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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정부는 최근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에 최희선 인천교대 전총장을 임명했다. 그 동안 계속 일반 관료를 차관에 임명해 온 전례에 비춰볼 때, 모처럼 전문직 차관이 보임 된데 대해 일단 환영한다. 신임 최교육부차관은 교육행정을 전공하였고 교육개혁심의회 전 문위원을 비롯해 한국교육행정학회회장, 교대 총장협의회 회장, 인 천교대 총장 등을 역임하면서 교육행정의 이론과 실제 경험을 두 루 갖췄다. 따라서 일선 학교현장과 대학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교원이나 교육행정가들의 요구와 정서를 충분히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또 균형 잡힌 시각과 강력한 추진력, 그리 고 대외교섭 및 조정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배 경과 경력에 걸맞게 앞으로 교육발전을 위해 많은 업적을 남기기 를 기대하면서 다음 몇 가지를 주문하고자 한다. 첫째, 교직의 위상 정립과 교원의 사기 진작에 힘써주기 바란다. 교원종합대책이 발표되었지만 수석교사제라든지 교원처우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안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등 미흡한 측면이 많 다. 앞으로 이를 더욱 보완하여 추진해야 할 것이다. 둘째, 교육의 질 향상을 위한 제반 인프라 구축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교육재정 확충을 통한 교원 법정정원 확보는 물론 학급당 학생수 감축이라든지 7차 교육과정 추진에 필요한 기 반 조성 등에 집중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셋째,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 요구되는 창의적 인력 육성을 위 한 중등 교육체제의 다양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창의적 인력은 제도·운영의 다양성과 차별성 속에서 길러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중등 사학의 본래적 모습 회복과 공립학교 자율성의 폭 확대, 평 준화 정책 보완 등을 과감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교육의 기본틀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학부모의 교육 선택권 보장을 비롯 해서 공교육 내실화, 대학의 질 관리, 교육재정운영의 효율화, 현 실을 감안한 평가체제의 정착, 유능한 인적자원개발·유지 등 교 육문제에 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감각을 지닌 교육부총리와 교육행정에 관한 전문성을 갖 춘 전문직 차관이 교육의 본질 추구에 우선 순위를 두고 합리적이 고 효율적으로 교육행정 시스템을 운영함으로써 교육 발전과 교육 입국 실현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는 교육인적자원부가 되기를 기 대한다.
'전업 시간강사' 9000여명 신분보장 안돼 국립대정원 2000명 증원…정규교수로 채용 강사료 인상-연구비지원-1년단위 계약 신분불안과 처우열악 등 대학교육의 고질적 사각지대로 지목돼온 대학 시간강사 문제해결에 정부가 발벗고 나서기로 했다. 교육부는 시간강사의 강사료를 인상하고 대학의 전임교원 확보율 을 상향 조정하며 시간강사에 대한 연구비 지원 및 임용제 개선 등 구체적인 시간강사 개선대책을 마련,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키 로 했다. ▲실태 및 문제점=현재 전국의 4년제 대학 시간강사수는 4만 4646명으로 전임 대학교원수 4만 5070명과 비슷한 규모다. 시간강 사가 맡고 있는 강의수는 전체 강의의 38.4%에 이른다. 시간강사 중 상당수는 다른 대학교수나 기업체 임직원, 연구소 연구원 등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나 9197명은 이 일에만 종사하는 `전업 시간강사'다. 이들이 받고있는 강사료는 국립대의 경우 시간당 2만7000원, 사 립대는 1만3000∼3만원에 불과해 주당 8시간을 강의해도 월 100만 원에 못미치는 `절대 빈곤층'에 속하고 있다. 방학이나 학교행사 등 강의가 없을 때는 강사료 수입이 없는 것 은 물론이다. 또 현재의 시간강사 신분은 학기 단위로 계약이 체 결되는 일용직으로 신분이 불안한 상태며 퇴직금이나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혜택에서도 제외돼 있다. 시간강사 문제가 이와같이 심각한 것은 대학교원 확보율의 저조 와 구조적 재정구조의 취약성에서 찾아야 한다. 교원확보율의 경우 97년 62.2%이던 것이 IMF 이후인 2000년 58.7%로 크게 떨어졌다. 사립대의 경우 재정부담이 적은 전임교원 확보 보다 시간강사 채용을 선호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학문 분야별 고급 연구인력의 수급 불균형과 폐쇄적 교수임용 관행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개선 방안=교육부가 마련한 전업 시간강사 문제 해결방안은 경제적 처우개선과 전임교원 채용기회 확대로 요약된다. 처우개선의 경우 내년부터 국립대 전업강사의 시간당 강사료를 현행 시간당 2만7000원에서 3만4000원으로 인상하고 다른 직업이 있는 강사는 현행 2만3000원을 계속 유지하기로 했다. 사립대 역 시 국립대 수준을 준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유능한 전업강사를 전임 대학교원에 채용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2004년까지 국립대 교원정원을 2000명 확대해 교원 확보율을 현재의 65%에서 75%로 상향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우리나라 대학교원 1인당 학생수는 33.6명으로 OECD 평균 14.8명보다 갑절 이상 높다. 사립대 역시 학생정원 자율 책정기준을 현재의 65%선에서 매년 10%포인트씩 상향조정키로 했다. 또 전업강사에 대한 연구비지원 을 확대하고 이들의 신분안정을 위해 1년 단위로 계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박남화 news2@kfta.or.kr
공식 보도자료나 공문 등에서 사용 안 해 시·도교육청도 "창의성으로 쓰겠다" 한완상 장관이 취임사와 대통령 업무보고 자료에서 사용, 논란을 일으켰던 '창발성'이란 용어가 정작 교육부에서조차 외면 당하고 있다. 한국교총이 우리 나라에서는 교육적으로나 일상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북한에서만 널리 쓰이는 말이라며 사용중단을 촉구하자 사전에도 나와있다며 계속 쓰겠다고 고집한 교육부가 이 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3월15일 교총이 '창발성 교육, 실체는 무엇인가'라는 성명을 통해 "일상적으로 사용되지 않고 북한 헌법, 노동당 규약 등에서 중요하게 사용되는 용어가 아무런 검증 없이 교육정책의 핵심으로 도입돼 교육의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다"며 사용중단을 요구하자 이를 교총의 딴지걸기 등으로 폄하하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혔었다. 당시 한 장관은 "창발성이란 뉴턴적·콜럼버스적 발상 같은 엉뚱한 생각과 행동으로 새롭게 이루어 내는 것"이라며 "북한에서 창발성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왜 문제가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도 "국립국어연구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창발을 '남이 모르거나 하지 아니한 것을 처음으로 또는 새롭게 밝혀 내거나 이루는 일'로 풀이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육부는 논란이 된 '2001년도 대통령 업무보고' 보도자료(3월17일) 이후 7일까지 발표된 42건의 공식 보도자료나 일선에 시달한 공문 등에서 이 용어를 한번도 사용하지 않고 대신 '창의성'이라는 표현만 쓰고 있다. 교육부는 '학교정책협의회 전체회의 개최 보도자료'(5월9일)에서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더불어 살아가는 풍성한 인성을 가르칠 수 있는 따뜻한 학교공동체를 만드는 방안을 논의해보자"고 말한 한 장관의 인사말을 소개했다. 또 '올해의 스승상 제정운영 보도자료'(5월15일)에서도 스승상 제정 목적을 "초·중등교육 분야에서 공익적 인간, 창의적 인간 그리고 온정적 인간 육성에 전념한 우수교원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도교육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창발' '창발성' '창발력'을 전혀 쓰지 않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박헌화 중등교육과장은 "시교육청에서는 창발성이라는 말을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며 "창의성이라는 좋은 말이 있는데 굳이 다른 말을 쓸 필요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조성윤 경기도교육감은 4월11일 열린 교육감선거 후보자초청 토론회에서 "재선돼도 창발성이라는 말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못박았다. 이와 관련 황석근 한국교총 대변인은 "창발성은 북한에서 상용되는 말로 우리의 교육정책 주요개념으로 쓰이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장관이 썼다고 해서 면밀한 검토 없이 이를 정책 슬로건화하는 교육부의 행태도 문제"라고 말했다. 황 대변인은 또 "한 장관은 교육부나 시·도교육청 어디에서도 사용하기를 꺼리는 이 말의 사용을 자제, 학교교육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낙진leenj@kfta.or.kr
"정부와 교육계 신뢰회복 시급" 대학총장 출신 최희선차관(61)의 임명에 대한 교육계의 관심이 남다르다. 전통적으로 교육부는 `교수출신 장관과 관료출신 차관'공식이 철칙처럼 지켜져 왔기 때문에 이번의 최차관 임명은 이변이라 할 만하기 때문. ― 전문직차관 임명에 대해 일선 교육계가 남다른 기대를 보이고 있는데. "뜻밖에 발탁되어 나 스스로도 내심 놀랐다. 그만큼 커다란 부담감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부총리를 보필하고 부내 직원들 의 시너지를 통합해 `일선교육계와 국민을 위하는 교육행정을 성 심성의껏 추진하겠다" ― 현재의 교육상황을 어떻게 진단하고 있는지. "삼십년 넘게 일선교단에서 이론과 실무를 익혀왔지만 요즈음 처럼 `교육위기' 상황을 실감한 적이 없다. 가장 큰 문제는 공교육의 기능과 역할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점과 대학교육의 수월성을 획득해 국제경쟁력을 높이는 것이라고 본다. 전자의 경우, 정부와 국민, 일선교육계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 정부의 교원정책 추진에 대한 일선교육계의 반발과 불신이 큰 데…. "교대 총장일을 수행하고 교육부 정책자문에 참여해 오면서 가 장 실감하고 있는 부분이 바로 교원정책 분야다. 특히 지난해 교육부의 교직발전종합방안추진협의회 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아 이 문제를 심도있게 검토한 바 있다. 밖에서 볼 때와 정부에 들 어왔을 때, 시각차가 있겠지만, 현장 교원의 요구와 의견을 최대 한 수용하는 정책을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 ― 인천시교육감 선거의 유력한 후보에서 교육부차관으로 `말을 갈아탄' 이유에 대해. "공복으로 봉사하는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고 본다. 인천 교육을 한 단계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으나, 정부의 부름에 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박남화
"공문서 홍수 실감나네" 교육부가 일선 교단의 실정을 구체적으로 체감하기 위해 실시 키로한 간부직원 1일 학교체험프로그램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학교체험프로그램은 교육부의 학교정책이 일선학교의 실정을 도외시하고 탁상행정이나 문서행정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을 불식해보고자 마련된 것. 이에 따라 교육부 실·국·과장 등 간부직원들이 하루 동안 시 간을 내 일선학교를 방문, 1일 체험을 직접하는 것. 그 첫 주자로 김석현 교원정책과장이 나섰다. 김과장은 현재 교육부가 성안단계에 있는 교원잡무 경감방안을 확정, 발표하기 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 동작구 신림동 소재 미성중학교에서 1 일 근무에 참여했다. 이날 아침 7시30분, 학교정책기획팀 노유정 연구사와 함께 이 학교에 출근한 김과장은 교직원에 대한 송명환교장의 간단한 소 개에 이어 교무실 한 켠에 마련된 컴퓨터테이블에 앉아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하루종일 공문서 유통구조를 살펴봤다. 김과장은 올 1월부터 5월말까지 이 학교에 접수된 공문서가 1760건이나 돼 하루 평균 15건이 넘는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 다. 또 56명인 이 학교 교원이 이를 처리하기 위해 교사 1인당 하루 평균 한, 두시간씩 잡무에 메달리는 상황도 직접 경험했다. 김과장은 이날 노연구사와 함께 7건의 공문을 처리하고 1건의 기안서를 작성, 송교장으로부터 결제를 받기도 했다. 공무서 파악이 끝난 오후 4시부터 5시30분까지 김과장은 교직 원과의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간담회에서 참석 교사들은 ▲교 원정원 증원의 필요성 ▲교무실과 행정실간 업무조정 문제 ▲졸 속한 정보화 사업 추진에 따른 문제점 ▲교사직급의 다단계 필요 성 등을 집중적으로 거론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하루 근무로 학교 사정을 속속들이 알 수는 없겠지만, 현장감 있는 교육정책을 마련하겠다는 교육부 의 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교육부는 교원정책과장을 시작으로 부내 실·국·과장들 의 1일 학교근무 프로그램을 계속할 계획이다. 이달중 이상갑 학교정책실장은 실업계고에서, 이기우 기획관리 실장은 일반계고에서 학생 생활지도를 해 볼 계획이다. /박남화
인천·대구…타후보 비방, 향응제공 등 극심 교육부 '주민직선제' 등 제도 보완 검토 6월 19일 실시되는 선거일을 앞두고 인천, 대구지역 교육감선 거가 과열,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에 대한 법·제도적 보완 이 시급하단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인천지역의 경우 특정후보를 비방하고 음해하는 유인물이 학교 운영위원과 교육청 간부집, 언론기관 등에 배달되거나 교육 관련 인터넷 사이트에 실리고 있다. 또 모 후보자는 당선후 지지자들 의 공과를 따져 주요 보직 예상인사까지 했다는 풍문이 떠돌고 있다. 예상 후보군으로 거명되는 8명은 너나 할 것 없이 공식 선거기 간이 개시되지 않은 올 봄부터 맹렬한 얼굴알리기, 득표활동을 하고 있다. 대구시의 경우 역시 과열, 혼탁양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인 천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교육감선거가 이같이 혼탁·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은 학 교운영위원에 의해 교육감·교육위원을 선출하기 시작한 99년 이 후 계속돼온 고질적 문제. 현행 교육감 선거가 시·도지사나 시·군·구청장, 시·도의회 의원선거 등 여타 지방자치 선거와 달리 선거 운동기간이 10일에 불과할 만큼 짧고 선거 유세방법 역시 합동 소견발표와 선거공보 발송 이외에는 불가능해 유권자들이 후보자를 제대로 알 수 있는 기회가 제도적으로 취약하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후보자들이 교육청 고위관리나 학교장, 교수, 교육위원 등 현직을 고수할 수 있어 유리한 위치에 있는 후보자가 직·간접적 인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제도적 문제점이다. 이밖에 공무원이나 정당원 등 특정 신분을 가진 자들이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고 학교운영위원에 선출돼 선거권을 행사하는 것 도 개선사안이다. 교육부는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올 초 `지방자치 제 개선 추진위원회(위원장 노종희 한양대 교수)'를 구성, 교육감 자격이나 선출방법 등을 포함한 전반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교육부는 위원회 안이 7월중 확정되는 대로 제도개선 관련법령 개정을 올 정기국회에서 실시할 계획이다. /박남화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드물다. 그러나 알고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만큼 교육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드물다. 우리 사회보다 더 교육을 중시하는 사회가 없지만, 우리 사회보다 더 교육을 무시하는 사회도 없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내가 보기에는 우리 교육의 근본적인 병폐가 바로 이 모순에서 비롯되며, 따라서 그 병폐를 치유하는 근본적인 처방도 바로 이 모순에서 찾아야 한다. 한 예로 우리 신문들을 보자. 입시철이면 수능시험에 대비한 전략, 주요 대학의 논술고사 모형을 싣고 수능시험의 점수대별 분포도와 입학 가능한 대학을 열거한다. 학력주의와 학벌주의를 부추기는 기사를 우리는 하루도 빠짐없이 주요 일간지들에서 찾아볼 수 있다. 바로 그 신문들이 대학입시, 사교육, 교육이민, 조기교육 등과 관련된 기획 특집을 철철이 내보낸다. 우리 교육이 병들어 가고 있으니 하루빨리 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다른 예로 우리 정치인, 경제인, 관료들을 보자. 그들은 입만 열면 교육을 국가경쟁력의 척도이자 자원이라 미화한다. 백년대계인 교육이 바로 서지 않으면 나라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호들갑을 떤다. 그러나 기업과 은행을 살리는 데 수십 조의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그들이 학교와 교육을 살리는 일에는 단돈 일조도 아낀다. 교육계를 경쟁과 시장 논리로 몰아가면서 인성교육, 전인교육을 천연덕스럽게 걱정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교육은 도대체 무엇인가? 참으로 모순된 일이다. 다른 예로 가정과 가게와 거리의 사람들을 보자. 앞 뒤 물불을 가리지 않고 가족이기주의에 빠져 교육의 이름으로 비교육을 자행하는 부모들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많은가? '이게 아닌데' 하다가도 금방 '현실이 그런데'로 합리화하는 부모들은 그나마 나은 지도 모른다. 현란한 간판으로 뒤덮인 무질서한 거리와 상가는 미술교육, 예술교육, 정서교육을 해치는 주범이다. 대학 캠퍼스의 건물과 가로수 역시 행사를 홍보하고 투쟁을 선동하는 대자보, 플래카드, 깃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도 교육을 먼저 생각하고 교육을 먼저 실천하는 사람을 찾아보기가 나날이 더 어려워지 고 있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입만 열면 교육을 성토한다. 참으로 모 순된 일이다. 다른 예로 학교를 보자. 안락해지고 민주화된 가정에 비해서 학교는 여전히 그 틀, 그 크기, 그 질서, 그 관행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빠른 세상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학교는 느리고 답답한 곳이다. 대학입시가 하급학교 교육을 연쇄적으로 왜곡, 변질시키는 `현실' 역시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은 학생대로 지쳐가고 있다. 학교에 남아있자니 괴롭고 학교를 벗어나자니 그것도 쉽지 않은 참으로 안타까운 형국이다. 이 시점에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반성해 보자. 무엇이 문제인가? 나는 그 문제와 그 해답을 알고 있다. 이 시대 우리 교육의 모든 문제는 우리 모두가 교육에 관심을 갖지 않고 교육을 무시해 왔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교육 그 자체에 대한 '가슴앓이'와 '상심(傷 心)'이 부족했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 마음을 열고 자신에게 각자 물어보자. 지금 나는 진정으로 교육을 걱정하고 있는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과연 교육적인가? 혹시 지금 나는 교육의 이름으로 교육 아닌 다른 무엇을 엉뚱하게 하고 있지는 않은가? 도대체 무엇이 교육인가? 교육을 바로 알고 교육을 바로 행하기 위해서 나는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우리 교육을 살리는 유일한 길은 바로 이 질문들을 날마다 때마다 일마다 진지하게 제기하는 데에 있다. 이 질문들을 성실하게 제기하고 답하다 보면 교육적 실천, 교육적 삶이 일상화될 것이다. 그러다 보면 교육적인 제도와 정책이 만들어질 것이고, 교육적인 문화와 사회가 만들어질 것이다. 급하다고 해서 정신없이 엉뚱한 방향으로 치달을 게 아니라, 정신을 차리고 본래 가야할 길을 확고히 가야 한다. 조용환 (서울대교수·교육학)
【충남】임신중인 아내와 나체 상태로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 파문을 빚은 충남 서천 비인중 김인규 교사(40)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대전지법 홍성지원 최기영 판사는 지난달 28일 "사진의 음란성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며 대전지검 홍성지청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충남도교육청도 당초 징계위 회부 방침을 번복, 문제의 사진에 대한 삭제 노력을 기울이는 동시에 사법기관의 처리결과와 교육에 미치는 영향 등을 검토해 신중하게 조치하기로 했다. 충남 서천경찰서는 김 교사가 1년전쯤 자신의 홈페이지에 나체 사진을 올린 데 대해 학부모들이 최근 "학생들에게 나쁜 영향을 준다"며 대검찰청 사이버수사대에 고발함에 따라 구속영장을 신청했었다. 김 교사는 지난 84년 교사생활을 시작했으며 전교조 활동으로 5년간 해직되기도 했다. 한편 김 교사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홈페이지 게시판을 폐쇄했다. 김 교사는 초기화면에 "하루에 고작 20여명이 방문하던 조용한 곳이었던 홈페이지가 이제 무수한 사람들의 놀이터가 돼 버렸다"며 "약간의 냉각기가 필요, 잠정 폐쇄한다"고 밝혔다.
"출퇴근에 따른 생활지도 어려움 해소 차원" 【전남】전남도교육청이 주거환경이 열악한 농어촌 지역 학교 교사들에게 아파트 사택을 제공키로 했다고 지난달 30일 광주일보가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도교육청은 농어촌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이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광주 등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면서 생기는 폐해를 막기 위해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농어촌 지역 교사들에게 아파트를 임대해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도교육청은 최근 '전남 교직원 주택임차 지원사업' 조례를 제정하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에 25억원의 예산을 반영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5억원이면 120명에게 농어촌 지역에 소재한 2000만원 상당의 전세 아파트를 임대해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시·군당 평균 5명 정도지만 대도시 인근을 빼면 시·군당 수혜자는 늘어나고 향후 3년에 걸쳐 사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도교육청은 예산이 확정될 경우 아파트가 있는 읍·면 지역 학교 교사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줄 예정이다. 도교육청의 이같은 방침은 교사들의 원거리 출퇴근으로 학생 생활지도 등에 문제가 발생하고 기존 사택들이 낡아 교사들이 이용을 기피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한편 일부에서는 도교육청의 이러한 계획에 대해 "교사들이 자신의 자녀 교육문제 등으로 대도시에서 출퇴근하는 경우도 많아 이 제도가 기대만큼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자는 다 그래' 수컷들의 바람기 보고서 헤어진다. 이별의 아픔이 아릿하게 가슴을 후벼판다. 서서히 정신을 차린다. 그리고 의문에 빠진다. “왜 내가 차였지? 다른 여자가 생긴 걸까? 아니면 내 성격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고민은 잠시, 저마다 시일의 차이는 있지만 결국 자신이 가장 다치지 않는 방법으로 이별의 이유를 정리한다. 영화 '썸원 라이크 유'의 제인 역시 사랑의 실패요인을 “수소들은 한번 교미한 암소를 다시는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동물 행태에 적용시키면서 "그저 내가 ‘새 암소’에서 ‘헌 암소’가 되었기 때문이고 그것이 수컷의 타고난 본능이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스스로를 위안한다. TV토크쇼의 섭외담당자 제인(애슐리 쥬드)은 새로 입사한 프로듀서 레이(그렉 키니어)와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이별을 통보하기 위해 3년간 사귄 옛 애인을 만나고 온 레이의 태도가 심상치 않다. 레이의 마음이 한순간에 떠난 것을 느낀 제인은 홧김에 동료인 에디(휴 잭맨)의 집에 룸메이트로 들어간다. '썸원 라이크 유'는 로맨틱 코메디 영화다. 하지만 낭만적 사랑을 부정하는 '인류학적 시선'으로 사랑을 분석하기도 한다. 구체적 실연에서 시작해 남자들의 바람기에 대한 이론을 정립해나가는 이 영화의 귀납적이고 분석적인 태도가 그렇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사랑에 관한 창조적이고 새로운 이론정립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썸원 라이크 유'는 싸우다가 정든다는 ‘개와 고양이 이론’이나 주변을 서성이는 남자가 알고 보면 진실한 사랑이라는 ‘파랑새 이론’'빅애플’이 떨어지는 뉴욕의 새해의 풍경 속에 서로에 대한 마음을 확인 받는 ‘뉴 이어 이론’등 로맨틱 코미디의 정석에 더 충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귀착하면서 '마음의 논리는 이성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파스칼의 말을 변명처럼 애교 있게 갖다댄다. 그렇다고 맥빠진 투항이라 공격할 필요까진 없다. 그런 종결법이 불편하다면 당신은 굳이 로맨틱 코미디를 볼 필요가 없는 사람이니까. /서혜정 hjkara@kfta.or.kr 덧붙임 감독 배우 출신 토니 골드윈. 토니 골드윈은 '키스 더 걸' '6번째 날' 등 많은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했지만 아무래도 그를 가장 잘 떠올릴 수 있는 영화는 '사랑과 영혼 Ghost'이다. 이 영화에서 그는 데미 무어를 괴롭히다 지옥으로 빨려 들어가는 패트릭 스웨이지의 친구 '칼' 역을 맡았었다. 쿨리지 효과 20세기 초 미국 대통령 쿨리지는 어느 날 농장에 갔다가 정력적으로 암소와 교미하는 수소를 보면서 "저 소가 항상 같은 암소와 하는 것은 아니겠지"라고 말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유래한 '쿨리지 효과'는 상대를 바꾸었을 때 욕망이 증대되는 경우를 일컫는 용어.
부산봉삼초등교 전자도서실 개관 교사들이 직접 제작 활용 집에서도 교과내용 검색 지난달 29일 부산봉삼초등교(교장 김말선). 전자도서실에 모인 6학년 3반 학생들이 부산하게 컴퓨터를 이용해 자료를 검색했다. 전자도서(E-BOOK)를 통해 일제 침략기의 문인들의 예술활동 등을 수집해 토의학습을 할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같은 시간 컴퓨터실에서는 4학년 2반 학생들이 전자도서를 읽고 느낀 점을 서로 토론했고 어학실에서는 5학년 2반 학생들이 전자도서 중 단원에 맞는 영어 학습을 어학실 컴퓨터에 띄워 원어민의 음성과 동영상으로 수업을 했다. 이 학교는 최근 유휴 교실 2개를 이용해 50평 규모의 전자도서실을 개관하고 이를 수업에 활용해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책꽂이라는 도서관리 프로그램을 설치해 교내 컴퓨터는 물론 인터넷을 통해 학교도서실 도서도 검색·대출하고 있다. 학교 서버에는 E-BOOK 350권이 올려져 전자도서실과 교실, 컴퓨터실 등 교내 수업에 활용되고 있다. 특히 방과후에도 누구든지 전자도서실에서 전자도서를 검색해 직접 읽고 스스로 학습자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전자도서는 기존의 종이로 된 책을 디지털화한 것으로 재생장치를 통해 볼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책이다. 움직이는 그림과 글, 애니메이션, 소리 등을 동시에 제공해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준다. 현재 E-BOOK은 지적 소유권 문제 때문에 교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봉산초등교는 교사들이 E-BOOK을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제공해 수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특기적성 미술 전시회를 한 후 전시 작품의 도록을 E-Book으로 제작했고 이를 교과 웹(WEB)에 올려 전국 어디에서나 인터넷을 통하여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집에서도 인터넷을 통하여 월 10권 정도의 E-BOOK을 읽을 수 있고 선생님들이 제작한 교과 웹(WEB) 자료 700편 이상과 E-전과 등이 공개돼 학교나 집 어디에서나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고 있다. 학교측은 활용이 용이한 와이즈 북 500권을 학교 서버 컴퓨터에 더 장착시켜 교실의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김교장은 "지금 어린이들은 영상에 익숙한 세대기 때문에 전자도서를 이용하면 관심과 흥미를 더 유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자도서실을 개관하게 됐다"며 "앞으로 사용할 전자도서를 더 확충해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9일까지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정혜손)는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산하 보육발전위원회가 추진중인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반대하고 유아교육법제정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9일까지 전개한다고 밝혔다. 연합회는 이날 서명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통해 개정안이 ▲교사양성체제를 유아교육 및 아동복지학과를 제외한 보육학과와 보육학과목 이수자로 제한하고 있고 ▲어린이집에 취직하려는 현재 유아교육과 졸업자는 별도의 자격증 취득이 불필요했지만 향후 별도의 보육교사 자격증 취득이 필요하게 되며 ▲표준유아교육과정이 있음에도 동일 연령을 대상으로 양부처가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발해야 하는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회는 또 고등학교 졸업 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1년 간의 교육만을 이수한 자에게 `교사' 명칭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고 어린이집 시설장에 유치원장과 초·중등학교 교사를 제외시키고 `간호사 자격소지자'를 시설장으로 인정하는 것도 오히려 보육의 질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서명대상은 유치원, 초·중등 교원 및 학부모이며 접수처는 서울시 서초구 우면동 142번지 한국교총회관 1층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사무실이다. 정회장은 "영유아보육법이 먼저 개정되면 몇 년간 연구·검토돼온 유아교육법이 제정돼도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의 미래와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해 서명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달라"고 밝혔다.
정부의 교육개혁이 일면 필요성과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교직사회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하지 않아 `교육위기' `공교육 파탄'의 지경에 이르렀다. 교원을 주체로 함께 부둥켜안고 갔어야 할 교육개혁이 밀어붙이기식으로 일관한 나머지 교원들의 지지와 행동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개혁피로 현상만을 가중시켰다. 그렇다면 정부정책에 대한 교단의 심리적 이반 현상은 어디에 기인하는가. 일차적으로 정부정책에 대한 `불신'에 있다. 교원 정년단축시 정부는 고령교사 1인을 퇴출시키고 신규교원 2.59명을 채용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부족한 교원을 채우려고 기간제 퇴직교사를 다시 끌어들였다. 금년에도 교육부는 5000명을 충원하겠다고 했지만 겨우 2116명을 채용하는데 그쳤다. 교원의 자질문제를 거론하면서 고령교원의 무능함을 강조하고 `개혁의 대상'으로 퇴출시킴으로써 교직에 대한 자괴감을 증폭시킨 것도 큰 원인이다. 이 과정에서 교원정책은 교원 대상의 합리적 정책이어야 함에도 국민 대상의 정치적 행위로 변질돼 교단 위기를 자초했다. 수요자 중심교육의 지나친 강조는 교직을 탈전문직화하기도 했다. 교사는 더 이상 교육전문가가 아니라는 인상을 국민과 학생들에게 심어 줘 교권을 추락시키고 나아가 교사, 학생간의 심리적 이질감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끝으로 개혁과제가 우리의 문화배경 위에서 실증적인 검증 없이 추진됐을 뿐만 아니라, 개혁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부르짖은 교사들의 의견이 번번이 차단됨으로써 교단을 `개혁냉소주의'에 빠지게 만든 것이다.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은 개혁의 성과를 홍보할 일이 아니라 학교현장에서 진정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경청하는 것이다. 무능한 교원을 퇴출시켜야 한다는 위협보다는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위해 연구하고 헌신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 줘야 한다. 교직사회가 열심히 연구하는 교사를 존중·우대하는 분위기로 전환된다면 자질향상 및 교재개발에 소홀하고 학생지도에 불성실한 교사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거취를 결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교원단체의 쓴 소리에 귀 막지 말고 밀어붙이기식의, 관리위주의 개혁에서 하루속히 벗어나야 한다. 정부는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높은 자긍심을 갖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힘 실어주기(empowerment) 정책을 조속히 제시·실천해야 한다. 교직에 희망의 불씨를 지피고 교육을 살리는 일은 일차적으로 교사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교총이 내년 대선 등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반대하는 정치활동을 벌이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은 교직단체의 정치활동은 헌법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과민반응을 보였다. 하기야 교원들은 해방 후 지금까지 법 위반이라는 이유 때문에 자신의 의사표시를 거의 하지 못했다. 교사들이 정치에 참여하면 교육현장이 갈등과 대립으로 치닫고 학생들을 선동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그건 기우일 뿐이다. 무엇보다 요즘 학생들이 교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판이하다. 초등학생만 해도 교사가 자신의 생각과 다른 얘기를 하면 절대 지나치지 않고 반론을 펼친다. 하물며 중고생들이야 오죽하겠는가. 교사도 학생들을 선동할 하등의 이유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 하물며 교육기본법에 교원이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해 `학생을 지도·선동'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교사들이 명백한 위법행위인줄 알면서 과연 법을 위반하겠는가. 교총에서 주장하는 정치활동은 교육에 관한 각 정당과 그 후보자들의 정강정책, 그리고 업적 등을 토대로 선거 기간 중에 지지·반대 의사를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교사들도 사회 구성원이기 때문에 정치의 현장에서 자신의 의사를 표시하고 반영시키려는 것은 민주주의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권리다. 또한 이제껏 교원들이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강력히 표시하지 못함으로써 국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항상 교육 문제는 힘을 갖지 못하고 뒤로 밀리기만 했던 것이 아닌가. 지금의 교육현실을 보는 데에도 교사와 정부는 큰 차이가 있다. 정부는 지금의 교육현장을 개혁의 과도기 정도로 보고 있지만 교사들은 현장이 황폐화 되고 있다는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 결론적으로 정부의 공교육 정책이 교사나 국민에게 전혀 신뢰감을 주지 못하고 있고 교육황폐화에 대해서도 정부가 전혀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이 상황이 교원의 정치참여를 선언하게 된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교사나 교원단체가 중립을 지키라는 의미는 교원들이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범위에서 학생에게 정치적 편향 교육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자신들의 권익을 위해 정치활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현행법을 개정해서라도 교사들이 힘을 모아 정치인 중에서 옥석을 가려낼 수 있게 되길 강력히 촉구한다.
한 차례 수시 모집을 치르고 나니 문제점이 많이 눈에 띄었다. 우선 백 수 십 여 개의 대학마다 구비서류와 전형이 다르니 담임의 부담과 혼란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학생과 학부모는 모든 대학의 입시요강을 묻기 마련이며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면 무능한 교사로 치부되기 쉽다. 추천서와 자기소개서까지 함께 작성하느라 밤을 지새는 일도 허다하다. 수업과 학생 생활지도에 지장을 초래할 정도다. 이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는 객관성에도 문제가 있다. 대부분 부풀려지기 때문이다. 내신 부풀리기로 평균 점수가 90에서 99점에 이르는 과목이 드물지 않은 실정인데다 학생의 진학률을 높이고 학부모의 비난을 면하기 위해 추천서 내용도 한껏 부풀려진다. 공부 안 해도 성적이 잘 나오고 수업시간을 소홀히 해도 추천서를 잘 써주니 학생들의 학력은 저하되고 공교육이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추천서를 잘 써달라는 학생과 학부모의 요구를 거절할 담임교사가 어디 있겠는가. 심지어 학원의 유명 강사에게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부탁하면서 많게는 100만 원의 사례비를 준다니 공교육의 기강이 흔들려도 이만저만 아니다. 이런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각 대학이 입시요강을 어느 정도 통일하거나 간소화하고,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는 없애거나 모든 대학이 간소하게 통일해야 한다. 이미 학생부에 학생의 정보가 자세히 담겨 있는데 그것을 다시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로 재작성하는 것은 낭비다. 그리고 추천서와 자기소개서의 객관성 확보에 대학이 좀더 대안을 제시했으면 한다. 대학측이 전화만으로 담임교사에게 확인하는 절차는 그야말로 미봉책에 불과하다. 그리고 성적 부풀리기를 못 하도록 석차백분율을 적용해야 한다. 그래야 공교육이 바로 설 수 있다. 일부 부유층이 고액의 추천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는 각 고교에 추천서와 자기소개서 작성을 지도하는 전문교사를 두는 방안을 검토해 볼 만하다. 성실한 학생들이 집안이 가난해 추천서나 자기소개서를 대행 업체에 의뢰하지 못하고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다면 이는 크나큰 교육의 파행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매년 1000만 명 이상의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입학통일시험에 응시하고 있다. 그런데 대학선발인원은 응시인원수에 비하면 턱없이 모자라니 시험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중국에서는 대학입학통일시험을 보는 7월 달을 `흑색의 7월'이라는 말로 부르고 있다. 이 시기만 되면 대입수험생을 둔 부모들은 모두 전쟁을 치른다. 집안에서도 수험생의 생활에 방해가 되는 행동은 일체 삼간다. 각종 언론매체들도 앞다투어 시험 관련 내용을 보도하거나 방영한다. 또 시험보기 며칠 전부터 학교근처의 호텔은 수험생들로 만원을 이루기도 한다. 그런데 대학입학시험만 그런 것은 아니다. 고교입학시험도 그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중국에는 중점학교라는 것이 있는데, 이 중점학교는 사회적으로 명성이 높고, 대학진학률도 높아서 귀족학교라고 불리기도 한다. 당연히 이런 중점학교의 입학경쟁 또한 대단히 치열하다. 중국에서 상급학교 진학경쟁이 치열해지기 시작한 것은 1978년 개혁개방과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이후부터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부모들은 오직 하나뿐인 자녀가 좋은 학교에 입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나타난 것이 바로 사교육이다. 한 학부형은 입학시험에서 1점을 더 얻는데 인민폐로 만원(우리의 )을 써야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에는 우리 나라처럼 학생들이 다닐 수 있는 학원이 충분치 않다. 따라서 중국에서 사교육하면 대부분 `가교'(家敎)라고 불리는 가정교사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가교(家敎)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대학생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직교사가 겸직형태로 실시하는 경우이다. 중국에서는 교사가 가정교사를 하는 것이 인정되고 있다. 따라서 많은 교사들이 본업인 교사직 외에 밤에는 과외교사로서 적지 않은 부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교사를 소개하는 대규모의 인터넷사이트가 중국에만 수 십 개가 있다. 이런 인터넷사이트에는 가정교사를 구하는 쪽과 원하는 쪽의 신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어, 각자가 원하는 상대를 고를 수 있도록 되어있다. 필자가 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1169명의 현직교사가 가정교사직을 구한다고 신청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사교육의 성행은 교육격차를 유발시키는 요인으로 지적 받아 사회일각의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가정교사제도가 쉽게 없어지리라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왜냐하면 통일시험에 지원하는 사람은 1000만 명이 넘는데 대학의 모집인원은 많아야 300만 명이기 때문이다. 또 대학졸업자와 초등학교 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도 상급학교진학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최근 해남도의 한 신문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와 초등학교졸업자 사이의 임금격차가 8대1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상급학교 입학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사교육이 양산되는 반면 공교육이 부실해지고 있으며, 사회적으로 교육 불평등을 조장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공평한 교육기회가 부여돼야 할 사회주의 국가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나 있을 법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정부는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대학입학통일시험을 `3+X제'로 바꾸는 등 입시제도의 개선을 통해, 학교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고 있다. 여기서 `3'은 어문, 수학, 외국어 등 모든 학생이 필수로 치르는 시험과목이며, `X'는 대학 전공분야의 필요에 의해 치르는 통합과목(정치, 역사, 지리, 물리, 화학, 생물을 통합해 하나의 과목으로 시험문제를 출제하거나 문과, 이과별로 통합해 출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는데 기여할지 아니면 학생들의 부담만을 가중시키고, 사교육을 더 극성부리게 만들지는 두고보아야 할 것 같다.
정년단축에 고령·무능 딱지 붙여 교육붕괴 "교육을 잘 모른다고 생각한 군사정권 하에서는 이렇게까지 교육을 무너뜨리지 않았다. 교육이 급격히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오히려 투쟁하던 사람들이 정권을 잡은 후부터다. 이들은 교육과 교원을 얕잡아 보고 투쟁하던 사람 아무나 교육부장관에 앉혀놓고 교육에 투쟁논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주삼환 교수(충남대)가 발언수위를 높였다. 주 교수는 21일 충남교육사랑회(회장 송원섭)가 '저하된 교원의 사기 어떻게 진작시킬 것인가'라는 주제로 주최한 제3회 교육현안문제 공청회에서 "현 정부가 개혁의 주역이 될 교원을 개혁의 대상으로 삼아 교육에서 교원을 구경꾼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주 교수는 '교원은 존경과 명예를 먹고산다'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어느 여교사의 콤팩트와 손수건 몇 장(이른바 촌지기록부 사건)을 들춰내 그때부터 이 나라 모든 교원은 촌지교사·체벌교사의 죄인 취급을 받게됐다"며 "교원의 사기는 고사하고 쥐구멍을 찾아야 할 신세가 됐으니 교원들이 이때처럼 비참하게 된 적이 역사상 없었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또 "학생과 학부모에게 불법과외 교사를 신고하라고 신고센터까지 마련했었다"며 "자기 선생을 고발하라고 하는 나라가 우리 나라 말고 지구상 또 어느 나라가 있겠는가, 이 때에 교원의 사기는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교원 사기를 바닥으로 떨어뜨린 '훈장감'은 국가가 교원을 배신하고 정년을 단축시킨 것이라는 논리도 폈다. 주 교수는 "어느 날 갑자기 고령교사, 무능교사의 딱지를 붙여 쫓겨나는 신세가 됐으니 교육이 붕괴되고 교원의 사기가 떨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며 "형식적으로라도 정중하게 설득하는 체라도 했어야 하는데 고령교사 1명 대신 젊은 피 2.59배를 수혈한다고 국민과 교원에게 사기를 쳤으니 교원들의 사기는 고꾸라지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 교수는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교직발전종합방안' '교원사기진작방안' 등으로 사기가 올라가겠느냐"며 "교원들은 그 동안 너무 많이 사기를 당해 이제는 웬만한 사기에는 잘 안 넘어 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토론자로 나선 장기상 교장(강경고)은 "교원의 사기를 진작시켜주겠다는 전제아래 성과급이라는 미명으로 선생님들이 수행한 업무를 계량화하고 서열을 정하는 치졸한 방법으로 돈 몇 푼 더 준다고 하여 떠나버린 교심(敎心)이 과연 다시 불타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장 교장은 "이제는 진정으로 정부나 국민 모두가 진지하게 교육을 사랑하고 교육의 주체인 선생님들 곁에 다정히 다가가서 상처받은 마음을 위로하고 힘겹게 계단을 오르는 선생님을 부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을 맺었다. 또 다른 토론자인 이태연 교사(천안신용초)도 "학부모들이 지켜주지 않고 사회가 세워주지 않는 교권 속에서 아무리 소신껏 지도해봐야 성과를 기대하기란 사상누각"이라고 덧붙였다. /이낙진
"오늘의 교실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교사들이 '학생 훈육이 교사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갖고 좌절감과 무력감 같은 심리적 장애를 극복해야 합니다" 18일 부산교련(회장 강정호)이 주최한 '위기의 학교 교실,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교육정책토론회에서 주제발표에 나선 최청일 교수(동아대)는 교사의 자신감 회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사의 교과 전문성 확보, 학생존중을 토대로 한 상담능력 향상 등이 교실위기 극복 방안"이라고 제시했다. 토론자로 나선 정광식 교사(좌천초)는 "세계화·국제화를 지향하는 교육은 신자유주의 경쟁논리와 경제논리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식과 바르고 참다운 인성교육으로 기초를 다져야한다"며 "제7차 교육과정이 성공적으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교원 확보를 위한 재정 확보, 교원 정년단축 환원, 급당 학생수 감축 등의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적절한 교육정책으로 인한 공교육 부실화'를 주제로 토론에 나선 조금세 교장(동아중)은 "교원의 사기진작과 학교 교육의 내실화가 절실하다"며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수석교사제 도입, 정년환원, 우수교원 유인체제 확립, 교원의 잡무경감, 제7차 교육과정의 수정·보완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일광초등교 학운위원장인 손현숙씨는 "학생들의 정서안정을 위해 기장군 같은 특수지에서 근무하는 교사의 근무연수(현 2년)를 연장하는 한편 그에 따른 특혜를 더 부여하고 학교 예산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현실적으로 상향조정하는 정책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퇴직 중등교장들의 모임인 한국중등교장평생동지회가 교총의 정치활동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평생동지회 오영환 회장은 22일 교총에서 열린 시·도 대의원 세미나 인사말을 통해 "우리는 교육과 교원에 불이익을 주는 국회의원·정당에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등 건전한 NGO로 나서야 한다"며 "선비정신을 갖고 옳은 것은 옳다하고 옳지 않은 것에는 목숨을 거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회장은 또 "교총의 정치참여 선언은 매우 적절한 것"이라며 "대학 교원의 정치활동은 허용하고 초·중등 교원은 제약하는 것은 문제"라고 강조했다. 오 회장은 특히 "정부는 2년전 원로교사 1명을 퇴출하면 2.5명의 신규교원을 채용할 수 있다는 논리에 '무능하다' '파렴치하다'는 등의 말까지 덧붙여 우리를 내몰았다"며 "교육자를 무시하는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녀의 일기 속에 끼어 든 배추흰나비 애벌레와 지렁이 배 경 숙 열어 놓은 거실 창문으로 들어온 5월 오후의 햇빛이 코발트 색 바닥에서 잘게 부서진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치맛자락을 휘돌아 감듯 금빛 너울이 일렁인다. 그녀는 눈을 몇 번 깜박이고는 책장 정리를 하다 찾아낸 빛 바랜 일기장을 열었다. 먼지가 매캐하게 피어오른다. 볼펜으로 또박또박 쓴 글씨에서 기름이 배어 나와 있는 것이 20여 년의 세월 저편의 이야기를 그녀에게 한 번 더 들려줄 준비를 하고 있던 것 같다. 그녀는 소파에 등을 대고 편히 앉았다. 19○○년 4월28일 두 손을 깍지를 끼고 등뒤로 올려 크게 하품을 했다. 왼쪽 검지손가락에 낀 묵주반지도 함께 하품을 한다. 눈가에 묻은 눈물을 손가락으로 찍어내던 나는 창가 쪽 그늘진 구석에 놓아둔 사육상자에 시선이 붙들렸다. 무 잎 한 장만 덜렁 들어 있지만 잎 뒤쪽에는 배추흰나비의 알이 다섯 개나 붙어서 생명을 키워가고 있다. 어제 아침에 강 선생이 낳은 지 3, 4일 됐을 거라면서 돋보기로 관찰해 보라고 해서 들여다봤을 때 깨알만큼 작은 보송보송한 연두색의 알을 보았다. 알이라니까 그런가보다 하지 꼭 만화책에 나오는 총알을 붙여 세워 놓은 것 같은 모습이었다. 옆의 수조에 삼분의 일쯤 담긴 흙 속에는 문제의 지렁이가 몸을 숨기고 있을 터였다. 지렁이, 시뻘건 살덩이, 길고 눈도 없는 것이 아무 데나 마구 기어다니고. 어제는 둘째 시간부터 다섯째 시간까지 3학년이 지렁이의 생김새를 관찰하는 수업을 하는 날이었다. 다행히 지렁이는 강 선생이 준비한다고 해서 나는 그 외의 실험기구만 준비해 주면 됐다. 그런데 수업이 다 끝나고 과학실에 들어왔을 때 나는 그만 소리를 꽥지르고 말았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엄지손가락 굵기 만한 지렁이 한 마리가 교실 바닥에서 몸을 뒤채고 있는 게 아닌가. 강 선생한테 도움을 청하자 강 선생은 지렁이를 버리는 대신 수조에 담아 사육상자 옆에다 놓았다. 강 선생은 작은 생명에 대해 아는 것도 많은 것 같다. 내가 사육상자 안을 들여다보는걸 보더니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다. "5일 째가 되면 노란색으로 변할 거요. 검은 색으로 변하면서 애벌레가 나올 준비를 할 때가 일주일 정도가 됐을 때입니다. 애벌레는 나오면 알껍질을 먹어요. 강한 생명력이지요."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사람이다. 나는 콧노래를 부르다가 수조를 툭 건드려 보았다. 아무 기척이 없다. 피부가 촉촉해야 산다는 녀석이 어제 마루바닥에서 괴로웠을 거라는데 생각이 미치자 나는 바싹 마른 흙 한쪽에다 물을 한 컵 가만히 부었다. 습기가 적당한 곳을 찾아 살겠지. 19○○년 4월 30일 어느 새 벽시계가 4시 30분을 가리킨다. 오늘 저녁은 성당에서 청년미사가 있는 날이라서 누구 말대로 '땡! 교문 출발'을 하려고 퇴근 준비를 서둘러야했다. 시내버스를 타고 퇴근해서 저녁만 먹고 성당에 가는데도 여차하면 늦기 일쑤이니까 그럴 수밖에. 그 때 노크 소리와 함께 강 선생을 흘낏 바라보기만 했다. 아무 말 없이 창가로 가 담배를 피워 무는 강 선생의 뒷모습이 만져질 듯이 들으며 책상 위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썼다. '당신은 누구세요?' "지렁이가 말이요." "녜?" "보면 볼수록 사람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 "자웅동체인데도 두 마리가 만나야만 새끼를 낳을 수 있는 것이 외로움을 타는 남자의 속내 같고 눈도 없는데 빛과 어둠을 가리는 능력을 가진 것도 그렇고...." "....." "어젯밤에 꿈을 꿨는데 지렁이 녀석이 점잖게 모자까지 쓰고 나와서는 고맙다고 합디다. 아름다운 곳에서 살게 해 줘서. 그런데 뭐가 아름답다는 건지 통 모르겠더라구요." 강 선생의 눈빛이 부딪쳐왔다.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지, 나의 무엇을 보고 있는지 정신이 아뜩해져서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때 구원의 퇴근 종이 울렸다. 나는 서랍을 열어 핸드백을 꺼내고 퇴근 준비를 서둘렀다. 그런데 강 선생은 두 팔을 번갈아 휘두르며 종희 얘기를 꺼냈다. "또 쓰러졌어요. 올해 벌써 세 번짼데 녀석 날이 갈수록 몸무게만 늘어서 나를 이렇게 골탕을 먹입니다." 나는 입술 양끝을 올려 웃어 보였다. 덩치가 큰 종희를 안고 2층 보건실로 뛰었을 강 선생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 않다. "쓰러지는 횟수가 느는데도 정확한 병명을 모른다니..." "걱정이겠네요." 그런데 내 말에 대꾸를 않던 강 선생이 몇 발짝 문을 향해 걷다가 돌아서서 "저녁에 시간 있어요?" 하고 물었다. 나는 순간 이상한 경험을 했다. 성당에 가야한다고 말을 하려는데 말이 되어 나오지 않는 것이다. 본드라도 붙인 것처럼 말이다. "바쁘면 늦게라도 슬슬 나와봐요. 시 도서관에서 논문 자료를 찾아야되는데 신 선생이 옆에 있어주면 잘 될 것 같아서...." 이번에는 손까지 떨렸다. "밤을 꼬박 세워야 하거든요. 게으름을 피웠더니...." 강 선생이 뚜벅뚜벅 여덟 발자국을 걸어서 문을 열고 나갔다. 나는 그제서야 입을 열고 숨을 내쉬었다. 미사만 겨우 마치고 도서관에 도착했을 때 강 선생은 두꺼운 책에서 무언가를 열심히 옮겨적고 있었다. 내가 다가앉자 씩 웃더니 하던 일을 계속한다. 많은 사람들이 책과 눈씨름을 하고 있고 책장 넘기는 소리와 외우는지 가끔 웅얼거리는 소리만 들릴 뿐 조용하기만 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강 선생에게서 샴푸 냄새가 났다. 앞머리가 푸스스 이마로 흘러내린 강 선생이 처음 보는 사람처럼 낯설었다. 옆에 내가 앉아 있다는 걸 잊었을까? 19○○년 5월 2일 아침에 출근해 보니 까맣게 만지면 휘어질 것 같은 털이 온몸을 뒤덮은 애벌레 한 마리가 머리를 휘두르며 알 껍질을 먹어대고 있었다. 일 껍질을 다 먹으면 무나 배춧잎을 먹고 자란다니 내일부터는 시장을 돌아서 출퇴근을 해야겠다. 어린것은 귀엽다던데 영 맘에 드는 구석이 없다. 털을 보면 볼수록 온몸에 스멀스멀 뭐가 기어다닐 것만 같다. 수조 속 지렁이의 옆구리가 보였다. 어느 땐가는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부분이 눈에 띈 적도 있다. 녀석이 가끔 빨갛고 길쭉한 끈으로 보이기도 하고 움직임이 때로는 경쾌하다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오늘 정말 하고싶은 얘기는 지금부터다. 중간놀이 시간에 종희가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쳐 강 선생이 안고 인근 병원으로 옮겼는데 여덟 바늘이나 꿰매야 하는데 마침 양호선생이 출장 중이라 내가 강 선생과 교대를 했다. 강 선생은 말없이 내 손을 잡았다. 땀으로 흠뻑 젖은 손이 왜 눈물에 젖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종희 할머니가 정말 검사를 해 봤을까요?" "......" "언젠가 종희 할머니를 본 적이 있어요. 부모도 없고 가진 것도 없는데 정말 대학병원 가서 검사를 했을까요?" 강 선생은 자신과 종희를 동일시하는지도 모른다. 할머니와 외롭고 가난하게 사는 종희의 아픔이 자신의 어린 시절을 기억하게 하는지도. 먼 빛으로 본 교사이면서 대학원생인 강 선생은 나의 숲이다. 가까이 들여다보니 숲의 속살이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나는 그 숲의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강 선생이 힘들면 쉬어갈 수 있는 편안한 둥지이고 싶다. 19○○년 5월 6일 끝내 다른 알속에서는 애벌레가 깨어나지 않았다.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는 바람에 부화하지 못한 것 같다는 강 선생의 말을 들으며 누르스름하게 말라붙은 알의 흔적을 본다. 얼마 더 지나면 그것마저도 사라지리라. 마음이 물밑으로 가라앉는다. 어제까지만 해도 검은 색을 많이 띄던 애벌레는 무 잎을 먹기 시작하면서 녹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용케도 애벌레는 줄기만 돌려놓고 부드러운 잎만 잘도 갉아먹는다. 겉모습도 빌로드 천 같이 부드러워 보인다. 그녀는 출근하면서 얻어온 배춧잎을 한 장 사육상자 안에 넣어주고 나서 문을 채웠다. 지금 누가 나더러 보물이 뭐냐고 물으면 '배추흰나비 애벌레 한 마리'라고 하면 몇 사람이 고개를 끄덕여줄까? 나비가 될 때까지 잘 자라주기를 기도하면서 6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하느라 부산스레 움직이는데 강 선생이 들어섰다. 면도를 하지 않은 꺼칠한 얼굴로 습관처럼 담배를 피워 물고 창가에 선다. "종희 할머니가 붙잡고 웁디다." "...." "어쩌면 사는 꼬라지가 나보다 더할 수가 있단 말이요. 지하 단칸 셋방에서 그나마 파출부일이라도 하니까 사는 거지..." 나는 마음이 또 가라앉았다. 꼬라지, 지하단칸셋방, 파출부가 가슴 한가득 추가되어 매달렸다. 그런데 왜 그 순간 추가 왼쪽 검지손가락에 끼운 묵주반지를 건드리며 지나갔는지는 지금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강 선생의 입에서 놀람인지 탄성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온 건 그 때였다. "거참, 이상하다." 강 선생은 지렁이가 담긴 수조 앞에 서 있었다. "전 반에는 내가 수조를 돌려놔 보기도 했는데 또 이쪽이네?" 웃었다. 강 선생의 목소리가 밝아져서. "외로움, 그럴까요?" 또 웃었다. 지렁이가 알까, 외로움을? "에라. 사랑이라고 해두죠." 나는 끝내 쿡쿡 소리내 웃었다. 강 선생도 하하 웃었다. 강 선생은 들어올 때보다 한결 나아진 기분으로 실험실을 나갔다. 나도 전염병처럼 번진 나아진 기분으로 수조 앞에 섰다. 애벌레는 열심히 배춧잎을 갉고 있는데 지렁이가 애벌레 쪽에서 몸을 꿈틀댄다. 녀석은 내가 제 하는 양을 훔쳐보고 있는 줄 죽을 때까지 모를 거다. 투명이라는 단어를 모를 테니 흙 위로만 아나오면 아무도 못 보는 줄 알 거다. 음흉한 녀석. 눈도 코도 없는 녀석이 감히 머리, 가슴, 배로 나뉜 고등동물을 좋아하다니. 저는 겨우 강모나 있는 주제에 다리가 8쌍이나 있고 녹색 빌로드 외투를 입은 예쁜 애벌레 옆을 얼찐거리다니. 그런데 나는 지금 일기를 쓰다가 애벌레도 지렁이의 존재를 알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얼핏 스쳤다. 그렇다면 멋진 사랑 이야깃 감이 되지 않을까? 19○○년 5월 8일 "박 선생이 병가요. 이틀이지만 우리 학교는 전출입생이 많으니 신 선생이 맡아서 생활기록부 전산망을 관리해 주시오. 부탁합니다." 교감 선생의 말에 나는 기어드는 소리로 대답을 했다. 입이 쑥 나왔다. 일손이 달린다고는 하지만 엄연히 사무가 구분되어 있는데 박 선생의 일이 또 내 몫으로 떨어졌다. 하긴 평소 우리들의 관계를 생각하면 딱히 입을 내밀 일도 아니다. 전산보조원인 박 선생과 과학조교인 나는 교사의 사회에서 열외인 기분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더 부담이 되는 것은 박 선생만큼 컴퓨터를 만지는 일에 자신이 없어서일 것이다. 나는 뾰족한 수 없이 서류철과 디스켓, CD를 들고 전산실로 들어갔다. 전산실에는 덜렁 컴퓨터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키도 크고 예쁜 박 선생과 방이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자기의 방은 자기의 냄새가 나도록 꾸며야한다'는 교장 선생의 말도 들을만한 것 같다. 컴퓨터를 켰다. 커서가 몇 번 깜박이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초기화면이 떴고 나는 마음을 고쳐먹기로 했다. '그래,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는 거야. 이틀뿐이잖아.' 전산실은 외딴섬처럼 조용했다. 조용하다못해 고즈넉했다. 지나다닐 사람이 별로 없는 한 쪽 구석에 있어서 박 선생을 평소에 자주 볼 수 없었나 보았다. 창문께로 다가앉으니 다행이 운동장 한 조각이 내려다보인다. 소리는 정지한 채 햇살만 가득 운동장에서 춤사위를 벌이고 있었다. '얼마나 아름답고 고마운 햇빛입니까? 돈 한 푼 내지 않아도 에너지를 만들어 1분 1초도 쉬지 않고 우리에게 보내주고 있으니. 햇빛 에너지로 옷을 만들어 입고 잘 난척하는 저 녹색 애벌레를 봐요. 4, 5일 동안 실컷 먹고 잠을 잘 때도 햇빛 에너지를 받으면서 자라지요. 먹은 만큼, 잠 잔 만큼, 허물 벗은 만큼 자라지요.' 노크도 없이 문이 드르륵 열렸다. 나는 햇빛에 강 선생의 기억에 취해서 천천히 뒤를 돌아 보았다. 그런데 거기에는 강 선생의 놀란 얼굴이 나를 마주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은 어색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쩐 일이요? 신 선생이." "선생님은요?" "전출생이 있어서요. 박 선생 어디 갔어요?" 박 선생이 결근을 해서 내가 전출입생 때문에 오게 되었다고 하자 강 선생은 주먹을 부르쥐며 분개했다. 하루 이틀 미룬다고 큰일나는 것도 아닌데 꼭 이렇게 해야하느냐는 것이었다. 침묵도 긍정이니 말을 해서 권리를 찾아야 한다고 하며 얼굴이 벌겋도록 교장교감 선생을 성토했다. 나는 괜찮으니 아무 말도 말라고 애원하다시피 해서야 강 선생은 돌아갔다. 전출생 이야기를 빼먹은 채. 다시 생각해도 참 따뜻하다. 따뜻한 사람이다. 참 저녁을 잘 못 먹어서 식중독에 걸렸다는 박 선생은 뭘 먹었을까? 이틀씩이나 병가를 내려면 얼마나 아파야 할까? 19○○년 5월9일 강 선생이 나른한 오후 햇살을 몰고 과학실에 들어섰다. 내가 사육상자 앞에서 세 번째 깊은 잠을 자고 있는 애벌레를 훔쳐보고 있을 때 강 선생은 얼굴에 온통 웃음을 머금은 채 옆에서 함께 애벌레를 훔쳐봤다. 지렁이 녀석도 함께. '지금이 몸이 자라는 때요." 내 귀에 대고 강 선생이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눈앞이 깜깜해져서 나는 고개만 주억거렸다. "봐서 알겠지만 이 번 잠에서 깨면 허물을 벗고 한 번 더 열심히 먹어댈거요. 마지막으로 잠을 자고 허물 벗고 그 다음에는 번데기가 되어서 나비가 될 준비를 하지요." 나는 건성으로 대답을 하면서 지렁이와 애벌레를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자나깨나 자기만 쳐다보는 지렁이 녀석을 애벌레가 눈치를 챘을까? 첫 번 째보다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잠자는 애벌레의 침대가 지렁이와 더 가까운 것은 우연일까? 나는 눈가가 후끈해지는 걸 느낀다. 그래 식물도 감정이 있다는데 하물며 움직이는 동물인데, 느낌이 없겠나? 느낌. 강 선생의 옆얼굴을 보니 '느낌을 말해 보라구. 그 남자가 풍기는 냄새 같은 거.' 하고 다그치던 친구가 떠올랐다. '음, 어두운 것 같으면서도 밝고, 주변 사람들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그리고 생명을 사랑해. 지렁이도 애벌레도... 또 많은 여자들이 그를 좋아해.' '그 남자가 좋아하는 게 아니고?' '아니야, 그 사람은 누구에게나 다 친절해.' '바람둥이의 전형이구나.' 웃었다. 강 선생은 다른 처녀 선생들도 많은데 나를 좋아한다는 걸 잘 아니까. "천신만고 끝에 나비가 되어서 세상에 살러 나오면 햇살이 젖은 몸을 말려줘요. 나비는 그 다음에 어떻게 할까요?" "날아가겠지요. 멀리." 강 선생의 눈에 얼핏 물기가 어렸다. "아침마다 잠자리에서 눈을 떴을 때 신 선생을 볼 수 있으면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 "나를 똑바로 봐요." 강 선생이 내 손을 잡으면서 얼굴을 가까이 댄다. 눈빛이 눈부시다. "보기 싫소?" 고개를 저었다. 슬픔이 가슴 밑을 흐른다. 찢어지게 가난해서 어렸을 때부터 철들도록 자신을 싫어하는 사람들 속에서만 살았다는 강 선생은 그래서 벌레와 친해졌다고 했던가. 강 선생에게 잡힌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강 선생은 기다렸다는 듯이 내 손가락에 천천히 입맞춤을 했다. 정확히 말하면 묵주반지에 대고 눈을 감은 채 입을 맞췄다. "옆에만 있어 준다면 나는 신 선생의 그 분 앞에 무릎도 꿇을 거요." 강 선생의 말이 귀 안을 울렸다. 몸 구석구석에 퍼져 있는 모든 세포가 곤두서서 방망이질 을 한다. 강 선생이 와락 끌어안았다. 가슴 뛰는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그대로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골마루에서 다다닥 뛰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팔을 푼 우리는 서로 등을 대고 돌아섰다. 강 선생이 문께로 나가며 "저녁에 전화 할 건데 괜찮지요?" 하고 머리를 긁는다. 나는 고개만 끄덕거렸다. 저녁 내내 나는 박 선생의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강 선생은 전화로 감미로운 G선상의 아리아를 들려주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였지만 먼저 걸려온 박선생의 차분하다못해 울림통을 울려 나오는 웅얼거림 같은 전화목소리 때문에 심사가 꼬인 실처럼 비틀려 있었다. 박 선생은 저녁에 꼭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찻집에 다다른 것은 약속 시간보다 30분이나 지난 뒤였다. 박선생은 창백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10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찻집에는 연인인 듯한 젊은 남녀 한 쌍이 어깨를 편안히 기대고 앉아 있을 뿐이었다. 나는 굳어지려는 마음을 풀어볼 양으로 물을 홀짝 마셨다. "G선상의 아리아, 들으셨어요?" '녜?" "강 선생님..." 박 선생의 눈이 반짝하고는 빛을 잃는다. "뭐라구요?" 모든 감각기관이 박 선생을 향해 열렸다. 온 신경을 팽팽히 당긴다. "분위기가 디카프리오 같지 않아요?.....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었어요." 귀 안으로 벌떼가 몰려든다. 수십 마리, 아니면 수백 마리가 날아들면 이런 소리가 날 것이다. "...... 다른 사람도 아닌 그에게서, 내가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 남자에게서 직접 들었으면...아니예요. 이렇게 엄청난 이야기는 직접 들으나 누구를 통해서 알게 되더라도 변할 수 없는 사실이니 마찬가지겠죠." 나는 와들와들 떨리는 몸을 주체하기가 힘들어 물을 마셨다. 젊은 두 남녀는 마주보고 입맞춤을 하는가. '눈앞에서 싹 꺼져버려!' "왜 저한테 강 선생님 이야기를..." 박 선생의 입가에 미소가 떴다 사라진다. "그 사람 다음 순례지가 신 선생님이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요. 그런데 그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 거예요. 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제가." 박 선생 이전에 또 어떤 곳을 거쳤을까? 그런 남자에게 순례자라는 말은 얼토당토않다. 나는 절대 강 선생의 순례지가 아니다. 숨을 깊이 마셨다가 천천히 코로 내 쉬었다. 가슴이 꽉차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허전하지도 않다. "그 사람 할머니 뵈었나요?" 고개를 흔들었다. "할머니도 병의 흔적을 갖고 계세요. 약하긴 하지만. 한.센.병." 박 선생이 한. 센. 병. 하고 꼭꼭 찍어 말을 하면서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본다. 한센병. 전에 어디선가 읽은 기억은 있는데. 어감이 부드럽다. 이런 이름의 병도 내가 환절기 때마다 의례적으로 앓곤 하는 감기몸살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플까? 그런데 왜 박 선생은 '할머니도'라고 할까? "소록도에 그 사람 부모님도 살아 계세요." 나를 지탱해주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젊은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바닥으로 통나무처럼 뚝 떨어진다. 실제로 나는 그 순간 옆으로 쓰러졌었나 보았다. 박 선생의 외마디 소리를 들은 것도 같고 그냥 보얗게 앉아 있는 걸 본 것도 같다. 19○○년 5월10일 따끈한 커피 잔에서 나오는 향내를 맡으며 책상에 엎드려 어젯밤의 꿈을 헤집어 보았다. 강 선생이 밤새도록 뭉그러진 손으로 나를 잡으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강 선생을 피해 다니느라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는데 이번에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다가오는 얼굴이 뒤틀린 여자가 막무가내로 내 옷을 잡아당겼다. 소리를 지르려고 해도 말이 되어 나오질 않는다. 그런데 마이크처럼 뭉그러진 손에서 소리가 났다. '내 곁에 있어줘요.' '사랑해요.' 귀를 막았다. 이번에는 'G선상의 아리아.' 머리를 흔들며 다 식은 커피를 입에 가져가는데 행진곡이 울렸다. 5월의 아침 햇빛을 받으면서 행진곡이 아이들을 운동장 가운데로 불러모은다. 조기 꼬불꼬불 늘어선 아이들은 1학년일 테고 고 옆이 2학년 그 옆이 아! 3학년. 강 선생님. 그녀는 늘어진 어깨로 자리에 와 앉았다. 나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린데. 강 선생님은 분명히 박 선생에게 사랑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결혼 하자고는 않고 부모님 이야기를 먼저 했다고 했지. 강 선생은 자신이 미감아 라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도구로 나를 선택한 건 아닐까? 애벌레가 식성 좋게 배춧잎을 먹어댄다. 이번이 마지막 먹음일 텐데 지렁이는 애벌레 쪽에서 꾸물댄다. 저 빨간 살덩이가, 저 하등동물이 사랑을 알면 어쩌겠다는 건다. 애벌레는 나비가 되어 날아가면 그 뿐인데. 사람인 나도 이렇게 복잡해진 머리와 가슴으로, 창백해진 믿음으로 앉아 있는데. 박 선생은 단칼에 무 자르듯 돌아섰다고 했다. 지금은 정상인으로 살아가지만 무서워서 싫다고 했단다. 자식이 잘못될까봐 싫다고 했다던가. 그리고는 씩씩하게 산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몸살을 앓는 것 같다고. 아니 멀쩡한 남자에게 상처를 줘서 벌을 받는 것 같다고. 박 선생은 끝내 그녀의 앞에서 울음을 터뜨렸다. 사랑했다고. 강 선생은 처음부터 신 선생에게 마음을 두고 있었는데 자기가 유혹했었다며 욕해도 달게 받겠노라고도 했다. 전산실에서 본 강 선생의 얼굴이 모자이크처럼 찢어졌다 일그러졌다 붙는다. 행진곡이 귀청을 때릴 듯이 울린다. 황급히 몸을 운동장 쪽으로 내밀었다. 아이들이 이리저리 엉긴 채 교실로 들어가는데 먼지도 보얗게 따라 나선다. 나는 카메라가 훑듯 운동장을 눈으로 훑는다. 없다. 얼굴에 열이 오른다. 왜 강 선생을 찾는가? 분명히 나는 그를 사랑하는 게다. 벌떡 일어났다. '강 선생님. 지금 내가 가요. 그러니 말 해줘야해요. 내게 바라는 게 뭔지.' 아이들이 교실에서 떠드는 소리가 왁자하게 나고 왔다갔다하는 것을 보니 아직 강 선생은 안 들어온 게 분명하다. 나는 떨리는 마음을 추스르려고 복도를 어슬렁거렸다. 골마루 판자 바닥 위로 개미가 줄지어 간다. 도대체 저 개미는 학교에 무슨 먹이가 있다고 자리를 잡았을까. 바보들. "신 선생님."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드니 강 선생이 복잡한 얼굴로 앞에 서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불쌍한 사람. 나는 왜 이렇게 이기적일까? 저 사람은 얼마나 건강한가. 아무 데서도 한센병의 흔적을 찾아낼 수가 없잖은가. 강 선생은 담배를 물고 운동장 쪽을 내다보며 혼잣말을 했다. "한참 기다렸어요 과학실에서. 나를 만나러 여기까지 온 줄도 모르고." "...." "그런데 왜 울어요. 설마 어젯밤 내내 생각하느라 눈이 짓무른 건 아닐테고." 나는 울다가 웃었다. 강 선생은 내 어깨를 툭 치며 "수업 끝나고 갈게요. 할 얘기가 있어요." 하고는 교실로 들어갔다. 아이들의 소리가 문을 여닫는 것을 따라 와악하고 퍼지다 도로 갇힌다.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할 얘기가 하, ㅏ, ㄹ, o, ㅒ, ㄱ, ㅣ로 분해되어 온 몸에 내려 앉는다. 발자국을 땔 때마다 비그르르 웃으며 따라온다. 어지럽다. 봄에 느낀 아지랑이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면. 과학실로 돌아와 2차시에 있을 4학년 실험 수업 준비를 했다. 어렸을 적에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 만큼 좋은데 떨어질까 봐 뱃속이 간질간질 했었지. 나는 구름 위를 걷듯이 4층으로 걸어 올라가 전산실 문을 열었다. 그런데 어디에도 기댈 곳 없이 을씨년스럽다. 어제의 박 선생이 하얗게 바랜 얼굴이 새삼 떠올랐다. 차가운 마음으로 앉아 있었을 박 선생. 박 선생이 마셨을 공기를 흠뻑 들이 마셨다. 박 선생이 걸었을 교실 바닥을 이리저리 걸어보았다. 박 선생이 만졌을 창틀을 만지고 벽에 기대어 생각에 잠겼다. 그래 이건 아니다. 아니야. 나는 강 선생을 좋아하지 않아. 아니 그런 적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아. 사랑이라니, 그런 터무니없는 말을. 나는 강 선생으로부터 자유롭다구. 얼마든지 자유로울 수 있어. 박 선생처럼 씩씩한 척을 하는 게 아니라 진짜로 씩씩할 수 있어.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꺼버릴 듯이 눈을 부라린다. 비밀 번호라. 어제도 켰는데. 비밀번호. 비밀번호. 한하운 시인이 어떤 시를 지었더라? 한 고개 넘어서 손가락 하나 묻고 한 고개 넘어 또 한 개의 손가락을 묻었다던가. 그 옆에만 가도 살 썩는 냄새가 날거야. 행진곡이 울리면서 방송으로 남자선생의 목소리가 꽝꽝 울린다. 오늘부터 중간놀이를 하니까 빨리 운동장으로 나오란다. 그녀는 전출생디스켓을 만들기 시작했다. 햇살은 벌써 따가울 텐데. 나는 골방에서 살 썩는 이야기나 기억해냈다. 흐흐흐. 손등을 이빨로 물어뜯었다. 아, 피, 이건 피, 썩은 살이 아니라도 살은 뜯긴다. 썩은 살이 아니라도 냄새가 난다. 비릿한. 생리. 반쯤 마른 오징어. 점심 시간이 되어서야 과학실로 내려왔다. 아이들이 정리를 했다고는 하나 실험기구며 교실 바닥이 어지럽다. 오후에 수업할 준비를 대충 해놓고 교무실로 디스켓을 가지고 갔다. 교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보통 때는 주번교사가 지키는데 오늘은 동굴 속 같다. 갈 수도 없고 서성대는데 전화가 때르릉 울렸다. 새삼스레 교무실을 둘러본 나는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전화기 저편에서 된 숨을 몰아 쉬었다. "초등학교입니다." '나 교감이요. 교장선생님 교무실에 안 계십니까?" "안 계십니다." "교장 선생님 뵈면 강 선생 상태가 안 좋다고만 전해 주시오. 종희는 괜찮고." 전화가 끊겼다. 한센병은 잠복기간이 10여 년이고 발병은 갑자기 되는게 아니라던데. 종희는? 수화기를 내려놓고 3학년 교실로 올라갔다. 3학년1반 아이들은 벌써 책가방을 메고 교실을 나서고 옆 반 아이들도 집에 갈 준비로 부산하다. 나는 옆 반 교실로 무조건 들어갔다. "강 선생님이 어떻게 됐어요?" 돋보기 쓴 선생님의 대답이 커다란 망치처럼 내 귀를 두드렸다. "나도 잘 모르지 종희를 안고 가다 교통사고가 났다는 것 밖에는." 간신히 교실을 나왔다. 상태가 안 좋다. 교통사고가 나서. 종희는 괜찮다. 애벌레가 움직임이 둔하다. 벌써 때가 되었나? 흙 위로 나온 지렁이가 사랑의 몸짓을 한다. 뭄부림을 친다. 바보 지렁이, 바보 종희, 바보 강 선생님, 바보 나. 지렁이는 한참동안 제 몸을 부비다가 애벌레를 넘겨보다가 저 혼자 늘어져 있다가 천천히 흙 속을 파고든다. 아주 천천히. 애벌레는 가만가만 지렁이를 흘깃거리다가 지렁이가 흙 속으로 완전히 꼬리를 감추자 배춧잎을 부지런히 먹어댄다. 너희들 서로 사랑하는구나. 말 안해도 알아. 그리고 슬퍼하는 거지? 아서라. 서로 갈 방향이 다르잖니. 너는 기다리고만 있어도 날개에 금가루 은가루를 묻히고 하늘을 날 수 있어. 너를 부러워하는 것들이 많단다. 이 세상은 넓고 참 아름답고 멋진 곳이야. 그런데 지렁이를 보렴. 눈도 코도 입도 없어. 화려한 날개는커녕 다리도 없지. 어둠 속에서 축축한 습기를 즐기며 사는 너보다 훨씬 못난 동물 같지 않은 동물이야. 5시에 울리는 차임벨 소리를 들으며 가방을 들고 일어섰다. 과학실 문을 열고 닫고 그리고 계단을 내려와 교문을 나섰다. 햇살이 따갑다. 해가리개를 만들어 하늘을 봐도 해가 보이지 않았다. 일기는 여기서 일단 끝나는 듯했다. 벽시계가 어느 새 11시를 가리키고 있다. 그녀는 일기장을 소파 위에 둔 채로 일어났다. 주전자에 물을 담아 원두커피 몇 알을 띄워 가스 렌지 위에 얹고 불을 약하게 켜 두었다. 집안 구석구석 커피 향이 배는 걸 그도 그녀도 좋아해서 가끔 그렇게 한다. 그녀는 다시 소파 위의 일기장을 집어들었다. 분명하진 않지만 뭔가를 더 적어 놓았던 것이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몇 장을 넘기니 그녀의 기억대로 날짜도 없이 휘갈겨 쓴 몇 장의 글이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날짜는 없지만 앞의 날짜를 짐작해서 그녀 나름대로 날짜를 눈으로 적어가며 읽었다. 19○○년 5월11일 나는 지렁이의 안내를 받으며 흙 속을 헤치고 걸어갔다. 숨을 못 쉬면 어쩌나 하는 생각과는 달리 공기는 쾌적하고 새벽의 동틀 무렵처럼 적당히 감춰진 햇빛 탓인지 모든 사물이 아름답게 보였다. 마을은 사람이 사는 곳과 아주 흡사해서 흙 속 나라에 온 것 같은 기분이 전혀 들지 않았다. 지렁이는 간편한 옷을 입고 모자까지 쓰고 있어서 흉하다기보다는 전부터 잘 알던 것 같은 친근함 마저 들었다. "아가씨. 부탁이 있어서 초대를 했습니다." 지렁이는 여름날 앉는 들마루로 나를 안내한 다음에 입을 열었다. "눈치채셨겠지만 저 애벌레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나는 알고 있다며 웃었다. "그런데 곧 갈 거라면서..." 말을 잇지 못하는 지렁이를 차마 쳐다 볼 수가 없어서 손가락만 만지작거렸다. "가지 말라고 했더니 자연의 법칙이니 어쩔 수가 없다고... 나는 그딴 것 모르니 가지 말라고 했더니... 울면서 죽고 싶다고... 제발 부탁입니다. 애벌레더러 잡지 않을 테니 죽지는 말라고 전해 주세요. 꼭." 지렁이가 주춤주춤 내 무릎께로 다가앉았다. 어느 새 뻘건 살덩이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뒤로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자갈길도 달리고 시냇물도 휙휙 뛰어넘었다. 그런데 앞에서 달려들어오는 또 다른 뭉그러진 살덩이., 아, 살, 아, 있, 는 살덩어리들. 나는 손을 잡는 다른 손에 두 손이 잡힌 채 눈을 떴다. 어딘가, 처음 보는 천정이다. "정신이 드냐?" 엄마다. 집은 아닌데. 크레졸 냄새와 함께 간호사가 내려다보며 링겔병을 만지고 나갔다. "디 큰 딸년 묻는 줄 알고 며칠 못 잤더니. 인제 됐다." 엄마가 머리를 쓸어 올려 주며 눈물을 글썽였다. "엄마, 강 선생님." "쯧쯧, 박 선생한테 얘기 들었다. 이런 말해서 안됐다만 참 나쁜 사람이다. 어째 그런 사람이 멀쩡한 처자를 넘보는 거냐 그래." "얼마나, 어떻게 됐어요 엄마." "많이 상했다더라. 사람노릇 할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만." 나는 그 자리에 도로 누웠다. 강 선생이 살아있다. 감사합니다 하느님.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지요. 강 선생만 있으면 개똥이 아니라 더한 곳이라도 괜찮아요. 19○○년 5월 13일 병원에 달려갔을 때 강 선생은 반 토막의 몸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종희를 안고 쓰러지면서 대형트럭의 바퀴에 두 다리가 그 자리에 절단되었는데 종희는 타박상만 입었다고 했다. 강 선생은 내 얼굴을 아예 보려고도 않고 고개를 벽 쪽으로 돌려버렸다. 강 선생의 할머니는 병원에 오지도 못하고 몸져누웠다고 했다. 불쌍하신 분. 끄트머리에 붙이는 글은 일기장의 끝 부분에 휘갈겨 쓴 것인데 어떻게 날짜를 적어볼까 하다가 그냥 읽기로 한 부분이다.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 때의 놀라움이 되살아난다. 나는 그 후로 학교에 꼭 두 번 갔다. 한 번은 강 선생이 1차 수술을 끝내고 바로 강 선생의 물건을 정리하러 3학년 1반 교실에 갔었고 한 번은 내 짐을 꾸리러 갔었다. 짐이랄 것도 없지만 과학실에 있는 교사용 책상 서랍을 정리해 쇼핑백에 담아 나오던 나는 습관처럼 사육상자 앞에 섰는데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지 못한 채 죽어 있었던 것이다. 먹이가 모자랐는가하고 살펴보았지만 누렇게 말라 바닥에 뒹구는 배춧잎을 발견하고 말았다. 나는 그만 불가사의한 사실 앞에서 입을 틀어막은 채 울고 말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가 있단 말인가. 웃는 듯이 그렇게 죽어 있었다. 죽어서 썩은 것이 아니라 파랗게 말라 있었다. 마른 누에처럼 아름다운 미이라로. 그녀는 등을 소파에 깊숙이 묻고 눈을 감았다. 애벌레와 지렁이의 일이 어제의 것처럼 가슴 한켠이 아려온다. 그 뒤로 지렁이와 애벌레를 어떻게 했나 생각은 없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사랑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코끝에 커피 향이 배어든다. 그녀는 숨을 크게 들이 마셨다. 천천히 내뱉는다. 가슴 가득 세월이 남는다. 휠체어를 타지만 자상한 강 선생과 두 딸의 따뜻함이 가슴이 터질 듯이 차 오른다. 그녀는 살며시 눈을 뜨고 거실바닥에 에너지를 쏟아 붓는 햇살을 보며 일기장을 덮었다. -끝- 충북 청주 남평초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