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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집회를 열기로 한 학생 단체의 대표가 경기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위원회의 중책을 맡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인 도교육청 관련 인사가 어린 학생들을 이끌고 정치성 짙은 활동을 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위반 아니냐는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8일 도교육청과 교사·학부모단체 등에 따르면 ‘촛불중고생시민연대’ 상임대표 최준호 씨는 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최 씨가 대표로 있는 ‘촛불중고생시민연대’는 오는 12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중·고생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최 씨는 올해 25세 성인이며, 위헌 정당으로 해산된 통합진보당 청소년 비대위원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초대 의장을 맡은 ‘전국중고등학생대표자·학생협의회’의 경우 여성가족부와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은 것으로도 전해지고 있다. 또한 이 단체는 ‘대표자의 정치성’을 이유로 경기 꿈의학교 운영사 약정이 해지된 전력이 있다. 교사와 학부모들은헌법과 교육기본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최 씨를 학생인권심의위에서 해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교사·학부모연대 측은 “개인의 정치적 의견은 자유지만 학생들을정치적 편견을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 행위”라며 “도교육청은 우리 아이들을 지켜낼 책임과 의무가 있으니, 반드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최 씨가 현재 학생인권심의위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인 것은 맞다”며 “꿈의학교의 경우 최 씨의 정치성 문제로 약정이 해지됐으나, 이번 건은 다른 사안이라 관련 법령을 살펴보고 논의해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시·도부교육감 회의를 열고 중고생 촛불집회에 대한 안전 대책 마련, 교원의 정치적 중립 확보 방안 등을 각 시·도교육청에 요청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다수가 모이는 행사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 등에 대비해 시·도교육청에서는 학생 안전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달라”며 “교사가 해당 참여 집회를 독려하는 등 교육 현장에서 정치적 중립성에 위배되는 행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 인생 최고의 공부는 무엇일까? 각자의 사정과 경험에 따라서 그 대답은 다양하게 제시될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에서 질문은 각자지만 이는 같은 맥락의 질문이라 할 수도 있다. 사람들 가운데는 ‘자녀 교육’이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자식을 잘 키웠다는 것에 세상 그 어느 것보다 보람이 크고 행복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유명한 광고 카피는 우리에게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을 보라 하고,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 당신은 부모입니까? 학부모입니까?"라고 묻는다. 우리는 이 말에 평소 잊고 살아가기 쉬운 부모의 역할을 생각하며 잠시 멈칫하기도 하며 섬뜩할 수 있다. 자녀에게 꿈꿀 시간조차 주지 않는 부모가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유는 단지 하나, 부모가 자녀의 성적이나 평가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좋은 부모 되기’를 학습하고 이를 익혀야 할까? 우리는 흔히 ‘최초의 스승이자 최고의 스승은 어머니’라고 말한다. 아이에게 엄마만큼 사랑받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이는 진정한 그리고 바람직한 교육의 출발은 어머니에게서 이루어진다는 것과 상통한다. 그래서 시대가 변해도 학부모가 아닌 부모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 바로 진정한 교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모는 아이를 보며 때로는 흔들리고 때로는 불안이 깊숙이 내재한다. 아이를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불안은 더 커져만 간다. 줏대 있게 소신을 세우려고 해도 늘 사회적인 불안감에 휘둘린다. 주변에서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고, 뉴스를 보고, 이웃집을 보며지속해서 불안을 학습시킨다. 따라서 누구나 부모보다는 학부모의 입장으로 선회하기 쉽다. 우리는 연 30~40조 원을 들여 자녀 교육에 대한 불안을 덮기 위해 아이를 사교육 시장으로 내몬다. 이는 그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 현상을 교육적 현상으로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입을 다물면 최고의 결과를 얻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에 대한 불안 때문에 결국 둘 다 서로의 죄를 고백하여 더 나쁜 결과를 얻듯이 말이다. 이처럼 우리 부모들은 불안의 심리에 빠져 비효율적이자 낭비인 입시를 위한 사교육에 마냥 아이들을 내몬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어떤 역할을 맡기 위해 오랜 시간 교육을 받는다. 그러나 우리가 맡을 수 있는 가장 파급력이 큰 ‘부모’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는 어떤 교육도 자발적으로 받지않는다. 그것은 부모 자격검정 시험이 없어 자녀 양육권을 박탈당할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교육(敎育)이란 가르치는 것(敎)과 기르는 것(育)이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그러려면 부모 먼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나는 행복한가?” “어떻게 하면 내가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스스로 묻고 답해야 한다. 이에 대한 답을 먼저 정립하는 것이 자녀 교육의 시작이다. 이처럼 스스로 획득해서 아이들에게 열심히 사는 모습, 즐겁게 사는 모습, 공부하는 모습, 돕고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아이들도 그렇게 배우고 따라온다. ‘좋은 부모 되기’ 공부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다. 거짓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즐겁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아이의 교육에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안학교인 썸머힐(summerhill school)을 설립한 유명한 교육자 닐(A.S. Neill, 1883~1973)은 “문제 아동은 없다. 문제 부모가 있을 뿐이다”고 말했다. 좋은 부모 되기는 결코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불안을 버리고 아이와 함께 더불어 행복하도록 자기 수양을 거쳐야 한다. 또한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깨달아야 한다. 단지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도록 키우려고만 하면 득(得)보다 실(失)이 크다. 더불어 사는 지혜를 가르치고 배려하고 나누며 양보하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것이 현실 속에서 불가능해 보인다고 포기할 것인가? 우리는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자”며 유럽의 68혁명을 성공적으로 이끈 프랑스 라캉(Jacques Lacan, 1901~1981)의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사상이 결국 오늘날의 유럽 국가들을 만든 배경이다. 우리도 이렇듯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이는 이상(理想)을 실현하기 위해서 아이들에게 행복의 일상을 솔선수범하는 부모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이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즉, 생각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질 때 우리 아이들의 세상은 넓고 다양해질 것이다. 그러면 자연히 부모의 내면에 잠든 경쟁에 대한 불안도 점차 해소할 수 있다. 우리는 말로 하는 훈육을 너무 많이 한다. 따라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훈육이 더 절실한 때이다. 돌이켜보니 필자도 지천명(知天命)의 나이를 넘기고서야 비로소 이를 깨달았다. 그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경험을 축적한 것은 다행이었다. 결국 이순(耳順)을 넘기면서는 ‘좋은 부모 되기’의 공부는 인생 공부 중의 최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는 자기를 둘러싸고 있는 불안의 본질을 깨닫고 자기부터 행복하기를 실천하며 이를 통해 자녀가 세상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가 자기 힘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를 지속해서 만들어 주는 것이 핵심이라 생각한다. ‘좋은 부모 되기’ 현실적으로 결코 쉽지 않으나 그렇다고 불가능한 초현실적인 목표도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을 임명했다. 이 장관은 ‘맞춤형 교육을 통한 수업 혁신’을 내걸었다. 7일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윤 대통령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임명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이 부총리는 약 10년 만에 교육수장으로 복귀했다. 임명장을 받은 이 장관은 국립현충원 참배, 이태원 사고 분향소 조문을 마치고 정부세종청사로 이동해 취임식을 가졌다. 그는 취임식에서 ▲첨단기술 핵심 인재 양성 ▲지역대학을 위한 과감한 규제 개혁과 지원 ▲모든 학생을 위한 맞춤형 교육 실현 ▲국가교육 책임제 강화 등을 제시했다. 취임식 후에는 기자간담회를 갖고 복귀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교육 본질 회복, 모든 학생에게 맞춤형 교육, 수업 혁신 등을 강조했다. 수업이 바뀌면 대학입시 등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내다봤다. 이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수시와 정시 비중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을 때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답 없는 논쟁을 한 것인데, 현장에서 수업이 안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교육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선생님들은 수업에 집중해야 한다”면서 “수업을 혁신해야만 잠자는 교실이 깨어날 수 있고 입시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교권침해 등으로 무너진 교실에 대해서도 수업 혁신이 해결안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수업이 재미있으면 교권침해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10년 전 추진했던 ‘고교 다양화’와 관련해 ‘서열화’된 부분을 두고 아쉬워한 그는 공립학교 체제를 재점검해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뜨거운 감자인 고등·평생교육지원특별회계 법안에 대해서는 전국 교육감과 합의점 도출, 대학과 지자체의 협업 등을 답변으로 내놨다. 한국교총은 이 장관의 복귀를 환영하면서도, 박 전 장관 사퇴 후 3개월 동안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적극적으로 책임행정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최근 교육계는 ▲무너진 교실 회복 ▲교육활동 보호 ▲교원 참여 없는 국가교육위원회 운영 정상화 ▲균형적이며 미래지향적인 교육과정 개편 ▲학생 기초학력 보장 등 해결해야 할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다. 교총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그간 교육부장관의 장기 공백으로 국가 교육에 대한 책임행정이 부재했다”며 “이제 산적한 교육현안 해결을 위해 사회부총리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인 역할을 해 주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꼭 40년 전이다. 그때 나는 한국교육개발원에서 내 생애 처음 연구직에 발을 들여놓았다. 내가 연구소의 연구원이 된 데에는 약간의 우여(迂餘)와 곡절(曲折)이 있다. 교직에 만족하며 학생들과 잘 지내는데 선배의 권유가 나를 흔들었다. 교육방송(EBS)에서 PD를 공개채용하는데 응시해 보란다. 대학 시절, 방송에 살짝 빠져서 학점을 아래로 깔고 지냈던 나에게는 유혹이었다. 교직도 너무나 좋은데 어떡하나. 일단 시험을 치며, 마음을 다독거렸다. ‘그냥 한번 시험만 쳐 보는 거다. 합격이 되더라도 안 갈 수 있어. 불합격이면 그것도 절대 나쁘지 않아.’ 합격자 발표가 났는데, 딱 한 사람을 뽑았다. 그런데 그게 나였다. 결정을 계속 유보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조금은 불안하게, 선생에서 PD가 되었다. 당시는 교육방송이 한국교육개발원이라는 국가연구소에 속해 있었다. 연구소 분위기가 나에게 모종의 자극을 주었을까. 방송 제작일을 하면서, 나는 내게 공부와 연구가 더 필요함을 깨달았다. 나는 대학원 진학과 더불어 PD에서 다시 한국교육개발원의 연구원이 되었다. 연구원이 되긴 했지만, 나는 ‘교육연구’를 하겠다고 일찍 뜻을 품은 교육학 전공의 친구들과는 달랐다. 나는 연구직을 포부로 품고 연구원이 된 건 아니었다. 나는 ‘어쩌다 연구원’에 가까웠다. 그래서 직무에 바짝 매달렸지만, ‘연구를 잘 모르는 연구원’이라는 것이 문제였다. 그날은 아침부터 조바심이 일었다. 내가 처음으로 맡은 연구(survey) 프로젝트의 승인 결재를 받는 날이었다. 내가 맡은 조사연구란 비교적 단순한 연구이다. 그런데도 나에게는 긴장이 따라붙는다. 오전 10시 30분, 나는 연구본부장의 방으로 가서 일단 부속실에서 대기한다. 본부장은 기관 조직상 내가 속한 부서의 최상급자이다. 내 순서가 되어 들어간 나는 연구내용과 설문 설계를 본부장 앞으로 내어놓는다. 본부장은 연구내용을 일별한다. 그리고 이어서 내가 만든 설문 설계를 한참 들여다본다.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 본부장은 창가에 있는 회의용 테이블로 나를 데리고 간다. 그도 내 맞은편에 앉으며, 연구 프로젝트 준비하느라 수고했다는 덕담을 건네신다. 나는 조금 긴장을 풀었다. 그는 부속실 여직원을 불러서 내가 가져간 ‘설문 설계’를 복사해 오라고 한다. 나는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여직원이 복사 서류를 가지고 들어오자, 본부장은 이렇게 지시한다. “지금부터 여기 내 방에 아무도 들이지 말 것, 날 찾으면 부재중이라고 하세요. 지금 결재받으러 오는 사람은 이따 오후 2시에 오라하고, 전화로 누가 나를 찾으면 두 시간 뒤에 다시 걸어달라고 하세요(그때는 휴대전화가 없던 시절이다).” 본부장은 설문 설계를 어떻게 했는지 나에게 설명해 보라고 한다. 나는 갑자기 자신감이 사라진다. 본부장은 미국에서 박사를 하고 귀국한 매우 실력 있는 교육평가 전공의 교육학자이다. 나는 주눅이 들었으니 요령부득의 설명을 했으리라. 그는 나의 설명을 참을성 있게 청취하며 무언가 메모를 부지런히 했다. 본부장은 설문 설계를 다시 해야 할 것 같다는 말로 말문을 열었다. 나무라는 것이 아니니, 마음에 부담을 풀고, 함께 설문지 설계 공부를 해 보자 했다. 그때부터 본부장의 ‘설문조사법’에 대한 일대일 강의가 시작되었다. 본부장은 나를 인간적으로 배려했다. 문학 쪽 공부를 한 사람이니 언제 교육연구방법을 접한 적이 있었겠느냐. 잘 모르는 것 이해한다. 연구소에서 일하는 교과교육 전공 연구원들이 처음에 겪는 어려움일 수 있다. 그러면서 나를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교재는 내가 잘못 만든 ‘설문 설계’, 바로 그거였다. 그는 내가 만든 구체적인 설문 문항에 대해서도 요모조모 질문을 한다. 그의 질문은 일종의 산파술 같은 화법이다. 무언가 나를 깨우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질문이다. 고밀도의 집중과 효율적인 소통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이날 처음으로 조사연구는 설문과 인터뷰 설계가 연구의 질을 결정함을 체득하였다. 시간이 잠깐 지나갔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었다. 본부장은 내 연구의 설문 설계를 다시 해서 가져오라며 나를 보내 주었다. 생애를 두고 기억되는 참으로 인상적인 ‘개인 레슨’이었다. 그날 나에게 이렇듯 감동적이고도 너그러운 ‘개인 레슨’을 베풀어 준 나의 본부장을 여기에 공개한다. 그분은 박도순 교수님이다. 뒤에 고려대학교 교수로 근무하시면서 국립교육평가원 원장을 하시고, 이어서 새로 출범한 교육과정평가원의 초대 원장을 하셨다. 몇 해 전 교회의 교육프로그램에 재능기부 방식으로 강좌 하나를 맡았다. 강좌명은 ‘자서전 쓰기’였다. 강좌 이름을 보고 부담을 갖는 분들이 많았다. 자서전은 대단한 분들이나 쓰는 걸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문제였다. 주일 낮 예배가 끝난 뒤 오후에 1시간 반 정도 진행하는 강좌인데, 모두 네 분이 수강생으로 등록하였다. 한 분을 제외하고는 나보다 연배가 위였다. 그런데 이 강좌는 첫 번째 강의 후 위기에 봉착했다. 다양한 경험과 왕성한 발표 욕구를 가진 70대 할머니가 골절상을 입어 출석이 어렵게 되었다. 이어서 또 한 분이 교회의 다른 직무를 맡게 되어서 수강이 어렵단다. 이제 두 사람이 남았다. 한 분은 1938년생 그해 팔순이 되는 A 어르신이다. 이분은 일제 강점기 평양 근교에서 태어나 6.25 전쟁 때 열세 살 소년으로 죽을 고비를 넘고 월남한 분이시다. 전쟁통에 전전하다 초등학교를 마친 것이 그의 학력이다. 이 강좌에 놀라울 정도의 열성으로 꾸준히 원고를 써 오신다. 다른 한 분은 기업의 CEO를 역임하신 B 대표이다. 그는 자신의 전문활동을 담은 자서전을 이미 출판한 바 있다. 암 투병에서 암을 이기고 새로운 가치로 세상을 살고 있다고 했다. 내 강좌는 이 두 분을 상대로 해야 하는데, 두 분이 너무 많은 차이를 가지고 있어서 운영이 어려웠다. CEO 출신인 B 대표가 제안한다. 자기는 그냥 참석만 해서 듣기만 할 것이니, 팔순의 A 어르신 저분을 중심으로 강의를 해 달란다. 저렇게 매주 어렵고 드문 체험을 담은 원고를 계속 써 오시는 의욕을 존중해 드리기로 하잔다. 자기로서는 A 어르신의 험난한 인생을 경청하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되겠다고 하신다. 참으로 착한 마음이시다. 이렇게 해서 강의는 두 분이 나오시기는 하지만, 사실상 A 어르신과 나의 1:1 강의가 된 셈이다. 이번에는 내가 가르치는 ‘개인 레슨’을 하게 된 것이다. 나는 A 어르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사건 별로 일단 한번은 말씀으로 하게 하시고, 그것을 글로 써 오도록 하고, 그 써온 글을 두고 문장과 어휘, 내용과 표현, 감정과 정서 등을 함께 생각하는 방식으로 강의를 진행했다. A 어르신은 문장을 생산하고 문단을 구성하는 능력이 모자랐지만, 자신의 젊은 시절을 재생하려는 글쓰기에 대한 집념은 정말 대단했다. 한 주 한 번의 대면강의로는 충분한 지도를 받기 어렵다고 생각했는지 평일에도 전자메일로 글을 보내오고, 전화통화로 나의 검토와 수정의견을 청취하려 하셨다. 나는 그 성의에 감복했다. 물론 그의 최종 원고는 내가 촘촘히 문장을 다듬어 드림으로써 완료되었다. A 어르신은 태어나서 군대를 마칠 때까지의 25년 인생을 기록해 두려고 했다. 종강은 7월 초에 했지만, 그는 어떻게 해서든 이 기록을 책자로 만들어 추석에는 자녀들과 친지들에게 돌리겠다고 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 그에 대한 나의 ‘개인 레슨’은 9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나는 송파구청 부근에 있는 제본소를 물색하여 책을 제본하는 일까지 맡아 주었다. 제목은 전란의 세월을 뚫고, 시련의 청춘을 넘어라고 내가 지어드렸다. 총 92페이지 분량이었다. A 어르신은 모두 70부를 제본하여 책을 만들어 갔다. 그가 책을 받아 가던 날, 소년처럼 기뻐하던 그를 잊을 수가 없다. 추석이 지나고 그는 우리 부부를 조용한 한식당으로 초대하였다. 나의 ‘개인 레슨’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며 열두 살 아래인 나에게 선생님 대접을 한다. * ‘개인 레슨’은 교수와 학습의 개별화를 이상으로 하는 현대교육의 지향점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다. 이 말이 지금은 ‘사교육 과외’라는 왜곡되고 비틀린 개념으로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이 말을 우리는 제 자리에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인격과 인격의 소통, 존재와 존재의 상호 일깨움이라는 명제를 건강하게 회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문해력이 최근 세간의 화두가 되고 있다. 흔히 문해력은 ‘문서화된 정보를 이해·활용할 수 있는 능력’으로 정의된다. 혹자는 ‘남의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만이 아니라 필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석하는 능력이고, 나아가 ‘나는 어떤 관점을 갖고 있나’를 고민하고, 주변인과 대화하는 능력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정의한다(정남환, 2021). 하지만 이렇게 넓은 의미로 사용하면 문해력 저하의 원인분석이나 문해력 증진방안 제시의 초점이 흐려지므로, 이 글에서는 ‘타인의 글을 읽고 이해(필자 의도파악 및 해석 포함)하는 능력’으로 좁혀서 사용하고자 한다. 또한 성인이 아닌 청소년 문해력에 국한하여 논의하고자 하며, 따라서 갖춰야 할 문해력 수준은 학교급별 혹은 연령대별로 달라야 함도 전제로 한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별 대책 OECD가 시행하는 국제학력평가 읽기영역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1위에서 2015년 7위, 2018년 9위로 계속 하락하고 있다. 교육부가 시행한 학업성취도평가 결과를 보면 중학교 3학년 국어를 기준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7년 2.6%, 2018년 4.4%에서 2020년 6.4%로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서 문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 어느 정도 설득력을 갖는다. 청소년 문해력 저하 원인은 세대차론, 공교육 책임론, 상황론 등으로 나눠볼 수 있다. 원인별로 대책까지 간단히 살펴보자. 가. 세대차론 청소년들의 문해력이 낮다며 제시한 대부분의 예는 사용하는 어휘나 문법의 세대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지, 청소년들의 문해력 자체가 성인보다 낮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 세대차론이다. 일상생활에서 접해보지 못한 단어를 만나면 우리 뇌는 이미 알고 있는 유사한 단어를 떠올리며 뜻을 유추하게 된다. 최근 언론에 오르내린 ‘사흘’과 ‘4일’, ‘금일’과 ‘금요일’, ‘심심한 사과’ 등은 세대 간 사용 어휘 차이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젊은 세대는 사흘이라는 용어 대신 주로 삼(3)일을, 금일 대신 오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심심한 사과라는 용어는 일상생활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세대 간의 열린 접근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을 할 때, 그리고 대중을 대상으로 글을 쓸 때에는 청소년도 염두에 두며 널리 쓰이는 어휘를 활용하려고 노력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일상생활 속에 사용하는 단어는 극히 제한적이어서 글마저 일상용어 위주로만 쓰게 된다면 우리말 중에서 사용 가능한 어휘는 점차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는 우리말 표현력을 줄여, 기존 어휘 대신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야 하거나 아니면 외래어를 차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상용어 위주로 글을 쓰더라도, 꼭 필요한 단어는 그대로 사용하면서 그들이 익혀가며 문해력을 향상시키도록 자극할 필요도 있다. 물론 그 글이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인지, 교과서인지, 아니면 학술논문인지에 따라 전문용어 사용 수준은 달라져야 할 것이다. 나. 공교육 책임론 공교육 책임론은 그동안 한자교육 소홀, 독서교육 소홀, 배움중심교육과 활동중심교육에 대한 오해로 인한 인지교육 소홀 등 공교육이 젊은 세대의 문해력 저하를 불러온 주원인의 하나라는 주장이다. 1) 한자교육 한자교육과 문해력 관계에 대해서는 찬반론이 팽팽하다. 하지만 문해력 저하의 한 원인이 어려운 한자어에 대한 학습부족임은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해’의 상대어는 ‘문맹’이다. 과거에 문맹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뜻으로 쓰였다. 그러다 보니 소리글자인 한글을 사용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맹률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글은 말을 소리 나는 대로 적을 수 있는 표음문자(表音文字)이고 익히기도 쉬워 조금만 공부하면 누구나 우리 글을 쉽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말과 글이 서로 다른 나라, 특히 한자와 같은 표의문자(表意文字)를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말소리와 글자가 일치하지 않기에 글자 하나하나를 익혀야만 읽고 뜻을 깨달을 수 있기에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세종대왕께서 훈민정음을 창제하기 전까지 우리나라는 중국의 한자와 한문을 빌려와 우리말을 글로 기록했기에 한문공부를 하지 않은 대부분 사람은 글을 읽을 수가 없었다. 신라시대에 한자를 차용하여 이두문자라는 것을 만들어 말과 글을 어느 정도 일치시켜보려 했던 것은 문맹률을 낮추기 위함이었다. 표음문자라고 하더라도 영어처럼 한 알파벳이 여러 가지로 발음되는 문자의 경우에는 문맹률이 높아지게 된다. 미국대학에서 수업을 받으면 첫 시간에 교수가 학생들 이름을 부르면서 자기가 생각하는 것과 다르게 발음하는 학생 이름은 출석부 옆에 발음기호를 적는 것을 볼 수 있다. 영어권에서는 알파벳으로 적혀 있기는 하지만 라틴어·불어·독일어 등 다양한 국가에서 사용되던 단어(발음과 알파벳이 일치하지 않는 외래어)가 들어오면서 문자와 소리가 다른 단어가 많아지게 되었다. 이런 단어들은 따로 외우지 않으면 알파벳을 깨우쳤더라도 제대로 읽을 수가 없고, 따라서 뜻도 알기 어렵다. 가령 영어로 식당은 레스토랑인데 소리 나는 대로 읽으면 레스타우란트(restaurant)이다. 알파벳을 뗀 사람이라도 이 단어의 철자를 따로 외우지 않았다면 그것을 레스토랑으로 읽을 수 없고, 따라서 글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즉 영어는 이처럼 단어의 철자를 외워야 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우리는 소리와 글자가 일치하는 한글로 말을 적기에 구개음화·연음법칙 등 몇 가지 발음법칙만 깨우치면 철자를 외우지 않아도 읽어낼 수 있고, 그 결과 문장의 뜻을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우리말로 식당은 말과 문자가 일치하기에 한글만 깨우치면 ‘식당’을 ‘식당’이라고 읽을 수 있고, 그렇게 읽으면 우리 뇌는 곧바로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문해력 이야기를 하면서 굳이 외국인의 우리말 공부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최근 초·중등학생과 젊은이 중에서 한글을 깨우친 외국인들처럼 책을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은 이해하지 못하고, 말을 들으면서도 단어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해 곡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문해력이 낮은 이유는 교과서에 사용되는 어휘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읽으면서도 뜻을 모르는 어휘가 주로 한자어이다 보니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한자에 익숙해야 한다는 논리가 서게 되었다. 실제로 교과서를 포함한 전문서적은 주로 한자어인 해당 분야의 학술용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그 결과 초·중등 교과서에는 아주 많은 한자어가 포함되어 있다.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휘 중 상당수는 일상 대화와 거리가 먼 전문적인 용어여서 글을 읽을 줄 알더라도 그 뜻을 바로 파악하기는 어렵다. 국립국어원장을 역임한 서울대 국어교육과 민현식(2004)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18종의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쓰인 한자어는 12,787개이고, 누적 출현 회수는 223,500회이다(표 1 참조). 최근에는 조금 줄었을 수도 있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짐작된다. 낯선 단어가 한두 개이면 전후맥락을 보아 뜻을 짐작할 수 있지만, 모르는 단어가 여러 개 중첩되면 외국인과 유사하게 읽을 수는 있으나 그 뜻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문해력 문제를 겪게 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이를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김승호 전 함평교육장과 전광진 전 성균관대학교 문과대학장은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한자가 병기된 우리말 사전을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책상 위에 올려놓고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찾아보고, 그 안에 숨어 있는 한자에도 관심을 가져보도록 유도하면 한자에 대한 두려움과 거부감이 줄어들 것이다. 그 과정에서 어휘력이 증진되면 일상에서 사용하는 어휘도 더 풍요로워지고, 문해력도 향상될 것이다. 전광진(2006) 교수가 제시한 한자어 교수·학습법(LBH 교수·학습법)을 비롯해 어려운 한자어를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기법들도 보탬이 될 것이다. 2) 그 외 학교교육 방향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문해력 문제는 청소년이 소속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을 갖추지 못했을 때 생긴다. 학년 혹은 연령대에 적합한 어휘력 수준을 정하는 것은 학계·교육계 그리고 사회이다. 이들 사이에 인식차가 너무 크다면 그 인식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독서교육과 글쓰기교육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문해력은 향상될 것이다. 독서는 아날로그 책으로만이 아니라 학생들이 익숙한 디지털책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와 더불어 배움중심교육을 시키더라도 기본개념과 어려운 어휘학습은 교사 주도로 이뤄져야 한다. 배움중심이라고 하여 학생들 스스로 기본개념과 많은 어휘를 터득하도록 유도할 경우, 많은 학생은 학습 비효율성을 경험하면서 학습을 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는 일종의 방치이고, 이는 계층 간 문해력 격차 심화로 나타날 것이다. 교과서에서 마주치는 단어가 꼭 알아야 할 어려운 한자어일 경우, 영어단어 뜻을 익히듯이 따로 시간을 내어 익히도록 이끌어야 한다. 학생들도 일상 속에서 새로운 단어를 접할 때마다 인터넷이나 앱 사전을 꺼내어 찾으면서 자연스럽게 어휘력을 향상시켜 가야 문해력 문제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 상황론 문해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으로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과도한 노출이라는 현재 상황을 들기도 한다. “2014년 5월 초 미국정신과협회(APA)의 연례대회에서는 인터넷 중독 장애를 보이는 청소년은 뇌에 비정상적인 특징이 나타났다는 발표가 있었다. 한두 건의 실험이 아닌 최근 연구 13건을 종합한 결과였다”(임동욱, 2014). 긴 호흡의 글을 읽고 해독하기 위한 문해활동을 위해서는 뇌가 장시간 집중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인터넷 중독으로 뇌가 변형된 경우 그러한 집중은 어려워진다. 각종 동영상 시청시간 증가로 인한 독서시간 감소, SNS상의 짧은 글 읽고 쓰기로 인한 긴 글 독해력 저하, 팝콘 브레인 효과(임동욱, 2014)로 인한 긴 글에 대한 인내력 급감 등등을 관련 원인으로 들 수 있다. 반대 주장도 있다. 핀란드교육연구원의 카이사 레이노는 2014년 ‘문해력과 정보통신기기 사용의 상관관계라는 연구논문에서 “컴퓨터 사용이 전통적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을 준다”고 주장했다. 만 15살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수행한 이 연구에서 레이노는 “오히려 디지털 기기가 다양한 상황에서의 문해력을 키우는 데 좋다”고 했다(정유미, 2015). 온라인에 있는 다양한 텍스트를 접하며 학생들은 ‘사회적 맥락 속 읽기’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연구는 자세히 들여다보면 교수·학습과정에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서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을 뿐이다. 이 연구가 보여주듯이 교육목적으로 디지털 기기를 사용할 경우 문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사회가 우려하고 있고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교수·학습과 무관한 디지털 기기 사용 및 다양한 동영상 시청시간 급증으로 인한 ‘글 읽고 생각하며 쓰는 시간’의 감소, ‘긴 호흡의 글을 읽고 생각을 정리할 기회 감소’ 등으로 나타나는 문해력 저하 현상이다. 문해력 향상을 위해서는 동영상 시청시간을 조절할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동영상 시청과 문해력 향상이 연결되도록 수동적인 시청이 아니라 적극적인 시청, 즉 시청 후 책을 읽은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야기 요약, 주제 파악, 논점 정리, 토의·토론 등의 활동을 하도록 이끌 필요가 있다. 나오며 문해력 논쟁이 궁극적으로 지향해야 할 방향은 세대와 개인 간 사용하는 어휘 차이의 발생 이유를 깨닫고, 서로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도록 마음을 열어주는 것이다. 개인과 집단이 공감과 소통능력을 높이고 세상을 올바르게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의 기초가 되는 어휘력, 글쓰기, 말하기 역량 강화를 위해 개인과 학교 및 사회가 노력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교육자만이 아니라 사회구성원 각자가 자기의 관심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가 마주치는 학생과 젊은 세대, 그리고 기성 세대의 문해력 향상을 위해 뭔가 하나라도 실천에 옮긴다면 반드시 효과는 나타날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상대가 기울이는 노력이 더욱 효과적이 되도록 서로 도울 때 우리 학생만이 아니라 기성 세대의 문해력과 사회의 소통력은 향상될 것이다.
학생들을 가르치려면 학생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한다. 학생들도 배우려면 무엇을 알고 있고 모르는지를 알아야 하며, 알고 있는 것을 행할 수 있는지도 확인해야 한다. 선생님이나 학생들이 이를 알아야 하는 것은 학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의사는 환자를 진단하여 처방하고 치료과정을 보면서 완치여부를 확인한다. 하물며 병을 치료하는데도 이런 필수적 절차를 거치는데, 학생들이 무엇을 얼마만큼 알고 모르고를 왜 알아보려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 학부모들은 자녀가 기초학업능력을 어느 정도 지니고 있으며, 어느 능력이 뛰어나고 부족한지를 알고 싶어 한다. 그래서 학원이나 공인되지 않은 검사결과로 자녀들의 능력을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평가결과는 학생이 100명 중 몇 번째에 위치하는지의 등위나 서열도 알게 할 수 있다. 이는 부수적 기능이지 주목적이 아니다. 이 기능만 강조하여 학업성취도평가를 일제고사로 비난하는 것은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을 오도하는 것이다. 일제고사가 모든 학생이 검사를 한번 치러 버리고 마는 시험이었다면,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생의 학업성취 수준을 판단하고 학습결손을 분석하여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보정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제고사와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평가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기본목적은 학생에게 가르친 내용의 인지 여부를 확인하여 잘 모르는 부분이나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을 파악한 후, 보충학습을 실시하여 학습결손을 방지하는데 있다. 한번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다음 학습이 가능하지 않아 학습결손이 누적되고, 상급학교 진학이나 사회진출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래서 필요할 때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여 그때그때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한 평가를 실시한다고 공지하면 학생들은 평가준비를 위하여 복습하게 될 것이고, 교사나 학부모들도 관심을 두게 된다. 즉 평가방법의 하나인 시험은 학생들을 공부하게 하는 교수적 기능도 가지고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하락하고 있다 동일한 학습수준을 지니고 있는 두 집단에 한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고, 다른 집단은 평가를 실시하지 않는다면 평가를 실시한 집단의 학업능력이 그렇지 않은 집단의 학생들 학업능력보다 더 높게 나오는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다. 최근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예전만 못하고 얼마 전까지 발표한 국제학력비교 연구에서도 기초학업능력의 국제적 등위가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만 15세인 중학교 2·3학년 학생에게 실시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2012년과 2018년도 발표결과를 보면 읽기는 1~2위에서 2~7위로, 수학은 1위에서 1~4위로, 과학은 2~4위에서 3~5위로 하락하였다. 국제평가협회(IEA)에서 실시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연구(TIMSS)도 2011년과 2019년 발표결과,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 수학은 2위에서 3위, 과학은 1위에서 2위로 하락하였다. 중2의 경우 수학은 1위에서 3위로, 과학은 3위에서 4위로 하락하였다.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떨어지고 국제학력 비교에서 기본학습능력의 국제적 서열이 하락한 것은 학업성취도평가를 전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학습보정도 소홀히 한 교육정책과 무관하지 않다는 판단이다. 학습결손을 해소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 증가하는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학생들, 산촌지역이나 탈북학생들의 경우는 교육기회가 적어 학습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빨리 파악하여 그들의 학습결손을 해결하여 상위 학습을 가능하게 하고 사회진출을 원활하게 하는 것도 학업성취도평가의 순기능이다. 학업성취도평가를 통하여 학습결손을 진단하고 보충수업을 함으로써 지역·계층 간의 교육격차를 줄여나가면서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학생 개인뿐 아니라 국가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를 선도할 우리 후손들의 기본학습능력이 부족해서는 안 될 것이다. 새 시대를 살아가는 데 필요한 다양한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이런 시점에서 학업성취도평가를 실시하고 학습교정을 위한 보충학습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평가를 하지 않아 학교당국이나 학생들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관계를 유지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이고 비교육적이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어떤 가정적 배경을 가졌던, 어디에 살든, 학습결손이 발생하면 그때그때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더라도 그것을 해소해 주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들은 소외계층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교육당국도 반감이나 반대가 심한 교육정책을 집행할 경우에는 발표 전에 그 정책의 순수한 목적이 무엇이고, 현재의 교육환경은 어떠하며, 어떻게 적용하여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내용을 더욱 쉽고 솔직하게 홍보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이 제대로 학습하며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노력을 반대하거나 오도하는 교사는 없을 것이다. 때문에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도록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학업성취도평가가 장점만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에 부수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문제점들은 교사들이 슬기롭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제자 사랑의 마음으로 교육현장에서 애쓰고 있는 교사들이 학업성취도평가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격려하여야 할 것이다. 적절한 평가와 그에 따른 보정이나 보상은 학생들의 학업능력을 향상시키고 긍정적 자아개념을 갖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따라서 이념적 관점이 다른 경우가 있더라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여 학생들을 위한 길이 무엇이며, 국가의 장래를 위한 길이 무엇인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들의 이해를 구하는 데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교육환경이 급변했다. 교실 속 아이들이 달라진 것이다. 감염병에 우리 사회가 혼돈에 빠지면서 아이들이 가장 큰 어려움을 겪었다. 유명 정신과 의사이면서 대안학교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현수 박사는 새교육과 인터뷰에서 “심리적 불안정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 30%에 이른다”며 “이들에 대한 심리·정서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이후 청소년 정신상담 건수가 크게 늘어 진료를 받으려면 길게는 1년 이상 대기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성장학교 별의 교장으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별’은 어떤 의미로 붙여진 건가요. 20여 년 전 대안학교를 설립하면서 힘들고 상처받은 아이들에게 힘을 주는 학교명을 고민하다가 별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삶이 빛나기를 바라고, 또 혼자 빛나는 것이 아니라 별자리를 이루어 빛난다’라는 생각 끝에 ‘별’이라는 이름의 치유적 대안학교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별’, 교사들은 ‘별지기’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고들 하는 데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나요. 요즘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 외로워하고, 세상을 걱정하고 두려워하기 때문에 불안과 우울이 높습니다. 특히 코로나를 겪으면서는 그런 면들이 더 커졌습니다. 어찌 보면 가장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세대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정부가 교육회복에 나서고 있습니다. 우선순위를 매기신다면 무엇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지금 너무 많은 아이가 정신과 진료를 대기 중입니다. 보통 6개월에서 1년 이상 대기해야 할 만큼 아동·청소년 환자가 늘어났습니다. 때문에 교육회복의 최우선 순위로 심리안정을 꼽고 싶습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아이들이 학급 내 10%였다면 지금은 30%에 육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그 불안정 요소 중 가장 큰 요인이 관계, 즉 친구문제여서 저는 관계회복과 학급공동체 회복을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학교폭력이 50% 이상 증가했다는 한 교육지원청의 이야기를 듣고, 교감선생님들을 모시고 연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아이들 사이의 관계회복을 위해 친구 사귀기, 친밀감 만들기 등 사회정서학습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문했습니다. 제가 쓴 책의 부제를 ‘마음 회복 없이 학력 회복 없다, 관계 회복 없이 학급공동체 회복 없다’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학교생활이 정서적으로 힘들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들이 늘고 있습니다. 어떤 대책이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요즘 아이들은 돌봄과 지지가 적거나 과잉보호 속에서 자라 자기중심적 성향이 강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쟁과 갈등이 증폭되고, 감정조절이 안 되는 학생이 늘 수밖에 없습니다. 돌봄의 확대, 경쟁교육의 해소, 학생들에 대한 정서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최근 어린 초등학생들조차 교사를 흉기로 위협하고 욕설을 퍼붓는 일이 발생합니다. 이런 현상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큰 걱정입니다. 아이들의 정서는 메마르고, 게다가 방임이나 아동학대 등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아이들을 마주하는 선생님들로서는 너무 지치고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정서적으로 폭발하는 아이들을 돕는 교육적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이를 위해 첫째, 학급당 학생수 감소가 가장 중요합니다. 둘째, 충분한 아동과의 면담이 가능하도록 교사 인력이 늘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셋째, 학부모의 부당한 개입에 대한 학교 혹은 교육청의 권한 증가와 넷째, 다양한 사회정서학습 확대가 대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 한 사람 한 사람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잘 돌보는 학교시스템이 필요합니다. 교사 혼자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으니까요. 학생 자살이 늘고 있는데 코로나 영향이 크다고 봐야 하나요. 맞습니다. 2020년과 2021년 코로나 시기의 학생 자살, 청소년 자살이 모두 늘었습니다. 코로나는 아이들이 평상시 스트레스를 풀던 방법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고, 아이들을 외롭게 지내도록 했습니다. 또 아동학대·가정폭력이 늘어났고요. 더불어 아이들이 즐겨 다니던 PC방·코인노래방 출입도 자유롭지 못했고, 무엇보다 친밀함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피신처·안전기지가 이 시기에 사라졌습니다. 아울러 우리 사회가 청소년들의 아픔을 이해하지 못하고 지원하지 못한 영향도 큽니다. 최근까지도 위기 청소년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찾아와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곤 합니다. 위기는 늘어나는데, 지원은 계속 줄어드는 터라, 그 고통이 학생들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학생들의 학력저하도 많이 지적되는 문제입니다. 혹시 코로나에 걸린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간 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차이가 발생하나요. 기본적으로 학교에 출석한 날 수의 차이가 큽니다. 2020년과 2021년 등교일수를 보면 평상시의 절반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학교 공부에 노출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고, 또한 사교육 여부, 부모들의 디지털 리터러시 여부, 학습환경의 차이 등도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가장 큰 요인으로 저는 등교일수를 꼽고 싶습니다. 원격수업은 감염병 확산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불가피한 것 아니었을까요. 모두가 등교할 수 없었던 상황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과정과 결과를 보면 등교일수가 많았던 ‘작은학교’들의 피해가 적었다고 봅니다. 따라서 감염병 확산 시기에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가능하고 학생과 교사들간 정서적 교류가 안정적으로 진행되는 ‘작은학교’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이미 OECD에서의 분석도 초등학교와 중학교 모두 15명 이하의 학급을 주장하고 있고, 300명 이하 학교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이유에서 15명 학급에 1수업 2교사제가 되어야 지금의 학생들을 가르치고, 돌보고, 지원하는데 충실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 회복을 위해 교사는 학생들을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요. 행복한 교실을 위해 가장 노력할 주체는 현재 교육당국입니다. 코로나가 전한 교훈을 빨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대처를 당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영국·프랑스 등 다른 나라가 전개하는 코로나 후속 조치를 우리는 거의 하지 않고 있습니다. 롱 코비드 학생들에 대한 현황파악과 기초학력 회복을 위한 정서지원시스템 개편, 증가하고 있는 학교폭력에 대한 상담, 돌봄 등등 정책적 지원이 절실합니다. ‘천막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보다 쾌적한 스터디카페에서 숙제하는 학생이 더 불행하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의미인지요. (웃으며) 우리나라 국민들의 기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자녀에 대한 기대, 교사에 대한 기대, 학교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고 이상적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어떤 분이 “6.25 전쟁 시절 천막치고 포탄의 상흔이 남은 공간에서도 공부를 열심히 했다”라고 하시면서 “요즘엔 호텔 같은 스터디카페도 있는데 공부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씀하는 걸 들었습니다. 서로 바라보는 곳이 다른 것이지요. 상대적 박탈감의 세대에게 절대적 박탈감의 문화를 강요하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교육부와 교육청 등 교육당국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 있으면 부탁드립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교육에 전해준 진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정책을 펼쳤으면 합니다. 학급당 인원 감소, 교원 증원, 학교 전체 정원 감소, 그리고 사회정서학습 지원, 학부모교육 지원 등이 그것이죠. 아이들에게 학교는 더 특별한 소속감을 주는 곳입니다. 타임 푸어를 겪으며 학원과 학교, 가정이 생활의 전부인 아이들에게 학교는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류 입니다. 그런 사실을 정부건 사회건 모두 명심했으면 합니다.
정부가 내년도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2030 교사들을 중심으로 실질임금 삭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갓 임용된 교사들은 최저 임금 수준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정부는 또 내년에 교원정원을 3,000여명 감축하기로 했다. 학생수 감소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기계적인 교원정원 감축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이번 호는 교원보수 및 수당 정책과 교원정원 감축을 키워드로 한 윤석열 정부 교원정책의 실상과 문제점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해 본다. 먼저 보수 1.7% 인상에 대한 2030 교사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본다. 낮은 보수, 쏟아지는 행정업무, 악성 민원, 불안한 미래에 시달리는 교사들의 목소리다. 어렵게 교직에 들어왔지만 벌써부터 이직을 고민하는 교사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2030 교사들, 그들을 ‘회의’에 빠뜨린 현실을 진단한다. 이와 더불어 22년째 동결된 교직수당을 비롯 보직수당·담임수당 등 교원수당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본다. 교육계의 지속적인 요구에도 불구하고 이들 수당이 제자리에 꽁꽁 묶여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교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들의 불합리한 역사를 살펴보고 직책수당 신설과 같은 대안을 고민해 본다. 교원정원 감축은 교육의 질과 직결된다. 교원정원 감축은 당장 현장교사들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학급당 학생수 감축과 같은 시대적 요구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원의 근무여건이 열악해지면 우수한 인재들이 교직선택을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양성의 위기는 궁극적으로 교육의 질적 위기로 이어진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를 말해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교원정원 감축을 억제하고 증원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모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원을 줄여서는 안 된다는 막연한 주장보다 새로운 수요를 찾아 교원을 배치하고, 교육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시대 흐름에 맞는, 교원정원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가 내년도 5급 이하 공무원 임금인상률을 1.7%로 정하자 2030세대 교사들의 원성이 높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2030 청년위원회는 지난달 세종시 인사혁신처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의 보수 1.7% 인상은 사실상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인상률 재조정을 요구했다. 이들은 야박한 인상률에 보직수당 등까지 수년째 동결되면서 실질임금 삭감, 교권침해, 과중한 업무, 연금 불안 등 삶의 질이 떨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가상승률은 6%대, 공무원 보수만 1.7% 인상 교원을 포함한 공무원 보수는 ‘고통 분담’이라는 이유로 그동안 물가상승률과 무관하게 낮게 책정되었다. 작년과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5% 인상하였으며, 올해 상반기만 해도 물가상승률이 6%대 이상으로 치솟았다.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 보수를 1.7% 인상한다는 것은 결국 교원보수를 줄이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실제 1.7% 인상 기준으로 내년도 교원 9호봉 기본급은 월 215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 특히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원에게는 사기 저하는 물론 교직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하기에 충분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실제 신규교사와 저경력교사들은 고물가, 1%대 보수인상률, 연금개악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교육현장에서는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2030 교사들에게 오는 그릇된 시선이다. “우리 때는 적은 월급으로도 생활했고 결혼과 육아도 했다”, “그 정도면 많이 받는 것 아니냐”, “애들 가르치기만 하면 되는데 나도 하겠다” 등등. 연일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학교현장의 목소리는 듣지 않은 채 왜곡된 인식으로 바라본다.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 수시로 바뀌는 교육환경과 교육내용, 줄여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줄어들지 않고 더 늘어나는 공문, 여기에 3년 동안 학교를 잠식한 방역 관련 업무들은 또 얼마인가. 교원들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원격수업과 대면수업 병행, 새로운 수업방법 개발 등 교육력 약화를 막기 위해 온 힘을 다했다. 그뿐인가. 학교 방역체계 구축과 물밀듯 밀려오는 사회복지 역할까지 떠안고 있다. 실제로 돌봄수요 조사부터 전담사 채용을 위한 모집공고는 물론 면접까지 교원들이 맡음으로써 ‘수업과 행정업무시간의 역전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수업 반, 행정 반’인 현실에서 ‘우리가 과연 교사인가’라는 자조 섞인 말이 회자되는 게 교직의 실상이다. 교원들은 학교 내 CCTV 관리, 우유대금 납부, 강사비 계산, 미세먼지 및 정수기 관리, 계약직원 채용·관리 등 각종 행정잡무에 시달리고 있다. 보여주기식 업무경감, 공문 없는 수요일 등 구호뿐인 대책을 넘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요구는 간단하다. 월급을 획기적으로 올려달라는 것도, 추가수당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니다. 적어도 경력에 따라서, 노력에 따라서 대우받으면서 살수 있도록 상응하는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다. 비단 이 문제만이 아니다. 2030 교사 중 연차가 쌓이면서 혹은 학교 사정상 정말 어쩔 수 없이 보직교사도 맡게 된다. 보직교사수당은 19년째 동결이다. 모두가 기피하는 담임도 종종 맡는다. 담임교사수당은 19년간 단 2만 원 인상됐다. 이 같은 보수체계는 미래를 학생들과 함께 꿈꾸고, 가정을 꾸리거나 적절한 생산과 소비를 해야 하는 2030 교사들에게는 버거운 현실이다. 우리는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까? 교사가 되기 전 심지어 교대에 들어갔을 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 있다. ‘정년 보장, 연금 빵빵.’ 하지만 실제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속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지금 2030 교사들의 연금은 불입기간에 비해 수령금액은 기존과 비교하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적다. 퇴직금도 동일 임금 민간 근로자보다 현저히 적고, 동일 수준 근로자보다 급여도 적게 받는 상황이다. 더 나아가 교사는 고용보험 가입 대상자가 아니므로 실업급여도 지급되지 않는다. 취업 관련 교육프로그램 참여도 어렵다. 산재보험도 없고, 공무원연금 수령 시 본인은 물론 배우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없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에선 ‘공무원연금을 세금으로 메꾸고 있다’며 여론을 호도한다. 2009년 공무원연금이 삭감된 지 불과 7년 만에 다시 개편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보면서 대체 우리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억울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실제 필자는 24살에 임용이 돼 앞으로 약 40년 동안 기여금을 납입하게 된다. 스스로 선택한 것도 아닌데 월급에서 강제로 떼어간다. 지금 2030 교사들에게 인기 있는 연수·교육·취미는 모두 경제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재테크 연수, 부동산 책, 경매공부 모임 등이 그것이다. 퇴근시간은 물론 점심시간조차 학생지도하느라 쉬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열정 페이를 강요받고 있다 보니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연금 불입기간만 채워지면 때려치우거나 휴직하겠다는 말이 더 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예전엔 정년퇴직이 당연했다. 하지만 최근 10년 사이 정년퇴직보다 20년 이상 근속의 명예퇴직이 많아졌다. 청년 교사들에겐 명예퇴직이 아닌 휴직과 사표가 점차 많아지는 추세다. 주변의 2030 교사들은 반문한다. “우리에게 꿈이 없는데 어떻게 학생들에게 꿈을 가르칠 수 있을까?” 2020 교육통계 분석자료집을 보면 퇴직사유와 퇴직률이 잘 나와 있다. 초등학교는 2005년 1.2%에서 2019년 2.1%로 올랐다. 명예퇴직률은 퇴직사유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기타퇴직률도 계속 상승하는 추세다. 중·고등학교는 더 심각해서 4.3~4.4%에 이른다. 결론적으로 헌신과 희생만 요구하지 말고 청년 교사들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교원보수인상률 재조정과 각종 수당 현실화가 절실하다. 무엇보다 공무원연금제도 개악을 위해 국민과 공무원 간 갈등·분열을 일으키는 모든 시도를 정부는 중단해야 한다. 공무원연금제도는 개악을 거듭할 것이 아니라, OECD 선진국 수준의 소득대체율을 보장하면서 국민연금을 포함한 전체적인 공적연금이 노인빈곤문제를 해소하는 형태로 개선돼야 한다. 또한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당시, 정년을 62세로 줄인 상태에서 연금지급 개시연령은 65세로 늦춰 발생한 소득공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약속을 하루빨리 이행해야 할 것이다. 오죽하면 교직을 극한직업으로 묘사한 방송프로그램까지 나왔겠는가. 2030 교원들에게 꿈을 돌려주는 그런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정부가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2023학년도 공립교원 정원을 3,000여 명이 줄어든 34만 4,906명으로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교육부 설명자료, 2022.9.19.). 현장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교육재정 효율화에만 초점을 맞추어 교원수급정책을 풀어나가려는 접근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개인에게 더 나은 삶과 미래를 보장하고 교육력을 기반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교육의 질적 향상이 절실한 때이다. 이러한 시기에 교사 1인당 학생수라는 단순 산술에 근거하여 교원의 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육현장의 실정과 국민의 교육적 열망을 저버리는, 시대를 거스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에 경제논리로만 접근할 수 없는 교육현장의 고민을 숙고하면서 교원정원 감축의 문제를 재조명해 보고자 한다. 학교는 더이상 교육만 하는 곳이 아니다 유례가 없었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학교의 본질과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이전, 무엇보다 우선시되었던 학교의 역할은 바로 교육이었다. 학교는 교육목표에 근거하여 추구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기 위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계획하고 제공함으로써 그 소임을 다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된 이후 학교의 역할은 교육적 의미를 넘어, 교사와 친구 간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만들고 배우는 관계형성의 역할, 부모의 보살핌으로부터 소외되는 시간 동안 아동의 생존·안전·발달을 책임지는 돌봄의 역할, 마지막으로 공동체의식을 통해 함께 살아가는 역량을 키우는 공동체적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이 강하게 부상하였다(정계숙·손환희·윤갑정, 2021). 이는 기존의 학교 역할에서 놓치고 있던 부분이 새롭게 추가되었다기보다 그동안 간과됐던 측면이 오히려 본질적 역할로서 강하게 부각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교사의 역할 또한 그간에는 수업지도와 생활지도 등 교육 본연의 업무만이 강조되었던 데 반해, 만남과 소통, 놀이와 돌봄의 역할 역시 본연의 핵심업무로서 중요해졌다. 이는 학생수가 감축하는 상황임에도 왜 교원정원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당성을 제공한다. 첫째, 교원정원 감축은 코로나19 이후 재정립된 교원의 역할과 함께 그들의 노력과 열정을 줄어들게 만들 것이다. 학교현장에 어느 정도의 교원이 필요하냐의 문제는 단순 산술에 의해 계량적으로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는 불변의 진리는 충분한 교원 확보를 통해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학교교육의 질을 높이는 최소한의 기본요건임을 말해준다. 교육부가 20년 넘게 교사들의 행정업무 간소화에 주력하여 교육지원전담팀 및 학교 보조인력을 배치한 것 역시 교원의 양적 확대가 어려운 상황에서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과 학생들을 보살피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해 준 중요한 정책적 노력이었다. 실제로 김지선·심현기(2022)의 연구에서도 교사들이 수업준비나 진학·진로지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전체 학생사안이나 징계 건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한 명이 자신의 역량을 발견하고 계발하는 과정에는 교사의 부단한 관심과 노력, 지원이 요구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원정원을 감축하는 일은 교원이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기 어렵게 만들 뿐만 아니라 교육의 질 저하를 야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다. 둘째, 교원정원 감축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교육격차를 더욱 심화시킴으로써 결국 지역소멸을 가속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에 근거하여 교원정원을 산출하고 확보하는 방식은 읍면지역 소규모학교의 폐교 및 통폐합을 불가피하게 만들 것이며, 이는 지역 위기 및 지역소멸로 귀결될 것이다. 소규모학교들은 폐교되기까지 교원정원 감축의 직격탄을 맞아 다양한 과목의 교과교사와 특수교사를 포함하여 상담·보건·영양·사서교사 등 비교과교원의 교육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아울러 교사 1인당 업무량도 대규모학교에 비해 증가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교원의 업무 피로도는 심화되며, 학교를 기피하는 현상도 야기될 것이다. 이는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국가교육책임제 강화를 통한 교육격차 해소’에 정면으로 배치(背馳)되는 일이다. 셋째, 교원정원 감축은 소규모학교 문제뿐만 아니라 수도권의 과밀학교 및 과밀학급 문제에서도 난항을 겪게 할 것이다. 교육부의 ‘전국 과밀학급 현황’에 따르면 과밀학급 기준인 학급당 학생수 28명 이상 학급은 2021년 초·중·고 전체 23만 3,345개 학급 가운데 5만 4,050학급(23.2%)인 것으로 나타났다. 과밀학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2만 3,616학급), 서울(6,243학급), 경남(3,371학급) 순이며, 과밀학급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도 역시 경기가 40.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제주(37.0%), 충남(30.6%)이 뒤를 이었다. 학생수가 30명 이상인 학급도 전체학급 가운데 2만 8,127학급(12%)이나 됐고, 이중 중학교가 1만 5,786학급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하였다(한국교육신문, 2022.09.13.). 신도시 택지개발사업 지구의 경우 학교 신설이 수반되어야 하나 예산 낭비 등의 이유로 학교 신설이 취소되면서 수도권 과밀학급(교) 문제를 가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학생수의 지속적인 감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명목 아래 추진되는 교원정원 감축정책 역시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소규모학교 지원과 동시에 수도권 과밀지역 학생의 학습권 보장을 위한 과밀학급 해소 역시 학교 교육력 제고를 위해 고려되어야 하는 교육계의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현안이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상황에서 과대·과밀학급의 문제가 부상하였음에도 이에 대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오히려 교원정원 감축으로 과밀학급의 개선 의지를 보여주지 않고 있는 점은 악화되는 교육현실을 개선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넷째, 교원정원의 감축은 학교교육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점에서 미래교육 및 교육정책 실천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개인별 맞춤형 교육, 기초학력 내실화 교육, 고교학점제 등 교육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교원의 정원이 늘어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정부의 교원수급 정책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 새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있는 국가교육책임제의 강화 속에는 교육 사각지대 해소방안으로 대상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교육을 지원하겠다는 과제가 담겨있다. 또 교원업무부담 경감방안으로는 새로운 교육정책 추진에 필요한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마련하고, 수석교사제도를 개선하여 임용을 확대하겠다는 것이어서 교원의 정원을 확대하지 않고서는 수행하기 어려운 국정과제들이 다수 존재한다. 이러한 국정과제의 실천의지를 무색하게 하는 교원수급정책은 아이들의 행복과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새 정부 교육분야의 방향과 교육부가 추진하게 될 다양한 교육정책의 도입과 실천의지에 회의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경제논리로 교원정원을 감축하려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하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더 좋은 교육환경을 조성해야 할 때다. 교육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미래시민을 양성하는 교육을 위해서는 교원정원 확대를 포함한 교원정원의 안정적인 수급이 가장 중요한 교육인프라 조성이 될 것이다.
10~11월 산기슭이나 언덕에 들어서면 달콤하고 향긋한 냄새가 밀려올 때가 있다. 노란 꽃송이들에서 나는 향기이고 꽃송이가 요즘 나오는 10원짜리 동전만 한 것이라면 십중팔구 산국에서 나는 향기다. 바람이라도 살짝 불어올 때 산국 향기는 더욱 짙어지는데, 김유정 소설 봄봄에 나오는 ‘야릇한 꽃 내가 물컥물컥 코를 찌르고’라는 표현이 생각날 정도다. 산국 꽃송이 사이로 벌들이 부산하게 오가는 것은 전형적인 가을 풍경 중 하나다. 산국은 꽃과 잎이 원예종 노란 국화와 비슷하게 생겼다. 다만 꽃송이가 국화보다 좀 작고, 색도 더 선명해 황금빛에 가깝다. 향기도 더 진하다. 늦가을 청계천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는 것도 대부분 산국이고, 서울 남현동 미당 서정주의 집,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 북한산 구기동 코스 입구, 남한산성 성벽에도 산국이 핀다. 특히 남한산성 성벽에 피는 산국 무리는 세력이 대단해 정말 장관이다. 양지바른 곳을 좋아하고 건조에 강해 고속도로 등 경사지나 절개지에도 많이 심어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가을은 국화의 계절이다. 도심에는 이런저런 색깔로 개량한 국화들이 심어져 있고, 전국 곳곳에서 국화 축제를 벌인다. 국화과 식물은 쌍떡잎식물 중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로 가운데에 대롱꽃(관상화), 주변부에 혀꽃(설상화)을 가진 형태다. 100원짜리 동전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 국화는 오랜 역사를 가진 꽃이며, 사군자의 하나로 사랑을 받았다. 품종에 따라 꽃의 색·크기·모양이 아주 다양하다. 고등학교 학생들이 국화로 실습을 할 정도로 교배가 쉽기 때문에 알려진 품종만 수천 가지에 이른다. 꽃의 크기에 따라 9㎝, 18㎝를 기준으로 소국(小菊)·중국(中菊)·대국(大菊)으로 나눈다. 일본 사람들도 국화를 아주 좋아해 국화 품종을 많이 개발했고, 일본 왕실은 국화를 왕실 상징으로 쓰고 있다. 미국 사회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책 제목 국화와 칼에서 국화는 일본 왕실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러나 화단이나 공원에 있는 국화는 개량을 많이 해서인지 인공적인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요즘 산과 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들국화들은 그렇지 않다. 들국화는 국화의 할아버지뻘인 식물이다. 야생 들국화들을 교잡해 국화를 만든 것인데, 여러 설이 있으나 산국·감국·구절초를 교잡해 만들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기 때문이다. 들국화 중 늦가을 양지바른 곳이나 산기슭·언덕·바위틈 등에 한창 피어 있는 것이 산국이다. 산국(山菊)은 말 그대로 산에 피는 국화라는 뜻이다. 늦가을까지 피는데 더러는 서리가 내릴 때까지 피어 있다. 예로부터 ‘야생 국화’라 해서 꽃을 따서 술을 담그기도 했고, 차로 만들어 마시기도 했다. 산국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진한 향기가 특징이다. 꿀 향기와 같은 달콤한 냄새다. 산국과 비슷하게 생긴 꽃으로 같은 노란색 들국화인 감국이 있다. 꽃잎에 단맛이 있어서 감국(甘菊)이라 부른다. 야생화 공부를 시작할 때 부딪히는 문제 중 하나가 이 산국과 감국을 구분하는 것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꽃송이 크기를 보는 것이다. 작으면 산국, 좀 크면 감국이다. 기준점은 지름 2㎝다. 산국(약 1.5㎝)은 요즘 나오는 새 10원짜리, 감국(약 2.5㎝)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이기 때문에 100원짜리를 대보아 이보다 작으면 산국, 크면 감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잎이 감국은 좀 두껍고 둥글게 보이는 편이고, 산국은 얇고 톱니가 날카롭게 보인다. 감국은 향이 산국만큼 진하지 않기 때문에 향기가 강하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무엇보다 감국은 줄기 하나에 4~5개의 꽃이 달리지만, 산국은 더 많이 무더기로 달려 우산 모양을 만드는 것이 다르다. 그러나 자라는 환경에 따라 꽃 크기가 달라질 수 있어 실제 산과 들에서 만나는 노란 꽃이 산국인지 감국인지 구분하는 것은 정말 힘들다. 야생화 사이트나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보면 산국인지 감국인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산국은 주로 중부 이북에 피고, 감국은 남쪽지방이나 바닷가 쪽에 피기 때문에 서울 근교 산에서 국화잎처럼 생긴 노란 꽃이 있다면 산국일 가능성이 높다.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떠하리 사람들이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꽃에는 산국·감국 외에도 연보라색인 벌개미취·개미취·쑥부쟁이, 흰색이나 연분홍색인 구절초가 있다. 여기에다 꽃이 연보라색이면서 바닷가에서 자라는 해국(海菊)이 있다. 바다를 배경으로 만개한 해국은 야생화 애호가들이 꼭 한번 담고 싶어 하는 것이다. 들국화는 가을에 피는 야생 국화류를 총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들국화’라는 종은 따로 없다. 이런 들국화 무리 중에서 노란색 작은 꽃송이를 가진 것이 산국·감국이다. 산국·감국은 주변에 흔하기 때문에 문학작품에 등장하지 않을 리 없다. 양귀자 장편소설 모순은 여주인공이 정반대 성격인 두 남자를 놓고 고민하는 내용이다. 두 남자 중 한 명은 야생화 사진작가다. 그는 여주인공에게 구절초를 알려주면서 “쑥부쟁이 종류나 감국이나 산국 같은 꽃들도 사람들은 그냥 구별하지 않고 들국화라고 불러 버리는데, 그건 꽃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야. 꽃을 사랑한다면 당연히 그 이름을 자꾸 불러 줘야 해”라고 말한다. 감국은 소설가 김연수의 책 청춘의 문장에서 보았다. 이 책에 ‘때로 쓸쓸한 가운데 가만히 앉아 옛일을 생각하면 떨어지는 꽃잎처럼 내 삶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하나둘 보인다. 그 빈자리들이 그리워질 때면 두보의 시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를 읽을 만하다’고 쓴 대목이 있다. 처마 앞 감국의 옮겨 심는 때를 놓쳐 중양절이 되어도 국화의 꽃술을 딸 수가 없네 내일,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고 나면 나머지 꽃들이 만발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리 - 두보 ‘뜰 앞의 감국 꽃에 탄식하다’ 전문 김연수는 이 시를 두고 “꽃이 떨어질 때마다 술을 마시자면 가을 내내 술을 마셔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뭇꽃이 무수히 피어나도 떨어진 그 꽃 하나에 비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다음날 쓸쓸한 가운데 술에서 깨어나면 알게 될 일”이라고 했다. 산과 들에 핀 야생 국화들을 그냥 들국화라고 부르기엔 좀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국화를 닮은 노란 들국화가 산국이면 어떻고 감국이면 어떤가. 이름을 몰라도 노란 들국화와 눈을 맞추어주면 들국화는 진한 향기와 가을 정취로 화답할 것이 틀림없다.
빚은 그대로인데 이자가 늘고 있다 유래를 볼 수 없는 빠른 금리인상으로 대출이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연 2.7%의 이자율로 월 270만 원의 이자를 갚았다면, 이제 대출이자가 연 4.5%로 늘었으니 월 450만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자가 늘어난 만큼 소득이 늘었다면 여유현금흐름인 가처분소득이 유지되지만, 이자속도만큼 월급이 늘어난 직장인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대적 빈곤을 느끼기 시작했다. 이자 때문에 소비를 줄이고, 이자를 줄이기 위해 집을 사지 않고 움츠러들고 있다. 많은 이들이 동시에 이런 상황이 발생하니 경기도 침체되고, 기업들도 투자를 줄이며, 불황이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다. 불경기가 오면 국가는 기업과 가계를 살리기 위해서 금리를 다시 인하한다. 그러면 빚이 그대로여도 대출이자는 다시 내려간다. 보통 이 보릿고개를 넘고 나면 주식·부동산 등의 자산가격이 상승한다. 국가는 인플레이션 수혜를 받는다 인플레이션은 물가·임금·자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 물가가 오르면 부가가치세가 늘어나고, 임금이 늘면 소득세가 늘고, 자산가격이 늘면 재산세·거래세가 늘어난다. 국가가 보유한 토지나 보유기업의 주식가치도 상승하게 된다. 그럼 국가의 자산이 늘어나고, 소득도 늘어나게 된다. 반면 국가의 부채는 그대로다. 예를 들어 자산이 1,000조에서 1,500조가 되었는데, 부채는 150조 그대로라면 아무것도 안 한 이 국가의 부채비율은 15%에서 10%로 감소하게 된다. 그래서 국가는 국채를 발행해 부채를 늘리지만, 부채를 잘 갚지 않는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인플레이션이 해결해주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인플레이션에서 국가는 수혜를 보게 된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임금이 오르면서 국민들이 고통스러워하고, 기업들도 힘들어한다. 국가 경제에 위기가 올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과하면 안 된다. 국가가 원하는 인플레이션은 완만하고 꾸준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은 연 2%를 가장 이상적으로 보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할수록 투자수익률도 올라가야 한다 10월 현재 한국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6% 수준이다. 물가가 연 6%씩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작년 100만 원 하던 물건이 올해는 106만 원을 하니 6만 원을 더 지불해야 한다. 100만 원 예금을 해서 2% 이자를 받아 102만 원이 되었다면 예금을 하는 것보다 물건을 사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다. 물가만큼 내 자산을 지키려면 연 6% 상승하는 자산에 투자를 해야 한다. 예금이자가 오르는 것도 물가상승률에 맞춰 이자율을 올려줘야 예금으로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플레이션이 심각하지만, 주식·부동산이 하락하고 있으니 예금으로 돈이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주식·부동산도 상승하는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라면 예금에서 탈출하는 돈들이 줄을 잇게 된다. 그럼 은행은 고객탈출을 막기 위해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이때 받는 예금이자가 인플레이션을 대체로 이겨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인플레이션 시대, 어디에 투자해야 할까? 인플레이션은 두 종류가 있다. 호황형 인플레이션과 불황형 인플레이션. 수십 년간 우리가 만난 인플레이션은 호황형 인플레이션이었다. 경기가 좋아서 물건이 잘 팔리고 투자가 늘어나고 일자리가 늘어나 일할 사람이 부족해지고, 월급이 오르고, 물건가격이 오르고, 주식·부동산이 상승하는 일반적인 버블시절이 호황형 인플레이션이다. 이럴 때는 예금보다 매력적인 주식·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 2007년·2017년·2021년이 이런 상황이었다. 반대로 불황에도 물가가 상승하는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도 부르는데 1973년과 1980년 오일쇼크로 유가가 4배가 오르고 물가가 치솟았지만, 급작스런 물가상승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식·부동산이 하락했던 시기가 이 시기다. 이 시기에는 기업과 가계가 어려우니 주식·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이때는 예금이 원금을 지키면서 높은 이자도 벌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에서 방어가 좋다. 예금보다 이자를 더 주는 채권도 만기까지 버틸 수 있다면 원금과 이자가 들어오므로 안전한 투자가 된다. 인플레이션은 언제 끝날까? 경제는 살아있는 동물과도 같다. 영원한 것이 없다. 호황의 끝은 불황이고, 불황의 끝은 호황이다. 지금의 인플레이션도 머지않아 그 속도가 둔화되고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다. 단기적으로 보면 자산가격이 인플레이션을 추종한다. 그래서 장기로 투자할수록 인플레이션만큼 수익을 낼 가능성이 커진다. 1987년부터 1억을 코스피와 서울아파트에 투자했다면 2018년까지 코스피는 연평균 6.66%의 수익률을 냈고, 서울아파트는 연평균 5.61%의 수익률을 냈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낮은 수익률이다. 사람들은 주식·부동산이 빠르게 올랐던 시기를 주로 기억하기 때문에 ‘주식을 해라’, ‘부동산을 해라’ 이러지만, 대개 인플레이션과 일치하게 상승한다. 인플레이션이 타국가보다 빠르면서 경제가 성장하는 국가에 투자하면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국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높은 수익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마켓에서는 여기를 이머징마켓이라고 부른다. 중국·인도·베트남·인도네시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이머징마켓은 위험성도 높은 편이다. 우리가 IMF 위기를 겪었듯, 이머징 국가들은 불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이때 투자손실이 크게 발생하기도 한다. 인플레이션 상승속도가 정상화되면 자산가격도 다시 밸런스를 찾아 갈 것이다. 그때를 위해 미리 공부도 하고 목돈도 모아두며 준비를 해둬야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우즈훙 지음, 이에스더 번역, 리드리드출판 펴냄, 192쪽, 1만5,800원) 진실한 자아와 거짓 자아를 구분해 자신의 마음을 쏟아냄으로써 생명 가득한 삶을 사는 법을 소개한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는 심리문제를 통해 자신의 마음상태를 점검하고 진정한 나로 거듭나도록 이끈다. 저자는 생명력을 뿜어낼 수 있어야 자신이 행복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위로와 치유를 전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학부모상담이 끝나면 진이 빠진다. 학생상담보다 2~3배는 힘들다. 나도 작년까지 학부모였고, 지금도 여전히 자녀를 키우는 엄마인지라, 부모 마음을 모르지 않기에 더 힘들다. 담임교사도 마찬가지다. 말썽을 피우는 학생과 생활하면서 힘들었던 부분이 있기 때문에, 부모의 훈육방법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혼날 짓을 했으니, 화가 나서 속상한 마음에 그럴 수 있지’라고 학부모 마음에 더 공감이 갈 때가 있다. 가장 혼란스러울 때는 ‘학생이 표현한 부모의 모습’과 ‘내가 상담하면서 보고 듣고 느낀 부모의 모습’이 너무나 다를 때이다. 순간 학생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자기중심적으로 뭔가 과장해서 이야기한 것은 아닌지, 내가 학생의 말을 순진하게 믿고 잘못 판단한 것은 아닌지 갑자기 불안해지기도 한다. 특히 학생이 평소에 거짓말을 자주 했거나, 문제행동을 반복했다면, 그 불신은 더 커진다. 자칫하다가는 학생의 말보다 부모의 말을 더 신뢰하는 함정에 빠져, 학생의 힘듦을 외면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하지만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 교사와 통화를 하거나 면담할 때의 학부모는 그나마 이성적인 상태지만, 아이 앞에서는 부모의 감정을 마구잡이로 배출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호에서는 학부모상담에서 흔히 빠지는 함정을 살펴보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해본다. 상담하며 알게 된 이야기를 학부모에게 말해야 할까? 학생과 상담한 내용을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하는지, 공개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깊은 고민에 빠져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학생과의 관계를 위해 비밀을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릴 것인지 결정하는 일은 쉽지 않다. 간혹 학생에게 이야기하지 않겠다고 안심시킨 후, 학부모에게 ‘아이에게는 아는 척하지 말라’면서 고스란히 내용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비밀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무심코 ‘담임선생님이 그러시는데…’라는 말이 나오는 순간, 담임교사와 학생과의 신뢰는 깨져버린다. 따라서 꼭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 학생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전달할 내용을 사전에 아이와 함께 정하는 것이 좋다. (상담이 모두 끝난 후) “○○아, 오늘 상담 내용 중에 이 부분은 부모님이 아셔야 할 것 같아. 선생님은 비밀유지의 의무도 있지만,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 학부모에게 학생의 상황을 알려드려야 할 의무도 있거든. ○○이에게 진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부모님은 더 속상해하시고, 더 힘들어하실 거야. 선생님이 부모님께 어디까지 이야기하면 괜찮겠니? (아이와 전달할 내용을 상의한 후) 이렇게 이야기하면 괜찮을까? 선생님이 부모님께 전화 드리기 전에 ○○이가 먼저 ‘학교에서 상담을 했는데, 오늘이나 내일 부모님께 연락하신다고 했어요’라고 말해줄래? 언제쯤 시간이 괜찮으신지 여쭤본 후, 쌤에게 알려주고. 할 수 있지?” 대략 10명 중 8명은 부모님과 전화통화하는 것을 허락한다. 나는 상담기록지에 학생과 결정한 전달내용을 기록한 후, 학생이 직접 부모님의 전화번호를 적도록 한다. 무언의 ‘개인정보활용 동의서’이다. 학생이 부모님의 전화가능시간을 알려주면, 학교전화로 통화를 시도한다. “어머니, ○○이와 상담을 하던 중 이런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래서 요즘 많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혹시 집에서도 예전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아, 더 자세한 내용까지는 ○○이가 비밀로 해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아마, 어머니께서 먼저 ‘학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엄마에게도 이야기해 줄 수 있겠니?’ 하며 말문을 여시면, ○○이가 이야기할 거예요.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는데 엄마가 걱정할까 봐, 혼날까 봐 겁나서 말을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와 이야기 나눠 보신 후, 궁금하시거나 더 나눌 이야기가 생기시면 지금 이 번호로 연락주시면 됩니다.” 물론 동의절차없이 즉시 학부모에게 알려야 하는 상황도 있다. 자살계획 혹은 타인을 다치게 할 계획을 하고 있거나, 임신을 했거나, 아동학대나 범죄에 노출되어 있을 때이다. 이럴 때는 학생의 의사를 존중해주며 동의를 구하는 것이 아닌 왜 알려야하는지 설명한 후, 절차에 따라야 한다. 학생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 그 무엇보다 우선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주장, 누구 말이 맞을까? 종종 구구절절 옳은 말만 하는 학부모를 만난다. 자녀에게 원하는 것도 거창(?)하지 않다. 지각·결석하지 말고 학교 잘 다니고, 친구들이랑 별 탈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자기 방이라도 좀 잘 치우고, 본인이 먹은 것이라도 설거지해놓고, 핸드폰은 적당히 하고, 돈도 아껴 쓰고…. 듣다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틀린 말이 없다. 그래서 부모님이 혼낼 만하다는, 자녀를 올곧게 성장시키기 위한 양육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잘못한 부분은 쏙 빼고, 부모가 혼낸 부분만 과장해서 말했구나’라며 학생을 의심하기도 한다. “선생님, 저는 공부하라고 한 적도 없어요.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 가는 것, 그거 하나를 안 해요. 수십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고, 늦었는데 빨리 준비해도 시원찮을 판에 세월아 네월아, 씻고 밥 먹고 화장까지 곱게 하고 있기에, 지각하지 말고 빨리 서두르라고 몇 마디 했더니, ‘신경 쓰지 말라’면서 짜증을 내더라고요.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냐고 했더니, 이번에는 자기 방문을 걸어 잠그고 안 나오는 거예요. 학교 안 갈 거냐고, 빨리 가라고 또 잔소리하고…. 자기가 알아서 잘하면 제가 왜 잔소리하고 혼을 내겠어요. 자기가 하는 생각은 안 해요. 저도 아주 속상해 죽겠습니다.” 이번엔 아이의 말을 들어보자. 분명 같은 상황인데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오늘 아침에 학교에 가려고 나오는데, 엄마가 갑자기 욕을 하잖아요. 그딴 식으로 학교 다닐 거면 그냥 때려치우라면서. 아, 진짜, 짜증나요. 맨날 성질만 내고. 무슨 말만 하면 말대꾸한다고 욕하고.” 이쯤 되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이 있다. “네가 잘못을 안 했는데 엄마가 덮어놓고 욕을 했겠니? 어머니 말씀 들어보니까, 틀린 말씀 하나 없더라. 지각할 것 같아서 잔소리 좀 했다고, 엄마한테 대들고, 문 닫고 들어가고. 그런 말이 듣기 싫으면 네가 알아서 잘하면 되는 거 아니야?” 틀린 말은 아니지만, 최악의 반응이다. 아이는 이후부터 마음을 닫을 것이다. 맞는 말이라서 반박할 수 없고, 자신이 잘못한 부분도 있기에 말해봤자 공감받지 못할 것을 안다. 담임교사와의 거리도 그만큼 멀어진다. 그럼 잘못된 행동을 수정하고, 본인이 더 잘하면 되지 않을까? 역시 맞는 말이다. 하지만 말처럼 행동 바꾸기가 쉬우면 세상에 안 될 일이 없다. 그럼 누구의 말을 신뢰하며, 어떻게 상담을 이어 나가면 될까? 학부모와 학생의 말은 서로 다르지 않다. 학부모는 갈등이 생긴 상황을 설명했고, 학생은 엄마가 드러낸 감정을 중심으로 설명했을 뿐이다. 그럼 누구의 말이 상황을 더 잘 설명하고 있을까? 나는 학생의 말이 더 정확하다고 본다. 몇 번을 깨워도 안 일어나서 지각하게 생긴 딸이 느릿느릿 준비하고 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하고 부드럽게 타이르는 부모보다 불편한 감정을 드러내는 부모가 더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부모상담을 이어가다보면 실토하는 경우가 많다.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하겠느냐는 항변과 함께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속상해도 하지 말아야 할 말과 행동은 있다. 부모가 드러낸 ‘선 넘은 부정적 감정’은 아이에게 크게 두 가지의 문제를 남긴다. 하나는 ‘아, 속상하면 욕(폭력)을 해도 되는구나’라는 그릇된 인식을 갖게 한다. 또 다른 하나는 왜 혼났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자신에게 욕한(폭력을 휘두른) 부모만 남는 것이다. 그래서 행동은 수정되지 않고, 갈등만 깊어진다. 중요한 것은 화난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이다(욕이나 폭력 말고도 우리는 화난 감정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다). “일찍 일어나서 학교에 왔으면 아무 문제없었을 테니, 혼나도 싸네요. ○○이도 본인이 잘못한 건 잘 알고 있어요. 문제는 어머니께서 속상한 마음에 ‘욱’하고 나간 말이 ○○이에게는 상처가 되고,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니 엄마의 말과 행동에 오해가 생기고, 그러면서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자꾸 싸우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화가 나면 저도 모르게 말이 막 나와요. 속상하니까. 속상한데 무슨 말인들 못 하겠어요.” “○○가 ‘아, 엄마가 속상해서 욕을 했구나’라고 이해하길 바라시나요? 만약 이해한다면 ○○이도 속상하면 욕해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속상한 마음을 욕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어머니께서 먼저 보여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는데, 욱하고 먼저 터져 나오니까….” “음, 화가 날 땐, 무조건 ‘커피 먹고 이야기하자’를 외치세요. 일종의 타임아웃입니다. 물이 끓어 넘치려고 할 때, 찬물을 조금만 넣어도 가라앉듯이, 끓어오르는 감정을 잠깐 식히는 거예요. 커피 끓이는데 3분, 뜨거운 거 마시는데 3분 이렇게 몇 분이 지나가면 감정이 가라앉고 이성이 떠오르게 되요. 그러면 그때 말씀 하세요. 화난 감정이 없어지지는 않지만, 적어도 욕이 튀어나오지는 않을 겁니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나쁜 짓을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처럼 생겼을 거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흉악범을 잡아놓고 보면 지극히 평범한 얼굴이라서 더 깜짝 놀라곤 한다. 학부모도 마찬가지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간혹 “어머니와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 뵈면 너무 젠틀하시고, 괜찮으세요. 그래서 어디까지 아이의 말을 믿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라는 고민을 듣는다. 그럴 땐 이렇게 답하곤 한다. “아이 앞에 서 있는 학부모와 교사 앞에 서 있는 학부모는 다를 수 있어요. 우리도 집에서는 쥐 잡듯이 혼낼지언정 밖에서는 웃으며 자상한 엄마인 척하잖아요. 담임교사 앞에서라면 본색을 드러내기 더 쉽지 않죠. 하지만 화가 난 상태라면? 그래서 아이에게 퍼붓는 상황이었다면? 좀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요?” 사람은 언어로만 말하지 않는다. 표정·몸짓(행동)으로도 말한다. 잔뜩 굳은 표정과 불끈 쥔 주먹으로 “아니, 나 화 안 났어. 진짜야”라고 말한다면, 화가 난 걸까 안 난 걸까. 언어로 표현된 말보다 표정·몸짓으로 표현된 말이 더 진실에 가깝다.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어요.”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이성적으로 상황설명을 하는 부모의 말도 틀리지 않다. 하지만 ‘가족이라서 더 상처받았을 그때의 감정’을 먼저 다독여주자. 이후 왜 부모님이 이런 감정을 드러내게 되었는지 상황설명을 듣고 난 후, ‘아, 너의 이런 행동 때문에 부모님이 화가 나셨던 거구나’라고 잘못을 일깨워줘도 늦지 않다. 아니, 그래야 자신의 잘못을 비로소 받아들인다. 스스로 알아채야 행동변화도 기대할 수 있다.
11월은 ‘초순의 홑바지가 하순의 솜바지로 바뀐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월초와 월말의 날씨가 다른 계절이다. 학교에서 11월은 각종 사업을 마무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는 달이다. 수업하랴, 아이들 챙기랴, 보고서 작성하랴 하루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다. 고등학교에서는 쉼 없이 수능을 향해 달려온 학생들을 응원하고 정시전략을 짜느라, 중학교는 고등학교 진학상담으로 정신이 없는 시기이기도 하다. 11월엔 아동학대예방의 날이 눈에 띈다. 아마도 교사가 매일 마주하는 대상이 아동이기 때문일 것이다. ● 학생독립운동기념일(11월 3일)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원래 ‘학생의 날’이었다.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처럼 존재자체를 축하한다기보다 애국심을 고취시키고자 하는 의미가 강하다. 1953년 휴전 직후, 젊은 학도들에게 민족적 사명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 국회발의로 의결된 날이 바로 ‘학생의 날’이기 때문이다. 이후 10월 유신시대에 학생들의 민주화투쟁이 계속됨에 따라 1973년 폐지되었다가, 1984년 부활되었다. 하지만 사회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1990년대에는 의미조차 퇴색되었고, 2006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변경되었다.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이 11월 3일로 지정된 이유는 1929년 일제에 항거한 광주학생운동을 기념하기 위함이었다. 따라서 학생독립운동기념일은 우리 젊은이들이 국가와 사회를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상기시켜주는 뜻깊은 날이라 할 것이다. ● 점자의 날(11월 4일) 우리나라 점자 이름은 훈맹정음이다. 눈먼 이들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의미이다. 시각장애인의 세종대왕이라 불리는 송암 박두성 선생이 ‘눈이 어둡다고 마음까지 어두워서는 안 된다’며 시각장애인을 위해 손으로 읽는 한글인 훈맹정음을 만들어 반포한 1926년 11월 4일을 기념하는 날이다. 한글 제자원리를 그대로 따르고 있는 훈맹정음은 모두 64가지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한글처럼 자음과 모음만 익혀서 조합하면 어떤 단어도 만들 수 있고, 하나의 모음만 알면 그 외의 여러 모음은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 소상공인의 날(11월 5일) 소상공인이란 규모가 특히 작은, 생업적 업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소상공인 구분은 상시 근로자 수로 판단되는데, 광업·제조업·건설업·운수업 등은 상시 근로자 기준으로 10인 미만, 도소매·서비스업은 5인 미만을 말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국사업체 중 소상공인은 85.3%로 약 620만 명에 달한다. 소상공인은 우리나라 경제의 한 축이며, 서민경제의 근간인 셈이다. ● 입동(11월 7일) / 소설(11월 22일) 입동(立冬)은 겨울이 시작하는 날로 11월 7~8일 무렵이다. 서양에서는 할로윈 다음 날인 양력 11월부터 겨울이 시작하는 날이라고 보았다. 입동 즈음에는 겨울잠 자는 동물들이 땅속에 굴을 파고 숨으며, 산야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풀들은 말라간다. 밭에서 무와 배추를 뽑아 김장을 하기 시작하는데, 입동을 전후하여 5일 내외에 담근 김장이 맛이 좋다고 한다. 입동 후, 15일이 지나면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다. 그리고 또 15일이 지나면 ‘큰 눈이 내린다’는 대설(大雪)이 온다. 소설은 고려 23대 고종이 몽고군의 침략을 받아 강화도로 몽진을 가던 때이기도 하고, 조선시대 이괄의 난을 피해 인조(仁祖)가 한강을 건너던 때이기도 하다. ● 소방의 날(11월 9일) 위험을 피해 뛰어나오는 대피자 행렬을 거슬러 들어가는 소방대원을 우리는 ‘헬멧을 쓴 신(神)’, ‘생명을 지켜 낸 영웅’이라고 부른다. 연평균 5.4명이 화재진압·구조활동을 하다가 순직하고, 육체적·정신적 노동강도가 높고 야근이 잦은 탓에 갑작스런 심근경색으로 돌연사하기도 하며, 참혹한 현장에서 겪은 트라우마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들의 죽음은 우리 사회가 진 ‘빚’인 셈이다. 소방관이 현장에 출동할 때 기본적으로 착용하는 헬멧·후드·공기호흡기·방화복·장갑·부츠·무전기 등 개인보호장비, 즉 ‘안전’의 무게는 약 27kg이다. 여기에 10kg 남짓한 소방호스까지 합치면 40kg에 육박한다. 우리는 화재를 진압하고 인명을 구조하다 순직한 소방관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숭고한 희생에 대해 애도와 감사를 전한다. 하지만 고생하는 소방관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큰 실천은 단 한 번이라도 화재 출동을 줄이는 것, 즉 생활 속에서 안전점점을 게을리하지 않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농업인의 날(11월 11일) 11월 11일 하면 빼빼로데이를 떠올리지만, 이날은 ‘농업인의 날’이기도 하다. 최근 쌀값 폭락으로 농가의 시름이 깊다. 저렴한 커피라도 한 잔에 2,000원 정도. 편의점에서 파는 라면 한 봉지도 1,000원이지만, 밥 한 공기 쌀값은 250원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농업은 국민경제의 근간이다. 농업인의 날을 맞아 학생들과 쫄깃한 가래떡을 나눠먹으며, 농업의 중요성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가져보자. ● 보행자의 날(11월 11일) 사람의 두 다리를 연상케 하는 숫자 11이 겹친 매년 11월 11일은 보행자의 날이다. 산업화에 따른 미세먼지 증가, 에너지 위기 도래, 환경보호 요구에 대응하고, 국민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걷기의 중요성을 확산하기 위해 제정된 국가기념일이다. ● 유엔참전용사 국제추모식(11월 11일) 전 세계에서 유엔군 묘지는 대한민국 부산 단 한 곳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11개국 2,300여 유엔 참전용사가 안장되어 있다. 11월 11일 11시 정각에는 일반시민들도 참전용사를 향한 묵념에 동참할 수 있도록 1분간 추모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11월 11일은 제1차 세계대전 종전일이며, 6·25 참전국은 22개국으로 미국·영국·캐나다 등 16국은 전투를 지원했고 노르웨이·덴마크 등 6국은 의료를 지원했다. ● 순국선열의 날(11월 17일) ‘제2의 현충일’로 불리는 순국선열의 날은 공휴일인 현충일에 비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두 날 모두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날이다. 다만 순국선열의 날이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을 하다 독립을 끝내 보지 못하고 순국하신 독립투사들을 기억하는 날이라면, 현충일은 6·25 한국전쟁에서 희생하신 장병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모든 분을 기리는 날이다. ● 아동학대예방의 날(11월 19일) 아동학대를 예방하는 가장 원시적이면서도 강력한 방안은 ‘신고’이다. 학대받은 아이의 뇌는 슬픔·공포·칭찬·인정욕구를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 변형시켜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채, 전 생애에 걸쳐 후유증을 남긴다. ‘꽃으로도 때리지 마라’는 말처럼 맞아도 되는 아이는 없다. ‘때릴 만했겠지’라고 이해하는 순간, 폭력은 정당화된다. 교사에게 아동학대는 민감한 문제이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은 학대를 받더라도 별다른 대응방법을 알지 못한다. 교사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이유는 신체적·정서적 부분을 많은 시간동안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우리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정인이는 또 다른 모습으로 우리 반에 앉아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동학대예방의 날을 맞아, 법정 필수 연수인 아동학대예방 연수 2시간을 정성껏 들어보자. 내가 마주했을, 내가 마주할 또 다른 정인이를 돕기 위해서 말이다. ● 김치의 날(11월 22일) 일본의 기무치, 중국의 파오차이. 우리나라 김치의 원조라고 우길 정도로 우리나라의 김치는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2020년 김치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했다. 김치 소재 하나하나(11월)가 모여 22가지(22일)의 효능을 나타낸다는 의미이다.
학생 출결을 위한 기록 지침을 보면 ‘입양’과 관련한 항목이 있다. 직접 적용을 해본 적은 없지만 늘 관심을 갖고 있었다. ‘입양(入養)’은 ‘양친과 양자가 법률적으로 친부모와 친자식의 관계를 맺는 신분 행위’로 정의되어 있다. 과거에는 우리나라에서 외국으로 입양을 보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실제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도 많은 수의 입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입양 규모는 어느 정도 될까? 2021년까지 총 24만 9,635명의 입양이 이루어졌으니 그 숫자가 적지 않다. 2012년 1,88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15명으로 급감하였는데 이는 코로나19 상황과 가구 형태의 변화 등으로 분석된다(e-나라 지표 참조). 입양을 지원하기 위한 법률적·행정적 지원이 다양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유명 배우 가정의 사례가 알려지며 입양에 대한 긍정적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하였지만, ‘정인이 사건’에서처럼 끔찍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아직까지는 예민한 문제를 여러 매체들이 다루고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에서 세밀하게 그려내기란 쉽지 않다.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 문학상을 수상한 문경민의 훌훌은 우리에게 물음표와 느낌표를 동시에 던진다. 친한 내 친구들도 너절한 내 가정 사정은 몰랐다. 부모님이 이혼해서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구나, 하고 짐작하는 것 같았다. 앞으로도 입양 사실을 말할 생각은 없었다. 2년 뒤면 없던 일이 될 터였다. 까만 상자에 담아 낭떠러지 아래로 내던져 버릴 사연이었다. 내 진로 키워드는 셋이었다. 4년 전액 장학금, 기숙사, 취업 전망. 이것만 만족시킨다면 지역이 어디든 전공이 무어든 상관없었다. 징글징글한 과거를 싹둑 끊어 내고 오롯이 나 혼자서 살고 싶었다. 이름도 바꿔 버리고 싶었다. 취업까지 성공하면 나를 낳은 부모를 찾아갈 생각이었다. 날 만나길 원하든 말든 반드시 찾아가고 싶었다. 나를 낳은 부모가 한심하게 살고 있다면 그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다만 이 말만은 꼭 하고 싶었다. 당신들이 포기했던 내가 이만큼 제대로 커버렸노라고. 내 부모가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한 번은 봐야 했다고 말하고 싶었다. 얼빠진 표정으로 나를 쳐다볼 그들 앞에서 차갑게 돌아서고 싶었다. _ 본문 32p 주인공 유리는 입양을 왔다. 입양을 해온 양엄마는 어렸을 때 몇 번 만난 적밖에 없고, 양할아버지와 살고 있다. 학대를 당하거나 차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입양가정에서 벗어날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자신을 양육하지 않고 입양을 보낸 부모에 대한 마음이 어떤지 잘 나타나 있다. 그러던 중 양엄마가 사고로 죽는 일이 생긴다. 이 일이 있은 후 양엄마의 또 다른 아들 윤우가 집으로 온다. 윤우는 순한 아이였다. 이것도 모른단 말이야? 하고 목소리를 높이면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수그렸다. 간식으로 고구마 맛탕을 책상 위에 올려 주면 눈을 빛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무심하게 눈길을 돌렸지만 내심 흐뭇했다. 그런 눈빛을 느끼고 싶어서 내 공부도 바쁜 중에 고구마에 설탕물을 입히는지도 몰랐다. 요리와 관련된 전공을 선택해서 대학을 가는 건 어떨까 생각하기도 했다. 진로 고민이 조금 복잡해졌다. 원래대로라면 대학 합격을 빌미로 이 집을 훌훌 털고 떠날 생각이었다. _ 본문 116p 혈육이 아니지만 연우와 함께 지내며 생각이 변한다. 이 대목에서 가족의 의미와 정의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혈연으로만 이루어진 전통적인 개념의 가족이 아니라 새롭게 변동하고 재정의되는 가정의 모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좋은 일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연우는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두 손으로 헝클어진 머리칼을 가다듬었다. 조금 전 내 안에서 터졌던 살벌하고 뜨거운 감정이 떠올랐다. 잔인하고 거칠었던 내 행동들이 머릿속에서 고스란히 재생됐다. 나를 믿을 수가 없었다. 어디에선가 엄마 서정희 씨가 웃고 있을 것만 같았다. _ 본문 133p 연우에게 불편한 감정을 쏟아내고, 유리는 자신의 복잡한 감정과 알지 못했던 폭력성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는다. 하지만 아픔을 함께 겪으며 점점 성장해간다. 친구 중 우연히 자신과 같은 처지인 세윤을 알게 된다. 아빠, 엄마, 세윤, 세희가 스튜디오에서 찍은 가족사진이었다. 정장을 입은 세윤 아빠와 엄마가 의자에 앉고 단정한 옷을 입은 세윤과 세희가 뒤에 서 있는 사진이었다. 네 가족이 모두 비슷한 미소를 올리고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뭔가 이상했다. 세윤의 모습이 가족사진에서 도드라지는 느낌이었다. 세희의 얼굴에는 아빠와 엄마의 생김새가 배어 있었지만 세윤은 아니었다. 세윤은 아빠, 엄마, 동생과 얼굴색부터가 달랐다. 세윤의 얼굴만 유달리 하얘서 이질감마저 들었다. _ 본문 139p 이 소설에서는 현재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다채롭게 담아내고 있다. 아픔 속에서 성장하는 소녀를 통해 그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하고, 아픔을 이겨내야 하는지 전하고 있다. 소설의 후반, 유리의 담임선생님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우리들에게 담담한 위로를 준다. 선생님의 말이 이어졌다. “그 정도면 죽을 만큼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은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조금씩 속도를 내며 비슷한 말을 반복했다. “살아온 길이 저마다 다르니까 함부로 판단할 수는 없을 것 같아. 나는 그 사정을 알 수가 없잖니.” _ 본문 206p 가벼워 보이는 이야기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이야기. 작가는 다음과 같이 전하고 싶었던 말을 남기고 있다. 이 작품은 한 입양가정의 어머니를 인터뷰하면서 시작됐다. 소설 작업은 착실히 진행됐고 조금씩 꼴을 갖추어 초고 상태로 나아갔다. 초고가 나올 즈음, 인터뷰했던 어머니께 초고를 검토해주셨으면 한다는 채팅 메시지를 보냈다. ‘그럼요! 당연히 해 드립니다. 그리고 꼭 검토해야 하고요.’ …(중략)… 나는 그 말의 인상을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한 아이와 평생을 함께하기로 한 우리의 결심을 대상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겪어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마음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딸은 자폐 장애가 있다. 영화나 소설에서 자폐 장애인이 등장할 때마다 나는 신경이 곤두선다. 장애인들이 웃음거리나 억지스러운 감동을 자아내는 소품으로 쓰이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보면서 마음 편했던 작품은 많지 않았다. 쓴웃음을 짓게 되는 일이 종종이어서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내 소설은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훌훌이 모든 사람의 마음에 닿는 소설이기를 바라지만 무엇보다 입양가정으로부터 지지를 얻는 소설이 되기를 소망한다. 이 소설이 그분들께 힘이 되기를 바란다느니, 세상이 그분들의 삶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느니 하는 말이 섣불리 나오지는 않는 걸 보면 나는 여전히 훌훌이 그분들께 불편한 마음을 끼치면 어쩌나 걱정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염려와 별개로, 나는 이 소설이 좋다고 여긴다. 모든 고통은 사적이지만 세상이 알아야 하는 고통도 있다. 무엇으로 아프고 힘든지 함께 나누고 이야기해야 세상이 조금씩 더 나아지기 마련이다. 훌훌이 없는 세상보다 훌훌이 있는 세상이 더 좋다고 나는 생각한다.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만 6세에서 만 5세로 하향화하는 정책에 관한 논의가 최근 뜨겁게 진행되었다. 취학연령 하향 조정 논의는 2000년대 이후 전개된 학제개편 쟁점 중 하나로 초등학교 6년제를 유지할 것인가, 초·중등교육을 통째로 1년 하향화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 핵심이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논의의 참고자료로서 해외에서 어떻게 초등 입학과 의무교육 시작 연령 등 학제가 설정되어 있는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OECD 보고서 ‘Education at a glance 2021’에 따르면 2022년 현재 38개 나라의 대부분은 초등학교 취학연령과 의무교육 시작연령이 대체로 같다. 하지만 일부 국가는 만 4세부터 7세까지 다양하게 나타났다. 또한 일반적으로 의무교육이 초등학교에서 시작하고, 그 시작이 초등학교 입학연령과 같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OECD 비교 국가들의 자료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연령보다 의무교육 시작연령이 높은 국가들(호주·아일랜드)도 있고, 의무교육이 초등학교 입학연령보다 먼저, 즉 유아교육기에 시작되는 국가들(프랑스·미국·스웨덴)도 있다. 다양한 초등학교 입학연령 초등학교 입학연령은 만 4~5세부터 만 5세, 만 6세, 만 7세까지로 구성된다. 만 4~5세인 나라는 영국 1개국, 만 5세는 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 3개국, 만 6세는 한국·일본·중국·미국 등 가장 많은 23개국이다. 만 7세인 경우는 핀란드·스웨덴 등 11개국이다. 이중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만 4세 및 5세인 4개국과 만 6세인 5개국, 만 7세인 3개국의 학제를 비교해 보았다. 여기서 만 6세에 초등학교 입학을 하는 나라 중 독일·일본·중국은 의무교육 역시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점에서 한국과 같다. 프랑스·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입학은 우리와 같이 만 6세지만 의무교육은 프랑스 만 3세, 미국 만 4~6세로 되어 있어 유아교육단계부터 의무교육으로 명시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취학연령이 만 4~5세인 영국·호주·아일랜드·뉴질랜드의 학제 취학연령이 만 5세 이하인 4개국의 공통점은 영국 또는 과거 영국 식민지 국가였다는 점이다. 먼저 영국은 초등학교 취학연령과 의무교육 시작연령이 같다. 지역별로 학제가 다른데, 북아일랜드 만 4세 시작, 타지역(잉글랜드·웨일스·스코틀랜드)은 만 5세이다. 북아일랜드는 만 4세에 초등학교가 시작하는 8년제, 웨일스는 만 5세에 시작하는 7년제 학제이다. 모든 지역에서 만 4~5세 교육을 초등학교가 담당한다. 아일랜드는 만 4세부터 초등학교 취학을 하는 8년 학제지만 의무교육은 만 6세부터이고, 만 4세부터 만 5세까지의 2년간 교육은 초등학교와 유아교육기관이 분담해서 담당한다. 초등학교 교육과정은 초등학교 6학년, 유아반 2년을 포함한 8년 교육과정이다. 초등학교 부설 2년간의 유아교육에 대해서는 유치원 교육과정, 초등학교 교육과정, 보육프로그램인 ‘Siolta’의 적용을 받도록 하고 있다. 무상 취학 전 학년(free Pre-school year)인 만 4~5세 교육과정은 2010년 1월부터 시행되었는데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94% 유아가 신청하여 교육을 받고 있다. 취학연령이 만 7세인 스웨덴·핀란드의 학제 스웨덴과 핀란드의 유·초등학교 학제는 유사한데, 핀란드는 다소 늦은 만 7세에 취학하며 초등학교는 7년제이고 교육과정은 중학교와 같이 기본교육과정으로 제공된다. 초등학교 이전 만 6세, 1년을 의무교육으로 정하고 있으나 초등학교가 아닌 유아교육기관에서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논의에서 고려할 사항 외국의 사례에서 볼 때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논의에서 고려할 사항은 입학연령과 총연한 학제, 그리고 의무교육 시작을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또 하향화를 할 경우 만 4~5세 교육의 담당을 유아교육기관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초등교육기관으로 할 것인가, 교육과정은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이다. UNESCO에서는 2011년부터 학제를 구분하기 위해 설정한 0~6수준의 ISCED 중 0수준은 유아교육, 1수준은 초등학교이며, 시작연령은 일반적으로 만 5세에서 7세이다. 최근 취학연령 하향화의 근거로, 유·초 접점기의 경우 ‘요즘 아이들이 똑똑해졌다’는 식의 대중적인 접근, 즉 유아의 인지능력이 향상되었다는 주장을 내세운다. 하지만 그러한 주장의 근거를 찾기 어려우며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오히려 유아의 사회적·정서적 능력 모두를 고려하여 총체적인 발달에 적합한 유아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이를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또한 초등학교 취학연령뿐 아니라 중·고등학교 입학연령이 앞당겨짐에 따라 학생들의 신체적 발달 외에 인지·사회·정서·동기 측면에서 발달특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학습자에게 유리한 학제인지 여부를 판단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교육과정 또한 유치원-초등학교, 초등학교-중학교 등 학교급간 접점시기(articulation)에 학생들의 발달적 특징 및 교육과정 연계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김진숙, 2006). 요컨대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는 유아교육, 초·중등학교 교육 등 공교육 체계 전반의 지각 변동을 의미하므로, 외국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우리나라 법원을 상징하는 형상을 아는가? 법원에서 서류를 받아본 적이 있었던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법원’이란 글자와 함께 있는 이 형상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한 손에는 법전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는 이 사람 모양의 형상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디케(Dike)와 유스티티아(Justitia)를 연상케 한다. 디케와 유스티티아는 ‘Justice(정의)’의 상징물로서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손저울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 법원의 상징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들은 법전이 아닌 칼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칼은 강제력을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 정의의 상징물이 칼을 들고 있다는 것은 정의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강제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아닐까? 강제수단 없이는 문제해결이 어렵다면서 강제력 있는 법적 대응조치를 묻는 학교현장의 문의가 많다. 특히 학교 외부인 출입과 관련된 문의가 많아, 이번 호에서는 이에 대한 대응방법을 자세히 살펴보고자 한다. 외부인의 학교 무단침입 외부인은 일과 중 허가없이 학교에 들어올 수 없다(「초·중등교육법」 제30조의8 제2항 제1호 및 「학교출입증 및 출입에 관한 표준가이드라인」 제3조). 외부인은 학교 경비실이나 행정실에 출입목적을 밝히고 방문증을 받아 학교에 들어가야 한다. 만약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들어간다면 바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 「형법」 제319조 제1항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꼭 학교 담을 넘거나 개구멍으로 들어오는 등 은밀한 방법으로 들어와야만 이 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관리자 의사에 반하여 들어온 것이라면 출입문으로 공공연하게 들어오더라도 이 죄에 해당한다. 또한 학교 건물 안으로 들어와야만 이 죄에 해당하는 것도 아니다. 위 규정상 보호되는 건조물에는 문과 담으로 밖과 구분된 건물의 부속 토지를 포함한다. 따라서 문과 담으로 밖과 구분된 학교의 부속 토지에만 들어왔더라도 위 죄에 해당한다. 방문 목적을 속이고 방문증을 받아 학교로 들어온 경우에는 어떠한가? 방문 목적을 속이고 출입승낙을 받으면 그 승낙은 무효이므로 역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에 해당한다. 실제로 도서 외판원들이 학교관계자가 기다린다며 방문 목적을 속이고 학교 배움터지킴이로부터 방문증을 받아 교실이나 학교 운동장에 들어간 사례에서 주거침입죄(건조물침입)가 인정되었고,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허가를 받아 들어온 외부인을 학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할 때 외부인이 일단 허가를 받고 들어왔으나 학생과의 부적절한 접촉, 교원 괴롭힘, 주취 상태, 위험한 물건 소지 등의 문제로 외부인을 학교 밖으로 나가게 해야 할 때가 있다. 일과 후나 주말에 학교 운동장을 외부인에게 개방한 학교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외부인의 행동이 명백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면 이를 경찰에 신고,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범죄행위에 이르기 전에는 어떻게 대응하지 못하고 구체적인 범죄행위가 있을 때까지 지켜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는 학교관리자가 외부인에게 학교에서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형법」 제319조 제2항 전항의 장소에서 퇴거 요구를 받고 응하지 아니한 자도 전항의 형과 같다. 학교관리자로부터 퇴거 요구를 받은 외부인은 즉시 학교에서 퇴거해야 한다. 만약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형법」 제319조 제2항). 물론 퇴거 요구가 정당해야 하므로 학생 안전,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 학교 시설물 보호 등의 구체적인 퇴거 요구 사유가 있어야 할 것이다. 퇴거불응자에 대한 강제 퇴거 수단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이라 한다(「형사소송법」 제211조).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12조). 따라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아닌 사람도 현행범인을 체포할 수 있으며, 체포 후에 현행범인을 즉시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에게 인도하기만 하면 된다.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은 퇴거할 때까지 범죄행위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그러므로 퇴거하지 않는 외부인은 현행범인이며 누구든지 영장 없이 체포할 수가 있다. 다만 경찰이 아닌 자가 현행범인을 체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으므로 매우 급박한 상황 외에는 경찰에 의해 체포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접근금지가처분 ● 민사상 접근금지가처분 외부인이 학교로 찾아와 끊임없이 학생 또는 교원을 괴롭히는 문제행동을 한다면 법원에 접근금지가처분 신청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학생이나 교원이 피해자로서 법원에 자신의 ‘인격권 및 평온한 사생활을 추구할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 사정을 소명하면 법원으로부터 아래와 같이 접근금지가처분 결정을 받을 수 있다. 나아가 단기간 내에 접근금지 결정을 위반할 개연성이 있는 경우에는 위반 시 배상액을 함께 결정하기도 하는데(아래 결정례 3. 이하 참조), 이는 가해자에게 심리적으로 압력을 가함으로써 접근금지를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것이다. 접근금지가처분 결정례 1. 채무자1는 채권자2의 의사에 반하여 채권자에게 반경 100m 이내에 접근하여서는 아니 된다. 2. 채무자는 채권자에게 면담을 강요하거나, 전화를 걸거나, 문자·음성메시지·메신저·이메일·편지·팩스 등을 발송하는 방법으로 채권자의 평온한 생활을 방해하여서는 아니 된다. 3. 채무자가 제1항 내지 2항을 위반할 경우 채무자는 위반행위 1회당 100만 원씩을 채권자에게 지급하라. ●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 특정 범법자에 대해서는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 이는 위반 시 위반자를 형사처벌한다는 점에서 더욱 강제력이 크다.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규정된 범죄행위에는 가정폭력·아동학대·스토킹 등이 있다. 따라서 가정폭력행위자·아동학대행위자·스토킹행위자에 대해서는 형사상 접근금지 조치·명령 등이 내려질 수 있다. 마치며 불법행위자에 대한 학교의 소극적인 태도는 학교에서 불법행위를 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을 불러오고, 학교에서 불법행위가 계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비록 학교가 대화와 설득을 우선하는 교육기관이라고는 하지만, 단호한 대처가 필요할 때는 강제적인 법적수단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의의 상징물인 디케와 유스티티아가 들고 있는 칼은 불법에 굴복하는 곳에는 정의가 없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한다.
“지구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요?” 생태전환교육이 시작되기 전부터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무수히 많이 받아왔고, 또 해 왔다. 경험상 되돌아오는 아이들의 대답 중 가장 즉각적이고, 가장 흔한 것은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리지 않아요”이다. 과연 쓰레기를 쓰레기통에 버린다면 지구가 정상화될까? 기후위기로 전 세계가 지구환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부터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필요성과 중요성을 인식하였고, 각 시·도교육청별로 생태전환교육 추진계획을 세워 발표·시행하고 있다. 또한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교과목을 가리지 않고 생태전환교육을 실시하도록 강조하고 있다. 다시 아이들의 즉각적이었던 그 대답으로 돌아와 반문해 본다. 아이들은 왜 이런 대답을 하게 되었을까? 아이들은 어떤 교육을 받았기에 이런 대답을 하게 된 것인지 돌이켜 생각해 본다. 그 해답에는 ‘실천’이라는 글자가 떠오를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지구를 위해 실천한 경험 중 ‘쓰레기 주운 일’이 가장 큰 것이다.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체험을 하고 지식을 배웠다 하더라도 아이들에게는 그 경험이 가장 강력했거나, 흔히 할 수 있었던 것, 즉 어떤 방식으로든 유의미했던 것이다. 쓰레기를 치워 주위를 깨끗하게 하는 일은 주위 환경을 깨끗하게 보전하는 영역의 일이다. 이제 우리가 해나가야 할 생태전환교육은 조금 다르다. 생태전환교육은 애초에 쓰레기가 적게 나오도록 비닐·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는 방향에 가깝다. 이미 생태전환교육에 대한 연수·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많은 학교에서 특색 사업으로 설정하고 있다. 또 학교 안팎에서 다양한 행사도 진행되고 있어 아이들 역시 유의미한 경험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을 것이다. 본고에서는 알려줄 것도 많고, 체험할 것도 많은 생태전환교육을 교육과정 속에서 재구성하여 유의미한 경험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하고, 아이들의 삶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교실에서 운영하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습관화를 위한 긴 호흡,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생태전환교육의 포인트는 ‘실천’에 있다. 아무리 지구의 온도가 오르고 있고, 지난 여름 우리나라를 휩쓸고 지나간 홍수가 기후위기와 관련 있음을 안다고 해서 지구가 바뀌지 않는다. 지금은 문제를 깨닫고 다짐만 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아이들이 일상에서 지구를 위한 행동을 습관처럼 해야 한다. 습관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뇌에서 시냅스가 형성되는 데에 21일이 걸리므로 습관이 형성되려면 21일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생태전환교육은 긴 호흡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따라서 필자는 습관화를 위해 각 프로젝트를 한 달 정도로 기획하여 교육과정과 연계할 수 있도록 생태전환교육을 위한 큰 틀을 계획하였다(표 1 참조). 우선 브레인스토밍으로 가르칠 내용을 나열하고, 같은 영역으로 묶을 수 있는 것끼리 분류하여 범주화하였다. 그 결과 ▲동식물이나 생태계와 관련된 ‘생태영역’, ▲쓰레기·분리배출·미세플라스틱·미세먼지·재활용 및 새활용과 관련된 ‘환경영역’, ▲에너지 자원·친환경에너지·에너지 절약과 관련된 ‘에너지영역’, ▲식습관·안전한 먹거리·토종씨앗·채식과 관련된 ‘먹거리영역’ 등 네 가지 영역이 설정되었다. 이후 영역 안에서 보다 깊이 있게 생각하고 알아볼 내용을 한 가지씩 정했고, 이것을 프로젝트의 큰 주제로 설정하였다. 프로젝트 수업방법은 PBL(문제중심수업) 흐름에서 착안하여 ‘문제인식→ 탐구하기→ 체험하기→ 공유하기’ 단계로 설정했다. ‘문제인식’ 단계는 설정된 주제와 관련된 우리 주변 문제를 생각하거나 알아보는 활동들로 구성된다. 이때 문제를 교사가 제시해주기보다 아이들이 생활 속에서 발견하거나, 조사를 통해 실제 문제를 알게 됨으로써 프로젝트 수업의 실제성을 높인다. 아이들이 이 단계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면 프로젝트의 절반을 성공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이 충분히 문제에 고무된다면 아이들이 주도하여 그 해결방법을 찾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이어 ‘탐구하기’ 단계는 주제와 관련된 정확한 정보·지식 등을 알아보는 단계이다. 주로 저학년·중학년에서는 교사가 영상·백과사전·기사 등의 자료를 찾아서 제공해 주고, 고학년에서는 아이들 스스로 알고 싶은 내용을 찾도록 한다. 시·도교육청이나 유관기관 등에서 배포하는 자료집을 학년 초에 준비해 두면 알맞은 자료를 찾아 읽거나 스크랩할 수 있어 든든한 탐구자료가 된다. 다음 ‘체험하기’ 단계는 글자로만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돕는 활동들이 속하게 된다. 앞서 ‘탐구하기’ 단계에서 알아본 내용과 관련된 게임을 하거나 키트를 만들고, 실물을 조작해 보며 아이들은 생생한 경험을 쌓아나갈 수 있다. 마지막 ‘공유하기’ 단계는 본 프로젝트 수업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을 시작하며 확인했던 문제와 관련된 주제를 탐구하고 체험해 보았으므로 이를 바탕으로 문제해결방법을 찾아 공유하고 함께 실천하는 활동이다. 다른 반 친구들이나 전교생·동생반(형님반)·가족·마을사람들에게 실천을 도모하기 위한 활동을 주최함으로써 각 프로젝트 수업을 마무리하게 된다. 필자의 학급 아이들은 ‘배워서 남 주는’ 활동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자신의 경험을 다른 사람에게 나누는 활동을 통해 아이들은 한 번 더 프로젝트 활동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지구를 위한 직접적인 행동을 확산시킨다는 점에서 생태전환교육이 확대되는 중요한 단계이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합니다 필자는 2021년부터 연간 4가지의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 하나의 프로젝트 수업을 한 달 정도 수업하기 때문에 교사 입장에서는 준비기간부터 실행까지 거의 1년 내내 진행하는 느낌이다. 2년간 총 8가지의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중 아이들과 즐겁고 알차게 활동했던 내용을 소개해 본다. 교사가 활동주제를 제시하면 아이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내용을 주도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에, 정확히 말하자면 교사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 나간 내용이다. ● 환경영역 프로젝트 수업 _ ‘얼쓰(Earth) 얼쑤!’ 재활용에서 새활용까지 ● 생태영역 프로젝트 수업 _ ‘바가지 프로젝트’ 바다의 가치를 지켜요 생태전환교육, 인공지능 및 그림책과 융합하다 생태전환교육을 하다보면 자칫 교사가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방법으로 흘러가기 쉽다. 특히 각종 평가와 행사 가 몰리는 시기에는 아이들의 활동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을 처음 시작한 작년 1학기, 첫 번째 프로젝트를 상당히 오랫동안 고무적으로 진행한 탓에 두 번째 프로젝트 수업의 시작이 늦어져 버렸다. 프로젝트는 ‘먹거리영역’이었고, 채식·동물복지·토종씨앗 등을 다루고자 계획했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 어쩔 수 없이 학생들의 탐구단계에서 교사가 자료를 빽빽하게 준비해 설명했다. 결론적으로그 시간에 다루었던 많은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이후 수업시간에 조금 덜 알 수 있어도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게 되었다. ● 인공지능 활용방법 첫 번째 방법은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5·6학년은 코딩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코딩이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4학년의 경우 코딩까지 나아가기에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주재료로 움직이게 된다. 필자는 아이들이 주제의 문제상황을 파악하는 단계에서 뉴스기사 빅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빅카인즈’ 웹사이트(www.bigkinds.or.kr)를 활용했다. 빅카인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운영하는데,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면 그 검색어를 포함하는 뉴스를 전부 모아 제시해 준다. 뉴스기사를 하나씩 클릭하여 확인할 수도 있으나 ‘문제인식’ 단계에서 활용하므로 그런 활동은 생략하였다. 빅카인즈에서는 뉴스기사인 빅데이터를 가지고 웹사이트 내에서 텍스트마이닝을 거친 후 이를 활용해 연도별로 검색어의 변화를 보여주는 ‘키워드 트렌드’, 검색어와의 관련어를 워드클라우드로 보여주는 ‘연관어 분석’, 연관어들의 관계를 분석하여 보여주는 ‘관계도 분석’의 내용을 시각화하여 제공한다. 따라서 검색어 입력과 기간 설정 정도만 할 수 있어도 빅데이터 속에서 주제 관련 문제를 발견해 낼 수 있는 것이다. ● 그림책 활용방법 두 번째 방법은 그림책을 활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감성을 자극하기에 좋은 도구인 그림책은 생태감수성을 키워주고자 하는 어느 단계에서나 활용이 가능하다. 그림책에 등장하는 인물에 감정이입함으로써 문제를 인식할 수도 있고, 그림책에서 나왔던 이야기들이 사실과는 어떻게 같고 다른지 탐구해 보며 비교할 수 있다. 또 아이들이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그림책으로 만들고 이를 친구들이나 가족들, 마을공동체와 나누는 방법도 있다. 요즘은 그림책을 영상으로 접하기도 하고, 영상으로 만들어 배포하면 공유하기에도 편리하여 그림책 영상을 제작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것보다 그림책 활용을 추천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교사가 직접 말하기 어려운 내용을 다룰 때, 그림책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필자는 ‘먹거리영역’에서 ‘채식’을 아이들에게 꺼내기가 참 어려웠다. 학교에서 그린급식을 실시하고 있기는 하나, 영양학적으로 자라나는 아이들을 둘러싼 본격적인 채식은 이슈가 될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이다. 자칫 “선생님이 고기는 나쁜 거랬어”라고 아이들이 받아들일 수도 있어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학교도서관에 있는 그림책들을 뒤져보기 시작했다. 대놓고 ‘고기를 줄입시다. 채소를 먹읍시다’라는 메시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채식을 다루는 책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생태전환교육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이야기의 원인과 결과를 다루는 책 암탉은 왜 길을 건넜을까?를 발견하였다. 그림책을 같이 읽어본 후 아이들이 ‘암탉’, ‘요리사’, ‘닭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주인공’이 되어 대본 없는 인터뷰를 해 보았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평소 닭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주인공의 입장이었으나, 돈을 벌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닭을 잡아야 하는 요리사, 그리고 생각해 본 적 없는 암탉의 입장이 되어 봄으로써 교사의 가치관이 담기지 않았더라도 육식을 즐기는 식습관에 대해 스스로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넌지시 이야깃거리를 던져주기에 훌륭한 도구가 된 것이다. 교사부터 시작하는 교실에서의 실천 아이들은 교사의 언행을 배운다. 생태전환교육을 한다면서 그 수업을 할 때만 지구를 생각한다면 아이들의 삶 속으로 스며들 수가 없다. 그래서 교사부터 교사의 삶 속에서 지구를 위한 행동들을 실천해야 한다. 교실에서 이면지를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백상지가 아닌 재생지에 출력하며, 분리배출도 꼼꼼하고 철저하게 지켜나갈 수 있도록 먼저 보여줘야 한다. 특히 분리배출은 학기 초에는 잘 지켜지지 않아도 교사가 계속하여 알려주면 몇 달만 지나도 아이들이 스스로 관심을 갖게 된다. 9월에 본교에서 PS 플라스틱을 모아 재활용 업체로 보내는 행사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급식에서 나온 요구르트를 먹으며 아이들이 “선생님, 이거 PS로 만들었어요!”라고 알려주기도 하고, 요구르트 마개를 따로 쓰레기통에 버린 후에 수돗가에서 깨끗하게 씻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3월부터 교실에서 분리배출을 철저하게 한 까닭에 가능했던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알림장이나 공책을 가져오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면지 바구니에서 이면지를 가져다 사용하기도 한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종이컵을 포함한 일회용품을 최대한 덜 사용하고자 하는 교사의 노력을 아이들에게 계속 나누고 환경영역의 ‘얼쓰(Earth) 얼쑤! 재활용에서 새활용까지’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 이후 페트병에 물을 가져오던 아이들이 사라진 것이다. 학기 초 학급의 17명 중 6명가량이 페트병을 챙겨왔으나 프로젝트가 끝난 5월부터 10월 현재까지 보온병에 물을 담아오고 있으니 이 정도면 생태전환교육이 확실히 되고 있다고 자신해 본다. 수업을 마치고 UN의 17가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시점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이를 한국형으로 수정하여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논의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미래교육의 저자이자 미국의 CCR(교육과정 재설계센터, Center for Curriculum Redesign)의 연구원인 웨인홈즈(Wayne Holmes)는 앞으로 가르쳐나가야 할 핵심개념 중 하나로 환경을 꼽는다. 이제 생태전환교육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영역이 되었고, 우리는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삶 속에서 지구를 생각하고 행동하는지를 고민해야 한다. 편의점에서 물 한 병을 사 마실 때에도 ‘집에서 보온병에 담아 올 걸’하고 후회하고, 가족이 분리배출통에 담아놓은 비닐에 재활용 표시가 되어 있는지 확인한다. 내용물이 비워져 있고 깨끗하게 헹궈져 있는지 한 번 더 들춰보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어린이가 지구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사업을 설계하며, 재정을 운용할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할 것으로 믿는다.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 이것이 궁금해요 Q. 교육과정은 어떻게 재구성하고 있나요?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때 가르쳐야 할 성취기준이 포함되도록 하면 되지만, 아직까지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전혀 새로운 내용을 다루게 되면 아이들이나 가정에서 공부를 안 했다고 느끼게 되기도 하지요. 그래서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내용영역 중 설정한 주제를 중심으로 최대한 교과서에서 가지고 올 수 있는 내용을 끌어옵니다. 예를 들어 4학년 아이들과 1학기에 ‘환경영역’ 중 재활용 및 새활용을 주제로 정했다면 ‘수학 5단원 막대그래프 그리기’를 ‘우리 집 쓰레기를 종류별로 조사하여 막대그래프 그리기’, ‘도덕 3단원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기’를 구체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이 나온 종류의 쓰레기 줄이기 실천하기’로 바꾼다면 교과서 내용과 연결되는 동시에 흐름이 있는 프로젝트 교육이 될 수 있겠지요. Q. 체험자료나 유관기관의 프로그램들을 신청하고자 할 때 유의할 점이 있나요? 저는 두 가지를 주의 깊게 봅니다. 첫 번째는 지금 나누어 주는 체험자료들이 쓰레기가 되지는 않는가 입니다.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체험자료가 좋고, 쓰레기가 최대한 덜 발생하는 것으로 구입합니다. 유관기관의 프로그램 중에서도 교실에서 교사가 해 줄 수 없는 수업, 학습지만 가지고 강사가 강의하기 보다는 직접 체험하거나 탐구할 수 있는 활동인지 확인하고 신청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두 번째는 프로젝트 수업 내에서 연결될 수 있는가 입니다. 일회성의 체험수업은 아무리 흥미 있어도 같은 주제로 더 깊이 있게 다루지 않는다면 휘발되기 쉽습니다. 특히 생태전환교육의 방점은 생활 속에서 습관적으로 실천하는 것이므로 단순히 일회성의 체험수업이나 키트 만들기 등의 활동이 많았다 하더라도 그것이 잘 꿰어지지 않는다면 아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연결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Q. 연간 일정관리와 수업활동 내용을 어떻게 정리하나요?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영역과 주제, 단계를 가장 먼저 설정합니다. 그 후 교과서와 지도서를 펼쳐놓고 어떤 영역과 관련지어 볼 수 있을지 내용을 찾습니다. 이 작업이 2월내에 이루어지면 3월 초 아이들과 학급규칙을 만들 때 생태전환교육의 방향을 안내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반은 아이들과 함께 만든 세 가지 학급규칙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멋진 지구인 되기’입니다. 또한 학기 초에 이루어지는 학부모총회에서 학급 내 특색활동으로 생태전환교육이 이루어질 것을 예고하고, 가정에서의 협조를 부탁드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수업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질 때부터는 활동지를 따로 출력하지 않았습니다. 재생지로 만든 공책을 학급운영비로 구입하여 한 권씩 배부하고, 이곳에 함께 나눈 생각과 실천상황 기록 등 자신들의 활동내용을 차곡차곡 모아 갑니다. 프로젝트가 끝난 후에는 포트폴리오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므로 교사와 아이의 입장에서 수업흐름을 되돌아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게 됩니다. Q. PBL 기반 수업으로 실제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아이들이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면 그것이 직접 실현되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환경영역 수업 중 학교 주변의 플로깅을 해보니 쓰레기 분리배출을 할 만한 자리가 없었고,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여 집 밖에 내놓아도 쓰레기 수거과정에서 깨끗이 치워지지 않는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주민센터에 편지를 썼고 직접 찾아가 편지를 전달하였습니다. 또 쓰레기를 찾아보니 배달음식으로 인해 일회용품이 상당히 많았던 것을 아이들 스스로 집에서 발견하고, 가게에서 음식을 사 올 때 집에서 작은 그릇을 가져가 담아오는 ‘용기내 프로젝트’를 다른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진행해 보았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도 부모님들과 함께 자신들이 활동한 것을 사진으로 찍어 인증하고 설명하며, 실천을 나누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Q. 아이들을 비롯해 실천의 확산을 돕는 팁이 있나요? 좋은 취지의 활동도 계속 실천하기는 어려운 법입니다. 저는 학급운영비, 우리가 꿈꾸는 교실예산 등을 생태전환교육 프로젝트 수업의 실천을 돕는 데에 대부분 활용하는 편입니다. 특히 우리 학급에서 활동한 것들을 가정이나 마을에서도 동참해 달라고 부탁할 때에는 작은 선물이라도 준비합니다. 토종씨앗에 대해 배우고 우리 토종씨앗인 ‘쥐 이빨 옥수수’를 사서 가정에서 팝콘으로 튀겨 먹도록 하거나, 쓰레기를 많이 줄이느라 노력한 가정에는 천연수세미·고체치약 등을 준비하여 전달하였습니다. 상품도 해당 프로젝트 영역의 주제와 연결되도록 하여 지속적인 실천을 독려하는 데에 보탬이 되도록 하였습니다.
사 생활을 시작한 지 3년. 이 시간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교육환경 측면에서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였다. 기존에는 교사의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이 보편적 흐름이었다면 이후에는 토론수업·협동학습·탐구수업 등 학생들의 활동과 참여를 활성화한 수업이 등장하여 소개되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더니 원격수업이 등장했고, 공교육은 학생들의 수업결손을 막기 위해 모니터 건너편에 있는 학생들과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해 또 다른 고민을 해야 했다. 급변하는 시점에 신규 역사교사로 발령을 받아 중학교 3학년 역사와 1학년 사회를 가르치게 되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초반에는 ‘어떤 수업을 할까’라는 고민이 아니라, ‘어떻게든 수업을 하자’라는 걱정이 앞섰다. 학생들과 원격으로 만나는 기간이 대부분이었고, 전염병이 급속도로 확산되던 때에는 갑자기 원격수업으로 전환되곤 했다. 원격이 주를 이루던 시기의 역사수업은 강의식 수업이 대부분이었다. 수업 자체가 어려웠던 시기에는 판서 수업하는 모습을 촬영해서 유튜브에 업로드 했다. 인터넷 강의식 수업은 수업내용을 전달하기에 효율적이었고, 교사가 영상 속에 직접 등장하여 수업내용을 전달하면서 학생들은 마치 교실에 있는 것과 같은 분위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이 시기를 지나 어느덧 공교육은 이런 상황을 더 이상 특수한 것으로만 여기지 않고 미래교육으로 전진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기 시작했다. 교사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원격수업을 찾아 나섰고, 각종 연수를 통해 그와 관련된 역량을 늘렸다. 또한 교육청에서는 수업도구에 쓰이는 예산을 늘려 교사들의 원활한 수업을 지원하였으며, 학생들에게 스마트 기기를 전면적으로 보급하는 등의 파격적인 정책을 펴기도 했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2021년부터는 긴 호흡으로 원격수업의 질적 향상과 학생들의 수업 흥미 제고라는 측면에서 교수·학습방식에 변화를 추구했다. 사회·역사 교과통합 수업 그 고민의 결과는 교과융합 수업 내지는 교과통합 수업이었다. 교과 간 특정 주제에 대한 공통된 학습내용이 있거나 수준별 학습이 가능한 내용이 있다면 서로 연계하여 수업을 구성하고자 했다. 우선 역사교과와 공통된 학습내용이 많은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준비했다(표 1 참조). 역사와 사회교과가 각각 한 차시의 수업을 준비하고 블록타임으로 실시하여 수업효과를 높이고자 했다. 1차시 사회교과에서는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생태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독도의 가치를 중심으로 학습이 이루어졌다. 1차시에서는 특정 주제에 대한 지식과 정보전달 위주의 수업이 주를 이루었다. 그리고 수업 마무리에서 교사는 학생들에게 학습내용을 토대로 다음 차시와의 연계를 위한 핵심질문을 공유한다. - 독도의 지리적 특징과 경제적 가치로 인해 발생하는 역사적 사건은 무엇인가? - 세계 각지에서 발발하고 있는 영토분쟁과 비교하여 한반도 영토문제의 특징은 무엇인가? - 제국주의 국가의 침략과 약탈이라는 관점에서 독도문제에 대해 어떠한 주장이 가능한가? 2차시 역사교과에서는 1차시에서 배운 내용을 토대로 한반도와 일본 간의 독도문제, 그리고 현재 일본정부의 입장을 분석하여 자신의 주장을 확립한다. 특히 주어진 자료를 활용하여 ‘일본은 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는가?’, ‘독도는 왜 한국의 영토인가?’ 등과 같이 ‘왜’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한 시간을 갖게 된다.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게 되고, 우리 사회 쟁점으로 언급되는 역사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주장을 내세울 수 있게 된다. ※ 극동 국제 군사재판에 대한 설명을 바탕으로 물음에 답해보자. 이 재판소는 1946년 1월 19일… (A) 평화에 관한 죄, (B) 통상적인 전쟁범죄, (C)인도(人道)에 관한 죄 중 (A)에 관련되어 기소된 중대 전쟁범죄자에 대해서만 심리·처벌함을 목적으로 하였다. 또한 평화에 관한 죄를 ‘침략전쟁 또는 국제법 및 조약을 위배한 전쟁’을 계획·개시·수행하는 과정에서 범한 죄 또는 그 계획·모의에 참가한 개인·단체구성원이 범한 죄로 규정함으로써 이들 중대 전범자를 A급 전범자로 규정하였다. ☞ 위의 내용을 토대로 전범 재판의 목적과 내용에 중점을 두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을 논리적으로 비판해 보세요. 두 차시의 사회와 역사교과의 통합수업은 학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각 교과에서 독도라는 하나의 주제에 대해 각각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듯하지만, 타 교과에서 배운 내용이 본 교과의 학습내용에 대한 심층적인 이해를 가능케 했다. 예를 들어 아주 단순한 질문일 수 있는 ‘일본은 왜 저 작은 섬 하나를 두고 이렇게 분쟁을 원하나’라는 질문을 사회교과의 학습내용을 토대로 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학생들은 역사수업을 통해 사회교과에서 다루는 세계 여러 지역의 영토분쟁에 대해 각 지역의 고유한 역사적 연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통상적인 수업방식에서 벗어난 통합수업 자체가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했다는 점도 큰 의의라고 할 수 있다. 창의적체험활동 연계 국어·수학·역사 통합수업 사회교과와의 통합수업을 진행한 후, 연계수업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찾고자 했다. 그리고 그 무렵 창의적체험활동 자율활동 프로그램의 연간 학사일정을 발견하게 되었다. 자율활동은 생명존중교육·인권존중교육·다문화교육·장애이해교육·민주시민교육 등 다양한 주제가 포함되어 있었고, 특정 교과의 학습내용과 중복되는 내용도 많았다. 실제로 교육청에서도 2021학년도 범교과 학습주제 간에는 통합운영을 하거나 교과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토록 권고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수학 및 국어교과와의 통합수업을 통해 ‘기본-심화-활동’의 단계로 학습주제를 재구성하여 운영하고자 했다. 세 교과에서는 각 교과의 특성을 고려하여 학습주제로 다문화교육과 민주시민교육을 선정했다. 특히 역사교과에서는 서울시교육청에서 학생들에게 지급한 디벗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학생들에게 탐구과정을 경험하게 하고 문제해결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 다문화교육 수업활동 개요 _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 학생들은 수학교과를 통해 현재 한국 사회의 다문화 인구에 대한 증감 추이를 파악하여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을 예측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어떠한 문화권으로부터 유입이 많고 적은지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 역사교과에서는 그중에서 재중동포를 선택하여 재중동포의 기원과 역사를 학습하고, 잘못된 표현과 부정적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학생들은 디벗으로 다양한 키워드와 사이트를 통해 자료를 탐색하고, 정확성을 검토하여, 자료를 선별하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들이 정리한 내용을 다른 친구들과 공유함으로써 탐구과정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결과 어떠한 키워드가 풍부한 자료를 노출하는지, 비교적 정확한 자료를 가져다주는지 직접 학습할 수 있었다. 또한 자료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탐구주제와 관련된 핵심자료 이외에도 생각지 못한 부가적인 자료를 발견하여 자신의 주장을 보완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었다. ● 민주시민교육 수업활동 개요 _ 민주주의 역사와 작동 원리 두 번째로 다루었던 주제는 민주시민교육이었다. 민주시민교육은 역사교과가 문을 열기로 했다. 세계사적인 범위에서 민주주의 역사를 다루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왔다. 현대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원리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교사의 내용전달은 마무리되었다. 그 이후에는 교사의 핵심질문으로 학생들 간의 자유토론이 진행된다. - 민주주의의 원리인 다수결은 과연 합리적인가? - 합리성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 합리적이지 못한 근거는 무엇이며, 대안은 무엇인가? 교사의 핵심질문은 사실상 너무나 당연하게 합리적이라고 여기고 있는 다수결에 대해 학생들 나름의 비판적인 잣대를 세우고,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해보기를 바라는 목적으로 제시되었다. 한편으로는 기존의 토론방식에서 자신의 입장을 바꿔서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보고 상대방의 입장에 대한 논리적인 근거를 고민해보는 시간을 추가했다. 학생들은 자신의 견해와는 다른 입장에 위치해보면서 자신의 견해를 객관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주장이 가지는 문제점과 한계에 대해 탐색하게 된다. 창의적체험활동의 자율활동 주제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교과가 자신의 교과특성을 반영하여 수업내용을 재구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교사 본인에게 자신의 수업에 대한 성찰과 새로운 수업연구에 대한 동기부여를 심어주었다. 또한 운영부터 생활기록부 기재까지 형식적이고 일률적으로 이루어지던 창의적체험활동 프로그램이 다채로운 형태로 운영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흥미를 제고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