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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민주당 이재정의원(교육대책특위위원장)이 지난달 23일 교총을 방문 채수연사무총장, 박진석교권정책국장 등과 교육정책 현안에 대해 협의했다. 이날 채사무총장은 교원정년 환원, 자치제 통합 반대, 연금법 개악 반대, 학급당학생수 감축, 교원처우 개선, 수석교사제, 교섭·합의사항 이행 등에 대한 입장을 설명하고 여당의 지원을 요구했다. 교원정년 환원 요구에 대해 이재정의원은 "중립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있다"고 전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경영의 틀을 보호하면서 각계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정부 부처의 자치제 통합 기도와 관련 이 의원은 자치제 통합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연금법 개정 문제와 관련 이의원은 '기득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론을 거듭 강조했다. 이밖에 이의원은 채사무총장의 요구사항 가운데 교총과 교육부가 합의했으나 아직 이행되지않고 있는 산업체 근무경력과 임용전 군복무경력 1백% 인정 문제에 대해 공감을 나타냈다.
경남교련(회장 정찬기오)과 경남도교육청(교육감 표동종)은 지난달 27일 도교육청 소회의실에서 2000년도 단체교섭·협의를 갖고, 시·군 연구-실험-시범-우수-협력학교 교원에게 승진가산점 부여를 추진키로 하는 등 11개항에 합의했다. 이날 양측의 합의 내용은 ▲교과전담 순회교사 가산점 조정 ▲지역교육장의 우수교사 전보규정 합리적 운영 ▲폐교교원 신분보장 ▲전문직 전직규정 사전예고제 준수 ▲초빙교사 규정 합리적 운영 ▲무혜택 정보업무 담당교사의 과중업무 경감 ▲공휴일 교사일직 배정사례 근절 ▲경남교련 운영지원금 배당·지원 노력 ▲유치원 운영비 현실화 노력 ▲도교육청 발행 주요자료 경남교련 제공 등이다. 양측은 또 한국교총과 교육부가 이미 합의한 사항중 도교육청이 이행키로 한 13개항도 재확인했다. 이는 ▲교원 인사이동시 이사비 지급 ▲교원 자율연수휴직제 정착 ▲유치원교원 연수기회 확대 ▲교원 연수경비 국고부담 확대 ▲진로상담보직교사의 전담제 확대 ▲소규모학교 문제점 해소 ▲교원 법정정원 확보 ▲초등교과전담교사 확대 ▲교무실에 학습보조원 배치 ▲교원의 편의·복지시설 확충 ▲학교단위 규제 완화 ▲사립과 국·공립교원의 동등한 혜택 부여 ▲교육정책 형성과정에 교원단체 참여 보장 등이다. 이밖에 경남교련과 도교육청은 임용전 군경력 '갑'경력 인정 등 9개항에 대해 공동 노력키로 의견을 같이했다. 교섭·협의에는 교련에서 정회장외에 류영숙 부회장, 구용회·김석렬 이사, 허우영 초등교장(감)회장, 김상복 중등교장(감)회장, 조성자 초등교사회부회장, 류우현 사무국장이 교육청에서는 표교육감과 김강석 교육국장, 조수강 초등교육과장, 이송재 중등교육과장, 이인권 학교운영지원과장, 강국일·박태우·강수효 장학관 등이 대표로 참석했다. 자세한 내용은 경남교련 홈페이지(www.knfta.or.kr) 게시판 참조.
제7차 교육과정 개정은 우리 나라의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교육위원회가 구상한 교육 개혁 방안을 토대로 하고 있다. 이 방안에서는 학교 교육을 혁신하기 위해 새로운 교육과정에 국민 공통 기본 교육 과정 체제의 설정, 고등학교의 선택 중심 교육과정 체제 설정, 수준별 교육과정 도입 등을 제안하고 있다. 교육과정에 따른 기본적인 방향은 '학습자 중심'의 정신이라고 할 수 있고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는 학습 수준별 적용, 학습량의 적정화, 능동적 학습 활동 강조, 실제 경험과 관련된 학습 문제 해결 등이 강조되어 있다. 과거 교사 중심의 학습 체제를 학습자 중심 체제로 전환하려는 점과 교육과정 운영에 어떠한 권한도 가질 수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교사가 교육과정 운영에 관하여 권한을 가지고 참여 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제7차 교육과정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인 '단계형 수준별' 학습 방법은 우리 교육 현실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발상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단계형 수준별 학습' 방법은 과거 일정 기간의 경과에 따라 자동적으로 다음 단계로 진입되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수준에의 성취 여부에 따라 다음 단계로의 진입 여부를 결정하는 운영 체제이다. 그런데 제7차 교육 과정에는 수준별 학습을 교육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 할 것인지에 대해 상세한 방법론적 언급이 전혀 없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제만 던져주고 방법은 교사가 알아서 하라는 식은 정말 곤란하다.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 연구 기관에 의한 사전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며 수업 적용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중등 교사의 경우는 전공 교과만을 가르치지만 전 교과를 가르쳐야 하는 초등 교사의 경우, 교과서 하나만 들고 모든 방법을 교사 스스로 찾아서 하라는 건 현실적으로 도저히 불가능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부터 초등 1, 2학년에 처음으로 시행된 제7차 교육과정은 교사 스스로가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매 시간 마다 수업 방법은 난감하기만 하다. 수준별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문제점에는 우선 일정한 성취 기준을 고려하여 상급 단계의 진급을 위한 자격 기준을 교사가 설정하고 알아서 진급 여부를 가리라는 것인데 학생의 능력을 상위 단계와 하위 단계로 구분한다는 것은 매우 애매할 때가 많다. 우수아와 부진아 구분은 수월하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보통 그룹의 학생을 무 자르듯, 단계를 나눈다는 건 수준별 분류에 따른 학생들의 심리에 영향을 주어 위화감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오히려 학습 효과가 낮아지기도 하며 부진 그룹 학생들은 설정 목표 자체가 낮으므로 상위 그룹 학생들과 동등한 학습을 할 권리가 없어 질 수도 있다. 교과서에 수준이나 단계 차시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교과서가 상위 학습과 하위 학습의 수준을 분명히 하지 않아 교과서 전체 내용을 가르칠 수밖에 없는 여건을 만들어 놓고는 교사가 알아서 수준별로 학습시키라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또 수준별 교육과정에서는 수준에 관한 심도 있는 연구와 더불어 수준별 학습 활동의 결과를 평가하는 수준별 평가 방법이 먼저 모색되어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수준별 학습이 이루어지더라도 수준별 평가가 이루어 질 수 없는 여건에서 수준별 학습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마지막으로 현재 우리 나라의 학급당 학생수는 수준별 학습을 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이지만 그런 것들은 무시 된 채 교사의 능력 하나에만 의존하여 교육과정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올해부터 시행 된 제7차 교육 과정은 준비 없이 성급하게 시행된 결과 나타난 시행착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교사가 수긍 할 수 없는 교육 과정의 시행을 중단해야 한다. 제7차 교육과정이 문제점 투성이 임을 알면서도 계속 시행한다면 그 희생자는 수혜자인 학생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개정을 보류하고 철저한 준비와 사전 연구에 더 많은 노력과 연구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서울 동답초등교 6학년 2반 교실. 국어수업을 마친 엄선애 교사가 시간표를 확인한다. 3, 4교시에는 1반에서 수학수업이 있다. 1반에서 사회 수업을 막 마친 김명기 교사는 탈의실에서 체육복으로 갈아입는다. 2반 학생들과 3, 4교시에 체육수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치 중·고등학교의 교실을 연상시키는 이런 풍경은 동답초등교가 실험 운영하고 있는 복합교과전담제 때문이다. 이종복 교장은 "담임 교사가 교담을 제외한 모든 교과를 가르치는 것은 전문성 확보나 수업 효과 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며 "두 개 학급을 짝을 지어 각각의 교사가 과목을 나눠 가르치는 방식을 2년간 실험 운영했다"고 말했다. 열린교육시범학교로 지정된 동답초는 2년간 4학년 1, 2반과 5, 6학년 각 두 학급을 묶어 모둠학급 교육과정을 도입하기로 하고 2월 중 각 교사에게 담임 학년 희망조사를 실시했다. 또 문과(국어, 사회), 이과(수학, 자연) 중 주전공을 선택하게 하고 부전공으로 체육, 음악, 미술, 영어, 실과 등을 희망하게 해 한 교사가 5, 6개 교과씩 나눠 가르치는 복수교과전담제를 도입했다. 수업은 문과, 이과반을 맡은 교사가 협의해 시간표를 짠 후 각자가 맡은 교과시간에 서로 교실을 옮겨다니며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를 위해 각 교사는 자기 교실에 각자 맡은 교과의 활동자리 코너를 만들고 평소 담당교과의 교수-학습자료를 확보, 분류함으로써 수업 시 편리하게 이용하도록 특성화해 놓았다. 교과 수업은 단원의 특성에 따라 각종 자료가 필요하면 학생이 이동해 받고 그렇지 않으면 교사가 서로 옮겨 다니며 실시했으며 수업시간도 40∼80분 내에서 융통성 있게 운영했다. 이로서 두 교사는 교과 연구, 지도안 작성, 연수, 공개수업 참관에 각자가 맡은 교과에만 참여하고 수업 준비, 평가, 결과처리 시간을 절반 가까이 줄임으로써 교과 전문성을 높이고 수업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거뒀다. 4학년4반 서경주 교사는 "수학 학습지를 하나 만들어도 3개 반에서 쓸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며 "게다가 담당 과목도 줄어들어 예전보다 한 과목 준비시간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말했다. 교환수업에 따른 생활지도의 어려움은 두 교사가 두 학급을 공동으로 담임하는 복수학급담임제를 도입해 보완했다. 또 이들 교사가 2, 3년간 같은 학년을 중임하게 하고 그 후에 1∼3학년으로 이동하게 함으로써 전문성 확보와 교사간 불만의 소지를 없애는 노력을 기울였다. 한편 4학년 3, 4, 5반은 불가피하게 3개 반 모둠학급으로 편성될 수밖에 없어 절충식교과전담제를 도입 운영했다. 이 방식은 3명의 담임교사가 국어를 제외한 수학, 사회, 자연교과를 자기 전공과 특기에 따라 3개 반에 걸쳐 분담, 지도하고(이에 따라 각 반이 수학반, 사회반, 자연반으로 편성됨) 교과전담 교과를 제외한 다른 교과들도 모둠학급 교사들의 전공과 특기를 고려해 나눠 가르치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교사, 학생의 잦은 이동으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수업시간을 2시간 단위로 할 것을 권장했다. 이 같은 모둠학급 교환수업에 대해 학부모와 학생들은 `획기적'이라는 반응이다. 6학년3반 김혜영 학생은 "한 선생님이 가르칠 때는 잘 못하시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은 각자 더 잘 하는 과목을 가르치셔서 이해도 잘 되고 재미도 있어요"라고 말했다. 또 5학년3반 송광영 군은 "앞으로도 계속 교환수업을 했으면 좋겠다"바람을 얘기했다. 실제로 학생 535명, 학부모 516명을 설문조사 한 결과 73.6%의 학생과 83.6%의 학부모가 복합교과전담제가 `좋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에 대해 학생들은 `전공과목을 가르치니까 능률적이어서'(36.4%), `재미있어서'(26.0%)라고 답했다. 또 4∼6학년의 경우, 수업 만족도가 99년 3월과 2000년 7월을 비교할 때, 전 교과에 걸쳐 10∼40%나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들도 수업 연구-준비시간이 절감되고 교수-학습의 효율성이 높아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생활지도 문제, 교실환경 개선 등은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정수원 교육과정부장은 "복합교과전담제는 초등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선의 방법"이라며 "앞으로 저-고학년 담임 전담제를 도입하고 학급당 1명까지 보조교사를 두는 조치 외에 수업시수를 20시간까지 낮추는 개선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동답초는 복합교과전담제를 2년간 실험운영한 결과를 지난달 28일 운영보고회를 통해 발표했다.
감사원감사결과 드러난 학교급식운영 실태를 보면 아직 개선돼야 할 부분이 많은 것으로 보여진다. 학교자체에서의 부정, 감독기관의 관리 소홀, 부도덕한 업자 등이 그동안 나타난 문제점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서울·대구·광주·경기도·경북도교육청의 경우 98년3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7개 업체가 121개 초등학교에 한우고기보다 가격이 싼 육우고기 5만1503.5kg과 수입소고기 2만8923.7kg 등을 한우고기로 속여 납품해 약 2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또 지난해 6월 서울S초등학교의 신고로 상영기업이 수입소갈비 45kg과 한우갈비 82kg을 섞어 모두 한우갈비로 속여 납품한 사실이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의 조사결과 밝혀져 강동경철서에 고발됐지만 이 기업은 고발된 이후 11월까지 교육청 관내 14개 초등학교에 계속 납품하기도 했다. 위생관리 소홀도 여전한 문제점이다. 광주·전남지역 14개 학교 급식실에서 음식물과 주방기기구류 63점을 수거, 광주보건환경연구원 등에서 검사한 결과 조사대상의 29%인 4개 학교에서 대장균 또는 잔류농약이 검출되거나 세균수가 기준치를 초과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학교의 불성실한 운영도 드러났다. 경기도교육청 관내 19개, 광주시교육청 관내 23개 등 42개 학교에서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동일 용량의 기기를 구입해 경기도교육청 3613만5000원, 광주시교육청 5195만4000원 등의 예산을 비효율적으로 집행했다. 서울 등 6개 교육청 관내 157개 직영 급식학교에서는 학교안전공제회에 이미 가입했으면서 별도의 손해보험에 가입해 학생들로부터 징수한 급식비와 학교운영지원비 1억5563만8000원의 보험료를 부담했다. 전남K고등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고 즉석 판매 제조·가공업의 영업허가를 받지못한 K업체와 학교급식용 농·공산품 납품계약을 체결하고 8개월동안 995만1100원 상당의 무허가 김치를 학생과 교직원에게 급식했다. 경북K정보고는 2000년 9월 이전예정이면서도 지난해 학교구내에 급식실을 설치해 1억3816만2000원의 예산을 낭비했다. 광주·전남의 경우 28개 학교는 학교급식공급업자가 위탁급식의 방법으로 직접 공급하는 음식용역에 있어서는 부가가치세가 면제돼 학생들로부터 징수하는 일이 없어야 하는데 지난해 7월부터 10월사이 4656만3120원의 부가가치세 면제 해당액을 위탁급식용역비에 포함에 지급했다.
학교예산의 규모와 운영방향이 2001년을 계기로 크게 바뀐다. 학교의 운영비를 표준학교운영비의 100% 수준으로 배분하겠다고 교육부 장관이 공언했고 학교에서 독자적으로 예산을 편성해 운영할 수 있는 학교회계제도가 지난해 12월 공포돼 2001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같은 두가지 정책적 변화에 따라 학교재정 운영방안이 새롭게 마련되고 정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교육재정경제학회(회장 곽영우)는 지난달 29일 `학교재정 및 회계의 효율적 운영방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고 현행 학교재정 운영의 문제점을 짚고 효율적 방안을 제시했다. 최준렬 우석대교수는 회계가 많고 부기제도가 현금주의에 기초한 단식부기이며 점증주의적 예산편성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에 부응하는 적절한 예산편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학교의 시설이나 설비와 같은 항목은 감가상각을 고려하는 발생주의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고 ▲학교재정에 대한 평가 기능을 살리기 위해 관리회계정보를 생산하는 노력이 시도돼야 하며 ▲예산편성도 교육활동을 위한 예산이 증액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영기준예산, 기획예산과 같은 기법을 도입하는 등을 주문했다. 최교수는 예산편성과정에서 제기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먼저 교원들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선결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교원들이 예산에 대해 정확히 알고 요청하고 집행할 수 있도록 연수를 하거나 워크샵 등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예산편성 시기의 조정도 주문했다. 시행년도의 예산편성 기준에 기초해 잠정적으로 교육계획안을 작성하고 이에 따른 예산요구를 하는 시기는 11월이 적절한 것으로 설명했다. 이에 따라 11월부터 기초작업을 실시하고 12월에 지침이 내려오면 여기에 맞게 부분적으로 수정, 학교장의 상정안을 확정하는 작업을 마무리해야 교원들의 요구가 반영되고 교육계획과 예산이 연계된 예산편성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교수는 심의와 관련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된 세출예산서를 운영위원들이 알 수 있게 작성하고 예산을 보다 심층적으로 심의·조정하기 위해 예산심의소위원회를 활용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또 집행에서는 교원의 참여를 확대시키고 예산집행 결과에 대해서는 분기별로 분석해 공개할 것을 요청했다. 학교회계제도는 학교의 회계연도(1월1일∼12월31일)와 학년도(3월1일∼2월말)가 상이하고 서로 다른 회계지침의 적용으로 회계처리가 복잡하며 학교재정의 전체 상황 파악이 어렵다는 판단 때문에 도입되는 것이다. 현재의 일상경비, 도급경비, 학교운영지원비 등 세입재원을 구분해 각 자금별로 지정된 목적에 따라 제한적으로 편성·집행해오던 학교예산을 일상경비, 도급경비의 구분 없이 학년초에 각급 학교에 총액으로 배분하고 학교운영비 등 다른 자금과 통합하여 세입재원의 종류에 관계없이 세출예산을 편성·집행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원화되었던 회계연도가 3월1일∼2월말로 통일되며 예산배부 방식도 수시 배부하던 것을 표준교육비를 기준으로 총액배부 및 학교회계연도 개시전에 일괄 배부한다. 세입재원별로 사용목적에 따라 세출예산을 편성하던 것을 학교실정에 따라 자율편성하며 국고 및 교육비특별회계로 수납 처리하던 사용료 및 수수료를 학교자체수입으로 처리하고 장부도 단일화하여 관리하게 된다. 이와 관련 강병구 교육부 교육행정사무관은 상급기관에서 단위학교에 예산을 배정하면 쓰여질 목적이나 사업을 상급기관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현행 방식을 철저하게 개선해야 하고 학교의 자율에 맡겨진 학교예산과정이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이뤄질 때 학교에 올바르게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사무관은 예산요구의 방법 및 예·결산심의 요령 등 구체적인 실제적인 연수를 교직원 및 운영위원들에게 제공해야하고 예산서 자체를 보기 쉽도록 작성하고 집행내역을 상세히 공개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지적했다.
현직 교사들을 위한 인터넷 포털 사이트가 등장했다. 전직 교사가 운영하는 티처플라자(http://www.teacherplaza.com)는 초·중·고교 교사들이 수업을 하기 위해 필요한 각 교과 수업 지도안, 수업 자료, 수행평가 자료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현직 교사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티처플라자의 사이트 내 `교육광장' 에 접속하면 교과목별 수행평가, 형성평가 자료가 있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다. 또 행정광장에서는 교육부 공통 공문서와 시·도별 공문서, 시·도별 연수 계획, 시·도별 규정집이 있고 교육대학원 논문용 통계 프로그램이 무료로 제공돼 교사들의 논문 작성시 필요한 설문 작성을 도와준다. 생활광장에는 컴퓨터 강좌와 각종 생활정보, 그리고 교사들이 필요로 하는 상품을 저가로 구입할 수 있는 공동구매방이 개설돼 있다. 이밖에 미혼 교사들간의 만남을 위한 미혼교사 미팅방도 운영된다. 또 당면한 교육문제의 해결점을 모색하기 위한 `교육문제 토론방'을 개설해 교육현장에서 발생하는 각종 불합리한 사안들을 교사들이 스스로 대안과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이 사이트를 만든 대표 강준경(전 소하고 교사)은 "인터넷상에 흩어져 있는 유용한 교육정보들을 쉽게 이용하게 하고 인터넷을 통해 교사들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시켜 교사가 교육의 당당한 주체로서 교육현안을 적극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자 이 포탈사이트를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기교련(회장 이신구)과 경기도교육청(교육감 조성윤)은 14일 경기교련 회의실에서 2000년 상반기 교섭·협의를 갖고, 교장·교감 전보기간 단축 등 21개항에 합의했다. 이날 양측은 ▲교육공무원 승진규정 연수성적 적용방법 개선(180시간 이상 18점, 120시간 이상 12점, 60시간 이상 6점) ▲임용전 군경력 '가'경력 인정 ▲소규모학교 교감 및 보직교사 배치 ▲18학급 미만 소규모학교 양호교사 배치 확대 ▲교원 연수출장비 현실에 맞게 지급 ▲교과전담교사 법정정원 확보 등에 의견을 같이 했다. 또 교원잡무 경감을 위해 통합공문제·정기보고 일몰제 등을 실시하며 ▲학급당 학생수 감축 ▲2부제 수업 및 컨테이너 교실 해소 ▲자체급식 소규모학교에 서무직원 우선배치 ▲교원자녀 보육실 설치 ▲현장연구대회 재정지원 ▲종합감사시 교원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분야는 전문직이 담당 ▲교육분쟁 조정위 구성 등에도 합의했다. 교섭·협의에는 교련에서 이회장외에 최정숙·김성기·김정순·임한영 부회장, 황규천 대의원, 최병철 이사, 정영규 교총이사, 김중광·조건상 정책위원, 천창혁 초등교사회장, 한대영 중등교사회장이 교육청에서는 조교육감과 서남수 부감, 김택근 기획관리실장, 이학재 교육국장, 변대룡 지원국장, 장응순 감사담당관, 권영일 기획예산담당관, 심상희 행정관리담당관, 김윤식·박신섭·김인환·이원석 과장 등이 참석했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앞의 유해업소 난립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법과 학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위원장 윤정일)와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대표 손광운)가 18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통신 회의실에서 개최한 '흔들리는 교육환경,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희정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브호텔 난립은 신도시 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사이에 준주거지역 등 완충지역을 만들지 않은 도시설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구위원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역을 두는 등 신도시의 도시설계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러브호텔이 이미 들어선 학교 및 주택가 주변 숙박업소에 대해서는 자치단체 등이 매입하거나 미매각 상업용지와 대체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소송센터 손광운 변호사는 "학교 경계로부터 200m인 상대 구역과 50m이내의 절대 구역으로 구분돼 있는 학교보건법의 경계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변호사에 따르면 유해업소 분류를 상세히 해 지역사정에 따라 100∼500m이내에는 러브호텔 등이 절대 들어설 수 없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변호사는 "관련법 개정에 앞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운영을 현행 1심제에서 2심제로 강화하고 심의 단계에 학부형과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는 "러브호텔 문제는 도시계획법 및 관련 인·허가규정,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증대를 위한 지역이기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 문제"라고 지적하고 ▲관련 법규 강화 ▲인·허가 주체 실명제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박이문 전 포항공대 교수를 비롯한 고양시 거주 학계·문화예술계·법조계·종교계 인사 100명은 '일산 가꾸기 선언'을 통해 "우리들의 삶터 일산이 더 이상 황폐해지지 않도록 우리가 나서서 지키며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가꾸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일산 가꾸기 100인 위원회'를 구성, 도시계획 전문가 10명으로 연구단을 만들어 일산이 쾌적한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시설계 변경안을 마련해 고양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명예퇴직을 신청했다가 거부당한 강원도의 현직 교사 2명이 도교육청의 명퇴대상 결정이 규정에 위배된 채 이뤄져 불이익을 받았다며 최근 강원도교육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도교육청이 지난 8월말로 시행한 교원 명예퇴직과 관련, 국가공무원 명퇴수당 등 지급규정에는 상위직·장기근속자 순으로 우선 고려토록 돼 있는데도 평교사의 경우 원로교사를 우대한다는 이유로 근속연수를 무시한 채 42년 8월31일 이전 출생자중에서 연령이 많은 순서로 결정해 부당한 처분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교육공무원 임용령에는 원로교사를 교장의 임기를 마친 자가 교사로 임용될 경우로 규정해 연령과는 무관한데도 도교육청은 당시 원로교사에 관한 법리를 오해, 연령을 기준으로 결정하는 바람에 근속연수가 오히려 적은 교사들이 대상자로 결정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타 시·도교육청에서는 명퇴 신청자를 모두 수용했는데도 불구하고 강원도교육청이 예산부족을 이유로 신청자 일부에 대한 수용을 거부한 것은 타 시·도와의 형평성을 고려하더라도 부당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명퇴수당 지급 대상자는 교육공무원 명퇴수당 지급에 관한 특례규정에 의해 인사위원회에서 심사·결정토록 하고 이때 원로교사를 우선 고려토록 하고 있다"며 "인사위에서 42년 8월31일 이전 출생자를 명퇴 대상자로 결정한 것은 적법한 절차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앞의 유해업소 난립을 막기 위한 도시계획법과 학교보건법 등 관련 법 개정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학교바로세우기실천연대(위원장 윤정일)와 녹색연합 환경소송센터(대표 손광운)가 18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통신 회의실에서 개최한 '흔들리는 교육환경,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주제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이희정 서울시정개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러브호텔 난립은 신도시 내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사이에 준주거지역 등 완충지역을 만들지 않은 도시설계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연구위원은 "상업지역과 주거지역 사이에 완충지역을 두는 등 신도시의 도시설계 재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러브호텔이 이미 들어선 학교 및 주택가 주변 숙박업소에 대해서는 자치단체 등이 매입하거나 미매각 상업용지와 대체하는 방안 등이 마련되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소송센터 손광운 변호사는 "학교 경계로부터 200m인 상대 구역과 50m이내의 절대 구역으로 구분돼 있는 학교보건법의 경계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변호사에 따르면 유해업소 분류를 상세히 해 지역사정에 따라 100∼500m이내에는 러브호텔 등이 절대 들어설 수 없도록 학교보건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변호사는 "관련법 개정에 앞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의 운영을 현행 1심제에서 2심제로 강화하고 심의 단계에 학부형과 시민단체 등 이해 당사자들의 참여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홍준 성균관대 교수는 "러브호텔 문제는 도시계획법 및 관련 인·허가규정, 지방자치단체의 세수 증대를 위한 지역이기주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사회 문제"라고 지적하고 ▲관련 법규 강화 ▲인·허가 주체 실명제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한편 이날 오후 박이문 전 포항공대 교수를 비롯한 고양시 거주 학계·문화예술계·법조계·종교계 인사 100명은 '일산 가꾸기 선언'을 통해 "우리들의 삶터 일산이 더 이상 황폐해지지 않도록 우리가 나서서 지키며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되도록 가꾸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조만간 '일산 가꾸기 100인 위원회'를 구성, 도시계획 전문가 10명으로 연구단을 만들어 일산이 쾌적한 삶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도시설계 변경안을 마련해 고양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학교보건법 무엇이 문제인가(손광운 변호사)=학교보건법의 관계 규정 및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 상대·절대정화구역 구분을 없애고 학교로부터 일정한 거리에 있는 곳의 유해시설은 아예 설치할 수 없도록 하면 어떨까 한다. 이른바 스쿨 존을 설치하되 그 경계나 범위가 기존의 학교, 신설학교, 기존의 도심형성관계 등을 참작해 지역에 따라 신축적으로 실행하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기본권의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하지 않기 때문에 재산권, 평등권,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현행체계를 유지한다면 정화위원회 기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제도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우선 일선교육청의 1차 심사결과에 대해 학생, 학교, 학부형, 시민 등이 상급기관에 재심의를 요구, 2차 심의하는 기능을 추가해 보는 것도 한 방법이 아닐까 한다. ◇교육환경 개선이 시급하다(김성이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이제는 과거와 달리 학교주변 교육환경의 중요성 및 학습권에 대한 인식 변화가 절대 필요하다. 학교주변 교육환경 문제는 특정지역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며 유치원, 초·중·고등학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대학교 주변의 교육환경에도 문제가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가 있어야 한다.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화위원 구성에서 학부모나 지역주민 등이 일정 수 이상 의무적으로 참여토록하고 정화위원회가 심의를 하는 경우 공청회를 거치도록 해야 한다. 심의도 단순한 심의가 아니라 의결사항으로 해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는 것도 한 방안일 것이다. 정부는 학교주변 유해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시민단체와 학부모단체도 교육환경 개선사업이 잘 추진되도록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 과다 음주문화·향락문화 개선을 위한 시민운동, 예컨데 `건전가정 바꾸기 운동' 등을 전개해 불법유해 영업행위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제도 현황(김기남 교육부 학교시설환경과장)=교육부는 교육청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를 둘러싼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도록 위원의 2분의 1 이상을 학부모로 위촉하고 심의과정에서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화위원회 위원 위촉시에는 동 제도에 대한 충분한 식견을 가진 자로써 덕망을 겸비한 자를 임명토록 독려하고 있다. 또한 국무총리실 규제개혁위원회의 `정화구역 제도 완화' 요구에 따라 우리부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0년도 정책연구 과제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제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를 추진중이며 그 결과를 토대로 규제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학교보건법 및 동법시행령 개정을 계획하고 있다.
교수 중심의 승진제도를 확립하기 위해 현행 2정-1정의 자격체계를 수석-선임-1정-2정 4단계로 분화하고 우대하자는 방안이 제시됐다. 한국교원교육학회(회장 서정화)가 23일 교총 대회의실에서 연 `새로운 교원정책의 쟁점과 과제' 세미나에서 박종렬 경북대 교수는 `교수활동을 중시하는 수석·선임교사제'를 주제로 발표하고 `수석교사의 자격화'와 `교사자격 4단계화'를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 교사의 자격구분을 현행 2급-1급 정교사의 2단계에서 교직발달단계와 전문성 수준에 따라 정원을 정하지 않고 일정 교육경력과 연수를 받으면 선임 및 수석교사 자격을 취득하도록 4단계로 분화하는 것이 골자. 박 교수는 "수석교사 자격증은 교육전문직 경력 10년 이상인 자,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후 교육경력 15년 이상인 자 혹은 선임교사 자격 취득 후 교육경력 10년 이상인 교사가 자율적인 지원으로 평가 인정받은 재교육기관에서 자격연수를 받은 자에게 발급하고 자격증 취득자에게는 1호봉 가산의 특전을 주자"고 제안했다. 또 선임교사 자격증은 1급 정교사 자격 취득 후 교육경력 5년 이상인 1급 정교사 자격증소지자가 평가 인정받은 재교육기관에서 소정의 연수를 받으면 발급하고 1호봉 가산의 특전을 부여하자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교원직위체계에서 보직교사는 선임교사 및 수석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학급담임 경력 5년 이상인 교사 중 교장이 선발, 임명하고 상응하는 수당을 지급하는 방안을 내놨다. 박 교수는 "현행 조직이 사무중심으로 편성돼 장학이나 연구활동을 주도할 지도자가 없다"며 "시안에서는 수석교사가 이를 수행하도록 할 계획이지만 보직이 아닌 자격증제로 바뀌면 팀장으로서 보직교사에게 이 권한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이들 보직교사를 팀장으로 하는 학교경영방식을 도입해 장학과 행정활동을 맡도록 하고 팀원의 근무평정권도 부여하자"고 말했다. 박 교수는 보직교사는 1급 정교사, 선임, 수석교사 자격증을 갖고 담임 경력 5년 이상인 자 중에서 교장이 임명하는 안을 제시했다. 한편 표준수업시수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예산 문제가 있으므로 유·초등교는 25시간, 중등학교는 18시간으로 하되 학교규모, 업무, 담당교과 수 등에 따라 차등 적용해야 할 것"이라며 "초과수업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에서 송경헌 서울 삼선초등교 교감은 "1급 정교사 후 길게는 정년까지 승진의 기회가 없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도, 교육행정직의 9단계, 교수들의 4단계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도 수석교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하고 "다만 현행법상 교감의 업무와 수석교사의 업무간의 갈등 유발 문제 해결을 위해 수석교사의 명확한 직무역할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송광용 서울교대 교수의 `교원교육의 발전과 교원전문대학원·교육전문박사 과정 설치 운영', 이윤식 인천교대 교수의 `교원의 전문성 심화를 위한 연수이수 학점화', 박덕규 한국교육개발원 수석연구위원의 `승진기준 재조정을 통한 인사체계 합리화 방안', 우정남 서울 홍파초등교 교장의 `유능한 학교행정가 확보와 교장 연임제' 등의 주제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연간 7억불 적자…총체적 교육부실에 원인 국제교육진흥원 국제포럼 국제교육진흥원이 19, 20일 세종문화회관에서 개최한 `21세기 국제교육교류포럼'에서 발표자들은 국내 학생의 외국유학 규모가 외국학생의 국내유학 규모의 수 십 배에 달하는 국제교육교류 역조현상을 심각히 제기하면서 다양한 해결방안들을 제시했다. 실제로 국제교육진흥원이 제시한 통계에 따르면 99년 현재 국외 내국인 유학생 수는 15만4000여명에 달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 유학 총수는 6200여명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사회의 세계화와 교육의 국제교류방향을 발표한 신극범 광주대 총장은 "연간 해외유학수지 적자가 7억불에 달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 관련부처, 민간단체, 대학이 제각각 추진하는 교육교류사업, 대학간 국제교류프로그램을 하나로 연결하는 인프라 미비, 국제화된 전문인력조차 없는 현실 등이 주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조정민 MBC 통일방송연구소 위원은 "교육교류의 역조는 한국교육의 총체적 부실과 관계돼 있다"며 "특히 초중고 학생의 조기유학 열풍을 잠재우기 위한 각급학교의 교육력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홈스테이 방식으로 외국학생과 교사를 적극 초빙하는 방안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어수영 이화여대 사회과학대학장은 "외국 유학에 대한 정보는 풍부한데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려는 학생들에 대한 한국의 장학금제도, 학교 커리큘럼, 숙소문제, 교수 소개 정보는 미진하다"며 "외국 학생을 유치할 수 있는 우수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장학금 제도 확충, 기숙사 건설 외에 이런 사실을 알리는 자료, 인터넷 정보망이 구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 유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재정보증서, 천 만원 이상의 은행 잔고 증명서 등 불필요한 구비서류를 없애고 까다로운 체류비자 연장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돈희 장관 교총 방문 이돈희 교육부장관은 15일 오후 취임후 처음으로 한국교총을 방문, 김학준회장, 채수연 사무총장 등 교총 관계자들과 교원 정년환원 등 현안을 논의했다. 김학준 회장은 "교총을 방문해준 것에 감사하며 장수장관이 되시길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채수연 총장은 교총현안을 설명하면서 ▲교원정년 단축 환원 ▲학교정책실 폐지 재검토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 반대 ▲공무원연금법 개정 백지화 ▲교원 처우개선 ▲수석교사제 도입▲교섭·협의사항의 성실 이행 등을 요구했다. 채총장은 특히 교총이 전문직단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교원들의 각종 연수를 주관할 종합연수기관 설치을 위한 지원 등을 건의했다. 이에대해 이장관은 "공무원연금법 개정문제 등은 관계기관에 교총의 뜻을 전달하겠으며 학급당 학생수 감축, 교육재정 확보 등은 교총의 협력이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은 또 "교육부의 인적자원기능이 강화된다고 해도 인적자원 개발의 핵심은 학교교육이며 학교정책실은 계속 존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수석교사제 도입과 관련 이장관은 교직단체간 이견이 있기 때문에 합리적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으며, 이밖에 교총의 종합 연수기관화 및 건물 신축지원은 검토할 것이나 교총도 이에 걸맞는 연수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관의 교총방문에는 김조영 학교정책실장, 김정기 교원정책심의관, 유춘근 교원복지담당관이 수행했다. /박남화 news2@kfta.or.kr
교직발전종합방안 검토보고서 연수결과는 호봉승급만 반영 `우수교원확보법' 제정해야 현재와 같은 부전공제 지양을 교직발전 종합방안추진협의회(위원장 김상권 차관)는 15일 전체회의를 열고 교직발전 종합방안(시안)검토안을 확정하고 이를 교육부에 제출했다. 교육부는 협의회안을 기초로 이달말까지 종합방안의 정부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검토안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양성·자격·임용제도 개선=교사 연계자격증제도는 부적절하므로 보류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역권별로 교육대와 종합대학내의 사대를 통합해 별도의 교원종합양성대(교원대 형식)를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기존 종합대내로 사대나 교대를 통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전문직업인의 교직입직 확대는 신중을 기해야 하며 초빙교사, 기간제교사, 강사제의 활용기회는 확대하되 교원자격증을 남발해서는 안된다. 교원 양성·연수기관의 평가인증제 도입의 경우 기존 평가방식을 점검해 신뢰도를 증진하고 평가결과에 대한 조치를 사전에 확고하게 해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연수평가는 곧바로 시행해 교원연수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 교원양성 인원의 조정은 초등의 경우 1.1대1로 유지하고 중등은 1.5대1로 목표를 점차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사 자질신장의 경우 양성대학의 표준교육과정을 마련하되 대학별로 자율성을 부여하며 교육실습은 기간을 최소한 한 학기 이상으로 연장하고 방법과 과정도 대폭 보완 개선해야 한다. 복수전공은 주전공과 같은 수준의 학점을 이수해야 하며 현재와 같은 부전공제(20학점 이수)는 지양해야 한다. 양성과정에서 초·중등자격을 동시에 취득하는 경우는 복수전공으로 보기 어려우며 학사편입제, 계절제, 다학기제 등을 통해 주전공이 요구하는 학점을 이수토록 한다. 병역특례제의 도입은 임용고사합격자에 한해 적용해야 실익이 있다. ◇연수 강화=직전 양성프로그램의 개선과 현장 교육실습 강화가 바람직하다. 신규교사 및 현직연수에서 수준 미달자에 대한 자비부담 연수의무화는 교직특성상 실익이 없다. 그러나 단위학교에서의 자율연수 지원강화나 학교내 연수의 강사료 지급이 현실화돼야 한다. 특히 연수성적과 승진제도의 지나친 연계에 따른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호봉승급만 인정하되 승진 가산점제는 점차 폐지해야 한다. 자율연수 휴직기간 동안에도 보수의 백% 지급이 바람직하며 이 기간이 경력기간이나 호봉승급에서 누락되어서는 안된다. 교육전문 박사과정을 담당하는 교육대학원의 설립조건과 평가인정제 실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초등교육 전공 박사과정이 미비하므로 교대 교육대학원에 박사과정 설치가 우선적으로 조기 시행돼야 한다. ◇승진 평가제 개선=수석교사제 도입 취지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하였으나 전교조가 반대하고 있다. `직무수행 기준'과 `표준수업시수' 설정은 별문제가 없다. 승진 평정체제는 이해가 엇갈리므로 개선방안과 함께 치밀한 경과조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경력평정 전체 기간내의 근평결과를 누가기록해 활용한다. 또 교원평가위원회에 교사를 포함시키는 것이 타당하다. 교장중임제를 유지하되 초빙계약제를 개선, 확충해 유능한 교장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공동체 참여 및 자율성 강화=교원정책의 수립과 평가단계에 교원의 참여를 의무화한다. 또 정책부서에 교사출신 전문직 비율을 확대하고 현장교원의 정책모니터 결과를 수렴하고 정책화하는 장치를 마련한다. 이와함께 학교단위 행정직원의 인사권이 부여되어야 하며 보고심사 통제 및 각종 교육통계의 DB화 추진, 규제사무일몰제 도입 등이 바람직하다. 교원의 근무시간을 정하는데는 학생의 학습권이 우선돼야 하나 학급활동, 학생 자치활동, 동아리활동 등도 매우 중요한 교육활동이다. ◇교권신장 및 존중풍토 조성=학부모 및 시민단체의 교원관련 언론보도 감시활동 강화 및 정례적인 간담회를 통해 협조분위기를 조성한다. 특히 `교원지위특별법'을 개정해 언론의 교원 명예훼손에 대한 특별심의제 및 가중보상제도를 신설한다. ◇처우개선과 근무여건 개선=교직특성을 반영하는 보수제도 마련은 교원사기앙양의 최우선 과제다. 일본의 `인재확보법' 같은 특별법을 제정해 실질적 보수인상이 획기적으로 이뤄지도록 해야한다. 학교안전공제회 기능을 강화해 교육활동중 상해를 입은 교원에게 보상을 해줘야 하며 교직원 전용병원 건립, 교원자녀 학비 전액보조, 교원들의 학비나 연수경비의 소득공제 등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계약제 교원 증원은 독소조항이므로 제외해야 하고 기간제 교원확대도 부당하다. 학교정보화 기반을 조성하고 5학급 이하에도 교감을 배치해야하며 공공근로인력보다 공익근무요원을 배치해 교원업무 부담을 완화하고 서무실보다 교무실 보조인력을 강화해야한다. 또 공문서 유통량을 줄이기 위해 DB를 구축하고 자율성을 보장해 공문서를 근원적으로 줄여야 한다. /박남화 news2@kfta.or.kr
국회가 공전되고 있다. 여야 대치국면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집권당의 실정과 무능을 비판하면서 장외집회에 주력하고 있고, 여당에서는 야당의 국회 등원거부를 비난하면서도 현안 문제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국회파행과 의료계 폐업 등 시국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지난 9월1일부터 제16대 첫 정기국회가 개회되었지만 숱한 민생문제는 뒤로하고 정쟁에 휘말린 채 국회 일정 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번 과외문제 위헌 판결 이후 공교육을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뒷받침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교육계는 교원정년 단축이후 교원수급에 큰 차질을 빚고 있고 교원연금법 개정 문제로 교원들은 불안해하고 불만에 차 있다. 교육자치와 일반자치의 통합시도에 따른 반발과 저항이 일고 있다. 이외에도 교육부총리제 도입과 교육세 시한연장, 교육재정 확충 방안 등과 관련된 논의와 요구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교원단체에서는 단축된 교원정년의 환원과 공교육 살리기를 위한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있다. 1년이상 끌어온 교직발전방안은 교육주체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교육문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교육정책 결정의 중심에 서 있는 국회는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교육을 살리고 교원들의 사기를 높일 것인가, 국가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해 교육의 문제점들을 진단하고 그 해결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여론수렴도 하고 다양한 대안을 창출하고 합의점들을 도출하여 재정적·법적·제도적 뒷받침을 해 줘야 한다. 본회의는 정치적 구조상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교육문제는 여·야를 떠나 지혜를 모아야 하는 범국가적 과제임을 감안할 때 국회 교육위원회는 즉각 개최되어야 한다. 정부의 실정도 지적하고 피폐한 교육현장을 직접보고, 합리적인 정책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교육주체들과의 정례적인 간담회, 세미나 등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여 한다. 오늘날 붕괴되어 가고 있는 교실과, 좌초직전에 있는 공교육의 위기로부터 국회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교원의 교육활동중 신분을 보장하고, 학교안전사고에서 학생과 교사의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종합적인 장치로 `학교안전망' 제도를 설치하기 위한 정부의 계획이 발표되었다. 이 제도에 대한 필요성과 내용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이번에 정부가 계획을 발표하게된 것은 학교교육의 안정과 발전을 위해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교원안전망은 그 동안 제기되어온 문제들에 대한 연구결과 및 정책제안들을 가능한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학교안전공제회를 전국단위로 단일화하는 문제를 아직 확정하지 못한 것은 앞으로의 과제로 생각하고 계속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예방적 안전망에는 교원불체포특권 및 교원예우규정에서 정한 교원에 대한 무고, 폭행, 협박, 명예훼손 등 교권침해 사건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사법당국에 협조 요청키로 했다. 학교분쟁조정위원회를 단위학교별로 설치하는 것과 교권침해교원보호를 위한 학교장의 전보내신권 부여 등은 타당하다고 본다. 다만 학교분쟁조정위원회의 구성인원을 5명으로 한정하고 있는데 학교규모나 지역사회 실정에 따라 인원을 신축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5명 이상 10명이하 정도로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보전적 안전망으로 학교안전사고에 대해 임의가입회원제를 유·초·중등학교 및 특수학교로 확대하고, 보상한도를 전액으로하며 보상범위 역시 교육활동중의 모든 사고로 하며 학생과실의 상계비율을 축소한 것, 교직원의 합의금 지원, 정부 지원의 증가 등을 포함하고 있는데 이중 교직원이 부담하는 합의금 지원은 합의 내용과 액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합의과정과 내용, 액수 등에 대하여 법적 자문을 할 수 있는 지원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부가적 안전망으로 교원의 경제적 애로사항에 대해 공제회를 통한 저금리 융자, 장기 별거교원의 인사배려 등이 포함되어 있다. 나아가 교원 본인의 계속교육을 위한 교육비 지원 및 세제혜택이 포함되기를 바라며, 사립학교교원도 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 본다. 이러한 교원안전망이 제도화된 것을 환영하며, 부분적으로 미흡한 것은 계속 연구하고 검토하여 보다 충실한 제도로 발전하여 학교교육의 안정적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주식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고쳐 적는 일을 '명의개서'라하며, 매매결제는 거래 체결 당일을 포함해 거래일로 쳐서 3일이 걸린다. 주식 매매 거래가 체결된 뒤에는 주식과 현금이 교환되어야 한다. 주식 매매자간 주식과 대금을 맞바꿈으로써 거래를 완결하는 일을 두고 '주식 거래를 결제한다'고 말한다. 거래가 체결됐다는 것은 거래를 약속하는 것일 뿐, 결제가 되어야만 비로소 거래가 완성된다. 그렇다면 결제 이전에 '거래가 체결됐다'는 사실은 어떤 상태인가. 주식과 대금을 맞바꾸기로 약정만 한 상태다. 그래서 주식 매매 체결일을 '약정일'이라고 부른다. 매매 결제가 끝나면 주식을 사들인 투자자는 자기 거래 계좌에 넣어둔 돈(예탁금) 가운데 일부 혹은 전부가 주식으로 탈바꿈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주식을 판 투자자의 계좌에서는 거꾸로 전에 갖고 있던 주식이 현금으로 탈바꿈한다. 결제 과정에서는 거래 당사자의 증권사 거래 계좌로 각기 주식과 현금이 오가야 하겠지만 실제로는 주식이 오가지 않는다. 거래자들은 주권(주식)을 실제로 주고받지 않으면서 거래계좌를 통해 매매하는 주식 대금을 교환하는 식으로 거래를 결제한다. 이런 결제방식을 '대체결제'라고 부른다. 대체거래를 하는 이유는 번거롭기도 하고 주권이 오가는 과정에서 보관에 문제가 생기기 쉽기 때문이다.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매매하는 투자자의 주권은 증권회사를 통해 증권예탁원이 맡아 보관한다. 증권예탁원은 증권을 맡아 둔 상태에서 주식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증권사로부터 넘겨받는 정보에 따라 주주명부에 해당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바꿔 적는다. 이렇게 주식 소유자가 바뀔 때마다 주식 소유자의 이름과 주소를 주주명부에 고쳐 적는 일을 '명의개서'라 한다. 현재 명의개서는 증권예탁원 외에도 국민은행이 맡아 해 주고 있다. 매매 결제는 거래 체결 당일을 포함해 거래일로 쳐서 3일이 걸린다. 가령 오늘 매매계약이 성립되면 결제는 모레 이루어진다. 결제에 필요한 3일을 거래일로 따진 날짜라는 점이 중요하다. 월요일에 거래가 성립했는데 화요일이 공휴일이라면 공휴일은 결제일자 계산에서 뺀다. 이 경우 거래가 체결된 약정일을 포함해 거래일로 3일째 되는 날은 목요일이다. 곧 목요일에야 거래가 결제된다. 월요일에 주식을 팔면 목요일이 되어야 거래계좌에 들어온 주식 판매 대금을 찾을 수 있다. 증권사 영업점은 거래 사실이 있는 투자자에게는 거래 내역을 기록한 잔고증명을 한 달에 한 번씩 우편으로 부쳐준다.
한 점. 섬으로 나앉은 추도가 저 편에 말없이 떠있지만 흐르는 물살에 표류하는 것만 같다. 뭉글뭉글 떠다니는 바다안개가 가릴 때면 저 편까지의 거리가 아득하기만 했고 섬은 없이 바다만 보이는 착각에 빠지게 한다. 그 막막한 느낌 속에서 바다는 안개를 삼킬 듯, 그 안에 포화된 섬을, 그리고 내가 딛고 선 발 밑의 한 줌 땅 덩이마저 쓸어 갈 듯 사나운 물살을 흘려 보내는 것이었다. 언제나 한가롭게 보일 수도 있는 한 점 섬, 그 섬들을 있게 한 바다는 더러 수려한 한 폭의 수채화처럼 푸르고 넘실대는 유희로 사람들을 홀렸다. 그러나 맑은 날 모래해변에 사는 바다강구들 까지 모두 해 구경하러 나오는 날에는 바다를 배경으로 섬들은 마치 판유리 위의 물방울처럼 표면장력을 키우며 의연하게 자태를 드러내었다. 그 홀연한 자태가 비굴한 고독보다는 의연할 수 있는, 그래서 현실을 초월하고 있는 듯하여 찬란하기만 했다. 추도는 내게, 적어도 나 같은 아이에겐 그러나 섬으로서의 본연을 초월하기에는 너무 초라하고 보잘 것이 없었다. 그리고 언제나 마음만 먹으면 도달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어떤 신비로움 따위도 또한 미지의 것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이랄까 하는 감정도 자아낼 수 없는 흔해빠진 상투성, 바로 그것이 추도가 나에게 주는 설된 느낌이었던 것이다. 항상 대하는 것으로부터 희소성이나 각별함 따위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일는지 모른다. 그래서 서로들 늘 지척에 사람을 두고도 고립감이나 소외의 소용돌이 속에서 헤어나지를 못하는 것일 게다. 아까부터 그 섬을 앞에 두고 나란히 바윗돌 위에 걸터앉은 선생님과 나는 별 말이 없다. 선생님은 자리를 잡고 앉는 순간부터 망연히 섬을 바라보면서 뭔가 골똘히 생각에 잠긴 모습이었다. 배에서 내린 나를 여기까지 데려 왔으면 할 말이 있었을 텐데, 애꿎은 돌멩이만 집어던진다. 서로의 영역을 확인하면서 동떨어진 섬들처럼 서로의 높은 성을 어쩌면 침범 당하기를 꺼리는 것은 아닌지. 나는 바람에 쓸리는 머리를 연신 매만지고 있었다. "가자 이젠." 집었던 돌멩이를 놓고 선생님이 일어서서 앞장섰다. 바위 위에 앉아 있어서 바지자락에 묻어있을 것도 없건만 선생님은 습관처럼 바지를 털어 댄다. 얼굴이 여위어 자연스레 생긴 볼우물은 선생님이 말을 하는 대로 패었다간 들어간다. 말소리도 열이 없다. 아버지만큼 키가 크다고 생각을 했었다. 길쭉한 얼굴에 큰 키의 이열 선생님. 군데군데 솟아있는 바윗돌 위를 저만큼 앞서 걷고 있는 모습이 부질없는 바닷바람에도 이내 휘청거릴 것만 같다. 갑자기 멀미가 났다. 배에서부터 그다지 속이 편하지는 않았다. 나를 돌아보는 선생님의 앞머리가 지나가는 해풍에 나부낀다. 선창으로 통하는 해변 길을 다 가도록 바람은 살랑거렸다. 물새 서너 마리가 선창을 낮게 날아다닌다. 새들은 선창 하단부터 비탈에 홀연히 서있는 하얀 인어 상까지 수시로 날아들었다. 금방이라도 물 속에 뛰어들 듯 두 손을 높이 쳐들고 바다를 향하고 있는 인어. 하지만, 여신 레토를 모욕해서 고난을 당하는 탄탈러스의 딸, 슬픔으로 대리석이 되어버린 뒤에도 눈물을 흘려야 했던 니오베의 모습만 같다. 선생님은 부지런히도 걷는다. 어서 나를 할머니에게 데려다 주고픈 심정일 게다. 할머니를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나. 멀미가 조금 더 해진 것 같다. 집으로 들어서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자 선생님은 잠시 나를 세웠다. 며칠 전 서울에서 만났을 때처럼 손을 힘있게 잡았다. 멋 적은 미소를 지으며 나는 고개를 돌려버렸다. 마주 보기가 머쓱하여 내 손을 잡은 가늘고 길쭉한 손가락만 쳐다보았다. 손가락이 유난히도 파리해 보였다. 집 앞문간에 동백나무가지가 수줍게 서 있었다. 곁의 오동나무는 그 큰 잎사귀 몇 개를 떨군 채 고즈넉이 바다를 응시하는 듯하다. 큰아버지가 심었다는 오동나무는 심은 사람이 저승길로 가야 잘 자란다는 속설을 실천이라도 하듯, 여름이면 무성한 잎들을 달고 마치 거함의 돛처럼 우리 집을 이끌고 있는 듯한 위용을 보여 주곤 한다. 그 위세에 눌려 동백은 꽃조차 숙여 피었다간 지고 말았다. 오동나무 잎들이 뚝뚝 떨어져 내리고 가지가 어둡게 드러나기 시작할 무렵이면 아버지는 늘 무엇인가를 잔뜩 짊어지고 들어 왔다. 아버지가 풀어놓는 꾸러미에는 말린 오징어며 도다리, 삼치 따위가 가득 들어 있었고, 더러는 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상어가 촘촘한 이를 하얗게 드러내기도 했다. 아버지는 가져온 생선다발이 바닥이 나고 어머니가 투정을 부리기 시작할 때쯤이면 타고 온 배에 올라 기약도 없이 떠났다. 나는 아버지가 떠나는 게 싫었다. 아버지는 나를 한없이 안고 다녔다. '아빠는 항상 정연이 생각에 사는구나. 이담에 올 땐 아빠가 예쁜 선물 한아름 사올게. 엄마 말 잘 듣고 할머니하고 잘 있어야돼 알았지.' "정연이 돌아왔어요. 나와 보셔요!" 안방 문이 드르륵 열렸다. 할머니는 단정한 차림으로 앉아서 눈으로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오라질 년! 어딜 기어다니다 이제 들어오는 게여.' "할머니......" 나는 할머니의 마른 장작 같은 손을 잡았다. 금방이라도 머리채를 잡고 흔들 것만 같다. 노발대발 소리를 지르며 혼을 낼 것이며 날벼락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나 할머니는 슬며시 손을 빼더니 엎드린 내 등을 토닥거린다. 좁은 가슴이 떨리는 것은 할머니가 흐느낀다는 표시다. 가슴이 답답하며 주먹만한 것이 치미는 느낌이다. 멀미가 심해진 모양이었다. 출발할 무렵에는 괜찮았는데. 배에 오르기 전 무얼 먹었던가. 자리에서 일어나 먹은 거라곤 과자부스러기 몇 개뿐이었다. 아침나절에는 무척이나 속이 쓰렸다. 어제 밤까지 과음을 했다. 일을 끝내고 더 많은 술을 마시게 된다. 손님들이 남긴 술을 버리기 아깝다고 홀짝홀짝 마시다보면 가랑비에 옷 젖듯 술에 취한다. '술이 사람을 삼키는 거야. 사람이 술을 마시는 것은 첫 잔뿐이지. 그 다음부턴 내가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술이 널 마셔버려. 너 말야 내가 충고하는데 며칠 전 찾아왔었다던 선생인지 서방인지 그 사람 눈 밝아서 찾아가. 넌 아직 술이 너를 먹어버리는 정도는 아니잖아. 더 젖기 전에 우산을 써. 이미 흠뻑 젖으면 우산도 필요 없게 되는 거야.' 같은 일을 하는 언니였다. 처음 상경해서 같은 업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여자였고, 제니라는 좀 세련된 느낌의 이름을 사용하며 단골 손님이 많다고 했다. 그녀는 가끔 외박도 하며, 남자들이 집까지 따라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그녀가 나가는 업소는 충무로의 작은 카페였다. 「아뜨리에」라고 쓰인 큰 간판이 현란한 네온사인에 번쩍였고, 낮에 보아도 쉽게 눈에 띄었다. 그녀는 간판더러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했다. "어떻게 여길 찾아왔니? 야, 너도 이제 서울사람 다 되었구나." "처음 치고는 정말 나도 놀랄 정도로 잘 찾아 온 것 같애. 가게가 좀 작다. 언니, 여긴 주로 어떤 손님들이야?" "그렇고 그런 사람들이지 뭐. " 테이블을 닦고 바닥을 물걸레로 닦아낸 다음 의자를 정돈해 놓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키가 크고 강인한 인상에 곱슬머리를 잘 빗어서 뒤로 넘긴 폼이 여간내기 같지가 않았다. 그는 제니에게 가까이 가더니, "이 아가씬 누구야? 제니가 데려왔구나. 물건인데 진짜." "괜히 헛물켜지마. 나랑 상관없는 애야." 그는 카운터에 데려간 제니에게 인상을 쓰면서 쥐어주는 돈을 주머니에 넣고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며 끈적한 웃음을 흘렸다. 돈을 거머쥐고 나가는 그에게, "거머리 같은 자식! 나 같은 년 없으면 저런 자식 어떻게 풀칠하고 세상 살아갈지 의아해 정말." "생긴 것은 멀쩡해 보이는데." "누가 바보처럼 생겼으면 넘어갔겠니. 너도 저 자식 앞에서 괜히 허점보이지 마. 정말 늑대 같은 자식야. 하긴 세상 남자란 작자들 다 마찬가지지. 술만 들어가 봐라 점잖은 신사가 어디 있나. 다들 노예로 변해간다. 무슨 노예냐구? 글쎄 너도 곧 네 입에서 뱉어지게 될 말이지." 나는 어둠의 나락 속으로 추락하는 길목에 서 있었다.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미로. 그 미로의 시작은 어디? 내가 섬을 떠나는 배를 타던 순간, 학교에 나가기 싫던 시절, 아니면 애타게 엄마를 찾다 숨가쁜 꿈속에서 엄마의 손을 못 잡아 놓쳐 혼자 남은 그 꿈의 나락들?... 오동나무 잎사귀들이 하나 둘 떨어지다가 앙상한 나목으로 남아도 아버지가 돌아오지 않던 어느 가을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나는 선창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거리는 소리를 들었고, 할머니와 엄마가 사람들 틈에 둘러싸여 애절하게 통곡하는 것을 사람들 틈으로 간신히 보았다. 할머니는 통곡을 하다가 끝내 혼절하여 동네 어른들에게 업혀왔다. 머리를 산발하고 기진맥진 울부짖다가 지쳐 쓰러진 할머니를 보면서 나는 무언가 상당히 잘못된 일이 있다는 것을 짐작하였다. 나만큼이나 기다림에 지쳐버린 오동나무가 잎새 하나 남길 수가 없게 된 가지에 하얗게 서리가 내려앉아도 아버지는 돌아올 줄을 몰랐다. "엄마, 아버지는 정말 사람들 말대로 바다에 떠다니셔?" 그러나 엄마는 지친 듯 별 말이 없었다. 대신 긴 한숨을 쉬는 날이 많아졌다. 날마다 무당을 데리고 바다에 나가는 할머니와 다투는 회수도 잦아졌다. 할머니의 언성도 차츰 높아갔고 엄마의 대꾸도 만만치가 않았다. "세상에 인정머리가 있는 년이면 한번쯤 따라 나와서 지 냄편 넋이라두 불러볼 일여. 시퍼렇게 살어있던 사내 잡어먹었단 소리는 듣기 싫구. 시신두 넋두 못 찾어 저 원수같은 물 속 워디를 헤매구 있는 사내 애틋한 생각이 바늘 끝 만큼이라두 있으면 이러지는 않능겨!" "허구헌 날 이렇게 사는 년의 팔자는 뭐가 좋아서 그러는 줄 아셔요? 저두 헐 만큼 했네요. 뭍에서 죽은 것두 아니구 망망대해 나가서 죽은 사람을 전들 어쩌라는 거예요. 전들 넋이라두 있어 건질 수 있다면 이러구 앉았겠남요. 죽은 사람은 그렇다구 쳐요. 불쌍하구 애처럽지요. 하지만 산사람 목숨은 워쩐대요..." 엄마는 하얀 고무신을 늘 선반에 놓아두고 있었다. 아버지가 사다 준 것이라서 그런다기 보다는 마땅히 태울 시간이 없어서인 듯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신발을 감쪽같이 태우고는 어디선지 하얀 구두 한 켤레를 그 자리에 대신 올려놓고 있었다. 엄마의 조그마한 발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가끔 젖은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할머니와 다투어서 우는 것만도 아닌 듯 했다. 엄마가 나를 안고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잦아지면서 엄마는 내게 그랬다. '내년이면 정연이가 4학년 맞지? 정연이는 할머니가 좋지? 할머니는 좋은 분이야. 엄마한테 꾸중한다고 미워하면 못써. 하나밖에 없는 손녀딸이라서 너에게 쏟는 정도 각별하시잖니. 엄마는 있잖니. 정연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구 생각해. 엄마가 없더라도 할머니와 잘 지낼 수 있겠니? 그래야 엄마가 이 담에 꼭 데리러 오지.' 아버지를 기다리던 오동나무 아래에서 날마다 선창을 내려다보며 오지 않는 엄마의 환상이 빛 바랜 편지봉투처럼 희미해질 무렵, 이열 선생님이 들어온 것이다. "이번에 창곡학교루 오신 선생님이시란다. 하숙집을 찾다가 마침 교감 선생님이 소개루 우리집에 오신 거여." 할머니의 설명이 다소 미흡했던지 선생님이 끼어 들었다. "창곡 1학년이라구? 함께 다닐 수 있어서 좋겠구나. 앞으로 잘 지내보자. 이름이...?" "정연이, 박정연이라구 부르지요. 지 애비가 지어준 이름이랍니다." 할머니의 성화로 선생님의 짐을 정리하면서 잘 드나들지 않던 엄마의 방에 들어갔다. 입고 쓰던 것들은 어느 결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빛이 바랜 사진 한 장은 여전히 장롱의 화장대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 내 돌날 찍은 기념사진이었다. 나는 사진을 떼어내었다. 대신 선생님이 가져 온 액자를 그 자리에 놓아두었다. 역시 단촐한 가족사진이었다. 셋이서 찍은 사진 속에서 선생님은 웃는 표정이었고 부인은 미소를 머금고는 있지만 다소 어두운 그늘이 있어 보였다. 부부 사이에 자리를 독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은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닮아 보이지가 않았다. 자꾸 앞이 캄캄해온다고 마루에 나와 혼잣말을 하다가 방으로 들어가면 할머니는 금세 다시 나와 앉아 있기 일쑤였다. 동백나무가 올해는 매우 무성하다. 늘 오동나무에 가려 키 작은 나무로 밖에 여겨지지 않았지만 지난 겨울 오동나무가지를 자른 덕에 동백이 제 모양을 내게 된 것이다. 할머니는 나무들에게 무슨 도박을 거는 모양이었다. '동백이 성했으면 쓰겠구나, 올해는 말이다. 자꾸 눈이 침침해져서......' 집에 돌아온 후 거의 바깥출입을 삼가고 있는 내게도 나무들은 예사롭지가 않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선생님은 별다른 기척도 없이 나갔다가 해질 무렵 지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마주쳐도 별 말이 없다. 동백나무를 유심히 바라보던 할머니가 지팡이를 찾았다. 며칠 전 선생님이 마련해준 것이었다. "어디 나가지 말어. 잠깐 댕겨올 겨. 선생님 금방 들어오실 겨." 할머니를 뒤따라갔다가 오동나무 아래쯤에서 앉은 채 멀거니 선창을 바라보았다. 마침 여객선이 들어와 사람들이 선창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할머니가 부지런히 내려가더니 어떤 아낙과 만나 서로 손을 부여잡는 것이 보였다. 누굴까. 나는 턱을 괴고 앉은 채 사람들이 다지나가도록 선창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한참이 지나도 할머니도 기다리는 선생님의 그림자도 얼씬거리지 않는다. 옷을 몇 벌 챙겨오긴 했지만 마땅히 입고 있을 게 없었다. 서랍장을 온통 뒤져봐도 입던 옷가지들이 눈에 띄지 않았다. 할머니가 쓰는 옷장을 열어보았다. 폭이 넓어 늘 불만스럽던 스커트와 보기만 해도 가슴이 답답한 앞 가리개 달린 상의가 두벌씩이나 걸려 있다. 교복이었다. 이미 낡은 옷장 냄새가 짙게 배어있다. 다신 입을 일이 없을 거라고 내팽개치고 떠난 옷이었다. 할머니는 툭하면 교복을 태워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쓸 데 없는 옷가지며 책가방도 그 등살에 없어진지 오래였다. "지 에미 년을 저토록 닮아갈까. 이년아 닮을 걸 닮아라. 세상에 누굴 못 닮아 에미를 닮는 겨. 학교엔 왜 안가. 누가 잡아라두 간다더냐? 공부허는 것두 때가 있는 게여. 왜 너만 못혀, 남들은 다 하는걸. 그러구 이마에 피두 안 마른 년이 나가긴 어딜 나가. 지집년 밖으루 나돌면 뻔헌 겨! 이년아 그 지랄하려거든 니 에미처럼 야반도주라두 해서 아예 내 눈앞에서 사라져!" 짧은 가출을 했다가 돌아온 날 할머니는 입에 거품을 물고 온갖 악담을 퍼부었다. 빈번한 결석에 이제는 벌써 두어 번 가출을 한 뒤여서 할머니로서도 악에 바칠 일이었다. 거기에 학교에서 날아온 자퇴예고통지서가 노여움을 한껏 부추긴 모양이었다. 할머니로서는 선생님에게 은연중 방패막이가 되어 줄 것을 바랐지만 선생님도 정말 한계에 부딪혔을 것이다. 결석을 다반사로 하는데다가 교칙은 나에게 별반 의미가 없었고 얼마 전에는 화장실 흡연사건으로 학교를 시끄럽게 했다. 여학생 화장실도 더 이상 흡연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는 말이 교무실에서 우스갯소리로 심심찮게 들리게 된 장본인이었던 것이다. "화장실에 흡연구역을 만들어야 되지 않을까요?" 학생부장이 이열 선생님을 향해 빈정대듯 한다. "김인숙 선생, 박정연이 교칙대로 처리하세요!" 선생님의 갑작스런 언성에 담임선생님은 출석부를 꽂다말고 뒤를 돌아다보았다. 선생님도 이번에는 몹시 화가 나 있었다. "이 녀석이 결국 이 지경까지 가는군요. 나쁜 자식!" 2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에 흡연을 하다가 적발이 되었다는 말을 듣고 담임선생님은 무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책상서랍을 열더니 봉지커피를 꺼내어 컵에 부었다. "정연이 처벌하면 가장 먼저 섭섭할 부장님이 웬 일로 그런 말씀을 다 하십니까?" 학생부장은 이열 선생님을 힐끗힐끗 바라보며 싱글거렸다. "이 사람이 아침부터 왜 이러는 거야?" 선생님은 웃음을 보였지만 기분이 좋은 내색은 결코 아니었다. 나를 향해 노여움을 보이기는 처음이었다. 그래서인지 곁에 앉아 묵묵히 커피를 마시는 담임선생님이나 엄포를 놓고 있는 학생부장보다도 훨씬 더 두렵다. 물론 집에서 느끼는 모습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집에서의 선생님은 오래도록 함께 살아온 이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할머니에게 가끔씩 아주머니라고 부르기도 했다. 오래 전에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는 말도 가끔 나누었다. 그러다가도 서울에 갔다오면 며칠 씩 혼자 방안에만 들어앉아 있을 때도 있었다. 밥상마저 그냥 물리는 경우도 있었다. 어떻게든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하려는 할머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막무가내다. 어렵게 내가 들어가 보면 전혀 의외의 표정이다. 무척 속상해할 일이 있을 것이고 마음이 쉽게 풀리지 않으리란 기대를 뒤집고 선생님은 선선히 나를 반긴다. 나는 그럴 때마다 저윽이 놀랐다. 한번은 내게 밑도 끝도 없는 말을 던졌다. "강아지를 한 마리 얻어다 길렀단다. 토실토실해야할 놈이 어지간히도 말라비틀어져 있었지. 강아지도 생물이라서 정을 주고 잘 먹여주면 무럭무럭 클 수밖에 없지 않겠니. 나보다도 안사람이 정성을 무척이나 쏟았어. 과연 정성이 헛되지 않았는지 강아지는 잘 자라주었단다. 사실 도시생활 속에서 개를 기른다는 것은 힘이 들지. 여기처럼 마당이라도 있으면 괜찮겠지만. 그래서 남들 손가락질도 많이 당했지. 그런 천덕꾸러기 개를 어디에 쓸려고 그리 온갖 정성을 쏟는 거냐고들 했단다. 개가 어지간히도 사납고 게걸스러워 시도 때도 없이 짖어대는 통에 이웃 원성이 더 심했던 거야. 그래서 더욱 정이 든 걸 거야. 고운 정 미운 정이 다 들었는데....." 그럼 어디 도망이라도 친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져 차마 입을 열 수가 없었다. 선생님은 날이 기울 무렵에야 들어왔다. 점심으로 차려놓은 밥은 꼿꼿하게 식어 있을 터였다. 내게 한 약속은 아니었지만 다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마루에 걸터앉았다. "할머닌 나가신 게냐?" "선창에 나가셨어요." "안 계시던데. 오면서 둘러봤거든. 아하, 거기 가셨겠군. 너에게 얘기 안 하든? "무슨 얘길......?" "아버지 넋이 떠오른다고 말야. 대천에서 오늘 무당이 오기로 한 날이지 아마." 그러면 그 여인이 바로 무당이었을까. 할머니와 서로 손을 잡고 있다가 어디로 가버리더니 혹 바다에 나간 걸까? 할머니는 비가 내리는 날에는 마루에 앉아 있는 것이 일이다. 눈길은 뜨락에 있지만 마음의 눈은 먼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구질 놈의 비가 때를 거르지를 않는구나. 무정한 비. 여러 목숨도 앗아갔지. 누굴 이제 데려 갈 텐가. 이 늙은 것이나 데려가소.' 처음엔 원망을 하다가 끝에 가서는 초연한 자세로 경건해지기까지 하는 할머니의 넋두리는 언제 들어도 생경했다. 시신은커녕 넋마저 찾을 수가 없어 뒷전에 물러나 있지만 호시탐탐 재기를 노리는 운동선수처럼 기회만 되면 언제라도 자식을 찾겠다는 일념이었다. '넋을 찾는다? 넋은 무엇일까. 어떻게 생겼을까. 죽으면 그걸로 끝이 아닌가?' 생각이 사뭇 헛돈다. 할머니는 두 아들을 모두 바다에서 잃었다. 큰아버지는 총각 때 연평 앞 바다에서 갈치 잡이 배를 탔다가 풍랑을 만나 다신 돌아 올 수 없이 되었고, 아버지는 남해안 일대를 이동하며 멸치 떼를 쫓아다니는 어선을 타다 역시 모진 해풍을 만나 돌아오지 못했다. 할머니의 말로는 큰아버지의 넋은 구제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시신은 아예 찾을 엄두도 못 내고 무당을 데리고 바다를 떠돌며 간신히 찾은 것은 새끼손가락크기의 머리카락으로 현신한 넋이었다고 했다. 그 세월이 자그만치 10년이라고 했다. "가신 일은 잘 되었는감요?" "잘 될 일이 아니잖아요. 인력으로 되는 문제도 아니겠고." "사모님이 큰 일이구먼유. 그렇게 차도가 없으면 어쩌요 글쎄. 한사람 잘못으로 생사람꺼정 눕게 되어 선생님 심사가 말이 아닐 거구먼 그류." "꼭 그 애 때문만도 아니지요. 원래 그 사람 허약해서 고생을 하는 사람입니다." "예부터 그랬지유. 사람 구제는 말어야 헌다구. 남의 자식 데려다 세 빠지게 길러봐야 나은 정은 따로 있는 벱이니깨." "이치야 그렇지만 자식이라고 기를 때 부모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따지겠어요. 무조건적으로 정이고 뭐고 안 아끼고 퍼 주다가 이렇듯 낭패인 걸요. 그게 자식 키우는 부모들 심정 아니겠어요. 그건 그렇고 대천에서 온 무당은 어떻던가요?" "대천네하구야 서로 잘 아는 처지이구... 그나저나 날씨가 좋아야 쓸텐디. 고대도 밖으로 나가야 헌다는디." "그렇게나 멀리 나가세요? 어차피 인근에서 돌아가신 게 아니라면 가까운데서 하든 고대도 밖이든 그게 무슨 상관이 있나요?" "예전에 쟤 큰 애비 찾을 적엔 삽시도 근방에서 찾을 수가 있었지요. 장고도허구 삽시도사이 지나는 물이 꼭 연평 바다를 떠다놓은 상이래요. 넋이 뜨는 것두 무당허고 잘 맞어야 쓰드끼 물살하구도 잘 맞어야 허는 개비요. 죽을 때 상황이면 쉽다네유. 삽시근방허구 고대근방은 물이 다르구 고대도 쪽은 남해에서 올러 닥치는 물살이 웬 종일 머무르는 디랍니다." 장마가 끝났지만 비는 간간이 내렸다. 예년보다 일찍 왔고 그 만큼 일찍 끝났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장마철보다도 빗줄기는 더 거세다. 선창에 들어 온 배들은 벌써 며칠 째 요지부동이었다. 갯냄새가 짙게 묻어 나오며 바다는 잿빛으로 변해갔다. 선창을 사이에 두고 남북으로 길게 뻗은 해변은 파도가 심란하리 만치 소란스럽다. 썰물이 나면 갯벌과 듬성듬성 자리잡은 바윗돌에는 온갖 게들이 나와 있었다. 모래밭에 숨어살던 게들이 제 철을 만난 것이다. 모든 게들은 파도가 흔들어 놓은 크고 작은 돌들 사이사이를 바삐 오가며 무엇이라도 잡히는 것은 모조리 물고 어디론지 사라졌다. 더러는 거품을 뿜으며 여유도 부린다. 그런 게들은 대게 모래밭에 집을 지었다가 파도에 씻겨 집을 잃고 헤매는 축들이었다. 어서 사태를 수습하고 새롭게 유할 곳을 물색해야하겠지만 선뜻 나서지지가 않는 모양이다. 모처럼 나선 바다는 침잠하는 정적이 아니라 하등생물들의 분주한 세상 같았다. 허물을 벗느라 딱지를 잃은 게들이 바윗돌 사이에 고인 물에 잠겨 있다. 손가락으로 꾹 찌르면 몸 전체를 움직여 민활하게 도망치는 것이 아니라 다리만 까닥거린다. 근력을 소진하여 몸을 조절할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마치 악몽에 시달리면서도 깨어나지 못해 헛손질하는 사람 같다. 악몽. 새롭게 깨어나기 위한 과정이라면 게의 허물을 벗듯 그 무력한 시절을 감내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악몽이후의 현실이 여전히 어두운 거라면 차라리 그 세계를 벗어나지 않음만 못할지도 모른다. 새벽녘에 든 잠이 곧 악몽이었다. 집밖을 벗어나지 않고 그다지 하는 일도 없으니 밤이 되면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러다가 꼭두새벽에나 잠이 오거나 뜬눈으로 하얗게 새다시피 하는 게 요즈음 나의 일상이었다. 어제만 해도 그랬다. 초저녁에 잠깐 눈을 붙이고는 곧 깨어나 밤새껏 뒤치락거렸던 것이다. 서울에 간 선생님이 이제나저제나 올까봐 마루에 나와 앉아 TV소리를 크게 하고 있는 할머니 탓도 있었다. 선생님은 벌써 여러 날 집을 비우고 연락도 없었다. 학교에서 오는 연락도 없었다. 선생님 말대로 잃어버린 개를 찾아 나섰는지, 차도가 별로 없다는 부인의 간병 때문인지 알 길이 없었다. 다만 할머니는 무슨 일이 일어나도 단단히 일어난 게라며 걱정이 크다. 선생님은 정말 개를 기르다가 잃은 것일까? 애지중지 기르던 개가 어쩌면 어미 개를 찾아 떠났는지도 모른다. 냇가에 찾아오는 연어도 모천을 찾아 회귀하는 것이라고 언젠가 선생님은 말했다. 미물들도 자라서 철이 들면 모정이란 걸 생각하게 되는가. 하물며 사람이야... 내게 엄마는. 꼭 돌아오겠다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은 빛이 바래 가는 오동나무 잎사귀. 누렇게 변색이 되고 벌레에 물어뜯긴 고엽으로 한낱 실바람에도 떨어질 만큼 여윈 채 안간힘을 쓰며 매달려 있는 초라한 모습. 변색이 되고 벌레에 뜯긴 잎은 순식간에 떨어지는 것 같다. 하지만 ‘순식간’이라는 것은 세상에 없다. 오동나무가 그렇고 동백이 그러하듯 잎이 피어 자라서 녹음을 이루다가 저렇듯 고엽이 되기까지는 시간의 타래가 길게 늘여져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순식간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은 무관심이라는 슬픈 단어가 늘 곁에 따라다니며 사실을 은폐하기 때문이다. 이젠 기다림이라는 말은 호사스러움마저 감돈다. 엄마는 지금도 떠날 때처럼 나를 사랑하며 데려갈 날을 고대하고 있을까. 나는 엄마처럼 하얀 신발을 신고 싶다고 떼를 썼다. 하지만 엄마는 하얀 신발 대신 자주색 운동화를 사주었다. 애들은 때가 잘 타는 하얀색보다는 자주색이 더 귀엽고 예뻐 보인단다. 정연이는 다리가 고와서 자주색이 잘 어울려. 분홍색도 있잖아. 분홍색도 잘 어울리지만 자주색이 곱고도 단정하단다. 그러나 자주색 신발을 처음 신고 학교에 가던 날, 할머니는 내내 눈물을 지었다. 신발을 신지 말라고 하고 싶은 듯, 입이 씰룩거렸지만 눈물만 훔치고 있었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울었다. 울밑 오동나무에 기대어 기다려도 오지 않는 엄마를 그만 기다리라고 했다. 엄마 기다리느라 거기에 앉아 있는 걸 보면 아예 나무를 베어 버리겠다고 했다. 나는 가끔 할머니가 큰톱을 들고 나무를 베어버리는 꿈을 꾸곤 했다. 할머니가 다락에서 꺼내오는 톱은 처음에는 작은 실톱이지만 나무를 자르다 보면 톱은 점점 커져만 갔다. 신이 들린 듯 톱질을 하는 할머니의 모습은 배 위에서 넋을 부르는 무당과 다르지 않았다. 톱이 어느새 북채가 되고 오동나무는 거대한 북이 된다. 할머니가 혼신을 다하여 북을 두들기지만 흘러나오는 소리는 북소리가 아니었다. 오동나무가 안마당으로 쓰러지는 굉음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지르는 비명이었고 그 비명의 주인공은 엄마였던 것이다. 나는 저만큼 떨어져 바라보다가 할머니 앞에 서 있는 엄마를 막아선다. 그 순간 내리치는 몽둥이가 내 정수리를 향할 때 나는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고 엄마가 함께 쓰러졌다. 가끔 그런 악몽이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여명이 밝아오는 창을 어렴풋이 바라보며 나는 제니가 있는 곳을 찾아갔다. 간판 아뜨리에는 현란하게 반짝이고 있지만 셔터는 내려져 있었다. 뒷문 쪽으로 들어가 문을 두드렸다. 제니가 술 취한 모습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손님들이 마시다 만 양주를 혼자 마시고 있던 중이었다. 제니가 간판스위치를 내렸다. 후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 다소 거친 소리였다. 탁자에 널브러진 술병과 남긴 안주를 치우는데, "됐어. 내가 나가 볼 테니 넌 잠자리나 좀 봐." 들어 온 사람은 지난번에 본 곱슬머리 사내였다. 그는 흰색 티셔츠에 검정 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다부진 가슴팍이 실내의 흐린 조명에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는 내 옆을 스쳐 지나며 귓불 가까이 대고 음흉한 말을 던졌다. 술 냄새가 났다. 제니와 그가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홀 안에 있는 소파에 비스듬히 누웠다. 받아 마신 양주 기운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가슴이 답답해 왔다. 짧은치마에 자꾸 손이 갔다. 그러나 가만히 보니 그 손은 내 손이 아니었고 가슴이 죄는 듯한 답답 증세가 목을 타고 삽시간에 전해졌다.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목이 막혔다. 그는 더욱 나를 조이며 급기야 입을 틀어막았다. 아아- 온 몸에 땀이 범벅이 되었다. 나는 깨어난 자세 그대로 누워 귓불에 손을 가져갔다. 아직도 그의 구역질나는 입김이 배어 있는 것만 같았다. 긴 한숨을 연신 몰아 쉬었다. 밤새 TV가 켜져 있었던지 치익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가 아팠고 구역질이 심해졌다. "비 맞고 어딜 갔다 오는 게여?" 마루에 내 놓은 제기를 닦아 놓고 제물들과 양초며 삼베 조각들을 꺼내 놓고 지성스럽게 만지다가, 할머니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허리를 두들기며 선창 쪽을 바라보았다. 날씨를 살피는 것이리라. "갯가에 좀 나갔었어요." "속은 좀 괜찮은 겨? 왜 아침을 그렇게 걸러. 사람이 아침 거르는 게 얼마나 해로운지 알기나 허여!" "선생님한테서 소식은 계속 없으세요?" "선창서 교감선생님을 뵈었지. 그런디 이 선생님은 어쩌면 이 길루 안 내려 오실지도 모른다더구나. 요새 뭐라더라, 명태? 뭐 명태라드냐? 그런 게 생겨서 선생님두 아마 그걸 헌다는 모얭여." "명퇴라구요? 선생님이 무슨!" 강한 부정의 어조였다. 나도 모르게 큰 소리가 나왔다. 갑자기 허물벗는 게처럼 힘이 없다. 현기증일까. 마루에 앉으려다 방으로 들어왔다. 할머니는 등뒤에 대고 주억거린다. 때가 되면 만났다가도 헤어지고 다시 만난다고. 자리에 누우려고 하다가 일어서서 안방으로 건너갔다. 전화기를 들었다. 신호음이 갔고 아주 낯이 익은 목소리가 실려왔다. 어딘지 잘못을 저지르고 불려 온 기분이다. "저......, 정연인데요." "박정연이니?" "네, 선생님. 죄송해요." 무어 그리 죄스러워야 할 것도 없는데 침이 마르고 다리가 후들거린다. "이열 선생님에게서 너 왔단 소린 들었단다. 그런데 무슨 일로?" "다름이 아니라, 저 오늘 저녁에 선생님 좀 찾아뵙고 싶어서요." "글쎄. 음...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그러자." 만날 시간과 장소를 전해 듣고 나는 아직도 떨리는 손을 비비며 자리에 앉았다. 누구 몰래 도둑 전화라도 한 것처럼 두근거렸고 목이 탔다. 금테 안경의 김인숙 선생님. 회초리만큼이나 따갑게 가슴을 파고드는 어투. 화가 나면 얼굴이 창백해지면서 눈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눈자위가 뻘개지면서 목소리는 자꾸 높아만 갔다. 그 서슬에 여학생은 물론이려니와 남학생들도 기가 죽기 마련이었다. 지나친 원칙론의 신봉자. 교칙을 어겼을 때 받아야 하는 정신적 고통. 차라리 매로써 단죄가 되는 거라면...했었다. 그래서 처음 3학년이 되어서 그 선생님을 담임으로 만나자 급우들의 걱정은 태산이었다. 특히 원만한 학교생활을 못하는 몇몇 학생들에 대한 급우들의 눈초리는 예사롭지 않았다. 아마 정연이와 누구누구 정도는 졸업을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3월 한 달은 그런 우려가 기우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고들 여겼다. 무서운 선생님을 만나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잘 되어가고 있다고 믿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고 그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나는 배를 타고 나가 며칠 씩 돌아다니다 들어왔다. 어느 날 문득 일어나 아주 우발적으로 나는 학교 길에서 선창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다소의 갈등은 쉽게 사위고 나는 엄마를 닮은 날씬한 두 다리를 재게 움직여 선창에 이르는 우회로인 해변 길을 택했다. 학교에 가다가 왜 돌아오느냐는 사람들의 상투적인 물음이 싫기도 했지만 행여 선생님의 눈에 띄지나 않을까 하는 염려 탓이었다. 일단 배에 오르면 느낄 수 있는 묘한 자유. 그것은 세상에서 나만이 가지는 특유의 느낌이었고 여섯 번째의 감각쯤으로 여겼다. 3학년 때라고 예외일 수는 없는 나의 감각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배에 올랐고 나흘 동안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니며 향유할 수 있는 감각을 즐겼다. 그 감각 속엔 늘 살아 있는 엄마의 초상이 깃들어 있었다. "...난 오늘 여기 와서 처음으로 배신감 같은 걸 느꼈어요. 내가 학기초에 한달 내내 입이 마르도록 한 얘기가 뭐였죠? 온갖 짓을 다 하더라도, 공부와 담을 쌓았어도 뭐랬어요. 결석을 하지말자였지요? 한 사람이 잘못하면 단체란 쉽게 와해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우리 반 다수가 성실하고 착해요. 하지만 전부가 그렇진 않아요. 우리 반을 이토록 혼란스럽게 한 장본인, 앞으로 나오도록 하세요!" 교실은 물을 끼얹은 듯 조용했다. 교단 앞까지 불려 나온 -- 아니 자리가 없어 앉지 못하고 서 있던 -- 나는 메고 있던 가방을 교탁으로 가져갔다. 그녀는 가방을 들고 창가로 가더니 아래 뜰에 내던졌다. "여러분들 들으세요. 내가 단독자는 아니예요. 여러분들은 굴욕을 연상하겠지만 절대 학생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려고, 그래서 앞으로 다시는 우리 학급에서 결석이 없게 하자고 하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소치가 아닌 거예요..." 교무실 앞 복도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데 이열 선생님이 불러 세웠다. 눈물이 났다. 선생님은 아주 송구스런 표정으로 담임 선생님에게 다가가서 애원을 하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월권으로 생각되겠지만 양해를 하십시오. 어지간하면 애가 상처를 받지 않도록 선처해 주세요. 김 선생 이러는 뜻은 다 압니다." 그녀는 대답대신 의자를 당겨 자리에 앉더니 아래 서랍을 열었다. 역시 커피 한 봉지를 꺼내어 컵에 담았다. 선생님도 자리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분주히 손을 움직이는 것은 담배를 찾는 모양이었다. 차마 눈길을 마주 할 수가 없어 나는 고개를 돌렸다. 광장에 나와 서 있는 느낌이었다. 만인들이 지나고 머무르는 곳을 거쳐가고 있다는 느낌. 그것은 내가 선창을 지날 때도 예외가 아니었지만 특히 알만한 사람들이 빈번히 드나드는 동네 주위의 다방이나 술집을 들어가는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곳을 혼자의 의지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가끔 심부름으로 들어 갈 때면 왠지 금지된 지역을 출입하고 있다는 강한 거부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가급적 집으로 직접 찾아가고 싶었지만 담임 선생님은 밖에서 만나자고 했다. 나는 그녀가 정한 약속장소인 해변다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배에서 내려 선창을 조금 지나면 맨 먼저 닿는 곳이 이곳 해변다방이었다. 안으로 들어서니 다방은 생각보다 한산했다. 탁자를 두 줄로 놓기에는 다소 좁아 한 줄로 길게 배열하고 한 쪽 공간은 넓게 떼어놓아 출입이 비교적 용이하게 좌석을 배치해 놓고 있었다. 구석진 자리에서 어떤 남자 손님과 노닥거리고 있던 주인 아주머니가 먼저 아는 체를 했다. 나는 목례만 하고 해변과 맞닿아 있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벽에 붙은 커다란 괘종시계가 아직 약속시간보다 5분 정도 덜 가고 있었다. 이윽고 다방 문이 삐끔히 열리고, "많이 기다렸니?" 나는 피식 웃음을 보였다. "가까이 살면서도 여긴 처음 온다. " 그녀는 자리에 앉으며 안경 너머로 다방 안을 여기저기 훔쳐보고 있었다. 주문을 받으러 오기도 전에 커피를 달라고 해놓고 내게 무얼 마실 거냐고 묻는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하루에도 여러 잔 마셔. 병인가 봐. 남자들 줄담배 피우는 폭은 될 거야. 이열 선생님처럼 말야. 선생님 담배 많이 피우시지?" "집에서는 그리 많이 피우진 않는 편이에요." "그래? 참 놀라운 사실이다 얘. 학교에선 그냥 줄담배야." "사실은 오늘 선생님을 뵙고 싶었던 것은 이열 선생님 때문이었어요." "무슨 일인데 그러니? 내가 오히려 묻고 싶다." "이열 선생님 이제 안 오시나요? 명예 퇴직을 하신다던데......" "누구한테 들었니?" "할머니가 그러셨지요. 교감 선생님에게서 들었다고." "그럼 그 말이 맞겠구나. 나두 정확한 건 몰라. 두 분 정도 이번 학기에 그만 두신다는 말은 들었지만 말야. 연세로 봐선 아직이지만 글쎄 내가 교무부장님이래두 그만 두려고 했을 거야. 너도 아마 대강은 실정을 알고 있겠지만." "............" "그 선생님, 굉장히 외롭고 힘든 분야. 다들 그래. 그 분 인생을 공초처럼 살고 있다구." "무슨 말씀이신지...?" "가정적으로 그렇지 뭐. 그 애 말야. 어려서 데려다 키웠다는 애. 그 녀석이 지난 해 겨울 저를 버렸던 생모가 나타나 따라 가버렸대잖니. 그래서 사모님이 병이 더 깊어진 거야. 생각해봐라. 젖먹이를 데려다가 20년 가까운 세월을 길러왔고 정이 그 만큼 깊이 들었을 거 아니냐. 그런 아이가 생모라고 따라 가버렸으니. 사모님 병이 중병인데다 마땅히 간병을 할 만한 사람도 없어 무척 고통을 겪는가 보더라." 그랬었구나. 밤하늘은 별들이 무심하게 많이 나와 있었다. 담임 선생님이 먼저 자리를 뜨고도 나는 한참 후에야 다방을 나섰다. 예감은 했지만 그녀가 던진 말들의 무게는 내가 주체하기가 힘이 들었다. 어지럼증이나 멀미 아니면 현기증 따위가 생기면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한다. 오랜만에 보는 초승달이 시리게 떠 있다. 바다로부터 서너 뼘 남짓 솟아올라 있을까. 온 몸을 흔들어 털어질 수 있는 거라면 좋을 말들이었다. 나는 몸서리를 치듯 몸을 떨었다. 싸아한 냉기가 얼굴을 타고 전신에 흐르는 것 같다. 그러나 발걸음마다 그녀가 한 말들은 다져진 모래 위를 걸을 때처럼 뚜렷한 발자국으로 남는 느낌이었다. "그건 그렇고 말이다. 넌 내가 어떻게든 하려고 했어. 또 교무부장님도 노력을 많이 하셨지. 그러나 그간의 행적이 많이 걸렸단다. 누적된 징계기록이 가장 문제였어. 교무부장님의 만류 때문에 많은 망설임 끝에 자퇴예고통지서를 보냈지. 그런데 네 자신의 뚜렷한 학업에의 의욕이 없고, 무엇보다도 본인이 없으니 가부간 의사타진을 할 수가 없었던 거야. 교무부장님이 나서서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학생 처벌상의 형평성 문제 때문에 다른 선생님들과 충돌도 숱하게 겪었어. 선처해서 눈감아 줄 사안이 아닌데다가 특정 학생 봐주기라는 시비에 말려들어 그 분이 곤욕을 치러야 했지......" 새벽같이 일어난 할머니는 뜰 앞에서 연신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벌써 며칠 째 동백나무를 손질하고 있었다. 거목처럼 버티고 서 있는 오동나무 가지를 여러 개씩 잘라내었고 구부러진 동백 가지를 버팀목까지 세워가며 묶어 세워준다. 진작 손을 댔더라면 이 지경으로 놔두는 일은 없었을 거라며 아쉬워하기도 한다. 가지가 무성하고 나름대로 새끼를 쳐 울타리 한쪽을 점유한 동백은 꽃도 피고 열매도 맺어 나무로서의 역할을 다 하건만 오동나무의 그늘이 너무 큰 탓에 그 존재마저 미미한 실정이었다. "벌레가 세상에 이렇게 많다냐. 왠갖 벌레란 벌레는 동백이 다 거느리구 사는가 보구나. 그렇게 벌레 봉양을 허니 이 지경이 되었어두 연명을 했지......." 북을 주는 할머니 손이 나무 밑에 쏟아진 벌레들을 훔쳐내느라 여념이 없다. 고스라진 잎이며 썩지 않은 작년 가을 낙엽들이 엉겨 힘있게 당기는 호미 끝에 걸리는 흙은 보잘 것이 없다. 할머니는 힘에 겨워하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는다. "저 가지들을 어떻게 처단하시려고 손을 대세요." "가지들이야 뒤엉켜 손을 쓸 수가 없것지만 봐라 밑동은 이렇게두 허실허잖니? 오동나무가지를 제때 쳐주었으야 이것들이 온전히 자랄 수가 있는 것인디 말이다. " "할머닌 항상 오동나무만 신주단지 모시듯 하셨잖아요." "갯바람에 견뎌난다는 게 쉽지가 않은 벱여. 동백이야 근본이 갯바람을 쐬어야 허지만 오동이야 어디 그런감." 말끝에 한숨을 몰아 쉬며 잠시 일어나 허리를 두드린다. 눈앞이 아득하다며 흙이 묻은 손이 연신 눈으로 갔다가 내려온다. "얘, 섬들 좀 봐라. 왜 이리 아득허다냐. 고대도, 장고도, 삽시도, 저기 고대도 뒤편 외연도......, 원산도만 뵌다. 이리도 아득허냐. 이래가지구 무얼헌다냐. 세상에......말이다." "원산도야 저 건너인데 거기만 보인다고요?" "그렇구나. 앞이 다 캄캄허니 무얼헌다냐." 할머니는 걷어올린 소매를 타고 기어올라가는 벌레를 털어 낼 생각도 않고 허리만 두드린다. 벌레가 여러 마리 할머니의 옷에 붙어 있었다. 나는 흠칫 놀라 막대기를 집어들고 할머니의 등뒤에 있는 벌레부터 털어 내었다. 자를 재듯 기어다닌다 해서 지어졌을 이름의 자벌레들이 희뿌옇게 빛 바랜 할머니의 적삼에 거뭇거뭇 매달려 잘 떨어지지 않았다. "아침이나 먹구 약을 좀 뿌려야 헐까부다. 자벌레가 아주 세상을 만났구나." "대천네 아줌마는 몇 시에 오시기로 했어요?" "오후 배로나 올 게다. 마중 나가야 쓸 게야. 선무당 같으면사 짐이라구 해봐야 뭐 그렇다지만 대천네는 벌써 짐이 한 배란다." "그럼 많은 짐을 어디에 두실 건가요?" "나룻배가 있잖니. 원산호 말이다. 어채피 그 배에 싣구 가야 헐 테니 거기다가 실어 놓는 게 눈 밝은 일이지." 나는 오동나무 쪽으로 다가갔다. 한동안 떨어지던 잎들이 단단히 매달려 있다. 나무에 기대어 본다. 오랜만의 일이다. 거기에 서면 늘 기다림이라는 단어가 가슴에 남았다. 그 단어가 퇴색이 되면 서서히 몇몇 얼굴이 떠오른다. 하릴없이 기다림이라는 모진 글자만 가슴 속 깊이 새겨 넣어준 사람들. 그리고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고 그 너른 바다 위에는 섬들이 표류하듯 떠 있었다. 군데군데 떠나가는 배처럼 섬들은 무리를 짓는 듯, 더러 혼자이듯. 어떤 때는 섬들이 일제히 육지를 향하여 달려가는 것이었다. 손에 횃불을 들고 우렁찬 함성을 지르며 섬들은 거대한 땅덩어리에 의연하게 돌진한다. 육지에서 떨어져 나와 혼자 떠 있지만 자신들은 결코 혼자가 아님을 그래서 육지의 일부로서의 섬이 아니고 홀연히 작은 육지임을 강변하면서. ...저 떠있는 것은 무엇도 섬은 아니다. 대륙의 일부일 뿐. 바다가 잘라놓은 덩어리의 일부. 그리고 아무도 혼자는 아니다. 잠시 서로에게서 떨어져 있을 뿐. 물론 내가 네가 아니듯 또 네가 내가 아니듯 각자의 세계를 살고는 있지만 결코 따로 일수는 없는 것. 바다가 대륙에서 섬을 떼어놓고 하나로 연결하는 매개가 되어주는 모순처럼 각자의 개체로 살지만 인연이라는 매개로 서로는 얽혀 있는 것...... 선생님은 내가 살고 있는 작은 방으로 들어왔고 그날 나는 차라리 도망쳐 버리고픈 강한 충동을 느꼈다. 전날 마신 술기운이 속을 뒤집어 놓아 냉큼 일어설 수가 없었다. 어지럽고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팠다. 술은 마시면서 느는 거라고 했지만 늘기는커녕 마실 때마다 고통은 더욱 커져만 가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오기가 우리 집에서 몇 정거장밖엔 안 떨어져 있는데 섬에 내려가기 보다 더 멀고 힘이 들었다. 찾고 보면 가까운 것을 찾기 전엔 항상 멀고 무심하게만 지나치게 되는가 보다. 정말 네가 여기 있을 줄은 몰랐단다." 선생님은 한낮의 열기에 코끝이 뻘겋게 익어 있었다. 어지간히도 헤매 다닌 모양이었다. 다소 주체하기가 힘이든 탓도 있었지만 일이 끝나고 들어와 그대로 누웠기 때문에 옷매무시가 말이 아니어서 나는 몹시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짧은치마 자락을 자꾸 가렸고 선생님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이었다. "가자. 집으로 돌아가자." "이대론 갈 수가 없어요." 다소 짜증이 났다. 나가버리고 싶지만 몸이 천근이다. "그럼 어떻게 가야 하는 거냐, 이대로 갈 수가 없다면?" "몰라요. 어쨌거나 내려가지 않을 거예요." 기대에 어긋났다는 표정으로 선생님은 담배를 피워 물고는, "나쁜 자식, 너 이제 보니 정말 형편이 없는 녀석이로구나!" "이제 아셨어요? 저 나쁜 애라는 거 다 아는 사실이잖아요." "정연아, 내 말은 있잖니. " 선생님이 깊이 빨아들인 담배연기가 또아리를 틀며 허공에 번졌다. 깊은 숨을 몰아 쉬면서 연거푸 담배를 피운다. "깨끗이 제적처리 했다구요?" 그래요, 저 같은 기집애는 도움이 안 되겠죠. 잘 들 하셨어요. 시원하시겠네요." "이 녀석이 보자보자 하니까!" "왜요, 제가 이러니까 속상하세요? 그럼 대접을 받으려고 절 찾아오신 건가요? 착각하지 마세요." 갑자기 내리치는 손바닥이 왼쪽 뺨을 후려쳤다. "왜 때려요! 선생님이 뭔데 때려요!" 독오른 뱀처럼 바락바락 악을 썼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고 몹시 화가 나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노려보았다. "나쁜 자식, 그래 좋겠구나. 제적을 당해도 싼 놈야, 너 같은 자식은 애당초 잘랐어야 했어. 진작 잘랐어야 했다구!" 그리고는 후다닥 문을 열고 나가면서 허어 헛기침을 했다. 나는 쓰러진 채 울기 시작했다. 울고 또 울고 눈물이 마르도록 울고 일어나 앉았다. 지끈거리던 머리가 터질 듯 아팠다. 속이 메스껍고 구역질이 났다. 그러나 헛구역질일 뿐이었다. 어떻게 알고 찾아 온 걸까. 아무도 모르는 곳에 숨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누구도 찾지 못할 것이고 그러면 온갖 생각들은 쉽게 지우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 했는데. 엄마도 학교도 선생님도 그리고 어쩌면 할머니까지도......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가슴이 미어질 듯 쓰려왔다. 나는 자리에 죽은 듯 누웠다. 주마등처럼 스쳐 가는 많은 얼굴들 위에 자꾸 할머니의 얼굴이 겹쳐 보이는 것이었다. 언제나 표정이 없는 얼굴. 좋아도 싫어도 드러남이 없었다. 떠나오면서도 나는 학교에 가는 것처럼 묵묵히 다녀오라는 식의 할머니의 표정을 뒤로했었다. 할머니는 내가 학교에 가는 것을 빤히 바라보기만 하는 것이 잘 다녀오라는 말이었다. 나는 할머니의 그런 표정을 밟고 돌아서서 곧장 선창으로 갔던 것이다. 학교와는 다른 방향인데 그 반대 방향으로 가는데 대한 미련도 없다고 여겼다. 아니 그러고 싶었다. 언젠가 그만 두게 되리라는 생각이 늘 뇌리에 따라 다녔다. 다만 조금 앞 당겨졌을 뿐, 별반 아쉬움도 서러움도 없었다. 학교를 위해서도 선생님들과 우리 학급을 위해서도 좋을 거란 생각이 막연하나마 저변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난 왜 힘들여 찾아온 선생님에게 그런 미련 섞인 말을 나도 모르게 퍼부었던가. 무슨 미련이 남았기에. 선생님에게 얻어맞은 뺨이 후끈거리며 쓰라려왔다. 일어서서 홀 안으로 나왔다. 헛구역질이 나면서도 목이 말랐다. 홀 안은 사뭇 어질러져 있다. 간밤에 들어온 손님들의 행태가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다. 몇 개 안 되는 탁자와 의자가 아무렇게나 배치되어 있었다. 군데군데 엎질러진 술과 안주 조각들, 질펀한 술 주정, 손님들의 더러운 객담들이 주인이 불러서 온 아가씨들의 욕지거리와 한데 섞여 바닥에 나뒹군다. 술병이 어지럽게 쓰러져 있다. 현기증이 났다. 나는 거의 기어서 수도꼭지가 있는 주방으로 갔다. 수돗물을 끝까지 틀어 놓고 물을 흠씬 마시며 머리를 담갔다. 쏴아 하는 소리가 들리며 물이 쏟아졌고 거의 질식할 정도로 나의 머리는 꼭지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어서 술이 깨어야 정리를 하고 손님을 받을 수가 있을 일이었다. '주인이 오겠지, 곧 오겠지. 사나운 과부의 눈동자가 자꾸 눈에 걸린다. 재워주고 먹여 주는 것도 어딘데 이 모양이냐고 힐책을 하겠지.' 나는 젖은 머리를 닦아내지도 않은 채 방으로 들어가다가 후문 쪽을 바라보았다. 항상 잠그지 않고 열어 놓는 후문을 통하여 선생님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저 문으로 갔겠지. 망설이다가 기대에 차서 들어 왔을 텐데 나갈 때는 실망해서 화를 내며 나갔으리라.' "선생님." 내 입에서 나도 모르게 뱉어진 말이었다. 갑자기 아득한 느낌이 전신을 휩쓸며 지나갔다. 나 홀로 버려져 있다는 아찔한 느낌. 양주 두어 잔을 마셨을 때 느낄 수 있는 아득함. 나는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 위에 혼자 떠 있는 조각배처럼 무위하게 세상에 팽개쳐져 있는 거라고 생각이 되었다. 싫어졌다. 생각이 싫어졌고 혼자라는 것이 싫었다. 그러나 나는 수건을 집어들고 물기를 닦아내며 생각했다. 얼른 선생님을 찾아야할 것 같았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했샀는 게여." 가지런히 묶어 놓은 동백나무가 울타리를 새 단장한 것처럼이나 단정하다. 동백은 대문은 없지만 언제든 대문을 달기만 하면 되도록 해 놓은 문간에서부터 오동나무가 있는 곳까지 훌륭한 울타리로 자리를 하게 된 것이다. 대체 이번에 무당은 할머니 더러 무슨 말을 했기에 저토록 동백나무에 매달려 있었던 것일까. 애지중지하던 오동나무는 이제 뒷전에 있다. "선생님은 정말 안 오시고 말까요?" 그간 무던히도 기다리며 망설이다 던져진 말이지만 할머니는 무표정하게 받아들인다. "어렵겠지. 그러나 저러나 무슨 기별이라두 있으려나 기다리는 걸, 벌써 며칠 째더냐. 거반 보름은 넉히 됐지야?" "예. " "그냥 막연허게 기다리지 말구 연락을 좀 해봐야 쓰겠구나." 할머니가 아침상을 치우고 전화를 거는 동안 나는 자꾸 침을 삼켰다. 조바심이 나고 불안해졌다. "그렇구먼요. 그럼 병원으루 연락을 해야 통화를 하겠구먼요." 나는 할머니에게서 병원 전화번호를 돌려 받아 다이얼을 눌렀다. 내가 홀에서 뛰쳐나와 무작정 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던 때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정연이구나. 어쩐 일이냐?" "선생님!......" "미안하다. 내가 미리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 말이다. 사실은 애 엄마가 얼마 전 세상을 떠났단다. 할머니께 알리려다 괜한 걱정을 하실까 해서 안 했다. 학교에도 그랬구......" "그런데 왜 아직 병원에 계신 거예요?" "조금 편치가 않아서 그런데 며칠 있다가 나가게 될 게야. 미안하구나, 걱정을 끼쳐서. 정연아, 선생님이 많이 잘못했지? 네게 잔뜩 빚을 지고 온 것만 같아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구나. 내게서 아주 멀어질 사람들에게만 온 정신을 다 팔았던 게야. 내가 돌아가면 정연아, 얘야......" 무슨 말을 하려다가 그런 것인지 선생님은 말끝을 분명히 맺지 못한다. 울먹이는 투다. 홀가분해져서 이젠 허전하다는 선생님. 병원 신세를 지다가 결국 세상을 떠난 사람을 따라 선생님 마저 가버릴 심산일까 두려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면 선생님은 누가 돌봐 주시는 거예요?" "내게 참 누님이 한 분 계시단다. 그 분이 왔다 갔다 하면서 돌봐 주시지." 전화를 끝낼 때까지 할머니는 곁에 묵묵히 앉아 있었다. 내 응답을 듣더니, 아마 병구완에 지쳐 쓰러졌을 거라며 홀연히 집을 나섰다. 할머니는 여객선이 도착하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선창에 나가 있었다. 동백나무에 뿌리겠다던 약을 마루 끝에 내어놓고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선생님에게 수화기를 들기가 아마 나보다 할머니가 더 힘이 들었던 모양이다. 할머니 역시 저편에서 들려올 소리를 예감하고 있었을 터였다. 나는 배가 선창에 대었다가 저 만큼 나가고 할머니가 배에서 내린 아낙과 만나고 있는 것을 보고서야 선창을 향하여 집을 나섰다. 여객선이 왔다 간 곳에 미리 얻어 둔 나룻배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 배에서 내린 남자가 선창에 내린 짐들을 옮겨 싣는다. 짐이 정말 많았다. 오늘 울타리를 치웠으니 할머니 말대로 대천 무당이 오면 시작될 아버지의 넋을 찾는 굿판은 물때를 맞춰 먼바다에 나가 한껏 신명이 나게 벌이게 될 것이었다. 아버지의 넋이 떠 있다는 바다, 그 망망대해에서 무당의 힘찬 부름과 할머니의 간곡한 소망이 과연 아버지를 건져낼 수 있을까. 아버지는 살아서 제 발로도 못 온 길을 저 나룻배를 타고 오기나 하려나. 할머니의 눈이 온통 어두움에 시리도록 기다려 온 넋이 아닌가. 나는 일부러 선창을 피해 서울에서 오던 날 선생님과 함께 갔던 길로 들어섰다. 문득 바람결에 오동나뭇잎 단풍냄새가 실려 있고 바람결이 예리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선생님은 나를 이쪽으로 데려오면서 어쩌면 동네 사람들의 눈을 일차 피하거나 곱지 않을 시선을 완곡히 해보려는 의도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와 함께 바윗돌 위에 앉아 있으면서도 배에서 내린 사람들이 선창을 모두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렸으리라. 나를 향하여 선생님이 물 건너 저 멀리 둥둥 떠있는 섬들을 굳이 육지의 일부라는 표현보다는 대륙의 일부라고 강변하고 싶었던 심정을 나는 되 뇌이며 고개를 들었다. 아버지의 넋이 흐르는 물살에 세월을 망각하고 표류하고 있다고 하는 고대도, 그 뒤의 섬들이 한결 가까이 눈에 들어온다. 섬은 막연히 바다라는 평면 위에 올라앉아 있는 한 점이 아니었다. 바다 밑 깊이 뿌리를 박고 섬과 섬이 연결이 되고 그 연결의 끈은 육지와 멀리 대륙과 하나로 큰 덩어리를 이루며 무한히 뻗어 있었다. 단지 그 사이사이 연결의 끈 위를 물이, 저 바다가 모든 것을 덮어 주며 넘쳐흐르고 있을 뿐이었다. 선생님의 음성이 귓전을 떠나지 않는다. 그 소리는 바람, 혹 아버지를 부르는 할머니의 외침 같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