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검색결과 - 전체기사 중 24,572건의 기사가 검색되었습니다.
상세검색최근 한국에서는 수도권 평준화고교 지원자의 재배정 문제와 자립형 사립고 확대 논의로 시끌하다. 교육의 `평준화'와 `다양성'을 놓고 갈등하는 양상이다. 그런데 영국 사회도 매년 1월부터 6월까지 이런 갈등으로 인해 심한 몸살을 앓는다. 그 원인은 `학부모의 학교선택권'과 `학교의 아동선별권'이 교차되기 때문이다. 영국도 평준화를 깨고 교육의 다양화를 추구하면서 `선택'과 `선별'의 과정이 생겨났고 그 과정에서 원하는 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는 학생, 학부모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영국의 중등 학교는 60년대 말 집권 노동당에 의해 평준화됐지만 20년 후, 집권 보수당은 신자유주의 이념에 입각해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 확보'를 부르짖었고 평준화보다는 다양화,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1988년 교육 개혁법'에 준해 시범운영을 거쳐 90년대 중반 전국의 학군제를 완전 폐지해 버렸다. 이로 인해 60년대 독자적인 학생 선발로 `사회계급 분화의 원흉'으로 공격받았던 유명 공립 `중등학교'(中高 통합형 학교)인 140여 개의 `그라마 스쿨(Grammer School)'이 부활돼 학교의 `아동 선별'이 다시 시작됐다. 또 한국의 특목고와 유사한 기술전문학교인 15개의 `CTC'(City Technology College·中高 통합형 학교)가 새로 생겨나 우수한 학생들을 걸러내고 있고 연간 수업료 2000만 원 정도를 받는 2400여 개의 사립학교들도 매년 4만 여명(초등 졸업생의 약 8 %)의 아동들을 걸러가고 있다. 공립학교(영국의 공립학교도 대부분 中高 통합형이다)들은 이들 학교에서 탈락한 아동들 중에서 그나마 우수한 학생을 뽑고 정원미달을 피하기 위해 몸부림쳐야 한다. 학교예산은 아동 수에 정비례하므로 모집정원 미달은 곧바로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는 정원을 채우기 위해 다양한 예측을 하고 여러 가지 복안을 만들어야 한다. 물론 중학교가 하나밖에 없는 시골이라면 평준화도 없고 선택도 없다. 하지만 대도시 런던의 루이샴 구처럼 3500여명의 6학년 학생과 17개 중학교가 복잡하게 얽힌 곳은 사정이 다르다. 루이샴 구에 위치하거나 인근 구의 명문 학교로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복마전처럼 치열하게 벌어진다. 루이샴 구 교육청 존 러셀(John Russell) 중등진학담당과장은 "올 중학 진학 과정에서 루이샴 구내 6학년 아동의 절반이 일차지망에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루이샴 구내 초등교 졸업자의 37%, 그리고 우수한 성적취득 아동의 48%가 루이샴 구를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1차 탈락 학생들은 앞으로 6개월간 2차, 3차 진정을 통해 모두 어딘가에 `낙착'되겠지만 집에서 좀 더 멀어지거나 좀 더 나쁜 학교로 가게 된다. 일반 공립중학교들은 공통적으로 형제의 재학 여부, 통학 거리, 그리고 5학년 말에 치른 전국 평가시험(SAT) 결과 등을 입학조건으로 제시한다. 그라마 스쿨들은 공립학교지만 소속 교육청의 아동배당 조율정책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시험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또 종교단체가 세운 학교들은 아이가 세례를 받았는지를 묻기도 한다. 하지만 루이샴 구 공립중학교들은 학교간 성적분포를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일종의 독특한 협약을 맺고 있다. 이를테면 협약에는 `한 학교가 SAT 성적 5 등급 중 상위 A 등급에서 입학생의 20% 이상을 모집할 수 없다' 라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모집 요강을 보면 `E 등급 (최하 등급) 아동의 모집반경은 학교로부터 1 마일 이내, C 등급 아동은 5 마일, A 등급 아동은 10 마일 이내'여서 성적이 좋을수록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혜택을 준다. 반대로 성적이 나쁜 아이들은 좋은 학교 주변에 살아도 우수 학생들에게 밀려 멀리 떨어진, 이를테면 `기피학교'에 낙착될 수밖에 없다. 그것이 싫다면 비싼 학비를 내고 사립학교를 가든가, 6학년을 다시 하든가, 아니면 재택교육을 선택해야 한다. `1·2·3차 지망학교를 한번에 받아 컴퓨터로 처리하면 2, 3차 지망교에 배당돼 만족도가 줄어들 수는 있지만 합격통지서는 모두 일시에 받지 않느냐'는 한국식 방법론은 통하지 않는다. 루이샴 구 교육청 중등진학과의 린다 프리만(Linda Freeman) 씨는 "학부모들은 일반 공립학교뿐만 아니라 문법학교, CTC, 타 지역 유명학교, 사립학교 등을 포함해 서 너 개의 학교에 복수 지원을 해 둔다. 공립학교 중 가장 인기 좋은 학교가 자리를 줘도 나중에 보다 나은 학교에서 합격통지가 오면 이미 받은 합격통지서를 파기한다. 따라서 인기공립학교는 지원자 정원초과로 불합격 처리를 많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중에는 정원미달 사태에 직면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불합격자와 정원 미달 학교끼리 모여서 두 번, 세 번 재분배를 한다"며 "한 장의 지원서에 1, 2, 3차 지망을 받아도 2차, 3차 지망교에 배당 받은 사람은, 입학하기 두 달 전인 6월말까지 6개월간 민원을 계속하기 때문에 걸리는 시간은 마찬가지여서 현재의 방법이 오히려 민원수가 적다"라고 말한다.
학교장이 학교경영에 필요한 교원을 데려오고 전보를 유예 시킬 수 있는 `인사보강과 전보유예제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다. 서울교련과 교원노조(전교조·한교조)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2001년도 교섭안에서 두 제도를 폐지할 것을 요청했고, 이 주장은 3월 인사와 맞물려 큰 파장을 형성하고 있다. 교련과 노조는 인사보강과 전보유예제도가 "교원간의 갈등을 초래하고 인사의 형평성을 흐리고 있다"며 폐지를 주장하고 있고 교육청은 "학교경영에 필요한 제도"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교육청도 원래 취지에 어긋나게 잘못 이용되는 사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개선안을 모색하고 있어, 절충안으로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절충안이란 "일단 제도는 존속시키되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방안 등이다. `학교에서 필요한 분야의 교원을 요청하면 교육청에서 교원을 공개모집해서 인터넷에 공개하고 학교에 공급'하는 형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제도의 존속 시기와 시행 범위, 학교에 교원을 공급하는 방식 등의 구체적인 사안에서는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합의점에 도달할 경우 올 9월 인사부터는 적용될 수 있다. 이 제도를 둘러싼 논쟁은 학교에도 재현되고 있다. 연구학교의 한 교장은 "연구·시범학교나 합창단, 체육부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제도"라고 말한다. "전보유예자 때문에 좋은 근평을 받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교사는 "취지대로 시행하되 대상자 수를 줄이면 된다"고 주장한다. 올해 서울시는 초등 581명 중등 849명의 인사보강과 초등 494명(10.9%) 중등 604명(18.2%)의 전보유예가 이뤄졌다. 서울시교육청의 전보규칙에 의하면 전보유예는 정기전보대상자의 20%(강남·강동은 10%로 제한 가능) 이내, 인사보강은 학교 당 사안별로 두명까지 가능하다.
국무회의는 지난달 26일 국·공립 교원 정원을 1만 2000명 증원하는 내용의 직제개정안을 의결했다. 증원 내용은 국립 12명, 공립 1만0988명이다. 공립의 경우 증원내용은 교장 134, 교감 270, 교사 1만0584명 등이다. 이 같은 대규모 교원정원 증원은 지난해 정부가 결정한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까지 초·중등교원 2만3600명을 증원키로 한 방침에 따른 것이다. 1만1000명 증원은 초등 2540, 중등 8460명으로 구성돼 있다. 지역별로 증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경기도로 5013명이며, 이어서 서울(1164), 경남(865), 인천(843), 부산(587), 대구(475) 등의 순이다. 교육부는 정원이 추가 증원돼 교육여건 개선사업이 완료되는 내년의 경우 교사 1인당 학생수가 초등 29.9명(96년 기준 30.4명), 중학 19.9명(〃 25.6명), 고교 15.1명(〃 20.2명)으로 개선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몇 년간의 교원정원 증원 현황을 살펴보면, 96년 420명, 97년 802명, 98년 764명, 99년 369명, 2000년 1905명, 2001년 21116명 등에 불과했다.
교육부는 저시력 학생을 위한 확대교과서를 제작해 보급하기로 했다. 저시력 학생을 위한 확대교과서는 일반교과서 판형인 4×6배판을 1.5배 확대 제작한 것이다. 확대교과서는 금년중 초등학교 전 교과를 대상으로 5억 66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할 계획이며 해당 학생들에게 무료로 지급된다. 저시력 학생은 두 눈의 교정시력이 각각 0.04이상이나 특정 학습매체나 과제의 수정을 통해서도 시각적 과제수행이 어려워 문자를 확대하거나 광학기구를 사용해야만 교육이 가능한 학생이다. 저시력 학생은 시각장애 특수학교 재학생의 51.2%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국제기구의 보고서들에 의하면 한국의 교육 부문에서의 경쟁력이 아직도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교실붕괴, 교육이민, 평준화제도 등이 최근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러한 교육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교육인적자원부는 해방이후 지금까지 노력을 경주하였다. 특히 제5공화국 이후로 대통령 직속의 교육개혁을 위한 각종 위원회들이 지금까지 개혁안을 제시하고 있으나 본질적 개선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정부도 교육발전 5개년 계획 시안 및 교직발전종합방안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교원정년 단축, 자립형 사립고, 교원 성과상여금제, 교육여건 개선, 중등교원 자격자의 초등 임용 등에서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정책결정 과정에서도 중앙집권적인 관료제적 정책결정, 부처간 조정과 협력 부족, 정책철학과 집행의 불일치, 충분한 시간 확보와 참여 확대 부족, 정책집행상의 불순응 현상 등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교육정책 결정을 돕기 위하여 대통령, 국무총리, 교육인적자원부 산하에 각종 위원회들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정부의 정책조정을 위해 주무장관회의, 인적자원개발회의, 교육인적자원정책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청소년보호위원회, 각종 교육정책심의회 등이 작동하고 있다. 그러나 자문 및 심의 기관의 역할은 요식 행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교육경쟁력을 높이고, 각종 위원회의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교육정책 결정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교육정책은 장기성, 안정성, 민주성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정치논리보다는 교육논리를 강조하고,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고 다양한 관련 주체들의 합의에 의해 결정되어야 한다. 또한 정책의 결정과 재정적 지원이 일관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책결정 체제를 올바로 구축할 필요가 있다. 우선, 각종 위원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도록 교육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분리되어야 한다. 즉 교육정책 결정에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강력한 심의 의결기능을 가진 위원회를 상시 기구로 설치할 필요가 있다. 한국교육개발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은 정권의 논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를 떠난 국가교육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 기구를 통해 교육현안들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고 신속한 입법조치와 시행이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 기구에는 교육계, 산업계, 학부모 단체, 시민 단체 등에서 추천한 전문가를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되, 위원들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하고, 위원의 임기를 대통령의 임기와 달리하여 정권 교체와 관계없이 교육정책이 영속성을 갖도록 해야 한다. 특별법 제정을 통해 설치될 국가교육위원회의 주요 기능은 국가 교육목표에 대한 합의 도출과 주요 교육정책에 대한 심의 의결 등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도 고등교육위원회 제도의 신설 제안이 있었다. 차제에 이를 확대 적용하여 중앙교육행정조직 패러다임을 장관 독임제에서 의결과 집행 기능 분리 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부처장관 독임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교육행정의 능률성과 신속성,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그러나 유신 시대와 제5공화국 시대의 그 강력한 통제력이 오히려 교육의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시키다시피 했다. 심의 의결기관형 국가교육위원회는 지방교육자치제도에서의 시 도 교육위원회를 중앙정부 차원에 두는 것이다. 그러면 중앙 및 지방교육행정체제의 일관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교육인적자원부와 국가교육위원회가 견제와 균형을 이루게 할 필요가 있다. 즉 국가교육위원회는 교육에 관한 최고 심의 의결기구로서 전반적인 교육정책을 수립·평가하고, 관련된 행정 각 부는 이 위원회에서 결정된 정책을 집행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의동(경기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정보증가 속도 빨라져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시대에 살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 디지털 정보가전, 디지털TV, 디지털 비디오 등은 물론 지난해에는 디지털 영화까지 등장하였으며 우리 나라에서도 디지털 다채널 위성방송 서비스가 개시되고 디지털 통합서비스가 가동될 전망이다. 디지털시대의 특징은 변화이다. 따라서 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기존의 교육 시스템보다는 혁신적인 변화가 있는 교육만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사회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은 바로 이 변화를 얼마만큼 받아들여서 어떻게 교육의 새 패러다임을 여느냐에 달려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변화 중에서 중요한 것은 지식 정보량이 엄청나게 증가한다는 것이다. 20세기초만 하더라도 정보량이 2배가되는데 100년 정도 걸리던 것이 현재에는 4년 정도이며 앞으로는 그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져서 어떤 미래학자는 2020년이 되면 매 73일마다 지식이 2배로 증가되고, 2050년에는 현재 지식의 1%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을 정도이다. 이렇게 급변하는 시대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교육이며 특히 평생교육 차원의 직업교육이 필수적이며 변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실업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살펴보기 전에 현재 실업교육의 현 주소를 알아 볼 필요가 있다. 첫째, 중학교에서 성적이 좋지 못한 학생들이 가는 학교로 인식되어 있다. 우리 나라가 1970년대 공업입국의 기치를 들고 실업교육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을 수립하여 시행할 때에는 우수한 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진로를 선택하였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실업교육의 정체로 학생들의 선호도가 많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다. 둘째, 실업교육에 대한 홍보가 미흡하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인문계에 갈 수 없는 학생들이 가는 학교 정도로 실업교육이 이해되고 있을 정도로 실업교육에 대한 홍보가 매우 부족하다. 특히 중학생들의 진로지도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에 대한 실업교육의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 실정이다. 셋째,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교육과정의 부족이다.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간단한 현장 연수를 통하여 곧바로 산업 현장에 적응하여 투입될 수 있어야 하는데 날로 발전하는 현장에 대한 감각을 일선 학교에서 받아들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다. 현재의 실업교육은 위에서 간단히 살펴본 바와 같이 희망적이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에서 그 노력이 좋은 결과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이에 각 시·도에서는 나름대로 현 사회에 적합한 실업교육 대책을 마련하느라 부심하고 있고 실업교육의 정상화에 대해 많은 예산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교육부에서 내놓은 일련의 정책을 간단히 살펴보면 크게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대적 변화를 반영하여 실업교육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종국교육과 진학을 위한 계속교육을 동시에 추구하는 교육과정으로 전환하여 2002년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둘째, 2004학년도부터 대학입시에서 실업계 고교생에게 입학 정원외 3% 이내에서 허용한다는 것이다. 셋째, 2001년 12월말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제 7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2005년도의 수학능력시험에 직업탐구 영역을 신설하여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생들의 대학 진학의 문을 열었다. 넷째, 다양한 지원체제를 도입하였다. 실험실습 기자재 확충을 위하여 국가지원을 현재 보유율 60.6%에서 2005년까지 75% 수준으로 대폭 확충하고 연차적으로 10년 이상 된 노후 기자재를 교체할 계획이다. [PAGE BREAK]그 외에도 실업계고교생들의 학비 지원을 확대하고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며, 무시험으로 국가기술자격을 부여하는 방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또한 산학 협동참여 업체에 대해 범정부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며, 실업계고에 근무하는 교원들의 전문 직무능력 개발을 위하여 산업체 현장연수를 실시한다는 희망찬 계획을 가지고 있다. 실고 살리기는 국가적 과제 실업교육의 대책을 국가적으로 해결하려는 노력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 일선 학교나 학부모들이 환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좋은 정책들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들이 많이 있다. 정책이 수립되었으니 가만히 있어도 저절로 실업교육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헛되지 않으려면 각 시·도교육청은 물론 일선 학교의 선생님들과 대학 그리고 사회의 모든 분야가 함께 한다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정책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야 한다. 또한 정부도 이러한 정책을 내놓는 데에 그치지 말고 정책의 수행과정을 지켜보고 잘못된 부분은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하여 추진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정책들이 일선 현장에 투입되고 수행되어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또한 정책 수행과정에서 발생되는 문제점을 파악하여 수정·보완하려면 더 나아가 실업교육이 활성화되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하려면 다음과 같은 일들이 고려되어야 한다. 첫째, 실업계 고교를 특성화하여야 한다. 변화하는 사회구조에 맞는 다양한 기술을 분석하여 이에 대처할 수 있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특성화를 학급 또는 학과 단위로 하되 학급당 인원은 20명 내외로 하고 교육내용은 첨단분야 중 고졸자가 진출할 수 있는 틈새분야를 교육할 수 있는 방안과 교육내용에 따라 교육과정을 융통성 있게 운영하는 등 운영의 자율성이 보장된 형태의 특성화 학교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실업교육을 다양화해야 한다. 요즈음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력 역시 변화되고 있다. 멀티 기능을 보유한 인력을 선호하는 것이 그것이며 이에 따라 실업교육도 특성화와 함께 다양한 기능을 교육할 수 있는 교육과정 운영이 필요하다. 아울러 양질의 기술 인력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3년의 고등학교 교육과정과 전문 심화과정을 연계한 5년제 실업전문학교를 적극 제안한다. 셋째,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요즈음은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들이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2001학년도 졸업생 중 44%가 넘는 학생들이 대학과 전문대에 진학했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반드시 제도 개선은 필요하다. 위에서 언급한 교육부의 발표를 보면 이제는 실업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원하면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길이 열려졌다. 매우 반가운 소식이며 환영하는 정책이 아닐 수 없다. 더 나아가 이와 함께 동일계 특별전형의 범위를 확대하는 등의 대책도 마련되어야 한다. 넷째, 진로지도를 강화해야 한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학생들의 특기와 적성을 정확히 판단하여 고등학교에 진학할 때에 자기 자신에게 적합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여야 한다. 단지 성적만으로 진로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대학을 졸업하고 자기가 전공한 분야로 진출하는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을 보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따라서 실업계 진학이 개인의 정서와 적성에 맞는 학생들의 주체적 선택에 의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중학교 교육과정에 진로라는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중학생들이 실업계로의 진로를 탐색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진로지도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산업인력에 대한 보수체계도 고려되어 대학졸업자 보수와의 격차를 최소화하려는 노력도 절실하다 하겠다. 다섯째, 실업교육관련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오늘의 실업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 중의 하나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실업교육의 올바른 방향을 설정하고 정책을 입안하는데 중지를 모으고 협의를 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것이 매우 필요한 시기라 생각된다. 또한 교원단체나 실업교육 정상화를 위한 실업교사들의 모임 등을 활성화하여 실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불식시키고 실업교육의 사회적인 공헌과 필요성을 널리 홍보하여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글/김재일(두레생태기행 회장) 거제도 장승포 선착장에서 외도 가는 뱃길이 나 있다. 외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바위섬이다. 해안선이 고작 2,3킬로미터밖에 안 되는 작은 섬이지만, 봄이 봉곳하게 담겨 있다. 흔히 외도하면 외국에서 들여온 아열대식물과 이국적 풍경을 이야기하지만, 외도는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서만 관찰되는 우리 난대식물들의 보고이기도 하다. 자생 동백숲을 비롯하여 향나무, 편백, 삼나무, 만리향, 천리향, 조릿대, 마삭덩굴, 신우대, 측백, 복수초 등 우리 자생식물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눈길을 끄는 포인트로는, 약수터의 잘 자란 후박나무, 노송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송악, 나뭇가지가 한쪽으로만 쏠린 늙은 해송, 짧으면서도 제법 그윽한 대나무 숲길 등을 들 수 있다. 원시성 간직한 아비들의 천국 외도를 떠나 해금강까지는 10여 분 거리이다. 바다가 마치 거대한 호수같다. 이 지역은 국내에서 유일한 아비 월동지이다. 배가 지나가면 마치 경주라도 하려는 듯이 아비가 앞서 마구 달려간다. 아비는 오리를 가리키는 ‘압(鴨)+이'에서 나온 말로 이름이 특이해서 한 번 기억해두면 잊어버리지 않는다. 천연기념물인 아비는 우리 나라에서는 1천 마리 정도가 이곳에서 겨울을 난다. 아비는 가마우지와 흡사하여 가끔 헷갈리게 하는 잠수성 겨울철새이다. 앞가슴이 희다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그러나 아비는 현재 지구상의 조류 가운데 진화가 가장 늦은 새로 알려져 있다. 수면에서 더펄거리며 날아오르는 어설픈 동작을 보면 아비의 원시성을 실감한다. 장승포에서 학동에 이르는 동남부 해안은 곳곳에 아름다운 비경과 포구들을 만들어낸다. 특히 해안선과 섬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난대림과 해송숲은 눈맛만으로도 제값을 한다. 특히, 구조라 마을 입구에 잘 자란 팽나무가 인상적이다. 초등학교 운동장에 때마침 몇 그루의 매화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거제도의 매화는 2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보름 정도 간다. 학동은 몽돌밭으로 유명한 바닷마을이다. 학동 바닷가는 보길도 예송리 바닷가를 연상케 한다. 활처럼 휘어진 바닷가, 그 바닷가에 깔린 몽돌, 그 몽돌을 끝없이 씻어내리는 하얀 파도, 그 파도 위에 떠 있는 그림 같은 섬들…. 그리고 예송리에 예작도가 있다면 학동에는 외도가 떠 있고, 예송리에 격자봉이 있다면 학동에는 가라산이 있고, 예송리에 난대숲이 있다면 학동에는 동백숲이 있다. 학동 선착장 위에 사람들이 모여 낚시를 하고 있다. 미끼를 꿴 낚시바늘이 눈앞에 보이는데도 학꽁치들이 낚시를 드리우기 바쁘게 떼지어 덤벼든다. 학꽁치는 이름 그대로 학처럼 길고 뾰족한 주둥이를 갖고 있다. 한 뼘 길이의 긴 몸통에 등짝은 연한 초록색, 배는 은빛이다. 입은 긴 주둥이 아래쪽에 붙어 있다. 겨울이 끝나면 남해안 바닷가에 흔하게 나타난다. 그 밖에도 복어, 노래미, 도다리, 망상어 들이 망태기에 함께 들어있다. [PAGE BREAK] 남 먼저 핀 백서향 꽃이 눈부신 섬 몽돌해변이 끝나는 바위해안 위로 동백숲이 그득하다. 학동 동백숲은 소문나지 않아 더욱 아름답다. 동백은 차나무과에 속하는 상록활엽 소교목이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산다'라는 별호를 지어 노래했다. 이름은 그렇지만, 모든 동백은 바닷바람을 마시고 자라야 튼실하다. 동백숲길은 호젓하고 으슥하다. 숲속은 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사스레피나무와 후박나무 등 여러 종류의 난대수종이 어우러져 있다. 숲속에는 동박새를 비롯하여 직박구리들이 살고 있다. 가라산은 해발 580미터로 거제도에서 가장 높다. 가라산 위쪽은 활엽수들이 자리하고, 기슭은 동백숲을 비롯해 다양한 상록 난대수종들이 자리하고 있다. 봄볕이 가라산을 솜이불처럼 따사로이 덮고 있다. 봄이 오면 겨울은 그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 봄볕으로부터 성적인 자극을 받은 풀꽃들도 모두 고개를 쳐들었다. 묵은 겨울낙엽을 밀어내고 제비꽃도 앙징맞게 꽃을 피웠고, 봄이면 서울 도심에서도 선을 보이는 보춘화도 꽃망울을 내달았다. 잎이 먼저 지고 꽃대만 올라와 꽃을 피우는 백양꽃, 다른 꽃을 시샘해 남 먼저 핀 백서향 하얀꽃도 눈부시다. 난대덩굴식물인 콩짜개난도 나무줄기를 시퍼렇게 기어올라가고 있다. 학동고개 마루에 올라서면 노자산이 우뚝하다. 노자산은 활엽수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어서 겨울에는 풍경이 좀 삭막하지만, 신록이 시작되면 가을 단풍 때까지 숲속이 어두울 정도로 울창하다. 노자산 기슭은 봄꽃들의 세상이다. 겨울의 무게를 얼음장의 무게에다 비유한다면, 봄의 무게는 꽃잎 한 장의 무게처럼 가볍고 경쾌하다. 3월이면 노자산 기슭에서 팔손이나무를 볼 수 있다. 외모는 이국적이지만 거제도 곳곳에 자생하는 상록난대수종이다. 8개의 잎사귀가 마치 손바닥 모양으로 갈라져서 팔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이면 물을 한껏 머금어 잎이 파랗게 반들거린다. 잎자루는 길고 둥글며, 꽃은 봄에 하얗게 터진다. 거제도 봄꽃은 서울쪽보다 훨씬 빠르다. 내륙에서는 4월이나 되어야 볼 수 있는 것도 이곳에서는 3월이면 볼 수 있다. 노루귀, 구슬봉이, 산자고, 흰얼레지, 냉이꽃, 꽃다지, 참나리, 광대나물, 족도리풀, 졸방제비꽃, 고깔제비꽃, 노랑제비꽃, 이질풀, 봄맞이꽃, 개불알풀, 민들레, 할미꽃…. 구슬봉이는 양지 바른 산기슭을 좋아하는 용담과의 두해살이풀로, 연보라꽃을 한두 송이 피운다. 얼음 속에서도 핀다고 해서 파설초라고도 하는 노루귀는 연한 꽃대가 잎보다 먼저 나와 꽃을 피운다. 밤에는 꽃잎을 닫았다가 아침에 꽃을 여는 얼레지는 밝은 자주색으로 핀다.[PAGE BREAK]고로쇠 수액을 받으려는 발길 이어져 참나무들이 적은 대신 거제도에는 고로쇠나무가 많다. 고로쇠는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활엽수로, 나무껍질은 회청색이며, 얕게 갈라진 가지는 색깔이 좀더 연하다. 잎은 마치 손바닥을 편 것 같고, 철쭉이 지고나면 연한 녹색 꽃이 가지 끝에 핀다. 고로쇠는 겨울숲에서 가장 먼저 봄물이 오른다. 때를 기다렸다가 사람들은 줄기에다 구멍을 뚫어 수액을 받는다. 국유림은 주인이 따로 없다. 그래서 나무에 구멍을 먼저 뚫는 사람이 주인이다. 고로쇠 수액을 너무 뽑아내면 나무의 성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피부가 건조하면 피부가 거칠어지듯이, 고로쇠나무도 수액을 너무 많이 빼앗기면 나무껍질이 거북등처럼 갈라지거나 잔 가지가 마른다. 수액 채취를 막을 도리는 없지만, 이제는 적당히 절제해야 할 때다. 그 길로 내려가면 산촌리 마을을 만난다. 산촌마을 바다쪽에 둑이 만들어지면서 생긴 수만 평의 습지가 자리하고 있다. 옆으로는 노자산 골짜기와 동부저수지에서 나오는 작은 하천이 흘러들고, 바다와 만나는 기수지역에는 왕모래와 잔자갈로 이루어진 갯벌이 있다. 담수로 채워진 물 위에는 청둥오리와 흰뺨검둥오리 등 몇 종류의 오리류들이 평화롭게 떠 있고, 그 주변으로 갈대와 물억새숲이 풍광 좋게 펼쳐져 있다. 봄이 깊어지면 개개비들이 갈대숲으로 돌아와 요란을 떨 것이다. 하천변 바위에는 굴과 따개비들이 붙어 있고, 게들도 봄햇살을 쬐러 여기저기서 기어나온다. 강물 위에는 백로, 왜가리, 논병아리, 흰뺨검둥오리가 보인다. 그들을 노려 이따금 말똥가리와 같은 맹금류가 나타나 하늘을 빙빙 돈다. 아니나 다를까, 둑방 위에는 힘이 빠진 오리들을 사냥해서 뜯어먹은 흔적들이 남아 있다. 그런데 거제시에서 이 산촌습지를 매립해 농지로 만들 모양이다. 습지를 매립해 농지를 얻느니보다 생태공원을 조성해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 경제적 부가가치가 훨씬 높다. 생태적 지혜를 갖고 먼 미래를 내다보는 목민관이 아쉽다. 산촌에서 해안을 끼고 나 있는 해안도로를 달리면 거제만이다. 거제도 갯벌은 주로 모래와 자갈이 섞인 갯벌들이다. 거제만에 접한 외간리 갯벌도 자갈과 굵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다. 바다에는 김 양식장 말뚝이 이색적인 풍광을 만들어주고, 먼 바다에는 부표들이 마치 고니떼처럼 하얗게 떠 있다. 육지쪽으로는 갯잔디, 갯사초, 해홍나물 등의 식생이 보인다. 해물탕에 맛보기로 들어가는 눈고둥을 비롯하여 가시굴, 비트리고둥, 따개비 등등 다양한 생물들이 관찰되고, 바람결이 부드러워지면 많은 게들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방게를 비롯해서 이곳 게들은 거의가 육식성게들이다. 3월의 거제도, 동백잎에 내리는 햇볕도 새롭고, 하늘을 나는 새소리도 다르며, 바위섬을 때리는 파도소리까지 겨울소리가 아니다.
교육감 님도 가끔 담배를 피우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요즘은 완전히 끊으신 겁니까? “저는 대학에 있을 때부터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많이 피운 것은 아니지만 주로 논문을 쓸 때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을 때면 종종 피우곤 했지요. 주변의 권고도 있고 해서 끊어야겠다는 생각도 여러 번 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교수 시절 강의가 끝난 후 막걸리를 앞에 놓고 학생들과 격의 없이 자유로운 토론을 할 때는 분위기에 젖어 담배를 피우기도 했지요. 올해 학교 금연운동을 시작하면서 지도자부터 솔선 수범하는 차원에서 완전히 끊었습니다.” 소위 금단현상이라는 것이 나타난다던데 어떻게 극복하고 계십니까? “담배를 피우다 끊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도 쉽지는 않았고 지금도 가끔 유혹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때마다 학생들과 교직원의 금연운동을 성공시키려면 나부터 성공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각오를 새롭게 하고 있습니다. 저는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오히려 자주 주변사람들에게 금연을 이야기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저 자신도 스스로 말을 하면서 의지를 새롭게 하고 주변 사람들도 함께 금연에 동참하게 됩니다. 또한 금연에 관한 책과 언론 기사들도 스크랩하면서 금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교육감님께서 금연하자 많은 직원들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일선 선생님들께도 전달되고 학생들도 따르게 하자는 것이 '학교 금연운동'이겠지요.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나라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특히 여학생과 초등학생에까지 확대되고 있어 그 폐해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청소년 흡연은 비행 및 다른 유해 약물 복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 이를 막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문제로 나타날 것입니다. 본래 학교 금연운동의 취지는 건강한 심신을 지닌 청소년을 육성하는데 있습니다. 그러나 학교 금연운동이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 교직원들의 솔선 수범하는 자세가 절실합니다. 교직원들의 금연에는 또 하나 근본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교직원들이 건강해야 활발한 교육 및 지원 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년사에서 교직원들의 금연운동 동참을 호소하였고 많은 분들이 이에 적극 호응하고 있어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모 중앙일간지에서 지난 1월초에 인터넷을 통해 설문조사를 했는데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절대금연지역 지정에 대해 68.44%라는 절대 다수의 찬성이 있었습니다. 우리 교육청은 정부의 국민건강증진법의 개정에 맞추어 교육청 및 산하기관, 각급 학교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하고 학교 금연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예정입니다.”[PAGE BREAK]초·중·고학생들의 흡연 실태는 어떻게 파악하고 계십니까? “그 동안 우리 교육청에서도 학생들의 흡연 실태를 조사하여 왔지만 학생들의 흡연 중 적발 건수에 한한 것으로 전체적인 흡연 실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작년에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발표한 흡연율 통계에 따르면 남학생은 중학생 6.0%, 고등학생 27.6%이고, 여학생은 중학생 2.0% 고등학생 7.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남학생 12.3% 여학생 3.4%가 흡연 경험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 교육청에서도 올해부터는 전문 여론조사 기관에 의뢰하여 정기적으로 청 소년 흡연 실태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학교 금연교육의 구체적인 방안을 말씀해 주시지요. “학교 금연운동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우리 교육청은 각종 지원 활동을 강화할 것입니다. 이미 우리 교육청에는 학교금연운동추진팀을 구성했습니다. 이를 중심으로 국내외 금연교육자료를 조사·발굴하고 흡연 예방 및 금연교육 지도자료를 개발·보급할 것입니다. 또한 교육청 홈페이지에 금연운동 홈페이지를 연계·설치하고 금연운동 중심학교를 지정·운영하여 전 학교에 일반화되도록 유도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교육청 산하 학교보건원과 청소년상담센터의 금연교실 운영을 활성화하고 금연운동 사회·시민단체 등과 공동으로 금연운동 캠페인을 전개할 것입니다. 그리고 각종 교직원 연수시 금연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고 청소년 선도방송에도 집중적으로 금연 계도 내용을 담도록 하겠습니다. 아울러 금연 100% 실천 우수기관에 대하여 특별 표창을 할 예정입니다. 이 밖에도 많은 계획을 갖고 있습니 다만 시작 단계인 만큼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학교 단위에서는 어떤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됩니까? 학교급별 내용이 다르겠지요. “우리는 초·중·고교 학생들이 교내에서 절대 금연하도록 흡연 예방 및 금연교육 활동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학교 금연운동을 체계적으로 추진하도록 학교 교육계획과 교육과정 수립시 충분히 반영하도록 할 것입니다. 학교별로 재량활동 시간 등을 이용한 흡연예방 교육 시간을 별도로 확보하여 체계적으로 실시할 것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학교급별 특성이 다른 만큼 초·중·고교별 특성에 따른 흡연 예방 및 금연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적용할 것입니다. 흡연은 조기 예방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선진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흡연 예방교육을 철저히 실시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의 흡연 예방교육은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흡연 학생들이 금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투입토록 하여 기필코 흡연율을 10% 이하로 내리도록 할 계획입니다. 금연운동을 강제적인 방법으로 추진해서는 큰 효과를 거둘 수가 없다고 봅니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 학생들 스스로 각성하여 금연할 수 있도록 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추진하겠습니다. 이미 일부 학교에서 금연선서식을 통하여 학생들 스스로 금연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습니다만 학교에서 학생들이 학생회와 어린이회 그리고 학급회를 통해 자율적으로 금연운동을 실시하도록 유도해 나갈 생각입니다. 또한 조속히 흡연이나 유해약물과 관련하여 학교와 학급의 규정을 정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와 함께 학교 내 금연교실을 설치하여 교내에서 1차적인 금연 지도를 실시하도록 할 것입니다. 여기에서 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은 학교보건원, 보건소와 병원 등의 금연교실을 이용하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흡연 예방은 학부모와 지역사회의 협조가 매우 중요합니다. 학생들이 이용하는 학원에서도 금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국학원총연합회와 협조를 하고 있고, 이 밖에도 학생들 출입이 잦은 각종 사회·문화시설에 대하여도 관련 협회에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며 학부모회의 등을 통해서도 협조를 당부할 예정입니다. 비행기에 탑승하게 되면 담배를 안 피우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듯이 학교 교문을 들어서면 누구든지 담배를 피워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여 기필코 금연운동이 성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PAGE BREAK]원론적이지만 담배의 폐해에 대하여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최근 TV를 통하여 폐암에 걸려 투병중인 이주일 씨의 모습을 보고 많은 사람들이 충격을 받았을 것입니다. 이주일 씨 스스로 담배를 일찍 끊지 못했음을 후회하고 금연할 것을 호소하고 있지 않습니까? 잘 아시다시피 흡연의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습니다. 폐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은 것은 물론입니다. 특히 성장기에 있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흡연은 치명적입니다. 인체 세포조직의 성장기에는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의 세포에 대한 흡착이 매우 강하여 각종 질병을 유발합니다. 또 담배에 일산화탄소가 함유되어 있어 산소의 공급을 방해하고 세포조직의 활동을 방해하여 두뇌와 신체의 성장을 저해합니다. 정신적으로도 자제력을 약화시켜 비행에 대한 유혹에 약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쉽게 받도록 만듭니다. 담배를 끊은 후에도 한동안 유해 성분이 체내에 남게 됩니다. 게다가 담배는 직접 흡연자 못지 않게 간접 흡연자에게도 큰 피해를 주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들을 위하여도 금연을 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담배는 이제 더 이상 기호품이 아닙니다. 사람의 건강을 해치는 유해약물일 뿐이지요.” 담배 이야기만 오래 했는데 뵌 김에 다른 것도 좀 물어보겠습니다. 교육감 님은 그 동안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을 지속적으로 추진, 큰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방향은 어떻게 됩니까?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의 핵심은 교육의 낡은 틀을 바꾸자는 것입니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에서 탈피, 학생 개개인의 개성을 존중하면서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으로 전환하자는 게 그 목표입니다. 97년도에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98년도에 중학교 99년도에는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체험 중심의 인성교육, 창의성 신장을 위한 수업·평가방법 개선, 체계적인 진로지도, 지식 정보화 능력 함양 등에 많은 성과를 거두었으며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2001학년도부터는 그 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한 차원 높은 ‘제2기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 아이들이 지적 능력과 바른 인성 및 창의력을 길러 자신의 소중한 꿈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드는 데 모든 교육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올해도 우리 서울교육은 ‘정보화 소양을 갖춘 자율적·창의적·도덕적인 인간 육성’이란 지표를 설정하고 ‘서울교육 새물결 운동의 지속적 추진’과 ‘교육 방법 개선을 위한 지원 행정 구현’을 시책의 기본 방향으로 정하여 일관된 교육 정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자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금년도엔 4가지 역점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할 계획입니다. 첫째, 통일교육의 내실화입니다. 우리의 현실을 인정하면서 우리 아이들이 보고, 느끼며,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중심의 통일교육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둘째는 특기·적성교육의 활성화입니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21세기 지식정보화 사회는 특정한 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들이 사회를 주도하고 또 이들이 대접받게 됩니다. 새해에도 우리는 아이들의 수준을 고려한 다양한 특기·적성교육 프로그램을 개설·운영하고 특기·적성 발 표기회를 확대하여 아이들을 타인과 다른 자신만의 고운 빛깔과 향기를 지닌 소중한 사람들로 키워가고자 합니다. 셋째는 영어교육의 활성화입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70% 이상이 영어로 되어 있는 지식·정보를 활용하여 새로운 지식을 생성,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개인과 국가 생존의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우리 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추진하고 있는 ‘영어교육 4개년 계획’을 더욱 내실 있게 추진하고자 합니다.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육방법과 교육 프로그램들을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습니다. 5분 생활영어 교재 개발·보급, English Only Zone 활용 활성화, 말하기·듣기 중심으로의 영어교육 방법 개선, 영어체험 캠프 운영 등 영어교육 환경 개선을 추진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영어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위해 다양한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신규교사 채용시 토플, 토익, 텝스 등 공인된 시험 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점수를 취득한 자에게 가산점을 주어 우수교원을 확보하고자 합니다. 넷째는 정보통신 기술 활용 교육의 강화입니다. 지식정보화 사회에서는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여 활용하는 능력보다 새로운 지식과 정보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합니다. 그 동안 우리 교육 현장에 정보화와 관련된 하드웨어 구축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올해는 ICT 활용 교육 활성화를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보급에 중점을 두어 교실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수업이 전개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교육감 님께서는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 회장까지 맡고 계시는데, 전국 교육감 님을 대표해서 일선 교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주시지요.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아이들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 최선을 다해 주고 계시는 전국의 교육가족 여러분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급변하는 사회 속에서 개혁의 실천과정은 필연적으로 고통과 인내를 수반합니다. 그 동안 교육개 혁 과정에서 우리 교육가족은 많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교육은 미래를 위한 설계이며 꿈을 현실로 바꾸어 가는 중요한 작업입니다. 비록 오늘의 현실이 어렵고 고달프다고 하여도 우리 아이들의 꿈과 이상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역사적 과업만은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어느 누구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교육가족 모두의 양보와 희생 그리고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육활동에 매진하여 새로운 한국의 역사를 창조합시다. 여러분의 가정마다 행복과 보람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한국교총은 20일 한나라당 교육위원들과 정책협의회를 갖고 교육현안 해결을 요구했다. 이 자리에서 교총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조기 도입,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교육행정의 전문성 강화, 유아교육 발전, 보건교육 개선, 90년 10월8일 국립사범대 우선 임용 위헌 판결에 따른 미발령자 구제 문제 등의 해결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교총이 최근 제기한 `과학기술 전담 부서 설치와 복수 부교육감제 도입' 등 교육부·교육청 직제 개편안과 실업교육 활성화 방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또 2월 국회에서 다루게 될 `양호교사를 보건교사로 개칭'하기 위한 초·중등교육법중개정법률안과 교원임용후보명부 등재 미발령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제정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특히 교총은 교원정년 환원 문제와 관련 "올 1학기 초등 기간제교사가 2777명, 내년에는 6733명에 달하는 등 교원부족사태가 심각하므로 교원정년을 단계적으로 환원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한나라당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의지를 요구하는 한편 "대선 교육공약에는 반드시 교원정년 65세 환원을 채택하라"고 주문했다. 한나라당 교육위원들은 교원정년 환원, 수석교사제 조기 도입, 우수교원확보법 제정, 유아교육법 조속 제정 등에 교총과 같은 입장임을 재확인 했다. 이날 교총에서는 이군현 회장, 채수연 사무총장, 우재구 교권정책본부장, 한재갑 정책교섭국장이 한나라당에서는 이규택 위원장, 박창달 의원, 김정숙 의원, 황우여 의원, 이재오 의원, 현승일 의원, 조정무 의원이 참석했다.
얼마 전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주관한 2001학년도 교실수업개선 연구학교 평가 워크숍에 참가한 적이 있다. 각 학교 연구부장들이 연구 기간 중, 실천 적용한 내용을 주제별로 발표하고 토의하는 자리였다. 각급 학교의 상이한 여건과 환경, 그리고 배경을 바탕으로 실천한 갖가지 사례를 한 자리에서 비교, 이해할 수 있는 계기였다. 이날 워크숍의 분위기를 보면 현재 일선 학교에서는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교실수업개선 활동이 매우 활발하게 일고 있었다. 교육계가 흔들리고 교단이 불안정한 가운데서도 교사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었다. 학교 밖에서 보면 교사들은 꽤나 자유시간이 많아 보이겠지만 실상 그렇지 못하다. 교사들이 단지 맡은 수업만 한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교육 현실은 전혀 그렇지 못하다. 학생들의 보충 지도, 특기 적성 교육, 담당 업무와 공문 처리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사들은 수업안 작성 및 교재 연구, 각종 자료·학습지 개발에 노력을 기울여 개인별 수준별 교육에 나서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우리 교육은 분명 희망이 있다. 학교와 교사를 아우르는 지고지순한 활동은 수업이고 장학의 초점 역시 교실수업개선이다. 누가 뭐래도 수업은 교사의 생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교육 현실은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수업보다는 다른 주변의 일에 치중한 감이 없지 않다. 장학 역시도 교사의 수업 개선과 그 지도보다는 장부와 서류에 초점을 맞추는 형식이 관행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객이 크게 전도됐던 것이다. 교사의 본분이자 가장 핵심적인 활동이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것이 수업이다. 매일 몇 시간씩 수 십 년을 하더라도 늘 아쉽고 만족스럽지 못한 것이 수업이다. 40여 년을 교단에서 보낸 정년 퇴직 교원들도 한결같이 후련하고도 만족스런 수업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회고한다. 흔히 수업에는 왕도가 없다고 한다. 이는 수업의 다양성과 자율성, 그리고 탄력성을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교실수업개선은 얼마 전까지 우리 교육의 방법적 신교육 패러다임의 하나였던 열린교육의 개칭이다. 이른바 열린교육은 1980년대 말 우리 나라에 도입되어 10여 년 간 우리 교육을 개혁하려 했던 신교육 운동이었다. 기존의 교과서 맹종, 교실 위주의 경직된 수업의 틀을 과감히 불식하고 학생 중심, 활동 및 과정 중심의 교수-학습을 지향했던 우리 교육의 일대 밑으로부터의 개혁 운동이었다. 열린교육이 지나치게 방법적, 형식적 측면에 치중하여 중요한 내용적 측면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교수-학습의 초점을 학습자인 학생에 맞추었다는 점은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개혁 운동으로서 평가받아야 할 것이다. 교육이 백년지대계인 이상 열린교육에 대한 평가 역시도 먼 훗날에야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한다. 비단 열린교육과 교실수업개선이라는 낱말의 차이가 아니라, 교수-학습의 개선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는 궤를 같이 하는 것이다. 2002학년도에는 제7차 교육과정이 초등학교 전 학년에서 적용되고 고교 1학년까지 확대된다. 명실공히 우리 나라 보통 교육을 아우르게 된다. 여러 가지 시행과 적용상의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는 교육과정이지만, 학생들에게 알기 쉽고 편안하게 배우게 배려하는 수업, 기존의 교실수업을 여건에 맞게 개선하는 교육과정으로 이해하고 교사들이 자율과 창의로 교실에 적용한다면 문제점은 상당 수준 개선될 것이다. 교육과정의 근본 역시 교실수업개선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한국교육신문이 한국교육개발원 `학교 내실화 방안' 보고서를 요약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초등 저학년 수업 시수를 고학년과 동일하게 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현장 교사로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외국은 보통 180일 이상이 연간 수업 일수지만 우리 나라는 220일로 40일 정도나 더 많다. 게다가 초등 고학년 교사들은 하루에 6, 7시간씩 일주일에 30시간 이상을 지도하는 경우도 많다. 아동, 교사 모두 수업에 치어 기진맥진한 상태다. 아이들은 수업만 받는 게 아니다. 방과후면 청소할 시간도 없이 학원에 가려고 발버둥친다. 가끔 "오후에 남아서 선생님 도와줄 사람 손들어 봐요"하고 물으면 어쩌다 한 녀석 있을까 말까다. 지금 아이들은 개성과 자기 주장이 강하지만 인내심이나 희생정신이 매우 부족해 걱정이다. 하지만 인성교육을 할 시간도 여건도 따라주지 않는다. 국가시책으로 특기적성교육을 시행하고 있지만 다분히 형식적이고 시간도 부족해 제대로 교육이 이뤄지지 않는다. 20년을 근무하며 현장에서 느낀 것은 초등 고학년도 수업 시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루에 4시간씩 일주일에 24시간 정도를 수업하고 오후에는 특기적성교육이나 학습부진아 구제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엄청난 사교육비도 줄이고 교사와 학생이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교육의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 초등학생의 수업 시수는 더 줄여야 한다.
요즘 초등학교 성적표는 수 우 미 양 가 등의 평점이 아니라 학생이 어떤 면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고, 어떤 측면에 대해서는 노력이 더 필요한 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담고 있다. 이러한 정보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성적 향상을 위해 어떤 면을 더 보충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를 이해하는데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된다. 지난 해 12월 4일 OECD는 회원국 학생들의 성적표를 공개하였다. 이 성적표는 2000년에 우리 나라를 위시한 27개 OECD 회원국의 만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평가를 근거로 작성된 것이다. OECD의 성적표에 따르면 우리 학생들은 읽기 6위, 수학 2위, 과학 1위로 매우 훌륭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성적표에는 우리가 몇 등이라는 것 외에도 눈여겨 보아야 할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이 성적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국내 학생 중 국제 수준의 수재가 많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OECD가 설정한 읽기 능력 수준의 최고 단계인 5수준에 도달한 학생의 비율이 5.7%에 불과하다는 것으로 알 수 있다. 5수준에 도달한 학생 비율을 기준으로 할 때, 우리 나라는 OECD 국가 중 20위를 차지하였다. 일본과 미국은 국가 전체 평균으로 따질 때는 우리보다 뒤지지만 최상위권 학생의 비율로는 우리를 크게 앞질렀다. OECD가 최상위 성취 수준에 도달한 수재들에게 거는 기대는 자못 크다. 이들 학생들은 부가 가치 창출 등의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두뇌 집단이며, 한 나라의 경쟁력은 이러한 수재들을 얼마나 많이 보유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고 OECD는 밝히고 있다. 이는 인적 자원의 질을 전체 학생의 평균 점수가 아닌 고도의 창의력과 유연성을 지닌 수재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는가 하는 기준에 입각하여 가늠하겠다는 OECD의 의지를 강력하게 반영한다. 전체 학생의 평균 점수에 근거한 국제 순위와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학생의 비율로 따질 때의 국제 순위는 우리 교육의 성과와 문제점을 각기 보여 준다. 평균 점수가 높은 것은 대부분의 국내 학생들이 중상위권에 몰려있고 낮은 점수를 받은 학생이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 교육이 학생들에게 탄탄한 기본 소양을 갖추게끔 하는데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최상위 수준에 도달한 학생, 즉 국제적인 수재의 비율은 폴란드나 체코보다 더 적었는데, 이는 우리 교육이 수월성의 측면에서 OECD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OECD가 표방한 수월성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을 이전에 접해보지 못한 다양한 상황에 적용하고, 주어진 정보를 상세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보가 어떤 것인지를 선별하며, 전문적인 지식을 활용하여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현상에 대한 가설을 세우되 통상적인 기대에 반하는 개념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우리 학생들이 이러한 고차원적인 능력을 갖추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식 중심의 교육에서 한단계 더 나아가 지식을 다양한 상황과 목적에 맞게 활용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직업, 학문, 사회 참여 등 실생활 상황에서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문제를 정형화된 방법으로 해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가치관에 입각하여 문제를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OECD는 우리 학생들이 일반적인 지식은 많이 갖고 있지만 주체적인 사고와 문제해결능력 면에서는 국제적인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우리 교육의 문제점을 객관적인 자료를 통해 분명히 지적하고, 한국 교육이 이러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주시하고 있다. 또한 2003년과 2006년에 시행될 2차, 3차의 평가를 통해 국내 학생의 성취가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지를 지속적으로 관찰해나갈 것이다. 우리 교육이 범재 양산에만 효과적이라는 인식이 국제 사회에 각인되기 전에, 수업과 평가의 변화를 통한 교육의 수월성을 제고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우리 나라 초등학교 어린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지적 능력에 비해 도덕적 행동 능력이나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능력 등이 별로 발달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은 한국교육개발원 이재분 박사 팀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2·4·6학년 1만 5000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발달 수준 연구 결과에서 밝혀졌다. 특히 도덕적 판단력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향상됐으나 실제 행동은 저학년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떨어졌다. 책임과 질서 의식은 2학년생이 4·6학년생보다 오히려 높았다. 학업에 있어서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꾸준형'보다 `벼락공부형'이 많았다. 교과목에 대한 흥미도 저학년 때보다 떨어졌다. 저학년일수록 또래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으나 싸우는 빈도는 고학년으로 갈수록 많았다.
`금연열풍'의 여파로 각 시·도교육청이 학생 흡연 예방대책과 함께 학교 내 절대금연을 잇따라 지시하자 흡연 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서울, 충북, 경남, 경북교육청이 이미 각급 학교를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해 교직원, 방문객의 모든 흡연행위를 금지할 것을 천명했고 부산, 경기교육청도 본청을 절대금연구역으로 지정하거나 각급 학교의 절대금연구역 지정을 권장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 동안 휴게실 등에서 담배를 피던 교사들이 졸지에 교문 밖으로 내몰리거나 죄인 취급을 받게 된 것. 자연 흡연 교사들은 "건강을 위하고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이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성인인 교사들의 흡연권을 지시나 명령으로 박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반박한다. 서울 J여고의 한 교사는 "흡연 구역을 정하고 철저히 지키면서 자율적인 금연을 권장하면 충분한 일"이라며 "흡연 교사를 조사하거나 일방적으로 공문을 내려 금연을 지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U초등교 교감도 "여론몰이로 흡연자를 마치 범법자로 몰고 교사가 학생을 위해 담배 하나 못 끊느냐고 다그치는 일은 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무시하는 일"이라며 "이젠 담배 피려고 학교 후문을 들락거리게 생겼다고 걱정하는 교사가 많다"고 토로했다. 한편 현재 학교를 포함한 공공건물에서의 금연을 추진중인 보건복지부는 공공건물의 적용범위와 금연 수위 등을 제시할 `국민건강증진법시행령'을 연말까지 제정해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의 담당자는 "학교 등을 절대금연구역으로 할지, 별도의 흡연구역을 지정하도록 할지 아직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가 주도로 학업성취도 평가를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국교육개발원이 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컨퍼런스홀에서 연 `한국교육 경쟁력의 현주소와 당면과제' 포럼에서 허형 중앙대 교수는 "국가수준의 교육성취도를 학생의 발달 수준 단계별이나 초중고 등 학교급 별로 주기적으로 평가해 그 결과를 공개하고 그에 따라 교육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국가차원에서 서둘러 시행해야 한다"며 "이것이 바로 한국 학교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확실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초중등교육 경쟁력의 현황과 과제'라는 주제발표에서 "그 동안 몇몇 교육연구기관에서 국가수준의 교육평가연구를 수행하긴 했지만 모두 부분적인 학력고사 수준을 탈피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한번쯤 해보고 치워버리는 일회성의 학력평가 연구에 불과해 국가교육의 개혁이나 국가수준의 교육과정 개정 작업 또는 교수 학습 방법의 개선이나 장학활동에 어떤 의미 있는 시사점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 평가는 9세, 13세, 15세, 18세 별로 실시할 수도 있고 초등교 3학년, 6학년,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3학년 별로 실시할 수 있다"면서 "과목은 국어, 수학, 과학과 공학, 영어만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허 교수는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에서 발간한 `세계 경쟁력 연감'을 인용하면서 우리 교육의 현주소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우리 나라의 교육경쟁력은 49개 나라 가운데 32위로 2000년의 26위보다 6단계나 더 떨어졌으며 GDP대비 교육비 지출은 3.6%로 33위로 나타났다. 또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초등교의 경우 31명(44위)으로 46위를 차지한 남아공(35명)과 비슷한 수준이며, 중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24명으로 42위를 차지했다. 1위 이스라엘(6명)과는 18명 차이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주 늦어진다면 다른 대학원을 찾아 봐야죠." 석사논문을 준비하고있는 이재덕 교사(33·서울교대교육대학원 원우회장)는 요즘 진로문제로 고민 중이다. 교육대학원 졸업 후 박사과정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는 그는 어떤 대학원으로 진학해야 할 지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박사과정 진학을 앞둔 초등교사들이 심한 갈등을 느끼고 있다. 교대에 박사과정을 개설할 수 있는 법령은 마련됐으나 개설 시기를 점칠 수 없기 때문이다. 2000년 11월 28일 고등교육법시행령이 개정(제21조 제2항 '산업대학 및 교육대학에는 전문대학원 또는 특수대학원을 둘 수 있으며…')돼 교육대학도 전문대학원을 둘 수 있게 됐다. 특수대학원으로 분류되는 교육대학원과는 달리 전문대학원은 박사과정을 개설 할 수 있다. 그러나 언제, 어떤 형태의 전문대학원이 개설될 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확정된 교직발전종합방안에서 제안되었던 교원전문대학원 설립안은 검토과제로 분류돼 도입실시가 유보되었다. 교종안에는 '교원전문대학원(가칭)은 2000년 12월에 구성된 교원전문대학원 연구위원회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공청회 등 여론수렴 과정을 거친 후 구체적인 교원양성방안 마련을 검토한다'고 돼 있다. 또 '교육전문박사학위 과정은 교원전문대학원(가칭)에 개설하는 방안과 기존의 교육대학원을 '교육전문대학원(가칭)'으로 개편 또는 신설하는 방안을 동시에 검토하되, 학위의 질적인 수준이 확보될 수 있도록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교육부 이중헌 교원양성과장은 "교원전문대학원에 관한 연구보고서는 이미 완결됐으며 올해 안에 공청회를 통해서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해서 전문박사(Ed.D)를 수여하거나 별개로 전문대학원을 설치하는 방안, 일반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치하는 방안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전문대학원 설치는 순탄할 것 같지 않다. 대학별로 입장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 서울대는 교육전문대학원 설치를 추진했으나 내부 논의과정에서 좌절됐다. 우한용 교무부학장(사범대)은 "일반대학원이 존재하는 데 굳이 전문대학원을 병설할 필요가 있냐"는 반대여론이 우세했다고 밝혔다.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다른 대학들도 교육전문대학원의 설치를 달가워하지 않는 눈치다. 최근에 교육대학원장협의회 포럼에서 강인수 교수(수원대)는 교육대학원을 전문대학원으로 개편하기보다는 여건을 갖춘 교육대학원에 전문박사과정을 설립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나 초등교육계는 어떤 형태로든 교대에 박사과정이 개설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허종렬 교수(서울교대)는 "일반대학원이 설치된 대학들은 전문대학원 설치가 중복사안일 수 있으나 교대의 경우는 필수"라고 강조했다. "박사과정이 개설되면 연구인력이 확보되고, 그만큼 초등교육의 전문성이 신장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에 다니는 한 초등교사는 "일반대학원에는 초등교육을 전공한 교수가 없어서 수업과 논문지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며 교대 박사과정 개설의 필요성을 주장한다. 박사과정 입학을 위한 좁은 문도 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부추기고 있다. 초등교육전공 박사과정은 현재 교원대와 이대에만 개설돼 있다. 교사들은 학비가 저렴한 교원대를 선호하지만 입학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다. 중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박사소지율도 교대박사 개설의 필요성으로 거론된다. 2000년 4월 현재 전체 초등교사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129명이나 중등교원은 1036명이다. 교대 박사과정 개설은 전국 교대의 숙원사업이다. 서울교대는 1985년부터 일반대학원 개설을 추진해왔으나 1995년 교육대학원 설립으로 만족해야했다. 나머지 교대들은 서울교대의 박사과정 개설을 주시하고 있다.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학생수 100명, 학급수 5학급 이하) 교감배치가 다소 호전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초등교는 6학급 이상, 중·고교는 5학급까지 교감정원을 시·도에 배정했으나 올해는 이를 완화해 초등은 도단위 지역의 경우 5학급 일부까지, 중·고교는 종전처럼 5학급까지 교감정원을 배정키로 했다. 교육부는 최근 이같은 소규모학교 교감 TO를 포함한 올 교감정원 8824명을 시·도별로 배정했다. 최근 수년간의 교감정원 배정 추이를 살펴보면, 99년 8350명(초 5490, 중 2860), 2000년 8377명(초 5512, 중 2865), 2001년 8567명(초 5620, 중 2947) 등이다. 올 교감정원이 예년에 비해 늘어난 것은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 교감배치 외에 7·20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른 신설학교 증가 등에 따른 것이다. 소규모학교에 교감배치가 가능하게 된 것은 2000년 12월, 초·중등교육법이 개정돼 교육감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소규모학교에도 교감을 배치할 수 있게 되었다. 행자부나 기획예산처 등 관계부처는 일반 교사정원도 부족한 상황에서 교감 정원을 증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는데 반해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운영상의 어려움과 승진적체 해소를 통한 교원사기진작 등의 이유로 교감정원이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육부 관계자는 "교감 배치기준을 완화해 도지역 소규모 초등학교의 교감배치가 늘어나긴 했으나 아직 만족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 "2003학년도에 5학급 이하 소규모학교 교감배치를 위한 소요정원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역사만큼이나 오랜 교실은 아무리 조심스레 발걸음을 떼어도 삐걱삐걱 불협화음이 울려 퍼지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가을 녘이면 '고엽'이라는 제목의 노래를 풍금에 맞춰 부르곤 했지요. 무척이나 음악을 좋아하시고 합창지도도 열심히 하셨던 담임선생님 덕분에 6학년 수준으로는 분에 넘치는 가곡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졌습니다. 그 날도 '이슬 내린 언덕길에 너와 마주서 설운 이별 서로 나눌 때…'하면서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슬픈 듯한 아련히 옛 추억이 떠올라 코끝이 시큰해질 것 같은 그러한 가사와 멜로디에 취해 우리는 참으로 열심히도 노래를 불렀습니다. 우린 가사만큼이나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채 어엿한 모습으로 성장을 했지요. 참으로 열심히 선생님의 뜻에 부응하며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항상 우리에게 꿈을 갖도록 해 주셨고 풍부한 정서를 갖도록 배려해 주시던 이상득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도록 당신의 삶에서 얻은 진솔한 이야기들을 자주 들려 주셨고 어쩌다 힘이 빠진 우리들을 격려하는데도 결코 인색하지 않으셨습니다. 선생님, 정말 뵙고 싶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아련한 추억이 교단에 신선한 엔실리지로 자리하시길 간절히 희망합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 박 선생과 공 선생은 코를 박고 열중하던 바둑돌을 쓸어 담고 숙직실을 빠져나왔다. 교문을 지나자 언덕길 너머로 부풀어오른 바다는 저녁 노을에 물들어 불그스름하게 빛났다. 언제 보아도 눈이 시리도록 곱고 황홀한 바다였다. 그 오색 찬란한 바다에 둘러싸인 섬 여자중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들은 행복한 표정을 지어야 마땅했다. 그러나 공 선생은 심기가 매우 불편한 얼굴이었다. 입이 석 자나 불거져서 툴툴거렸다. "그것이 말이나 되는 소리냔 말이여? 나 참 기가 막혀서......." 가까운 학부모한테서 귀띔을 받았단다. 학교에 변고가 생긴 것이 모두 공 선생 탓이라고 원망한단다. 공 선생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 때문에 동티가 났다고 수군대더란다. 도대체 이 개명 천지에 꿩 잡아먹고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이냐고, 무지몽매한 섬 학부모들이 생사람 잡게 생겼다고 공 선생은 펄쩍 뛰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공 선생을 힐끗 훔쳐보면서 박 선생은 가만히 입술에 웃음을 머금었다. 물론 박 선생도 공 선생 꿩 구렁이 잡아먹은 일하고 학생들 아픈 일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걸핏하면 용왕님의 진노로 바다에 나간 선원들이 떼죽음을 당하기 일쑤인 섬사람들로서는 매사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그들의 원망을 꼭 미신이라고 가볍게 웃어넘길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것도 멀쩡한 꿩을 잡아먹었더라면 그토록 험한 구설수에 휘말리지는 않았을는지 모른다. 유리창을 빈 허공인 줄로 오인한 장끼가 한껏 매력적인 몸매를 뽐내며 유유히 날다가 그만 와장창, 유리를 박살내며 펑, 복도로 나동그라지자 뒤늦게 나타난 공 선생이 북적거리는 여학생들을 비집고 들어가 아직도 날갯죽지를 실룩거리는 그 훌륭한 술안주감을 슬그머니 들어올렸던 것이다. 그 뒷일은 물어볼 필요조차 없었다.. "선생님, 그 꿩 어찌하셨어요?" 학생들이 궁금해하자. "응, 선생님들하고 볶아먹었지." 공 선생은 씩 웃으며 태연하게 대답했다. 꿩을 볶아먹는 자리에는 박 선생도 한 자리 끼게 되었다. 어쩐지 좀 께름칙하기는 했지만 다들 맛나게 먹는데다가 공 선생이 하도 권해서 억지로 몇 점 먹기는 먹었다. 참새 한 마리만 교실로 날아들어도 함성을 지르는 여학생들이 그 희한한 사건을 그냥 지나칠 리 만무였다. 집에 가자마자 식구들에게 어쩌고저쩌고 쫑알거렸을 것이 분명했다. 아침 햇살에 힘이 뻗쳐 뛰어오르다가 잘못하여 뱃전으로 떨어진 장작만큼 굵은 숭어도 먹으면 재수에 옴 붙는다고 다시 바다로 살려 보내는 섬사람들이 정식으로 총을 쏘아 떨어뜨린 꿩도 아니고 실수로 유리에 부딪혀 떨어진 꿩을 얼씨구나 볶아먹은 공 선생을 곱게 보았을 리 있겠는가.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구렁이까지 말썽이었다. 학교 뒤 언덕에 서 있는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발견한 여학생들이, "선생님, 저기, 저기, 구렁이가......" 쪼르르 교무실로 달려와 숨 넘어가는 소리로 호들갑을 떨자 주섬주섬 노끈을 챙긴 공 선생이 잽싼 걸음으로 현장에 도착하였던 것이다. 공 선생은 한참 동안 작대기로 구렁이 몸뚱이를 여기저기 들쑤신 끝에 나무 밑으로 떨어뜨리는 데에 성공했다. 목에 올가미를 씌워 묶은 다음 잡아당기자 시커먼 먹구렁이는 몸을 비비꼬고 혀를 날름거리며 끌려왔다. 꺄악, 엽기적인 광경에 질린 여학생들이 소름끼치는 비명을 질러대도 공 선생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자루에 넣어서 음침한 곳에 숨겨 두었다가 학생들이 하교하자 공 선생은 숙직실 연탄불에 솥을 걸고 구렁이를 푹 고았다. 기름이 둥둥 떠올랐다. 몸보신에 그만이란마시. 공 선생이 한사코 함께 먹자고 권했지만 박 선생은 소름이 돋아 줄행랑을 놓았다. 그래도 몇몇 선생들은 기어코 밤이 이슥하도록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끝장을 봤다는 후문이었다. 물론 그 소문 역시 학생들 입을 통하여 학부모들에게 전해졌을 터였다. 학부모들이 공 선생의 잇따른 만행에 낯을 찌푸렸을 것은 뻔한 이치였다. 그러던 차에 학교에 괴질이 나돌았으니 공 선생이 입살에 오르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허무맹랑한 미신이라고 섬사람들만 나무랄 일이 아니었다. 그랬다. 그건 참으로 괴상한 질병, '괴질'이었다. 며칠 전, 쉬는 시간에 교무실 문이 드르륵 거칠게 열리며 뛰어든 학생이, "선생님! 순미가 죽어가요!" 째진 목소리로 날카롭게 외쳤다. 순미의 담임을 맡은 처녀 선생이 놀라서 허둥지둥 이층으로 뛰어올라 갔을 때, 이층 복도에서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동작이 연출되고 있었다. 마룻바닥에 주저앉은 순미는 신이 내린 무당처럼 두 팔을 허공으로 치켜올린 채 부들부들 떨면서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은 덜덜 떨리고, 이빨은 덜그럭덜그럭 마주치고, 눈알은 희번득 돌아갔다. 으으으으, 괴성을 터뜨리고 경련을 일으키는 순미를 지켜보며 공포에 질린 여학생 구경꾼들은 엉엉 울었고, 난생 처음 보는 무서운 광경에 놀란 처녀 선생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학생들과 함께 발을 동동 굴리며 울었다.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던 순미는 급기야 넋을 잃고 쓰러졌다가 몇 분 후에 천만다행으로 정신을 되찾았지만, 놀라운 소식은 순식간에 복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달려갔다. 그 소문 때문이었는지 모르지만 그 날 오후가 되자 여기저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스무 명을 넘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교사들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보리를 벨 시기였다. 학교에서는 늘 그래왔듯이 예년과 비슷한 날짜에 교복을 동복에서 하복으로 갈아 입혔다. 그런데 뜻밖에도 기온이 뚝 떨어졌다. 긴소매를 반소매로 갈아입은 연약한 여학생들은 아침저녁으로 읍내에서 뚝 떨어진 학교까지 얇은 옷을 입고 먼 거리를 오가는 탓으로 팔에 소름이 돋고 으슬으슬 한기를 느꼈을 터였다. 콧물이 흐르는 학생도 있고 오한이 드는 학생도 있을 수 있었다. 아프다는 학생이 불어난 것은 다 그런 감기 기운 때문이겠거니 짐작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순미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 다음날에는 첫째 시간부터 몸이 아프다는 학생이 속출했다. 누구는 배가 아프다고 했고, 누구는 머리가 아프다 했다. 더러는 목이 꽉 잠겨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했고, 더러는 손가락이 오그라져서 잘 펴지지 않는다 했다. 누군가는 골치가 깨지도록 지끈거리고, 누군가는 눈알이 빙빙 돌 정도로 어지럽다 했다. 또 누군가는 갑자기 다리에 힘이 쏙 빠진다고 털썩 주저앉아 버렸다. 여중학교에는 양호 교사도 양호실도 없었다. 어지간히 아픈 학생은 뜨끈한 숙직실에 가서 잠시 누워 쉬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런데 기묘한 일은 아프다는 친구를 숙직실까지 부축하여 눕혀 놓고 돌아온 학생이 자기도 어지럽다며 맥없이 복도에 쓰러져 버린 사건이었다. 그 소문이 나돌자 학교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 소란해졌다. 쉬는 시간마다 교무실에는 아프다는 학생들이 꾸역꾸역 몰려들었다. 담임 선생 앞에는 어김없이 서너 명의 학생들이 진을 치고 우는소리를 했다. 박 선생도 학생들과 입씨름을 벌이느라 진땀을 뺐다. "야, 이슬이! 너 방금 내가 수업 들어갔을 때까지도 멀쩡했잖아?" 학생들은 꽉 짜인 학교 생활에 지쳐 있었다. 학생들에게 학교는 늘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한 곳이었다. 더군다나 공부는 '공' 자만 들어도 골치가 아팠다. 아무리 재미있게 가르쳐 주어도 수업 시간은 지루하고 답답하고 갑갑하기 마련이었다. 박 선생은 학생들의 짜증을 덜어줄 요량으로 수업 도중에 우스운 이야기를 곧잘 해주었다. 방금 전 국어 시간에도 이야기 주머니를 끌렀다. 예전에 박 선생이 초등학교 근무할 때의 이야기였다. 한 번은 일학년을 맡았는데 여학생 한 명이 신발을 잃어버렸다. 아무리 찾아 봐도 신발이 보이지 않자 하는 수 없이 박 선생은 그 꼬마숙녀를 집에까지 업어다주기로 작정했다. 아무리 꼬마라지만 숙녀는 숙녀였다. 업혀 가지 않겠노라고 심하게 앙탈을 부렸다. 처음에는 멋모르고 등에 업혔지만 뒤늦게 사태의 진상을 깨달은 꼬마숙녀는 교문을 나설 무렵부터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서 당장 내려놓으라고 보채기 시작했다. 그래도 못 들은 척 계속 업고 달리자 약이 오른 꼬마숙녀는 박 선생의 옆구리를 사정없이 꼬집어 뜯었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박 선생 등짝을 고사리주먹으로 쿵쿵 두들겼다. 그래도 모른 척하자 이번에는 약이 잔뜩 올라 욕설을 퍼부어 댔다. "놔야, 놔, 이 새끼야! 안 놀래?" 세상에! 선생이 제자한테 욕을 얻어먹은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이야기를 듣던 학생들은 꼬마숙녀가 선생 옆구리를 꼬집어 뜯는 장면부터 입이 슬그머니 벌어지다가 욕설을 퍼붓는 장면에서는 깔깔 까르르르 신나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슬이라고 예외가 아니었다. 내숭을 떠느라 입을 살짝 가리고 호호, 점잖게 웃기 시작했지만 나중에는 거의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쿡쿡 웃어댔다. 그렇게 웃던 아이가 뒤돌아서는 길로 금방 또 아프다고 찾아왔으니 박 선생으로서는 어안이 벙벙했다. "너 아까 꼬마숙녀 이야기 들으면서 막 웃고 즐거워했잖아? 네가 나라면 아프다는 말 믿을 수 있겠어?" "맞아요, 아까까지 멀쩡했는데 갑자기 창자가 꼬이는 것처럼 아파요. 교실에 있는 소화제 먹었어도 소용없어요." "다 큰 처녀 배를 만져줄 수도 없고 어쩌겠냐? 병원에라도 가 보아라." 이슬이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고 물러났다. 다음 순서는 경심이었다. 덩치가 크고 볼딱지에 뒤룩뒤룩 군살이 엉겨붙은 경심이는 꼬마 숙녀가 선생에게 욕설을 퍼붓는 대목에서 얼마나 신이 났던지 꺄악, 쇳소리를 지르며 금방 숨이 넘어갈 지경이었는데, 이제는 풀이 폭삭 죽어 울상을 지으며 뭐라고 뭐라고 못 알아들을 소리로 중얼거렸다. "허허,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뛰더라고 이제는 아플 사람이 없어서 너까지 아프단 말이지?" 옛날 소년들은 유난히 방귀를 뽕뽕 갈겨대면서 '방귀 잘 뀌는 사람 신체 건강해'라고 억지를 썼는데, 경심이도 신체가 건강한 탓인지 뽕뽕 방귀를 잘 뀌어댔다. 다른 여학생들은 부끄러워서 설령 방귀가 마렵더라도 참으려고 애쓰거나 살그머니 해결하기 마련이지만 경심이는 전혀 조심하거나 꺼리는 법이 없었다. 선생에게 들리거나 말거나, 친구들이 찡그리거나 말거나 끙, 힘을 주어서 뿌우우웅, 시원스럽게 내갈겨 버리고는 개운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어휴, 냄새." 그럴 때마다 학생들은 코를 쥐고 손사래를 쳤다. "선생님, 경심이 좀 복도로 내보내세요." "니 빤쓰는 다 삭았겄다." 그러면 또 박 선생은 경심이의 무안을 덜어줄 속셈으로 점잖게 달랬다. "나 어렸을 적에는 말야, 방귀 잘 뀌는 사람은 신체 건강하다고 했지." 박 선생은 방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박 선생이 초등학교에 다닐 무렵, 전쟁 끝난 지 얼마 안 되어 나라 살림 집안 살림이 모두 어려웠을 때, 못 먹고 굶주린 아이들은 별의별 것을 다 먹고 온갖 희한한 소리와 냄새가 나는 방귀를 뀌어댔다. "여러분, 삼대 방귀라고 들어봤어요?" "아니요." 학생들은 일제히 합창하듯 외치며 박 선생의 입에서 무슨 이야기가 쏟아질지 벌써부터 호기심이 가득 어린 눈초리로 키들거리기 시작했다. 박 선생은 칠판에 커다랗게 '삼대 방귀'의 명칭을 썼다. --보리 방귀 --무시 방귀 --다마네기 방귀 '보리 방귀'는 보리밥을 먹으면 나오는 방귀였다. 지금이야 흔해 빠진 것이 쌀밥이지만 그 시절에는 쌀밥은커녕 보리밥이라도 끼니를 거르지 않고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집은 잘 사는 축에 들었다. 보리밥을 먹으면 쌀밥보다 방귀가 훨씬 자주 나왔다. 너나없이 보리밥으로 끼니를 때우다 보니 걸핏하면 여기에서 뿡, 저기에서 뿡, 방귀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다. 보리 방귀는 엄청나게 큰 소리에 비하여 냄새는 그리 독하지 않아 견딜 만했다. 우렁찬 방귀 소리가 교실에서 울리면 아이 들은 그것이 보리방귀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다. 물론 범인도 쉽사리 찾아낼 수 있었고. "무 알지요? '무시'는 무의 사투립니다. '여시'는 여우의 사투리고." 곯은 배를 불리고 입도 즐겁게 해 줄 간식거리가 턱없이 모자랐던 소년들은 밭을 지나갈 때면 '무시'를 뽑아 먹는 일이 흔했다. 흙을 털만큼 털고 손톱이나 이빨로 껍질을 도려낸 다음 아그작아그작 베어먹는데 초록빛이 도는 대강이 쪽은 시원 달콤 맛이 괜찮지만 하얀 꼬리 쪽으로 내려갈수록 싱겁고 지리고 매캐했다. 그런다고 꼬리 쪽을 던져버리는 일은 드물었다. 대개는 그것도 아까워서 간당간당 뿌리만 남을 때까지 끝장을 보기 마련이었다. 물론 방귀에서도 어김없이 '무시' 냄새가 났다. '무시' 방귀는 보리 방귀에 비하여 뽀오옹, 소리는 길고 가늘지만 냄새는 훨씬 더 매캐하고 독해서, 이웃 아이들이 비명을 지르면 방귀를 뀐 학생은 얼굴이 빨개져 고개를 푹 수그렸다. "다음은 '다마네기' 방귀인데, 그 시절은 일제 시대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른들이 양파를 일본말로 '다마네기'라고 부르니까 아이들도 '다마네기'라고 한 겁니다. 이게 얼마나 냄새가 지독하던지 코가 썩을 지경이랍니다." 입이 궁금한 아이들은 무처럼 양파도 날로 잘 먹어댔다. 한번 입에 댔다 하면 마지막 속알맹이가 사라질 때까지 매워서 눈물을 질금질금 흘리면서도 결코 손에서 놓는 법이 없었다. '다마네기'를 자주 먹으니 '다마네기 방귀'도 자주 나올 수밖에. '다마네기' 방귀는 '피잇' 소리가 나다 말아서 '피시 방귀'라고도 불렀는데 소리가 거의 없는 대신 맵고 썩은 냄새가 천지를 진동해서 한번 터졌다 하면 원자탄이 터진 것처럼 교실에 난리가 났다. "어떤 새끼가 '다마네기 방구' 뀌었냐?" 매캐하고 썩은 냄새가 교실에 퍼지면 아이들은 저마다 코를 싸매 쥐고 욕설을 퍼부었다. '다마네기' 방귀는 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으므로 범인을 찾아내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방귀 이야기를 마치자 학생들은 배를 쥐고 깔깔거렸지만 오직 방귀를 잘 뀌는 경심이만은 성난 눈초리로 박 선생을 흘겨보았다. 박 선생으로서는 위로한답시고 꺼낸 이야기였지만 경심이로서는 자기를 놀리는 이야기로만 들렸던가 보았다. 이번에도 경심이는 왜 건강한 너마저 아프다고 나서느냐는 힐책에 앙칼진 눈매로 박 선생을 노려보며 더운 눈물을 좌르르 쏟아냈다. "억울해요, 억울하당게요." "억울하긴 뭐가 억울해?" "저라고 아프지 말란 법 있당가요?" "어디가 아픈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잘 모르겠당게라우. 정신이 하나도 없고 몸이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기분이랑게라우." "야, 거 참 부럽구나, 부러워. 비행기 표도 안 끊고 공중에 둥둥 떠다닌다니 얼마나 신통한 일이냐. 너 혹시 공부하기 싫어서 꾀병 부리는 것 아니지?" "그럼 미진이는 왜 왔다요?" 경심이 뒤에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 미진이가 고개를 푹 수그린 채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경심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자 하는 수 없다는 듯 미진이는 죄인처럼 땅바닥을 내려다보며 미적미적 박 선생 앞으로 다가섰다. "너도 아프냐?" "네에, 배하고 머리가......." "허허 참, 잠깐 기다려 봐라." 미진이를 세워 둔 채 박 선생은 평소에 친형처럼 따르는 대선배 공 선생한테 갔다. 바둑도 함께 두고 낚시도 함께 다니고 술도 함께 마시는 터라 언제나 답답한 일이 생기면 박 선생은 허물없고 만만한 공 선생을 찾아갔다. 공 선생 앞에도 역시 세 명의 학생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공 선생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습니까? 어째 좀 수상한 냄새가 나는데요." "선생질 이십 년에 나도 처음일세. 전무후무한 일이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글쎄, 거짓말인 것도 같고, 아주 거짓말은 아닌 것도 같고...... 집단적으로 미리 짜고 벌이는 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한데..... 어디 한 군데가 아픈 것도 아니고, 증상을 종잡을 수 없으니...... 전염병도 아닌 것 같고....... 좀더 두고 보더라고.......나도 지금 요술에 놀아나는 기분이네." "지금 당장 저렇게 아우성들이니 어떡합니까?" "할 수 없지 어쩌겠는가. 꼬치꼬치 따지지 말고 대강 처리해 버리게. 눕고 싶다면 숙직실로 보내고, 병원에 가고 싶다면 조퇴시켜 주게나. 직원회의라도 열어야 할 것 같아." 그때였다. 아까부터 교무실 이곳저곳을 잔뜩 못마땅한 눈으로 흘겨보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발딱 일어나더니 버럭 고함을 질렀다. "요것들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뻔한 꾀병 가지고 엄살을 피워? 조퇴라니, 어림없는 소리 말어. 아직 덜 맞아서 그러지? 꾀병 부리는 놈들한테는 그저 몽둥이 찜질이 최고야. 몽둥이 맞고 싶은 놈들 있으면 이리 나와! 빨리 안 나와? 한 대씩 맞으면 정신이 번쩍 들 거다. 선생님들, 안 되겠어요. 모두 교실로 돌려보내세요. 아파도 책상에 엎드려 있고, 울어도 교실에서 울엇! 지금부터 셋 셀 때까지 교실로 돌아가지 않는 놈은 각오한다. 하나, 둘, 셋!" 그러자 마치 공습 경보라도 울린 듯 학생들이 우르르 달아났다. 학생주임 최 선생은 호랑이 선생으로 악명이 높았다. 무슨 일이든지 일단 트집이 잡혔다 하면 인정사정 없이 조져댔다. 한번 화가 났다 하면 뺨이고 종아리고 남아나지 않는지라 학생들은 복도 끝에 최 선생의 그림자만 얼씬거려도 오금을 펴지 못하고 벌벌 떨 지경이었다. 그 최 선생이 오기가 잔뜩 실린 깐깐한 목소리로 셋을 세고 나자 교무실은 텅 비었다. 학생들은 한 명도 남지 않고 깡그리 교실로 달아나 버렸다. 담임 선생들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최 선생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그렇지, 제깐 놈들이 별 수 있을랍디여? 다 엄살이라니까요. 벗 따라 강남 가더라고 괜히 공부하기 싫으니까 연극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최 선생은 자기의 엄포가 먹혔다고 얼굴 가득 득의의 미소를 띠었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최 선생도 오후에는 꿀 먹은 벙어리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어 최 선생의 으름장 정도는 씨알이 먹히지 않을 지경이었다. 병원에 간 학생이 겁에 질려 주사도 맞기 전에 내뺐다는 소식이 들리더니, 조퇴를 하고 교문을 나선 학생이 길 옆 비탈로 굴러 떨어졌다는 소식도 들어왔다. 여중학교에 원인을 알 수 없는 괴질이 발생했다는 소문이 돌자 학교에서 이 킬로쯤 떨어진 읍내는 벌집을 쑤신 듯 소란해졌다. 그처럼 흉흉한 소문이 읍내를 한 바퀴 도는 데에는 채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기 딸이 정체불명의 질병에 걸렸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몸을 떨면서 학부모들은 일감을 내팽개치고 허둥지둥 학교로 몰려들었다. 어떤 학부모는 택시를 타고 쫓아왔고, 어떤 학부모는 다급한 나머지 지게를 지고 달려오기도 했다. 딸이 아프다면 지게에다 지고 갈 심산인가 보았다. 교무실과 교실은 당황한 학부모들이 미덕아, 영미야, 딸의 이름을 외치며 수선을 피우는 바람에 마치 부상당한 군인들이 쓰러져 신음하는 야전 병원처럼 어지러웠다. 소문을 들은 보건소 직원 역시 헐레벌떡 출동하여 수업 중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실 저 교실 책상과 걸상, 그리고 쓰레기통까지 구석구석 들쑤시고 다녔지만 의심할 만한 증거는 아무 데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그래도 미덥지 않았던지 그는 마스크를 쓰고 약통을 걸머진 다음 교실마다 철커덕 철커덕 쉬익 쉬이익, 크레졸 소독약을 뿌옇게 뿌리고 돌아갔다. 학부모한테서, 교육청에서, 주재 기자한테서 전화가 빗발쳤다. 어찌 된 노릇인가? 도대체 무슨 병인가? 왜 무슨 병인지도 모르는 병이란 말인가? 증세는 어떠한가? 머리가 아프면 머리만 아프고 배가 아프면 배만 아파야지 왜 황당하게 여기도 아팠다 저기도 아팠다 종잡을 수가 없단 말인가? 몇 명이나 아픈가? 우리 딸은 괜찮은가? 아픈지 안 아픈지 모르면 빨리 교실에 가서 확인해 알려주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러나 사태의 진상을 명쾌하게 설명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애꿎은 교감만이 전화통을 붙잡고 예, 예, 그게 아니고, 그렇게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 무슨 병인지 아직 모릅니다, 그게 좀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쩔쩔 맬 따름이었다. 박 선생은, "갈수록 태산이군요. 어째 좀 요상한 냄새가 나지 않습니까?"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여 또 공 선생에게 물어보았지만, "모르겠어, 나도 이런 이상한 일은 처음이라니까."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 따름이었다. 예년보다 기온이 내려가 비교적 쌀쌀하게 느껴지는 날씨에 하복 반소매를 입고 다니다가 감기 증상을 보이는 학생도 몇 명 나올 수는 있었다. 그러나 전교생 600여 명 가운데 100여 명 이상이 조퇴를 한 현상을 감기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노릇이었다. 전염병도 아니었다. 전염병이라면 고열이나 반점, 설사 등 나름대로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야 하는데, 아프다는 학생들에게는 공통된 증상이 없었다. 물론 식중독도 아닌 것 같고, 꾀병도 아니었다. 꾀병이라고 호통을 치던 학생주임 최 선생이 오후 들어 벙어리가 되었다시피 그 괴질의 증상에는 꾀병으로서는 도저히 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엇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심리적인 것일까. 알 수 없는 공포나 두려움이 확산되는 것일까. 그럴 것도 같기는 한데 꼭 집어서 심리적인 것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려웠다. 아리송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으면서도 교사들은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 더 이상 괴질의 원인을 명확하게 끄집어낼 수 없었다. 오후 수업은 군데군데 빈 책상이 수두룩하여 분위기가 엉망으로 흐트러진 가운데 지나갔다. 엄벙덤벙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이 돌아간 다음 교무실에서는 긴급 회의가 열렸다. 급히 교육청에서 파견된 장학사가 입을 떼었다. "이번 괴질에 대해서는 저보다 선생님들께서 더 잘 아실 테니까 그 원인이나 대책에 관하여 좋은 의견들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장학사님! 괴질 괴질 하시는데 그 명칭이 괴상하고 흉측한 느낌이 듭니다. 다른 이름으로 바꾸어 불렀으면 합니다만." "무슨 좋은 이름이 있습니까?" "글쎄요, '원인 미상의 질병'이라든지, '알 수 없는 현상'이라든지......." "저도 괴질이라는 이름이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만 지금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니까 대책 부터 강구해 보도록 하지요." 교사들은 머리를 맞대고 향후 대책을 논의한 결과 급한 대로 몇 가지 결정을 내렸다. --사흘 후에 실시할 예정이었던 농번기 보리 베기 가사 조력을 앞당겨 내일부터 실시한다. 이 사실은 비상 연락망을 통해 부락별로 학생들에게 전달한다. --학급별로 환자 명단을 작성하여 이를 다시 부락별로 분류해서 내일 오전에 교사들이 부락을 나누어 맡아 방문해서 환자 학생들의 경과를 살핀다. --내일 정오에 다시 학교에 모여 추후 대책을 논의한다. 다음 날 아침 박 선생은 망석리 열두 명의 환자 명단을 받아들었다. 거기에는 경심이와 미진이의 이름도 끼여 있었다. 망석리는 삼사십 호가 모여 사는 바닷가 마을이었다. 박 선생이 털털거리는 구닥다리 완행 버스에서 내렸을 때 마을 앞 초록빛 바다는 무수한 물비늘에 휩싸여 눈부시게 반짝이고 있었다. 산비탈에는 노랗게 익은 보리 이삭이 물결치고, 간간이 보리를 베는 농부들도 눈에 띄었다. 어디선가 탈곡기 돌아가는 소리가 왱왱 쏴아 쏴아 정적을 깨뜨렸다. 돌담길을 돌아서자 골목에서 고무줄놀이를 하는 아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기에는 경심이도 끼여 있었다. 경심이는 포대기로 동여맨 아이를 업고 고무줄을 넘다가 박 선생을 발견하자 깜짝 놀라 얼굴이 빨개졌다. "다 나았니?" "예." "언제부터 괜찮았니?" "엊저녁이요." "거 참 요상스럽다, 잉? 어째서 학교에서는 아프다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낫는다냐? 혹시 꾀병 아니다냐?" "아니랑게라우, 선생님. 그때는 정말로 정신없이 아팠당게라우." "허허, 내가 도깨비한테 홀렸는갑다." 경심이도 쑥스러운 웃음을 흘렸다. 등에 아이를 업은 채로 경심이를 앞장세우고 박 선생은 열두 명의 환자 학생 집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그러나 감기 기운으로 몸져누운 한 명을 빼고는 모두 집에 붙어 있지 않았다. 밭에 나가거나 개펄에 나가거나 아니면 마당에서 놀고 있었다. 모두들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말짱한 눈으로 배시시 겸연쩍은 웃음만 흘릴 따름이었다. 밭일을 나간 미진이는 박 선생이 방문했다는 소식을 들었던지 발그레 상기된 얼굴로 씩씩하게 달려왔다. 교복을 벗고 아주머니 옷을 입으니 영락없는 농부 아낙네 형상이었다. "선생님 오셨어요?" "응, 왜 누워 있지 않고 찬바람 쐬고 다니느냐?" "이제는 괜찮아요.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너는 왜 아팠는지 짐작 가는 데라도 있냐?" "모르겠어요." "허허, 거 참, 요상도 하지. 아무튼 다들 나았다니 됐다. 이제 가 볼란다." "안 돼요. 아버지께서 곧 오신다 했어요. 점심 잡숫고 가시라고요. 모처럼 오셨으니 막걸리라도 한 잔 대접하시겠다고 했어요." "고맙지만 지금 바쁘다. 학교에 가서 회의를 해야 하거든. 아버님께는 죄송스럽다고 전해 드려라." "그냥 가시면 안 되는데......" 출장을 나갔던 선생들이 차근차근 돌아왔다. 어느 부락이나 사정은 엇비슷했다. 몇 명을 빼고는 한결같이 멀쩡하더라는 보고였다. 대책회의고 뭐고 머리를 맞댈 필요조차 없어져 버렸다. 무슨 전무후무한 선물이라도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는지 방방 떠서 결전을 앞둔 야전군 사령관처럼 교장실로 교무실로 부산나게 들락거리던 장학사는 교사들이 빈손으로 돌아오자 허탈하고 맥풀린 얼굴로 학교를 떠났다. 별 탈 없이 괴질이 사라졌다니까 안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찜찜한 얼굴이었다. 찜찜하기는 선생들도 마찬가지였다. 다 나았다니까 학생들이 계속 아프다는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만세라도 불러야 옳을 일이었지만 호되게 시달리던 사건치고는 너무나도 뒤끝이 허망하고 감쪽같아서 아이들의 집단 요술에 놀아난 느낌이었다. "내가 뭐랍디여? 그래 봤자 모조리 꾀병 아니랍디여? 그저 몽둥이가 약인디 선생님들이 너무 부드럽게 대해 주니까 이놈들이 어른 상투를 잡고 뒤흔든 거 아닙니까?" 학생주임 최 선생은 화풀이라도 하듯 밥그릇에 난폭하게 수저를 꽂고 소주잔을 쭈욱 들이켰다. 점심을 마치자 선생들은 우르르 숙직실로 몰려가 바둑을 두고 한 쪽에서는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그 일은 그렇게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그러나 학생들의 괴질이 꼬리를 감추자 이번에는 공 선생이 새삼 부아가 치미는지 붉으락푸르락 성깔을 부렸다. 바둑을 끝내고 교문을 빠져 나오자 갑자기 시부렁시부렁 투덜거리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다 끝났다니까 하는 말인데, 나 참 더러워서, 글쎄 학생들 아픈 것이 내 탓이라고 수군거렸다더라니까. 구렁이 잡아먹은 것하고 아이들 아픈 것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복도로 날아든 꿩을 잡아먹어서, 학교 뒷산 소나무로 기어오르던 구렁이를 잡아먹어서 학생들이 아팠다더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이 아프다고 소동을 벌이던 때에는 이렇다 저렇다 변명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느라 마음 고생이 심했던가 보았다. 얼굴이 벌개진 공 선생을 박 선생은 좋은 말로 위로했다. "못 되면 조상 탓이더라고 무슨 말인들 못 할랍디여.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어디 가서 소주나 한 잔 꺾으입시다." "그러세, 잡것! 술이나 실컷 마셔 버려야 분이 풀릴랑가." 바다는 점점 암청색으로 어두워가고 있었다. 그날 밤, 공 선생과 박 선생은 접대부까지 등장한 술집에서 거나하게 한 잔 꺾었다.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공 선생은 취기가 오르자 바락바락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한바탕 태풍이 지나가듯 그렇게 괴질은 원인도 밝혀지기 전에 흐지부지 꼬리를 감추고 말았다. 공 선생의 분노도 잿불 사그라지듯 차츰 희미해졌다. 까마득히 잊고 있던 괴질의 진상이 밝혀진 것은 그로부터 반년쯤 지난 뒤였다. "박 선생, 여기 봤소? 아이들 아픈 것 말이요. 몽둥이가 특효약이라지 않소?" 학생주임 최 선생이 의기양양하게 신문을 디밀었다. "예, 저도 아침에 집에서 봤습니다." 박 선생은 잠자리에서 배를 깔고 신문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박 선생이 근무하는 여중학교에서만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해 봄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열 개가 넘는 학교에서 똑같은 현상이 벌어졌단다. 그것도 거의 여자중학교에서만. 내노라하는 의사, 교육학자, 심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원인을 찾아본 결과 중세 유럽에서도 똑같은 증상이 있었다는 사실을 문헌에서 찾아냈다는 보도였다. 괴질의 명칭은 '집단 전환 반응'. 육체적이라기보다는 심리적인 증상인데 의도적인 꾀병은 아니지만 한 사람이 아프면 다른 사람도 무의식적으로 아프고 싶다는 반응을 일으켜 결국 통증이 집단적으로 옮아가는 현상이란다. 그 문헌에는 치료법도 적혀 있었는데, 환자의 등뒤에서 갑자기 공포탄을 장전한 권총을 발사하거나 몽둥이로 등짝을 세차게 후려치면 깜짝 놀라면서 멀쩡한 정신으로 되돌아온다는 설명이었다. 박 선생은 무릎을 쳤다. 표현을 못해서 그렇지 막연하게나마 그가 짐작했던 바와 거의 일치하는 진단이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아침에 읽어봤다 했는데도 최 선생은 신문을 억지로 떠맡기다시피 들이밀고는 당당하게 자기 자리로 돌아가 버렸다. 아마 자기가 치료법을 적중시킨 것이 자랑스러워서였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봉사 문고리 잡기로 등짝을 몽둥이로 후려치는 처방을 알아맞혔다지만 곰곰 따져보면 최 선생은 도리어 학생들에게 괴질을 유발시키는 원인을 제공한 사람일 수도 있었다. 그랬다. 곰곰 생각해 보면 '집단 전환 반응'뿐만 아니라 학교의 상공에 맴도는 온갖 괴질은 늘 학교라는 제도나 교사들이 학생들을 억압하고 찍어누르기 때문에 일어나는 집단 발작이나 다름없었다. 어찌 보면 학교는 학생들에게 빡빡하고 딱딱하고 팍팍하고 지루하고 갑갑하고 답답한 강제수용소나 다름없었다. 숙제 안 해 온다고 조지고, 깜지 안 썼다고 조지고, 성적 떨어졌다고 조졌다. 늦게 온다고, 떠들었다고, 유리창 깼다고, 싸웠다고, 복장이 불량하다고, 말 안 듣는다고, 삐딱하다고,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걸리기만 하면 꾸중이요 벌이요 매질이니 억울하고 분통 터져서 심사가 뒤틀리고 배배꼬이지 않을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짜증나고 지치고 피곤하고 수고롭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차라리 아파서 덜컥 드러눕고라도 싶지 않은 학생이 몇이나 되겠는가. 그런 까닭으로 한 학교도 아니고 열 학교가 넘게, 제주도에서 강원도까지 방방곡곡에서 연약한 여학생들에게 괴질이 창궐했던 것이 아닌가. 그러니까 온갖 괴질을 예방하자면 학교를 자유와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학문의 전당, 기쁘고 즐거운 삶의 도량, 살 맛 나는 삶의 터전, 아침에 눈만 비비고 일어나면 달려오고 싶은 곳, 다정한 삶의 공동체로 만들어야 바람직할 텐데 과연 그런 학교로 바꿀 비결은 무엇인가. 최 선생이 던지고 간 신문을 저만큼 밀어놓으며 박 선생은 깊은 고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꿔거꺼엉, 다복솔이 우거진 학교 뒷산에서 꿩 울음소리가 골짜기를 들썩거리며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