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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교육부에서는 전체 교원의 70%를 대상으로 월봉급액의 50%부터 150%까지 등급을 정하여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성과상여금제 도입을 시도하는 모양이다. 무한경쟁 시대에 부응하여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교직사회에 어느 정도의 경쟁요소를 가미하고 교원들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자극을 주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부인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교사의 능력과 교육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재와 방법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을 성급하게 도입할 경우 가시적인 추진 실적이나 학교행정업무 수행 결과 중심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는 자칫 교육의 본질구현과는 거리가 먼 행정업무 처리에 익숙한 교원이 우대 받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없지 않다. 뿐만 아니라 전문직으로서의 교직사회의 자율성과 학교단위의 공동체를 부정하고 오히려 지배 구조가 강화되어 학교단위의 자율성 강화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것이다. 또한 성과급 시행 대상에 교장이 포함됨으로써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전체의 평가로 이어지게 되어 학교간의 지나친 경쟁을 유발함으로써 학교사회가 삭막해질 것이다. 그리고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평가방법은 근무실적을 토대로 특별근무성적평정을 합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가지 부작용을 야기하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이는 학교현장의 반목과 불신으로 귀결될 것이다. 더욱이 교사들 간에 지나친 경쟁을 유발하고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등 교원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 그리고 교사들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교사들의 불만과 불평을 유발시켜 궁극적으로 교육력의 저하를 초래할 것이며 이에 따른 피해는 결국 학생과 학부모에게 돌아가게 될 것이다. 오히려 석·박사 학위취득 결과를 반영한다든지 표준수업시수 설정 및 초과수업수당 지급, 학급담당 수당 인상 등 보수체제를 개편 운용해야 할 것이다. 교육부가 획일적 기준에 의한 성과급 도입을 시도하는 것은 전체 교원들의 저항에 직면하여 교직사회의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재고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도 아니련만, 최근의 학교교육 현실이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필자의 연구보고서가 보도되자 많은 사람들이 큰 관심을 보였다. 이 덕분에 필자는 연초부터 때아닌 전화와 인터뷰 홍수에 시달려야 했다. 하나같이 위기의 실상은 어떠하며 또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의 연구(학교교육 위기의 실태와 원인 분석)는 처음부터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지지난해에 우리 사회에 충격을 준 이른 바 '학교붕괴'에 관한 논의가 다소 과장되고 선정적인 논조였다는 판단 아래, 실제로 학교교육이 처한 현실을 차분하게 밝혀보려는 의도였다. 이를 위해 교실 현장을 들여다보고, 학생과 교사의 의식을 조사했으며, 또 거시적 차원에서 학교를 둘러싼 사회의 변화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작업들의 결과는 예상보다도 더 학교교육에 대한 세간의 비관적 견해를 지지하는 것이었다. 교실은 더 이상 정숙한 학습의 장소가 되지 못하였고, 많은 학생들과 교사는 이미 학교에서 마음이 떠난 상태였다. 학생들의 1/3 가량은 학교에 반드시 다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았고, 학생들의 73%는 교사들이 자기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른 바 N세대라 불리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으로 학교에서 교사와 학생간에 정서적 이질감은 물론 일상적인 의사소통조차 어려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었다. 다수에 대한 획일적 통제를 주요 특징으로 하는 종래의 학교교육 체제는 지식기반사회에 들어서면서 사회적 유용성을 상실하고 있으며, 대신 대안학교나 탈학교운동이 커다란 관심사로 등장하고 있다. 요컨대, 외형적으로는 학교교육이 그런 대로 유지되고 있지만 심층적으로는 이미 그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는 이렇게 된 근본적인 원인을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세상은 과거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고 아이들 역시 딴판으로 달라졌는데 학교는 거의 옛날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많이 줄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한 학급에 40∼50명이 유지되고, 다수의 아이들을 통제하기 위하여 군대식의 규율이 유지되고 있다. 자신이 원하든 않든 선택의 여지없이 주어진 교과를 배우는 동안에 아이들은 아예 학습 자체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린다. 최근 몇 년간 많은 투자가 이루어졌다지만, 여전히 학교 교실은 가정이나 회사에 비해 낙후된 시설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학교(교사)의 자발적인 변화 시도를 가로막는 관료제적 교육행정 체제와 거기에 너무도 익숙해진 의식과 관행들이다. 따라서 갈수록 사회와 학교, 아이들의 의식과 학교 현실간의 격차는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 속에서 교사는 심각한 정체성의 혼미를 겪고 있다. 이렇게 보면, 오늘의 학교교육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길은 논리적으로는 간단하다. 학교를 사회의 변화, 달라진 아이들에 맞추어 바꾸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들의 다양한 관심과 특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학급당 인원을 대폭 줄이고 교육과정의 선택 폭을 크게 늘린다든지, 인터넷 등을 통한 개별화 학습을 최대한으로 활용하여 학교의 수업과 학교 밖의 다양한 학습을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꿈같은 이야기다. 돈도 없고 제도적으로도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많은 변화를 추구했던 지난 수년간의 교육개혁 결과가 말해주는 바이기도 하다.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든,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도가 높으면서도 실제로 이루어지는 변화는 너무도 미미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미래는 절망적인가? 언론의 표현대로 학교는 끝내 '붕괴'되고 말 것인가? 적어도 교육에 몸담고 있는 우리로서 그렇게 생각할 수는 없다. 쉽지는 않지만 적어도 길은 있고 또 있어야 한다. 일차적인 문제는 상황 인식의 절박성과 의지의 문제이다. 교육 가족 모두가 정말 문제의 심각성을 공감하고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 경우 필자가 가장 시급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학급당 인원수를 30명선 이하로 줄이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단위학교 특히 교사의 자율성을 획기적으로 신장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현재 시범운영 중인 자율학교들의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최소한의 여건을 개선하고 교육과정과 학교의 운영을 일선 교사의 손에 맡긴다면 학생들과 교사의 마음은 의외로 빨리 학교 안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
교육부총리제와 교육인적자원부 직제가 18일의 차관회의에서 통과된 후 30일 열릴 예정인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새직제는 1급 별정직인 차관보가 신설되고 2실(기획관리실·학교정책실), 4국(인적자원정책국, 평생직업교육국, 교육자치지원국, 대학교육지원국), 4심의관(교원정책심의관, 국제교육정보화기획관, 공보관, 감사관)으로 재편되었다. 이에 따라 교육부 직제는 현재의 2실 3국 6심의관 30과 형태에서 1차관보 2실 4국 4심의관 32개과로 확대되었다. 전문직 임용케이스인 학교정책실 소속 교육과정정책심의관과 차관 직속 교육정책기획관 등 2개 국장급 직제가 폐지된 반면 차관보(별정직 1급)와 인적자원정책국이 신설되었다. 이와 함께 부총리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위원장인 `인적자원개발회의'를 강화하기 위해 인적자원개발정책에 관련 주요안건에 대한 국무회의전 사전심의를 의무화하고 `인적자원개발실무조정회의'를 신설해 실무협의 절차를 보강토록 했다. 정원은 순증없이 자체조정토록 했다. 교육부총리는 기존의 학교교육, 평생교육, 학술과 고등교육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한편, 현재 28개 정부 부·처·청에 산재해 있는 인적자원 개발관련 정책을 총괄 조정하게 된다. 이와 함께 신설되는 차관보와 인적자원정책국장은 인적자원 관련 업무를 통합 조정하는 기능을 맡게된다. 정부는 이를위해 `인적자원 개발촉진 특별법(가칭)'을 금년중 제정할 방침이다. 한편 한국교총은 교육인적자원부 직제안에 심의관을 폐지한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교총은 17일 성명을 내고 현재 7차 교육과정이 교육계 최대 쟁점사안이 되고 있고, 학교정책실 기능을 현행대로 유지하겠다고 누차 약속해온 교육부가 초·중등교육을 아우르는 교육과정정책심의관 직제를 폐지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교총은 따라서 교육과정정책심의관 폐지를 철회하고 최소한 학교정책실 소속 심의관, 과장, 담당관을 전원 교육전문직으로 보임할 것으로 촉구했다.
교실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교육황폐화니 교실붕괴니 하는 절망적인 말이 회자되고 있다. 교실은 1천만 학생들이 꿈꾸고 생활하는 기본 공간이다. 이 교실이 무너지고 있단다. 수업자체가 불가능한 극단적인 형태에서부터 많은 학생들이 학습과정에서 딴전을 피우는 일반적인 유형에 이르기까지 소망스러운 모습과는 거리가 먼 교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일 것이다. 이같은 교실붕괴 현상을 누가 무엇이 초래했나. 이 책임의 상당부분은 무리한 정년단축 등 교원의 사기를 꺽은 정부와 급속한 사회·문화부문의 변화에 돌릴 수 있지만 교원들 스스로도 열과 성을 다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할 것이다. 교육의 질은 일차적으로 정부의 질이 아니라 교사의 질을 능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교는 왜 필요한가를 근원적으로 되짚어 보자. 모든 학교를 하루아침에 없애버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상정해보면 이 해답은 자명하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홀로서기할 때까지 오랜 학습기간이 필요하고 문명이 발달할수록 학습기간이 점점 더 늘어나는게 당연하다. 지식정보화 사회니 지식기반 사회니 하는 용어를 동원하지않더라도 현대를 사는 우리 모두는 이미 평생학습 사회에 살고 있다. 그런데 학교가 없다면 모든 부모가 제각기 자기자식의 학습을 직접 설계하고 이행해야 한다. 학생 입장에서도 독학이라는 고독한 좌절의 연속을 혹독하게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홀로 배우는 것과 달리 함께 배우면 즐거울 수 있고 학습의 능률도 올라간다. 이는 학교가 태동한 원리이자 불변의 진리이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 학교는 즐겁지도 않고 학습의 능률도 오르지 않는 후진적인 양태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늘 그 매체들이 교사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는 양 호들갑을 떠는 풍조가 생겨났다. 실제로 원격교육의 장면에서 TV교사, 컴퓨터교사들이 맹활약을 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매체들이 전면적으로 교사들을 대체할 수 없는 이유는 결코 이들 매체들은 사제관계를 형성한다든가 교실에서 처럼 '함께 생활하고 배우는 즐거움'을 선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모두는 교실을 교실답게 학교를 학교답게 가꾸고 바꾸는 것외에 다른 대안이 없음을 성찰하고 각성해야 한다. 본사가 올해 '함께하는 교육' 캠페인을 전개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경시하기 쉬운 교실이야말로 배움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제관계와 교우관계를 꽃피우는 유일무이한 공간임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함께하는 교육'의 핵심은 사제동행이고 교육의 3주체인 교사·학생·학부모가 만나는 교육공동체는 이 본질을 보호하는 울타리이다. 교실은 가정처럼 영원히 보호돼야 하는 우리들의 보금자리이다. 지금 우리의 교실은 만성병과 급성병을 동시에 앓고 있다. 과밀학급과 이질집단으로 인한 학습주변인의 양산은 만성병이다. 그러나 정부의 교원경시 정책, 갑작스런 체벌금지 등 훈육권 제한으로 인한 일시적 교권의 추락현상은 급성병의 사례로 볼 수 있다. 물론 우리는 건강한 교실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믿는다. 재미있고 내용있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교사, 일요일에도 학생들을 데리고 박물관을 찾는 교사, 문제아들에게 극기심을 길러주기 위해 산에 오르는 교사, 제자들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교사, 제자들과 상담하느라 고액의 휴대폰 전화료를 감수하는 교사, 아이들과 이메일을 주고 받는 교사, 방학중에도 기능시험에 대비 특별강습을 수행하는 교사, 새로운 수업모델을 연구하는 교사, 우리 것을 가르치고 환경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교사, 꾸준히 일기지도와 독서지도를 하는 교사 등 헤아릴 수 없다. 그런데 이같은 건강한 교실을 창출해내는 주역인 교사들을 힘빠지게 하는 학교안팎의 구조가 언제 어디서나 있을 수 있다. 새해에는 이러한 구조를 털어내고 모든 교실이 건강해지도록 힘과 지혜를 모아야 겠다. 이를 위해 본사는 '함께하는 교육'의 기조위에서 정부와 교육당국의 교단지원을 촉구하고 잘못된 교육정책을 비판하는 한편 교실과 학교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아이디어를 발굴 보도해 일반화하는데 주력할 것을 다짐한다. 본사는 '함께하는 교육' 캠페인을 통해 교원들이 더이상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교육개혁의 주체로 자리매김되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정부가 교원을 포함 3급이하 전체 공무원에게 2월중 지급할 예정으로 추진하고 있는 성과상여금제가 그야말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 한국교총은 지난 연말 이같은 성과급 도입 방침에 대해 "교직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부정하고 교원통제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철회할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교총의 철회 요구에 대해 일부 교원들이 "교총이 성과급을 거부하는 이유는 이해하지만 자칫 공무원들이 다 받는 성과상여금을 교원들만 못 받게 되는 것 아니냐"며 갸우뚱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총은 15일 초·중등교원 8명이 참석한 자문회의를 열고 성과상여금제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이날 참석한 교원들은 대체로 성과급안을 원칙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을 피력했으나 수령거부 방법에 있어서는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다음은 이날 참석자들의 발언 요지. △C교장=성과급은 교직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기적으로도 문제다. 교단이 황폐화돼 있는 시점에서 도입하는 것은 오히려 부작용만 양산하게 될 것이다. 교육의 정상화에 앞장서야 할 때이지 성과급에 연연할 때가 아니다. △L교사=수업시수 혹은 업무량에 의한 객관적인 평가도 실제 운용상에서는 어려운 점이 많다. 보직교사가 아니라도 일을 많이 하는 경우가 있는데 과거 성과급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았다. 돈 때문에 교직을 하는 것이 아니다. 교육계를 뒤흔들 수 있는 정책이다. 성과급 도입은 절대 반대다. △N교사=성과상여금은 한시적 제도일 가능성이 높다. 어차피 정부가 마련한 2000억이란 예산을 교총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성과급 자체는 반대하되 합리적 지급방법이 중요하다. 또 차라리 지급받은 후에 성과급 반납 운동을 통해 교육을 위한 기금을 확충하는 방안도 있다. △S교감=성과급은 열심히 일한 교사에 대한 수혜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따라서 교총 입장에서 반대할 일이 아니다. 평가방법은 객관적인 자료외에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야 공정성을 기할 수 있다. △L교장=성과급이 문제가 있다는 것은 잘 안다. 나도 지급받지 않는 30%에 해당될 수 있다. 위화감 조성과 같은 갈등요인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학교단위에서 적정하게 운영할 수 있다. 교장도 지역단위의 인사평가 등을 통해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K교사=성과급은 교육계에 맞지않는 제도이다. 또한 교원사기 진작 등의 역할도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원칙적으로 반대다. 그러나 책정된 예산을 전면 거부하는 것도 문제다. 따라서 성과급을 지급할 경우 받되 교육계에서 필요한 부분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교감=지급기준이나 잣대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급 지급은 교사들간의 반목과 불신을 야기하게 되므로 반대한다. △M교사=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보상돼야 한다. 성과급을 받되 방법상의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이돈희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교육정책 워크숍에서 교사들의 안일한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그 내용의 요지는 `교사들이 수업연구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아주 족집게 장관이다. 기가 막히게 맞췄다. 역시 학자 출신 장관이라 그런지 상황 분석력이 뛰어나다.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고 있는 데다가 열심히 한다고 해서 돌아가는 이득이 별로 없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란 이유 부분을 읽었을 때에는 오랜만에 교육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장관이 나왔구나, 한번 기대해 볼만한 장관이구나 하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런데 보도기사를 아무리 훑어봐도 `따라서 앞으로는 이렇게 하겠다.'라는 구체적인 대책이 없었다. 한 나라의 교육 수장이 교사 전체를 비하하는 발언을 그토록 용감하게 했을 정도면 열심히 하는 교사는 어떤 이득을 얻게 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은 어떻게 마련해 주겠다고 하는 비전 있는 정책을 제시할 만한데 그런 것은 없는 것이었다. 고작 교원단체의 항의가 거세게 몰아친 후에 기껏 한다는 소리가 `국민이 교육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불신을 없애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이란다. 불쑥 `전원일기'에 나오는 일용엄마 생각이 났다. "회장님, 나 속 터져 불겄시요. 복남이 년이 일은 안 나가고 맨날 운동화만 사 내라고 저런디, 죽이도 못흐고 워째야 헐까요이. 사람들 챙피시러 죽겄당게요." 하나 더, 건물을 짓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인부들이 열심히 일은 안 하고 시간만 때우고 있을 때 사장이라는 사람이 와서 "건축주가 일 좀 열심히 해 달라네요. 열심히 하든지 안 하든지 하루 일당은 똑같습니다만 건축주의 불만이 많으니까 우리 모두 장인정신을 가지고 열심히 일해 봅시다. 그리고 시멘트하고 철근이 부족하면 가만히들 있지 말고 어디 가서 좀 구해 보세요!" 이 말을 들은 인부들은 사장에게 뭐라고 했을까? 반성하자는 의미는 좋다. 교사들이 열심히 연구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얘기는 단위학교 교감 수준에서 하는 말이다. 교육부 장관은 자체 분석과 여론을 신중히 검토해서 불거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이의 실현을 위해 청와대로, 국회로 발에 땀이 나도록 뛰어다녀야 하는 사람이다. 대책 없는 발언, 그것은 양촌리 일용엄마에게나 어울리는 것이다.
청주지검 반부패특별수사부(부장검사 남기춘)는 김영세 충북도교육감이 인사 및 공사수주와 관련해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잡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말부터 관련 공무원과 건설업자 등을 소환, 뇌물수수 여부를 조사한데 이어 10일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아 김 교육감과 가족의 계좌추적에 나섰다. 검찰은 김 교육감이 전임 충북교육과학연구원장으부터 1200만원과 일부 지역교육장으로부터 인사 대가로 1인당 500∼1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은행원 및 대학강사로 증여 부동산을 제외하고는 현금이 많지 않던 김 교육감의 아들들이 지난 95년 이후 1억원이 훨씬 넘는 59평형 빌라 등 각각 2, 3곳의 부동산을 매입한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출처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서울대병원에 지병으로 입원중인 김 교육감은 이같은 검찰 수사에 대해 "전부터 계속되는 업자 등의 모함일 뿐 인사 관련 뇌물수수는 전혀 사실과 다르고 아들 부동산 취득문제는 통장 등 관련자료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혐의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한편 청주의 20개 시민단체들은 김 교육감이 85년 청주시 북문로의 모 여인숙을 매입해 전세를 줬으며 이 건물이 세입자들에 의해 매춘에 이용돼 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김 교육감의 퇴진을 요구해왔다.
서울시교육청은 1일자로 이상열 남산도서관장을 시교위 의사국장에 강재룡 감사담당관을 교육연수원 총무부장에 임명하는 등 지방이사관·지방부이사관 승진 각 1명, 지방서기관 승진 8명, 전보 26명에 대한 일반직 인사를 단행했다. 시교육청의 이번 인사는 복수직으로 직급이 상향조정된 총무과장(서기관→부이사관)과 총무과 인사담당(사무관→서기관) 등 다섯 자리를 빼고 나면 정기인사치고는 그리 큰 폭은 아니다. 하지만 이 인사는 향후 유인종 교육감 인사플랜의 일단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당초 1일자 인사의 핵심은 수석 과장인 총무과장에 누가 임명될 것인가에 있었다. 더 엄밀히 말해 지난 96년 유 교육감 취임이후 최용성-김재평-조기봉씨로 이어진 호남출신 총무과장 시대가 계속되느냐 아니면 비호남이 발탁되느냐가 관심의 대상이었다. 결과는 호남출신 이용운씨가 총무과장이 됐다. 물론 이 과장의 출신지역이 문제될 것은 없다. 시교육청 공무원들은 "신임 이 과장은 강력한 업무추진력과 행정력을 갖춘 사람으로 비호남 출신 선·후배의 신임도 두텁다"고 말한다. 시빗거리라면 유 교육감이 총무과장 등 중요한 자리의 인선기준을 호남이냐 비호남이냐에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교육청 주변에서는 이번에야말로 비호남 총무과장에 대한 기대가 컸었다. 유 교육감의 탄생부터 그림자처럼 그를 보필한 조기봉 전 총무과장 등 소위 '창업 공신' 대부분이 정년을 했고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무리 봐줘도 그 자리에 갈만한 위치에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비호남 총무과장-호남 인사계장' 구도가 그럴 듯 하게 나돌았다. 인사가 끝난후 한 고위간부는 "몇몇이 대상에 올랐으나 결국 믿고 맡길만한 사람은 호남출신뿐이라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다수의 직원들은 시교육청 총무과장이라는 직무를 수행하는데 특정지역 출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하고 있다. 유 교육감도 이를 알고 있을까.
정부에서 올 2월 중 성과상여금을 지급한다고 한다. 교원 사기앙양 차원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교직사회의 특수성을 감안해 볼 때 우려되는 점도 있다. 왜냐하면 근무 성적에 따라 70%의 교사에게만 차등 지급하게 돼 있어 학교 관리자의 입장에서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0%의 교사는 교육활동에 종사하지 않고 뒤에서 뒷짐만 지고 있었단 말인가? 예컨대 관리자는 교무의 다양한 업무 분장 아래 각기 부서의 특수성에 따라 1년 동안 고유 업무를 부여하고 화목한 인간관계를 조성해 학교교육이 원만히 수행되도록 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성과급 차등 지급으로 인해 업무의 경중을 가리고, 교사간의 반목과 갈등을 유발시켜 자칫 교무실 분위기를 불신과 질시로 채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한 학년도를 마치면서 교사 근무평정을 마친 소감은 많은 교사들에게 미안하고 마치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다. 한 울타리에서 동고동락한 교사들을 1등부터 70등, 80등, 100등까지 한 줄로 세우는 것은 참으로 비인간적이며 비교육적이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神도 아닌 교장, 교감이 겉으로 보이는 근무 실적, 근무 수행능력, 근무 수행태도를 평가해 우열을 가린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노릇이다. 더구나 교사 개인의 교육열, 내면의 교육철학 등을 어떻게 평가해 반영할 수 있단 말인가. 학생교육과 상담, 학급경영을 위해 쏟는 노력과 고충을 생각한다면 객관적이고 타당한 근무평정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 수 있다. 더구나 교육법 공무원평정규정 제9조에 따르면 `근무성적 평정 결과는 이를 공개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돼 있는데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면 평정 순위를 모두 공개하는 결과가 될 것이므로 법 도입 취지에도 어긋난다. 차라리 단위 학교별 성과급을 지급하되 학교장 책임 하에 지급토록 하는 게 좋겠다. 전체 직원회의, 학교인사위원회, 학교운영위원회 또는 기획위원회를 통해 민주적인 협의를 거쳐 적절한 방법으로 교사들에게 지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다.
연말 대구시교육청 모 장학사가 벌인 `수업 중 청소 확인 장학'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얼마전 모 TV뉴스를 보니 대구교육청 교육국장이라는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 않느냐. 경각심을 주기 위해 수업시간이라도 청소지도를 할 수 있지 않느냐"며 오히려 기자에게 따지는 모습이었다. 참으로 상식을 뛰어 넘는 한심한 일이다. 우리의 상상을 뛰어 넘는 시대 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었고, 또한 우리 교육이 황폐화 된 원인을 확인하는 장면이었다. 교육은 가장 보편적인 사고에서 출발한 순리와 상식의 결정체다. 그런데 어떻게 쉬는 시간도 아닌 수업 중에 청소지도를 한답시고 온 교실을 아수라장으로 만든단 말인가. 기본적인 예절이나 절차도 무시한 채 교실에 들어와 여기저기를 뒤지다 못해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에게 청소를 시키다니 정말 엽기적인 일이다. 그 날 그 교사는 장학사의 `망나니 짓' 때문에 수업은 고사하고 아이들 앞에서 권위가 무너지고 허탈한 나머지 수업도 못했을 것이다. 어느 교육학 서적에 수업 중에 장학사가 청소를 확인해야 하며, 그 행위를 장학이라는 이름으로 얼버무릴 수 있단 말인가. 이번 대구교육청 장학사의 청소 확인 소동을 보며 교육자의 5대 의무 중 `품위 유지의 의무'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어쩌다가 우리 교육자들이 제 모습, 제 자리, 제 할 일을 망각하고 막 살아 가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소위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일수록 구태의연하고 권위적인 우월 의식에 사로잡혀 주위사람의 입장은 고려하지 않고 기분대로 처신하는 것은 정말 큰 문제다.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해도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이라는 측면, 그리고 도덕과 예의라는 법의 상위 개념에서 볼 때, 문제의 장학사는 물론 TV에서 해명했던 교육국장은 교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그에 상응한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전국의 교사가 최소한의 품위라도 유지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7차 교육과정이 초등 3·4학년, 중1에까지 확대 적용되지만 교단에서는 여전히 폐지·유보 주장이 높다. 시행도 해보지 않고 문제점을 말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 교육현장에서 문제를 예측해 본다는 것은 그 만큼 관심과 실천의지가 높다고 볼 수도 있다. 우선 7차에서 강조하고 있는 수준별 교육과정의 실천에 있어서 영재아나 부진아의 서열을 만들 수밖에 없다. 상위권 학생에게는 성취의욕을 강하게 해 더 큰 동기유발 효과를 낼 수도 있겠지만 하위권 학생에게는 패배의식과 학습 무력감을 조장할 수 있다. 하위권 부모에게는 자녀의 학원 수강을 유도해 사교육비 지출이 증가될 수도 있다. 또한 심화보충형 교과에는 단원의 끝 부분에 심화보충 내용이 제시돼 기본 학습을 단원 끝까지 지도한 다음 심화보충 활동을 제공할 경우, 기본학습이 진행되는 동안 학생간의 개인차를 고려할 수 없는 수업이 돼 심화보충형과 단계별 교육과정의 의도를 충분히 살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학생 개인차를 고려한 적절한 학습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단원 학습 중에 수시로 심화보충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단계별 재지도나 심화보충 지도를 어느 시간에 할 것인가? 단계형에서 기준에 못 미치는 어린이를 차상급 단계로 진급시키기 위해서는 학기 중 또는 방학중에 특별 보충반을 편성해 지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방과후에는 특기적성 교육으로 인해 지도할 시간을 마련할 수 없다. 또 방학중에는 교사나 어린이의 참여가 과연 가능할 지 의문이다. 그러므로 7차 교육과정이 성공할 수 있으려면 교과서의 양을 대폭 줄이고 단계형 재학습이나 심화보충 지도 시간을 별도로 설정·운영해야 한다. 재량활동 역시 창의적 교육활동으로, 특별활동의 계발활동 등과 중복되는 데다 수요자 실정에 맞는 교육과정을 개발하지 못해 시간 때우기 식으로 운영될 소지가 많으므로 더욱 구체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학교종합감사는 주로 교사들의 성적평가를 가장 중점적으로 조사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의 여러 문항이 배점이 같다고 지적하면서 주의 촉구 및 경고를 주는가 하면 유사 정답문제까지 지적하는 사례도 많다. 그런데 그런 감사를 하는 기관이 시행하는 평가 문제지에도 오류가 여러 가지 발견된다. 배점이나 정답이 잘못돼 있거나 문제 자체에 문제가 있는 수도 있다. 이 경우 교사들도 그런 오류를 행한 기관에 경고나 주의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제부터라도 성적감사는 교사들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성적에 관한 내용은 여러 교사가 협의해 시행하는 점을 감안해 최대한 자율권을 줘야 한다. 또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는 간소화해야 한다. 그러나 상급기관에서는 이원목적 분류 및 채점기준표를 복잡하게 만드는 일이 무슨 업적이라도 되는 것처럼 하고 있다. 말로는 창의성 있는 열린교육 및 교육개혁을 주창하지만 모든 것을 획일화하고 지시하고 통제하는 교육행정은 변한 게 없다. 종합감사는 사실 돈과 관련된 문제를 집중 추궁해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 올바르고 타당성 있게 사용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또한 학생들과 교직원의 복지상태를 집중 조사해 미흡하고 불편한 점을 해소하는 데 무게를 두어야 한다. 예산운영이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사용됐는가를 면밀히 살펴 고질적이고 관행적인 예산오용이 없어지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사소한 문제를 트집잡아 교사를 지도하고 통제하려 하지 말고 각 학교의 문제가 무엇인가를 근본적으로 파악해 해결해 주는 지원차원의 감사를 교사들은 원한다. 종합감사가 하루빨리 교사, 학부모, 학생의 진솔한 의견을 청취해 문제점을 해결해 주는 미래지향적이고 생산적인 감사가 되길 바란다.
교육부는 7일 초·중·고·대학 등 학교에서의 태극기 게양·강하를 없애는 내용을 담은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대통령령)' 개정안을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교총도 10일 이를 행정자치부에 건의했다. 교총은 건의서에서 "국기 게양·강하식은 학생들에게 국기에 대한 존경심과 애국심을 고양하기위한 것인데 이 취지를 구현하기위해서는 항시 게양이 더욱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일선 행정기관과의 형평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제기되고 교육부의 건의가 보도되면서 교직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이 규정의 조속한 개정을 요구했다. 지난 97년부터 시행된 현행 법령에는 `국기는 24시간 게양할 수 있다. 다만 학교와 군부대에서는 국기를 낮에만 게양한다'고 규정하고 있어 학교와 군부대는 매일 아침, 저녁으로 국기 게양·강하식을 거행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학교와 군부대를 제외한 관공서 등은 학교와 군부대의 국기 게양시각은 오전 7시, 강하시각은 3∼10월까지는 오후 6시, 11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는 오후 5시로 정하고 있다.
김중권 민주당대표는 10일 김학준 교총회장과 채수연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수석교사제는 당 입장에서 적극 찬성한다"며 "금년중 실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교원정년 환원 요구에 대해선 각종 여론 조사 결과가 계속 부정적이라며 난색을 표명하고 "당에서도 이로 인해 교원들의 사기가 많이 저하돼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교원사기를 진작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교육재정 확충과 관련 김 대표는 "OECD 수준의 교육여건을 갖추기 위해 지난해 교육세 시한을 연장했듯이 올해도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채수연 사무총장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도입, 학급당학생수 감축 및 교육재정 확충, 교원처우 개선 등 교총의 요구사항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채 총장은 "고령교원 1인 퇴직으로 신규교원 2.59명을 채용하겠다던 정부의 약속과 달리 1대1 충원도 이루어지지 않아 초등교원 1만 5000명이 부족하고 중등교원도 법정정원 확보율이 85.4%에 불과하다"면서 "교육정상화를 위해 교원정년이 조속히 환원돼야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채 총장은 "1급 자격증 취득 후 교감 교장으로 승진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원으로 취급 당하는 교직구조를 전문직종에 합당한 교수·학습중심 체제로 개편하기 위해 수석교사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자민련 김종호 총재대행은 8일 "이번 국회에서 교원정년재조정안을 처리하지 못해 유감스럽다"면서 "한나라당도 민주당도 교원정년재조정안의 표결을 원치않는 상황에서 비교섭단체인 자민련이 이를 실현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 아침 자민련 당사를 인사차 방문한 이돈희 교육부장관에게 김종필 명예총재와 함께 자민련이 국회에 제출한 교원정년 재조정안이 실현되도록 정부가 노력해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고 밝혔다. 이자리에서 김학준 교총회장은 "교원 수급문제, 교원사기 저하 등 교육력 약화의 근원적 요인인 교원정년 문제가 국회에서 제대로 처리되지 않아 교원들의 불만이 높다"며 "자민련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망했다. 채수연 사무총장도 "자민련이 정년재조정안을 제출했지만 이 법 통과에는 무성의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면서 "2월말 퇴직자들이 구제될 수 있도록 2월국회에서는 교원정년재조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자민련이 앞장서 달라"고 말했다.
신학기를 앞두고 실업고의 인문고 전환이 이어지고 있다. 또 시·도마다 인문고 전환을 신청하는 학교가 늘어나면서 재단과 동창회, 학부모, 학생 등 이해당사자들 간의 마찰이 빚어지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8일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올 3월부터 마산상고, 광주상고, 목포상고 등 5개 실업고가 인문고로 전환된다. 도 동해 북평고, 경주 선덕여정보고, 호남제일여고 등은 실업계열 학과 중 일부를 인문계 보통과로 전환해 신학기부터 신입생을 모집한다. 미달사태에 직면한 학교들의 인문고 전환신청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미 경남 창원정보과학고가 경남도교육청에 전환신청서를 제출했으며 부산에서는 경남상고와 부산상고가 또다시 학교 전환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실업과목 교사들의 과원문제가 발생, 재단과 마찰을 빚는 경우도 초래되고 있다. 창원정보과학고는 지난해 말 재단측의 인문고 전환 방침에 항의농성을 벌였고 경북 영주공고 교사들은 인문고 전환 저지위원회까지 구성해 반발했다. 특히 창원정보과학고는 2일 100여명의 교사가 도교육청 앞에서 인문고 전환 청원 철회를 요구하는 집회를 갖는 등 진통이 심화되고 있다. 교사들은 "학과개편과 학급수 감소로 40명이 넘는 전문교과 교사가 퇴출될 위기에 있다"며 인문고 전환을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에 재단측은 "복수전공이나 부전공을 통해 전문교원 모두가 구제될 수 있다"며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실업고의 인문고 전환 문제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15일 전국 시·도교육청 정책국장 연석회의를 가질 예정이다.
한국교총과 교육부가 구랍 28일 교육현안 26개 항목에 대해 교섭합의에 도달함으로써 한국교총의 새천년 상·하반기 교섭이 비교적 무리없이 마무리되었다. 특히 하반기 교섭의 경우, 교원정년 환원과 연금개악 저지를 위한 대 국회활동으로 여념이 없었음에도 해를 넘기지 않고 마무리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번 하반기 교섭결과를 보면, 문화시설 이용 및 도서비 지급, 해외유학제 도입 검토 등 교원의 전문성 신장에 관한 사항과, 교원의 수업권 보호, 교육외적 행사에 일방적 동원 금지 등 교권확립에 관한 사항, 임용전 군 경력과 육아휴직기간의 교육경력 인정 등 인사제도 개선, 유치원, 양호교사 등 교육소외 계층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배려 등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가장 눈여겨볼 것은 한국교총의 종합연수원 설립 지원이다. 우리는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가 솔선수범해서 한국교총이 전문직교원단체로서의 역할을 다 할 수 있는 제도적 터전을 마련할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전문직단체의 정체성의 핵심은 연수기능이다. 구성원의 전문성을 스스로 함양하고 이를 토대로 자율성과 높은 윤리성을 갖춤으로써 국가정책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교총의 종합연수원 설립을 적극 지원함은 물론 자격연수 등 정부가 쥐고 있는 각종 연수를 과감히 이관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허전함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이른바 정책의 현장성 부족 때문이다. 한국교총이 거시정책의 개발에는 상당히 앞장서 있으나 피부에 와 닿는 체감정책의 개발에는 소홀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따라서 교사들이 교섭결과를 통하여 직접적인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교섭과제의 개발에 진력하여야 한다. 거시적·제도적 문제는 정부와의 정책협의, 대 국회활동을 통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고 대정부 교섭은 비록 사소한 것일 지라도 현장의 변화와 직결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섭활동이 일반정책활동과의 차별성을 기하지 못하면 또 하나의 의례적인 절차, 수사의 나열에 그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교섭이 교원단체의 의사를 정부에 반영시킬 수 있는 강력한 기제임에는 틀림없으나, 그 성패는 결국 교섭의 내용에 있다는 것을 명심하여야 한다.
최근 재외국민 부정 특례입학에 의한 대입부정 뉴스가 시간마다 나오고 있고, 이를 매스컴마다 다루고 있다. 부정입학 대학의 숫자와 학생의 숫자가 앞으로 점점 더 불어나고 브로커의 숫자도 더 확대 될 전망이다. 공정하고 엄정해야할 학생선발이 부정이 난무하게 허술하다는데 전국민과 학부모, 어린 학생들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또 실망과 분노까지 일으키게 한다. 뉴스와 수사의 초점은 첫째 입학부정과 서류위조 브로커에게 있는 것 같다. 이런 브로커를 전원 색출하여 악의 근원을 도려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둘째, 우리를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부정입학을 저지른 학부모가 우리사회의 지도층과 부유층, 가진자와 유식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정의와 정직의 모범이 되어야할 우리사회의 지도층을 이루는 사람들이 악과 부정의 본보기라는 점에 국민과 어린 학생들을 더욱 울분하게 만든다. 아마도 이들 지도층 학부모들 자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또는 너무 쉬운 방법으로 지도층과 부유층이 되었었기 때문에 아마 자기 자식들까지 부정을 가르쳐 부정한 방법으로 일류대학을 거쳐 또다시 지도층을 만들려는 점이 큰 문제이다. 옛날의 도둑놈들은 자기들은 도둑질을 하지만 자기자식들 보고는 도둑질을 하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날 우리 나라의 지도층 학부모라는 사람들은 자기자식까지 도둑놈을 만들어 조상 대대로 도둑질해서 지도층을 대물림하려 했다는데 우리 나라의 앞날이 암담하다. 그리고 일부 국민들 중에는 부정한 이들 집안을 부러워하고 있다는데 더 문제가 있다. 부정으로 일류대학 못간 것을 아쉬워하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셋째, 학생선발을 관리하고 있는 대학당국이 오랜 동안 부정을 막아내지 못하고 이렇게 중요한 입학관리를 엄정하게 하지 못했다는데 문제가 있어 비난받아 마땅하다. 서류 하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입학 후에라도 조회할 생각조차 안 했다는 허술한 관리에 대학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한다. 부정과 악의 독버섯이 발을 붙이고 뿌리박을 여지를 만들어 준 대학은 국민과 어린 학생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빌고, 이들을 앞으로 믿을 수 있게 미래를 보장해줘야 한다. 넷째, 악의 독버섯이 퍼져 나갈 수 있게 획일적인 입시제도를 만들어 놓고도 엄정하고 정확하게 관리하지 못한 교육부는 국민의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왜 `재외국민 특례입학' 같은 제도를 전국 획일로 법제화 시켜 놓고도 이 법을 제대로 지키고 관리도 못하는데 학생선발 시험도 못 치르게 법으로 막아 놓고도 사고가 터지니까 재외국민 특례입학시는 지필고사를 치르게 한다고 교육부 관리가 초법적 조치를 발표하는 것은 무슨 횡포인가. 교육부 관리는 초법적 존재인가. 다섯째, 우리를 가장 실망시키는 것은 부정으로 일류대학에 입학한 부정학생 자신들이다. 분명히 외국에서 12년간 학교에 다니지 않았다는 것은 학생자신이 가장 잘 알텐데 거짓으로 일류대학을 갔다는 사실이 우리 나라 앞날을 어둡게 한다. 선생님이 가르친대로 "아버지, 어머니, 저 거짓하며 일류대학 안가겠습니다"하고 부정을 뿌리칠 수 있는 용기 있는 학생들이었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정직을 배우지 않았던가. 다른 부모가 거짓하는 것보다 어린 학생들이 거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더 걱정한다. 거짓해서 남보다 앞서고, 출세하고, 일류대학을 거쳐 지도자가 되려고 했던 학생들에게 전율을 느끼고 허탈감을 느낀다. 내가 30년 이상 교육자로 학생들에게 가르친 것이 일순간 통째로 다 무너지는 것 같은 허무감에 살맛까지 가신다. 정직을 지키려는 용기 있는 학생과 제자가 그립다. 하긴 이런 용기 있는 학생들이 있긴 있었을 텐데 그들은 부정을 안 저질러 매스컴에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위로 삼아야 한다. 여섯째, 용기 있는 정직한 학생을 기르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교사가 필요하다. 학부모나 학생의 부당한 요구를 뿌리칠 수 있는 용기 있는 교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제자를 일류대학에 넣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고 학부모에 덩달아 춤추는 교사는 용기 있는 교육을 할 수 없다. 교육이 썩으면 그 나라의 운명은 끝장이다. 국가의 운명을 지키는 용기 있는 학생과 교사가 그립다.
이돈희 교육부장관이 일선교원들의 안일한 근무태도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이장관은 4일 정부청사 강당에서 교육부 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교직의 개방성 탄력성 제고방안'을 주제로 한 워크숍에서 "학교가 시중 학원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학원강사들이 연구활동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는데 반해 교사들은 도무지 연구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교사들의 무사안일을 비판했다. 이장관은 이어서 "교사들은 정년을 보장받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는다"면서 "열심히 하는 교사 역시 돌아가는 이득이 별로 없고 능력을 발휘할 여건도 마련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장관은 나아가 "교사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동시에 능력없는 교사는 자리를 뜨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교총은 이와관련 이장관의 발언이 정책적 신념에서 나온 것인지, 아니면 논의과정에서 제기된 것인지를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교총은 만약 이장관의 발언이 구체적인 교육부정책의지에 의한 것이라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보고 구체적 정책추진 과정에서 강력 대응키로 했다.
올해로 번 째 맞이하는 교원문학상 소설부문은 우선 각박한 교단 현실에서도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갖고 사물과 현상을 자유스러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교사로서는 매우 즐겁고 의미 있는 일이다. 응모한 작품들 대부분이 교육 현장의 문제에 대해서 매우 치밀하게 인식하고 있고 그 것을 형상화한 문학은 우리의 교단생활을 매우 보람 있게 만들어 줄 것이다. 최우수작에 뽑힌 '일직 날'은 교단에서 겪은 이야기를 매우 시니컬하게 다른 작품으로 구성도 반듯하며 상황처리도 탁월했다. '신 죄와 벌'은 문제 학생의 실상과 그들을 지도하는 교육현장의 문제를 학생시점으로 처리한 점이 좋았다. '1999 덕적도'는 학교 통합으로 빚어지는 섬 학교의 실정과 분위기를 잘 처리했다. '그녀의 일기 속에'는 그녀의 일기 속에 끼어 든 배추흰나비의 잔잔한 사랑의 이야기를 알레고리로 삼아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반전시킨 발상이 돋보였으나 너무 평면적이었다. 대부분 작품들이 너무 교단 현장 문제에 치우쳐 있고 그 문제를 접근해 가는 태도도 매우 이념적이었다는 점이 아쉬웠다. 교단은 교육대상자로서의 학생들만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진실을 수없이 만나는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그러한 진실을 체험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교육에 임한다는 점에서 진정한 성장소설이 나올 수 있는 좋은 환경이다. 한 인간이 성장해 가는 과정은 그 것이 어떤 모습이든 매우 의미 있고 소중한 것이나 그 것은 훌륭한 문학의 소재가 될 뿐만 아니라 교육의 소재가 된다면 학교 부재의 우리 현실에서 문학교육과 창작을 통해서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교단으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내년에는 정말 아름다운 성장소설들이 많이 응모해주기를 기대하면서...
태풍이 올라오면서 곳곳에 비 피해가 크다. 어제로서 후반기 보충 수업이 끝나긴 했지만 이러다간 나들이 한 번 가보지 못하고 사흘 얻은 휴가 마저 다 놓칠 것 같다. 그나마 하루는 일직으로 걸렸으니...... 이번 정류장은 오거립니다. 다음 정류장은 b동 고갭니다. 부산히 쓸리는 전망창 닦개 너머로 멀리 빗발 속 우산들이 승천을 기다리는 혼령들 형상으로 까마귀 떼처럼 모여 있다. 차 머리가 인도 쪽으로 꺾이자니 먼발치의 우산들이 진작에 서둘러 차도로 내려서며 밀치며 헤집으며 실랑이질에 앞자리 다툼한다. 빠듯이 들어차는 물생들. 일요일 아침에다 이 우중에 오늘 따라 웬 사람들인고? 그들이 묻혀 들이는 비릿한 빗물 냄새와 함께 차안이 후텁한 무덤 속이다. 정체된다 싶어 전망창 앞을 내다보았다. 두 마리의 두꺼비가 짝짓기 하듯 엉켜 있고, 그 옆에 반바지와 대머리가 빗줄기 속에서 상대의 멱살을 부여잡고 그들의 두꺼비처럼 엉켜 있다. 그 통에 한길이 온통 얹혀 버린 것이다. 어디다 손을 대요? 갑자기 찌르듯 삦어 나온 여자의 외마디, 드디어 숨가쁨의 뻐끔질이 시작되려나 보다. 이 아주머니가! 누가 손을 댔다는 거야! 되받아치는 사내의 지름소리에 이어 아저씨, 내려 줘요, 걸어갈래요, 하는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천장을 찌른다. 진작 그럴 것이지, 느물거리는 사내의 목소리에 능글맞아요! 하는 그녀의 대거리가 만만치 않다. 기사 양반, 나두 내리겠우. 문 열어요. 숨차 헐떡이는 뻐끔질, 그 빈사상태. 차가 그 뻐끔질에 동조한다. 여자가 내리고 사내가 내린다. 이 무슨 해괴한 광경인가? 개 고양이 같던 여자와 사내가 한 우산 속에서 다정하게 붙어간다. 나는 손목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7시 50분. 8시안에 대 가긴 애저녁에 틀린 일이다. 소금쟁이 같은 검은 제복의 모자가 등장한다. 엉켰던 반바지와 대머리 사이에 간격이 지어진다. 소금쟁이가 팔을 들어 길가 쪽을 가리킨다. 반바지와 대머리가 각기 제 두꺼비에 오르고 그들의 두꺼비가 길가 쪽으로 끌리면서 비로소 엉겼던 한길이 봇물처럼 터진다. 일련의 광경이 무성 영화를 보는 듯하다. 또 태울 참인겨? 차 머리가 보도 쪽으로 꺾이는가 싶으면서 송곳 같은 날카로운 지름소리가 천장을 가른다. 어째 잠잠하다 했다. 고만 태우라우! 어데 더 탈 틈이 있다고 이라노! 삶의 뻐끔질이 용틀임칠 기세다. 어머! 내 돈! 60만 원! 돌연한 절규와 동시에 그 성 희롱 연극의 우산 속 남녀의 환영이 아차 하는 머리받힘을 일으킨다. 아저씨! 아무도 내려 주지 마세요! 숨차 할딱이는 여인. 열리려던 차 문이 서둘러 아물린다. 이 안에 소매치기 있다구요! 다급해 하는 여인의 목소리. 아니다. 소매치기는 없다. 나는 속으로 뇐다. 접어들이려던 차가 내쳐 발길을 내딛는다. 차 세워! 내린다구! 차 안 서고 와 이라노! 차 세우라우! 차안이 분화구처럼 들끓기 시작한다. 경찰서까지 가야 합니다. 운전수가 우련히 뇐다. 경찰서가 어디야? 강파른 말마디가 앞으로 날아온다. 조금만 가면 됩니다. 운전수가 차의 고삐를 다그친다. 쓰린 쓰리고 내릴 사람은 내려야지! 가이고 탔으만 단다이 챙길 기지 시간 없는데 이기 뭐꼬! 쓰리꾼이 여태 이 안에 있가지비! 바보야? 촌각을 다투는 아침 시간에 이게 뭔고! 시내를 한 바퀴 돌 참이여? 익명성 뻐끔질이 화산처럼 폭발한다. 포도청 마당 안으로 차 머리가 디밀리자 의례 그것이려니 하는 표정의 하늘색 반소매가 다가온다. 소매치기. 운전수가 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그 일상성에 '남의 일' 하듯 하늘을 쳐다보며 다가온 반소매에게 말하였다. 얼마? 반소매가 물었다. 60만 원. 운전수가 여전히 해바라기 하듯 얼굴을 하늘에 꽂은 채 대답하였다. 추적이는 빗발 속에서 반소매가 앞문에 붙어선다. 또 다른 반소매가 나타난다. 먼저 나타난 반소매에게 다가간 뒤의 반소매가 먼저 온 반소매와 잠시 더듬이짓 하더니 뒷문으로 간다. 반소매가 빚어지는 사람들을 하나 하나 몸뒤짐한다. 내가 내리자 반소매가 나의 대봉투에서 책을 꺼내 책갈피를 후루룩 넘겨본다. 그리고 주머니를 뒤져 지갑을 꺼낸다. 지갑 속에서 편지 봉투와 돈이 나왔다. 얼마요? 반소매가 지갑을 들치며 물었다. 편지 봉투 속의 것은 알지만 지갑 속의 것은 아슴아슴하기에 '글쎄요.' 하였다. 그 쭈밋거림이 못마땅한지 얼만지도 모른단 말이요, 하고 타박이다. 선생이요? 반소매가 뒤져 꺼낸 신분증을 들여다보며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나의 대답에 촌지 받은 거요? 하며 편지 봉투를 까불린다. 어제 보충 수업비 받은 겁니다. 미처 집사람에게 건네지 못하고...... 내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나의 쭈밋거림이 수상한지 아주머니! 이리 와 봐요! 하고 소리 친다. 한 아주머니가 달려온다. 이거 봐요, 하며 반소매가 봉투에서 수표를 꺼내 아주머니에게 내 보인다. 아니에요. 현찰이에요. 아주머니가 징징거린다. 반소매가 지갑과 수표를 나에게 돌려준다. 비가 삐어 가고 있으므로 우산을 접었다. 어제 보충 수업비 받은 겁니다, 미처 집사람에게 건네지 못하고...... 뒤늦게 그 변명이 비굴하고 자괴스럽고 언짢다. 그 언짢은 기분을 해소시킬 양으로 주머니를 뒤져 담배를 찾았다. 없다. 그 흔한 담뱃가게 하나 눈에 띄지 않는다. 문 앞까지 와서야 담뱃가게를 만날 수 있었고, 담배를 사 가지고 돌아섰을 때 하늘이 다시 비를 퍼붓기 시작한다. 접었던 우산을 도로 펼쳐 들었다. 철문이 배죽이 열려 있다. 철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서 문을 징거 주었다. 비에 씻긴 운동장이 휑뎅그렁하고, 여러 가닥의 물길이 실개천을 이루며 지절거리고 있다. 바람까지 실은 빗줄기는 빗발의 삼대밭이다. 튀겨 오르는 물방울이 자자하게 물안개를 피워 올리며 바짓가랑이에 무게를 단다. 우산 천 속으로 튀겨드는 는개 같은 물방울이 소분소분 눈썹에 달라붙는다. 누렇고 비썩 마른 개 한 마리가 빗속을 누비며 비실비실 뒷문 쪽으로 기어가고 있다. 꼬리가 축 처진 녀석의 잔등은 빗물로 털이 줄줄이 엉겨 붙었다. 꼬락서니하군, 나인지 개인지를 딱해 하며 층계를 올랐다. 빗발 속에 갇힌 두 동의 회색빛 시멘트 덩이는 거대한 괴물만 같다. 구관의 현관은 자물쇠를 물고 있었다. 지나치는 걸음으로 유리창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자니 창문 하나가 열려 있고, 그 열려진 창문으로 빗물이 들이치고 있다. 창문을 닫아 주지 않고는 집채가 빗물에 잠길 형국이다. 열쇠를 가져 와야 했고, 서둘러 본관으로 향하였다. 현관문을 밀었다. 집채를 허물어뜨릴 듯한 문소리가 비명을 질러대며 몸서리치게 하였다. 수납 창구를 통해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없다. 시계를 보았다. 9시가 반이 넘고 있다. 일직 교사를 기다리던 야간 경비원 곽 씨는 그만 들어간 모양이다. 여태 기다릴 리가 없다. 주혜자 선생도 아직 오지 않았나 보다. 이런 일을 감안해서 두 사람씩 짝 지어 놓지 않았는가. 우산을 문 옆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 서무실 문을 열었다. 드르릉거리는 미닫이가 몸살을 앓는다. 서무과장 책상으로 가 당직 근무 일지를 당겨 끈을 물고 있는 갈피를 잦혀 당직자 서명란에 '한정수'를 기재하고 사인을 했을 때 현관문 소리가 났다. 수납 창구를 통해 내다보았다. 무슨 일로 이제야 나타나는가? 그녀가 우산을 접어 벽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서서 방안을 들여다보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보일 듯 말 듯 희미한 목례를 하고는 곧장 교무실 쪽으로 향한다. 무슨 대면이 저런가? 열쇠함 쪽으로 걸어가 함을 열어 보았다. 함이 비어 있다. 사방을 두리번거려 보았다. 열쇠 꾸러미는 사환 아이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열쇠 꾸러미를 집어들고 복도로 나오자니 그녀가 교무실 문 앞에 서 있다. 뭐 꺼낼 거 있나 보다는 생각에 뭐 꺼낼 거 있습니까, 하고 다가가자 그녀가 네, 하고 희미하게 대답하였다. 넝마뭉치 같은 열쇠 꾸러미는 뒤죽박죽 미친년 머리채다. 열쇠 꾸러미를 뒤져 '교무' 열쇠를 건져 교무실 문을 열어 주고 돌아서서 현관으로 나왔다. 우산을 집어들고 현관문을 밀었다. 우산을 뒤집을 기세의 바람비가 콩자루를 쏟는 듯한다. 우산대를 꽉 거머쥐고 빗속을 뚫어 구관의 현관 앞에서 몸을 날렸다. 열쇠 꾸러미를 뒤져 '구.현' 열쇠를 건져 올려 자물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갔다. 비릿한 빗물 내가 고역스레 얼굴을 덮쳤다. 뻔한 유리창들은 청맹과니다. 비바람에 청맹과니들이 아우성을 쳐댄다. 들이치는 빗발을 피해 맹수한테 접근하듯 열려진 창문으로 다가갔다. 벌떼처럼 날아드는 빗방울을 무릅쓰고 창문을 당겨 보았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꼼짝도 하지 않으니까 그냥 가 버린 것이다. 부룩송아지를 다루듯 해 보았다. 마침내 부룩송아지가 비명을 지르며 머리채를 메다꽂았다. 복도가 한결 성질을 죽였다. 손수건을 꺼내 팔뚝과 얼굴에 달라붙은 빗물을 훔치며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자욱한 습기에 갱도처럼 침침한 복도가 한 배 가득 푸른빛을 머금은 거대한 고분을 연상시키며 무섬증을 몰고 왔다. 후텁 하면서도 서늘한 복도가 발길을 옮겨 놓을 때마다 삐극삐극 몸살을 앓는다. 한 틈입자가 벽 틈 어디에 은밀히 몸을 사리고 있다가 얼른 다른 곳으로 몸숨김 했을 것만 같다. 물어뜯는 빗발 서슬에 유리창들이 와그르르 한바탕 소란을 피우며 비바람의 날카로운 발톱에 사정없이 할퀸다. 입시 격문이 붙은 복도 천장의 시멘트 턱살이 희번득희번득 인광을 풀어내는 사자의 관구만 같다. 교실 쪽 벽의 두어 발 간격으로 나무틀에 갇힌 연필화 석고상들은 사자와 함께 순장된 내관들만 같다. 벽 속의 한 천둥벌거숭이에게 소스라치게 놀랐다. 나는 벌거숭이를 노려보았다. 벌거숭이도 나를 노려보았다. 어딘가 씨무룩한 벌거숭이에게서 씁쓸한 눈길을 거두고 총총 삼층 복도로 발길을 돌렸다. 삼층에서 길게 뚫린 복도를 흘낏 일견하고 사층을 거쳐 오층으로 올랐다. 수업을 파하고 우르르 빠져나간 도깨비들의 지껄임과 웃음소리와 발자국 소리들이 복도 바닥의 틈바구니에 틈틈이 박혀 있다가 여름날의 논두렁에서 꽉꽉거리는 엉머구리 떼 마냥 와그르르 한꺼번에 되살아날 것만 같다. 내다보이는 바깥은 여전히 세찬 빗줄기로 희뿌옇고, 회색빛 하늘은 가라앉을 듯 대지를 짓누르고 있다. 운동장 끝의 구름을 찌르는 한 떼의 유령 같은 거대한 사시나무들은 비바람에 휘청거리며 뿌연 우연 속에서 산발한 머리채를 흔들흔들하고 있다. 철조망 가두리에 갇힌 이 엄청난 시멘트 덩어리는 양 날개를 열 길도 넘는 낭떠러지 위에 드리우고서 아래로 토물을 게워 내고 있다. 또 다른 토물은 사태가 난 곳 뒷부분께서 철조망 밖으로 하수구처럼 배설되고, 그 건너편 주택들의 지붕 위에서는 빗줄기들이 모래알처럼 부서지고 있다. 별안간에 재채기가 터져 나왔다. 손등으로 인중을 훔쳤다. 비릿한 열쇠 쇳내가 코 끝에 달라붙는가 했을 때 천둥소리가 시멘트 덩어리를 할퀴고 심장을 갈아 뭉개며 짜증을 몰고 왔다. 그 짜증이 나를 단숨에 일층으로 내려오게 하였다. 현관문까지 내려와서야 본관으로 건너가려 했던 것을 상기하였고, 다시 이층으로 올랐다. 구관에서 본관으로 통하는 이층 사잇문에도 자물쇠가 채어 있다. 밖에서 들여다볼 때나 마찬가지로 본관은 희뿌연 망자의 영기로 가득 찬 고분의 긴 회랑 그것이었다. 발길을 옮겨 놓을수록 음산하고, 창문들이 비바람에 울어댄다. 복도 깊숙이 눈길을 한번 주고 삼층으로 올랐다. 독서실 문이 양 날개를 펼친 채 벌렁 퍼드러져 있다. 삼백여 개의 의자와 책상들이 깊은 잠 속에 빠져 있고, 밤늦도록 시달린 의자와 책상들이 입시생처럼 지쳐 끄물끄물 휴일 하루를 정양하고 있다. 커튼마저 후줄근해진 몰골로 축 늘어진 채 곤스레 잠들어 있고, 밤늦은 커피를 끓여 마시고 팽개친 감독 교사실의 주전자가 가스렌지 위에서 을씨년스레 꾸벅이고 있다. 문을 여며 주고 독서실을 나와 긴 복도를 지나 생물실까지 왔다. 튼튼하게 생긴 주먹만한 잠금쇠가 여느 때나 마찬가지로 문짝을 굳게 아물고 있다. 사층으로 올랐다. 사층 역시 휘말리는 빗발 서슬에 으스스 몸서리를 치고 있다. 긴 복도를 걸어 들어갔다. 곧장 서무실로 내려가려던 나는 구관 현관문을 잠가야 하겠기에 이층으로 되돌아왔고, 구관과 본관의 사잇문을 잠그고 일층으로 내려와 밖으로 나왔다. 현관문을 잠그고 우산을 펼쳐 들었다. 빗속을 누벼 본관으로 왔다. 현관문을 밀었다. 현관문이 비명을 토하였다. 문을 잡은 채 살며시 징거 주었다. 우산을 벽에 세우고 복도로 올라 서무실로 들어왔다. 그녀는 서무실에 없었다. 그저 교무실에 있나 보다. 일직은 서무실에서 같이 하게 돼 있지 않은가? 열쇠 꾸러미를 함에 넣고 소파에 몸을 묻었다. 원격 조정기로 텔레비전을 켜 보았다. 허공에 뜬 곰보 자국의 창백한 원구가 나타났다. 지구의 나이와 같습니다. 50억 년을 지켜 온 처녀성을 유린당했습니다. 지하에서 이태백이 통곡할 겁니다. 달인가 보다. 촌지 받은 거요? 소파의 감촉이 내 마음인 양 끈끈하다. 탁자 위의 음식점 성냥곽을 집어 담배를 붙여 물었다. 온통 자고 있다. 마녀의 주술에 걸린 성채다. 주검과 같은 깊은 늪. 그리고 폭풍우. 모든 존재는 종말로 닿아 있다. 자아의식에 과민함은 부질없다. 전화 소리가 심장을 흔들었다. 소스라치게 놀랐다.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학교지요?" "그렇습니다." "겨우 통화군." "예?" "전화 받는 사람이 없어서요." "녜?" "저, 2학년 8반 담임 선생님 나오셨나요?" "방학에다 일요일 아닙니까?" "2학년 8반 담임 선생님 전화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너, 학생이지?" "녜." "그럼, 학생이라고 밝혀야지." "죄송합니다." "담임 선생님 성함이 뭐야?" "차순복요." 전화통 옆의 직원 주소록을 당겨 가나다 순의 주소록 끝 부분께서 '차순복'을 들춰냈다. "여보세요." "녜." "3*3에 0606." "씨이팔, 미친개 번호 한번 기똥차네." "뭐라구!" "안녕히 계세요응. 퍼큐! 매롱." 전화가 뚜우 끊어졌다. 이놈의 도깨비! 눈을 떴다. 잠이 들었었다. 소파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다. 달 표면에 붙은 두 마리의 벌레가 고무 풍선처럼 둥둥 지면을 날고 있다. 민물 징거미 같다. 달에서 보이는 지구가 허공에 걸려 있다. 창백한 비누방울이다. 저 속에 아옹다옹이 있다니, 개미의 일만이나 할까? 희로애락이 그지없이 가소롭다. 채널을 바꾸었다. 비가 너무 왔다. 열차가 전복되었다. 사람들이 죽었다. 사람들이 통곡한다. 다시 채널을 바꾸었다. 지구는 그저 비누방울이다. 그래, 비누방울일 뿐이라구, 중얼거리며 일어났다. 방안을 걸었다. 밖은 세찬 비에다 좁은 방안이니 단 둘이 코를 맞대고 앉아 있기 쑥스럽기도 하겠지. 나의 구둣발 소리가 도깨비 발자국 소리 같다. 아니야. 나를 파렴치한 놈으로 보는 모양이야. 이 고도의 성채 속에 단 둘이니...... 탁자 위의 바둑통 뚜껑을 열었다. 흰 알을 집어 화점에 놓았다. 다른 통 뚜껑을 열었다. 하나를 집어 흰 알 옆에 날일자로 걸쳤다. 흰 알이 몹시 경계한다. 흰 알을 또 하나 건져 올렸다. 건져 올린 흰 알을 중앙으로 한 칸 벌여 놓았다. 흰 알이 도망치며 공포에 떨고 있다. 알들을 몰아 통 속에 거두어 넣고, 성채에 갇힌 폭풍우 속의 고도, 중얼거리며 좁은 공간을 맴돈다. 서무과장 책상 위에 나뒹구는 잡지를 집어 올려 한 꺼풀 책장을 거두어 보았다. 백치 같은 눈매로 헤 벌어진 마를린 몬로의 입술이 입술을 기다리고 있다. 아무 입술이라도 상관없다는 듯하다. 자유분방하였다. 탓할 것이 못 된다. 자신을 충실히 살다 갔다. 자유분방과 방임과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후루룩 넘겨보다가 책을 책상 위에 탁 내던졌다. 아차, 순간적이었다. 책상 위에 놓인 쪽 떨어진 화병 운두에 장지손가락의 가운데 마디의 살점이 할퀴면서 금세 선혈이 뚝뚝 떨어진다. 황급히 상처 부위를 움켜쥐고 휴지통에서 휴지 한 겹을 뽑았다. 교실은 도떼기시장이었다. 나는 교탁을 탁 치고 고함을 쳤다. 하지만 어떠한 통제도 위협도 먹혀들지 않았다. 드디어 나는 한 녀석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녀석의 머리통을 쥐어박았다. 녀석이 발딱 고개를 쳐들고 곁눈질로 시이팔 하며 나를 치켜보았다. 섬뜩히 드러난 흰자위가 내 가슴을 비수로 찌르는 듯하였다. 녀석의 볼따귀를 찝으려 하자 녀석이 나의 손을 획 뿌리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 통에 여자의 손톱처럼 길게 기른 녀석의 손톱이 나의 손등을 할퀴었고 금세 혈점이 번져 흘렀다. 에이 씨팔! 녀석은 책상을 박차고 휑하니 교실을 나가 버렸다. 야, 이 녀석! 나는 녀석을 소리쳐 불렀다. 폭력 교사는 물러가라! 녀석의 고함 소리가 복도를 타고 메아리쳐 흘렀다. 휴지를 동여 응급 조처를 취하였다. 사환 아이 책상 서랍을 당겨 보았다. 볼펜이랑 물건들이 잡다하다. 스카치테이프를 풀어 상처를 감싼 휴지 위에 친친 동이었다. 수업을 마치고 교무실로 돌아왔을 때 녀석의 담임 선생이 나에게로 왔다. 이번 시간에 손 댄 아이 있습니까, 그 아이 어머니가 와서 벼르고 있습니다, 하며 그의 자리로 나를 데리고 갔다. 한 여인이 오도마니 앉아 있다가 내가 다가가자 발딱 일어나며 다짜고짜 야! 이 폭력 교사야! 네가 선생이냐! 깡패지! 하며 날카로운 삿대질로 내 얼굴을 찔러댔다. 기가 막힌 나는 아이가 어떻게 됐느냐고 물었다. 머리가 터져 집에 드러누워 있다면서 고소하겠다고 악을 썼다. 나는 증인으로 그 반의 반장을 불러와 그 때의 상황을 설명시켰다. 했지만 머리가 터진 것을 어떻게 설명하겠냐며 여인은 한층 더 길길이 뛰기만 하였다. 한바탕 소란을 피운 여인이 돌아가고 이내 파출소에서 즉시 나와 달라는 호출이 날아들었다. 나는 그 반의 반장을 데리고 파출소에 출두해야 하였다. 반장이 상황을 설명했지만 터진 머리가 있는 한 파출소에서는 선뜻 이쪽의 해명을 믿으려 하지 않는 눈치였다. 반장 아이는 양호 교사를 데려 왔고, 점심 시간에 운동장에서 다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겨우 일을 잠재울 수 있었다. 밖은 여전한 비바람, 무언가 자꾸 찜찜하다. 탁자 위에 널브러진 신문을 집어 들었지만 활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고, 돌멩이 섞인 모래판만 같다. 신문을 탁자 위에 팽개치고 다시 소파로 돌아가 몸을 묻었다. 읽을 거리라고 가지고 온 T씨의 수필집을 펼쳐들고 활자를 좇아 보지만 역시 의미의 전달이 따르지 못한다. 읽은 곳을 되짚어 보지만 여전히 활자가 눈 끝에서 흘러내릴 뿐이다. 또 담배를 꺼냈다. 하지만 귀찮았고 눈을 감았다. 서먹서먹하겠지, 처녀이고 부임한 지 얼마 안 되니까. 하지만 내일부터 당장 나를 어떻게 대하려고 저러는 걸까? 전화 소리가 눈꺼풀에 쏟아져 내렸다. 기절할 것같이 놀랐다. 또 잠을 잤다. 허겁지겁 전화기를 들었다. "하 학굡니다." 놀란 끝이 말 마디를 중첩시켰다. "아빠야?" 아내의 목소리다. "무슨 일이야?" "가 있었구만." "가 있다니?" "학교에서 전화가 왔었어." "학교에서라니?" "일직 선생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교대 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오지 않는다고. 가도 두 번은 오갔을 시간인데도 가지 않았다니 웬일인가 해서......" "뻐쓰간에서 일이 있었어." "일이라니?" "별일 아니야." "장동표 엄마라고 쓴 봉툰 뭐야?" "돌려 줄 거야." "돌려 줄 걸 가지고 오긴 왜 가지고 왔어?" "녀석 편에 보내 오기도 했고......" "웃기지도 않는군. 그럼, 녀석 편에 돌려 줬어야지." "고스란히 돌려 줄 녀석이 아니야." "알았어." 전화기를 내려놓고 지갑을 꺼내 지갑 속에서 정성스레 접어 간직한 한 장의 천 원 짜리 지폐를 꺼냈다. 때에 전 지폐는 변함 없이 구운 오징어 껍질처럼 쪼글쪼글 그 추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때때로 생각나면 그것을 꺼내 늘어지려는 탕개를 조이는 각성제로 써 먹곤 하는 그것이다. 지각이 상습적인 녀석의 종아리에 두어 대 매를 댄 그 이튿날 보충수업 전 신새벽에 불이나케 달려온 녀석의 어머니가 교무실로 달려들어 낮도깨비처럼 나타나 손바닥에다 종이 탁구공을 재빨리 쑤셔 넣고는 휑녀케 돌아서서 바람처럼 나가 버렸다. 얼떨결에 당한 나는 돌돌 구겨 비벼 만든 손안의 종이 탁구공을 펴 보았다. 어디서 구해 왔는지 용케도 구한 시래기 잎 같은 천 원 짜리 지폐. 나는 우거지 같은 지폐를 다시 착착 접어 지갑 속에 넣고 시계를 보았다. 2자에 짧은 침이 걸쳐져 있다. 점심을 어떡허나? 알아서 하겠지. 중얼거리며 사환 아이 책상으로 걸어갔다. 스카치테이프에 물려 있는, 책상 위의 외부 전화 번호들에서 중국집을 더듬어 내려갔다. 전화기를 끌어당겨 숫자를 찍었다. 세 번째 울림에서 신호가 떨어졌다. "우성 반점이지요?" "예, 우성입니다." "짜장면 하나요. 국일 학굡니다. 고량주 한 도꾸리하구요." "예." 전화기를 내려놓고 사환 아이 책상으로 가 직원 주소록을 한 장 한 장 넘겨보았다. 중간쯤에서 주혜자 선생의 주소와 약도가 드러났다. 약도가 자세하다. 정교한 그림과 반듯한 글씨가 그녀의 깔끔한 마음이다. 방과 후 홀로 남아 휑뎅그렁했던 교무실 책상 밑의 가지런했던 그녀의 실내화가 떠올랐다. 그녀의 단정한 증표들이었다. 또 전화다. "학굡니다." "한정수 선생님 계세요?" "접니다." "저, 길주 애비 되는 사람입니다. 댁으로 전화 올렸더니......" "예, 안녕하십니까?" "근래 왜 낚시 안 나오세요? 붕어 향어 해서 많이 나옵니다." "그렇습니까? 요즈음은 입어료가 얼맙니까?" "아따, 일변 입어료 타령입니까? 제 언제 선생님한테 입어료 챙겼습니까? 정말 섭섭합니다. 그냥 들르세요. 그나저나 길주란 놈 말썽은 안 부리는지......" "말썽 부릴 놈이 따로 있지 길주는 얌전하지 않습니까?" "이쁘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이나 모래쯤 나오실 시간 나실는 지...... 낚시 겸......" "시간은 있습니다만 이 태풍 속에......" "내처 이러겠습니까? 꼭 나와 주세요. 3학년이니 드릴 말씀도 있고......" "알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그 문제로 전화 올렸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씨이팔." 허허, 머리가 찡 편두통이 인다. 수화기 저편으로 아득히 증발하는 마지막 말은 못 들었어야 하였다. 벌떡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바퀴가 심장을 갈아 뭉갰다. 복도로 나와 교무실 쪽을 넘겨다보았다. 문이 아물려 있다. 문을 잠그고 있을지도, 해졌고 현관으로 나왔다. 비는 좀처럼 그칠 것 같지 않다. 현관문 앞으로 다가가서 밖을 내다보았다. 움직이는 한 덩어리의 이물이 눈에 잡혔다. 뒤엣 것이 앞엣 것의 꽁무니에 주둥아리를 붙이고 혀를 널름거리며 줄레줄레 따라간다. 뒤엣 것은 들어올 때 본 그놈이다. 앞엣 것은 이따금 획 돌아서서 꼬리를 내리깔고 땅바닥에 주저앉곤 한다. 들어올 때 본 녀석은 더욱 안달이 나서 주둥아리를 앞엣 것의 꽁무니에 들이밀려고 한다. 앞엣 것이 일어나 걸어간다. 다시 녀석이 줄렁줄렁 따라간다. 앞엣 것이 이번에는 성가시다는 듯 흰 이빨을 드러내고 녀석을 돌아보며 앙, 용을 쓴다. 녀석이 주춤 물러난다. 다시 앞엣 것이 걸어간다. 콧중배기를 앞엣 것의 꽁무니에 들이대고 킁킁거리며 따라가던 녀석이 앞엣 것의 등을 훌렁 걸터타고 흘레질을 친다. 헤헤거리는 녀석의 주둥아리에서 침인지 빗물인지가 계 에 흘러내린다. 신발장을 열고 헌 슬리퍼짝을 꺼냈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문이 자지러졌다. 뒤엣 놈을 향해 슬리퍼짝을 냅다 뿌렸다. 뒤엣 것에 정통으로 꽂혔다. 통쾌하다. 이물들이 운동장으로 달아났다. 다시 들어왔다. 화장실을 들렀다가 방으로 돌아왔다. 화장실 갈 일도 없나 보지? 방안을 한 바퀴 돌았다. 흑판에 한일자를 그었다. 두 바퀴 돌았다. 또 한 획을 그었다. 다섯 바퀴에서 바를정자가 되었다. 다시 소파로 돌아왔다. 하나에서 백으로 세어 갔다. 백에서 거꾸로 내려왔다. 주선생! 미간에 송곳을 들이댄다. 일어서시오. 나가시오 3층 생물실로 가시오. 폭풍우 속의 고도. 아무도 오지 않소. 쥐도 새도 모르오. 삐그르르 현관문 소리가 나고 닫히는 소리가 머리를 도끼질하였다. 피식 웃음이 빚어 나왔다. 온통 빗물에 뒤발린 비옷의 아이가 알루미늄통을 들고 복도로 올랐다. "식사 시켰습니까?" 아이의 목소리가 솜방망이 문 듯 볼메어 있다. "응. 이리 가져 와." 드르릉거릴 문바퀴가 지레 살덩이를 오그라들게 한다. 아이가 문을 열었다. 심장이 졸아붙었다. "수고했어. 비 오는데 미안해." 아무 말 없이 아이가 탁자 위에다가 짜장면과 단무지, 장, 젓가락, 술잔들을 고량주하고 털어놓았다. "달아 놔. 한정수라구." 그저 대답 없이 아이가 돌아섰다. 현관문이 메다꽂혔다. 몸이 경련을 일으켰다. 젓가락을 튿어 짜장을 비볐다. 끈끈한 짜장이 어째 내 마음인 양 찐득인다. 주전자를 찾았다. 주전자는 함지박 엉덩이를 깔고 문 옆 가스렌지 위에 퍼질러 있었다. 일어나 주전자 뚜껑을 열어 보았다. 먹다 남은 보리차를 반쯤 담고 팅팅 불어터진 보리톨들이 강바닥에 나붙은 골뱅이처럼 깔려 있다. 냄새를 맡아보았다. 쉬지는 않은 것 같다. 가스불을 켰다.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탁자로 돌아와 한 자락 면을 걸어 넣었다. 보기보다 맛이 없다. 고량주 물점을 한 점 핥고 또 면을 걸어 넣어 보았다. 하지만 입맛이 당기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또 한 점 고량주물을 핥았다. 면을 다 비우도록 입맛이 쓰다. 남은 고량주물을 홀짝 핥았다. 주전자 물이 끓는다. 주머니 속에 챙겨 가지고 온 봉지 커피를 확인하였다. 탁자 위에 있는 컵에다가 봉지를 튿어 커피 가루를 비웠다. 커피 봉지를 돌돌 말았다. 끓는 물을 컵에 따르고 가스불을 끄고 돌돌 만 커피 봉지로 컵 속의 물을 저으며 소파로 돌아왔다. 술기가 알딸딸해 온다. 한 모금 한 모금 커피물을 머금으며 어딘지 날씨 같은 추진 마음을 달랜다. 전화가 운다. 벌떡 일어나 전화기를 들었다. 잠을 잤다. "학교지요?" 대뜸 송곳 같은 여인의 지름소리다. "예, 그렇습니다." "오팔팔 선생 집 전화 번호 좀 가르쳐 주세요." 여인의 목소리가 앙칼지다. "우리 학교에는 오팔팔이란 선생님이 없습니다." 나도 조금은 퉁명스레 말하였다. "애들이 노상 오팔팔 오팔팔 하는데 없어요?" 여인의 목소리가 한층 앙칼지다. "오팔팔이 아니라, 천양리 선생님이십니다. 그런데 왜지요?" 나는 감정을 꾹꾹 눌러 가며 또박또박 말하였다. "우리 집 애가 어제 나가곤 여태 안 들어왔어요. 애들을 어떻게 가르치기에 가출을 해요?" 맹랑하다. "그런데요?" "우리 집 아이하고 가까이 지내는 그 반 아이 좀 알아보려고요." "예, 좀 기다리세요." 직원 주소록을 당겨 천 선생의 주소를 들추었다. "여보세요. 3*7에 2397입니다." "선생이란 사람이 오팔팔 같은 데나 다니니 애들이 그 모양이지." "예?" "애들이 선생 닮지 누굴 닮아요!" 빽 소리치고 전화가 뚜우 끊어진다. 머리가 또 찡 편두통이 인다. 빗소리가 창을 넘어든다. 나는 또 담배를 피워 물고 눈을 감았다. 한정숩니다./ 안녕하세요? 순범이 어머닙니다. 다름 아니라, 어저께 학교로 선생님을 찾아간다는 게 다른 반 선생님을 만나고 왔지 뭡니까? 오팔팔 선생이라고요...../ 그런데요?/ 그런데 어제 만난 오팔팔 선생님 반에도 정순범이란 학생이 있다면서요?/ 예, 있습니다. 3학년 2반이지요. 순범이가 제 이름과 반을 말하지 않던가요?/ 왜 안 했겠어요. 3학년 4반 한정수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그게 어떻게 됐냐믄요, 교무실에 들어섰더니 수업중이라 그랬는지 선생님이 한 분만 계시더라구요. 그래 다가가 정순범이란 학생의 어머니 되는 사람인데, 하는데 아, 순범이 어머니십니까? 제가 순범이 담임입니다. 여기 앉으시죠, 하고 의자를 내밀며 반기지 않겠어요./ 그래서요?/ 그래 앉아 이 얘기 저 얘기하고 봉투를 건네고 왔는데, 저녁에 우리 집 애가 왔길래 키 크고 안경 쓰고 구렛나루가 거뭇한 게 너희 담임 선생 잘 생겼더라 했더니만, 우리 담임은 키도 작고 안경도 안 끼고 구렛나루도 없고 똥배가 뽈록 튀어 나와서 별명이 맹꽁인데 혹시 3학년 2반 담임인 오팔팔 선생을 만나본 게 아니냐면서, 그 반에도 제 이름하고 똑 같은 정순범이란 아이가 있다 잖겠어요./ 그런데요?/ 오팔팔 선생님한테 가서 봉투를 돌려 받으시라고 전화 드리는 겁니다./ 제가 어떻게...... 어머니께서 돌려 받으세요. 그보다 전 절대로 봉투 같은 거 받는 사람이 아닙니다./ 저의 집 애도 그러긴 합디다만 괜히 그러는 척하지 돈 싫은 사람 봤나 캤더니만 우리 집 애도 그럴 거라면서 찾아가 보라고 하길래....../ 어머니께서 돌려 받으세요./ 제가 어떻게 준 돈을 돌려 달라고 합니까, 빈대도 낯짝이 있지? 꼭 돌려 받아쓰세요./ 알겠습니다. 돌려 받아 순범이 편에 보내 드리지요. 고량주 기운이 전신에 쏴 하다. 직원회 끝났습니까? 한 마디 물어 보겠습니다. 선생을 옆차기로 때려눕히고 발길질을 한 김동문이 오늘도 버젓이 학교를 활보하고 다니는데 어떻게 처리하실 지 교장 선생님과 학생 주임 선생님, 그리고 담임 선생님의 의중을 듣고자 합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처리했으면 좋겠습니까?/ 퇴학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담임 선생님이 꺼리고 당사자 선생님 본인도 처벌을 바라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좀 더 두고 봅시다./ 뭘 두고 보자는 겁니까? 그냥 저냥 넘어가자는 겁니까?/ 누가 그냥 저냥 넘어가겠다고 했습니까? 선생님도 아시다시피 어디 그게 그레 간단한 문젭니까? 삐그르르르 철겅. 현관문 소리에 잠을 깼다. 복도로 오르는 발소리가 들리고 드르릉 미닫이 소리가 가슴을 까뭉갰다. "수고가 많습니다." 경비원 곽 씨다. "아침엔 왜 늦었지요?" 곽 씨가 다가와 몸을 소파에 맡겼다. "그렇게 됐습니다." 나는 소파에 묻힌 몸을 뽑아 올렸다. 교무실 쪽에서 또박또박 구둣발 소리가 다가온다. 시계를 올려다보았다. 5시가 10 분을 남기고 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죽은 듯이 잠을 잤다. "한 분은 누구죠?" "..........?" "일직 교사 말입니다." 곽 씨가 나를 돌아보았다. "주혜자 선생입니다." 나의 성대가 푸르르 떨렸다. "새로 부임한 처녀 영어 선생? 벌써 들어갔나요?" "교무실에......" 나는 귀찮았고, 겨우 입술을 놀렸다. "안녕하세요?" 그녀가 문께서 빼끔히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살짝 목례를 하였다. 나의 고개가 반사적 반응을 보였다. "수고하세요." 그녀가 말하고 곧 돌아섰다. 그저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 "들어가시게요?" 곽 씨가 그녀의 등에 대고 말하였다. "녜, 수고하세요." 그녀가 다시 말하며 현관으로 내려섰다. "안녕히 가세요." 곽 씨가 그녀의 등에 대고 커다랗게 소리쳤다. 그녀가 나가고 곽 씨가 담배 한 개비를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비죽이 내밀린 담배 개비 하나를 뽑았다. "한 선생님, 어디 아프세요?" 곽 씨가 탁자 위의 성냥을 끌어당기며 나를 돌아보았다. "마음이 아프답니다." 투덜거리고 나도 성냥을 끌어당겨 불을 붙였다. "남을 가르치며 밥을 먹는다는 게 얼마나 보람 있는 삶이라고 마음이 아프다는 겁니까?" "남을 가르친다는 보람이라구요?" 씨부리고 흘레질이라 해라, 속으로 너부죽거릴 때 곽씨가 허공에 연기를 풀어내고 나를 돌아보며 말한다. "그나저나 각방을 쓴 것 같군요." "신혼 부부요, 한방을 쓰게?" 나는 투덜거렸다. "요새 사람들답지 않게 내외를 했다 그겁니까? 하하하하......" 곽씨가 하하거렸다. "각방 쓴 것까지는 좋아요. 문까지 잠그고 있었다니까." 나는 미확인 사실을 이죽이었다. "접근을 꺼렸다 그거군. 보긴 제대로 봤우. 나 같아도 그랬겠습니다. 하하하하......" 곽씨가 또 하하거렸다. "농담이요, 진담이요?" "나 언제 농담하는 거 봤어요?" 하다가 곽씨가 다시 입을 열었다. "농담이고...... 들어오다 보니 개놈 둘이 흘레붙어 있습디다. 하지만 누가 그 개놈들을 비난하겠습니까?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라구요?" 나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건성 대꾸하였다. "그래요. 다른 사람은 몰라도요." 곽씨가 강조하듯 '다른 사람'에 힘을 주었다. 곽씨의 말을 귓전으로 흘리며 나는 그녀를 떠나 보내기 위해 한동안 몸을 소파에 맡겼다가 손톱 밑까지 타 들어간 담배를 비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형석이 어머니와 다방에서 만나기로 한 시각까지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다. 형석이는 장동표한테 맞아 머리가 터졌고 일곱 바늘이나 꿰맸다. 형석이 쪽에서는 위자료 조로 200만 원을 요구한다. 아니면 고소하겠단다. 동표 어머니는 50만 원으로 중재해 보라지만 중재가 먹혀들지는 의문이다. "들어가시게요?" T씨의 수필집을 봉투에 넣는 나를 올려다보며 곽 씨가 말하였다. "예, 수고하세요." "수고 많았습니다." 곽 씨의 말을 뒤로하고 어딘지 그저 울적한 나는 현관으로 내려서서 벽에 기대어 둔 우산을 집어들고 밖으로 나왔다. 바깥은 그저 비다. 언제쯤 비구름이 걷힐까? 우산을 펴들고 운동장으로 내려서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선생이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하던 곽 씨의 말을 되씹어 보았다. 선생은 그러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래서는 안 된다는 뜻인가? 아니면 그러고 있다는 뜻의 반어적 풍자인가? 그도 저도 아니면 그 모두를 망라한 포괄적이고도 단적인 표현인가? 이놈의 신분, 그 무게는 얼마나 될까? 이 놈의 직업 팽개치고 구멍가게나 낼까? 중얼거리며 교문을 나서자니 그녀가 문 밖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웬일일까? 의아해 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죄송해요. 전화 받으시느라 하루 종일 귀찮으셨죠? 혼자 조용히 생각해 봐야 될 심각한 고민이 있었어요." 그녀가 씁쓸한 표정으로, 그러나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그랬었구나, 해지자니 불쾌감이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고, 마침 포장마차를 본 나는 하루의 찜찜함을 풀 겸 그녀와 한 잔의 술을 나누고 싶었다. "주 선생님, 대포 한 잔 하시겠습니까?" 나는 포장마차의 장막을 들추고 그녀의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녀의 팔을 포장마차 안으로 끌었다. "아저씨, 홍합하고 소주 좀 주세요." 의자에 앉으며 술을 청하였다. "아침엔 죄송했어요. 뻐쓰깐에서 소매치기 소동을 만났지 뭐에요." 그녀가 내 옆에 앉으며 말하였다. "저도 소매치기 소동을 만나 늦었는데 같은 뻐쓰를 탔었군요." 담배를 후비적거릴 때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선생님, 이게 뭔지 아세요?" 그러고 보니 그녀의 손에 신문지 보따리가 들려 있다. "학이에요.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도 묵묵히 세상을, 창공을 포르르 날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날개를 달아 주시는 선생님들을 용타고 우러르며 하루 종일 이 종이학들을 접었어요." 말하며 그녀는 신문지 보따리를 펼쳤다. 신문지 속에서 수십 마리, 아니 수백 마리는 될 듯한 종이학들이 수르르 쏟아져 나왔다. "여기는 아무나 머물 수 있는 곳이 아니더군요. 이 학들을 접으며 새학기부터 다른 직종으로 옮기느냐 마느냐로 하루 종일 고민했어요. 그런데 이 학들을 접다가 아이들에게 세상을 포르르 날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 준다는 생각이 문뜩 들면서 다른 사람들처럼 단순한 생물학적 영위가 아닌 반딧불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비록 천칭에나 달릴 서글픈 무게지만 제 빛을 깜빡이잖아요. 너나 없이 자기 직업에 보람을 느낀다지만 결국은 남의 돈이나 긁어 주고 그 대가로 입에 풀칠이나 하기 위해 터덜거리다가 죽는 거 아니겠어요. 그래 학교에 남기로 결론 봤어요. 이보다 더 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그랬었구나, 그녀가 하루 종일 교무실에 틀어박혀 있었던 이유가 풀려지려는 때에 그녀가 또 말하였다. "가다가 버리려고 했는데 이 학들, 개학하면 선생님 반 아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주세요. 저도 나눠줄래요. 이 학들처럼 창공을 날 수 있는 날렵한 날개들을 달라구요......." 순간 흘레질 칠 뿐이라는 초라한 모습이 불식되면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보람이 조용히 일었고, 나는 속으로 뇌었다. 그래. 날개를 달아 주는 반딧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