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6,956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국제고 설립을 추진하고, 과학뿐만 아니라 예체능, 일반과목까지 영재교육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 흡연과의 전쟁을 통해 연말까지 청소년 흡연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고, 서울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최소한 생활영어는 가능하도록 하겠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서울교육 방향을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의 주요 계획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영어와 중국어 교육의 활성화, 흡연과의 전쟁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서울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적어도 생활영어는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특히 30%에 달하는 청소년 흡연율은 연말까지 10%까지 떨어뜨릴 겁니다."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하셨는데 앞으로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어떤 조치를 받게됩니까. "비행기 안에서는 담배 피울 생각을 안 하듯 교실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자율에 맡기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6월부터는 학교를 절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겁니다. 6월까지의 계도기간 중 좋은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교육여건 개선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고1학년은 3월부터 학급당 35명 이하로 수업할 수 있게 됩니다. 2, 3학년은 70∼80% 정도 해결됩니다. 중학교는 현재도 학급당 인원이 33명이라 문제될 게 없습니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26명에서 40명까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교실을 지을 수 있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게 애로 사항입니다." -신학기 초등교원수급은 어떻습니까. "서울의 초등교원 수급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금년에 초등교사를 850명 확보했는데 신학기에 600명밖에 소화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학기가 되면 휴직하는 교사가 많아 나머지 교사를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보충수업은 계속 불허할 방침입니까. "정규 수업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입니다. 다만 특기 적성 교육은 적극 권장할 겁니다." -수능총점석차제 폐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총점제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대학 못 들어 간 것 아시죠? 총점제 폐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서 문제가 되었는데, 수능은 쉬워야 합니다. 1999년도 수능 수준이 적당합니다. 교수가 출제해서는 난이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고교교사들이 출제하면 난이도는 쉽게 조절됩니다." -중학생 조기유학 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영어교육 때문에 과열 현상이 일고 있는 겁니다. 굳이 영어 때문에 유학 보낼 필요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고등학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우선 정비해야 합니다. 국제고를 운영하면 적은 돈으로도 외국 유학 보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부적격 교사 퇴출'을 언급하신 바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선진국의 예를 들겠습니다. 독일은 교사 안식년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신·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러시아는 교사임용권은 철저하게 교장이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서울교육을 되돌아 볼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과 아쉬운 것 한가지씩만 든다면.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과 초등 교수-학습방법 개선에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고교에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별 진척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입시 때문이죠." 유 교육감은 영어교육활성화 방안으로 토플 600점 이상자만 영어교사로 임용하고, 외국의 홈스테이, 원어민교사 초청 등을 활성화 시킬 방침이라고 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우리와 직접 관련이 많고 발전속도가 빠른만큼 중국어 교육을 중시할 것이며 그 방안으로 60명의 중국어교사들을 연차적으로 6주 간씩 중국연수를 시키고, 교사연수를 위해 중국인 2명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립형사립고는 섣불리 도입하면 입시과열만 초래할 뿐이며 먼저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교육을 바꾸는 '서울교육새물결운동'은 하드웨어에서 교수-학습방법인 소프트웨어 쪽으로 초점을 옮길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의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요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이 학교별, 학생개인별 학업성취 수준과 서열이 한 눈에 드러나는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도입을 제안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25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 수립을 위한 세미나'를 열고 2000년부터 전체 학생 중 1%이내 학생들만을 대상으로 시행해 온 `표집형 평가'와 함께 올 12월경 초등3, 6년, 중3년, 고1 또는 고3년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한 `전집형 평가' 도입 시행을 제안했다. 평가원 방안에 따르면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종전과 달리 학업성취도만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그 결과를 학교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관리하는 데 활용하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에 따라 비공개를 원칙으로 했던 종전과 달리 상당부분을 공개할 방침이어서 파급 효과가 크고 논란이 예상된다. 공개 정도를 살펴보면 각 개인별 성취수준 도달 정도(최우수,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5단계 판정, 고교생의 경우는 전국 단위 백분위 점수)를 학교 및 학부모에게 알린다는 것. 또 각 학교에는 성취수준의 각 단계 도달 비율을 알린다. 다만 학교의 서열 정보는 국가 및 시도교육청에서 파악할 수 있게 하되 그 외는 비공개로 한다는 것이다. 전집형 평가 대상 교과는 국어, 사회, 수학, 과학, 영어 등 5개 과목으로 하되 초등3년생의 경우는 국어, 수학만 치룬다. 평가 는 매년 12월 중순 실시를 제안했다. 교육과정평가원은 전집형 평가를 실시해야 국가 수준에서 교육의 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할 수 있으며 평준화지역과 비평준화지역간의 성취도 분석, 학급당 인원수와 성취도 관계 분석,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별 성취도 분석, 수능시험 성적과의 상관 분석, 학교 유형별 성취도 분석, 학교환경과 성취도 관계분석 등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이 세미나에서 한국교총 홍생표 선임연구원은 "학업성취도 평가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우리의 교육적 현실을 고려한 평가체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전제 △여러가지 조건이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나친 학교교육의 책무성 강조는 부작용을 초래할 우려가 있고 △전집형 평가는 매년 하지 말고 몇 년 주기로 하는 게 합리적이며 △평가 대상도 초등4년 또는 5년, 중2년, 고2년 등 3개 학년을 대상으로 하고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성취도 평가 결과가 교사나 학교, 교육청을 평가하고 책임소재를 따지는 데 활용되지 않아야 함을 지적했다.
"남들은 저에게 봉사한다고 칭찬하지만 저는 그 '일'을 통해 진정한 사랑을 배우고 보람을 느끼기 때문에 오히려 감사할 따름입니다" 윤헌원 교사(충남 논산 덕은중·43)의 그 일은 대전교도소 논산구치소에서 수감자들을 상대로 일주일에 한 번씩 국어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논산구치소는 전국의 교도소 재소자 가운데 중학교 졸업자격이 없는 사람을 선발, 고입 및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시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윤 교사가 논산구치소를 찾기 시작한 것은 올해로 4년째. 교도관들의 수업만으로는 한계를 느낀다는 구치소 측의 설명에 앞 뒤 재지 않고 나선 것이 인연이 됐다. 한 순간의 실수나 잘못으로 인해 가족과 사회로부터 격리돼 인고의 수감생활을 하는 재소자들에게 하는 수업은 그들의 마음부터 열어야하는 어려움이 있게 마련이다. "요즘 사회에서는 자장면 값이 얼마냐"는 등의 일부 냉소적 반응도 있었지만 학교에서보다 더 열심히 그들을 가르쳤다. 수업의 흥미를 끌기 위해 틈틈이 바깥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며 우스개 소리도 들려줬다. 윤 교사의 열의에 수감자들 태도가 바뀌면서 오래지 않아 성과가 나타났다. 2000년 8월 실시된 고입 검정고시에 응시한 78명 전원이 합격한 것이다. 특히 이 모씨는 수석합격을 차지, 윤 교사를 행복하게 만들었다. 살인과 강도상해죄로 수감중인 이 씨는 목포교도소에서 이감되기 전 이미 창호제작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못 다한 학업에 남다른 노력을 보이던 터라 기쁨은 더 컸다. 지난해 8월에도 김 모, 이 모씨가 고입 검정고시에서 충남 공동수석의 영광을 안았다. 윤 교사는 "제자(?) 중에 살인죄로 10년형을 선고받고 5년째 수형 생활을 하고 있는 남 모씨의 경우 맨 앞줄에 앉아 숨소리 하나까지 놓치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며 "향학열에 불타는 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 이 일을 멈출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윤 교사는 "재소자나 출소자를 도와 그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몫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충청남도가 실시한 자원봉사 체험수기 공모에서 '어둠을 밝히는 횃불이 되고 싶다'라는 제목의 수기로 최우수상을 받기도 한 윤 교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는 분들이 너무 많은데 기사가 나가면 부끄러울 것 같다"며 인터뷰를 한사코 사양했다. 그러면서 윤 교사는 수업시간을 배려해주신 박계문 교장선생님과 자신과 함께 논산구치소에서 영어수업을 담당하는 같은 학교 윤충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10일 오전 11시 서울 논현초 도서관. 책을 든 사람은 보이지 않고 컴퓨터 모니터를 보며 마우스를 클릭하거나 해드폰을 낀 학생·주민들만 눈에 띈다. PC방인가? 착각마저 드는 이 곳은 지난해 11월 개관한 `전자도서관'. 난데없이 초등교 교실에 들어선 첨단 전자도서관은 바로 서울 강남구가 추진 중인 `주민·학생의 생애학습을 위한 초등교 전자도서관 설립계획' 때문이다. 현재 6개 도서관에 30만 권의 도서를 보유한 강남구는 선진국 수준의 평생학습 지원을 위해서는 최소 20개 도서관과 100만 권 이상의 도서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돈. 혈세는 아끼면서 신속히 설치하고 이용 효과를 극대화 할 장소로 초등교 유휴교실이 낙점됐다. 그래서 지난해 말 도성초등교를 시작으로 논현·대현·언북·개포초에 최첨단 전자도서관이 속속 문을 열어 지역주민과 학생들에게 크게 환영받고 있다. 문화공보과 조한중 과장은 "유휴교실을 개·보수해 전자도서관을 설치하면 토지매입비, 건축비가 따로 들지 않아 수십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도서와 시설투자에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전자도서는 모니터를 통해 30명이 동시에 특정 신간도서를 같이 읽을 수 있고 도서 구입비도 일반도서보다 50%나 싸서 시간과 비용 절감 효과도 크다. 각각 교실 2개를 터 30∼60평, 24∼44석 규모로 조성된 전자도서관은 전문사서가 관리를 맡으면서 최신형 컴퓨터와 해드폰, 좌석을 나누는 깔끔한 파티션, 복사기, 프린터를 기본으로 일반도서 4000권, `e-book'(전자도서) 2000권은 물론 공기청정기, 난방기까지 설치해 쾌적한 환경에서 독서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특히 전자도서는 단순히 화면에 뜬 활자를 읽는 수준을 넘어 구연과 애니메이션 기능까지 있어 방학중에도 해드폰을 낀 채 모니터를 응시하는 학생·주민으로 북적인다. 만화영상으로 엮어진 세계사·한국사 등은 특히 인기다. 김인휘(언북초 6학년) 군은 "현란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책을 읽어주기까지 해 책보는 재미에 쏙 빠졌다"며 "원어민의 음성으로 읽어주는 영어책을 보며 공부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3학년 학부모 이현주 주부는 "상도 등 신간도 금세 접할 수 있고 딱딱한 역사도서는 만화로 제작된 것도 있어 흥미롭다"며 "집에서도 아이 ID로 전자도서를 읽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다. 강남구는 이 같은 전자도서관을 올해 10개 학교에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25억원의 예산도 이미 확보했고 일선학교의 설치신청도 쇄도하고 있다. 수업에도 활용하고 아이들 독서교육에도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으리란 기대 때문이다. 권문용 구청장은 "앞으로 30개 학교에 전자도서관을 설치해 무료 개방하고 국회도서관 등 국립도서관에 있는 전자도서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영규(서울고 교사) 선진 문물을 배워서 국가 사회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뜻있는 청년들이 선진국에 유학하는 일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던 것으로, 해외 유학은 저 멀리 고대 신라의 숙위학생(宿衛學生)으로부터 최근의 국비 유학생에 이르기까지 국가적 교육 사업의 일환으로도 이루어져 온 바가 있다. 더욱이 오늘날과 같이 세계화의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해외 유학은 권장하여야 할 사항일 수도 있다. 그리하여 최근에는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국제화, 세계화를 표방하며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과 자매 결연을 맺고, 우수 학생들의 외국 대학에서의 수강과 학점 이수를 막대한 예산을 들여가며 행정적,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우리가 교육이민이니 조기유학이니 하는 해외 유학의 한 형태를 사회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이유는, 그것들이 오늘날 우리 나라 내부의 교육 문제, 나아가서는 사회 문제와도 깊이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중등교육의 현장에서 진학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한 교사의 입장에서 이들 기형적인 해외 유학에 대하여 언급해 보고자 한다. 교육이민의 실태 최근 사회 문제가 되고 있는 교육이민이나 물의를 빚고 있는 조기유학 등은 그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우리 나라의 공교육에 대한 불신과 자녀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즉, 학생들의 잠재적 능력과 개성을 충분히 계발 육성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 중등교육의 구조적인 취약성, 과도한 대학입시 경쟁과 그로 인한 막대한 사교육비(私敎育費) 부담 등이 그 주요 원인이다. 그리고 이는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최근의 구제 금융 시대의 사회·경제적 불안이나, 혹은 반대로 일부 계층의 경제력 향상과 맞물려 더욱 촉진되어 왔다. 그런데 사실 교육이민은 일선의 단위 학교 입장에서 보면 극히 드문 현상이었다. 그리고 교육이민은 대체로 구제 금융 시대를 겪으면서 사회적, 경제적 불확실성으로 인하여 불안감을 느낀 중산층 가정을 중심으로 일부에서 나타난 현상이며, 따라서 거기에는 순수하게 자녀의 교육 문제만 개재되었다고 보기는 힘든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이 교육의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자녀 교육을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도 감수하는 우리 나라의 국민적 정서로 볼 때, 가정의 경제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얼마든지 자제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점 때문이다. 초등학교부터 과외 공부로 밤늦게까지 시달려야 하는 아이들, 가계(家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 천편일률적인 학교의 교육과정과 학교 폭력, 무상하게 변하여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 교육 제도, 입시지옥으로까지 표현되는 대학입시 경쟁, 그리고도 보장되지 않는 자녀들의 장래, 이런 것들로부터 자신의 자녀들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인 것이다.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 및 학생들과 진학 상담을 해 보면,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자녀가 학업과 재능면에서 우수성을 보이는, 그리하여 잘만하면 자녀가 얼마든지 안정된 직업과 지위를 획득할 가망성이 높은 경우에도, 능력이 있고 여건만 된다면 언제라도 교육이민을 감행할 각오가 되어 있는, 말하자면 잠재적(潛在的) 교육이민 가정이 상당히 많다. 그리고 사태의 심각성은 어느 교사도 그런 부모들을 말리고 싶지 않을 만큼 우리의 교육 환경이 열악하다는 점에 있다. [PAGE BREAK]조기유학의 실태 그런데 지금 현재 교육이민보다 더 심각한 것은 조기유학의 문제이다. 조기유학은 이른바 세계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초등학교에서도 영어 교육이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조기 영어 교육의 붐이 일면서 보다 더 심화되었는데, 이는 최근 서울의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유행처럼 성행하고 있으며 갈수록 도를 더해 가도 있다. 조기유학뿐만 아니라, 방학 때만 되면 밀물처럼 미국, 호주 등지로 나가는 초등학생들의 영어 연수 행렬도 도를 지나치고 있다. 미국 등이 재정적으로 부담스러운 가정에서는 필리핀 등지로 보내는 경우도 있는데, 얼마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신학교를 설립 운영하고 있는 한 목회자가 한국에 있는 그 대학(이 대학에는 현재 173명의 학생 중 28명이 한국 학생이다.)의 학부모들과의 면담 겸 신입생 모집을 위하여 내한한 일도 있다. 작년에는 조기유학으로 미국의 명문 H대에 입학하여 뛰어난 학업 성적을 거둔 왕년의 명배우 N씨의 아들이 그 잘생긴 외모와 더불어 한 때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일이 있었다. 최근에는 유명 개그맨 S씨의 두 자녀가 조기유학하여 뛰어난 학업성적을 거두고 있다 하여 세인(世人)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였다. 이제 한국의 부모들에게 있어서는 그러한 자녀가 가장 이상적인 자녀상이 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리고 그러한 자녀의 성공이 부모들에게 있어서도 인생 최고의 성공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오늘날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웬만한 중류층 가정에서는 연수든 여행이든 자녀들을 해외에 내보내서 경험을 쌓게 하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으며, 마치 그것이 마치 필수 교육과정인 양 여겨지고 있다. 서울 일부 지역의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 중에는 방학중 해외 연수를 못 가서 열등감을 느껴 본 적이 있다는 학생이 상당히 있다고 한다. 아동들의 해외 어학 연수는 종종 조기유학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문제는 무분별한 부모들의 과욕으로 인하여 자녀들의 능력과 소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국가관이나 가치관도 채 정립되지 아니한 어린 자녀들이 조기유학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기유학의 근본 원인은 물론 중등교육의 정체성(停滯性)과 비효율성 등 우리 사회 내부에 있다. 그러나 작금의 조기유학은 반드시 공교육(公敎育)에 대한 불신에만 원인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성 세대의 출세 지향적 가치관과 물질 만능주의, 이기주의 등 국민적 의식에도 커다란 원인이 있는 것이며, 경제적 부가 일부 계층에 편중되면서 심화 확대되고 있는 우리 사회 상류층의 병리 현상이기도 하다.
이현청(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 근자에 일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조기유학의 붐이 일고 있고, 이에 따른 한시적 가족 해체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심지어는 자녀교육 목적으로 교육이민을 떠나는 가정도 늘고 있다. 이러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이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한마디로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우리 나라 교육에 대한 실패론자들은 한국의 교육현장을 ‘학교붕괴’ ‘교실붕괴’ ‘교단붕괴’ 등으로 표현하면서 공교육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학교와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우려는 실제적으로 외국 교육제도하에서 자녀들의 교육을 시키겠다는 부모들의 ‘탈한국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조기유학의 경우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교육인적자원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 나라 총 유학생 15만7천여 명 중 ’97년 이후 2001년까지 약 55,222명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나친 조기유학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나 우리 나라 교육의 미래를 위해서 결코 바람직한 일만은 아니다. 조기유학을 통해 교육기회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획일화된 입시위주 교육 때문에 신장시킬 수 없었던 잠재 가능성을 개발하는 장점도 없지는 않으나 지나친 조기유학이나 무분별한 교육이민은 결국 우리 나라 공교육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21세기는 ‘보내는 유학’의 시대이기도 하지만 ‘받아들이는 유학’이 더 중요시되는 ‘교육이동의 세기’(century of educational mobility)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결코 방관할 일도 아니며 대책이 시급한 사회문제라 볼 수 있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원인 흔히 우리 나라 교육현실을 가리켜 ‘교육포기’와 ‘공교육 탈출’이 극도로 팽배한 교육일탈의 장이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은 올바른 교육활동의 저해를 의미하며 학생들의 경우 학습의욕을 상실하거나 학교체계에 부적응한 상태이고 교사들 또한 학생들과의 문화적 세대격차와 함께 신인류적 사고를 지닌 학생들에게 전통적 교육 방법을 적용할 수 없어 교육 포기상태에 빠져있는 현실이 오늘의 교육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공교육의 현실은 결국 공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려 사교육 기관에 의존하거나 이것도 부족한 경우 조기유학을 택하게 된다. 물론 조기유학이 해법이 아니라는 일부 학부모들의 경우는 아예 교육이민을 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원인은 몇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공교육 부실 현상과 사교육비 증가 우선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첫 번째 원인으로서 초·중등 교육의 위기와 교실붕괴 현상을 들 수 있다. 특히 대입준비에 치중하는 중등교육에 대한 신뢰 실추를 들 수 있다. 암기식 입시 위주교육으로 비판을 받아왔던 우리 나라 중등교육은 이제 수업자체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교실붕괴’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교실붕괴 현상은 일부 학교만의 문제가 아니라 중등교육 전반에 걸친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실버만(Silberman, 1970)은 이러한 교육의 위기를 구조적 정책적 문제로 진단하면서 학생들에게 순종과 침묵을 강요하므로써 자발성과 창의성을 저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사회적 평등 기제로서의 공교육의 위기는 교실과 학교의 현실을 무시한 교육개혁의 실패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 또한 스티븐슨(Stevenson)과 스티글러(Stigler, 1994) 역시 미국교육의 위기는 훈육의 부재와 학부모 등 가정 역할의 붕괴, 학교체제의 비효율성, 그리고 교사들의 동기 부족 등 구조적 틀 속에서 기인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교실위기의 문제는 효율적인 수업활동이 이루어질 수 없는 상황으로 총칭할 수 있으며 학생의 동기부족과 교실 내 행동상의 일탈, 교사의 의욕상실, 교과 내용이나 방법상의 결함 등 제반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문제상황을 야기한 경우라 볼 수 있다. 흔히 우리에 앞서 서구사회나 일본에서 발생한 학교폭력, 왕따, 원조교제, 교사폭행, 교실 내 무질서 등이 모두 교실붕괴론의 제현상이라 볼 수 있다. 흔히 21세기를 ‘지식기반사회’ ‘지식정보화 사회’ ‘사이버 사회’ 그리고 ‘학습자중심 사회’ 등으로 지칭되는 것만 보아도 경직된 교과내용과 폐쇄적인 학교체제로서는 시대적 요구와 다양한 교육욕구를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구조적 측면에서의 교실붕괴 요인을 지적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식양의 폭발적 증가 *지식 전달체계의 변화 *열린 교육시스템의 확산 *급속한 국제화의 확산 *교육이동의 가능성 증대 *교수방법의 변혁 *급격한 문화이식과 문화접변의 증대 *탈캠퍼스화의 증가 *재택학습 등 대체학습의 확대 *자율화 경향의 증대 *시장경쟁원리의 확산 *학부모의 인식 변화 *사이버체제의 대확산 [PAGE BREAK] 또한 학습참여자의 측면에서 교실붕괴 요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교사사기의 저하 *교사 역할의 변화 *교수방법 및 절차 기법의 변화 *교사의 경쟁력 저하 *학생특성의 변화(의식, 태도, 가치) *학생의 N세대적 행동특성의 심화 *학생의 세속화 현상 확산 *교사-학생의 세대간 격차 *사교육/입시 지향적 사고의 심화 또한 교육내용의 측면에서는 교육내용 자체가 삶과 직결되지 못한 입시준비형 교육내용으로 변모됨으로써 인성교육은 물론 진정한 의미에서의 교육적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교육내용의 측면에서 교실붕괴의 요인을 지적해본다면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다. *비실용적 교육내용 *암기위주 교육내용 *쓸모없는 지식내용 *시대변화에 맞지 않는 내용 한편 교사들의 인식을 볼 때 교실붕괴 요인은 아래와 같다. *교사와 학생의 상호작용이 어렵다. *교사권위가 실추되었다. *공교육체제의 위기구조가 있다. *학교 교육기능의 마비로 보고 있다. 따라서 교사의 측면에서는 권위가 실추된 점, 책임감과 긍지가 상실된 점, 사랑과 헌신이 부족한 점 때문에 교실붕괴 현상에 일조하고 있고, 학생은 학습동기가 낮고 교사에 대한 존경과 학생으로서의 순종적이고 배우는 자세가 부족하며 인내와 노력이 없어서 교실붕괴에 일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직·간접요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교실붕괴의 구조는 초등에서 대학까지 상호연계고리를 지니면서 구조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에서 교실붕괴의 구조를 나타낸 것처럼 교실붕괴의 현상이 있다면 중등교육에서 갑자기 나타난 현상이라기보다는 유치원, 초등교육과정에서의 예비적 과정을 거쳐 심화되어 왔다고 볼 수 있다. 부모의 교육 의식적 측면과 ‘恨풀이 교육’ 우리 나라 교육에서 먼저 논의되어야 할 사항이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하는 문제이다. 과연 우리 나라 교육에서 교육이 이토록 과열되어 있는 원인이 어디에 있으며, 이렇게 과열된 교육현상이 바람직한 것인가? 하는 부차적 질문에 대한 논의도우리 나라의 교육구조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관건이다. 과연 자녀를 위해서 교육에 헌신적으로 기여하는 부모들의 교육소원(educational wish)은 무엇이며 이 교육소원을 통해 자녀를 어떠한 방향으로 양육하고자 하는가 하는 논의가 곧 한국교육문화를 이해하는 첩경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과열교육현상은 긍정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교육의 본질적인 관점에서 볼 때에는 비정상적인 현상임에는 틀림이 없다. 우리 나라 교육현실을 감안해 볼 때 ‘부모 자신들을 위한 교육인가?’ 그렇지 않으면 진정 ‘자녀를 위한 교육인가?’를 냉철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우리 나라의 경우에는 입시가 인간자격 내지는 성패의 관문이 되어 있고 학교는 ‘입시인간’ 이라는 상품의 생산장소이며 ‘입시’와 ‘공부’는 고등학교 청소년들의 삶을 가장 심각하게 지배한다. 따라서 대학입학까지의 삶은 한 가지 목적과 한 형태의 ‘강압적 정형화(定型化)’의 유형을 탈피하지 못하게 된다. 이 점에서 학생들의 경우는 성적에 대한 한(恨)이 지배되는 성적문화권에서 탈피할 수 없고 부모들 역시 자기 스스로의 교육적 소원 때문에 자식들을 통해 교육적 소망을 성취하려는 한풀이 형태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부모의 교육소원 → 자녀의 교육소원 → 부모의 제2교육소원 → 2세 자녀의 제2의 교육소원 형태로 순환되기 마련이다. 이 점에서 우리 나라의 교육구조는 교육의 본질을 벗어난 ‘입시문화 교육사슬’의 구조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 입시문화 교육사슬이 함축된 교육구조는 ‘한풀이’ 교육구조이다. 부모의 교육소원이 스스로의 교육적 ‘恨’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에 자녀를 통해 교육적 대리보상을 받고자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부모의 교육적 ‘恨’은 소위 4과현상이라 할 수 있는 과잉교육, 과열교육, 과잉경쟁교육, 그리고 과잉보호교육으로 나타나게 되고 이러한 과도한 형태의 교육열이 구조적으로 고착화됨으로써 온통 대학입시에 모든 교육활동이 집중되는 왜곡된 교육문화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물론 대학입시의 성공과 실패는 인생의 실패와 성공의 도식으로 지나치게 해석되게 되고, 많은 경우 직업선택이 적성과 흥미를 본위로 한 자기성취의 의미로서가 아니라 교육실패의 결과로 인식되기도 하는 왜곡된 직업관과 연관되게 된다. 한마디로 교육학대(educational abuse)와 교육방임(educational neglect)의 양면적 교육문화를 공유해왔다. 물론 이러한 과정을 거침으로써 자녀 스스로 제2의 교육적 ‘한’을 지니게 되고 구조적 교육문화로 정착되게 된다. 우리 나라의 ‘한풀이’ 교육의 구조가 지니는 과도한 현상은 사회 전체적으로 볼 때 입시지옥, 입시가족, 입시문화, 입시학원 등의 기현상을 유발시키면서 결국 온 사회가 ‘교육에 취한 사회’ (educohoic society)를 면치 못하게 만든다. 학생들도 ‘시험에 취한 학생’(testholic student)이 됨은 물론 학부모 역시도 ‘과외에 취한 학부모’(tutorholic parent)의 모습을 나타내어 인격양성과는 거리가 먼 맹목적인 입시위주의 교육문화에 몰입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미성숙된 교육의식은 결국 조기유학계를 조직하는 형태로까지 발전되어 유학 도미노현상을 촉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PAGE BREAK]사교육비 부담 조기유학을 택하는 학부모들의 조기유학선택의 이유를 보면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서라거나 입시위주의 교육탈피를 위한 이유 외에도 사교육비 부담 때문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지 않더라도 2001년의 경우 직·간접 사교육비 규모는 16조~20조로 추정하고 있을 정도이기 때문에 부모들의 사교육비 부담은 분명 조기유학이나 교육이민의 직·간접적 동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증가한다는 것은 교육의 구조적인 문제로써, 공교육의 부실과 입시위주교육구조가 엇물려 있는 데 기인한다. 이것은 결국 우리 나라 교육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부모들의 의식을 자극했을 것이며 오늘날과 같은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 등의 돌파구를 찾게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 결여 우리 나라 공교육과 교육 전체를 외면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들은 낮은 교사의 질, 열악한 교육여건, 입시위주 교육 등 많은 이유가 있으나 그 중에 한 요인은 일관성 없는 교육정책이라 할 수 있다. 일관성이 결여된 조령모개식 교육정책은 교육현장의 혼란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로 하여금 학교교육을 불신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예측할 수 없는 교육은 자녀교육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게 만들고 결국은 도구적 수단적 준비교육에 집착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해방 이후 입시정책만 해도 크게는 14번, 세부적으로는 35번이나 바뀌었다는 사실만 보아도 학부모들이 이 나라 교육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고 볼 수 있다. 대학 경쟁력의 부족과 취업구조 조기유학을 보내게 되는 또 다른 원인 중의 하나는 대학경쟁력의 부족과 졸업해도 제대로 취업이 되지 않는 취업구조를 들 수 있다. 일부 부모들의 경우 우리 나라 대학경쟁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결국 대학이나 대학원은 외국으로 유학 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 더구나 일류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러한 제요인들은 결국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을 택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된다. 외국어교육 열풍과 세계화 또 다른 요인 중의 하나는 조기 영어교육 등 외국어교육 열풍과 세계화 추세를 들 수 있다. 조기유학을 보내는 부모들의 경우, 외국어 하나라도 제대로 하도록 하기 위해 조기유학을 보낸다는 주장이 많다. 특히 우리 나라의 외국어교육열은 지나치다 못해 외국어 중독증 현상에까지 갈 정도로 확산되어 있다. 이러한 외국어교육을 위해서는 필시 사교육비가 필요하고 원어민 등 양질의 외국어교육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 속에서 앞서 제시한 여러 이유들과 복합되어 외국행을 택했을 것이다. 우리 나라 일부 학부모들의 외국어교육 열풍은 ‘yes 엄마’, ‘no 자녀’로 지칭될 정도로 부모와 자녀 모두 영어에 집착되어 있다는 비판이 일 정도이다. 이러한 현상은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을 촉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대책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원인은 우리 나라 교육구조와 문화, 그리고 부모의 교육의식에 이르기까지 교육사회의 총체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합당한 대책이 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원인이 있으면 어느 정도의 대책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우선 외국교육과의 경쟁력을 배양하는 일로부터 교사의 질을 향상시키는 과제, 그리고 부모의 교육의식의 재정립 등 총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교육이민과 조기유학의 대책은 우리 나라 교육 정상화를 위해 절실한 과제이기 때문에 단순한 논리로 해결할 수 없겠지만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과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 그리고 대학경쟁력 강화 등 초등에서부터 대학교육에 이르는 교육시스템의 정상화를 통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민, 조기유학의 대책으로서는 다음 몇 가지를 지적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공교육에 대한 신뢰회복을 들 수 있다.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학교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강구되어야 한다. 교사의 질을 제고하기 위한 재교육프로그램의 내실화, 교수방법의 개선, 교과내용의 합리화, 교육환경과 여건의 개선 등 전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한마디로 공교육이 제기능을 할 수 있고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추도록 정비를 하여야 한다. 학급당 인원수의 감소와 교사의 충원 등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교사의 사기진작과 교사를 존중하는 풍토, 그리고 시대에 맞는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수방법의 혁신적 개혁 등이 지속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국제화와 세계화에 부응하는 유학대체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교과과정을 국제화하는 과제와 교사의 어학 능력 배양, 외국어교육의 강화와 내실화, 국제화와 세계화에 부합되는 학교와 프로그램의 신설 등 과감한 국제화와 세계화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이때 유의할 점은 우리 것을 존중하고 토대로 하되 선별적으로 전략적 국제화를 추진하는 지혜라 볼 수 있다. 즉 자국화와 세계화의 슬기로운 접목을 통한 조기유학과 교육이민의 대체효과를 얻도록 해야 한다. 21세기는 교육쇄국주의도, 교육식민지주의도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입시위주 교육의 탈피와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을 들 수 있다. 우리 나라 사회에서의 고질적인 병폐 중의 하나는 능력보다는 학벌, 학력 중시 풍토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사회문화 현상은 결국 일류대학과 비일류대학의 이분법적 사고를 갖게 만들어 교육자체가 도구적 수단이 되고 그 방법이 사교육을 통한 입시과열 현상으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학력 및 학벌 풍토개선이 시급한 대책 중의 하나라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대학경쟁력의 제고이다. 모든 대학의 국제경쟁력 제고 문제는 입시위주교육을 해결하는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대학의 국제경쟁력은 결코 바람직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대학경쟁력을 제고하여 세계 유수대학들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 되었을 때 자연 교육이민과 조기유학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공교육 정상화와 교육정책의 일관성 유지, 국제화의 촉진을 통해 유학대체 정책의 정착, 대학 국제경쟁력의 제고,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식 재정립 등의 총체적 노력이 있을 때 교육이민과 조기교육 현상은 진정될 것이다. 더 나아가 ‘보내는 유학국가’(sending country)에서 ‘받아들이는 유학국가’(receiving country)로 바뀌어질 것이다.
강석운(한겨레신문 기자) 자녀 교육 때문에 한국을 떠났거나 떠나려고 마음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초 미국 는 서울발 특집기사에서 “자녀 교육 등을 위해 외국으로 이주하는 한국인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에는 가난하고 교육수준이 낮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의 기회를 찾기 위해 해외이주를 했으나 최근에는 한국의 미래를 움직일 것으로 기대되는, 부유하고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들이 해외이주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민이 아니더라도, 자녀를 선진국의 좋은 환경에서 교육받도록 조기유학을 보내는 가정도 늘고 있다. 4~5년 전만 해도 자녀 혼자 유학을 보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자녀의 뒷바라지를 위해 어머니가 대개 동행한다. 자녀 혼자 유학 보냈다가 탈선을 해 오히려 자녀를 ‘버리는’ 사례가 집중적으로 보도된 탓이다. 자녀의 장래를 위해 ‘이산가족’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캐나다 토론토 미시사가의 한 치과병원에서 일하는 김아무개(39)씨는 “1년 사이에 주변에만 이산가족 이민을 온 집이 4가구나 된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교육환경이 좋아 한국인이 선호하는 지역, 가령 캐나다 밴쿠버의 버나비나 랭리, 미국 로스앤젤레스 얼바인, 플러튼 등은 엄마와 아이들만 있는 가정이 몰려 있어 동포사회에서 흔히 ‘과부촌’으로 불리기도 한다. 성공 확률은 20~30%에 그쳐 교육이민이나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한국을 떠나든, 자녀의 장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한국 교육에 대한 실망감이 그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서울에서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하던 이아무개(40)씨는 2001년 초 초등학교 1학년과 5학년에 다니던 두 딸을 데리고 캐나다 밴쿠버로 건너왔다. 이씨가 보기에 학교는 그가 다니던 때와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그 실망감 때문에 이민을 선택했다. 캐나다 밴쿠버로 온 지 반년이 지나고 그 선택에 대한 불안이 없지는 않다. 아이들은 아직 영어가 익숙하지 못해 수업시간에 발표를 잘 하지 못한다. 게다가 친구도 사귀지 못해 풀이 죽어 있다. 낯선 땅에서 이씨는 아직 일을 찾지 못했다. 두 딸을 학교에 데려다 주고 데려오는 일 외는 소일거리가 없다. 문득 ‘한국에서는 주류였는데, 비주류로 밀려났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직 이민을 결심했을 때 품었던 기대를 버리지는 않는다. “한국에서는 여자 아이들이 제대로 성장해 사회에서 자리 잡기는 더욱 힘들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이 곳은 기회가 한국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영어 하나라도 잘 하면 아이들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더라도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물론 이런 기대를 이뤄낸 사람들도 많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장재숙(55)씨는 지역 동포사회에서 교육이민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경제적으로 여유를 얻었을 뿐만 아니라 자녀들도 좋은 대학을 나와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장씨는 30년 전 캐나다로 이민 왔다. 세탁소를 운영하고 주방기구 판매를 하는 등 온갖 어려움 끝에 경제적 기반을 닦았다. 큰딸은 미국에서 패션 디자이너로 일하고 두 아들 가운데 한 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활동한다. 또 다른 아들은 토론토 대학을 다니고 있다. 장씨는 “생계를 꾸리기 위해 동분서주했지만, 바쁜 와중에서도 아이들과 가능하면 식사를 함께 하면서 얘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아이들이 스스로 할 일을 찾아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았는데, 그 배경에는 이런 노력이 어느 정도 일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성공보다는 실패 확률이 훨씬 높다. 7 대 3 또는 8 대 2로 실패 확률이 높다고 말하는 이도 적지 않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초등학교 교장으로 일하는 수지 오씨는 “많은 사람들이 교육여건이 좋은 미국이나 캐나다에 오면 다 성공하는 줄 알고 있는데, 한국의 교육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도피하듯 온 아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며 “개인적 경험으로 본다면 교육 때문에 미국으로 온 아이 10명 가운데 2~3명 정도가 성공을 한다면 나머지 7~8명은 상당히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다. 생계 몰두하다 자녀교육에는 무관심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도록 한다고 해서 부모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캐나다든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든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선호하는 선진국의 교육환경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에 있는 세이트 맬즈 초등학교 엘리자베스 오캐리건 교장은 “교육환경이 좋다고 좋은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좋은 교육환경은 학교와 학부모의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마련되는데, 한국 학부모들은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그런 교육철학에 무관심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PAGE BREAK] 자녀 교육을 위해 이민을 왔다고 하지만 고단한 이민생활을 헤쳐가다 보면 정작 자녀 교육에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캐나다나 미국으로 이민 온 사람들의 70~80%는 식당, 잡화점, 세탁소 등 자영업을 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청소일은 한국인이 한다는 말이 퍼질 정도다. 한국에서는 전문직에 종사했다 해도 언어와 문화가 다른 나라에서 그 자격을 인정받기는 힘들다. 결국 높은 수입이 보장되는 안정된 일자리를 얻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에서 일정한 돈이 송금돼 오거나 뭉칫돈을 가지고 나온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가 맞벌이를 해야 생계를 꾸릴 수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자녀 교육은 소홀해지기 쉽다. 캐나다 밴쿠버로 3년 전 이민 와 식당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52)씨 부부는 오후 2~3시에 출근해 5시쯤 가게 문을 열면 다음날 새벽까지 장사를 한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아침 시간에는 몸이 언제나 물 먹은 솜처럼 된다. 그래서 아이들 얼굴도 제대로 보기 어렵다. 김씨는 “아이만은 잘 키워보자고 이민을 왔는데, 이래도 되는가 하는 회의가 들 때가 많다.”고 했다. 그래도 김씨의 큰 아들은 토론토 대학에 들어갔다. 그런 아들이 너무 고맙다고 김씨는 말했다.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학비가 비싸기 때문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 사립학교는 등록금만 800만 원 정도 하고, 이것저것 합하면 일년에 학비만 1400만 원을 넘어선다. 시드니 부자동네에서 청소일을 하는 한 이민자는 부부가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일하며 1년에 3500만 원 정도를 벌어 아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있다. 이렇게 정착을 위해 맞벌이를 하는 가정일수록 아이들이 방치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들 나라들은 우리 나라보다 아이들한테 자유와 자율을 강조한다. 그만큼 유혹은 도처에 깔려있다. 캐나다 할리팩스의 달후지 대학에 들어간 최윤영(19)씨는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대마초를 피우고 있는 후배들이 많다.”며 “이런 후배들 가운데는 마약에 손을 대 파멸의 길을 걷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학부모회의 참석하는 한국인은 전무(全無) 특히 맞벌이를 하는 부모들은 아이들한테 신경을 못쓰는 미안한 마음을 대개 돈으로 보상려하고 한다. 하지만 더욱 아이들을 망치는 결과를 빚기 일쑤다. 미국 워싱턴에서 기자 생활을 하는 박아무개(46)씨는 “맞벌이를 하는 학부모일수록 아이한테 용돈을 많이 준다. 미국인 가정보다 5배나 많은 용돈을 주기도 한다. 이 돈으로 끼리끼리 모여 유흥가를 기웃거리는데, 부모들은 늦게 집에 들어오다 보니 아이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모른다. 뒤늦게 아이들한테 문제가 생기고 땅을 치며 후회하기도 하는 부모들도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만난 김아무개(20)씨는 부모와 의절을 하고 산다고 했다. 그는 2001년 초에 고등학교를 그만뒀다. 공부를 게을리하다 학점을 못 따 졸업하기가 힘들게 되자 학교쪽은 대학 진학보다 직업교육을 권유했다. 이를 계기로 부모가 김씨의 생활을 알게 됐고, 서로 거리가 멀어졌다. 결국 학교를 그만두고 집을 나오고 말았다. “학교 생활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는 제가 필요할 때 항상 곁에 없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는 어렵게 대화를 하려고 해도 부모님이 더 이상 제 고민을 해결해 주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제가 학교 생활을 잘 못한 것도 있지만, 부모님은 항상 ‘너 때문에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한다’며 부담만 주었습니다.” 이 정도 되면 자녀 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다고 하지만, 이민생활의 고단함 때문에 자식농사는 ‘절반의 실패’를 한 꼴이 되고 만다. 이민 정착과 자녀 교육을 양립하기가 쉽지 않음은 초등학교 학부모 모임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브레아-올린다 통합교육구(우리 나라 지역교육청)의 교육상담사 원선(38)씨의 경험담이다. 그가 근무하는 교육구에서 학부모회의를 연 적이 있다. 9개 학교에 한국 아이가 240명이나 되었는데, 이 회의에 참석한 한국인 학부모는 거의 없었다. “학교에 한국인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말썽이 생기거나 공부를 놓고 부모와 얘기할 필요한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인 학부모를 만나기는 힘듭니다. 영어에 자신이 없어 학교 선생님들과 만나기를 꺼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일에 쫓기는 게 더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학교에 아이들을 맡겨 놓는다고 교육이 되는 것은 아닌데, 안타깝습니다.” 사정은 오스트레일리아도 마찬가지다. 한국 학생이 전교생의 20% 정도를 차지하는 시드니 콩코드 초등학교 앨런 던컨 교장은 한국인 학부모의 학교 참여 부족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2001년부터는 한국인 학부모와 따로 모임을 열었다. 혹시 언어 문제 때문이 아닌가 싶어 통역도 준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인 학부모들의 참여가 교장의 기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그는 “교육 때문에 이민을 왔거나 유학을 보냈다면 교사를 자주 만나 자녀 교육을 위해 서로를 돕는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도 왜 그러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PAGE BREAK]공부 압박감 없는 학교생활에는 만족 이민이나 유학을 온 아이들은 대체로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편이다. 시드니의 한 초등학교에서 만난 경학(10, 가명)이한테 학교 생활을 물어봤다. “재미있어요. 한국에 있을 때에는 학교 가기 싫었는데, 여기에서는 학교 생활이 너무 재미있어요.” 시드니로 건너온 지 반 년밖에 안돼 수업시간에 발표할 때는 영어가 입안에서 맴돌아 어려움도 많지만, 학교 생활은 즐겁다고 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도 대답은 비슷하다. 캐나다 토론토의 공립학교를 다니는 김아무개(15, 중3)양은 “한국에서는 필요없는 과목도 배워야 했고 시험 때는 성적을 올리기 위해 달달 암기를 해야 했지만,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다. 시험 부담도 없고 공부하고 싶은 과목을 골라 하면 된다. 한국에서 고생할 친구들이 안쓰럽다.”고 했다. 좋은 교육환경에서 아이가 즐겁게 성장하는 게 이민이나 유학을 선택한 동기라면 이런 아이들의 반응에 비춰 부모가 더 이상 바랄 것은 없다. 하지만 자녀가 성공을 하기를 원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흔히 ‘영어 하나라도 건지겠지’ 하는 마음에 선택한 이민이나 유학이지만 정작 그 영어가 아이들을 두고두고 괴롭힌다. 아이들은 수학에서는 앞서 나가는 경우도 많지만, 에세이(작문)나 역사 등 영어로 생각을 표현해야 하는 과목에서는 괴로움을 겪는다. 캐나다 토론토의 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강아무개(18)군은 영어 때문에 낙제를 한 경험이 있다. 이민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영어에 자신이 없다. 강군은 “교사가 말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옆에 있는 친구한테 물어보면 따라는 가게 되기 때문에 스스로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영어가 잘 늘지 않는다.”고 털어놓았다. 일년 정도 하면 영어를 어느 정도 따라가겠지 하고 생각했던 부모들은 그런 자녀들을 보면 실망하기도 한다. 특히 조기유학 뒷바라지를 위해 함께 온 학부모일수록 실망을 많이 하게 된다. 남편이 대기업에 다니는 박아무개(38)씨는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오스트레일리아가 상대적으로 경제적 부담이 적으면서 자녀한테 영어 하나는 건지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1999년 말 당시 초등학교 1학년이던 아들과 시드니로 건너왔다. 애초 계획은 1년 정도 체류였다. 그 정도면 말하고 듣는 것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겨울방학을 이용해 한국에 왔을 때 아이 영어실력을 알아보기 위해 영어학원에 데려갔는데, 원장은 아이가 영어권 나라 학교에 다니고 있음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였다. 결국 박씨는 체류기간을 연장했다. 그리고 시드니의 유명학원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 아이가 학원숙제나 학교에서 내주는 수학, 수필 등의 과제를 혼자 해내기 벅차해 개인교사를 붙이기도 했다. 박씨는 “학부모 가운데 아이의 영어 실력이 빨리 안는다고 닦달하는 경우가 있다. 영어와 부모의 압력 양쪽의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원형탈모증에 걸린 아이도 있다.”고 말했다. 높아지는 영어 장벽에 탈락률 높아 영어 장벽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경우 2001년 10월 10학년(고1)부터 교육부가 주관하는 작문시험을 통과해야 졸업을 할 수 있게 된다. 현지에서 만난 많은 한국인 학생들은 이 시험을 걱정했다. 다행이 어느 정도 영어에 익숙해졌다 해도 문제는 영어의 수준이다. 2001년 4월 캐나다 토론토의 한 도서관에서 한국인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자녀교육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글로벌인재개발원 김기태 원장은 “한국인 학생들이 대학에서 한계에 부딪혀 중도탈락하는 일이 많다. 토론토 대학의 경우 한국이 학생의 탈락률이 70%에 이른다.”고 밝혀 동포사회에 충격을 줬다. 이런 결과는 능력이나 적성을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기대에 따라 무조건 대학에 들어갔다 공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그만큼 많기 때문에 생겨난 것이다. 이때 능력에는 영어도 포함된다. 시드니 대학에서 만난 한 한국인 학생은 “초등학교 때 이민이나 유학을 와서 개인교수를 받는 등 열심히 공부를 하면 그나마 대학에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영어가 된다. 나도 그렇게 했는데 아직까지 내 생각을 완벽하게 영어로 표현하는 데는 한계를 느껴 세미나 등을 할 때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중학교 이상 돼 이민이나 유학을 오면 그만큼 힘들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시드니로 이민 온 이 학생의 친구는 전문대에서 호텔경영을 전공한 뒤 한국에서 호텔 신입사원 모집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그런데 낙방 이유가 영어였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지원자들의 실력이 훨씬 좋았다는 것이다. 백인 주류사회 진입은 하늘의 별따기 이민이나 유학와 이런 장벽들을 뚫고 대학을 마치면 말 그대로 ‘기회’는 보장되는 것일까? 만약 이민이나 유학 뒷바지를 위해 함께 온 부모가 자녀의 성공을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 상대적으로 여유롭게 작은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미국 캐나다 또는 오스트레일리아 등에서 그 정도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그렇지 않고 현지 사회에서 ‘안정된’ 직장을 얻어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를 부모가 원한다면, 자녀가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부모의 그런 기대를 실현하기는 무척 어렵다. 백인 주류 사회에 진입하기가 만만치 않는 탓이다. 캐나다 토론토 대학의 한 한국인 학생이 전해준 얘기다. 법대 졸업을 앞둔 중국 학생들이 좋은 법률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댔다고 한다. 그 결과 백인과 똑같이 사고하고 행동하는 것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백인과 똑같이 흉내내기가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인가? 결국 주류 문턱에서 주저앉기 일쑤다. 캐나다에서 장례관련 사업을 하는 김아무개(43)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취직할 곳이 마땅치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부모의 희망도 있고 해 노동을 하는 일을 쉽게 선택할 수도 없었다. 실패를 거듭하다 ‘내 인생은 내가 살아야겠다’고 생각해 전문대에 들어가 장례관련 공부를 했고 지금은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는 안정된 삶을 살고 있다. 그는 “누구네 아이가 대학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자주 듣는데 그 아이가 대학을 졸업해 어느 직장에 들어갔다는 얘기는 듣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드니에서 만난 한 의대생의 얘기도 백인 주류사회 진입의 어려움이 낳는 현실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의대를 졸업한 선배가 시드니에서 개원을 하려고 했는데, 먼저 개원한 선배들이 말렸습니다. 교민들을 상대로 하는 의원들이 많아 힘이 드니 다른 곳에서 개원을 하거나 대학에 남으라고 은근히 권한 것이죠.” 의대나 법대를 나와 의사나 변호사가 돼도 교민들을 상대로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현실인 것이다.
박남기(광주교대 교수) 들어가는 말 우리는 칭찬에 인색하고, 스스로에게 만족하기 어려운 민족인 것 같다. 다른 나라 사람들은 우리 민족이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여 좋은 결과를 내고 있는 놀라운 민족이라고 평가하고 있으나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는 내일이라도 모든 것이 무너져 내릴 것처럼 참담한 것들뿐이다. 이는 교육 분야에도 예외가 아니다. 물론 우리 나라 교육이 우리의 기대만큼 잘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의 교육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잘 되어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늘 우리는 남의 손에 들린 떡을 더 크게 생각하며 살아오고 있다. 이 글에서는 다른 나라의 교육 현실과 우리의 교육 현실을 간단히 비교함으로써 우리 교육의 상대적 위치를 파악하고, 우리 교육의 강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나아가야 할 방향은 어디인가를 모색해보고자 한다. 선진국 교육과 우리 교육 지난해 봄 온 나라가 교육이 붕괴되고 있다고 난리법석을 떨고 있던 때 선진국은 한국을 부러워하고 있었다. 우리 나라 초·중등 학생이 국제 수학 및 과학 경시대회(TIMMS)에서 1995년에 이어 2000년에도 좋은 성적을 냈다. 1995년의 경우 참여한 40개국 중 과학(3학년 1위, 4학년 1위, 7학년 2위, 8학년 4위)과 수학(3학년 1위, 4학년 2위, 7학년 2위, 8학년 2위) 모두 상위의 성적을 거두었으며, 1999년에도 검사 대상인 7학년이 최종 38개국 중에서 과학 5위, 수학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이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오자 정부와 언론이 함께 향후 대책 모색에 나섰다. 심지어 이 발표가 있은 후 미국 교육부 장관은 지금까지 진행해온 점진적 교육개혁이 실패했다고 말하고 교사 교육에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자 하는 부시 정부의 교육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국제 비교 결과가 절대적인 것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무의미한 자료 또한 아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미국은 초·중등 학생 1인당 7천 달러 정도를 쓰면서도 학생들의 학력이 향상되지 않아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는 상태이다. 그리고 많은 학부모들의 교육에 대한 무관심, 아이들의 낮은 성취욕구, 지역간·학교간의 커다란 학력 격차, 집단 폭력 및 총기 문제로 인한 안전 문제, 그리고 성(性)과 마약 등등의 문제로 앓고 있다. 미국은 자신들의 대학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초·중등 교육은 실패했다고 인정하면서 우리 나라를 포함한 싱가포르, 일본, 대만 등등의 초·중등 교육에서 시사점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교육에 대해 알고 있는 미국교수나 학부모들에게 한국에 불고 있는 미국 등을 향한 조기 유학 열풍을 이야기하면 이들은 대부분이 깜짝 놀란다. 학교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마약이나 섹스 문제 등에 대해 미국만큼 심각하게 우려하지 않아도 되며,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교사들의 질이 높은 나라에서 왜 미국으로 오려고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에 광양에 있는 모 사립 초등학교 요청으로 미국의 모 사립학교에 자매결연을 맺어주기 위해 연락을 했더니 미국 사립학교가 상당히 좋아했다. 자기 아이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들이 한국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표명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는 수업이 시작되어도 아이들이 교실이나 복도를 걸어다니고, 경우에 따라서는 집단적으로 교실을 뛰쳐나간다든지 갑자기 괴성을 지르면서 물건을 던지는 등의 난폭한 행위를 계속하는 교실붕괴 현상이 초등학교에까지 널리 퍼져 있다. 이는 가정 교육 부재 등을 비롯한 교육 주변 상황이 학교의 대처 능력 범위를 넘어선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PAGE BREAK]또한 유럽의 주요 선진국과 미국은 교사 부족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아이들이 거칠어져 교직이 과거보다 더욱 힘든 직업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교직에 대한 사회적 대우나 인식은 힘든 정도에 비추어 크게 향상되지 않는 것이 주원인이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비추어보면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때에는 제품 가격이 올라가게 되어 있는데 요즈음 이러한 나라는 교사에 대한 처우를 개선하는 대신 외국 교사를 수입함으로써 부족 사태를 해결하려고 하고 있다. 경제학자가 30여 년의 시계열 연구를 한 결과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교사의 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을 예로 들지 않더라도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이러한 나라들은 구조적으로 교사에 대한 처우를 대폭적으로 개선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다. 학급당 학생수,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적은 상황에서 교사의 급여를 인상시키면 학생 1인당 교육비는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하게 되는데 이미 학생 1인당 교육비가 높은 상황이어서 그렇게 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교사의 질은 갈수록 떨어지고, 이는 결국 교육의 실패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비하면 우리 나라는 교사의 질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교사를 하고자 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다. 특히 중등학교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인기 직종 3위 안에 교직이 들어 있다. 이미 중등교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대상으로 교대 3학년 편입생을 뽑는데, 거기도 경쟁률이 거의 20 대 1이 될 정도이다. 간단히 요약하면 학부모의 자녀를 향한 교육열이 살아 있고, 아이들의 성취욕구가 강하며,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질 또한 높아서 우리 나라의 교육은 다른 나라에 비해 미래가 밝다. 여기에 국가와 사회가 학교 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투자를 늘린다면 그 미래는 더욱 밝아질 것이다. 물론 중등학교에 교실붕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고 다른 나라에 비해 극복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점을 깨닫기 바란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 우리 교육이 총체적 위기에 빠져 있다고 연일 떠들어대지만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보면 공교육이 위기에 빠지기를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국개발연구원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 교육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하는 학부모들도 공교육 개선을 위해 돈을 더 투자하는 것은 반대하고 있다. 그들은 공교육이 위기에 빠져 있다고 주장하면서도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특별 지원이나 대책은 제시하지 않고 이를 이유로 들어 자신들만의 학교를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진정한 위기는 공교육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빌미로 공교육을 무력화시키고자 할 때 올 것이다. 만일 그러한 상황이 오면 우리도 오늘의 미국 교육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그대로 떠안게 될 것이고 오늘날 우리가 떠들고 있는 중등학교의 교실붕괴 현상은 실은 그렇게 심각한 것이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의 사태가 발생하게 될 것이며, 이는 초등학교에까지 퍼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 나라 학교 교육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려가야 하며, 안고 있는 문제점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범국가적 노력을 기울이고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할 것이다. 충족되지 않은 하나의 교육 욕구 현재 우리 나라에 충족되지 못하고 있는 학부모의 교육 욕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돈은 있으나 자녀들이 특수목적고등학교나 극소수밖에 없는 거창고등학교, 민족사관고등학교와 같은 우수 명문 사립학교에 들어갈 실력은 되지 않는 학부모들의 자녀 교육 욕구이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가 바로 자립형사립고 제도와 내국인도 입학할 수 있는 외국인학교 (*최근 제주도에 이를 허용하겠다는 발표가 있었음) 등이다. 일반 공립학교를 통해서 이들의 욕구를 일부 수용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다. 국내의 특수목적고등학교(외국어고등학교, 과학고등학교 등) 이외에 민족사관고등학교, 거창고등학교 등등은 외국의 명문 사학 못지 않은 우수한 프로그램, 교사진, 그리고 시설을 갖추고 학생들을 교육시키고 있다. 미국의 경우 부모들이 비싼 학비를 들여 자녀를 비종교계 사립학교에 보내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이러한 학교들이 대학 진학 준비를 시켜주고 이 학교 졸업생들의 명문 대학 진학률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 공립학교는 대학 진학 여부는 학생 개인의 선택이고 학교는 민주시민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대학 진학 준비를 시킨다는 관점에서 보면 특수목적고등학교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 고등학교는 모두 비싼 등록금을 받는 미국의 비종교계 사립학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나라 학부모들이 많은 돈을 들여 자녀를 조기유학 보내려고 하는 이유는 자녀가 어느 정도 수준에 있고 부모가 돈만 있으면 자녀를 외국의 명문 사립학교에 보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영어 교육을 시킬 목적으로 일반 공립학교로 보내는 부모도 있으나 부유한 지역이 아닐 경우에는 앞에서 밝힌 것처럼 우리 나라보다 훨씬 열악한 상황에 노출되게 된다. 한국어와 외국어를 동시에 유창하게 구사하고 한국적 문화와 가치관을 충분히 습득한 후에 그 위에 외국의 문화를 소화시켜 폭을 넓히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에는 정체성 위기 문제, 어느 나라에도 적응하기 어려운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PAGE BREAK]우리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바 사회에서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따르다보면 오히려 교육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는 묻히고 사회적 강자의 목소리만 크게 부각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크게 들려오는 목소리를 완전히 무시해서도 안되지만 그 목소리에 휩쓸려 중요한 문제를 간과하게 될 때 교육은 헤어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지게 될 것이다. 미국 공교육의 전반적인 실패 원인 중에는 소규모 교육 자치를 통한 지역간 교육격차 심화, 사립학교를 통한 중상층 이상 분리 교육 등이 포함되고 있다. 부유층이 모여 사는 공립학교가 아닌 경우 공립학교에는 앞에서 언급한 많은 문제가 있어서 자녀 교육에 관심이 높은 학부모는 자녀를 사립으로 옮겨가고 그러다 보니 공립학교는 더욱 피폐되는 빈곤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향후 우리 교육의 문제도 부유한 계층 사람들의 교육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데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간·계층간의 학력 격차 심화, 자립형사립고 확대 등을 통한 부모의 배경에 따른 학생 분리, 공교육에 대한 불충분한 투자 등에서 비롯되게 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살리면서 문제점을 줄이기 위해 우리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첫째, 교육 제도 면에서는 국내의 학교만은 다양한 사회계층이 섞여서 교육을 받도록 유지해주어야 한다. 공립학교가 자립형 사립학교에 버금가는 교육 여건을 갖춘다면 사람들이 굳이 자립형 사립학교에 보내려 하지 않을 것이고, 자녀를 사립에 보내는 사람들을 크게 부러워하지도 않을 것이다. 물론 교육 여건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나 자립형사립고와 교육 여건이 너무 차이가 나도록 공립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가능하게 하려면 지역간 격차가 벌어질 것이지만 지역 사회와 학부모들이 나서서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 학교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지난 가을 이집트에 갔더니 공립 고등학교인데도 그 지역 학부모들의 요청에 의해 그 학교는 주요 과목을 영어로 강의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부모들의 교육열이 학교를 통해서 분출될 수 있도록 각 학교에 어느 정도 재량권을 주고, 학부모가 그리할 수 없는 지역에 대해서는 국가가 어느 정도 추가 지원을 해주는 방식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학교 차원에서는 국민, 학부모, 학생들의 교육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단위 학교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는 자기 학교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만족도, 학부모와 학생들의 학교와 교사에 대한 기대를 매년 조사하여 학교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추출하고, 이의 해결을 위해 학교가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현재 공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불만이 무척 높은데 이는 학부모 집단과 교사 집단의 인식차이에 기인한다. 학부모 집단은 적은 비용을 지불하면서 높은 만족도를 기대하는 것은 아닌지를 되돌아보고 학교 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거기에 상응하는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아야 할 것이다.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 집단 또한 왜 최선을 다한다고 생각하는데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그렇게 낮은지를 살피고 이를 높이기 위해 교사 집단이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상황 탓만 하기에는 학부모들의 불만이 너무 높다. 이와 함께 교사들을 대상으로 학교와 학부모, 그리고 학생들에 대한 기대 및 문제점을 조사하여 학생과 가정의 역할 정립에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들의 문제에 관심을 갖는 동안 자녀 교육에 무관심한 학부모가 급증하고 있다. 소외된 계층의 학부모와 학생들을 위한 충분한 배려가 주어지지 않으면 공교육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학교는 학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치관 교육을 시켜야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대부분은 높은 기대에서 비롯된다. 과불급(過不及)이라는 말이 여기에도 적용된다. 기대 심리가 너무 낮으면 성취 욕구가 너무 낮아지고, 지금처럼 너무 높으면 만사가 불만스러워진다. 따라서 사람들이 자신을 객관화시켜 바라볼 수 있게 하고, 가진 것에 감사하며 적절한 기대 수준을 유지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도록 하는 역할을 이제는 학교가 맡아야 할 것 같다. 맺는 말 이상으로 우리 교육을 다른 나라 교육과 비교하는 속에서 우리를 살펴보았다. 우리 교육을 너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을 수도 있으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을 너무 간과하는 것 같아 일부러 부각시켰다. 우리 스스로 우리 교육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가지고 강점을 살려가고 부족한 점을 고치기 위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한상국 대한사립중고교장회 회장=새해를 맞아 우리 교장회는 특성 있는 건전한 사학의 육성이 모든 사람들에게 질 좋은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궁극적인 대책임을 널리 알려, 좋은 사학을 길러내기 위한 '중등사학육성법' 제정의 실현에 온 힘을 모아 나갈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모든 사학인과 교원은 현명한 지혜를 모으고 다소의 진통은 인내와 이해로 극복해 나가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입니다. 스스로의 자제가 있을 때 참다운 교육문화가 뿌리내린다는 것을 알고 서로의 앞과 뒤에서 협조와 질정을 아끼지 않는 따뜻한 교직사회를 만들어 갑시다. ◆이선정 학교사랑실천연대 위원장=우리 학실련은 무엇이 교육을 위해 진정으로 필요한 것인지 파악하면서 학부모 운동을 할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영향력 있는 힘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먼저 조직을 확대하고 그 바탕 위에서 교육정책에 관한 토론회, 월례 학부모 교실,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캠페인 등을 펼치겠습니다. 훌륭한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우리 아이들이 좀 더 마음이 넉넉하고 남과 나누어 갖는 여유를 가지며 봉사하고 서로를 사랑하며 긍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는 밝은 내일을 기대하며 제삼 선생님들께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드립니다. ◆남암순 한국초등교장협의회 회장=임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지난 한 해는 좌절과 실망의 늪에서 희망과 도약의 싹을 틔우기 위해 부단히 달려왔던 한 해였습니다. 그러기에 또한 우리들의 아픔도 컸습니다. 그 동안 우리는 어려울 때마다 놀라운 지혜를 발휘해 왔었습니다. 새해에는 변화를 주저하지 말고 변화를 선도하는 주체가 되어 갈등과 반목이 아닌 관용과 화해로 사랑과 희망이 넘치는 학교를 만들어 나갑시다. 무너진 교원의 자존심을 회복하고 교원이 존중받는 사회 풍토를 조성하여 교육계에 다시 한 번 희망의 불씨를 지펴 나갑시다. ◆김상권 사립학교교직원연금관리공단 이사장=우리 사학연금은 지난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학교직원 여러분의 도움에 힘입어 연금자산 5조원 달성을 목전에 둔 큰 규모의 연금기금으로 성장하였습니다. 사학교직원 여러분! 우리의 사학연금은 먼 후대에까지 든든하고 안정적인 연금제도로 유지 발전시켜야만 합니다. 따라서 2002년에도 우리 공단은 '연금 재정의 장기 안정화'를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하여 지속적인 경영합리화와 책임 및 봉사행정 구현 등 사학교직원과 그 가족들로부터 더욱 신뢰받는 공단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계획입니다. ◆유인종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감=새해에 우리 서울교육은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의 지속적 추진'과 '교육방법 개선을 위한 지원행정 구현'을 기본방향으로 설정하고 통일교육, 특기·적성 교육, 영어교육, 정보통신기술 활용 교육의 활성화를 역점사업으로 적극 추진할 것입니다. 또한 선생님들이 안심하고 신명나게 교육 활동에 임할 수 있도록 교권회복과 사기 진작 그리고 전문성 신장을 위한 지원에도 온 힘을 기울여 나갈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소중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도록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데 힘과 지혜를 모읍시다. ◆조선제 대한교원공제회 이사장=희망찬 임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지난해의 굴곡이 많았던 만큼 모든 갈등과 진통을 딛고 일어서는, 보다 힘찬 한해가 될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올 한해 실추된 교권이 회복되는 등 교육계의 모든 염원이 이뤄지고 교육이 진정으로 바로서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우리 대한교원공제회 임직원 또한 천직의 소명아래 진정한 백년대계(百年大計) 꾸려 가는 전국 60만 교직원 여러분들의 튼튼한 버팀목이 될 것입니다. 새해 아침, 교직자 여러분들의 가정에 만복이 함께 하시길 충심으로 기원합니다.
교육부가 지난해 첫 실시한 일반대학 교육과 평가결과 55개 대상학과 중 13개교가 `우수', 35개교가 `보통' 평가를 받은 반면에 개교는 `개선요망' 평가를 받았다. 전국의 4년제 대학 중 30개 일반대학에 설치돼 있는 55개 교육과를 대상으로 실시된 평가결과, 일반교과 교육과의 경우 18개 대상학과 중 3개교가 `우수', 11개교가 `보통'인 반면 4개교가 `개선요망' 평가를 받았다. 유아교육과의 경우 11개 대상교 중 2개교가 `우수', 8개교가 `보통'인 반면 1개교가 `개선요망'으로 나타났다. 특수·기독교육과는 12개 대상교 중 3개교가 `우수' 8개교가 ` 보통', 1개교가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예·체능기술교육과의 경우 14개 대상교 중 `우수' 5개교, `보통' 8개교, `개선요망' 1개교로 각각 평가되었다. 일반교과 교육과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대학은 충남대 교육학과이며 `개선요망'평가를 받은 곳은 배제대 가정교육과, 목원대 영어교육과, 총신대 역사교육과, 목포대 윤리교육과 등이다. 유아교육과의 경우 최우수교는 덕성여대이며 안양대는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특수·기독교육과의 경우 천안대 특수교육과가 최우수 판정을 받은 반면 안양대 기독교육과는 `개선요망' 지적을 받았다. 예체능·기술교육과의 경우 부경대 수산교육과가 최우수 점수를 받았으나 삼육대 음악교육과는 `개선요망' 판정을 받았다. 일반대 교육과 평가는 교육과정(45점), 교수·학생(40점), 행·재정 및 시설영역(15점) 등 3개 영역으로 나눠 16명의 평가단(단장 인천교대 허숙 교수)이 대학에서 제출한 자체평가보고서를 토대로 서면 평가와 현장방문 평가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이번 평가를 통해 대학의 교원양성 교육체계의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교원양성기관의 체제 개선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앞으로 실시될 교원양성·연수기관의 평가인증제 도입의 기반조성 자료로 쓸 계획이다. 이번 평가에서 `개선요망'으로 지적된 대학은 5월말까지 자구 노력 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며 교육부는 이를 검토한 뒤 내년도 학생 정원조정에 반영할 계획이다.
농촌지역 3학급 학교로 폐교 위기에 몰린 경북 남선초(교장 송영길)가 교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으로 학생수를 두 배로 늘려 화제다. 안동시 남선면 구미리에 위치한 남선초는 20년 전만 해도 10학급(372명) 규모의 학교였다. 그러나 계속되는 농촌인구의 감소와 전학으로 99년에는 전교생 36명(3학급)의 소규모 학교가 돼 폐교 위기에 몰렸다. 교사 3명에 전학년 복식수업으로 교육환경도 크게 악화됐다. 이에 교직원들은 눈물겨운 학생수 늘리기 작전에 돌입했다. 취학을 앞둔 자녀의 가정과 학구위반 가정에 매월 남선 통신문을 보내고 매일 전화상담과 가정방문을 통해 소규모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홍보했다. 한 집을 20번 이상 방문하고 밤늦게 맞벌이 가정을 찾아 12시가 넘어 귀가한 일도 비일비재했다.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우선 여교사 3명 모두 자녀를 남선초로 전학시켰다. 교통이 불편하다는 용마아파트 237세대 주민 자녀를 위해 승합차를 마련, 운행하고 있으며 방과후 특기적성교육을 위해 전 문강사를 초빙해 피아노, 컴퓨터, 영어부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또 컴퓨터실·피아노실 설치, 급식소 정비 등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수준별 개별화 학습지도, 개인별 인성·특기적성 교육과 생활지도를 펼치며 소인수 학급의 장점을 극대화하고 있다. 그 결과 남선초는 2001학년도에 전교생이 63명으로 늘고 교직원 수도 6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다. 학급 수도 6학급으로 늘어 복식수업이 완전히 해소됐다. 대부분 위장 퇴거 후 자녀를 안동 시내 학교로 입학시키던 용마아파트 주민들이 2001학년도에는 취학 대상 자녀 9명중 7명을 남선초에 입학시켰다. 한 명도 입학시키지 않은 2000학년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인 현상이었다. 또 안동시내 학교에 다니던 이 지역 학생 14명이 오히려 남선초로 전입해 오는 등 폐교 위기 학교에서 `돌아오는 학교'로 완전히 탈바꿈에 성공했다. 송영길 교장은 "내년에는 15명의 학생이 더 늘어날 전망"이라며 "모두가 교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딱 10년 전, 고등학교 2학년. 40세 전후의 남자 수학 선생님이 담임 선생님으로 우리 학교에 부임하셨다. 전주에 사시는 부모님을 모시겠다는 효심으로 낙향하신 선생님은 서울서 남학생들만 가르치시다 보니 다 자란 듯한 우리를 보시는 게 여간 쑥스러운 일이 아니셨다고 말씀하셨다. 두꺼운 안경에 항상 호기심 어린 눈빛과 가벼운 발걸음. 한창 외모에 관심 있던 우리로서는 그런 선생님의 모습이 늘 우스울 따름이었다. 선생님은 입시에 민감한 시기인 고2 여학생들에게 서슴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 싶으면 애써 공부할 필요 없다. 대신, 책을 읽도록 해봐.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공부하기 싫으면 책을 읽어도 좋다." 그 말씀에 용기를 얻고 책을 읽는 친구들이 점점 늘었고 나도 그때 많은 책을 읽었다. 야간 자율학습시간. 선생님께서는 영어 잡지와 사전을 펴시고 그야말로 '공부'를 하셨다. 물론 학위나 승진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당신이 좋아서, 당신의 제자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셨다. 특히 그 분께서는 "수학을 잘 하고 싶니? 그럼 해답지를 버려라! 그리고 모르면 서슴지 말고 내게 오라."하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내 인생에 가장 큰 위기가 닥쳤다.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것이다. 나는 그 날 선생님으로부터 집에 교통사고가 있어 어머니께서 위독하시다 하니 빨리 가보라는 말씀을 들었다. 그리고 택시비로도 충분한 5천 원을 주셨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선생님께서 연락을 받으셨을 땐 이미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였고, 선생님께선 잠시 사실을 숨기시고 그저 빨리 가라는 말씀만 하신 것이었다.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 공부는 의무감 때문이 아니라 하고 싶어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 수학 잘 하는 법, 다른 사람이 어려운 일에 처했을 때 유연히 대해주는 법 등... 선생님께서는 참 많은 것을 주셨습니다. 신현창 선생님, 감사합니다. 머무르지 않고 마르지도 않는 작지만 깨끗한 샘물처럼,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갖고 살겠습니다. 선생님이 그러셨듯이…….
실제 연수 내용 홍보와 차이 커 최근 영어조기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초등학생들이 2∼4주 일정의 해외 단기어학연수에 참가하는 사례가 늘었지만 연수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비자보호원(원장 최규학) 은 최근 해외 단기어학연수 참가경험이 있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22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5.7%가 `알선업체의 홍보내용과 실제 연수내용에 차이가 있다'고 답했다. 또 어학능력을 향상시키고 견문을 넓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나 대부분의 학부모가 과다한 연수 비용 지출로 인해 가계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들은 내용별로 `연수프로그램'(53.1%) , `교육시설'(25.6%) , `강사수준'(13.3%) 등에서 홍보내용이 실제 연수내용과 다른 것으로 지적했다. 세부내용별로는 `반편성과 지도를 위한 회화능력평가가 있었는가'에 대해 63.2%가 `없었다'고 답했으며, 연수생의 적응을 도울 전문교사의 동행여부를 조사한 결과`동행하지 않았다'는 대답이 37.6%에 달했다. 한편 어학연수 비용은 `300만∼400만원'이라는 응답이 50.7%로 가장 많았고, 다음은 `400만∼500만원'(22.7%) , `300만원 미만'(14.8%) 등 순이었으며 응답자의 84.6%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그러나 조사대상의 76.8%가 `어학연수가 어학능력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고,83.8%는 `자녀를 계속 해외 연수에 참가시키겠다'고 답해 많은 학부모들이 비용부담을 느끼면서도 해외 연수는 가능하면 보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연수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한 나라는 미국으로 34.1% 였으며 캐나다가 28.8% 등 북미 국가가 62.9%를 점해 영어 사용권 국가 중에서도 이들 지역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수로 인해 학교의 수업 결손이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17.9%가 '약간 있었다'고 응답하는 등 22.3%가 수업결손이 있었다고 응답했다.
"Hello, Today is…" 지난달 26일, 충남 금산동중의 실외 조회 시간. 단상에 오른 김행정 교장은 느릿한 말투로 훈화를 시작한다. 그런데 따분하게 여길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여기저기서 웃음을 터뜨리고, 심지어 교장 선생님의 행동을 따라하는 학생들. 여느 학교에서는 보기 힘든 이런 진풍경은 바로 김 교장의 독특한 `영어 훈화' 때문이다. 훈화를 영어로 하는 것 자체가 기발한 발상인데다 느릿한 말투, 특유의 몸동작을 섞어 아이들의 이목을 붙잡고 있는 것. 훈화 도중 중요한 단어나 숙어, 문법이 나오면 오른손을 높이 들고 손을 오므렸다 펴거나 팔을 쭉 내밀고 엄지손가락을 추겨 세우는 동작을 반복한 후, 즉석 강의에 들어간다. 또 알아듣기 쉽도록 최대한 느릿하게, 그러나 억양은 확실한 말투가 꽤나 재미있다. 99년 9월 금산동중으로 온 김 교장은 소박한(?) 이유에서 매주 빠짐 없이 영어 훈화 시간을 갖고 있다. "도무지 기억나지 않는 학창시절의 훈화시간을 아이들에게까지 되풀이하고 싶지 않았다"는 김 교장. 그는 "영어를 매개로 기억에 남는 훈화, 그리고 학생들이 조금이라도 영어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훈화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잔잔한 학교 생활 이야기, 시사뉴스, 기념일을 소재로 영어 훈화를 작성하는 김 교장은 A4 용지 앞뒷면에 영문과 한글 번역본을 함께 실어 전교생에게 배포한다. `예습'이 가능한 훈화인 셈이다. 두 번의 졸업식에서도 마지막 기념사를 영어로 하면서 학부모사이에서는 `참신하고 노력하는 교장'이라는 입소문이 돌기도 했다. 더욱이 교실에서는 김 교장의 느린 말투와 희극적인 몸동작을 흉내내는 일이 유행처럼 번졌고, 급기야 지난달 23일 금산학생체육관에서는 사상 유래 없는 `학교장 영어 훈화 흉내내기 대회'까지 열렸다. 학생회가 주최한 이날 대회에는 대머리 분장에 양복을 차려 입은 18개 솔로, 듀엣팀이 참여해 1시간 내내 웃음과 탄성을 자아냈다. 정세영(2학년) 군은 "처음 영어 훈화를 들었을 땐 참 황당했지만 지금은 모두 조회시간을 기다린다"며 "가끔 이마 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손수건으로 쓸어 올리는 동작이 키포인트"라며 즉석에서 시범을 보였다. 김복자 교사는 "늘 연구하고 아이디어를 내고 일을 만드시는 교장 선생님 덕분에 후배 교사들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아이들 교육에 좀 더 분발하는 계기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금산동중은 영어 훈화 외에도 아침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한 생활영어 청취, 생활영어 등급제 운영, 영자신문 구독, 팝송 경연대회 등 영어 생활화에 앞장서고 있다.
중학교 1학년 우리 반 아이들에게 나는 종례시간마다 잔소리를 합니다. 예전엔 내가 저 속에, 저렇게 장난치던 모습으로 앉아 있었는데 하며 시간이 유수같음을 느낍니다. 아이들을 야단치는 내 모습에서 중학교 1학년 시절, 담임 선생님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1985년 수원 권선중학교. 이성천 선생님은 저의 1학년 담임이셨습니다. 교사가 된 지금 생각하니 기억 속의 담임 선생님은 항상 이이들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파악하시고 대학원을 다니시며 공부도 계속하셨던 분이었습니다. 그 분은 저희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시려고 노력을 많이 하셨습니다. 학급에서 물건이 없어졌을 때 너희들은 하나라며 전체 발바닥을 체벌하시던 일, 때로는 성적이 부진한 아이들을 위해 당신의 과목이 아닌 수학문제를 수학선생님께 물으시며 반 아이들을 가르치시던 모습, 저희 아버지가 쓰신 영어 책을 나와서 읽으라 하셨을 때 제 발음이 틀려 당황해하던 저를 위해 아이들에게 '빨리 읽어 발음이 생략된 것이다"라며 덮어주시던 일들, 항상 올바르게 글씨를 쓰라며 펜 잡는 법을 가르쳐 주시던 모습, 종업식 날 반장과 부반장인 저를 부르시며 시집을 선물하시던 모습 등등.. 많은 모습들이 아직도 제 눈에 선합니다. 그 분을 다시 만났습니다. 이성천 선생님은 지금 저희 학교 옆에 위치한 용인고등학교 교감선생님으로 계십니다. 선생님의 성품은 여전하셨습니다. 지난 번 연구수업 때문에 저희 학교에 오셨을 때도 교감 선생님께 "우리 제자 용길이 잘 부탁드립니다" 하시며 정중히 인사하시던 모습, 아직도 선생님 눈에는 제가 그 때 중학교 1학년 용길이로 보이셨던 모양입니다. 선생님의 제자에 대한 마음은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똑같음을 느꼈습니다. 이제는 담임 선생님보다는 교직의 선배님으로써 조언을 들으며 단풍진 이 가을 저녁, 선생님과 그 때 반 친구들과 보내고 싶습니다.
현 정부의 교육개혁은 참으로 유감스럽다. 젊은 교사와 경륜 있는 교사, 교사와 학부모, 평교사와 교감·교장, 초등교사와 중등교사, 공교육기관과 사교육기관, 교육행정직 공무원과 교원, 유아·놀이방 운영자와 국공립·사립유치원교사, 교원단체들 간의 갈등이 끝이 보이지 않는 유감스러운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왜 이렇게 됐는가. 다 정부가 기름탱크에 불만 붙여놓고 다 탈 때까지 지켜보거나 방치한 데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의도한대로 자연소멸 되기 전에 폭발하게 되면 걷잡을 수 없는 대 혼란이 초래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정부의 책임자들이 정말로 딱하다. 그러한 발상이나 사고방식으로 민주시민의식 교육을 하겠다고 큰소리치는 꼴을 보면 한심할 때도 있다. 그 동안 정부가 발표한 수많은 교육정책들은 교원정년 5년 단축을 시발탄으로 그때그때 급조된 애드벌룬을 쏘아놓고 개혁을 시도한 꼴이었다. 그러나 하나같이 부작용과 문제점 투성이다. 모두가 부작용과 문제 투성이 일수 밖에 없는 것이 당연하다. 교직현장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시장경제 논리로만 접근했기 때문에 실패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다. 예컨대, 인기 있는 노래 한 곡 정도가 포함되어 있는 카세트 테이프에 인기도 없는 노래를 여러 곡 끼워 넣어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파는 카세트 테이프 판매전략과 다를 바 없는 정략적 교육정책들을 교육개혁(안)이라고 제시해 왔기 때문이다. 오늘과 같은 후유증을 예상하지 않고 무자비하게 교원정년을 5년이나 단축하였고, 교직사회의 그럴듯한 불만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새로운 정책이랍시고 발표하였으며, 편법일 수밖에 없는 교원수급 정책들을 발표했다. 또 어느 날 갑자기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겠다고 하면서 운동장이나 옥상에 교실을 증축하라고 하니, 시·도교육청도 기가 막힐 일이 아닌가. 교원정년도 애당초부터 63세정도로 하였으면 부작용이 이미 최소화되었을 것이고, 교원성과급도 처음부터 특수수당 형태로 하여 차등지급의 폭을 최소화했더라면 부작용이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중초교사제 또한 처음부터 영어,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과 같은 특정과목에 한해서만 추후조정을 조건부로 하여 교과전담교사로 임용하겠다고 발표했더라면 부작용이 최소화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서, 정부는 지금까지 시도해온 개혁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사회의 대립구도를 이용한 사회개혁이나 교육개혁의 전략'을 지금이라도 바꾸어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금까지의 실패를 겸허하게 수용하는 자세로 유치원·초·중·고등학교 교사는 물론 대학교육 현장의 교원들이 실제로 공감할 수 있는 교육정책들을 마련·제시해야 한다. 개혁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촉구한다.
시류에 영합한 한 가지 교육정책이 마치 전체인 양 교육 현장을 휩쓰는 일이 잦다. 다 교사들이 가르침에 대한 철학 없이 위에서 정보화 교육이다 영어교육을 외친다고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따라 가기 때문이다. 초중등 교육법 제38조에는 `초등학교는 국민 생활에 필요한 기초적인 초등 교육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명문이 있다. 그러나 30년 가까이 교육에 종사해보니 한 번도 학교급별 목적에 충실하자는 깃발은 못 본 것 같다. 그저 위에서 내려보낸 깃발을 흔들면 교사들은 따라가기에 급급했다. 새로운 깃발을 흔들면 역시 그랬다. 하지만 어떤 한 분야를 강조하면 다른 분야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사람들은 건강을 위해 음식을 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보다 더 중요한 지적 영역에서는 왜 편식을 시키는 지 모르겠다. 초등교육은 말 그대로 지·덕·체·기를 고루 갖추는 전인 교육이 필요하다. 교사만이라도 편식의 불가함을 알고 깨우쳐야 한다. 분명한 것은 전 교과에 걸친 기초와 기본을 바탕으로 한 창의성이나 특기적성, 영어, 컴퓨터 등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어느 한 분이 컴퓨터 활용 교육을 외치면 전 학교 교육이 마치 컴퓨터 교육만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왜 그럴까. 지휘자는 교육의 본질을 외치지 않고 교사는 가르치는 자기 철학이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깃발이 흩날려도 교사의 생각이 교육의 중심이어야 한다. 인터넷 활용이 중요한 것처럼 강인한 신체를 기를 수 있는 달리기 지도가 필요하고, 한 반의 협동심을 기를 수 있는 합창 지도도 필요한 것이다. 그래야만 이웃과 더불어 살 수 있는 사람다운 사람을 기를 수 있고, 건전한 사고와 지적수준에서 창의가 살아난다. 시류에 영합한 한 가지를 마치 전체인 양 생각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2일 교원징계재심위원회 대강당에서 대학 입시담당자, 학부모, 일선고교교사, 교육유관단체 관계자 등 300여명이 모인 가운데 `대학수학능력시험 2005학년도 개편시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날 수능개편연구위원회(위원장 박도순·고려대교수)는 ▲수능을 한번 보는 방안으로 `현 수능 보완안'과 `교과영역별 단일선택시험안' 2가지 ▲수능을 Ⅰ,Ⅱ로 나눠 두번보는 방안으로 `기본교과공통시험과 선택과목선택시험안',`일반 학업능력시험과 교과목 선택시험안', `학업 적성검사와 기초학력 검사안' 3가지 등 모두 5개 방안을 내놓았다. ◇수능 1회안=현 수능시험 보안안은 현행 기본틀을 그대로 유지하되 출제 범위 및 내용 수준의 일부를 7차 교육과정의 내용과 수준에 맞춰 수정·보완하는 방안이다. 7차 교육과정에서 과정 구분이 폐지됨에 따라 계열별 시험체제를 없애는 대신 대학의 모집단위별 요구를 일부 수용해 수리영역에서 수준별 시험 형태(A, B, C형)를 개설하고 사회탐구영역과 제2외국어영역의 선택과목수를 일부 확대했다. 교과영역별 단일 선택시험안은 교과영역별 학업성취도 검사의 성격이다. 집중 이수할 교과영역으로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의 5개 영역을 설정하고 그 이수 수준에 따라 고등학교 1학년의 국민공통기본교과목을 중심으로 심화선택과목 일부를 포함한 `보통시험'과 고등학교 2, 3학년의 심화선택과목을 중심으로 한 `심화시험'으로 이원화시켜 둘중 하나를 선택하게 한다. ◇수능 2회안=기본교과 공통시험(수능Ⅰ)과 선택과목 선택시험(수능Ⅱ)안은 7차 교육과정의 기본 편제에 부합하도록 공통시험과 선택시험으로 이원화한 방안이다. `공통시험'은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10학년)의 5개 교과에 근거한 5개 영역(언어, 수리, 사회탐구, 과학탐구, 영어)에 대한 기초학력검사로 공등학교 2, 3학년 학기 초에 각 1회(총 최대 2회) 응시할 수 있다. `선택시험'은 6개 영역(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제2외국어 및 한문)을 설정한 후 기본적으로 각 영역에 포함되는 선택과목별로 시험을 구성한 학업성취도 검사로 3학년 말에 1회 실시된다. 일반학업능력시험과 교과목 선택시험한은 대학에서 학업할 수 있는 기본 능력을 측정하는 일반학업능력시험과 교육과정에 있는 교과목을 중심으로 한 교과목 선택시험으로 이원화한 방안. 일반학업능력시험은 평가영역을 언어, 수리, 영어로 국한했고 교과목 선택시험은 교과목별 학업성취도 검사로 고등학교 1학년 교과목을 포함해 출제토록 했다. 학업적성검사와 기초학력검사안은 4개 안과는 다르게 국가수준의 교육과정과 직접적인 연계를 갖지 않는 2개의 시험체제를 제안하고 있다. 학업적성검사는 미국의 SATⅠ 시험과 같이 언어적성과 수리적성을 측정하는 검사며 기초학력검사는 미국의 ACT 기초학력검사와 같이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의 기초학력을 측정하는 시험이다. ◇전망=박도순 위원장은 '그동안 전문가 협의회를 거친 결과 5가지 방안 가운데 `현 수능 보완안'과 `기본교과 공통시험과 선택과목 선택시험안' 등 2가지 방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와 같이 고교 3학년말에 한번 수능을 치르되 7차교육과정의 특성을 일부 반영하는 `현 수능 보완안'은 입시제도의 안정성을 유지해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가장 유력한 방안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토론자들도 이 방안에 다소 높은 점수를 줬다. 김석우 부산대교수는 "국민공통기본 교육과정과 학생선택중심 교육과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공통시험과 선택시험을 치르되 이를 이원화하지 말고 단일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교수는 "즉 제1안의 단일시험체제와 제3안의 공통과목시험과 선택과목시험, 제4안의 교과목 선택시험간의 절충안으로 평가는 고3 말에 1회 실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7월 7일 문화관광부가 공표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은 외국인들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로마자로 표기된 우리말을 어느 나라 말의 발음을 기준으로 읽어야 할 지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데다가 한번 사용된 모음 표기단위의 중복 사용이 우리 모음 소리 21개 중 16개나 돼 오류나 혼란이 말할 수 없을 정도다. 이것은 국제표준화기구가 로마자 표기의 세계적 통일을 위해 각국에 시달한 로마지 표기관련 지침 중 핵심인 `정확한 소릿값 옮김' `표기단위 중복사용 배제' 조항을 정면으로 배치하고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새 로마자표기법의 근본적인 문제는 국어를 만국공용어인 영어의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하지 않고 이탈리아어(모음)을 기준으로 한 데 있다. 현재 비영어권 외국인들도 해외에서는 영어를 기준으로 로마자 표기를 읽는다는 점에서, 영어권이나 비영어권 사용자 모두를 외면하게 된 꼴이다. 몇 가지 간단한 人·地名을 예로 현 로마자표기법의 오류를 들여다 볼 수 있다. 단군왕검, 을지문덕, 경복궁, 경상도의 로마자표기는 현 규정대로라면 각각 Dan Gun Wang Geom, Eul Ji Mun Deok, Gyeong Bok Gung, Gyeong Sang Do가 된다. 하지만 이것을 영어발음을 기준으로 읽을 경우, `댄·근·왱·좀' `율·자이·믄·됵' `가이·옹·복·긍' 그리고 `가이·옹·생·두'라는 엉뚱한 것이 된다. 또 발음의 기준을 바꿔서 그들 로마자 표기속에 있는 모음 소리를 이태리어식으로 읽어도 그것에서 나오는 말소리는 우리말의 소리 값과는 거리가 멀다. 이런 문제는 한국어로마자표기학회가 마련한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 방식에 따르면 해결할 수 있다. 이 표기법을 적용하면 위의 인·지명은 Dahn Goon Wahng Gurm, Ul Jee Moon DuK, Gyurng Bok Goong, Gyurng Sahng Doh가 되며 의도한 제 소리 값을 정확히 낼 수 있다. 하지만 이 표기법에 대해 어문당국은 로마자 표기법은 영어권만이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안타깝다. 새 로마자 표기법이 공표됨에 따라 기존의 로마자 표기법을 따르던 출판물, 도로표지판, 문화재 안내판 등은 2005년까지 전면 손질될 형편이다. 하지만 지금의 로마자 표기법을 적용할 경우 외국인들이 겪을 혼란은 물론이고 아까운 국세마저 낭비될 우려가 있다. 영어발음을 기준으로 하루속히 국어 로마자 표기법이 전면 개정되기를 촉구한다.
`임∼남임남 황∼태황태 중∼태중태황남∼.' 2층 5학년 교실 창 밖으로 흘러나오는 낭랑한 목소리의 주인공은 대금반 아이들. 대금 연주에 앞서 `아리랑' 정간보(정간보)를 보며 구음으로 음의 장단을 불러보는 소리다. 운동장 한쪽 플러타너스 그늘 아래서는 신명나는 충청 웃다리 가락이 넘쳐 흐른다. 둥그렇게 둘러 앉은 열댓명의 사물놀이반 아이들이 상쇠의 지휘로 호흡을 맞춘다. 곧 가야금, 설장구반의 연주가 시작되고 학교의 자랑인 취타대의 행진이라도 있는 날이면 학교는 마치 국악 경연장을 옮겨 논 듯하다. 대전 세천초등교(교장 남종균). 한 동의 校舍에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93명뿐이지만 학교를 품고 있는 식장산 기슭은 언제나 시끌시끌 우리 가락이 공명처럼 울려 퍼진다. 세천의 아이들은 모두가 국악지킴이다. 다시 올 수 없는 초등시절, 즐겁고 값진 경험을 추억으로 주고 싶었던 학교는 2년 전 아이들의 손에 장구와 꽹과리, 북을 쥐어줬다. "영어 컴퓨터에 대한 요구도 있었지만 `우리 것'을 체험하고 익히는 경험이 더 소중한 재산이 되리라 믿었다"는 남 교장은 "2년 동안 꾸준히 노력해 이제는 국악 명문학교라는 자부심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취타대, 가야금, 대금, 사물놀이, 설장구 등 5개 특기적성반 아이들은 거의 매일 시업전 아침시간과 방과후에 연습을 한다. 매주 두 번씩 외부강사의 지도를 받고도 틈만 나면 지도교사와 연주하는 일이 일상사가 됐다. 3학년이 되면 아이들은 설장구를 배운다. 세천에서 `장구'는 기본이기 때문이다. 1, 2학년에서는 간곡하게(?) 희망한 여섯 아이가 함께 배우고 있다. 꼬마들에게 국악은 언니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훌륭한 놀이다. 하지만 꽤 폼 나는 취타대 등은 모두 4, 5, 6학년의 차지다. 그래서 설장구반 아이들은 늘 언니들이 부럽다. 이른 아침부터 점심시간, 방과후 할 것 없이 치고 불고 뜯고 두드리는 아이들 못지 않게 담당교사들의 열정도 뜨겁다. 취타대를 지도하는 김정미 교사는 무녕지곡(武寧之曲, 왕의 행차나 군대의 행진시 연주하던 행진곡)을 연습시키면서 틈틈이 아리랑, 도라지 타령을 편곡해 래퍼토리를 짜고 취타대의 주요 악기인 태평소 익히기에 여념이 없다. "강사를 졸라 쉬는 시간까지 개인교습을 받을 만큼 뻔뻔스러워졌다"는 그다. 대금반을 맡은 임선우 교사도 고가의 대금을 구입하고 따로 학원까지 다닌 열성파. "애들보다 더 잘 불고 알아야 가르치니까요"라며 이유를 잘라 말한다. 4, 5, 6학년 43명 중 34명이 2가지를 배우고 2명은 3가지를 배울 만큼 우리 가락에 대한 욕심이 남다른 아이들. 그래서 모두 2가지 이상의 국악기는 다룰 줄 안다. 매주 토요일에는 교내 TV방송을 통해 각자 갈고 닦은 실력을 전교생에게 뽐내기도 한다. 대전교육청 등이 주최한 각종 음악경연대회에서도 여러 번 수상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또 하나. 학교의 자랑이자 대전·충청권서 하나뿐인 취타대는 한밭문화제, 대전종합시민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에 초청될 만큼 명물이 됐다. 작우(雀羽, 공작의 깃)를 꽂은 초립, 남전대(남색띠)를 허리에 맨 금빛 도포를 차려 입은 36명 어린 악사(취타수)들의 연주에 가는 곳마다 갈채와 사진 촬영 요청이 쏟아졌다. 놀고만 싶은 앳된 얼굴이지만 아이들 모두 우리 것을 익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으로 당찬 세천의 국악지킴이들. 취타대, 사물놀이, 대금반 활동까지 하는 박근호(12) 군은 "국악 활동을 하는 상급학교로 진학해 실력을 쌓아 인간문화재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서슴없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