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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지식정보화사회를 살아갈 우리 학생들은 예전에는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을 학년에 맞게 배우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었지만 현대사회는 내가 필요한 정보를 필요에 맞게 재조직하여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따라서 내 것으로 만드는 재구조화 능력과 창의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것을 핵심역량이라고 한다. 국어과 교육에서 창의성 교육의 필요성 버니 트릴링(Bernie Trilling)과 찰스 파델(Charles Fadel)은 21세기를 살아가기 위해 학습해야 할 내용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자세히 기술하였다. 또한 빠른 속도의 변화들이 학교 교육에 어떤 변화와 발전을 이룰 수 있을지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을 바탕으로 우리 시대에 맞는 교육에 대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에서 요구하는 교육 즉, 혁신적이고 창의적이며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자기 주도적으로 문제해결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또한 OECD가 제안하는 21세기 역량의 개념은 크게 세 가지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첫 번째 역량 영역으로 ‘도구를 상호적으로 활용하는 능력’, 두 번째 영역은 ‘이질적인 집단 속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 세 번째 영역은 ‘자신의 삶을 자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국어과 교육에서 창의성 교육이 왜 필요한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핵심역량(6가지)으로 자기관리 역량·지식정보처리 역량·창의적 사고 역량·심미적 감성 역량·의사소통 역량·공동체 역량을 제시하였다. 따라서 미래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이 21세기를 어떻게 살아갈지, 우리는 지금 학교에서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들에게 국어 교과는 영역도 다양하고 주어진 이야깃거리가 많아서 수업 공개 교과로 쉽게 선택하지만 정작 교수·학습 계획을 구성하려면 가장 어려운 교과이기도 하다. 학습 목표나 교육내용이 수학이나 과학처럼 구체적이지 않아서 한 차시 분량으로 얼마만큼 학습 내용을 정해야 할지, 수업 속에서 학생들이 도달한 목표가 어느 정도인지 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언어를 사용하는 활동은 철저히 창의적인 사고력이 발휘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시 한 편을 읽고 쓰는 것, 동화를 읽고 주인공의 행동과 생각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 또는 주인공처럼 말하기를 흉내 내보며 내 생각을 친구에게 실감 나게 전달하는 것 등이 해당된다. 그냥 읽기만 한다고 창의성이 길러지지는 않는다. 의미를 재구성하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길러져야 한다. 또한 다양한 이야기(문학)를 통해서 주인공과 나와의 일치(내 삶과 연결시키기)가 이루어져 가치관에 울림을 주어야 하고 감동도 일어나야 한다. 이러한 국어 수업은 결코 쉽지 않다. 2015 개정 교육과정 국어 교과 목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PART VIEW]? 다양한 유형의 담화, 글, 작품을 정확하고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효과적이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소통하는 데 필요한 기능을 익힌다. ?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 활동 및 문법 탐구와 문학 향유에 도움이 되는 기본 지식을 갖춘다. ? 국어의 가치와 국어 능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주체적으로 국어생활을 하는 태도를 기른다.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국어 교과의 또 다른 특성은 국어 교과가 다른 교과의 학습 및 비교과 활동과 범교과적으로 연계된다는 점이다. ‘국어’는 범교과적 내용이나 주제를 담은 담화나 글, 작품을 듣기·말하기, 읽기, 쓰기의 활동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융합형 인재를 기르는 데 이바지한다. 그러므로 ‘국어’의 교수·학습과 평가는 학습자가 다양한 차원의 통합적 활동을 통하여 교과역량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국어 능력을 기르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야 한다. 국어과 교육 목표 도달을 위한 학생 활동 중심 창의적 교수법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게 하라. 읽은 것은 10%, 들은 것은 20%, 본 것은 30%, 듣고 본 것은 50%, 말한 것은 70%, 말하고 행동한 것은 90% 이해된다’고 한다. 이는 국어과의 수업 방법 변화뿐만 아니라 모든 교실 수업 속에서 학생들을 참여시켜 실제 경험케 하고 직접 말하게 하여 학습 활동의 주인이 되게 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교사들의 새로운 수업 방법에 대한 반성과 자각을 하게 하였고 학생중심수업은 우리 교육에 든든한 기반이 되었다. 학교 내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한 수업에 대한 배움과 나눔, 네트워크화된 여러 수업 나눔 연구회들을 통한 학생중심수업에 대한 배움 열기가 대단하다. 이에 배움중심수업이나 협동학습, 협력학습, 주제탐구학습, 프로젝트학습, 거꾸로교실(Flipped Classroom) 등 많은 구체적인 실천을 하게 되었고 구성원들의 이념과 철학에 따라 학생중심수업 실천 운동은 다양하게 표현하고 공유되고 있다. 학생활동중심 국어과 수업 저경력 교사와 대화를 나누면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 읽기 수업을 하다 보면 도덕 수업이 되어버린 느낌이 든다고 걱정한다. 이야기 속 주인공의 삶과 내 삶을 일치해보는 과정을 통해 어린 학생들의 마음에 울림과 반성이 이루어져야 행동이 달라지고 변화를 가져오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어수업에서 학생들의 생각과 마음을 울리는 교수·학습 방법을 살펴보고자 한다. ≫ 듣기·말하기 능력 기르기 ? 연극 놀이 수업 주인공 인터뷰하기, 역할 놀이, 이야기 뒷부분 꾸미기, 즉흥극, 드라마틱 게임, 인형극, 그림자 연극 등 모든 연극 놀이적 방법을 통해 자기표현, 상상, 집중 등을 수업에 적용하는 것은 듣기와 말하기 발달에 도움을 준다. 이러한 방법들은 연극 만들기가 목표가 아니라 또래들과 사회적인 소통 기술을 습득하게 된다. 즉, 또래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상황에 대해 적응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다. ● 준비단계(warming up) _ 정신적·육체적 긴장을 이완시키는 과정으로서 발성 연습과 노래와 율동, 일반 게임, 마임 연기, 물체 변형 놀이 등을 포함한 간단한 연극 놀이를 활용할 수 있다. ● 소리 흉내 내기(sound tracking) _ 다양한 음악, 자연의 소리, 상황에 맞는 소리를 듣고 그에 맞는 분위기와 이미지를 표현한다. 특히 저학년의 경우에는 소리나 모양을 흉내 내는 말이 많다. 이때 실감 나게 소리 내어 보는 일은 자신감과 표현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 정지된 화면(tableau, still picture) _ 타블로나 스틸 사진처럼 특정한 이미지나 행위의 한 장면을 정지된 동작과 표정 등으로 표현한다. ● 즉흥 표현(improvisation) _ 제시된 상황에 따라 일어나는 즉흥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한다. ● 역할 놀이(role play) _ 각자 배역에 맡게 역할을 정하고 즉흥적으로 대화를 나눔으로써 친구 관계를 이해해 본다. ● 역할 바꾸기(role reversal) _ 서로의 역할을 바꾸어봄으로써 상대의 입장과 생각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역할극을 하고 난 후 상대방의 역할을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드는지 말하도록 한다. ? 놀이중심 수업 ? 스토리텔링 수업 국어 교과에서 스토리텔링의 적용은 한 차시의 수업 중 도입·전개·정리에 적용될 수 있으며 확장하여 단원 전체에서 동일 주제의 스토리텔링(한 권의 동화)이 연속성을 가지고 적용될 수 있고 교사의 경험이나 친구들의 경험 들려주기를 통한 감동과 의욕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교사의 체험 중에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통하여 공감하게 하거나 감동적인 읽을거리를 선정하여 같이 읽고 공감하며 학생들의 인성을 다독일 수 있는 융합 지도를 할 수 있다. ≫ 읽기와 쓰기 능력을 기르는 수업 ? 구체물과 모형을 도입한 경험과 체험 중심 수업 구체물은 초등학교 수업에서 가장 효과적인 학습 재료이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다. 직접 보고 만져본 느낌은 학생의 기억에 오랫동안 남아있다. 그래서 체험하고 경험하는 수업이 살아있지 않은가? 계절에 맞는 과일, 각종 씨앗, 장난감, 색종이 등 학생들에게 친근한 구체 사물을 통하여 생동감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다. 특히 시 쓰기 수업에서 실제 체험한 경험은 살아있는 표현을 발현시킨다. 눈으로 읽거나 머리로만 생각한 표현은 절대 생동감을 표출할 수 없다. ? 실제 경험한 일을 도입한 수업 학생들과 글쓰기(일기, 생활글)를 하다 보면 주말에 있었던 이야기를 쓸 때 살아있는 글이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말에 고구마를 캐고 온 아이보다 고구마 캐기를 더 실감 나게 쓸 수 없는 것과 같다. 학생들이 경험한 일로 ‘가장 즐거웠던 일’, ‘주말에 있었던 일 쓰기’, ‘여행(체험학습)에서 보고 들은 것’ 쓰기는 아이들의 산 경험을 통째로 표현하게 할 수 있다. 또한 학습 내용과 관련된 경험을 되새겨 보거나, 학생들에게 구체적인 경험의 예를 발표시켜 동기를 유발한다면 글쓰기가 얼마나 재미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 다양한 교육 매체(사진이나 동영상) 활용 수업 교사들의 수업 공개 또는 일상적인 수업 장면에서 동기유발 단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학생들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겠다는 수업자의 의지이며 의도하는 바다. 수업설계를 할 때 동기유발 자료를 무엇으로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며 각종 첨단 미디어와 동영상을 둘러보고, 인터넷 검색을 많이 한다. 동기유발 자료는 수업에 대한 관심을 끌게 하는 수업 단계이다. 따라서 교사는 동기유발 촉진 매체와 내용에 수업 목표와 연관된 최고의 자료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자연 현상, 역사적 사건, 뉴스, 인터뷰 자료 등 사진이나 동영상을 보여주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학습 동기를 유발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 이야기(예화 자료, 동화책)를 통한 수업 방법 학생들은 이야기를 좋아한다.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학생들의 정서와 독서교육 지도뿐만 아니라 상상력과 사고력을 길러주고 어휘력, 듣기 능력을 향상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 신문(NIE)이나 잡지를 도입한 수업 방법 신문이나 잡지에는 새롭게 발견된 이론이나 시사적인 내용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이런 내용을 동기유발 소재로 사용하면 학생들의 흥미와 공감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또한 사진이나 그림 한 장도 훌륭한 동기유발 소재로 사용된다. 특히 신문은 매일 새로운 기사(이야깃거리)를 제공하고 있어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읽기 수업 자료로 활용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맺으며 이처럼 다양한 활동 중심 국어수업은 교사 간 배움과 나눔을 통해 서로 아이디어와 자료를 제작하여 공유함으로써 단순하게 읽고 쓰는 국어수업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적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참여와 경험이 어우러진 배움에 참가함으로써 깊은 내면으로부터 사고력과 표현력을 끌어내는 기회(경험)가 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이런 국어수업 과정에서 학생들은 충분히 공감과 마음 울림이 있는 스토리(독서활동과 표현활동)를 통해 ‘인성’이라는 내면을 갈고 닦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래를 위해 자신들이 가진 역량을 발휘하는 마음 따뜻한 인재를 기르는 바른 길이 아닐까.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에서 1960년대는 한 마디로 입학시험 제도의 실험기였다. 교육자, 지식인, 정치인, 그리고 일반 학부모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형태의 입학시험제도가 제안되고 실시되고, 수정되고, 폐지되고, 또다시 새로운 제도가 등장함으로써 196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이제는 더 이상 사람의 머리로 생각해 낼 수 있는 새로운 입시 제도는 없다는 것을 전 국민이 깨닫게 되었다. 한 가정주부가 새교육에 기고한 글의 제목이 당시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최정자라는 이름의 한 학부모가 새교육의 특집 ‘입시제도를 분석한다’에 게재한 글 제목은 ‘입학시험과 자녀교육: 이기고 볼 일이다’였다.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입시제도가 어떻게 변하든지,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오로지 입시 전쟁에서 이겨 지옥을 탈출하고 볼 일이었다. 가장 극심한 것은 중학교 입시였다. ‘일류 중학’이라는 단어가 상징하듯이 중학교의 극심한 서열화가 만들어낸 지옥이었다. 해방 이후 1961년까지 중학교 입시는 학교별 전형을 기본으로 하였다. 전쟁 기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기에 교육법에 명시된 학교장의 학생 선발권과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이 보장되고 있었던 것이다. 학교별로 자체 출제하는 주관식 입시 문제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는 학생이 합격하는 단순하고 명료한 제도를 유지하였다. 전형 내용은 초등학교 6년 동안 배운 모든 과목이었다. 적어도 입시에서는 과목별 차별이 존재하지 않았다. 60년대 휩쓴 중학교 입시 광풍 5.16 군사정변과 군부정권의 탄생은 모든 것을 혼란에 빠뜨렸다. 1962학년도부터 중학교 입시가 국가 공권력의 개입에 의한 국가 공동출제 형식, 그리고 간단명료한 사지선다형 입시로 바뀌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비난이 폭발하자 1963학년도 입시에서는 국가 공동출제 대신 시·도별 공동출제라는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이후 1965학년도 입시까지는 이런 형식을 유지하다가 1966학년도 입시에서는 다시 학교별 단독 출제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 공동출제도 허용하기로 했다. 이 시기에는 출제 형식만 자주 바뀐 것이 아니었다. 이전까지 초등학교 6년간 배운 ‘국산사자’(국어, 산수, 사회, 자연)를 포함한 전 과목이 중학교 입시과목이었으나 1964학년도 중학교 입시에서는 갑자기 과목이 축소되었다. 당시 표현을 빌자면 심지어 ‘사자’조차도 없어졌다. 예체능 과목뿐만 아니라 사회과목과 자연과목이 입시에서 배제된 것이다. 6학년 어린이들이 아침에 책보를 쌀 때마다 “국산사자”를 외우던 것에서 “국산, 국산”만 외우는 것으로 바뀌었다. 학교에서는 시험도 국어와 산수만 보고, 숙제도 국어와 산수만 내주는 새로운 풍토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교육의 역사에서 ‘도구 과목(국어, 산수)’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한 것이다. 도구 과목 중심의 교육으로 인해 공교육의 기본이 무너지는 출발점이었다. 1965학년도 중학교 입시에서는 다시 반공과 도덕을 포함한 전 교과를 대상으로 하는 입시로 환원되었으나 도구 과목의 추억은 이후 우리나라 교육에 자주 등장하여 교육의 비정상화를 초래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PART VIEW] 무즙 파동으로 교육감 등 교육관료 줄 퇴진 1960년대 중반 중학교 입시가 초래한 부작용은 학교의 학생 선발권 약화, 도구 과목의 등장, 사지선다형으로 상징되는 단편적 지식 중심 교육의 출발에 그치지 않았다. 1965년에 있었던 입시문제 유출 소동은 입시에 대한 학부모들의 불안 심리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였고, 1966년의 국민학교 아동 학구위반 사건은 국가 공권력의 공정성에 대한 학부모들의 의구심과 함께 교육여건의 지역적 불균형에 대한 불만을 가져오기도 하였다. 이처럼 혼란스러웠던 1960년대 중반 중학교 입시의 난맥상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은 유명한 ‘무즙 파동’이었다. 1965학년도 서울시내 중학교 입시 문제를 둘러싼 이 파동은 당시 새교육의 표현대로 ‘우리나라의 문교 행정의 난맥상을 집약적으로 나타낸 모델케이스였고 교육계의 치부를 그대로 드러낸 사건’(새교육 1965년 12월호)이었다. 서울시 공동관리위원회가 출제한 문제 중 정답이 애매하여 말썽이 된 문제는 무려 16개(국어 2, 산수 2, 자연 8, 사회 4)에 달하였다. 학부모들의 이의 제기로 문교부는 시험일로부터 닷 새 사이에 무려 다섯 차례에 걸쳐 정답을 수정 발표함으로써 교육계를 일대 혼란에 빠뜨렸다. 대다수 학부모들은 이에 굴복하고 수긍하였으나 이른바 일류 학교로 꼽혔던 경기중학교와 경복중학교에 1점 차이로 불합격한 학부모 38명은 엿 만드는 과정을 묻는 자연 과목 18번 정답이 ‘디아스타아제’뿐만 아니라 ‘무즙’도 해당된다는 주장을 관철하기 위해 서울고법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정에서 무즙으로 엿을 만드는 시연을 보인 끝에 무즙도 정답으로 인정되어 38명의 학생들이 원하는 학교에 입학하게 된 사건이었다. 그러나 교육법으로 인해 직접 입학이 어려웠던 이들 38명의 학생들은 전학 형식으로 원하는 학교에 편입하게 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력과 권력을 지닌 금수저 자녀 21명이 덤으로 입학했다는 사실이다. 사회적 파문이 커지자 결국 청와대 비서관, 교육감, 문교부 보통교육국장, 서울시 학무국장 등 고위 공직자들이 무더기 해임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중학교 과열 입시가 낳은 신조어 ‘치맛바람’ 이 사건의 전개와 해결 과정, 그리고 비판 여론 속에서 주목을 받게 된 새로운 현상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이른바 ‘치맛바람’이었다. 일류병과 함께 무즙 파동의 공범으로 해석되었고, 공교육의 붕괴를 가져오는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으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새교육은 1965년에 치맛바람을 다룬 몇 편의 글을 게재하였다. ‘학교 주변을 휩쓰는 치맛바람’이라는 글에서는 이 현상이 순 국산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에 주목하였다. 물밀 듯이 휘몰아치는 양풍 속에서, 그리고 미국 교육의 풍조 속에서도 오직 초연히 우리 풍토 위에서 절개를 지키며 날개 돋쳐 성장한 것이 ‘치맛바람’이라고 풍자하였다.(새교육 1965년 6월호) 경향신문사 논설위원이었던 언론인 송건호는 당시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진출 현상을 소개한 후 ‘사모님’의 등장을 경계하는 글을 새교육에 게재하였다. 송건호는 여성들이 전문 직업인이 아닌 ‘사모님’이라는 차원에서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면 여성의 지위 향상이라기보다는 나라 정치의 부패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계하였다. ‘사모님’의 진출은 공사(公事)를 공정하게 처리하기보다는 정실에 좌우되게 만들며, 정실이 있는 곳에 부패가 따르기 마련이라는 것이었다. 부패가 있는 곳에 공정한 인사행정이 있을 까닭이 없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에는 불평불만이 싹틀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모님’의 진출은 필연적으로 사치와 허영을 수반하기 마련이라는 것도 송건호의 분석이었다.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진출하는 ‘사모님’들의 심리에는 단순히 자녀의 공부를 염려한다는 목적 외에 ‘나는 이렇다’ ‘나는 이런 옷을 입었다’라는 등의 심리가 작용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사모님’의 등장은 교육계나 사회의 부패와 관계가 깊다는 주장이었다. ‘무즙 파동’에서 나타난 ‘치맛바람’은 바로 이런 ‘사모님’의 등장이기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경계해야 할 현상이라는 것이 송건호의 결론이었다.(새교육 1965년 2월호) 반세기 후인 요즘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는 부패 스캔들을 예견한 것이었을까? 중학 무시험 진학 전격 도입, 입시 지옥은 고등학교로 입시 제도의 개선을 둘러싼 교육계의 논쟁 속에 비극적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언론에노출되었다. 과외 수업을 받던 어린이가 과로 탓으로 졸도한 후 숨지는 사건, 과외공부에서 자신을 잃은 학생이 “이번에 떨어지면 너 죽고 나죽자”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만화가게에서 음독자살한 사건, 그리고 과외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아동들이 연이어 유괴되고 살해당하는 비극적 사건들이 보도되었다. 대한교련을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는 대대적으로 아동구출 보호운동을 벌였지만 효과는 없었다. 결국 정부는 1968년 7월 15일 이른바 ‘7.15 어린이 해방’이라고 부르는 중학교 무시험입학 정책을 발표하는 동시에 입시지옥의 주범으로 여겨지던 세칭 일류 중학교들을 강제로 폐교시키는 조치를 단행하였다. 이후 중학교 인구의 폭증에 따른 고등학교 입시 과열과 같은 문제점을 발생시키기는 하였지만 우리나라 교육사에서 비교적 성공적인 정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중학교 무시험 전형은 이렇듯 많은 갈등과 희생, 그리고 사회적 비용을 지불한 후에 얻은 수확이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이 있다. 그것은 ‘7.15 어린이 해방’ 수개월 전에 대한교련에서 입시제도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문연구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이 위원회에서는 중학교 무시험 진학, 진학희망자 전원 입학 허용, 학교 간 격차 해소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는 사실이다.(새교육 1968년 6월호) 이 연구 결과와 정부의 7.15 정책이 매우 흡사하였다는 점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교육자 단체의 전문화와 적극적인 정책 개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태어나기 전 우리는 0이었다. 0에서 태어나는 순간 1이 된다. 이 1은 또 다른 1을 만나 2가 된다. 2는 자신들의 세포 복제 과정을 거쳐 비슷한 그러나 또 다른 숫자들을 만들어 낸다. 나는 이를 2+n으로 표시하고 싶다. 그런데 이 n들은 자기와 전혀 다른 n과 만나 또다시 2가 되고 조금 후에 또다시 2+n의 형태를 갖춘다. 계속되는 2의 세포 분열 속에서 세상이 유지되지만 n이 떨어져 나가면서 2만 남게 된다. 그러나 이 2는 죽음, 이혼 등의 여러 가지의 이유로 1이 된다. 1이라는 숫자는 시각적으로도 외로워 보인다. 심리학적으로는 더 외로워 보인다. 그래서 그 1은 또 다른 1을 찾아 공허함을 메꾸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1은 혼자서 그 화려함의 행진을 멈추고 자신의 원래 모태였던 0으로 돌아간다. 따라서 0은 없음이 아니다. 노자의 도덕경 제42장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도가 하나 를 낳고, 하나가 둘을 낳고, 둘이 셋을 낳고, 셋이 만물을 낳는다)"의 내용과 같다. 노자의 道는 0인 것이다. 0은 만물의 근원이 되는 출발점이다. 0은 세상을 세상답게 해주는 조화의 원리이다. 만물은 ‘음’을 업고 ‘양’을 안아 ‘기’가 충만하여 조화를 이룬다(萬物負陰而抱陽[만물부음이포양] 沖氣以爲和[충기이위화]). ‘음’은 1이며 ‘양’은 또 다른 1로써 ‘음과 양’은 서로 다른 각자이지만 떼어 놓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둘은 붙어 다녀야 한다. 즉, ‘업고 안아’야 할 것이니 이 둘이 합하여 지면 생기(生氣)가 넘치고 조화를 이루게 된다. 사람 ‘인(人)’의 원리와 같다. 人의 글자에서 보다시피 이는 사람들이 서로 기대어 있는 형상이다. 어느 하나가 내어준 어깨나 등을 거두어 버리는 순간 그 어느 하나는 무너져 버리게 된다. [PART VIEW] 人은 仁이다 내어준 어깨나 등을 서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상생(相生)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상생은 조화이다. 상생은 사랑이다. 仁이라는 글자는 사람(?)이 둘(二) 모여 있는 형상으로서 仁은 따뜻함과 사랑이 있는 단어이다. 세상은 2의 사랑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다. 2는 1에서 나온 것이고 1은 0에서 나온 것이기에 0은 조화의 근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0은 없음(無)이 아니다. 사르트르가 이야기하는 無(nicht)는 이런 의미에서 0이다. 사르트르의 ‘無’는 끊임없는 미래로 기투(企投)하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즉, 無는 자유이다. 기투란 인간존재의 의지와 자유를 의미한다. 피투(被投)란 ‘던져졌다’는 의미이다. ‘내 던져진’ 존재인 1은 자유로운 존재인 것이다. 1은 앞으로 펼쳐질 다양한 가능성에 대하여 스스로를 선택하는 기투적 존재이다. ‘내 던져진 존재인 1’과의 만남은 사랑과 따듯함으로 기투하여 간다. 그래서 세상은 조화로운 것이다. ‘없음’은 덜어내라는 뜻, 나눔의 실천을 불교에서의 존재의 법칙은 연기법이다. 연기법에서 ‘有와 無’는 존재의 공간적 관계이고, 생멸은 존재의 시간 관계를 의미한다. 따라서 연기법은 시간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는 철학이다. 연기법의 공간적, 시간적 관계를 살펴보면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도 있다. 이것이 생기므로 저것도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도 없다.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도 멸한다”이다. ‘있다’는 0을 의미하는 것이다. 불교에서의 空(공) 역시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하고 소유하는 모든 것을 버리라는 것이다. 空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채움의 생산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노자의 無도 없음이 아니라 있음의 것을 비우라는 것이다. 노자의 도덕경 3장에서 “성인은 마음을 비우고 백성의 배를 채워라”고 말한다. 노자의 도덕경은 정치인에게 말을 던지는 것이지만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경고장이기도 하다. 마음을 비우면 가슴 가득 채워지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행복이다. 나눔은 채워주는 것이다. 노자의 無는 없음이 아니라 있는 것을 덜어 냄으로서 또 다른 생산, 즉 행복을 채워 주는 것이다. 0은 없음의 단초라기보다는 시작의 씨앗이다. 0이 無로 본다면 세상이 어두워진다. 0에서 출발하여 1이 나오기 때문에 0은 없음이 아니라 시작의 희망이다. 희망을 보자. 0으로 되돌아 감을 슬퍼하지 말자. 0으로써 세상을 만들고 조화롭게 하였으며 또다시 나는 1로서 이 세상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음식물을 통해 영양소를 섭취함으로써 균형 잡힌 성장과 함께 건강한 신체를 누릴 수 있다. 그렇다면 정신 건강은 어떨까? 우리 아이들이 무탈하게 일상적인 학교생활이나 가정생활을 해 나간다면 건전한 정신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까? 최근에 보면 그렇지 못한 학생들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 실제로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와 서울시가 2005년 서울지역 초·중·고생 2,672명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에 따르면, 한 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이 36%, 두 가지 이상의 정신장애를 가진 학생도 13%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을 순서대로 보면, 특정 공포증(16%), ADHD(13%), 적대적 반항장애(11%) 등으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교실 현장이 심각한 사회병리적 현상을 앓고 있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현대화·도시화의 부산물로 나타난 개인주의와 이기주의 만연, 급속한 가족 규모의 축소와 유대관계 약화, 빈부격차 및 가정의 불화, 지식·입시 위주의 교육 환경 및 성적에 대한 압박, 인간관계의 어려움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경제적·명예적 성공을 거의 유일한 삶의 목표로 삼는 한국 가정의 특수한 양육·사회 환경과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의 생물학적 특성까지 겹쳐져서 그 양상이 극대화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원인이야 어찌 되었던 건 우리 교사들은 하루 종일 정신적으로 피폐해지고 까칠해진 아이들과 함께 뒹굴고 생활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돌봐 주고, 치유할 수 있는 교육기법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도달해 있다. 여기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이 교사-학생 간의 관계 및 아이들의 감정 상태이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두 교육주체 간의 ‘관계’가 올바르게 정립되어 있어야 제대로 된 학급 운영도, 교수-학습도 가능하다. 전문가에 의하면 최근 들어 정신건강에 있어서 관계적 치료가 강조되고, 심지어는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알츠하이머와 같은 중증 정신질환의 외부적 발현을 억제시킬 수 있다고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타인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이는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의 속성에 상처를 입게 되었음을 뜻하며, 다시 말해 크건 작건 정신 건강에 타격을 입게 된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사실 생각하는 동물이 아니라 감정의 동물이다. 누구든 참아야지 하는데, 참지 못하고 한 대 때리고 나서 후회했던 경험들을 몇 번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우리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에 관여하는 대뇌피질이라는 부위가 있고, 그 안쪽 하부에 감정을 통제하는 부위인 변연계가 있는데,* 생각에서 감정으로 명령을 내리는 네트워크가 하나라면, 감정에서 생각으로 명령을 내리는 네트워크는 세 배나 더 많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래서 우선 생각할 겨를도 없이 때리고 나서 후회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우리를 이끌어 가는 것은 생각보다는 감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감정과 연관된 심리가 바로 나르시시즘(narcissism), 즉 ‘자기 사랑’이다. 감정이라는 것을 한마디로 말하면 마음의 감각이라고 할 수 있다. 시각을 통해서 보고, 청각을 통해서 듣고, 후각을 통해서 냄새를 맡는 것이 살아 있는 동안에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처럼, 감정은 우리가 알든 모르든 간에 그냥 느껴지는 것이다. 그것을 가장 예민하게 건드리는 것이 바로 나르시시즘이다. 나를 인정해주고 격려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없으면 행복하지 않다. 가장 불행한 순간에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너의 곁을 떠나도 나는 너의 곁에 있을게” 하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면 우리는 불행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점점 더 개인주의화하는 사회에서는 나르시시즘이 더 중요해진다. 진정한 나르시시즘 인간관계, 진정한 나르시시즘 학급 운영이 이루어지려면 다음 3R이 채워져야만 한다(양창순, 2012, 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상처받지 않고 사람을 움직이는 관계의 심리학), 센추리원). [PART VIEW] 3R은 인정(recognition), 존중(respect), 보상(reward)을 말한다. 즉, 이 세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건전한 대인관계가 형성되어 원만한 사회생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모든 현대인들이 겪는 정신적인 문제는 대부분 인간관계에서 오는 상처와 갈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우리 교사들은 이 세 가지 건전한 대인관계를 위한 필요조건을 교실 상황에 적용하여, 교사-학생 간의 인간관계와 학급 구성원 간의 소통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인정(recognition) 사람은 누구나 ‘나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이다. 인간들 모두가 가지고 있는 나르시시즘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기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 생각이 옳을 수 있고, 나는 이 세상에서 중요하고 소중한 존재이고, 세상은 그런 나를 인정을 해줘야 한다는 심리이다. 사랑받고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바로 나르시시즘과 직결되어 있는 욕구이다. 이것은 현대인들이 가장 갈망하는 욕구이다. 사랑과 인정의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면 자기실현화 욕구가 생겨나지 않는다. 우리가 육체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밥을 먹고 숨을 쉬어야 하듯이, 우리가 정신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사랑과 인정의 욕구가 충족되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정신의 양식이다. 그런 욕구에 대한 갈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모든 것들을 다 가지고 있어도 정신적으로는 배고프고 목마르다. 요즘 젊은 층들에게 인기 있는 SNS, 블로그, 카페 등의 운영과 참여는 이러한 정신적 갈증을 달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특히 학급 학생들은 30명의 무리 속에 섞여 있으므로 담임교사 등으로부터 인정받기가 매우 힘들다. 공부를 잘 한다든가, 회장 등 간부직을 맡는다든가, 하다못해 말썽꾸러기라도 된다면 나름대로 그에 대한 인정과 관심을 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학생들은 특별한 점이 없는 한 관심을 받을 일이 많지 않다. 여기에 정신적 허기를 느끼게 되는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담임교사·과목 담당 교사 등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학생에게 해 준다면, 이러한 정신적 목마름과 허기짐을 조금이라도 해소시켜 줄 수 있겠다. “요즘도 종종 동생이랑 말다툼하냐?” (그전에 동생이랑 말다툼했단 말을 들은 적이 있고 이를 기억한다는 의미이다. 즉, 그 학생에게 관심이 있다는 말이다.) “오늘도 걸어왔어? 집에서 학교까지 걷기에는 되게 먼 거린데···.” (평상시에 등굣길을 걸어서 다님을 알고 있으며, 집의 대략적 위치도 알고 있고, 이는 그 학생에 대해 관심이 있다는 반증으로 이해할 만하다.) “영식이, 지난번에 보니까 축구를 아주 미친 듯이 하더라. 열심히 하는 건 좋은데, 몸 좀 사려 가면서 하렴!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지난번에 축구에 몰입하는 것을 관심 있게 지켜봤음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고, 애정 어린 관심과 염려가 깃들어 있다.) 존중(respect) 사람은 누구나 ‘나를 존중해주었으면 좋겠다?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이른바 존중받고자 하는 욕구이다. 존중이란, 좀 더 나아가 나를 특별하게 대접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은 우리 모두에게 있다. 우리가 주로 단골 식당을 찾아가는 이유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단골 식당 아줌마는 늘 나의 입맛을 존중해 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무생채를 좋아하고 콩나물을 싫어한다든지, 쫄면 사리보다는 라면 사리를 좋아한다든지 등···. 이렇게 나를 존중해주는 환경 속에서 나의 자존감이 살아날 수 있는 것이다.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사람만이 우리 안에 있는 무궁무진한 잠재 능력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자존감은 자기 확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원동력인데,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누구인가’하는 정체성과 ‘내가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자기 확신이다. 자기 확신이 있을 때에 하는 행동과, 없을 때에 하는 행동은 다르다. 따라서 담임교사는 우리 학급 구성원에게 정체성과 자기 확신의 (잠재적)유전자를 항상 일깨워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무심코 내뱉는 말 중에서 다음과 같이 상대방을 존중하는 말과 상대방을 무시하는 말을 비교해 봄으로써, 담임교사의 말 한마디가 학급 학생들의 자존감을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음을 깨달아야 한다. 나르시시즘의 충족은 기적을 일으키지만, 나르시시즘의 상처는 파괴적인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보상(reward) 교사가 학생에게 줄 수 있는 보상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면, 상점·벌점, 참여도·태도 점수, 칭찬 스티커, 사탕, 초콜릿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 모든 것보다 가장 아이들의 마음속을 파고들 수 있는 보상의 방법은 언어적 반응(reaction)이다. 예를 들어 사회 시간에 지민이가 꽤 어려운 시사상식 문제를 맞혔다. 부끄럼이 많은 지민이가 틀릴 것을 무릅쓰고 들릴 듯 말 듯 조용하게 정답을 얘기했는데, 사회 선생님이 아무 대꾸도 없이 그냥 수업을 진행한다면 지민이는 다음부터 입과 마음을 닫아버릴지도 모른다. 이럴 때 흔히 말하는 ‘오버’를 해야 한다. 놀란 눈, 과장적인 표정과 흥분된 목소리 톤으로, “어머, 지민이. 어떻게 알았어? 그거 우리 학교 학생 400명 중 5명 밖에 모르는 건데···. 어찌 그리 어려운 걸 알았네. 와우! 대단한 걸···.” 이와 같은 반응을 들은 지민이는 그 어떤 보상을 받은 것보다 뿌듯함을 느낄 것이고, 다음에 또 대답하게 될 기회를 노릴지도 모른다. 연구에 의하면,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메시지의 내용보다는 억양, 표정, 눈빛, 목소리 톤이라고 한다. 따라서 아이가 대답이나 행동을 잘 했을 때 해줄 수 있는 칭찬을 늘 준비해 둠과 동시에, 연극적 요소를 겸비하여 과장된 몸짓과 표정, 억양으로 아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연습을 해 둘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언어적 내용의 이해보다 감각적 표현에 훨씬 더 마음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하물며 전두엽 성숙이 미숙한 우리 청소년에게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수학교사는 어떤 학생이 예전에는 못 풀던 문제를 풀었을 때를 대비하여 다음과 같은 칭찬 멘트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와우! 요즘 상민이가 수학 공부 좀 하나 봐. 한 달 전 같으면 절대 못 풀었을 문제인데, 노력한 흔적이 보이는데?” 놀란 눈빛과 흡족한 표정을 함께 지으면서 말이다. 마음의 밥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에 작용하는 뇌의 신경전달물질이 바로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흔히 ‘쾌락 호르몬’이라 불리는 것으로, 칭찬을 받을 때, 길 가다 돈을 주웠을 때, 성적이 올랐을 때, 담배를 피울 때, 인터넷 게임에서 승급할 때, 재미있는 상황에 처하거나 장면을 목격했을 때, 어려운 수학문제에 도전하여 힘들게 풀었을 때, 교사의 질문에 혼자 대답했을 때, 점차 성적이 오를 때, 이전과 달리 농구 자유투가 잘 들어갈 때, 자신이 쉽지 않게 여기는 문제를 심혈을 기울여 해결했을 경우에 활발히 분비된다. 도파민은 뇌가 먹는 밥과 같은 것이다. 사람에게는 매일매일 일정량의 도파민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이 같은 경험이나 상황을 자주 접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문제는 요즘 아이들은 도파민 부족에 의해, 또한 그에 의한 전두엽 기능의 저하로 문제행동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아이들에게 ‘뇌의 밥’을 주어야 한다. 우리가 배고플 때에는 무엇이든 다 먹고 싶고 맛있게 여겨진다. 아이에게 칭찬을 해주지 않고 인터넷 게임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배고픈 아이에게 밥상을 앞에 두고 먹지 말라고 고문하는 것과 같다. 그 아이는 게임을 오래 하면 안 좋다는 걸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다. 칭찬, 즉 도파민에 굶주려서 그러는 것이다(http://blog.naver.com/sonton21). 그렇다면 해결책은 자명하다. 아이의 뇌에, 마음에 도파민을 주어야 한다. 가장 쉬운 것은 역시 칭찬이다. 교사는 칭찬을 입에 달고 살아야 한다. 한 교사가 반문한다. “아무리 보아도 칭찬할 게 하나도 없는 아이는 어떻게 할까요?” 천만의 말씀이다. 전문가들은 천하의 말썽꾸러기한테도 30가지 이상의 칭찬거리를 찾아낸다. 정 칭찬할게 없으면 피부색, 머릿결, 말의 속도, 목소리 톤, 옷 색깔, 유행 감각이라도 칭찬해 주어야 한다. 한 달 내내 지각한 아이가 마지막 날 정시에 학교에 왔다면 이 순간을 놓치지 말고 곧바로 칭찬해 주어야 한다. 그 아이를 칭찬할 수 있는 기회는 그리 쉽게 오지 않으므로···. 그다음으로는 유머 감각을 들 수 있다. 어떤 이는 오늘날 성공하기 위한 교육자의 조건 중 하나로 유머 감각을 들기도 한다. 도파민이 부족한 청소년에게 교사의 유머 감각은 오아시스와도 같은 것이다. 실제로 한 아이가 전문상담가에게 토로한 내용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김현수, 요즘 아이들: 이해와 공감의 솔루션(티처빌 원격교육연수원 직무연수 과정)). “영어 선생님은 정말 나쁜(?) 사람이에요. 그분은 한 학기 동안 우리를 한 번도 못 웃겼어요. 그분은 매일 저를 야단치고 훈계하는 생활지도부장 선생님보다 훨씬 안 좋은 선생님이에요. 그런 분이 선생님이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아이들의 뇌가 얼마나 굶주려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 주는 한 단면이다.
대인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함없는 관심과 사랑, 진심 등을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감정과 태도 같은 자세가 일차적으로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불쑥 튀어나오는 말과 행동 때문에 당황스러움을 경험할 때가 많다. 특별한 이유나 상황이 아님에도 그러한 감정의 기복을 생각 이상으로 자주 겪을 때마다, 상대방이 눈치 채지 못할 것이란 자기 착각 속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상대방은 그러한 감정의 변화를 더 먼저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이렇듯 뚜렷한 이유가 없으면서도 극적인 기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상대방에게 우울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지속한다면 ‘지킬 앤 하이드 신드롬’에 빠진 것은 아닐까 의심해 볼 일이다. 인성의 파괴는 자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서 《지킬 앤 하이드》는 평소에 술이라고는 입에도 대지 않는 인자한 지킬 박사가 어느 날 술주정뱅이 난봉꾼이 되어 살인까지 저지르는 악당으로 돌변하는 이야기이다. 지킬 앤 하이드 증후군은, 심각한 내적 갈등을 겪는 이들이 내부의 그림자와 싸우다가 순간순간 굴복하고 마는 사람들의 증상이다. 남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사람들, 어릴 때 정신적, 육체적 학대를 겪은 이들이 이러한 증후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 우리는 평소에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 이외에, 감추지 않으면 안 될 어둡고 끔찍한 모습들이 자기 속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오늘날 인격이 무너지고 인성이 파괴되어가는 현실적 인간의 심리를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나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단정하기보다 그래도 나의 행동이 남들에게 고통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도 인성교육을 강화하는 중요한 동기의 한 방법이다. 주변을 돌아보면, 학교와 교실에서 이와 같은 증후군들이 증가하고 있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일상에서 가깝게 마주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사건건 트집만 잡으며 억지 주장을 펼치는 이들을 찾아 볼 수 있다. 물론 장소에 따라 반응하는 태도나 자세가 다르지만, 증상을 앓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정에서는 가족 간에, 학교에서는 동료 교사나 동급 학생들에게 날벼락 같은 이중인격의 언어폭력과 공격적인 돌발행동을 보여준다. 이들은 좋을 때는 더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한번 급변하면 헐크를 연상시킬 만큼이나 폭력적인 언행을 보이기 때문에 통제 불능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놀라운 것은 이런 행동의 변화를 정작 본인은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상대방이 자신을 화나게 만든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행동이라고 합리화한다. 자신의 행동은 문제가 없으며 원인을 제공하는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다고 책임을 전가하고 비난하는 두 얼굴을 가진다. 이들과의 갈등은 대화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문제해결의 방향을 종잡을 수 없다. 불신감을 키우다가 결국은 서로를 욕하며 관계의 파탄을 불러온다. 인성, 모든 문제의 원인이자해결 열쇠 이러한 갈등을 반복하다 보면 모든 문제의 원인이나 해결책을 자기 탓으로 돌리거나, 수시로 변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생긴 자신의 무능력을 생각하며 자책하는 경우가 생기기 마련이다. 순간 화가 났더라도 마음을 꾹꾹 눌러가며 조용하게 넘어가면 모든 것이 좋은데, 이를 견디지 못해 상대방을 난폭한 사람으로 만들었다는 자책감을 느낄 때, 자존감은 무너져 내린다. 만일 그 대상이 부모라면,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화나게 한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린다. 스스로의 존재를 부인하거나 부정하는 생각으로 인해 죄책감에 빠져 살게 된다. 이런 상황이 교실에서 일어날 경우, 학생은 자신의 잘못으로 선생님이 화가 났다고 생각하며, 친구들 앞에서의 공개적인 모욕을 참게 된다. 억지로 참고 견딜 수밖에 없다. [PART VIEW] 상대방에게 문제가 있음에도 이를 말하지 못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큰 고통이 된다. 한 사람의 마음을 창살 없는 감옥에 스스로 유폐시키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인성 속에 숨겨진 미묘한 여우의 꼬리를 잘라라 스무 살이 넘은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기계적으로 출석체크를 하는 것을 정상으로 볼 수 밖에 없는 사회 안에는, 서로 간의 불신과 더불어 개인의 양심을 인정하지 않는 시스템이 숨어 있다. 교육은 주체적인 인간이 되라고 학생들에게 가르치지만, 갈 길이 멀다. 제도에 대한 ‘구속’이 정직한 인간이 되기 위한 ‘실천’에 끊임없는 제약을 가하고 있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 이상과 제도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킬 앤 하이드’ 인간이 양성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기형적인 일인지도 모르겠다. 나의 행동 자체가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위한 모범 행동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가정을 위해 헌신적으로 행동하며, 동료 교사들에게는 열심히 일하는 최고의 모델로 인정되기를 소망한다. 그러나 모범적이고 헌신적이며 타인의 모델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달리 말과 태도가 반대로 행동한다면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일까? 오래전 이야기이다. 서울의 청계천 노점상을 거닐다 보면 야바위꾼을 만나곤 했다. 호기심이 발동하여 구경을 하다 보면 야바위꾼의 화려한 손놀림과 말재주에 넘어가지 않을 재간이 없다. 구경할 때는 찍는 대로 맞았는데, 만 원짜리 한 장을 거는 순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다.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음에도 야바위꾼의 속임수에 속수무책이었다. 돈을 잃을 것을 알면서도, ‘나는 다르지 않을까’란 마음의 이중성이, 패착으로 몰고 간 것이다. 이는 비단 개인의 패착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지킬 앤 하이드 증후군에 사로잡힌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얻으려고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다가도, 난처한 입장에 처하면 공격적인 발작을 일으킨다. 인성으로 위장된 행동은 다중인격을 통합하기 위한 여우의 꼬리 짓 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밟히기 마련이다. 어떤 사립학교 경영자 중에 지킬 앤 하이드 증후군 때문에 사립학교 자체를 개인 사업장으로 여긴 사람이 있다. 그는 이사장 취임을 위해 수업 중인 학교에서 형제간에 난투극을 벌이고, 며느리의 족벌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학교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비인격적인 행동이었기에 우리를 더욱 놀라게 했다. 설명하지 않아도, 그들의 끝이 좋지 않았다는 사실을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자기 속의 지킬 과 하이드를 인정하라 시쳇말로 미친 사람은, 절대로 자기가 미쳤다고 말하지 않는다. 감정의 기복이 극과 극을 치닫는 경향이 있다면 솔직한 말로 자신의 감정을 고백하는 것이 지킬 앤 하이드 증후군을 이겨낼 최고의 방법이다. 지혜로운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며 직면한 문제를 냉정한 시각으로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한다. 이는 인성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정직함은 인성 실천의 핵심이며, 속임수는 거짓 갈등의 욕구를 발산하는 수단이다. 판단에는 여러 가지 겹눈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사실들은 옳고 그름이 결정 나기 전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판단을 유보하고 기다리라는 말은 아니다. 지킬 앤 하이드 증후군의 양면성은 명과 암이다. 자아가 꿈꾸는 이상이 명이라면, 그에 대한 그림자는 암이다. 우리는 이상을 따른다는 명분 앞에서, 미래에 대한 ‘약속’과 ‘책임감’을 증발시키는 실수를 종종 한다. 기억해야 하는 것은 어느 한쪽의 편에서 지킬, 혹은 하이드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지킬과 하이드를 참고하여 선함이 무엇인지를 판단하고 따르는 합리적인 사고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북 정읍시에 위치한 동화중학교는 우리나라 최초 공립 대안교육 특성화 중학교이다. 방황하는 학생들에게 치유와 돌봄, 그리고 사랑과 열정으로 변화의 계기를 제공하면서 인성 중심의 특성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더불어 살아가는 역량을 갖춘 공동체 속의 바른 성장’을 목표로 설립된 이곳은 희망의 학교, 명품교육의 현장이다. 공립 대안교육의 초석을 다지는 동화중학교는 지난 2010년 3월에 개교하여 창의적 교육과정 편성과 실천 방안을 선도해 왔다. 2014년 제2대 교장으로 부임한 온영두 교장은 ‘희망을 꿈꾸는 학생, 사랑과 열정을 가지고 헌신하는 교사, 배움이 살아있는 학교, 믿음과 기대를 가지고 격려하는 학부모상’을 구현하며 선진형 대안교육을 이끌고 있다. 함께 성장하는 교육 공동체 육성 동화중학교의 교육철학은 ‘배움의 기쁨과 사랑의 돌봄으로 함께 성장하는 공동체’이다. ▲배움을 통한 자존감 있는 인간 ▲기본생활습관 형성을 통한 예의 바른 인간 ▲자연 속에서 실현되는 건강한 인간을 교육목표로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을 벗어나 학생 맞춤형 수업 및 프로젝트형 교과통합 체험학습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지역봉사, 찾아가는 음악회 및 자율동아리, 학부모 동아리, 하늬벌 축제, 동화 토론마당 등 어울림과 소통이 있는 교육과정 등이다. 교과서형 교육이 아닌, 자연친화적인 전인교육으로 자아실현을 돕고, ‘자연과 인간’, ‘다른 사람과 나’의 올바른 관계 형성을 통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조화로운 인격 배양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사들의 뜨거운 열정 학교 부적응 등 청소년들의 위기는 사실 대부분 어른들의 잘못이다. 특히 부모들의 무관심과 무지에서 오는 무책임은 청소년들에게는 치명적이다. 가정이 붕괴되고 소통의 부재로 대화가 단절된 가족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준다. 회복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는 곧바로 부적응이라는 행동으로 나타나 감당할 수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된다. 따라서 무엇보다 섬세하고 체계적인 접근을 요구하는 것이 대안형 공동체교육의 핵심이다. 이런 점에서 청소년 문제를 대하는 동화중 교사들의 해법은 남다르다. 위기의 모습이 보일 때마다 학생들이 보여준 결과만을 탓하지 않는다. 드러난 행동만을 놓고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내리는 일반교사들과 달리, 행동에 대한 근본 원인을 찾아 ‘상처주지 않는 변화’를 모색한다. 변화를 기대하기까지는 많은 인내와 한계가 뒤따르지만 학생들과 함께 동고동락(同苦同樂)하면서 얼어붙은 마음을 조금씩 열어 가는 것이 동화중 만의 노하우다. 거친 행동과 닫힌 마음으로 응어리진 아이들이 졸업할 즈음이면 아쉬움에 교실마다 눈물바다를 이루는 것도 교사들의 헌신적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학교 김범주 교사는 ‘제2회 대한민국 공무원상’에서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김 교사는 학교 부적응 학생 등 어려운 현실에 있는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교육의 발전적인 패러다임을 모색하고 실천적 학생지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6년째 학교 부적응 학생들을 위해 헌신해왔으며, 어렵고 힘든 아이들의 자존감 회복과 희망 찾기에 온 열정을 바쳤다. 가정불화로 의지할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휴일도 반납하고 흥미로운 교육활동을 통해 그들에게 안정과 기쁨을 찾아줬다. [PART VIEW] 상처 받은 아이들에게 건네는 희망의 손길 학생들은 학교 밖으로 떠돌고, 학교에서는 아직 획일과 강압이 잔존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현주소다. 따라서 동화중은 학생들에게 ‘탈락’이 아닌 ‘도움’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모든 교직원들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처음 학교에 부임해 아이들을 만났을 때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사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 대부분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지요. 불안정한 가정환경에서 비롯된 방황, 잘못된 교육, 사회의 불편한 시선 등이 학생들의 이름 앞에 ‘불량’과 ‘위기’라는 타이틀을 붙여버린 겁니다. 아직 올바른 자아가 성립되지 않은 청소년기에 어른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말이죠.” 온 교장은 “아이들에게 고리타분한 어른이 아닌, 함께 인생의 길을 걷는 동반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현재의 소중함과 그 속에서 올바른 미래의 방향성을 찾을 수 있도록 상처받은 아이들의 가슴을 어루만지며, 희망의 손길을 건네는 것이 교사들의 역할이고 의무라고 강조했다. 마음에서부터 울려 퍼지는 교육의 선율 학생들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기 위해 동화중은 관악 활동을 통한 정서함양에 힘쓰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동화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이 되어 ‘1인 1악기’ 학습을 필수과목으로 이수해야 한다. 정규수업과 방과 후 활동을 통해 익힌 기능을 효 봉사, 지역 행사, 학교 홍보, 정기연주회 등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자긍심과 효능감을 높이는 데는 이만한 활동이 없다. 학생들은 이 같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을 쌓고, 교육의 즐거움을 느끼며, 더불어 음악을 통해 감성을 치유하고 있다. “관악 활동은 참 좋은 교육입니다. 음악을 통해 집중력과 감성을 키워주고, 정서 함양에도 도움이 됩니다. 또 음악은 마음을 평온하게 하는 치유제가 되고, 아이들은 연주를 통해 화합의 의미를 배우게 되지요.” 조두호 음악교사의 말이다. 배움의 의지가 없는 아이들에게 연주 기능을 익히는 일은 그야말로 ‘사투(死鬪)’에 가까웠다. 거칠기만 했던 학생들의 손끝에서 고운 선율이 흘러나올 때 한국판 엘 시스테마의 신화를 보는 것 같은 감동을 받았다고 교사들은 털어놨다. 그래서 교육의 힘은 위대한 것일까? 동화중은 악조건을 극복하고 지난해 전국관악경연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 4년 연속 은상을 수상하더니 드디어 금상의 영예를 안은 것이다. [PART VIEW] 영재를 위한 교육이 아닌, 모두를 위한 교육 대안교육 전문가 답게 온 교장은 초심을 잃어가는 대안교육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일부 대안학교들이 학생들에 대한 치유와 돌봄보다 경제논리에 사로잡혀 영재교육으로 몰리는 데 대해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교육 현실을 보면, 상위 5%에 속하는 ‘영재’ 아이들에게만 관심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하위 학생들을 위한 돌봄은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어요” 그는 위기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뿐 아니라, 위탁시설, 복지 후생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는 데 교육부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도 전국에 약 7만 명의 학생들이 학교 밖을 떠돌고 있습니다. 전북만 해도 1800여 명으로 분석되고 있어요. 한창 공부해야 할 시기에 PC방, 찜질방을 배회하면서 방황하는 아이들을 바른길로 선도하여, 교육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적으로도 가치 있는 활동일 것입니다. 교육당국과 지자체 등에서 하위 5%의 소외된 학생들을 위해 지원책을 늘리고, 가정과 사회에서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교육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야 합니다.” 온 교장은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라는 말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떡잎이 못나도 잘 가꾸어주면 튼튼한 나무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포기’보다는 ‘희망’을 선물하는 것이 마음의 상처가 있는 아이들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희망찬 사회를 위해 겉으로 드러난 떡잎이 아닌, 내면에 감춰져 있는 상처를 보듬어서 원인을 치유해 주는 사랑과 돌봄이 있다면 분명한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학생, 학부모가 삼각이 되어 조화를 이루며 교육현장을 그리는 동화중학교. 이 학교가 대안교육의 미래를 선도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갈 것을 기대해 본다.
알파고와 천재 기사와의 대국은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알파고는 매일 하루에 수 백판의 바둑 기보를 읽고 이를 바탕으로 최선의 착점을 스스로 판단한다. 세상은 충격과 함께 지능형 컴퓨터의 가공할 능력이 어디까지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사실 기계가 인간을 대신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공장의 단순노동이 로봇에 점령 당한지는 이미 오래다. 그런데 알파고는 인간의 사고 영역까지도 인간만의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교육 영역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 미래학자들의 예측에 의하면 불행하게도 21세기에 없어질 직업 가운데 교직을 포함시킨 바 있다. 가르치는 일은 교사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이 개발될 것이므로 굳이 학생들이 학교에 와서 공부를 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영상강의도 그 한 형태이다. 교직이 사라진다는 말은 학교가 없어진다는 말이다. 정말 그럴까? 아마도 기계가 인간 감성의 영역을 넘지 못하는 한 그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지능형 컴퓨터가 감성 영역에 이르지 못하는 한 교육에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은 지식의 전달에 한정될 것이다. 이 말을 달리하면 지금 학교에서 흔히 이루어지고 있는 설명식 위주의 지식 전달형 수업에서 탈피하지 않으면 학교가 도태될 수 있다는 말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은 스스로가 변화를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이다. 그런데 변화라는 말을 입에 담으면 그것은 수업의 문제이므로 교사의 몫으로 돌리는 경향이 있다. 아마도 학교에서 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학교라는 사회는 학교장의 경영관에 의해 좌우되는 곳이다. 그렇다면 학교 조직의 변화의 제일 앞자리에는 당연히 교장이 있어야 한다. 그러한 변화를 위해 교장은 전 교직원과 학부모를 아우르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뚜렷한 경영관으로 교사들 이끌어야 지금 학교는 신학기 준비 때문에 분주한 시기이다. 학교의 한 해 교육활동의 모든 것이 학교 교육계획에 담긴다. 학교 교육계획은 크게 경영 계획과 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으로 구성된다. 경영 계획은 교육과정 편성?운영을 보다 효과적으로 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교장의 경영관뿐만 아니라 학부모의 요구 사항, 지역사회 및 학교의 제반 실태 등등이 두루 고려되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수 학교에서 경영 계획과 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이 별개의 것으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학교 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은 매년 동일하거니와 이웃 학교와도 별 차이가 없다. 교장 역시 교육과정 운영보다는 학교 시설 등과 관련한 경영 측면에 관심을 기울인다. 교육부에서는 매년 100대 교육과정 운영 우수학교를 선정한다. 이러한 학교의 교육계획서를 보면 학교 경영과 교육과정 편성?운영 계획이 아주 치밀하게 연계되어 하나의 유기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주변에는 교장이 바뀌어도 교육활동에 별 변화가 없는 학교가 있는가 하면, 그 반대로 학교의 교육활동이 매우 다양하게 변화하는 학교도 있다. 이런 학교는 당연히 부모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교장의 경영관이나 이를 관철하는 방법은 대부분의 학교가 별반 다르지 않다. 필자의 경우 학교장 경영관을 누구든지 그 의미를 바로 이해할 수 있도록 아주 평이한 용어로 서술하였다(학교 교육계획서 제일 첫 페이지에 학교장 경영관을 수록하였으며, 본관 현관에도 이를 게시하여 학교를 방문하는 모든 분들이 볼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학교를 옮겨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를 교육과정 운영에 접목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댔다. 점차 교사들도 교장의 의도를 이해하고 모두 팔을 걷어붙이게 되었다. 성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고 그 일은 학교를 옮겨서도 계속되었다. [PART VIEW] 학교 교육과정 운영 중심은 교직원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은 국가 교육과정과 시·도교육청의 지침의 범위 내에서 학교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하여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본래 학교 교육과정 운영은 학교마다 고유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 교육과정은 학년군, 교과군, 집중이수제 운영 등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다. 그러나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은 교과별 시수 확보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어서 왜 국가 교육과정이 바뀌는지 헷갈릴 지경이다. 바로 여기에 교장의 역할이 있다. 교육과정 운영을 교사들의 몫으로만 돌린다면 개선의 여지가 없다. 학생들의 실태 분석과 학교의 여건을 면밀히 분석하여 이를 교육과정 운영에 반영해야 하는 일은 교장이 참여하여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한다. 필자가 처음 교장 발령을 받은 학교는 도회지의 낙후된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기초학력평가 결과는 교과별로 거의 10% 전후의 미도달 학생이 있을 정도로 학력도 형편이 없었다. 부임하고 처음 한 일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교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나는지를 다각도로 분석하였다. 그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전 직원이 합심하여 하나하나 문제를 해결해 나아갔다. 그 방법은 암기식이나 문제풀이식 학습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고 가급적 편안하게 해 주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성과는 오래지 않아 나타났다. 학력 미도달 학생은 눈에 띄게 줄었고, 결국 3년 후에는 미도달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가 되었다. 그때의 교육과정 운영 슬로건은 다음과 같았다[인천석남서초등학교(2010~2012) 및 용현초등학교 학교교육계획서(2013~2016)]. “수업의 시작은 모든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기 시작하는 때이고, 수업의 끝은 마지막 남은 한 아이마저 깨닫게 되었을 때이다.” 그리고 수업 방식의 변화를 꾀하기 위해 ‘설명하지 않는 수업하기’라는 우리 나름의 슬로건을 정하였다. 이는 수업을 그저 40분이라는 시간에 맞출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앎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인 동시에 교사의 설명보다는 아이들의 공동 사고를 통해 스스로 깨닫도록 수업을 바꾸자는 것이었다. 그 결과 자연스럽게 교실마다 블록타임제 수업이 자리를 잡게 되었으며, 교육과정이 재구성되었고(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디자인(교육과학사, 2016)) 교육과정 운영은 학년에서부터 학급으로 자연스럽게 탈바꿈되어 갔다. 학급 교육과정을 보다 체계적으로 하기 위해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하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학급 교육과정 운영 로드맵을 제시하여 활용하도록 하였다. 학교를 옮기고서도 학급 교육과정 운영은 지속되었으며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수업을 보다 다양하게 하는 동인으로 작용하였다[학급 교육과정 운영 레시피(교육과학사, 2015)]. 학급 교육과정 운영 덕분에 학년군별로 집중이수제 운영이 가능해졌고, 교사들의 희망에 의해 담임 연임제를 운영하고 있다. 눈 맞춤과 스킨십이 있는 교육 요즈음은 학교에서 조그마한 다툼이 벌어져도 학부모들은 학교폭력위원회의 개최를 요구할 정도로 예민하다. 그러다 보니 교사들도 생활지도에 상당한 애로를 겪는다. 혹여 말실수라도 하면 학부모는 금방 누구 편을 드는지 따지는 판이다. 문제는 핵가족으로 인해 아이들이 예전처럼 서로 부대끼며 자라는 가정환경이 아닌 탓에 친구들과 서로 협심하며 지내는 방법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가 옮긴 두 번째 학교는 50학급이 넘는 규모가 큰 학교여서 매일 자잘한 다툼이나 학부모의 전화가 끊이질 않았다. 선생님들과 머리를 맞대고 협의한 결과 함께 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라는 데 의견이 모아졌고 다양한 방법이 제시되었다. 그중 3~6학년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 휴무일에 학급 대항 줄넘기(3~4학년) 대회와 축구와 피구(5~6학년) 대회를 개최하였다. 이름하여 ‘토요 용현 리그’였다. 이는 수업이 없는 날 집 주변에 아이들을 방치할 것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활동할 수 있도록 하며, 이를 통해 서로 협력하는 방법을 지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학급 수가 많았으므로 4월부터 시작을 하면 11월 말 경에야 순위가 결정되었다. 마치 K리그와도 같았다. 학급의 모든 아이들이 선수였으므로 아이들은 무척 즐거워했다. 그것은 학부모도 마찬가지여서 토요일이면 일부러 학교를 찾아와 아이들의 경기를 응원하기도 하였다. 토요일은 아이들이 기다리는 날이 되었고, 학급 단위로 수업이 끝나면 연습을 하기도 했다. 학부모 중에는 평소에 학교에 오기 어려운 분들이 많으므로 토요일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은 대단했다. 그래서 다음 해부터는 학부모 연수를 토요일에 하도록 하였다. 자연스레 학교에 오기 힘들어했던 많은 학부모들이 호응했다. “교장 선생님, 토요 용현 리그는 정말 잘 만드셨어요. 감사합니다.” 6학년 아이가 내게 한 인사였다. 격한 호흡을 같이 하며, 골을 넣었을 때 얼싸안는 과정 등을 통해 아이들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이 왜 필요한지를 몸으로 배웠다. 다른 사례 한 가지. 부임한 학교마다 아이들이 하나같이 인사를 참 잘 한다. 처음에는 멀뚱거리던 아이들이 조금씩 눈 맞춤을 하면서 인사를 하더니 나중에는 전교생이 한목소리로 “교장 선생님,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이러한 인사는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퇴근길에 아이들과 마주치면 어김없이 인사를 한다. 그런데 한 번도 아이들에게 인사를 잘 하라는 훈화를 해 본 일이 없다. 그저 한 아이가 인사를 하면 꼭 그 아이에 맞는 인사말을 큰 소리로 해 주는 것이 전부였다. “참 착하구나. 몇 학년이지?”, “머리를 아주 예쁘게 묶었구나. 그러니 참 예쁘네” 하는 식이다. 그저 아이들의 일상을 살펴 기분 좋은 인사말을 건네는 식이다. 교장선생님께 인사를 했더니 칭찬을 하더라는 말이 아이들의 입에서 입으로 금방 퍼져갔다. 처음에는 정말인가 하는 의심에서 인사를 했는데 막상 칭찬을 듣고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모든 아이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와 인사를 했다. 심지어 중학생이 된 아이들도 학교 주변에서 만나면 자기가 누구라고 이야기를 하며 인사를 했다. 저절로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에 다툼이 줄어들고 자연히 학교폭력위원회에서 논의하는 일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이들과 작지만 눈 맞춤과 스킨십을 자주 하게 되면 아이들은 저절로 변화를 한다. 그야말로 아이들이니까 가능한 일이다. 공부하는 교장과 교사 교장이 되면 수업을 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인지 교육과정 운영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건 교감선생님이 알아서 하면 될 일이라는 것이다. 어쩌다 수업참관을 해도 수업 교사에게 의미 있는 조언을 꺼리는 편이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교장이 수업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오히려 교사의 사기만 떨어뜨리지 않겠는가 하는 심정 때문이다. 그러나 수업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일로부터 수업 후의 협의까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은 교사에게 참으로 큰 도움이 된다. 매년 수업 실기대회에서 1등급을 받는 교사들의 전화가 온다. 퇴임을 한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교장이 공부하지 않으면 학교는 낙후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면 결국 학교라는 조직은 미래학자들이 전망한 바와 같이 알파고 같은 지능형 컴퓨터에 자리를 내주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생각하기는 끔찍하지만 지금의 교사들이 어쩌면 역사 이래 마지막 교사일 수도 있다는 말이 성립된다. 우리가 스스로 변화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학생 체벌 금지 이후 학부모 민원 늘어 학부모 민원 발생의 시대적 배경을 찾는다면 아마도 체벌 문제에서 비롯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 속담에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선생님은 모든 면에서 가르침을 주는 모범이 되는 사람이며,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인격의 권위를 지닌 존재로 인식되었다. 실제 예술인이나 장인(匠人)들의 도제식 교육은 엄격하면서도 따뜻함이 있고, 호된 질책과 묵묵히 지켜보는 스승의 사랑이 서로 돈독한 신뢰관계를 맺었다. 김홍도의 풍속화 서당도(書堂圖)에 제자가 스승으로부터 회초리를 맞는 장면이 있다. 회초리를 드는 것을 달초(撻楚)라고 한다. 과거의 회초리는 스승이 제자들을 독려하는 동기부여와 사람됨을 가르치는 상징성이 있었다. 그래서 교사가 되는 것을 ‘교편(敎鞭)을 잡는다’라고 하였다. 여기서 편(鞭)이 회초리를 뜻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변했다. 학생들의 체벌을 금지하는 인권조례가 제정되고, 학생 개개인의 소중한 인격과 존엄이 존중받는 시대에 달초(撻楚)나 교편(敎鞭)이라는 단어는 이제 구시대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 1990년대 후반까지 학부모 민원 중에 학생 체벌의 문제가 제일 많았지만, 학부모들의 태도는 비교적 관대하였다. 그러나 경기도교육청이 2010년 10월 5일 학생인권조례를 공포한 것을 시작으로 2011년 광주, 2012년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공포되었다. 이제 체벌은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됐고 교단 현장에서 가장 무서운 학부모 민원의 대상이 되었다. 오늘날 저출산의 시대적 변화와 ‘내 자녀가 학교에서 차별이나 피해를 보는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학부모의 인식이 다양한 민원 발생의 주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모, 탑-다운 해결 방식 선호 학부모 민원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와 행정기관에 대하여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학부모의 의사 표시’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정보 선진국으로 학부모들끼리도 다양한 SNS로 활발한 정보교환을 통해 강력한 정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학부모 민원은 비교적 단순한 개별 민원이 많았는데 점차 다양화, 집단화 양상의 민원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학부모 민원은 학교에 직접 해결을 요구하기도 하고,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되면 다시 교육청이나 교육부 등 상급기관에 동시다발적으로 민원을 제기하여 위로부터 아래로 ‘탑-다운 해결 방식’을 취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학부모 민원의 특징을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자녀가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될 때 제기한다. 둘째, 학생의 말만 듣고 불충분한 정보와 오해를 가지고 판단해서 민원을 제기한다. 셋째, 학부모가 스스로 만족스럽다고 여길 때까지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한다. 넷째, 학교를 가장 힘들게 하는 민원은 학교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학부모(교직원, 교육공무원, 교육기관 근무자 등)들이 비교적 많이 제기한다. 학생부 기록에 민감, 불만 많아 [PART VIEW]학부모 민원은 학교가 위치한 지역적 특성, 학부모 성향(학력·경제력 등), 학교급별(유·초·중·고) 특징에 따라 다양성을 갖는다. 학부모 민원의 특징에 따른 분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담임교사와 학생(학부모)의 갈등 민원이다. 학교생활과 수업에서 교사 변인이 생활태도와 학습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크다. 평소에 학생이 담임교사에 대한 차별의식을 느끼거나 불만을 갖게 되면 모든 것이 민원의 단초가 된다. 학교생활기록부 기록 내용, 자녀의 진술에 의해 발생하는 왕따와 차별 문제, 교사의 질책에 대한 불만(거친 언어표현, 비난 및 비하 발언) 등을 문제 삼는 민원이다. 둘째, 내신 성적 및 평가(지필평가, 수행평가) 관련 민원이다. 외국 유학을 다녀온 학생이나 영어권 국가에서 살다가 온 학생들이 특히 영어 평가 문제 오류에 대한 민원, 각 교과별 평가문항 출제 및 정답 오류, 과목별 수행평가(평가 기준, 평가 결과, 평가 시점)에 대한 민원, 부정행위자 처리 불만 등이다. 셋째, 학교폭력 관련(가해학생, 피해학생) 및 선도 처분에 대한 불만 민원이다. 학교폭력 가해자 처분에 대한 불만의 민원, 학교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학부모의 상호 갈등 민원, 선도처분자의 징계 수준에 대한 불복 민원 등이다. 넷째, 교사의 역량과 자질에 대한 불만의 민원이다. 교사들의 수업방법(교사중심수업, 수업장악문제 등)에 대한 민원, 성희롱성 농담과 교수용어(비속어, 욕설 등), 수업시간에 정치적 발언과 이념적 내용을 지도한다는 민원 등이다. 다섯째, 학교와 학부모의 갈등 민원이다. 교장의 소통하지 않는 태도에 대한 불만(학생, 학부모의 의견 반영 요구), 운동선수 학부모와 코치 간 갈등 민원, 학교의 교육활동에 대해 불만을 품은 학부모의 지속적 민원 제기, 학교급식에 대한 불만, 학교생활기록부의 기록 내용에 대한 불만,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및 학부모회 임원 자녀에 대한 관심 요청 등의 민원이다. 여섯째, 학부모(학교운영위원회 위원)와 학부모(학부모회)간 갈등 민원이다. 학교운영위원회(학부모 위원)와 학부모회 임원의 미묘한 갈등, 학교운영위원회 위원장 선출에 따른 잡음 등 자칫 학부모들의 기싸움 민원으로 학교가 곤란한 입장에 처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 사회가 점점 복잡해지고 발전할수록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불신 풍조 만연한 사회상 학교에 투영돼 첫째, 서열 중심의 내신 평가와 경쟁 체제의 교육시스템이 민원 발생의 주된 원인이다. 학교 교육이 학생 개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중심을 둔 교육보다는 치열한 경쟁과 내신등급이 중시되는 교육 때문에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문항 출제 오류 및 성적 산출 민원,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민원 등은 대학입시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계속 증가할 것이다. 둘째, 우리 사회의 신뢰가 무너지고 불신 풍조가 만연되어, 이런 현상이 학교 교육에도 영향을 끼쳐 학교를 불신하는 민원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잘못을 하고도 뉘우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도덕적 해이 현상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앞으로 법질서가 확립되고 신뢰사회가 정착이 되면, 오해와 불신의 학부모 민원은 현저히 줄어들 것이다. 셋째, 학부모들의 과열된 교육열과 지나친 경쟁의식 때문에 아주 사소한 것도 문제를 삼아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자녀가 학교 교육 활동에서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받는다고 여기면 즉시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추세가 되었다. 넷째, 교육도 서비스라는 프로정신의 부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학부모 민원에 대해 안이한 태도로 대처하다 결국 문제가 확대되어 수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학부모 민원에 대한 체계적 대응과 정확한 상황 판단으로 빠른 대처와 시스템의 가동이 필요하다. 민원 해결은 친절과 공감의 태도가 기본이며, 정성을 다하여 마음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학교장의 적극적 리더십이 문제 해결 관건 첫째, 학부모(민원인)의 입장에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민원을 해결해야 한다. 민원인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한 의도를 파악해 경청하고 귀를 기울여야 한다. 둘째, 아무리 어려운 학부모 민원도 교장의 진정성 있는 태도와 믿음을 주면 모두 해결할 수 있다. 학교의 모든 민원은 교장의 적극적인 의지와 신뢰 리더십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평준화 지역의 기피학교인 A 고교, 배정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들의 민원이 쏟아졌을 때 P 교장은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비전과 자신의 학교경영 계획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실천했다. 1년 후, A 고교는 학생과 학부모가 만족하는 학교, 민원이 없는 학교로 변했다. 셋째, 민감하고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원은 신속한 해결을 위해 학교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아무리 작은 민원도 학교장에게 보고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신속·정확·즉시 처방의 3대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C 중학교에서 영어 지필평가 문제의 정답이 2개라는 학부모 민원을 받고, 교과협의회에서 협의한 결과, 복수정답이 아니다는 결론을 내리고 성적 처리를 마무리했다. 그러자 학부모들은 여러 관계 기관에 민원을 제기하며 반발했고 결국, 학교는 복수정답을 인정하고 성적을 다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었다. 이는 학교장에게 신속한 보고와 정확한 상황 판단, 즉시 처리의 아쉬움을 남겼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넷째, 학교와 교장에 대한 절대적 신뢰를 갖도록 학부모들과 소통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학부모 민원처리가 미숙하여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없도록 학교장에게 즉시 보고하고 대책을 수립하여 신속히 대처해야 한다. P 고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회 교사가 일방적인 이념교육을 수업시간에 실시한다면서 학부모가 시민단체에 자료를 제공하였다. 학생이 수업 중 몰래 녹음한 파일을 보내서 문제가 된 것이다. 이때 H 교장이 상황을 보고받고, 즉시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수준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한 뒤 해당 교사와 함께 각 학급마다 학교장이 직접 사과해서 민원을 조기에 해결하였다. 다섯째,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부모가 징계양정에 불복하여 재심 요구와 행정심판을 제기하는 등 민원이 증가하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 학교폭력 가해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때문에 징계 수위를 낮춰달라는 재심 청구와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비책으로 학교폭력예방교육에 최선을 다해야 하며, 졸업과 동시에 삭제됨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아울러 학교폭력 가해 학생과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의 ‘삭제 예고제(졸업 때 삭제 대상자임을 밝히는 것)’를 실시할 필요가 있다. 결국 모든 학부모 민원은 상대방의 입장에서 해결하는 원칙을 세우고, 초기 단계에서 신속하게 대처하여 진정성 있는 조치로 감동을 주고, 신뢰를 주는 태도로 최선을 다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미국의 경영경제전문지 Inc.에 어느 공장의 일화가 실린 적이 있다. 잘 돌아가던 공장의 대형 기계가 갑자기 멈춰 버렸다. 밤샘 근무를 할 정도로 바쁜 때여서 회사의 직원들 중 기계를 좀 안다는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며 손을 보았으나 기계는 요지부동이었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사정이 급한지라 전문가를 불러다 기계를 고칠 수밖에 없었다. 한밤중에 불려 나온 전문가는 기계를 한동안 들여다보다 3분쯤 지난 후 망치를 꺼내 들고 두 번 탁탁 두들겼다. 회사의 직원들이 몇 시간을 매달렸어도 꼼짝하지 않던 기계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두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장장이 비용을 묻자 전문가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네, 500만 원만 주십시오.” 전문가의 망치 두 방에 기계가 다시 돌아가는 것을 보고 기분이 좋았던 공장장은, 그래도 너무비싸다 싶어 수리비 명세서를 요구했다. 망치질 두 방에 500만 원이라니? 며칠 후 청구서가 날아왔고 다음과 같이 비용 명세가 적혀 있었다. “망치로 두드리는 비용=1만 원, 어디를 두드려야 할지 급소를 알아내는 비용=499만 원, 합계=500만 원.” 망치질 두번에 500만 원? 전문가란 일반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알고, 할 수 없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말한다. 달리 말하면 아는 게 많고 깊으며 보통 사람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다. 상식을 갖고 적당한 정도의 수행능력을 갖춘 ‘아무나’를 우리는 전문가라 부르지 않는다. 때문에 전문가라면 누군가에 의해 쉽게 대체될 수 없는 능력을 보유해야만 한다. 어떤 직업이 전문직이 되려면 자격제도, 장기간의 훈련, 윤리강령 등 다양한 조건을 갖추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조건을 꼽으라면 바로 대체 가능성이 낮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능력이 어떻게 개발되는지를 아는 것은 전문가를 길러내는 데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은 지식과 수행능력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떤 조건이 갖추어져야 전문가가 보유하는 능력을 얻게 될 수 있을까? 먼저 유효성과 피드백의 존재 여부가 필수적이다. 유효성이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인과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정치판이나 주가 예측은 유효성이 적은 분야이다. 정치학 전문가나 펀드매니저의 예측과 일반인의 예측은 차이가 없거나 전문가가 더 부정확한 경우조차 있다. 지금 하는 행동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전문성을 기를 수 없게 된다. 피드백은 자신의 결정과 행위에 대한 즉각적으로 피드백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자신의 수행을 교정할 기회가 주어지느냐의 여부를 말한다. 오늘 내가 한 실수가 바로 확인되지 않고서는 수행 수준이 향상되는 것을 기대하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유효성과 피드백의 조건을 갖추느냐에 따라 출발점은 비슷해도 일정한 시간이 흐르면 능력의 수준 차이는 매우 크게 벌어진다. [PART VIEW] 독일의 어느 음악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해 입학한 학생들의 실력 차이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3년 동안 학교를 다니고 졸업하는 시기가 되면 아이들의 실력 차이는 천차만별이 되었다. 음반을 낼 수 있는 수준까지 성장한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학에 겨우 진학할 수준에 머무르는 아이들, 심지어는 입학할 때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아이들도 있었다. 부모의 지원 정도, 학교 교육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없었던 선생님들과 교장은 원인을 찾는 연구를 의뢰하였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실력의 차이를 만든 원인은 홀로 연습하는 시간에 있었다. 보통 수준의 아이들은 주당 9시간, 음반을 낼 수준의 아이들은 주당 24시간의 개인 연습에 매진했다. 졸업할 때가 되면 이들의 연습시간은 보통 수준의 아이들은 3,420시간, 최고수준의 아이들은 7,410시간의 연습량을 축적하였다. 이러한 연습시간을 의도적 연습이라고 불렀다. 의도적 연습은 연구를 통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특징이 밝혀졌다. 그것은 무엇보다 성과향상을 위해 특별히 디자인된 형태의 연습이고, 무수한 반복이 요구되며, 즉각적인 피드백과 함께 최대한의 정신적 노력을 요구하는 연습이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재미가 없다는 다섯 가지의 특징이었다. 재미없는 단계에 접어들어도 연습은 지속되어야 한다. 끊임없이 살아 움직이는 개인의 내적 동기가 없이 재미없는 일을 반복해서 지속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때문에 동기화를 가능하게 하는 어떤 힘이 요구된다. 전문가는 연습, 경험 , 창조의 수행과정을 거쳐야 전문가로 성장하는 데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또 다른 요소는 지속적인 학습이다. 학습 없이 최고 수준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지적 호기심이 강해 늘 학습원이 열려있으며 무언가를 배우는 일에 시간과 재원을 기꺼이 투자해야 한다. 학습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경험은 전문가의 암묵지(暗默知)를 축적시켜 판단력과 통찰력을 길러준다. 그렇다고 모든 경험이 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며 동일한 경험도 동일한 성장 효과를 내지는 못한다. 사람마다 민감도가 높은 영역이 따로 있어서 동일한 경험도 어떤 이에게는 특별하게 받아들여지고 더 세밀하게 이해된다. 이러한 경험의 원천은 너무도 다양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피드백이 동반되는 형태의 경험일수록 수행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최고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의 창조활동이 필수적이다. 기존의 관행과 전통적인 방법을 벗어나 남다른 관점과 차별화된 사고로 자신의 영역에서 새로운 것을 찾고 기존의 것을 변형하고 응용하는 창조 행위를 해보지 않고서는 전문가가 되기 어렵다. 창조는 더 높은 단계로의 성장을 가늠하는 이정표 역할을 한다. 학습과 경험이 기존의 것을 수용하고 소화하는 안으로의 과정이라면 창조는 밖으로 내보내는 생산 행위이다. 창조는 심도 있는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주변의 사물이나 현상을 다르게 보고 해석하며 새로운 것의 가치를 인식하고 도전하여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자 하는 차별화된 마인드를 요구한다. 한 번의 시도로 거대한 성과를 내는 경우는 없기에 새로운 것의 창조는 늘 인내심을 요구하고 진화적인 문제해결 과정을 요구한다. 결국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의도적 연습, 학습과 경험, 그리고 창조와 같이 정신력과 에너지를 요구하는 수행의 일상화가 요구된다. 남들보다 많은 양과 깊이로 이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견디지 않고 전문가가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들 행위를 일상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누구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기에 그러한 행위를 가능하게 하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 전문가들의 행위를 지속적으로 동기화시키는 힘은 다름 아닌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이다. 가치는 개인이 바람직하다고 믿는 행동이나 의사결정을 하는 데 영향을 미치는 신념을 의미한다.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는 일상의 활동 속에서 의미로 표현된다. 어떤 일을 하든 그 의미를 찾지 못하면 그 일을 지속할 동력은 점점 약해진다. 일 뿐만 아니라 삶의 의미도 마찬가지다. 삶의 가치가 구체적으로 표현된 삶의 의미도 의미의 강도가 약해질수록 삶에 대한 의지가 약해진다. 삶에 대한 의미가 개인마다 다르듯이 일에 대한 의미도 사람마다 다르기에 어떤 이에게는 중요하지 않은 일이 다른 사람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의미는 고정불변의 무생물체가 아니라 진화가 가능한 생명체이다. 전문가와 비전문가는 존재인식의 차이 “당신은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10년 전과 지금의 대답이 같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특히 끊임없이 성장하여 최고 수준에 이른 전문가들은 의미에 대한 자신의 답을 지속적으로 진화·발전시켰다. 대한민국을 빛낸 최고의 과학자 상 수상자들도 처음엔 더 많은 보수, 승진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찾아 매진하기도 했다. 10년 정도 시간이 흐르자 자신의 연구를 스스로 평가하고 이런 연구를 계속하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성찰하게 되면서 세상을 이롭게 하는 진정으로 의미 있는 연구를 찾으려 노력한다. 과거 보험영업인이라 불렸던 개인 자산 컨설턴트들에 관한 연구에서도 최고 전문가와 초보자의 차이는 다름 아닌 자신의 존재 역할에 대한 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 초보자들은 자신을 자동차 보험을 팔고 생명보험을 파는 세일즈맨으로 인식하며 오늘도 내일도 보험을 세일즈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반면 최고 수준에 이른 사람들은 자신을 고객을 도와주는 조력자(helper)로 인식하고 있었다. 고객에게 닥칠 위험을 대비하게 해주며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여 도움을 주는 사람이기에 지금 당장 어떤 고객이 보험계약을 거절해도 문전박대를 해도 언젠가는 나의 도움이 필요해서 나를 찾을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는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하면 전문가는 의미로 표현되는 내적인 삶의 가치와 일의 가치를 진화시키고, 끊임없이 학습하며 의도적 연습과 경험을 통해 성장하며 창조활동으로 자신의 수준을 높여간다. 그래서 누군가가 전문가가 되고자 원한다면 네 가지의 질문을 자신에게 묻고 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지향하는 가치와 의미는 무엇이고, 무엇을 배우고 있으며, 어떤 경험을 하고 있고, 마지막으로 무엇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는지’ 말이다.
교장‧교감 성과연봉제 도입이 결국 보류됐다. 26일, 인사혁신처는 올해부터 일반직 공무원은 물론 군인·경찰·소방·외무 등 특정직 공무원의 5급까지 연봉제를 확대 적용하는 공무원보수규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교육직은 유일하게 제외했다.교원만 예외로 한데 대해 인사혁신처로서도 정책적 부담이 컸다는 후문이다. 2년 전부터 도입을 기정사실화 했지만 교총의 설득력 있고 전방위적인 반대 활동으로 명분을 잃었다는 전언이다.정부의 연봉제 확대 방침은 교육직을 행정업무 중심의 일반직과 동일시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학교장은 타 공무원과 달리 단위학교의 기관장이다. 개인 성과에 포커스를 맞춘 연봉제가 아니라 결국 학교 간 성과창출 등 불필요하고 비교육적인 경쟁을 조장할 수밖에 없다.교육성과라는 기준과 목표의 모호함 역시 근본적 문제다. 저소득층, 농산어촌 등 교육 격차가 엄존하는 현실에서 교육양극화만 불러올 우려가 크다. 특히 교육부와 교육감 간의 정책 대립이 커지는 상황에서 성과의 기준도 다를 수밖에 없다.학교장은 타 공무원과 달리 4년 중임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강력한 인사평가를 받고 있다. 그 심사도 날로 강화되고 있다. 교원의 3% 안팎인 교장‧교감이 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도 반영하지 못한 것이다. 교직의 성과연봉제 도입은 현실과 맞지 않고 부작용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차후라도 인사혁신처가 더 이상 미련을 가져서는 안 되는 이유다.
한일교육연구발표회에 참가한 한국 교원 대표들은 일본의 교육 실태와 제도에 대해 궁금증을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다음은 주요 일문일답 내용. 온영두 전북교총 회장=일본에서 부적응 학생에 대한 대응 전략은? 시바나이 야스시 사쿠라중 교장=먼저 부적응 학생과 관련 있는 교사들이 회의를 하고 소수의 문제 학생들을 위한 교실을 별도로 마련해 운영한다. 또는 교사와 지자체 관계자, 아동상담 전문가 등이 모여 학생 행동 개선을 위한 관계자 회의를 연다. 학생의 문제 행동이 심각한 수준에 이를 경우에는 경찰에 신고하기도 한다. 온영두 회장=학부모 민원에 대한 학교의 대응 매뉴얼이 있는가 시바나이 야스시 교장=국가 차원에서 단일화된 매뉴얼은 없다. 교육 지구 단위별로 매뉴얼을 마련하고 안내서를 발간해 제공하기도 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학부모 민원에 대한 대응을 위해 대학 교수를 초청해 교사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류충성 광주교총 회장=일본에서 교사 직업에 대한 인식은? 타네무라 아키요리 니시토야마초 교장=공식적으로 직업에 대한 선호도를 조사한 것은 없지만 교직에 대한 사회적 위치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OECD조사에서 일본 교사들이 가장 업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박승란 인천 신광초 교장=일본에서도 무상급식이 이뤄지는가? 시바나이 야스시 교장=초중고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급식은 유료다. 일부 중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지참하기도 한다. 다만 소규모 지자체 차원에서 인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으로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경우는 있다. 박승란 교장=일본에는 부교장 제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모리 신지 요코하마국제고 교장=지자체에 따라 차이가 있다. 가나가와현의 경우 공립학교에서 교감과 부교장을 별도로 두고 업무분장을 다르게 하고 있다. 부교장은 일부 결재권을 갖고 있다. 타네무라 아키요리 교장=도쿄에서는 10년 전에 교감이 부교장으로 바뀌면서 기존의 교감 업무에 교장의 업무 일부를 가져가는 형태가 됐다. 일본에서는 초등학교, 중학교에는 행정실장이 없어 부교장과 행정실장 간의 업무 갈등이 발생하지 않는다.
오랜 교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참으로 쉽지 않은 길이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이야 그리 어려운 게 아니었지만 마음고생을 많이 한 것은 주로 학부모와의 관계였다. 학생 인권조례가 제정되기 전 그러니까 교권이 어느 정도 살아 있을 때는 지금과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교사의 말 한 마디가 영향력이 있었기에 교사의 지시나 훈육에 이의를 제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은 너무나 다르다. 학생들은 물론 학부모는 한 술 더 떠서 교사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 심지어 1학년인 어린 아이들까지 자기주장은 분명히 한다. 요즈음 날씨가 추워서 교실 출입문을 열어 놓으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 아이들은 꼬리가 길어서 대부분 일단 밖에 나가면 문을 다시 닫는 경우가 드믈다. 오죽하면 ‘반드시 뒷문으로만 다닙니다’, ‘문을 꼭 닫아 주세요’라는 안내 문구를 크게 붙여놓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다. 며칠 전에는 문을 열고 가는 아이에게 “문 좀 닫아줄래”라고 얘기했다가 망신을 당한 적이 있다. “선생님, 왜 그걸 제가 닫아야 해요?” 우리 반에서 제일 똑똑하다는 아이였는데 창문 바로 옆에 앉아 있길래 부탁들 했더니 자기가 열어 놓은 것도 아닌데 왜 자신이 닫아야 하냐며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거절을 하고 말았다. 하도 기가 막혀 나이 어린 아이와 얘기하는 것이 좀 그래서 당장 아이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드렸다. “00어머니, 제가 오늘 이런 일이 있었네요. 좀 당황스러웠어요. 저도 지도하겠지만 가정에서도 꼭 인성교육에 신경을 써주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느낌이 별로였다. 아이 어머니의 반응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휴, 죄송합니다. 제가 잘 지도할게요”라는 반응을 기대했는데 유쾌하지 않은 목소리에 얼른 전화를 끊었으면 하는 느낌이 들었다. 부모만큼 아이도 되는 것 같다. 가정에서의 올바른 가정교육이 정말 중요한데 요즈음 신세대 부모들은 훈육에 인색한 것 같다.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분명히 구분해주어야 하는데 상당수의 부모들이 마냥 사랑으로 감싸는 '익애(pampering)'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교사가 늘 학생에게 긍정적인 피드백만 해주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다양한 교육현장 상황에서 그럴 수 없다. 때로는 훈계도 필요하고 잘못한 것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때가 종종 있다. 그런데 그것을 구체적으로 알려주고 지도하려고 하면 문제를 삼는 학부모들이 있기에 단위학교에서 적극적인 생활지도를 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남편은 바쁘다는 핑계로 아내에게 자꾸만 자녀 교육을 미루고 엄마들은 자신의 자녀를 다른 아이들에게 기죽이지 않으려고 훈계를 하는 데 소홀한 것 같은 느낌을 자주 받고 있다. 올바른 가정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올바른 행동을 하기 때문에 교사의 입장에서도 교육하기에 부담이 없고 정이 간다. 솔직히 교사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정에서 제대로 양육하지 않고 담임교사가 문제 행동을 지적하면 달갑게 생각하지 않고 심한 경우에는 교사를 코너를 몰아넣어 힘들게 하는 학부모들이 있다. 오랫동안 학교폭력 업무를 맡아 왔기에 그런 상활을 자주 목격하고 있다. 사실 나도 ‘좋은 교사’가 되고 싶은데...... 새해에는 대한민국의 많은 학부모님들이 좀 더 자녀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특별히 인성 교육에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웃어른께 인사를 잘하게 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은 강박적으로라도 하지 않도록 지도해야 할 것 이다. 가령 아파트에서 뛰는 행동, 지하철이나 식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소란을 피우는 행동, 아무 곳에나 휴지를 버리는 행동 등 사소한 것 같은 그런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꼭 알려주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도 그것이 잘못된 행동인지 분간을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교사, 학부모, 학생이 삼위일체가 되어 서로 협력하고 도와주고 가르치며 배우는 그러한 교육 현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교육부가 충실한 새학기 준비를 위해 교육청 별로 현행 3월 1일자 인사 발령을 2월 1일자로 앞당겨 실시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발표했지만 일선 교육청들은 유보적 입장이어서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와 교육청 관계자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제주와 세종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도가 당분간 2월 1일 인사 발령을 도입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세종시는 신설 도시의 특성상 일방전입이 많아 다른 교육청과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대부분의 시·도들이 시행 의지가 없고 교육부도 뚜렷한 지원 계획을 내놓지 않아 2018년 시행도 어려운 상태다. 제주도교육청은 2018년부터 2월 1일자 인사발령을 시행하는 것을 잠정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최근 모든 일선학교에 ‘2017학년도 학사일정을 2018년 1월까지 마무리하는 방향으로 수립하고, 2월에는 전 교직원이 출근하는 교육계획 수립 주간을 운영하라’는 내용의 안내공문을 보냈다. 또한 2017년 3월 1일자로 인사 이동이 예정된 교원에 대해서는 2월 한 달 간 기존학교와 부임 예정 학교에서 겸임 근무하도록 할 방침이다. 생활지도는 기존 학교에서, 교육계획 수립과 관련한 업무는 부임 예정 학교에서 수행하는 방식이다. 해당 교원에게는 이동에 따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출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2월 1일자 인사 발령을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2월 중에 새 학기 학교 운영계획을 확실히 수립할 수 있도록 교원의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육청들은 큰 제도적 정비 없이 현 상태에서 2월 1일자로 발령을 내는 것은 실익보다 혼란이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2월 1일자 발령을 하려면 모든 일선 학교의 학사일정이 그 전에 끝나야 하기 때문에 대대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고, 교장 임용제청 절차 등 인사 시스템과 관련 법령 등 개정사항이 많아 부담이 크다"고 밝혔다. 이어 "이 문제가 해결돼도 2월에 교사가 타 학교로 자리를 옮기면 한 달 간 학생 생활지도에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교육적으로 바람직한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충북, 전북 등 다른 교육청 관계자들도 비슷한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3월 1일자 발령 사항을 교원들에게 조기에 알려줄 수 있도록 지침을 일찍 정해달라는 게 교육청의 요구였는데, 교육부가 발령일자 자체를 앞당기는 방안을 공표해 당혹스럽다는 지적도 나왔다. A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회의에서 교육청 담당자들이 요청한 건 발표를 일찍 할 수 있도록 관련 사항을 일찍 확정해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교육부가 한 발 더 나가 인사 발령 자체를 앞당기겠다는 안을 들고 나왔다"며 "그 때도 교육청 담당자 중에는 반대 의견을 낸 분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부 발로 보도가 나간 후 올해부터 당장 시행되는 것이냐는 문의가 많다"며 "좀 더 신중히 추진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현장 교원들 간에도 조기 인사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지난달 21일부터 25일 홈페이지를 통해 약식 온라인 설문을 진행한 결과 전체 응답자 110명 중 52명(47.2%)은 '발표만 조기 시행', 40명(36.3%)은 '조기 발령'을 선택했다. '현행 유지'를 선택한 교원은 18명(16.3%)이었다. 경기 B초 교사는 "교원들이 바라는 건 자기가 근무할 학교를 일찍 파악해 학교 분위기를 알아보고, 이사 문제 등도 해결하는 것"이라며 "발령일자만 앞당기는 건 생활지도나 자율연수에 되레 방해만 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충북 C초 교감은 "조기 종·졸업식이 전제돼야 하는데, 그러려면 12월이나 1월 초에는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등 모든 업무가 완전히 끝나야 한다"며 "학교마다 사정이 다른데 일괄적으로 시행하려면 연말 업무 부담이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2월 1일자 발령을 찬성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경기 D초 교장은 "그동안은 새로 전입할 교사들을 1주정도 먼저 불러 신학기 준비를 했지만, 근거가 미약해 교사들이 출장비도 못 받고 두 학교를 오가야 하는 등 불편이 컸다"며 "2월 1일자 발령이 나면 좀 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새 학기 계획 수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서울 E중 교사는 "지난해 1월 졸업식을 해봤는데, 생각보다 업무 부담이 크지 않았고 2월 수업 결손도 줄일 수 있어 좋았다"며 "2월 인사도 시행한다면 새 학기 준비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대전 F고 교사는 "인사 발표 시기를 너무 앞당기면 선생님들이 기존 학교 업무에 대한 책임감이 떨어질 수 있고, 발령 시기를 2월로 하면 변화에 따른 학교의 부담이 너무 클 것 같다"며 현행 유지 의견을 냈다.'정기 인사를 2월 1일로 앞당긴다'는 표현을 '발령'이 아닌 '발표'로 오인한 데 따른 혼란도 많다. 강원 G초 교사는 "매년 2월 중순이후에 발표되던 것을 2월 초로 당긴다는 의미로 알았다. 주변 선생님들도 다들 그렇게 알고 있다"며 "그래서 해당 기사에 교육부를 칭찬하는 댓글까지 남겼는데 발령일자 자체를 옮기는 거라면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H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 방침을 발표를 일찍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처음엔 찬성 의견이 절대적이었는데, 요즘은 반대 의견도 많이 들어온다"고 밝혔다. 특히 방학 중 자율 연수 단절, 담임·보직 수당 지급 여부, 종업식 이후 수업료 책정 등에 관한 우려 섞인 문의가 많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 관계자는 "인사 시기 조정은 교육청이 자율로 정할 사항"이라며 "교육공무원 승진규정의 근평 기간을 조정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법령 개정도 필요 없는 만큼 상반기 중 관련 사항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많은 논란과 갈등의 중심에 있던 국정 역사 교과서의 미래가 드디어 결정됐다. 우여곡절 끝에 결정된 핵심은 '1년 유예'와 '국·검정 혼용'이다. 미지근한 결정이라는 비난이 도처에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 차원에서는 장고 끝의 난산이긴 하지만,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따른 반대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엿보인다. 현재의 어수선한 시국 정세 속에서 단일 '국정교과서 추진 강행'으로 밀어붙이기와 현 정부 내에서 '폐기'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이 뿐이기 때문이다. 원래 교육부가 국정 역사 교과서를 전면 적용하기로 대국민 약속을 한 기한은 2017학년도 3월부터 전면 적용이었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 이후 국정화 동력이 급속히 떨어지면서 당장 내년 3월 국정교과서의 전면 적용은 물리적으로 어렵게 된 것은 사실이다. 대국민 약속을 했지만, 교육부로서는 숙고와 숙고를 거듭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빠진 것은 명약관화하다. 교육부는 시민단체, 국회, 교육청, 교육감, 교직원, 학부모 등 전 국민들의 의견과 여론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한 것이다. 교육부가 애초 국정화 강행 입장에서 절충안으로 선회한 것은 국가 정책이라는 게 행정적 절차에 따라서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 여타 많은 부수적 문제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교육부가 명분과 실리를 모두 살릴 수 있는 '1년 유예'와 '국·검정 혼용'라는 교묘한 '출구전략'을 내놨지만 자칫 학교 현장의 혼란이 가중될 수 있어서 우려스럽다. 이번 교육의 조치로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피해는 고스란히 교사와 학생들이 떠안게 되기 때문이다. 내년 3월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교과서를 주 교재로 사용하도록 하고, 2018학년도 3월부터 국·검정 교과서 중 원하는 교과서를 골라 쓸 수 있도록 하는 정부 방안이 학교현장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내년에 수능을 치르는 현재 고2학생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 국·검정 혼용에 따라 두 교과서를 모두 공부해야 하는 등 학생들의 시험 부담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어느 한쪽 교과서 내용에 편중된 문제가 나올 경우 형평성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학교 교육이 교과서가 아니라, 교육과정으로 이뤄져야 하는데도 우리 교육은 교과서대로 이뤄지는 관행이 있어서 한국사 과목에서 무더기 복수 정답이 나올 우려도 없지 않다. 벌써 이번 조치에 대해서 진보 관련 학자, 단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명쾌하게 '철회'를 선언하지 않은 교육부의 미온적인 태도가 오히려 국민의 성난 민심을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뜨거운 불깡통’을 돌리다가 임시로 상대방에게 맡긴 격이 된 것이다. 정치권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번 발표 당일 일부 시민단체들이 세종 정부청사 교육부 앞에서 대대적으로 시위를 한 바 있다. 특히 야권은 '1년 유예'는 사실상 강행을 위한 꼼수라고 강력 비판했다. 아울러 교육부가 1년 유예안을 선택해 공을 학교로 떠넘겼다는 비판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또 국·검정 혼용을 위해 검정교과서를 1년만에 다시 집필하라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지적이다. 교육부가 검정 교과서의 졸속 집필을 방관하고자 한다는 비난이다. 물론 국정 역사교과서는 표면적으로 1년 유예로 결정됐지만 후일도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내년 1년동안 연구학교에서만 시범 운영한다고 하지만 학계와 교육계뿐만 아니라 학부모들의 우려가 높아 연구학교를 희망하는 비율이 과연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교육계에서는 연구학교를 시행할 학교가 얼마나 될지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연구학교 시행 여부는 각 학교에서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교장 등 교원, 학부모들의 의견을 종합해 결정된다. 다만 현재 여론은 연구학교 지정을 논의하는 주체인 각 학교 학교운영위원회 운영위원, 교원들과 학부모 등 대부분이 현재 국정교과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다. 당장 연구학교로 지정될 경우 일반 학교와는 다른 교육방식으로 역사 수업이 진행될 수 있어 특히 대입을 준비하는 고교를 중심으로 부담이 크다. 또한 국검정 혼용이 시행되는 2018년학년도는 사실상 차기 정부 체제여서 교육정책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정 교과서 정책과 내용의 부담을 차기 정부에 떠넘긴 꼴이 되는 것이다. 국검정이 시작되는 2018학년도는 실질적으로 다음 정부의 교육정책을 따르게 돼 정책 변화도 불가피하다. 차시 신 정부에서 교육정책의 방향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교과서 사용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다시 한 번 국정 교과서 문제가 요동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물론 교육부는 수능 시험에는 지장에 없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연구학교와 일반 학교가 다른 역사교과서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연구학교는 같은 교과서를 가지고 조건과 방법을 달리하여 그 결과를 비교하는 것인데, 출발부터 다른 교과서로 배운다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 만약 연구학교 지정이 시행되면, 현재 국정교과서를 찬성하는 3개 시·도교육청 내 학교나 일부 사립학교를 중심으로만 제한적으로 지정되는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게 교육계 전망이다. 교육부가 지난 11월 28일부터 12월 23일까지 국정교과서 현장검토본에 대한 웹 공개 의견을 수렴한 결과에서는 국정교과서 내용 오류에 대한 지적이 적지 않았다. 내년 교과서를 사용한다고 해도 수정된 내용으로 사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현장 검토본에서 논란이 된 박정희 대통령과 새망을 운동의 공과, 1948년 대학민국 수립과 정부수립 논란, 친일파 미화 문제 등이 좀 더 가다듬어져야 할 것이다. 사실 역사 교과서는 국정이냐, 검정이냐는 발행체제도 중요하지만, 역사적 사실(史實)에 기초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이다. 그리고 역사 교과서는 더 이상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아전인수식으로 악용하거나, 이념화해서는 안 된다. 이번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의 '1년 유예'와 '국·검정 혼용'이 고육지책이지만, 첨예한 갈등을 잠시 접고 차분히 재논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함과 동시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시행되는 2018학년도에 다른 교과와 함께 역사교과서에도 새 교육과정을 적용하게 됨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교육부는 국정 교과서 전면 적용 시기를 1년 미룬 만큼, 새 학기 검정 역사교과서 선택과 수업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속한 고시 수정 등을 통해 학교 현장을 지원하는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번 발표에서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를 지정·운영하고 국·검정 혼용 체제를 도입하기로 한 것은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설 수도 없는 난감한 상황에서 절충안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차기 정부에 정책과 부담을 넘긴 것이다. 이번 교육부의 발표가 정책 결정의 정도(正道)는 절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론이 분열된 어수선한 시국에서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살리고 우리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반듯한 역사를 가르치고 오롯이 역사 인식이 함양된 ‘속이 꽉 찬 꿈동이’를 기르는데 다함께 노력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정치인들과 정치권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교육의 논리와 문제를 정치이념의 논리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분명히 국정 역사교과서 '1년 유예', 고육지책 그 뒤에는 한국사의 정체성을 살린 토대 위에서 국민 모두가 함께 열어가는 희망찬 대한민국이 있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교원들은 교권보호를 위해 법률 전문가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았다. 한국교총과 일본교육연맹은 27일 서울 한국교총회관에서 ‘교권실태와 교권보호제도’를 주제로 제31회 한일교육연구발표회를 개최해 양국의 교권 실태와 보호제도에 대해 논의했다. 한국 대표로 주제보고에 나선 박승란 인천 신광초 교장은 교육활동과 관련된 분쟁 조정을 위한 법률 지원단 구성을 법으로 제정할 것을 주장했다. 박 교장은 “정부에서 2012년 교권보호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교권 침해 사건과 학교를 둘러싼 소송은 갈수록 증가하고 교권침해 행위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교권침해에 대해 관할 교육청이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조치에 대한 규정을 법에 명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시도교육청 차원의 교권 보호 활동은 상담 위주로 이뤄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교권침해 발생 시 교원이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청이 변호사와 공동으로 법률적 지원을 하고 변호사 선임료 등 소송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 교장은 또 “한국교총이 제안한 대로 교권 침해에 대한 특별교육이나 심리치료를 받지 않은 학부모에 대한 처벌 규정 등을 마련해 법적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교원들은 학교 변호사제 확대를 주장했다. 치기라 야스시 도쿄도 타이토구립 쿠로몬초 교장은 “학부모의 불합리한 민원이나 학생의 등교 거부, 심각한 폭력과 비행, 학교 내 사고 등 다양한 법적 문제를 수반하는 분쟁에 대응하느라 심신 모두 지친 교장이나 교사가 드물지 않다”며 “법률전문가인 학교 변호사의 지원을 바라는 교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01년부터 오사카시, 사카이시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학교 변호사제에 대한 연구를 문부과학성이 2017년도에 실시하기 위한 예산을 요구해 주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치기라 교장은 또 담임교체, 학교 내 사고에 대한 위자료 요구 등 학부모 민원에 대한 교원들의 대응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학부모가 하는 말의 사실여부, 위자료 요구 등에 지나치게 반응하지 말고 불안한 마음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라”며 “그런 뒤에 구체적인 제안이나 재발 방지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일교육연구발표회는 지난 1980년 2월 한국교총과 일본교육연맹 간에 체결된 교육약정서에 따라 양 단체가 교대로 주관해 개최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 3월부터 전국 중학교 1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적용하려 했던 국정 역사교과서 추진 계획이 1년 유보됐다. 내년에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수업하고, 2018년부터는 국·검정 혼용이 적용된다. 기존 ‘내년 전면 적용’에서 ‘1년 유예 후 혼용’으로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국정교과서 적용방안 관련 대국민 담화’를 통해 “2017학년도에는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희망하는 모든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이를 주교재로 사용하고 다른 학교에서는 기존 검정교과서를 사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부총리는 “2018학년도는 국정교과서와 검정교과서를 함께 사용하도록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과 관련해 이 부총리는 “웹 공개를 통해 국민의견을 받고 다양한 시민단체와 국회, 교육감들의 의견도 종합 검토한 뒤 내린 결정”이라며 “안정적인 역사교육과 국가 정책 방향에 따라 추진한 결정으로 내년 국정교과서를 택하는 연구학교에서는 훨씬 더 즐겁게 역사교육을 할 수 있고, 검정을 혼용하기로 함으로써 문제로 지적된 다양성도 동시에 확보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평가와는 달리 관련 법령의 졸속개정과 국·검정 혼용에 따른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령인 ‘교과서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정도서의 최초 사용학년도 개시 1년 6월 이전에 검정기준, 편찬 상의 유의점 등을 공고하도록 돼 있지만 현재 2018년 3월까지는 13개월여 밖에 남지 않았다. 또 국정교과서의 경우 2015개정교육과정을 적용받는데 반해 현재 검정교과서는 2009개정교육과정 체제에서 만들어져 출제의 어려움과 복수정답 등에 대한 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교과서 도서에 관한 규정 공시의 경우 13개월 만에 적용한 전례가 있고, 2009교육과정의 검정교과서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14개월의 기간이면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시행령 역시 최대한 빨리 진행하면 4~50일 내에 개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수능시험에 대해서도 공통된 학업성취도로 평가하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과정상의 차이이지 내용면에서는 공통된 부분이 많다는 설명이다. 한편 한국교총은 교육부 대국민 담회 직후 입장을 내고 “국정 역사교과서 사용 방침을 1년 연기한 것은 교총 등 교육현장의 여론을 반영하고, 국정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극심한 찬반 논란과 교육부와 시·도교육감 사이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교현장의 애환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교총은 “전면 적용 시기를 1년 미룬 만큼, 교육부는 새 학기에 학교현장이 검정 역사교과서 선택 등 수업 등에 어려움이 없도록 조속한 수정 고시 등 현장지원이 필요하다”며 “내년 희망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해 국정 역사교과서를 사용하는 것은 현장 갈등 및 혼란이 우려되는 만큼 후속조치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교총은 “기존의 검정 역사교과서도 그간 좌·우 편향 논란이 지속 돼 검증 강화라는 숙제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이번 기회에 교육계는 좌·우 이념을 떠나 시간을 갖고 냉정하게 성찰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정이냐, 검정이냐의 발행체제도 중요하지만, 역사 교과서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해 학생들을 가르치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한 문제라는 점에서 더 이상 역사교과서를 정치권이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이념화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10년 째 교사로 근무 중인데 얼마 전 호봉을 확인하니 초임 때 담당자의 실수로 경력을 절반 밖에 인정받지 못했더군요. 호봉을 정정해도 급여는 3년치만 소급해 받을 수 있다는 데 사실인가요?” 호봉 정정 시 지난 급여를 어디까지 정산 받을 수 있는지를 두고 학교 현장은 종종 혼란을 겪는다. 행정실 공무원조차 3년, 5년, 전 기간 등 의견이 갈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교총은 최근 인사혁신처와 교육부에 호봉 정정 시 급여정산기간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해 '호봉 획정이 잘못된 때부터 정정 시점까지 모든 급여에 대해 정산을 하는 것이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답변서를 통해 "잘못 획정된 호봉에 따라 과다·과소 지급된 봉급에 대한 청구나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는 호봉획정권자인 임용권자 등이 호봉을 정정해 효력이 발생하는 때부터 진행되는 것으로 봐야 하며, 급여정산 기간은 전 기간이 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같은 답변을 내놨다. 이 같은 내용은 인사혁신처의 '2016년 공무원보수 등의 업무 지침'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호봉 정정의 절차와 방법을 규정한 지침 51쪽에는 '(호봉을) 당초의 잘못된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정정한다.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정산도 호봉발령일자로 소급해 정산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럼에도 혼란이 있는 것은 최근까지 정부 기관 간에도 다른 해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호봉정정에 따른 급여환수 처분의 취소를 요구한 사건에서 "호봉 정정의 부수적 효과로 발생한 과지급 급여에 대한 환수청구는 국가와 개인 간의 금전채권에 불과해 국가재정법 제95조에 의한 소멸시효가 적용된다"며 호봉 정정일로부터 과거 5년이 지난 금액은 환수 대상에서 제외하라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소청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는 당시 결정이 법령에 위배된다는 관계부처의 의견을 심의에 반영해 전 기간을 정산하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리고 있다"며 "현장에서 혼란이 없도록 이와 관련된 과거 결정문은 홈페이지 등에서 삭제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호봉 정정에 따른 정산 기간에 대해 서로 달랐던 관계부처의 해석이 ‘전 기간’으로 통일된 것이다. 이에 따라 만약 교원이 초임 발령 때부터 1호봉 낮게 획정된 것을 10년 후에 발견해 정정했다면, 10년 간 1호봉씩 적게 지급된 전체 봉급을 모두 지급 받는 것이 맞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 규정이 교원의 귀책사유 없이 담당 공무원 등의 실수로 호봉이 잘못 획정된 것을 바로 잡는 경우에만 해당한다는 점이다. 초임호봉 획정 시 반영되지 않았던 경력 입증 자료를 교원이 나중에 제출한 경우는 안 된다. 또한 자격·학력·직명의 변동, 호봉획정 방법의 변경에 따라 재획정할 때도 소급 적용이 되지 않는다. 과다 지급도 전 기간에 대해 정산이 이뤄진다. 예컨대, 1호봉 높게 책정된 것을 10년 후에 발견해 정정한다면, 10년 간 더 지급받은 만큼 반납해야 한다. 게다가 과다 지급에 따라 더 많이 납부한 소득세는 국세기본법에 따라 5년치밖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문제도 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2012년 당시 주무부처였던 행정안전부에 “호봉 정정 등에 따른 급여정산 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라”는 권고를 했지만 아직 개정되지 않은 상태다.
불우한 가정형편 탓에 학교에서 마음 문을 굳게 닫고 수업에서 잠만 자던 제자를 변화시켜 산업일꾼으로 성장하게 도와준 특성화고 선생님의 사연이 소개돼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교육부가 21일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개최한 ‘제5회 고졸취업 성공수기 공모전 시상식’ 일반부 금상(최우수)을 수상한 홍성건(41) 경기 수원공고 교사가 그 주인공이다. 홍 교사는 8년 전 수업시간에 항상 엎드려 자는데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던 제자 한만은(가명) 군의 아픔을 다독여 꿈을 꾸게 한 일화, 그리고 그 제자가 지금 어엿한 산업일꾼이 되고 화목한 가정까지 이룬 이야기를 ‘미약한 과거에서 창대한 현재로’ 제목의 수기로 옮겼다. 당시 고교 2학년 담임을 맡았던 홍 교사는 한 군에게 어떤 일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상담한 결과 딱한 사정이 있었음을 알게 됐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초등 4학년 때부터 어머니와 단 둘이 지내온 한 군은 사업 실패 후 알코올중독자가 된 어머니에게 늘 얻어맞기 일쑤였고, 설상가상으로 어머니는 허리디스크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홍 교사는 “한 군은 ‘어머니로부터 도망가고 싶다’면서 많은 것을 눈물로 털어놨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나 한 군의 사정은 당시 경력 4년차 초임교사였던 내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됐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래도 이런 부분을 감당하는 것이 교사가 된 사명이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홍 교사는 즉시 여기저기에 연락하고 알아본 끝에 학비지원을 신청하고 어머니를 경기 알코올센터에 의뢰할 수 있었다. 학비는 여러 증거자료를 찾아 담임추천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심각했던 어머니의 알코올중독 문제는 센터 도우미가 가정방문을 통해 계속 치료하도록 약속을 받아냈고, 디스크 치료도 센터에서 진행하도록 이끌었다. 선생님의 정성으로 한 군의 고민은 상당부분 덜어낼 수 있었다. 이후 한 군은 기적처럼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수업시간에 무기력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찌들어 있던 인상도 활짝 펴지는 등 학교생활 전체가 매우 좋아졌다. 학업에도 전념하기 시작했다. 그런 한 군은 3학년 진학 후에는 ‘중소기업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당시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했고 거의 동시에 대학진학도 하게 됐다. 홍 교사는 “졸업한지 석 달 후 한 군이 찾아와 대학생이 됐다면서 더 멋진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면서 “한 군의 인생역전 사례는 내 교직생활에도 일대 전환점을 가져다줬다”고 털어놨다. 주경야독하며 병역특례(산업수요기능인력) 혜택까지 받은 한 군은 이제 회사에서 인정받는 중견 사원으로 성장했다. 홍 교사는 한 군에게 일어난 기적에 대해 정부의 특성화고 지원이 적절하게 맞아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더 늘어나야 할 이런 지원책이 오히려 ‘도돌이표’가 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걱정이다. 홍 교사는 “이번에 수기에 공모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업에 병역혜택까지 줘야 고졸취업이 활성화 될 수 있는데 벌써 뒷걸음쳐선 안 된다”며 “2년 연속 고입업무담당을 하느라 정신없이 바쁜 와중에도 펜을 든 이유는 이런 사례를 알려 제도를 더 활성화시켜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고 말했다. 그는 “고졸 취업생은 국가 경제발전에 일조하고, 가정도 일찍 꾸려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우리나라의 진정한 보배들”이라면서 “앞으로도 아이들이 기술현장에 나갈 준비를 더욱 잘 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입은 사랑을 전하기 위해 존재하는 거야.” 이 대사 한 마디로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안긴 부산정보고(교장 배도균) 연극부 ‘영우’가 ‘2016 청소년연극제 안녕! 우리말(이하 청소년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인 으뜸상을 거머쥐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교총이 주관한 청소년연극제 시상식이 20일 한국교총 컨벤션홀에서 열렸다. 전국 중·고교 연극동아리 등 51개 팀이 참가한 가운데 본선 진출 10개 팀에게 으뜸·버금·보람상을 수여했다. 으뜸상을 받은 부산정보고 연극부 영우는 시상식 후 수상작인 ‘사랑을 속삭이는 입’을 축하공연으로 선보였다. 심사위원 박재련 서울공연예술고 교장의 말처럼 탄탄한 이야기 구성, 고른 연기력이 돋보였고, 현실에 가까운 교실모습을 그대로 담아 공감을 얻었다. 욕설, 비속어, 정체불명의 줄임말이 난무하는 교실에서 왕세종은 특히 반 분위기를 더욱 험악하게 몰고 가는 ‘문제아’다. 새로 전학 온 이슬비는 그런 세종에게 관심을 보이고, 결국 세종의 착했던 어린 시절 모습을 되돌아보게 한다. 결국 바른말을 쓰게 된 세종으로 인해 교실 분위기도 바뀌게 된다. 자리한 700여명의 중·고생 관객들은 50분 간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친숙한 욕설, 비속어 등이 등장하면 공감대의 탄성을 터뜨리며 웃다가도 진지하게 반성하는 대목에선 함께 숙연해지기도 했다. 연극부 영우를 이끈 박세환 교사는 공연 내내 긴장된 표정으로 조명, 음향 담당에게 신호를 보내고 무대 앞으로 이동해 연기하는 학생들에게 수신호로 지휘하는 등 바빴다. 하지만 막이 내린 후에는 이내 환한 웃음으로 학생들을 안아주며 “수고했다”고 다독였다. 박 교사는 지도교사상을, 왕세종으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정민영(3학년)은 연기상을 수상했다. 박 교사는 “한 해 동안 학교폭력 예방, 봉사활동 차원의 공연 등으로 바빴는데 이렇게 좋은 상을 받는 것으로 대미를 장식해 기쁘다”며 “다른 팀도 다 잘했는데 우리가 참석한 팀 중 가장 멀리서 왔다고 준 것 같다”고 겸손한 수상소감을 밝혔다. 연기상을 공동수상한 정민영 군은 올해 처음 연극반에 들어왔지만 배우 못지않은 실력과 훤칠한 외모로 주목을 받았다. 정 군은 “원래 운동(축구)을 했는데 6개월 전 연극반에 들어왔다”면서 “연극반 아이들이 잘 도와준 덕분에 상을 받았다”고 공을 돌렸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서울공연예술고 공연예술단 ‘SOPA Dream’의 식전공연, 시상식 축하공연을 펼쳐 참석 학생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실용무용과의 댄스공연, 유명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최종 3위에 오른 박혜원 양의 무대, 뮤지컬팀의 갈라쇼 등 화려한 무대가 이어지자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촬영하는 등 기성 연예인들의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하윤수 교총 회장은 환영사를 통해 “청소년들의 언어가 보다 바르고 성숙하게 순화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더욱 노력하겠다”며 “본선 진출 작품들이 학교 현장에서 교육자료로 활용돼 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이 널리 확산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수상자 명단=△으뜸상(최우수) 부산정보고 영우 △버금상(우수) 강원 강릉여고 꿈별, 인천 사리울중 라온, 충남 합덕여고 blah-blah-blah, 서울방송고 글고운 △보람상(장려) 충남외고 Illusory, 경기 덕산고 액팅스쿨, 경기 정왕고 KARMA, 대구여상 난강연극반, 경기 함양중·함양여중·안의여중 The 말랑 △개인상(연기상) 충남외고 차진, 부산정보고 정민영, 경기 덕산고 송승연, 강원 강릉여고 김민경, 경기 정왕고 이동현, 대구여상 강유리, 인천 사리울중 박주연, 경남 함양여중 정은주, 충남 합덕여고 허수빈, 서울방송고 박예은 △지도교사상 박세환 부산정보고 교사
올해도 서서히 저물어 간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지식 올림픽인 노벨 과학상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창의성을 길러주지 못하는 주입식 교육과 이공계 기피현상으로 인한 기초연구 분야의 우수인력 절대 부족, 기초과학 연구 홀대 등을 꼽고 있다. 또, 지식의 생태계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 바탕은 유치원에서부터 초등, 중등교육에서 대학까지 이르는 시스템이다. 노벨상은 단 기간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교육, 문화의 틀 속에서 이뤄진다. 대학 수준에서 외국 교수들은 한국 학생에 대해 "뛰어나고 성실하지만 스스로 시작하기보단 지시를 기다린다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부모의 손에 이끌려 부모님이 이끄는 대로만 하던 습관이 배어 있어 자율학습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해결할 기회를 주면 우투커니 앉아 있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 영재들은 타고난 영재라기보다는 기획된 영재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수시 모집 결과가 나오면서 중학교 3년을 지켜 본 학생들 중 일부 학생들의 대학이 결정됐다. 광양여중에서 휠체어를 타고 힘들게 3년간 학교를 다닌 한 학생이 서울대 역사관련 계열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이 소식을 듣고 그때 가르쳤던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린 결론은 선생님이 성실하게 잘 지도한 것은 사실이지만 결론은 "학생 스스로 독서를 잘했다"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우리는 교사의 가르침, 학원의 가르침을 강조했다. 그 이유는 얼마나 잘 가르쳤는가를 따지는 평가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창의성은 많은 내용을 체계적으로 잘 가르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만들고 다양한 문제해결 방법 가운데 자신이 어느 하나를 선택하거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집중해 해결해내는 힘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일을 50년 이상 반복해야 가능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의 나이를 보면 그 답이 나온다. 그러기 위해서는 문제가 안풀리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추궁해내는 의지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길을 가는 인재를 양성하려면 이제 선생님과 우리 부모님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많은 것을 학교에서 선생님이 많이 가르치면 잘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또, 학생들의 재능은 생각하지도 않고 부모님의 기대치에 맞춰 교육을 시키다 보니 아이들이 쉽게 지치고 흥미를 잃게 된다. 그 결과 학교에서는 오후 시간이 되면 쉬는 시간인데 그 시간 마저도 엎드려 잠을 청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이같은 모습을 바꾸지 않으면 계속 피곤한 모습으로 학교생활을 보내고 세상이 외치는 유혹에 이끌려 가게 될 것이다. 창조는 과거의 언어가 아니라 미래의 언어이다. 부모님의 가치관에 의해 주조된 두뇌로는 미래를 개척하기에 힘이 든다.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대하고 너무나 세상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식의 생명이 짧아지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시대에 맞는 교육 패러다임이 요구되고 있다. 아이들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스스로가 정하고 배우는 방법을 습득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꼭 교사가 가르친 방법이 영원히 최고는 아니다. 무엇보다 부모님이 바라는 법관, 의사가 되기를 원하기보다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탐구를 통해 길을 가도록 지켜보는 인내가 요구된다. 때로는 이 과정에 실패가 따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바로 배움으로의 길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자기의 길을 가도록 지켜 보면서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