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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김정호 | 서울 양화초 교사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스승의 날과 관련하여 많은 부정적인 논의들이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에 집단적으로 휴교하는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스승의 날을 아예 없애자든가, 학년 말인 2월로 옮기자는 의견 등이 집중적으로 제기되면서 교사들이나 학부모들에게 스승의 날의 존재가치에 대한 의문을 갖게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 스승의 날이 기타 여러 원인들로 인해 본질이 왜곡되면서 스승의 날의 존속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중국에서는 스승의 날이 법에 명시되어 있으며, 이 날만큼은 전국적으로 학생 교육에 전념하는 교사들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명실상부한 교사를 생각하는 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중국에서는 9월 10일을 우리의 스승의 날에 해당하는 ‘교사절(敎師節)’로 정해놓고 있다. 교사절은 중국의 교사법(敎師法) 6조에 명시되어 있는데, 교사들의 사회적인 지위를 한층 더 높이고, 교사의 업무를 사회에서 최고로 존경받고, 흠모할 만한 가치가 있는 직업으로 만들며, 스승을 존중하고 가르침을 중시하며 지식을 존중하는 동시에 인재를 존중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자 법률에 교사절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스승의 날, 법에 명시 중국의 교사절은 1985년 제정된 것으로 1985년 1월 11일 국무원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에 심의를 제청하여 교사절을 만들도록 하였으며, 1985년 1월 21일 제6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회 제9차 회의에서 동의를 얻어 매년 9월 10일을 교사절로 기념하도록 하였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교사절이 되면 그동안 사회적인 관심이 소홀했던 교사들에 대한 집중적인 조명이 이루어진다. 정부차원에서 모범교사들을 발굴하여 표창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사도의 길을 실천하고 있는 교사들을 초청하여 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등의 국가적인 행사들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진다. 한편 개인적으로는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선생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축하카드와 함께 꽃이나 정성이 담긴 선물 등을 선생님들에게 전하기도 하며, 국가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옛 스승을 찾아 스승의 은혜에 감사를 표시하기도 한다. 교사절에는 중국 교육에 공헌이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표창이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교사들에 대한 장려제도는 ‘교사와 교육종사자 장려 규정’에 명시되어 있는데, 1998년에 제정된 이 규정에 의하면 오랜 기간 교육에 종사해 오면서 눈에 띄는 업적을 남긴 교사나 교육종사자들에게 ‘전국우수교사’와 ‘전국우수교육종사자’의 칭호를 수여하며, 이들 중 특별한 공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전국모범교사’와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라는 칭호가 부여된다.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와 ‘전국우수교사’, ‘전국우수교육종사자’는 3년마다 선발하여 교사절에 표창한다. 이들 교사들의 선발 정원은 해당 지역 교직원 총수의 1만분의 2 이내로 제한하며, 그 중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는 해당 지역 교직원 총수의 10만분의 6 이내로 제한하도록 되어있다. 이렇게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영예의 상을 수상하게 되는 교사들은 국무원 및 중국 중소학유아교사장려기금에서 제공하는 상금을 받게 되며, ‘전국모범교사’ 및 ‘전국교육계통 선진종사자’의 칭호를 받게 되는 사람들은 국가의 규정에 의해 성(省)급 노동 모범의 대우를 받게 된다. 특히 사립학교 교원으로서 모범교사에 선정된 사람들은 월급에서 우대를 받게 된다. 스승의 날에 대대적으로 표창하는 ‘전국모범교사’, ‘전국교육계통선진종사자’ 표창 이외에도 중국에서는 수업을 잘하는 교사나 집단에게 ‘교학성과표창’을 수여하여 교육종사자들로 하여금 교수·학습에 매진하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 표창은 ‘교학성과장려조례’에 근거하여 수여되는 데 국가급과 성(省)급 표창으로 나뉘어 진다. 이 조례에 의하면 국가급 표창은 특등, 일등, 이등의 세 등급으로 나뉘며, 이들 수상자들에게는 이에 상응하는 증서와 장려금이 지급된다. 교학성과표창을 받는 교사들은 직급 상승 및 봉급 인상에 있어 중요한 근거로 작용한다. 수업을 특별히 잘하는 교사들에 주어지는 이 표창은 4년에 한 번씩 평가가 이루어진다. 국가가 스승존경 풍토 조성에 앞장 현재 중국에서는 9월 10일 교사절에 교사들에 대한 국가차원의 표창 외에도 국가차원에서 교사들의 사기 진작과 국민들에 대한 스승존경의 풍토 조성을 위한 홍보활동도 이루어지고 있다. 일례로 작년 교사절의 경우 중국 국영방송인 CCTV에서는 ‘2005-중국의 초석’이라는 제목으로 대대적인 스승의 날 특집 방송을 했다. 교육부와 CCTV가 공동으로 마련한 이 날 프로그램은 전국 1200만 명의 교사들에게 존경과 축복을 헌사하기 위해 이브닝 파티 형식으로 진행되었는데, 다양한 공연과 더불어 교사 탐방, 11명의 일선 교사들의 우수한 행적에 관한 이야기, 각종 기념행사 상황 등을 방송하여 국민들로 하여금 교육과 교사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중국에서 해가 갈수록 높아지는 교사절의 열기와 정부의 교사에 대한 관심은 중국 정부의 교육 중시 정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지난 20여 년간의 급속한 경제성장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회복한 중국정부는 향후 세계와의 경쟁 속에서 교육만이 중국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교육개혁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교육개혁정책은 최근 들어 의무교육법 개정, 교육과정개혁, 교사자격제도 개혁, 빈곤지역 학생들에 대한 지원 강화 등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이 같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을 통하여 중국교육은 한 단계 발전하고 있다.
신아연 | 호주 칼럼니스트 최근 호주 10대들의 가장 위험한 환경요소 가운데 ‘마약’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높다. 즉, 학원폭력이나 학업 스트레스, 가정 문제, 이성 관계 고민 등 청소년들을 둘러싼 직간접적인 부정적 영향 가운데 약물 사용에 따른 것이 단연 으뜸으로 꼽히고 있는 것이다. 거기다 마약에 중독된 10대들의 연령층도 점차 낮아지고 있고 심지어 초등학교 4~5학년 때부터 마약에 손을 대는 일이 보도되는 지경이다. 호주 청소년들의 마약 복용률은 16~17세의 경우 약 20%, 18~19세의 경우 30% 선을 웃돌고 있어 이 수치는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것이라는 지적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특히 12~15세 연령층에서는 14명당 한 명꼴로 불법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주위에서 보아도 자식이 마약을 하다가 죽었다는 부모들의 이야기가 마치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사례처럼 흔하게 나돌고, 마약으로 인해 정상적인 생활과 학업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 자녀 문제로 속을 끓이는 부모들이 한둘이 아니다. 자식 가진 부모들은 모이기만 하면 ‘마약만 안 해도 효도’라는 말을 할 정도로 호주 청소년들의 마약 복용문제는 가장 가까이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뢰와도 같은 요소이다. 그런 중에 지난달 초순 경, 10학년인 작은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들려온 소식은 말 그대로 충격, 그 자체였다. 같은 학교 11학년(고 2) 여학생 세 명이 생일 파티를 하면서 마약을 복용하다가 한 학생이 절명을 했다는 것이었다. 접촉한 마약이 치사량에 이르렀는지, 아니면 그 학생의 체질로 인해 특별히 약물 부작용이 있었는지 사망원인에 대해서는 들은 바 없지만, 말로만 들어오다 아이들이 그렇게 쉽사리 마약을 접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그 사건 전에도 학생들이 수업 중에 소위 ‘땡땡이’를 쳤을 경우 일차적으로 마약을 했는지 안 했는지부터 조사한다는 말이 있긴 했지만, 이번 일은 어린 학생을 죽음으로까지 몰고 갔다는 점에서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호주에서는 또래들 몇이 모이기만 하면 ‘마약을 하거나 적어도 한 번 정도는 해 봤다고 인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매스컴이나 학부형들, 심지어 당사자 아이들의 입을 통해 자연스레 들어왔지만 그래도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이 새삼 두려웠던 탓이다. 통계가 보여주듯이 호주 10대들 사이에는 그 나이에 보통 해보는 흡연 경험과 맞먹는 정도로 마약이 흔하게 돌고 우리 돈으로 3~4천 원 정도면 큰 어려움 없이 일정량의 약물을 살 수 있기 때문에 마약으로부터 자녀들을 보호하기 위한 부모와 학교 측의 염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마약거래 또한 학생들끼리 음성적으로 은밀하게 이루어지며 비밀스런 장소에서 직접 재배를 하거나 조제를 하는 일도 있어 그만큼 적발에 한계가 있다. 호주의 중·고등학생들 가운데는 약물 복용이 사유가 되어 정학을 맞거나 심지어 퇴학을 당하는 경우가 다른 사유에 비해 월등히 많고,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 후에도 옛 급우들과 접촉하면서 심할 경우 마약 거래 책으로 나서는 일까지 있어 우려를 더욱 증폭시킨다. 몇 주 전만 해도 뉴사우스 웨일즈 주의 한 중·고등학교에서 마리화나를 피운 학생 20명에게 무더기로 정학처분을 내리고 이들 중 상습 복용 여부에 따라 퇴학도 고려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학교마다 학생들의 마약 접촉에 대해 강경대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단속은 어디까지나 ‘학내 마약 불용인’에 근거할 뿐, 앞서도 말했듯이 마약 사용과 관련하여 제적된 학생들이 학교 밖에서 계속 하는 것까지는 어쩌지 못하는 형편이다. 실상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공립학교를 중심으로 교과과정 중에 마약 방지 프로그램이 운용되고 있고 정기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초빙, 학생들에게 마약과 관련한 폐해를 경고하고 있지만 실상 학내 마약 반입 근절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가 하면 지난 4월 퀸즐랜드 주에서는 점심시간에 환각작용을 불러일으키는 향정신성 약물을 집단으로 과다 복용한 남녀 중학생들 15명이 구역질과 심장박동 증가 등의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학교 측과 학부모들은 의사의 처방전을 통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치료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약물이 교정에서 다량 유통되고 있었던 사실에 충격과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퀸즐랜드주 교육부는 이후 모든 학교에 학생들이 가지고 등교하는 약품에 대한 관리 정책을 도입했지만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역시 미지수이다. 이처럼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염려가 극에 달해있는 상황에서 지난달 시드니에서는 어처구니없게도 공립 고등학교의 한 임시 교사가 학생에게 마약을 공급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이 사건은 마치 내부 소행자에 의해 저질러진 범죄처럼, 학부모들의 분노를 극에 달하게 했으며 학내 마약퇴치에 전력을 쏟고 있던 교육부 또한 망연자실하게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더욱 믿기지 않는 일은 부모들 중에 자식에게 아예 마약을 대주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자식의 마약 중독 상태가 심각해지면서 마약을 구하기 위해 절도까지 행하게 될까봐 그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부모가 나서서 마약을 구입해 준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마약 중독 자녀에 대한 그런 식의 대응이 더욱 깊은 중독으로 몰고 갈 것은 자명하다. 오죽하면 그러겠느냐는 부모들의 무기력한 항변에 연민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지만 자식들이 마약에 손을 대고 중독 지경에 이른 암울한 현실을 통과해 본 경험자들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손을 내젓는다. 이들에 따르면 아이들이 마약을 시작한 것을 알아차린 시점에서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며,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다시 정상생활을 회복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와 더불어 자녀들이 한번 마약을 접한 것에 대해 지나친 반응을 하는 것을 자제할 것도 권하고 있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한 때에 부모들의 호된 질책을 받게 되면 수치심과 죄의식이 깊어져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더욱 빠져들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신동호 | 코리아 뉴스와이어 편집장 조기 영어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한 달 수업료 100만 원이 넘는 영어 유치원이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어린이 영어 과외, 해외연수가 유행이다. 아이의 조기 영어교육을 위해 초등학생을 미국에 유학 보내고 발음을 잘하게 하려고 혀 수술까지 한다고 한다. 조기 영어교육은 언어 습득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가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어려서 말을 배워야지, 이 시기가 지나면 '기회의 창'이 닫혀 버린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어른이 된 뒤에도 영어에 많이 노출되고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얼마든지 영어를 배울 수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일까? 뇌의 불균등 성장이 '결정적 시기' 좌우 언어 학습에 결정적 시기가 있다는 가설은 1967년 미국의 언어학자 에릭 레너버그 교수가 〈언어의 생물학적 기초〉란 책에서 처음 내놓았다. 그는 인간의 언어 습득은 뇌나 발성 기관의 발달 특성 때문에 사춘기가 지나면 어렵다고 주장했다. 유명한 언어학자인 매사추세츠 공대의 스티븐 핑커 교수는 6세부터 사춘기까지가 언어를 배울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고 〈언어 본능〉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왜 언어 학습에 결정적 시기가 있는 것일까? 그 비밀은 뇌가 불균등 성장을 한다는 데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재 캘리포니아 대학 폴 톰슨 교수는 핵자기공명영상장치를 이용해 3살부터 15살까지 어린이 뇌의 성장 과정을 4년 동안 추적해 뇌 성장 지도를 2000년 네이처에 발표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는 3~6세 사이에는 전두엽이 발달하고 6~13세까지는 두뇌의 성장이 앞부분에서 점차 언어를 관장하는 뒷부분으로 옮겨간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두뇌의 각 부분이 골고루 균등하게 성장하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는 틀린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따라서 톰슨 교수는 6∼13세가 외국어를 배우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본다. 왜냐하면 이 기간 동안 뇌 언어 영역이 발달하기 때문이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13세 이후에는 뇌 언어 영역의 발달이 급속히 둔화된다. 그렇다고 톰슨 교수가 사춘기 이후에는 외국어를 배울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이전에 배워야 쉽다는 것이다. 실제로 사춘기 이전에 언어 영역을 담당하는 뇌에 손상을 입은 경우 이를 다른 영역이 메워 말을 배울 수 있다. 그러나 사춘기 이후에 언어 영역을 다치면 말을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톰슨 교수는 또한 13~15세까지 운동신경을 담당하는 뇌 회로가 50% 가량 삭제된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따라서 운동신경의 훈련을 필요로 하는 악기나 운동도 그 이전에 교육이 이루어져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선천적으로 귀머거리가 돼 말하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은 사인 언어인 수화도 배우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캐나다 맥길 대학 레이첼 메이베리 교수는 나이가 어렸을 적에 귀머거리가 된 사람일수록 나중에 수화를 배우는 능력도 떨어진다고 2002년에 발표했다. 어렸을 적에 언어를 배우면 언어중추가 발달하지만 귀머거리여서 말을 배우지 못하면 언어 학습과 관련된 뇌 영역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나중에 다른 언어를 배우지 못한다는 것이다. 언어 습득은 주변 환경에 따라 달라져 결정적 가설을 반박하는 연구 결과도 심리학, 언어학, 교육학 분야에서 만만치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 신경과학자인 앙겔라 프리데리치 박사는 2001년에 결정적 시기 가설을 부정하는 연구 결과를 '미국과학아카데미 회보'에 발표했다. 그는 객관적 분석을 위해 '브론칸토'라는 인공 언어를 가르치고 뇌의 활동을 관찰했다. 그 결과 뇌는 인공 언어를 처리할 때나 모국어를 할 때나 똑같은 활동 패턴을 보였다. 이는 '결정적 시기 가설'을 신봉하는 학자들이 모국어와 나중에 배우는 외국어는 뇌에서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다고 주장해 왔던 것과는 다른 결과였다. 나이가 들면 외국어를 배우기 어렵다는 주장은 외국어와 모국어는 뇌에서 서로 다르게 처리된다는 데 근거를 두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 스탠포드 대학 교육학자 겐지 하쿠다 교수는 인구 센서스를 활용해 중국과 스페인계 이민자의 이민 시기별 영어 능력을 조사했다. 그의 논문에 따르면 일정 나이가 지나 영어 능력이 뚝 떨어지는 현상은 없었다. 그는 "결정적 시기 가설은 근거가 희박하며, 단지 나이가 들수록 완만하게 언어 습득 능력이 떨어지는 것일 뿐이다"고 말한다. 캐나다 맥길 대학 프레드 기니시 교수가 다른 이민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도 결과는 비슷했다. 이 조사에서는 놀랍게도 어른이 된 뒤 이민한 사람의 3분의 1은 어려서 이민한 사람 또는 미국 본토인과 같은 수준의 영어를 구사했다. 그는 외국어 습득 능력은 나이 외에도 가정의 경제력, 인지 능력, 교육 정도 등 사회적 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밝혔다. 뉴욕 시립대학 지셀라 시아 교수는 아예 '결정적 시기 가설' 대신에 '주요 사용 언어 교체 가설'을 주장한다. 이민 온 어린이가 어른보다 영어를 잘 하는 것은 어린이의 경우 학교에서 영어를 쓸 수밖에 없는 상황에 노출되는 반면 어른은 가정에서 모국어를 계속 쓰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영어를 못한다는 것이다. 꾸준한 노력만이 외국어 익히는 첩경 〈느림보 학습법〉을 펴낸 연세대 의대 소아정신과 신의진 교수는 언어 능력은 듣기, 쓰기, 말하기, 독해, 문법 등 여러 영역에 걸친 종합적인 능력으로, 각 영역의 발달 시기는 나이에 따라 다르다고 말한다. 발음 능력은 어려서 발달한다. 성인이 된 한국인 또는 일본인이 영어의 'L'과 'R' 발음을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반면, 어려서 영어를 배운 어린이들은 발음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잘 구별한다. 이에 반해 단어 능력은 뇌의 측두엽이 발달하는 초등학교 때, 언어의 논리성은 초등학교 2∼3학년이 넘어야 터득한다고 한다. 특히 6세 미만에 아이의 인성과 사회성 발달이 대부분 이루어지는데, 이때 아이에게 영어만 강요하면 주체성에 혼란이 생겨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게 신 교수의 경고다. 외국에 가지 않고 순수하게 국내에서만 영어를 배운 토종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 이보영 씨도 영어를 어려서 가르치면 노력하지 않고 배울 수 있다는 생각은 망상이라고 단언한다. 이씨는 "영어를 배우는 목적이 분명해야 잘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어른들 가운데서도 해외 근무 등 뚜렷한 목적이 생겨 나중에 공부를 한 사람 가운데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많음을 그 사례로 든다. 특히 어른은 단어, 정보처리 능력 등 선행 지식을 많이 갖고 있다는 게 장점이라고 한다. 어른은 CNN 방송의 문장을 몇 개의 키워드만 들어도 이해할 수 있지만, 어린이는 그렇지 못하다고 이 씨는 설명한다. 물론 언어는 조기 교육이 좋은 것이 사실이다. 사춘기 이전에 외국어를 배워야 말을 쉽게 배울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찍 영어를 배우지 않았다고 해서 "난 포기했어"하고 그만두는 것은 그릇된 생각이다. 때가 되면 그리고 필요하면 외국어는 꾸준한 노력을 통해 충분히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의 뇌가 가진 능력의 대부분을 활용하지 못하고 무덤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커서 영어를 배우는 데 있어 정작 가장 큰 장애물은 '꾸준히' 노력하지도 않고 일찌감치 포기해 버리는 것이다.
서울 J초의 A교사는 학교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온다. 칭찬도 해보고 야단도 쳐봤지만 도무지 통제가 안 되는 반의 권동윤(12·가명) 학생 때문이다. 주의가 산만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권 군은 A교사 반의 골칫거리. 본인도 수업에 집중을 못할뿐더러 시도 때도 없이 앞 뒤 학생들까지 방해해 수업 분위기를 흐려놓기 일쑤다. A 교사는 “매년 반에 말 안 듣는 아이들이 꼭 있지만 동윤이한테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면서 “도무지 주의가 산만해서 알아듣게 얘길 해도 그때 뿐”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업 한 시간을 진행하면서 보통 7~8번이 넘게 주의를 줘야할 만큼 신경을 쓰다 보니 이제는 그냥 내버려두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ADHD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중학교 1학년 이한성(14·가명)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왕따였고 학교생활이 힘들었다. 이 군의 가장 큰 문제는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것. 친구들의 사소한 장난에도 화 조절을 못해 손이 돌아갈 정도였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공격적으로 변하게 됐다. 이 군은 담임교사의 권유로 최근 ADHD 치료를 시작했다. 학기 초부터 이 군을 유심히 지켜본 담임교사가 학부모에게 치료를 권유한 것. 이 군의 경우 병원에서 약물과 뇌파 훈련 치료를 받은 후 현재는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고 성적까지 오른 상태. 이 군에게 치료를 권한 담임교사는 자신의 자녀가 ADHD를 갖고 있어 쉽게 학생을 관찰한 후 증상을 알아볼 수 있었다. 뇌에 악영향 미치는 환경 늘어나 ADHD 증가 교사들이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학생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는 모든 뇌를 통제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기능을 상실해 충동적·무절제·과다행동이 나타나면서 소근육 협응이 안 되고, 학습장애, 정서가 불안정한 질병이다. 한마디로 자기조절력을 상실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증상이 있는 학생들은 대개 학교 성적이 떨어지고, 특정한 학습의 장애가 심하며, 성적을 올리는 능력이 부족하고, 언어 및 회화의 문제가 있으며, 운동을 조절하는 타이밍이 늦다. 이런 학생들은 교실에서 말썽을 일으키고 심지어는 자신의 행동 때문에 정학 또는 퇴학을 당하기도 한다. 문제는 ADHD 아동이 점차 증가 하고 있다는 것. 우리나라 학령기 아동의 5%정도가 ADHD라고 추정되고 있으며, 이는 한 반에 두 명 정도가 ADHD를 앓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 게임 등 집중력을 떨어트리고, 환경오염과 중금속, 화학성분 등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ADHD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선천적인 요인과 후천적인 요인으로 나눌 수 있는데 대부분이 선천적으로 발생한다. 테스토스테론(남성호르몬)이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여학생 보다는 남학생에게 더 많이 나타난다. 여자아이들은 ADHD라기 보다는 주의력이나 집중조절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ADHD 발견의 적기는 초등학교 1학년(7세) 때. 그 이전에는 발달단계 불균형으로 ADHD 진단이 잘못 판단될 수 있다. 학령기 아동의 5%, 한 반에 2~3명 전문가들은 ADHD를 앓고 있는 학생들은 교사가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말한다. ADHD는 주로 단체생활에서 구분될 수 있는데 10분만 지나도 자세가 흐트러진다거나, 다른 수업에 방해가 되는 등 또래에 비해 현저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 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일단 집중력이 떨어지는 등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 치료를 권유하는 것이 가장 좋다. 대부분의 경우 약물치료만으로도 상태가 크게 호전될 수 있으며 여기에 상태에 따라 뇌파훈련과 함께 식이요법 등의 비약물 치료도 받게 된다. 또 교사의 특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마인드메디클리닉의 박형배 박사(정신과 전문의)는 교사의 행동에 따라 ADHD 성향을 가지고 있는 학생의 생활환경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고 강조한다. 박 박사는 “교사가 적극적으로 돕고자 한다면 상태도 호전되고, 자연스럽게 반에서 생활을 할 수 있지만, ADHD인 것을 알게 되면 바로 낙인찍어 버리는 교사도 있다. 아이에게 선입관을 가지고 바로 그 아이를 고립시켜 버리는 것인데 이것은 아이의 상태를 훨씬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교사 가까이에 앉히고 자주 시선 마주쳐 줘야 교사는 일단 그 학생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라고 인식해야한다. ADHD를 가지고 있는 학생은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 자신이 혼란 속에 빠져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그 입장에서 도와주려고 관심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박 박사는 “되도록이면 교사와 가장 가까운 자리에 앉게 하고 수업 중에 시선을 자주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흐트러지는 집중력을 바로 잡을 수 있다”면서 “될 수 있는 대로 학교에서는 나쁜 행동이 나타나지 않게 조절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아도 단점만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행동에 대해 꼼꼼하고 섬세하게 따지지 않기 때문에 이기적이거나 계산적이지 않다. 또 그렇기 때문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다. 직관력이 뛰어나고 창조적이며 헌신적이다. 나쁜 아이로만 보지 않고 관심을 가지고 비생산적인 과잉행동을 생산적인 과잉행동으로 바꿔준다면 또 훌륭한 인재로 자라날 것이라는 것이 전문의의 설명이다. | 이상미 smlee24@kfta.or.kr
박준용 | 한양대 강사, 문화평론가 교사는 경이로운 직업이다! 학생이나 학부모 심지어는 일부 교사조차도 교직을 단순한 책임과 의무로 점철된 일종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이러한 외침은 다소 생뚱맞은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기 직전인 1936년 스페인의 작은 마을 가르시아를 배경으로 한 영화 는 진정한 교사의 길이 얼마나 경이로운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삶인가를 작지만 분명한 어조로 보여준다. 평등한 만남이 사람을 만들어 병약하여 조금 늦게 학교에 진학하게 된 몬초는 걱정이 많다. 형의 말에 의하면 학교는 엄한 선생님이 매와 벌로 학생들을 다스리는 무시무시한 곳이기 때문이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첫 등굣길에 오른 몬초는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아이들의 장난과 담임을 맡은 그레고리오 선생의 농담 섞인 호칭을 야단치는 것으로 오해해 그만 바지에 오줌을 싸고 도망치고 만다. 그날 밤 몬초의 부모는 그레고리오 선생의 예기치 않은 방문을 받는다. 처음 학교에 온 아이의 예민한 마음을 살피지 못해 상처를 주었다면서 몬초에게 직접 사과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럴 필요 없다는 부모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노 교사는 정색을 하고 몬초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넨다. 그리고 그 순간 여덟 살 아이는 '사람'이 된다. 학생을 훈계의 대상이 아닌 하나의 인격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 혹은 부모를 포함한 대개의 어른들은 여러모로 다듬어지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의 아이들을 대할 때, 보다 효율적인 가르침을 위해 '명령'과 '지시'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게 된다. 해묵은 세대 간의 갈등을 유발하는 고질적인 원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교육의 내용과 의도가 아무리 좋다고 해도,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이의 관계가 상하의 엄격한 위계(位階) 안에 놓이게 될 때 '억압'은 피치 못할 상황이 되고, 이에 대해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살아가는 학생들의 '이유 없는 반항'은 필연적인 것이 되고 만다. 교사와 학생 상호간에 맺어진 수평적이고 인격적인 관계는 이러한 소모적인 긴장을 극복하는 근본적인 대안이 된다. 몬초의 어린 나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항상 진지한 태도와 사려 깊은 질문과 대답을 통해 그를 하나의 온전한 인격으로 존중하고자 애쓰는 그레고리오 선생의 모습은 그런 평등한 만남의 첫 걸음을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 지 잘 보여준다. 그렇게 집이나 거리에서 한 번도 그런 대우를 받아보지 못했던 아이, 몬초는 그렇게 하나의 존엄한 인격으로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한다. 신세계로 이끄는 안내자, 교사 배움을 처음 시작하는 아이의 눈에 비친 선생님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그레고리오 선생은 아이들에게 말한다. "자연은 상상도 못할 지식의 보고야. 너희들은 개미가 가축을 길러서 우유와 당분을 얻는다는 것을 알고 있니? 또 수백만 년 전에 이미 거미가 잠수함을 발명했고, 무엇보다 나비에게 코끼리 코처럼 길고 시계 스프링처럼 돌돌 말려있는 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몬초의 얼굴은 신비로운 '앎'의 세계에 대한 놀라움으로 가득 찬다. 이를 통해 영화는 묻고 답한다. 학생에게 있어 교사란 근본적으로 어떤 존재인가? 그것은 바로 새로운 세계의 문을 열어주는 사람이다. 아이들이 알지 못했던 수(數)와 언어, 자연과 과학 그리고 시와 예술이라는 낯선 신천지로의 여행을 인도하는 특별한 안내자의 자리로 부름은 받은 존재가 바로 교사인 것이다. 많은 이들에게 있어 '공부'라는 단어는 학창시절 내내 늘 감당하기 버거운 짐이요, 언제나 벗어 던지고 싶던 인생의 사슬 같은 부담이기 일쑤였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그러한 무거움이 불현듯 새털 같은 가벼움을 넘어 신나는 즐거움으로 자리 잡았던 짧지만 찬란했던 순간들은 분명 존재했다. 대체 무엇이 이런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을까? 여러 가지 이유들을 들 수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결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선생님'의 얼굴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공부가 단순한 의무와 책임의 영역이 아니라 가슴 설레는 무한한 가능성으로 충만한 것임을 확신하고,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의 창의성을 발휘하는 열정적인 교사와 그에 대한 호기심으로 충만한 학생이 만나는 순간, '앎'의 경이로움은 드디어 빛을 발하게 된다. 마음 속 씨앗으로 희망 싹 틔워 영화의 제목이자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일종의 메타포(은유)로서 '마리포사'는 스페인어로 '나비'라는 뜻이다. 나비는 제 자리에 다소곳이 있을 수밖에 없는 수동적인 꽃들 사이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꿀을 빨고 꽃가루를 날라 결국 꽃이 열매를 맺게 하는 역할을 감당하는 존재이다. 마찬가지로 그레고리오 선생은 어린 학생들 사이를 돌아다니며 그네들 가슴 속에 수많은 질문과 대답의 씨앗을 뿌리면서 언젠가 아이들의 가슴 속에 진정한 자유에의 열망과 의지가 싹트고 열매 맺을 수 있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이런 그레고리오의 소망은 보수우익의 쿠데타에 의한 스페인 내전의 발발로 말미암아 파국적인 결말을 맞는다. 마을은 이내 파시즘의 광풍에 휩쓸리고 애써 가꾸어 놓았던 민주주의의 싹은 자라기도 전에 짓밟히고 만 것이다. 결국 그간 민중의 자유와 평등을 주장했던 동네 사람들은 하나, 둘 체포되어 끌려가게 되고 은퇴한 그레고리오 선생 역시 마찬가지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강제로 마을 광장에 모이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끌려가는 사람들을 '빨갱이'로 매도하고, 몬초의 부모 역시 눈물을 머금고 함께 구호를 외친다. 이 모든 광경을 어리둥절한 얼굴로 보고 있던 몬초는 어느덧 떠나는 그레고리오 선생을 쫓아 뛰어가며 그것이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 채 어른들처럼 욕설을 외치기 시작한다. 한 평생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헌신으로 인격적인 교육을 펼쳐갔던 그레고리오 선생의 비극적 파멸을 끝으로 영화가 마무리되는 가 싶은 바로 그 순간, 몬초는 욕설 후 몇 마디를 더 외친다. "틸로노린코! 프로보시스!" 그렇다. 어린 몬초는 그레고리오 선생이 말한 것과 같은 '증오'와 '잔인함'으로 가득 찬 지옥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어른들의 세계에 쉽게 동화되었지만 동시에 그의 가슴 속에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희귀한 난초를 바치는 새인 '틸로노린코'와 나비의 긴 혀를 뜻하는 '프로보시스'의 놀라움이 여전히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 있었다. 영화는 몬초가 잔혹한 어른들의 삶을 따라갈 것인지 아니면 그레고리오 선생의 인격적인 삶을 따라 살아갈 것인지 결론지어 보여주지 않는다. 다만 그 마지막 순간 오직 자신과 그레고리오 선생만이 알 수 있는 암호와 같은 말들을 외치는 몬초의 모습 속에서 관객들은 '프로보시스', 곧 실낱같은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생명을 전파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감당하는 경이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된다. 영화 는 그레고리오 선생 역을 맡은 배우 '페르난도 페르난 고메즈'의 기품 있는 연기와 아름다운 시골 마을의 풍광을 섬세한 시각으로 담아낸 영상, 그리고 인생의 빛과 어둠에 관한 깊이 있는 통찰력을 보여준 구성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아 스페인 영화비평가 협회 상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유수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신학기의 시작과 함께 시간을 내어 넉넉한 여백의 미가 충만한 영화 를 만나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짝퉁?*
김원석 | 협성대 교수·경영학, T.E.T.트레이너 교사가 리더라면, ‘훌륭한 교사는 과연 태어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가?’라는 질문이 제기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리더십 연구 결과에 의하면, 리더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그렇다면 리더십 개발의 방향과 내용은 어떠한가?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쉽게 이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지난 100년간의 리더십 연구 결과를 간단히 요약하면, 자신의 업무지식과 능력, 그리고 대인관계 능력이 모두 갖춘 사람이 훌륭한 리더라고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업무를 잘 처리하는 능력과 인간관계를 잘하는 능력은 각각 X축과 Y축의 역할을 한다. 이상적인 리더는 이 두 축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받는 리더이다. 그렇다면 훌륭한 교사란 어떤 사람인가? 훌륭한 교사는 한마디로 말하면, 잘 가르치는 교사이다. 교사가 자기가 가르치는 과목에서 남보다 뒤처진다면 할 말을 잃게 된다. 얼마 전 신문보도에 의하면, 일류대학교 이공대 교수들 중에서 아직도 카드 펀칭과 코볼 언어를 가르친다고 해서 학생들로부터 원성을 샀다고 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같은 강의노트를 들고 10년 이상 가르친다고 비난해도 할 말이 없다. 따라서 훌륭한 교사가 되려면 자기가 가르치는 분야의 전문지식을 따라잡는데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학문의 발전 속도나 소멸속도가 엄청나게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모든 분야를 쫓아간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분야를 연구, 개척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그러나 훌륭한 교사는 잘 가르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의 질을 결정하는 것이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라고 말한 사람은 의 저자 토마스 고든 박사이다. 고든 박사는 교사와 학생들 간의 관계의 질을 높이는 것이 교사가 잘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쿠제스와 포스너는 리더십이란 ‘인간관계’라고 말하였다. 현대 리더십의 대체적인 경향은 리더십을 인간관계, 즉 대인관계 리더십으로 보는 경향이 많다. 그렇다고 지식이나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식이나 실력이 비슷하다면, 차이는 대인관계 능력에서 나온다.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대인관계 능력 그렇다면 이 같은 훌륭한 교사는 타고나는가, 아니면 후천적으로 개발되는가? 리더십 행동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리더십은 얼마든지 후천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고 본다. 따라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통해 밝혀진 대로 관계지향적인 행동과 과업지향적인 행동이 모두 탁월한 리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과업지향적인 리더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느 곳에서나 이루어지고 있다. 학교에서도 모든 연수교육과정이 교과목을 가르치는 업무관련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학생을 어떻게 지도하고 관계를 맺을 것인가’하는 부분은 교사들의 자기개발로 남겨두고 있다. 그러나 대인관계 능력이야말로 교사가 갖추어야 할 중요한 행동 중의 하나이다. 대인관계 능력은 오랫동안 관계를 맺어가는 동안에 자연스럽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배워나갈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이 항상 올바른 지식을 주는 것은 아니다. 대인관계 능력을 과학적으로 배양하는 방법은 기존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끊임없이 연습하여 실제 학교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몸으로 체득하여야 한다. 우리는 가르치는 일만큼 학생과의 관계의 질이 교실의 분위기를 좌우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의 저자 스티븐 코비 박사는 습관 1, 2, 3에 해당하는 성숙한 리더가 되기 위한 자기개발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습관 4, 5, 6에 해당하는 대인관계 협동추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두 가지의 균형을 갖추는 일이야말로 성공하는 리더가 가져야 할 중요한 습관이라는 것이다. 코비 박사의 이론과 토마스 고든 박사의 이론을 비교한다면, 고든 박사는 지난 45년간 습관 4, 5, 6에 해당되는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자는 상호배타적인 이론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상생의 이론들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 같은 기술들을 습득하여 습관화할 수 있을까? 첫째, 대인관계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여야 빠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요즘 흔히 하는 말로 ‘패러다임의 전환’을 가져올 정도로 그 필요성을 인식하여야 한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우리가 현재 직면하고 있는 중대한 문제들은 이를 만든 수준의 사고로는 절대로 풀지 못한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 차원 더 높은 수준의 사고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하였다.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문제해결이 어려우니,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환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생상담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로 상담실을 찾아와서 상담을 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의사표현을 분명하게 하는, 적극적이고 용감한 학생들이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친구들과 상의하여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교사나 부모와 상담한다고 응답하는 학생은 소수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교사들이 간단한 상담 원리나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여 적절히 대처하여야 한다. 교사들은 오랜 경험을 통해 실제 문제에 대한 대처능력을 길러나가지만, 대부분의 경우 권위주의적인 행동으로 일관하고 있다. 학생들은 변화하고 있는데 지시, 명령 일변도의 권위주의적인 행동만으로는 관계의 질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악화시키는 경향이 더 크다.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다. 둘째,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서적들을 찾아서 읽는 방법이 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듯이, 이 책, 저 책을 찾아서 관련된 이론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실제로 책을 찾아서 읽는 것만큼 관련된 지식과 정보를 얻는 좋은 방법은 없다. 독서를 통한 지식과 정보의 습득이야말로 가장 값싸게 얻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항상 좋은 책을 바로 찾아 읽을 수 없다는 것이 한계점이다. 왜냐하면 어느 정도의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적합한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초보자라면 적합한 책을 찾는 일이야말로 난제 중의 난제이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손쉬운 방법은 주변의 선배교사들에게 묻는 방법이다. 묻다 보면 두 가지 사실 때문에 놀라는 경우가 흔히 있다. 주변에 의외로 공부하는 사람들이 많고 전문적인 식견과 탁월한 판단력을 보면서 놀라게 된다. 한편 자신은 지금까지 ‘왜 이 부분을 몰랐을까?’라고 자문하면서 자신의 지식과 정보가 보잘 것 없다는 것 때문에 놀라게 된다. 그렇다고 주눅이 들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그분들이 공부하는 시간에 나는 다른 분야에 시간을 더 많이 썼을 뿐이기 때문이다. 이론만 읊지 말고 훈련을 받아라 셋째, 책을 찾아 읽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제로 필요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필자는 그저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말하지 않고, 대인관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교육과 훈련을 구분하는 일은 교육학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이론이 아닌 실제 연습을 통해 마치 탁구나 테니스, 혹은 골프를 배우듯이 대인관계 기술을 습득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교육훈련과정에 참여하여 직접 훈련을 받는 일이야말로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어떤 운동이든, 기본기가 중요하듯이 가장 기본적인 기술을 잘 배워야 한다. 필자가 여러 훈련과정을 통해 현재 1000명이 넘는 교사역할훈련 과정의 수료자들을 지난 1년 동안 배출하였다. 참가자들이 훈련이 끝난 다음 들려주는 이야기 중에서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적극적 경청, 나-메시지 등 기본적인 개념에 대해 전혀 몰랐던 것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확하게 어떻게 사용되는지는 이제 자세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필자는 훈련과정을 통해 인식의 전환만 이루어져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목격하였다. 이러한 기술들은 습관화할 정도로 체득하면 날마다 경험을 통해 기술사용의 빈도나 숙련도가 늘어나고, 그것을 통해 관계의 질이 높아져서 결국 우리 사회를 밝고 좋은 사회로 만드는데 기여하기 되는 것이다. 실제로 필자를 가르쳤던 미국의 트레이너들 중에는 대학교수직을 포기하고 일생 동안 대인관계 커뮤니케이션을 훈련시키는 일에 헌신하는 분들도 있다. 그 분 말씀이 본인은 자신의 세상을 바꾸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부부관계나 부모자녀관계 등에서 관계가 깨지는 일들이 흔히 일어나는데 아주 간단한 몇 가지 기술을 몰라서 혹은 사용할 줄 몰라서 일어나는 것이라면 얼마나 억울한 일인가? 고든 박사 역시 자기의 이론을 전파하기 위하여 일찍 시카고대의 교수직을 포기하고 훈련기관을 만들어 운영하지 않았던가? 3일 혹은 4일간의 집중코스에 시간을 참가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기본기술을 몸에 익히는 지름길이다. 넷째, 훈련을 받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지속적으로 기술사용을 연습하여야 한다. 필자가 배웠던 트레이너 중의 한 사람은 우리가 부딪히는 모든 상황이 대인관계 기술을 사용할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필자 역시 이 말에 동의하면서 가능한 한 기술사용을 적용하려고 노력한다. 필자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기술사용을 극대화 할 것인가?’라는데 있다. 대인관계 기술은 오랜 연습을 통해 체득될 수 있기 때문에 기술사용을 많이 할수록 유리하다. 연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의 하나는 기술사용을 위한 일지를 작성하는 일이다. 매일 일기를 쓰듯이 ‘T.E.T. 저널’을 작성하는 일이다. 처음에는 번거롭고 부자연스럽지만 한 달 정도만 열심히 작성하면서 자신의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보완해나간다면, 가장 빠른 시간 내에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르면 더 이상 저널을 작성하지 않아도 스스로 실천에 옮기게 된다. 마지막으로 일정 기간마다 자신의 기술을 평가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대인관계 전문가를 고용하여 코칭을 받으면서 기술 연마를 하면서 주기적으로 자신이 정확히, 그리고 적절하게 기술사용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에는 코치는 운동선수에게나 필요한 것으로 알지만, 요즘은 대인관계 전문 코치들도 많이 활약하고 있으므로 이들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