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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교육은 미래를 준비하는 우리 학생들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4차 산업혁명 특징 중 하나인 AI가 어렵고 두려운 기술이 아닌, 인간과 공존하여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이 되도록 협력적·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적용하는 AI교육이 필요하다. 서울양화초등학교(교장 안상숙)는 SW교육 선도학교(2017년~2020년), 메이커교육기자재지원학교(2018년)를 운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년부터 인공지능(AI)교육 선도학교로서 교육과정을 펼치고 있다. 이를 위하여 1~6학년 모든 학년의 정규교육과정 내 SW·AI교육을 연간 17시간 이상 편성하고, 학년군별 교재를 활용하여 각 학급에서 담임선생님과 수업을 한다. 생활 속 인공지능 기술을 찾고,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는 활동을 통해 인공지능을 이해해 본다. 또한 이를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플랫폼을 활용하여 미술·음악작품을 만드는 등 인공지능 기본소양을 갖춰나가고 있다. 더 나아가 학생 수준에 따라 직접 인공지능 블록을 이용하여 프로그래밍을 하고, 로봇으로 구현해봄으로써 학생들이 창의적인 생각을 마음껏 발산하도록 운영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진로교육과 연계하여, ‘양화 1학기 AI×진로체험주간’을 집중 운영하였다. 1~5학년은 AI관련 전문 직업인을 초청, 만남과 체험의 시간을 가졌다. 1학년 로봇전문가, 2~3학년 앱디자이너, 4~5학년 메타버스 전문가가 각 학급마다 특강 후 AI로봇체험, AI디자인하기, 코스페이스 체험하기 등의 교육을 실시하였다. 또 6학년 학생들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를 직접 방문하여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개발 회사의 혁신적인 개발현장과 협업 분위기를 직접 경험하고 메타버스 관련 교육에도 참여해 보았다. 학생들은 “AI가 어렵지않고 재미있어서, 더 공부해보고 싶어요” “메타버스에서 가상의 공간을 만들고 내 아바타를 꾸며서 활동하니 더욱 실감이 났어요” “소프트웨어전문가들이 어떻게 일하는지 직접 보고 나니, 저도 우리나라를 빛내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고싶어졌어요” 등 인공지능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진로인식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소감을 밝혔다. 다가오는 11월에도 운영될 AI교육주간 역시 기대가 된다. 또한 AI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 확대를 위하여 학부모 대상 연수 및 체험교실도 운영하였다. ‘학부모와 함께 하는 AI교육 창의체험’을 통해 AI교육 키트를 각 가정에서 학생과 부모님이 함께 만들어보거나 학교 캠프에 참가하여 선생님과 만들어 보기도 하였다. 본 캠프에 참여한 학부모는 ‘우리학교의 AI교육 전용교실에서 아이와 함께 교육에 참여해보니 우리학교가 AI교육에 앞장서고 있고 아이들에게 많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원활한 AI교육 운영지원을 위하여 학교는 2020년에는 교사연구실(꿈지락교실)을 구축하여 온라인 교수·학습자료 제작 및 회의 공간을 마련하였다. 2021년에는 AI교육 전용 창의융합교실인 ‘AI아이꿈터’를 구축하여, SW·AI교육뿐만 아니라 다양한 학생들의 협업활동이 펼쳐지고 있으며, 지역교육청의 연수 및 워크숍 등을 개최하여 교내외 교육공간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양화초는 위와 같은 AI교육뿐만 아니라, 8년차 서울형 혁신학교로서 학년별 Small School 운영을 통해 학년별 학생 수준에 맞는 다양한 독서교육·문예체 교육을 펼치고 있으며, 아동친화학교로서 학생자치활동과 인성·인권교육을 위한 다양한 행사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서울특별시교육감배 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서 금메달(남자티볼 비대면 그라운드볼캐치 종목), 은메달(남자킨볼), 동메달(여자킨볼)을 골고루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었다. 안상숙 교장은 “양화 어린이들이 미래교육에 대해 앞서 갈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활동을 펼치고 선생님들을 지원하며, 학부모들과 적극 소통하는 학교로 만들겠다”고 학교 경영철학을 밝혔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학교’라는 학교 상징문구에 걸맞은 서울양화초등학교의 교육활동이 앞으로도 계속되기를 기대해 본다.
11월은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월초와 월말의 날씨가 다른 계절이다. 학교에서 11월은 각종 사업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달이다. 수업하랴, 아이들 챙기랴, 보고서 작성하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는 쉼 없이 수능을 향해 달려온 학생들을 응원하고 정시전략을 짜느라, 중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상담으로 정신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11월엔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눈에 띈다. 아마도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대상이 아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원래 ‘학생의 날’이었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존재자체를 축하한다기보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강하다. 1953년 휴전 직후, 젊은 학도들에게 민족적 사명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국회발의로 의결된 날이 바로 ‘학생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10월 유신시대에 학생들의 민주화투쟁이 계속됨에 따라 1973년 폐지되었다가, 1984년 부활되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1990년대에는 의미조차 퇴색되었고, 2006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변경되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11월 3일로 지정된 이유는 1929년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상기시켜주는 뜻깊은 날이라 할 것이다. ● 점자의 날(11월 4일) 우리나라 점자 이름은 훈맹정음이다.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눈이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서는 안 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으로 읽는 한글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 제자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훈맹정음은 모두 64가지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만 익혀서 조합하면 어떤 단어도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모음만 알면 그 외의 여러 모음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 소상공인이란 규모가 특히 작은, 생업적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소상공인 구분은 상시 근로자 수로 판단되는데,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10인 미만, 도소매·서비스업은 5인 미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사업체 중 소상공인은 85.3%로 약 620만 명에 달한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이며, 서민경제의 근간인 셈이다. ● 입동(11월 7일) / 소설(11월 22일) 입동(立冬)은 겨울이 시작하는 날로 11월 7~8일 무렵이다. 서양에서는 할로윈 다음 날인 양력 11월부터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보았다. 입동 즈음에는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입동 후, 15일이 지나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그리고 또 15일이 지나면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 온다. 소설은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이기도 하다. ● 소방의 날(11월 9일) 위험을 피해 뛰어나오는 대피자 행렬을 거슬러 들어가는 소방대원을 우리는 ‘헬멧을 쓴 신(神)’, ‘생명을 지켜 낸 영웅’이라고 부른다. 연평균 5.4명이 화재진압·구조활동을 하다가 순직하고, 육체적·정신적 노동강도가 높고 야근이 잦은 탓에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기도 하며, 참혹한 현장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진 ‘빚’인 셈이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할 때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헬멧·후드·공기호흡기·방화복·장갑·부츠·무전기 등 개인보호장비, 즉 ‘안전’의 무게는 약 27kg이다. 여기에 10kg 남짓한 소방호스까지 합치면 40kg에 육박한다. 우리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소방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숭고한 희생에 대해 애도와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천은 단 한 번이라도 화재 출동을 줄이는 것, 즉 생활 속에서 안전점점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농업인의 날(11월 11일) 11월 11일 하면 빼빼로데이를 떠올리지만,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최근 쌀값 폭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다. 저렴한 커피라도 한 잔에 2,000원 정도.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 한 봉지도 1,000원이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250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농업은 국민경제의 근간이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학생들과 쫄깃한 가래떡을 나눠먹으며, 농업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보행자의 날(11월 11일)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하는 숫자 11이 겹친 매년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다.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 에너지 위기 도래, 환경보호 요구에 대응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걷기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11월 11일) 전 세계에서 유엔군 묘지는 대한민국 부산 단 한 곳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11개국 2,300여 유엔 참전용사가 안장되어 있다. 11월 11일 11시 정각에는 일반시민들도 참전용사를 향한 묵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6·25 참전국은 22개국으로 미국·영국·캐나다 등 16국은 전투를 지원했고 노르웨이·덴마크 등 6국은 의료를 지원했다. ●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 ‘제2의 현충일’로 불리는 순국선열의 날은 공휴일인 현충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두 날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날이다. 다만 순국선열의 날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순국하신 독립투사들을 기억하는 날이라면, 현충일은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하신 장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분을 기리는 날이다. ●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안은 ‘신고’이다. 학대받은 아이의 뇌는 슬픔·공포·칭찬·인정욕구를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변형시켜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처럼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때릴 만했겠지’라고 이해하는 순간, 폭력은 정당화된다. 교사에게 아동학대는 민감한 문제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대를 받더라도 별다른 대응방법을 알지 못한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이유는 신체적·정서적 부분을 많은 시간동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정인이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반에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법정 필수 연수인 아동학대예방 연수 2시간을 정성껏 들어보자. 내가 마주했을, 내가 마주할 또 다른 정인이를 돕기 위해서 말이다. ● 김치의 날(11월 22일) 일본의 기무치, 중국의 파오차이. 우리나라 김치의 원조라고 우길 정도로 우리나라의 김치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20년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학부모상담이 끝나면 진이 빠진다. 학생상담보다 2~3배는 힘들다. 나도 작년까지 학부모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도 마찬가지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과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훈육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혼날 짓을 했으니, 화가 나서 속상한 마음에 그럴 수 있지’라고 학부모 마음에 더 공감이 갈 때가 있다. 가장 혼란스러울 때는 ‘학생이 표현한 부모의 모습’과 ‘내가 상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이다. 순간 학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자기중심적으로 뭔가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내가 학생의 말을 순진하게 믿고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한다. 특히 학생이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거나, 문제행동을 반복했다면, 그 불신은 더 커진다. 자칫하다가는 학생의 말보다 부모의 말을 더 신뢰하는 함정에 빠져, 학생의 힘듦을 외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통화를 하거나 면담할 때의 학부모는 그나마 이성적인 상태지만, 아이 앞에서는 부모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학부모상담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을 살펴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상담하며 알게 된 이야기를 학부모에게 말해야 할까? 학생과 상담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하는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를 위해 비밀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릴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간혹 학생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안심시킨 후, 학부모에게 ‘아이에게는 아는 척하지 말라’면서 고스란히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밀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무심코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담임교사와 학생과의 신뢰는 깨져버린다. 따라서 꼭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학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전달할 내용을 사전에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아, 오늘 상담 내용 중에 이 부분은 부모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 선생님은 비밀유지의 의무도 있지만,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려드려야 할 의무도 있거든. ○○이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하시고, 더 힘들어하실 거야. 선생님이 부모님께 어디까지 이야기하면 괜찮겠니? (아이와 전달할 내용을 상의한 후) 이렇게 이야기하면 괜찮을까?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화 드리기 전에 ○○이가 먼저 ‘학교에서 상담을 했는데, 오늘이나 내일 부모님께 연락하신다고 했어요’라고 말해줄래?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신지 여쭤본 후, 쌤에게 알려주고. 할 수 있지?” 대략 10명 중 8명은 부모님과 전화통화하는 것을 허락한다. 나는 상담기록지에 학생과 결정한 전달내용을 기록한 후, 학생이 직접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적도록 한다. 무언의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이다. 학생이 부모님의 전화가능시간을 알려주면, 학교전화로 통화를 시도한다. “어머니, ○○이와 상담을 하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혹시 집에서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아, 더 자세한 내용까지는 ○○이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마, 어머니께서 먼저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마에게도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하며 말문을 여시면, ○○이가 이야기할 거예요.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걱정할까 봐, 혼날까 봐 겁나서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이야기 나눠 보신 후, 궁금하시거나 더 나눌 이야기가 생기시면 지금 이 번호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물론 동의절차없이 즉시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자살계획 혹은 타인을 다치게 할 계획을 하고 있거나, 임신을 했거나, 아동학대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때이다. 이럴 때는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주며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왜 알려야하는지 설명한 후,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주장, 누구 말이 맞을까? 종종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는 학부모를 만난다. 자녀에게 원하는 것도 거창(?)하지 않다. 지각·결석하지 말고 학교 잘 다니고, 친구들이랑 별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자기 방이라도 좀 잘 치우고, 본인이 먹은 것이라도 설거지해놓고, 핸드폰은 적당히 하고, 돈도 아껴 쓰고…. 듣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틀린 말이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혼낼 만하다는, 자녀를 올곧게 성장시키기 위한 양육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쏙 빼고, 부모가 혼낸 부분만 과장해서 말했구나’라며 학생을 의심하기도 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라고 한 적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것, 그거 하나를 안 해요. 수십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고, 늦었는데 빨리 준비해도 시원찮을 판에 세월아 네월아, 씻고 밥 먹고 화장까지 곱게 하고 있기에, 지각하지 말고 빨리 서두르라고 몇 마디 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짜증을 내더라고요.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는 거예요. 학교 안 갈 거냐고, 빨리 가라고 또 잔소리하고…. 자기가 알아서 잘하면 제가 왜 잔소리하고 혼을 내겠어요. 자기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저도 아주 속상해 죽겠습니다.” 이번엔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같은 상황인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나오는데, 엄마가 갑자기 욕을 하잖아요. 그딴 식으로 학교 다닐 거면 그냥 때려치우라면서. 아, 진짜, 짜증나요. 맨날 성질만 내고. 무슨 말만 하면 말대꾸한다고 욕하고.” 이쯤 되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다. “네가 잘못을 안 했는데 엄마가 덮어놓고 욕을 했겠니? 어머니 말씀 들어보니까, 틀린 말씀 하나 없더라. 지각할 것 같아서 잔소리 좀 했다고, 엄마한테 대들고, 문 닫고 들어가고. 그런 말이 듣기 싫으면 네가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악의 반응이다. 아이는 이후부터 마음을 닫을 것이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있기에 말해봤자 공감받지 못할 것을 안다. 담임교사와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진다. 그럼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본인이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행동 바꾸기가 쉬우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다. 그럼 누구의 말을 신뢰하며, 어떻게 상담을 이어 나가면 될까? 학부모와 학생의 말은 서로 다르지 않다. 학부모는 갈등이 생긴 상황을 설명했고, 학생은 엄마가 드러낸 감정을 중심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그럼 누구의 말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을까? 나는 학생의 말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몇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서 지각하게 생긴 딸이 느릿느릿 준비하고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부모보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부모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상담을 이어가다보면 실토하는 경우가 많다.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항변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속상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은 있다. 부모가 드러낸 ‘선 넘은 부정적 감정’은 아이에게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남긴다. 하나는 ‘아, 속상하면 욕(폭력)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왜 혼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에게 욕한(폭력을 휘두른) 부모만 남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은 수정되지 않고, 갈등만 깊어진다. 중요한 것은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욕이나 폭력 말고도 우리는 화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왔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테니, 혼나도 싸네요. ○○이도 본인이 잘못한 건 잘 알고 있어요. 문제는 어머니께서 속상한 마음에 ‘욱’하고 나간 말이 ○○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엄마의 말과 행동에 오해가 생기고, 그러면서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자꾸 싸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화가 나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막 나와요. 속상하니까.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요.” “○○가 ‘아, 엄마가 속상해서 욕을 했구나’라고 이해하길 바라시나요? 만약 이해한다면 ○○이도 속상하면 욕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속상한 마음을 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머니께서 먼저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욱하고 먼저 터져 나오니까….” “음, 화가 날 땐, 무조건 ‘커피 먹고 이야기하자’를 외치세요. 일종의 타임아웃입니다. 물이 끓어 넘치려고 할 때, 찬물을 조금만 넣어도 가라앉듯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잠깐 식히는 거예요. 커피 끓이는데 3분, 뜨거운 거 마시는데 3분 이렇게 몇 분이 지나가면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떠오르게 되요. 그러면 그때 말씀 하세요. 화난 감정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욕이 튀어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처럼 생겼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흉악범을 잡아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라서 더 깜짝 놀라곤 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간혹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 뵈면 너무 젠틀하시고, 괜찮으세요. 그래서 어디까지 아이의 말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을 듣는다. 그럴 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는 쥐 잡듯이 혼낼지언정 밖에서는 웃으며 자상한 엄마인 척하잖아요. 담임교사 앞에서라면 본색을 드러내기 더 쉽지 않죠. 하지만 화가 난 상태라면? 그래서 아이에게 퍼붓는 상황이었다면?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사람은 언어로만 말하지 않는다. 표정·몸짓(행동)으로도 말한다. 잔뜩 굳은 표정과 불끈 쥔 주먹으로 “아니, 나 화 안 났어. 진짜야”라고 말한다면, 화가 난 걸까 안 난 걸까. 언어로 표현된 말보다 표정·몸짓으로 표현된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어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설명을 하는 부모의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을 그때의 감정’을 먼저 다독여주자. 이후 왜 부모님이 이런 감정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상황설명을 듣고 난 후, ‘아, 너의 이런 행동 때문에 부모님이 화가 나셨던 거구나’라고 잘못을 일깨워줘도 늦지 않다. 아니, 그래야 자신의 잘못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스스로 알아채야 행동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이혜리 글, 그림, 보림 펴냄, 24쪽, 1만 3,500원) 화가 나거나 싫은 감정과는 조금 다른, 이해는 하지만 섭섭한 감정을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한다. 소시지를 담고 싶은데 채소만 가득한 접시, 아이와 함께 등교하고 싶지만 비가 오지 않아 나갈 수 없는 장화, 엄마랑 헤어지고 싶지 않은 버스 등 주위 사물에 마음을 투사해 아이들의 심리를 해학적으로 그려냈다.
(윤금정 글·그림, 맥스밀리언북하우스 펴냄, 40쪽, 1만3,800원) 아이와 부모의 공감과 소통을 돕는 그림동화다. 자신과 꼭 닮은 쌍둥이 딸을 키우면서도 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저자가 찾아낸 방법은 ‘교감의 언어’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 교감의 범위를 점점 확대할 것을 권한다. 언어학습을 위해 한글과 영어 이중언어로 썼다.
(조영욱 지음, 봄마중 펴냄, 142쪽, 1만4,000원) 청소년들이 자신의 적성을 찾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기획한 ‘10대를 위한 진로수업 시리즈’ 두 번째 책이다. 의학의 발전과정과 의학의 미래 세계, 여러 나라의 의과대학, 의대 입학을 위한 팁 등을 담았다. 수술복이 초록색인 이유, 청진기의 의미, 병원 간판에 숨겨진 비밀,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응급실 등 다양한 이야기로 의학에 관심을 갖게 한다.
(도영실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136쪽, 1만4,500원) 매일 쓰는 일상용품부터 복잡한 기계까지 모든 곳에 빠지지 않는 게 ‘화학’이고, 화학은 아주 작은 원소와 원자를 중심으로 이뤄진다. 결국 우리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입자들에 의해 이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주기율표를 통해 118개 원소가 우리 주변에서 어떻게 존재하며 어떻게 세상을 구성하는지 흥미롭게 안내한다.
(우즈훙 지음, 이에스더 번역, 리드리드출판 펴냄, 192쪽, 1만5,800원) 진실한 자아와 거짓 자아를 구분해 자신의 마음을 쏟아냄으로써 생명 가득한 삶을 사는 법을 소개한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심리문제를 통해 자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진정한 나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저자는 생명력을 뿜어낼 수 있어야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김수진·박은하 지음, 길벗 펴냄, 568쪽, 2만2,000원) 교과서에 소개되거나 연계된 여행지를 소개한다. 아이와 함께 꼭 가봐야 할 전국 여행지와 교과서 영역별 여행지, 초등학생을 위한 여행법과 체험학습지 등이 들어 있다. 전국 214개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주변 볼거리까지 빼곡히 정리했다. 어렵고 막막한 ‘자기주도 학습’을 알찬 여행을 통해 실천해보길 권한다.
(임지이 지음, 빨간소금 펴냄, 348쪽, 1만5,000원) 나이 마흔에 지금까지 하던 일과 완전히 다른 일을 시작하게 된 사람의 이야기다. 저자는 갑작스레 회사에서 해고된 뒤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그러나 이내 그토록 원하던 ‘평일 낮 시간을 가진 사람’이 됐음에 행복감을 느끼고, 그림 한 번 배운 적 없이 취미로 시작한 만화를 직업 삼아 자기 시간의 주인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는 세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다. 뜨거운 햇살이 쏟아지는 코파카바나 해변은 세계에서 가장 정열적이고 낭만적인 해변으로 꼽힌다. 세계 최대의 폭포 이구아수 폭포는 도저히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압도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곳. 직접 경험하는 수밖에는 그 위용을 느낄 방법이 없다. 한반도의 약 40배 크기에 남미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나라 브라질. 브라질의 수도는 브라질리아이지만, 세계의 여행자들은 리우데자네이루로 모여든다. 나폴리·시드니와 함께 세계 3대 미항으로 꼽히는, 인구 1,2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해안도시는 하나의 용광로다. 백인과 흑인, 그리고 에스파냐계 백인과 아프리카계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가 부대끼며 살아가고 거리에는 화끈한 삼바 리듬과 세련되고 우아한 보사노바 리듬의 선율이 함께 흐른다. 해변의 최고급 리조트와 빈민들이 살아가는 주거지 파벨라가 공존한다.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햇살, 코파카바나 리우에 도착하는 순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코르코바도 언덕(해발 700m) 위의 예수상이다. 세계 신(新) 7대 불가사의에 선정된 이 예수상은 1931년 브라질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세운 것이다. 높이 39.6m, 무게 700t으로 예수의 모습을 새긴 조각상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다. 리우 시내 전경이 한눈에 보이는 코르코바도 언덕에 서서 마치 도시 전체를 감싸 안듯이 두 팔을 벌리고 있다. 사실 예수상의 방향을 두고 말이 많다. 빈민촌을 등지고 부촌인 해안을 바라보고 있는 탓에 현지 서민들은 ‘은총에도 차별이 있다’고 푸념한다. 코르코바도 언덕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리우 앞바다에 팡데아수카르(Pao de Acucar)가 떠 있어 리우를 아름답게 치장하고 있다. 영어로는 ‘설탕 덩어리’라는 의미인 ‘슈거로프’라고도 불린다. 거대한 화강암과 수정으로 이뤄진 바위산으로 둥근 돔처럼 생긴 모습이 무척 이색적이다. 마치 바다로부터 리우를 지키고 있는 파수꾼인 듯 느껴진다. 해발 396m로 가장 높이 솟아오른 이 산꼭대기에서 세계 최고 미항을 굽어볼 수 있다. 진초록의 산들 사이로 우뚝 솟은 초고층 빌딩들이 서 있고, 우르카·플라멩코·코파카바나·이파네마·레블론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해변을 따라 하얀 요트가 점점이 떠 있다. 팡데아수카르에서는 반드시 리우의 야경을 볼 것. 360도 펼쳐지는 해변과 섬, 도시의 경치가 파노라마로 어우러지는 리우의 야경을 만끽하기에는 이곳만 한 데가 없다. 해질녘의 리우는 가히 환상적이다. 붉은 노을이 번지고 도시에는 불빛이 환하게 켜진다. 하늘도 붉고 도시도 붉고 바다도 붉게 물드는 리우의 야경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우데자네이루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정열의 도시다. 그리고 리우의 정열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코파카바나 해변이다. 막무가내로 쏟아지는 햇살 아래 구릿빛으로 그을린 글래머 아가씨들이 브라질리언 비키니를 입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는데, 엉덩이를 다 드러낸 속옷 같은 수영복은 그 모습만으로 너무 선정적이어서 한때 이를 찍은 관광엽서 사진을 금지시키기도 했단다. 비치발리볼을 즐기는 근육질의 젊은이들과 파라솔 아래 한가롭게 바다 풍경을 즐기고 있는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인들 그리고 물장구를 치며 즐겁게 뛰어노는 눈망울이 커다란 아이들이 어울린 코파카바나의 풍경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코파카바나 해변 옆이 이파네마 해변이다. 코파카바나 해변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반면 이파네마 해변은 현지인들이 좀 더 선호한다. 이파네마 해변을 걷다 보면 끊임없이 보사노바가 흘러나온다.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마치 속삭이듯 노래하는 주앙 질베르토의 목소리가 인상적인 그 노래 ‘이파네마의 소녀’다. 늘씬하고 까무잡잡한, 젊고 사랑스러운 여인, 이파네마 아가씨가 걸어가네. 그녀가 지나가면 모두들 아~, 그녀가 걷는 건 마치 삼바 같아. 시원스럽고 부드럽게 한들거리며 걷는 모습,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바닷가로 걸어가는 그녀는 언제나 똑바로 앞만 볼뿐, 그를 바라보지 않아. 이 달콤한 노래를 들으며 리우의 해변을 바라보며 쌉싸름한 브라질 산토스를 마시는 일. 그것은 어쩌면 생에 꼭 한 번은 해봐야 할 여행인지도 모른다. 상파울루, 시장에서 느끼는 낭만 상파울루는 브라질 최대의 도시. 인구가 1,800만 명에 달한다. 브라질리아가 브라질 행정의 중심, 리우데자네이루가 브라질 여행의 중심이라면 상파울루는 브라질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열정과 낭만의 브라질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그래도 한 번쯤 가볼 만하다. 상파울루에서 꼭 봐야 할 것은 바네스빠 빌딩. 미국의 명물 빌딩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8분의 1로 고스란히 축소해놓은 것으로 유명하다. 중앙광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바네스빠 빌딩은 특히 야경이 아름다운데 밤이면 은은하게 불이 켜지는 옛 포르투갈풍 건물들과 저녁을 먹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파울리타스(상파울루 사람)들의 모습과 어울려 활기찬 풍경을 만들어낸다. 도시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파울루에도 중앙시장(Mercado municipal)이 유명하다. 번역해보면 말 그대로 ‘시영시장’이다. 우리나라의 재래시장처럼 노변에 형성된 시장이 아니라 커다란 건물 안에 들어서 있다. 대영박물관을 연상시킬 정도로 큰 건물은 원래 1932년 군 훈련소로 지어진 건물이다. 2004년에 내부를 완전히 바꿔 시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밖에서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낭만적인 분위기다. 꽃을 파는 아저씨도 있고, 먹거리 코너도 늘어서 있다. 과일·채소·와인·치즈·초콜릿·소시지·고기 등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통로 중간에는 고객들이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둥근 식탁을 놓아두었는데, 시장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인 커다란 ‘볼로냐 샌드위치’ 먹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저물 무렵에는 메트로폴리타나 대성당으로 가보자. 상파울루 도심에 자리한다. 40년간의 대공사 끝에 1954년 완공된 건물이다. 정면에 솟아 있는 2개의 고딕양식 첨탑은 높이가 65m에 이른다. 역대 상파울루 사제들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고, 브라질의 종교사를 표현한 스테인드글라스가 매우 아름답다.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자연, 이구아수 폭포 지구 반대편으로의 여행. 꼬박 하루의 비행시간과 7시간의 버스여행 등 이 모든 수고를 감수하고서라도 꼭 봐야 할 만큼 감동적인 풍경이 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넓이와 수량을 자랑하는 이구아수 폭포다. 이구아수 폭포와 맞닥뜨리는 순간 그동안의 고단함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폭포에 가까이 갈수록 자연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에 소름이 돋는다. 이구아수 폭포는 브라 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 세 나라 국경에 걸쳐 자리하고 있는 세계 제일의 폭포이자 세계 제일의 관광명소다. 275개의 폭포가 직경 3km, 높이 80m에서 떨어지는 이구아수 폭포는 빅토리아 폭포보다 넓고 나이아가라 폭포보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다. 이곳의 전경은 말로 전해 듣고, 글이나 사진으로 보아서는 절대 그 위용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원주민(파라과이 과리니 인디오) 말로 이구아수는 ‘큰물(Big Water)’이다. 폭포 전체의 폭만 4km 남짓. 평균 낙차는 64m다. 우기(11~3월)에는 초당 1만 3,000여 톤의 물이 쏟아져 내린다. 이구아수에서 가장 유명한 폭포는 ‘악마의 목구멍’(Devil's Throat)이라 불리는 곳. 이구아수강을 통째로 벌컥벌컥 삼켜대듯, 초당 6만여 톤의 물이 거대한 절벽으로 빨려든다. 미국 32대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 엘리너 루스벨트는 이구아수를 본 뒤 넋을 잃고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가엾은(poor) 나이아가라”라고. 이구아수 폭포 여행의 시작은 포스두이구아수시. 시내에서 차로 20분 정도면 이구아수 국립공원에 닿는다. 입구에서 계곡과 숲 사이로 난 산책로를 따라 5분쯤 걸으면 강 건너편에 입이 쩍 벌어질 장관이 펼쳐진다. 하나도 아닌 수십, 수백 개 폭포가 하얀 박무(薄霧)를 만들어내고 있다. 귀퉁이를 돌아서면 영화 미션 촬영지로 유명한 ‘삼총사 폭포’가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개 폭포가 겹쳐 있는 그 절벽 바로 아래턱까지 200여 m의 데크를 밟고 둘러볼 수도 있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현기증이 난다. 이구아수를 제대로 보고 싶다면 헬기 투어를 권한다. 300달러에 육박하는 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다. 이구아수 하류에 있는 헬기장에서 강 건너 악마의 목구멍이 입을 쩍 벌린 상공에 이르는 데 걸린 시간은 단 5분여. 3,000피트 상공, 125마일의 속도로 하늘을 가르며 이구아수 전체를 보는 맛은 웅장하고도 장엄하다. ‘악마의 목구멍’을 향해 하얀 포말을 쏟아내며 무서운 속도로 빨려드는 이구아수의 모습에 소름이 돋는다.
빚은 그대로인데 이자가 늘고 있다 유래를 볼 수 없는 빠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 2.7%의 이자율로 월 270만 원의 이자를 갚았다면, 이제 대출이자가 연 4.5%로 늘었으니 월 45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가 늘어난 만큼 소득이 늘었다면 여유현금흐름인 가처분소득이 유지되지만, 이자속도만큼 월급이 늘어난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움츠러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경기도 침체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며, 불황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오면 국가는 기업과 가계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다시 인하한다. 그러면 빚이 그대로여도 대출이자는 다시 내려간다. 보통 이 보릿고개를 넘고 나면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상승한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임금·자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물가가 오르면 부가가치세가 늘어나고, 임금이 늘면 소득세가 늘고, 자산가격이 늘면 재산세·거래세가 늘어난다. 국가가 보유한 토지나 보유기업의 주식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럼 국가의 자산이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국가의 부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조에서 1,500조가 되었는데, 부채는 150조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안 한 이 국가의 부채비율은 15%에서 10%로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 부채를 늘리지만, 부채를 잘 갚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인플레이션에서 국가는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기업들도 힘들어한다. 국가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과하면 안 된다. 국가가 원하는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고 꾸준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연 2%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투자수익률도 올라가야 한다 10월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6% 수준이다. 물가가 연 6%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작년 100만 원 하던 물건이 올해는 106만 원을 하니 6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100만 원 예금을 해서 2% 이자를 받아 102만 원이 되었다면 예금을 하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가만큼 내 자산을 지키려면 연 6%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 예금이자가 오르는 것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이자율을 올려줘야 예금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주식·부동산이 하락하고 있으니 예금으로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주식·부동산도 상승하는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라면 예금에서 탈출하는 돈들이 줄을 잇게 된다. 그럼 은행은 고객탈출을 막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받는 예금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대체로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두 종류가 있다. 호황형 인플레이션과 불황형 인플레이션. 수십 년간 우리가 만난 인플레이션은 호황형 인플레이션이었다.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고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월급이 오르고, 물건가격이 오르고, 주식·부동산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버블시절이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다. 이럴 때는 예금보다 매력적인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2007년·2017년·2021년이 이런 상황이었다. 반대로 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는데 1973년과 1980년 오일쇼크로 유가가 4배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았지만, 급작스런 물가상승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식·부동산이 하락했던 시기가 이 시기다. 이 시기에는 기업과 가계가 어려우니 주식·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때는 예금이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이자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서 방어가 좋다.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채권도 만기까지 버틸 수 있다면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므로 안전한 투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끝날까?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과도 같다. 영원한 것이 없다. 호황의 끝은 불황이고, 불황의 끝은 호황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도 머지않아 그 속도가 둔화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산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추종한다. 그래서 장기로 투자할수록 인플레이션만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1987년부터 1억을 코스피와 서울아파트에 투자했다면 2018년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6.66%의 수익률을 냈고, 서울아파트는 연평균 5.61%의 수익률을 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사람들은 주식·부동산이 빠르게 올랐던 시기를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주식을 해라’, ‘부동산을 해라’ 이러지만, 대개 인플레이션과 일치하게 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 타국가보다 빠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마켓에서는 여기를 이머징마켓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이머징마켓은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가 IMF 위기를 겪었듯, 이머징 국가들은 불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때 투자손실이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상승속도가 정상화되면 자산가격도 다시 밸런스를 찾아 갈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리 공부도 하고 목돈도 모아두며 준비를 해둬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10~11월 산기슭이나 언덕에 들어서면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올 때가 있다. 노란 꽃송이들에서 나는 향기이고 꽃송이가 요즘 나오는 10원짜리 동전만 한 것이라면 십중팔구 산국에서 나는 향기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올 때 산국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데, 김유정 소설 봄봄에 나오는 ‘야릇한 꽃 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라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다. 산국 꽃송이 사이로 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것은 전형적인 가을 풍경 중 하나다. 산국은 꽃과 잎이 원예종 노란 국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꽃송이가 국화보다 좀 작고, 색도 더 선명해 황금빛에 가깝다. 향기도 더 진하다. 늦가을 청계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도 대부분 산국이고,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북한산 구기동 코스 입구, 남한산성 성벽에도 산국이 핀다. 특히 남한산성 성벽에 피는 산국 무리는 세력이 대단해 정말 장관이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건조에 강해 고속도로 등 경사지나 절개지에도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도심에는 이런저런 색깔로 개량한 국화들이 심어져 있고,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를 벌인다. 국화과 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로 가운데에 대롱꽃(관상화), 주변부에 혀꽃(설상화)을 가진 형태다.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 국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 꽃이며,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품종에 따라 꽃의 색·크기·모양이 아주 다양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화로 실습을 할 정도로 교배가 쉽기 때문에 알려진 품종만 수천 가지에 이른다. 꽃의 크기에 따라 9㎝, 18㎝를 기준으로 소국(小菊)·중국(中菊)·대국(大菊)으로 나눈다. 일본 사람들도 국화를 아주 좋아해 국화 품종을 많이 개발했고, 일본 왕실은 국화를 왕실 상징으로 쓰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책 제목 국화와 칼에서 국화는 일본 왕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화단이나 공원에 있는 국화는 개량을 많이 해서인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들은 그렇지 않다. 들국화는 국화의 할아버지뻘인 식물이다. 야생 들국화들을 교잡해 국화를 만든 것인데, 여러 설이 있으나 산국·감국·구절초를 교잡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들국화 중 늦가을 양지바른 곳이나 산기슭·언덕·바위틈 등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이 산국이다. 산국(山菊)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다. 늦가을까지 피는데 더러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어 있다. 예로부터 ‘야생 국화’라 해서 꽃을 따서 술을 담그기도 했고,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산국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진한 향기가 특징이다. 꿀 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다. 산국과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같은 노란색 들국화인 감국이 있다. 꽃잎에 단맛이 있어서 감국(甘菊)이라 부른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할 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 산국과 감국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꽃송이 크기를 보는 것이다. 작으면 산국, 좀 크면 감국이다. 기준점은 지름 2㎝다. 산국(약 1.5㎝)은 요즘 나오는 새 10원짜리, 감국(약 2.5㎝)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이기 때문에 100원짜리를 대보아 이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잎이 감국은 좀 두껍고 둥글게 보이는 편이고, 산국은 얇고 톱니가 날카롭게 보인다. 감국은 향이 산국만큼 진하지 않기 때문에 향기가 강하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감국은 줄기 하나에 4~5개의 꽃이 달리지만, 산국은 더 많이 무더기로 달려 우산 모양을 만드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자라는 환경에 따라 꽃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산과 들에서 만나는 노란 꽃이 산국인지 감국인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야생화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산국인지 감국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국은 주로 중부 이북에 피고, 감국은 남쪽지방이나 바닷가 쪽에 피기 때문에 서울 근교 산에서 국화잎처럼 생긴 노란 꽃이 있다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떠하리 사람들이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꽃에는 산국·감국 외에도 연보라색인 벌개미취·개미취·쑥부쟁이, 흰색이나 연분홍색인 구절초가 있다. 여기에다 꽃이 연보라색이면서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海菊)이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개한 해국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꼭 한번 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다. 이런 들국화 무리 중에서 노란색 작은 꽃송이를 가진 것이 산국·감국이다. 산국·감국은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여주인공이 정반대 성격인 두 남자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이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야생화 사진작가다. 그는 여주인공에게 구절초를 알려주면서 “쑥부쟁이 종류나 감국이나 산국 같은 꽃들도 사람들은 그냥 구별하지 않고 들국화라고 불러 버리는데,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 줘야 해”라고 말한다. 감국은 소설가 김연수의 책 청춘의 문장에서 보았다. 이 책에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하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그 빈자리들이 그리워질 때면 두보의 시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를 읽을 만하다’고 쓴 대목이 있다. 처마 앞 감국의 옮겨 심는 때를 놓쳐 중양절이 되어도 국화의 꽃술을 딸 수가 없네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나머지 꽃들이 만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 두보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 전문 김연수는 이 시를 두고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라고 했다. 산과 들에 핀 야생 국화들을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화를 닮은 노란 들국화가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떤가. 이름을 몰라도 노란 들국화와 눈을 맞추어주면 들국화는 진한 향기와 가을 정취로 화답할 것이 틀림없다.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현재의 인구 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2.1명(인구대체율)을 하회하기 시작한 1983년 이래, 38년째 하락 중이다. 가장 최근의 통계치인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라는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였고, 전체 신생아는 26만 500명이었다. 합계출산율이 2018년 1명 이하를 기록하며, OECD 38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으로 하락한 이후, 4년 내내 1명을 밑도는 것은 물론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통계청의 6세 미래인구 추계 데이터, KEDI의 교육통계데이터, 주민등록 인구데이터를 활용하여 학교급별 학생수를 추계한 결과, 공교육시스템의 주춧돌 역할을 하는 초등학교 학생수가 현재 260만 명 수준에서 2032년 146만 명 수준으로 향후 10년간 44.5% 감소하게 된다(이길재 외, 2019). 학령인구의 감소와 궤를 같이하면서 우리나라 인구는 2021년 출생자보다 사망자가 많은 데드크로스 현상을 경험하며, 총인구의 급격한 감소라는 대재앙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에 더해 4차 산업혁명시대, 지식·정보화시대로의 진입은 교육의 목적·방향과 교수·학습의 형태 등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이 엔데믹 상황으로 전환되면서 디지털교육으로의 전환은 교수자와 학습자의 의도나 필요와 무관하게 급속도로 학교현장에 안착하였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우리의 저력이다. 현재 교육계가 직면한 학령인구 급감의 위기와 학교 교육생태계의 대전환이라는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 미래교육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새로운 지평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 미래교육은 맞춤형교육과 역량중심교육으로 표상될 것이라 예상한다. 학생수 감소로 인해 학습자 개개인의 적성·소질·잠재력뿐만 아니라 학습능력을 고려한 맞춤형교육이 강조될 것이다. 여기서 학습자 맞춤형교육이란 학생별 교육목표·교육내용·교육방법이 차별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미래사회에는 개인이 소유한 방대한 지식과 정보보다는, 오히려 다양한 정보매체를 통해 자신이 필요로 하는 지식과 정보를 찾아 재가공하고,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하는 능력이 더욱더 빛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이는 실제 삶에서 발휘될 수 있는 역량을 키워내는 교육이 강조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미래교육의 변화는 학생수 감소라는 인구구조의 변화, 산업혁명의 발달로 인한 경제·산업구조의 변화로 야기된 필수불가결한 변화이자 미래사회에 적합한 교육으로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수급계획을 위한 접근이 학생수 감소에 따른 교원수 감소라는 선형적 관계에 근거한 단순 경제논리로 흘러간다면 이는 교육력의 약화, 나아가 국가경쟁력의 악화라는 위기상황을 초래할 것이 자명하다. 교원의 확보는 학교교육 질 제고의 정수(精髓)라는 교육의 당위적 명제라고 할 수 있다. 이에 교원정원 확보를 위한 새로운 방향성으로 다음의 세 가지 사항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육의 형평성, 교육격차 해소 관점에서 소규모학급에 대한 교원정원 책정 방식, 즉 작은학교 기초교원정원제 도입은 달라져야 한다. 학생수 감소만을 고려한 선형적 귀결로서의 교원 감소는 학생들의 최소 교육권을 담보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재정 효율화에 따른 소규모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져 지역인구의 이촌향도(離村向都), 지역의 경제적 손실, 나아가 지역소멸의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은 학급규모가 작을수록 학생들의 학업성취가 향상되고(U.S. Departmeant of Education, 2000), 중도탈락율 및 학교폭력 비율도 낮아진다는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Darling-Hammond, Ross Milliken, 2010). 또한 소규모학교의 교사들이 대규모학교 교사들보다 교육에 대한 책무성이 더 높고, 학생들에게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며, 학생들의 우수한 성취를 이끄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Lee Loeb, 2000; Weiss et al., 2010). 소규모학교의 교육적 가능성과 사회적 중요성을 감안하여 경제논리에 입각한 소규모학교 통폐합이 배태한 위험성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교육의 질 개선 및 교육적 효과 증진 차원에서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학생수 적정화를 위한 교원정원 확보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호주는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인구과밀지역에 대해서는 학교 및 학급 신설, 정원 확대 등의 정책을,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재정 지원, 이민정책, 학교 유형의 다양화 등 별도의 교육정책을 펼치고 있다(박삼철, 2014). 소규모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중요하지만, 과밀학교에 대한 정책적 지원 역시 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서는 함께 고려되어야 함을 시사하는 좋은 사례이다. 과밀학급에 대한 학급당 학생수의 재설정은 수도권 지역의 학생들에게 양질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학생중심 교육정책이 학교현장에서 그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정책집행의 핵심인 교원을 고려한 교원수급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기초학력보장 정책은 평등한 출발선을 보장하기 위해 초등 저학년부터 책임지도 및 집중지원을 약속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초등 저학년의 학급당 학생수 감소를 실천적 전략으로 삼고 있다(교육부, 2019.3.28.). 또 다른 예로 고교학점제는 모든 학생의 성장을 돕는 포용적 고교 교육실현을 목적으로 학점제형 교육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다과목 지도 전문성을 갖춘 교사 등을 포함한 교수자원의 탄력적 배치를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교육부, 2021.2.16.). 이처럼 학생교육중심의 교육은 정책실천의 핵심에 교원이 위치하기 때문에 교육정책의 성공 여부가 교원에게 달려 있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학생중심의 교육정책이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교원수급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의 급감은 우리나라 교육계가 마주하게 된 전례 없는 위기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작금의 절체절명 위기는 새로운 학교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적기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학생수 감소와 공교육 생태계 대전환의 요구는 우리나라 공교육의 기초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학생수 감소를 교원 1인당 학생수와 같은 학교현장을 적절히 대변해주지 못하는 잣대와 연결 지어 교원감축으로 귀결시키는 오류를 범할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육력, 나아가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미래교육 실천의 핵심여건으로서 교원의 정원을 바라보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3학년도 공립교원 정원을 3,000여 명이 줄어든 34만 4,906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교육부 설명자료, 2022.9.19.).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교육재정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교원수급정책을 풀어나가려는 접근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개인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보장하고 교육력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사 1인당 학생수라는 단순 산술에 근거하여 교원의 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육현장의 실정과 국민의 교육적 열망을 저버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교육현장의 고민을 숙고하면서 교원정원 감축의 문제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학교는 더이상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다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무엇보다 우선시되었던 학교의 역할은 바로 교육이었다. 학교는 교육목표에 근거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제공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이후 학교의 역할은 교육적 의미를 넘어, 교사와 친구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배우는 관계형성의 역할,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간 동안 아동의 생존·안전·발달을 책임지는 돌봄의 역할, 마지막으로 공동체의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하게 부상하였다(정계숙·손환희·윤갑정, 2021). 이는 기존의 학교 역할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기보다 그동안 간과됐던 측면이 오히려 본질적 역할로서 강하게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의 역할 또한 그간에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업무만이 강조되었던 데 반해, 만남과 소통, 놀이와 돌봄의 역할 역시 본연의 핵심업무로서 중요해졌다. 이는 학생수가 감축하는 상황임에도 왜 교원정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첫째, 교원정원 감축은 코로나19 이후 재정립된 교원의 역할과 함께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학교현장에 어느 정도의 교원이 필요하냐의 문제는 단순 산술에 의해 계량적으로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충분한 교원 확보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소한의 기본요건임을 말해준다. 교육부가 20년 넘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간소화에 주력하여 교육지원전담팀 및 학교 보조인력을 배치한 것 역시 교원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을 보살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해 준 중요한 정책적 노력이었다. 실제로 김지선·심현기(2022)의 연구에서도 교사들이 수업준비나 진학·진로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전체 학생사안이나 징계 건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과정에는 교사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교원정원 감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 근거하여 교원정원을 산출하고 확보하는 방식은 읍면지역 소규모학교의 폐교 및 통폐합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지역 위기 및 지역소멸로 귀결될 것이다. 소규모학교들은 폐교되기까지 교원정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아 다양한 과목의 교과교사와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상담·보건·영양·사서교사 등 비교과교원의 교육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교사 1인당 업무량도 대규모학교에 비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교원의 업무 피로도는 심화되며,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야기될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일이다. 셋째, 교원정원 감축은 소규모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문제에서도 난항을 겪게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전국 과밀학급 현황’에 따르면 과밀학급 기준인 학급당 학생수 28명 이상 학급은 2021년 초·중·고 전체 23만 3,345개 학급 가운데 5만 4,050학급(23.2%)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2만 3,616학급), 서울(6,243학급), 경남(3,371학급) 순이며, 과밀학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역시 경기가 40.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제주(37.0%), 충남(30.6%)이 뒤를 이었다.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학급도 전체학급 가운데 2만 8,127학급(12%)이나 됐고, 이중 중학교가 1만 5,786학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한국교육신문, 2022.09.13.). 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지구의 경우 학교 신설이 수반되어야 하나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수도권 과밀학급(교)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교원정원 감축정책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소규모학교 지원과 동시에 수도권 과밀지역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과밀학급 해소 역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교육계의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과대·과밀학급의 문제가 부상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교원정원 감축으로 과밀학급의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점은 악화되는 교육현실을 개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넷째, 교원정원의 감축은 학교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미래교육 및 교육정책 실천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내실화 교육,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정원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교육책임제의 강화 속에는 교육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과제가 담겨있다. 또 교원업무부담 경감방안으로는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에 필요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수석교사제도를 개선하여 임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원의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국정과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국정과제의 실천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교원수급정책은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부 교육분야의 방향과 교육부가 추진하게 될 다양한 교육정책의 도입과 실천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경제논리로 교원정원을 감축하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미래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정원 확대를 포함한 교원정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중요한 교육인프라 조성이 될 것이다.
정부가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정하자 2030세대 교사들의 원성이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 청년위원회는 지난달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수 1.7%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야박한 인상률에 보직수당 등까지 수년째 동결되면서 실질임금 삭감, 교권침해, 과중한 업무, 연금 불안 등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은 6%대, 공무원 보수만 1.7% 인상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 보수는 ‘고통 분담’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낮게 책정되었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인상하였으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6%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한다는 것은 결국 교원보수를 줄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 1.7% 인상 기준으로 내년도 교원 9호봉 기본급은 월 2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원에게는 사기 저하는 물론 교직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사들은 고물가, 1%대 보수인상률, 연금개악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2030 교사들에게 오는 그릇된 시선이다. “우리 때는 적은 월급으로도 생활했고 결혼과 육아도 했다”,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것 아니냐”, “애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데 나도 하겠다” 등등. 연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왜곡된 인식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 수시로 바뀌는 교육환경과 교육내용, 줄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공문, 여기에 3년 동안 학교를 잠식한 방역 관련 업무들은 또 얼마인가. 교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병행, 새로운 수업방법 개발 등 교육력 약화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뿐인가. 학교 방역체계 구축과 물밀듯 밀려오는 사회복지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실제로 돌봄수요 조사부터 전담사 채용을 위한 모집공고는 물론 면접까지 교원들이 맡음으로써 ‘수업과 행정업무시간의 역전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수업 반, 행정 반’인 현실에서 ‘우리가 과연 교사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는 게 교직의 실상이다. 교원들은 학교 내 CCTV 관리, 우유대금 납부, 강사비 계산, 미세먼지 및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관리 등 각종 행정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여주기식 업무경감, 공문 없는 수요일 등 구호뿐인 대책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월급을 획기적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추가수당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경력에 따라서, 노력에 따라서 대우받으면서 살수 있도록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2030 교사 중 연차가 쌓이면서 혹은 학교 사정상 정말 어쩔 수 없이 보직교사도 맡게 된다. 보직교사수당은 19년째 동결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담임도 종종 맡는다. 담임교사수당은 19년간 단 2만 원 인상됐다. 이 같은 보수체계는 미래를 학생들과 함께 꿈꾸고, 가정을 꾸리거나 적절한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하는 2030 교사들에게는 버거운 현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교사가 되기 전 심지어 교대에 들어갔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정년 보장, 연금 빵빵.’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연금은 불입기간에 비해 수령금액은 기존과 비교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적다. 퇴직금도 동일 임금 민간 근로자보다 현저히 적고, 동일 수준 근로자보다 급여도 적게 받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교사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므로 실업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취업 관련 교육프로그램 참여도 어렵다. 산재보험도 없고, 공무원연금 수령 시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이 삭감된 지 불과 7년 만에 다시 개편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필자는 24살에 임용이 돼 앞으로 약 40년 동안 기여금을 납입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월급에서 강제로 떼어간다. 지금 2030 교사들에게 인기 있는 연수·교육·취미는 모두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재테크 연수, 부동산 책, 경매공부 모임 등이 그것이다. 퇴근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조차 학생지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연금 불입기간만 채워지면 때려치우거나 휴직하겠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전엔 정년퇴직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정년퇴직보다 20년 이상 근속의 명예퇴직이 많아졌다. 청년 교사들에겐 명예퇴직이 아닌 휴직과 사표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주변의 2030 교사들은 반문한다. “우리에게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꿈을 가르칠 수 있을까?” 2020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퇴직사유와 퇴직률이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는 2005년 1.2%에서 2019년 2.1%로 올랐다. 명예퇴직률은 퇴직사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기타퇴직률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중·고등학교는 더 심각해서 4.3~4.4%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교원보수인상률 재조정과 각종 수당 현실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제도 개악을 위해 국민과 공무원 간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시도를 정부는 중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개악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OECD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적연금이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정년을 62세로 줄인 상태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은 65세로 늦춰 발생한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교직을 극한직업으로 묘사한 방송프로그램까지 나왔겠는가. 2030 교원들에게 꿈을 돌려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보수는 노동에 대한 대가이자 생계수단이며, 삶의 질을 결정하고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법률로 교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우대해 주기 위한 정책을 펼쳐왔다. 국가공무원 중 특정직에 해당하는 교원은 2022년 현재 37만 명이 넘는 숫자로, 공무원 집단 중 가장 큰 단일직종에 해당한다. 공무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에 의해 결정되며, 매해 말 인사혁신처에서 물가상승률을 고려하여 인상률을 정한다. 당연하게도 가장 큰 동일집단인 ‘교원’의 임금과 수당을 결정할 때, 국가재정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교원의 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기도 힘들었던 1948년 제정된 「헌법」 16조에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적어도 초등교육은 의무적이며 무상으로 한다’라고 명시하고 교육에 대한 국가 의무와 책임을 강조했다. 1949년 교원은 법관과 함께 별정직공무원으로 분류되고, 「국가공무원법」에 의거 학교급과 직급에 따라 보수가 차등 지급되었다. 같은 해 제정된 「교육법」에서는 ‘교원의 우대와 신분을 보장한다’와 ‘의무교육에 종사하는 초등학교 교원의 봉급 전액과 공립 중·고등학교 교원의 봉급 반액은 국가가 부담한다’라고 규정하며, 의무교육에 대한 국가의 역할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1953년 제정된 「교육공무원법」에서는 ‘교육공무원 중 사무직원을 제외한 자의 보수는 일반공무원에 비하여 우대한다’라는 조항을 신설, 교원보수 우대 정책을 명문화했다. 그러나 전쟁 이후 베이비 붐 세대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그들을 수용하기 위한 교실과 교원 확보가 시급했다. 정부는 늘어난 교육인구 수용을 위한 재정을 충분히 확보하려고 했으나, 전쟁 중에 파괴된 기반시설 복구가 더 시급했기 때문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지 못했다. 부족한 학교운영비 및 교원수당 중 일부를 학부모로 구성된 사친회에서 지불해야만 했다. 이는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었으며, 사친회를 구성할 수 없는 지역에서는 교원보수를 제때 지급할 수 없어서 교원 이탈 현상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부는 의무교육기관인 초등학교에서만이라도 국가의 책임을 강화하고자 했고, 사친회 폐지를 목적으로 1958년 「교육세법」을 제정했다. 안타깝게도 「교육세법」은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했고, 사친회는 육성회로 이름만 바꿔 학부모에게 계속 부담을 줄 수밖에 없었다. 재정 부족은 초등학교와 도서지역 학교에서 더 심각했다. 농·어촌지역은 육성회 구성조차 힘들었을 뿐 아니라, 당시 초등교원은 중등교원과 같은 학력을 갖고 있어도 더 낮은 보수를 지급받았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원 처우개선에 대한 요구가 많았으나, 그 수가 많고 국가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번번이 뒤로 밀려났고, 이로 인한 교원 이탈을 막을 수 없었다. 학력 가감 산정표 제정 … 학령제 개편 1975년 동일 학령을 가진 자에게는 학교급에 상관없이 동일 호봉을 적용하는 ‘학력 가감 산정표’가 만들어졌다. 동일 학령을 적용하는 ‘학령제’로 개편하면서 보수를 평균 45% 인상하고, 초임교사 임금은 낮게, 생활비가 가장 많이 들어가는 15년 차 이상의 교사는 비교적 높게 지급되도록 하는 호봉제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육성회를 폐지하고, 교원 이탈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초등학교 교원 등에 대한 보전수당’이 신설되었다. 그러나 교원의 보수는 물가상승률을 따라가지 못했고, 일반 기업체와 비교해 한참 부족했기 때문에 교원 기피현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정부는 임시방편으로 교원양성소를 설치하고, 단기 교육과정을 이수한 교원을 양성하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교원양성은 교사의 질을 낮게 했을 뿐 아니라, 교원의 사기와 신뢰를 땅으로 떨어뜨리는 역효과를 낳았다. 1982년 교원의 보수는 「공무원보수규정」과 통합되고, 초·중등교원 모두에게 학력·경력에 따라 동일한 봉급을 지급하는 단일호봉제는 1987년이 되어서야 완성된다. 교원의 낮은 보수와 열악한 처우개선을 위하여 교과지도수당(1990)과 주임(보직)교사수당(1991)을 신설하고, 1995년 5·31 교육개혁조치로 종합생활기록부 도입, 인성교육 강화, 기초학력 책임지도 등 학급 담임에 대한 책무성을 강화하면서 담임교사수당이 추가되었다. 또한 교원단체와의 협의를 통해 현장 의견을 적극 수용해 교직수당을 연차적으로 인상하기로 협의하였다. 1995년 학교운영위원회를 도입하면서 6개 대도시에 남아있던 초등학교 육성회를 폐지하고, 육성회에서 부담하던 수당을 ‘초등학교 교원의 보전수당 가산금’이라는 항목으로 지급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교원의 급여는 일반 기업체와 비교하여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교직단체와 현장 의견을 반영해 주임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 등 그 직무를 인정하여 보상하고자 하는 의미 있는 노력이 있었던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11월 IMF 구제금융 후 경제불황으로 인하여 교육개혁을 위한 재원확보가 다시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이미 약속한 각종 수당을 지급하기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고, 기업체의 구조조정 분위기 속에서 교원의 정년을 낮춰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거셌다. ‘나이가 많은 교사 한 명이면, 젊은 교사 두 명을 고용할 수 있다’라는 말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고, 이러한 분위기는 경력교사들에게 보이지 않는 퇴직 압박이 되었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퇴직신청이 많았는데, 영어·컴퓨터와 같은 새로운 교과 도입에 부담을 느낄 뿐 아니라, 나이가 많은 교사는 곧 무능한 교사로 여기는 분위기도 영향을 미쳤다. 경력교사 1명의 보수로 신규교사 2명을 채용할 수 있다는 시장 논리를 적용, 교원정년도 65세에서 62세로 단축되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퇴직신청자는 정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고, 갑자기 줄어든 초등학교 교원보충을 위하여 단기간의 보수교육을 통한 무자격 교원을 양성해야만 했다. 이는 교원의 사기와 질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교육재정을 줄이고 싶어서 교원의 정년까지 단축했던 정부로서는 오히려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해야만 하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정부의 노력과 상관없이 이때부터 교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교직은 학생들에게 인기 직종이 되었고, 우수한 학생이 교육대와 사범대로 몰리기 시작했다. 높은 보수보다는 안정된 삶을 추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탓이었다. 더 이상 교원충원을 걱정할 필요가 없어진 정부는 자연스럽게 교원보수나 처우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게 되었다. IMF 이후 교원의 수당체계는 거의 변화가 없다가, 2014년 ‘교원연구비’ 항목이 신설된다. ‘교원연구비’는 우수교원을 확보하거나, 직무에 따른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격의 수당이 아니다. 이는 2012년 헌법재판소의 ‘중학교 학교운영비 징수 위헌결정’으로 중학교 육성회가 폐지되면서, 그동안 학부모가 부담하고 있던 비용을 국가가 감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이미 육성회가 폐지되었기 때문에 ‘보전수당’과 ‘보전수당 가산금’을 ‘교원연구비’ 항목으로 그 명칭만 바꿔서 지급하기로 했다.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해마다 교원단체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이 현실성이 없다며, 인상안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는 재정을 핑계로 20년이 넘게 그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러면 교원의 보수 지급방식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우선 보수체계를 기본급 중심으로 단순하게 개편해야 한다. 모든 교원에게 지급되는 교직수당은 기본급에 포함하여 기본급 비율을 높여야 한다. 그리고 여러 교원단체에서 지적해온 것과 같이 직무에 따라 지급되는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의 개선이 시급하다. 보직교사수당은 20년 가까이 동결되었으며, 담임교사수당도 2016년 이후 변함이 없다. 최소한의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니, 실제로는 삭감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 수당은 직무에 따른 인센티브 역할을 해야 하는데, 해마다 그 목적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노동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기 위해서라도 보직교사수당과 담임교사수당을 현실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또한 해마다 정부와 교원단체가 힘겨루기를 할 것이 아니라, 최소한 물가상승률 이상을 수당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정률제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교원업무와 수업시간을 법으로 규정하여 법에 명시된 교원보수 우대의 법 정신을 구현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고등교육법」에서는 교원의 교수시간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초·중등교원의 법적 교수시간은 법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수업시간이나 업무시간에 따른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없다. 교원의 수업시간을 법으로 보장하여 온전히 수업과 학생에 몰두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당장의 금전적 보상은 아니지만, 학급 담임업무를 경감시켜 학생 개개인에게 질 좋은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한다. 이는 교사의 교육적 성취감을 높일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된다. 취학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인하여 학생들은 충분한 또래관계를 맺지 못했고, 원격수업 등으로 학습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갈수록 교사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학생수가 줄어들고 있으니, 예산을 삭감한다는 단순한 계산은 향후에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다. 교원은 우대받았던 적이 있었던가? 아니, 적어도 수십 년 동안 그 많은 교사가 본인이 받는 월급에 대해서 따져볼 생각이나 해 봤을까? 교원의 숫자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그에 따라 거대한 예산이 들어간다는 이유로, 선생이 어찌 ‘돈’ 따위를 들먹일 수 있느냐는 분위기로, 감히 ‘월급’ 이야기를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1949년 ‘교육공무원의 보수는 우대한다’는 규정은, 아직도 「교육공무원법」 34조에 남아있건만, 심지어 공무원 중 유일하게 교원만이 ‘보수 우대 조항’을 갖고 있음에도,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다. 교육성과는 단기간에 확인하기 어렵기에 뒤로 미뤄두기도 쉽다. 그러나 교육투자는 미래의 우리나라를 위한 투자이다. 그리고 그 교육을 위해서는 우수한 교원 확보가 필수적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을 바라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2030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갓 임용된 교사들은 최저 임금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는 또 내년에 교원정원을 3,00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기계적인 교원정원 감축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번 호는 교원보수 및 수당 정책과 교원정원 감축을 키워드로 한 윤석열 정부 교원정책의 실상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먼저 보수 1.7% 인상에 대한 2030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본다. 낮은 보수, 쏟아지는 행정업무, 악성 민원,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목소리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왔지만 벌써부터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2030 교사들, 그들을 ‘회의’에 빠뜨린 현실을 진단한다. 이와 더불어 22년째 동결된 교직수당을 비롯 보직수당·담임수당 등 교원수당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교육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당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들의 불합리한 역사를 살펴보고 직책수당 신설과 같은 대안을 고민해 본다. 교원정원 감축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원정원 감축은 당장 현장교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원의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선택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양성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위기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정원 감축을 억제하고 증원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새로운 수요를 찾아 교원을 배치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교원정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환경이 급변했다. 교실 속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다. 감염병에 우리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 박사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30%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정신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별’은 어떤 의미로 붙여진 건가요. 20여 년 전 대안학교를 설립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학교명을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또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이루어 빛난다’라는 생각 끝에 ‘별’이라는 이름의 치유적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별’, 교사들은 ‘별지기’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 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워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면들이 더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교육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신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대기 중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아동·청소년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교육회복의 최우선 순위로 심리안정을 꼽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급 내 10%였다면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불안정 요소 중 가장 큰 요인이 관계, 즉 친구문제여서 저는 관계회복과 학급공동체 회복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한 교육지원청의 이야기를 듣고, 교감선생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위해 친구 사귀기, 친밀감 만들기 등 사회정서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부제를 ‘마음 회복 없이 학력 회복 없다, 관계 회복 없이 학급공동체 회복 없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요즘 아이들은 돌봄과 지지가 적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과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의 확대, 경쟁교육의 해소, 학생들에 대한 정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는 메마르고, 게다가 방임이나 아동학대 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로서는 너무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첫째, 학급당 학생수 감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충분한 아동과의 면담이 가능하도록 교사 인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학교 혹은 교육청의 권한 증가와 넷째, 다양한 사회정서학습 확대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돌보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사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기의 학생 자살, 청소년 자살이 모두 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이들이 평상시 스트레스를 풀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들을 외롭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이 늘어났고요. 더불어 아이들이 즐겨 다니던 PC방·코인노래방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피신처·안전기지가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 영향도 큽니다. 최근까지도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찾아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위기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계속 줄어드는 터라, 그 고통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차이가 발생하나요. 기본적으로 학교에 출석한 날 수의 차이가 큽니다. 2020년과 2021년 등교일수를 보면 평상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사교육 여부, 부모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여부, 학습환경의 차이 등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등교일수를 꼽고 싶습니다. 원격수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등교할 수 없었던 상황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등교일수가 많았던 ‘작은학교’들의 피해가 적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들간 정서적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작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미 OECD에서의 분석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15명 이하의 학급을 주장하고 있고, 300명 이하 학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15명 학급에 1수업 2교사제가 되어야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지원하는데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해 교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행복한 교실을 위해 가장 노력할 주체는 현재 교육당국입니다. 코로나가 전한 교훈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전개하는 코로나 후속 조치를 우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롱 코비드 학생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시스템 개편,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돌봄 등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쾌적한 스터디카페에서 숙제하는 학생이 더 불행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웃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기대, 교사에 대한 기대, 학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이상적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어떤 분이 “6.25 전쟁 시절 천막치고 포탄의 상흔이 남은 공간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하시면서 “요즘엔 호텔 같은 스터디카페도 있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걸 들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이지요. 상대적 박탈감의 세대에게 절대적 박탈감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교육에 전해준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학급당 인원 감소, 교원 증원, 학교 전체 정원 감소, 그리고 사회정서학습 지원, 학부모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곳입니다. 타임 푸어를 겪으며 학원과 학교, 가정이 생활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류 입니다. 그런 사실을 정부건 사회건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손을 분석하여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은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의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후,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학습결손을 방지하는데 있다. 한번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학습이 가능하지 않아 학습결손이 누적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그때그때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하면 학생들은 평가준비를 위하여 복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나 학부모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 즉 평가방법의 하나인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교수적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동일한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는 두 집단에 한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고, 다른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평가를 실시한 집단의 학업능력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학생들 학업능력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예전만 못하고 얼마 전까지 발표한 국제학력비교 연구에서도 기초학업능력의 국제적 등위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만 15세인 중학교 2·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과 2018년도 발표결과를 보면 읽기는 1~2위에서 2~7위로, 수학은 1위에서 1~4위로, 과학은 2~4위에서 3~5위로 하락하였다. 국제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도 2011년과 2019년 발표결과,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은 2위에서 3위, 과학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다. 중2의 경우 수학은 1위에서 3위로, 과학은 3위에서 4위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국제학력 비교에서 기본학습능력의 국제적 서열이 하락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학습보정도 소홀히 한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들, 산촌지역이나 탈북학생들의 경우는 교육기회가 적어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빨리 파악하여 그들의 학습결손을 해결하여 상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하여 학습결손을 진단하고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지역·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우리 후손들의 기본학습능력이 부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교정을 위한 보충학습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하지 않아 학교당국이나 학생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을 가졌던, 어디에 살든,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반감이나 반대가 심한 교육정책을 집행할 경우에는 발표 전에 그 정책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이고, 현재의 교육환경은 어떠하며, 어떻게 적용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더욱 쉽고 솔직하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반대하거나 오도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장점만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교사들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정이나 보상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념적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더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학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