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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한국교육신문 김예람·김명교 기자]코로나19가 갑작스레 열어젖힌 2020년.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버텼던 1학기에 이어 2학기가 시작됐지만 달라진 건 없다. 코로나19가 재확산으로 원격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교사들의 고충과 피로감은 날로 누적되고 있다. 온라인 출석 점검, 수업 동영상 제작, 등교 학생 발열 체크부터 거리 두기, 급식관리, 위생 점검 등 수시로 변경돼 내려오는 지침과 요구사항들로 혼란스러운 일상의 연속이다. 그럼에도 교사들은 여전히 ‘뒷북 공문’에 신음한다. 뉴스나 ‘맘 카페’를 통해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이 문의를 하면 ‘아직 공문이 내려오지 않았다’고 답변할 수 밖에 없어 불신은 커져만 간다. 교사들은 궁금하다. 현장의 어려움과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교육당국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돌봄과 방역. 교사들에게는 무한한 책임만 지어질 뿐 울타리가 돼 줄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탈해진다. 이에 본지가 2일 현장 교원 9명을 초청해 교사들의 애환을 나누고 학교현장의 요구사항을 교육당국에 전달하기 위한 ‘긴급 화상 좌담회’를 개최했다. 화상회의 애플리케이션 ‘줌(Zoom)’으로진행했으며 한국교총 유튜브 채널 ‘샘TV’에서 생중계 됐다. 하윤수 한국교총 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으며 유치원 교원을 대표해 신영진(경기 파주 천현초병설유치원) 교사가, 초등을 대표해 오준영(전북 설천초)·김민중(대구 서재초)·주우철(인천 원당초) 교사가 참여했다. 중학교에서는 박정현(한국교육정책연구소 부소장)·정수진(인천 만수북중) 교사가, 고교에서는 윤성호(충북상업정보고)·이민우(경기 안양여상) 교사가 참여했고 보건교사를 대표해 차미향(서울 신남중) 전국보건교사회 회장이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했다. 돌봄·원격·보육까지 ‘삼중고’ 하윤수=선생님들도 가르치는 교사이면서 동시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모두가 힘든 상황이지만 교사이자 학부모로서 지금 상황의 방역, 돌봄, 원격학습 등 정부 대책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이 많을 듯하다. 특히, 초등 선생님들은 돌봄교실, 원격수업, 자녀 보육까지 교사들의 ‘삼중고’라는 말이 나온다. 신영진=현재도 원격수업 기간 동안 돌봄 등교 유아가 가장 많은데도 불구하고 원격수업을 위한 지원이 전무한 상황이다. 열화상 카메라 지원, 원격수업을 위한 기자재 대여 지원, 돌봄을 위한 별도 인력이나 방역 인력 확보 등에서 유치원은 열외였다. 놀이꾸러미 준비나 원격수업 활동 준비를 하느라 집에 가서까지 일을 하고 있다. 교과서 없이 교육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해서 본인 자녀들까지 어린 선생님들의 고초와 마음고생이 너무나 크다. 오준영=초등 1학년 자녀가 있는데 교사의 재택근무가 허용되지 않아 아이 홀로 원격수업 및 과제를 수행하며 혼자 집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절반의 학생을 등교수업, 절반의 학생을 온라인 수업을 하며 일 평균 8~10시간 씩 평상시 두 배의 수업량을 맡고 있으며 7월 방역전문 인력 지원사업의 종료로 교과전담교사 대부분이 방역업무에 배정돼 담임교사의 수업 부담이 가중되는 현실이다. 김민중=교육청은 일방적으로 지시만 내릴 뿐 현장의 의견 수렴과 소통이 많이 부족하다. 실제로 원격수업을 하면 출석 확인 이후로는 집중이 어렵고 학습이 잘 안 되는 상황인데 가정에서 할 것은 아무런 안내나 협조 없이 학교가 다 책임지고 학력을 올려놓으라고 하니 사실 실현이 어렵다. 교사 자녀 대부분이 가정에서 돌봄 없이 혼자 있는 경우가 많다. 남의 아이 돌보기 위해 정작 내 애는 버려두는 형편이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대구는 하루에 학급당 8~9명 정도 오는데 두 반을 한 교사가 관리하고 교대로 재택근무하면 교사도 자녀를 돌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마스크 수업 호흡곤란·두통 호소 하윤수=오랜 시간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업하는 데 많은 불편함을 겪고 있다. 수업 중 마스크 착용으로 호흡곤란, 가슴 통증까지 호소하는 교사가 늘어나고 있다. 천식이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세균성호흡기 질환에 노출될 위험성도 커져 있다. 실제 마스크를 착용하고 하루 종일 수업했을 때 심신의 피로도나 체력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박정현=한 마디로 너무 힘들다. 우선, 마스크를 착용했을 때 소리가 나가기 어렵고, 선생님의 표정이 전달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학생들의 표정을 살피기 어려운데, 수업에서 학생과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생각하게 된다. 마치 벽에다 대고 수업을 하는 기분이다. 건강에도 많은 문제가 생겨 걱정이다. 정수진=초기 마스크가 품귀를 겪었던 때에 비하면 수급 상황은 원활해진 것 같다. 학교와 교육청에서 80~90장의 마스크를 지급 받기도 했고, 교사들이 자부담으로라도 마스크를 구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어려움은 여전하다. 빈혈, 저혈압인 경우가 많아 큰 숨을 필요로하는 수업에서 두통, 속 메스꺼움 등의 고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화장에 의한 접촉성 피부염을 겪는 경우도 많다. 기자재 부족, 고3 혼란 ‘여전’ 하윤수=원격수업 초기 교실에 와이파이도 없고, 비축해둔 태블릿 PC를 학생들에게 나눠주다 보니, 막상 교사들은 구할 수 없어 자비로 부담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지금은 어떠한가. 상반기에 비해 원격수업 제반 여건은 나아졌는지와 고3 학생들의 상황도 알고 싶다. 주우철=초기에는 마스크 못지않게 원격수업 장비 가격은 폭등하고 교사조차도 원격수업 장비를 구입하기 힘든 상황이었고 학교예산을 탄력적으로 전용해 쓸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교사들이 자부담으로 장비를 구입했다. 현재는 차근차근 구색이 갖춰지고 있지만,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면서 사진이나 영상 등 저작권이 문제가 될 상황이 염려된다. 무료 배포 콘텐츠 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앞으로 사진이나 영상 자료 등의 저작물을 정당한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수업 자료의 허브를 구축해 교육청이나 단위학교에서 저작권료를 일괄 정산할 수 있는 선진화된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 윤성호=기자재가 부족하며 예산을 맞춰서 구매하다 보니 저가의 물품을 구입하게 돼 쉽게 고장 나고 성능에 문제가 있어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전문계고교에서는 소프트웨어의 활용도 많은데 기본적인 것만 지원돼 실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실습수업은 온라인 쌍방향 수업이 거의 불가능하다.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하는 플랫폼에 나이스를 연동해 출결관리 시스템을 간소화하는 등 중복되는 일을 줄여야 한다. 이민우=취업지도 중 면접지도는 대면 지도가 효율성이 높다. 학생의 표정과 태도의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지도가 매우 어렵다. 최근 대기업들이 AI 면접을 도입했다. 지도 방법에 대한 정보가 없고 생소하다보니 여러 애로사항이 있다. 고3 학생들은 계속 등교수업을 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불만이 많으며 학업 능률과 의지가 많이 저하돼 있는 상태다. ‘학력저하’ 체감… 교사역할 중요 하윤수=말씀을 들어보니 많이 안타깝다. 최근 초유의 상황으로 학력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지난 모의평가에서도 예년에 비해 성적이 저조하게 나온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학력저하를 느끼고 있는지. 뾰족한 수가 없지만 어떤 방식으로 지금의 부족한 학습량을 보충해야 할지 모르겠다. 주우철=초등에서는 학력저하를 확인할 수 있는 정량화된 데이터가 없다. 학생의 학업 성취도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원격수업 진도나 출석률을 체크하고 과제를 점검하지만 학급 당 학생 수가 많고 온라인에서는 소통의 어려움도 크기에 개별화된 피드백을 제공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따른다. 기초학력 보장 방안을 봐도 과거 재탕, 삼탕 정책들이고, 학습안전망도 앞으로 도입 예정이라는 계획만 발표되었을 뿐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정수진=중학교에서는 학력저하를 체감한다. 정확히는 학력 편차의 쌍봉 분포다. 자기주도학습능력을 갖춘 학생들은 오히려 원격수업을 선호하고 성적이 높아졌다. 반면 중간층의 많은 아이들이 무너졌다. 학력저하는 자기 효능감, 자기 조절 능력을 갖추지 않은 학생들에게서 이뤄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대면 교육과 학습 조력자로서의 교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2학기에 기초학습부진 학생의 방과 후 등교수업을 추진하는 학교를 보며 이런 노력이 학력저하 개선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해본다. 윤성호=수업의 질도 많이 떨어졌지만 보충수업 및 방과 후 교육의 부재 또한 학업능력 저하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학습시간 자체가 줄어들게 됐다. 온라인 수업 일지라도 보충수업 및 방과 후 교육 등을 실시해 학습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법이 있다. 여전히 계속되는 관치행정들 하윤수=학생들이 자택에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입력하고 등교를 하고 있다. 실효성이나 운영상의 문제점은 없는가. 주우철=원칙적으로 모든 학생이 자택에서 학생 건강상태 자가진단을 입력하고 등교해야 하지만, 현실은 아니다. 매일 정해진 시각에 일일 상황 보고를 해야 한다. 미응답 학부모들에게 개별 연락을 취해야 하는데, 등교 시간, 학생 맞이 시간과 겹쳐 수업 준비에 지장이 생길 수밖에 없다. 보고 이후 교육청에서 조치하는 경우는 없다. 이상 응답이 있으면 행정 처리는 결국 교사의 몫이다. 교육청에서 자가진단 시스템을 통해 입력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응답이나 미응답 학생에게 일괄 안내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사가 수업 준비와 등교 학생 안전에 집중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하윤수=중학교 상황은 어떤가. 업무를 하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 박정현=불필요한 행정업무를 내려보내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무색하다. 단적인 예가 교복 만족도 조사다. 1학기 때 신입생을 대상으로 만족도를 조사하라는 건데, 실제 교복 입은 날은 일주일이 채 안 되는데, 등교도 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만족도를 조사하라고 한다. 교육청에 항의했지만, 늘 하던 일이라 해야 한다고 하더라. 관치행정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감염병 관리 전문인력배치 필요 하윤수=보건교사들이 상당한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차미향=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긴장감이 느슨해진 점이 힘들다. 혹시라도 건강상태 자가진단에서 구멍이 뚫릴까, 늘 긴장 상태다. 장기적으로 보면 불필요한 행정업무에 힘을 소모하지 않아야 한다. 가령 마스크 개수를 보고할 때 KF 수치·크기별로, 덴탈, 비말 등을 구분해 보고하는데, 불필요하다고 본다. 방역물품을 지원할 때도 공문으로 학생 수와 교사 수를 묻는다. 정보공시를 보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 말이다. 교육지원청이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별진료소 확인서가 없으면 병결 처리해야 한다고 안내해 증상이 있어도 속이고 학교에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윤수= 정부의 방역지침이 교육현장의 인력, 행정적 구조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 전문가로서 무엇이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차미향=지침에 따라 학생에게 선별진료소에 가도록 안내하면, ‘선별진료소에 갔다가 감염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항의하는 학부모도 있다. 학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게 ‘학교 전용 콜센터’를 마련하고, ‘학생 전용 안심 선별진료소’ 운영하는 것도 방법이다. 학교보건 관련 조직 개선도 필요하다. 감염병이 5년 주기로 발생하는 것을 볼 때,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지역교육청, 교육부에 보건교사나 보건전문직을 포함한 감염병 대응 전문인력배치가 필요하다. 뒷북 공문·지침에 학교 불신만 커져 하윤수=상반기에 이어 지금까지도 소위 ‘뒷북 공문’이 여전하다고 한다. 각종 지침을 언론이나 학부모들을 통해 먼저 알게 된다는데. 주우철=소식 빠른 학부모나 방송을 통해 먼저 듣고 추후 공문으로 접할 때 교사들이 느끼는 허탈감은 상당하다. 학부모의 질문에 적절하게 대답하지 못하고 ‘아직 공문으로 시행되지 않아 결정된 바가 없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하게 된다. 뉴스 보도로 관련 정보를 접하고도 교육청에서 공문을 시행할 때까지 기다리는 소극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사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박정현=실제로 그렇다. 언론으로 보고 2~3일 지나면 공문으로 시행된다.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무엇인가를 한다기보다 언론으로 발표된 정책을 전달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면 학교와 교사에 대한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긴급돌봄 확대로 각종 민원 증가 하윤수=초등 긴급돌봄 확대로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가 퇴색한다는 지적이 많다. 현장에서는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신영진=등교 개학 초기에는 유아들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잘 지키는 것을 보면서 기특했다. 반면 학부모는 ‘종일 마스크 착용하는 건 아동학대가 아니냐’고 한다. 3분의 1만 등교하라는 지침이 내려왔을 땐 역차별이 아니냐, 우리 아이도 매일 보내고 싶다는 민원이 들어오기도 했다. 출석체크, 놀이꾸러미에 대한 불만도 있었다. 가장 어려운 건, 등교도 못 할 바에야 가정 양육하고 양육수당을 받겠다고 아예 유치원을 떠나는 경우다. 민원의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다양하다. 김민중=현재 긴급돌봄은 거리두기로 인해 제대로 된 프로그램 구현이 어렵다. 그냥 안전하게 관리하는 수준이다. 공간에 제약이 있고 거리두기 지도도 지속적으로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감염에 취약한 건 사실이다. 코로나19 안전지역은 없다 하윤수=지난 상반기, 대구지역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에 있었다. 당시에 어떻게 대처했는지 궁금하다. 2차 확산을 겪고 있는 수도권 소재 학교에 도움이 될 듯하다. 김민중=당시의 상황은 말 그대로 비상 상태였다. 모두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시민들의 단결력이 대단했다. 무엇보다 약속을 잘 지켰다. 책임감으로 손 씻기, 외출자제, 마스크 착용을 철저하게 했다. 그때는 이 어둠이 빨리 지나가기를 간절히 빌었다. 온 시민이 한마음, 한 뜻이었다. 해가 지면 거리에 아무도 없었다. 학교 방역은 필수 인원만 빼고 학교를 닫아걸었다. 학교를 닫는 것이 제일 안전했다. 그게 최선이었다. 출근하는 날은 매일 교실과 동선을 따라 소독하고 학생들의 책상을 일일이 닦았다. 등교 시작하고 하루 두 번 체온 재고, 쉬는 시간에는 손 씻기를 필수로 하는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켰다. 하윤수=농촌 소규모학교의 상황은 어떤가. 오준영=전북 무주에서 근무한다. 이곳을 두고 코로나19 청정지역이라고 표현하더라. 사실 코로나19 안전지역은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그 청정함을 지키기 위해 처절하게 방역하고 사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인근 학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 자가격리 지침을 받은 이후 13일 동안 단 한 명의 접촉자도 없었고, 확진 판정을 받고 치료소에 입소해 지역사회에서 귀감이 됐다. 도내 농어촌 지역 학교 중에 학생 수가 200명이 안 되는 곳은 정상 등교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학생 수 200명이면 학년 당 학생 수가 30명 내외이고, 학급에 따라 25명 이상의 과밀 학습이 있을 수 있다. 우리 학교는 전교생이 90명이라 등교수업 실시한다. 방역활동에 민원처리, 행정업무까지 동시에 하느라 교사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사다 하윤수=지금과 같은 역경에도 우리 50만 교사는 교육 강국, 대한민국의 미래교육을 이끌어갈 책무가 있다. 국가 차원의 표준 플랫폼인 K-클래스와 교사의 교육콘텐츠 제작 지원 등 시스템을 구축하고 학교보건 안전 시스템도 재정비해야 할 때다. 우리 교육, 어떻게 변화해야 하나. 신영진=유아교육이 중요하다고 말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나 교육계 인식은 유아교육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교육 행정적인 측면에서 유·초·중등을 나란히 놓고, 유치원을 학교 시스템 안에서 지원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사립 할 것 없이 유치원이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게 도와줬으면 한다. 오준영=교육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교사의 역할, 지도 방법 등 모든 게 바뀌고 있다. 학교 안전교육도 실효성 있는 방식으로 변화해야 한다. 김민중=교사에게 원격수업을 요구하기 전에 국가 차원의 플랫폼, 시스템이 먼저 구축돼야 한다. 교사의 역량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업이 이뤄질 수 있게 K-온라인 학습 시스템이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들의 노력을 알아줬으면 한다. 학교가 무너지지 않는 것은 교사, 교직원들의 피, 땀, 눈물이 있기 때문임을 알아주면 좋겠다. 주우철=현재 원격수업의 혼란은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온전하게 정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과거의 교과목과 교육과정이 그대로 적용됐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K-클래스에 활용할 양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 원격수업에 맞게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 것이 미래 교사의 역량이다. 차미향=코로나19 발생 이후, 등교수업 이후 많은 일을 해왔다. 많은 부분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문제점은 많다. 학교 현장의 효율적인 감염병 관리를 위해 조직을 개선하고 교육부, 교육청에 보건 전문 인력을 배치해 협업 체제가 구축되길 바란다. 박정현=교육 당국의 고생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것 같다. 탁상행정 때문이다. 학교 현장에서 고3은 이미 성적 입력이 마감돼 등교가 의미 없다고 말한다. 고2 학생들을 등교하게 하는 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도 묵살된다. 이 점이 가장 안타깝다. 정수진=코로나19를 겪는 동안 학생들과 함께 지지고 볶던 시간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교육의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교사의 역량을 강화하고, 기존의 교육 시스템이 가진 장점이 조화를 이뤄 운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 윤성호=배움과 교과의 본질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보다 학생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조력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 새로운 교사상을 정립하고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이민우=주변에서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아 교사들이 편하겠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학생들이 안 나오는데, 월급을 받느냐면서. 교사들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방식의 비대면 수업과 등교수업 준비, 방역까지 하고 있다. 책임은 더 막중해졌다. 열심히 하는 교사들이 기운 나게 응원 부탁한다. 하윤수=소중한 말씀 감사하다. 교육 당국은 교사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 학교 현장이 원활하게 운영되도록 행·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한다. 마스크를 쓰고 수업하는 건 상상 이상의 고충이다. 한 시간 수업에도 땀과 침으로 젖어 마스크를 버려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교사들의 애환을 누가 알아주겠나. 교사들이 수업할 때만이라도 마스크 때문에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학교예산을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 악화를 이유로 교수·학습과 교육활동 등에 필요한 예산을 감축하고 학교 교육력이 저하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학교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교사들을 위해 교육재정 확충을 요구하겠다.
올해 1학기 종업식은 비대면으로 이뤄졌다. 개인 건강을 잘 지켜 준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영상으로 전하며 여느 때보다 아쉽고 그저 미안한 마음으로 여름 방학에 들어갔다. 힘들더라도 마스크 착용은 필수이고, 여러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가급적 가지 않도록 하고, 손을 자주 씻으라는 당부를 하며 그렇게 방학식을 했다. 방학에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학년 부장님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학기에는 3분의 1 학생이 등교해 수업을 받았는데 2학기에는 3분의 2 학생이 학교로 나와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됐다고.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은 매일 등교를 권장한다고 하니 우리 학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달라는 것이었다.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연구부장을 하고 있을 때 함께 근무했던 교감 선생님 말씀이 떠올랐다. 학교에서 결정하기 힘든 일이 생길 때 첫 번째로 고려할 것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학생에게 유익한가를 보라는 것이었다. 그래도 판단이 서지 않으면 교사에게는 어떤가를 고민해 보는 것이 두 번째 할 일이라고 하셨다. 그런 해결책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일은 제대로 된 판단을 내기에 역부족임을 느꼈다. 그러고 얼마 후, 그렇게 고민했던 일이 여러 번 수정돼 지금의 상황에 이르렀다. 쉽게 결정하기도 힘들고, 최선의 결정을 내린다 해도 코로나19의 사태는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 되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풀어가야 할까? 첫째, 배려에 초점을 맞추자는 것이다. 지난 1학기에도 여러 가지 변수가 있었고 거기에 맞추어 다각적인 노력을 해 본 ‘경험’이라는 자산을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2학기에는 좀 더 좋은 선택을 기대할 수 있다. 예상컨대, 원격수업에서도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해 본 경험이 있고, 등교수업에도 적절한 수업 방법을 적용해 봤으니 2학기에는 좀 더 만족할 만한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는 학생에게는 별도의 배려를 시행하고, 건강이 취약한 학생에게는 그에게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서 말이다. 그 범위를 넓혀서, 또는 그 내용을 보완해서 실행한다면 학력저하 우려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배려’라는 측면에서의 탄탄한 정책을 기대해 본다. 둘째,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로하면서 나아가자는 것이다. 어려울 때일수록 마음이 상하고 힘들어지는 사람이 많아진다. 서로의 잘못을 비난하기 쉬운 상황이 펼쳐질 때 위로는 항상 그 상황을 넘어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돼줬으면 좋겠다. 교사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로해 주고, 국민은 교사를 위로해 힘을 내어 최선의 길을 걸어갔으면 좋겠다. 부모가 자녀들의 실력을 위해 애쓰듯 학교 현장에서 교사는 자기 반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가지고 있는 역량을 불태우고 있음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의 건강과 실력을 동시에 추구하고 고민하는 이 땅의 교사들이 지금도 의연하게 코로나19와 맞서 싸우고 있다. 앞으로 어떤 상황이 우리에게 펼쳐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매일 등교를 선택하든, 격주 등교를 선택하든, 원격수업을 하든 중요한 것은 그 현장에서 어떤 마음으로 대처하는가에 교육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 서로를 향해 배려해 주고 위로해 주면서 이 어려운 시기를 삼위일체가 되어 힘차게 걸어나갔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니 그 아이 때문에 내가 지난 1년 동안 힘들었거나 교사로서 아이들 지도에 부담을 느꼈었던 기억은 전혀 없다. 누가 보더라도 그 아이로 인해서 뭔가 힘들었어야 당연할 것인데 너무나 자연스럽게 1년이 지나갔던 것 때문일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 그 아이는 물론 그해 우리 반 모든 아이들에게 새삼 고마움을 느낀다.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온 6학년 교실. 2년 전에 지도했던 아이들이 군데군데 보이고 처음 만나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다. 이 아이들이 4학년 때 나도 4학년 담임이었고 6학년 때 다시 6학년 담임으로 만난 것이다. 그런데 한 아이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왠지 편안해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 조금 더 눈길이 갔을 때 나는 그 아이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의자에 앉아 있기는 한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고 앞으로 쭉 뻗어 있었다. 그런데 다리 길이가 워낙 짧아 의자보다 약간 나와 있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마치 유치원생이 초등학교 6학년 언니 의자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예전 4학년을 지도할 때 복도에서 종종 마주친 적은 있지만, 여느 아이와 마찬가지로 같은 반에서 만나게 될 줄은 전혀 짐작하지 못했다. 우리 반 3번 김진수.(가명) 진수로 인해 우리 반은 6학년 학급이면서도 5층에 위치하지 않고 2층에 위치하게 되었다. 그리고 한 3~4일 정도? 진수는 그 의자에 그렇게 앉아 수업을 들었던 것 같다. 한 주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진수 어머니께서 전화를 주셨다. 진수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가 끝나갈 즈음 진수 어머니는 진수 의자가 따로 있을 거라고 그 의자를 가져다 앉게 해달라고 하셨다. 다음 날 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진수 의자 따로 있니?”, “네. 선생님 진수 의자 따로 있어요.” “아니 그럼 선생님한테 얘길 해주지 그랬어?”, “그리고 진수야! 불편하면 선생님한테 먼저 얘길 하지 그랬니?” 나는 진수 의자가 따로 있었다는 것을 몰랐다는 사실에 아이들에게 원망 반 부끄러움 반이 섞인 마음으로 얼른 학생을 보내 진수 의자를 가져오게 했다. 마침 진수가 있던 전 교실에서 빼놓으려고 바깥에 내어놓은 상태였다. 가져온 의자를 보니 정말 진수에게 맞춤식으로 만들어진 의자였다. 의자 다리 부분 반 정도의 높이에 발판을 하나 덧댄 의자였다. 진수에게 의자를 바꾸어 앉게 했더니 혼자 씩씩하게 발판을 밟고 올라가 앉는 것이었다. 그제서야 진수는 자기 집에 온 것처럼 편안해 보였다. 그리고 교과서를 펴고 공부할 준비를 했다. 또래 아이들 키에서 대략 반 정도 올라오는 키에 걸음걸이도 휘청휘청 걷는 것처럼 신체적인 조건이 분명 정상적이지는 않은 아이. 말을 할 때에도 진수 어머니 말씀대로 구강 구조가 조금 문제가 있어 새는 듯한 발음에 어눌한 느낌마저 줄 수 있는 아이. 하지만 진수는 다른 정상적인 아이와 다를 바 없이축구도 하고 피구도 하고 무엇을 하든지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청소할 때에도 진수가 지나간 자리는 항상 깨끗했다. 읽기 시간에도 자신이 책을 읽을 차례가 되면 또박또박 읽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히 보였다. 무엇보다 학습 태도가 매우 우수했다. 진수는 여느 아이 못지않은 모범생이었다. 친구들과의 사이에도 필요하지 않은 말은 전혀 하는 법이 없었고 어떤 면에서는 상당히 과묵했다. 그 나이 친구들보다 분명 성숙했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도 진수를 함부로 대하거나 무시하거나 하는 일은 전혀 없었다. 무슨 일을 함께 해야 할 때에도 먼저 진수에게 의견을 물어보았다. ‘장애’라는 단어. 진수는 이미 장애인이 아니었다. 봄빛 가득한 5월의 첫째 날, 우리 학교에서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운동회가 있었는데 5인 1조 달리기에 진수도 참여하게 되었다. 정상적인 다른 아이들조차 서로 먼저 결승점을 통과하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여 임하는 이 달리기에 진수의 의사를 물어보니 진수도 흔쾌히 뛸 수 있다고 했다. 운동회 당일, 나는 운동회를 총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조회대 앞에 나와 질서를 유지하고 운동장 이곳, 저곳을 살펴보며 경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어느새 진수가 저만치 뛰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보는 사람마저도 안쓰럽게 느껴질 만큼 뒤뚱뒤뚱 뛰는 모습. 하지만 멀리서 보더라도 진수의 얼굴에서는 행복한 미소가 피어나고 운동회를 나름대로 즐기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과 맞추어 뛰고 싶다는 듯 열심히 뛰고 있었다. 운동장에 모인 모든 사람 역시 진수에게 연신 환호와 격려의 박수를 보내 주었다. 이날 진수는 분명 다른 친구들보다는 늦게 결승점을 통과했지만 불리한 신체 조건을 가지고도 끝까지 운동장 한 바퀴를 완주한 진수는 그 누구보다도 오늘 달리기 부문에서 1등이었고 운동회의 MVP였다. 이와 같이 크고 작은 일들을 거치며 그렇게 1년의 세월이 지나갈 즈음 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 교사들을 대상으로 졸업 사정회를 실시하였다. 졸업생들에게 주는 상을 정하고 대상자를 선별하는 회의였다. 나는 지체 없이 진수를 지역교육지원청 극기 부문상에 추천하였고 마침 다른 부문에서 적절한 대상자가 나타나지 않았던 터라 졸업 사정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지역교육지원청 학생상은 효행, 봉사, 선행, 환경, 극기의 5가지 부문 중 학교당 1명을 선정하여 부문을 정해 추천하게 되어 있다. 이미 여러 해 6학년을 맡아 졸업을 시켜본 경험이 많았던 나는 지역교육지원청 학생상 극기 부문에 진수만큼 우리 학교에서 적합한 학생은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추천할 기회가 되면 꼭 추천해서 진수가 그 상을 받게 해주고 싶었다. 비정상적으로 작은 키에 작은 다리마저 활처럼 바깥쪽으로 휘어진 아이. 말하는 것조차 발음이 새는 아이. 자신의 신체 조건을 평생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야만 하는 아이. 1년 동안 진수와 함께 같은 교실에서 생활하면서 특별한 도움을 제대로 못 준 것 같아 미안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특별한 도움을 주어야만 한다는 생각 자체가 비장애인의 편견일 수 있고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에 대한 예의는 아닌 것 같다. 스스로 이미 장애를 극복하고 정상인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행동하려는 사람에게 장애인이라는 편견을 갖고 안쓰럽게 바라본다든지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뭔가 도움이 필요할 거라는 생각에 부산함을 떠는 행동 등은 어쩌면 장애를 갖고 있는 사람을 오히려 불쾌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느덧 11월이 되어 중입 배정원서를 쓰는 기간이 다가오자 진수 어머니께서 연락을 주셨다. 집 가까운 데에서 다닐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말씀이셨다. 중입 배정원서를 작성할 때에는 진수와 같이 특별한 사정이 있는 학생은 사전에 근거리 배정 신청을 하여 미리 원하는 중학교를 배정받을 수 있다. 진수의 경우는 그렇게 하지 않아도 원하는 중학교가 집 가까이에 있어서 그 학교에 배정받는 것은 거의 확실하지만 학부모님 입장에서는 할 수 있는 한 미리 안전하게 조치를 취하고 싶으셨던 모양이다. 만에 하나 그 학교에 배정이 안 된다면 길 건너편에 있는 이웃 중학교에 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진수가 작은 키와 불편한 다리로 유난히 교통량이 많은 대교 북단 사거리 횡단보도를 매일 아침저녁으로 건너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다행히 진수는 근거리 배정 신청이 바로 접수되어 집 앞에 있는 원하던 중학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진수처럼 신체가 정상적인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유난히 작거나 신체의 일부분이 불편한 것만이 장애일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 맡고 있는 우리 반의 영리한 어느 아이가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것을 배우는 수업 시간에 했던 “안경 쓴 사람들도 장애인이라고 할 수 있어. 너도 될 수 있고 나도 될 수 있어.” 하는 말처럼 생각하기에 따라서 어딘가 불편한 점이 있다면 누구나 장애를 갖고 있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또는 신체가 정상적이어도 생각과 마음이 정상적이지 않고 건강하지 않으면 그 또한 장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가 가진 신체적인 불편, 정신적인 불편 등을 이미 극복한 사람에게 “저 사람은 장애가 있는 사람이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장애를 극복하고 이미 정상인이 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 필요 없이 생활로써 보여준 진수에게 담임으로써 함께 지낸 1년 동안 너무나 잘 생활해 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진수를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게 대하고 잘 지내주었던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수가 앞으로도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꿋꿋하고 자신 있게 잘 살아나갔으면 한다.
온라인 교육 지원 확대 필요 한국판 뉴딜 계획 실현 위해 디지털교과서 사업 연계해야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코로나19로 비대면·원격교육 중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저소득층 교육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지금보다 교육급여를 더 늘리고 디지털교과서 개발정책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저가 발간한 교육위원회 소관 ‘2019회계연도 결산’에 따르면 교육급여가 현재 저소득층의 교육수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교육급여는 빈곤층 교육비 부담을 경감하고 실질적인 교육기회 보장을 위한 기초생활 보장제도로 소득인정액이 기준중위소득 50% 이하인 초·중·고교 학생에게 부교재비, 학용품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교육부는 이 사업의 2019년도 예산액 1317억 원 중 1243억 원을 집행하고 74억 원을 불용했다. 교육급여 지원 인원은 2016년~2019년 동안 15.7% 감소했으며 지출 규모는 2.7% 증가했다. 또 단가는 46.7% 인상됐으나 연 지원 단가는 2020년 기준 초등학생 20만원, 중학생 29만원, 고등학생 42만원으로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포함 항목이 학용품비 및 부교재비로 한정돼 있는데다 최저교육비에 포함되는 초등 가정학습지, 중학 인터넷강의 교재비, 수련회 등의 보충교육비 등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재 저소득층 학생에 대한 교육비 지원 사업은 교육급여와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이 있으며 교육급여에는 온라인 교육 관련 지원이 빠져 있다. 교육정보화지원의 경우 시도교육청 저소득층 교육비 지원을 통해 컴퓨터와 인터넷통신비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지원대상 소득 수준이 교육청별로 다르고 서울·경북·경남 등 일부 시·도는 컴퓨터 지원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원격교육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저소득층의 교육격차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교육급여를 확대해 교육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2008년부터 시작된 디지털교과서 개발 또한 디지털 환경 변화에 따른 학생, 학부모, 교사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서책형교과서를 보완하는 수준의 정책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등 코로나19에 따른 변화에 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2017~2019년 동안 국정교과서 개발에 국고 20억 원이 투입됐으며 검정교과서 개발에는 특별교부금과 시도교육청 자체수입 311억 원이 투입됐다. 또 선도학교 운영을 위해 2018~2020년 동안 143억 원의 특별교부금을 시도교육청에 교부했다. 그러나 실제 교사의 디지털교과서 활용 경험은 28.2%에 그쳤으며 이 중 지속적인 사용 비율은 14.7%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활용하지 않는 이유는 주로 환경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거나 내용이 서책형교과서 등 타 자료와 차별성이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모든 초중고교 교육인프라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2022년까지 특수교실을 포함한 전체 교실에 무선망을 구축하고 온라인 교과서 선도학교 1200곳에 교육용 태블릿PC 24만대를 지원하며 다양한 교육콘텐츠·빅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학습 콘텐츠를 제공하는 ‘온라인 교육 통합플랫폼’ 구축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보고서는 향후 스마트 뉴딜 정책의 일환으로 기존 디지털교과서 개발 사업이 추진될 수 있도록 교육부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및 교육콘텐츠 확충을 효율적으로 연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문화 중학생이 지난해보다 23.4% 늘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2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2020년 교육기본통계를 발표했다. 매년 발표하는 교육기본통계는 4월 1일을 기준으로 전국 유·초·중·고등 교육기관과 교육행정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있다. 다문화 학생 수는 가파른 증가를 지속하고 있다. 초·중등학교 다문화 학생 수는 14만 7378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153명(7.4%) 늘었다. 2012년 조사 시행 이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였다. 이 중 특히 중학교는 지난해와 비교해 23.4%(5080명) 늘어나 2만 6773명이 됐다. 초등학교는 10만 7694명으로 3.7%, 고교는 1만 2478명으로 11.1% 늘었다. 다문화 학생 비율은 2.8%로 지난해 2.5%에 비해 0.3%p 상승했다. 출신 국적별로는 중국 32%(4만 7181명), 베트남 31.7%(4만 6683명), 필리핀 10.3%(1만 5140명), 일본 5.9%(8686명) 순이었다. 전체 학생 수는 감소 추세를 유지했으나 중학생은 소폭 증가했다. 유·초·중등 학생 수는 601만 14명으로 전년보다 12만 6780명이 줄었다. 다만, 중학교의 경우 2만 1287명(1.6%p) 늘었다. 교감(원감) 이상 유·초·중·고교 관리직 여성 교원의 비율은 52.4%(1만 5193명)로 상승세를 유지했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95.6%, 초등학교 54.1%, 중학교 33.5%, 고교 15.8% 등 모든 학교급에서 비율이 상승했다. 전체 유·초·중등 교원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71.8%(35만 7671명)으로 작년(71.3%) 대비 0.5%p 늘었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98.4%, 초등 77.1%, 중학교 70.5%, 고교 54.8%로 유치원과 초등은 지난해 수준이었고, 중학교는 0.4%p, 고교는 1.3%p 상승했다. 교원 평균 연령도 소폭 상승했다. 유·초·중·고 교원의 평균 연령은 41.2세로 전년(41.1세)보다 0.1세 올라갔다.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유치원 11.4명, 초등 14.2명, 중학교 11.8명, 고교 10.1명이었다. 학급당 학생 수는 유치원 16.7명, 초등 21.8명, 중학교 25.2명, 고교 23.4명이었다. 교원 1인당 학생 수와 학급당 학생 수 모두 유치원, 초등학교, 고교는 전년보다 소폭 감소했고, 중학교는 소폭 증가했다.
올해 6월 10일부터 8월 15일까지, 67일간 유례없는 최장기간 장마와 역대급 집중호우로 전국적인 수해 재난이 발생했다. 교육연구시설의 재난 발생 사례는 최장기간의 장마와 역대급 집중호우로 650여 건(24일 기준) 접수됐다. 충청권이 170여 건으로 가장 많았고 호남·제주권이 160여 건, 경기·인천권이 150여 건으로 뒤를 이었다. 재난 종별로는 집중호우로 인한 수해 피해가 약 82%로 가장 많았고, 낙뢰 피해가 14%, 풍해 피해가 4%로 집계됐다. 교육시설재난공제회는 이번 집중호우 재난 피해 학교 중 피해가 가벼워 신속한 복구가 가능한 학교시설에 대한 복구비 지급을 완료했다. 피해 규모가 큰 학교시설은 신속한 복구를 위해 가지급 제도를 활용해 긴급복구비를 지급하고 있다. 현재까지 발생한 피해 규모로 추정하면 최종 복구비는 100억 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 유형을 보면 붕괴, 침수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중 옹벽 또는 석축과 경사면 붕괴는 피해 규모가 수억 원에 이를 정도로 크고 복구에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도심지역의 경우 학교와 주택이 밀집돼 있어 옹벽 또는 석축 붕괴에 따라 인근 주택에 피해가 생길 수 있다. 올해 서울 모 초등학교의 경우 옹벽이 갈라진 틈새로 빗물이 많이 나와 인근 주택에 침수피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만큼 학교에서는 평상시 주기적인 안전점검과 문제점에 대한 신속한 개선 등 사전 대비가 필요하다. 이번 호우로 73개교에 낙뢰 피해가 발생했다. 다행히 시설물처럼 복구가 오래 걸리지 않고 통신 완제품을 재설치해 원격수업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침수 또는 누수 피해나 낙뢰로 전기·통신장비가 고장 나면 원격수업 중단 등 혼선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시설관리 방안이 필요하다. 공제회는 4월 시·도교육청을 통해 각급 학교에 원격수업 정상화를 위한 시설관리 방안을 안내하고, 풍수해와 낙뢰 피해를 대비한 안전점검을 했다. 이후 교육연구시설에 대한 낙뢰의 심각성을 각인시켜 학교시설의 피뢰설비 설치 사업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여가부 일부 초등학교에 배포 노골적 표현·조기성애화 우려 논란 커지자 결국 회수하기로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여가부가 일선 초등학교에 배포한 성교육 서적이 동성애를 미화하고 성관계를 선정적으로 표현했다는 지적이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제기된 후 현장의 논란이 커지자 결국 회수 결정이 내려졌다. 김병욱 미래통합당 의원은 25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가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으로 배포된 책중 일부가 동성애를 미화·조장하고 남녀 간 성관계를 노골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엄마 인권선언’, ‘아빠 인권선언’이라는 책에서 각각 아빠와 엄마에게는 ‘원하는 대로 사랑할 수 있는 권리’, ‘원할 때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여성 간, 남성 간에 가족을 구성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자꾸 마음이 끌린다면’이라는 책에서는 ‘아주 비슷한 사람들이 사랑할 수도 있다’ 예를 들면 ‘남자 둘이나 여자 둘’이라고 서술하는 등 동성애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며 “인터넷 서적 사이트에 동성애자로 검색하면 이 책이 나오기도 한다”고 밝혔다. ‘아기는 어떻게 태어날까’라는 책에 대해서는 조기성애화 우려도 제기했다. 그는 “성교 자체를 재미있는 일, 신나고 멋진 일 등으로 표현하고 그림을 보기가 민망할 정도로 성관계를 자세하게 묘사했다”고 말했다. 특히 해당 책은 부모의 성관계를 그림으로 묘사하고 있는데 그 수위가 지나치게 외설적이라는 주장이다. 성기 삽입 과정을 보여주며 ‘두 사람은 고추를 질에 넣고 싶어져. 재미있거든’, ‘아빠는 엄마의 질에 고추를 넣어. 그러고는 몸을 위아래로 흔들지. 이 과정을 성교라고 해. 신나고 멋진 일이야’라고 서술하고 있다. 김 의원은 “이런 책을 초등학교에 보급했다는 것은 성소수자에 대한 존중과는 별개로 동성애, 동성혼을 미화하거나 조장한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며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것처럼 묘사하고 노골적으로 성행위를 표현하는 도서를 배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만큼 교육부가 실태를 조속히 파악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해당 책들은 학생들이 항시 볼 수 있도록 비치가 돼 있는 것이 아니고 교사나 사서가 별도로 관리하도록 돼 있다고 한다”며 “학교와 책의 비치 현황을 상세하게 파악해보고 필요한 부분은 신속히 조치하도록 하겠다”고 답변했다.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실제로는 5개 학교에 배포됐고 외국에서는 상을 받고 추천 받을 정도로 내용에 대해서는 평이 좋은 책들”이라며 “성교육 설명에 보조 자료적인 요소로 보고 교사나 학부모 판단 속에 교육하면 되는 것이지 너무 과장되게 받아들이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반박했다. 논란이 커지자 여가부는 결국 성평등책 7종을 배포했던 학교에서 회수하기로 했다. 여가부는 26일 “일부 도서의 문화적 수용성 관련 논란이 일고 있음에 따라 해당 기업과 협의해 도서들을 회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나다움 어린이책 교육문화사업’은 아이들이 성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존중하도록 돕겠다는 취지로 성인지감수성 등을 다룬 책을 선정해 전국 초등학교와 도서관에 배포하는 사업이다.
수원 곡정초등학교(교장 김혜숙)에서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들의 마음을 꾸준히 살피고 건강한 정서발달을 지원하고자 학생상담 활동을 진행하였다. 코로나19로 정서적으로 불안정하거나 특히 맞벌이 등 가정 내 돌봄 결여 및 사각지대 학생, 사회성 향상이 필요한 학생, 기타 자발적으로 복지실에 찾아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주제별 맞춤형 상담을 실시하였으며, 공통적으로 감정 탐색하기, 감정 다루기, 자기 격려하기 활동을 통하여 스스로의 마음을 보살피고 격려하는 훈련을 진행하였다. 상담에 참여한 4학년 유00 학생은 “언제나 상담 시간이 기대돼요. 교실에서는 여러 친구들이 있어서 말하기 어려웠던 마음을 상담 시간에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아요.” 말하였고, 5학년 김00 학생은 “선생님과 심리검사를 통해 나의 성격유형을 알 수 있어서 유익했어요.” 말하였다. 이외 담임교사와의 협력관계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즉각적인 상담과 위기 개입이 이루어지도록 하여 문제 예방에 힘쓰고 있으며, 필요 시 외부 전문기관과 협력하여 문제해결에 도움을 주고 있다. 향후 코로나19 장기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위기 개입, 심리지원 서비스 제공 등 전문적인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 다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됐다. 최근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17개 시·도 교육감은 긴급 영상회의를 열고 수도권 지역인 서울·경기·인천과 부산 등 지역은 개학 이후 9월 11일까지 학생 밀집도를 유·초·중학교는 3분의 1, 고교는 3분의 2로 유지하고 그 외 비수도권 지역의 각급 학교는 밀집도를 3분의 2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발표했다. 사실 2학기 개학을 앞두고 시·도 교육청은 전면등교, 교육부는 밀집도 3분의 2 권장 등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 와중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해 당초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도교육감들이 전면등교 계획을 변경해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권고 사항에 따르기로 합의한 것은 국가 대란의 국민 통합적 대처 측면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같은 실수 반복해선 안 돼 2학기 전면 등교수업을 준비하던 학교와 교원들은 구체적인 교육과정 운영 방법, 학사일정 등을 정하지 못하고 어수선한 가운데 개학을 맞았다. 그런데 문제는 9월 11일 이후의 각급 학교 교육과정과 학사일정 운영이다. 교육부는 향후 추이를 지켜보고 대책을 세운다는 입장이지만, 일선 학교와 교원들은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다섯 차례의 등교 개학이 연기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결국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으로 지난 학기가 마무리됐다. 그 과정에서 큰 혼선이 야기됐다. 1∼2주씩 등교 개학·수업이 연기되는 소위 ‘찔끔찔끔 대책’이 미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해 교육을 질을 저하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때문에 학교 현장에서는 불투명한 학사 일정으로 이미 계획한 방과후 학교 강사 섭외부터 크고 작은 교내 일정 등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이마저도 언제 새롭게 계획을 수립해야 할지도 모르는 깜깜이 속에서 천수답마냥 교육 당국만 쳐다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학교와 교사 못지 않게 학부모의 걱정과 혼란 역시 커지고 있다. 지난 한 학기를 ‘허송세월’로 보냈다는 자조 속에 자녀가 학습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도 못해 학력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근심한다. 설상가상 2학기를 더 염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교육부가 하루빨리 코로나19 대비 한국판 가이드라인·매뉴얼을 내놔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선제적인 대처가 혼란 줄여 교육부는 9월 11일 이후의 포괄적인 각급 학교 교육과정·학사일정 운영 대책을 마련해 공표해야 한다. 사실상 코로나19 사태의 종식이 어려워진 현실에서 학생 안전과 학교의 원활한 학사일정 운영에 초점을 맞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 그 토대 위에서 등교수업과 비대면 온라인·원격 수업 방법, 블라인드 교육, 등교수업 주기, 급식 등 단위학교별로 탄력적인 교육과정·학사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아울러 학생 밀집도를 낮추더라도 1학기 때 드러난 학습 격차와 돌봄대란 해소에 나서야 한다. 또 디지털 기기 미보유 가정, 초등 저학년 맞벌이 부부 가정, 다문화 가정 학생 등 교육·학습 사각지대를 보살펴 학력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온라인 자율학습 콘텐츠 지원, 학습종합클리닉센터 설치 운영, 영어 등 5개 외국어 웹 서비스 등도 안착하도록 보살펴야 할 것이다. 오는 12월 3일에 시행되는 2021학년도 대입수능, 9월 23일부터 시작되는 2021학년도 대입 수시모집 등 예년과 다른 상황에서 시행되는 대입관리방안과 대책 마련에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교육부는 교육 분야의 주무 부처다. 교육에 관한 비평자·평가자 입장이 아니라, 주관자 입장에서 권한을 갖고 책임을 져야 한다. 민감한 교육 의제에 대한 대책과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때에 제시해 혼란을 줄여야 한다. 물론 각 시·도 교육청, 질본,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의 협치도 중요하다. 앞으로 교육부가 지난 학기에 보여준 땜질식 임시방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미리 대처하는 ‘선제행정’을 보여야 한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관내 노후 교원용 데스크톱 컴퓨터를 노트북으로 교체한다고 밝혀 현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또한 현장 교원들이 그 이유에 대해 ‘교원단체(교총)가 원한다’고 알고 있어 교총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서울교총은 “우리가 그런 사실을 요청한 적이 없는데 이상한 소문이 퍼지고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시교육청은 이달 초 학교 현장에 하달한 ‘코로나19 감염증 대응 교육인프라 구측(노트북 보급) 사업을 위한 자료 제출’이란 공문내용에 “향후 교원용 PC는 노트북으로 교체할 예정이며, 2021년에 교체 대상인 교원용 PC 중 노후 데스크톱 교체예산은 지원되지 않으니 자료 작성에 신중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명시했다. 원격수업 활성화를 이유로 이 같이 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필요에 따라 교체 컴퓨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지, 무조건 노트북으로 교체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교사들은 노트북이 원격수업에 더 맞는다는 교육청의 설명에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교사들은 학급 데스크톱으로 원격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더욱 선호하고 있다. 실시간 원격수업 중 컴퓨터가 잠시라도 지연되면 지장이 생기는 만큼 성능 위주로 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슷한 금액 대비 노트북보다 성능이 우월한 데스크톱을 쓰게 하면서, 원격수업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금액을 투입하는 방안이 더 낫다는 의견이 모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교총은 시교육청에 긴급요청을 통해 학교 급이나 과목 등 교육여건과 특징에 따라 수요가 다를 수 있는 만큼 면밀하게 예산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교총은 “초등의 경우 교과전담교사 등 경우에 한해 노트북이 유용할 수 있으나, 대부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예산 사용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일괄 노트북 구매는 예산낭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므로 정확한 수요를 조사해 내실 있게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이유로 학교현장의 필요에 따라 교체 컴퓨터의 종류를 학교 별로 선택할 수 있도록 강력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서울교총은 일선학교에서 이 같은 정책이 교총(교원단체)의 건의로 추진되는 것처럼 오해받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교육청에 요구했다. 서울교총은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교총의 명예와 위상이 실추되고 있는 만큼 시교육청 차원에서의 적극 해명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창의체험활동 학습도서 ‘창의체험 탐구생활 1·2(이하 탐구생활)’를 또 한 번 EBS 방송으로 만나볼 수 있다. 오는 31일부터 진행되는 EBS 온라인 개학 방송에 탐구생활 강의가 포함됐다. ‘초등 여름방학 생활’을 만든 노하우로 완성한 탐구생활은 지난 7월 첫선을 보였다. 동물 캐릭터 판다, 라피도, 워프, 캐비, 순호와 함께 탐험을 떠나는 콘셉트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현직 초등교사들이 선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해 학년 구분 없이 활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창의적 체험학습 수업뿐 아니라 수행평가,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온라인 수업 등에 교재로 활용할 수 있다. 페이지마다 ▲인성 ▲지성 ▲감성 ▲창의 등 핵심역량을 표시해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도 참고할 수 있게 했다. 책 뒤쪽에는 방학 과제로 제출할 수 있는 ‘자유탐구 보고서’ 양식을 수록했다. ▲토론 논술 기록지 ▲실험보고서 ▲관찰보고서 등 필요한 양식을 선택해 활용하면 된다. 1권은 ‘잘 먹고 잘 싸는 법’에 대해, 2권은 ‘어쩌다 동물탐험’을 주제로 구성했다. 탐구생활 방송에는 EBS 호랑이 선생님으로 유명한 이선희 교사가 출연한다. 방송은 오는 31일부터 9월 11일까지 2주간 EBS PLUS2 채널을 통해 방영된다. 오전 11시부터 매일 2편씩 만나볼 수 있다. 방송 후에는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를 통해 언제든지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서울시교육청이 원격수업으로 인한 학력 격차 해소를 위해 방과후강사, 사범대생, 퇴직교원 등을 동원하기로 했다. 이들은 초등·중학생 원격학습관리, 문해력·난독증 지원 역할을 맡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9일 본청 대강당에서 이 같은 방안을 2학기 때부터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원격수업 체제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로 인한 학력 격차를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마련된 방안이다. 교육청 자체 예산(추경 93억 원 편성), 학교 예산, 지자체 협력사업 등을 통해 인력이 지원된다. 초·중등·다문화, 원격학습관리, 문해력 부족 등 각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일대일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방과후강사, 사범대생, 퇴직교원들이 이르면 9월초부터 투입될 전망이다. 초·중학생에게는 원격학습관리를 지원하기로 했다. 각각 ‘초등 기초학력 두리샘’과 ‘중등 일대일 학습서포터’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이들은 ▲원격수업일 출석 체크 ▲스마트기기 및 실시간 쌍방향 플랫폼 활용 지원 ▲원격수업 이수 현황 확인 및 독려 등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 2학기에는 682명의 ‘초등 두리샘’이 6028명의 초등학생을, 170명가량의 ‘중등 학습서포터’가 386곳 중학교의 500명 내외의 중학생을 지원하게 된다. ‘초등 두리샘’은 방과후강사 등이, ‘중등 학습서포터’는 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은 10곳의 서울 소재 사범대 학생들이 맡는다. 초등은 저학년과 기초학력 지원 학생이, 중학생은 교육지원 취약계층 등이 그 대상이다. 퇴직교원은 초등 1학년 대상 ‘한글마중물 교육지원단’, 2학년생 대상 ‘기초학력반 교육지원단’, 교육취약계층 가정 방문학습 지원 ‘온라인학습 교육지원단’을 운영한다. 난독증 등 학습장애 학생 지원활동도 참여한다. 교육지원청, 자치구청, 마을교육단체 등이 함께 운영하는 ‘도담도담 마을샘’ 사업도 추진한다. 작은 도서관, 공방, 청소년 시설 등 학교 밖 ‘마을학교’에서 강사들이 사회적 배려 대상자, 한부모 자녀 등을 우선으로 기초학력, 체험활동 등을 운영한다. 다문화 청소년과 교육취약계층에게도 ‘이중언어 강사’나 ‘사제 멘토링’ 등이 지원된다. 조희연 서울교육감은 “서울형 블렌디드 러닝을 통해 학습 효과를 높이고 취약계층 교육지원 강화로 교육격차를 줄이겠다”며 “이번 대책이 부족하다면 추가 대책을 마련해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와 인천광역시교육청의 여름방학 이후 1일 등교수업 참여 학생 수를 전교생의 1/3 지침에 따라 인천숭의초등학교 1·2·6학년 짝수번호 학생들이 18일 오전 개학을 맞아 박승란(왼쪽) 교장 선생님과 반갑게 인사하고 있다. 교육부와 인천시교육청의 전교생 1/3 등교 지침에 따라 18일 오전 1·2·6학년 짝수번호 학생들이 개학을 맞아 등교를 하고 있다. 인천숭의초등학교 1학년학생이 교실에 들어가기에 앞서 담임선생님으로부터 발열 체크를 받고 있는 모습.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유영언(사진) 대전천동초 교장이 대전 5개구 146개 초등학교 이름의 유래와 역사를 풀이한 ‘알고 보면 재미있는 학교 이름(1·2권)’을 출간했다. 이 책에는 대전의 동네 지명 유래와 거기에서 유래된 학교 이름, 이와 관련된 우리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대전시에 있는 동구 23개, 중구 26개, 대덕구 21개, 서구와 유성구 38개의 초교와 1개 분교장의 학교 이름에 담긴 의미와 지역 문화유적에 관한 유래가 곁들어 있다. 12일 대전천동초에서 만난 유 교장은 “2008년부터 10년 간 자료를 수집해 3년 동안 집필했다”고 밝혔다. 그가 학교이름을 총망라하게 된 ‘집대성’의 시작은 평범한 질문 하나였다. 때는 유 교장이 기성초로 발령받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성초 소재 지역 ‘흑석리’의 지명이 궁금했던 그는 여러 학생들에게 그 이유에 대해 물었다. 그 결과 검은 돌(黑石)에서 유래됐을 가능성에 대해 알게 됐다. 그날부터 검은 돌을 찾아다녔다. 그런데 아무 곳에서도 검은 돌은 보이지 않았다. 자료를 찾기 시작한 끝에 ‘거문고’에서 유래돼 ‘거문’이 ‘검은’으로 변한 이름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의외로 재밌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10년 간 대전 전 지역을 누비며 자료를 쌓아나갔다. 처음엔 학교 이름이 궁금해서 시작한 작업이 대전의 동네 이름에 대한 근원 연구로 이어졌다. 지역의 지리학 관련 자료로 충분하다. ‘돌다리’에서 연유된 대전석교초 소개에서는 대전 시내 총 64개 다리에 관한 설명을 첨부했다. 이를 모두 찾아다니며 일일이 찍은 사진도 곁들였다. 이렇게 대전 전 지역을 다닌 거리만 수천㎞는 된다. 유 교장은 “이 책은 현재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나 그런 자녀를 둔 학부모, 각 학교에 재직하고 있는 선생님, 나아가 출신학교 모든 동문들이 읽기에 적합한 책”이라며 “각 학교마다, 교실마다, 또는 각 가정에서도 한 질씩 구해 읽기를 바라며, 나아가 우리의 뿌리는 아는 것이기에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책이 출간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 유래는 먼 옛날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연스럽게 역사가 따라오게 된다. 평소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다양한 역사 강의를 하고 ‘우리 문화 역사 탐방’ 프로그램 교육 기부하기도 했던 유 교장에게 더욱 즐거운 작업이었던 이유다. 어린 시절부터 역사를 좋아해 지금까지 800여 편의 역사서적을 읽었다는 그는 책에 그동안 쌓아온 지식을 적재적소에 풀어놓고 있다. 백제의 흔적이 남은 이름인 ‘대전유성초’는 백제의 마지막 날에 대한 묘사와 엮었다. 괴정 지역에 초교가 없어 대신 정리한 대전괴정중을 소개하면서는 그 지역에서 출토된 ‘농경문 청동기’ 설명도 함께 다뤘다. 유 교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자신이 다니는 학교나 자녀가 다니는 학교의 유래와 역사에 대해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기회가 되고, 선생님들에게는 학교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화 자료나 역사 단원 보조 지도 자료로 활용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기대했다.
서울대 동양사학과 목표 효원고 유준우 군 모의고사 백분위 99.9… 다독이 공부 비결 인문학 지식 공유·세계평화 기여가 최종 꿈 어려움 살피고 이끌어준 부장 선생님 존경 재단 지원에 학업부담 덜어…“감사한 마음” [한국교육신문 김예람 기자] “인문계열에 진학하면 취업이 어렵고 먹고 살기 어렵다는 인식이 흔한데요, 저는 인문학 인재들을 발굴하고 다른 분야와 접목·연계해 지식을 나누는 매니지먼트 사업가가 되고 싶습니다. 인문학이 적성이고 소질인 인재들도 과학 분야 못지않게 잠재력이 많은데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최종적인 꿈은 그런 사람들의 재능을 키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살기 좋게 만들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것입니다.” 유준우(경기 효원고3) 군의 목표는 서울대 동양사학과 진학이다. 인터뷰가 있었던 10일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았다는 유 군의 백분위는 99.9. 학교에서도 줄곧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을 정도로 학업 성적이 우수하다. 공부 비결을 묻자 그는 “평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데 특별한 게 없다”며 “어렸을 때부터 과학, 인문학, 예술 등을 통틀어 책을 많이 읽었는데, 다독이 바탕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수능 공부도 결국 독해력과 논리력 싸움이어서 꾸준한 독서가 언어적 인지능력과 수업 이해도를 자연스럽게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인문학 중에서도 역사 공부를 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유 군은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세상의 지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떤 재능이든 안목과 사고의 깊이가 있어야 그것을 십분 발휘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는 “역사 속 인물들의 본받을 점보다는 피해야 할 점을 보면서 타산지석으로 삼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라며 “위대한 정복자나 발명가들의 삶이 말년까지 행복하게 사는 경우가 드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전철을 밟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한다”고 밝혔다. “역대 왕 가운데 영조는 재위 기간이 가장 길고 업적도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52년의 재위 기간 중 전반부인 15년 정도에 모든 업적이 몰려 있어요. 이후에는 사도세자 사건 등 불미스러운 일과 실책이 많았는데, 아마도 어머니의 출신이 미천했던 데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 같아요. 영조의 삶을 보면서 저는 출생이라는 건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닌데, 자신이 도달할 수 없는 이유로 조바심을 내면 결국 옹색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떳떳하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누고 베푸는 삶을 꿈꾸는 만큼 시간을 쪼개 봉사 활동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에는 미혼모 가정의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후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소식을 듣고 멘토링을 자처하고 나섰다. 함께 도서관에 가고 시장에서 장을 봐 요리를 만들면서 평소 못 해봤던 경험을 만들어주고 사회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유 군은 “일주일에 두세 번, 두세 시간 함께한 것도 이렇게 힘들었는데, 부모님과 선생님의 육아와 교육활동은 얼마나 고된 일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며 “봉사를 하면서 베푼 것보다 배운 게 더 많았다”고 말했다. 유 군은 1, 2학년 때 학년 부장이었던 이행진 교사를 은사로 소개했다. 담임교사가 아님에도 학년 전체를 두루 살피면서 자신을 포함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관심과 조언, 격려를 아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했다. 이 교사는 특히 수학을 어려워했던 유 군과 수학을 제일 잘하는 동급생을 멘토로 맺어 서로 국어와 수학을 가르쳐주도록 했다. 1학년 겨울 방학 동안 함께 공부한 결과 2학년 중간고사에서는 두 학생 모두 전교권에 들 만큼 성적이 크게 향상됐다. 이 교사는 “준우는 현상을 한 가지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그 이면의 것까지 바라보는 넓은 시야와 비판적인 시선이 가장 큰 장점인데 어머니의 지병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워지면서 학원에 다닐 형편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마음이 아파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다”고 말했다. 유 군은 올해부터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인재양성사업 아이리더에 선발돼 교재비와 과외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것은 물론 다가올 수시 원서비 등 입시활동에 필요한 금액을 지원받고 있다. 자소서를 쓰고 생기부를 점검하면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인문학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꿈이 있기에 힘든 고3 생활도 잘 견뎌낼 수 있다고. 그는 “여러 현실적인 문제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는데 아이리더를 통해 학생으로서 제일 중요한 공부 걱정이 덜어지게 됐다”며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 한 젊은 엄마와 6세 남짓한 아이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탄 적이 있었다. 엄마와 아이는 영어 숫자 세기를 하고 있었다. “ninety-five”하고 엄마가 말하자 유치원생쯤 되어 보이는 아이가 “ninety-six”하고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모녀의 숫자 세기는 계속되었다. 아이가 숫자를 잘못 말하자 엄마가 정색하며 “ninety-eight이잖아. 이걸 몇 번을 했는데 아직도 모르니?”하고 아이에게 면박을 주는 것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고 한참 후에도 그 모녀의 대화가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어린아이를 너무 일찍부터 학습으로 몰아가고 있는 모습을 너무나 명확하게 목격했기 때문이다. 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일할 때, 이렇게 어려운 영어 숫자는 중1 때 가르쳤던 부분이었다. 학습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아무리 빨라졌다고 해도 초등학교 입학도 못 한 미취학 아동에게 이런 영어 숫자 세기는 좀 과해 보였다. 양날의 검 같은 교육열 자녀를 공부 잘하는 아이, 똑똑한 아이로 키우고 싶은 마음이야 어느 부모나 마찬가지로 갖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교육열은 적절하면 자녀의 성장과 발달을 도울 수 있지만, 너무 지나치면 오히려 큰 부작용을 남길 수 있는 양날의 검 같은 것이다. 아이의 심리적, 인지적 준비도를 고려하지 않고 행하는 지나친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은 아동을 인지 과부하 상태로 만들어서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하고 학습 무기력 상태에 빠지게 할 위험성이 있다. 자녀의 교육은 긴 여정과도 같은데 왜 이렇게 초기부터 힘을 다 쏟아부어서 아이도 엄마도 일찍 지치게 되는지 참으로 안타까웠다. 교육에 대한 이러한 조급증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와 뒤처지는 것에 대한 부모들의 불안감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옆집 아이가 뭔가를 배우러 다니는데 우리 아이도 배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부모들은 많지 않다. 이러한 불안함이 우리 아이들을 너무 일찍부터 경쟁으로 내몰고 있는 것이다. 해빙허스트(Robert Havinghurst)에 따르면 시기별로 이루어야 할 발달과업이 있다. 미취학 아동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나 수학 같은 인지적 학습보다는 신체활동과 놀이 그리고 또래와의 정서적 교감이다. 초등 시기에는 사고력 수학이나 영재원 준비보다는 독서와 셈하기 그리고 우정을 배워야 한다. 청소년기는 부모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준비하고 진로를 탐색하는 시기이다. 자녀가 똑똑한 아이로 자라는 것도 좋지만 균형 잡힌 행복한 아이로 자라게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녀의 학습은 다른 아이와의 비교가 아니라, 우리 아이의 인지 발달에 맞춰 적합한 시기에 이뤄져야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영어 파닉스를 너무 일찍 시작하면 2년에서 3년이란 긴 시간이 걸리지만, 아이가 인지적으로 준비가 되었을 때 파닉스를 배우면 3개월 안에 수월하게 배울 수 있다. 발달 시기에 맞는 학습이 효과적 그러면, 우리 자녀가 어떤 학습을 하기에 적합한 시기가 언제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학원의 레벨 테스트 통과 여부보다는 아이가 배우고 싶어 하고 관심 가지는 순간이 바로 그것을 학습할 수 있는 최적기라고 생각한다. 영어든, 수학이든, 아이가 너무 힘들어하면 쉬게 하는 완급조절도 필요하다. 자녀의 교육과정에서 부모의 가이드가 필요한 순간도 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부모의 통제가 통하지 않는 순간도 분명히 온다. 따라서 부모는 자녀의 교육을 통제하는 감독이 아니라, 행복한 자녀로 자라도록 자녀의 교육을 안내하고 격려하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백신이 곧 나온대.” “누가 그래?” “그건 말이지……” 최근 가장 자주 나오는 기사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에 관한 뉴스일 것이다. 하루에도 몇 건씩 나오는 뉴스지만 결과는 어떤가? 전 세계의 제약사들과 연구기관들이 전력을 다하고 있지만, 백신도, 치료제도 만족할 만한 성과는 요원한 상황이다. 이때 누가 이야기했는가에 따라 사람들은 기대하는 수준이 달라진다. 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면서 “누가 이야기한 것이냐?”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으로 다루는 요소이다. 신뢰도를 판단하기 위해 그 이야기의 출처는 어디인지, 전문성을 바탕으로 하고 있는지, 객관적인 데이터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확인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럴듯한 말이라 하더라도 그 출처가 대표성을 갖지 못하는 일부의 견해라면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대표성 확보는 최소 요건 교육 관련 뉴스를 접하다 보면, ‘교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 의하면’이라는 문구를 자주 접한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마치 ‘전체 교사의 입장이 그런 것인가?’라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그런데 몇몇 단체에서 보도자료로 제공하는 자료를 보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설문의 구체적인 항목도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일부 항목의 응답 결과만 제시한다. 무엇보다 표집 자체의 수가 너무 적어 전체 교사의 입장이라고 할 수 없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했다고 하지만 표집이 1000명도 되지 않고, 표집 방식은 무엇인지 신뢰도는 얼마인지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마치 전체의 의견인 것처럼 발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소수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언론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호도(糊塗)’는 ‘명확하게 결말을 내지 않고 일시적으로 감추거나 덮어버린다’라는 뜻이다. 대표성이 없으면 이처럼 흐리멍덩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다. 대표성은 어떻게 확보될 수 있을까? 대표성은 절대적인 비율과 전문성이 함께 충족됐을 때 자연스럽게 확보되는 것이다. 미국 교원단체인 AFT(American Federation of Teachers)와 NEA(National Education Association)는 2018년 통계 기준으로 전체 교원 대비 평균 48%가 가입돼 있다. 다수의 참여를 통해 교원의 권리와 전문성 신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교원 연구를 통해 교원단체로서의 대표성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교원단체의 설립 및 운영 등에 관한 법률안’이 추진되고 있다. 교원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있어 가치를 부여하고, 적극적인 역할 수행이 가능하도록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크게 환영할 만하다. 전문직으로서 지위와 자격을 갖고 있음에도 타 전문직 단체에서 가진 수준의 법률을 가지지 못하고 시행령 차원으로 갖고 있어 한계가 있던 상황이었다. 이번 법률안 추진은 교원단체 설립과 운영의 법률 규정을 마련한다는 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로 교육부에서 시도하는 ‘교원단체 시행령 제정’은 매우 우려된다. 현재 많은 법외 교원단체(합법적으로 설립되지 않은 소규모 형태)가 교원단체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단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발전적인 차원에서 검토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는 생태의 구축은 중요하지만, 법률적 차원으로 인정하는 데에는 큰 무리가 따른다. 교원단체는 분명히 교원을 대표할 수 있는 ‘대표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 현재 법외 교원단체들은 여러 부분에서 대표성을 가지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정 종교에 기반을 두거나, 기존 노조에서 일부가 분리된 형태인데도 마치 자신들이 교원 대다수의 입장인 것처럼 과장하고 있다. 교원단체, 올바른 교육 가치 지향해야 법외 교원단체에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교총만을 인정하는 법이 위법이라며 언론을 통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득권의 논의가 아니라 교원단체가 대다수 교원의 입장과 권리를 대변할 수 있도록 기준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정당의 구성이 1000명임을 논거로 내세우면서 법외 교원단체의 설립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치적 목적의 정당과는 차이가 있는 만큼 근거가 될 수 없다. 교원단체로 인정받는 데 필요한 조건은 이미 논의가 된 바와 같이 전체 교원의 10%, 10개 지역 지회의 확보다. 이는 최소 요건이다. 이것은 진입 장벽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대표성을 갖기 위한 최소한의 전제임을 알아야 한다. 최근 일련의 흐름을 보며, 몇몇 선생님들이 우스갯소리로 “우리도 교원단체나 하나 만들어볼까?”라는 말을 하곤 한다. 여기에는 ‘교원단체가 무슨 동호회나 전문적 학습공동체인가?’라는 조소가 담겨있다. 교원단체는 다른 이익집단과 달리 ‘교육’을 위한 단체로서 특수성을 갖는다. 권익 신장도 중요하지만, 이익만을 대변하기에 앞서 올바른 교육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입장을 전체인 것처럼 과장하는 것은 옳지 않다. 서로 다른 입장이 대표성 없이 난립했을 때 찾아올 혼란이 없도록 교육부에서는 특정 단체의 입장에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미래의 교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대학교 면접 대비서다. 실전 면접 전략과 지원자 특성에 맞는 조언을 통해 교대 합격을 돕는다. 초등교육학과 아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를 준비하고 교대 서류평가의 기준과 평가원리도 파악할 수 있다. ▲최신 교대 면접 경향을 반영한 전국 교대 선행학습영향평가 보고서에 담긴 기출문제 수록 ▲교대 입학사정관의 기출문제 해제 등을 담았다. 초등교육과 중등교육의 차이점과 교대의 대학별 교수진의 연구 결과물의 특징 등도 제시한다. 저자들은 “목차 순서에 따라 읽으면 교대 면접의 핵심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민호 외 지음, 미디어숲 펴냄.
[한국교육신문 한병규 기자] 2학기 개학을 앞두고 교육당국이 코로나19로 인한 격차 해소에 대해 대안을 내놨지만, 이미 벌어진 학력격차를 좁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1일 세종시교육청에서 ‘교육안전망 강화방안’을 합동으로 발표했다. 그 가운데 학력격차를 좁히기 위한 방안인 ‘학습안전망’과 관련해 ▲인공지능(AI) 초등수학 전면 적용 ▲에듀테크 멘토링 ▲중·하위권 고교생 학습 컨설팅 ▲학교 내 다중지원팀 및 학교 밖 학습센터 강화 ▲테크매니저 배치 및 교사 저작권 개선 추진 ▲공공 학습플랫폼 고도화 등이 주요대안이다. ‘AI 초등수학’은 초등 1·2학년을 대상으로 AI를 활용해 수학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게임 기반 학습 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한다는 내용이다. ‘에듀테크 멘토링’은 2000여명의 멘토가 4만여 명의 취약 계층 학생을 지도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이는 멘토 1명당 취약계층 학생 20명 정도의 비율 구성이다. 학습능력이 부족한 고교생 3000명을 대상으로 수업 전문성을 갖춘 우수 교사 500여명이 온·오프라인 일대일 컨설팅을 시행하며, 소그룹별 맞춤형 대면 지도를 확대 추진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원격수업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교학점제 선도지구 내 578개교를 중심으로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지원한다.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전념할 수 있도록 원격수업 당당 ‘테크매니저’(가칭) 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방안들은원격수업으로 학생 간 학력격차가 벌어지는 부분에 대한 방지책이다. 앞서 6월 수능 모의평가에서도 중위권이 줄어들고 상·하위권 모두 늘어난 ‘원격수업 성적 양극화’는 사실로 드러난 바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전국 초중등 교원 2100여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원격수업으로 ‘학습부진아 지도가 되지 않는다’ 답변이 74% 정도의 비율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방안 가운데 상당수가 ‘즉시 적용’이 아닌 ‘적용 예정’이다.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방법이 대부분이다. 자칫 2학기도 1학기 때와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도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평가원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비슷한 형식의 원격수업에서 쉽게 지루해 한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수업방법의 다양화가 중요한 것이지 ‘실시간 확대’는 많은 교육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게 현장 교사들의 주된 의견이다. 또한 학생들의 학력 상태를 즉각 알아볼 수 있도록 학교가 학생들을 다양하게 진단할 수 있도록 평가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국교총이 7월 31일부터 8월 4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원 2272명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원격수업 보완을 위해 우선 필요한 조치’(2개 선택)에 대해 ‘양질의 콘텐츠 제공’(46.8%), ‘안정적 통합 플랫폼 구축’(38.3%), ‘교육과정 조정을 통해 학습내용 축소’(34.7%)를 주요하게 꼽았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 전면 확대’는 11.0%로 가장 낮은 응답률을 보였다. ‘쌍방향 수업 확대 시, 가장 큰 문제점’(2개까지 선택)을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학생의 디지털기기 보유, 조력자 도움 등 교육환경 편차’(37.7%)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학교의 IT 장비 및 네트워크 환경’(16.8%), ‘쌍방향수업을 위한 수업자료 제작’(15.5%), ‘학생 출결 등 학사관리의 어려움’(13.7%) 등이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교총은 “IT환경이 충분히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여주기식 쌍방향 수업 확대는 학교에 성과주의를 강요하고,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학내망 구축, 취약계층 학생 및 교사에 기기 지원, 양질의 원격수업 콘텐츠 제공, 교사 연수 등 실질적 지원부터 내실화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우리 인생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삶이 있다. ‘상처에 아파하는 삶’과 ‘상처를 껴안는 삶’이 그것이다. 현실적으로 상처 없이 산다는 것은 있을 수 없기에 우리에게 유일한 선택은 ‘상처를 껴안는 삶’이다. 돌이켜보면 누구나 “왜 나에게는 이런 문제가 있지?” “왜 나만 이래야 하지?”하고 억울해하던 때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인지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상처를 껴안는 삶이야말로 진정으로 성장하는 삶이자 더 나은 가치를 추구하는 삶의 동력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래서 한때의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의해서 유발된 상처를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훗날 성숙한 삶의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됨을 고백 겸 공유하고자 한다. 필자에겐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여름방학 기간에 평소 필자를 애지중지하시며 자식처럼 보살펴주시던 담임 선생님이 서해안 해수욕장에서 심장마비로 별세하셨다. 이 사건은 어린 가슴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주면서 이별의 슬픔을 잊기에 꽤나 힘들었다. 꿈속에서도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던 그 시절, 초등학교 졸업 시까지 담임 선생님의 사랑과 기억을 잊지 못하고 마음의 우울함은 오래갔다. 그 당시는 그저 슬퍼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시절, 손자 사랑에 널리 소문이 날 정도였던 할머니는 일시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 작은 집으로 옮겨 기거하셨다. 날마다 장손자를 그리워하시며 지내시다 얼마 후에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손주를 보고 싶어 필자의 이름을 자주 부르시면서 눈가를 적시셨다는 말에 필자는 눈덩이가 붓도록 울면서 가슴이 저렸다. 그리곤 할머니 사진을 쳐다보며 그리움과 함께 죽음의 공포와 가난의 어둠까지 동반하여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어머니는 해가 넘어갈 때까지 굴다리 밑에서 생계형 좌판을 펼치고 ‘뻥튀기 과자’ 장사를 하셨다. 기질적으로 남의 가슴에 싫은 소리 한 번 할 줄 모르시고 당신 아픈 몸을 내색하지도 않던 어머니는 필자가 대학교에 입학했던 그해 가을에 타계하셨다. 추석 직후에 뽀송뽀송한 이불로 바꿔주시려고 하숙집에 들리셨는데 이것이 마지막 작별이었다. 갑자기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후 9시간 만에 유언 한 말씀 남기지 못하시고 떠나셨다. 잠시 만남의 인연인지 장례 후에는 하숙집 여주인의 꿈에 나타나셔서 “우리 아들 잘 부탁합니다.”는 간절한 호소와 인사를 마지막으로 남기셨다는 여주인의 말을 직접 전해 듣고 죽어서까지 자식 사랑을 보여주셨던 믿기지 않는 어머니의 사랑을 잊을 수 없었다. 그날 하염없이 흘린 눈물은 깊어 가는 가을의 황량함과 함께 가슴엔 구멍이 뚫린 것 같았다. 어머니 타계 후에 어린 3남매를 위해 아버지는 새어머니를 집에 들이셨다. 그러나 1년이 채 안 되어 필자에게 “학생에게 미안하고 특히 어린 동생들에게 면목이 없지만 떠나겠다.”는 짧은 선언을 마지막으로 남남이 되었다. 그 후 몇 년 안 되어 병원 치료 한 번 받지 않을 정도로 9남매 중에서 가장 건강하시던 아버지는 당신의 형제, 자매들보다 가장 먼저 7개월의 투병 생활을 끝으로 세상을 떠나셨다. 그 이후 몇 년 후에는 막 60세를 넘기신 누님이 췌장암으로 투병하던 중에 병문안을 갔던 필자의 두 손을 꼭 잡고 동생, 나 지금은 죽고 싶지 않아. 라고 하시며 눈물을 글썽이다 몇 달 후에 이승을 떠나셨다. 살면서 누군들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비에 젖지 않으면서 가는 삶이 있을까마는 필자는 유독 이렇게 사랑하는 소중한 사람들의 죽음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상처가 컸다. 특히나 각자의 죽음 이면에 간직된 애석한 사연들이 쉽게 지워지지 않는 걸림돌이 되었다. 그 후에도 주변의 가까운 사람들- 장인, 숙부, 고모, 친구 등등 하나를 잊을 만하면 다시 또 하나의 죽음이 찾아와 필자 또한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삶을 산다는 심리적 우울증에 걸려 허덕이는 생활의 연속이었다. 적어도 최근까지 그랬다. 짧은 인생을 살면서 과거의 상처에 힘들어하고 그 상처의 무게에 짓눌려 아파하고 심지어는 달라붙은 껌처럼 떨쳐버리지 못하고 살아간다면 이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현실 속에서 자기연민에 빠지고 지우지 못하는 상처는 결국 아픈 곳을 덧나게 하고 더욱 아리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필자는 이것을 깨닫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기엔 특히 순진하고 여린 마음의 감성과 슬픔을 잘 극복하지 못하는 기질 때문이었다. 상처를 받았을 때 순리대로 이를 껴안으면 순간의 상처가 소중한 경험이 되고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는데 그 상처 속의 ‘나’를 내려놓지 못하고 감성적으로 오랜 세월 혼자서 기억과 싸우며 가슴앓이를 해왔다. 상처 속에서도 굳건하게 마음을 다잡는 게 우리네 삶이다. ‘이 또한 다 지나가리라’는 솔로몬의 지혜를 실천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종교적 힘에 의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 100세 시대에 이제 60을 맞은 여정에서 늦게나마 ‘상처 껴안기’라는 생활철학을 터득했다. 세상을 내가 보고 싶은 대로 보려고 하지 말고 세상이 보이는 대로 보는 법을 배우라는 깨달음이다. ‘그래, 그런 일이 있었지.’라고 넘기면 상처라는 기억도 순간이면서 남은 삶을 더욱 열심히 살도록 북돋워 줄 것이다. 역시 문제는 자신에게 있고 모든 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다. 이제 늦게나마 철이 든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몸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라도 주변의 어린 학생들이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영원한 이별에 직면했을 때 또는 유사한 슬픔에 빠졌을 때 그들과 함께 정서를 공유하고 때로는 같이 아파하면서 “사람은 그렇게 성장하는거란다. 그것이 인간의 숙명이란다.” 라고 위로하면서 제발 더 힘들어하지 않도록 챙겨주는 인생의 선배이자 교육자로서 남은 삶을 이끌어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