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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학업중단 학생 기숙사로 시작 선생님 대신 ‘어른’ 호칭 사용 학생 중심이지만 규칙은 있어 일본에도 여러 문제로 제도권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보다는 명문대학, 좋은 직장, 학교성적에 대한 집착이 덜하다고 해도 결국 제도권 학교라는 울타리 속에서 모든 학생들이 적응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와카야마 현과 나라 현 경계선의 어느 산 속에 특별한 학교가 있다. 산 속에 있어 겨울에는 눈으로 덮이고, 원숭이와 사슴이 나타나 학생들과 자유롭게 어울리는 아주 이색적인 학교다. 대안교육에 관심을 가진 학부모와 교육관계자들의 주목을 계속 받아온 이 학교의 이름은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소·중학교’다. 와카야마 현에서 학교법인 인가를 받은 사립학교다. 소·중학교생 173명 가운데 7할 정도가 기숙사에서 생활한다. 그렇다고는 해도 주말에는 대부분 가정으로 귀가한다. 이 학교는 시험도 숙제도 없다. 교원에게 ‘선생님’이라는 일반적인 호칭을 쓰지 않고 친밀감과 존경을 담아 ‘어른’이라는 별칭으로 부른다. 소학교는 5학급, 중학교는 6학급으로 학년별로 편성하지 않고 ‘프로젝트’로 부르는 학습 테마별로 반이 편성된다. 반은 학생 자신이 선택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주로 물건을 만드는 공작시간이 많아 중학교에는 ‘도구제작소’, 소학교에는 공작소를 뜻하는 ‘공무점’이라는 반이 있다. ‘짚신반’이라는 이색적인 반도 있다. 이 반은 ‘이것도 저것도 하고 싶다’는 의욕을 가진 학생들이 모인 반으로 학급 이름도 학생이 지었다. 담임은 따로 없다. 프로젝트의 내용과 계획도 학생이 정한다. 올해 ‘짚신반’은 3학년 5명뿐이다. 전자사전으로 ‘특정비밀보호법’의 조문을 읽고 있다. 원문을 읽고 찬반양론으로 갈라진 자신들의 의견을 정리한다. 비교적 자유로운 ‘키노쿠니 어린이마을 소·중학교’에도 규칙은 있다. 전교생이 주 1회 개최하는 회의에 참여해서 결정한다. 예를 들어, ‘이지매’에 대한 조치는 ‘발견하면 주의를 준다’, ‘회의 개최 시 보고한다’, ‘신체에 대한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등의 규칙을 정한다. 의결을 할 때는 학생도 어른도 동등하다. 학교가 양성하고 싶은 것은 제도권 규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학생이다. 그 때문에 자기 결정을 중시하고 획일적이기보다는 개별화된 교육을 지향한다. 교과서가 아니라 체험에 의한 학습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학교 창설의 주역은 호리 신이치로 교장(71)이다. 오사카시에서 유아교육을 하던 그는 1984년 어느 생활조사에서 2할에 달하는 아동이 ‘놀고 싶지 않다’고 대답한 것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아이들이라면 놀고 싶은 것이 당연할 텐데도 놀고 싶은 의욕을 잃어버리게 된 것은 제도권 교육이 관리위주의 교육을 한 탓이라고 진단하고 A.S. 닐이 설립한 영국의 섬머힐 학교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1985년에는 ‘새로운 학교를 만드는 모임’을 발족시켜 오사카부 하시모토시 내에 토지를 빌려 ‘어린이마을. 산속의 집’이라는 이름으로 장기간 학교를 휴학한 학업중단 학생들이 합숙하는 기숙사를 만들었다. 동시에 학교개설의 준비도 시작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자금을 모으는 것이었다. 개교에 약 2억 3000만 엔 정도가 필요했다. 개인과 기업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는 부족해 자신의 집을 은행에 담보로 맡기고 자금을 마련했다. 학습비품 가운데 대부분은 기증받았다. 결국 92년 4월에 인구감소로 고민하는 하시모토시 산에 가까운 마을에 ‘산의 집’이라는 소학교를 개교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개교 직후에 위기가 찾아왔다. ‘어른은 전원 동일 임금’, ‘프로젝트중심의 학년 구분 없는 학급편성’ 등의 방침에 20명의 교직원 중에 4명이 반기를 들고 학교를 떠났다. 입시지도를 요구하는 학부모도 있었다. 그러나 호리 교장은 “작은 타협이 학교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자신의 교육방침에 반하는 요구에는 응하지 않았다. 호리 교장은 94년에 오사카 시립대 교수직도 그만두고 학교일에 전념했다. 결국 학교는 기존의 제도권 교육에 의문을 가진 학부모들의 관심을 받아 후쿠이현, 후쿠오카현, 야마니시현에도 설립됐고 영국에도 분교를 세우기에 이르렀다. 본인도 국내 4개교에서 소학교 수업과 고등전수학교에서 산수, 영어, 심릭학 수업을 직접 담당하고 있는 호리 교장은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로부터 “고맙습니다”라는 얘기를 들을 때 행복함을 느낀다고 한다. ‘키노쿠니 어린이 마을’은 소학교가 창립 22주년, 중학교가 20년이 됐다. 작은 학교지만 이 학교의 모습을 제도권 학교의 관리교육 중심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의 정서 불안정, 여유 없는 경쟁교육, 일탈 문제 등을 반성해 보고 미래에 어떤 교육을 통해서 어떤 인간을 키워낼까 생각해보는 하나의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지자체서 음악학교 운영·스포츠클럽 재정지원 소득 따라 교육비 차등…자격증 따 대학도 가 네덜란드는 정규교과의 예체능수업 외에 추가적으로 하는 기예교육도 대부분 사교육기관이 아닌 공공교육기관에서 이뤄지고 있다. 게다가 부모의 소득에 따라 교육비를 차등해 저소득층 자녀도 재능만 있으면 얼마든지 예체능교육을 누릴 수 있다. 예능교육은 주로 각 시에서 운영하는 음악학교(Muzikschool)에서 이뤄진다. 학생이든 성인이든 누구든지 회원으로 가입해 등록하기만 하면 피아노나 바이올린 등 자신이 원하는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음악학교에서는 현악기나 타악기를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기 때문에 처음 배우는 학생들의 경우 개인 악기가 없어도 악기를 배울 수 있다. 악기를 연주하다 취미를 잃거나 하기 싫으면 빌린 악기를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비싼 악기를 굳이 처음부터 사야 하는 부담도 없다. 또 음악학교 레슨비가 부모의 소득에 따라 A, B, C등급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장점도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준다. 저소득층 자녀는 같은 교사에게 5분의 1가격으로 레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시에서 이들을 위한 예능 교육비를 지원해주기 때문이다. 레슨비도 악기를 배울 때 바로 내지 않고 한두 달 뒤에 내면 된다. 보통 1년분을 자신의 형편에 따라 3번에서 5번까지 나눠 낼 수 있기도 하다. 필자도 네덜란드에서 세 자녀를 모두 음악학교에 보내 피아노, 바이올린, 키보드를 배우게 했다. 남편이 유학생으로 있을 때였기 때문에 소득이 없었지만 최저비용만 내면 됐기에 부담 없이 아이들에게 음악교육의 혜택을 누리도록 했다. 한 명 레슨비가 1년에 30만원 정도였으니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악기를 배운 셈이다. 악기를 배운 학생들은 실력에 따라 시험을 보고 A, B, C, D 네 단계로 구분된 공인 자격증을 받게 된다. 이 음악학교 자격증은 최고자격증인 D 자격증(diploma)을 얻게 되면 음악대학에 들어갈 때 시험을 보지 않고도 입학할 수 있을 만큼 인정받고 있다. 이 때문에 음악학교는 수강생들로 만원을 이뤄 입학하려면 늘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체육교육은 각 스포츠클럽에서 운영하는데, 대부분 시에서 운영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스포츠교육 역시 아주 저렴하다. 예를 들어 축구클럽에 들어가 축구를 배울 경우, 1년에 레슨비가 20만원 미만이다. 이 금액도 대부분 분납이 가능해 네덜란드에서는 예체능이나 취미를 배우는데 큰 부담이 없어 대다수 학생들이 하나 이상의 스포츠를 마음껏 즐기고 있다. 이렇게 네덜란드는 정부의 지원을 받는 음악학교와 스포츠클럽이 도시를 비롯해 농촌에까지 모두 갖춰져 있어, 저소득층 자녀들도 다양한 예능교육과 스포츠교육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이들 기관은 영재들을 조기 발굴해 국가와 대학 예체능기관과 연계를 통해 각 분야의 꿈나무들을 키우는 역할도 하고 있다.
교총은 교육감 교육경력 부활을 이끌어낸 데 이어 국회에 요구한 2대 핵심사항 중 남은 교육의원제도 유지를 요구하기 위해 사상 첫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교총과 전교조, 교육의원총회, 교장회, 학부모단체, 시민사회단체 등 범교육계는 6일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교육자치 수호와 교육의원제도 유지 촉구 교육계 단식농성’을 결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각 단체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릴레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보수·진보를 아우르는 62개 참여단체들은 교육감 교육경력 부활을 이번 선거에 적용하지 못하게 된 상황을 두고 “역사에 유래가 없는 교육경력이 전무한 교육감이 나올 수도 있게 됐다”며 “늑장 졸속 개정안을 만든 국회는 이로 인한 비교육적 사태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국회가 교육감 경력 부활 처리와 같은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기 바란다”며 “최소한 14일까지는 교육의원 일몰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오는 21일부터 시작되는 시·도 지방자치의원 예비후보 등록 전에 관련법이 시행되려면 14일까지는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교육감 후보의 3년 이상 교육경력 자격요건이 교총 등 범교육계의 총력투쟁으로 부활됐다. 하지만 정치권의 법안 늑장처리로 이번 6·4 지방선거에는 적용하지 못하고 7월 이후 재·보선부터 적용하게 됐다. 국회는 6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지방교육자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했다. 교총 등 교육계의 줄기찬 기자회견, 대국회 활동으로 ‘교육경력 부활’은 이뤄졌다. 하지만 당장 치러질 6·4 교육감선거에서는 교육경력 요건이 한시적으로 폐지됨으로써 무경력 후보들이 난립, 교육자치에 심대한 오점을 남기게 됐다. 이처럼 6·4 지방선거에서 적용하지 못할 ‘반쪽’ 법안이 의결된 것은 지난 4일 개최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기된 ‘위헌소지’ 때문이다. 전문위원실과 다수 의원이 소급입법으로 법 시행 전 예비후보자 등록을 한 사람의 신뢰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2월 4일 시작된 예비후보 등록 전 법 개정안이 시행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로 법안 심사가 보류된 것이다. 이에 교총은 6일 오후 정치권에 늑장처리의 책임을 묻는 논평을 내고 양당 정개특위 위원과 수뇌부를 만나 교육계의 강력한 의저를 전달, 양당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통과가 무산될 뻔한 교육자치법 개정이 가까스로 이뤄졌지만 6·4 지방선거가 아닌 7월 재·보선부터 적용되는 차선책이어서 교육계에서는 환영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교총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다 뒤늦은 여‧야 합의와 늑장 법안 처리로 교육감 후보의 자격이 이번 선거전후로 오락가락하는 혼선이 발생한 책임은 전적으로 정치권에 있다”며 “같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위원회 일몰제 폐지, 교육감선거완전공영제 실시, 유초중등교원의 교육선거 참여 보장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이 날 개정된 지방교육자치법에는 교육감 선거 투표용지를 순환배열방식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교육감 투표용지만 ‘가로열거형 기초선거구단위 순환배열식’으로 변경해 소위 ‘로또선거’를 방지한다는 것이다. 후보자에게 기호를 부여하지 않고 이름을 가로로 배열하되, 각 후보자의 이름이 골고루 앞에 오도록 순환배열하는 방식이다. ‘공무원 중립의무위반죄’ 신설 등 공정선거를 위한 12개항의 내용이 담긴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함께 처리됐다. ‘공무원 중립의무위반죄’는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또는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조항이다. 이 범죄의 공소시효는 ‘선거일 후 10년까지’다.
전남 남서해안에 위치한 진도군 조도는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새가 날아와 앉아 있는 새와 같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지만 매우 외진 섬인 거차·관사·대마도에 조도초 분교들이 있다. 이번 서울문화탐방은 지난여름 M-이코노미 30여 명의 직원들이 조도면 대마도에 봉사활동을 오면서 시작됐다. 뜻밖의 소중한 인연은 우리 아이들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줬다. 우리 학교 아이들을 잊지 않은 M-이코노미 측에서 서울시교육청을 통해 겨울방학 동안 우리를 서울로 초청했고, 서울시교육청도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2월 4일부터 7일까지 ‘조도 분교 아이들의 서울문화탐방’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조도초 분교 아이들은 그 수가 적고 도서 지역에 있기 때문에 도시 아이들과 같은 교육활동을 하기가 어렵다. 특히 교과서에 토론, 발표 등의 활동이나 협동학습이 있어도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문화생활이나 체험학습을 위해 뭍으로 나가려면 오가는데 많은 시간이 걸려 2박 3일을 잡아야 한다. 그런데 이번 초청으로흩어져 있던 조도초 거차·관사·대마 분교학생들이 생각하기도 힘든 서울로 함께 문화탐방을 오게 돼 아이들도 매우 기뻐하고 인솔 교사로써도 뿌듯했다. 다만 원래 10명의 학생이 오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풍랑주의보로 출발이 앞당겨 지면서 4명이 함께하지 못하게 돼 안타까웠다. 어렵사리 진도에서 출발한 우리는 서울에 도착해 서울문화탐방을 시작했다. 먼저 서울시교육청을 방문해 서울시 교육감과 M-이코노미 분들을 만났고, 서울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었던 서울역사박물관, 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동상 등 다양한 서울의 상징물이 모여 있는 광화문 광장과 도심을 가로지르는 청계천, 왕이 살았던 경복궁, 조선 시대의 옛 모습을 볼 수 있어 서울의 탄생과 발전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었던 북촌마을(사진), 화려한 야경에 눈이 휘둥그레 해졌던 서울 N타워 등 여기저기를 둘러봤다. 특히 아이들은 서울역사박물관 서울 도시모형 영상관에서의 화려한 영상, 1박 2일에서 봤던 북촌마을과 무한도전에 나온 코리아목욕탕을 보면서 매우 신기해했다. 또 전문해설사와 함께했기 때문에 재미있으면서도 알찬 서울의 이모저모를 알게 됐다. 무엇보다 마지막 날 방문한 롯데월드에서 꿈에 그리던 놀이기구를 타는 해맑은 아이들의 모습은 그 어떤 것보다 가슴을 벅차게 했다. 600년 도읍의 역사와 눈부신 현재가 공존하는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 추운 날씨와 빠듯한 일정에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이 힘들어하기도 했지만, 생동감 넘치는 도시 문화를 즐겼던 서울문화탐방의 기억이 우리 아이들에게 평생에 남을 아름다운 추억이 되길 바란다. ※ 본지는 생동감 넘치는 교육현장을 담고자 합니다. 나누고픈 경험담과 사진을 함께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국회가 교육계에 큰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정개특위 논의가 시작되면서잘못된 지방교육자치법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특위기간 동안 위원들은 정치적 이해득실만 따지며 교육계의 요구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다. 연장된 정개특위에서야 겨우 교육감 교육경력 3년 요건을 부활시키는 데 합의했고, 이마저도 늑장처리로 위헌 논란에 휩싸여 7월 재보궐 선거부터 적용하기로 수정·통과됐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법안 처리과정의 혼선과이번 선거에 무경력 후보 등의 난립 우려는 정치권이 책임져야 한다. 지금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교육의원제도 유지에 관해서는 제대로 논의조차못했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일몰조항에 따라 교육의원제도가 사라져 버릴 위험성이 높다. 그동안 범교육계는 교육의원 유지와 정수 확대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유성엽, 박인숙,도종환 의원 등많은 국회의원들도 교육의원제도 존속을 요구하는 지방교육자치법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럼에도 정개특위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고 있다. 결국 참다못한 교총, 전교조, 한국교육의원총회, 교장회, 학부모단체들이 6일부터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단식 투쟁을 시작했다. 국회가 교육 발전에 진력해야 할 범교육계 대표들을 영하의 칼바람이 부는 거리로 내 몬 것이다. 교육의원제도는 헌법적 요청사항이며,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면면이 유지되어 온 교육자치의 중요한 근간이다. 만약폐지된다면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의 가치가 크게 후퇴할 것이다. 정개특위 활동기한이 이달 말까지 연장되기는 했지만, 21일부터 시도 지방자치의원 예비 후보등록이 시작되므로 실제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교육감 교육경력 요건 위헌 논란과 같은 추태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적어도 중순 전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정답은 멀리 있지 않다. 맹추위에도 아랑곳 않고힘겨운 투쟁을 하며 교육의원제 부활을 외치는 교육계 대표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면 된다.
교육부는 올해부터 전국 초등학교 1~2학년 24만 명에게 오후 5시까지 '돌봄 교실'을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맞벌이·저소득층·한부모 가정·시설 수용 학생들 대상으로 밤 10시까지 저녁 돌봄교실을 운영할 계획이다. 방과 후에 집에 가도 보호자가 없는 아이들을 위해 초등 돌봄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한다. 하지만 돌봄기능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무리하게 학교에 떠맡기는 정책은 학교교육력을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돌봄교실은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을 위한 것으로 교육서비스라기보다는 보육서비스다. 부모들은 보육기능을 넘어 방과후 교육을 바라고 있지만 학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차고 학교현실은 멀기만 하다. 무엇보다 현재 돌봄교실은 준비가 미흡하다. 초등 돌봄교실 확대 발표 후 신청자는 정부 예상보다 급증했지만 정작 학교는 늘어난 학생을 수용할 수 있는 전용·겸용 교실 마련, 돌봄교사 채용, 교육 프로그램 등이 미처 마련되지 않았다. 또 돌봄교실의 보육기능을 10시까지 연장한다면 전담 인력을 두더라도 학교장이나 담당교사가 인력 및 시설관리, 학생안전 등의 책임때문에 심리적·육체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어 학교교육에 지장을 준다. 그럼에도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핑크빛 전망만 하고 있다. 정부는 학교현실을 고려해돌봄교실을 운영해야 한다. 많은 수요만큼이나 질 높은 보육 및 교육서비스가 제공돼야 부모들이 만족하는 좋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돌봄교실을 교육청, 지자체, 지역사회의 기관이나 단체를 중심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교육청․지자체는 운영 주체로서 안정적인 재정지원을 통해 돌봄강사와 시설을 확보하고 학생안전에 힘써야 한다. 또 학교시설을 이용할 때 담당교사나 강사의 책임을 명확히 해 학교의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 아울러 정책 시행 전에 학교의 여건, 지자체의 예산, 돌봄강사나 관리교사의 의견 등을 종합·검토해 학교 현실에 부합하게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정부가 학교의 운영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거와 같이 일방적으로 인기영합에 함몰돼 정책을 추진한다면 다른 많은 사례와 같이 실패로 끝나고 말 것이다.
최근 교육현장에서는 학생의 자기주도적 학습이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 교육은 학습자 중심 교육을 정규 교육과정에 적용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방법적 접근이다. 교육부도 2011년도부터 스마트 교육에 대한 계획을 수립해 스마트 교육 선도요원을 양성하고 이와 관련된 연수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선 교사들의 관심도 차츰 높아지고 다양한 현장 사례들이 소개된다. 교실 속 스마트 교육, ‘산 넘어 산’ 하지만 막상 스마트 교육을 교실에 적용하려고 하면 인터넷 접속을 위한 환경이 마련되지 않아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나는 지난해 ‘인터넷자원기반 탐구학습’을 준비했었다. 학교에는 태블릿 PC가 없고 다행히반 학생 중 1명을 제외한 모든 학생이 스마트폰을 갖고 있어 이 방법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야심차게 준비한 탐구학습은 학생들의 스마트폰 요금제가 대부분 최저 요금제라 자료 검색활동을 얼마 하지 못하고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대안으로 컴퓨터실을 이용해 검색활동을 하도록 했지만, 아이들은 컴퓨터실과 교실을 뜀박질하듯 오가느라 산만해지고 시간도 부족하게 돼 수업은 엉망이 됐다. ‘교실에 무선 인터넷만 됐어도 좋았을 텐데’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결국 자비로 교실에 무선공유기 두 대를 구매해 보안설정을 철저히 한 후 학생들에게 사용하도록 했지만 이마저도 보안규정 때문에 그만둬야 했다. 2013년 교육부는 전국 초․중․고를 대상으로 스마트 기기 보유현황을 조사했다. 결과를 보면 지역별 편차는 있겠지만 전체 학생의 69%가 스마트폰을보유할 만큼 보편화됐다. 반면 학교의 기기 보유현황은 태블릿 PC 23%, 전자 칠판 60%, IPTV 35%, 무선네트워크 20%로 조사됐다. 디지털교과서 연구학교 주무교사였던 경험에 비춰볼 때, 무선네트워크와 태블릿 PC 보유율을 학교수로 조사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학교가 태블릿 PC를 보유했더라도 전체 학년에서 많아 봐야 2개 학급이 사용할 정도이고, 무선네트워크도 이 특별한 교실을 위한 전유물일 뿐이다. 따라서 태블릿 PC와 무선네트워크를 학급비율로 다시 환산하면 보유율은 크게 떨어진다. 스마트 교육을 위해서는 원활한 무선네트워크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스마트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 무선네트워크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필자와 같이 스마트 교육에 열의를 갖고 교사가 자발적으로 무선네트워크를 설치하려 해도 무선랜구축 관련 규정에 따라 위법 행위가 된다. 방통위와 인터넷진흥원의 규정은 학교와 기업을 구분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교실조차도 기업수준의 보안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결국 학교가 모든 보안조건을 충족시키는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것은 예산 측면이나 추후 관리 측면에서 불가능하다. 만약 규정에 맞는 무선네트워크를 구축하더라도, 인증된 단말기만 무선네트워크에 접속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태블릿 PC를 갖추지 않는 한 학생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을 제약이 따른다. 보안규정 보완과 인프라 투자 시급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IT 강국이라 불리고 세계 1위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한다. 교육부도 디지털교과서 개발·상용화 등 스마트 교육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스마트 교육을 하려 해도 무선네트워크 등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하고, 심지어 관련 규정으로 인해 교사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연구활동 조차 법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교사들의 실험적이고 열정에 찬 노력이 모여야 수업이 더욱 학생 중심으로 바뀔 수 있다. 이것이 교단의 자발적인 수업문화 혁신이다. 교사들이 스마트 교육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수업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의 보완과 교육부, 시·도교육청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병행되길 기대해 본다.
우리 농어촌과 농어촌 학교들이 위기에 처해 있다. 그 동안은 도시학교와의 교육격차를 고민해 왔으나 이제는 학교존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다. 2005년 이후 학생 수 변화추이를 보면 10년을 넘지 않은 짧은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학생 수가 급격하게 감소해 초등학교는 약 4백만 명에서 1백만 명이 이상이, 중학교는 약 2백만 명에서 20만 명 정도가 줄었다. 초등학생과 비교해 중학생 수는 상대적으로 적게 줄었지만 곧 초등학생 수 감소의 파고가 중학생 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폐교 압박 속 읍 지역 학생수 안정 그렇다면 전국적인 학생수 감소 추세 속에서 면과 도서벽지 지역의 학생수는 얼마나 줄었는가. 초등학생 수가 면지역이 30%, 도서벽지 지역은 50%가 줄었다. 그 결과 학생수 60명 이하의 과소규모 학교가 분교를 제외해도 면지역은 두 개 중의 한 학교, 도서벽지 지역은 세 개 중의 두 개 학교 정도다. 대다수의 학생수 60명 이하의 학교는 폐교의 압박을 받고 있으며, 좋은 교육이 이뤄지기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농어촌의 저출산 고령화 추세를 감안할 때 학생 수 감소는 더욱 가속화되고 많은 학교가 연쇄적으로 문을 닫게 될 운명이다. 이렇듯 농어촌 학교의 미래는 그저 암울하기만 하다. 하지만 행정구역상으로 농어촌 지역으로 분류되는 읍지역의 경우, 초등학생 수는 대도시나 중소도시보다 감소폭이 현저하게 적고, 중학생 수는 오히려 늘어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지속해서 면과 도서지역으로부터 읍 지역으로 학생이 유입되는 반면 읍 지역에서 시 지역으로의 학생유출이 크게 완화됐다는 증표이다. 읍 지역 학생수가 비교적 안정화 됐다는 점은 그동안 정부가 추진해온 농어촌학생 대학입학특별전형제도의 도입 및 비율 확대, 농어촌 1군 1우수 고등학교 육성 및 기숙형고교로 전환 등의 정책적 노력과 재정적 지원에 따른 가시적 성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이제 면과 도서지역으로부터 읍 지역으로의 학생이동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시급히 강구돼야 할 때다. 다행히 지난 정부부터 면 지역에 소재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대상으로 전원학교 재정지원 사업을 전개해 왔다. 이 사업을 통해 소규모학교의 학생수 유지 또는 학생수 증가를 통한 학교규모 적정화 가능성을 확인했고, 일부 학교들은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 지속 발전 가능한 학교로 성장하기도 했다. 새 정부는 농어촌학교 육성 정책의 연장선에서 첫 번째로 ‘농어촌 학교 ICT 활용 시범운영학교 사업’을 착수했다. 이 사업은 ICT를 활용한 스마트 교육을 농어촌 학교에 국한하지 않고 장차 전국 학교로의 확산을 전제로 하면서 취약지역인 농어촌을 우선해 추진한다는 의의를 가진다. 예컨대, 중학교 무상의무교육을 1985년 도서벽지에서 시작해 읍면지역으로 확대하고, 2002년에야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한 것과 같은 농어촌 우대정책의 성격이다. 이 사업을 통해 농어촌 작은 학교의 학습여건 개선과 문예․예술 학습 기회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두 번째로 농어촌 거점별 우수중학교 육성사업 이른바 ‘거점 중학교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이 사업은 면 지역에 소재하는 중학교의 학생 수를 유지 또는 증가시키기 위해서 교육프로그램의 질 개선과 함께 2B(boarding, busing)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각종 특성화 프로그램 운영, 기숙사 신축, 통학버스 임차 등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하고, 향후 5년간 80교를 지정·육성할 계획이다. 농어촌에서 초등학교 단계의 전원학교와 고등학교 단계의 기숙형 고등학교의 연계를 강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직된 학구제 적용 탈피해야 농어촌 학교의 육성을 도모함에 있어서 정부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농어촌 특히 면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고사 직전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교육력을 향상시키고, 학생 수를 늘리기 위한 정부의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특히 지역 또는 공간으로서 농어촌 학교의 가치가 재인식되고 있는 시점에서 농어촌 학교 발전의 최대 걸림돌인 경직적인 학구제 적용을 탈피하는 과감한 조치도 기대해 본다.
유대인식 토론법 ‘하브루타’ 과목별 교수학습안 개발·적용 짝 지어 끊임없이 묻고 대답 경청·공감·소통 등 인성교육도 쉬는 시간에도 토론 연장돼 수업 중 조는 아이 없어졌다 수업시간 학생들은 선생님을 쳐다보지 않는다. 짝을 지어 질문하고 대화하는데 여념이 없어 교실 분위기는 다소 소란스럽다. 유대인이 수천년 전부터 고수해온 교육인 ‘하브루타’는 이렇게 ‘시끄러운 교실’이 지극히 당연한 토론학습법이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사고를 확장하도록 내버려두되 창의적인 내용을 적절히 수렴해주는 것은 교사의 역할이다. 하브루타는 이처럼 1:1로 짝을 지어 질문하고 토론하는 교육방법을 뜻한다.(본지 2013년 7월 15일자 참조) 이런 교육법을 현장에 도입하기 위해 1년 동안 교수학습안을 개발하고 연구·적용한 교사들이 있다. 경기 고양제일중 박경란 교사 외 11명의 ‘하브루타 토론연구동아리’다. 박 교사는 이 동아리를 결성하기 위해 지난해 2월 미국 유대인 마을과 중․고교, 대학교, 가정 등 유대인식 탈무드 디베이트를 배울 수 있는 모든 곳을 방문했다. 박 교사는 “쉐마 교사교육 3학기 과정을 마치고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동료 교사들에게도 하브루타 교육법을 널리 알리고 싶어 동아리를 결성․이끌게 됐다”고 밝혔다. 교사들은 토론교육이해를 위한 이론적용 관련 세미나 및 컨설팅, 토론 모임을 10회 이상 실시했고 매주 금요일 방과 후에는 교사 모임을 통해 고민, 궁금한 점 등을 공유하고 각자의 적용 결과를 피드백 했다. 고양제일중은 올해 추가 회원을 모집해 하브루타 교사토론동아리 2기를 출범하고 수업 컨설팅을 계속할 예정이다. 또 심리학 동아리도 병행 운영함으로써 교사들이 학생들을 한 단계 더 이해하고 수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5일 고양제일중을 방문, 간담회를 갖고 과목별로 도입해본 하브루타의 특징과 도입 효과 등을 들어봤다. ■박경란(음악)=앵글로아메리카와 라틴아메리카의 음악적 특징을 다루는 시간에 세계사 교사와 융합 수업을 시도했다. 사회적, 문화적 맥락과 풍습 등을 비교하며 아메리카의 음악과 우리나라의 음악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하며 차이점을 토론하도록 한 것이다. 1:1토론 후 에는 교사와 쟁점토론을 진행했다. 나중에는 교사의 발문에 질문하거나, 교사의 생각에 발문하는 능력이 생겨 수업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 또 아이들이 자신이 질문했던 내용만큼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어버리지 않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하브루타는 정답이 아닌 친구들의 다양한 해답을 보면서 경청, 공감, 배려, 소통 등 인성교육은 물론 창의성과 사고력까지 기를 수 있는 수업방법이다. 경쟁만을 부추기는 우리나라 교육을 바꿀 수 있는 대안이라고 확신한다. ■김정민(국어)=교사에게 토론수업은 수업 설계부터 자료검색, 책상배열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아 부담스럽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하브루타식 토론 수업은 토론을 진행하기 위한 절차나 사회자, 책상을 재배열 재배열할 필요도 없어 준비과정이 대폭 줄어든다. 수업 주제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1:1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는 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동안 시도했던 수업 방식 중 진입이 가장 쉽고 변용이 자유로웠다. 다만 40명이 한 반인 경우 20개의 집단이 나와 일일이 피드백을 주기 어려운 점, 적극적인 경쟁을 유도하기 어려운 점 등이 과제로 남았다. 해결책으로 쪽지를 이용했다. 시의 핵심어나 질문 등을 쪽지에 적어 수합한 뒤 교사가 추첨해 읽어주고, 다른 사람의 쪽지 내용을 보고 자신의 것과 비교․비평하도록 했더니 훨씬 효과적인 수업이 가능했다. 회가 거듭될수록 아이들은 보다 독특한 질문거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직접교수법 중에도 질문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로 바뀌었다. 또 토론 내용을 쉬는 시간에도 계속 이야기하며 수업이 연장되는 모습을 보면서 하브루타 수업의 효과를 느낄 수 있었다. ■김신혜(기술가정)=수업 매순간마다 한 시간 동안 교사 혼자 떠드는 것 같아 고 민이 되던 차에 하브루타 교육법을 만났다. 교사의 질문에만 답하는 학생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가지고 해결하는 과정이 진정한 교육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토론하느라 부산스러워진 교실 분위기에 적응이 되지 않아 스스로가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주입식 교육방식에 젖어있던 탓이다. 다행인 것은 학교 전체에서 하브루타를 적용하고 있는 교사들이 많아 아이들이 어느 정도 방법을 알고 있는 것이 도움 됐다. 가정과목에서는 가족복지라든가 생애설계 등 토론거리를 도출하기가 용이했으나 암기과목으로 여겨지는 기술분야에서는 도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올해에는 기술과목에서의 적용법을 좀 더 고민하며 연구할 예정이다. ■김혜경(사회)=사회는 하브루타를 적용하기 적합한 과목이다. 도입부에는 뉴스 등 동영상을 보여주고 개념을 정립한 다음 찬반토론식으로 아이들의 의견을 자연스럽게 물었다. 예를 들어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를 주제로 한 경우 교실이나 학교에서 자유를 침해당한 경험이 있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했다. 정치 생활과 민주주의 단원에서는 ‘우리 교실에서도 정치 활동이 이뤄지고 있을까?’를 생각해보게 한다든가,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란 무엇인지에 대해 자유롭게 이야기하도록 했다. 수업 주제와 실생활을 연결한 토론이 용이하다는 것이 사회과목에서 하브루타 교육이 적합한 이유인 것 같다. 다만 말을 많이 하는 아이와 적게 하는 아이, 수준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등 무임승차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수업안을 촘촘하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 ■김연진(과학)=과학은 학생 수준 편차도 심하고 국어나 수학실력이 어느 정도 뒷받침 돼야 이해가 되는 과목 특성상 토론수업을 도입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무조건적으로 1:1 토론을 고수하기 보다는 성적과 성별, 성향 등을 바탕으로 모둠을 조성해 수준편차를 보완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 먼저 1인씩 질문을 만들고 모둠원이 돌아가며 질문하고 답변하도록 했고, 모둠 간 질문을 통해 더 나은 아이디어를 경청하도록 해 동기를 유발했다. 처음엔 단답식의 질문만 생산하던 아이들이 좋은 질문에 알파점수를 부여하자 난이도 높은 질문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괄목할 만큼 성적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수업시간에 조는 아이가 없어졌다는 것, 아이들도 새로운 수업방식을 재미있어 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광주교대 ROTC 출신 주축 매주 모여 체계적 훈련 받아 각종 전국대회 상위권 유지 광주 전체에 퍼진 인맥 덕택 업무·연수 도우며 의리 ‘과시’ 10년 활발한 활동 비결은 친형제 같은 선·후배 문화 10일 전남 광주 유촌초 체육관. 오후 5시가 넘어서자 운동복을 갖추고 스포츠가방을 멘 교사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5시 30분 연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삼삼오오 모여 간식을 먹고 담소를 나누거나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었다. 본격적인 훈련이 시작되자 교사들은 짝을 지어 토스와 리시브, 스파이크 등을 연습하거나 팀을 나눠 게임을 즐겼다. 매주 월요일 광주교대 학군단 출신 배구동호회 179+의 연습 풍경이다. 훈련은 오후 9시를 넘긴 늦은 시간까지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월례대회였던 이 날은 각종 게임과 경품 추첨으로 교사들의 환호성이 끊이지 않았다. 동호회를 창립한 정원재 본량초 교사는 “광주교대 재학시절 ROTC 동기들과 교사가 된 후에도 우정을 쌓고, 교육을 논의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2004년 배구동호회를 결성했다”고 말했다. 179는 광주교대 학군단 번호를 뜻한다. 최근에는 학군단 출신뿐만 아니라 여성 및 비 학군단 회원도 모집하기 시작하면서 이름에 +를 더해 현재 여교사 29명, 남교사 30명이 활동하고 있다. 연습은 목포대 선수 출신 조기봉 코치로부터 기본기 훈련을 받은 후 팀을 나눠 경기를 치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회원들을 6년 간 지도해온 조 코치는 “연습과 경기에 매번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선생님들의 배구 사랑에 가르치는 보람을 느낀다”며 “열심히 연습하는 만큼 회원 대부분이 아마추어와 프로 사이의 수준급 실력”이라고 설명했다. 179+는 각종 전국 및 구․시 단위 대회에서 꾸준히 상위권 명맥을 유지할 정도로 뛰어난 기량을 자랑한다. 이들은 2008년 한국교총회장기 전국초등교원배구대회에서 우승한 이후 2009년 3위, 2010년 준우승은 물론 광주교육사랑 배구대회에서도 지난해 남자팀 우승, 여자팀 준우승의 쾌거를 거뒀다. 이밖에도 매해 전국단위 사회인 배구대회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명실상부 실력파 동호회임을 입증하고 있는 것. 열정적인 참여만큼 부상도 많다. 현 회장인 김정수 송정초 교사는 지난해 십자인대 파열로 무릎수술을 받았다. 그 뿐 아니라 대부분의 회원이 발목부상이나 골절상 등으로 고생을 겪은 적이 있을 정도다. 이날도 서미나 학강초 교사가 연습 도중 발목을 다쳐 응급처치를 받았다. 서 교사는 “올 겨울에만 발목을 3번 정도 다쳤지만 연습이 재미있고 건강도 유지할 수 있어 계속하고 있다”며 “부상은 조심해야겠지만 활동하면서 동료교사가 아닌 언니 동생 같은 인생의 선후배들을 만나 즐겁다”고 말했다. “동호회 활동은 학교 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정원재 교사는 “기초부터 개인, 팀전에 이르기까지 체계적으로 운동하니까 현장에서 아이들을 원활하게 지도하는 법을 터득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사는 2005년 치평초 여자배구단을 창단하고 감독을 맡아 제37회 전국소년체전 우승, 39, 40회 준우승을 거두게 지도하기도 했다. 회원들은 배구를 각 학교에 전파하는 역할도 맡는다. 각 학교에서 리더를 맡아 동료 교사들의 연습을 돕고 학교 대항전을 개최하면서 배구의 지평을 넓히고 있는 것이다. 동호회가 10년 넘게 활발히 유지된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해 회장을 맡았던 박민우 경양초 교사는 ‘ROTC’라는 남다른 소속감을 꼽았다. 수평적인 교직문화에 학군단의 선․후배 조직문화가 더해져 서로 이끌고 북돋아준 것이 이들을 끈끈하게 뭉쳐준 원동력이 됐다는 것. 박 교사는 “광주 각 지역에 네트워크가 퍼져 있기 때문에 연수 인원이 부족하거나, 출장 시 업무협조가 필요할 때, 공문서 문의, 자료공유 등 도움이 필요하면 너나 할 것 없이 나서 서로를 돕고 있다”고 말했다. 연습 후 뒤풀이도 한 몫 했다. “요즘 젊은 교사들이 자기중심적이라고 하잖아요. 우리 동호회는 그런 것 모릅니다. 땀 흘리며 부대낀 후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고민을 나누고 때로는 싸우기도 하면서 쌓은 의리이기에 돈독할 수밖에 없죠. 모임 때 마다 외치는 저희 구호는 ‘179여 영원하라!’랍니다. 오늘도 연습 끝나면 뒤풀이 가야죠.”(박민우) 이처럼 남다른 우애를 자랑하다보니 동호회를 통해 탄생한 커플도 상당수다. 1호 커플은 윤영환(유촌초), 김미성(계수초) 부부. 동호회에서 만나 결혼까지 골인한 케이스다. 이어 김세진, 신경미 부부가 탄생했고 신 교사의 남동생인 신동렬 교사도 179+에 가입하면서 가족 구성원이 함께 동호회원으로 활동하는 경우도 생겼다. 현재는 신동욱, 강수지(어등초) 교사가 결혼을 앞두고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김정수 회장은 지난해부터 가족체육대회, 스키캠프 등을 마련하고 올 여름 비치발리볼 대회 참가를 기획하는 등 배구 외적인 측면에서의 화합과 단합도 강조하고 있다. “동호회 역사도 10년이 넘었으니 이제는 질적인 내실을 기하고 싶다”는 김 회장은 “평생 함께할 형․동생, 가족이 생긴다는 생각으로 꼭 179+가 아니더라도 많은 교사들이 동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본지에서는 이색적인 활동을 즐겨하거나 취미를 넘어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선생님들을 기다립니다. 많은 관심과 제보 부탁드립니다. 제보: 02)570-5725
여행 둘째 날, 슬로시티 증도를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날이다. 이른 아침 창문을 열자 갯벌이 드러난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갯풍황토펜션 앞 바닷가를 산책한 후 갯풍식당에서 짱뚱어탕으로 아침을 먹었다. 증도는 아름답고 깨끗한 섬으로 느림의 미학이 살아있는 슬로시티다. 달콤한 인생의 미래를 걱정하며 느리게 먹기와 느리게 살기 운동으로 시작된 슬로시티의 모토는 자연과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편안한 삶이다. 담배연기와 공해가 없는 청정의 섬이라 트레킹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북동쪽의 산지를 제외하고는 비교적 넓은 평지가 발달하였고 섬의 모양이 꼭 해마를 닮았다. 2010년 증도대교가 개통된 후부터 차량이 통행하고 사방이 바다라 염전이 많다. 간척지로 생긴 염전과 농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도 이채롭다. 방축리의 도덕도 앞은 사적 제274호로 지정된 송·원대유물매장해역으로 수많은 해저유물이 인양되었다. 증도가 또 다른 관심거리가 된 이유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에서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을 세웠기 때문이다. 한국의 테레사 수녀, 여자 사도 바울로 불리는 문준경 전도사의 자취가 서려 있는 섬이라 주민의 90% 이상이 기독교 신자다. ‘천국의 섬, 증도’를 집필한 유승준 작가는 증도를 ‘최소한 두 번은 가야 하는 섬’이라고 했다. 첫 번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무작정 가는 즐거운 섬으로, 두 번째는 문준경 전도사에 대해 공부를 하고 가는 거룩한 섬으로... 이렇게 두 번을 가면 가지 말라고 해도 또 찾게 된다는 것이다. 여행은 다른 세상에서 또 다른 나를 찾는 일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펜션을 나서 인근의 문준경 전도사 순교기념관으로 갔다. 문준경 전도사(1891~1950)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부지런했다. 하지만 어른들의 뜻에 따라 17세에 결혼한 남편이 이미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둔 상태라 생과부로 살았다. 전도사가 된 후 한 해에 고무신 아홉 켤레가 닳아 헤어질 정도로 열심히 신안의 섬 지방을 돌며 18년 동안 교회 100여개를 세웠다. 한국의 사도 바울과 같았던 그녀는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거부하다 수차례 고문을 당했고 6.25사변 때 공산당들에게 맞서다 순교했다. 순교의 의미를 되짚어보는 기념관 전면에 ‘밀알 하나가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 알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는 문구가 붙어있다. 누구에게나 친절한 사랑과 열성이 성경과 함께 쌀, 약, 사탕 등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복지목회를 펼치게 했을 것이다. 문준경 전도사가 개척했던 증동리교회 입구에 교인들이 세운 순교기념비가 서있다. 문준경 전도사 순교지는 증동리교회 앞 바닷가에 있는데 무덤 옆으로 비석이 서있고 그녀의 삶을 한 마디로 표현한 문구 ‘여기 도서의 영혼을 사랑하시던 문준경 전도사 잠들다’가 적혀있다. 순교지에서 바닷가 길을 따라 짱뚱어다리로 간다. 갯벌은 우리의 소중한 자연유산이다. 증도의 갯벌은 '국가습지보호지역, 갯벌도립공원, 유네스코생물권보전지역, 람사르습지'이다. 신발을 신고 딱딱한 콘크리트길을 걷는 날이 많아 '맨발 갯벌생태여행'이 가슴에 와닿는다. 증도의 명물 짱뚱어다리는 갯벌 위에 떠있는 470m의 나무다리다.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사는데 이곳에 짱뚱어가 많고 다리의 교각도 짱뚱어가 뛰어가는 모습이다. 다리에 올라서면 밀물 때는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이 들고, 썰물 때는 짱뚱어·칠게·조개 등 갯벌의 자연생태를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일몰이 아름다운 이 다리를 건너면 우전해수욕장의 해변에 닿는다. 우전해수욕장은 길이 4㎞의 제법 규모가 큰 해수욕장으로 모래의 질이 좋고 물이 맑다. 짚으로 만든 파라솔 수십 개가 줄지어 서있는 해변과 앞바다의 풍광도 매우 아름답다. 또한 해수욕장 뒤쪽에 한반도 형상의 울창한 솔숲이 있어 산책하기 좋다. 숲길 끝에 있는 갯벌생태전시관은 신안 일대의 갯벌 생태를 살펴보며 갯벌이 주는 환경의 중요성을 깨닫는 배움의 장이다. 갯벌에 사는 어패류의 습성과 먹이사슬 등을 동영상으로 보여준다. 갯벌생태전시관 옆 엘도라도 리조트는 야외수영장·해수사우나·찜질방·불가마한증막을 갖춘 최고급 리조트로 증도의 명물이다. 엘도라도 리조트와 우전리를 지나 길이 끝나는 최남단까지 가면 서쪽 바닷가에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지는 갯바위 낚시터가 있다. 모양이 제각각인 바위들이 층을 이루고 있는 모습과 밀려온 파도가 만든 물보라가 구경거리다. 훗날 이곳에서 자은도까지 다리가 완공되면 증도에서 목포까지의 거리가 훨씬 가까워진다. 차를 몰아 MBC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 화도를 찾아간다. 화도는 증도의 대초리에서 1.2㎞정도 떨어져 있는 섬으로 해당화가 많이 피어 화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이곳에서 귀양살이를 하던 옥황상제의 딸 선화공주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꽃을 가꾼 것이 온 섬에 가득 차게 되었다는 전설도 전해온다. 2001년까지 전기가 들어오지 않던 외딴섬이었으나 현재는 갯벌에 돌을 던져 넣어 만든 징검다리 노두길로 연결되어 갯벌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엿볼 수 있다. 드라마 '고맙습니다' 촬영지는 관리가 되지 않아 실망스럽지만 노두길은 제법 운치가 있다. 병풍도, 대기점도, 소기점도, 소악도가 동쪽 바다에 있다. 자연이 준 식탁의 보물이 소금이다. 화도에서 나와 태평염전으로 가면 종이에 바둑판을 그려놓은 듯 반듯한 소금밭들이 이어져 새로운 풍경이다. 태평염전은 간척지에 만든 국내최대의 염전으로 질 좋은 갯벌과 청정 바다에서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을 생산한다. 염부들의 사택, 관리사무실 등이 남아 있고 태평염생식물원, 천일염 생산 체험장, 낙조전망대가 가까이에 있다. 지구의 탄생과 함께 생긴 바다, 그 바다에서 생명이 시작되었다. 인류의 먹거리 중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소금이 생명의 근원이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고 직접 가보면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소금박물관이다. 장인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소금박물관은 1953년에 건축된 석조 소금창고를 리모델링해 2007년도에 개관하였는데 태평염전과 더불어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제360호)으로 지정되었다. 외부의 생존에 필요한 소금을 찾아 이동하는 맘모스부터 내부의 소금이 시작되는 곳 바다, 소금의 역사와 문화, 미네랄 소금, 지구촌 소금여행 등 전시물을 구경하다보면 저절로 소금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는다. 병풍도를 연결하는 버지선착장이 레스토랑, 소금가게, 소금동굴이 있는 증도소금세상에서 가까운 바닷가에 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차를 한참 몰아 지도읍 감정리 점암선착장에 들렀다. 남서해에서 해변이 가장 아름다운 대광해수욕장과 매년 4월에 튤립축제를 여는 임자도가 바다 건너편에 있다. 임자도와 지도읍을 잇는 연육교 공사가 완공되는 2020년부터는 30분 이상 걸리던 나들이가 5분이면 가능하다. 점암은 신안과 울산을 잇는 국도 24호가 시작되는 곳이다. 24번 국도와 고속도로를 갈아타며 청주로 향하는 차안에서 해가 뉘엿뉘엿 지는 풍경을 바라본다. 세월이 가는 속도와 나이가 비례한다더니 차가 빠르게 달리고 있는데도 날이 금방 어두워진다. 가끔은 여행을 하며 인생 공부를 한다. 가는 세월 어찌 막고 빠른 세월 누굴 탓하랴. 즐겁게 떠난 여행 집에 무사히 도착하는 그게 바로 행복이다.
한국교총의 긴급교섭 요구에도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누리과정 5시간 편성·운영 지침 통보를 강행한 데 대해 교총이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총력 대응에 나섰다. 교총은 5일 성명을 내고 누리과정의 일률적인 5시간 확대에 대해 ‘절대 수용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전국 시·도교총 사무총장회의’를 긴급 소집, 각 시·도교육청에도 누리과정 3~5시간 사수를 위한 긴급교섭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어 6일에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회장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에 교육부에 지침 개선을 요구해 달라는 건의서를 공식 전달했다. 교총은 성명과 건의서에서 “유치원 현장 의견·정서에 크게 배치되는 누리과정 운영시간 확대에 대해 교총이 29일 긴급교섭을 요구했음에도 교육부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통보했다”며 “이는 유아교육계 및 교원단체의 의견을 묵살한 것으로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교총은 “누리과정 운영시간을 5시간으로 일률 확대하라는 이번 지침은 현행 교육부의 누리과정 관련 고시(2012년 7월, 제2012-16호)를 교육부 스스로 위반한 것”이라며 “법규가 무시되고 행정 절차의 합리성조차 담보하지 않은 이번 조치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고시에는 ‘1일 3~5시간을 기준으로 편성하고 반(학급) 특성에 따라 융통성 있게 편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고시보다 하위인 지침에서 자율권을 제약하고, 5시간 일률 확대를 강제한 것이다. 이번 누리과정 운영시간 확대에 대해 교총과 유아교육계의 반대가 거센 것은 유치원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 식으로 국정과제가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석 교총 정책본부장은 “유아의 연령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하루 5시간씩 300분의 수업을 하는 것은 초등학교 8교시 수업에 해당한다”면서 “행정전담인력이 전무하다시피 한 유치원 교원들의 상대적 고충은 전혀 감안하지 않은 채 5시간 운영을 강행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반대했다. 실제로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회장 전호숙)에 따르면 서울·대구·인천·대전·울산·세종·강원·충북·충남·제주 등 대다수의 시·도가 병설유치원에 행정전담인력을 단 한 명도 배치하지 않았다.(2013년 3월 기준) 17개 시·도교총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해당 지역 소재의 유치원 교원들을 대상으로 긴급 안내 공문을 통해 문제점을 알리는 한편, 교육부 및 시·도교육청 대상으로 전화·온라인 항의와 방문, 집회 등 모든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교육부의 지침 철회를 촉구하는 집중 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3일 시·도교육청에 ‘2014년 유치원 교육과정 및 방과후 과정 내실화 계획’ 공문을 보내 누리과정 교육과정 운영시간의 5시간 편성·운영을 원칙으로 하고, 통합 연령 학급만 학운위 심의를 거쳐 원장이 30분 범위 내에서 조정 가능토록 지침을 내린 바 있다.
최근 교육부가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부터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 교과목 평가를 쉽게 출제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교육부는 ‘한국사 사교육 수요경감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한국사 수능을 절대평가제를 도입해 학교 수업에 충실하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국사가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후 벌써부터 학원가가 들썩이는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본다. 201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필수과목이 된 한국사 교육을 놓고 벌써부터 교재가 범람하고 사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이미 초등학교 저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강좌가 생겨나고 있고, 수도권 학원에 원정 수강을 가는 학생도 있다. 교육부가 학교 수업을 충실히 들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출제한다는 `사교육 수요 경감 방안'을 발표했지만 사교육 시장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한ㄱ구사 수능을 통해서 사교육 경감을 모색했던 교육부의 의도가 정반대로 흐르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대입 제도 발전 방안을 내놓은 후 ‘한국사 사교육 시장’은 급팽창했다. 일부 고등학생에 그쳤던 사교육 수요가 무차별 확산됐기 때문이다. 고교생에 이어 초`중학생까지 사교육 시장을 찾기 시작했고 관련 교재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한국사 수능 도입에 즈음하여 사교육 시장의 팽창은 예견된 일이다. 지난해 한국사 수능 필수과목화 계획이 나온 후부터다. 아무리 쉽게 출제하더라도 수험생 입장에서는 한국사를 공부할 수밖에 없고, 수능시험이 다가오면 국·영·수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일찌감치 한국사를 정리하려는 심리가 사교육 시장을 과열시키고 있다. 매년 60만 명이 수능에 응시하자 사교육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계의 홍보도 한몫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 역사 정체성 확립을 위한 한국사 교육 강화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일본 등 주변국의 역사 도발 수위가 높아지고 있으나 우리는 학교에서 한국사 교육을 외면해 온 게 사실이다. 대입에서도 한국사 성적을 요구하는 대학이 일부에 국한되자 고교에서 학생들의 선택이 극히 적었다. 주변국의 역사 왜곡에 대처하면서 우리 역사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자부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도 수능 필수화는 의미 있는 일이다. 세계화 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능력을 길러주는 효과 또한 크다. 중요한 점은 공교육을 통한 정상적인 한국사 교육이어야 한다.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사 교육이어야 하는 것이다. 교육부가 절대평가 방식에다 인터넷 사이트 또는 EBS와 연계하는 방침을 내놓았다. 초·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춘 콘텐츠 보급 방안도 밝혔다. 하지만, 이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일선의 의견을 수렴해 사교육 수요 증가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사교육 없이도 쉽게 접근해 즐겁게 배우도록 하는 등 공교육만으로 한국사 교육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교육부는 한국사 시험은 다른 과목과 달리 절대평가이고 점수를 등급으로만 제공하기에 일정 수준에 도달한 학생은 모두 1등급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교육부는 후속 조치로 다음 달까지 수능 예시문항을 개발하고 하반기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여 난이도를 점검할 방침이다. 아울러 학생들이 안정적으로 시험에 대비할 수 있게 매년 난도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방침이다. 학생들이 학교수업에 대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할 수 있도록 고등학생 대상 EBS 한국사 강의를 종전 476편에서 올해 829편으로 두 배가량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무릇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카(E.H.Carr)의 말처럼 역사 교육은 과거를 가르쳐 학생들에게 현재와 미래를 보는 눈을 키워주기 위해 행해진다. 아직 가치관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에게 역사를 통해 세상을 보는 안목을 키워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다. 한국사를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것도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 성숙한 국민으로 키우겠다는 의지의 발로다. 다라서 근자에 벌어지는 보혁 이념 대결로 인한 특정 교과서 채택 반대 운동, 불채택 외압 등은 한국사 교육의 반 역사적 행태로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이제 공교육 정상화와 한국사 교육이 함께 맞추어 가는 길이 남아 있다.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은 당연한 것이다. 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학생들이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는 것은 공교육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교육부가 충실한 한국사 교과서를 만들고 수능은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공교육만으로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학생들이 느낄 때 사교육 시장은 움츠러든다. 수능 한국사 필수과목 지정은 수험생 간 변별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역사 교육 자체의 필요성 때문이다. 다만, 교육부는 한국사 수능 문제를 절대평가를 위해 쉽게만 출제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쉽게 출제한다고 해서 변별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만점을 맞는 평가가 훌륭한 평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사 교육과정 내에서 필수 학습 요소와 핵심 역량에 관련된 기초 기본적인 문제를 출제해야 한다. 억지로 사교육으로 주입한 지식이 아니라, 흥미있게 스스로 학습한 지식, 기능, 가치ㆍ태도 등을 두루 평가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사 교육은 우선 ‘학생 스스로’, ‘모두가 재미 있게 참여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한국사사 수능 채택은 평가를 위한 평가이다. 뭔가 자라나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한국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고 ‘우리가 이 땅에서 함께 사는 자랑스러움’을 함양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공교육 정상화와 사교육비 경감은 당연한 귀결인 것이다. 교육부는 앞으로 한국사 수능의 정상적인 도입과 안착을 지원하는 데 더욱 심혈을 기울여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라도 하면 떠오르는 것은 깔끔하면서도 맛깔스러운 남도 음식이다. 특히 지리산을 낀 구례에 가면 서른 여가지 나물 반찬에 된장과 굴비 찌개가 곁들여 나오는 19번 도로변 화엄사 입구의 산채 정식이 입맛을 잃었을 때 최고의 음식이다. 겨울남도 여행. 올겨울 들어 중국발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여 시야가 좋지 않은 1월 중순 모처럼 조촐한 가족 여행을 시작했다. 여행은 봄가을이 좋은데 단풍 지고 삭막한 회색빛 겨울이 뭐가 좋다고 남해에서 바다를 보는데 굳이 땅끝까지 간다는 투덜거림도 있었지만 이미 결정한 걸음은 벌써 무수한 터널을 뚫어 만든 순천 영암 간 고속도로 위에 있다. 가는 동안 차창을 보며 바람이 불어 시야라도 좋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람이었지만 인력으로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조화를 내 입장에 맞춰 요구하는 것은 욕심이란 것을 알게 된다. 전라남도 해남! 남해를 거꾸로 하면 해남이 된다. 문득 지난해 가을 장모님께서 김장거리를 수확하여 택배를 보냈는데 택배 기사가 남해를 해남으로 잘못 적어 해남까지 갔다가 며칠 만에 수신인을 다시 확인하여 남해까지 온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더 친근한 것은 귀에 익은 멜로디로 흐르는 하사와 병장이 부르는 해남 아가씨 노래이다. 이 노래를 들으면 구수하면서도 아련한 그리움이 가슴을 감는다. 두어 시간 달려 두륜산 케이블카승차장에 당도한다. 2년 전 여름 남도문학기행을 왔다가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뱀처럼 똬리를 튼 줄을 보고 기겁을 하여 돌아온 일을 기억하며 이번에는 꼭 타고 올라가서 해남 들녘과 다도해 그리고 멀리 제주도 한라산까지 볼 것이라고 벼르고 있었다. 겨울의 한가운데라 케이블카 하부역사는 한산하다. 구수한 입담에 고개를 돌려보니 모처럼 농한기에 여행을 왔는지 칠십 전후의 할머니들의 약주 냄새를 풍기며 웃음을 짓게 한다. 국내 최장거리라는 케이블카가 상부 역으로 이동한다. 얼마 전에 내린 눈들이 산허리부터 포근하게 낙엽을 덮고 있다. 상부 역에서 내리자 신선한 남도 공기가 폐포를 감싼다. 전망대로 가는 길 듬성듬성 묶인 열쇠들이 연인들의 사랑을 정표로 굳게 묵고 있다. 지금쯤 저 열쇠를 매단 연인들은 어디서 행복을 꾸리고 있을까? 전망대로 오르는 나무계단! 나지막한 삐걱거림을 들으며 숨을 돌린다. 아쉽다. 회색빛 연무 사이로 바다를 향해 달리다 낮아진 해남 들녘이 보인다. 더 맑았다면 좋았을 것을. 고계봉에서 기념촬영을 하며 내려다보니 월출산이 보인다. 월출산은 지금의 아내와 연애 시절 손잡고 끌고 당기며 깊은 가을산행을 한 곳이었다. 저 산에 엄마와 아빠의 약속이 있었다며 두 딸아이에게 말하자 웃는다. 전망대에서 다시 출발장소로 내려오니 점심때를 훌쩍 넘겼다. 구수한 남도 음식이 유혹을 하지만 조금 참자며 인근의 두륜산 대흥사를 찾는다. 고즈넉한 겨울 산사 장춘리 숲길의 구림구곡을 걷는다. 까치와 까마귀가 날고 간간이 들리는 풍경소리에 고개를 들자 유선관 앞이다. 겨울 날씨 치곤 포근한 산사의 길! 부도전을 지나 일주문으로 들어서며 예상가는 달리 큰 규모에 놀란다. 대흥사는 두륜산의 품 안에 둥지를 튼 호국불교의 상징으로 전국 십승지의 하나로 포근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인지 대웅보전으로 가는 길에 두 몸이 한 뿌리로 된 연리근이 정겹기만 하다. 절에 오면 들러야 하는 대웅전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파르스름한 기운에 눈빛이 선명한 보살님이 양초를 팔고 있다.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무슨 사연이 스민 듯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아내도 여자지만 정말 예쁜 얼굴이라 하였다. 대웅보전 양옆에는 초를 밝히는 단지들이 빼곡하다. 무수히 많은 어떤 이의 소원이 녹고 피어오르고 있다. 대웅보전을 뒤로 경내를 돌고 내려오는 길. 잠시 전에 본 보살님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어느 절을 찾아도 이런 마음은 없는데 아쉬움과 함께 꼭 다시 찾아야 할 곳이 아닐까 하는 기약 없는 약속이 산바람에 흩어진다. 이제 허기를 추스러야 한다. 미리 알아둔 남도 음식을 잘하는 해남읍 내의 진일관으로 간다. 입구에 들어서자 점심장사를 마쳤다고 너무 조용하다. 아마 일하는 분들이 잠시 휴식을 하는 모양이다. 늦은 시간인데 남도 점심상이 되냐고 묻자 잠시 말미를 달라 하더니만 방으로 안내한다. 때늦은 시간에 찾아와 달콤한 휴식을 깨운 미안함 앞섰지만, 임금님 수라상 같이 차려진 음식상을 보자 입이 떡 벌어진다. 남도 별미라 하는 홍어삼합을 먹고 코가 어디에 있는지 만져보고 구수한 숭늉까지 마시고 나니 포만감이 여행의 또 다른 맛으로 되새김한다. 이제 오늘 마지막 목적지 땅끝으로 간다. 여름 피서가 한창일 때 빼곡한 파라솔의 송호 해변을 지나 땅끝 전망대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일몰을 얼마 앞둔 땅끝 전망대는 여유롭다. 역시 연무로 인해 오가는 연락선만 한두 척 보이고 멀리 조망하기는 어렵다. 이제 해는 바다는 붉은빛으로 물든다. 여기까지 와서 땅끝탑을 보고 가야 한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다. 함경도부터 시작된 계단은 보기보다 많다. 모두 936계단 드디어 전라남도라는 안내판에서 발을 내딛자 땅끝탑이 보인다. 이제 바다는 선포도 빛 같은 어스름이 깔리기 시작한다. ‘희망의 시작 땅끝 해남’ 북위 34도 17분 38초, 동경 126도 6분 01초. 위로는 대륙을 향하고 아래로는 태평양을 향해 내닫는 한반도의 끝으로 새로운 시작점인 땅끝탑! 그 땅끝탑 배의 앞쪽 조형물에서 타이타닉호의 디카프리오 같은 비행의 모습을 흉내 내 본다. 어둠을 뒤로 다시 위로 올라가야 한다. 아이들은 내려올 때 주차장 가는 길이었을 줄 알았는데 또 올라간다 하니 천 개에 육박하는 계단을 어떻게 오를 것이냐며 아우성이다. 다시 시작하자 이번에는 서두르지 말고. 전라남도부터 시작한 발걸음은 몇 번의 쉼을 거치게 한다. 주변은 어둠이 짙어만 간다. 길을 안내하는 빛을 보며 아쉬움을 가진다. 돌아오는 길! 앞을 비추는 전조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사라지는 반대편의 차량을 보면서 사람 살이란 이렇게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으로 언제나 출발한 곳으로 돌아옴을 알게 된다. 이른 아침에 시작하여 늦은 저녁에 마친 해남여행. 비록 자세히 보지는 못했지만 바쁘게 살아가는 시점에 만남과 대화로 새로운 행복을 여는 여행이었다. 여행은 그 차제가 신비로움이다. 아직도 대흥사 대웅보전 입구의 파르스름한 보살님의 잔상이 아른거린다. 언제쯤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오늘은 다른 날보다 바쁜 아침이다. 우리 반 6학년 국어 시간에 면담의 대상이 되어줘야 하기 때문에 다른 때보다 더 복장에 신경이 쓰였다. 장래에 하고 싶은 직업을 선택하여 면담 계획을 세워 질문지를 작성하고 기록, 편집, 발표에 이르기까지 역할을 나누어 면담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장래의 직업으로 선생님을 원하는 아이들이 더 많은 것도 행복한 일이지만, 담임이 취재의 대상이니 나도 긴장해서 답변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선생님이 가장 아름다워야 하는 곳은 아이들이 있는 교실이라는 나름의 지론에도 불구하고 분교장에 온 이후로 차츰 편한 복장에 길들여진 내 모습에 놀라곤 한다. 아이들 곁에 편하게 다가설 수 있는 복장을 좋아하다 보니 바지 차림이 출근복이 된지 오래다. 어쩌다 치마를 입고 출근하면, "선생님, 오늘은 출장가세요? 아니면, 학교에 손님이 오시나요?" 라고 묻곤 한다. 그 때마다 반성을 하며 초임 시절을 되돌아보곤 한다. 아이들 앞에서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몸과 마음이 더 아름다운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했던 처녀 시절의 내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밝은 색, 아기자기한 복장을 보면 참 좋아하곤 한다. 3학년을 가르칠 때는 살색 스타킹을 신고 출근하면 개구쟁이 남학생들이 달려와 다리를 만져보기도 했었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챙길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아이들이 기다리는 선물을 가지고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반에서는 6명을 3개 모둠으로 나누어서 경쟁을 시키고 있다. 한 달 동안 여러 분야에서 바람직한 행동을 보인 모둠에게는 고전이나 명작을 사서 주고 가장 부진한 모둠에게는 화장실 대청소를 시키며 마음 청소를 하게 한다. 학생 수가 적다고 선의의 경쟁조차 시키지 않으면 발전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이다.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 더 착한 행동, 작은 배려, 아름다운 행동을 유도하며 혹시라도 생길지 모를 체벌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책이름처럼, 아이들을 긍정적인 변화로 이끄는 것은 꾸지람보다는 칭찬이 더 효과적이었다. 야단치는 데는 칭찬보다 더 많은 주의와 조심성이 요구된다. 그 아이와 나 사이에 충분한 인간관계의 친밀감이 유지된 상태가 아니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선생님의 감정이 실리지 않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뼈아픈 충고를 하는 데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꾸지람을 해야 될 상황까지 기피하는 건 참으로 위험한 일이지만. 형진이에게는, 나폴레옹과 괴테도 감동했다던 `플루타르크 영웅전`의 위인들처럼 웅대한 희망과 불굴의 용기를 갖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고, 글을 잘 쓰는 다운이에게는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지닌 `카라마조프의 형제`를 읽으며 도스토예프스키의 문학의 세계를 거닐게 하고 싶었다. 우리 반 아이들은 오늘도 보이지 않는 선의의 경쟁에 바쁘다. 일기를 더 많이, 내용도 다양하게 쓰며 점심 식사도 깨 한 톨 남기지 않고 잘 먹는다. 발표도 더 많이, 아침 독서 시간도 남보다 더 일찍 더 열심히, 형성평가도 만점을 향해 수업 시간에 귀를 기울인다. 누가 간섭하지 않아도 규칙을 지키고 후배들에게 본을 보이는 작은 모습들이 참 아름답다. 그리하여 나와 우리 아이들의 삶이 《마음을 다스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나오는 바바 하리다스의 말처럼 되기를 소망한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기 위하여! `혀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행동을 다스릴 수 있다.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진실하고 영원한 깨달음의 빛으로 들어간다.` 2003년 10월 20일 구례토지초등학교연곡분교장에서 쓴 교단일기
교육부가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방대 특성화에 연간 2031억원씩 5년간 1조원이 지원된다. 수도권대에도 5년간 300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전국 126개 지원대상 지방대를 평가해 'CK-I(University for Creative Korea)'사업을 통해 60~70개 대학에 연간 2031억원씩 5년간 1조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번 교육부가 발표한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의 지원대상 대학은 비수도권 소재 4년제 국·공립대학, 사립대학이다. 특별법에 의한 과학기술원, 원격대학, 대학원대학 및 각종학교, 경영부실대학으로 지정된 대학과 고등교육기관 평가인증 미신청 대학 및 평가결과 불인증 대학은 지원에서 제외된다. 이 계획에 의하면 지방대 특성화 사업 1910억원, 지역선도대학 육성 사업 100억원, 사업관리비 21억원이 각각 지원된다. 이 중에서 지방대 특성화 사업은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눠 지원된다. 대학이 자율적으로 특성화를 집중 육성하는 '대학 자율'에 1150억원(60%), 인문·사회·예체능·자연계열 및 국제화에 지원하는 '국가지원'에 460억원(25%), 지역 연고 산업과 연계한 특성화에 지원하는 '지역전략'에 300억원(15%)등 세 가지다. 평가 기준은 2014학년도 대비 2015~2017학년도 정원을 줄이면 최대 5점이, 등록금 동결 또는 인하 대학에 2.5점의 가산점이 부여된다. 반대로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은 국립대 24곳과 개방형이사 선임을 하지 않은 사립대 4곳에 대해서는 2.5점이 감점된다. 교육부는 지방대 특성화에 5년간 1조원을, 수도권대에 5년간 3000억원을 지원해 주기로 결정함에 따라 대학을 지원하는 기준이 되는 세부 평가 지표를 공개했다. 평가는 대학 평가 30%, 특성화 사업단 평가 70%로 구분된다. 대학평가에서는 재학생 충원율, 전임 교원 확보율, 교육비 환원율, 장학금 지급률, 등록금 부담 완화 지수, 학사관리 및 교육과정 운영, 교수학습 지원 및 학생 지원 실적 등 '기본여건'에 15점이 평가된다. 또 대학의 목표와 비전, 학부교육 내실화 위한 대학 계획, 대학 전체의 시스템 개혁 등 '제도혁신 및 사업단 지원계획'에 15점이 주어진다. 한편, 특성화 사업단 평가에서는 특성화분야 전임교원 확보의 적정성, 특성화분야 전임교원 강의 비율, 특성화분야 재학생 충원율, 특성화분야 취업의 적정성, 특성화분야 학부교육 특성화 및 내실화, 산학협력 실적, 취업·창업 지원 실적 등 '특성화 여건'에 35점이 평가된다. 또 사업단의 비전과 특성화 계획, 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 계획, 학부생 양성 및 지원 계획, 학부교육 내실화 및 지원 인프라 확충 계획, 지역사회 및 산업에 대한 기여도 등 '특성화 계획'에 35점이 부여됐다. 인문·사회·예체능 분야를 지원하는 국가지원 사업의 경우 특성화분야 취업률은 평가대상에서 제외 된다. 대학자율 분야의 공학계열의 경우 산학협력 실적과 취업·창업 지원실적 평가 지표가 각각 12점과 9점으로 높게 배점됐다. 교육부는 특히 정원감축 최대 5점, 등록금 인하 및 동결 최대 2.5점 등 최대 7.5점을 해당 대학에는 최대 7.5점의 가산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가산점은 정원 감축 규모와 조기·균등 감축 정도에 따라 차등 부여 된다. 교육부는 구조개혁 방안 1주기인 2015~2017학년도 정원감축 목표인 2만5300명을 기준으로 감축 규모에 따라 가산점을 차등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이 정원감축 목표인 2만5300명과 각 대학별 입학정원 중 유리한 것을 택해 2014학년도 입학정원 대비 2015~2017학년도 입학정원을 10% 이상 감축하면 5점, 7% 이상~10% 미만 4점, 3.5% 이상~7% 미만 3점의 가산점을 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도혁신 및 사업단 지원계획 평가 중 대학의 거버넌스 및 인사행정제도 혁신 평가에서는 사립대의 평의회 구성 여부, 국립대의 총장직선제 폐지 여부가 평가에 반영된다. 2014년 현재, 전국 4년제 사립대 중에서 평의회 구성을 통해 개방형 이사를 선임하지 않은 곳은 고려대 등 4개 대학이고, 전국 40개 국립대 중 24개 대학이 총장직선제를 폐지하지 않거나 학칙을 개정하지 않았다. 이들 대학들은 일정 기간 내에 개선하지 않으면 평가에서 2.5점이 감점된다. 대학들은 총장직선제를 폐지했지만 대학 학칙 내 '총장선출후보자선정에 관한 규정'에 총장직선제를 하지 않겠다는 규정을 명시해야한다. 이번에 발표된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은 예산 지원 규모면에서 획기적으로 평가된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여파로 대입 정원이 고졸 인원과 역전되어 대학이 공동화가 우려되는 대학의 위기를 대학 스스로 타개토록 유도하는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사료된다. 다만, 사회 조직 분류상 보수적 조직이라는 학교 사회에서, 그것도 가장 보수적 조직이라고 일컫는 대학 에서 이와 같은 당근만으로 대학의 자율적 개혁을 유도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다. 교육부는 당근과 채찍을 힘께 제시하고 있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말처럼 구조 개혁이 쉽기만 한 것은 아니다. 가령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 등을 하려고 해도 당해 학과 전임 교수들의 처우, 등록금 인하와 동결의 경우 대학 전체의 재정 운용 상황 등 여러 가지 장애가 현실로 다가올 수 밖에 없다. 국립대의 총장 직선제 폐지도 아주 훌륭한 대안이 떠오르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아울러, 이번 교육부의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은 평가 기준이 대부분 정량적 평가에 치중되어 있다. 정성적 평가가 증대되어야 한다. 특히 전국의 지방 대학을 일률적으로 동일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당해 대학이 처한 건과 지역 사회의 환경 등 물리적 환경을 고려하여 절대평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이다. 특히 이번 '지방대학 특성화 사업 시행계획'은 5년에 걸치 중기적 기획이므로 너무 서두르지 말고 연차적으로 차근차근 추진해 나아가길 기대한다. 매년 학년말에 추진한 결과의 공과를 분석하여 우량점을 확대하고, 개선점을 보완점을 보완하도록 열린 교육 행정으로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부실 대학의 정원 감축, 등록금 동결, 구조 조정, 퇴출 등의 채찍보다 대학 스스로의 개혁을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해 나아가기를 바라는 바이다. 잘못하면 이 계획이 의도하지 않은 대학의 '빈익빈 부익부'로 왜곡, 전도될 우려가 농후하다. 대학의 스스로의 혁신을 조장해야만 대학 스스로의 혁신을 유도할 수 있고 대학의 혼란과 충격을 완화하여 자율적 개혁의 원동력을 대학 내부의 구성원들의 참여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교육부에서는 농어촌 학생들을 위해 ICT를 활용한 농산어촌 학생 학습여건 개선 및 문예체험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대책의 근거가 되는 농어촌 학교 교육현황에 대한 분석자료를 발표하였다. 이 자료를 중심으로 농어촌 교육의 현황과 향후 발전과제를 제시하여 보고자 한다. 1.학습 여건 농촌학교의 약40%(1,896교)가 60명 이하 소규모학교로, 복식수업, 방과후학교 운영 제약, 또래학습 결여 등 열악한 여건이다.방과후 강좌수(교당 평균)에서 초등의 경우 도시 62개 > 농촌 17개, 중학의 경우 도시 68개 > 농촌 27개, 고교의 경우 도시 109개 > 농촌 42개이다. 대부분 농촌학교 인근에 학원이 전혀 없어 학습결손 보충이 어렵고 영어 및 예체능 능력 계발에도 한계 (농촌 학교 기피의 큰 원인)가 있다. 도·농간 기초학력의 격차는 작으나, 고학년일수록 특히 중학교 단계 보통이상 수준에서 격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다. 2012년 시행 국가단위학력평가 분석(수학)에서 중학교의 경우 대도시는 69.8점인데 농촌은 59.1점이다. 2. 사회적 여건 아동기·청소년기 학생들의 성장 발달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각종 체험기회가 부족하다. 열악한 경제·사회적 여건으로 체험기회 제공 기관 및 장소가 부족하다. 기초수급자,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경제적·구조적 취약계층 가구의 증가로 가정의 관심과 돌봄기능이 약화되고 잇다. 기초수급자 학생비율에서 도시 2.9%인데 비하여 농촌은 4.1%이다. 농촌 지역 다문화가정 학생수는 (’11)14,391명에서 (’12)16,655명에서→ (’13)19,674명으로 점차 증가추세에 있다. 3. 문화적 여건 지역의 문화 인프라가 부족하고, 지리적 여건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가 부족하다. 단위면적당 문화기반시설 수(개소/㎢)에서 농촌 0.01인데 비하여 도시 0.13이다. 연평균 예술행사 관람횟수 에서도 농촌 3.7회로 도시 5.1회에 비하여 열악한 편이다. 스마트폰 및 가정에서 스마트 패드 등의 보유의 차이로 정보 습득과 간접적인 문화체험 기회도 제약되고 있다. 스마트기기 보유비율에서 농촌 66.5%인데 비하여 도시 69.9%이다. 4. 개산방안 첫째, 농촌학교의 소규모학교에 맞는 교육운영을 하여야 하며 농어촌에 알맞는 복식수업 형태를 개발보급하여야 하겠다. 둘째, 농어촌지역이 부족한방과후 강좌수를 늘리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특히 농어촌 중학생에 대하여 자유학기제에 대비하여 방과후 강좌수를 늘리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셋째, 농어촌 학생들이 소규모 학교에서또래집단이 적은 한계를 극복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넷째,농촌학교 학생의학습결손 보충을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겟다. 다섯째, 농어촌 학교생들의 영어 및 예체능 능력 계발 기회를 보충하여야 하겠다. 여섯째, 농어촌 학생들에게각종 체험기회를 더 많이 제공하여야 하겠다.각종 체험기회 제공 기관 및 장소를 확대하여야 하겠다. 일곱째,도시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기초수급자, 조손가정, 다문화가정 등 가정의 관심과 돌봄기능을 보충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하겠다. 여덟째, 농어촌학생들에게다양한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보충하여야 하겠다. 아홉째,스마트폰 및 가정에서 스마트 패드 등의 보유의 차이로 정보 습득과 간접적인 문화체험 기회도 제약되고 있음을 극복하여야 하겠다. 다행히 교육부에서 농어촌지역 학생에 대한 스마트패트 등 교육기회 제공을 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다. 열번째. 약 2만명이나 되는 농어촌의 다문화학생들이 중학교와 고등학교에 가서도 중도탈라하지 않도록 적절한 지도가 이루어 져야 하겠다. 전체 청소년들의 10%에 불과한 농어초 청소년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위하여 우리 모두 더욱 관심을 두어야 하겠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청와대에 보고한 것을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관광주간을 운영하여 국내 내수시장을 살려보자는 안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이해는 가지만 관련부처인 교육부는 물론 교육 당사자인 학교나 교원들의 의견은 안중에도 없이 일방적인 정책발표에 대해 정말 어이가 없다. 고위 행정가들이 ‘우리 교육을 이렇게 해도 되나?’ 하는 생각이다. 한마디로 어른들이 하는 일에 따라하는 아이들 정도의 취급받는 심정이다. 사실 교육은 국가행정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한 때 교육부장관을 부총리까지 승격시키지 않았는가. 이번 문화체육관광부의 행태를 보면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무례한생각에 가슴이 먹먹할 정도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은 교육부의 교육과정에 의해 매년 학교교육과정을 계획하여 운영된다. 특히 금년 교육과정은 이미 초안이 작성되고 곧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3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러한 학교교육과정에 뜬금없이 단기방학을 하라는 것은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학교교육과정에 연간계획을 바꾸려면 모든 교육과정의 시수를 재조정해야 하고 학급교육과정까지도 다시 계획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내놓은 봄과 가을 관광주간 동안 초·중·고교의 단기 방학은또 다른 문제점이 있다. 바로 관광 자체를 꿈꿀 수도 없는 저소득층 자녀들의 관리다. 물론 여행을 못가는 학생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있어야 하지만 그들이 받는심적인 고통과 충격은 또 무엇으로 감당하겠는가. 뿐만이 아니다. 관광주간인 5월 1일부터 11일까지, 9월 25일부터 10월 5일까지는 모든 학교가 현장체험기간으로 설정되어 이미 관광버스까지 예약한 상태이다. 아울러 국내여행이 이 기간에 집중적으로 몰려 관광예약의 어려움은 물론 교통 혼잡으로 학생들의 안정사고도 우려된다. 이러한 단기방학의 피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학교교육과정을 단순한 일정만 바꾸면 된다는단순한 생각은 교육의 특성을 모르는사람이다.좋은 정책은 모두 교육에서 나오며 치밀한 계획 속에서 실천되어야 한다.교육을 존중하고 우선시 하지않은선심성, 홍보용, 일회성 정책은 그 성과도효과도 없는 허구의 정책일 뿐이다.
우리 학교 졸업식 바로 내일이다. 학교의 커다란 주요행사다.제13회 졸업생 339명이 졸업한다. 졸업생 한 명 당 부모님을 포함해 평균 세 명이 온다고 계산하니 외부인사가 1천명이 넘는다. 학교에서 세심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담당부장은 졸업식 준비 마무리에 바쁘다. 교감, 교장도 마찬가지다. 졸업식을 거행함에 있어 소홀함이 없는지 하나하나 꼼꼼이 챙겨야한다. 그런데 장학금 수여가 문제다. 장학금은 부모님 통장에 입금이 되고 학생들은 장학증서와 금액이 적힌 빈 편지봉투를 받는다. 속에 든 내용은 없다. 이것이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심사숙고 끝에 결론을 내렸다. 장학금 빈봉투만 줄 수 없다고. 그 속에 내용을 넣어야 한다. 어떤 내용이 좋을까? 졸업도 축하하고 장학금 받는 것도 축하하고, 평상 시 학교생활에서 강조했던 것을 재강조하는 것도 뜻이 있으리라. 아래 글은 장학금 편지 봉투 속에 들어간 '율전중학교 장학금 받는 학생들에게!'라는 제목의 글이다. 오늘 우리학교 제13회 졸업식에 즈음하여 장학금 수혜 대상자로 선정되어 영광스런 장학증서 받음을 축하합니다. 소정의 장학금은 부모님 통장으로 입금이 되겠지요. 부모님과 상의하여 매우 뜻있게 사용하기 바랍니다. 장학금 주신 분들을 보니 참으로 고마운 분들입니다. 우선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매월 보수에서 일정액을 기부하여 장학금을 모았습니다. 학교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운영위원들도 장학금을 기부했습니다. 학부모회장님은 1백만원을 발전기금으로 내놓아 여러분들에게 돌아가도록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이번에 받는 장학금은 교직원 장학금 5명 100만원, 학교운영위원회 장학금 7명 150만원, 학부모회장 장학금 5명 100만원, 동창회 장학금 20만원으로 모두 370만원입니다. 대상자는 18명입니다. 문득 나의 학창시절이 생각납니다. 1980년대 초반, 초등교사로서 낮에는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밤에는 야간대학을 다니며 배움의 기쁨, 즐거움을 느꼈던 시기였습니다. 그 당시는 통학의 피로도 모르고 배움의 어려움도 즐거움으로 다가왔습니다. 희망찬 꿈이 있었기에, 배움의 즐거움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학점도 덩달아 좋게 나오니 하루하루가 즐거웠습니다. 아마도 젊은 시절 배움에 대한 도전정신은 지금 내 삶의 바탕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지금도 항상 배움에 대한 갈망으로 삶을 개척해나가고 있습니다. 그 때 받은 장학증서는 지금도 소중히 간직, 가끔씩 꺼내보며 추억에 잠기곤 합니다. 여러분은 율전중학교 3개년간 학업성적도 우수하고 행동도 올바른 학생이라 장학금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아마도 가정교육, 학교교육을 제대로 받은 덕분이겠지요. 주위에서 도움을 주신 분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요? 자기가 맡은 일을 최선을 다하는 것입니다. 하루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우리 학교 현관에 붙어 있는 ‘도전은 즐겁다’ ‘실행이 답이다’를 등하교시에 항상 보았을 것입니다. 도전정신과 실천하는 태도를 강조한 것이지요. 또 인생철학으로 ‘긍정적, 능동적, 적극적, 자율적, 창의적인 생활’을 강조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주었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 번 여러분의 우리 학교 졸업과 장학금을 축하합니다. 모교를 빛내는 길은 여러분이 훌륭하게 성장하여 가문의 명예를 빛내고 국가에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세계 인류 공영에 기여하면 더욱 좋고요. 큰 뜻 품고 꼭 실천에 옮겨주기 바랍니다. 건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