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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유엔 인구기금(UNFPA)의 ‘2022년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1.1명으로 조사 대상 198국 중 최하위다. 저출산은 학령인구 감소로 이어져 폐교가 속출하고 기존 학교도 소규모 학교로 전락해 정상적인 학교 기능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인구감소에 대한 대응 시급 경기도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7월 기준 경기도 내 인구소멸 위험지역은 가평, 연천, 양평, 여주, 포천으로 관내 93개의 폐교가 있다. 이뿐 아니라 지역 내 초·중·고 192개교 중 학생 수 60명 이하 소규모 학교가 58개교(30.2%)에 이른다. 인구 감소에 따른 폐교 활용과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임태희 교육감의 공약으로 거시적인 안목의 학교 재구조화 사업이다. 폐교와 소규모 학교를 매각한 재원으로 교육청, 지자체, LH공사 등이 거버넌스를 구축해 교육·문화·복지·주거 복합시설을 조성하고, 소규모 학교를 재구조화해 지자체로의 인구 유입을 유도함으로써 지역 상생을 도모한다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우선 거점형, 통합형 등 지역 여건과 특수성을 고려한 유연한 학교 체제를 선택케 한다. 예를 들면 초·중학교 통합, 자유학구제를 도입해 자유롭게 전·입학할 수 있게 하고, 다양한 교육 모델과 최첨단 교육환경을 구축해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안이다. 또한 학교시설을 공유해 마을교육 공동체를 활성화한다. 공공문화 복합시설로 도서관, 체육관 등 공동시설 설치를 지원한다. 공공문화체육시설, 평생교육시설, 건강생활지원센터, 다함께 돌봄센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를 통해 주민의 평생교육 기회는 확대되고 부모는 육아 부담 없는 직장생활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사업은 정부와 지자체의 공모 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문체부의 공공도서관·국민체육센터·생활문화센터, 복지부의 국공립어린이집·주민건강센터·다함께돌봄센터, 여가부의 공공육아나눔터, 국토부의 도시재생사업과 주거지 주차장 사업,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지역 개발사업 등이 대상이다. 경기도의 빈집 정비 사업도 연계할 수 있다. 충분한 설득 과정 필요 이는 단체장과 LH공사 등의 협조와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돼야 가능하다. 교육청만으로는 난망하다. 따라서 사업 추진에 앞서 지역주민들에 대한 충분한 설득이 필요하다. 경남 서하초의 ‘소규모학교 살리기’, 경북 상주의 폐교 활용 ‘귀농귀촌 공공임대주택’ 사업은 좋은 참고서가 될 만하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후발자의 이득’ 즉,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을 주문해 본다. 필리핀 격언에 “하고 싶은 일에는 방법이 보이고, 하기 싫은 일에는 핑계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민선 5기 경기도교육감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폐교·소규모학교 재구조화’ 사업이 길 잃은 시대의 이정표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최근 패션 블로그 또는 유튜브에 등장하는 ‘키치한 패션’이라는 제목, 한 번쯤 본 적 있나요? 본 적 있더라도 ‘키치하다’라는 표현이 생소해서 그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지 몰라요. 여기서 ‘키치(kitsch)’는 미학 관련 독일 단어로, “나쁜 예술”이란 뜻이에요. 저급한 것, 하찮은 모조품, 싸구려 예술품 등의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 단어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유럽의 19세기 중반 부르주아 사회가 형성될 당시예요. 19세기 이전까지 예술은 상류층만이 즐기는 수준 높은 문화로 인정되었어요. 그러나 19세기 말 급속한 산업화로 인하여 그 흐름은 바뀌기 시작해요. 대중문화가 점점 빠르게 퍼져나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상류층뿐만 아니라 중산층 역시 예술에 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답니다. 이때 중산층 사람들은 예술에 관한 관심을 표현하고자 그림을 많이 사들였어요. 이들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준 것이 바로 키치였고요. 즉, 유명하고 비싼 작품은 아니지만 그럴듯한 그림들이 생겨나면서 중산층이 정신적, 심리적, 경제적으로 예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한편, 예전에 그림을 즐기던 상류층들은 이와 같은 중산층의 급작스러운 진입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키치는 1860년대 독일 뮌헨에서 하찮은 예술품을 지칭하는 속어로 사용되기도 했어요. 그렇다면 키치 작품의 특징은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일단 충동적인 구매가 가능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렴한 가격이어야 하죠. 대표적인 키치 예술의 예시로는 유명한 작품을 그대로 복사한 값싼 복제품이 있어요. 또한 저렴한 재료로 대강의 모습만 본뜬 조각상 모방품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있는 학교의 이순신 장군 동상, 식당 마당에서 볼 수 있는 물레방아, 이발소에 걸린 그림 같은 것이 실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키치라고 할 수 있어요. 19세기엔 하찮은 예술품으로 치부되었던 키치는, 이제 하나의 예술 장르로 인정받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대중문화의 흐름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까지 하고요. 특히 현대에 와서는 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명확한 구분이 흐려졌어요. 이 영향으로 그동안 저속하고 수준 낮게 여겨지던 키치 예술품들이 충분히 가치 있는 것으로 인정받기 시작했어요. 오늘날에는 키치 아닌 것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키치의 영향력과 그 사전적 의미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문제 1)키치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① 인기는 있지만 가치가 없는 예술품 또는 물건을 말한다. ② 1860년대 독일 뮌헨에서 하찮은 예술품을 지칭하는 속어로 사용되었다. ③ 현대에 이르러 오로지 패션에 대한 용어로 한정된다. 문제 2)이 글의 주제로 적절한 것은 무엇인가요? ① 키치의 의미와 역사적 배경 ② 19세기 유럽의 미술사조 ③ 앤디워홀과 키치의 관계 문제 3)이 글을 읽은 후의 감상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요? ① 유명한 대작을 직접 볼 수 없지만, 대작을 모방한 키치를 통하여 비슷한 감상을 할 수 있겠어. ② 키치는 과거 하찮은 예술을 지칭하는 속어로 사용되었지만, 현대에 와서 당당히 예술의 한 분야로서 인정받고 있구나. ③ 키치 때문에 고급문화와 저급문화의 경계가 더욱 구분되는구나. 정답 : 1)③ 2)① 3)③
대한민국 학생에게 학원은 곧 일상이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진행한 2021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에 참여한 학생 비율은 전년 대비 8.4%p 증가한 75.5%로 나타났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82%, 중학교 73.1%로 전년 대비 각각 12.3%p, 5.9%p 올랐고, 고등학교는 64.6%로 전년 대비 3%p 증가했다. 머뭇거리던 여학생의 한 마디 '사교육의 성지'로불리는 대치동 근처에서 나와 같은 동급생 중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은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모두 공부에 진지하지만, 눈은 죽은 것처럼 보인다. 학교에서 정신건강 관련 초청 강의가 열린 적이 있는데, 강의를 맡은 청소년 상담사가 행복하냐고 묻자 머뭇머뭇 손을 든 한 여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성적에 대한 불평불만 밖에 없는 엄마가 없어져야만 행복할 것 같다고. 세계는 한국교육을모범으로 볼지도 모른다. 한국학생들은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고 수준의 성적을 낸다. 2018년 PISA에서 OECD 국가 중 읽기 분야 2~7위, 수학 분야 1~4위, 과학 분야 3~5위를 기록했다. 물론,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장점이 있다. 성공이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은 이를 달성하기 위한 비용이나 대가와는 별개로 훌륭한 동기부여가 된다. 중학교 1학년 첫 수학 시험에서 나는 54점을 받았다. 한국 교육의 극심한 공포를 깨우친 어머니는 즉시 나를 유명한 학원에 보냈고,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90점 후반대 성적을 내는 성과를 거뒀다. 학원 등 사교육 기관은 한국 교육 시스템의 주축이며,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자녀들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열망의 상징이다. 얇은 벽으로 나뉜 좁은 교실, 나란히 켜진 긴 형광등 아래에서영어 어휘와 국어 문법, 수학 공식을 외우는 학생들로 가득 찬 학원은 영혼이 없는 시설이다. 학생들은 보통 학교 정규 수업이 끝난 이후밤 10시, 혹은 그 이후까지 이 곳에 머문다. 부모가 선택한 다양한 교육 매체와 프로그램으로 관리되는 한국 학생들은 하루 평균13시간까지 공부하는 반면, 잠은 겨우 5.5시간 정도만 잔다고 한다.이런 '투자'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놀라운 점수를 내는 밑거름이었다.그러나 지나치게 열성적인 학부모들과 사기업들이 주도하는 교육은 지속가능하지 않다.학생들이 부담해야 하는 신체적, 심리적 비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자유의지 가진 존재로 인식하려면 학생들마저 학업성취도를 자기 가치의 유일한 원천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2020년에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설문에 답한13~19세의 한국인 중29.7%가 주요 원인으로 학업성취도 부족을 꼽았다. 우리나라 교육이 의미 있게 변화하려면 학생들을가족이나 국가 경제를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문화가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단순한 부와 지위의 생산자가 아닌 자유의지를 가진 개인으로 인식될 수 있다. 무엇보다도, 학업적 성공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신념은 완전히 제쳐둘 필요가 있다.
영월은 산과 강이 어우러지는 아름다운 곳이다. 그런 영월에서 유명한 인물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김삿갓도 그중 한 명이겠지만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종일 것 같다. 단종에 얽힌 이야기는 널리 알려진 편이다.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오른 단종은 수양대군이 일으킨 계유정난으로 실권을 빼앗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왕위를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넘겨주고 상왕이 되었던 것. 그러나 다시 노산군으로 신분이 낮춰진 뒤 영월에서 머물다 죽음을 맞이한 비극적 사연이다. 역사를 주제로 한 답사에서 왕의 흔적을 찾는 일은 드문 일은 아니다. 그러나 어떤 왕의 죽음에 이르는 여정은 쉽게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인지 영월에서 만나는 단종은 과거의 역사 속 인물이 아닌 옆에서 같이 길을 걷던 소년이며 청년처럼 느껴진다. 그런 점에서 서울의 궁궐에서 만나는 왕의 이야기와 다른 차원의 역사 경험을 영월에서 하게 된다. 영월에서 길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단종의 여정, 곧 청령포와 관풍헌, 그리고 장릉을 사람들이 찾는 이유다. 청령포, 왕이 머물던 곳 청령포는 무척 경치가 아름답다. 서강이 휘감아 돌고 주변에는 높은 산과 우거진 숲이 있어 인상적이다. 그런데 청령포는 ‘육지 속 섬’이다. 지금도 배를 타야 청령포로 들어갈 수 있다. 강의 깊이와 너비를 생각하면 건너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곳에 갇혀있다면 그 심리적 압박은 어떠했을까. ‘조선왕조실록’에는 단종이 유배된 곳이 영월로만 나와 있다. 단종은 약 2달 동안 청령포에 머물렀다고 한다. 배를 타고 처음 도착하는 곳은 대체로 ‘단묘재본부시유지비’가 있는 곳이다. 영조가 세운 비석을 중심으로 단종이 청령포에 머물 당시 모습이 재현돼 있다. 안쪽에는 기와집이 있고, 바깥에는 일하는 사람이 머물렀다는 초가집이 있다. 옛 기록을 보면 세조는 단종이 영월로 오는 과정에서, 그리고 청령포에 머물 당시에 갖가지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나온다. 단종이 한양을 떠날 때가 6월 중순이었는데 얼음이며 과일이 떨어지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단종이 영월로 떠나는 길에 환관을 만나 성삼문 등이 ‘사육신의 난’을 일으킬 것을 알았지만 이를 세조에게 알리지 않은 것을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다니 너무 뻔히 보이는 수사가 아닌가. 명확한 것은 단종이 청령포에 머물렀다는 점이다. 숙종 때 단종의 복권이 이뤄지고, 이후 영조는 단종이 머물렀던 곳임을 알리는 비를 여기에 세웠다. 청령포는 단종이 생애 마지막 여름을 보냈던 곳이다. 청령포는 영조 때 금표비가 세워진 후 잘 보존된 덕분에 좋은 소나무 숲이 됐다. 가장 나이가 많은 것으로 보이는 소나무가 있는데 관음송이란 이름이다. 사람들은 만약에 이 나무가 당시에도 있었다면 단종의 안타까운 모습을 보고 들었을 것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볼 관(觀)에 소리 음(音)을 넣어 관음송이란 이름을 붙였다. 역사 속 단종의 감정이겠지만 한편으로 단종을 생각하는 요즘 사람들의 감정도 느껴지는 이름이다. 청령포에는 단종과 관련 있는 장소가 더 있다. 하나는 망향탑이며 다른 하나는 노산대다. 단종이 망향탑과 노산대에서 한양을 보며 그리워했다고 한다. 노산대에서 내려오는 길에 조그마한 비가 세워져 있다. 바로 영조가 세운 금표비다. 이 비를 세운 이유는 외부 사람이 청령포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지만 다르게 보면 단종이 벗어날 수 없는 물리적 공간의 범위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왕이 죽음을 맞다, 관풍헌 관풍헌은 영월의 관아 건물 중 하나인 객사의 일부다, 영월부 관아의 객사는 태조 시기에 창건됐다고 전해지며, 정조 때 중수됐다는 기록이 있다. 관풍헌은 객사의 동익헌에 해당하며 그 옆에 정청, 그리고 서익헌이 있다. 지금은 절에서 운영하는 유치원으로 쓰이고 있다. 단종이 관풍헌으로 옮긴 것은 홍수 때문이었다. 비가 많이 와 청령포가 물에 잠길 상황이 되자 단종은 관풍헌으로 처소를 옮겨 침전으로 썼다고 한다. 관아의 누각인 자규루(당시 매죽루)에 자주 올라 시를 지었다고도 한다. 하지만 단종의 삶은 이어지지 못했다. 1457년 9월 경상도 순흥에 유배됐던 금성대군 등이 단종 복위를 시도하다 발각되자 세조가 후환을 없애기 위해 사약을 내린 것이다. 결국 그해 10월 24일, 단종은 관풍헌에서 생을 마감했다. 다만, 단종의 죽음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 운동이 발각돼 많은 사람이 죽자 단종 스스로 목을 매어서 죽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다른 기록에는 사약을 가지고 간 금부도사 왕방연이 차마 어명을 전하지 못하는 사이, 단종 스스로 활시위를 목에 감고 옆에 있던 종에게 활시위를 당기도록 했다고 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 기록을 믿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단종의 시신을 어떻게 수습하라는 명을 공식 기록에서 찾을 수 없는 것과 관련이 있다. 단종, 왕이 되어 여러 사람과 함께 하다. 단종이 죽자 이 지역의 호장인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몰래 모셔와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기록에 따르면 ‘동을지산’에 단종을 묻었는데 별다른 표식을 하지 못하고 석물도 세우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엔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묻어주는 것조차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중종 때 약간의 변화가 일어난다. 중종 36년 7월 기사를 보면 ‘영월군수가 7개월 동안 3명이 죽는 일’이 일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영월군의 업무가 멈추다시피 했다. 또 흉년까지 겹쳐 새로 영월군수로 갈 사람이 중요해졌다. 처음 영월군수 후보였던 김희성이 그 직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대신 박충원을 보냈다. 그런데 이때 박충원은 일반적인 업무 외에도 조금 특별한 일을 맡았다. 박충원의 ‘졸기’를 살펴보자. ‘박충원이 영월군수로 왔을 때 요사스런 일이 일어나 여러 명의 관리가 갑자기 죽는 일이 일어났는데, 사람들이 노산군이 일으킨 일이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에 박충원이 제문을 지어 묘소에 제사를 지낸 뒤 안정되어 박충원이 영월군수로 있는 6년 동안 별다른 탈이 없었다고 합니다.’ 전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나라에서 처음 단종의 무덤을 찾은 것은 단종이 죽은 뒤 60년이 되던 해인 중종 즉위 직후다. 이때 중종은 노산군의 묘소를 찾아 제사를 지내고 분묘를 수리하게 했다. 이를 담당한 우승지는 영월군 서쪽의 여러 무덤 가운데 하나인 노산군 무덤은 높이가 2자에 그쳤다고 보고했다. 다만 고을 사람들은 엄흥도가 만든 군왕의 묘라서 아이들도 식별할 수 있다고 했으니 단종의 무덤은 영월에서는 익히 알려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35년 뒤 중종이 다시 노산군의 묘에 제사를 지내도록 했으니 그때 영월군수로 부임한 인물이 박충원이다. 선조 때 무덤에 석물을 더하기는 했지만, 지금처럼 장릉으로 부르게 된 것은 조금 더 뒤의 일이다. 이때만 해도 단종은 노산군이었으니 장릉이 아닌 노산군묘였다. 세자를 제외한 대군 이하 왕실의 무덤은 모두 ‘묘’라고 하는 예에 따른 것이다.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은 숙종 때다. 숙종은 ‘정비가 낳은 소생은 모두 대군, 공주’라 해야 한다며 일단 노산군을 노산대군으로 높였다. 1681년의 일이다. 그리고 1698년, 드디어 숙종은 노산대군을 단종으로 복위했다. 이때 숙종이 내세운 논리는 ‘단종의 폐위가 세조의 뜻이 아니라 대신들의 잘못된 청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세조의 뜻을 거스르지 않으면서 노산군을 단종으로 복위시킨 것이다. 더불어 정순왕후 역시 왕비로 복위됐다. 이렇게 왕과 왕비로 복위하자 위패를 종묘에 모시고, 무덤을 왕릉의 격에 맞도록 수축하는 일이 뒤 따랐다. 노산군과 정순왕후의 무덤에는 각각 장릉과 사릉이란 능호가 붙었다. 여느 왕릉과는 다른 느낌 다만 두 왕릉은 소박한 편이니 여기엔 두 가지 이유가 있어 보인다. 하나는 추존왕과 추존왕비의 예에 따라 왕릉을 수축한 것이다. 능침 주변의 석양과 석호의 수를 8마리에서 4마리로 줄이고 무석인을 생략한 것은 그런 격식을 따른 것으로 보인다. 왕릉의 규모까지 줄어든 것은 당시 대기근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1695년부터 이어진 ‘을병대기근’은 현종 때 경신대기근과 함께 조선에 치명적인 타격을 준 사건이다. 그럼에도 숙종이 단종과 정순왕후를 복위하고 왕릉을 조성한 것은 민심을 달래는 효과를 기대해서였다. 장릉에는 몇 가지 특이한 것이 있다. 엄흥도와 박충원을 기리는 정려각과 비각, 능침 앞의 소나무가 그것이다. 이 소나무는 정령송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다. 소나무 앞 표석에 ‘남양주 사릉’에서 옮겨심은 것이라고 적혀있다. 무덤을 옮겨오거나 합칠 수는 없으니 대신 소나무를 옮겨 심은 것이다. 이를 통해 조금이나마 단종과 정순왕후가 함께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보려고 했다. 단종을 위해 목숨을 바친 종친, 충신, 환관, 궁녀, 노비 268명의 위패를 모신 공간인 장판옥, 그리고 이들에게 제사를 올리는 곳이 배식단 역시 다른 왕릉에서는 볼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장릉은 왕과 왕비만 누워있는 여느 왕릉과는 다른 느낌이다. 장릉의 여러 공간에서 기리는 인물들이 모두 움직이는 걸 상상하면 다른 왕릉과 달리 꽤 활달한 모습일 것 같다. 생각이 여기에 이르면 단종, 혹은 정순왕후의 생각과 감정을 찾아가는 조금 특별한 여정이 되는 것 같다.박광일 여행작가·여행이야기 대표
교원이 공무수행과 관련해 부상이나 질병·장해가 발생하면 공무원연금공단(사학연금공단)을 통해 재해보상급여를 지급받고, 공무상병가·공무상질병휴직 등을 사용해 요양·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공무원임용령」 개정으로 공무상질병휴직 사용에 있어 변경된 사항을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기존에는 공무상 요양승인이 종료돼도 진단서를 통해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3년까지 공무상질병휴직이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공무원임용령」 개정(2021.12.9.)으로 공무상 요양·재요양 승인기간이 계속돼야 해당 공무상질병휴직을 새로 명하거나 연장이 가능합니다. 다만 2021년 12월 9일 당시 공무상질병휴직 중인 공무원은 승인 또는 결정을 받은 공무상요양기간이나 요양급여 지급이 끝난 후에도 같은 사유로 질병·부상이 계속되는 경우 진단서를 통해 공무상질병휴직 연장이 가능합니다. 요양승인이 종료됐지만, 치료가 더 필요하다는 의학적 판단이 있다면 일반질병휴직을 활용해야 합니다. 이때 새로운 일반질병휴직 2년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며, 2년 중 공무상질병휴직으로 활용한 기간을 제외한 잔여기간에 대해 일반질병휴직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공무상질병휴직 QA Q. 3년간 공무상질병휴직을 한 이후에도 완치되지 않은 경우 동일한 사유로 새로운 질병휴직이 가능한가요? A. 동일한 질병에 대해 공무상질병휴직과 일반질병휴직이 별개로 부여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질병휴직은 최대 2년 이내로 하되, 질병이나 부상이 공무수행과 관련된 것일 때는 최대 3년 범위에서 가능토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3년간 공무상질병휴직을 한 이후에 동일한 질병에 대해서는 추가로 질병휴직 사용이 불가합니다. 공무상질병휴직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직무를 감당할 수 없을 만한 지장이 있다고 판단될 때는 직권면직하도록 돼 있습니다. Q. 질병휴직 기간이 만료된 뒤에 동일한 사유로 병가 승인이 가능한가요? A. 질병휴직은 질병·부상의 완쾌 등 휴직사유가 소멸된 경우에 복직할 수 있으므로 질병휴직 기간이 만료되면 복직과 동시에 동일한 사유로 연속해 병가를 승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복직 후의 근무가 정상적인 상태로 상당기간 지속된 경우에만 일반병가를 승인할 수 있습니다. Q. 다른 국가공무원은 공무상질병휴직이 최대 5년까지도 가능하던데, 교육공무원은 3년밖에 안 되는 건가요? A. 교육공무원에 대해서는 공무상 부상 또는 질병으로 인한 현행 3년의 휴직기간을 2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교육공무원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습니다. 국회에서 해당 법률 개정안이 통과·개정되면 교육공무원에 대해서도 다른 국가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회의 법안 심사, 처리 소요기간 등에 따라 법률 개정 여부 및 시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Q. 질병휴직을 위한 진단서 상 치료기간 명시가 어려운 경우에도 휴직 명령이 가능한가요? A. 질병휴직을 할 때, 휴직기간은 일반적으로 진단서에 명시된 요양기간이나 요양에 실제 필요한 기간이 필요합니다. 진단서에 최대한 적절한 요양기간을 명시할 수 있도록 하고, 다만 질병의 특성이나 기타 부득이한 사유로 요양기간을 명시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질병의 종류와 정도를 고려해 임용권자가 정하는 기간 동안 질병휴직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8월의 가장 중요한 일정은 ‘광복절’이다. 학교에서의 8월은 ‘다시 시작’하는 달이다. 1학기가 다소 아쉬웠더라도, 새로운 2학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계절 역시 새롭게 바뀐다. 더 이상 열대야와 모기로 잠을 설치지 않아도 되는, 바야흐로 가을이 시작된다. ● 칠석(8월 4일) 매년 음력 7월 7일은 칠석(七夕)이다. 옥황상제의 노여움으로 헤어진 견우와 직녀가 까막까치들이 놓은 오작교에서 한 해에 한 번씩 만나는 날이다. 견우와 직녀는 얼마나 큰 잘못을 했기에 ‘생이별’의 벌을 받게 되었을까? 화가 난 포인트는 ‘나태함’이었다. 아무리 ‘사랑’이 고귀한 가치관이라고 하더라도, 제 몫의 할 일은 하면서 사랑해야 한다. 코로나19로 나태해진 많은 학생에게 견우와 직녀의 애틋한 사랑에 가려진 ‘나태함’의 무서움을 지도해야 할 시대이다. ● 입추(8월 7일) / 말복(8월 15일) / 처서(8월 23일) 아직 무더위가 절정이지만, 절기는 이미 가을로 접어든다. ‘가을의 시작’ 입추와 ‘더위가 그치는’ 처서 사이에 ‘마지막 더위’ 말복이 자리 잡고 있다. 마치 마지막까지 방심하지 말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초가을 햇볕의 기세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조상들은 입추에서 처서 무렵을 ‘어정 7월 건들 8월’이라고 표현했다. 5·6월 바쁜 일을 끝내고, 어정거리다 보면 금방 7월이 가고, 한여름 더위에 물놀이도 하며 건들대다 보면 8월이 지나간다는 말이다. 2학기가 딱 그렇다. 2학기는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 광복절(8월 15일) 광복절(光復節)은 흔히 ‘캄캄한 암흑을 뚫고 광명한 빛(光)이 찾아온(復) 날(節)’로 해석하곤 하지만, ‘영광스럽게(光) 회복(復)한 날(節)’이라는 뜻이 더 정확하다. 광복절이 여름방학기간에 있어서 일까? 광복의 숭고한 의미를 가슴에 새기는 청소년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일부 철없는 청소년들은 오토바이에 태극기를 달고 위험천만 폭주를 즐기기도 하고, 그저 방학 중 하루로 의미 없이 지나치기도 한다. 최근 국가보훈처에서는 윤동주·홍범도 등 후손이 없어 대한민국 호적이 없었던 62인의 독립투사에게 독립기념관을 주소로 하는 호적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껏 이들이 대한민국 호적도 없이 살았던 이유는 아마도 우리들의 무관심 때문이었을 것이다.
자기 업무가 적다고 할 사람은 드물겠지만, 교원도 예외가 아니다. 많은 교원이 바쁘고 힘들다고 한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학생을 가르치는 일이 전부가 아닌 것 같다. 각종 행정업무와 행사·상담·연수 등으로 정작 수업내용을 연구하고 교육방법을 개발할 시간은 부족하다고 한다. 교원의 본질적인 직무가 교육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교원에게 교육 외적인 일들이 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원은 학교에서 법이 정한 의무와 역할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교원은 평상시에도 관련 연수와 교육을 받는다. 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원연수와 교육을 진행하다가 업무로 지쳐있는 모습을 보게 될 때면 괜스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아울러 ‘우리의 실정법이 교사들에게 교육 외적으로 의무와 역할을 너무 많이 부여하고 있지 않나’하는 문제의식도 생긴다. 이는 앞으로 입법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임이 틀림없다. 그러나 지금은 일단 법을 잘 숙지하여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 상황에서의 교사의 법적인 의무와 역할에 대해 살펴본다. 교사의 법적 의무와 역할① - 긴급지원대상자 신고 학생이 속한 가구에 생계 곤란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한다면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우리 사회는 4세 아동 아사사건(2004년), 세 모녀 자살사건(2014년) 등을 겪으며 위기상황에 있는 가구에 대한 긴급복지지원을 시행하고 강화해왔다. 현재 긴급복지지원은 법정 소득·재산 기준을 하회하는 가구에 위기상황이 발생하였을 경우 이뤄진다. 여기서 위기상황이란 주소득자(또는 부소득자)의 실직·휴업·폐업과 사업장의 화재 등으로 소득이 상실된 경우, 가구 구성원이 중한 질병에 걸리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 가정폭력·가정성폭력으로 가족구성원이 함께 생활하기 곤란한 경우 등을 말한다. 만약 학생의 가구에 이와 같은 위기상황이 있음을 알게 된 경우에는 긴급복지지원대상이 될 수 있지 않은지 살펴야 할 것이다. 물론 위와 같은 위기상황에도 가구 소득이나 재산이 충분한 경우에는 지원대상이 아니다. 긴급지원을 받으려면 법정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의 75%(4인 가구 기준 월 약 384만 원) 이하, 재산 기준은 대도시 241백만 원 이하(중소도시 152백만 원, 농어촌 130백만 원), 금융재산 기준은 600만 원 이하(주거지원은 800만 원)이다. 이 같은 요건을 갖춘 긴급지원대상자를 교직원이 직무상 알게 될 경우에는 관할 시·군·구청 긴급복지지원 담당공무원 또는 보건복지상담센터로 신고하여야 한다. 학생의 가구가 긴급지원대상으로 인정되면 위기상황에 따라 일시적으로 생계지원(4인 기준 월 108만 원, 최대 6개월), 의료지원(300만 원 이내, 1회/300만 원 추가 가능), 주거지원(대도시 4인 기준 월 59만 원 이내, 최대 12개월), 사회복지시설이용지원(4인 기준 월 134만 원 이내, 최대 6개월), 교육지원(초등 21만 원, 중등 33만 원, 고등 40만 원, 최대 2회), 전기요금 지원(50만 원 이내, 1회) 등을 받을 수 있다. 교사의 법적 의무와 역할② -장애의심 학생에 대한 보호·감독의무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의심되는 학생을 발견하였을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학생의 행동을 보면 특수교육대상자가 분명한데, 부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일반학급에 있기를 원해서 어려움이 많다”며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교사를 만날 때가 있다. 교사가 특수교육을 위해 진단·평가를 받아보면 어떠냐고 권하면, 상당수 학부모들은 교사에게 화를 내고, 나쁜 교사로 몰아세운다고 한다. 과연 그러한가? 이에 대해 대법원은 장애학생에 대한 교사의 보호·감독의무를 설시(說示)하며 ‘교사는 보호자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특수교육의 필요성을 확인하기 위한 진단·평가에 동의해 줄 것을 요청함으로써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이 그 특성에 적합한 교육과정 및 특수교육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15.8.27. 선고 2012다95134 판결). 이에 의하면 위와 같은 요청은 법에서 요구하는 교사의 직무행위이고,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한편 일반학급에서 발달장애가 의심되는 학생이 수업방해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켜도 지도할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반적인 교육방법으로는 효과가 없고, 특별한 교육방법(예컨대 해당 학생을 교탁 옆자리에서 수업을 듣도록 한다든지)을 써야 하는데, 이게 또 문제가 될까 봐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학급 담당교사에게는 수업방해 등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의 행동을 고치기 위하여 어떤 방법을 사용할지 결정할 권한이 있음’을 분명히 하였고, ‘교사의 교육방법이 단지 (특수)교육 이론상 최선의 방법이 아니라거나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사정만으로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판시하였다. 이는 교사의 교육방법 결정권을 확인하고, 교사의 장애학생 교육방법에 대한 법적인 판단기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나아가 교원은 장애학생에 대한 신체적·정신적·정서적·언어적·성적폭력이나 가혹행위, 경제적 착취·유기·방임 등의 행위가 있는지 잘 살피고, 장애인학대 및 장애인 대상 성범죄가 있음을 직무상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장애인권익옹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만약 신고의무 위반 시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교사의 법적 의무와 역할③-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유아교육법」, 「초·중등교육법」에 따른 교직원은 직무를 수행하면서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의무 위반 시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실제로 과태료가 부과된 사안을 보기 어려웠다. 그런데 약 2년 전부터 아동학대범죄 신고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 받았다는 교원의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교원의 신고의무 미이행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은 사유를 보면 대개 이러하다. ‘아동학대범죄 여부가 애매해서 좀 더 지켜본 뒤 신고하려고’,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하는 동료교사를 신고할 수 없어서’, ‘다른 사람이 신고한 줄 알고’ 등의 사유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유의 대부분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지 못하고 과태료가 부과되었다. 아동학대는 의심만 있어도 즉시 신고해야 한다는 점이 이유였다. 아동학대범죄의 의심만 있어도 신고하게 함으로써 의심 사안들이 수사대상이 된다. 일부는 수사 결과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기도 한다. 이는 법에서 아동학대 신고의무를 확대할 때 이미 예견된 상황이다. 따라서 그 결과에 대해 신고자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종종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신고자인 교원에게 오인신고의 책임을 묻고, 보상을 요구하며 괴롭히는 경우를 본다. 그러나 아동학대의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으면 그 신고는 적법한 것이다. 교원은 신고의무자일 뿐 실제 아동학대 여부를 조사하거나 판단할 권한이 없으므로 결과적으로 아동학대가 아니더라도 전혀 책임이 없다. 많은 경우 교사에게 신고 전 보호자 확인 등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신고했다고 따지지만, 아동학대 신고지침에 따르면 의심되는 혐의자에 보호자가 포함되어 있는 경우에는 아동학대 증거가 은폐되지 않도록 신고 전 보호자에게 신고내용을 알리지 않아야 한다. 별론으로 신고인인 교원을 보호하기 위해 제일 중요한 점은 절대 신고인이 누구라고 인정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신고인 본인을 포함하여 어느 누구도 신고인 신분을 발설하거나 확인(인정)해 주어서는 안 된다. 신고인 보호제도가 있더라도 신고자가 확인되면 바로 위험상태에 놓이기 때문이다. 신고인의 인적사항이나 신고인임을 미루어 알 수 있는 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게 되면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되는데, 이러한 형사처벌 규정을 신고인에 대한 답변 거부 근거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교사의 법적 의무와 역할④-아동·청소년대상 성폭력범죄를 알게 되었을 경우 각급 학교의 장 및 그 종사자는 직무상 아동·청소년(만 19세 미만)대상 성범죄의 발생 사실을 알게 된 때에는 즉시 수사기관에 신고하여야 한다. 신고의무 위반 시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동·청소년(만 19세 미만)대상 성범죄와 관련해서는 미성년자 의제강간 규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성년자 의제강간(형법 제305조)은 만 13세 미만의 연소자(年少者)에 대하여 간음(또는 추행)을 하면 연소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상대방을 처벌한다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만 13세 미만의 연소자와 간음(또는 추행)한 사안에서 ‘연소자와 사랑하는 관계였다, 연소자가 동의했다’라는 사실은 범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기준인 만 13세 미만은 다른 나라에 비해 어린 축에 속했고, 연소자가 성인의 성적 행위로부터 충분히 보호받지 못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특히 N번방 사건의 발생으로 연소자가 ‘그루밍성폭력(피해자와 친분을 쌓은 뒤 피해자의 심리를 지배해 성적 가해를 하는 것)’에 취약하다는 문제가 제기되었고, 결국 국회는 2020년 미성년자 의제강간의 기준 나이를 만 16세 미만으로 상향하는 법률 개정을 했다. 주의할 점은 상향된 부분(연소자가 만 13세에서 만 16세 미만인 경우)은 상대방이 성인(만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상대방을 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처벌한다는 점이다. 즉 같은 미성년자 사이에서는 만 13세 이상~만 16세 미만이라고 하더라도 미성년자 의제강간을 적용하지 않는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폭력범죄를 알게 되어 신고하려고 할 때, 보호자가 신고에 반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에도 교원의 신고의무가 면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관련 지침의 내용이다. 따라서 신고를 반대하는 보호자에게 현재 모든 성폭력범죄에서 친고죄(피해자 등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범죄)가 사라졌고, 아동·청소년에 대한 성폭력범죄 발생 시 교원에게 신고의무 등 법적인 보호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야 할 것이다. 마치며 자살·도박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도 교원의 의무와 역할을 강조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학교 안과 학교 밖의 일은 구분되어야 한다. 또 학교 밖에서 해야 할 일을 학교 안으로 떠미는 것도 옳지 않다. 모든 문제해결에 교사를 활용해야 한다는 태도 역시 더는 묵과할 수 없다. 사회적 문제의 원인 대부분은 학교 밖에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은 「헌법」이 명시하는 국가 목표이자(제4조), 이의 실현을 위한 성실한 노력은 대통령(「헌법」 제66조)과 통일부장관 그리고 교육부장관의 의무사항이다(「통일교육지원법」 제8조). 그러나 학교 통일교육은 독립 교과목이 아닌 범교과학습주제에 불과하여 교육과정 연구를 제대로 할 수 없으며, 초·중·고 교사들의 교육시간 및 학생들의 학습시간은 연평균 7시간 내외로 매우 미흡한 실정이다. 통일교육과 관련한 2022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교과)의 개정(안)을 보면 설상가상으로 학교 통일교육은 현행 2015 개정 교육과정의 3분의 1 또는 4분의 1 정도로 축소될 전망이다. 만약 현재의 개정(안)대로 고시되고, 2024년 이후부터 이런 교육과정이 이뤄진다면, 우리나라의 학교 통일교육은 ‘빈사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 개발자들은 물론 관리 책임자인 교육부장관과 통일부장관 나아가 대통령까지도 「헌법」 또는 「통일교육지원법」이 명시하고 있는 직무적 책임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학교 통일교육과 관련한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안)의 주요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제시하는 범교과학습주제에 관한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범교과학습주제에 대하여 ‘교과와 창의적체험활동 등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 통합적으로 다루도록 하고, 지역사회 및 가정과 연계하여 지도한다’로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2022 개정(안)은 ‘교과와 연계하여 지도한다’만 남겨 놓고 나머지 내용은 모두 삭제할 예정이다. 삭제 이유는 학교교육과정 편성·운영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고 한다(교육부 보도자료, 2021.11.24.). 개정(안)대로 고시되면 범교과학습주제 교육에서 비교과(창의적체험활동) 교육이나 지역사회 및 가정과 연계교육의 법적근거와 타당성이 사라지게 된다. 따라서 범교과학습주제 교육은 기존 교육보다 절반으로 줄게 되는데, 10개 범교과학습주제 중 하나인 통일교육 역시 이에 해당한다. 범교과학습주제는 본래 국가·사회 또는 학습자의 요구와 필요에 따라 학교에서 가르칠 필요성이 있으나, 교과교육으로 실시하기에는 교육과정 개발·교사양성·학생들의 학습부담 등의 어려움이 있어, 국가가 여러 교과에서 교육하기를 권고하는 교육 또는 학습주제이다. 2019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무려 38개나 되었지만,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엄선하여 10개로 줄었다. 10개의 범교과학습주제는 아직 교과가 되지 못했지만, 오랫동안 국가·사회적으로 교육적 요구와 필요성이 강조된 교육주제들이다. 따라서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많은 선택과목 개설이 필요하게 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 선택과목으로 개설하는 조치와 결정이 매우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통일교육을 포함하고 있는 도덕과·역사과·일반사회과·지리과·국어과 등의 교과들이 통일교육시간을 확대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축소는 하지 말아야 한다. 통일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온 도덕과의 2022 개정(안)을 보면 초·중학교의 경우 2015 개정 교육과정과 비교할 때 절반으로 줄었다(초등학교는 24개 교육내용 요소 중 2개에서 21개 요소 중 1개로, 중학교는 23개 교육내용 요소 중 2개에서 21개 요소 중 1개로 축소). 또한 고등학교는 ‘생활윤리’에서 두 단원으로 가르치던 것을 ‘윤리문제탐구’라는 신설과목에 한 단원만 배치해, 학습자 입장에서는 절반으로 줄어든 셈이다. 도덕과 뿐만 아니라 통일교육을 하는 역사과와 사회과 등도 이와 유사하다면 교과 통일교육은 기존의 교육과정보다 절반이 줄게 된다. 셋째, 평화교육은 민주시민교육이 아닌 통일교육에 포함 또는 통합해야 한다. 2022 개정(안)은 범교과학습주제 10개 중 민주시민교육과 환경·지속가능발전교육은 모든 교과에서 가르치는 등 기존 교육보다 더욱 강화하고 있다. 또한 평화교육을 민주시민교육에 포함할지 아니면 통일교육에 포함할지 고민하고 있다. 2018년 통일부 통일교육원이 발행한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을 교육부가 수용하여 학교교육에 적용했고, 평화·통일교육에 관한 수많은 연구와 교육이 이루어온 사실을 고려할 때, 평화교육은 민주시민교육에서 다루거나 통합할 것이 아니라 통일교육과 통합되어야 한다. 특히 평화의 지속을 위해서는 통일(통합)이 필요하고, 통일은 지속적 평화 유지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서울대학교 통일 관련 연구원 명칭이 ‘통일평화연구원’인 이유를 깊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넷째, 교육부와 국립통일교육원은 교육과정평가원과 한국통일교육학회 등 관련 단체들과의 협업으로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 개정판을 속히 발간해야 한다. 국립통일교육원은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의 초판 발행에서 ‘이 자료는 완성본이라고는 할 수 없으며 앞으로 미래지향적인 방향에서 통일교육의 일관성과 균형성을 유지해 나가기 위하여 더 많은 의견을 지속해서 수렴하여 보완·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매년 발행하지 않고 수정이 필요할 때 개편할 예정이다’라고 밝히고 있다(통일부 통일교육원, 2018년).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 초판이 발행된 지 4년이 흐른 만큼 남북관계를 위시하여 많은 시대적 변화가 있었고, 7년 만의 2022 개정 교육과정 고시를 앞둔 만큼 국립통일교육원은 평화·통일교육: 방향과 관점 개정판을 속히 발간해야 한다. 다섯째, ‘평화와 통일(또는 통합)’과 같은 독립과목이 개설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의 지속과 남북 상생 및 공영을 위해서는 정권에 영향을 받지 않는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학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화와 통일에 관한 독립과목 개설은 필수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이 정권에 크게 영향을 받고, 인력과 재정이 부족한 통일부 산하의 국립통일교육원에서 교육지침을 만들고, 학교에서 1년에 몇 시간만 가르치는 현행 교육체제로는 온전하고 제대로 된 평화·통일교육 실행이 어렵기 때문이다. 아울러 평화통일에 관한 독립교과목의 개설은 교과교육과정 연구와 개발 그리고 교사양성 및 연수, 대학의 관련학과 개설 및 과목 개설 등을 가능하게 하는 매우 절실하고 중요한 과제이다. 평화와 통일에 관한 과목은 고등학교 교양 또는 진로선택과목으로 개설하는 것이 적합하다. 왜냐하면 2022 개정 교육과정이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많은 선택과목 개설이 필요하고, 학생들의 학습부담과 교사의 교육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모쪼록 2022 통일교육과정이 제대로 그리고 온전히 개정되어 학교 평화·통일교육이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통합 및 공영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수시전형과 본격적인 취업시즌을 앞 둔 2학기 초, 3학년들의 진로상담신청이 쇄도한다. 제각각 상황은 조금씩 다르지만, 고민은 거의 비슷하다.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으며, 앞으로 뭘 하고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사실 어릴수록 꿈은 거창하고, 장래희망은 뚜렷하다. 진로가 확실해서라기보다 현실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과 흥미를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멋있고, 재밌고, 돈 많이 벌 수 있는 것을 거침없이 꿈꾼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유학기제를 통해 다양한 진로체험활동을 하고, 교과마다 진로와 연결하여 수행평가도 하며, 여러 가지 학교활동을 통해 본격적인 진로탐색이 시작되지만 오히려 꿈은 사라진다. 제아무리 흥미와 적성이 있더라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능력 범위’ 안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현실의 벽’에 부딪힌 탓이다. 모든 상담이 어렵지만, 진로상담은 참 어렵다. 꿈이 사라진 아이들을 다시 꿈꾸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흥미와 능력을 파악해야 하고, 삶의 가치관도 생각해봐야 하며, 불확실한 것을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 어려운 걸, 교사가 해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말자. 늘 강조하지만, 꿈꾸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잘 해낸 것이다. 꿈을 실현시키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교사만큼 아이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사람도 드물다. 적어도 1년, 길게는 3년 동안 아이의 관찰하며 성장과정을 지켜보기 때문이다. 학생생활기록부의 행동발달사항이 대학입시와 취업에서 활용되는 이유도 교사의 판단을 신뢰하기 때문일 것이다. 누구는 공부를 잘하지만 배려심이 부족하고, 누구는 공부는 좀 못하지만 마음이 따뜻하고, 누구는 공부를 못하지만 손재주가 있고, 누구는 학급분위기를 살리는 재주가 있고, 누구는 소심한 성격 탓에 자신의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해 안타깝고…. 우리는 관찰한 모습을 토대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주면서, 뭔가 실마리를 찾도록 도와주면 된다. 무엇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과연 자신이 잘 해낼지 두려워 머뭇거릴 때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북돋아 주면 된다. ‘영끌(영혼을 끌어모아)’하여 모은 용기로 시작하는 아이들 곁에서 적당한 격려와 코치를 해주면 된다. 말은 쉽지만, 30여명의 학생들을 모두 이렇게 돌보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1학기를 보내며, 가장 안타까웠던 1~2명의 학생을 우선 상담해보자. 진로와 직업·진학은 서로 다른 말이다 진로는 자신이 설계할 미래이다. 그래서 ‘꿈’이고, ‘장래희망’이다. 하지만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직업이 곧 진로, 즉 삶의 최종목표인 것처럼 여기며 살았다. 어른들이 “넌 꿈이 뭐니?”라고 물으면 “저는 ○○○이 되고 싶어요”라고 구체적인 직업을 똑 부러지게 말해야했다. ‘넌 커서 뭐가 될래’라는 질문을 수없이 들으며, ‘커서 뭐가 되는 것’, 즉 진로와 직업이 동의어처럼 되어버렸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대부분의 진로상담도 직업상담 혹은 진학상담에 더 가깝다. 물론 내가 설계한 미래를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 적합한 학과,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져야 한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왜’ 그 꿈을 갖게 되었는지, ‘왜’ 그 직업(학과·대학)을 선택하려고 하는지를 아는 것, 즉 ‘의미’가 중요하다. 알다시피 ‘진로’는 단순히 돈을 벌어서 먹고 사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왜’라는 질문에 답을 못하면, 즉 의미를 모르면 내적동기가 생기지 않는다. 내적동기가 없으면 즐거움도 생기지 않고, 해야 겠다는 실천의지가 따라 붙지 않는다. 따라서 학교의 진로상담 목표는 ‘내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나의 일을 찾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어떻게, 즐거움을 찾을 수 있을까? 우선 자신의 흥미·적성(능력)·성격·가치관을 탐색해봐야 한다. 아이들은 종종 흥미·적성(능력)·성격·가치관·미래전망 등 진로선택에 필요한 것들을 혼동하거나,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땐 ‘평생 입어야 할 옷의 선택’에 비유해서 설명해주면 금방 이해한다. “성격이란 ‘입어서 가장 편안한 옷’이야. 흥미는 ‘입고 싶은 옷’이고, 가치관은 ‘갖고 싶은 옷’, 능력은 ‘가질 수 있는 옷’, 미래전망은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 옷’이야. 사람에 따라서 옷을 살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르잖아. 넌 어떤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이 모든 것이 일치하면 너무 좋겠지만, 그런 학생이 얼마나 될까? 흥미·적성(능력)·성격·가치관·미래전망 중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그에 따라 진로상담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입고 싶은 옷’이 가장 중요하다면 불편함을, ‘갖고 싶은 옷’이 가장 중요하다면 유행에 뒤처지는 아쉬움을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특히 ‘가질 수 있는 옷’을 사기 위해서는 능력을 키워야 함을 이해시키며,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노력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다. 특히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것’ 자체에 두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겐 현재의 능력으로도 살 수 있는 옷이 있으며,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가 많음을 이해시켜야 한다. “일단 지금 현재 네가 살 수 있는 옷을 골라보자. 벗고 다닐 수는 없잖니? 한 번 옷을 사면 다시는 못 사는 것도 아니니까, 또 사면 돼. 유행에 뒤처지는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이 더 촌스러운 거니까 갈아입어야지. 지금 당장은 이것밖에 못 사지만, 계속 업그레이드 시키면 된단다. 중요한 것은 ‘옷을 산다’는 거야.” 과거와 다르게 지금의 세상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직업 역시 있다가도 없어지고, 없던 직업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생겨난다. 불과 10년 전을 생각해보자. 반려동물을 위한 사업이 이토록 거대해 질 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과외’보다 ‘반려동물 산책시키기’ 아르바이트가 훨씬 수입이 좋은 시대이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10년 후의 흐름을 생각하며 진로상담을 해야 한다. 아이들은 잘 모른다. 정보도 부족하다. 그래서 우리를 찾아오는 것이다. 모른다고 타박할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같이 찬찬히 찾아보면 된다. 급할 것 없다. 생각은 다시 바뀔 수 있고,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오히려 너무 빨리 한가지로 정해버리면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기 더 어렵다. 큰 줄기를 정하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살펴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선택일지 모른다. 현실적 조언이 때로는 꿈을 좌절시킨다 꿈은 있지만, 말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종종 만난다. 이 아이는 왜 말하기 싫은 걸까? 자신의 꿈이 부끄러워서일까? 아니다. 실현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말하면 ‘네가?(네 주제에?)’라는 반응이 돌아오는 것이 싫기 때문이다. 어른들 중엔 종종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말하면, 그 꿈을 이루기 위한 현실적 조언, 즉 어느 정도의 성적이 필요하고,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지부터 설명한다. 혹은 그런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사회적 평판은 어떤지 등 우려와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마치 현재 너의 상태로는 어림도 없으니 주제 파악을 하고, 현실적으로 눈높이를 맞추라는 무언의 경고처럼 말이다. 혹은 그런 직업으로 먹고 살 수 있을지, 사회적 평판은 어떤지 등 우려와 걱정부터 늘어놓는다. 아이들은 시도도 해보기 전에 포기하고 좌절한다. 그래서 꿈을 잃거나, 다시는 꿈을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하고 싶은 것이 있었는데, 포기했어요.” “왜?” “뛰어나게 잘하는 것도 아니고, 지금 제 실력으로는 좋은 대학을 가기 힘드니까요.” “뛰어나게 잘하는 천재들만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는 거야? 나도 뛰어나게 상담을 잘하는 건 아닌데….” “그래도 선생님은 학교 다닐 때 공부를 잘 했잖아요. 저는 공부도 못하는 걸요.” “음, 공부를 잘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건 사실이야. 마트에서 물건을 살 때, 돈이 많으면 살 수 있는 게 많은 거랑 똑같지. 가진 돈이 별로 없으면 비슷한 걸로 사거나, 돈을 더 모아서 가거나, 구경만 하고 올 수도 있지. 돈 없다고 마트도 못가는 건 아니잖아. 적어도 내가 사고 싶은 것이 얼마인지 알아야 그만큼의 돈도 모을 수 있는 거 아니야?” 너무나 평범해서 오히려 진로를 못 찾고 힘겨워하는 아이도 있다. 이 세상의 80%는 평범한 사람들인데, 마치 죄인인 양 잔뜩 주눅이 들어있다. 백 명의 아이에게 백 명의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학교 교육과정은 너무 단순하고 획일적이다. 일단 공부를 잘해야 한다. 공부를 못하면 다른 것을 특별히 잘해야 인정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는 공부도, 노래도, 운동도, 그림도 그럭저럭 이다. 딱히 내세울만한 것이 없는, 지극히 평범한 이 아이들은 ‘자신은 잘하는 것도 없고, 그래서 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잘하는 것이 없으니 ‘뭘 해야 할지’ 모르겠고, 뭘 해야 할지 모르니 목표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도 모르겠고, 목표가 없으니 계획을 세울 수도 없다. 그런데 자꾸 어른들은 ‘꿈이 뭐냐’고 물으며, 똑 부러진 대답을 요구한다. 학생생활기록부 희망진로란에도 명확하고 구체적인 진로를 적어야 한다. 6년 동안, 혹은 고등학교 3년 동안 희망진로가 일치해야 한다. 전공적합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결국 아이들은 진로교육을 통해 꿈고문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빨리 꿈을 결정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되어 버릴 것 같은 불안감에 빠진다. 아직까지 딱히 관심 있는 것이 없을 뿐인데, ‘이렇게 아무 생각 없이 살다가, 밥벌이도 못하는 패배자’가 될까봐 불안해 한다. 그래서 나를 찾아오는 아이들의 대부분은 꿈고문으로 상처받고, 자신감을 잃은 상태인 경우가 많다. 특히 성격적인 부분을 말하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을 외친다. 이런 학생들을 일으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령 호기심이 많아서 이것저것 하기는 하는데 하나를 진득하게 하지 못하고 금방 흥미를 잃는 아이가 있다면 이렇게 말해보자. “너의 최대 장점은 넓고 얕은 지식이지. 넌 정말 시대를 잘 타고 난거야. 요즘은 인터넷에 접속하면 온갖 정보가 넘쳐나지. 어차피 인터넷과 정보싸움에서 지게 되어있어. 넌 호기심으로 얇지만 다양한 정보를 알고 있으니, 정보검색 능력만 더 갖춘다면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될 거야. 너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진로가 어떤 것이 있는지 알아볼까?” 반대로 한 가지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는 아이들에겐 다음과 같은 말이 도움이 된다. “넌 이 분야에서 최고인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거야. 어차피 주된 무기 하나만 있어도 적을 물리칠 수 있어. 하찮은 아이템 여러 개보다 현질해서 산 어마무시 아이템 하나면 끝장이잖아.” 성격이나 흥미, 가치관을 바꾸기란 어렵다. 따라서 최대한 학생이 가진 성격과 능력을 살리는 방향으로 진로상담을 해야 한다. 그리고 그 능력을 키우는 시작은 ‘의미부여’이다. 내가 왜 그걸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적동기가 있을 때, 아이들은 싫은 것도 견디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와 학교 (다니카와 순타로 지음, 이야기공간 펴냄, 40쪽, 1만4,000원)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 다니카와 순타로가 학교생활을 통한 성장기를 담았다. 책은 한 소년의 시점으로 학교생활을 전개해 나간다. 늘 즐거운 일만 있을 수 없다. 어렵고 힘든 일도 헤쳐 나가며 달려가는 과정은 어른들에게도 은은한 울림을 준다. 하타 고시로의 그림은 시 같은 문장을 돋보이기에 충분하다.
어린이를 위한 천재의 습관 (라이브 지음, 넥서스주니어 펴냄, 152쪽, 1만3,500원) 쓸데없는 것이라도 모두 적어야 직성이 풀리는 메모광 레오나르도 다빈치,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바쁜 하루를 보냈던 모차르트, 언제 어디서나 당당하게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나이팅게일 등 천재 66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재능보다 노력으로 이룬 업적, 그들만의 특별한 습관 등을 알아본다.
울보 선생의 명품 인생 (최관하 지음, 피톤치드 펴냄, 232쪽, 3만1,000원) 청소년 시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다양한 체험 속에서 분명한 방향성을 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저자는 책을 통해 올바른 멘토 역할을 소망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정체성, 자기관리, 친구와 이성, 관계형성과 대화법, 바른 가정 만들기, 그리고 진정한 나를 찾고 ‘명품 인생’을 사는 법 등을 제시한다.
내 꿈은 선생님 (이서윤 지음, 행복한나무 펴냄, 200쪽, 1만2,000원) 초등교사라는 직업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청소년 직업소설이다.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직업소설을 열두 살 ‘하늘이’의 판타지 모험 이야기로 풀어내 흥미를 자아낸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학부모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고,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교사의 인격과 교원임용제도 (손종호 지음, 박영스토리 펴냄, 326쪽, 2만 원) 책 구성은 제목에 충실하다. 제1부는 교사의 인격, 제2부는 교원임용제도에 대해 담고 있다. 제1부는 교육과 인격이 어떤 의미와 관계에 있는지를 살펴본다. 제2부에서는 미국·일본·핀란드·싱가포르의 교원임용제도를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 제도를 살펴보며 개선책을 찾아가고자 한다.
아이들이 즐겁고 선생님이 행복한 그림책 수업 (이복녀 지음, 북랩 펴냄, 202쪽, 1만8,000원) 그림책과 초등교과(국어·독서·창체)와의 관계 설정은 적절하다고 여기는 수석교사가 실제 수업경험을 녹여냈다. 저자는 그림책 속에서 즐겁고 행복한 수업을 위한 보물을 발견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단순한 그림책 설명에서 나아가 이야기·PPT·삽화 등의 자료를 연계한 수업을 안내한다.
여기서 마음껏 아프다 가 (김하준 지음, 수오서재 펴냄, 300쪽, 1만5,000원) 코로나시대 또 다른 영웅은 보건교사다. 등·하교 발열체크 및 긴급상황 대처, 방역물품 관리 등 학교를 지켜낸 일등공신이다. 20년 차에 접어든 저자는 방역담당자로서의 현장을 보여준다. 1일 평균 50명, 각기 다양한 증상의 학생을 대하며 마음의 상처까지 보듬어 주려는 제자 사랑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깡통아파트에 전세로 살면 전세금이 위험해진다 교사로 근무하던 시절 A 선생님이 교실로 찾아왔다. 본인이 전세로 살고 있는 빌라 주인이 사망했는데,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는 바람에 경매로 집이 넘어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한 이유는 전세금이 매매가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매매가는 자산의 크기고, 전세금은 부채의 크기다. 상속받으면 자산보다 부채를 더 많이 떠안는 셈이니 상속을 포기한 것이다. 현재 지방에서는 전세가보다 매매가가 낮은 아파트가 늘고 있다. 매매가보다 높게 전세를 들어간 것일까? 아니다. 전세로 들어갈 당시에는 전세가격이 매매가보다 낮았다. 하지만 부동산가격이 하락하면서 매매가가 전세가 아래로 내려가는 상황이 됐다. 그러면 부동산 보유자는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집주인이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그 가격에 맞는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이상 전세금을 돌려줄 수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집은 경매로 넘어가게 되고, 낙찰되더라도 낙찰금액이 매매가 이하이니 보증금보다 적은 돈을 돌려받게 된다. 다가구주택의 경우 깡통전세 사기사건이 종종 있었다. 원룸 전세금 총합이 7억이고, 건물 매매가격은 5억 정도인 다가구주택을 10채 이상 보유한 집주인이 전세금을 갚지 않고 전부 경매로 넘겨버린 사건이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전세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거나,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격차가 어느 정도 있는 집을 구하는 것이 좋다. 특히 빌라는 매매거래가 거의 없어 가격산정이 어렵고, 경매로 넘어갈 경우 낙찰가격이 매매가격보다 크게 낮을 가능성이 있으니 더욱 신경 써야 한다. 깡통아파트가 지방에 많은 이유는? 깡통아파트는 서울보다는 지방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은 다르게 책정된다. 전세가격은 실수요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입지가 좋거나, 신축이거나, 교육환경이 좋으면 가격이 올라간다. 반면 강남이어도 재건축 직전의 낡은 아파트는 전세가격이 저렴하다. 전세가격은 세입자가 살기 좋은 만큼 가격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반면 매매가격은 실수요 가격으로 움직이지 않고,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된다. 강남의 다 쓰러져가는 40년 된 아파트 매매가격이 30억이고, 전세가격은 4억이다. 그 이유는 이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으면 재건축을 해서 강남의 신축아파트로 바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반면 세입자는 이 수혜를 보지 못한다. 지방은 재건축하기가 쉽지 않다. 대지 가격이 높아야 대지지분의 가치를 바탕으로 재건축을 할 수 있는데 지방은 재건축을 하느니 논과 밭이 있는 옆 부지에 새로 아파트를 올리는 것이 더 쉽고 저렴하다. 재건축 가능성이 낮다 보니 아파트가 낡아도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르지 못한다. 여기에 다주택자 규제는 임대사업을 위축시켰다. 집을 사서 임대를 놓으면 다주택규제를 받게 되고, 절차도 복잡하다. 금리도 오르니 막상 남는 것도 없다. 그러면서 똘똘한 한 채가 유행하게 되었고, 지방 아파트를 사려는 수요가 급감했다. 그래서 매매가격은 내려가고 과거의 전세가격은 유지되면서 깡통아파트가 늘어나게 된 것이다. 금리인상이 깡통아파트를 늘리고 있다? 전세가격은 실수요 가격이다. 하지만 금리도 전세가격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대부분 사람은 전세금을 대출받아 충당한다. 은행의 전세보증금대출은 전세금의 80%, 청년은 90%까지 가능하다. 목돈이 없어도 전세를 살 수 있는 시대이다. 문제는 금리에 따라 이자가 크게 좌우된다. 2억을 대출받았을 경우, 금리가 연 2%이던 시절에는 연 400만 원, 즉 월 33만 원 수준의 이자를 내면 됐다. 반면 금리가 연 6%가 된다면, 이자는 1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럼 다시 생각해보자 월급 200만 원을 받는 사람에게 월이자 100만 원은 엄청난 부담이다. 그래서 전셋집을 구하러 다닐 때 좋은 집이 아니라 2억이 넘지 않는 전셋집을 구하게 된다. 금리가 올랐지만, 월급은 별로 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전셋집을 구할 수 있는 여력이 축소된다. 집주인은 더 많은 전세금을 받고 싶어도 그만큼의 돈을 지불할 세입자가 없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자연스럽게 하락하게 된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산 갭투자자는 지속적인 전세금 하락으로 세입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금액이 늘게 된다. 반대로 금리가 인하되면 대출이자가 낮아지다 보니 사람들이 더 비싼 전셋집을 구하려고 한다. 모두가 동시에 그러다 보니 집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전세가격이 상승한다. 이 시기에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유행한다. 전세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기 때문이다. 매매도 전세도 부담스러운 상황 지금은 대출금리가 올라서 매매도, 전세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거기다 은행들은 DSR로 대출기준을 삼기 때문에 나의 총소득과 총대출 비율을 정해 대출한도를 정한다. 전세대출을 받으면 DSR에 포함되지 않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전세대출에 신용대출을 더해 전세금을 마련하는 사람들도 많다. 대출한도가 막히느니 월세를 살면서 이자 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된다. 실제로 전세대출이자도 크게 늘어 월세와 큰 차이가 없는 경우도 많다. 2022년 5월 전세거래량은 40.5%, 월세거래량은 59.5%로 월세가 전세를 크게 앞서고 있다. 금리인상기가 오래가게 되면 세계에서 대한민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매매와 월세만 남게 될 것이다. 부동산 흐름을 보면서 나의 주거계획을 잘 세울 필요가 있다.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에서 임명희는 소설을 이끌어가는 주연은 아니다.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인 임명희는 주연들을 연결해주는 조연급이다. 예를 들어 결혼 직전 이상현에게 사랑을 고백하거나, 서희를 찾아가 이상현과 기화(봉순이) 사이에서 태어난 딸 양현에 대한 양육권을 달라고 하다가 거절당하는 역할 등이다. 그런데도 작가가 편애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게 묘사하는 인물 중 하나다. 소설에서 서희, 유인실과 함께 작가가 빼어난 미인으로 묘사한 여성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역관이어서 신분은 중인 출신이었지만, 임명희는 일제강점기 일본에서 대학을 나온 똑똑한 여성이었다. 혼기에 이르렀을 때 임명희는 청혼 아닌 청혼을 하면서 이상현을 떠보지만, 마음이 없음을 알고 친일파 집안의 장남 조용하와 결혼한다. 일본으로부터 작위와 은사금까지 받은 집안이었다. 원래 조용하의 동생 조찬하가 임명희를 마음에 두었는데 형 조용하가 이를 알고 선수를 친 것이었다. 하지만 조용하는 임명희와 결혼하고도 성악가와 바람을 피운다. 그러면서 임명희와 동생 찬하의 관계를 끊임없이 의심하며 임명희를 모욕하고 학대한다. 견디다 못한 명희는 이혼을 선언하고 남해안 통영에 내려가 지낸다. 그리고 암에 걸린 조용하가 자살한 후, 상당한 재산을 상속받아 서울에서 유치원을 경영하며 지낸다. 이 정도 역할인데도 작가는 자신이 창조한 인물 임명희에 상당한 호감을 갖고 있음을 여러 대목에서 드러낸다. 막판에 임명희가 지리산 조직에 거금 5,000원을 희사하는 것도 작가의 임명희에 대한 애정을 반영한 것 아닌가 싶다. 임명희를 옥잠화에 비유하는 대목도 작가의 호감을 반영한 것 같다. 해당 대목은 명희가 서울에 올라와 모란 유치원을 운영할 때 나온다. 일본 유학 선배 강선혜가 찾아와서 오십을 앞둔 두 중년 여인이 수다를 떨고 있는데, 집 뒤뜰에 옥잠화가 피어 있었다. 맛나게 점심을 먹은 강선혜는 식상하다고 하며 치마끈을 풀고 누울 자리를 찾는다. 명희는 옥색 누비 베갯잇의 베개를 벽장에서 꺼내주었다. …(중략)… “조선 옷에 양말이 될 말이냐? 기본은 지켜야지. 한데 이게 무슨 냄새지? 아까부터 나는데.” “냄새라니요?” “향수는 아닌 것 같고.” “아아, 옥잠화예요.” “옥잠화라니.” “뒤뜰에 피었어요. 지금이 한창이라 향기가 짙어요.” “어디.” 강선혜는 일어나서 뒤뜰 쪽으로 다가가 내다본다. 하얀 옥잠화가 꽃대를 따라 맺어가며 시작 부분에서는 활짝 꽃이 피어 있었다. 나무 그늘 아래 꽤 여러 포기 옥잠화는 무리지어 피어 있었다. “순백이라는 말은 아마도 옥잠화를 두고 표현했을 거야. 저런 흰빛은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다. 눈도 저 빛은 아니야. 어떤 꽃도 저 같은 흰빛으론 피지 않아. 백합 따위는 옥잠화에 비하면 지저분하지.” 코를 벌름거리며 냄새에 취한 듯, 선혜는 침이 마르게 옥잠화를 찬송하다가 풀어진 치마끈을 여미고 다리를 쭉 뻗는다. “옛날의 임명희가 저 옥잠화 같았지.” 이처럼 작가는 임명희에 옥잠화 같은 ‘순백’의 이미지와 좋은 향기를 부여하고 싶었던 것 같다. 임명희를 통해 식민지 시대 ‘여성의 삶’을 엿볼 수 있지만, 재력가 집안 여성이라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그런데도 편애에 가깝게 임명희에 대해 애정을 숨기지 않는 것은 어떤 의도에서였을까. 작가가 임명희에게 꽃 이미지를 부여한 것은 옥잠화만이 아니다. 임명희가 산장에서 남편 조용하에게 씻을 수 없는 모욕을 당했을 때도 방 창문 너머로 목련이 보이고, 나중에 명희가 자살을 기도했다가 살아났을 때는 매화가 등장하고 있다. 옥잠화·목련·매화 모두 작가가 명희에게 어떤 고결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주려고 선택한 것들인 것 같다. 순백의 꽃을 피우는 꽃, 옥잠화 옥잠화는 여름에 공원이나 화단에서 비비추와 비슷한데 순백의 꽃을 피우는 꽃이다. 소설 토지에 나오듯 ‘다른 데서 찾아볼 수 없는’ 흰빛이다. 중국이 원산지인 화단 꽃으로, 옥잠화라는 이름은 길게 나온 꽃 모양이 옥비녀 같다고 붙인 것이다. 옥잠화는 꽃이 해가 지는 오후에 피었다가 아침에 오므라드는 야행성 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흔히 보는 것은 시든 모습일 수밖에 없다. 어쩌다 밤에 옥잠화꽃을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싱그러운 모습으로 꽃 핀 것을 볼 수 있다. 옥잠화는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밤에 피는 꽃답게 향기도 매우 좋다. 옥잠화와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비비추가 있다. 공원이나 화단에 작은 나팔처럼 생긴 연보라색 꽃송이가 꽃대에 줄줄이 핀 꽃이 비비추다. 꽃줄기를 따라 옆을 향해 피는 것이 비비추의 특징이다. 비비추는 원래 산이나 강가에서 자라는 식물이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화단 등에서 흔히 볼 수 있으니 원예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야생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비비추라는 이름은 봄에 새로 난 잎이 ‘비비’ 꼬여 있는 취 종류라는 뜻에서 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비비취’에서 비비추로 바뀐 것 같다는 것이다. 비비추와 옥잠화는 잎 모양으로도 구분할 수 있는데, 비비추 잎은 길고 뾰족한 편이고 옥잠화 잎은 둥근 편이다. 잎 색깔도 옥잠화는 연두색이고 비비추는 진한 녹색인 점도 다르다. 비비추·옥잠화를 포함한 비비추 집안 속명이 ‘호스타(Hosta)’다. 그래서 개량한 비비추 종류를 뭉뚱그려 그냥 호스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스타 식물은 원래 한국·중국·일본에만 분포하는 동아시아 특산식물이다. 그런데 미국과 유럽 등 서양에서 비비추속 식물의 판매가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선호도가 높다고 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3,200여 종의 다양한 원예품종을 개발해 가꾸고 있을 것이다. 비비추 종류 중에서 꽃들이 꽃줄기 끝에 모여 달리는 것이 있는데, 이건 일월비비추다. 높은 산의 습한 곳에서 볼 수 있다. 잎이 넓은 달걀모양이고, 가장자리는 물결치는 모양이며, 잎자루 밑부분에 자주색 점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꽃이 나선형으로 피는 비비추 종류도 있다. 원래 흑산도에서 자라는 꽃이라 이름이 흑산도비비추다. 잎은 두껍고 반들거리는 것이 특징이다. 광릉 국립수목원에 가면 비비추 전문 전시원이 따로 있다. 다양한 비비추 종류와 품종들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국립수목원에 가면 한번 들러서 다양한 비비추 종류들을 보며, 박경리가 사랑한 인물 임명희를 떠올려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신경호 교육감은 역대 강원도교육감 중 최초의 중등출신 교육감이다. 강원대 사대를 나와 수학교사로 첫발을 내디딘 이래 교감·교장·장학사·장학관·교육장을 거쳐 교육감 자리에 오른 ‘정통 교육맨’.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중 교수직과 관리직을 모두 거친 인물로는 그가 유일하다. 신 교육감은 지난 7월 13일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학력을 가장 많이 강조했다. 학생들의 학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라면 어떤 난관도 뚫고 나가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실제 그는 지난 6월 치러진 교육감선거에서 핵심공약으로 학력신장을 내세웠다. 수능 꼴찌 강원도의 오명을 반드시 벗겠다며 지지를 호소했고, 도민들은 그의 손을 들어줬다. 신 교육감은 이날 인터뷰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해 1,000여 명 이상의 학생들이 도내 국립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다는 현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교육청 책임이 크다고 했다. 수능 모의고사를 치른 뒤 출제경향 분석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적도 있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재임하는 동안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의 수능 대응력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초등 4학년부터 전수평가를 실시하여 학생들의 학력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개개인에게 맞는 진단과 처방을 내리겠다고 다짐했다. 12년 만에 진보에서 보수로 교육감이 교체된 데 따른 인사정책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러면서도 “절대로 코드인사는 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신경호의 교육정책과 철학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전임 교육감과 함께 일했다 할지라도 필요한 부서에 배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야전에서 아이들을 사랑하며 교육에 매진했던 분 중 추진력을 갖춘 인재들을 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혁신학교에 대한 예산 지원 특혜 등은 폐지하갰다고 밝혔다. 대신 자사고와 특목고는 존치하여 수월성교육을 강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국제중·고교를 설립하겠다는 복안도 내비쳤다. 강원도를 교육도시로 만들겠다는 신 교육감. “강원도에 가면 공부 잘한다는 소리를 대한민국 국민들로부터 꼭 듣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늦었지만 당선과 취임을 축하한다. 어떤 교육감이 되고 싶은가. “12년 만에 교육감이 바뀌었다. 앞으로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그만큼 기대와 우려가 크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최선을 다해 ‘기대는 설렘’으로, ‘우려는 안심’으로 바꾸겠다. 강원교육이 미래를 열어주는 더 나은 교육이 되도록 학생·학부모·교직원 모두의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 취임 일성으로 학력신장을 강조했는데 어떻게 추진되나. “탄탄한 기초·기본학력이 진로진학의 바탕이 되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매 학년 기본학력 성취도가 분석되고 그에 따른 학생 맞춤형 지원을 실시하고자 한다. 또 체계적인 운영을 위해 ‘학생성장종합지원센터’를 설치, 학생의 학습은 물론 정서·심리, 경계선지능을 함께 지원하는 다중지원체제를 갖출 생각이다. 현재 구체적인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데, 아마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학력진단 전수평가를 하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전수평가를 해야 학생들의 부족한 점을 알 수 있다. 일단 초등학교는 4학년부터 시작한다. 5학년까지 한 학기에 1회 정도 실시할 생각이다. 6학년 땐 학기당 2회를 실시한다. 중학교는 자유학년제를 자유학기제로 바꿔 1학년 2학기와 3학년 2학기 때 자유학기제를 시행하겠다. 따라서 1학년 1학기엔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치르게 될 것이다.” 고등학교 시험을 수능형으로 출제한다고 하던데 대입전략을 정시 중심으로 바꾼다는 의미인가. “지금까지 강원도는 대입지도를 수시전형 위주로 해왔다. 그러나 소규모학교가 많은 강원도 입장에서는 불리한 전략이다. 앞으로는 정시와 수시를 모두 대비하는 입시전략을 구사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 고등학교 내신평가시험은 수능형 문제로 출제할 생각이다. 국어·수학·영어과목이 대상이다. 앞서 언급한 학생성장종합지원센터에서 수능형 문제지를 개발, 학생들이 치르도록 할 계획이다. 솔직히 그동안 대입에서 정시준비를 안 해왔다는 걸 이해할 수 없다. 모의고사를 보고 난 뒤 문항 분석이나 출제경향 분석도 제대로 안 한 것 같더라. 수능최저학력기준을 못 맞춰 지역 국립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학생이 1,200여 명에 이른다. 개탄할 일이다. 이번 여름방학과 하반기부터 소인수 교과형 방과후를 무상으로 지원, 대학진학을 많이 시키는 강원교육을 만들겠다.” 구체적인 목표가 있나. “당장 올해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학생들이 단 한 문제라도 더 맞힐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임기 말쯤이면 수능성적을 전국 중위권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다.” 교원 수급을 둘러싸고 교육계 우려가 깊다. 학령인구가 줄었다는 이유로 교원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교육문제를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 된다. 코로나19 이후 학력부진이 큰 문제로 대두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교사가 필요하다. 학급당 학생수를 20명 이하로 낮추고, 초등학교 등에는 교실수업에 두 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학습효과를 높이려면 교사를 더 증원해야 한다.” 행정안전부나 교육부는 정원 감축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데. “아이들의 학력을 높이려면 (교육감이) 할 건 해야 한다. 정부가 교원 정원을 감축하더라도 자체적으로 수단을 마련해 대응할 것이다. 교육감협의회 차원에서도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본다.” 9월 1일 자 교육전문직 인사를 앞두고 관심들이 많다. 첫인사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인사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원칙이다. 원칙을 얼마나 잘 지키느냐가 관건이다. 인사내신에 입각한 인력배치를 할 것이다. 또 적재적소에 배치할 것이다. 새롭게 요구되는 교육정책을 현장에서 잘 녹여낼 수 있는 인재들을 찾고 있다.” 그동안 진보교육감들은 ‘코드인사’라는 비판을 많이 받았는데. “난 코드인사 안 한다. 능력 위주 인사를 하겠다. 또 전임 교육감과 함께 일했다 하더라도 추진력 있고 새로운 교육에 도움이 된다면 발탁해 필요한 부서에 배치할 계획이다. 신경호 교육정책의 핵심 키워드인 학력신장에 열의를 가진 분들을 모실 것이다.” 7월에 열린 전국 시·도교육감정기총회 발표문에 교육에는 보수도 진보도 없다는 문구가 나온다. 이 말에 동의하나. “교육은 아이들이 인생을 반듯하고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여기에는 보수와 진보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실제 이번 선거에서 당선된 진보교육감들조차 학력에 높은 관심을 가진 것은 좋은 예이다. 진보교육이 국민들로부터 지지받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가 하향평준화 때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평등교육도 중요하지만 수월성교육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교육이든 사람이든 차별은 안 되지만 차이는 인정해야 한다.” 수월성교육과 관련 특목고나 자사고에 대한 입장이 궁금하다. “당연히 존치돼야 한다. 민족사관고나 강원외고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강원도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국제중·고등학교 설립도 추진할 생각이다. 교육의 도시 강원도, 교육특구 강원도를 만들겠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강원도에 가면 공부 잘한다”라는 말을 듣고 싶다. 교육을 통해 인구 유입도 늘리고, 경제도 살리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예체능 분야 수월성교육에 대해서는 어떤 복안이 있나. “그동안 생활체육에 많은 투자가 이뤄졌다. 이제는 엘리트체육에도 관심을 기울여 뛰어난 선수들이 마음껏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학생 선수의 경우 출전 일수도 제한돼 있고, 그나마 주말에만 경기를 하다 보니 실력을 쌓을 기회가 적다. 때문에 우수한 선수들이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거나 방송통신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훈련을 한다. 그들에게 더욱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신 교육감은 수학교사 출신이면서도 스포츠에 능하다. 특히 연식정구는 수준급 실력의 소유자다. 중학교 때 훈련이 끝난 뒤 선생님이 학교 선수들에게 짜장면 사주는 것을 보고 너무 부러워(?) 선수생활을 시작했다. 훈련 중에는 수업을 듣지 못해 친구들 노트를 빌려 베껴 쓰면서 공부를 했다. 그러기를 3년, 호롱불 밑에서도 책을 놓지 않았던 소년은 명문 춘천고에 진학한다. 최근 초등학생들의 교원침해사건이 사회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대책이 있다면. “인권에는 책임이 뒤따른다. 이제는 학생들에게 책임 있는 인권을 가르쳐야 한다. 또 교사에게는 가르칠 의무가 있다는 점도 반드시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인권이 정당하게 보호받고, 교권이 존중된다. 교권이 살아야 교육이 산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선생님들을 보호할 수 있도록 교권 전담 변호사를 늘리고 소송에 대비한 보험도 마련할 생각이다. 다른 시·도교육감들과 힘을 모아 교권수호에 앞장서겠다.” 요즘은 정말 선생님 하기 힘든 세상인 것 같다. “그래서 교직은 성직이라는 말이 나온 것이다. 종교 지도자만 성직자가 아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준비해 주는 선생님도 성직자다. 우리는 그런 페스탈로찌가 돼야 한다. 비록 고통스럽고 힘들지만 마음으로 안고 보듬어 줘야 할 아이들이 우리 주변에 너무 많다.” 혁신학교는 폐지할 것인가. “강원도형 혁신학교인 ‘강원행복더하기학교’는 2011년부터 도입돼 45개 학교가 운영 중이다. 혁신학교엔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일반화하겠지만, 편중된 예산으로 일반학교에 불이익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공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혁신학교에 주어졌던 추가예산 지원과 같은 특혜는 모두 폐지할 생각이다.” 윤석열 정부는 돌봄정책을 특히 중시한다. 강원도교육청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나. “지난 교육감선거에서 맞벌이 부부의 돌봄 요구를 100% 수용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다만 학교 안에서 모든 돌봄업무를 담당하기에는 부담이 있다. 특히 교사들 부담이 크다. 때문에 정규교육과정은 학교에서 책임지되 이후 돌봄업무는 지자체의 협조를 통해 바통터치가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현재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이 문제를 의견조율하고 있다. 아울러 돌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시설 확충이다. 돌봄교실 확충에 노력을 기울여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를 맡길 수 있도록 하겠다.” 유보통합도 윤 대통령 핵심 교육공약이다. “유보통합은 반드시 필요하다. 교원 수급 부분에서 난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사실 농어촌 지역에는 어린이집도 유치원도 없는 곳이 많다. 요즘 같은 여름철이면 저녁 7~8시까지 밖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아이들을 맡아 줄 곳이 없으니 부모들로서는 난감하다.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 지역부터 유보통합을 실시해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안을 제시하고 싶다. 병설유치원 등에서 아이를 맡아 준다면 출산율도 좀 오르지 않을까.”
아침에 울리는 문자 알림 소리는 긴장을 불러온다. ‘선생님 오늘 체험학습인데 김밥 사러 가시죠? 가실 때 우리 아이 것도 한 줄 부탁드려요. 제가 일찍 나가봐야 해서요.’ 문자 내용에 절로 고개가 꺾인다. 교사는 감정노동자이다 교사에게는 강한 인내심과 높은 도덕성이 미덕으로 요구된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시달리는 교사들은 정신적·신체적으로 위협이 될 만큼의 스트레스를 겪는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들은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지 않거나, 규칙을 지키지 않거나,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만나면 화가 나기도 하고, 보호자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조차 교사에게 일임한 채 원망을 늘어놓는 학부모를 만나면 회의와 함께 좌절이 몰려온다. 학교는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감정 공간’이다. 학교의 주요한 주체 중 하나인 교사 역시 학교에서 다양한 감정을 경험하지만, 사회적으로 허락된 감정들 이외의 감정은 억압된다. 무리한 요구를 당연한 권리로 여기는 학부모, 민원 앞에서 교사의 권리를 외면하는 관리자, 고결한 도덕성과 희생정신을 요구하는 사회적 기준, 이 모든 것들이 교사라는 직함 앞에 붙어 교사의 행동과 감정을 구속한다. 그리고 이러한 ‘교사다운 감정’, ‘교사다운 태도’의 지나친 요구들은 많은 교사의 스트레스 요인이 되고 있으며, 교사들을 ‘감정노동’에 시달리게 하고 있다. 연평균 3천 건에 달하는 교권침해 교육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2015년∼2019년)간 학생·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거나 성희롱하는 등의 교권침해는 무려 1만 3,756건으로 연평균 3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생에 의한 심각한 교권침해(폭행·성범죄 등)는 최근 5년간 2배 이상 증가하는 등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이러한 학교 현실을 반영하듯 선생님들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으며, 의원면직 및 명예퇴직 신청 등으로 교단을 떠나기까지 하고 있다. 또한 2020년 한국교총에 접수·상담 된 총 402건의 교권침해 상담사례를 학교급별로 살펴보면 유·초·특수학교는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았고(84건, 36.52%), 중·고등학교는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가장 많았다(중학교: 33건, 44.59% / 고등학교: 29건, 32.58%). 유형별 현황은 ‘교직원에 의한 피해’가 143건(35.57%)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뒤를 이어 ‘학부모에 의한 피해’ 124건(30.85%), ‘처분권자에 의한 부당한 신분 피해’ 81건(20.15%), ‘제삼자에 의한 피해’ 30건(7.46%), ‘학생에 의한 피해’ 24건(5.97%) 순으로 집계되었다. ‘학부모에 의한 피해’의 주요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늦은 밤이나 주말에 전화해 “뭐하냐, 시집은 언제 갈 거냐”와 같은 개인적인 질문을 비롯해 반말·욕설을 수시로 하고 “수업도 안 하는데 월급을 왜 받냐, 나 무시해서 전화 안 받냐”는 등의 지속적인 폭언이다. 또 1년 동안 국민신문고를 통해 100여 건의 민원을 제기하고, 3년여에 이르는 교육과정·수업안을 일일이 확인하며 실제로 실시했는지까지 따지는 일도 있었다. 시험을 치른 뒤 서술형 문제의 답에 대해 학부모가 정답이 아닌 것을 가져와 정답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교사들의 감정노동은 사적 영역 아니다 교사의 감정노동은 학교의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 요구에 따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교사의 감정노동은 표면적으로는 교육주체 간의 상호작용에서 발생하는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 교육체제의 변화와 학부모의 참여를 강조하는 교육정책 등 사회문화 및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교사의 감정노동을 연구한 결과들을 살펴보면, 교사의 감정을 고려하지 않는 학교 및 교육정책 속에서 교사는 자신의 감정을 끊임없이 소외시키며 주어진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감정 불일치와 감정 부조화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며, 이는 결국 육체적·정신적 소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이렇듯 교사의 감정노동이 사회적 문제현상이 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감정 부조화와 감정적 상처 해소를 위한 감정관리(emotion management)는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원이 아닌 사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래서 교사들은 부당하다고 생각되거나 억울한 일이 있어도 어디에 토로할 수도 없고, 대부분은 참고 견뎌야 한다. 선행 연구들은 교사들의 감정노동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교사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 연수나 감정적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심리·상담프로그램 제공 등을 제도적인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제시되는 ‘제도적’인 해결책들은 감정노동을 일으킨 사회·구조적 문제에 주목하기보다 교사 개인의 감정조절역량을 키우거나, 개인의 심리치유를 강조하면서 또다시 교사의 감정관리문제를 개인적 영역으로 국한해 버린다. 교사들의 감정 부조화와 부정적인 감정 경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감정관리전략의 개인화와 ‘근본적 해결 없는 감정노동 대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구성원의 감정적 삶(emotional life)을 돌보는 조직문화의 변화가 필요하다. 제도적·정책적 보완책 필요하다 감정노동자로서 교사들은 학생·학부모·동료교원들과 상호작용하며 직무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속박을 경험한다. 하지만 그동안 교사의 감정노동에 대한 관심은 피상적이었을 뿐, 교사가 경험하는 감정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이 부족했었다. 교사·학생·학부모의 감정은 학교 안에서 맺은 다양한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서로 간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보여주기도 한다.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은 사회적 현상이며, 학교라는 공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사·학생·학부모의 다양한 감정 경험과 특징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교사 본연의 업무인 가르침에 충실할 수 있도록 교사의 교육환경과 근무조건 개선, 교권강화 대책과 같은 법률적·정책적인 구조적 지원을 통해 교사들에게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지금까지 교사의 감정노동은 사회·구조적인 문제보다는 교사 개인적인 일로 치부하면서 교사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했다. 교육은 가정·학교·사회의 삼위일체이다. 따라서 감정노동자로서 교사의 교권을 지켜줄 수 있는 제도적·정책적 뒷받침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선결과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