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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장(校長)은 교무를 총괄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며, 학생을 교육한다(「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1항). 교무를 통할하고 소속 교직원을 지도·감독하는 것은 학교라는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학교를 관리·경영하는 교육 행정가로서의 역할을 의미하고, 학생을 교육한다는 것은 학교 교육을 책임지는 교육자로서의 역할을 의미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교장이나 교감 등 관리자로 승진하지 않고 평교사로 퇴직하는 것을 희망하는 교원이 많다고 하지만 전체 교원 중에서 약 2.5%의 교원만 교장이 된다는 점에서교장은 원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고 업무적 능력과 도덕성을 모두 갖춰야만 될 수 있는 자리이다. 초등학교와 중등학교 교장의 자격은 다음과 같다(「초·중등교육법」 [별표1]). 하지만, 위 자격은 교장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자격이고, 교장이 되려면 자격보다 결격사유가 없는 것이 중요하다. 교육부는 2014년 ‘교장임용 제청 기준 강화방안’(이하 ‘제청방안’이라고만 함)을 만들어 4대 비위(성폭행, 상습폭행, 금품·향응수수, 성적조작) 징계 전력자 및 징계기록 말소기간 미경과자는 교장 임용 제청에서 제외하기로 하였다. 이에 4대 비위로 견책이라도 징계를 받은 사람은 영원히 교장 임용이 불가능하고, 그 외 징계를 받은 사람은 징계기록 말소기간(견책 3년, 감봉 5년, 정직 7년, 강등 9년)이 경과하지 않은 경우 교장 임용 제청이 제한된다. 제청방안은 현재 초임, 중임, 공모교장, 교감임용 제청에도 모두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4대 비위로 징계를 받았으면 교장은 물론 교감도 될 수 없고, 교장 초임 기간 중에 감봉 이상의 징계를 받으면 말소 기간이 5년 이상이므로 초임 기간 만료 후 중임이 될 수 없다. 제청방안에 관하여 법원은 “경기도교육청 교육공무원인사위원회의 앞서 본 4대 비위 관련 승진임용 기준안은 법령상 근거가 없음에도 그 경과기간의 장단이나 사안의 경중 등을 고려함이 없이 승진임용에서 제외하기로 하는 내용이어서 적절하지 않은 면이 있다.”라고 하여 원칙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체적 판단에서는 “원고의 비위행위는, 미성년의 초등학생을 가르치는 13년 경력의 초등학교 중견 교사가 상급자인 교장에게 사회적으로 정당시되지 않는 사유로 금품을 제공한 것이고, 이로 인해 견책의 징계처분을 받은 것에 그쳤다고 하더라도, 교감승진임용에 적합한 능력과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에 관한 심사와 평가에 있어서는, 그러한 행위가 사회통념상 결코 가벼운 비위라고는 할 수 없다. 비록 원고에 대한 징계처분 기록이 기간의 경과로 말소되었다고 하더라도, 승진임용심사에서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있었던 금품 수수의 비위사실에 관한 것인 이상, 이를 고려사유로 삼을 수 없게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사정들과 피고의 교감승진임용에 관한 광범위한 재량권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들고 있는 사정만으로는, 이 사건 승진임용 제외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라고 하여 제청방안에 따라 교감 승진에서 제외한 것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시하였다(대법원 2018. 3. 29., 선고, 2017두34162, 판결).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도 장학사 근무 시절 학부모로부터 50만원을 받고 이를 알고 나서 12일이 지나서 돌려줘서 견책 처분을 받아 교장승진임용 제청에서 제외된 사안에서 “징계전력이 있는 원고를 ‘교장에게 요구되는 수준의 윤리성·도덕성을 갖추지 못한 자’로 판단하여 승진임용에서 제외한 것을 두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추지 못한 결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또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우리 사회가 교장에게 요구하는 자질과 도덕성의 수준이 높아지면 교장승진임용 후보자의 요건 역시 강화될 수밖에 없는 바, 이 사건 견책처분의 징계 처분기록이 말소된 이후로 5년 이상의 시간이 흘렀다거나, 과거에는 이 사건 견책처분과 같은 징계전력이 크게 문제되지 아니하였다고 하더라도 달리 볼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 사건 각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을 정도로 원고에게 지나치게 가혹하여 그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하였다고 단정하기 쉽지 않다.”라고 판시하였다(서울행정법원 2019. 6. 13. 판결, 2018구합74495 판결). 또, 제청방안이 공무담임권 침해, 교원지위법정주의 위반, 소급입법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청구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김○수는 2015. 9. 1.자 중등 교장 승진임용 발령에 관하여 교육공무원법령에 따라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었던 사실이 인정된다. 그렇다면 위 청구인으로서는 우선 법원에 이 사건 제청 배제나 이 사건 제청 배제에 따라 대통령이 한 승진임용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어야 할 것이고, 이러한 권리구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제기된 위 청구인의 이 사건 제청 배제에 대한 심판청구는 보충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또 “청구인 임○일, 정○석이 이 사건 제청 배제로 인하여 기본권을 제한받는다고 하기 위해서는 앞서 본 바와 같은 승진임용을 위한 전제조건, 즉, 교장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승진후보자 명부에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위 청구인들은 「교육공무원법」 제7조, 「초·중등교육법」 제21조 등이 정한 바에 따른 교장 자격도 취득하지 못하였고, 이 사건 제청 배제에 관하여 위 승진후보자 명부의 상위 3배수 범위에 포함된 바도 없으므로, 법정된 요건도 아직 갖추지 않은 위 청구인들이 이 사건 제청 배제로 인하여 어떠한 법적 불이익을 받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이를 대상으로 한 위 청구인들의 심판청구 부분은 기본권침해의 자기관련성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모두 부적법하다.”라고 하여 헌법소원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고 결정하였다(헌법재판소 2018. 6. 28. 선고 2015헌마1072 전원재판부 결정).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 12. 19. 교육부가 2014년 제정한 제청방안에 대하여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내부지침인 ‘교장 임용제청 기준 강화방안’으로 4대 비위자를 영구히 교장 임용에서 제외하는 것은 재량권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차별행위에 해당하므로 교육부장관에게 4대 비위자에 대해 말소된 징계기록을 이유로 교장 자격연수 및 교장 임용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내부지침을 개선할 것을 권고하였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비슷한 내용으로 제청방안에 관한 제도개선을 권고하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관련된 소송에서 교육부가 모두 승소하고 있으므로 기준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초·중등교육법」 [별표1]의 자격을 갖추고 교감, 교장 승진을 위한 점수를 채웠다고 하더라도 4대 비위로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으면 징계기록 말소 여부와 관계없이 교장(교감)임용 제청에서 제외되고, 4대 비위 외의 일반 징계는 기록이 말소되어야 임용 제청이 가능하다.
I. 들어가며 루이스 캐럴의 소설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붉은 여왕은 앨리스에게 “제자리에 있고 싶으면 죽어라 뛰어야 한다.”라고 말한다. 붉은 여왕의 나라에서는 어떤 물체가 움직일 때 주변 세계도 그에 따라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인공이 끊임없이 달려야 겨우 한발 한발 앞으로 내디딜 수 있다. 내가 살아온 60여 년의 세월 동안 역동적이지 않은 시절은 없었다. 그러나 인구와 기후를 비롯한 생태계, AI를 비롯한 에듀테크, 학생과 학부모의 학교교육 및 교육자에 대한 기대와 자세 등에 있어 최근 몇 년의 변화 속도는 붉은 여왕의 나라보다 더 빠른 것 같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교육자가 변화를 선도하기보다는 힘들게 좇아가고 있는 형국이 되었다. 비록 모두가 변화에 적응하느라 허덕이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미래를 살아갈 민주시민 양성이라는 책임을 지고 있는 교육자들은 교육 비전을 제시하고 교육을 선도해야 한다. 교육자가 이 역할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지속적인 자기 학습, 즉, 연수다. II. 연수 되찾기 1. 연수의 의미 연수(硏修)의 사전적 정의는 “학문 따위를 연구하고 닦음”이다(표준국어대사전). 사전적 의미에 따르면 연수의 주체는 연수를 하는 사람, 즉, 연수생이다. 이는 연구(硏究)의 주체가 연구자인 것과 같다. 그런데 연구의 경우와 달리 연수는 연수를 시키는 사람이 주체이고, ‘연수자’는 그것을 수동적으로 받는 것처럼 사용되고 있다. 보통 사용되고 있는 “연수 받으러 간다.”는 표현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연수라는 용어는 우리가 과거부터 사용하던 훈련이라는 용어와 달리 서양의 용어 ‘training’을 번역한 것이다. 가령 교사 연수는 영어의 ‘teacher training’을 번역한 것이다. 영영사전에 보면 ‘training’은 “특정 직업이나 활동에 필요한 기술(skill. *여기서 말하는 기술은 지식, 기술, 태도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을 학습하는 과정”이다. 즉, 연수는 ‘학습 과정’인데 ‘특정 직업이나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대상으로 하는 학습에 초점을 둔 용어임을 알 수 있다. 여기서도 당연히 주체는 학습자다. 누구나 다 아는 연수라는 용어를 이렇게 분석하고 있는 이유는 용어의 본뜻을 되찾음으로써 연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재탐색하기 위해서다. 연수(硏修)와 유사 한자어인 연수(練修. 익힐 련, 닦을 수)의 뜻은 “인격,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함”(표준국어대사전)이라고 되어 있어 연수(硏修)와 별 차이가 없다. 다만 기업 종사자 연수의 경우와 달리 의사나 교사와 같은 전문직종 연수의 경우에는 연수(硏修)라고만 쓴다. 그 안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을까?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학문 용어는 서구의 용어를 우리가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에서 번역한 것을 들여와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서구 학문 용어의 번역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teacher training’을 연수(硏修)로 번역한 것은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기 전에 배우는 사람(*연구하는 사람)이어야 하고, 학생들에게 본을 보이는 사람으로서 자신을 수양(修養)하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가 이루어졌다. 교원대 김용 교수에 따르면 이러한 연유로 일본인들은 연구와 수양의 앞글자를 모아 ‘연수(硏修)’로 번역했다. 2. 연수의 주체 연수의 의미를 재조명함으로써 밝히고자 한 것은 첫째, 주체가 연수원이나 기관이 아니라 연수생이라는 점이다. 초·중등학생이 주체인 학습에서도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말이 널리 사용되고 있다. 자기주도적 학습이라는 표현은 어린 학생이 아니라 성인학습자에게 적합한 것이다. 성인의 경우에는 자기가 주체가 되지 않을 경우 학습 효과가 크게 떨어진다. 특히나 의사나 교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의 연수는 성인학습자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자기가 원하는 시간과 공간에서, 자기가 원하는 사람들과 함께,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이론이 그대로 적용되는 활동이다. 여기에 강제성이 개입되는 순간 연수는 왜곡된다. 3. 연수기관의 역할 연수의 의미에 비춰볼 때 연수기관의 역할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교원연수가 제대로 이뤄지도록 시스템을 설계하고, 나아가 필요한 제반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다. 교원이 갖춰야 할 새로운 지식·기술·태도가 무엇인지, 이들이 이해하고 적응해야 할 여건과 환경 변화는 무엇인지, 이들이 전문직종에 종사하면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무엇인지, 연수생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등을 밝혀 관련 프로그램을 개설·제공하고, 나아가 관련 비용을 지원하는 것이다. 추가로 제안하고 싶은 것은 타직종 종사자들과 함께 하는 연수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의사와 간호사·변호사·성직자 등의 전통적인 전문직종 종사자, 일반 공무원, 대기업을 포함한 에듀테크 기업 종사자, 기타 서비스업 종사자들과 함께 하는 연수가 필요하다. 타직종 종사자들과 함께 하는 연수는 교원들이 교직을 객관적으로 돌아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해당 직종 종사자들의 근무처에서 인턴처럼 근무해 보는 연수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도 보탬이 될 것이다. 하나 더 필요한 역할이 있다. 의무연수의 내실화를 기하는 것이다. 교원은 자기주도적 연수와 함께 법이 정한 의무연수도 해야 한다. 의무연수는 주도적 연수와 달리 교원의 동기를 저하시키고, 시간만 허비할 우려가 크다. 연수기관은 의무연수 프로그램 개발, 참여 동기 부여, 만족도 제고 등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와 함께 자기연찬에 무관심한 교원들이 연수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도 연수기관의 핵심 역할 중 하나다. 4. 연수 목적과 내용 연수의 의미를 재조명하는 것을 통해 하나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연수가 기술이나 지식 제공에만 초점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연수는 특히 수양(修養)을 강조한 용어라는 점에 나도 공감한다. 교직 종사자는 끝없는 자기 수양을 필요로 한다. 수양은 “몸과 마음을 갈고닦아 품성이나 지식, 도덕 따위를 높은 경지로 끌어올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표준국어대사전). 특히 ‘품성과 도덕’을 높은 경지로 끌어올리는 것에 초점이 두어져 있다. 이는 동양의 ‘스승’의 의미에 부합한다. 연수의 한 축이 수양이므로, 특정 기술이나 지식을 연마하는 연수라고 하더라도 반드시 수양의 목적이 반영되고 내용이 포함되도록 구성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자기 수양의 기회를 제공하는 연수 프로그램 구성 및 운영에 더 내실을 기해야 한다. 스승에 대해 정의해 놓은 가장 오래된 글 중의 하나인 한유의 ‘사설(師說)’에 보면 “스승은 도를 전하고, 도를 익히는 데 필요한 공부를 시키며, 의혹을 풀어주는(傳道授業解惑) 사람”이다. 이처럼 스승에 대한 최초의 기록에도 스승이란 어느 특정 분야의 지식이나 기능만을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한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삶의 자세와 함께 필요한 제반 능력을 길러 주고 이를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이는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는 스승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정의는 요새 유행하는 ‘멘토’라는 말을 포함하고 있으며, 멘토보다 더 넓고 깊은 뜻을 가진 우리말이 바로 ‘스승’임을 알려 준다. 따라서 가르치는 사람이 가르침과 관련해 가장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은 가르침의 본질이 특정 지식(교과 내용)의 전수가 아니라 도의 전파, 즉, 자신이 믿고 있는 바른 밈의 전파활동이라는 점이다. 이를 깨닫고 가르침의 본질에 맞게 가르치는 활동을 할 때 가르침은 고통스러운 노동이 아니라 커다란 즐거움이 될 것이다. III. 나오며 가르치는 교사가 공부의 기쁨(學習悅)을 유지할 때 학생들도 교사를 통해 행복한 배움의 세계로 나아갈 수 있다. 자신은 공부하기를 좋아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강요하고 그를 자신의 생계수단으로 삼는다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 가장 아름다운 선생님의 모습은 ‘영원한 학생’인데, 이는 지속적인 자기 연수를 통해 구현할 수 있다. 미래사회에서 교사는 이론 소비자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이론 생산자로서의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이론 생산 자격증에 해당하는 박사학위를 취득할 필요도 있다. 아니면 최소한 석사학위 취득을 통해 현장연구 수행 역량이라도 갖추어야 한다. 제대로 된 학위 취득 과정은 체계적이며 집중적인 연수임을 교육계가 깨닫기 바란다.
필자는 초등교사를 양성하는 교대에서 강의를 7~8년 했다. 그중에서도 교대 1학년 대상 강의를 많이 했는데 언제나 강의의 시작은 이 질문으로 시작한다. “왜 교대에 왔어요? 왜 교사가 되고 싶어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대부분 이렇게 답한다. “아이들이 좋아서”, “가르 치는 게 좋아서”, “어렸을 때 초등학교 선생님이 너무 좋으셔서” 등 면접용 정답을 주로 말한다. 그런데 조금 시간이 지나 인간적으로 더 가까워졌을 때 다시 같은 질문을 하면 교대를 선택한 이유가 조금 바뀌어 있다. “수능을 망쳐서”, “취직이 잘돼서”, “방학이 있어서” 등의 대답이 정말 많이 나온다. 어떨 것 같은가? 아이들이 좋아서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사람과 수능을 망쳐서 교사가 되는 것을 선택한 사람은 나중에 교사가 되었을 때 얼마나 차이가 날까? 나도 솔직하게 얘기해볼까? 나는 취직이 잘된다는 말을 듣고 교대를 선택했다. 지금이야 임용시험 경쟁률이 있다고 하지만 내가 교대에 입학할 때만 하더라도 교대를 졸업하기만 하면 거의 100% 바로 교사가 될 수 있었다. 또 내가 정말 되고 싶었던 것은 중등 역사교사였다. 그런데 임용고사 경쟁률도 높다는 사실을 알고 바로 포기하고 초등교사를 선택했다. 실망스러운가? 물론 나도 교대 입시 면접을 볼 때는 “아이들이 좋아서요.”, “가르치는 게 좋아서요.”라고 대답했다. 솔직하지 않다고 할지 모르겠다. 무조건 붙어야 하니까. 굳이 변명하자면 집 사정이 참 안 좋았다. 대학교 학비도 대출이든 뭐든 내가 내야 했고 생활비도 벌어야 했다. 그래서 빨리 졸업하고 빨리 취직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했다. 나는 이 점이 창피했다. 다른 동기들은 정말 오래전부터 교사를 하고 싶었고 구체적인 계획도 있었으며 결국은 꿈을 이룬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생각이 바뀐 계기가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당시 나를 가르쳐 주셨던 교수님 한 분이 강의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하셨다. “어떤 이유에서 여기를 왔든 들어온 이상 절반은 선생님이다.” 이 말이 나에게 얼마나 힘을 주었는지 모른다. 비록 멋진 이유로 교대에 온 건 아니었지만, 앞으로의 절반은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각한 것처럼 교직을 시작한 지 10년이 좀 넘었지만, 나머지 절반을 나름 멋지게, 그리고 알차게 채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위 자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진행하는 교수학습 국제조사인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지표다. 교사의 교직 선택 동기에서 우리나라와 OECD 평균과 비교해 봤을 때 ‘안정된 직업’, ‘근무여건’ 등의 개인적 유용성 동기는 높지만, ‘교수·학습을 통한 사회 기여’ 등의 사회적 유용성 동기는 비교적 낮다. 이를 두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하지만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장점으로 인해 우수한 자원들이 교직에 몰리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현상이다. 정작 문제는 이 우수한 자원들이 현장에 왔을 때 본인들이 만족하며 맘껏 활동할 수 있도록 기회와 여건을 주고 있느냐는 점이다. 앞서 살펴본 TALIS 지표에서 ‘다시 교사 직업을 선택할 것이다’는 OECD 평균보다 낮고, ‘교사가 되기로 결심한 것을 후회한다’는 OECD 평균보다 무려 2배가 높다. 다음 자료는 경기도교육연구원이 2020년 11월 12~20일 경기도 내 초임교사(경력 3년차 이하) 3409명과 4년 이상 경력교사 428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남자 초임교사의 25.2%가, 여자 초임교사의 38.3%가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응답했다. 참 의아한 내용이다. 많은 노력을 통해 누구나 되고 싶고 선망하는 교사가 되었는데 정작 교사가 된 사람들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갓 임용된 초임교사들의 30%가 교직을 그만두고 싶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의아하다. 왜 그럴까? 초임교사들은 첫째로 ‘교사 인권’(31.0%), 둘째로 ‘처우 및 보수’(20.8%), 셋째로 ‘업무 과다’(20.4%)를 꼽았다. 의외로 적성 문제는 생각보다 낮다. 왜 이런 현상이 나오는지 개인적으로 생각해 봤을 땐 내가 꿈꾸던 교사의 모습과 막상 교사가 된 후 내 모습의 차이가 크게 나기 때문일 것이며,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 의지보다는 그때마다 바뀌는 주변 인간관계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을 생각했지만 교직 생활에서 교사에게 상처를 주는 학생, 학부모의 거친 민원, 권위적이고 비합리적인 상급자의 행동, 촘촘하게 짜인 매뉴얼과 지침에 따른 활동 제약 등 다양한 일을 겪다 보면 매너리즘도 가속화된다. 나는 아이들이 좋아서, 가르치는 것이 좋아서 힘들게 교사가 됐지만 정작 교사가 신경 쓰고 챙겨야 할 문제들은 전혀 다른 것이 많다. “요즘 MZ 교사들은 모범생들만 모여서 문제 있는 아이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누군가가 나에게 질문할 때마다 나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그럼 판사나 검사는 범죄 저질러 본 사람이 하고, 의사는 불치병 정도 걸려본 사람이 하나요?” 조금 과장된 표현이지만 이제는 어떤 사람이 교사가 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사람들이 교직에 왔을 때 지치지 않고 꾸준하게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다.
2022봄 우리나라 좋은 동화 (정재은 외 9명 지음, 파랑새어린이 펴냄, 204쪽, 1만3000원) 참신한 주제로 어린이들에게 새롭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선사하는 젊은 작가들의 단편 동화 9편을 엄선해 엮었다. 우주공간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한 동화, 아동 성폭력 문제를 과감히 담아낸 동화, 코로나로 인해 벌어진 이야기, 상상 속 친구와의 만남과 이별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야기는 축제야 (펩 브루노 지음, 도서출판 단추 펴냄, 48쪽, 1만4000원) 스페인을 중심으로 28년간 이야기꾼으로 활동한 저자가 나만의 이야기를 하는 방법에 대해 담았다. 좋은 이야기란 무엇인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이야기를 잘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하다 불안해지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등 이야기 준비부터 실제 이야기하는 순간까지를 단계적으로 정리했다.
청소년을 위한 세계관 에세이 (강영계 지음, 해냄 펴냄, 248쪽, 1만5800원) 세계관에 따라 사회·세상이 달리 보이게 된다. 문제의 해결책도, 선택의 방향도 달라진다. 저자는 청소년들이 더 합리적이며 통일된 세계관을 가진다면 삶에 있어서도 큰 난관 없이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자아, 직업, 진정한 행복, 사회와의 관계 등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설명을 풀어낸다.
누가 뭐래도 나는 나 (사사다 유미코 지음, 이야기공간 펴냄, 112쪽, 1만5500원)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그동안 만나 온 10대들의 다양한 고민을 듣고 꼭 들려주고 싶은 인생 힌트 50가지를 담았다. 저자가 전하는 인생 힌트는 짧고 담백하다. ‘도망가는 것도 현명한 선택’, ‘친구와 꼭 함께할 필요는 없어’와 같이 교훈적이고 도덕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도록 하고 있다.
요즘 아이들을 위한 요즘 수업 (허용진 외 8명 지음, 창비교육 펴냄, 200쪽, 1만8000원) 전국보드게임교사네트워크 소속 초등 교사들이 보드게임을 활용해 만든 교과별 수업 이야기를 한 권에 모았다. 학습 목표부터 수업 주제 설정, 수업의 세부 구성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교사와 학생의 실제 수업 대화, 수업 유의사항, 활동사진 등을 제시해 과목별 특성에 맞게 손쉽게 수업을 꾸릴 수 있도록 했다. 과목별 특성에 맞게 보드게임 활용 수업을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다양하게 제시했다.
교사여서 다행이다 (이창수 지음, 에듀니티 펴냄, 240쪽, 1만6000원) 20년 교사 경력에 1년차 교감이 된 저자가 학교장과 교사 사이의 중간자, 존재감이 크지 않은 교감으로서의 생활을 풀어낸다. 코로나19로 전전긍긍하고 학교폭력에 속 썩이고, MZ세대 젊은 교사들의 ‘거리두기’에 당황하면서도 아침마다 손수 내린 커피를 학교 이곳저곳에 배달하는 산골 신임 교감의 고군분투기다. 10여 년간 책에 대한 블로그를 운영해 온 ‘책에 미친 교감’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이야기와 관련된 책 소개도 덧붙였다.
임포스터 (리사 손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312쪽, 1만8000원) 임포스터 증후군은 자신은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뛰어나지 않은데 주변을 속이며 산다고 믿는 불안심리를 말한다. 메타인지 학습법으로 각광을 받은 심리학자 리사 손은 공부를 지상과제로 여기는 한국 학생들이야말로 임포스터 증후군의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손 교수는 메타인지 연구와 개인의 경험 등을 통해 가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메타인지 실천법을 책에 담았다.
학교폭력 해부노트 (이수정·박정현 지음, 테크빌교육 펴냄, 216쪽, 1만5000원) 범죄심리학자 이수정과 중학교에서 수년간 학교폭력 담당 교사를 맡고 있는 박정현 교사의 대담과 강연을 모았다. 아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폭력 상황 중 가정폭력, 아동학대, 성폭력, 온라인 폭력 등 대표적인 사례를 뽑아 그 원인과 진행 과정, 해결방법에 대해 범죄심리학자의 날카로운 분석과 교사의 따뜻한 시선으로 살펴볼 수 있다. 폭력 유형별로 교사를 위한 솔루션과 예방책을 담고 있어 학교 현장에서의 대응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문득 가여워진 내 삶 라싸에서 갼체로 가는 길, 구절양장같이 아찔한 고갯길을 달려 이른 언덕 정상 캄바 라(4750m). 거기에 이르러 굽이굽이 산허리를 휘어감고 있는 얌드록 초(해발 4488m, 둘레 250㎞, ‘초’는 우리말로 ‘호수’란 뜻)와 호수 저 너머로 노진캉창산(7191m)의 설산 이마와 마주합니다. 큰 기대를 한다면 찾지 말라던…. 현상적으로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끼는 것은 누구에게도 이견이 있을 수 없는 아름다움일 뿐입니다. 그 아름다움은 또한 모든 이를 즐겁고 기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간혹 아름다움 이면에 있는 또 다른 아름다움. 혹여 겉으로 아름다워 보이진 않지만 속에 깃든 진정한 아름다움. 간과되고 있는 아름다움. 그것에 생의 또 다른 진리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였습니다. 티베트의 신비는 현상적 아름다움으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님을 알겠습니다. 야크의 배설물에도, 씻지 않은 머리와 검게 그을린 유목민의 낯빛에서도, 남루한 그들의 차림에서도 향기처럼 배어나는 아름다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두드러진 것이, 남들보다 앞선 것이, 세상의 기준보다 높이에 위치하는 것이 항상 부러운 눈이었지만 그럴수록 목마른 자신을 돌아볼 줄 몰랐던 세상에서의 내 삶이 문득 가여워지곤 했습니다. 고원지대임에도 유난히 경작지가 많아 부농이 많다는 갼체에 이르니 높은 언덕 능선을 따라 마치 서구의 어느 중세 성처럼 보이는 갼체종이 우뚝 나타납니다. 1903~1904년 신식무기로 무장한 영국 원정대가 통상을 강요하며 시킴으로부터 쳐들어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당시 티베트인들은 구식 무기로 3개월간이나 용감하게 항전했으나 결국 함락되었습니다. 당시 수많은 티베트 전사들이 포로가 되어 수모를 당하느니 차라리 절벽에서 투신해 죽는 길을 택했다는 비운의 성입니다. 이곳은 또한 티베트 최고의 스투파(불탑), 갼체 쿰붐이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8층(기단 포함해 9층)에 그 높이가 35m에 이르며, 층층마다 법당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있답니다. ‘쿰붐’이라는 이름은 숫자 10만을 의미하는데, 이 이름에 걸맞게 어머어마하게 많은, 깨달음을 얻은 티베트 불교의 성인들, 보살들, 탄트라 불교의 수많은 신이 모셔져 있었습니다. 티베트에 이른 지 여러 날. 이미 여러 사원을 둘러보았습니다. 라싸에 있는 포탈라궁은 물론 조캉사원, 세라 사원, 내일은 시가체의 타쉬룬포 사원과 거기에 모셔져 있다는 높이 26m의 세계 최대 금동미륵좌상을 보게 됩니다. 이젠 너무 많이 유포되어 가히 식상한 비유일 수도 있는 ‘신들의 땅’이라는 표현이 실감 날 법도 한, 보는 이를 압도하는 웅대하고도 섬려한 사원들과 상상을 초월하는 승려의 숫자들. 급기야는 그 웅대함에 저절로 다소곳 옷깃을 여밀 법도 합니다. 포탈라궁에 있는 5대 달라이라마 초르텐은 가로 14m 규모에 무려 3700㎏의 금을 들여 만들었다고 합니다. 금빛 찬란한 지붕이며 육중한 궁궐과 사원의 위압적 권위. 그러나 티베트의 정신은 고형(固形)화된 그런 물리적인 것에 있는 것이 아님을 나는 거듭 깨닫습니다. 1000㎞를 마다하지 않고 성(聖)의 세계에 대해서는 숭배를, 자신에 대해서는 한없는 낮춤을 오체투지의 자세로 삶 속에서 실천하는 티베트인(Tibetans)들의 불심. 그 속에 신들이 깃들어 있고, 급기야 티베트는 거대한 신들의 영지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부처로 모셔지고, 신격화되어 금으로 치장된 초르텐을 권력과 권위의 화신으로 폄하하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그러한 웅대함 또한 진심 어린 티베트인의 신심(信心)의 발로라는 데에 이르면 권력의 수탈로 보일 수도 있는 그런 위압적인 불상과 사원들에도 숙연할 정도의 외경이 어느새 깃드는 것을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식상한 표현이 되고 말겠지만, 진리는 단순한 문장 속에서도 발견됩니다. ‘중요한 것은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코로나로 바뀐 집의 중요성 예전에는 밤 9시가 되어도 가족이 다 모이기 어려웠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에서 아직 들어오지 않았고, 아버지는 직장에서 회식하느라 오지 않았다. 빈집을 어머니 홀로 지키곤 했다. 필자가 어릴 적 살던 집의 모습이었고, 코로나 이전까지 우리네 집의 흔한 풍경이었다. 집이라는 곳은 바쁜 직장인들에게 잠을 자고 씻고, 옷을 보관하는 정도였다. 하루의 절반을 밖에서 보내고 그나마 남는 시간은 잠을 자니 집에서 휴식을 취하는 시간은 고작 몇 시간이다. 그래서 집의 소중함이 크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강화되고 4명이 넘으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었다. 밤 9시가 되면 유럽의 밤거리처럼 거리의 상점들이 문을 닫았다. 이게 한국이라니 너무 어색했다. 한국하면 새벽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상점들로 외국인들에게 이색적인 풍경을 제공했는데 이제 밤이 되면 갈 곳이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퇴근하자마자 집으로 들어간다. 어떤 이들은 출근을 안방에서 일어나 서재로 간다. 캠을 켜고 회의를 하고 아이들은 캠을 켜고 수업을 한다. 너무 갑자기 미래 시대에 온 느낌이랄까. 그렇게 2년이 다 되어간다. 코로나로 인해 마스크를 끼고 입대한 군인들이 이제 마스크를 끼고 제대를 한다. 그 사이 문화가 바뀌고, 집에 대한 인식도 바뀌었다. 이제 집은 사무실이고, 교실이고, 카페가 되었다. 집에서 일하고, 집에서 공부하고, 집에서 담소를 나눈다. 하루 24시간 중 24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일도 흔해졌다.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면 집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소비도 바뀐다. 그럼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엄마! 창문형 에어컨 사주세요. 창문형 에어컨 시장이 앞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보는 이유는 아파트가 확장형이 기본으로 되면서 발코니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옛날 아파트는 방마다 발코니가 있어 작은 방에도 벽걸이 에어컨을 달기 좋았다. 실외기를 작은 방 발코니에 두면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집도 흔치 않았던 이유가 아이들도 부모도 집에 늦게 오니 낮의 무더위를 느낄 겨를이 별로 없다. 열대야 며칠만 잘 견디면 된다는 생각에 작은 방에 에어컨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작은 방에는 발코니가 없어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할 수 없다. 아파트 분양을 할 때 천장형 시스템에어컨을 권유하지만 이것도 문제가 있다. 작은 방까지 설치하면 에어컨 비용만 800만원이 넘고 주방·거실 모두 하면 1000만원이 넘기도 한다. 그런데 여름에 에어컨 6대를 동시에 돌리면 전기료도 감당을 할 수 없다. 거기에 분양 당시에는 신모델이었지만 2년 후 입주할 때는 구모델이 되기 때문에 가격 손실도 발생한다. 그래서 집주인들이 실거주를 하려고 집을 분양받아도 시스템 에어컨을 잘 하지 않는다. 투자 목적으로 산 사람들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 그런데 작은 방에는 부모가 끔찍이도 사랑하는 자녀들이 산다. 자녀들은 문을 닫고 살고 싶어한다. 그리고 덥다고 짜증을 낸다. 부모 입장에서는 거실에 에어컨을 틀어주지만 작은 방으로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신형 아파트일수록 창문형 에어컨 수요가 늘어난다. 창문형 에어컨은 이사갈 때 들고 가기도 편해서 전세를 사는 사람도 마음 놓고 주문할 수 있다. 그동안 30만 가구 정도에 머물렀던 주택공급이 2022년에 46만 가구나 분양을 한다고 한다. 이후에 10년간 연평균 56만 가구를 분양한다고 한다. 앞으로 주택공급이 크게 늘어나면 창문형 에어컨 시장도 같이 성장하게 된다. 보통 겨울에는 투자자들이 에어컨을 잘 떠올리지 않는다. 그만큼 겨울에는 여름 주식을 생각하고 여름에는 겨울 주식을 생각하면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 내년 봄 미세먼지로 창문 닫고 살아야 할 겁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미세먼지가 심해서 공기청정기가 불티나게 팔렸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2년간 공기청정기 판매가 신통치 않았다. 봄에 미세먼지가 확연히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끝나도 미세먼지가 확연하게 줄어 있을까? 미세먼지는 석탄발전, 공장가동률과 연관이 있다. 코로나가 끝나고 공장이 열심히 돌아가고 차량운송량이 늘어나면 미세먼지로 공기가 가득할 가능성이 높다. 그럼 창문을 닫고 살아야 한다. 과거에는 낮에 모두 출근하고 밤에만 있으니 공기청정기가 없어도 그리 필요성을 모르고 살았다. 그런데 이제 코로나가 끝나도 한동안 회식을 하지 않고, 모임도 줄어들고, 공부도 집에서 하는 문화가 정착될 수 있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불편하면 바로 물건을 주문하게 된다. 특히 공기청정기는 돈보다 중요한 가족의 건강과 연관이 있다. 여기에 미국의 산불도 평소에 비해 자주 나타나고 있다. 작년에 미국의 산발적인 산불로 인해 문을 열지 못하고 살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그래서 공기청정기가 미국에서 많이 팔렸다. 이런 점을 보면 지금 쌀 때 공기청정기를 사두든가 공기청정기 주식을 사두는 전략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비싼 가전제품이 더 잘 팔린다고? 코로나는 밖에서 하던 문화를 집으로 가져왔다. 필자도 1년에 6번 영화관 공짜 티켓이 있지만 2년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 그러면서 매달 돈을 내야 하는 넷플릭스는 결제하고 있다. 영화관에 있는 영화를 봐도 지인들은 보지 않으니 대화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넷플릭스 인기작은 바로 다음 날 지인들과 대화 주제가 된다. 집이 영화관이 된 것이다. 그래서 TV를 사러 가전제품 전시장을 갔다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TV들을 보며 돌아섰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이 TV를 사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라 가전제품 TV 판매 실적을 보면 날개 돋친 듯이 팔려 세계 1위 가전제품 회사가 되었다는 뉴스가 있다. 최근 가전제품 회사들을 보면 프리미엄 가전제품을 더 적극적으로 내고 있다. 그 이유는 그만큼 고가 가전제품들이 잘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야외 활동에 투자하는 것보다 가전/가구에 투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을 한번 맛보면 다음부터는 저가제품을 쓰기 힘들어진다. 먹고 살기 힘들어도 TV는 좋은 것 사야지 하는 문화가 정착될지도 모른다. 그럼 여기서 가장 이익을 보는 사람은? 거기에 투자하면 된다.
노각나무와 모과나무 중 누가 더 예쁠까? 나무 선발대회에서 수피(나무껍질) 아름다움 부문이 있다면 어떤 나무들이 후보에 오를까. 그동안 세평으로 보아 노각나무, 모과나무, 배롱나무, 백송, 육박나무는 후보에서 빠지지 않을 것 같다. 우선 노각나무는 비단결같이 아름다운 수피를 가져 유력한 진 후보다. 쭉 뻗은 줄기에 금빛이 살짝 들어간 황갈색 무늬가 독특하면서도 아름답다. 얼마 전 나무박사인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 강연을 들었는데, 박 교수는 “우리나라 나무 중 수피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노각나무”라고 했다. 수피가 비단을 수놓은 것 같다는 의미로, ‘금수목(錦繡木)’, ‘비단나무’라는 별칭도 갖고 있다. 노각나무는 꽃도 ‘놀랄 만큼 크고 우아’(이유미 국립세종수목원장)하다. 6~7월 여름에 들어서면 잎 사이에서 하나씩 매달려 하얀 꽃이 피는데, 다섯 장의 꽃잎이 겹쳐 피고 가운데에 노란 꽃술이 있다. 꽃의 모양과 크기는 동백꽃과 비슷하지만, 꽃잎이 두툼하고 질감도 독특하다. 노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특산식물이라는 점에서 가점도 받을 것이 분명하다. 우리 특산 나무라 학명(Stewartia koreana)에 ‘Korea’가 들어 있다. 나무가 단단하고 습기에도 강해 목기, 특히 제기(祭器)를 만드는 최고급 나무로 꼽혀왔다. 독특한 나무 이름은 가지가 사슴뿔처럼 생겼다고 ‘녹각(鹿角)나무’였다가 변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으나 확실하지는 않다. 보기 드문 나무여서 직접 보고 싶은 분들은 수목원을 찾는 것이 좋은데, 여의도공원에도 몇 그루 심어 놓았다. 과일 ‘모과’는 울퉁불퉁 못생긴 것이 특징이다.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까지 있다. 그러나 수피와 꽃으로 따지면 상황이 180도 다르다. 매끄러운 줄기에 녹색과 회녹색이 조화를 이룬 무늬는 한번 보면 잊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답다. 나무 선발대회 수피 부문 심사위원이라면 노각나무와 모과나무를 놓고 막판까지 고민할 것 같다. 봄에 진한 분홍색으로 피는 모과꽃도 뜻밖에도 아주 매혹적이다. 적어도 과일꽃 중에서 여왕을 뽑는다면 아마 모과꽃이 차지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배롱나무도 수피 부문에서 후보에 오르지 않으면 공정성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얇은 조각이 떨어지면서 반질반질한 피부가 드러나는데 매끈한 피부 미인을 보는 것 같다. 이 나무 표피를 긁으면 간지럼 타듯 나무가 흔들린다고 ‘간지럼나무’라고도 부른다. 일본에서는 원숭이도 이 나무를 타다 미끄러진다고 ‘원숭이 미끄럼나무’라고 부른다. 원래 배롱나무는 주로 충청 이남에서 심는 나무였으나 온난화 영향으로 서울에서도 월동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서울에서도, 특히 최근 조성한 화단 등에서 배롱나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다만 중부지방에서는 월동을 위해 볏짚 등으로 나무줄기를 감싸 주고 있다. 백송은 나이가 들어 수피에 흰빛을 띨 때보다 젊어서 수피가 푸르딩딩할 때가 더 멋있는 것 같다. 수피가 얼룩무늬로 벗겨지면서 국방색 무늬를 띠는 것이 독특한 미감(美感)을 주는 나무다. 자랄수록 나무껍질이 큰 비늘처럼 벗겨지면서 흰빛이 돌아 백송이라 부른다. 언젠가 수피가 아름다운 나무에 대한 글을 썼더니 어느 분이 왜 육박나무가 빠져 있느냐고 항의(?)했다.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육박나무는 녹나무과 상록 활엽수로, 우리나라 남쪽 섬지방에서 자생하는 나무다. 수피는 연한 흑자색인데 일부가 둥글고 큰 비늘처럼 떨어져서 얼룩덜룩, 꼭 예비군복 무늬를 닮았다. 섬사람들은 이 나무를 ‘해병대나무’라고 부른다고 한다. 위 수피가 아름다운 나무 5개 중에서 당신의 선택은 어떤 나무인가? 채점에 앞서 노각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나무이고 육박나무는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라는 점, 모과나무·배롱나무·백송은 중국이 원산지라는 점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광택이 나는 흰색 껍질이 얇게 벗겨지는 자작나무도 “수피를 논하면서 날 빠뜨리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항의할지 모르겠다. 은사시나무는 수피에 다이아몬드 무늬가 셀 수 없이 많이 박혀 있다. 그래서 다이아몬드가 저렇게 많으니 세상에서 가장 부자나무 아니냐는 얘기를 듣는다. 다이아몬드 모양 무늬는 껍질눈이라고 하는 기관이다. 한자어 피목(皮目)을 우리말로 풀어 쓴 말인데, 나무의 껍질에 생기는 공기의 통로 같은 역할을 하는 조직이다. 이름 그대로 껍질에 생기는 눈인데 숨구멍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은사시나무는 전국의 산에서 숲을 이루면서 자라는 나무다. 아주 빠르게 자라 산을 푸르게 하므로 우리나라에 벌거숭이산이 많았을 때 리기다소나무, 아까시나무와 함께 많이 심은 나무다. 하지만 빨리 자라는 만큼 줄기가 단단하지 못해 젓가락이나 성냥개비, 상자 등의 목재로 쓰이는 정도다. 수원사시나무와 유럽에서 들어온 은백양나무 사이에서 저절로 만들어진 잡종으로 1950년대 수원에서 처음 발견됐다고 한다. 반면 수피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 나무들도 적지 않다. 물박달나무가 대표적이다. 회색 또는 회갈색 수피는 말 그대로 너덜너덜하다. 제법 큰 조각이 겹겹이 붙어 있다. 그래서 ‘할 일이 많아 포스트잇을 겹겹이 붙여 놓은 것 같다’는 사람들도 있다. 물박달나무는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큰키나무다. 크게 자라면 20m까지 자라는 나무인데, 숲속에서도 수피만으로 바로 알아볼 수 있는 나무다. 수피가 지저분한 나무를 논할 때 산수유를 빠뜨릴 수 없다. 초봄에 산수유와 생강나무는 비슷한 노란색 꽃이 피기 때문에 가까이 가서 보지 않으면 구분이 어려울 정도다. 생강나무는 짧은 꽃들이 줄기에 딱 붙어 뭉쳐 피지만, 산수유는 긴 꽃자루 끝에 노란 꽃이 하나씩 핀 것이 모여 있는 형태다. 하지만 수피를 보면 금방 구분할 수 있다. 생강나무는 줄기가 비교적 매끈하지만 산수유 줄기는 껍질이 벗겨져 지저분해 보이기 때문이다. 단풍나무 종류 중에서는 복자기와 중국단풍 수피가 지저분하다는 말을 듣는다. 복자기는 단풍이 곱지만 수피는 벗겨져서 지저분하고 너덜너덜하다. 중국단풍도 수피가 지저분하게 벗겨진다는 말을 듣는다. 다릅나무는 흑갈색 수피가 얇게 벗겨지면서 말리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때가 밀린 것 같다는 말을 듣는다. 다릅나무는 나무를 베면 목질부 겉과 속의 색깔이 선명하게 달라서 다릅나무라는 이름을 가졌다.
수도권 수은주가 영하 11도를 기록한 지난 12일. 한겨울 찬바람이 더해져 체감온도를 뚝 떨어뜨린 날씨였다. 인천 P 풋살 스타디움에 트레이닝복 차림 여교사 10여명이 들어섰다. 그러곤 스쾃과 런지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결성된 인천지역 초·중·고 여교사들로 구성된 축구팀 토라(TOLA) 멤버들. 토라는 ‘teachers outside life afterschool’의 머리글자를 모은 약자. 매주 수요일 저녁 이곳에서 훈련도 하고 시합도 한다. 중·고교 체육교사들이 주축이지만 초등학교 교사들도 제법 있다. 연령대도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하다. 정식 축구팀을 만들고 싶었지만 처음이다 보니 인원이 적어 풋살로 시작했다. 이날은 드리블, 패스, 슈팅 등 실전 감각을 익힌 뒤 편을 나눠 시합을 벌이는 날. 한솥밥 먹는 팀이지만 실력은 천차만별. 축구경력 8년이 넘는 선수가 있는가 하면 기본 룰조차 헷갈려 하는 초보도 많다. 그래서인지 경기 시작 전 패스 연습에 많은 공을 들인다. 이윽고 시작된 연습경기. 휘슬이 울리자 양보가 없다. 쉬지 않고 뛰면서 공을 주고받는다. 패스할 때면 목이 터져라 이름을 부르고 운동장에 넘어지길 수차례. 종종 보이는 헛발질엔 너나 할 것 없이 웃음보가 터진다. 골을 먹어도 기죽지 않고, 넣었다고 기고만장하지 않는 스포츠맨십까지. 축구 열기에 한겨울 추위가 무색하다. 토라의 주장을 맡은 조연지 교사(인천 불곡중)의 주특기는 육상. 그는 어려서부터 축구를 제일 좋아했다. 대학에 여자축구팀이 있었으면 뒤도 안 돌아보고 진학했겠지만 갈 곳이 없었다. 그래서 선택한 게 체육교사. 임용되자마자 축구 동호회에 가입했다. 남자들 틈에 끼어 축구를 하면서 아쉬움을 달랬다. 그러던 중 골때리는 그녀들이란 프로그램을 보고 여교사 축구팀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교사 커뮤니티 등에 창단 글을 올려 회원을 모집한 뒤 팀을 꾸렸다.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모여 활동하는 것이 제한돼 처음엔 애를 먹었다. 동료교사들에게 권유하길 수차례. 조금씩 입소문이 퍼지면서 가입자가 늘었다. 지금은 활동하고 있는 회원이 16명. 학교도, 연령도, 가르치는 교과도 모두 다르지만 열정 하나만큼은 어디 내놔도 뒤지지 않는다. 자주 얼굴을 보지는 못해도 그라운드에만 나서면 금세 끈끈한 유대감이 형성되고 뜨거운 열정을 발휘한다. 창단 멤버인 김행운 교사(부원여중)는 체육 시간에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치다 축구 매력에 흠뻑 빠진 케이스. 처음엔 수업의 일환이었지만 이제 축구는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축구가 좋아 인천지역 여성 축구 동아리에서 활동하다가 여교사 축구팀 창단 소식을 듣고 한 걸음에 달려왔다. “승부를 가르는 시합이라기보다 공놀이 하듯 즐거운 시간이에요. 초보자인 선생님들도 부담 없이 즐기고 가죠.” 김 교사는 “시합을 끝내고 돌아갈 때면 한판 신나게 놀다 온 기분이 든다”고 했다. 중학교 때부터 학교 스포츠 클럽을 통해 남학생들과 축구를 해왔던 박민정 교사(인성여고)는 “그동안 축구 할 기회가 없어서 못내 아쉬웠는데 ‘토라’를 알게 돼 무엇보다 기뻤다”며 “이기고 지고를 떠나서 동료교사들과 함께 땀 흘리고 서로 가르치고 배우며 축구를 하는 것이 너무나 값진 경험”이라고 말했다. 박 교사는 “여자 선생님들과 축구를 해보니 훨씬 더 잘 맞고 불편함 없이 즐겁게 할 수 있다”면서 “‘토라’ 덕분에 꿈에 그리던 축구 유니폼도 입고 축구장에서 마음껏 뛰어볼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축구의 매력은 뭐니뭐니 해도 소통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정말 소통의 중요성을 느끼게 된다. 어색한 사이라도 서로 이름을 부르고, 패스하고 몸으로 부딪히며 땀 흘리다 보면 금세 친해진다. 또 축구는 팀플레이 운동이다 보니 ‘공유하는 기쁨’이 크다. ‘토라’ 선수들은 “같이 공을 차고 달리고, 골을 넣고 같이 기뻐하는 것에 재미가 있다”며 “서로 손발을 맞춰 승리했을 때 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기량을 쌓아 전국대회에 출전하는 게 목표다. 또 교육청으로부터 전문적학습공동체 인정을 받아 풋살연수도 하고 교사들과의 교류 폭을 넓혔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조 교사는 “처음엔 이게 과연 잘될지 의구심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선생님들의 호응이 너무 좋아 앞으로도 계속 발전시켜 나가려고 한다”며 “지금은 풋살팀이지만 언젠가는 11명의 선수가 그라운드를 누비는 정식 여교사 축구팀을 만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A초등학교는 교무부장을 할 선생님이 없어 2월 초까지 보직교사 인선을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신입생 배정 업무와 새 학기를 위한 준비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에 가장 오래 있었던 선생님을 겨우 설득하였지만 학사 업무를 해본 적이 없어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B중학교에는 작년에 20건이 넘는 학교폭력 사안이 있었다. 학생부장 보직을 아무도 원치 않고 있어 순번제로 하자고 제안했지만 교직원회의에서 합의되지 않았고 새로 오는 선생님에게 부탁을 하였지만 잦은 민원 등으로 인한 부담감에 거절했다. 결국 전년도 학교폭력업무를 담당했던 기간제 선생님이 학생부장 업무를 맡으면서 새로운 학년을 시작하게 되었다. C고등학교는 일반계 고등학교인데 최근 입시 결과가 좋지 않아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입시를 총괄하는 3학년 부장은 누구나 꺼리는 것이 사실이다. 새로 전입을 오는 선생님 중 한 분이 다행히 3학년 부장을 수락했다. 하지만 3학년 학생들을 처음 만나는 것이어서 학생들의 진로진학 방향을 자세히 몰라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위의 사례들은 특정한 학교의 모습이 아니다. 학교에 근무하고 있다면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 일들로 연말과 연초에 겪는 흔한 갈등의 모습이다.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풍토는 전국의 많은 학교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어쩔 수 없이 순번을 정해 맡거나 근무 연수가 많은 순서대로 하기도 한다. 심지어 추첨으로 정하기도 하고, 기간제 교사들에게 계약 조건으로 보직 수행을 제의하기도 한다. 이러한 모습을 교직이 아닌 외부의 시선에서 볼 때는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이유는 ‘보직교사’가 다른 행정 조직이나 회사로 치면 하나의 부서를 책임지고 업무를 추진하므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에 경쟁적으로 보직을 맡고 싶어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일반적인 시각과는 다르게 보직을 기피하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 역시 20여 년의 교직 경력 중 절반 이상 보직교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때로는 자원을 하여 보직을 맡기도 했지만, 그 이유는 승진이나 더 나은 처우를 바라서가 아니라 대부분 동료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선택한 결정들이었고, 보직을 맡게 되면 주변에서 동료들은 위로와 응원을 함께 해주었다. 보직을 기피하는 이유와 학교급별 현실 보직을 꺼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를 제시할 수 있지만 보직을 맡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19년째 동결되어 있는 보직교사 수당은 담임교사 수당보다 적으나 보직교사가 맡고 있는 행정업무에 따른 책임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한국교총에서 진행한 ‘보직교사의 직무만족도 및 개선방안 관련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직교사 기피의 원인은 업무에 비해 보상이 적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42.3%로 가장 높게 나왔다. 이어서 업무가 교육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왔고, 비슷한 맥락에서 수업 결손의 우려를 기피 원인으로 꼽았다. 교사에게 부여된 본연의 역할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수업과 교육활동이라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결과다. 업무 경감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지만 학교 현장에서 체감하기 어려우며, 행정업무의 중심에 보직교사가 있기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는 것이다. 보직에 대한 인식은 학교급별, 학교와 지역의 성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다소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변인들을 고려해 초등과 중등을 나누어 보직교사들과 인터뷰를 통해 확인한 바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초등학교에서 교무·연구 보직은 학교 운영 전반에 관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크며, 따라서 업무량도 절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중등에 비해 학교폭력 발생 건수는 적지만 6개 학년을 대상으로 각기 달리 적용해야 하는 윤리부장은 주요 기피 업무 중 하나다. 학년별 부장은 각 학년의 특징에 따라 요구되는 업무 수행 방식에 차이가 있으며, 대부분 담임을 겸임하고 있어 학년별 교육과정의 편성과 운영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중등 역시 교무와 연구의 보직은 학사운영 전반의 핵심적인 역할로 어려움이 크다.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장 기피하는 보직은 학교폭력과 선도를 총괄하는 학생부장이다. 업무를 분담하여 안전과 자치를 분리하기도 하지만 업무의 성격상 학생부장이 안전 업무를 관할하는 경우가 많으며, 학년으로 생활지도를 분리 운영하기도 하지만 핵심적인 역할을 학생부에서 처리해야 하는 만큼 부담이 크다.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한다고 해도 가장 꺼리는 업무다. 이외에도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 수업이 확대되면서 기기 관리·운용과 관련된 정보부장 보직도 폭발적으로 업무와 책임이 동시에 늘고 있다. 또한 3월부터 적용되는 「기초학력보장법」에 따라 기초학력 업무와 관련한 보직교사도 기피 업무로 예상된다. 이러한 보직교사 기피 현상을 단순히 ‘일을 하기 싫다’로 폄훼해서는 안 된다. 사명감만 가지고 의무로 보직을 부여하기에는 현실적인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선의로 헌신적인 업무 수행을 했음에도 각종 소송에 휘말리거나 민원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하는 경우들이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다. 보직교사 기피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법 어찌 됐든 학교는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움직이고 있기에 주요 업무를 수행하는 보직교사는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단위 학교에서 알아서 하라는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그렇다면 어떤 해결 방법이 필요할까? 업무를 경감하고 책임을 줄일 수 있는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추상적인 접근에 그칠 우려가 크다. 실질적으로 어려운 업무를 수행하는 데 따른 보상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보상안은 크게 인사상의 이익과 금전적 보상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승진을 전제로 한 인사상의 보상안은 현재 지역별로 승진 가산점제가 상이하다는 점, 승진에 대한 인식이 개인별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국가 수준에서 통일된 해결 방안을 만들기 쉽지 않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해결 방안으로 ‘보상의 확대’에 대한 의견이 55.9%로 반이 넘게 나왔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금전적 보상 액수로는 월 20만원 이상(35.2%), 15~20만원(30.6%)으로 응답이 나왔다. 이러한 요구는 담임교사 수당(현 13만원)의 수준을 감안한 상대적인 적정치임을 알 수 있다. 수당이 아닌 성과급에 반영할 수 있다는 교육 당국의 주장이 있지만,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 방식이다. 학교의 업무 성격상 절대적인 척도로 구분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보직을 수행했다고 해서 높은 성과급을 받으면 다른 동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급을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잘못된 해결 방법의 접근은 보직 기피의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고 학교 안에서 또 다른 갈등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적절한 업무량의 조정과 책임만을 부과하지 않고 정책적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주고 지원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노력에 대한 합당한 처우를 마련해야 한다. 중등에서 학생부장 보직 기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업 시수 지원 등의 유인가를 제시했지만 해소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던 선례를 생각해봐야 한다. 한국교총은 교육부와의 교섭에서 2004년부터 줄기차게 요구하고 노력에 대한 합의까지 매년 달성했지만 실제적인 보직수당 인상은 요원한 상황이다. 「교육기본법」 제14조에는 ‘교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는 우대되고 그 신분은 보장된다’고 명기돼 있다. 「교육공무원법」 제34조, 「교원지위향상을 위한 특별법」 제3조에서도 ‘특별한 보장’은 법률적으로 명시돼 있다. 교육 당국은 현장에서 보직교사를 기피하는 이유와 해결책에 대해 진지하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일주일에 하루는 학교 밖에서 수업하는 ‘지요일’을 도입하고 수능 절대평가 전환 등을 담은 교육공약을 발표했다. 지역사회의 인적 물적 인프라를 교육 자원으로 활용하고 고교학점제에 대비한 대입체제 개편 포석이 깔려있다. 상대 후보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학제개편을 핵심 공약으로 들고 나왔다. 또 학종을 통해 특혜 입학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수시 부정을 철저히 근절한다는 입장을 천명했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는 인재 양성을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학제로는 안된다는 근본적인 변화를 시사했다. 아울러 제2의 조국 사태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반면 이재명, 윤석열 두 후보는 정시 비중 확대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AI, SW교육 필요성에 대해서는 입장을 같이했다. 이 후보 측은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정시 40% 선을 유지할 계획임을 밝혔다. 특히 정시 비중이 지나치게 낮은 대학들에 대해서는 이를 상향 조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측도 정시 확대에 적극적이다. 현재 수시와 정시 비율이 78대 22 정도여서 이를 균형 있게 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새교육은 오는 3월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양당 후보의 교육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반상진 더불어민주당 교육대전환위원회 위원장과 나승일 국민의힘 교육정책분과 위원장을 만나 양측 입장을 들어봤다. 초등 오후 3시 하교 ... 일주일 중 하루는 학교 밖 수업 반상진 교육대전환위원회 위원장은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대입제도는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교육공약 설계자로 불리는 반 위원장은 대표적 진보성향 학자. 문재인 정부에서 한국교육개발원장을 역임했다. 반 위원장은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이 후보 공약의 핵심 어젠다로 공정과 미래형 인재 육성을 꼽았다. 대학입시에서의 공정을 확립하고 학생들이 새로운 인재로 커 나갈 수 있는 교육여건을 조성하는 데 역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행복한 지요일’ 공약이 눈길을 끈다. 일주일에 하루는 학교를 벗어나 지역사회에서 공부한다는 의미인가? 국가교육과정 중 20% 정도는 지역교육과정을 활용해 가르치자는 취지다. 생태환경, 문화예술, 체육, 경제, 역사, 지리 등을 소재로 탐구활동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지역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 학교 밖에서 교육을 전개하는 ‘아웃도어 스쿨’ 방식이다. 성적 중심의 억압된 교육환경을 벗어나 삶의 공간에서 다양하고 풍부한 체험·탐구활동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구성할 것이다. 대전환위 발표문에는 ‘어디나 학교, 누구나 교사’ 라는 워딩이 들어 있다. ‘지요일 교육’에서는 ‘누구나’ 교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인가? 각 분야 전문가들이 학생들의 학습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의미다. 예컨대 박물관에 가면 거기서 설명해 주는 분들이 있다. 그분들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뚜렷한 교사의 개념은 아니다. 다만 일부 자원봉사 형태로 지역사회와 연계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지요일’ 수업은 모든 초·중·고교에 적용되나? 주로 초·중학교를 생각하고 있다. 고등학교는 좀 힘들지 않을까? 강제로 할 수는 없는 일이고 시도교육감이 판단해서 운영하게 된다. 현재 충북에서 이 같은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초등학교 3시 하교제도 관심사다. 어떻게 운영하나. 아이들이 좀 더 오래 학교에 머물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요구를 반영한 공약이다. 정규 수업 이후 오후 3시까지 학교 자체적으로 놀이 중심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학교 돌봄기능 강화와 같은 맥락이다. 교사들의 업무부담이 더 커질 것 같은데. 반발은 예상하고 있다. 선생님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 학부모 여론조사를 보면 제일 힘들어하는 게 일찍 하교하는 것이더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선생님들의 헌신에 기대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을 위해 힘들더라도 조금만 참아 줬으면 좋겠다. 교사들의 부담이 늘어난 만큼 인센티브 같은 것도 검토하고 있나. 현재로선 없다. 수업시수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어서 인센티브를 제공할 근거가 없다. 돌봄보조 인력 증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돌봄교실을 오후 7시까지 운영하게 되면 학교가 힘들어진다. 가장 큰 게 돌봄행정 부담인데 앞으로 교육지원청에서 관내 학교의 돌봄업무를 전담하도록 해 교사들에게 행정업무가 돌아가지 않게 하겠다. 저녁 7시 이후 운영되는 긴급돌봄센터도 교육지원청 인력이 케어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생각이다. 대입공정성위원회를 신설한다고 했는데 교육부에서 관리하나? 교육부에 둘지, 국가교육위원회에 둘지 정해지지 않았다. 교사·학부모·교수 등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앞으로 수시 불공정 전형 등을 모니터링하게 된다. 또 다양한 입시부정 사례를 신고받아 조사하는 역할도 한다. 대학입시의 공정성을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공공입학사정관을 둔다고 했는데 기존 입학사정관과 어떤 차이가 있나? 입시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일정 기간 연수를 통해 입학사정관 경력이 있는 전문 입학사정관을 국가에서 채용, 관리하는 방안이다. 대학들이 원하는 경우 공공입학사정관을 파견해 입시 전형에 도움을 줄 생각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일정 규모 입학사정관 풀을 운영할 계획이다. 가장 관심사는 정시 비율이다.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변화가 있나? 문재인 정부에서 줄곧 정시 40%를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에 변화를 주면 혼란이 올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특정 전형으로 학생을 과다하게 선발하지 않도록 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정시전형 학생이 지나치게 적은 대학에서는 선발 인원 확대를 요구하고 같은 논리로 학생부 교과 전형 선발이 적은 대학에도 선발인원 확대를 요구한다는 의미다. 이런 기조 아래 2028학년도 대입제도를 설계할 생각이다. 한때 진보진영에서 서울대 폐지론을 제기한 바 있다.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 소위 SKY 대학들은 그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나 연·고대처럼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서울대 통폐합 주장은 진부한 논쟁이다. 우리 공약에는 없다. 대선 공약을 보면 공유대학과 연합대학 구상이 나와 있다. 이것이 서울대 폐지론과 연결되는 것 아닌가. 공유대학은 개별 대학이 보유한 교수인력, 교육프로그램, 시설 인프라 등을 서로 활용하는 공동 학사 프로그램이라면, 연합대학은 이보다 더 나아가 공동입학과 공동학위를 추진하는 형태다. 서울대 구성원들이 연합대학 체제에 동의한다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못하는 것이다. K-에듀버스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넷플릭스 수준으로 만들겠다고 했는데. 디지털 전환 교육으로 미래 경쟁력을 일궈 나가겠다는 비전에서 나온 공약이다. EBS나 KERIS에서 만든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학습이 가능한 전생애 교육 플랫폼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학습 결손을 신속하게 회복하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빅데이터・ AI를 활용한 개인별 맞춤형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기본 학력은 국가가 반드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학제개편은 시대적 과제 ... 수시축소·정시확대 추진 윤 후보의 교육공약을 총괄하고 있는 나승일 교육정책분과위원장은 새교육과의 인터뷰에서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양성을 위한 학제 개편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 고등학교와 대학교 간 학제 연계도 검토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수시 비중을 줄이고 정시 비중을 높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대입 제도 개선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학종을 둘러싼 특혜 입학은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학제 개편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배경이 궁금하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전환 시대에 필요한 인재를 기르는 데 6-3-3-4 학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다가올 미래를 내다보고 거기에 맞는 학제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윤 후보도 ‘산업 구조가 엄청나게 변했는데 과거 2차 산업혁명 시절의 학제를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관련된 위원회를 구성해 학제 개편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알고 있다. 초등학교 수학 연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게 되나. 그것보다는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방점은 학제 유연화다. 집단의 수업연한을 획일적으로 줄이는 방안보다 학제 내에서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학교급 간 연계를 통해 다양한 교육을 실현하고자 한다. 학제 유연화에서 주목하는 부분이 있다면. 예컨대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교육의 연계다. 지금은 이 부분이 잘 연결되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열심히 가르치고 있지만 대학교수들은 학생들의 전공 기초학력이 떨어진다고 우려 한다. 뭔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9월 학기제 도입도 검토하고 있나. 그렇게 디테일한 부분까지 살펴보고 있지는 않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9월 학기제 도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윤 후보 공약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것 중 하나는 정시 확대다. 어떤 구상을 갖고 있나. 정시 비율 확대와 함께 공정성 강화를 위해 복잡한 입시제도를 단순화하는 것이 대입 공약의 핵심이다. 이를 통해 학생부 종합전형의 불공정 시비와 특혜입학 논란을 최소화할 계획이다. 그동안 청년들은 수시의 불공정 문제를 여러 차례 제기했고 윤 후보도 정시 확대를 검토해 보자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정시와 수시가 균형을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현재 수시와 정시 전형 비율은 78% 대 22% 정도 된다. 누가 봐도 균형을 잃었다. 이 부분은 대학들도 충분히 인식하고 있어 비율 조정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경쟁자인 이재명 후보는 정시 40% 선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는데. 수시나 정시 비율을 정하는 것은 대학 자율이다. 우리는 대학들의 자율적인 판단을 존중할 것이다. 따라서 몇 % 이상 한다는 것과 같은 구체적 수치를 밝히기 어렵다. 윤 후보는 공정을 키워드로 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 공정은 어떻게 구현할 생각인가? 획일 교육이 가장 큰 문제다. 우리나라 초·중등교육은 지나치게 획일화됐다. 우선 이거부터 바로잡는 게 공정한 교육의 출발이라고 생각한다. 또 하나, 코로나19 이후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크게 늘었다. 학부모들은 불안하다. 상급학교에 진학했을 때 학교 수업을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또 자녀가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잘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을지 등등 걱정이 많다. 이런 불안을 없애기 위해서는 교육의 기초가 튼튼해야 한다. 윤 후보의 공정한 교육은 학교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 학생들이 원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얼마 전 윤 후보는 '코딩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입시에서 코딩에 국·영·수 이상의 배점을 둬야만 디지털 인재를 기업과 시장에 많이 공급할 수 있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코딩 사교육이 늘지 않을까? 단순히 코딩 교육만을 이야기한 게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유연한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우려면 결국 알고리즘이나 코딩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국·영·수만큼 배점을 두자는 말은 교과시간을 많이 할애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모든 교과에 고루 반영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교육을 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무리가 없을 것이다. 교원 관련 공약도 준비돼 있나. 학제 개편이나 디지털 전환 시대에 대비한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교사들이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대표 교육정책인 고교학점제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현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2025년 전면실시하겠다는 것인데 염려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학생의 선택권을 넓히고 진로 탐색 기회를 많이 주려 한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공약)발표까지 고민을 해봐야겠지만 어쨌든 세상이 급변하는 만큼 고교학점제 역시 조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장실습을 하던 고교생이 사망한 사건으로 직업교육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다. 윤 후보의 입장이 궁금하다. 직업교육 활성화를 위한 공약도 발표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 직업교육은 한마디로 실패작이다. 학생수는 줄고 취업률은 떨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현장 적응력도 떨어진다. 안타까울 뿐이다. 무슨 생각을 가지고 직업교육 정책을 추진했는지 의문이다. 윤 후보 교육공약을 관통하는 어젠다는 무엇인가?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5년 동안은 향후 50~100년을 대비한 대대적 교육 개혁의 청사진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다. 다시 도약하는 대한민국을 만드는 교육대통령이 되고자 한다.
2022년 새해는 우리나라와 교육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기원한다. 새해 초 누구나 새 희망 속에 새 변화를 확인하기 마련이다. 특히 수시로 변화하는 교육제도와 환경 속에 지내는 선생님들은 교육 정보에 민감하다. 정보는 공유할 때와 신속할 때 의미가 있다. 자기만 아는 정보는 속한 학교나 조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뒤늦게 소식을 알아서 낭패를 보기 때문이다. 교원은 법령에 명시된 11개 의무조항을 지켜야 하고, 여타 직종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 교권 업무에 오래 근무하다 보니 부주의나 실수로 회복하기 어려운 징계나 형사처벌을 받는 안타까운 사례를 많이 보게 된다. 학기 중에는 방역과 수업 등 쏟아지는 업무로 수많은 공문의 내용이나 법령 등 제도 변경에 대해 둔감하거나 제대로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교총에 접수된 각종 교권 사건이나 징계 사안의 상당수가 몰라서 또는 부주의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새해에는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 선생님들이 이런 황망한 사건의 당사자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2022년도 바뀌는 교권·정책 제도’ 꼼꼼하게 체크해 주세요. 첫째, 올해부터 음주운전이라는 말은 교직 사회에서 사라져야 한다. 올해 1월 1일부터 음주운전 징계를 한 번만 받아도 교장 승진에서 영구히 배제된다. 2015년부터 5년간 교원 징계사유 1위가 음주운전(총 2349명 징계)이다. 그만큼 교직 사회의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단 한 번의 음주운전으로 그간 힘들게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음을 새겨야 한다. 음주운전은 교권 사건이 아니어서 교총도 도움을 주기 어렵다. 딱 한 번 실수라며 억울해서 행정심판, 행정소송, 헌법소원을 제기해도 ‘포괄적 인사재량권’이라는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구제되기도 쉽지 않다. 둘째, 청소년 대상 성범죄 행위, 아동학대(「아동복지법」 위반) 행위로 오인할 언행을 새해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교육공무원법」 개정으로 지난해 12월 25일부터 해당 비위로 수사가 개시된 교원은 직위해제 조치가 적극적으로 시행된다. 가뜩이나 크고 작은 성적·신체적·정서적 학대 등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 사건이 증가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욱 언행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언론 이슈에 부담을 느낀 교육 당국은 즉시 직위해제 조치하고 징계 수위를 높이곤 한다. 교총에 「아동복지법」 위반 사례에 대한 상담 문의나 접수가 점차 늘고 있다. 과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언행이나 무의식적으로 행한 일들이 모두 성희롱이나 체벌, 정서학대라는 무시무시한 말로 바뀌어 고소나 민원이 제기되어 억울하다는 것이 대부분이다. 교육활동 중에 일어난 의도성 없는 신체접촉조차 성희롱 혐의를 받아 곤욕을 치르는 사례도 많다. 이처럼 억울한 사례는 적극적 대응으로 풀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일을 한 번이라도 경험했다면 극심한 트라우마로 학생 교육에 소극적이거나 문제행동 학생과의 충돌을 회피하거나 방임하는 현상도 나타난다. 따라서 예방이 중요하다.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언행은 아예 하지 말아야 하며 불필요한 신체접촉을 금해야 한다. 요즘 시대 선생님들에게 가장 필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용어는 바로 ‘감수성’이다. 성인지 감수성은 물론 ‘다른 세대와의 차이를 받아들이고 느끼려는 태도’인 세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징계의 원인이나 갑질이라고 지적되는 이유의 대부분이 부적절한 말에서부터 비롯됨을 늘 기억해야 한다.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직 사회의 저승사자법’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련 사건이 증가해 필자는 교권 직무연수 또는 교권 예방 연수를 할 때마다 늘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대학(大學)’에 나오는 신독(愼獨)의 자세로 교직 생활을 해달라는 요청이다. 즉, 홀로 있을 때도 도리에 어긋나는 일을 하지 않고 삼가는 자세로 학교생활을 해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말이다. 흔히 말하는 ‘라떼는 말이야’라는 탄식은 사안이 발생하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선생님은 하루 일상을 녹화해 방송에 내보내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셋째, 1월 3일부터는 초과근무수당이나 여비를 부당하게 받은 것이 적발되면 엄중한 징계를 받게 된다.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개정에서는 초과근무수당 또는 여비를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받는 것을 징계 대상이 되는 비위 유형으로 신설하고 해당 비위에 대한 징계기준을 마련했다. 부당수령 금액 100만원 미만이면 최소 견책부터 파면의 징계에 처하고, 100만원 이상일 경우 최소 감봉부터 파면까지 처하게 된다. 물론 부당 수령금액의 5배 범위에서 가산해 징수도 된다. 이런 사례가 있을까 하지만 실제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실수든 고의든 적발되어 징계받는 사례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교직 윤리 실천(근무기록 허위작성 및 가짜 영수증 제출 금지)을 잘 이행하고 실수 또는 착오로 돈을 수령하면 즉시 신고하고 반납해주길 바란다. 넷째, 대학교원도 올해 3월 25일부터 형법상 사기죄로 3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으면 당연퇴직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 국립대학이 대학의 장(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데 교원, 직원 및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르도록 하는 규정도 생겼다. 다섯째, 운전하는 교원은 보행자 안전에 더욱 주의를 해야 한다. 교차로에서 우회전을 하거나 신호등이 없는 작은 횡단보도 등을 지날 때 횡단보도 인근에 보행자가 있으면 일단 정지를 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아파트 단지 내 등 도로가 아닌 곳에서도 운전자에게 보행자 보호 의무 부여 등 ‘보행자 보호’ 강화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횡단하거나 횡단을 위해 대기중인 상태에서는 일시정지 의무 부과 등 회전교차로 통행 방법을 담은 ‘도로교통법’이 1월 11일 공포, 올해 7월 12일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찰청은 법 시행 이전이지만 기존 법률에 의해서도 보행자가 있음에도 무리하게 통과를 시도하는 우회전 차량은 지금도 적발 대상이 된다고 밝혀 늘 조심해야 한다. 위반 사실이 적발되면 범칙금(6~7만 원)과 벌점(10점) 부과, 자동차 보험료가 할증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출·퇴근 때 등·하교 학생 안전에 더욱 조심해주길 바란다. 학생 교통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여섯째, 올해는 특히 사립학교와 관련해 많은 변화가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만큼 관련 제도 변화를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사립교원 신규 채용, 필기시험 시도교육감에게 위탁 실시 △교원징계위원회 구성 5~11명으로 확대(외부위원 최소 2명 이상 포함하되 학부모 위원 1명 이상 포함) △교원징계위원회가 징계 의결 시 징계의결서를 관할청에도 송부 의무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자문기구에서 심의기구화 △사립학교 경영자·교직원 등의 청렴의무 규정, 사학기관 행동강령을 정하도록 하고, 그에 관한 관할청의 시정명령, 과태료 처분 규정 △사립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자문 사항인 학교의 예산안 및 결산을 심의사항으로 개정하는 것이 대표적인 내용이다. 일곱째, 「교육공무원승진규정」 공통가산점 만점이 총 5점에서 3.5점으로 축소되고, 연구학교와 해외 교육기관 파견 점수의 만점도 줄어든다. 지난 2016년 12월 개정된 승진 규정이 경과조치를 거쳐 올해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이다. 여덟째, 교직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법률이 새롭게 제정·시행된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시행이 대표적이다.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하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1월 27일부터 시행된다. 교총 등 교육계의 노력으로 다행히 처벌 대상에서 학교장이 제외되었지만 학교 등 교육 현장의 각종 공사나 시설물에 대한 안전사고 예방 교육 및 철저한 주의가 요구된다. 5월 19일부터 시행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도 잘 살펴 위법행위를 조심해야 한다. 여기에는 ▷직무관련자에 대한 사적 이해관계 신고 ▷부정취득 이익 몰수·추징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재산상 이익 취득 금지 등의 내용이 명시됐다. 특히 공직자가 직무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직무와 관련된 거래를 할 경우 사전에 이해관계를 신고하거나 회피하도록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어기면 처벌받게 된다. 교총의 활동으로 학연, 지연, 혈연, 종교 등 지나친 사적 이해관계자의 범위 확대를 막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아홉째, 「학교안전공제회법」 개정으로 3월 25일부터 대학도 학교안전공제 가입 대상에 추가되고, 안전사고로 크게 다친 학생의 간병료와 부대 경비의 지급도 확대된다. 열 번째, 「기초학력보장법」 제정 시행(3.25), 「디지털 기반의 원격교육 활성화 기본법」 제정 시행(3.25), 「교육기본법」 개정에 따른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학급당 적정 학생 수 설정(3.25), 고교학점제 시행 근거 관련 「초·중등교육법」 개정 시행 (3.25),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제정 시행(7.21) 등 교육과정과 교육 거버넌스에 영향을 주는 굵직한 법률도 시행된다. 더하기만 있고 빼기는 없다는 탄식 속에 바뀌는 법령을 현장에서 실천하는 이는 교원들이라 올해는 유독 힘들 것 같다. 교육대통령, 교권교육감 뽑읍시다. 이상 새해 교원과 관련된 주요 사항에 대해 살펴보았다. 제도 변화에 대해 잘 몰라서 또는 실수로 징계를 받거나 억울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 국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총 1만 8962건의 교권 사건이 발생했고,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간 한국교총에서 접수·처리한 교권 침해 건수는 4439건, 교총 교권 침해 소송비 지원 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급된 액수는 총 16억원에 달한다. 새해는 교권 침해 사건은 물론 선생님들을 힘들게 하는 수많은 요인이 많이 사라지길 기대한다. 교총도 교권 보호 활동에 더욱 매진할 것임을 약속한다. 교육 발전과 교권 보호를 위한 더 큰 과제가 있다. 바로 올해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3.9)와 교육감 선거(6.1)에서 교육에 힘을 주고 교권을 지키는 이를 뽑는 일이다. 선생님 모두 ‘교육 대통령, 교권 교육감’ 선출에 함께 힘을 모을 것을 제안한다.
나는 중·고등학교 6년을 추풍령 바람과 함께 시오리(6㎞) 들판 길을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 아침 등교는 추풍령 바람을 등에 지고, 저녁 하교는 추풍령 바람을 가슴으로 안고 다녔다. 겨울이면 추풍령 내리닫는 북서풍 바람에 등을 떠밀리며 허둥허둥 학교에 갔다. 행보 전체가 불안정하고 공연히 마음만 다급했다. 꼭꼭 눌러 쓴 교모도 사정없이 날아갔다. 하교하는 길은 바람이 숨을 막았다. 체급 낮은 내가 거구의 추풍령 바람과 밀어내기 한판을 겨루며 간다. 아주 육중하고 뻑뻑한 철문을 온몸으로 밀어제치며, 한 걸음 한 걸음 찍듯이 나아가야 한다. 자전거도 무용지물, 내려서 붙잡고 걸어갔었다. 심한 눈보라 속을 가는 자세로, 상반신을 30도 정도 웅크리고, 다시 고개를 숙여 걸었다. 더구나 이 길은 약간의 경사까지 있어서 집으로의 귀환은 그야말로 ‘고난의 행군’이었다. 이렇게 추풍령 바람이 있어 내 다리에는 근육이 다져졌으리라. 뒷날 인생 풍파를 헤쳐나가는 정신의 근육 또한 다져주었으리라. 바람의 은혜라 해야 할 것이다. 바람의 기억은 인생 굽이굽이마다 있었다. 젊은 시절, 설악산에서 길을 놓쳤다. 대청에 오른 다음에 하산 길로 인적 드문 화채봉 코스를 모험적으로 택했는데 한참 내려오다 길을 잃은 것을 알았다. 다시 대청으로 올랐으니 하루 두 번 등정이다. 늦게야 다시 화채봉 능선으로 내려오는데, 날은 저물고 길은 멀고 또 어둡다. 나는 심한 탈수 현상으로 어느 벼랑바위에 드러눕고, 일행은 허기와 탈진과 한기 속에 불안한 밤을 새운다. 이를테면 조난이다. 동이 틀 무렵에 가까스로 기운을 차리고 밝은 태양 아래 길을 찾아 간신히 권금성 내려다보이는 화채봉 끝자락 능선 위에 오르니, 놀랍고 무서운 기운이 덤벼든다. 바람이다.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바람이 득달같이 달려든다. 나를 휘몰아 감아서 뽑아 올릴 것 같은 바람이다. 서 있기도 힘들거니와 걸을 엄두를 내기는 더욱 어렵다. 몸을 낮추고 스크럼을 짰다. 그러나 반가웠다. 나는 이 바람에서 느낀다. 마침내 살아났다는 환희의 역동을 느낀다.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팔레르모에서 느끼던 여름 모래 열풍, 아프리카 북단 사하라 사막에서 지중해를 건너와 불바람처럼 뜨겁고 따갑게 달라붙던 이 바람은 바람이라기보다는 형벌처럼 느껴진다. 2002년 태풍 루사는 ‘재앙의 발톱’으로 둔갑한 바람이었다. 지상의 모든 것을 할퀴고, 사람들의 소망까지도 할퀴었다. 불현듯 내 죄를 돌아보게 한다. 아, 기억에 남기로는 이런 바람도 있었다. 연모의 정을 차마 어쩌지 못하고 가슴 졸이며 전했건만, 너무도 정중하고 고상하게 거절하며 바람맞히던 사람도 있었다. 그때 맞은 그 바람은 내게 어떤 힘이 되어 나를 키워냈을까. 좋기로는 우리 동네 몽촌토성 언덕마루를 무상무념으로 걷는 내 걸음 위로 부는 봄바람이 좋다. 화평 가득함(peaceful)이 있으므로 그러하다. 이런 생각을 해 본다. ‘그 바람에 산통 다 깨졌다.’, ‘눈이 오는 바람에 지각했다.’ 이들 문장에 나오는 ‘바람’은 ‘부는 바람(wind)’과 같은 바람인가. 전문가들의 언어학적 고증이 필요하겠지만, 나는 같은 말이라고 상상해 본다. ‘그 바람에 산통 다 깨졌다.’ 이렇게 말할 때 ‘바람’은 ‘부는 바람(wind)’으로 보아도 무리가 없다. ‘그 바람에’서 ‘그’에 해당하는 것을 아무것이나 넣어 보자. ‘아기가 우는’으로 넣어 보면, ‘아기가 우는 것’이 곧 ‘바람(wind)’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즉, ‘아기가 우는 것’이 바람(wind)이 되어 불어와서 산통 다 깨졌다는 것이다. ‘그’에 해당하는 것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넣어 보면 이해할 수 있다. ‘거짓말을 하는 것’이 바람(wind)이 되어 불어와서 산통 다 깨졌다는 것이다. 바람은 무언가를 일어나게 한다. 바람은 불과 만나서 대화재를 만들고, 바람은 물과 만나서 거친 파도를 만든다. 바람은 원인과 영향을 제공하는 관여자이다. 지각하게 하는 원인(또는 영향)으로 ‘눈이 오는 일’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치 갑자기 바람이 불어와서 예상치 못한 변화가 생긴 거나 같다. 그래서 ‘눈이 온 것’이 바람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래서 ‘눈이 오는 바람에’ 하는 말이 성립되는 것이다. 바람은 사람에게 안으로 들어와서 마음의 풍파를 일으키고 어떤 일탈을 조장한다. 이런 경우는 ‘평지풍파(平地風波)’를 일으키는 바람이 대부분이다. 바람났네! 바람이 들었다! 바람이 나면 하던 일이 손에 안 잡힌다. 바람이 들어서 마음은 이미 딴 데에 가 있다 등등이 모두 바람의 심리적 작용을 보여 주는 말이다. 좋은 일에 바람이 났다는 말의 쓰임은 거의 없다. 선거가 다가오니 ‘선거는 바람이다’라는 말이 다시 나온다. 이 또한 바람이 어떤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하는 심리를 유권자 대중에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각 진영의 선거 전략가들은 바람을 만들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물론 저절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바람도 있다. 그걸 민의라고 한다. 그러나 선거 공학적 바람은 민주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시민 개개 주체의 바른 각성과 판단을 무력화시킨다는 점에서 온당치 않다. 바람 이야기를 하고 있으려니 내 어머니가 생전에 들려주셨던, 민간에 전승되어 온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어머니는 이렇게 적어놓으셨다. 음력 2월은 바람을 관장하는 ‘영동할미’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대지에 씨를 뿌리려고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른 봄에는 어디나 바람이 세게 불고 또 많이 분다. 영동할미는 비가 오면 며느리를 데리고 하늘에서 내려오고, 바람이 불면 딸을 데리고 내려온다. 비가 올 때 며느리를 데리고 내려오는 것은, 며느리 고운 옷이 비에 젖어서 볼품없게 되는 걸 바라기에 그렇고, 바람이 불 때 딸을 데리고 내려오는 것은, 딸의 고운 옷이 바람에 휘날려 딸의 자태가 한층 더 고와 보이기를 바라기에 그렇다는 것이다. 옛말에 시어머니 심술은 하루 세 번 하늘에서 내린다고 했다. 영동할미도 그런 심술이 대단했나 보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해석하고 싶지 않다. 며느리는 사랑하는 아들의 부인이요, 집안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이다. 혹시라도 그 고운 자태가 남의 눈에 더 예쁘게 보여서 손이라도 타면 큰일이다. 비에 좀 젖어서 볼품없게 보여야 한다. 딸은 더 예쁘게 보여서 좋은 혼처 고르고 골라서 보여야 하므로 바람이 부는 날 데리고 내려오는 것이다. - 이숙영, 사라지는 것들을 위하여, 117쪽 어머니는 전해 오는 영동할미 이야기에 새로운 해석을 내놓으시면서 당신이 바라는 뜻을 새로이 불러일으키셨다. 이 또한 마음속 바람의 작용이라 보고 싶다. 어머니는 안에 있는 어떤 새 ‘바람’을 끄집어 내놓으신 것이다. 이때의 ‘바람’은 부는 바람(wind)이면서 동시에 바라고 기대하는 바람(expect 또는 want) 양쪽 모두가 된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바람’은 ‘바라다’와 어떤 상관이 있을 것이라는 자유로운 상상의 추론을 해 본다. 물론 말의 형태(morphology)나 의미(semantics)를 논구하여 언어학적으로 증명된 내용은 아니다. 그저 나 개인의 상상이다. 바람이 불어서 변화가 이루어지는 현상을 보아 온 사람들은 ‘바람이 불어서 변화가 이루어진다는 것’을 심리 세계의 현상으로도 가져가지 않았을까. 그래서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에도 이미 ‘바람’이 들어와 있었으리라 생각해 본다. 그래서 ‘부는 바람’의 바람과 ‘이루어지기를 바람’의 바람은 같은 족보에 속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 본다. 이렇게 ‘바람(wind)’은 ‘바라다(expect)’를 만들어 내었을 것이다. 샤머니즘의 주술(기원)에 바람이 관여해 있는 현상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학교는 곧 새 학년도를 맞는다. 새 교실에 새 아이들이 찾아올 것이다. 선생님들은 생각할 것이다. 나는 새 아이들에게 어떤 바람(wind/expect)으로 불어서 다가갈 것인가. 내가 만나는 아이들은 내게 어떤 바람(wind/expect)으로 불어서 다가올까. 동남풍을 부려 적벽대전에서 큰 승리를 했다는 제갈공명의 바람 다루는 기술은 그에게만 있는 것인가. 학자들은 그것이 단순한 주술로 불러들인 신비주의의 소산이 아니라 지형과 기상을 잘 관찰한 지혜의 소산이라는데 나도 바람을 만들어 볼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나의 새 아이들에게 내 바람을 어떻게 불어서 보낼 것인가. 헬라어에서는 ‘바람’과 ‘영혼’이 동의어라는데… .
교육방송을 시작으로 문해력은 아주 강력한 힘을 가진 주제가 되었다. 쉬운 한글 덕분에 문맹률은 아주 낮고 글자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는 우리나라에서 ‘문해력’이 방송가와 교육계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글자를 읽고 쓸 수 있지만 글 속에 담긴 복잡한 내용은 이해하지 못하는 실질적 문맹률은 높기 때문이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문해력이 화제가 되었을 때 필자는 아주 오래전 기저귀를 한 아이가 신문을 읽던 학습지 광고가 번뜩 떠 올랐다. 한글을 또박또박 소리 내어 읽는 아이를 내세운 학습지 광고였다. 우리는 내용을 이해하는 것보다는 글자를 아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던 걸까? 글자를 알면 뜻은 저절로 알게 될 거라 쉽게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우리 학생들의 지식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느낄 때가 있다.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 매해 학생들이 조금씩 더 똑똑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단편 지식의 조각들만 가지고 있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을 뿐이었다. 다양한 분야의 기초적인 지식은 많이 가지고 있는 반면,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것과 연계해서 활용하거나 생각하는 것은 어려워하는 학생들은 해를 거듭할수록 많아지고 있다. 독서량이 많은 학생들조차 아주 쉬운 낱말이나 맥락을 이해하지 못할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사서교사인 필자가 이런 문제점을 느낀 것은 아주 오래전 일이며 학교 현장에서 수업을 통해 문해력을 어떻게 향상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오랜 고민이 시작되었다. 수업을 통해 글과 그림에서 맥락을 이해하고 의미를 읽어 내는 능력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융합적 사고력을 신장시킬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하고 구성했다. [PART VIEW] 그림책 읽기를 통해 문해력, 융합적 사고력을 기르고자 했다. 그림책을 선택한 이유는 1차시 내에 수업을 끝낼 수 있는 짧은 분량이지만, 텍스트와 함께 그림으로 함축적인 메시지를 담은 책으로 상상력과 창의성을 발휘하여 메시지를 해석하는 문해력이 필요한 문학 장르이기 때문이다. 수업 시작 전 학생들과 그림책 읽기를 통해 책 읽는 방법을 배워보기로 약속했다. 책 읽기와 생각하기를 함께 해야 하는데, 다른 친구들도 내가 생각한 것을 알 수 있도록 소리 내어 생각하기로 했다. 소리 내어 읽기가 아니라 책을 읽으며 생기는 생각과 질문들을 소리 내어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책 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학생들과 소리 내어 생각하기 규칙을 미리 정했다. 첫째, 본문을 읽기 전 표지와 면지1의 그림을 읽고 본문 또는 제목과 연결지어 생각해 본다. 둘째, 글과 그림을 통해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생각해 본다. 셋째. 본문을 읽을 때 생기는 질문은 2쪽을 읽고 난 뒤에 이야기한다. 넷째, 생각이나 질문은 반드시 책 속 글과 그림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소리 내어 생각하는 과정에서는 질문이 많아지는데 이는 깊이 읽기 전략이다. 책을 읽으며 질문 만들기를 처음에는 많이 어려워하므로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여준다. 한 학기 동안 주제별로 2권씩의 책을 읽었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발사와 맞추어 우주에 다녀온 동물에 대한 책 2권을 읽었는데 이민희 작가의 ‘라이카는 말했다’와 엘리사베타 쿠르첼의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를 읽었다. 오늘 소개되는 수업은 두 번째 책 ‘우주로 간 최초의 고양이 펠리세트’ 수업이다. 표지 읽기 책을 읽기 전에 항상 표지를 읽는다. 표지를 읽자고 하면 글자만 읽거나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어려워한다. 그래서 교사가 먼저 시범을 보인다. 앞표지에 있는 검은 그림자 고양이는 무엇일까? 색이 다른 한쪽 귀는 무엇을 표현하려는 걸까? 노랗게 보이는 한쪽 귀와 겹쳐 있는 동그라미 그리고 배경으로 보이는 건물, 하늘의 별 등 각각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검은 고양이는 펠리세트일 것이고 귀와 겹친 동그라미는 달인 듯하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한다. 우주로 간 고양이니까 달과 별이 그 우주를 나타낸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하거나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도 있다. 생각이 나지 않는 부분은 질문으로 만들어 남겨둔다. 책을 읽기 전에 읽는 표지그림은 한 번씩 생각해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뒤표지는 앞표지와 이어진 그림으로 하늘의 별과 건물 그리고 짧은 글이 있다. 뒤표지에 있는 글로 내용을 유추해 본다. 전 시간에 읽었던 책 ‘라이카는 말했다’와 비교하며 읽으면 더 재미있는데 ‘라이카’가 러시아의 떠돌이 개였던 것처럼 ‘펠리세트’도 프랑스의 길고양이였다. 우주 비행에서 돌아오지 못한 라이카와 달리 펠리세트는 다시 돌아와 이름을 얻었다는 글에서 질문을 만들어본다. “우주로 가기 전에는 이름이 없었던 걸까?” 표지 읽기에서는 내용 예측만 할 뿐 단정지을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러나 표지 읽기 후 책을 읽는 것과 그냥 읽는 것은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크게 차이가 난다. 그리고 본문을 모두 읽고 난 뒤 다시 표지 읽기를 해 보아야 한다. 내용을 읽기 전에 해석한 표지와 읽고 난 뒤 표지 해석이 많이 달라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다시 표지 읽기를 하면 학생들이 자신들의 해석 능력에 놀라워한다. 그리고 이 방법은 다른 책을 읽을 때도 적용해 보도록 지도한다. 면지 읽기 면지란 표지를 넘기면 표지 안쪽에 있는 면을 말한다. 앞면지는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고양이 그림이 그려져 있다. 여기서도 끊임없이 소리내어 생각하기를 한다. “한 마리가 자세를 계속 바꾼 것일까, 여러 마리가 있는 것일까?” “고양이 색은 진짜 고양이 색일까?” 등의 질문을 하며 책 내용과 관련지어서 생각해본다. 뒷면지는 1941년 노랑 초파리부터 펠리세트가 우주로 가기 전까지 우주로 간 여러 동물들이 우주선과 함께 그려져 있다. “면지를 통해 하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일까?”등을 소리내어 생각해 본 뒤 본문 읽기로 들어간다. 면지는 본문과 관련된 내용이나 색으로 기대감을 높여 흥미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 그림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힌트를 주기도 한다. 본문 읽기 본문 읽기에서는 두 가지의 해석에 집중했다.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의 색 변화와 아무런 상관도 없어 보이는데 갑자기 등장한 프랑스 가수 ‘에디트 피아프’에 대한 것이다. 글에 드러나지 않는 그림 속 이야기를 읽어 전체 맥락을 이해하는 활동과 책 속 문장을 통해 등장 인물 간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읽기이다. 책을 읽기 전에 펠리세트의 색 변화에 관심을 갖고 읽을 수 있도록 교사가 먼저 문제 상황을 제시한다. 펠리세트의 색과 자세가 언제, 어떻게 변하는지 왜 변하는지에 대해 생각하는 것이다. 필자는 수차례 책을 읽고 또 읽으면서 수업을 준비한다. 여러 번 읽고 어떤 것에 집중해서 읽기를 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선행되었을 때 효과적인 방법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업에서 다양한 읽기를 경험함으로써 책(정보)에 따른 읽기 방법을 스스로 찾아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처음 펠리세트의 색 변화에 주목하게 된 것은 앞면지 그림을 읽어 내려는 노력에서 시작되었다. 앞면지에 있는 고양이들의 색은 여러 가지인데 투명해 보였다. 고양이의 자세는 자유로워 보이기도 하고, 화가 난 듯 보이는 것에서 색과 감정의 변화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길고양이 시절 펠리세트의 색은 노란색이 되었다가 빨간색도 되었다가 하면서 뒤의 사물이 비쳐 보이는 투명한 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주 고양이가 되기 위해 연구소에 온 뒤부터는 모두 모두 검은 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길고양이와 우주 고양이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우리 학생들도 펠리세트가 처한 상황, 색깔, 자세의 변화로 많은 해석을 내놓는다. 길고양이 시절에는 자유롭고 행복해서 어디에 있든지 주변과 잘 어울리고 마음이 편안해서 투명한 색깔로 표현되었고, 연구소에서 우주 고양이가 되려고 준비하고 있을 때는 자유가 없어져서 답답한 마음이라 검은색 고양이로 보이는 거라는 해석을 하는 학생이 가장 많았다.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가수 ‘에디트 피아프’ 이야기도 나온다. 작가는 이유 없이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왜 갑자기 가수 이야기가 나왔을까? 생각해보기로 한다. 그러나 우리 학생들에게는 아주 낯선 옛날 가수가 우주 고양이와 무슨 연관이 있는지 전혀 생각해 내지 못했다. 필자 역시 프랑스 가수라는 것 이외에는 특별한 정보가 없었다. 그래서 글 속에서 이유를 찾아보기로 했다. 길거리 가수로 시작했지만, 이라는 글을 읽자마자 바로 연관성을 찾았다며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프랑스, 길거리 가수와 길고양이라는 공통점 이외에 또 무슨 이유가 있을까 궁금해하기 시작한다. 이때 ‘에디트 피아프’와 ‘펠리세트’에 대해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정보를 더 조사해보기로 약속을 한다. 일주일 동안 각자 정보를 찾아보고 다음 주에 더 이야기 나누기로 한다. 모든 학생이 약속을 잘 지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책을 읽고 관련 정보를 더 찾아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실제로 정보를 찾아보는 학생들도 있다. 필자는 수업 전 미리 찾아 보고 방법을 제시했다. 이 책의 출판사 블로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하고 말이다. 출판사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된 정보에 의하면 편집자 역시 이 부분에 대해 고민하다 원작자와의 협의하에 원본에는 없는 ‘길거리 가수로 시작했지만’이라는 문구를 추가했다고 밝히고 있다.2 또한 에디트 피아프가 부른 아주 익숙한 노래 ‘후회하지 않아요’의 가사도 한번 찾아보기를 권했다. 정보를 찾아보면 서로 많이 닮아 있는 삶을 살다 간 인물임을 알 수 있다. 다시 표지 읽기 책을 모두 읽고 난 뒤 다시 표지를 읽자고 하면 학생들에게는 각자 이야기할 수 있는 생각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색이 다른 한쪽 귀는 달빛이 비쳐 보이는 투명색으로 길고양이 펠리세트를 표현했으며, 달과 별은 펠리세트가 탐험할 우주, 배경으로 있는 건물은 우주 연구소, 검은 그림자는 자유를 잃은 우주 고양이 펠리세트라고 해석하는 학생들이 아주 많아졌다. 다시 표지 읽기를 하면서 표지가 책 내용을 모두 담고 있다는 사실에 학생들이 또 한 번 놀랐다. 우리의 해석이 정답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표지를 읽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다음 책을 읽을 때 적용해보려고 할 것이다. 읽고 싶은 책을 고를 때도 표지와 면지를 읽는 방법을 활용할 수도 있다. 뒤표지에 있었던 글 ‘우주 비행에서 돌아온 고양이는 펠리세트라는 아름다운 이름을 얻습니다.’에 대한 정보는 책 속에서 찾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책 속에서 찾을 수 없는 부분은 정보를 찾아본다. 과학자들이 우주 고양이와 정이 들지 않도록 이름을 지어 주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마무리 책을 읽고 난 뒤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며, 서로의 생각을 듣고 각자 한 줄 쓰기를 한다. 발표를 하고 나면 교사는 교실을 돌며 학생들의 글을 모두 눈으로 읽고, 작은 소리로 한마디씩 칭찬을 한다. 이 짧은 시간이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한 차시 한 차시가 거듭될수록 수업시간에 더 신이 나 있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게 되는 마법을 부리는 시간이다. 그리고 정말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예시 문장을 제시하고, 2~3개를 합치거나 수정해서 자신의 한 줄 쓰기를 해 보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