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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그동안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사실상 지지해온 개신교 진보단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총무 권오성 목사)가 19일 교단장회의를 열어 쟁점 사안인 '개방형 이사제도'의 개정을 정부에 요청하기로 하는 등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개신교계의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권오성 총무는 "사학법과 관련해 KNCC가 그동안 공식 입장을 밝힌 적은 없지만 사학운영의 공공성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개혁입법이라는 점에서 공감했으나 기존 이사회의 비리를 외부자를 통해 감시하겠다는 취지의 개방형 이사제도는 문제가 있다"면서 "교단장회의를 통해 개방형 이사 추천자를 학교운영위나 대학평의회에 두기보다 종교사학이 소속된 종단이나 교단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고 밝혔다. KNCC는 20일 오후 2시 청와대를 방문해 이 같은 입장을 전달하고 사학법 재개정을 촉구할 계획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예장통합·총회장 이광선 목사)은 18일 소속 노회장과 산하 학교 이사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어 "올해 국회 회기 내에 개방형 이사제 등 독소조항을 철폐하지 않을 경우 학교 폐쇄를 불사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예장통합은 24일까지 '개정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기도주간'을 정해 전국 7천300여개 소속 교회에서 사학법 재개정 운동을 펼치기로 했고, 21일 오후 3시 영락교회에서 총회대의원 1천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상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총회장 장차남 목사), 기독교대한감리회(감독회장 신경하 감독), 기독교대한성결교회(총회장 이정익 목사) 등 한국 교회 연합을 위한 교단장 협의회 소속 21개 교단은 12일 ▲개방형 이사제 ▲임시이사의 파송 요건 완화 ▲대학평의회의 심의권 등 사학법의 독소조항 철폐를 요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광선 총회장과 사립학교연합회 조용기 회장이 "순교를 각오한 거룩한 투쟁에 나선다"며 삭발식을 치렀다.
지난 10월 재단측의 해임안 가결로 임기 도중 물러난 동덕여대 손봉호 총장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절차상 하자를 들어 해임을 취소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교육인적자원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위원장 류선규)는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손 전 총장이 낸 해임취소 소청심사 청구에 대해 "손 전 총장의 해임은 절차상 하자가 있으므로 해임을 취소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심사위 관계자는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총장도 교원이므로 해임을 하려면 먼저 징계절차를 밟거나 직권면직을 시켜야 하는데 동덕여대 재단이사회는 이런 절차 없이 이사회 재적인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해임안을 통과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절차상 하자가 있는 만큼 재단이사회는 심사위의 해임 취소 결정을 따라야 한다"며 "결정문은 2주 후 심사 청구인인 손 전 총장과 피청구인인 학교법인 양쪽에 전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심사위의 결정은 강제성이 없어 재단이 따르지 않을 경우 제재할 방법이 없는데다 재단측이 심사위 결정에 대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또 심사위의 이번 결정은 해임의 절차상 문제만을 심사해 내려진 것이기 때문에 재단측이 정당한 절차를 다시 밟아 손 전 총장을 해임할 가능성도 있어 손 전 총장의 복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심사위 관계자는 "만약 재단이사회가 절차를 다시 밟아 해임 결정을 하고 손 전 총장 측이 이에 대해 또다시 심사청구를 한다면 그땐 내용 심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학년도 대학 정시모집에서 수험생들의 지나친 눈치작전을 막기 위해 주요 대학들이 원서접수 마지막날 시간대별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19일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서울과 인천지역 13개 대학들은 최근 입학관리협의회를 열어 21일부터 시작되는 정시모집 원서접수 마지막 날 실시간 경쟁률을 공개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막바지에 경쟁률이 낮은 곳으로 대거 몰리는 등 수험생들의 과잉 눈치작전과 이에 따른 인터넷 서버 다운 등을 막기 위한 취지다. 실시간 경쟁률을 발표하지 않기로 한 대학은 건국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 서강대, 성균관대, 세종대, 숙명여대, 외국어대, 이화여대, 인하대, 중앙대, 한양대 등 13곳이다. 서울대의 경우 원서접수 마감이 다른 대학들보다 이른 23일이기 때문에 이번 합의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이들 대학은 마감 하루 전날까지 접수된 과별 또는 학부별 경쟁률을 마감 당일 오전 10시께 최종 발표한뒤 원서 마감때까지 경쟁률을 일체 밝히지 않을 방침이다. 지난해 정시모집 때에는 대학들이 마지막날에도 실시간으로 홈페이지 등을 통해 경쟁률을 공개해 수험생들의 지나친 눈치작전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대교협 관계자는 "수험생들이 가족들까지 동원, 지망 대학의 경쟁률을 모니터해 순간적으로 지원이 몰리는 사례가 많았고 이로인해 인터넷 원서접수 서버가 다운되는 등의 문제도 있었다"며 "대학들이 자율적으로 마감일 시간대별 접수현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199개 4년제 대학이 총 18만7천325명의 학생을 모집하는 정시 원서접수는 '가/나/가나'군 대학이 오는 21~26일, '다/가다/나다/가나다'군 대학이 22~27일 실시한다. 올해에는 원서접수가 한꺼번에 몰려 서버가 다운되는 일을 막기위해 모집군별 원서접수 마감일을 달리했으며 132개 대학은 창구접수도 병행한다. 교육부는 경찰청에 협조를 요청, 인터넷 원서대행 업체의 서버를 정밀 모니터해 조직적인 원서접수 방해행위 등을 차단할 방침이다.
교내서 폭력 피해를 당하는 초등생들이 갈수록 늘고 있어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19일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하 청예단)에 따르면 초등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율은 2001년 8.5%, 2002년 11.2%, 2003년 17.5%, 2006년 17.8%로 늘어나는 추세다. 2001년과 2002년 수치는 교육인적자원부와 청예단이 합동 조사한 통계이고 2003년은 국가청소년위원회가 2006년은 청예단이 각각 단독 조사한 통계다. 올해의 경우 초등학생 피해자는 전체 학생 402만2천895명의 17.8%인 33만681명으로 중학생 피해자 16만7천649명(전체 201만5천22명)보다 2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청예단 측은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피해 증가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어린 나이에 학교폭력으로 신체적ㆍ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면 학교 적응력이 저하되고 급기야 학교를 이탈하는 경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비화하고 있지만 피해 사실을 털어놓는 학생들은 줄고 있다. 폭력 피해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은 피해 학생 비율은 99년 25.6%, 2001년 29.1%, 2002년 29.5%로 조금씩 증가하다가 2006년에는 무려 45.9%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학생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학교폭력이 최근 들어 여학생 사이에서도 발생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어 심각한 우려를 낳는다. 전체 여학생 중 학교폭력 가해자는 99년 조사에서 2.2%에 머물렀지만 2006년 조사에서는 6배인 14.2%였고 피해자 비율도 99년 4.4%에서 2006년 13.9%로 3배 이상으로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006년 여학생의 학교폭력 가해자 비율인 14.2%는 남학생의 가해자 비율(17.6%)과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청예단 관계자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교폭력 피해 초등학생이 가장 심각 ▲당하고도 말할 수 없는 학교폭력 ▲여학생 학교폭력 지속적 증가 등 3가지를 '丁亥年 학교폭력 3대 악재'로 규정하고 철저한 예방교육과 안전한 신고체계 구축, 학교폭력 피해에 대한 국가 배상 등을 주문했다. 이날 서울 서초동 청예단 사무실에서 열리는 학교폭력 기자회견에선 청소년들이 상처받은 돼지모양 피켓을 들거나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와 학교폭력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를 펼친다.
“도대체, 이 녀석들을 어떻게 해야지” “아무리 철이 없어도 이럴 수는 없는거 아냐” 정년을 얼마 남겨두지 않아 이제 곧 교단을 떠나야할 원로 선생님의 장탄식이 쏟아져 나온다. 평생을 아이들 가르치는 데 힘써왔지만 요즘처럼 어려웠었던 적은 없었다며, 애틋한 사제지간의 정은 고사하고 아예 가르치는 것 자체가 곤욕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 한다. 일부 학생들 가운데는 교사들의 관심을 간섭이라 여기며 선생님의 가르침을 거부하고 심지어는 투쟁의 대상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학교의 존립 목적 중 가장 중요한 수업 시간이 진지하기는커녕 일부 학생들의 고장난 인성으로 인하여 난장판으로 변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부분의 교사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언제부턴가 학생들이 일탈 행위를 해도 그들의 잘못을 꾸짖고 엄하게 책임을 묻기보다는 인내하고 용서하며 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그럴듯한 교육관이 팽배하고나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수업으로 인한 교사들의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수업을 하다 보면 조는 것이 아니라 아예 코를 골며 자거나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고 시간 내내 핸드폰을 조몰락거리는 아이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교사가 자는 아이들을 깨우거나 딴짓을 하는 아이들에게 주의를 주다보면 수업 진행은 리듬이 끊겨 엉망이 되기 일쑤다. 교사의 지적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아이들도 있지만 때로는 따지고 덤벼드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니 수업 시간이 자칫 교사와 학생 간의 감정 대결로 치닫는 경우도 흔하다. 아이들이 일탈 행위를 하거나 교사의 지도를 따르지 않으면 엄하게 다스릴 수 있는 교칙마저도 유명무실한 상태로 전락하여 교실붕괴를 부채질하고 있다. 학생들의 인권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 교칙의 처벌 규정을 완화하고 관련 규정의 적용도 가급적이면 최소화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예를 들어 학교마다 교칙에 두발 교정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학생들과의 충돌을 피하기 위하여 사실상 두발자유화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학생들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하여 엄격하게 대하는 선생님의 숫자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괜히 잘못을 지적했다가는 “다른 선생님은 가만히 있는 데 왜 선생님만 유난을 떠느냐”고 대드는 학생들이 있는가 하면 부모에게 연락해서 학교에 항의하는 사례까지 있다. 지난 5월에는 급식 문제로 교사가 학부모 앞에서 무릎을 꿇은 일이 있고 초등학생마저 주먹을 휘둘러 담임교사가 병원에 실려간 일이 발생했다. 그러니 교사들 사이에서도 웬만하면 아이들을 자극하지 말고 일단 피하는 것이 상책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사회의 근간이 되는 기본적 질서와 규율을 가르쳐야 할 학교는 입시에 발목이 묶여 제 역할을 상실한지 이미 오래다. 교사들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대로 떨어져 학원 강사보다도 못한 존재로 취급받고 있다. 버릇없는 자식보다 오히려 교사의 간섭을 견디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과잉보호와 인성보다는 학력을 우선시하는 교육 풍토가 지속되는 한 미약하게나마 남아있는 교사들의 애정도 점차 식어갈 것이 분명하다. 교육은 교사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다. 무력증에 빠진 교단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는 추락한 교권부터 회복해야 한다. 학교의 교칙을 엄격히 적용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하고 학생들의 자율성 못지않게 교사의 학생지도권도 보장해야 한다. 교육 선진국에서는 교사의 사회적 지위는 달라도 교권 도전만큼은 절대 용납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 영국은 아예 학부모의 학교 출입을 막아 교사의 학생지도권을 철저하게 보장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 여류시인 잉게보르크 바하만은 추락은 자신의 자리에서 멀어진 채 바닥을 행해 내려오는 슬프고도 아픈 것이지만 그나마 날개가 있어 위안이 된다고 했다. 더 이상의 교실붕괴를 묵인할 경우, 사회의 기초가 흔들리고 국가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추락하는 교권에 날개를 달아줄 교육당국의 확고한 의지와 사회적 합의가 절실한 시점이다.
학교에서 통일교육의 방향을 정립하고 체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일교육문화원의 김기환 평화교육센터 소장은 18일 서울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열린 '대내외적 정세 변화에 따른 통일교육의 방향성 정립' 주제의 통일교육 세미나에서 "북한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균형적인 시각을 키우고 통일의 당위성과 화해협력,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측면을 강조해야 한다"며 통일교육 체계화를 강조했다. 김 소장은 특히 학교 통일교육에서는 독립 교과목이나 담당교사가 없다면서 "통일교육지원법에 학교 통일교육 진흥이라는 조항이 있지만 권장조항으로,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또 통일연구시범학교 예산은 지자체 지원을 받거나 학교에서 자체 충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시범학교 지정을 피하는 학교도 상당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우선 청소년들이 통일에 대한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통일교육 체계화를 위한 정부, 민간, 시.도 교육청의 유기적 협조를 촉구했다. 경북 영양고등학교의 박종환 교사는 토론문에서 "각종 조사에서 중.고교생의 절반은 통일이 꼭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고, 통일 이후 생활에 대해서도 비관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획일적인 주입식 통일교육이 경직된 통일의식을 초래한다"고 주장했다. 박 교사는 "현행 대학입시에서 통일에 관한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면서 "학교 통일교육 단원은 학년 말에 주로 다루도록 돼 있어 깊이 있는 접근을 하지 못하고 주마간산 격의 수업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통일교육의 효율적 추진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통일교육이 지향해 나갈 기본 목표와 방향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통합적 통일교육 과정안(案)' 확립을 제안했다.
한나라당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18일 사학법 재개정 논란과 관련, "여당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이 문제를 풀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여당에 사학법 날치기 처리의 원죄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그 원죄를 벗기 위해서라도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개방형 이사에 대한 추천권을 종단과 학부모단체, 지역유력 인사 등으로 확대해 진정한 개방형으로 돌아가자고 하는데 여당이 설명 없이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다"면서 "그것이 왜 여당의 정체성과 관계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김 원내대표는 "현 정권이 개혁이란 이름 하에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많은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이 났는데 사학법도 예외가 아닐 것"이라며 "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재산권 행사를 방해하는 개정 사학법은 악법 중 악법으로 교단을 이념의 장으로 만들 위험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총과 공무원노총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공무원·사학연금 개악저지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9일, 광화문 열린시민마당에서 개최한 규탄대회가 전국 140만 공무원을 대표해 올라온 1만여명의 교원과 공무원이 참여한 가운데 성황리에 끝났다. 우리는 추운날씨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을 가득 메운 이들의 구호와 함성, 그리고 메시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왜 차가운 바닥에서 한명의 이탈도 없이 정부를 규탄하고 연금개악의 부당성을 외치는 지 한번쯤 곰곰이 새겨볼 것을 정부와 언론에 촉구하고자 한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공무원연금과 국민연금은 근본부터 다른 만큼 이들 연금의 겉모습만 단순 비교하지 말고 각각의 특성과 차이점을 충분히 살펴보고 서로에게 맞는 합리적인 개정안을 만들자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올바른 해결책이 마련될 수 없는 이치이다. 실제로 공무원연금은 국민연금과 비교할 수 없는 특수성을 많이 가지고 있다. 낮은 보수와 신분상의 제한 등 불리한 점을 보완하고 직업공무원제를 지켜온 것이 공무원연금이다. 사실 이런 부분들은 사용주인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임에도 공무원연금이 대신해 온 것만으로도 정부와 언론은 공무원연금의 특수성과 공무원의 뜨거운 외침에 충분히 귀기울일 만하다. 이런 점에서 지금 정부와 언론이 보여주고 있는 태도는 분명 문제가 아닐 수 없다.상대방에 대한 이해는커녕 오히려 여론몰이와 마녀사냥식으로 몰아가는 이들의 태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비판에 앞서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은 민주사회의 기본적인 도리이다. 공무원연금의 모든 것을 철저히 외면한 채 연금액의 차이만 부각시키며 공무원의 주장을 집단 이기주의로 매도하는 것은 이제 버려야 할 구태의연한 해결방법이다. 더구나 이해 당사자인 공무원을 철저히 배제하고, 대화의 창구마저 막아놓고 하는 논의과정이 아무리 합리적인 개정안을 도출하더라도 어떻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며,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 가? 지금이라도 정부와 언론은 밀실 개악을 즉각 중단하고 140만 공무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교총 교육정책위원회는 15일 내년도 교원정책을 전망하고 준비하는 전체회의를 가졌다. 신상명 경북대 교수는 주제발표문에서, 참여정부가 임기 말을 맞아 분권과 참여라는 정권이념을 교원정책에서 마무리하려고 시도할 것이며 이는 전문성과 책무성 논리에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음은 신상명 교수가 전망한 교원정책 주요 쟁점 요지. ◇부산교육감 직선 후 교육자치 논란=헌법에서 보장하는 교육의 전문성,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한다는 교육계의 논란 속에 지방교육자치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교육계는 교육감과 교육위원의 주민직선제는 찬성하지만 시도교육위원회의 시도의회 통합에 대해 위헌성을 제기하고 있다. 개정된 법에 의해 처음 치르지는 내년 2월 부산교육감 선거가 이런 논란을 재점화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교육계는 위헌소송을 제기할 것이다. ◇교사회·학생회·학부모회 법제화=참여를 통한 학교공동체 구축과 의사 결정 권한의 분권을 위해 정부가 임기 내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를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교육주체들의 참여가 학교경영의 전문성을 달성할 수 있을 지 논란이 예상되고 참여 주체들의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할 경우 학교는 일종의 정치판이 될 가능성이 많다. 정치적 타협으로 학교가 운영될 경우 교육 본질을 추구하는 학교경영은 누가 주도해 나갈지 의문이다. ◇초등교원 수급=저출산으로 발생한 초등 교사 임용 대란이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교사수 감소를 예상했다면 교대 정원 감축 등 근본적인 정책을 폈어야 했다. 아울러 학급총량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 학교신설을 통해 급당 학생수를 낮추기보다 학급수를 조정하는 데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교육여건 개선보다는 효율성에만 치우쳤다. ◇학업성취도가 학교평가 대상=정부는 학업성취도 평가권한을 시도교육청이나 학교로 이양하는 대신 책무성을 제고하기 위해 학업성취도 평가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는 학교평가를 잘 받기 위해 주입식 위주의 암기교육이 강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학업성취도에 따라 학교가 서열화되면 학부모는 학교선택권을 요구할 수 있고 이는 고교평준화 정책의 축소를 유발할 수도 있다. ◇교원평가와 행정인력 지원=교육부는 교원평가 법제화를 마무리하는 주력할 것이다. 올해까지 운영된 시범학교와 달리 내년 선도학교에는 시도별로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는 곳도 많아 교원평가를 받아들이는 교사들의 인식과 운영태도가 다를 수 있다. 그동안 간과됐던 문제점이 돌출해 교원평가 법제화가 새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교무행정인력 지원을 교원평가 운영학교에 우선 배치할 경우 교원 업무 경감이 아니라 교원평가 담당인력으로 인식될 수 있고, 교무실과 행정실 배치를 두고 교원과 일반직 간의 갈등이 유발될 가능성이 많다. ◇수석교사제=수석교사제가 내년 9월부터 시범 실시된다. 수석교사제는 학교운영이 교장에게 집중되는 일원적 구조에서 파생된 문제점들을 교장제도 자체에 비중을 둔 해결보다 교원자격체제 개선을 통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이고 설득력을 가진다. 수석교사제 도입에 따른 예산 확보가 필요하다. ◇교장공모제·초빙교장제=초빙교장 임용 비율이 점차 확대되고 공모범위가 전국 단위로 확대된다. 초빙교장교장 인력풀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제도의 효과를 보기가 쉽지 않다. 9월부터 시범 실시되는 교장공모제의 경우, 20년 이상을 승진을 준비해 온 선배교사들의 노력이 소용없어진 상황에서 공모제로 선정된 젊은 교장의 학교 경영은 한계가 있을 것이다. ◇그 외 쟁점들=근평 위주의 승진제도 개선, 차등 폭이 확대되는 교원성과상여금, 교원자격제가 탄력적으로 운영되는 개방형자율학교, 초과와 평균 이하로 수업하는 교사들의 수업시수로 인한 표준수업시수 법제화, 공무원 연금법 개정, 초등1,2학년 영어교육 도입 등도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다.
근무성적평정 결과가 중시되고 경력 비중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개정되는 교원승진규정이 2007년부터 단계적으로 적용되고, 2009년부터 고경력자들이 교장, 교감 승진에서 후배들에게 밀리는 사례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바뀌나=경력, 근평, 연수점수, 가산점으로 구성되는 승진규정 골격은 지금과 다름없지만 영역별 가중치가 바뀐다. 교육부는 지난달 3일 교원승진제도개선 방안을 청와대 보고한 후 세부 추진 계획을 마련해왔고, 시도교육청 의견수렴이 끝나는 월말 경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교육청 관계자들이 밝히는 승진규정안에 따르면 2009년 1월부터 근평 점수가 현 80점에서 100점, 근평 반영기간도 현 2년에서 매년 1년씩 증가해 2015년에는 10년 치가 반영된다. 2009년 1월 31일 반영되는 연도별 근평 비중은 ▲2008년 50% ▲2007년 30% ▲ 2006년 20% 순으로 반영된다. 현재 교장, 교감이 절반씩 맡는 근평에 동료교사가 30% 참여하는 다면평가가 내년부터 실시되고 본인이 요구할 경우 근평점수도 공개된다. 경력평정 점수는 90점에서 70점, 평정기간도 25년에서 20년으로 줄어든다. 2008년 12월 31일자 승진후보자명부 작성부터 교직경력 기간이 기본경력 18년, 초과경력은 5년으로 평정하고 다음해부터 기본경력이 15년으로 줄어든다. 기본경력 ‘가등급’ 만점은 64점, 초과경력 ‘가경력’ 만점은 6점이다. 직무연수성적 평정방식이 점수제에서 ▲95점 이상~100점은 100점 ▲90~95점은 95점 ▲85~90점은 90점 ▲80~85점은 85점으로 환산돼 반영된다. 아울러 직무관련 ▲박사와 석사학위는 각각 3점, 1.5점 ▲전국규모 연구대회 1등급은1.5점 ▲시도대회 1등급도 1점으로 상향 조정된다. 현재 18.5점이 만점인 가산점은 ▲공통 가산점(교육부연구·실험·시범학교, 재외국민교육기관 파견, 직무연수)이 3.5점에서 3점으로 낮춰지고 ▲15점 만점인 선택가산점은 10점으로 축소된다. ◇예상되는 문제점=전문가들은 경력비중 축소와 근평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속출할 것으로 보고 있고 교총은 교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김무성 교총 정책교섭부장은 “경력기간 축소는 소수점 셋째자리에도 영향을 받는 승진구도에 파격적인 변화”라며 “매년 1년씩 낮춰 충격을 흡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다면평가와 더불어 근평을 10년 늘이는 것은 교원들에게 과중한 부담이 될 수 있다”며 “근평 반영 기간을 5년으로 늘이되 그 중 우수한 성적을 2회 선택해 반영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다면평가된 근평점수를 공개했을 경우 본인이 수용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동료교원간의 불화가 우려 된다”고 말했다. 교직실무전문가인 최무산 전 교장은 “경력기간을 축소할 경우 고경력 교원들의 사기저하가 심각해지고, 조기 승진해 1차 중임을 마친 교장들의 잔여 임기 문제가 제기될 것”이라며 “수석교사제 확대 실시 등 대안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한 전문직은 “대안 없이 도서벽지 가산점을 축소할 경우 도서벽지의 교육 부실이 걱정 된다”고 밝혔다.
지역구 시의원과 갈등 때문에 부임 3개월 교장이 전보된 것은 정치적 중립을 확보할 수 없는 현행 교육자치 시스템의 문제가 파행인사였다. 또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의 부적절한 처신이 결국 인사조치를 할 수 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몰아갔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와 같은 교육청에 대한 교육위원회, 시의회 교문위원회의 이중 감사, 심의 구조 속에서는 제2, 제3의 인사파문이 재발될 수 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교육위원회 한 위원은 “시의회의 행정감사권이 없었더라면 교장과 시의원과의 충돌 자체는 없었을 것”이라며 “감사권과 예산권한이 시의회에 있다보니 시의회에서도 학교에 관심을 두게 되고, 교장과 접촉이 많아지면서 협의뿐만 아니라 갈등도 초래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갈등사례는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 북부교육청 관내 한 학교에서는 교내 신축 건물 준공 후 감사패를 주고도 발언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해서 불쾌해 하는 시의원에게 교장이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는가 하면 경기도에서는 사소한 언쟁, 교내 체육관 이용시간 연장 등을 문제삼으며 도의원이 폭언을 했다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다. 또한 시의원이 특정정당 소속이 많다보니 교육계가 정치적으로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 교육장은 “A정당 소속 학운위 학부모들이 B정당 소속 시의원을 흔들기 위해 교장을 난처하게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의회의 감사권이 교육현장에서 학부모의 입장을 대변하는 기능이 있고 교육계의 권위적인 풍토를 정화하는 순기능이 있다는 주장도 있으나 그 권한이 지나쳐 교육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은 없어야 하다는 것이 교육계의 중론이다. 한편 이번 인사조치와 관련해 공 교육감의 처신에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달 20일 서울 지역교육청 행정감사 전 간담회에서 교장의 발언을 교문위에서 문제삼자 인사조치를 먼저 약속했던 것. 교문위 관계자에 따르면 “교육감이 먼저 사과를 하고 즉각 교장을 멀리 보내겠다고 말했다”며 “교문위에서 인사압력을 가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공 교육감은 교문위와의 인사조치 약속을 정기인사 때로 미루기 위해 시의회 의장을 통해 교문위원장에게 의견을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공 교육감의 비공식적 업무처리 태도에 교문위가 결국 1일 예산심의 때 교장인사건을 확인하고 심의를 하기로 결정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감의 성급한 약속과 교문위를 통한 정상적인 협의과정을 거쳤다면 파행적 인사는 없었을 것이라는 것이 교문위 측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 현직 교장은 “현 교육자치 구조가 시의회에 많은 힘이 있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을 이해한다 해도 시의회 요구에 앞서 인사조치를 언급했다는 것은 참으로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교총은 15일 본보가 보도한 ‘이상한 인사 교육계 경악’(12월 11일자 5면)과 관련해 서울시의회 교육문화위원회에 교권침해 사안의 재발방지를 촉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관련기사 5면 공문을 통해 교총은 K교장의 비정기 전보인사는 서울시 의회 압력에 의한 서울시교육청의 부당한 인사로 ‘중대한 교권침해’로 규정했다. 교총은 “이번 사건이 학교장과 시의회 의원 간의 개인적 언쟁을 교육문화위원회 차원에서 문제화하고 예산심의를 정회 한 것은 교육감에게 압력으로 작용할 수 밖에 없었다”며 “이같은 정황이 결국 학교장의 부당한 전보라는 교권침해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 교총은 “교육공무원법 21조에 따르면 1년에 근무지를 변경하는 인사조치를 금지하고 있고 통상 인사시기가 3월과 9월에 정기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학교장의 비정기 전보는 부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교육공무원법 21조에 따르면 직제개편이나 정원의 변경, 승진 또는 강임, 징계처분, 형사사건 관련 혐의, 계속 근무하는 것이 교육상 심히 부적절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1년 이내 근무지 변경을 금지하고 있다. 이번 공문에서 교총은 “교육위원회를 시도의회에 통합하는 ‘지방자치에관한법률’이 국회에서 통과돼 교육의 자주성, 정치적 중립성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며 교육현장 분위기를 전하고 “이번 사건이 교육의 정치예속의 전형적 사례가 될 것”이라며 우려표명과 함께 재방발지 약속을 촉구했다. 교총 백복순 정책본부장은 “시의원과 갈등이 있다고 해서 교육청이 징계적 의미를 갖는 ‘학기중 비정기 전보’를 단행한 것에 대해 교육계가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학교발전을 위한 의견차이가 초래한 파행적 인사조치의 경위를 철저히 파악해 교권침해 사실이 밝혀지면 엄중히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 현수의 가출 ▶ A선생이 막 저녁식사를 마치고 아내와 함께 산책을 나서려는데 손에는 책가방을 들고 등에는 작은 배낭을 멘 현수가 노크도 없이 현관 안으로 들어선다. 인사도 건너뛴 채 다짜고짜 “선생님 나 가출해야겠어요.”하며 가방들을 거실바닥에 내동댕이치는 게 아닌가. “아니 가출을 하다니 너 그게 무슨 소리니?” 무엇보다 1학년 어린아이 입에서 나온 ‘가출’이란 말이 놀라웠고, 왜 그런 결심을 했는지를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우선 현수를 붙잡아 앉히고 저녁상을 다시 차려 먹이면서 자초지종을 물었다. 현수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해에 어머니가 집을 나가 소식이 없었기 때문에 아버지와 단 두식구가 살고 있었다. 다행이 폐가처럼 허물어져 마당과 지붕에 잡초가 무성할망정 내 집이 있어 셋방살이는 면하고 있었지만 세간 살이 하나 제대로 갖춘 것이 없고 작동도 제대로 안되는 휴대용 가스버너와 냄비와 양재기 그리고 수저 몇 개에 넝마처럼 낡고 더러운 이부자리, 다 벗겨지고 문짝도 제대로 붙어있지 않은 장농 하나가 전부였으며 그밖에 냉난방 시설이나 취사 세탁시설 같은 것은 아예 있지도 않았는데, 설령 있다고 하여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 뻔한 것일테니, 현수 아버지는 현수에게 한번 도 밥을 지어 먹인다든지 빨래 목욕을 시켜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고물에 가까운 용달차 한대를 몰고 아침 일찍 나가면 저녁 늦게서야 들어오는 아버지가 어디 가서 무엇을 하는지, 용달차는 단지 교통수단으로만 쓰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장사나 배달이라도 하는 건지 현수는 알지 못했고 묻지도 않고 있었다. 매일 아침에 현수에게 버스비도 하고 식사와 군것질을 하라고 돈 몇 푼을 주고 나가는 것이 아버지로서의 의무를 다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때문에 현수는 하루에 단 한 끼 학교 급식 때라야 식사라는 걸 해보는 그런 일상생활이었으며 따라서 제시간에 등교를 해 본적이 없고 사흘이 멀다 하고 결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A선생은 현수가 1학년에 입학할 무렵에 이곳 W학교로 부임해오면서 현수네 동네로 이사를 와서 살고 있었고 현수를 담임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처음엔 현수의 가정형편을 자세히 모르고 있던 터였다. 현수는 이제는 정말로 아버지가 미워서 더 이상 같이 살 수가 없고 더구나 오늘 아침엔 현수를 때리며 학교에도 못 가게 했기 때문에 가출을 결심했다고 한다. 현수의 이야기를 듣던 A선생의 아내가 하도 기가 막혀 물었다. “그래 가출을 하면 어디로 갈 생각이니?” “큰아버지 집에 갈래요. 거기가면 큰어머니가 잘해주고 형도 있고 누나도 있어요.” 큰아버지와 큰어머니가 현수를 보살펴 주겠다고 데려 간적은 여러 번 있었다고 한다. 현수를 잘 돌봐주고 그 동네에 있는 S초등학교에 전학까지 시키려고 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때마다 아버지는 현수를 억지로 도루 데려오곤 했다고 한다. A선생 내외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현수를 큰댁에 위탁하는 것이 현수로 보나 현수 아버지의 처지로 보나 여러 면에서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큰댁의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기억이 안 나고 주소 역시 모르지만 찾아가는 길은 알고 있으니 선생님이 큰댁에 데려다 달라고 매달린다. 현수 아버지와 상의해보고 싶지만 지금 어디 있는지 언제 들어올른지도 모르니 내일이라도 만나 이야기하기로 하고 우선 현수를 큰댁으로 데려다 주기로 하였다. 아홉시가 가까운 봄 밤. 현수를 태운 A선생 내외의 승용차가 깜깜한 밤길 이십리 길을 이리 저리 더듬어 현수의 큰 아버지 댁을 가까스로 찾을 때는 밤 아홉시가 훨씬 넘은 시각이었는데 큰아버지는 ‘내 이럴 줄 알았다’ 면서 현수를 데려다 준 A선생내외에게 백배사죄하며 이제 현수는 자기 집에서 책임질 테니 안심하고 돌아가시라고 한다. “부끄럽습니다. 제 동생이지만 현수 애비는 너무도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예요. 요즘에는 병적인 증상도 보이는 것 같고 도무지 제 말을 듣지 않는 군요. 현수를 여기서 보살피려 해도 금방 데려가 버리곤 했지요. 이번엔 제가 현수애비를 단단히 타이르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현수의 위탁 보육문제가 일단 해결 되었다고 한숨을 돌리며 A선생내외는 집으로 돌아왔다. 이튿날 출근한 A선생이 현수 담임 여교사 L선생을 만나 어젯밤 일을 큰 공이나 세운 듯이 이야기했더니 "담임도 아니면서 선생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군요. 그런데 그게 헛수고가 되고 말았으니 어떡하면 좋아요." “네? 헛수고가 되다니요?” “현수 아버지가 오늘 아침에 현수를 다시 데려왔어요.” 다음날부터 A선생의 부인이 옷소매를 걷고 나섰다. 현수를 저대로 내버려두고 보고만 있을 순 없다고 하면서 당분간 현수를 맡아 엄마 노릇을 하기로 하였다. 현수를 하교와 동시에 A선생 집으로 데려다가 우선 목욕부터 말끔히 시키고 새 옷을 갈아입히고 식사를 제때 제대로 차려주고 숙제지도를, 아니 숙제는 둘째 문제이고 한글 깨치기와 기본 셈 부터 본격적으로 지도하기 시작하였는데 정해진 시간외에는 TV까지 과감히 꺼버림으로서 주의집중을 유도하기도 하였다. 한편으로는 역시 학부모인 동네 미장원 아줌마에게 부탁하여 현수의 이발을 정기적으로 해주도록 하였고 현수가 자주 가는 PC게임방에도 찾아가 현수가 학교를 거르고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드는 걸 막아달라고 당부하는 등 현수가 안정된 환경 속에서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최선의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제 멋대로 생활하던 현수에게 매일 목욕을 시키는 일, 제시간에 식사하는 일, 한번 빠지면 헤어 날 줄 모르는 TV시청을 통제하는 일, 식구끼리도 예의를 지키고 대화를 회피하지 않기 등 새로운 규칙생활에 처음에는 도무지 적응하려 하지 않던 현수도 점차 태도의 변화를 보이며 다른 사람은 몰라도 A선생 부인의 말이라면 ‘네 알았어요 사모님’ 하면서 고분 고분 믿고 따르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사모님’ 의 헌신적인 봉사도 현수 아버지에게는 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징조가 보이자 현수 아버지가 집에 돌아와 있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현수를 집으로 보내주어 그가 화나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신경을 쓰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아니나 다를까 현수를 그렇게 보살핀지 한달 쯤 지났을까, 드디어 현수 아버지가 현수를 A선생 집에 보내기를 거부한 것이다. 자기도 일을 나가지 않은 채 현수 붙잡아 놓고 학교도 보내지 않으며 밥도 제대로 먹이지 않고 라면이나 과자 등으로 끼니를 잇게 하고 있었다. 이렇게 되니 현수 아버지와 싸울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A선생 사모님의 현수 엄마 노릇은 잠시 중단 될 수밖에 없었다. 그해의 제헌절 날은 며칠 전부터 시작된 장마가 최고조에 달하여 집중호우로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홍수 피해가 연일 보도되고 있는 가운데 이 고장에도 아침부터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일직 근무를 하던 A선생이 무심코 창밖을 내다보다가 머리를 갸웃거린다. 백오십 미터쯤 떨어진 큰길에서 버스를 내려 학교로 진입하는 길을 향하여 우산도 없이 폭우를 맞으며 터벅터벅 걸어오는 아이가 아무리 보아도 현수가 틀림없는 게 아닌가. 우산을 들고 황급히 뛰어나간 A선생이 “너 현수 아니냐? 오늘은 쉬는 날인데 학교엔 왜 오는 거야. 이비를 다 맞고” “네? 오늘 학교에 안 오는 날인가요?” 요 며칠 새 결석을 했으니 제헌절이 뭔지도 모르는 현수로서는 당연한 등교였다. 아버지 때문에 못나오던 학교를 마침 아버지가 외출한 틈을 타서 제 깐엔 큰 용기를 내어 등교한 것이다. ◀주인 없는 돈다발▶ 그럭저럭 2학년이 된 현수. 여름방학이 가까워 올 무렵 현수는 상상치도 못할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어디서 난 돈인지 만원권 지폐 한 다발을 들고 다니며 상급생 동급생을 막론하고 자기와 조금이라도 친분이 있는 아이들에게 인심 좋게 나누어주고 그것도 모자라 과자 사탕 장난감 등을 사서 나누어주는 선심 베풀기 대작전을 벌인 것이다. 제일 먼저 이 사실을 알게 된 A선생은 담임 L선생과 함께 진상조사에 나서는 한편, 현수가 뿌린 백만원으로 추정되는 현금을 회수하는 일을 서둘렀다. 일부는 현수의 가방 속에 남아있었고. “현수야. 절대로 야단치지 않을 테니 그 돈 어디서 난건지 그것만 말해봐.” “돈이요? 우리 아버지가 준 돈 이예요.” “아버지가 그 많은 돈이 어디 있으며 그렇게 많이 너를 줄 리가 있니? 바른대로 말을 해라.” 현수는 막무가내 처음과 같은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었다. 현수가 말썽쟁이 이기는 해도 도벽은 보인 적이 없다는 걸 잘 아는 담임 L선생과 A선생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현수 친구들 중 부모님이 장사를 하거나 해서 돈을 많이 취급하는 집에 연락해서 잃어버린 돈이 없는지 알아봅시다.” 그러나 구멍가게를 하는 섭이네 집, 주유소를 하는 현이네 집, 식당을 하는 근이네 집 등 모두 알아보았지만 현수가 더러 들린 적은 있지만 도둑맞은 돈은 없다는 것이었다. 또 현수가 가끔 나가는 C교회에 주일날엔 헌금한 돈이 아주 많은 데 교회 사람들은 그돈을 챙기는 데에 별로 주의를 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교회에도 알아보았으나 잃어버린 돈은 없다고 했다. 생각다 못한 A선생과 L선생은 교감선생님을 동행하여 현수 아버지를 찾아갔다. 돼지우리 같이 어지럽혀진 방구석에서 현수 아버지는 술에 취한건지 잠에 취한건지 몽롱한 눈빛으로 일어나 앉는다. “현수는 그 많은 돈을 아버지가 주셨다고 하는데 정말이세요?” “보시다시피 제가 이 모양 이 꼴로 사는 처지에 돈은 무?돈이 있겠습니까?” “글쎄, 그래서 더욱 이상하다는 겁니다.” “애들 공부나 잘 가르치지 뭣 땜에 남의 집에 찾아와 간섭을 하십니까? 현수가 돈을 어디서 나서 얼마를 썼건 나는 모르는 일이니 참견 말고 돌아들 가세요.” “아버지께서 준돈이 아니라면 문제가 큽니다. 그렇게 되면 남의 돈을...” “내참, 선생이란 사람들이 현수를 도둑으로 만들 참이요?” 대화를 더 이상 나눌 상황이 아님을 알고 선생님들은 돌아오고 말았으며, 다행이도 회수된 돈은 칠십여 만원임을 보아 아마도 현수가 들고 다니며 뿌렸던 돈 다발은 백만원이 아니였나 추정을 하면서 주인이 밝혀지지 않은 채 회수된 전액을 현수의 저금통장에 넣어두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을 지었다. 그런 저런 우여곡절이 연속되는 가운데 어느덧 해가 바뀌어 현수는 3학년이 되었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초가을로 접어들면서 학교에서는 가을 운동회 연습이 한창이었다. 그 날은 모처럼 현수도 등교를 하여 운동회 연습에 참가한 걸 보면 아버지가 아마도 어디에 나가고 부재중이었나 보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잠시들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현수가 어디서 났는지 커다란 로봇 장난감을 가지고 신나게 A선생과 L선생이 있는 교실로 들어오면서 “선생님! 우리 엄마가 왔어요.” 하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어쩔 줄 모른다. 정말로 현수 엄마라는 분이 교실로 들어섰다. 그 뒤에는 먼 친척 오라버니라고 소개하는 남자 한사람이 따르고 있었고. “정말로 반갑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수를 위해서 잘 돌아오셨어요. 현수야 넌 정말 좋겠다.” 어쩌면 현수와 현수 아버지보다 A선생과 L선생이 더 현수 어머니의 귀가를 환영하는 듯하였다. “그리고 A선생님 사모님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 대신 현수 엄마노릇을 단단히 해주셨다니...” “아 뭘요. 그저 제 아내는 늘 내 자식이나 남의 자식이 귀한 건 마찬가지니라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한 가지 해결을 못해드린 게 있는데, 참고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돈 다발 선심 사건내용을 대충 듣고 나자 현수 어머니는 의외로 놀라는 기색도 없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그 돈은 집안에서 난걸 거예요. 현수 아빠는 전에도 제볍 큰돈을 곧잘 집안 구석 같은데다가 몰래 감춰두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어머니 선생님▶ 다음날. 현수가 어제 엄마가 사 입힌 깨끗한 옷차림에 그 커다란 장난감 로봇을 들고 늦으막히 등교했는데 웬 일지 그 표정은 시무룩하기만 하여 까닭을 물으니 “우리 엄마는 또 가버렸어요. 이번에도 재결합이 안 되는가 봐요.” 하는 게 아닌가. 어린 아이가‘재결합’운운하는 것이 어이없기도 하면서도 설마 어디 볼일로 나갔겠지 하였더니 “우리 아빠는 어제 들어오지도 않았는 걸요," "그래? 왜 그러셨을까?" "몰라요. 엄마가 미운가 봐요. 그런데 엄마는 장롱 속만 죄다 뒤져놓고 그냥 가버렸어요.” 도대체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종잡을 수 없어 A선생과 L선생은 어안이 벙벙하여 한참을 골똘히 생각에 잠기다가 급기야 동시에 두 사람이 다음과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현수 엄마는 아빠와 현수의 표현처럼 재결합을 위해서 온 게 아니고 뭔가를 요구하러 왔던 게 틀림없다. 같이 왔던 그 남자는 분명 동거하는 사람이고, 그런데 현수 아빠는 그날 끝내 나타나지 않았고 현수의 돈다발 사건에서 힌트를 얻은 그녀는 혹시나 감추어 둔 돈다발이 또 있나 하여 장롱 속을 샅샅이 뒤졌으나 실패하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린 것’이라고... A선생 부인은 이제 현수 아버지가 뭐라고 하던 개의치 않고 현수를 다시 불러들여 전처럼 뒷바라지를 계속하였다. 현수 아버지가 찾아와서 항의 비슷하게 투덜대면 “현수 아버지. 아무리 형편이 어렵더라도 아이만큼은 돌봐야 할 것 아니예요? 현수에게는 누구보다도 엄마가 필요해요. 엄마가 돌아올 때까지 제가 잘 돌볼 테니 안심하고 하루 빨리 마음 정리하고 일이나 열심히 하세요.” 하고 냉정히 충고하니까 비실비실 물러나곤 하는 것 이였다. 담임 L선생은 멀리 외지에서 통근을 하기 때문에 하교 이후의 지도는 못할망정 현수의 학교생활에는 각별한 관심을 쏟아 온힘을 기울였고 다른 모든 교직원들도 현수를 동정하며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현수는 3학년이 되었다. 이제는 제법 말귀도 알아듣고 사람을 보면 인사도 건넨 줄 알며 지지부진한 기초학력에 다소의 진전을 보이기도 했다. 그 대신 용돈 씀씀이가 헤퍼지고 외출이 잦으며 특히 PC방 출입이 다시 시작되다보니 인근에서 배회하는 불량 선배들의 유혹에 빠질 위험이 많아져서 모든 선생님들과 사모님들은 늘 세심한 눈으로 그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큰 탈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었고 현수 아버지도 다소는 마음의 안정을 되찾았는지 학교에 찾아와 그 동안 학부모 노릇 제대로 못한 점을 사과하면서 앞으로는 현수를 학교에 잘 보내겠노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그 무렵 그는 제법 안정된 직장도 얻게 되어 레미컨 트럭 기사일을 하게 됐다며 아침 일찍이 출근길에 현수를 등교 시키는 성의를 보이기도 하였다. 어느 날 학교에 찾아온 현수 아버지는 현수엄마와의 재결합은 절대로 없을 것이고 오로지 현수 하나만을 잘 양육하면서 살아가겠으며 머지않아 자리가 잡히면 현수와 함께 K시로 이사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만하면 큰 다행이고 현수네 가족의 암담하고 절망적인 위기는 극복한 것 같아 비로소 한숨을 돌리며 학년도를 마치고 현수가 4학년에 올라가는 걸 보면서 A선생과 L선생은 S시로 전근 발령을 받고 W학교를 떠나게 되었다. 그 후로도 해마다 현수를 담임하는 선생님들이 현수를 이해하고 관심 있게 보살펴 주었을 것이고 현수 자신도 철이 들어갈 나이이니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거니 생각해보면서... 이제 곧 중3이 될 현수는 여전히 어머니의 사랑스런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아버지와 두식구가 살고 있는지, 아버지는 요즘 상태가 어떠하며, 현수는 혹시 나쁜 친구들 꼬임에 빠져 비뚤어진 생활을 하고 있지나 않은지... 아무튼 지금도 현수에게는 누군가 어머니의 역할을 대신할 사람이 필요하며, 그 역할을 대신 할 사람이 그와 제일 가까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그리고 그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선생님’ 말고 누가 있을 것인가. 스승은 불우한 제자의 어버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거듭 거듭하게 된다.
며칠 전의 일이다. 어느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선생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장학사님, 꼭 이런 조사를 해야 하나요? 이거 애들 편 가르자는 이야기입니까? 아니면 따돌림을 하자는 것입니까?” 무슨 말인지 언뜻 이해가 되지 않았다. 속으로 ‘또 뭔가 잘못되어 가고 있구나.’ 생각하면서 내가 보낸 많은 공문들을 떠올려 보았다. 날마다 여러 건의 공문을 이첩시키고 있기 때문에 그 전부를 기억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선생님, 무슨 말씀이세요? 어떤 공문에 관한 내용인지 자세히 말씀해 주세요.” “며칠 전에 교우관계를 조사하라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나요? 그게 교육적이냐는 것입니다.” 12월 초에 우리교육청에서는 집단따돌림 및 학교폭력 없는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교우관계 조사를 통한 문제 발견 및 지도계획을 수립하도록 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아, 예 선생님 생각나는군요. 그런데 교우관계 조사에 무슨 문제가 있나요?” “장학사님, 설문지 한 번 읽어 보셨나요? 설문지의 내용을 읽어보면 섬뜩해요. 그게 어디 교육적 배려가 담겨 있는 설문인가요?”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교육적 배려가 없는 설문지라. 도대체 무슨 내용이기에 현장 선생님의 반발을 불러일으킬까 궁금했다. 허겁지겁 전자문서를 열어 그 설문지를 다시 읽었다. 설문지의 머릿글로 학생들에게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글이 씌어져 있었다. 밝고 명랑한 학교풍토를 만들기 위한 자료로 활용한다는 점과 설문조사 결과는 담임선생님만 참고하겠다는 내용도 있었다. 바로 그 문제의 설문은 다음과 같다. A. 여러분의 학교에서 가장 친한 친구는 누구인가요? 가령 생일에 초대하고 싶거나 좋은 것을 나누고 싶은 사람을 생각하세요.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세 명까지 적을 수 있습니다. B. 여러분의 학교에서 가장 꺼려지는 친구는 누구인가요. 가령, 자리를 바꿀 경우 짝이 되지 않았으면 하거나, 여행을 할 때 따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사람을 생각하세요. 먼저 떠오르는 순서대로 세 명까지 쓸 수 있습니다. 언뜻 보면 맑고 순수한 아이들에게 친구들을 선생님에게 고자질하게 하는 내용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래서 그 선생님이 문제를 제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설문자체의 특수성에 비추어 본다면 보다 긍정적 측면에서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설문조사는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한 정보를 얻기 위하야 실시하는 것이 아닌가. 가끔 학교폭력과 관련하여 경찰관서에서 설문조사를 하는데 그 내용은 이보다는 훨씬 직설적이고 학생들에게 친구나 선배를 경찰에 신고하도록 강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음 내용을 보자. C 1. 친구나 후배들을 때린 선배를 본 일은 있는가? (있다. 없다) 2. 주로 이런 학교폭력이 일어나는 장소는 어디인가(교실, 운동장, 화장실 등등) 3. 만약 본 일이 있다면 친구나 후배를 때린 사람의 이름을 쓰시오 A,B나 C의 설문이 거의 비슷한 구조와 내용으로 되어 있다. 어찌됐든 설문조사는 문제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여 한다. 처음에는 범위를 크게 하다가 점점 좁혀 구체적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문제는 설문조사를 주관하는 교사의 접근 태도이다. 우선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하게 된 이유를 상세하게 설명해 주어 학생들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집단따돌림 또는 학교폭력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어 누구라도 피해자가 될 수 있음을 상기시키면서 예방 및 근절의 필요성을 지도하여야 한다. 그러면서 이 설문조사는 처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예방을 위한 것이므로 솔직하게 답변하게 하여야 한다. 그리고 더욱 분명하게 할 일은 기록사항은 담임만 알고 일체를 비밀로 하겠다는 약속이다. 또한 학생들도 응답내용을 공개하지 않도록 지도하여야 한다. “선생님, 옳은 지적입니다. 선생님에 따라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니 선생님의 교육적 소신에 따라 활용 여부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사전에 적절한 지도와 안내만 이루어진다면 문제 발견 및 예방에 도움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만약 설문조사 전에 지도가 소홀하면 문제가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나는 이 정도로 궁색한(?) 답변을 했다. 그러자 그 선생님은 의기양양한 목소리고 “그럼 안 해도 되지요?” 이렇게 되묻는 것이다. 나는 뭐라고 달리 대답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선생님은 학급을 맡으시면 교우조사는 한 번도 안 하신가요?”하고 묻자, 그는 “나는 교우조사 r같은 것 안 해도 교우관계를 다 파악하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오전에 이런 논쟁을 하였는데, 오후에는 교우조사와 관련한 일이 실제로 터지고 말았다. 중학교 2학년 학생의 어머니라고 했다. 몹시 화가 난 말투였고 또한 울먹이고 있어서 말을 제대로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긴 한숨을 몰아쉬면서 우리나라 교육을 매도하고 그와 같은 지시를 내린 우리 교육당국을 원망하고 질타했다. 그 어머니가 한 말은 대충 이러하였다. 학교에서 아들이 돌아오자마자 오늘 학교에서 교우관계 설문조사를 했는데 자기반 친구들이 ‘싫어하는 사람이 누구냐?’는 설문에 대하여 자기 아들의 이름을 썼다고 말하면서 놀려댔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는 이제 창피해서 학교에 못 다닌다고 하면서 전학시켜 달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지금은 자기 방에 처박혀 울고 있다는 것이다. 평소에 소극적이어서 아이들과 잘 어울려 생활하지 못한 점을 늘 걱정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학교에서 그따위 설문조사로 자기 아들을 다시 따돌림 시키는 그런 엉터리 같은 설문조사가 어디 있느냐는 것이었다. 이쯤 되면 학부모로서 화가 나고 분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셨나요?” 하고 조심스럽게 묻자, 담임선생님도 화를 내면서 이 따위 쓸데없는 일을 교육청에서 지시하여 선생님들만 골탕을 먹인다고 하면서 교육청을 비난했다고 한다. 정말 선생님을 골탕 먹이기 위해서 한 일일까? 나는 침착하게 설문조사의 취지를 이해시키려 했지만 막무가내로 교육청을 몰아세웠다. 담임선생님이 설문조사를 하면서 뭐라고 했는지를 묻자 설문지를 나눠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너희들 거기 나온 대로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을 세 명씩 써라. 오늘 중으로 인터넷 게시판에 올려야 한다.”라고 했다고 한다. 정말 이렇게 말한 담임선생님도 있을까? 학부모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설문조사를 하기 전에 충분한 지도와 안내를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학생들이 설문의 응답내용을 서로 공개하면서 장난쳤을 것이다. 화가 난 그 엄마는 계속해서 나를 다그쳤다. 무엇 때문에 그와 같은 일을 지시하였으며, 왜 인터넷에 싫어하는 친구를 공개하느냐는 것이다.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담임이 어떤 분인가 알고 싶었다. 그냥 둘러대는 것도 유분수지 상식적으로, 교육적으로 맞지 않은 이야기를 왜 했을까? 아무래도 오늘 일은 공교롭게 돌아가고 있다. 안 해도 된다고 했던 선생님이 이 대목에서 왜 떠오르는 것일까. 교육적으로 최선을 다하지 않고 적당히 책임을 전가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이왕에 할 것이라면 좀 더 교육적인 배려를 했어야 했다. 혹시 "야, 이것 교육청에서 하라고 한다. 빨리 해서 내라.“ 정도로 가볍게 처리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 지금도 그 어머니의 절규에 가까운 원망이 들리는 듯하다. 집단따돌림 및 학교폭력예방을 위해 설문조사한다면서 자기 아들을 오히려 따돌림 시키는 이 한심한 교육현장(?)을 얼마나 원망하고 있을까. 또한 귀찮은 일이라고 교육적인 배려 없이 안이하게 대응한 선생님은 도대체 어떤 분일까. 이번 일을 통하여 많은 것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가 하는 하나하나의 일이 학생이나 학부모에게는 얼마나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서 늘 최선을 다하여야 한다. 늘 교육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교육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오늘 새교육(2007년 1월호)에서 읽은 한 구절이 더욱 선명하게 떠오른다. 교사의 존재를 확인하는 곳은 ”교실“이고, 교사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은 ”교육의 질“이고, 교사의 존재를 지켜주는 것은 ”전문성“이라고 한다. 과연 우리가 전문성을 가지고 학생 지도의 질을 높이기 위해 교실 현장에서 얼마나 노력하는지 되짚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동아일보 주말 판에 실린 「교단괴담…‘학생 무섬증’」이 각종 인터넷 사이트에 소개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로 등장했다. 이 기사에 의하면 동아일보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교원 705명을 대상으로 교권 침해 실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학생에게 심한 욕설을 듣거나 지나친 반항을 겪은 일이 있는 교원이 응답자의 39.4%, 직접 폭행을 당한 교원이 1.3%, 동료교원이 학생에게 폭행당하거나 욕설 듣는 것을 봤다는 교원이 62.3%에 이르렀다. 아이들이 교권을 침해하는 사례도 여러 가지 소개되었다. 잘못을 나무라면 면전에서 교사의 머리를 때리는 시늉을 하고, 뒤에서 학생들이 옷에 침을 뱉고, ‘입 닥쳐’라고 말하며 반항하고, 먼 산을 바라보며 무시하고, 소리 나지 않게 입 모양으로 욕을 한다. 교사의 임무 중 인성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기도 어려울 만큼 교육이 붕괴되고 있는 현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언어폭력이 초등학교에까지 일상화 되고, 교권 침해를 당한 교사들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을 두려워하거나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면 결국 우리 모두가 피해자다. 젊은 교원이 욕설을 듣거나 반항을 경험한 비율이 높았다는데, 20대 교원은 100%ㆍ30대 교원은 99.1%가 앞으로 교권이 더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데 관심을 둬야 한다. 의욕이 넘치는 젊은 교원일수록 아이들의 잘못을 그냥 지나치지 않으려 하고, 학교나 사회에서는 학생과 마찰을 일으킨 교사만 죄인 취급을 하니 당연한 결과다. 학생의 자율성이 교사의 가르치는 권리 위에 있으니 못 본 체 넘어가는 게 편하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육이 제대로 되겠는가? 누가 잘못을 저지른 아이의 인성교육을 책임지겠다고 나서겠는가? 더 이상의 교권 추락을 막기 위해서라도 행정 당국이 나서야 한다.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이라도 정책적으로 교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학생이든, 교원이든 잘못된 행동에는 반듯이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한다. 요즘 나도 교권을 지키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실감한다. 점심을 먹으러 가다 담임의 등 뒤에서 손가락질 하는 아이를 발견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지 않은가? ‘어떻게 그런 행동을 할 수 있느냐’며 잘못을 지적했다.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습니다.’라고만 말하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친구들이 여러 명 보고 있었는데도 잘못이 없다며 오히려 억울한 표정을 짓는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라 일을 키우고 있는 아이가 미웠다. 평소 그 아이가 담임을 대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알고 있기에 따끔하게 혼내줘야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를 생각하며 ‘참아야 한다.’를 되뇌었다. 담임이 아닌 교사의 가르침은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작금의 현실이 참는 게, 모르는 게, 보지 않는 게 약인 세상을 만들고 있는데 어쩌란 말인가. 설문조사에 나타났듯 흥행을 앞세우는 무분별한 청소년 영화나 드라마, 학부모의 과잉보호,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교사의 권위를 무너뜨렸다. 또 ‘열린 교육’이 강조하는 자유를 아이들이나 학부모들이 방임으로 받아들이게 만든 사회의 분위기도 한몫을 했다. 이렇게 된 잘못이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에 갈 수 있다며 학교를 폄훼하던 이해찬 전 교육부장관의 잘못이냐,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학교의 책임이냐, 내 자식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학부모의 잘못된 인식이냐’를 이제 따지지 말자.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 않던가. 늦었지만 '교권이 이래서는 안 된다. 이 상태에서 무엇을 제대로 하느냐. 이러다가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는 자성의 소리가 여러 곳에서 들려오니 다행이다.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지는데 힘 빼지 말고 교육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그리고 빠른 시간 안에 교육이 정상화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자. 교원들을 위한 교권만 얘기하는 게 아니다. 선량한 대대수의 아이들을 지켜주기 위한 교권, 즉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 만큼이라도 교사들에게 교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에 도착한 날 밤 한밤중의 만찬과 정다운 친구와의 왕수다를 마친 후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에는 침대가 두개 있었다. 안쪽에 하나 그리고 바깥쪽에 하나. 세 아줌마가 머리를 맞대고 두 침대에 세 아줌마가 어떠한 배열로 잠을 자면 좋을까를 의논하였다. 우리 셋 중에 나이가 가장 많고 몸집이 큰 쥬디가 안쪽방에서 잠을 청하고, 아줌마들인 까닭에 몸매가 날렵하지는 않지만 상대적으로 날씬한 매리앤과 필자가 바깥쪽 침대에서 정다운 체 (*^^*) 함께 자기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에 근처에 있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가서 조선시대의 왕실 역사와 문화를 감상하였다. 황실에서 쓰던 인장들, 의상과 악세사리들, 각종 서신들을 통해 당시의 사회상과 가치관, 기호를 알 수 있었다. 쥬디와 필자는 고미술품과 귀금속, 서신 속에 들어있는 그림의 상징, 인장의 역할 등에 관심이 많아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매리앤은 컴퓨터 전문가이며 회계학 분야 전공자이라서인지 인문학적 관심은 크게 없다고 하였다. 고궁박물관을 나와 근처의 은행에 가서 환전을 하였다. 비교적 영어로 진행이 잘되어서 필자는 두 사람이 은행원과 일을 보도록 두고 뒤편 의자에 앉아서 필자가 미국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여행자 수표를 통장에 맡기던 일을 회상하였다. 한국의 이 은행은 한적하고 직원이 적은 세인트루이스의 은행보다 크고 직원도 많으며 버글버글하였다, 사람 냄새가 더 많이 배어있다. 미국은 신용카드 사용과 수표사용, 인터넷을 활용한 은행업무가 꽤 발달한 탓인지 은행에서 직접 직원이 처리할 일이 적은 듯하다. 낯선 곳에 있다는 중압감과 생경한 용어들에 주눅이 들어 도와주는 사람이 없었으면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요즈음의 한국 아이들은 현장을 그대로 재현한 영어마을에 가서 부닥쳐가며 현장 영어를 배운다고 하니 영어라는 언어뿐 아니라 이국의 은행 분위기와 전문 용어에 익숙해질 것이다. 필자는 1000$이 잘못 계산되었다고 전화를 하고 찾아가서 담당자를 만나고 확인을 요청했던 일이 있었다. 필자의 착각으로 밝혀졌지만 그 과정에서 외국인을 위한 통역시스템 등과 마주할 수 있었다. 이웃의 도움도 받았다. 통역하는 과정에서 통역자가 영어를 얼마나 잘하고 전달하는가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역할 즉 도움을 요청하는 이의 문제를 해결하려 돕는 것이 본분임을 인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인성이 고와야 한다는 것인데 딱딱거리는 말투에 화가 나서 차라리 본인 스스로가 글로 써서 보내겠다고 생각하고 이메일을 보냈더니 회신이 왔다. 은행업무에 이상은 없다고 확인해주는 답신이었다. 필자의 잘못임에도 당시에는 알지 못하였으므로 몇 번을 찾아가서 어눌한 영어로 은행 직원들과 다투던 생각을 하면 지금도 미안한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 베트남인이나 중국인, 동남아인이나 인도인 등 외국인들이 와서 앞뒤 틀리는 말로 자기 주장을 계속 펴면 직원들은 어떻게 대할까? 어찌되었든 필자는 잘못을 알고난후 한국 인형을 들고 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다. 그리고 한인회에 혹시 이러한 어려움이 있는 재미교포나 연수자, 방문자를 도와주는 제도가 있는가? 하고 생각을 하였다. 영어권에 파견되는 사람들을 위한 영어학습에는 은행을 이용하는 데에 있어서 자주 발생하는 사고의 유형과 해결하는 과정에서 도움받을 수 있는 곳, 질문하여야 할 사항과 준비하고 꼭 챙겨야 할 것 등에 대한 훈련과정도 있으면 현실에서 맞부닥칠 때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이 은행업무를 보는 데 실제적인 도움을 주는 시스템에 대한 자세한 고려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외국인의 입장에서 사례를 듣고 해결해주려는 진지한 자세가 중요하지 딱딱거리며 몇 마디 해놓고 일을 했다고 하면 분노만 더 살 것이다. 필자의 경우 몹시 화가 났었다. 육두문자가 입언저리에서 맴돌았었다. ‘당신이 무엇 때문에 돈을 받습니까?’ 한국에서 살고 있는 재한 필리핀회, 혹은 베트남인회 등 소속인들 중 인성검사를 하고, 선발을 하여 중요성에 대한 교육을 강도 높게 한 후에 필요한 도움을 주면 ‘살기좋은 한국, 가고 싶은 한국’ 등 한국의 이미지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국인과 결혼을 한 친절하고도 교육받은 아줌마들이나 2세들은 어떨까? 재외 은행들도 현지의 교포나 현지인을 잘 교육하면 은행자체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지 않을까? 친절하게 해줘서 싫다는 사람은 없다. 오후에 일이 있어 4H 본부를 방문하였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데 택시에 네 사람의 아줌마가 꾸깃꾸깃 포개어 들어앉아 열심히 왕수다를 떨며 짧지 않은 거리를 차를 타고 갔다. 우리 일행이 아닌 미국 사람이 한 사람 합류하였다. 필자는 친한 사람과 격의 없이 수다 떠는 것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필자의 미국 친구들이 필자처럼 수다를 좋아하면서도 타인의 감정을 고려하여 좋은 말투와 말씨를 유지하며, 같은 기호를 가진 내용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참 다행으로 여긴다. 그렇지 않다면 친구가 되지 못했을 것이다. 조그만 일에도 어깨에 힘을 주며 으르는 사람들을 보면 필자는 당장 달려가서 ‘머리털을 몽땅~~~’ 하는 험한 생각이 든다. 호텔로 돌아올 때에는 전철을 이용하였다. 호텔에서 거리가 제법 멀고, 교통이 혼잡하며, 해당 전철역에서 호텔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이며, 한국의 전철문화도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였다. 각자 900원을 준비하여 매표소에 줄을 서서 표를 샀다. 전철에서 장애인 학교에 다니는 남녀중학생들과 마주하고 앉았다. 여학생들은 수줍어하며 외면하고 앉아있는데 남학생 한 녀석이 ‘Hello~'하고 입을 비뚜르하게 움직이며 말했다. 쥬디와 매리앤이 열심히 ’Hi~. Nice to meet you'하고 받아주자 고개를 떨구고 있던 여학생들도 배시시 웃으며 입을 오물거렸다. ‘Where did you come from?' 매리앤이 미국에서부터 열심히 연습한 한국말로 ’나는~ 매리앤 입니다. 미국에서 왔~쎄요‘하고 답하자 까르르 웃고 야단이었다. 종착역에서 내리면서 아이들은 예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저녁 7시에 ‘난타’ 공연을 관람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전철을 타고 호텔까지 오는 동안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밥도 못먹고 급히 택시를 잡아타고 난타 전용극장으로 날아갔다. 빵과 우유를 사들고 극장 안으로 들어가서 지정된 좌석에 앉았는데 좌석이 좋은 곳이라 입장권이 꽤 비쌌다. 10% 할인권을 호텔에서 받았는데 객실에 두고 와서 이용을 하지 못해 속이 무척 아팠으나 매리앤과 쥬디에겐 내색하지 않았다. 머릿속으로 계속 ‘아~~얼마나 손해인가’를 헤아리다가 극이 시작되어 잡념을 털어버리기로 하였다. 박진감 넘치고, 재미있고, 관객과 더불어 하는 행사도 있고 배우 모두 어찌나 열심하던지 쥬디는 배우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매리앤은 관객 중 뽑혀서 무대까지 올라가서 만두를 빚었으므로 입이 귀밑까지 올라붙었다. 서구사람 한 쌍, 일본사람 한 쌍이 선발되었는데 공연을 보는 일본 관광객들이 매우 많았다. 한국 사람들도 일본에 관광을 많이 간다고 하던데 이웃 간에 서로 볼거리를 많이 개발하여 손익계산을 하는 중에라도 조금씩 양측 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온통 벌거벗고 씨름하는 스모를 이해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스모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마음을 분석하면 그나마 한 조각 걸친 천마저 걷어낸다고 해도 이해가 가능할지 모른다. 어찌되었든 그러한 운동은 그 환경과 문화, 의식과 역사에서 나왔을테니까. 옛적 그리이스인들도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은 경기에 방해가 되므로 옷을 걸치지 않았다고 들었다. 남성들만 운동경기를 할 수 있고 여성들은 철저히 출입이 통제되었다. 일본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우리의 태도와 스포츠, 행사는 어떤 것이 있을까? 나오는 길에 배우들에게 싸인을 받으러 갔다가 우리들은 ‘아이가 아니라고’ 배우 근처에도 가지 못하게 방해를 받았다. 할머니들은 배우 싸인을 받으면 안되는 것일까? 근처에 뒹구는 색색의 공들이나 두 세개 더 주워가지고 왔다. 공연 중 배우들이 던진 것이다. 수집하기를 좋아하는 쥬디는 딸 죠디에게 준다고 꼭꼭 챙겼다. 호텔로 오는 길에 편의점에서 햇반, 김치 작은 것, 동그랑땡 갈비, 우동을 샀다. 편의점 근처 전화부스에서 매리앤이 미국의 아버님에게 전화를 걸자 토네이도가 와서 아버님댁 정원의 나무가 파손되고 정전이 되어 오빠댁으로 가셨다고 하였다. 매리앤의 집도 일부 파손되었단다. 쥬디는 딸 죠디가 걱정되어 계속 전화를 하였지만 통화가 되지 않았다. 호텔로 와서 이메일을 보냈더니 죠디도 다른 곳으로 가서 안전하다는 답변이 왔다. 마음이 편해진 쥬디는 ‘죠디의 장례식을 준비하며 아이없이 어찌 살아야 하나’하고 걱정했다고 말했다. 수시로 집에 전화를 하는 필자 역시 평안하기 그지없는 집안 사람들의 엄마가 있으나 없으나 모두 다 같다는 투의 심드렁한 목소리에 다소 실망하면서도 별일없는 일상에 감사하였다. 집은 조금 상했다지만 다친 사람도 없고 하여 마음이 편해진 세 아줌마는 거실에 앉아 내일의 일정을 의논하다 각자 정해진 잠자리로 가서 더러는 코를 골며 잠을 잤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라에서는 교육 개혁을 추진하고 그 가운데 교원의 질 향상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원 평가제 도입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일본의 효고현 교육위원회와 코오베시 교육위원회는 금년도부터, 전 공립학교의 교직원을 대상으로 새로운 평가 제도를 도입한다. 지금까지의 근무 평정은 3단계의 전체평가 뿐이었지만, 신제도에서는 8개 항목을 실정하여, 각각 5단계로 평가한다. 세심하고 세밀한 평가에 의해 관리직이 지도하여, 교직원의 자질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적이다. 평가 결과는 당장은 봉급에는 반영되지 않지만, 평가하는 측도 평가를 받는 측에도, 「교사의 하는 일을 점수로는 나타내기가 어렵다」라는 것 때문에 고민하고 있다. 새로운 평가제도의 대상은 공립의 초 ․ 중 ․ 고와 특수학교의 교직원이다. 교원의 평가는 10월 1일자로 각 학교의 교감과 교장이 했다. 평가하는 것은 초 ․ 중 ․ 고에서는 ① 학습지도 등 ② 학생지도 ․ 진로지도 등 ③ 학급경영 등 ④ 학교운영 ․ 교무처리 ⑤사명감 ․ 사회성 ⑥ 협조성 ․ 조정력 ⑦ 기획력 ․ 행동력 ⑧ 연구심의 8항목이다. 각 항목을 a~e의 5단계로 평가하고 나서, 종합평가의 A~E로 평정한다. 평가가 낮은 교직원에 대해서는 교장이 본인에게 평가 결과를 전한 후에 개선해 나가도록 지도한다. 평가 결과를 알고자 하는 교직원에게는 결과를 알린다. 교장에 대한 평가에는 「목표관리방식」을 도입하여 각 교장이 연초에 세운 자기목표에 의하여 교장 자신의 자기평가를 기초로 교육차장과 교육장 등이 A~E의 5단계로 종합평가한다. 종래의 근무평정제도는 1945년 이후부터 크게 변함이 없고, 항목별로가 아니고, 업무 전체를 「우량」「양호」「노력을 필요로 함」의 3단계로 평가했었다. 그러나 2002년도에 현내의 공립학교의 2개 학교에서 교내의 교원 평가가 전부 똑같이 되어있는 것이 발각되는 등, 일부에서 종래의 근무평정제도의 유명무실화가 지적되었다. 평가의 결과는 당장, 승급에는 반영하지 않는다. 현교육위원회는 지금까지「지도력 부족」이라고 판정하여 연수를 받거나, 장기간 쉰 것을 제외하고는 교직원의 승급에 차이는 두지 않았다. 신제도의 평가도 「객관적인 제도로써 의견의 일치를 얻을 때까지, 성숙시킬 필요가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현 교육위원회 교직원과는 7~8월에 공립학교의 교장과 교감을 대상으로 연수회를 개최, 제도의 취지를 설명했다. 연수회에서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서 실제로 평가를 하게하여, 다른 연수 참가자의 채점과 바꿔 봄으로써 학교에 따라 평가가 「엄하지 않다」,「엄하다」라는 격차가 나오지 않도록 조정도 해보았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망설임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학교의 교직원 수가 초 ․ 중등학교에서는 50명, 고등학교에서 100명을 넘는 학교도 있어서, 구체적인 평가는 관리직에게 있어서는 어려운 문제이다. 어느 현립 고등학교의 교장은 「회의 등으로 학교를 비우는 일도 많고, 사실 수업참관도 면담도 거의 못하고 있다. 학생을 평가하는 것과는 달라서 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수가 많아서 정말로 머리가 아프다」라고 토로한다. 현 고교교직원조합 간부는 「관리직이 메기는 점수에만 신경을 쓰게 되어서, 학생중심으로 생각할 수 없게 되지는 않을까. 교육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면 점수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나 학부모와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비판하는 소리도 있다.
어린이들에게 애국심 교육을 장려하는 내용의 일본 교육기본법 개정안이 15일 국회를 통과했다. 1947년 공포된 일본 교육기본법은 패전의 산물로 '개인의 존엄'이라는 가치를 중시한 일본 교육의 헌법으로 불려왔다. 제정된 뒤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으며 개정 시도는 '금기'의 영역에 대한 도전으로 국민들의 반감을 샀다. 하지만 '아베 정권'은 '애국심'과 '전통' 등 국가주의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 법의 개정을 호소했으며 정권공약으로 내걸고 집권했다. 이어 시민세력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결국 개정을 이뤄냈다. 개정안은 '전통과 문화를 존중하고 우리나라와 향토를 사랑하는 태도를 함양한다' '공공의 정신에 기초해 주체적인 사회의 형성에 참가하고 그 발전에 기여하는 태도를 함양한다' '교육은 부당한 지베에 굴복하지 않고 그 법률 및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 등 내용을 담았다. 특히 '애국심 조항'이 줄곧 논란을 빚어왔다. 시민세력들은 학생들에게 무리하게 애국심을 강조할 경우 민주의식의 함양은 뒷전으로 밀리며 결국 '국가주의 및 배타주의'를 심게될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교육은..그 법률 및 다른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라는 조항의 경우 학교 현장에서 기미가요(일본 국가) 제청과 히노마루(국기) 게양시 기립을 강요하는데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본 정부는 교육기본법 개정에 따라 학교교육법과 이에 근거한 학습지도요령에서 이를 강제하는 방향의 문구를 넣을 가능성이 있다. 일본의 교육기본법은 헌법이 시행된 해인 1947년 공포, 시행됐다. 침략전쟁을 일으킨 반성에서 만들어진 헌법 정신의 '평화주의'의 이념 실현을 기치로 제정, 헌법과 함께 '전후 평화주의'를 받치는 두 기둥으로 평가받았다. 총 11개조로 구성됐으며 패전 때까지 일본 교육을 지배하며 '신민(臣民)의 충효'를 국체의 정신으로 규정하며 국가.군국주의의 정신적 기반을 강화했던 메이지(明治) 일왕의 '교육칙어'(敎育勅語)를 부정하고 '개인의 존엄'이라는 민주의식을 전면 반영했다. 제정된 이래 한 차례의 개정도 없었다. 전후 보수세력들이 여러차례 법 개정을 시도했다. 하지만 전쟁의 기억을 갖고 있는 일본 국민들 다수는 이 법의 개정으로 자칫 군국주의 교육이 부활할 것을 우려 반대했었다. 아베 정권은 '강한 일본'을 겨냥한 '아름다운 국가'의 실현을 주창하며 집권하고 이를 위해서는 가정과 지역, 국가를 중시하는 '공공의식의 함양'이 요구된다며 법 개정을 주창해왔다. 개정 움직임이 여론의 지지를 받게된 것은 학력저하가 문제가 된 가운데 고이즈미(小泉) 전 정권 이후 가팔라진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화로 국가가 학교교육에 개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게됐기 때문이다. 일본 진보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개정안이 그대로 가결되면 학교현장에서 '국가주의 교육'이 심화될 수 밖에 없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교육내용에 권력의 개입이 강해질 수 있다며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아침에 등교하면 서로 목례만 하고 바로 아침독서에 들어가는 우리 반 아이들이 며칠 전부터 내게 다가와서 뭔가를 속삭이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아나바다 시장'을 하는데 가져온 물건들을 자랑하고 싶어서였습니다. "선생님, 오늘 아나바다 시장 해요?" "쉿! 지금은 독서 시간이야. 독서 시간 끝나고 이야기하자." "저는 오늘 10원 짜리 동전을 많이 가져왔는데요?" "응, 잘 했어. 어서 독서를 해야지?" 바른생활 시간에 쓰레기 처리를 바르게 하는 방법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재활용 문제를 얘기하면서 '아나바다 시장'을 말해 놓고 나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 날 우리 반 꼬마 화가인 유림이가 분홍생 골판지에 타이틀을 만들어서 가지고 왔답니다. 글씨를 파서 골판지에 붙이고 꾸며온 솜씨가 아까워서 교실 뒤쪽에 붙여 두었지요. 그랬더니 그 다음날은 선영이가 또 꾸며 놓았습니다. 내가 말을 하면 평소에는 늘 그림만 그리던 유림이 귀에 '아나바다 시장'이라는 단어가 번쩍 띄였던 겁니다. 내 말은 나중에 한 번 해보자는 것이었는데 내 말의 뒷부분만 들은 아이가 준비를 해 와서 참 기특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아나바다 시장을 열기 위해 일주일 동안 재활용이 가능한 물건을 각자의 집에서 가져와서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교육 활동은 의도적이고 계획적이며 가치 있어야 하며 전인적 성장을 도와야 함을 생각하며 통합 수업 형태를 생각했습니다. 교육과정을 세밀히 검토한 다음, 통합 학습지를 만들고 수업을 계획했습니다. 며칠 동안 언제 하느냐며 나를 졸라대던 아이들은 날마다 낑낑대며 뭔가를 들고 오며 좋아했습니다. 생각 끝에 바른생활의 '쓰레기를 바르게 처리 해요'와 슬기로운 생활의 '시장 놀이'와 '1학년 마무리', 수학의 몇십 더하기 몇십', 그리고 국어 공부를 통합했습니다. 가장 비싼 물건은 100원을 넘지 못하게 하고 10원 단위로 가격을 매기게 했습니다. 학습지에 판매할 물건의 이름을 적는 것은 쓰기 공부요, 팔 물건을 친구들 앞에서 광고하는 일은 말하기이며 물건 값을 합하는 일은 수학 공부가 되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저학년(1,2학년)은 사고 발달의 수준이 아직 미분화되어 자기 중심적 사고를 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개념이나 법칙, 이론을 형성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는 학습 과제와 활동을 세부 영역으로 구분하여 제시하는 것보다는 통합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매우 효과적입니다. 책상을 디귿자 모양으로 배열하고 물건을 전시한 아이들의 광고가 끝나고 학습지에 가져온 물건의 이름을 적는 아이들 중에는 물건의 이름을 어떻게 쓰는 지 묻는 아이에서부터 물건을 사려고 가져온 10원 짜리 동전들 구르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습니다. 1학년 아이들 중에는 수리 개념이 발달하여 백단위 이상의 계산이 가능한 아이도 있지만,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수준은 100이하의 덧셈입니다. 그래서 모든 물건은 10원 이상으로 정하여 100원 이하로 하다보니 수학 책에 나오는 계산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었습니다. 2시간에 걸친 시장이 끝나고 학습지에 판 물건의 이름과 값, 산 물건의 이름과 값을 적어서 합계를 내며 셈을 하는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에 한참이나 웃었습니다. 10원 짜리 열개가 100원이 된다는 것을 처음 깨달은 고은이는 신기한 듯 셈이 끝난 돈을 자꾸 세어 보며 좋아했습니다. 친구의 바지를 20원 주고 사서 입은 서경이, 책벌레인 아영이가 가져온 책도 10원짜리 동전에 팔려 가고 선물로 받은 인형을 내놓은 세현이 인형은 서로 사려고 해서 가위 바위 보로 팔렸습니다. 작아진 옷을 몽땅 가져온 유림이는 많이 사는 친구에게는 포장까지 해준다며 쇼핑 가방에 옷을 담아 주는 어른스런 모습에 깜짝 놀랐답니다. 동생에게 준다며 작은 구두를 사간 영찬이는 보물단지처럼 까만 구두를 가장 속에 담으며 참 좋아했습니다. 아직 새 옷인 여름 반바지를 가져온 해솔이의 옷도, 유림이의 청바지를 몇십원에 산 명범이의 즐거운 모습, 엄마의 손가방을 나리에게 판 원빈이, 온통 장난감을 들고온 민혁이 주변에 남자 아이들이 빙 둘러서서 서로 사가려고 모여들었습니다. 물건을 사고 파는 것으로 끝나면 교육 효과가 미약하니 합계를 계산해 보기, 하고 난 느낌을 발표하고 문장으로 쓰게 했더니 기대 이상의 답변들이 나와서 놀랐답니다. "친구의 예쁜 옷을 아주 싸게 사 입어서 좋아요." "좋아하는 책을 사서 참 기뻐요." "이렇게 물건을 서로 나누면 쓰레기도 줄이고 재활용하니 참 좋겠다는 것을 알았어요." "10원 짜리로 하니 수학을 더 쉽게 할 수 있어요." "다음에도 또 하면 좋겠어요." 등등 학습지마다 빼곡이 들어찬 글자와 숫자를 학부모님이 보시고 이야기를 시키면 더욱 교육적이겠지요? 거기다가 4명씩 한 모둠이니 모둠장을 중심으로 서로 묻고 답하며 계산하는 것을 도와주거나 글씨까찌 서로 가르쳐 주니 협동학습의 효과까지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빨리 끝낸 모둠에게는 모둠 점수와 개인 점수를 올려주어 칭찬하고 도화지를 주어서 오늘 행사를 스케치하게 했더니 참 좋은 그림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준비해 간 나의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으로 고장이 나는 바람에 사진을 한 장면도 남기지 못한 것입니다. 서로의 옷과 책, 장난감을 나누며 우정을 확인하고 재미있게 공부까지 한 오늘의 이벤트는 앞으로 갑종 수업안으로 작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모름지기 학습은 유익하고 즐거워야 함을 다시금 깨달으며 나도 참 행복했답니다. 오늘은 우리 아이들의 일기 내용이 어느 때보다 풍성할 것 같습니다.
지난 10일은 세계인권선언 기념일이었다. 보도에 따르면 8일엔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중학교 학생 6명이 가면을 쓴 채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학교쪽으로부터 이런저런 인권 침해를 당했다며 인권단체인 ‘인권운동사랑방’ 과 함께 한 기자회견이었다. 역시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 청소년 인권활동가 네트워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원 청명고가 학생들의 표현·집회의 자유 등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며 인권위에 진정서를 낸 바 있다. 두 가지 사례의 핵심적 내용은 지나친 두발단속과 도가 넘은 체벌로 요약할 수 있다. 학생들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두 가지 문제는 동전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긍정 또는 옹호론과 그 반대의 생각이 팽팽한 각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나같이 빡빡머리와 교련선생님 워커발에 ‘쪼인트’ 까지기를 예사로 알고 고교시절을 보낸 세대의 교사들로서는 지금은 양호한 편이라 생각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선 그렇게 인식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에 보도될 정도의 두발단속이나 체벌을 옹호하자는 것은 아니다. 내가 보기에 그것보다 학생들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2명의 교사가 들어가는 시험감독이다. 수능 같은 국가시험도 아닌 교내 중간·기말고사에서 두 명의 교사가 감독을 하는 건 소리없이 학생들을 범죄자 취급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연원을 따져보면 그야말로 가긍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은 2004년 수능시험에서의 부정사건이 터진 후부터다. 수능고사장내 휴대폰 반입금지따위 대책을 마련한답시고 요란을 떨어대던 교육부의 강력지침이 시·도교육청에 전달되면서 생긴 일이다. 요컨대 불량한 극소수 부정행위자때문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이는 학생들이 컨닝을 할 것이라는 섣부른 예단에서 비롯된 전체주의적 사고관을 감추고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컨닝을 하려면 감독교사가 2명이건 1명이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학생들 말에 귀 기울여 볼 때 ‘어른들의 한바탕 쇼’ 로 비칠 소지마저 다분하다. 물론 학생들이 시험중 부정행위를 해도 좋다는 뜻이 아니다. 요컨대 학교가 학생 전체를 범죄자로 예단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설사 범죄자라하더라도 확정되기 전까진 죄인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이 헌법정신이다.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모욕하면서 그들에게 올바른 가치관을 강조하고 스승의 권위를 내세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상한 것은 언론의 무관심 또는 침묵이다. 두발이나 체벌과 비교가 안될 만큼 아주 교묘하고도 조직적으로 학생들 인권침해가 전국적으로 자행되고 있는데 그것을 지적하는 언론을 별로 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아 사회의 등불이 되어야 할 언론마저 학생을 범죄자 취급하는 교사 2명의 시험감독을 옳다고 보고 있는 것인가?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경기도 관내 109개 초·중학교(중학교 13개교)에선 감독교사 없이 시험을 실시한단다. 더욱이 ‘정직성 교육 강화차원’에서 실시하는 무감독 시험 실시 학교 수가 지난 해보다 늘어났다고 하니,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지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컨닝 등 부정행위 학생에게는 법이나 교칙에 따라 처벌을 가하면 된다. 입시지옥의 교육여건개선을 간과한 채 그런 원시적 미봉책으로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일은 제발 그만두기 바란다. 교사로서 학생들 대하기가 너무 부끄러워 하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