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48,544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남명호(한국교육과정평가원 평가조정위원) 교육부는 지난 1998년에 ‘200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총점을 폐지하고 1∼9등급으로 나누어 등급을 제공하며, 5개 영역별로는 점수와 그에 따른 백분위점수와 등급을 함께 주기로 하였다. 교육학자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한 세미나와 각계각층의 인사를 대상으로 수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마련한 개선안의 내용 가운데, 총점과 총점에 의한 백분위점수(석차)를 폐지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은 누구나 다양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이러한 잠재력은 모든 교과에 걸쳐 나타나기보다는 개별 교과 또는 특정 교과에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수능 총점에 의한 선발 방식은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계발시키려는 교육과정 운영을 무력화할 뿐더러 학생에게 이것저것 고루 잘하는 만능인이 되도록 요구함으로써 학생의 수험부담이 과중되고 결과적으로 인적자원의 양성에도 고비용 저효율을 가져오게 된다. 지난 12월 4일 발표된 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 연구(PISA) 결과는 이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OECD 32개 국가 중 우리 나라 학생의 성취 수준은 과학 1위, 수학 2위, 읽기 6위 등 세계 최상위에 속하지만, 상위 5% 학생들의 점수는 수학 6위, 과학 5위, 읽기 20위로 떨어진다. 특히, 읽기는 OECD 전체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원인이 무엇인지는 앞으로 충분히 연구해야 할 과제이다. 하지만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우리 나라의 교육이 학생에게 모든 과목을 두루 다 잘 하도록 하여 결과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 뛰어난 능력을 기르는 데는 실패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같은 병폐를 고치기 위해 총점이 아닌 영역별 점수로 학생이 가지고 있는 적성과 특기를 고려하자는 것이 새 입시제도의 취지였던 것이다. 학생들의 과중한 수험 부담을 덜어주는 동시에, 관심이 있고 적성에 맞는 과목을 깊이 있게 공부하도록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모든 분야를 두루 잘하는 학생도 필요하지만, 어느 한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이는 학생에게도 관련 전공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 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총점주의는 대학간에 상존해 있는 서열을 더욱 고착화하여 대학의 다양화와 특성화를 통한 대학간의 선의의 경쟁을 사라지게 한다. 그리하여 우리 사회에 만연한 학벌주의의 타파는 더욱 요원하게 된다. 다행스러운 것은 총점 석차에 의한 학생 선발이 어려워지면서, 대학에서도 교육 이념과 설립 목적에 따라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활용한 전형방식의 특성화·다양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즉,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기록, 비교과 기록, 수능 성적, 수능 등급, 면접, 논술, 실기고사 등 전형자료가 다양화하고 있을 뿐 아니라, 이들 자료의 반영 여부와 그 방법이 대학별 모집단위에 따라 독특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3년 전부터 폐지하기로 발표한 총점 석차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교육 정책의 공신력을 떨어뜨림은 물론, 모처럼 확대되고 있는 다양한 전형자료를 통한 학생 선발이라는 바람직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된다. 물론, 절반이 넘는 대학이 금학년도 입시에서 5개 영역 전체 성적을 반영하고 있는 현실에서 총점 석차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진학지도 교사와 학생, 학부모에게 불편을 줄 것이다. 하지만, 진학지도를 맡은 선생님들은 조금 힘이 들더라도 총점 석차에 의해 진학 지도를 하기보다는 학생이 수능의 어떤 영역에 강점이 있는지, 그리고 평소 학교 생활에서 나타난 학생의 적성과 소질, 내신 성적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진학지도를 해야 할 것이다. 총점 석차에 의해 점수대별로 일렬로 줄세운 대학이나 학부(과)에 학생을 끼워맞추는 방식은 이미 진학지도라고 할 수 없다. 다행히, 일선의 많은 교사들은 금학년도에 총점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고 이에 대한 대비를 해 온 것으로 안다. 총점 석차 정보에 의한 진학지도가 사라져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2003학년도 고등학교 신입생들은 7차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받게 되므로 이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5학년도에는 새 교육과정의 특성을 반영하여 개편한 수능시험을 보게 된다. 지난 12월 28일 발표된 개편안에 따르면, 학생들은 6개 영역 중 선택에 따라 일부 영역만 응시할 수 있게 되어 있다. 특히, 사회탐구영역은 11과목 중 4과목, 과학탐구영역은 8과목 중 4과목을 각각 선택하게 되므로 학생마다 각기 다른 과목의 시험 준비를 하게 된다. 대학에서 요구하는 시험 영역과 과목 또한 모집단위별로 다양할 것이므로 총점의 개념은 사실상 무의미하게 된다. 고등학교는 학생의 소질과 적성을 무시한 채 사설 입시 기관이 작성한 대학 및 학과 배치기준표에 의해 학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비교육적인 진학지도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할 것이며, 여전히 총점에 의해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은 영역별 점수를 고려하는 선발 방식으로 전환해야 2005학년도에 큰 혼란없이 입시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인적자원 이외에 가진 게 별로 없는 우리 나라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살아남는 유일한 길은, 소질과 적성이 다양한 인적자원을 효율적으로 양성하여 각 분야에서 뛰어난 인재를 많이 길러내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총점 석차제 폐지는 그 점에서 효율적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첫걸음이다.
황인표(서울 보성고 교사) 평가의 본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그 중 하나는 변별력 즉, 선발을 위한 기능이고, 다른 하나는 성취도 측정을 위한 기능이다. 우리 나라에서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를 보면, 전자 즉 선발을 위한 평가의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 몇 년간 수학능력시험은 새로운 교육 정책을 살린다는 취지에서 난이도를 낮추면서, 성취도 중심의 평가로 전환되는 것 같은 모양새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2001년 너무 쉽게 출제된 수학능력시험으로 인해서 변별력을 상실하더니, 2002년에는 너무 어려워 평균 60~70점 정도의 점수하락을 가져왔다. 학교 현장은 당황했고, 수험생들은 아연하였으며, 학부모들은 혼란스러웠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이 수학능력시험이 어렵게 출제된 것을 사과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와 같은 혼란이 일어나게 된 본질은 선발에 있어서 줄 세우기를 차단하고 다양한 선발 방식을 유도한다는 취지에 입각하여, 선발에 결정적 변수인 ‘총점 석차’를 발표하지 않은 데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러한 사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은 평가정책(評價政策)과 평가문화(評價文化)의 괴리(乖離)에 있다. 우리 나라에서 수학능력시험은 국가가 어떠한 정책의도로 가든지 선발의 기능을 수행해주기를 기대하는 학부모들과 대학 당국자들의 안이함 때문에, 새로운 평가 문화의 정착은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기능을 한꺼번에 확 바꿀 것이 아니라, 대학들로 하여금 다양한 선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준비기간과 여건을 마련한 후에, 자연스럽게 그 기능이 변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유도하면서 국가적 평가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갖추어야 할 조건이 있다. 첫째, 안정적이고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시험의 기능은 준비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근거를 삼을 수 있는 준거(準據)를 충실히 제공하여야 한다. 그것이 선발의 기능이든 성취도의 측정 기능이든 평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점수분포를 유도할 수 있는 난이도를 유지해야 한다. 동시에 수험생과 학부모, 교사들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현재, 대학들은 특별한 입시 대안을 갖고 있지 않고,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입시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고 있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에 대한 기대의 눈들이 한 해에 70~80만 명, 넓게는 500만 명에 이른다. 그들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리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둘째, 차제에 수학능력시험이 완전히 성취도를 확인하는 시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고, 선발은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도구를 개발하도록 하여야 한다. 대학 수학능력시험이라는 명칭이 암시하듯, 학생들이 과연 대학교육을 받을 기초 소양을 갖추고 있는가 즉, 학생들이 최소한의 성취를 이룩하였는가를 측정하는 도구로 자리잡도록 그 역할을 변경하여야 한다. 셋째, 출제위원의 구성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 현재의 수학능력시험은 출제위원을 대학 교수들로 구성하고, 검토위원을 교사로 구성하고 있다. 수학능력시험 출제의 실제를 보면, 문항 출제는 출제위원의 고유 업무로 하고 있고, 출제 문항에 대한 검토는 형식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출제위원 구성은 수학능력시험 문제가 난이도 조절을 실패하는 결정적 요인 중의 하나가 되고 있고, 평가의 본질을 변화시키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이 문제는 단순한 인적 변화의 차원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인적 구성 절차이다. 안정적인 난이도를 위해서 학생들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일선 교사들이 출제 위원 구성의 중심을 차지하여야 하고, 교수들은 검토위원이나 또는 일부 적은 비중의 출제위원으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다. 우리의 교육 당국은 수학능력시험을 하나의 자격 시험으로 역할을 낮추고, 그러한 모양새를 위해서 총점과 석차로 발표하는 것을 금하고, 등급제로 발표를 했다. 그런데 문제는 형식적인 약속만을 지키고 실질적인 것을 지키지 않은 것이 더 큰 문제다. 총점제를 폐지하고 수능석차를 발표하지 않으려면, 그에 맞는 조건을 갖추어 놓고 하여야 한다. 그런데 올해의 입시 현장도 여전히 수학능력시험의 의존도가 막대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형적인 틀만 바꾸어 놓으면, 골탕을 먹는 것은 바로 학생들이요, 학부모요, 진학지도 교사들이다. 교육은 백년대계이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이다. 그러한 교육을 충분한 준비와 공감대가 없이, 주변 여건의 개선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는 것은 너무도 무책임한 일이다.
임형칠(광주 정광고 교사) 지난 7월 중순부터 한 달 가까이 (사)대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문화관광부, SBS,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조직위원회, 강원일보, 광주일보, 대전일보, 매일신문, 부산일보, 제주일보가 후원하는 세계 6개 대산맥의 ‘2001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중 유럽 카프카스 탐사대장으로 탐사활동을 벌였다. 전국의 대학생들과 함께 지구촌 오지를 찾아 거칠고 황량한 대자연 속에 한국인의 진취적 기상과 불굴의 도전정신을 새기고 돌아왔다. 필자는 처음 기획단계에서부터 준비위원회의 집행위원장으로서 탐사대를 조직하고 훈련하여 지난 여름방학 기간을 통해 등반한 유럽 최고봉 엘브루즈를 비롯한 러시아 카프카스 산맥의 산군들을 등반한 것이다. 올해로 교육에 몸담은 지 21년인 필자로서는 방학 기간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매년 한 차례씩 해외원정 등반을 해온 것이다. 대자연 속에서, 죽음과 삶의 갈등 속에서, 지구촌의 거대 산맥에 큰 산들을 오르내리면서 느끼고 경험했던 내용은 자신은 물론 학교 현장에서도 수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동안 ’81년 일본 북알프스 등반을 시작으로 히말라야의 안나푸르나Ⅲ봉, 4차례의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48m) 등반, ’88년 한국 최초 세계 4위의 로체봉(8,516m) 등정, ’99년 KBS가 히말라야 등반 전과정을 TV로 생중계한 캉첸중가(8,586m)의 원정대의 원정대장으로 등반한 것을 비롯하여 20여 회의 히말라야, 유럽 알프스 등 해외원정 등반 및 트래킹을 해왔다. 히말라야 등반 중 3차례에 걸쳐 4명의 동료대원을 잃기도 하였다. 이번 등반은 카스피해에 접해 있는 독립국가연합의 아제르바이젠 공화국 수도 바쿠에서 북서쪽으로 흑해를 향해 1,500km의 길이로 뻗어있는 카프카스산맥이 목적이었고, 이 산맥은 동서양을 나누는 역할을 한다. 코카서스산맥이라고도 부르는 이 산맥은 또한 남북으로도 110∼180km에 이르는 넓은 산자락을 펼치고 있어 전체적으로 커다란 산군을 이루고 있다. 이번 등반 중 엘브루즈를 중심으로 센트럴 카프카스 지역의 등반기를 소개한다. 도전 사흘만에 엘브루즈 정복하다 영광의 엘브루즈! 그들의 눈에는 대륙이 담겨 있었다. 엘브루즈 여신이 빚어낸 카프카스 산군의 장엄한 파노라마가 사방으로 너울져나갔다. 구름을 뚫고 홀연 치솟아 오른 봉우리들, 광대한 설원과 초원구릉, 원시림에 둘러싸인 호젓한 산마을. 유럽과 아시아의 모든 것들이 그들의 발 아래 있었다. 지난 7월 중순 세계 6개 대산맥을 향해 대장정에 오른 ‘2001 한국 청소년 오지탐사대’. 그중 유럽 카프카스 탐사대(단장 이병완·대장 임형칠) 대원 12명은 같은 달 28일 낮 11시 50분 유럽 최고봉이자 카프카스 산맥의 제왕인 엘브루즈(Elbrus:해발 5,642m) 정상에 올랐다. 대원들은 만년설 뒤덮인 산정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대등한 적수와 겨루고 난 뒤의 기쁨을 나눠 마셨다. 구름에 잠긴 카프카스의 연봉들은 영웅들의 신화를 속삭이고 있었다. 제우스에 거역하여 인간에게 불을 전해준 프로메테우스가 사슬로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심장을 파먹히는 형벌을 받은 곳. 이아손이 아르고선을 타고 세상의 끝을 지나 마법사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황금 양털을 찾은 곳이 바로 여기라고. 첫 해외원정에서 등정에 성공한 대학생 대원들은 감격의 탄성을 질러댔다. 러시아의 모스크바를 거쳐 미네랄 보디까지 12시간이 넘는 비행, 박산계곡 상류 테르스콜까지 3시간 가량의 버스여행, 6박 7일간의 아들수 산군(山群) 탐사와 등반 등 지난 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엘브루즈 등정은 고소순응을 위해 고도를 점차 높여가는 방식으로 사흘만에 이뤄졌다. 첫 날인 7월 26일 숙소인 테르스콜에서 아자우역(2,180m)으로 이동, 케이블카와 체어 리프트 구간 3곳을 올라 가라바쉬(3,750m)의 배럴에 도착한 대원들은 좌우 빙하 사이의 설원을 헤쳐나가 ‘프리유트 11’(4,200m)까지 진출했다. 반나절만에 무려 2,000m 가까이 고도를 올리는 모험을 했지만 이상증세가 나타난 대원은 없었다. 현재 은백의 철판 지붕이 얹힌 산장이 있는 ‘프리유트 11’에는 3년 전까지만 해도 12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상에서 가장 높은 호텔(산막)이 있었는데 등반객들이 취사도중 불이 나 전소됐다. 해골처럼 남아있는 철골뼈대와 화산석에 매달린 추모판들을 바라보며 대원들은 한 번의 실수가 얼마나 큰 참화를 불러오는지를 절감했다. 날씨가 급변하며 순식간에 빚어진 화이트 아웃(가스나 눈보라로 시계가 하얀색 일색으로 되며 원근감이 없어지는 현상) 속에서 배럴로 하산했다. [PAGE BREAK]다음날에는 4시간만에 파스투코프 락스(4,800m)에 올랐다. 엘브루즈에 대한 지식을 넓히는 데 공헌한 19세기말 러시아 군인이자 지형학자인 안드레이 파스투코프(Andrei Pastukhov)의 이름을 딴 이곳에는 각국에서 몰려온 산악인들이 10여 동의 텐트를 치고 야영중이었다. 무수한 별들이 맑은 날씨를 예보해주던 28일 되어 새벽 어둠을 뚫고 마침내 정상 공격이 시작됐다. 새벽 4시, 12명의 대원이 스노우 모빌에 몸을 실었다. 불도저를 응용한 차량인 스노우 모빌은 원래 스키어를 높은 고도까지 운반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으나 대부분의 등반대가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이를 이용, 파스투코프 락스 부근까지 올라간 뒤 등반을 시작한다. 우리 팀도 이미 이틀 동안 고소적응을 마친데다 등반성이 떨어지는 구간이어서 스노우 모빌을 이용하기로 한 것이다. 급경사의 눈밭에서 하차, 1시간만에 파스투코프 락스에 오르자 50∼60도 경사의 광대한 엘브루즈 남면 설원이 펼쳐졌다. 정상인 서봉과 동봉(5,595m) 사이의 콜(col:산정과 산정을 잇는 능선상의 움푹 들어간 곳)까지 이어지는 트래버스(횡단) 구간이다. 등반경험이 풍부한 임 대장의 전략에 따라 대원들은 길고 지루한 설사면을 기차가 지나가듯 흐트러짐 없이 한 줄로 올랐다. 어느새 카프카스의 연봉들 사이로 고개를 내민 해는 천지를 붉게 물들이며 태고의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표지목을 따라 3시간 반만에 콜에 오르니 목조뼈대만 앙상하게 남은 작은 건물이 자리잡고 있었다. 1930년대 산막이 지어졌던 곳이다. 서봉 자락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니 눈평원과 밑에서는 보이지 않던 또 다른 봉우리가 나타났다. 사실 엘브루즈 정상은 뒤에 숨어있어 남면 자락에서는 잘 볼 수가 없다. 따라서 홀로 등반할 경우 다른 지점을 정상으로 착각하거나 등반 도중 길을 잃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산정부의 눈평원을 헤쳐나가는 동안 이중화의 무게가 천근만근인양 느껴지고 목마름과 거친 호흡으로 가슴이 타들어갈 무렵 전원이 정상에 다다랐다. 산행 시작 7시간 45분만이었다. 3∼4평 남짓한 꼭대기에는 정상임을 알리는 철제표지판 3개가 바위에 부착돼 있었다. 북쪽에는 예상과 다르게 하얀 산 대신 초원구릉지대가 펼쳐졌다. 고산에서는 하산이 고비. 일부 대원들은 다리가 풀려 아이젠 찬 발이 엇갈리고 탈진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끈끈한 연대의식과 동료애로 어깨를 부축해가며 비교적 빠른 속도로, 4시간만에 안전하게 하산할 수 있었다. 베이스 캠프인 배럴에서는 이 단장과 약간의 고소증세가 나타나자 대원들을 위해 과감히 정상 도전을 스스로 포기했던 대원이 눈물까지 흘리며 반갑게 맞아주었다. 탐사를 마친 대원들은 엘브루즈의 여신을 향해 손을 모았다. 등반 기간 내내 좋은 날씨를 가져다준 데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 엘브루즈는 페르시아어로 ‘눈 덮인 산’을 뜻하는데 현지 주민들은‘행복의 산’이라고도 불렀다. 과연 그랬다. 대원들에게도 엘브루즈는 행운을 가져다 주는 산이었다. 베이스 캠프까지 트레킹 하다 유럽과 아시아가 만나는 지구촌의 오지, 카프카스산맥에 접근하기 위해 대학생 8명과 지도위원으로 나선 전문 산악인, 취재진 등 14명으로 구성된 카프카스 탐사대는 러시아 모스크바를 거쳐 남남동쪽 민보디(Mineralnye Vody)까지 비행기로 날아갔다. 창밖으로 아득히 엘브루즈가 보일 무렵 민보디 공항에 내려서니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볼가(Volga)강 하류의 저지에서 이어지는 스텝(steppe) 지역이었다. 연 강수량 250∼500mm사이의 스텝은 우기에 키 작은 풀이 자라나 초원을 이룬다. 민보디에서 중앙 카프카스산맥과 엘브루즈 등반기점인 테르스콜(Terskol)까지 가기 위해서는 한여름이지만 냉방도 되지 않고 창문도 열리지 않는 전세 버스를 타고 4시간 가량 남하해야 했다. 그루지안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는 동안 지평선 끝까지 초원이 이어졌다. 경작지로 개간된 들판에는 감자와 해바라기, 목화, 밀 등이 재배되고 있었는데 특히 드넓게 펼쳐진 노란 해바라기 물결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누렇게 익은 밀은 수확이 한창이었다. 2시간여 만에 소도시 박산(Baksan)에 도착, 계곡으로 접어들자 비로소 삼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검문소와 엘브루즈 동·서봉 초등자의 동상이 서있는 카프카스의 관문을 지나 몰리브덴과 텅스텐 광산이 있는 타르나오즈(Tyrnyauz)에 이르렀다. 생필품을 파는 시장은 우리의 옛 5일장과 비슷한 분위기였다. 특히 위도가 비슷해서인지 마늘과 감자, 양파 등 국내에서 볼 수 있는 채소와 과일이 많아 탐사기간 동안 필요한 신선한 식량을 구입하는 데 용이했다. [PAGE BREAK]엘브루즈 마을을 지나니 고산초원 위로 암릉과 만년설이 드문드문 보였다. 박산계곡 최상류에 이르자 하늘을 찌를 듯 곧게 뻗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유럽풍의 호텔들이 나타났다. ‘카프카스의 샤모니’로 불리는 해발 2,130m의 테르스콜에 도착한 것이다. 정부가 운영하는 대형 호텔과 소형 개인 호텔, 전통 양고기요리인 샤슬릭(shashlik)을 파는 식당과 카페를 비롯한 우체국, 소방서 등이 있는 관광촌이었다. 목축업과 관광, 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주민들은 친절하고 순박하기만 했다. 대원들은 당초 테르스콜을 기점으로 아들수(Adylsu)강 계곡과 돈구조룬(Dongusorun) 계곡의 산군(山群)을 각각 3∼4일 일정으로 탐사·등반할 계획이었으나 그루지야와 접경인 돈구조룬은 대원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가이드의 말에 따라 일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최근 가이드를 포함한 현지인들도 등반에 나섰다가 국경 초소에서 장비와 소지품을 모두 빼앗긴 경우가 왕왕 있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아들수 지역 탐사 일정을 6박 7일로 늘리고 돈구조룬은 국경 부근까지 트레킹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테르스콜에서 하루 동안의 달콤한 휴식을 마치고 대원들은 1주일분의 장비와 식량을 다시 꾸려 아들수 계곡으로 향했다. 거리가 멀어 소형버스를 이용, 아들수강을 따라 가풀막진 산길을 곡예하듯 달리니 커다란 대포가 반대편 산중턱을 향해 놓여 있었다. 인위적으로 눈을 쏟아내려 더 큰 눈사태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사용되는 것으로 이 부근에만 10문이 있다고 했다. 도로는 호텔과 7∼8동의 배럴, 텐트 사이트가 있는 잔투간 알파인 캠프에서 끝났다. 이곳에서 아들수 계곡 탐사의 베이스 캠프로 이용되는 그린 호텔까지는 도보 트레킹 구간. 계곡 왼쪽을 따라 뻗은 등산로 양쪽으로 숲과 야생화 만발한 초원이 번갈아 나타났다. 수정같이 맑고 찬 지류들이 쏟아져 내리는 계곡 좌우의 사면에는 캠핑나온 가족들이 옹기종기 앉아 여름을 만끽하고 있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비키니 차림의 아름다운 카프카스 여성들이었다. 테르스콜의 도로에서든, 모스크바 호숫가에서든 수영복만 입고 다니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는데 한 달 반도 안되는 짧은 여름동안 햇빛을 가능한 한 많이 받기 위해 그런 차림을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태양을 따라 돌며 햇빛을 절실히 그리워하는 그들은 해바라기를 닮은 사람들이었다. 계곡 상류 모레인 지대로 올라갈수록 만년설을 인 봉우리들의 모습이 뚜렷해졌다. 하얀산에 점점이 박힌 암릉들이 대원들을 유혹했다. 고도 2,300∼2,400m를 넘어서면서 삼림이 사라지고 고산초원이 시작됐다. 1시간 50분만에 해발 2,620m의 그린 호텔에 도착했다. 이곳은 실제 호텔 건물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싱그러운 초록이 물결치는, 대형 빙하호수 옆의 고산초원 캠프지를 부르는 이름이다. 빙하수를 마시고 자라나 생명의 환희를 전하는 하얗고 노란 빛깔의 보석같은 꽃들은 하상을 유유히 거니는 검은 마소들과 어울려 보는 이를 눈부시게 했다. 특히 진보라의 초롱꽃이 지천에 널려 있었는데 계곡에 구름이라도 깔리면 구름 위의 꽃밭, 천상의 화원이 되곤 했다. 날씨와 해의 방향에 따라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며 대원들을 흥분케 했다. 그린 호텔 주변에는 러시아 국내와 유럽에서 온 산악인들이 20여 동의 울긋불긋한 텐트를 설치한 채 진을 치고 있었다. 우리는 그린 호텔과 모스크바대 빙하기지 사이에 4동의 텐트를 쳤다. 30여 년 전 지어진 숙소와 식당 등 2동의 검붉은 함석오두막과 기온과 기압 등을 측정하는 백엽상으로 구성된 빙하기지에는 방학을 맞은 10여 명의 모스크바대 학생들이 묵고 있었다. 볼쇼이 카프카스에는 무려 2,200여 개의 빙하가 발달해 있는데 온실효과에 따른 환경재앙으로 지난 100년 동안 절반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기지는 그 빙하들과 눈사태 연구용으로 설치해놓은 것이었다. 대원들은 금새 그들과 친숙해져 밤늦게까지 기타를 치며 러시아 민요와 팝송을 부르거나 축구시합을 통해 긴장을 풀며 내일의 등반을 준비했다. 본격적인 카프카스산맥 탐사에 앞서 대원들은 테르스콜의 구조대 본부를 방문했다. 대원들을맞이한 부대장 자말은 “3개 팀 25명으로 구성돼있으며 24시간 사고에 대비, 대기하거나 순찰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시즌에 80∼100명이 구조대의 도움을 받는데 지난해에는 우쉬바(Ushba:4,700m)에서 8명이 하산도중 얼음 붕괴로 사망했다. 탐사대가 엘브루즈를 등반하는 동안에도 체겟봉 등지에서 5명이 조난사해 구조대를 바쁘게 했다. 탐사대가 `‘2002 한·일 월드컵’을 홍보하며 축구공과 배지를 선물하자 자말은 “대회의 성공적인 개최와 특히 한국팀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PAGE BREAK] 구마치는 한국인 최초 등정 “네팔은 너무 대중화됐고 남아메리카는 관광지가 되어버렸으며 알프스는 사람이 많아 혼잡해 보인다구요? 진정한 산악 모험의 마지막 참맛을 찾고 계십니까? 그렇다면 앞으로 10년 동안 러시아와 중앙 아시아가 당신의 목표가 될 것입니다.” 카프카스를 비롯 러시아의 산들을 소개한 책 ‘금지된 산들(Forbidden Mountains)’은 이렇게 등산객을 유혹하고 있었다. 카프카스의 산들은 아직도 상당수가 등정되지 않은 채 남아있고 오염도 되지 않아 매력이 넘치지만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소비에트 제국의 해체는 닫혀 있었던 이들 놀라운 산군들의 문을 한순간에 열어 젖뜨렸다. 엘브루즈에서 보면 동서로 카프카스의 주능선이 장엄하게 달린다. 돈구조룬(Dongusorun:4,468m)과 나크라타우(Nakratau:4,451m)를 필두로 어금니처럼 솟은 우쉬바(Ushba:4,700m)와 스켈다(Shkhelda :4,320m), 바쉬카라(Bashikara:4,241m), 체겟카라(Chegetkara:3,770m) 등 고봉들이 이어진다. 볼쇼이 카프카스에는 5,000m급 봉우리 14개와 4,000m급 12개 등 등반성 높은 봉우리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들의 파노라마는 산악인이라면 누구나 올라 보고 싶은 열정에 사로잡히게 한다. 그렇지만 엘브루즈와 우쉬바, 체겟봉을 제외하고는 한국인에 의해 등정된 봉우리가 없었다. 탐사대가 아들수 계곡으로 들어온 데는 이러한 우리 산악계의 과제를 풀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었다. 가이드와 상의 끝에 구마치(Gumachi:3,805m)와 처쳇(Chotchat:3,740m), 알프스의 마터호른을 닮은 잔투간(Dzhantugan:4,012m) 등 3개봉을 도전 대상으로 정했다. 7월 19일 새벽 5시40분 첫 대상 봉우리인 구마치를 향해 출발했다. “여러분이 성공하면 한국 초등이다. 최선을 다하되 안전에 주의하기를 바란다”는 단장의 당부를 되새기며 릿지와 설선이 만나는 2,820m 지점을 지나 1시간만에 암설혼합지대에 도착, 이중화에 아이젠을 부착했다. 완만한 눈언덕 2개를 오르니 60도 경사의 설사면이 나타났다. 지그재그로 비탈을 올라서는 동안 어느새 햇살이 눈부시게 들기 시작하면서 구마치봉이 완연히 드러났다. 뒤를 돌아보니 육중한 엘브루즈에도 여명이 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대원들의 체력이 천차만별인데다 첫 등반이어서 그런지 행렬이 길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더욱이 햇발이 닿자마자 눈이 녹으면서 이중화 바닥에는 스노우볼이 생겨 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했다. 오전 10시 3,340m 지점의 4번째 눈언덕을 넘어 안부(3,600m)에 도착했다. 오른쪽으로는 잔투간 피크가 날카롭게 서 있고 릿지 건너편 암릉릿지와 설벽은 U자곡을 형성, 장관을 이뤘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바위릿지 아래서 대열을 재정비했다. 모두 함께 올라서기 위해서였다. 50m의 암릉을 곡예하듯 타고 올라 정상에 다다른 것은 낮 12시 30분. 진행 방향 왼쪽으로 돈구조룬, 오른쪽으로는 또 다른 계곡인 아들수 계곡의 산군들이 펼쳐졌다. 통신·식량을 담당한 막내인 유승규(19) 군은 등정 소감을 이렇게 밝혔다. “물 마시고 싶어요.” 아들수 계곡에는 거의 매일 저녁 무렵 소나기가 내렸다가 아침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활짝 개곤 했다. 산의 정기는 등반의 피곤함까지 물리쳐 주는 듯 대원들은 휴식일에도 일찍 일어나 산책하거나 식사준비를 하고 폭포 근처로 물을 받으러 달려가곤 했다. “고소에서 건강을 유지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는 대장의 충고도 대원들을 더욱 분주하게 했다. 대장은 틈나는 대로 고소증세 극복요령과 장비 사용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다. 다음 목표는 처쳇봉. 7월 21일 오전 6시 베이스 캠프를 나서 모레인(빙하에 밀려 퇴적된 암석과 토사)과 청빙지대를 통과, 거대한 세락(serac:빙탑) 아래서 아이스 폴(ice fall:빙하지대에 나타나는 크레바스 밀집지대나 급사면)을 우회하기 위해 왼쪽 암석지대로 올라섰다. 끊임없이 돌들이 흘러내리는 불안정한 비탈의 여기 저기에서 “낙석!”을 외치는 목소리가 잇따라 터져나왔다. 돌틈 사이로 피어난 앙증맞은 꽃들이 황량함을 덜어주었다. 대형 크레바스를 끼고 반원으로 휜 폭 1m 남짓한 설사면을 오르니 정상을 향한 전망이 트였다. 그곳에선 모스크바에서 온 7명의 젊은이들이 로프를 깔고 오르고 있었다. 대원들을 그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러시아 산악인들의 등반장비는 우리의 ’70∼’80년대 수준. 옷 색깔이나 신발, 안전벨트 등은 역사가 오래된 대학산악부 동아리실에 걸려있는 선배들의 빛바랜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항상 조를 이뤄 함께 행동하며 위험한 지점에는 반드시 자일을 설치하는 등반 스타일에서 기본에 충실하려는 태도를 엿볼 수 있었다. [PAGE BREAK]마지막 피치를 오르는 동안 가벼운 눈사태가 발생, 눈더미가 대원들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70∼80도 급경사를 피켈로 찍고 오르면서 ‘세상이 모두 수직으로 이뤄졌다면 어떻게 살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까마귀 한 마리가 유유히 창공을 헤쳐갔다. 정상에는 작은 돌무더기가 쌓여 있었다. 하산할 때는 빙하수가 불어나 모레인 지대를 관통하는 바람에 우회하느라 애를 먹었다. 처쳇과 구마치 오른쪽에 자리잡은 잔투간은 탐사 대상 중 난이도가 가장 높아 보였다. 북벽 아래 모레인 지대를 지나거나 잔투간 패스(3,460m)를 거쳐 동릉을 타고 정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데 최소 12시간은 잡아야 했다. 7월 23일 새벽 2시간 동안 눈평원을 거슬러 올라 암석지대 밑에 섰다. 이 구간은 낙석 통로여서 위에서 확보를 봐주며 한 사람씩 자일을 잡고 올라야 했다. 대원들이 모두 통과하는 데는 40분이 걸렸다. 고원을 가로질러 첨봉 아래 3,500m 지점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긴급 회의를 했다. 정상 릿지는 푸석푸석한 바위로 이뤄져 위험이 높은데다 시간도 오래 걸릴 것으로 판단됐기 때문이다. 결국 5명만 오르기로 했고 2시간 35분만에 정상에 도달했다. 하산은 플래토를 거치지 않고 급경사의 사면을 현수하강했다. 등반 도중 3명이나 크레바스에 빠지는 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14명의 대원들은 6박 7일 동안 온갖 역경을 딛고 카프카스 3개 봉을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올랐다. 끈기와 협동,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정신의 승리였다. 카레이스키의 애환을 느껴보다 카프카스는 아프리카 동부의 사바나(흑인종), 몽골의 건조한 초원지대(황인종)과 더불어 인류 발상지중 한 곳으로 꼽힌다. 코카서스 인종이라 불리는 백인종의 고향이다. 하지만 여러 방향에 걸친 민족의 이동으로 지금은 문화가 다른 여러 소수 민족이 섞여 있다. 그 중에는 ‘카레이스키’라고 불리는 한인 동포들도 포함돼 있다. 그들은 중국이나 사할린, 블라디보스톡 등 러시아 원동(遠東) 지역에 살고 있는‘조선족’과 구분돼‘고려인’이라 칭해진다. 대다수는 조선말기 심한 기근과 학정(虐政)에 못이겨 러시아 극동으로 옮겨가 살다가 1937년 스탈린에 의해 강제 이주당한 사람들의 자손으로 해외동포 중에서도 가장 비극적인 유랑의 세월을 보낸 이들이다. 탐사대는 러시아로 떠나면서부터 고려인들의 현황을 알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쉽지 않았다. 심지어 주 러시아 한국대사관에서조차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않았다. 다행히도 모스크바행 비행기에서 만난 교포 2세 김영웅씨로부터 북 카프카스 지역에 있는 고려인의 분포와 연락처를 알아냈다. 그에 따르면 로스토프에 2만 명, 크라스노다르와 스타브로폴, 엘브루즈가 있는 카바르디노 발카리오에 각각 5천 명, 북오세티야에 3천 명 등 4만∼5만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러시아의 동포들이 연해주에 처음 진출한 것은 1863년으로 현재 5∼6세손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날씨가 따뜻하고 살기 좋은 북 카프카스 지역에는 1950년대 말부터 중앙아시아의 동포들이 이주하기 시작, 특히 소련이 해체되고 난 뒤 많이 몰리고 있어 고려인들의 새로운 삶의 터전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대원들은 산맥 탐사가 끝난 뒤‘핏줄찾기’에 나섰다. 김씨로부터 소개받은 서 마이세이 니까라이비치(51)씨와 전화로 약속을 한 뒤 엘브루즈에서 버스로 2시간 거리(130km)에 있는 카바르디노 발카리오 자치공화국의 수도 날칙(Nalchik)을 찾아갔다. 서씨가 30년 동안 근무해왔다는 날칙 중앙우체국에서 그를 만났다. 갑작스런 방문이었지만 그는 대원들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구 출신인 그의 집안은 러시아 원동에서 태어난 아버지 서 니콜라이(75)씨가 강제 이주 때 우즈베키스탄으로 건너가 트럭 운전을 하며 가계를 일구었으며 1964년 이곳까지 흘러들어왔다고 했다. 고려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곳을 묻자 서씨는 한 신축중인 교회로 대원들을 안내했다. 북 카프카스의 고려인들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개방된 이후의 일로 거기에는 기독교 선교단체들의 역할이 컸다. 서울 영등포 당일교회에서 부인과 두 딸 등 일가족과 함께 파송돼 선교활동중이던 김광선(42) 목사는 “1930년대 스탈린에 의해 일본과 내통 혐의로 소금기 많고 척박한 중앙아시아에 강제 이주된 우리 동포들은 17만 명에 달한다”며 “그들은 사실상 `‘집단 고려장’을 당했다고 여기면서도 한국인 특유의 근면함으로 농사를 짓거나 공장·광산노동자로 일하며 뿌리를 내렸다”고 소개했다. 그 후 흐루시초프 때인 1956년 거주 이전의 자유가 부분적으로 허용되자 기름지고 드넓은 카프카스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교회에서는 그들을 대상으로 한글교실도 운영하고 있었다. [PAGE BREAK]탐사대는 김 목사와 서씨에게 그동안 고려인들이 살아온 얘기를 들려줄 만한 노인들을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 점심식사에 초대했다. 이일용(83) 옹은 “부모가 지난 1903년 조선에 흉년이 들자 아무르 강 인근으로 건너왔으며 강제이주 후에는 타슈켄트에서 살다 이곳까지 옮겨왔다”고 소개한 뒤 “먼 이국땅에서 청년 학생들을 만나게 되어 반갑다”며 대원들의 손을 꼭 쥐었다. 대학 2학년때 2차대전이 발발하자 소련군에 입대, 평양과 서울을 오가기도 했다는 그는 집안 형편이 어렵게 되자 전공인 지질학을 살려 북방지역에서 광산탐사를 해오다 1973년 은퇴, 지금까지 연금생활을 해오고 있다. 노 니콜라이(76)씨 역시 타슈켄트에서 옮겨와 트럭운전 등으로 생계를 꾸려왔으며 맏아들은 현재 부산에서 선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예전에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고려인도 많았으나 월급이 적고 몇 달씩 밀리는 바람에 기피하고 있다”며 “가정에서나 친구들끼리 거의 러시아어를 사용하는데 수년 전부터 우리말을 배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함께 나온 서씨의 아버지는 “한국말을 잘못해 미안하다”며 여러 차례 쑥스러워하기도 했다. 카프카스의 고려인들은 김치와 개고기, 장국을 즐겨 먹고 화투놀이를 즐기며, 우리와 같은 성을 갖고 있는 영락없는 한국인이었다. 불모지에 버려졌다 또 다시 낯설고 물설은 카프카스로 들어가 어렵게 뿌리를 내린 인동초들이었다. 대부분 집에서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밭에서 배추와 수박, 참외, 양파 등 채소와 과일 농사를 지어 생계를 꾸려가고 있으며 근면하고 인정많은 사람들로 인정받고 있었다. 안타까웠던 것은 탁월한 농사꾼인 그들도 변덕스런 날씨 때문에 농사를 망치는 경우가 많고 월 10%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야반도주하는 사례가 흔하다는 사실이었다. 8년 전 태권도 보급과 선교를 위해 카프카스로 들어온 박천수(46) 사범은 “그동안 고려인들의 삶을 지켜본 결과 농업부문에 대한 한국 정부나 민간차원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것을 느꼈다”며 “거창한 행사보다 특수작물 전문가들이 와서 3박 4일 가량 세미나도 하고 농사지도와 함께 자신감을 심어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원들은 전통인형과 축구공, 배지 등 2002년 월드컵 기념품을 선물한 뒤 서씨 집을 방문, 아버지 서씨의 발라라이카 연주로 아리랑을 들으며 향수를 달랬다. 서씨는 “우리는 팔자대로 운명대로 러시아로 흘러왔지만 한국은 사랑하는 우리의 모국”이라며 “앞으로 한민족이 국경 없이 살 수 있게 되고, 사랑하는 조국에 갈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대원들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눴다.
박성실(대구여중 교사) 3년 전 여름방학 초엽 한국동물보호협회를 방문한 World Society for Protection of Animals의 조사요원 Travor Wheeler와 수의학 관련 자문요원인 Ray Butcher를 만나게 되었다. 일주일의 조사활동 후 하루의 여유가 남은 이들에게 나는 경주를 구경시켜 주었다. 경주 쌈밥 집에서 식사를 하며 겨울방학을 이용하여 영국의 동물보호활동에 대해 견학할 수 있는 기회가 없겠느냐고 물었고, Travor는 견학 프로그램을 관리하고 Ray는 내게 숙소를 제공해 주기로 하였다. 동물애호가의 나라 영국에 가다 그 해 겨울 영국에 갔다. Travor는 아시아 조사여행을 다시 하게 되었고 공교롭게도 내가 영국에 도착하는 날 한국에 도착하도록 일정이 짜여져 있었다. 그래서 나의 영국 체류에 관한 모든 것은 Ray가 보살펴주게 되었다. 새벽에 눈을 비비며 나를 마중하러 나온 Ray와의 반가운 해후. 서로 공항에서 금방 알아볼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BBC 라디오 방송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과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누워있는 언덕들의 그 푸릇푸릇한 곡선들, 그리고 공기의 양감이 느껴지는 촉촉함. 아 영국이구나 싶었다. 집에 도착하니 Ray의 부인 Moira가 기다리고 있었다. 인사를 나누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Ray의 동물병원으로 갔다. 수의사 8명, 수의간호사 36명, 임상병리사 1명, 행정요원 5명 정도가 함께 일하는 이 동물병원은 365일 24시간 영업을 의무적으로 하도록 되어있었고 3만여 명의 Upminster 지역 주민들의 반려동물의 건강관리 및 사고를 당한 배회동물과 야생동물들의 응급처치를 담당하고 있었다. 오전 8시에 도착을 했는데 벌써 큰 수술이 2건 진행되고 있었고, 그 이후 4개의 수술대 위에서는 여러 다양한 수술이 쉼없이 진행되었다. 그리고 3개의 진료실에서의 진료도 저녁 8시까지 계속 되었으며 거의 모든 진료의뢰는 예약을 통해 스케줄이 관리되고 있었다. 입원환자를 돌보며 수의사를 보조하는 간호사들의 움직임 또한 분주하며, 쉬지 않고 돌아가는 세탁기, 각종 검사기들의 소리, 가끔씩 외쳐지는 “엑스레이(엑스선 촬영을 곧 할 것이니 조심하라는 뜻)”라는 소리 등… 너무나 바쁘게 돌아가는 이 모든 것들이 어느 순간 터져 버리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이 처음에는 들었다. 한국에서 동물보호 자원봉사자로서 다친 동물들의 치료를 보조하고자 할 때 갖추어야 할 지식과 기술을 가르치기 위하여 Ray는 자신의 수술 및 진료 과정에 나를 참관시켜 나를 마치 수의사인양 대하며 작은 사항 하나하나에도 나의 의견을 묻고 또 상세한 설명을 해주며 일을 해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나중에 안 일이지만, 병원 사람들은 내가 한국에서 온 수의사인 줄 알았다고 한다. 내가 학교교사라는 것을 알게 된 후 간호사들은 나를 편하게 대하며 자신들의 댄스파티에도 나를 데려가 주었으며 간호사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Ray의 일정에 맞추어 병원실습을 하면서 느낀 것은 수의사라는 직업이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참 중노동이라는 것이다. 실지로 영국 수의사들의 잡지책들을 살펴보니 “어떻게 하면 ‘Burn out(다 타버리다. 기력을 탕진하다)’ 되지 않을까”에 대한 기사들이 항상 들어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참관자로서의 나의 기력도 쇠진되고 있다고 느낄 때쯤이면 항상 색다른 견학거리가 주어졌다. 청각장애아의 특수교육 참관 기회도 가져 Moira는 캠브리지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영어교사로 일하다가 버밍햄 대학원에서 청각장애특수교육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 청각장애아동에게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초등학교 특수교사이다. 그녀는 자신이 근무하는 초등학교와 딸 Gillian이 다녔던 중고등학교에서 내가 참관활동을 할 수 있도록 주선을 해주었다. [PAGE BREAK]현재 영국의 대부분의 초등학교는 통합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청각장애아동들은 영문학에 관한 특수교육(음성언어의 아름다움까지 녹아있는 문학을 청각장애학생들이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그들을 위해 특별히 고안된 교과활동이 필요하다고 한다)을 두 시간 정도 받은 후에는 일반아동들과 합류하여 동일한 교과과정을 함께 공부한다. 이때 수화통역보조 및 청각보조장치의 도움이 곁들여지나 대부분의 경우 청각장애아동 스스로가 능동적으로 의사소통활동에 임하도록 격려 받는다. 어눌하게 들릴 수 있는 그들의 말을 다른 아동들은 별 이상한 느낌을 갖지 않고 끝까지 들으며 장애아동도 어색함이 없는 태도로 질문을 하고 의견을 제시한다. 또한 소리에 관한 과학실험을 하면서 소리파장과 그 변환에 대한 구체적 예로서 청각보조장치의 작동원리를 살펴보는 활동이 있었는데, 이것은 일반아동들이 청각장애아동들과 함께 공부하는 통합교육만이 제공할 수 있는 살아있는 학습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세익스피어의 소네트 한 편을 가르쳤는데 그리 쉽지는 않았어. 듣기에 영롱한 시어의 아름다움을 그들에게 보여주기가 수월하지는 않구나. 더 공부를 해야겠다. 하…” 마른 한숨을 뱉으며 상기된 표정으로 잠시 하늘을 보는 Moria의 모습을 보며 고민이 사람을 아름답게 할 때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감찰관과 함께 조사활동 나서기도 The Royal Society for the Prevention of Cruelty to Animals(RSPCA:동물학대예방을 위한 왕립단체)는 동물보호감찰관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 사람들은 동물보호감찰관을 경찰관직의 일종으로 보고 있고 실제로는 공권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활동에 적극 협조한다. 동물학대 사안이 발생한 듯하면 이 감찰관에게 신고를 하고 그러면 감찰관이 신고 장소로 출동하여 진상을 파악하고 대책을 세운다. 업민스터 지역을 담당하는 감찰관을 따라 다니며 활동내용을 배울 기회가 있었다. 나를 지도했던 그 감찰관의 성함을 이제는 기억하지 못하겠으나, 해병대 출신이었으며 제대 후 사회봉사활동의 일환으로 이 직업을 갖게 되었다고 하셨다. 활기가 넘치는 분이셨는데 한국에 대해 많은 질문을 하고 또 동물보호에 관한 자신의 경험들에 대해 최대한 많이 가르쳐 주시려고 노력하셨다. 일정에도 없던 여러 동물보호소 방문을 주선하시고 직접 태워주시곤 하셨다. 위기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나를 챙겨 함께 출동하였고 조사활동시 주의사항 등을 꼼꼼히 짚어주셨다. 영국은 동물애호가의 나라로 유명하지만 또 사회의 한편에서는 무지와 방관과 폭력에 찌든 사람들에 의해 저질러지는 동물학대 행위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 현장에 갔을 때마다 받는 충격이 상당히 컸는데 그것을 감지한 감찰관은 나에게 동물보호활동을 할 때는 자신의 정신건강에도 유의해야 하며 심리적 충격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의 긍정적 세계관을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현실을 직시하나 현실에 매몰되지 말며 좀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도록 스스로를 훈련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활동을 하다 보면 사람들의 마음이 참으로 따뜻하다는 것을 목격할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그것의 예가 될 사건을 나도 함께 겪은 적이 있다. 추운 겨울에 앵무새를 베란다에 내어놓았다는 어느 제보전화를 받고 현장에 도착하니 진짜 아파트 베란다에 앵무새가 있는 것이 보였다. 감찰관과 함께 그 집에 가서 조사협조를 요청하니 집주인이 베란다로 우리를 안내했다. 그랬더니 정말 앵무새와 꼭 같이 생긴 장난감 앵무새가 있지 않은가. 세 명 모두는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장남감 앵무새로 다른 시민들에게 걱정을 끼쳐서 미안하다고 집주인은 사과를 하였다. 앵무새의 안녕을 염려하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이 빚어낸 재미있는 사건이었다. 영국에서 지켜보았던 많은 동물보호활동들이 내게 영감을 주면서 그 이후 나의 관심은 항상 그 방향으로 향하게 되었다. 그 이후 해외여행의 목적은 해외동물보호 활동가들을 만나보고 그 활동들을 배우는 것이 되었고 그런 여행을 통해 조금씩 동물보호에 관한 나의 생각이 넓어지고 깊어지게 되었다. [PAGE BREAK]특히 비슷한 경제적 수준과 사회적 인식수준을 가진 아시아국가들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조금씩 나름대로의 활동을 한국에서 시작해야겠다는 의욕이 생겼다. 아시아의 활동가들은 대부분 다른 생업을 가지면서 자신의 여가시간과 에너지를 동물보호활동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활동의 제약성으로 인한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가 있었다. 그리고 생명존중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이미 그 실천을 시작한 동물보호교육활동가들을 통해 많은 영감을 받을 수 있었다. 동물사랑정신을 실천으로 옮겨 지난해 클럽활동시간에 동물사랑반을 개설하여 어설프게나마 활동을 시작하였고 2학기부터는 학교 동아리로 정식 등록하여 활동중이다. 동물사랑반 학생들은 대구시 지정 야생동물치료센터이기도 한 대구동인동물병원에서 매주 토요일 동물치료활동에 관한 참관수업을 하였으며 학교 축제인 매화제의 동아리발표회를 통해서 동물보호의 필요성에 대한 연극과 동물사랑정신을 담은 노래를 수화와 곁들여 공연을 하였다. 그리고 팔공산 도동에서 집없는 개 80여 마리를 돌보는 어느 할머니를 돕기 위해 봉사활동을 시작하였다. 사랑의 개집마련 모금운동을 벌여 총39만원을 모아 개집 30채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방학동안 토요일마다 오전 9시부터 2시간 동안 청소노력봉사를 하고 있다. 올해에는 생명존중정신을 담은 노래를 5곡 정도 더 만들고 수화도 연습하여 학교 및 일반 행사가 있을 시에 공연하여 동물사랑정신을 전달하는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그리고 동물원의 동물들에 대한 관람자의 올바른 태도에 대한 계몽활동을 시작해 보려고 구상중에 있다. “깨달은 사람의 수준은 여러 가지입니다. 가령 누군가에 의해 걷어채이는 개를 보았다면, 어느 수준만큼 깨달은 사람은 걷어채이는 고통을 함께 느낍니다. 비록 그가 신체적으로 구타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고통을 느끼는 것입니다. 또 자그마한 벌레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보아도 동일한 전율을 느낍니다……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또 점점 상호의존적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생명에 대한 보편적 책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인간 대 인간, 국가 대 국가의 책임 의식뿐만 아니라, 사람 대 생명 사이의 책임의식도 느껴야 합니다.” (달라이 라마) 지난해 여름 경북대학교 생물과의 야생동물구조센터에 학생들과 함께 갔다. 신기한 볼거리에 자지러질 듯 흥분만 하던 학생들은 다친 야생동물 돌보기에 관한 설명을 들은 후 아기 고라니를 보러 한 연구실로 가고 있었다. “야, 고라니 놀랄라. 살살 걸어라.” 서로 발소리 내지 말라는 핀잔을 주며 발꿈치 들고 사뿐사뿐……. 이런 소녀들이 있기에 내일은 오늘보다 아름다울 것이다.
권지은(자유기고가) 오후 2시. 아이들이 학교에서 쏟아져 나오는 시간, 박태훈 선생님(32)을 만나기 위해 서울 미성초등학교를 찾았다. 며칠 있으면 시작되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방학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설레임이 하교길 재잘대는 목소리 속에서 느껴졌다. 아마도 방학은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기다려지는 시간일 것이다. 한 달이나 되는 휴가가 일 년에 두 번이나 있다는 사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일 중독으로 아둥바둥 살아가기 바쁘다고 하지 않나. 그런 일반인들이 단순하게 생각하기에는 방학이 있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교사라는 직업이 더 없이 매력적으로 보인다. 3학년 8반 교실에서 만난 박태훈 선생님도 사실 그 점이 교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한다. 물론 어릴 때처럼 방학이 마냥 설레기만한 건 아니다. 박태훈 선생님이 처음 교사로 발령을 받은 게 1993년 가을이니 교직에 몸담은 지도 10년이 가까워오는 셈이다. 처음엔 방학 때마다 국내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면서 정말 방학다운(?) 방학을 보냈지만 8년이 지난 지금은 학기중일 때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방학 스케줄은 직무연수 강의로 꽉 채워 솔직하게 ‘방학이 좋아서 교직을 선택했다’는 말씀을 듣고 보니, 그렇다면 빽빽한 겨울방학 스케줄이 다소 억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다(얼마나 바쁘게 사시는지 인터뷰 시간도 정말 간신히 얻어냈다). 마침 오늘 겨울방학 계획표를 만들어오라고 숙제를 내셨다는 박태훈 선생님께, 그렇다면 선생님의 겨울방학 계획표를 한 번 보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당장 크리스마스 다음 날인 1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교원자율연수 15시간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 다음 얼마 남지 않은 연말까지는 수료증을 준비하고 연말결과 보고 등 행정적인 업무처리가 잔뜩 기다리고 있었다. 또 1월 10일까지 교육연수 자료 계획서 및 자료를 제출해야 하고 1월 16일부터 25일까지 교원단체총연합회 교원직무연수 60시간을 맡았다. 그러고 나면 방학이 거의 다 끝나가는 거였다. 바쁜 일정 짬짬이 시간을 내서 학교에도 나와야 한다. 이러고 보니 정말 방학이 방학이 아니었다. 방학이 휴가라고 생각한다면 말이다. 특히 두 번으로 잡혀 있는 교원연수가 이번 방학 중 박태훈 선생님에게 가장 중요한 스케줄이다. 선생님이 강의하는 건 컴퓨터 사용에 대한 기본적인 내용들. 이를테면 글이나 교육용 CD 사용법, 인터넷 자료를 활용에 프리젠테이션 만드는 법 같은 것들이다. 강의를 듣는 학생은 정보화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아직도 컴퓨터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40대 후반부터 50대까지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아이들 가르칠 때랑 선생님들 가르칠 때, 언제가 더 어렵냐고 짓궂게 물어 봤더니 웃으며 대답하신다. “물론 선생님들 가르칠 때가 더 어렵죠.(하하) 아무래도 이해력도 아이들보다 떨어지고, 각 클래스 35명 정도를 대상으로 연수를 시키는데 한 사람 한 사람씩 개인차가 많아 진도를 맞추기가 어려워요.” 그래도 어려워하면서도 열의를 갖고 열심히 배우고자 하시는 선생님들의 모습을 볼 때, 또 나중에 연수받았던 선생님들을 우연히 만나면 연수받았던 내용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 고마워 하실 때 열심히 강의하는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박태훈 선생님은 자신이 맡은 연수를 봉사라고 생각하신다. 사실 우리 나라 교육정보화 수준은 물리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선진국 수준에 올라서 있다. PC 보급이나 학내망 구축 등 인프라는 어느 정도 갖춰진 상태다. 그러나 그런 물적 기반을 제대로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게 우리 교육계의 현실. 특히 나이가 많은 교사들의 컴퓨터 활용능력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현재 연간 전체 교원의 25%가 방학 때마다 정보화 연수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연수를 더욱 강화하게 되면 훨씬 활용도도 높아질 것이라 생각된다. [PAGE BREAK]89학번인 박태훈 선생님도 컴퓨터를 배운 건 대학을 졸업한 후라고 한다. 학원에서, 그리고 대학원을 다니면서. 컴퓨터나 인터넷이 교육에도 적극 도입될 것이라고 생각해 스스로 찾아 공부했다고. 지금 미성초등학교 교육정보부장을 맡고 있으면서도 계속 공부를 하고 있다. “제가 가르치는 내용은 컴퓨터에 대한 기본 지식이에요. 간단하게 문서 프로그램 사용하고 인터넷 자료 활용하는 방법 같은 거 말이죠. 연수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많이 있어요. 기본 강좌에서 시작해 그래픽도 있고, 홈페이지 과정도 있구요. 저도 지난 여름방학 때 그래픽 30시간 연수를 받았어요. 방학 때마다 강의를 하지만 제가 연수를 받기도 합니다. 다른 강의를 맡고 계신 선생님들과 계속 연락하면서 정보 교환도 하구요.” “방학은 생산적인 교육을 위한 준비기이죠” 박태훈 선생님에게 방학이 갖는 또 하나의 의미는 바로 이때가 교육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라고 점. 처음 혼자서 컴퓨터를 배운 것도, 지금도 꾸준히 연수를 받으며 공부하는 것도 교육자료에 대한 아쉬움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방학 때마다 준비한 교육자료로 ’99년에는 전국 1등급, 지난 해에는 서울시 2등급 우수자료로 선정됐다고 한다. 그 자료들은 교육용 CD로 제작되어 현재 교육현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어떤 자료인지 좀 보여달라고 했다. 현악기에 관한 음악용 교육자료였는데 교과서에 실린 현악기 감상곡들까지 담겨 있어 활용도가 높은 자료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르치면서 아쉬움을 느껴 직접 공부하고, 자신이 배운 것을 또 다른 교사에게 가르쳐 주면서 스스로의 배움도 한 단계 높아짐을 느낀다는 박태훈 선생님. 그 배움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보내는 방학은 선생님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는 시간으로 보였다. “저는 교육은 생산적인 것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테면 교사는 땅이죠. 영양가 높은 곡물을 많이 생산하기 위해서는 그 곡식을 심는 그 땅이 얼마나 비옥한가가 정말 중요하죠. 농사지을 때 보통 2~3년 경작하고는 1년을 쉬면 좋다고 하잖아요. 교사에게 있어 방학은 바로 그 휴경기에 해당돼요. 물론 그냥 쉬는 게 아니라 연수도 받고 교육자료도 준비하고 자기 계발도 할 수 있는 시간이죠.” 그러고 보니 교사에게 있어 방학은 ‘쉴’ 휴(休)자의 개념이 아니다. 땅은 그냥 묵히면 되지만, 교사에게는 이 휴경기가 보다 생산적인 교육을 위한 준비기인 셈이다. 박태훈 선생님이 가장 인상깊게 기억하는 방학은 언제였을까? 의외로 대답이 싱겁다. “특별히 기억나는 방학이라기보다 어릴 때 방학하면 한달 내내 신나게 놀았던 기억밖에 없어요. 요즘 애들은 학원 다니느라 바쁘죠. 그래도 방학 끝나고 숙제 낸 걸 보면 시골에도 다녀오고 하더군요.” 만약 컴퓨터 연수하는 거 외에 한 달 방학을 자유롭게 보낼 수 있다면 뭘 하겠냐고 물었더니 가족과 함께 해외 배낭여행을 하고 싶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 사이엔 이미 배낭여행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80년대 학번인 선생님이 대학 다닐 때만 해도 그럴 만한 여유가 없었다고. 딸 지원이가 네 살, 아들 성균이가 지난 11월에 태어나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서 그 계획을 좀더 나중으로 미루고 있지만 언젠가 꼭 아이들 손잡고 다녀오실 거라고 한다. 물론 대학 1년 후배이자 교사 동료인 부인 장민화씨(31, 신정초등학교 교사)도 함께 말이다. 학창시절 방학 때마다 담임 선생님께 꼭 편지를 썼던 기억이 있다. 크리스마스 때는 정성껏 만든 카드를 보냈었고. 요즘 아이들은 N 세대답게 이메일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번 겨울방학 때 메일을 몇 통이나 받을 것 같냐고 질문했더니 ‘글쎄, 10통 정도?’ 하신다. “방학하면 선생님이고 학교고 다 잊어 버려요. 생각보다 많진 않을 거예요.” 아니, 이런 괘씸한 것들! 정성껏 접어 우편함에 넣던 고전적인(?) 편지와 이메일 사이에서 격세지감을 느끼며, 그럼 겨울방학 숙제검사는 홈페이지로 하시냐고 물었더니 홈페이지를 갖고 있지 않으시단다. 아니 홈페이지 만드는 법 강의도 하시면서 정작 본인은 그 흔한 홈페이지도 하나 없다니? “너무 바빠서 홈페이지 만들 시간이 없어요. 예전에 몇 번 만들긴 했는데 도저히 운영할 시간이 없어서 그냥 문을 닫았어요. 아마 교육정보부장 맡고 계신 선생님들 거의 대부분이 그럴 걸요?” 또다시 바쁜 생활을 강조하신다. [PAGE BREAK]어쨌든 이미 컴퓨터 환경에 익숙한 아이들을 가르치려니 요즘 교사들은 이래저래 힘들다. 컴퓨터가 아직 낯설고 두려운 동료 선생님들을 위해 한마디 해 주십사, 부탁드렸다. “현재 교육정보화 사업이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학내망과 교단 선진화 기자재를 통한 멀티미디어 학습이 교수-학습 방법의 하나로 도입되고 활용되고 있죠. 그러나 수업의 중심은 그런 인프라를 활용하는 교사와 아동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특히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교육 환경의 변화에 따라 그 변화에 부응하는 수업을 위해서 교사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합니다. 도구를 잘 활용하는 교사는 이미 자신이 갖고 있는 교육적 자질과 융화하여 보다 효과적인 수업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 낯설고 두려운 기계 앞에서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겠지요. 그러나 우리 교사들은 충분히 이런 어려움을 이길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항상 아이들에게 말씀하시듯 처음 단계부터 차근차근 내딛어 보세요.” ‘땅은 거짓말을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지난 일 년 농사를 열심히 짓고, 또 다음 농사를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박태훈 선생님. 스스로 기름진 농토가 되고자 하는 선생님의 모습을 보며 그 땅에서 자라날 어린 새싹들의 미래를 그려본다.
김은철(교사출신 탈북자) 안녕하세요! 교사출신 탈북자로서 남한 교사들과 나눔을 나누는 기회가 생겨 정말 좋습니다. 저는 고향이 신의주이고 그곳에서 나서 자라나 신의주 관서대학(당시 신의주 제2사범대학) 물리학부를 5년 졸업하고 고등중학교 물리교사로 파견장을 받고 5년 반 동안 교사로 근무하였습니다. 자유 대한에는 ’99년에 귀순했습니다.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말하기 전에 참고로 저는 일개 고등중학교 교사로서 북한에 대해 다 안다는 것은 어림도 없으니 저의 시각으로 이해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물론 모든 것이 하나와 같이 움직이고 있는 북한 체제의 구조 시스템 상 학교 교사들의 생활이 뭐 특별히 다른 것은 없겠지만 교사 개개인의 사 생활은 도시와 지방, 농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점도 이해를 바랍니다. 교수강습 및 재교육은 꼭 받아 북한에서 교사들은 방학이 따로 없습니다. 방학기간에도 매일 평시와 같이 정상 출근과 퇴근을 하는 것은 물론 총화나 모든 조직생활도 정상적으로 진행이 됩니다. 다만 교사들의 행정일과 생활은 수업이 없으니 당연히 달라지죠. 다 아시다시피 북한은 초·중·고가 따로 구분이 되지 않고 고등중학교와 인민학교로 되어 있지만 교사들의 생활은 비슷합니다. 이전에는 인민학교 교사들 경우에 어린 학생들을 맡아 좀 고생한다고 월급을 고등중학교 교사들보다 많이 주었는데 지금은 단일 급수 제도를 도입해 꼭 같이 주고 있습니다. 겨울 방학 기간은 고등중학교 3~6년은 1월 한달이고 인민학교와 고등중학교 1~2년은 2월 중순까지 한 달 반입니다. 그럼 교사들의 겨울방학 생활에 대해 본론 예기에 집중하죠. 우선 방학을 맞으면서 교사들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것이 교수강습 및 재교육을 꼭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남한 표현으로는 연수겠죠? 북한의 모든 도·시·군 들에는 교수 강습소라는 기구가 도·시·군 행정위원회 교육부 안에 별도 기구로 있습니다. 교수 강습소가 하는 업무를 보면 방학 기간을 이용하여 교사들을 대상으로 달라진 교재 내용을 알려주거나 새로 포함되는 내용과 그것을 어떤 범위에서 어떻게 배워줘야 한다는 식으로 교수계획을 주거나 재교육시킵니다. 또한 일 년에 1~3차례 걸쳐 교사들의 급수 시험을 조직해 교사들의 급수를 올려주거나 내리는 그러한 업무도 맡아 합니다. 참고로 교사들은 대학을 졸업하면 5급을 받고 교단에 서게 되는데 5년 정도 지나야 한 계단 높은 급수 시험을 받을 자격을 얻게 되며 제일 정상인 1급까지 가기는 너무 힘들고 보통 교장 정도가 2급으로 보면 됩니다. 급수 시험에서 낙선되면 그 아래 한 급으로 떨어지는데 급수에 따라 월급이 틀리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좀 껄그러운 상급기관이라 그에 따르는 로비도 심해 좀 물 좋은 기관으로 통하죠. 대개 방학이 시작하면 바로 교수 강습을 받아야 하는데 겨울방학인 경우에는 1월 1일~2일은 새해 명절이라 휴식하고 3일부터 대개 강습이 시작되곤 합니다. 강습은 교사라 함은 100% 참가하도록 매일 매시간 출석을 체크하기 때문에 어떤 사정도 통하지 않습니다. 더 중요하게는 그때 참가하지 않으면 달라진 내용을 교사가 몰라 학생들에게 엉터리로 배워주는 중대한 실수를 범할 수 있고 또 강습이 끝나면 그 무서운 교장, 당비서가 검열을 하기 때문에 자각적으로 다 참가하는 편입니다.[PAGE BREAK]’95년인가 친구 결혼식 때문에 강습소 간부에게 외제 담배 한 보루를 찔러주고 강습소 자료 전부와 출석을 약속받아 꼭 한 번 빠진 적이 있을 뿐입니다. 외제 담배 한 보루를 구하자면 내가 받던 월급의 거의 두달 분 돈이 들여야 하니 얼마나 값 나가는지 아시겠죠. 대개 강습은 시·군·단위로 어느 한 곳에 모여서 동시에 진행합니다. 예로 신의주 같은 경우에는 방학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시 교수 강습소로부터 공문서가 시내 각 학교로 내려옵니다. 한 가지 예로 ’95년 1월 ×일부터 신의주 남상고등중학교에서 교수 강습을 소집합니다 등. 보통 강습기간은 4~7일 정도 열리는데 과목에 따라 또 다릅니다. 보통 자연계는 기간이 오래고 사회계는 기간이 짧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학교 교장은 학교 모든 교사들을 모아놓고 교수 강습소 지시를 알려주면서 알아서 잘 받고 오라고 그때부터 며칠간은 자유시간으로 평교사들이 좋아합니다. 당일 강습이 진행된다는 학교를 찾아가면 공시판에 과목별로 학교별로 강습장소가 붙여져 있습니다. 저는 전공이 물리학이라 물리 공시판만을 보는데 강습장소는 4층 6학년 5반 교실을 확인하고 들어가면 거기 출석명단에 내가 들어있는 거죠. 그런데 사실 교실 하나만으로는 시 전체의 물리 선생이 다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이때는 또 신의주 련상고등중학교, 신원고등중학교, 동상고등중학교,남상고등중학교는 6학년 1반 등으로 학교별로 나뉘어 강습장소를 배정받습니다. 강습이 좋은 이유는 여기에 가면 같은 대학 동창들과 선후배들을 한 명도 빠짐없이 다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이 같은 대학 출신 교사들끼리 앉는 것이 보통인데 이 때문에 출신 대학별 기싸움이 좀 심합니다. 강사는 보통 교수 강습소에서 어느 학교 선생들을 지적해 미리 준비시켜 하는 것이 보통인데 대개 강습장소지의 학교 교사들을 이용한다고 보면 정확합니다. 강습장소는 시내 학교별로 돌아가면서 하기 때문에 우리 학교가 강습장소로 지정대면 시 교수 강습소에서 며칠 전부터 학교에 내려와 우리 교사들을 대상으로 미리 교육시키죠. 참고로 평양은 워낙 대도시라 구역별로 나뉘어 받고 있습니다. 교수안은 방학 때 매번 새로 써 강습이 끝나면 바로 정상 출퇴근을 하는 등 방학 행정업무계획에 맞춰 자기 교수 사업을 준비합니다. 우선은 교수 강습소에서 받은 자료대로 다음 학기 수업진도표와 내용을 수정하고 그에 따르는 수업교수안을 새로 다 써야 합니다. 북한에서는 한 번 작성한 교수안을 다음해에는 사용할 수가 없고 무조건 새롭게 쓰도록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그 부담을 대부분 방학기간에 준비하도록 요구하고 있습니다. 방학기간 교사 행정업무 일과표를 보면 오전 8시 출근, 8시~8시 30분까지 교장, 부교장의 참석하에 독보 및 그날 하루 사업계획 포치, 8시 30분~10시 교원 자체 교수안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 제작, 10시~오후 4시까지 학생들의 방학간 학습 및 생활지도, 4시~5시 30분까지 그날 교사들의 하루 교수안 및 교편물 제작, 학생생활지도 정형 검열, 5시 30분~6시 하루 일과 총화로 되어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우리 학교의 기준이고 아무래도 방학기간은 평상시 때와는 다르게 모든 일과 흐름이 좀 느리고 대강 지나는 편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위의 일과생활을 간단히 설명하면 교수안 작성 및 교편물 실험기구제작 시간대에는 다음 학기에 해야 할 수업 교수안을 교수강습소에서 받은 대로 새로 작성하고 필요한 교편물을 제작하는 것인데 매일 하루 얼마나 했는가 교장, 부교장이 체크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는 편이죠. 또 방학기간에 많이 해 놓으면 정상 수업이 시작될 때 그만큼 부담이 적으므로 대부분 방학기간에 다음 학기 하게 될 교수안을 많이 작성하는 편입니다. 제일 좋아하고 자유로운 시간은 10시 이후부터 오후 4시까지 주어지는 담임학급 학생 방학간 학습, 생활지도 시간인데 이때는 학교를 벗어나 학생들 집을 찾아 다니면서 그들이 방학숙제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방학간 생활은 잘하고 있는지 등등을 지도합니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기간 학교에서 내준 방학숙제를 일별로 수행해야 하는데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지역 근처의 가까운 학생들을 몇 명씩 묶어 학습반을 조직해주고 모두 집을 돌아가며 학습반 장소로 이용하게 합니다.[PAGE BREAK]대개 한 학급에 6~10개 정도의 학습반이 조직되는데 담임교사는 매일 그 학습반을 돌면서 제대로 하고 있는지를 검열하는 것인데 책임있고 열성적인 교사들은 제대로 하지만 대부분 그 시간대를 자기 사적 용무일을 보는 데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예로 가정일을 한다든가 요즘은 돈을 버는 장사를 한다든가, 저와 같이 젊은 교사들 같은 경우에는 몰려 놀러다니던가, 아무튼 자유시간으로 봐야죠. 그렇다고 학생 생활지도를 전혀 안 한다는 건 아니고 형식이 많다는 것이죠. 재미있는 것은 학생 생활지도 차 학생 집을 찾아가면 부모들이 오랜만에 집을 방문하셨다고 잘 대접해주는 것이 보통이라 솔직히 학생 집 방문하는 것도 일종의 즐거운 일입니다. 방학이 끝나면 교사들의 얼굴에 기름기가 돌고 몸이 나는 특이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도 웃기는 일입니다. 돈 버는 장사에도 관심과 시간 쏟아 다음으로 방학기간에 교사들은 휴가를 많이 받아 가사일을 보거나 장사를 한다든가 아니면 여행을 많이 가는 편입니다. 북한에서는 수업이 시작하면 휴가를 잘 내 주지 않고 방학기간에 휴가를 가라고 거의 강제적으로 휴가를 많이 강요하는 편입니다. 정기 휴가는 14일인데 저 같은 경우 여름방학, 겨울방학 한 주일씩 나뉘어 받곤 했습니다. 물론 방학기간도 정상 월급이 지급됩니다. 행정업무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기에 월급도 평시와 같이 나옵니다. 휴가를 받으면 대부분 교사들이 여러 곳을 다니면서 쌀 등을 구입하거나 남자 교사들 경우 처갓집에 놀러 가거나 여교사들 경우 집일을 많이 하거나 놀러 다니는 게 보통의 현상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휴가기간에 이전 대학 동창들을 찾아가거나 지방에 있는 여자 친구와 약속을 하고 꼭 같이 휴가를 얻어 서로의 집을 오가면서 놀곤 하였습니다. 물론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기 때문에 돈을 버는 장사도 게을리 하지 않았죠. 제가 하는 장사는 주로 친구들이 하는 장사에 같이 중간상 정도로 끼였지 직접 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학생들에게 들키면 교권 내지 품위가 떨어지는 것을 철저히 의식해야 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학교마다 틀리기는 하겠지만 우리 학교 교사들 경우에는 주로 장사를 하거나 노는 데 많이 생각을 집착하였던 것 같습니다. 요즘은 하도 사회가 어려우니 학생들도 부모따라 장사에 나서거나 여러 가지 가정형편상 방학간 학습을 잘 하지 않고 집을 나가는 현상이 많은데 사회형편상을 이해하는 교사들이라 굳이 학생지도는 많이 학생을 이해해 주고 자기 사적 용무일에 더 관심을 가지는 것이 보통의 현상입니다. 여름방학도 겨울방학과 비슷하게 교수 강습도 있고 꼭 같은 방학생활지도가 있지만 취미생활에서 약간 차이나는 것은 아무래도 여름이니 활동 범위가 더 넓어지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여름방학 기간 몇몇 남녀 교사들과 약속하고 휴가를 얻어 고기 잡으러 많이 다녔습니다. 그때 잡은 고기는 말려 겨울철 반찬거리로 많이 이용하거나 명절날 찬거리로 적당했습니다. 남녀 교사들이 고기 잡으려 몰려 다니는 것이 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혼자서 나가면 약간의 부끄러움이 있지만 같이 몰려다니면 그런 게 많이 해소되기에 평범한 일입니다. 북한 여성들 경우에 생활력이 강하고 북한의 현실에서 누구나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을 다 의식해야 하기에 고기 잡으러 나간다고 해서 부끄럽지 않은 이해되는 현상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서로 어울려 많이 다녔고 또 놀러도 다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우리 학교 젊은 남녀 교사들이 특이하게 똘똘 뭉쳐 놀러도 많이 다녔고 서로를 많이 위해 주고 도와도 주었습니다. 이상 북한 교사들의 겨울 방학생활을 간단히 적어 보았습니다. 그래도 교사 때가 제일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통일이 되면 꼭 교사생활을 다시 하고 싶습니다. 남북이 통일되어 남북한 교사들이 어울려 같이 덕담도 나누고 놀러도 다니는 그러한 내일이 오기를 진심으로 바라면서 남북한 교사들 모두 파이팅을 외칩니다.
강인수(수원대 교수) 머리말 수업중에 학생들은 가끔 교과내용과 다른 교사의 체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교사들을 조르기도 한다. 이 경우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업분위기를 진작시키려고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가능한 교과와 관련된 이야기를 하거나 자기의 학생시절의 경험을 이야기 하면서 학생들의 면학태도를 바로 해 주도록 노력한다. 그리고 수업시간중에는 그 교육내용과 방법을 선택할 권리는 교사 자신의 교육권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교사가 학생을 교육하고 지도할 권리는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을 선택할 권리를 말한다. 그런데 이것은 교육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교과서의 내용의 범위 안에서 여러 가지 방법을 선택할 권리이다. 그러나 그 방법선택에도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의무라는 법적도덕적 제한을 받는 것은 당연하다. 교사 개인의 주관적 판단으로 수업중에 사회적으로 검증되지도 않은 이론이나, 보편적이지 않은 내용을 가르칠 수 없다. 그리고 학생의 수업분위기를 진작한다는 명분으로 교과내용과 관계가 없는 학교비리를 말하거나, 반윤리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은 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문제가 된다. 교육기본법 제14조에서는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수업시간중에 교과내용과 관련이 없는 학교비리를 말한 사건과 음담패설을 한 사건에서 교사의 법적 책임이 어떠한가를 실제 사건에서 살펴보기로 한다. 수업시간에 교과지도와 무관한 학교비리를 말한 행위(사건 1, 재심위 96-20) 문제의 소재 고등학교 학생의 연령은 정의감이 강한 청소년기이다. 주위의 비리나 불법한 문제에 대해서 민감하게 반응하고 비판하며 이를 반대하려는 행동도 할 수 있는 나이이다. 교원의 경우도 사회의 비리나 부정으로부터 사회정의를 지켜야 한다는 순수한 책임감을 가지는 것이 보통이다. 학교교육활동 중에 교과내용과 관련된 정치나 경제문제를 다루면서 가치중립적 입장에서 비판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교과와 관계가 없는 내용을 말하거나, 교과서 내용과는 다른 내용을 가르칠 수는 없다. 그런데 교사가 수업시간중에 교과내용과 관계가 없는 학교 재단법인과 학교장의 비리를 말한 것이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의 위배에 해당하는가가 문제이다. 사건의 경위 김영수(가명) 교사는 10여년간 ??사립고등학교에 재직하는 중 수업시간에 수업내용과 관련이 없는 학교와 학교장의 비리를 발언한 점에 대하여 본인의 실수를 인정하나, 학교법인의 비리 문제가 수년 전부터 학생들이 유인물을 만들어 학교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였고, 특별감사를 받는다는 것을 학생들이 미리 알고 수차례에 걸쳐 학교비리에 대한 질문을 하였지만 이를 회피하여 오다가 감추기만 하는 것은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하여 수업시간중에 학교비리와 특별감사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답하였다. 학교법인은 김교사가 2년에 걸쳐 수업시간에 교과지도와 무관하게 학교와 학교법인에 큰 비리가 있는 듯 오도하는 말을 자주하여 학생소요 의사를 형성케 한 것은 교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기본적인 사명감인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다 하여(사립학교법 제55조에 의거하여 준용되는 국가공무원법 제56조, 제57조, 제60조, 제63조, 제66조에 위반하였다 하여) 파면처분을 하였다. 이에 김교사는 수업시간에 교육청으로부터 특별감사를 받은 내용에 대하여 학생들에게 말한 것은 사실이나 학생소요사태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하여 파면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재심청구를 교원징계재심위원회에 하였다. [PAGE BREAK]재심위원회의 결정 김교사는 교육법 제150조에의 규정에 의거하여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업하여야 하는 수업시간에 교육과정과 관계없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이야기함으로써 교원의 직무를 이탈한 행위를 하였음이 인정되고, 학생들이 수업시간에 감사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면 학교장과 협의하여 책임있는 자로 하여금 해명케 해야 했음에도 사실 확인 없이 자의로 이야기하였으며, 여러 반에 걸쳐서 반복적으로 위와 같은 이야기를 한 점이 인정되므로 고의성이 없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수업시간에 확인되지 않은 학교비리에 대하여 반복적으로 발언한 것은 학교법인의 주장대로 학생소요 의사를 간접적으로 주동한 것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어떤 이유에서든지 수업시간에 학생들을 상대로 학교비리 운운의 발언을 한 것은 수업에 전념해야 할 교원으로서의 직무를 태만히 하였다고 여겨지는 바, 이는 교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할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하였음이 인정되므로 그에 대한 책임은 면할 수 없다 할 것이다. 그러나 징계사유에 비추어 볼 때 파면의 원처분은 너무 과중하므로 이를 해임으로 변경한다(교원재심위원회 결정 96-20, 결정문집 1996, pp.118~121). 수업시간중에 반윤리적 이야기를 한 교사의 행위(사건2, 재심위 96-84) 문제의 소재 판단능력이 미숙한 학생들은 종종 수업시간에 교과와 다른 교사의 체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학생들의 요청을 너무 무시하기가 어렵고, 때로는 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경험담이나 이야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결코 윤리에 반하거나 비도덕적인 이야기는 그 상황과 방법 여하를 막론하고 해서는 안 된다. 만약 이러한 경우 어떠한 법적 판단으로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가 문제이다. 사건의 경위 김철수(가명) 교사는 ??여자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수업시간중에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는 학생들에게 교실의 커튼을 내리고 조명등을 끈 후 이야기의 내용이 해당교과내용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써 근친상간의 음담패설을 한 이유로 성실의무 위배(국가공무원법 제56조) 및 품위유지의무(국가공무원법 제63조) 위배로 해임처분을 받았다. 재심위원회의 결정 교사는 항상 사표가 되어야 할 품성과 자질의 향상에 힘쓰며 학문의 연찬과 교육의 원리와 방법을 연마하는 데 전심전력하여야 하며(구 교육법 제74조), 학생을 직접 지도·교육하는 교사의 책무는 그 교육대상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고 배우는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다. 교사가 수업시간중에 근친상간의 음담패설을 한 것은 감수성이 민감하고 사리판단능력이 미숙한 여학생들을 직접 교육·지도하는 스승으로서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는 높은 수준의 윤리성과 규범성이 요구되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 교사 본연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임이 명백하므로 이를 기각한다고 결정하여 해임처분 그대로 인정되었다(재심위 결정 96-84, 결정문집, 1966, pp.142~145). 맺는 말 학생들은 하루 7,8시간이나 계속되는 수업시간을 지루해 하기 일쑤다. 그래서 선생님들에게 과거의 경험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고등학생의 나이에는 사회부정과 비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이에 대한 비판의식을 기를 때이다. 이러한 학생들에게 교과수업을 하면서 수업분위기를 진지하게 지켜나가는 일이 교사의 직무이다. 그러나 때로는 학생들의 요청을 너무 무시하기가 어렵고, 수업분위기를 새롭게 하기 위해서 도움이 되는 교육적 이야기를 해줄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우 교사는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윤리적 사명과 법률적 책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육기본법에서도 교원은 교육자로서 갖추어야 할 품성과 자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국가공무원법에서는 법률준수 및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령이 아니라도 교육의 본질에 따라 교육해야 하는 것은 교원의 윤리적·도덕적 책무라 할 수 있다.
김태훈(일본국립교육정책연구소) 몇 달 전 일본 사회를 경악시킨 교사가 관련된 두 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한 건은 중학교의 현직 영어 교사가 메일토모(mail 友)라는 명목으로 여중생과 교류를 해오다가, 뒷처리가 무서워지자 여중생에게 수갑을 채운 채 고속도로의 달리는 차안에서 던져 죽게 한 사건이고, 다른 한 건은 현직 고교 교사가 역시 메일토모로 알게 된 여자와의 금전관계로 살해당한 사건이다. 메일토모라 함은 메일 교환, 주로 휴대전화를 통하여 메일을 주고 받는 친구 관계란 사이이다. 이러한 현직 교원들에 의한 불상사는 이전의 폭력 등에 의한 사건, 사고와는 달리, 청소년들을 원조교제 등 성적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제정된 「청소년 건전 육성 조례」 등에 위반되어 형사처벌을 받는 교사들이 1999년 이후 급증하고 있다. 문부성에 의하면 1999년 한 해 동안 성적 외설행위로 징계면직을 받은 교원은 115명이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제자들에 대한 외설 행위 뿐만 아니라, 테레쿠라(전화방), 원조교제, 메일을 이용한 청소년들과의 성적 접촉, 성범죄 및 살인 사건을 일으키는 등 교사들의 범죄 행위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문제를 일으켜 면직이 되었다든가 처벌을 받은 많은 전직 교사들이 “애정이 있다면 성적 관계를 가져도 용납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렇듯 청소년들에 대한 성적 폭력행위를 행하는 교원들은 어떠한 마음으로 학생들을 대하고 있는가, 지켜야 할 선을 왜 못지키고 있는가, 그것은 관리직의 지도 부족 또는 교사 채용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지적이 교사들에 의한 성범죄가 급증하기 시작한 1999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1999년 교원의 채용·연수의 개선에 관하여 검토한 ‘교육직원양성심의회’는, 같은 해 12월 10일 당시의 나카소네 문부대신에게 제출한 답신에서, 학력보다는 사회인으로서의 경험 등 인물을 중요시하는 다면적인 채용방법을 제안하면서, 적성이 없는 교원은 엄격하게 지도하며 필요에 따라서는 전직을 시키든가 ‘분권 면직’을 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있다. 분권 면직이란, 징계면직 외에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직무를 수행하는 데 적절하지 못하다고 판단될 경우 할 수 있는 면직처분이다. 그 후로 교원들의 문제 행동을 해결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문부과학성에서는 2000년 12월 발표된 교육개혁국민회의의 최종보고서를 토대로 2001년 3월에 교육개혁 신생 플랜을 발표했다. 이 신생 플랜에 의하면 21세기 일본 교육이 해결해야 할 중점 과제를 7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장받을 수 있는 새로운 학교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교육개혁국민회의는, 내각총리대신의 사적 기관으로 2000년 3월 당시 총리였던 오부치의 제안에 의해 발족되었으며, 1947년 3월 31일 공포 시행된 이후, 53년간 시행되어 온 교육법의 개정과 21세기 일본 교육의 지표를 정하는 것이 임무였다. 동회의는 2000년 11월 최종보고서를 작성, 동년 12월 최종심의회에서 총리대신에게 ‘교육을 변화시킬 17가지 제안’을 보고하고 해산되었다(새교육, 2001년 6월호 참조). 문부과학성이 밝힌 ‘교육개혁 신생 플랜’에 의하면, 교사의 의욕과 노력이 보상받을 수 있는 평가체를 만들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고 있다. ①우수한 교사를 인사 이동함에 있어서 배려를 하며, 표창을 한다. ②효과적인 수업을 못하는 교사를 다른 직종에 배치할 수 있게 하며, 면직을 가능하게 한다. ③교사의 장기간에 걸친 사회체험 연수 기회를 충실히 시행한다. ④교원의 고용형태와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⑤면허 갱신제도의 도입를 검토한다. ⑥교원의 자질 능력을 향상시킨다.[PAGE BREAK]문부과학성에서는 이러한 정책과 함께 다음과 같은 구체안을 내놓고 있다. 2002년까지 우수한 교원에 대한 표창제도를 실시하도록 하며 그와 관련된 특별 승급제도를 실시한다. ‘지방교육행정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여, 지도력이 부족하거나 충분한 적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교원을 교직 이외의 직종으로 원만히 전직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한다. 2001년도에 교원으로서 부적격한 자에 대한 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1억 엔을 투자한다. 교원의 사회체험 연수 기회의 확대를 위한 보조금으로 2001년도에 2억엔을 투자한다. 각 도도부현(都·道·府·懸)의 교육위원회에 위탁하여 교원의 채용방법을 다양화한다. ‘공립의무교육 각급학교의 학급 편제 및 교직원 정수의 표준에 관한 법률’ 등을 국회에 제출, 개정하며, 교원정수를 활용한 비상근(시간) 강사, 재임용 단시간 근무 직원을 임용한다. 2001년도에 2억 엔을 예산에 반영하여, 특별 비상근 강사 제도를 확대한다. 면허갱신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중앙교육심의회의 심의를 통하여, 2001년도 중에 정한다. 2001년도에 교원연수센터를 설립하여 국가가 실시하는 교원 연수 사업의 일원적 사업을 실시한다. 2001년도부터 현직교사들이 대학원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대학원 수학 휴업제도를 실시하여, 교원의 자주적·주체적 연수 활동을 장려, 지원한다. 이 외에도 교원 인사 등에 관하여 교장의 재량권을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이러한 정책 과제는 꾸준히 추진되어 2001년 1월에 새롭게 중앙교육심의회가 발족되어 심의가 추진중이다. 10월 30일 실시된 교원양성부회의 제10차 회의에 의하면, 불상사 등으로 인하여 징계 면직이 된 모든 교원으로부터 교원면허증을 취소시킬 수 있는 등 지방공무원법에 의해 엄격한 처벌을 할 수 있도록 안을 정하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교원을 민간 기업에서 연수를 받게 하며, 대학원 등에서 자발적인 연수를 받을 수 있는 휴가제도를 국가적 차원에서 수립할 수 있도록 요구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교원 면허 제도는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이 있는가 없는가를 판단해서 면허를 주는 제도는 아니다. 한국처럼 대학에서의 학점과 4주 정도의 실습으로 면허를 딸 수 있다. 교원으로서의 적격성은 채용시 고용자, 즉 공립학교라면 지방 자치제의 교육위원회가 판단하고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문제를 일으켜 학교에서 사직 처분을 받았다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교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근의 교원들의 불상사에 대하여 교육 전문가들은, 적격성이 높은 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교육실습을 1년 정도로 하며,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양호학교 특수학교 등 각급학교에서 교사 경험을 쌓게 하여, 모든 예비 교원들에게 자신들이 교육자로서 적격성을 확인할 수 있게끔 하도록 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높다. 그리고 교생들을 받는 실습학교측도 교육의 장래를 생각하여 실습생을 형식적인 지도가 아닌 엄격한 지도를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실습에 중점을 두기 위해서는 현재의 4년제 대학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교원양성은 대학원의 석사 과정과 연결되는 일관성 있는 제도를 도입함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놓고 볼 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지메, 테레쿠라, 원조교제 등 일본에서 성행했고, 사회 문제가 된 것은 아주 짧은 시간 내에 한국에 직수입된다. 물론 메일을 통한 만남으로 인한 문제로 한국사회를 경악시킨 사건도 벌써 일어나고 있다. 그러한 문제를 일으킨 상대가 교원일 경우, 사회에 끼치는 여파는 상당히 크다.
수리산은 경기도 안양시, 시흥시, 군포시 그리고 화성군 반월면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최고봉이 489m 정도이며, 독수리가 치솟는 형상이라 하여 수리산으로 불린다. 능선 곳곳에 암봉이 있고 진달래가 많으며, 특히 울창한 수림으로 조망이 좋아 인근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총 120과 311속 474종의 식물상과 총 5목 12과 26종의 조류, 15목 117과 300종의 곤충류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지역사회 환경 보전이 목적 수리산자연학교 교사모임은 이 수리산을 모태로 탄생했다. 지난 1999년 8월부터 11월까지 군포시 환경자치시민회가 군포, 의왕, 안양 지역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생태지도자교육이 창립계기가 됐다. 이 교육을 마친 교사들은 지역사회의 자연생태 환경에 대한 연구와 조사를 통해 깨끗한 환경을 지켜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내 고장의 자연생태계, 역사, 문화를 보전하고 보호하는데 교사로서 역할을 다하자고 약속했습니다.” 초대 회장을 맡으며 모임을 이끌어온 김시태 교사(군포고)의 말이다. 이 모임의 가장 주요한 프로그램은 매월 1회씩 하는 답사 기행. 2000년 1월부터 시작한 월례 기행은 지금까지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이 활동에는 회원은 물론 회원들 학교의 학생들도 참여한다. 매년 4∼5회 정도는 지역사회의 자연환경에 관한 연구와 보호를 위한 활동에 할애한다. 수리산 자연환경 보호 및 들꽃 관찰 기행, 내 고장에 사는 곤충 관찰 등을 매년 실시하고 있다. 문화유적지 탐방도 빼놓지 않는다. 경복궁, 충북 단양의 온달산성 및 청령포, 수원 화성의 성곽지대 등이 대표적 기행지다. 그 외에 강화도 철새기행, 경안습지의 철새관찰, 가평 조종천의 민물고기 조사 등도 다녀왔다.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사랑을 느끼게 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생활 속에서 다시 한번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임상숙 교사(군포고)는 월례기행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다고 말했다. 환경교육 세미나·토론회 열어 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환경보호와 환경교육의 교수-학습방법 개발에도 힘써고 있다. 2000년에는 ‘군포시 생태계 보존지역 설정’, ‘체험학습을 통한 환경교육’, 2001년에는 ‘특별활동과 인성교육’, ‘자연과 인간’, ‘군포지역 환경윤리 의식과 인성교육’등을 주제로 가졌다. 이 외에 각종단체나 기관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참여해 환경교육발전에 일조하고 있다. 2000년에는 교보생명교육문화재단 지원사업프로그램에 참여해 체험학습 사례집을 발간했다. 또 환경부가 주관하는 지역사회환경교육 프로그램에도 참가해 월례답사기행 자료집을 발행했다. 특히 경기도 교육청 지역단위 우수연구회에 선정되기도 했다. 지금까지의 활동을 통해 수집된 다양한 자료는 홈페이지(surisan. web.edunet4u.net)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현 회장인 최희영 교사(안양고)는 “환경교육 관련 국내·외 단체와의 연대 활동 등을 통해 자연, 인간, 생명을 존중하는 모임으로 활성화시키겠다”고 밝혔다.
권재술(한국교원대 교수) 연구 문제의 선정 문제의 발견 연구는 연구 문제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이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우리말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연구 문제가 분명하면 연구의 반은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연구는 의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것을 앞에서 강조하였다. 그런데, 이 의문을 갖는 것이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의문이 막연하게 되어 있는 까닭이 무엇일까? 그리고 어떻게 하면 의미 있는 의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첫째, 문제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교사의 주된 의무가 학생들로 하여금 학습 목표에 도달하게 하는 것일 것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습목표 도달 정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모든 교사들이 학생들이 학습목표에 도달하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학습목표 도달이 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막연한 견해밖에 가지고 있지 못하다. 어떤 교사는 잡무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떤 교사들은 학생들의 수준이 너무 낮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막연한 원인 분석으로는 연구 문제에 이를 수 있는 의문으로 발전하지 못한다. 연구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으로 문제를 보아야 한다. 즉, 잡무 때문이라고 불평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잡무 문제에 대해서 보다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잡무라는 말 자체가 의미하듯이 그것이 정말로 불필요한 것일까? 그것이 불필요하다면 불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해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연구 문제는 보다 분명해진다. 즉, “학교에서의 잡무는 정말로 필요한 업무인가?”라는 의문이 일차적인 연구 문제가 될 것이다. 둘째, 자기 자신의 의문이어야 한다. 연구 문제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절박한 의문이어야 한다. 남이 시켜서 하는 연구는 자기의 의문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연구가 되지 못한다. 연구는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의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남이 강요한 연구는 자기의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미 있게 연구가 수행되지 못하고 예상한 결과에 맞추는 일에 급급해질 가능성이 많다. 교육청에서 시키기 때문에 하는 연구, 연구비를 타기 위한 수단으로써 하는 연구, 승진의 수단으로써 하는 연구, 이러한 연구들은 연구가 잘 수행되기도 어렵지만 연구 자체가 재미없고 지겹다. 그리고 그 연구의 내용도 형식적인 것이 되고, 연구의 결과도 활용되지 못한다. 연구를 끝내고 어떤 감동을 얻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마쳤다는 것에 대한 후련함을 느낄 뿐이다. 셋째, 절박한 의문이 있어야 한다. 절박한 의문이란 무엇일까? 극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자기가 가르치는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되지 않으면 교직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라면 절박한 상황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만약 교사가 이러한 절박한 상황에 처한다면 자기 자신의 무엇이 문제인지 분명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우리 교사들에게는 교직을 그만 두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절박한 상황이 별로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학생들이 교육 목표에 도달하지 못해도 그 책임이 교사에게 별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러니, 학생들을 이해시키기 위한 자기 나름의 비결(know-how)을 개발할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이 외부에서 주어진 조건에 의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외부에서 만들어진 절박한 상황이 많다는 것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소지가 많다. 절박한 상황이란 오히려 교사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외부에 의해 강요된 동기 유발보다는 내적으로 우러난 자발적 동기 유발이 교육에서는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이다. 내적인 동기 유발은 간절한 소망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간절하다면, 학습 부진 학생을 그냥 보고만 있지 못할 것이며,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알아듣도록 가르치려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이 상황은 절박한 상황이 될 수 있다. [PAGE BREAK]연구문제의 설정 어떠한 연구도 그런 대로 의미가 있기는 하겠지만 모든 연구가 다 같이 의미 있는 연구라고 볼 수는 없다. 대단히 고생을 많이 한 연구지만 연구 결과는 보고서가 나온 것뿐이고, 그 결과가 현장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는 연구가 있는가 하면, 어떤 연구는 현장에 널리 보급되어 활용이 되는 연구가 있다. 연구 주제를 선정함에 있어서 다음의 몇 가지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첫째, 현실적으로 당면한 문제의 해결을 위한 연구를 한다. 대학이나 대학원에서 하는 연구의 상당수는 그것이 교육 현장에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된다. 그 까닭은 그 연구가 현장의 절박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연구는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야 그 결과가 유용하게 사용된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생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라면 그 연구 결과가 곧 바로 자기의 수업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작고 구체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연구자가 받는 유혹 중의 하나가 거창한 연구를 하고 싶은 충동이다. “우리 나라의 과학교육 혁신 방안”과 같은 유의 연구는 매우 근사해 보인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연구의 결과는 대부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다. 연구 주제가 거창하면 할수록 연구 결과는 의미가 없다. 연구 문제가 거창하다는 것은 그 문제에 관련된 변인이 복잡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의 결과는 뻔하게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하는 주장 이외에 별다른 것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거창한 문제는 교육정책 입안자의 경우에는 필요하다. 비록 모든 변인에 대한 분석이 이루어지기 전이라도 어떤 정책을 시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요한 일이기는 하겠으나 교사들이 할 연구는 되지 못한다. 좋은 연구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주 작고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것이라야 한다. 셋째, 이론 연구보다는 실천 연구를 해야 한다. 교육학자들은 교육학의 이론을 정립하기 위해 연구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인지적 갈등의 정도가 아동의 개념 발달에 미치는 연구”는 인지갈등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학문의 발전에 기여할 수는 있으나 그 결과를 현장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인지갈등이 개념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규명되었다고 해도 이 이론을 교실 현장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인지갈등 유발을 위한 교재가 개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인지갈등 유발을 위한 교재의 개발”이라는 연구가 더 필요할 것이다. 우리 나라의 과학과 사회 교과에서 탐구학습을 강조해온 지 30년도 넘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탐구학습이 현장에서 재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가 탐구학습이 가능한 교재가 개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든 교육적 이론은 그 이론을 적용한 교재가 나오기까지는 이론에 불과하며 현장의 교육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우리 나라 교육이 잘 되지 않는 것이 교육학 이론을 잘 몰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이론이 너무 많아서 탈이라는 생각도 든다. 수많은 이론들이 수입되었지만 이것이 우리의 교육에 별 영향을 주지 못하고 유행처럼 왔다가 사라지는 것은 교재화 연구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교사들은 이론적 연구보다는 실천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고, 실천을 위한 연구로서는 교재화 연구 또는 교재 개발 연구가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PAGE BREAK]연구의 수행 많은 책에는 연구의 수행 절차를, 연구 문제나 가설의 설정, 연구의 설계, 연구의 수행, 결과의 분석, 결론 등으로 제시하고 있다. 연구의 수행 과정에는 표집의 선정, 조사나 실험의 투입, 결과의 통계적 처리 등의 과정을 제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연구는 매우 정해진 절차에 따라서 기계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떤 일에나 형식이 있지만 그 형식은 본질(내용)을 담기 위한 것이다. 형식은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다. 아무리 좋은 그릇이라도 거기에 담긴 내용물이 좋은 것이 아니면 아무 쓸모가 없다. 그릇은 내용물의 종류와 양에 적합한 것이어야 한다. 연구의 절차와 방법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얻느냐 하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문제의 성격, 연구자의 특성, 환경적 여건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의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거나 도서관을 찾아간다. 어떤 사람은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 정교한 실험을 수행한다. 의문에 대한 답을 얻는 것에 어떤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문제의 성격에 따라서, 답을 얻는 방법은 다양하다. 어떤 방법은 쉬운 방법일 수 있고 어떤 방법은 어려운 방법일 수 있다. 어떤 방법은 시간이 적게 걸리나 어떤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릴 수도 있다. 교과교육에 관한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선생님들이 훌륭한 의문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연구에 임하지 못하는 것은 연구는 특별하고 고상하고 규격화된 방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의문을 의미 있게 해결하는 것이지, 해결하는 특별한 방법이나 그 방법의 근사함에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속담에 “궁하면 통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문제 자체가 절실하면 방법은 나오게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연구자가 연구의 목적에 투철해야 하며 편견이 없는 개방된 자세를 시종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의 근본 목적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에 대한 설득력 있는 답을 얻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가장 좋은 무기는 솔직성이다. 적합한 형식은 이 설득력을 더 향상시키겠지만 형식은 부차적인 것이다. 내용 자체가 충실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형식을 갖추어도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다. 보고서의 작성 연구는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 목적이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연구 결과를 보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은 어떤 경우에는 의무 사항이기도 하지만 연구의 목적이 교육의 개선에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다른 사람도 알고 이를 활용해야 그 의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특히 어떤 정책을 제안하는 경우에는 정책 입안자가 그 연구의 결과를 받아 들여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보고서는 연구의 과정과 결과를 잘 표현해야 하고, 또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한다. 보고서를 설득력 있게 작성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 가능하게 진술하라. 대학원 논문을 심사할 때, 논문을 읽어보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것이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면 잘 설명을 해 준다. 그러면 다 이해가 된다. 이런 경우 필자는 그 연구자에게 “왜 보고서에 지금 말하는 것을 그대로 진술하지 않았느냐?”고 반문을 한다. 그러면 그 연구자는 “그런 것은 다 아는 사소한 것이라”고 생각해서 생략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본인은 그 문제를 자나깨나 생각을 해왔으니 몇 개 용어만 보면 다 알겠지만 그 연구 보고서를 읽는 사람이 어떻게 그 연구의 내막을 다 알겠는가? 보고서를 읽는 사람은 이 연구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PAGE BREAK]자기가 어떻게 연구를 했는지 그 배경을 자세히 제시해야 한다. 연구 문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어떤 계기에 그러한 문제를 생각하게 되었는지, 이 연구 문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자세히 설명을 해야 한다. 연구 대상을 제시하는 경우에도 중학생 몇 명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왜 중학생을 대상으로 했으며, 왜 하필 이 학교를 택했는지, 인원수를 그렇게 잡은 이유는 무엇인지 등을 자세히 제시해야 한다. 자기가 어떤 주장을 할 때는 왜 그렇게 주장을 하는지 그 주장의 근거는 무엇인지 자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자기의 주장에 대한 충분한 근거와 논증을 해야 상대방이 “그렇구나!” 하는 이해에 도달할 수 있지 거두절미하고 자기의 주장만 나열하면 설득력이 없어진다. 요컨대, 보고서는 자기가 읽는 것이 아니라 남이 읽는다는 생각을 하고, 그 남이 연구자와는 달리 이 문제에 대해서 별로 생각해 보지 않았다는 인식 하에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둘째, 문단이 형성되도록 글을 써야 한다. 우리 나라 초·중등 학교에서 국어 교육을 그렇게 했지만 대학원 학생들을 지도하다 보면 문단에 대한 개념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글자를 원자라고 한다면, 문단은 분자에 해당한다. 문단도 분자와 같이 의미를 가지고 있는 최소 생각의 단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의 주장이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그 주장만 제시해서는 안 된다. 그 주장이 설득력을 갖기 위해서는 그 주장의 배경, 그 주장의 근거, 그 주장이 갖는 의미 등에 대해서 부연 설명이 있어야 한다. 한 주장에 대해 이러한 부연 설명이 합쳐져서 한 문단을 형성하게 된다. 문단을 형성하는 이유 중의 하나는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을 묶음화(chunking)함으로써 기억 용량을 줄이는 데에도 있다. 같은 멜로디가 계속되면 단조로워서 지루하듯이 어느 정도 변화를 주어야 한다. 너무 많은 문장이 한 문단에 있어도 지루해지고, 한 두 문장으로 한 문단을 만들면 독자에게 의미의 전달이 안 된다. 이렇게 보면 한 문단에는 대략 3~5문장이 적합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연구 보고서를 읽으면 그 사람이 연구해온 과정이 눈에 선하게 그려져야 한다. 그 사람이 고생한 것이 있으면 그 고생한 모습이 보여야 한다. 연구자가 느꼈던 감동이 보고서를 통해서 전달되어야 한다. 연구자가 주장하는 바를 읽으면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져야 한다. 그 연구 결과가 유용하다는 주장을 한다면 그 유용하게 활용되는 모습이 읽는 사람의 머리에 그려져야 한다. 셋째, 합리적인 논증을 해야 한다. 자기의 주장에 억지를 부려서는 안 된다.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한다. 반대의 주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설득력이 있도록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다른 사람을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자기 스스로 주장하고자 하는 바에 대해서 확고한 이해와 신념을 가져야 한다. 자기 스스로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 없다. 자기 자신이 확실히 이해하고 있다면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지만, 자기 자신이 애매하게 알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으로도 설득력 있는 논의를 전개하기 어렵다. 따라서 스스로 잘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 확신을 가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PAGE BREAK]다음으로 논의를 전개하는 과정 과정에서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근거와 증거 자료들을 충분히 준비하여 제시해야 한다.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데이터나 컴퓨터 분석 결과 또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는 사람의 선행 연구 결과나 학설 등을 인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간단한 문제를 장황하게 설명하여 지루하게 만드는 것은 옳지 않지만 논문지도를 하다보면 이러한 경우는 매우 드물고 너무 간략히 설명하여 진의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다. 논의는 천천히 단계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논리에 비약이 있다거나 너무 급하게 결론을 내린다면 설득력을 읽게 된다. 논의는 작은 단계로 나누어서 차근차근 천천히 전개하는 것이 설득력이 있다. 넷째, 중요한 것을 부각시켜야 한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겸손을 미덕으로 알아서 그런지 매우 중요한 연구를 해놓고도 이 연구는 제한된 조건하에게 짧은 시간에 수행하였으므로 미흡한 점이 많다거나 연구자의 능력 부족으로 연구를 잘하지 못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연구란 의미 있는 일이고 연구 보고서는 그 의미를 정확히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다. 연구자는 중요한 문제를 연구 문제로 삼아야 할 것이고, 그 문제를 의미 있게 해결해야 한다. 연구 보고서는 그렇게 한 과정과 그 결과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겸손해 할 것이 아니라 자기가 한 연구가 중요하다는 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어떤 연구를 보면, 그 연구의 핵심은 이것인데 엉뚱한 문제에 대해서 장황하게 설명하고 정작 그 중요한 핵심에 대해서는 매우 간략히 언급하고 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분량이 중요도와 정확히 비례하는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중요도와 논문의 지면 할당은 비례하는 것이 좋다. 따라서, 논문을 작성할 때 우선 이 연구의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결과가 가장 중요한가를 생각하고 논문의 목차를 설정하는 것이 옳다. 그리하여 중요한 주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근거와 관련 데이터를 제시하고 그 중요성의 의미를 설명하고 우리 교육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를 제시해야 한다. 연구 보고서는 자기의 연구 과정과 결과를 정확히 사실대로 보고하는 것과 아울러 자기 연구의 중요한 의미를 읽는 사람이 간과하지 않고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연구의 제한점을 솔직히 제시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것은 중요하게 부각시키도록 해야 한다.
교육과정평가원이 제안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방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획일·점수교육을 부채질하고 성취도가 낮게 나온 학교와 교원에 대한 부당한 책무성 압박이 예상되는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는가 하면 교육의 질을 과학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불가피하고 예상되는 부작용은 운영과정에서 최소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외국의 사례와 국내 법제를 살펴본다. ◇외국의 사례=이번에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체제안'을 발표한 김명숙 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국가(연방정부) 수준에서는 표집형(일부 표집학생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인 NAEP(National Assesment of Educational Assesment)를 시행하고 일부 주에서는 전집형(전체학생 대상)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시행한다. 호주에서는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파악하는 전집형의 학업성취도 평가와 함께 교육체제 및 교육과정의 질 관리에 역점을 두는 표집형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병행한다. 중앙대 허형 교수는 "미국에서도 국가수준의 교육성취도 평가가 초기에는 주정부, 각 교육구청, 학교 수준의 비교가 불가능했으나 1980년대부터 각 주별 평가가 실시되면서 각 주는 이 결과를 학생, 학교수준, 교육구청 수준으로 보고하고 적극 활용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이 연구의 초기 우려와는 달리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가 교육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예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허 교수는 국가 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OECD 회원국 간의 교육성취도 비교 연구, 미국의 교육성취도(NAEP) 연구, 수학·과학의 국제 성취도 비교연구(TIMS), 국제 수학·과학 올림피아드 등간의 비교연구를 통해 교육의 국제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과정평가원 이명희 부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주 교육법령에서 `평가와 관련한 종합적 정보를 학생, 학부모 또는 보호자, 교사, 학교, 학교구에 즉시 제공해 그 정보가 학생들의 학력 향상과 교육 프로그램의 개선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또 같은 법령에서 `성취도 평가란 코아 커리큘럼 영역에서 학생들이 성취한 수행의 수준을 측정하는 표준화된 평가'라고 성취도 평가의 개념을 정의하고 `코아 커리큘럼 영역이란 읽기, 쓰기, 수학, 역사·사회과학, 과학의 영역을 의미한다'며 검사해야 할 교과목까지 법률로 규정할 정도라는 것. 영국에서는 국가적 차원에서 성취도 평가의 척도가 될 수 있는 달성목표를 개발하고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평가를 시행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국내 법제 개선 방향=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는 우리나라에서도 1952년부터 시행돼 오고 있다. 그러나 그간의 사정을 보면 시행 담당 기관이 바뀌기도 하고 때로는 중단되기도 했으며 시행하는 대상학년과 과목이 변경되기도 했다. 그 결과 `성취도 평가'는 방황을 거듭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된 데는 성취도 평가가 장관 등 정책 결정권자의 결심에 따라 쉽게 바뀔 수 있는 체제하에서 시행되어 왔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현행 초·중등 교육법 제9조 제1항은 `학생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실시할 수 있다'라고 해 경우에 따라서는 실시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으로 규정돼 있다. 또한 결과 보고에 대한 규정이 없다. 즉 평가를 실시해도 그 결과를 발표하지 않고 묻어둘 수 있게 돼 있다는 것. 때문에 평가원 측은 초·중등 교육법 제9조를 개정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에 재학중인 학생의 학업성취도를 측정하기 위한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평가 결과를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국회에 보고하고 학교 교육의 질향상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강구해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한걸음 더 나아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학생, 학부모, 학교 및 지역사회에 제공할 것을 명문화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학업성취도 평가 대상을 현행 1% 수준에서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시에 확대하고 그 결과를 전면 공개할 때 예상되는 부작용들을 충분히 고려해 우리 실정에 맞는 시행 주기와 범위,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는 소리가 높다.
교총 초·중등교사회 회장단 30여 명은 22∼23일 이틀간 충북 보은 소재 한마음연수원에서 연수회를 가졌다. 이들은 교총 이군현 회장과 조직 운영 활성화 방안에 대해 흉금을 터놓고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교총 조직의 경우 대의원과 이사 비율의 과반수를 평교사가 점하고 있지만 일선 교원들 사이에 교총은 여전히 `관리직 중심으로 운영되는 단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는 교장과 교감의 가입이 원천적으로 배제된 교원노조와 달리 교총은 교장과 교감이 고참회원(?)으로 발언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전문직 이익단체를 표방하는 교총은 이념적으로 전통적으로 교원을 관리직과 평교사로 구분하는 것을 싫어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몇해 전부터 교총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중앙과 시·도교련에 교사회 결성이 추진돼 왔지만 16개 시·도중 초·중등교사회가 결성된 곳은 아직 10개 시·도에 머물고 있다. 자연히 이번 연수회에서 초·중등교사회 회장단은 이 문제를 제기했다. 초·중등교사회장들은 신규 교사들을 회원으로 가입시키려면 교총 조직이 젊어져야 하고 조직 운영 전반에 평교사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야 한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날 초·중등교사회장단은 교총 지도부에 두 가지를 주문하고 결의를 다졌다. 하나는 새학년을 앞두고 회세 확장에 적극 나서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들에게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다음은 이날 토론 내용을 가감 없이 정리한 것이다. △회세 확장 관련=대부분 시·군·구교련 회장을 교장이 맡고 있다. 기득권의 틀을 깨야 회원이 확보된다. 최근 교사들이 시·군·구교련 회장을 맡는 경우가 늘고 있는 데 이는 바람직한 현상이다. 일부 지역의 경우 친목회장이 분회장을 맡는 경우가 있는 데 이들 분회장의 활동은 교원노조와 대비된다. 교장들이 분회장을 맡고 있으면 예전과 달리 신규 교사를 교총회원으로 가입시키기가 더욱 어렵다. 이제는 활동력이 왕성한 젊은 교사 분회장으로 교체해야 한다. 교대와 사대를 방문해 홍보 활동을 벌이고 또 이들의 동아리 활동을 지원하는 등 연계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각 시·도가 신규 임용 교원 연수 때 벌이는 홍보방안을 공유하자. 교생실습과 신규 임용교원 연수기간 중 시·군·구교련 회장이 연수장을 방문 환영·격려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고 시·도교련은 이를 위한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힘을 실어달라=미결성된 6개 시·도에도 교사회를 결성하자. 시·도 교련회장이 교사회 지원에 나서야 한다. 교총 회비에 교사회 운영 예산을 반영해달라. 시·도교사회가 원활히 운영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사례발표 등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자. 교사회도 기존 집행부와 조화·균형을 도모해야 한다. 교사회의 이같은 요구사항에 대해 이군현 교총회장은 "교사회의 결정사항을 교총 정책과 운영에 최대한 반영하겠다"면서 "예산 편성에는 절차가 있는 만큼 교사회의 요구사항을 집행부와 대의원회에 전달하고 올해는 우선 회장의 권한 범위 내에서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교육청은 24일 교통안전의 생활습관화 및 교통질서 의식 함양을 위한 어린이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시달했다. 교육청이 마련한 대책에 따르면 각급 학교가 교통안전 교육에 대한 시간을 확보, 체계적인 교육을 실시토록 하고 교사연수에서도 교통안전 관련 교육시간을 확보토록 했다. 또 교통안전 보조교사 양성 및 계도 활동을 강화하며 안전교육시범학교에 교통안전 교육내용을 포함해 운영토록 했다. 아울러 시 교육청 교육국장을 회장으로하는 어린이 교통안전대책 추진협의회도 구성키로 했다.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학교보건정책을 위해서는 교육부에 학교보건 사업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독립된 보건 교과목도 신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부가 최근 펴낸 "학교보건(급식) 50년사 및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학교보건조직의 잦은 변화와 인력의 감축으로 인해 장기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책개발이 이뤄지기 어려운 구조로 돼 있으며 단계적 보건목표의 부재로 인해 보건교육과 보건사업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운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선학교에서 보건교육과 보건사업을 수행할 보건 인력 및 보건 조직의 미비로 학교단위로 보건 문제진단과 보건계획의 수립 및 실행도 힘들고 지역사회의 전문 인력과 시설의 지원과 활용 같은 연계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학교장, 영양사, 양호교사 및 교육청 교육행정직 등 보건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지난해 11월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2%가 학교보건 사업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응답자들은 학교급식의 식중독 사고 원인으로 위생소홀 42.1%, 부적합한 식재료의 선정 31.6%, 위탁급식 26.3%, 전문가 부재 26.3%, 책임의식 부재 15.8%, 지도관리 소홀 10.5%, 예산 부족 5.3% 등의 의견을 보였다. 또 보건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야 할 내용(복수응답)으로 건강 상식 42.1%, 성교육 42.1%, 질병 예방과 약물 및 위생과 습관 각각 26.3%, 건강관리와 급식 각각 15.8%, 응급처치 5.3% 등으로 응답했다. 보고서는 일관성있고 체계적인 학교보건정책의 개발, 기획, 지도 평가와 전문인력 개발 등을 위해서는 교육부에 학교보건 사업 전담부서 설치하고 일선학교도 학교장을 중심으로 양호교사, 영양사, 체육교사 및 일반교사를 참여시키는 학교보건팀 구성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보건교육 강화를 위해 현재 체육, 가정, 생물, 교련 등에 산재돼 있는 보건 관련 내용을 독립된 보건 교과목을 신설해 통합 ▲학생들의 성숙 정도에 따라 연령에 맞는 체계적인 보건교과과정을 개발 ▲양호교사 및 기타 보건 관련 교사에게 보건교육훈련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이를 교육할 수 있는 인력 양성 ▲학생과 교사, 학부모 및 지역사회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포괄적 학교보건사업 모형 개발 등을 제안했다.
'국민의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으로 떠오르던 신지식인이 실종되고 있다. 언론 보도 횟수도 현저히 줄었다. 종합일간지에 보도된 횟수를 보면 신지식인이 등장한 이듬해인 1999년에는 490건에 달했지만 다음해에는 202건, 그리고 지난해에는 156건으로 급감했다. 이와는 반대로 신지식인 숫자는 급증했다. 신지식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 집계에 의하면 2001년 말 현재 신지식인으로 지명된 사람은 3000명을 웃도는 것으로 밝혀졌다. 신지식인이 도입된 첫해의 588명에 비하면 5배가 넘는 수치다. 종류도 다양해졌다. 신지식 공동체로까지 범위가 넓혀졌다. 전국에 신지식 공동체는 모두 44개. 신지식 마을 27개, 신지식 학교 17개교다. 머지 않아 신지식 군대까지 등장할 것이다. 그러나 신지식인이 '반짝스타'의 운명이 되면서 100명의 신지식 교사와 신지식 학교도 같은 상황에 처해있다. 더군다나 신지식 학교를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교육부와 교육청 직원들도 신지식학교의 존재조차 잘 모른다. 신지식인이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것에 대해 허병두 교사(서울 숭문고·1999년도 신지식인)는 "희소성이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개혁정책의 실패도 또 다른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재걸 교수(대구교대)는 "신지식인은 국민의 정부 개혁정책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 신지식인이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쇠퇴하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신지식인이 정부의 개혁과 연결되는 고리로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개혁철학은 신자유주의였다. 신지식인은 신자유주의 철학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개혁정책의 실패도 신지식 교사를 잊게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적한다. "기능성을 강조하는 신지식인의 속성은 '한 가지만 잘 해도 대학갈 수 있다'는 이해찬 전 장관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한다"고 박인종 박사(교육개발원)는 말한다. '이해찬 세대'로 불리는 올해의 입시생들은 수능시험 점수가 크게 하락해, "신자유주의철학에 의한 교육개혁은 실패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신지식인이 외면을 받게 된 또 다른 요인으로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됐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런 지적은 신지식인 출범 초기부터 있었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정권이 바뀌면 신지식인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적지않다. 신지식인의 위상 추락과 함께 신지식 교사들의 불만도 높다.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뒤 혜택은커녕 오히려 더 불편하다는 것이다. 신지식인으로 지정된 한 교사는 "교직의 특성상 신지식인으로 선정됐다고 해서 특별히 유리할 것도 없고 바라는 것도 없다. 그러나 뭔가 연구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원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지식 교사도 "신지식인이 그것도 몰라", "그 실력으로 어떻게 신지식인이 됐어"하는 식의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되고 있다며 "차라리 신지식인 제도를 없애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신지식 교사들의 불만은 다른 공무원과의 형평성에도 찾을 수 있다. 신지식 교사들은 아무런 인사상의 혜택이 없지만 일반직 공무원 신지식인들은 승진 시 5점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신지식인이 잊혀져가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제2건국범국민추진위원회(위원장 김상하)의 입장은 다르다. 신지식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종백 사무관은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신지식인에 대한 인식은 많이 확산됐다"고 말한다. 김 사무관은 또 "새마을 운동이 산업사회에 필요한 운동이었다면 신지식인운동은 지식정보화사회에 걸맞는 운동"이라며 "학벌주의 타파 등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지식인이란= 제2건국범국민추진위는 1999년부터 지식기반 국가건설을 위해서 신지식인운동을 벌여, SF영화 '용가리'를 만든 코미디언 심형래 씨를 신지식인 1호로 선정했다. 위원회는 신지식인을 "학벌에 관계없이 새로운 발상으로 일하는 방법을 혁신해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으로 개념을 정립했었다. 신지식인은 중앙부처, 지방자치단체, 상근 직원 5인 이상의 기업·단체 등에서 선정할 수 있다. 신지식학교는 '교육적 가치가 있는 지식을 창출하고 정보화를 통한 지식공유로 교육발전을 선도할 수 있는 학교'로 시·군·구 교육청에서 발굴해서 시·도교육청에서 선정한다.그러나 기존의 선도학교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국제고 설립을 추진하고, 과학뿐만 아니라 예체능, 일반과목까지 영재교육을 점차적으로 확대하겠다. 흡연과의 전쟁을 통해 연말까지 청소년 흡연율을 10% 이하로 떨어뜨리고, 서울시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최소한 생활영어는 가능하도록 하겠다." 유인종 서울시교육감은 23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올해의 서울교육 방향을 밝혔다. -서울시 교육청의 주요 계획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영어와 중국어 교육의 활성화, 흡연과의 전쟁에 역점을 두겠습니다. 서울에서 초·중·고를 졸업하면 적어도 생활영어는 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특히 30%에 달하는 청소년 흡연율은 연말까지 10%까지 떨어뜨릴 겁니다." -흡연과의 전쟁을 선언하셨는데 앞으로 교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선생님들이 있으면 어떤 조치를 받게됩니까. "비행기 안에서는 담배 피울 생각을 안 하듯 교실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습니다. 자율에 맡기는 게 기본방향이지만 6월부터는 학교를 절대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겁니다. 6월까지의 계도기간 중 좋은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교육여건 개선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는지요. "7차교육과정이 적용되는 고1학년은 3월부터 학급당 35명 이하로 수업할 수 있게 됩니다. 2, 3학년은 70∼80% 정도 해결됩니다. 중학교는 현재도 학급당 인원이 33명이라 문제될 게 없습니다. 초등학교는 학급당 인원이 26명에서 40명까지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교실을 지을 수 있는 부지 확보가 어렵다는 게 애로 사항입니다." -신학기 초등교원수급은 어떻습니까. "서울의 초등교원 수급은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금년에 초등교사를 850명 확보했는데 신학기에 600명밖에 소화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2학기가 되면 휴직하는 교사가 많아 나머지 교사를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보충수업은 계속 불허할 방침입니까. "정규 수업시간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그것이 공교육을 살리는 길입니다. 다만 특기 적성 교육은 적극 권장할 겁니다." -수능총점석차제 폐지를 어떻게 보십니까. "총점제 때문에 아인슈타인이 대학 못 들어 간 것 아시죠? 총점제 폐지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습니다. 지난해 수능이 어려워서 문제가 되었는데, 수능은 쉬워야 합니다. 1999년도 수능 수준이 적당합니다. 교수가 출제해서는 난이도를 조절할 수 없습니다. 고교교사들이 출제하면 난이도는 쉽게 조절됩니다." -중학생 조기유학 붐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영어교육 때문에 과열 현상이 일고 있는 겁니다. 굳이 영어 때문에 유학 보낼 필요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국제고등학교도 설립할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관련 법령을 우선 정비해야 합니다. 국제고를 운영하면 적은 돈으로도 외국 유학 보내는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부적격 교사 퇴출'을 언급하신 바 있는데 구체적인 방안이 있습니까. "선진국의 예를 들겠습니다. 독일은 교사 안식년과 함께 정기적으로 정신·신체검사를 실시합니다. 러시아는 교사임용권은 철저하게 교장이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서울교육을 되돌아 볼 때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과 아쉬운 것 한가지씩만 든다면. "체험을 통한 인성교육과 초등 교수-학습방법 개선에서 큰 성과가 있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고교에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별 진척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입시 때문이죠." 유 교육감은 영어교육활성화 방안으로 토플 600점 이상자만 영어교사로 임용하고, 외국의 홈스테이, 원어민교사 초청 등을 활성화 시킬 방침이라고 했다. 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은 우리와 직접 관련이 많고 발전속도가 빠른만큼 중국어 교육을 중시할 것이며 그 방안으로 60명의 중국어교사들을 연차적으로 6주 간씩 중국연수를 시키고, 교사연수를 위해 중국인 2명을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립형사립고는 섣불리 도입하면 입시과열만 초래할 뿐이며 먼저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과거의 교육을 바꾸는 '서울교육새물결운동'은 하드웨어에서 교수-학습방법인 소프트웨어 쪽으로 초점을 옮길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사의식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강요했다.
교육부의 시·도간 교원교류 확대방침에도 불구하고 교류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교육부는 수년 전부터 별거교원들의 고충해소 차원에서 일방 전출입 확대 등을 통해 시·도간 교원교류를 확대해줄 것을 시·도교육청에 권장해오고 있다. 김대중 대통령도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교육부의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 보고시 "대폭적인 교원증원을 활용해 장기간 가족과 별거하고 있는 교원들에게 특단의 전보방안을 강구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수년 동안 시·도간 교류실적은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97년 20%였던 교류실적(희망자 대 전출자 비율)이 99년 14.9%로, 2000년 10.9%로 떨어졌으며 지난해에도 12.8%에 머물렀다. 교류실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은 일선 교단의 심각한 초등교사 부족현상과 중등교사 과목상치 등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 시·도교육청 인사업무 담당자들은 "일선 교육청이 겪고있는 교원 수급문제를 도외시한 교육부의 일방적인 전출입 확대 실시 요구를 수용하기 어렵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 문제가 대통령 지시사항임을 강조, 지난해 말 별거 부부교사의 시·도간 교류를 대폭 확대해줄 것을 공문을 통해 시달한 바 있으며 지난 16일 열린 교육감회의에서 이를 재차 독려했다. 교육부는 교육감회의에서 교류대상자로 확정된 교원들이 3월 신학기 전에 이사할 수 있도록 정기인사를 조기에 실시해줄 것도 아울러 시달했다.
이윤배 조선대 교수 2002학년도 입시가 지금 대학별로 한창 진행중이다. 그런데 지난 정시 모집입학 원서 접수 창구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수능점수분포표'를 공개하지 않은 까닭에 예상대로 예년보다 더 극심한 눈치 작전이 벌어졌다. 그리고 개인의 적성이나 특기 등을 완전히 무시한 채 눈치 작전으로 학과나 대학을 선택해 인생의 진로를 결정하는 모습에 안타까웠다. 이런 가운데 다시금 2005학년도 수능 개편안이 발표돼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학교에서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발표한 개편안의 주요 골자는 고교 1학년까지는 모든 과목을 골고루 배우도록 한 뒤, 2학년 때부터 진로를 정해 거기에 맞는 과목만을 골라 공부하게 함으로써 수험생들의 선택의 폭을 대폭 늘려 준다는 것이다. 물론 학생의 적성과 특기에 따라 심화 선택 과목제를 강화하고 선택 과목 축소로 수험생들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대학도 특성에 맞춰 입시 제도를 이끌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시·교육 정책의 잦은 변경은 공교육 정상화 및 사교육비 절감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하고 학생, 학부모에게 혼란과 고통만을 가중시킨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특히 학생과 학부모들은 정부의 대입 수능 정책이 교육 현장의 여건을 무시한 채 3년만에 또 다시 바뀐 데 대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일선 교사들도 `취지는 좋으나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론'이라며 벌써부터 공교육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작년 발표한 `2000년 과외비 실태 조사'에 따르면 전체 학생 기준 연간 총과외비는 99년도 대비 2만 4000원 높아진 88만 9000원이었다. 특히 초등 학생은 1인당 총과외비가 12만원 높아졌다. 과외한 학생 1인당 평균 과외비는 연간 133만 5000원으로 99년도보다 7만 8000원 증가했다. 과외 학생 기준 연간 총과외비는 151만원 이상이 28.7%로 가장 비율이 높았다. 반면 30만원 이하는 99년도보다 무려 10.7%나 떨어진 16.6%에 불과해 날이 갈수록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수능 제도는 결국 과외비의 증가를 가져와 가정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학교 수업 즉, 공교육의 파행을 심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그 까닭은 특정 과목에 대한 편중 현상을 부채질하고 대학마다 요구하는 과목이 다양해 선택 과목에 대한 학원 의존도가 높아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교육에 대한 끝없는 불신으로 일부 학생들에게 학교는 더 이상 공부하는 곳이 아니다. 수업 시간에 만화나 다른 과목의 책을 보기도 하고 잠을 자도 교사들은 이를 방치한다. 반면에 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사설 학원 의존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족집게' 강사의 말은 한 마디라도 놓칠세라 경청을 하고 진학이나 인생 상담도 이들 강사에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설 학원 강사들은 학습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학생들에게 체벌도 가능하지만 학교에서의 체벌은 112에 신고를 당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 공교육의 현주소다. 사실 대학 입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그리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의 정상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경쟁적으로 공표되고 시행되어 왔지만 번번이 수요자들에게 혼란을 가중시키고 고통만을 제공했을 뿐이다. 그 까닭은 학벌 위주, 간판 위주의 한국적인 교육 풍토를 도외시한 채 우리 실정에 맞지도 않는 선진국의 입시 제도를 직수입해 무리하게 적용하고 일부 무능한 교육 관료들의 이기심과 사이비 교육학자들이 교육의 파행을 부채질했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이 해야 할 일은 이미 지적됐거나 예견되는 문제점들을 주도 면밀하게 검토해 보완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우수 교원을 확보하고 획기적인 교사 처우 개선, 노후 시설 및 실험 실습 환경의 개선, 그리고 공교육의 불신 해소 대책 등 다양하고 현실적인 대안들을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상 현장 중심적인 사고로 정책을 모색하고 추진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장세진 전북한별고 교사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은 시내 170개 초중고교 건물을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 이르면 올 6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전북교육청도 우선 교육청 청사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초·중·고교에 확대할 것을 시사했다. 다른 시·도교육청들도 곧 따라 할 것이 확실시되거니와 모 대학도 캠퍼스 자체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키로 하는 등 금연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월부터 다시 담뱃값을 올리기로 한 보건복지부보다도 이처럼 교육당국이 금연운동에 더 앞장서는 이유는 학생들의 흡연이 위험수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특히 중학생과 여고생들의 흡연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는 통계가 발표됐다. 하지만 해마다 연초가 되면 유행처럼 번지는 금연 분위기에 불을 당긴 것은 폐암환자인 코미디언 이주일 씨의 병상 모습이 TV로 공개되면서부터가 아닌가 싶다. 급기야 교육부 장관이 그를 직접 찾아가 금연운동의 명예교사로 위촉하기도 할 정도다. 흡연이 건강에 해로운 사실은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나아가 간접흡연으로 말미암아 위협받을 비흡연자들의 건강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흡연자들은 틈만 나면 올리는 담뱃값에도 `흡연자가 봉이냐'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초·중·고교의 절대금연구역 지정은 문제가 있다. 교육청 관계자가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피지 말라고 하려면 선생님 역시 담배를 끊어야 한다'는, 언뜻 그럴 듯해 보이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학생들에게 술을 마시지 말고 야한 비디오도 보지 못하게 하려면 교사 역시 술을 끊고 야한 비디오도 보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이는 청소년들이 술 먹고 사고 치니 아예 술 공장과 술집을 전부 폐쇄해야 한다는 말이나 같다. 교사들이 솔선해 모범을 보이는 일은 좋지만 그렇듯 강제하는 것은 어른과 청소년의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전체주의적 발상에 다름 아니다. 오히려 청소년의 흡연증가 이유는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학생들이 흡연에 쉽게 빠져드는 것은 호기심 때문이지만, 이는 단순한 이유일 뿐이다. 청소년들은 중·고생 90%가 `한국은 부패사회'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난 최근의 설문조사에서 보듯 `미친' 어른들의 뒤틀린 사회에 대한 반항심리로 흡연에 빠져들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한 대책은 제쳐두고 학교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하려는 것은 전체주의적이며 한건주의식 행정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실현 불가능하며 실현되면 더 큰 혼란을 초래할 대책 아닌 대책이기 때문이다. 지금도 교사휴게실이 없는 학교의 교사들은 수돗가나 나무 아래 벤치 같은데서 흡연을 하고 있다. 정말 어이없게도 쉬는 시간 오가는 학생들에게 `흡연쇼'를 보여주는 꼴이다. 그런데 이제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되면 그야말로 근무상황부에 외출로 기록하고, 그것도 하루에 여러 차례, 밖에 나가 담배를 피우고 들어와야 한다는 말인지 정책입안자에게 되묻고 싶다. 그리고 교육부 장관이나 교육감이 노상 강조해마지 않던 교사의 복지향상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애연가 교사들에게는 당연히 학생들 눈치보지 않고 흡연할 수 있는 것도 복지다. 정년단축과 체벌금지, 그리고 촌지 받는 교사 운운하는 것까지 온통 교사의 사기를 확 꺾어 놓은 일이 얼마전 일이다. 이제 각자의 기호생활인 흡연마저 전체주의적 발상으로 강제하여 학생들 앞에서 `꼴값'하는 교사들을 양산해낼 셈인지 정말 한심스럽다. 전국 애연가 교사들의 이름으로 학교의 절대금연구역 지정을 재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