀다. 풍기에서 6시에 출발하는 차표를 미리 예매해 두었기에 그 시간에 맞추자면 여유가 없었다. 사력을 다해 내려왔지만 풍기까지 가자면 도로를 따라 4킬로미터 이상을 걸어야만 했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는 도중에 지혁이가 다리를 삐끗하는 바람에 걸음을 빨리 걸을 수가 없으니 난감하였다. 차 시간이 그렇게 넉넉하게 남아 있지 않아 염려스러운 나머지 “내일 학교에 못 가면 어떡하냐”고 모범생들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자동차가 자주 다니지도 않는 외진 곳이라서 무작정 길을 따라 걸었다. 다 살게 마련인지, 천우신조로 빈 택시 한 대를 만나 무사히 역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풍기역에 도착하니 이제는 여유가 생겼다. 출발 시간까지는 거의 40∼50분의 시간이 남아 있어 간단히 목욕까지 할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우리는 자기들의 장래에 대한 희망 등을 이야기하며 서울에 도착하였다. 추억의 1박 2일 여행이었다. 소백산 일기 1 -사랑하는 제자들아- 철쭉나무 낮게 깔린 능선과 능선 사이엔 안개와 구름과 건너산의 눈부신 햇살 사랑도 너와 나 사이 낮게낮게 깔리더라. 소백산 정상에서 카레가 끓는 동안 빨갛게 녹아내린 우리들의 겨울하늘 모두가 아름다워라 꿈결처럼 고와라. 투명한 건 눈부신 건 햇살뿐이 아니었어 푸른 웃음 푸른 얘기 싱그러운 너의 눈빛 또 하나 능선을 그려 놓고 오늘밤은 별로 뜨자. 그 때의 추억을 생각하며 썼던 시조이다. 10년이 지나 나는 늙어가고 그 제자들은 군대를 제대한 뒤 늠름한 청년이 되어 대학에 복학하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지금도 인연은 이어져 스승의 날이면 잊지 않고 찾아오는 고마운 제자들, 그 때의 귀엽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어린다. 추억에 남을 고생도 해보고 호연지기를 길렀던 것이 지금까지 돈독한 관계를 유지시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사랑한다. 얘들아.
신천호 / 한의사 간단한 감기 예방법 항상 감기에 걸려있는 사람은 앞에서 말한 마찰법을 이용해서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감기와 관련한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민감한 부위인 코를 마찰하는 게 좋다. 날씨가 비정상일 때는 조금만 주의를 게을리해도 쉽게 감기에 걸릴 수 있다. 감기에 걸리면 몸이 편치 않을 뿐만 아니라 기분도 큰 영향을 받게 된다. 수많은 환자들이 병원을 두루 돌아다니며 이 약 저 약 먹어보지만 마땅한 치료법이 없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장기적으로는 몸이 약해지면서 병이 많아져서 걱정이 그치질 않는다. 이러한 감기 환자들의 요구에 맞춰 실용적이면서도 쉽게 배울 수 있는 ‘인중마찰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검지로 콧대 아래쪽에 있는 ‘인중’ 부분을 마찰하면 된다. 인중은 코끝과 윗입술을 이어주는 도랑처럼 생긴 곳의 정중앙에 위치한다. 인중은 글자 그대로 사람의 몸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위험한 혈도이다. 인중이 왜 중요하면서도 위험한가? 예를 들어가며 설명해 보자. 예를 들어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거나 빈혈로 의식을 잃은 사람에게 침뜸으로 인중을 자극하면 의식을 회복하게 된다. 다만 힘을 주어 이 혈도를 자극하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다. 그래서 마찰할 때에는 가볍게 접촉해야 하며, 절대로 지나치게 힘을 쓰면 안 된다. 이 밖에 항상 감기에 걸려 있는 사람은 코가 막혀 공기가 통하지 않거나 비염증상이 발생하기 쉬운데, 감기를 잘 치료하고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른 마찰법을 써볼 수 있다. 즉, 인중 앙 옆에 있는 화료혈을 마찰해서 자극하면 코가 막힌 것과 비염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평소에 연습을 하면 약물이 더 이상 필요없을 것이다. 콧병을 예방하는 마찰법 항상 감기에 걸려있는 사람은 앞에서 말한 마찰법을 이용해서 건강을 회복할 뿐만 아니라 감기와 관련한 증상이 가장 잘 나타나는 민감한 부위인 코를 마찰하는 게 좋다. 코에서는 축농증, 비염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간혹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불안 초조해지며, 머리가 무겁고 발 힘이 약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평소에 다스리지 않다보니 결과적으로 상황이 더 나빠지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악화를 경험하기도 한다. 이러한 콧병을 예방하려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평소에 마찰법을 연습해둬야 한다. 1) 양손의 검지를 코 양쪽에 놓고 위 아래로 마찰한다. 2) 콧병이 경미한 사람은 36회를 하고, 축농증이 경미하거나 과민성 비염이 있는 사람은 마찰 횟수를 배로 늘여서 적어도 72회는 해야 한다. 이런 마찰법은 코 부위의 병증에 매우 좋은 효과가 있다.
곽해선 | 곽해선경제교육연구소 소장(www.haeseon.net) 나라 경제가 계속 좋지 않다. 최근 우리 경제는 서비스업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산업생산의 증가율이 떨어지고, 재고는 늘어나는 등 경기 하락세가 뚜렷하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외 변수에 취약한 우리 경제에 영향력이 큰 환율, 국제유가 등이 급변함에 따라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한층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2005년에도 경제 사정은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작년에는 그래도 상반기까지 수출이 예상 외로 잘 됐다. 하반기에는 성장률이 둔해졌지만, 그나마 내수(국내 수요)가 지속적으로 부진했던 것을 수출이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지난해 우리 경제는 성장률 4%대를 지켜냈다. 하지만 올해는 수출 증가세가 작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내수는 계속 부진하다가 소폭 회복될 전망이다.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대개 올해 우리나라 경제의 성장률이 작년보다도 낮아져, 전년 대비 4% 밑에 머물게 되리라고 본다. 이나마 경제 부진이 심각해 민생의 어려움이 심하기 때문에 정부가 모색중인 여러 가지 경기 활성화 대책이 그런 대로 먹혀들 때 얘기다. 만약 정부의 경제회생 정책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국제유가나 환율 등 외부 여건이 예상보다 악화될 경우에는 올해 경제의 연간 성장률은 전년 대비 3%대 초반이나 심지어 2%대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나와 있다. 상반기 더 어렵고 하반기 나아진다 올해 상반기까지는 작년에 이어 내수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성장세가 둔해진 수출도 한층 성장세 둔화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요인은 첫째, 세계경제 성장세가 작년에 비해 둔해지는 것을 들 수 있다. 세계 경기 둔화와 함께 IT산업도 성장이 둔해지고 이에 따라 반도체 등 우리나라의 주력 수출품인 IT제품의 국제 판매시세도 하락할 전망이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 강세도 우리 기업의 수출을 불리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국내수요와 해외수요가 다 함께 부진함으로써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상반기 대비 2%대 후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하반기 성장률은 작년 하반기에 비해 4%대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내수 부문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소비가 더 이상 줄어들 여지가 없을 정도로 줄고 나면 그 다음은 서서히 늘어나게 마련이다. 이것을 기술적 반등효과라고 하는데 올해 하반기에는 이런 효과가 나타나리라고 예상된다. 여기다가, 정부의 경기활성화 대책이 시차를 두고 효과를 나타내면 소비가 그동안의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돌아서는 데 탄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내수 부문의 성장 기여도가 점차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할지라도 내수 회복은 당장 빠르고 광범위하게 일어나기는 어렵고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결국 부진한 수출에다 회복세가 미미한 국내수요를 더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불가피하게 작년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다만 경기 흐름은 작년부터 이어져 온 경기 하강세가 올해 중반경까지 지속되다가 하반기부터는 완만하게 회복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이 상반기에는 낮으나 하반기에는 다소 높아지는 양상을 띨 것으로 보인다. 소비회복은 좀 더 시간 필요해 내수, 즉 국내수요의 주축을 이루는 것은 민간소비, 건설투자, 설비투자 등을 들 수 있다. 먼저 민간소비는 증가율이 연간 작년 대비 1.9%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가계소득 측면에서, 고용사정이 나빠졌고(실업률 상승 3.5%→3.6%), 임금상승률이 둔해진 사정(5%대→4%대)을 배경으로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전반적으로 약해져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2001년부터 2002년 사이 많은 가계가 무리하게 돈을 빌려 아파트 등 부동산에 투자하느라 빚을 졌고, 이젠 그 빚 상환을 위한 저축을 늘리고 있어서 구매력이 한결 위축되어 있다. 여기에다, 불황 탓으로 위축된 소비심리와 주택건설 경기 위축 등이 소비 회복속도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민간소비와 연관효과가 큰 주택건설경기의 위축도 소비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는 2002년 상반기에 급증했던 3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의 만기가 집중적으로 돌아오므로 가계의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데다, 최근의 소비심리 위축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상반기 민간소비는 1%도 늘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다만, 하반기 들어서는 내구재를 중심으로 2년 이상 억제되었던 소비수요가 바닥을 치고 다소 살아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최근의 원화절상은 수입물가를 떨어뜨리고 나아가 물가 전반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물가하락에 힘입은 가계의 실질구매력이 상반기에 비해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경기확대 정책이 효과를 나타낸다면 민간소비의 증가폭은 하반기에 좀 더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2004년 하반기 대비 3%를 넘지 못할 수준으로 보이므로, 소비가 본격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의 소비부진은 경기순환에 따른 불황 탓도 있지만, 소득 양극화나 고용의 질 악화, 고정지출 부담 증가, 그리고 가계부실 등 우리 경제의 구조적 요인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이 크게 작용하고 있으므로 본격적 소비 회복에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계 부실은 내수 경기가 회복될 경우 다소 완화될 수는 있겠지만 지금 우리 가계의 부채 수준이 너무 높고 부채상환능력은 취약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크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향후 명목소득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가계신용의 조정은 2006년경까지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건설투자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보수적으로 집행할 경우 내수회복 속도를 부진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정부가 건설경기를 연착륙시킬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3년 10·29 부동산 규제시책이 나온 이후 작년 민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건설수주와 건축허가면적 등이 크게 감소한 효과가 시차를 두고 올해부터 나타나는 데다, 작년 이래 하향 안정세를 보인 부동산 가격도 계속 하락세를 보이면서 건설투자는 거의 제로 성장에 머물 전망이다. 다만 정부의 올해 종합투자계획에 따라 고속도로, 철도 등 SOC 사업이 일정 차질 없이 추진되고 항만이나 공항시설 확충, 국민임대주택 건설 등 공공부문 건설투자가 확대된다면 건설투자 증가율은 1~2%p 정도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건설경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부동산가격은 정부의 부동산시장 안정 대책, 주택공급 초과의 영향으로 개발 수요가 예상되는 일부 토지를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매매가격에 선행하는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2001년 말 70% 정도에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 해 11월에는 59.5%까지 떨어져 올해 주택매매가격의 전반적 약세를 예고하고 있다. 더구나 올해는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제가 강화되고 2002~2004년에 지은 아파트의 신규 입주 물량도 넘쳐날 것으로 보여 주택가격은 연간으로 3~5% 정도 하락할 전망이다. 설비투자는 수출 둔화에 따른 가동률 하락, 주력 IT제품 가격의 하락 등으로 작년에 투자를 주도했던 IT산업의 투자 수요가 둔화되겠지만, 대기업은 최근 설비투자의 수익성이 호조를 보인 데다 원화가치가 오르면서 원화표시 수입 자본재의 가격이 하락하는 효과 등에 힘입어 작년과 같은 5%대 증가율을 유지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투자는 좀처럼 회복되기 어려워 보인다. 내수 부진과 낮은 수익성, 취약한 재무상태로 인해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중소기업들은 투자를 늘리기보다 가동률을 조정함으로써 수요 변화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수출 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진다 올해 수출은 미국, 중국 등 주요 수출대상국의 성장세 둔화, 반도체 등 IT제품 가격 하락, 원화 강세 요인 등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전망이다. 특히 작년에 높은 증가율을 보였기 때문에 올해 수출 감소가 상대적으로 증가율 감소폭을 부각시킬 것이다. 수출은 작년 대비 8.0% 증가(금액, 통관기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수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지표가 경제협력기구(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작성하는 ‘OECD경기선행지수’인데, 이 지수가 작년부터 10개월 연속 하락세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마저도 경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보여 우리의 수출물량 둔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수출 증가율 둔화에는 물량 외에 수출단가 하락도 작용할 것이다. 작년에는 수출단가가 7.1% 가량 상승해 수출금액 증가에 27% 정도 기여했으나 올해 수출단가는 반도체, LCD 등 우리나라의 주력 IT수출제품을 중심으로 3% 이상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수출 주력기업은 수출 둔화와 함께 수익성이 크게 악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수출물량 감소도 문제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에 따라 원화로 환산한 수출 매출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올해 수출금액은 8% 정도 증가(달러 기준)하더라도 원화표시 기준으로는 6% 감소(원/달러 환율 연평균 1000원 적용 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수출 채산성 악화와 함께 최근 일본의 재무상은 올해 우리 수출기업에 또 다른 어려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근 일본은 15년간 지속된 장기불황에서 벗어나 우리나라가 주력하는 수출 분야에서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우리 기업과 일본 기업 간 경합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국내 수출 기업의 매출과 수익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 업체들이 기술 로열티를 높게 요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주목된다. 수입은 작년에 비해 얼마나 늘어날까. 수입이 늘어나려면 내수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 그러나 내수 회복은 소폭에 그칠 것이다. 내수 회복이 소폭에 그치더라도 국제유가가 오른다면 수입액은 늘어나겠지만 올해 국제유가는 작년보다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의 급격한 원화절상은 수입상품 가격을 하락시키고, 그 결과 수입이 늘어나기 쉽게 할 것이므로 수입 증가율이 수출 증가율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일 전망이다. 물가 안정, 고용 다소 악화, 환율 1000원, 저금리 지속 올해 물가는 작년에 비해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요금 인상 등이 우려되지만, 총수요 압력이 미미한 데다 임금상승률 둔화, 국제유가 안정, 그리고 무엇보다 원화절상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는 작년보다 0.8%p 낮은 연간 2.8%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고용사정은 다소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출기업의 추가적 고용창출이 제약되는 데다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에 대비한 구조조정 등으로 실업률은 작년보다 소폭 높은 3.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950~1050원 사이에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대외적으로 미국의 쌍둥이 적자, 중국 위안화 절상 가능성 등 달러화 약세 요인이 미국의 금리 인상, 일본 및 유럽의 공조 가능성 등 달러화 강세 요인을 압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도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 원화강세 요인이 저금리, 성장률 둔화 등 원화약세 요인보다 우세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는 상반기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회복세가 하반기에 가서야 가시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물가상승 압력도 작년보다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콜금리 역시 경기진작을 위해 올해 상반기중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경기 회복에 따라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응해 미국 중앙은행(FRB,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은 지속적으로 정책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외 금리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중금리는 하반기에 상승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콜 금리가 더 이상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되면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값은 하락세를 예고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권에 투자했던 시중자금이 채권시장을 이탈할 것이고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의 학력증진 방안에 따라 올해부터 초등학교 성적표가 바뀐다면 이는 일제시대 이후 생겨난 성적표 양식 중 4번째로 기록된다. 일제시대에 `갑을병정' 식으로 성적이 표시되다 해방 이후 `수우미양가' 방식으로 바뀌었으며, 이는 90년대 중반까지 40여년 간 이어져 왔다 이 방식은 그러나 서울시 교육청이 지난 96년 각 학교에 장학지침을 시달, "서 술식으로 기술하라"고 지시하면서부터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각 초등학교는 현지 실정을 고려해 시차를 두고 적용하기 시작해 지난 98년께 `수우미양가' 방식의 성적표를 완전히 없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 후 성적표에는 "그림 그리기를 잘하고 과학실험을 잘한다..."는 식으로 통지됐으며, 이 때문에 자녀의 성적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학부모들이 불만이 이어져 왔다. 이번 학력신장 방안에 따라 바뀌게 될 성적표는 학교마다 자율로 선택하겠지만 과목을 단원별로 세분해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의 수준을 표시한 뒤 다시 교사가 총평을 하는 식이 될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물론 초등학교 학생기록부에는 통지표에 뭐가 포함되든 교사의 성적 서술 내용만 기록된다. 지난 2001년 3월 교육인적자원부 훈령 `초.중.고 학교생활기록부 전산처리 및 관리지침'에도 "초등학교의 교과학습 발달상황은 각 교과의 학습활동 진보 정도, 수 행평가 결과, 특징 등을 종합하여 `세부능력 및 특기 사항'란에 과목별로 간략하게 문장으로 입력한다"고 명시돼 있다.
서울시 교육청이 학부모들의 불만을 사왔던 초등학생 성적 통지방식을 `알기 쉽고, 자세하게' 통지하기로 해 향후 어떻게 바뀔지 주목된다. 시 교육청은 지역교육청의 추천자료나 외국의 사례 등을 종합, 각 학교에 제공해 학부모와 교사들의 의견을 수렴해 자율적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할 계획이다. 동부교육청이 작년 11월부터 열고 있는 `학력신장을 위한 평가통지 양식 전시회'에서 학부모들은 점수 제시형을, 교사들은 영역별 단계형 통지방식을 각각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영역별 단계형 통지방식도 선호 대상 중의 하나지만 교사 1인당 담당 학생수가 많다는 점에서 실현될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교육계에서 거론되고 있는 초등학교 성적통지 유형을 정리해 본다. ▲영역별 서술식 단계형 = 국어, 수학, 바른생활 등 해당 교과의 수행평가 분야별로 `매우 잘함', `잘함', `보통', `노력요함' 등의 수준이 체크된다. 평어(수.우.미.양.가)를 용어만 바꾼 것처럼 비칠 수 있지만 한 과목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한 과목의 3∼4개 단원별로 각각 2∼3개 분야로 세분해 평가가 이뤄진다. 즉, 국어과목의 경우 말하기, 듣기, 쓰기 등 단원별로 구분해 `이야기를 듣고 시로 표현할 수 있는지', `글의 짜임에 따라 글로 요약은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수준을 상세하게 표시하는 것. 또 학습태도나 생활태도도 같은 방식으로 표기되기 때문에 자녀가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 남을 배려하는 태도는 어떤지, 책임의식은 있는지 등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여기에 과목별로 서술식 평가가 함께 이뤄지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학업 수준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영역별 체크형 = 과목별 수행평가 영역을 5∼6가지로 예시한 후 3∼4단계로 학생 수준을 구분하는 방식이다. 국어를 예로 들면 내용연결 능력이나 분위기 파악 능력 등 각 영역에 따라 `⊙-○-△'식의 단계형 평가가 이뤄진다. 물론 이러한 평가와 병행해 학습의 계획성은 어떤지, 적극성을 보이는지, 문제 해결능력은 어떤지 등에 대한 수준도 `⊙-○-△' 형태나 `상-중-하' 식으로 표기된다. ▲점수.서술 혼합형 = 1, 2학기 중간.기발고사별로 개인의 과목별 점수와 학년 평균점수 등이 제시하며 현재의 서술평가를 덧붙이는 방식이다. 즉, 100점, 95점, 89점 등의 방식으로 한 지필평가 점수가 제시되며 교과별로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서술하는 형식이다. 따라서 `수우미양가' 방식보다 한발짝 더 나아갔다고 보면 되지만 보편적인 초등학교 성적통지 방식으로 채택되기는 다소 어렵다. 미국에서는 표준 미흡, 표준 근접, 표준, 표준 초과 등 4단계로 학생 수준을 나눈 후 단계별로 100점 만점의 점수를 주는 방식을 활용하는 학교가 많다. ▲서술형 = 현재와 같은 방식이지만 다소 상세한 것이 특징이다. 자연과목의 경우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과 태도, 초보적인 과학지식, 탐구방법의 적용, 창의적 문제해결력 등에 대한 평가 내용을 서술하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의 일부 학교가 A4지 10여장 분량으로 상세하게 전달하는 것처럼 상세한 성적 통지방식이 아니라면 현재의 서술형과 같이 학부모들에게 혼란만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수립 후 현 참여정부까지 교육장관(부총리)의 평균 임기는 1년2개월이며, 최장수 장관은 전두환 정권 당시 3년4개월22일 재임한 이규호(25대)씨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일 한국대학신문에 따르면 안호상 초대 문교부 장관부터 이기준 전 교육부총리까지 57년간 47명의 장관 임기에 대한 조사 결과, 평균 임기는 1년2개월 정도로 나타났다. 이규호씨에 이어 `장수' 장관은 박정희 정권 때 민관식(20대ㆍ3년3개월13일)씨가 뒤를 이었고, 최단명 장관은 도덕성 시비로 5일만에 물러난 이기준씨였다. 또 제2공화국 당시 윤택중(9대) 장관은 5ㆍ16 군사쿠데타로 17일만에 물러났으며, 국민의 정부 당시 송자(41대) 장관은 도덕성 논란으로 24일만에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재임 2년을 넘긴 장관은 백낙준(2대)과 이선근(4대)ㆍ최재유(6대)ㆍ홍종철(19대)ㆍ유기춘(21대)ㆍ손제석(27대)ㆍ정원식(30대)씨 등 7명에 불과했다. 최근 장관 임기가 갈수록 짧아져 지난 12년간 15명이 바뀌었으며, 평균 재임기간이 문민정부때 1년, 국민의 정부때 8.6개월이었으며 참여정부도 2년도 안돼 3명의 부총리가 교체됐다. 문민정부 출범 후 갈수록 장관들의 임기가 짧아진 것은 입시부정이나 수능파문 등 장관의 자질 및 도덕성 문제 등으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잦은 교체가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역대 장관 중 두 차례 교육부 수장을 맡은 것은 권오병.안병영씨로 권씨는 박정희 정권 때 16ㆍ18대 연달아 장관에 발탁됐고, 안 전 장관은 문민정부에 이어 참여정부에서도 발탁됐다.
"교육받을 기회의 평등은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대표적인 자립형 사립고교 시범학교인 강원도 횡성의 민족사관고 학생들이 교육환경이 열악한 전국의 벽지 분교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교육 봉사' 활동을 펼치기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민족사관고 인터넷 교육 자원봉사자들은 최근 '가르치미'라는 홈페이지(www.garchimi.com)를 개설하고 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홈페이지 운영자인 박경근(18.국제반 3년)군이 앞장서는 등 1, 2학년생으로 구성된 22명의 자원봉사 강사들은 산간벽지와 섬마을 등 교육 사각지대에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분교 어린이들에게 영어와 수학, 과학 과목을 위주로 최고의 강의실력을 선보이겠다는 의욕을 감추지 않았다. 교육당국은 물론 어른들조차 관심을 갖기 어려운 분교생들을 위한 민족사관고생들의 인터넷 교육 봉사는 우선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자체 강의록(교과서)을 올려 놓으면 분교생들이 접속, 이를 이용하게 되며 채팅을 통한 1대 1 교육과 질문게시판을 활용한 질의.응답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들은 '교육의 기회 평등화' 라는 취지에 맞도록 철저히 분교생들을 위한 강의를 위해 회원가입과 학생등록 절차를 통해 신분을 확인하고 해당 분교 교사가 직접 관리자(☎011-9607-4878)에게 연락토록 했다. 무료 교육봉사를 착안하고 홈페이지를 개설한 김군은 "곧 시행될 경제특구 내 외국학교 설립법과 급증하고 있는 사교육의 문제가 우리 교육발전을 저해하고 교육받을 기회의 평등을 깨뜨려 대도시 또는 부유한 가정의 학생들과 시골.빈곤한 가정의 학생들의 격차를 더욱 벌어지게 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이 방법을 찾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넷 등을 통해 전국의 분교를 직접 찾아내 현재까지 60여곳의 분교에 교육에 대한 설명과 홍보를 했다"며 "나름대로 최고의 실력을 갖춘 강사들인 만큼 어린 동생들이 많이 참여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족사관고는 현재 동아리인 '기쁨공부방' 회원들이 매주 평창군 미탄중학교를 찾아 영어와 수학 학습활동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사장 문용린)과 에스텍시스템(대표이사 박철원)은 31일 프레스센터에서 학교폭력 피해 청소년 지원을 위한 '청소년 경호지원 협약식'을 맺었다. 이번 청소년 경호지원 프로그램은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펼치는 '수호천사 운동'의 일환으로 학교폭력 때문에 외출이나 등교 자체를 두려워하는 학생이 이 프로그램을 신청해올 경우, 등하교시에 사복 경호원들이 동행하게 된다. 경호지원에 따른 비용은 전액 에스텍에서 부담하게 된다. 청예단 관계자는 "작년 10월 전남 목포의 중학생을 대상으로 첫 경호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했는데 처음에는 등교조차 불안해하던 아이가 공포감 없이 학교에 다니게 됐고 부모님들도 매우 만족스러워 하셨다"고 전했다. 문용린 이사장은 "경호지원은 청소년 폭력을 예방하는 세계적인 모델이 될 것"이라며 "공포 속에서 범죄를 견디고 있는 초중고교생들에게 큰 선물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청예단 고문이기도 한 박철원 대표이사는 "앞으로도 청소년 지원사업을 다양하게 확대하겠다"면서 "모두가 내 자녀라는 생각으로 아이들이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