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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세검색연금 삭감 우려로 급증했던 교원 명예퇴직이 다시 예년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6년 명예퇴직 수요조사 결과 내년 명퇴희망 교원은 전국 5719명으로 집계됐다. 학교급별로는 유치원 107명, 초등 1696명, 중학교 2004명, 고등학교 1902명, 전문직 1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연금 정국이 시작되기 이전인 2013년 5946명, 2012년 5446명이 신청한 것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1만3376명, 올해 1만6575명에 비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수치다. 확정인원이 아닌 사전 수요조사이기 때문에 단순비교는 어렵지만 연금대타협 이후 교원 명퇴 대란이 진정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금 삭감 폭이 당초 우려보다 훨씬 적었고 지난 2년간 퇴직 인원도 많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명퇴 인원이 평소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요조사이긴 하지만 2차례에 걸쳐 실시했고, 시·도교육청에 내년 명예퇴직 예산 반영을 전제로 최대한 정확한 조사를 당부했기 때문에 편차가 생기더라고 10% 내외가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명퇴 수요가 예년 수준으로 감소함에 따라 정부의 신규교원 수급계획에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2016년~2017년 2년간 교원 1만5000명의 명퇴를 수용해 신규교원 채용 여력을 확보하겠다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내놓은 바 있다. 그러나 당장 내년부터 수요가 줄어드는 만큼 정규교원 증원 없이 명퇴에만 기댈 경우 올해보다 선발인원이 줄어들어 되레 신규 임용적체가 악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편, 내년부터는 '전전년도 명퇴 교원 수'로 산정되던 명퇴예산 교부기준이 '사전조사를 통한 당해 연도 실수요를 재정 여건 내에서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정부는 13일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또 시행규칙에 교원 명예퇴직수당과 퇴직수당부담금 명목으로 배분된 교부금이 해당 목적에 쓰이지 않을 경우 이듬해 교부금에서 감액하는 내용의 정산 규정을 신설, 각 시·도교육청이 명퇴예산을 우선 편성토록 하는 방안이 10월중 확정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내년 교부금에 사전수요조사로 파악된 5719명 전원에 대한 명퇴예산을 반영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조사된 명퇴 희망 교원 수가 많지 않아 내년 교부금에 전원 수용할 수 있는 금액을 배정할 계획"이라며 "좀 더 정확한 수요 예측을 위해 내년 초 한차례 더 수요조사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2015 서울 진로 직업 박람회가 ‘가슴 뛰게 하는 나의 꿈 이야기’를 주제로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일원에서 개막했다. 이번 박람회에는 직업흥미 검사관, 진로 상담관, 대학 학과 체험관, 특별 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됐다. 특히 국방부의 육, 해, 공, 특전사 홍보관 등도 마련돼 군인을 직업으로 꿈꾸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사는 17일까지다.
서산 서령고 교내독서토론대회 실시 10월 14일(수) 서령고(교장 김동민)는 1, 2학년을 대상으로 독서토론회를 개최하였다.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찬반 논쟁이란 주제를 놓고 최진규 선생님의 진행으로양측이 팽팽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이번 독서토론을 통해 학생들은 평소 무심하게 생각하던 역사관과 소통의 중요성을 크게 깨달았다. 특히 독서토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교육적 효과 또한 매우 컸다는 평이다. 첫째, 언어소통능력을 기르고, 둘째, 듣기 능력을 촉진시키며, 셋째, 비판적 사고력을 기르게 한다. 넷째, 조직화 능력을 배양하고 다섯째 다양한 가치를 학습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므로 남아수독 오거서의 책을 읽는 것보다 한 번의 독서토론회를 여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설명이다.
10월 14일(수)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 교장실에서 학습플래너 작성 우수학급에 대한 시상식이 있었다. 학년별로 우수학급은 다음과 같다. 1학년 최우수 학급은 3반, 우수학급은 4반과 5반이며 2학년 최우수 학급은 2반, 우수학급으로는 5반, 7반이 선정됐다. 수상한 학급에 축하를 보낸다. 참고로 학습플래너는 공부하는 학생이 스스로의 학습계획을 세우고 그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자기주도적 노트를 말한다.
-북내초, 여주박물관 탐험대 체험 실시 ◯ 북내초등학교(교장 김경순)는 깊어가는 가을을 맞이하여 세종의 얼이 담긴 여주의 문화 유산을 탐방하고 우리 고장여주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시간을 갖았다. 북내초등학교는 학년군별 핵심역략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3-4학년군의 경우 문화적 소양능력을 기르기 위해 다문화교육, 독서교육, 인문교양교육을 중점으로 실시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날 체험은 여주박물관에서 진행하는 여주박물관 탐험대 체험을 응모하여 실시하게 되었다. ◯ 북내초등학교 학생들은 여주 박물관에 도착하여 여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이해하는 시간을 갖았다. 여주박물관에서는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친절한 설명을 해주었다. 1872년에 제작된 여주목지도를 바탕으로 고장에 자리한 문화재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실시한 후, 구석기시대에 사용했던 도구인 찍개를 통해 유구한 고장의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이어 흔암리 선사유적지, 관방유적, 능묘유적 등 다양한 문화유적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설명 이후에는 전통놀이체험 및 여주역사에 대한 퀴즈대회를 통해 소정의 기념품을 받는 시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전통모양 떡살을 이용한 비누만들기 체험, 탁본체험을 통한 우리마을 고달사 부도이해, 마패 도장 찍기 등 학생들의 다양한 참여와 체험을 통해서 여주의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를 도왔다. ◯ 북내초등학교에서는 앞으로도 마을교육공동체와 연계한 박물관과 도서관 등 다양한 체험을 통해 학생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문화적 감수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한다.
서늘한 새벽공기에 깜짝 놀라 눈을 뜨고, 운동장 위로 하늘이 조금씩 높아갑니다. 여행 짐을 싸고 싶고, 시집을 사고 싶고,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그런 계절입니다. 자주 웃고, 자주 고민하고, 더 자주 무엇인가 잊어버리며 강마을의 작은 시골중학교에서 참으로 어여쁜 아이들과 눈을 맞추며 가을을 또 맞이합니다.그는 저에게 서먹한 인사를 나누고 옆자리에 앉아버립니다. 잊음이 잦은 나이가 되고 보니, 곁에 있는 것에 대한 감각이 자꾸만 무디어집니다. 흰 눈 내리는 어느 아침, 지난 계절을 후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늘 온몸으로 가을을 맞이하고 싶습니다. 내 몸의 땀구멍을 열어두고 솜털 하나하나를 세우며 느껴보리라 하고 등교를 하니,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학교 운동장 축구골대에 매달려 있습니다. 어젯밤 혼자서 축구 연습을 하였나 봅니다. 가을운동회 준비를 위해 폭풍 드리볼로 골대를 향해 달렸나 봅니다. 축구골대 줄에 온몸이 얽매어 있는 것을 행정실장님께서 발견하셨습니다. 학생과 선생님 모두 출동하였습니다. 힘들게 매달려 있는 수리부엉이를 가위를 가지고 줄을 끊어서 자유롭게 운동장에 놓아주었습니다. 어리벙벙한 녀석은 날개를 상한 모양인지 날아가지 않고 운동장을 배회합니다. 그러니 까치들이 자기 영역을 침입한 부엉이를 향해 뭐라고 항의를 합니다. 한 시간이 지나도 날아가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다친듯하여 다시 잡아두고 군청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눈썹이 아주 멋진 부엉이에게 반한 학생들은 저희가 키우겠다고 선생님들을 졸라댑니다.“수리부엉이는 천연기념물이다.”“잡아서 키우몬, 벌금이 엄청 나데이. 큰일 난데이.” 군청에서 수리부엉이를 데려가고 난 뒤 내내 섭섭하였습니다. 아이들도 선생님들도 반가운 손님이 그냥 보낸 듯 아쉽습니다. 학교는 다시 조용해졌습니다. 그리스에서는 부엉이를 아테네 여신의 사자로 생각하며 부와 지혜의 상징으로 여깁니다. 고대 아테네에서는 동전에 부엉이를 새겼다고 합니다. 이렇게 아테네 여신이 데리고 다닌 부엉이의 역할은 무엇이었을까요? 많은 이들은 그 근거로 독일 철학자 헤겔의 [법철학] 서문의 말을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아테네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펴기 시작한다.” 부엉이는 야행성 조류입니다. 이 글에서 아테네 여신의 부엉이가 날아다니는 때인 ‘황혼녘’이라는 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황혼은 하루가 끝나가는 시점입니다. 낮 동안 이루어지는 사람들의 왕성한 움직임이 마감되는 시간입니다. 부엉이는 이 때 날아다니며 세상일을 살피는 것입니다. 어디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하루 동안 어떠한 사건이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부엉이의 역할입니다. 이처럼 지혜란 현실을 꼼꼼하게 살필 때 얻어지는 것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테네가 지혜의 여신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부엉이의 역할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혜란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온 감각을 열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바라볼 때 가능한 것입니다. 세상의 날들은 가을로 접어들고, 그 세상을 사는 저의 시절도 가을입니다. 빳빳하고 물기 많은 푸른 잎은 벌써 황금빛 테두리로 앙상하게 벼리고, 안으로 묵혀야 할 것들이 보입니다. 옆자리 선 짙푸른 신갈나무의 꼿꼿한 줄기가 부럽기도 합니다. 그 마음밭 한 자락을 다독이며 ‘미발지중(未發之中)’이란 말을 생각하였습니다. 왕양명의 [전습록]을 읽으며 제 마음에 가을햇살처럼 쏟아진 내용입니다. 유관시와 서애 등 여러 제자들이 양명 선생을 모시고 미발지중(未發之中) 에 대한 질문을 하자, 다음과 같이 답합니다. 양명:그대가 만일 다른 사람이 보든 안 보든 스스로 몸가짐을 삼가고, 듣든 못 듣든 조심한다면 마음은 순수한 천리(天理)가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히 알게 된다. 양명:벙어리는 쓴 오이를먹어도 그 맛을 그대에게 말해 줄 수 없다. 그대가 그 쓴맛을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알고자 한다면 반드시 스스로 오이를 먹어보지 않으면 안된다. 서애: 스스로 오이를 먹어야 알게 되는 그것이 바로 참된 앎이자 그 자체로 실천인 것입니다. 오이맛을 알고 싶으면 오이를 먹어 보아야 합니다. 세상의 어떤 지혜로움도 결국은 그것을 직접 내 몸으로 내 마음으로 느껴야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을 맛을 알려면 그 앞에 내 마음과 몸과 감각을 열고 직접 느껴야할 것입니다. 저도 오이맛을 알기 위해 그저 인사치레가 아닌 온전히 온 마음을 다해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의 가을 속으로 나아가는 날로 살아가겠습니다. 지난 여름 편지를 반쯤 써 두고 부치지 못하였습니다. 계절이 바뀌면 소식 한 자락을 전해 보려합니다만 잘 되지 않았습니다. 이제 강마을에서 가을 소식을 전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가을되시기 바랍니다. 참고 : 낭송 전습록/지은이:왕양명, 풀어 읽은이: 문성환, 북드라망, 2014/ p41∼42 미발지중(未發之中):감정이 아직 발동하지 않는 중의 상태
우리는 무슨 일을 계획하면서 과연 잘 해 낼 것인가라는 두려움을 갖고 살아간다. 학창 시절 높이뛰기나 멀리뛰기를 시도할 때 ‘과연 할 수 있을까’ 라면서 의심한 경우 성공했던 기억이 거의 없다. 자신도 모르게 심리적 한계를 긋고, 그 한계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포츠 선수들은 도전 과제를 앞에 두고 “나는 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자기 주문을 건다고 한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관건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운동선수들은 삶의 한 계단을 더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라 생각할 수 있다. 삶의 여정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다. 정년은 하였지만 지금도 1학년 학생들과 1주일 한 번 만나는 기회를 갖고 이 학생들에게는 내가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여러 인물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특수교육을 하면서 보통 사람들이 만나기 쉽지 않은 분들을 만났다. 몇해 전 돌아가신 강영우 박사와 정유선 교수다. 강영우 박사님은 내가 특수교육을 전공하면서 대구에서 처음 만난 분이다.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많다. 우선 두 사람 모두 장애를 극복하고 놀라운 성취를 이뤄낸 입지전적 인물이시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강 박사님은 시각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미 정부 고위직(백악관 차관보)까지 지낸 한국이 자랑할만한 일을 해냈다. 이러한 업적은 장애가 없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정유선 조지 메이슨대 교수도 뇌성마비 장애인 최초로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로 임용됐다. 그는 대학의 최우수 지도상까지 받아 화제가 됐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기 어려운 장애라는 끈질긴 노력과 성실함도 이들이 공통적으로 보여주는 덕목이다. 고 강영우 박사는 늘 배우고 나누는 삶으로 주변의 귀감이 됐다. 돌아가시기 전 췌장암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그는 책을 쓰는 데 마지막 불꽃을 살랐다. 후세들을 위해 하나라도 더 자신의 경험을 남기고 싶다는 것이었다. ‘보조공학’을 가르치는 정 교수 역시 주 1회 2시간 30분짜리 수업을 위해 일주일을 온전히 바친다니 그 정성이 대단하다. 언어장애가 심한 그는 컴퓨터 음성장치의 도움을 받아 강의를 하는데, 혹 실수라도 있을까 봐 수업 전에 항상 리허설을 한다. 이 지루하고 반복적인 작업을 지난 10여년간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세상을 관조하는 이들의 철학에 숙연해진다. 인생의 교훈을 묻는 질문에 대해 고 강 박사는 “안 좋은 일이 있으면 다음에 더 좋은 일이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살았다”고 답했다. 이분의 자랑은 “내가 시각장애인이라 아들이 세계적인 안과의사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정유선 교수는 “인생엔 직선도로만 있는 게 아니다. 목표를 잃지 않으면 그곳에 도달하는 길은 여러 갈래가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이들은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쉽게 포기할 만한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었다. 강 박사님은 열네 살 때 갑작스러운 실명 후 홀어머니마저 잃고 소년 가장이 됐다. 어린 시절 모든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는 고난의 세월이 계속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희망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자기의 길을 걸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간 정 교수는 언어장애로 영어발음을 할 수 없어 심한 고통을 받았다. 도중에 눈물도 많이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둘 다 뼈를 깎는 노력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그 비결을 “나를 믿고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 말한다. 장애인에게 장애는 있으나 그 의지만큼은 보통 사람들을 넘어선다. 자신이 처한 상황을 극복하고 비장애인과 당당히 겨뤄 일가를 이룬 이들을 보면 과연 장애란 무엇인가 돌아보게 된다. 결국 장애란 스스로 심리적 한계를 긋고 자신과의 싸움을 쉽게 포기해 버리는 행위 그 자체가 아닐까. 내가 오늘도 아이들 앞에 서는 이유는 강박사님에게서 배운 늘 배우고 나누는 삶을 살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 내가 축적하여 온 경험과 내 몸에 지닌 지혜를 전하기 위해서이다. 이같은 가르침은 배움에서 시작한다. 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는가가 중요하다. 그들이 가슴을 열고 "오늘은 무엇을 들려주시겠는가?"라는 질문하는 자세가 아쉬워진다. 날마다 자신과 싸워가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싶다.
강마을은 소만을 지나 여름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군데군데 모내기를 시작하였고, 보리밭은 눈에 띄게 누릇누릇합니다. 아까시 꽃은 절정을 지나고 있고, 오동나무꽃은 끝물인 듯한 꽃이 보입니다. 붉은 개양귀비는 유혹적으로 강가에 피어나고 보랏빛 칼퀴나물꽃은 물감을 뿌린 듯 강둑을 장식합니다. 은사시나무의 떨림은 바람을 부릅니다. 그 바람은 여름바람이고 유혹의 바람이고 뜨거운 바람인가 봅니다. 봄꽃들이 진 자리마다 푸른 열매가 맺혀져 있습니다. 매화나무는 바람결에 덜 여문 푸른 매실을 후두둑 떨어뜨립니다. 너무 많이 열매를 달았던 탓일까요. 나무 아래에는 푸른 매실이 가득 떨어져 있습니다. 열매가 너무 많으면 나무는 안타까운 얼굴로 비고 모자란 열매들을 떨어뜨립니다. ‘후두둑 후두둑’ 생살 찢는 소리를 내면서 어린 열매를 떨어뜨려 남아있는 열매가 더 튼실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줍니다. 무섭도록 정확한 자연의 이치입니다. 씨앗은 식물과 동물 모두에게 중요한 것입니다. 신갈나무는 가을이면 수많은 열매를 대지에 뿌려 자손의 번식을 준비합니다. 수천 개의 도토리는 토끼와 다람쥐와 멧돼지의 먹이가 되고 곤충들의 안식처이자 양식이 될 것입니다. 그 중 몇 개의 도토리는 봄까지 커다란 신갈나무 잎 아래 숨어서 싹을 틔우겠지요. 그러나 어린 도토리 싹에게 자연은 가혹하고 무서운 존재일 것입니다. 보드랍고 여린 잎을 잘라먹는 고라니며 토끼를 만나기도 하고 멧돼지의 무지막지한 발에 밟혀 짓이겨 사라지기도 할 것입니다. 이 모든 역경을 견디면 젊고 푸른 신갈나무로 우뚝 서서 자신의 씨앗을 대지를 향해 보냅니다. 지금 저 산야에 선 푸른 나무 한 그루는 이렇게 낯선 대지에서 살아남은 당당하고 멋진 존재입니다. 그처럼 우리 역시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음은 신갈나무나 은사시나무보다 더 큰 필연적 만남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진실한 믿음의 씨앗은 나라나는 필연적 존재의 탄생시킵니다. 세상은 얼마나 위대한 곳일까요? 이런 필연이 모여서 꿈꾸는 아름답고 향기로운 인연이 꽃피는 곳입니다. 씨앗은 필연적으로 자신에게 DNA를 유전시켜 준 존재를 닮게 되어 있습니다. 자연의 큰 형태를 쪼개어 보면, 그 속에 자기와 닮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된다고 합니다. 부분과 전체가 똑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자기 유사성 개념을 기하학적으로 푼 구조를 프랙털(fractal)이라고 합니다. 프랙털(fractal)은 단순한 구조가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복잡하고 묘한 전체 구조를 만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 용어는 IBM의 Thomas J. Watson 연구센터에 근무했던 프랑스 수학자 만델브로트(Benoit B. Mandelbrot) 박사가 1975년 ‘쪼개다’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프랙투스(frāctus)’에서 따와 처음 만들었다고 합니다. 만델브로트 박사는 저서 THENATUREOFGEOMETRYFRACTAL에서 “영국의 해안선 길이가 얼마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습니다. 리아스식 해안선에는 움푹 들어간 해안선 안에 굴곡진 해안선이 계속되었고, 자의 눈금 크기에 따라 전체 해안선의 길이가 달라졌고 결과적으로 아주 작은 자를 이용하면 해안선의 길이는 무한대로 늘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그는 이처럼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구조를 ‘프랙털’이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이 세상은 겉으로 보기엔 무질서하게 보일지 몰라도 자세히 그리고 마음을 다해 들여다보면 준엄한 우주의 질서가 숨어 있습니다. 고사리와 같은 양치식물, 공작의 깃털, 은하의 신비로운 모습이 모두 프랙털의 구조라고 합니다. 저는 이 프랙털 이론이 인간의 삶에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평균 77세 정도로 본다면 그 사람의 삶은 유년기와 소년기, 청년기를 거쳐 장년기와 노년기에 접어들게 됩니다. 그 사이 우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이 그저 살아가는 삶처럼 보이지만 어김없는 자연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무질서해 보이는 인생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계절의 변화를 보여줍니다. 같은 모양의 반복입니다. 지난 봄 어떤 씨앗을 심었는지는 그 사람의 여름살이와 가을살이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겨울이 되면 권력도 명예도 재력도 자연으로 돌려줄 준비를 하여야 합니다. 긴 인생이라는 구조를 다시 한 해의 짧은 구조로 바꾸어 보면 똑 같은 결과를 보여줍니다. 큰 형태를 쪼개어 보면 그 속에 자기와 닮은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닮은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 되는 것은 한 달과 하루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아침나절을 허둥지둥 보내면 저녁 무렵 허망함이 가슴에 바람을 일으킵니다. 이것이 계속되면 똑같은 모양의 한 달을 만들고, 한 해의 형태를 반복하게 됩니다. 지금이 일 년 중 가장 바쁜 농사철입니다. 소만 무렵 모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한 해 벼농사를 망치게 됩니다. 낮에는 뻐꾸기 울음이 온 들을 수놓고, 밤이면 소쩍새가 피곤한 농부의 귀를 파고듭니다. 저도 산과 들에 풍성히 뿌려진 씨앗들이 제 힘으로 발을 내려 푸른 잎을 피워 올리듯, 바른 믿음과 따뜻한 미소의 씨앗을 마음밭에 뿌려 그 잎을 피워내고 싶습니다. 큰 나무의 모양이 작은 씨앗 속에 숨어 있음을 늘 생각하고, 작은 잘못은 큰 잘못과 닮은 구조로 자라남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강마을 무논에 뻐꾸기 울음이 찰랑찰랑 물장구를 칩니다. 아, 첫여름이 다가오나 봅니다. 어디서 꼬물꼬물 어여쁜 씨앗 하나 빼꼼이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참고 1. 프랙털(fractal): 시사상식사전, 박문각
톨스토이의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은 이렇다. “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닮았고, 불행한 가정은 제 나름대로 불행하다.” 건강하게 사는 일, 공부를 잘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한 것이 아닐까? 잘 되는 것들은 서로 닮은 이유로 잘 된다. 공부에도 기본적으로 바탕이 되는 것이 성실성이다. 이 성실성이야말로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잠재력을 의미하는 ‘공부력’의 핵심 요소다. 성실성을 키우려면 자녀의 작은 실천이나 성취에도 부모가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현실은 다음과 같다. “우리 애는 ‘지금부터 공부할 테니 조용히 해 달라’고 방에 들어가서는 침대에 누워 빈둥대고 있어요. ‘공부한다더니 뭐하느냐’고 하면 넉살 좋게 ‘배운 걸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중’이라며 공부는 앉아서만 하는 게 아니래요. 말은 잘해요. 주변에서는 성격 좋고 친구도 많으니 부럽다는데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하고 할 일은 제대로 안 하는 게 답답해요.” 이것이 바로 공부 안하는 머리 아픈 엄마들의 속 마음이다. 올해 고2가 된 한 어머니는 딸을 가리켜 ‘말로만 전교 1등’이라고 했다. 장래 희망이나 공부 계획은 장황하게 말하지만 정작 실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간단한 학습 검사 결과 A양은 다른 요소에 비해 성실성이 유난히 낮고 스트레스 대처 능력은 상당히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부족한 성실성 때문에 다른 긍정적 성향이 빛을 발하지 못하는 의지박약형이 많다. 이런 유형의 학생은 본인 나름대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스스로도 계획만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부모가 “공부하라”고 계속 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천 가능한 작은 계획부터 성취하는 경험을 쌓도록 해주는 것이다. ‘넌 말만 잘 한다’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것은 금물이다. 작은 실천에 아낌없는 칭찬을 해주는 것이 좋다. 그런가 하면 중학교 2학년인 B군은 부모가 공부 이야기만 꺼내면 짜증을 낸다. B군 어머니는 학교시험 결과를 물었다가 “잔소리 그만하라, “아, 그만 좀 물어 봐, 시험 못 봤어.”라면서 화를 내는 아들이 야속하기만 했다. 성적이 나쁘다고 다그치는 것도 아닌데 화부터 내는 탓에 어떻게 아들에게 말을 걸어야 할지 난감한 적이 많았다. B군의 공부력은 각 요소가 전반적으로 최하 수준이다. 상담에서 B 군은 “부모님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공부를 잘하고 싶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서 성실성까지 낮아진 것이다. 이같은 반항아형은 청소년기에 보편적으로 나타나지만 B군처럼 성실성과 스트레스 대처능력이 동시에 낮으면 계속해서 학습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할 수 있다. 해결책은 우선 부모 자녀 간 관계 회복에서 찾아야 한다. 이런 경우 부모는 자녀의 현재 상태를 인정해주고 기다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에 대한 기대와 그로 인한 불만을 직설적으로 표출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주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아이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좋겠느냐”고 물어보며 대화의 주도권을 줘야 한다. 만약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성격이라면 부모가 먼저 대안을 제시하고 아이가 선택하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올해 고등학교에 진학한 C양은 줄곧 성적 상위권을 유지한 모범생이다. C 양 어머니는 최근 딸이 지나가듯 던진 말에 신경이 쓰였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딸은 “별것 아니다”라며 “다만 고등학생이 되니 공부 부담이 커졌고 아직도 뭘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엄마, 가끔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어요.”고 말했다. 최근 들어 성적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C양은 성실성이 매우 높고 학습자신감도 충분해 공부력이 높은 편이었다. 문제는 C양이 지금까지 부모가 시키는 대로만 착실히 공부를 해왔다는 점이다. 상담 결과 C 양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자기주도학습을 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학습부담이 커지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학생의 학부모는 “우리 애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이런 학생에게 이처럼 부정적인 언어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과거이야기에서 해방이 필요하다. 지금 있는 그대로를 보면서 기다려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시키는 대로 공부하면서 주변 어른들의 칭찬과 기대에 억눌리면 아이에게 스트레스가 쌓이기 쉽다. 따라서 적절한 대화를 통하여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성실성이 높은 아이에게는 학습선택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교육을 받더라도 아이가 스스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이런 학생들은 학습동기만 부여된다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동기를 제공해줄 수 있는 롤 모델이나 멘토가 있으면 더욱 좋다. 아이와 상담을 통하여 누구의 도움을 받기 원하는가를 물어 함께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도 필요하다.
2015년 한국 교육계의 소위 뜨거운 감자인 역사 교과서의 국정제 전환과 검정제 유지 논란이 전자인 국정화로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10월 12일 이와 같은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과 2017학년도부터 적용 등을 골자로 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계획을 교육부 장관 브리핑을 통해서 공식 발표했다. 아울러 교육부는 후속 조치로 이날 '중등학교 교과용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안'을 행정예고했다. 이번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즉 국정 교과서 전환은 ‘역사 전쟁’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할 정도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찬반 논란이 교육계 안팎은 물론 정치권에서 심화되는 가운데 이루어져서 국민적 관심과 이해 관계자들의 찬반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당장, 여당, 보수 교육단체, 보수 역사학계, 보수 역사교육학계와 야당, 진보 교육단체, 진보 역사학계, 진보 역사교육학계가 상호 좌우 이념, 진영으로 갈려서 찬반으로 대립하고 있다. 서로 친북숙주, 친일잔재라고 힐난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인들이 가담하여 극도로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 당장 야당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안을 국회에 제출했고, 각종 진보 교육단체, 진보 역사학회, 진보 역사교육학회 등은 대대벅인 반대 시위와 집회로 맞설 기세이다. 당일 구체적으로 진보 성향 단체의 연대기구인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의 이름으로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국정화 추진 철회를 촉구했다. 반면,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 등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모여 정부의 국정화 결정을 환영하고 “국정화는 국민이 기대하는 국가 정상화를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지 불필요한 갈등을 촉발하는 게 아니다”며 교육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지지했다.물러설 기세가 없이 극 대 극, 강 대 강으로 부딪힐 우려가 없지 않다. 향후 추제는 역사 논쟁이 정쟁으로, 정쟁이 국론분열로 치달을기세다. 국론통일과 국민적 소통의 힘을 국가 발전 한 곳에 오롯이 쏟아도 모자랄 판에 분열과 대립으로 국민적 에너지를 허비하고 있어서 우려되고 있다.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전환은 미래 세대와 현 세대의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하기 위해, ‘역사학(歷史學)’적 관점이 아닌 ‘역사교육(歷史敎育)’적 관점에서 볼 때,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과정을 통해 올바른 역사교육 내용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일부 학자들과 교육자들이 우리 역사를 왜곡하여 학생들의 역사 인식과 정체성 체화(體化)와 정립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우선, 초·중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가 국가․사회적으로 불필요한 이념적 대립과 갈등으로 비화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전제가 반드시 충족돼야 할 것이다. 첫째, 초·중등 한국사 교과서의 집필 기준 및 내용, 방향 등은 전 국민이 납득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공론화 과정을 반드시 거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둘째, 초·중등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 방식으로 추진하더라도, 교과서 집필진은 이념적으로 편협되지 않은 다양한 시각과 사고를 가진 각계 전문가들로 구성하여 교과서의 타당성, 객관성, 신뢰성 등을 담보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부는 과거 교과서 국정화 과정에서 노출된 시행착오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혁신적 방향을 조속히 제시하여 좌우로 이념적・진영적 갈등과 대립을 하는 모든 관련자들을 이해토록 하고 안심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다. 넷째, 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발표를 마무리로 보지 말고 새로운 시작으로 보고 세부적인 면에서 보완하고 보충해야 할 부분을 면밀하게 분석, 파악하여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고 국정화의 학교 현장 안착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초·중등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의 근본적 핵심은 대한민국의 역사를 제대로 정립하여, 전 국민의 올바른 역사관 함양에 있다. 한국 역사, 한국사를 사실대로 불편부당하게 가르치고 배우고 올바르게 인식하도록 하는 데 초점이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 검‧인정이라는 교과서 발행체제의 수단 부분에 지나치게 매몰되어, ‘올바른 역사교육’이라는 교육 문제가 정치적 논쟁 및 학문적 논쟁, 나아가 이념적 대립․갈등으로 확장되고 정치 문제로 비화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이다. 초․중등학교는 역사학의 학문을 하는 곳이 아니라 ‘역사를 올바르게 가르치고 배우는’ 보통교육을 하는 곳으로, 전국의 학생들에게 특정 사관이 아니라 교육적․사회적으로 국민적 합의에 의거한 올바른 역사 인식 함양이 매우 중요하다. 또 현재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의 특수성과 헌법에 규정한 국가 정체성의 존중을 바탕으로, 올바른 한국사 교육 내용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중등 교과서 발행체제의 변화와 병행하여, ‘대한민국 역사 바로 알기 및 바로 세우기 전(全)국민 실천 운동’이 자율적으로 전개돼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국정, 검‧인정이라는 교과서 발행체제에 대한 교육적․사회적 논란의 가중 및 첨예한 대립․갈등을 벗어나, 미래지향적인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도 이제 소모성 갈등과 대립, 상대 진영에 대한 폄훼보다는 우리의 미래와 학생들을 걱정하는 바탕에서 문제 해결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교과서 발행체제보다는 한국사 교육 내용에 대한 국민통합적 공론의 장을 만들고, 정파적 유불리를 떠나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역사교육을 위한 미래지향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사실 역사・한국사 교과서는- 역사・한국사 교육의 기본적 자료이다. 학생들의 역사 학습과 역사 정체성 확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자료이다. 따라서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는 학교에서 교사가 어떻게 가르치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므로 역사 교사연수에 대한 지속적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결국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찬반 논란과 국정화 반대 시위 등이 국론분열과 정쟁(政爭)의 원인이 되고 있고, 최대의 이슈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사교육의 목표인 미래 세대 학생들에게 올바른 국가관·역사관을 심어주기 위해 많은 국민적 관심과 소통이 더욱 요구되고 있다. 다만, 우리는 교육적 사안이 정쟁의 도구화로 인해 정치 쟁점화된 상황에서 국민 통합의 관점에서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정부도 정책으로 제시되 이상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한다는 선언적 밀어붙이기를 지양하고 이념, 진영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포함한 전 국민들이 서로 이해와 수용, 호혜의 정신으로 더불어 함께 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따라서 교육부는 현재 국정화를 도재 부활, 유신 회귀 등으로 단정하고 극단적인 반대 시위를 하는 반대론자들에게 더욱 더 이해와 동참을 호소하는 행정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만고불변한 것은 절대 없다. 따라서 이번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는 영원한 정책 결정이 아니다. 정부의 이번 국정화 전환 발표는 불변의 정책이 아니다. 앞으로 상황 변화에 따라 얼마든지 검정화 전환, 초・중 학교의 국정화와 고교의 검정화 등 이원제, 국・검정 혼용제 등으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역사 교과서 국정화로 인해 이념과 진영으로 편 갈라서 극심한 혼란, 갈등, 대립을 하여 국민적 에너지를 허비하기보다는 국정화의 문제점 등을 분석, 파악하여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학교 현장 안착을 위해 온 민들이 함께 노력하고 바람직한 방향을 집단지성(集團知性)으로 모색, 도출해야 할 때이다. 환언하면 좌우 이념・진영 대립 등 소모성 논쟁을 끝내고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교육‘으로 올바른 역사와 한국사를 야무지게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인 것이다. 이제 역사.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첩첩산중 험로이다. 국정화가 학교 현장에 안착하려면 다양한 후속 조치가 무리없이 뒷따라야 할 것이다. 사족을 달면 분명히 한국사 교과서가 한국 정치의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점은 엄숙한 역사적.국민적 소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념.진영을 바라보기보다는 역사, 국민, 학생들을 바라보고 해답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올드보이스콰이어 제2회 정기연주회 관람기 지난 주 수원청소년문화센터 온누리 아트홀에서 열린 뜻 깊은 음악회를 다녀왔다. 올드보이스콰이어 제2회 정기연주회인데 합창단 구성원들이 모두 남성으로 40대에서부터 70대까지로 모두 30명이다. 지휘자는 송흥섭이다. 프로 합창단이 아니라 아마추어다. 연령 뿐 아니라 직업도 다양하다. 이들이 모여서 연습하고 정기 공연을 갖는 것이다. 요즘 음악회에 모인 청중들 어떻게 모였을까? 초청장 어떻게 받았을까?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모바일 초청장이다. 접수대에 핸드폰으로 받은 초대장 보여주면 지정 좌석표를 준다. 필자도 초청장을 받았는데 이것으로 4명까지 입장할 수 있다. 세상이 모바일 시대에 맞게 이렇게 바뀐 것이다. 올드보이스콰이어는 2013년에 창단되었는데 작년 제1회 정기연주회를 양로원 ‘성화의 집’에서 가졌다. 이들이 음악을 통해서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해 준다. 음악 중에서 합창은 혼자서 할 수 없다. 여럿이 모여서 마음을 합쳐야 한다. 이 세상도 혼자서 사는 것이 아니다.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 팜플렛을 보니 3부로 구성되었다. 주제를 넣었는데 ‘사색과 추억, 그리고 청춘’이다. 오곡백과가 무르익는 가을이니 만큼 자연을 보면서 인생을 생각하고 또 추억에 잠기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3부가 청춘이다. 구성된 곡을 보니 우리 민요다. 강원도 아리랑, 경복궁 타령, 소양강 처녀, 농부가이다. 우리 민요와 청춘을 연결시키려니 자연스럽지가 않다. 그러나 민요와 노동요는 농업을 중히 여기던 우리나라에서 젊었을 때부터 쭉 이어져 온 것이다. 프로그램을 보니 대부분 우리 귀에 익은 곡이다. 그러나 처음 보는 곡도 있다. 바로 사랑하는 마음(임긍수 곡), 감자(이수인 곡), 가족이라는 그 이름(김상우 곡), 엿 사시오(김준범 곡)가 그것. 그러나 음악은 처음부터 귀에 익지 않는다. 여러 번 듣고 가까이 해야만 친해진다. 귀가 후 인터넷 검색으로 익혀야 할 곡들이다. 2부 추억에서는 시간을 20여 년전으로 돌려 놓기에 충분했다. 더욱이 25년 전과 23년 전의 흑백 연주 장면 필름을 스크린에 보여 주니 그 때와 현재와 대비된다. 25년 전 불렀던 바리톤 한규용의 모습과 지금 무대 위에서의 노래가 감동을 더해 준다. 23년 전 히트곡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도 테너 강효승이 애절하게 불러준다. 특별 출연으로 수원시여성실버합창단이 나왔다. 합창단 복장이 화려하다. 단원 개개인은 무지개색 단색이지만 무대가 화려하다. 이 합창단은 송흥섭 지휘자와 함께 제8회 세계 합창 올림픽에서 금상을 수상한 실력이 있다. 그래서 그럴까? 분위기도 어울리고 올드보이스콰이어 정기 연주회 무대가 더욱 빛난다. 또 특별 출연한 바이올리니스트 김정아. 클래식 소품으로 연주한 바이올린 독주곡 엘가의 사랑의 인사,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제5번 등 4곡이 깔끔하기만 하다. 손가락 놀림에 따른 연주 실력이 화려하다. 피아노 반주와 호흡이 척척 맞는다. 연주자 김정아는 대학 교수라는데 키도 크고 무척 앳되어 보인다. 음악의 힘은 얼마나 위대할까? 송흥섭 지휘자는 말한다. 합창단원 중에 한 분이 불행히도 암에 걸려 병상을 지키게 되었는데 위문을 간 송 지휘자가 환자의 건강할 때의 연주 장면을 동영상으로 보여주니 언제 그랬냐는 둥 병마가 씻은 듯이 나았다고 한다. 그 연주자는 지금 테너 파트장이라고 소개하는데 청중들의 격려 박수가 이어진다. 다만 선곡에 있어 아쉬운 점은 1부 김규환 곡의 ‘남촌’은 계절적 감각을 고려했으면 한다. 가을에 봄을 기다리니 어울리지 않는다. 그러나 음악회가 주로 가을에 열리니 일부러 봄노래를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청중과 함께 하는 부르는 곡이 있었으면 한다. 어떤 공연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청중을 잠시 주인공으로 만드는 것이다. 합창단과 청중이 한마음이 되어 노래를 불렀으면 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학생생활규정 제‧개정 작업을 하고 있다. 거의 완성단계라는데 학교 현장의 폭넓은 의견을 들었는지 의문이다. 그 작업에 참여한 학생인권위원회는 20여명으로 구성됐는데 대다수가 진보성향 시민단체, 법조인 등으로 알려졌다. 현장성보다는 편향성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진보성향이라는 것보다는 그들이 학교현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가가 관건이다. 예전에 학생인권토론회에서 모 대학 교수가 ‘여학생들이 치마가 짧은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느냐’는 이야기를 했다. 왜 학교 생활지도가 필요한지 근본적인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다. 몇 년 간만 교실을 떠난 교장, 교감들도 학교현실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는 상황에서 과연 학생인권원위원회 구성원들이 제대로 현실을 파악하고 개정작업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더 큰 문제는 대책을 세웠느냐는 것이다. 가뜩이나 학생인권조례로 학생지도가 어려워졌는데 또 학생생활규정이 적용되면 더 어려워질 게 뻔하다. 과거 학생생활규정 개정은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의견을 반영해 개정하라고 했었다. 그 과정에 학생들의 핸드폰 소지에 대한 규정을 학교마다 마련했다. 대책 없이 개정을 지시한 교육청을 원망하면서 개정작업을 해 이제 핸드폰 문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상‧벌점 제도도 도입됐다. 체벌금지 조치를 내리고 학생인권조례를 만들면서 교육청에서 제시했던 안이다. 그런데 이제는 상‧벌점 제도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교육청이 제시한 방안을 스스로 무시하는 꼴이다. 핸드폰을 소지하도록 하면 앞으로 수업시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또다시 학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교육청은 규정을 만들고 학교는 지키면서 그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현실이다. 대책을 먼저 세우고 실행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순서다. 학교에게만 떠넘길 일이 아니다. 대책이 없다면 학생생활규정을 강제해선 안 된다.
지난달 15일 대입 수시모집 원서 마감 이후 고3 교실이 혼란에 빠져있다. 이달 중순부터 중간고사를 치르지만 2학기 내신이 수시에 반영되지 않아 불과 몇 달전까지도 치열하게 다투던 내신이 미운오리 새끼로 전락했다. 교과서는 이미 EBS 교재에 밀려 자취를 감춘 지 오래고 수시에 필요한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서울권 일부 대학에 국한되다 보니 수능을 포기한 학생들이 수두룩하고 이로 인해 수업 파행이 심각한 상황이다. 수시 전형 방법과 일정이 천차만별이다보니 이달부터 시작된 대학별 논술고사, 적성고사, 면접 등으로 인하여 수능이 가까워 올수록 차분해야할 교실 분위기는 오히려 더 어수선한 상황이다. 일부 대학이 수시 대학별고사를 주중에 치르다보니 학급 내 빈자리가 속출하며 출결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중순을 넘어 수시 합격자 발표까지 나오면 교실 분위기는 더 큰 미궁속에 빠져든다. 수시 합격생, 수시 불합격생, 정시 수능 준비생 등으로 나눠지며 학생들 간에도 미묘한 감정 변화가 뒤섞여 교사들은 합격자의 환호를 추스리고 불합격으로 상심한 학생들을 다독이며 막바지 수능 준비로 예민한 학생들까지 챙겨야 하는 등 애환이 크다. 수능이 끝나면 학사운영은 더 어려워진다. 지원한 전형에 따라 논술, 면접, 적성, 실기 등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여의치 않을 경우 정규 수업 시간에 학원 수강을 허용하기도 한다. 수시에 합격하거나 수능 점수를 기다리는 학생들은 수업 대신 특강, 영화감상, 체육대회 등으로 시간을 때우기도 하지만 특별한 프로그램 없어 방치되는 경우도 있다. 파행적인 학사운영의 원인은 복잡한 대입전형과 우수 학생을 선점하기 위한 대학 간의 과당경쟁에 있다. 수능 중심의 정시와는 달리 다양한 전형 요소와 그에 따른 변수가 존재하는 수시모집이 확대되면서 고3 교실이 비정상적인 혼돈에 빠져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시에 2학기 내신을 반영하거나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여 수능 성적 발표 이후로 미루는 방법, 수능을 예측가능하게 문제은행식 국가기초학력수준 진단평가로 전환하는 방안 등 현실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교육당국은 관행처럼 학사운영 정상화 공문만 내려보내지 말고 병증에 시달리는 고3 교실부터 정확하게 진단하기 바란다. 더 늦으면 통제불능 상태에 빠질지도 모른다.
엊그제가 한글날이었다. 한글은 창제 시기와 창제자, 창제 경위가 소상히 밝혀져 있는 세계 유일의 문자다.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은 훈민정음 해례본(이하 훈민정음)에 한글의 창제 시기와 원리 등을 자세히 담아놓았다. 그래서 국보 제70호로 지정됐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귀하기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도 등재됐다. 한글은 발음기관의 모양을 본떠 만들어졌고, 글자를 발음할 때 일어나는 발음기관의 상호 작용이 그대로 반영된다. 또 한글은 기본 글자 외의 글자들을 기본 글자에서 파생시켜 만들었기 때문에 글자 사이에 유기적인 관련성이 있다. 한글이 과학적이라는 표현은 이와 관련된 것이고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미국 메릴랜드대의 언어학자 로버트 램지 교수는 “한글보다 뛰어난 문자는 없다. 세계를 아우를 수 있는 알파벳”이라고 말했다. 빛나는 유산‧업적, 얼마나 알고 있나 한글 창제는 자주 정신의 실현이다. 그리고 백성을 위한 것으로 민본사상의 실천이다. 자주 각성을 통해 민족 문화 창달의 길을 열고, 백성을 정치적 주체로 보는 민본, 위민, 민생의 철학 정신은 오늘날 정치와 사회 문화 등에서도 거울로 삼을 만하다. 세종대왕은 집현전을 확충해 학자를 키우고 주자소를 설치해 인쇄 문화를 발전시켰다. 기타 역사, 지리, 정치, 경제, 천문, 군사, 농사, 의약, 음악 등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그에 관한 저서를 남기게 해 조선 역사 및 문화생활에 큰 업적을 남겼다. 율곡 선생은 “세종 같은 성인은 전조에는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만년의 복조는 세종에서 처음으로 기초를 마련한 것입니다”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우리는 훈민정음과 세종대왕을 제대로 알고 있는가. 훈민정음은 몇 년 전부터 고교 교과서에서도 읽을 수 없다. 겨우 세종의 ‘서문’과 제자 원리 등만 실려 있지 자세히 배우지 않고 있다. 대학에서도 세종대왕이 이끌었던 문예 부흥과 과학적 업적 등을 체계적으로 공부하는 기회가 드물다. 최근 우리나라는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일반인은 물론이고 중·고등학교 학생과 심지어 초등학생들도 인문학 도서 읽기에 빠져있다. 대형 서점의 인문학 쪽에는 케케묵은 고전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서적들이 천편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다. 서울대는 종합적 판단력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위해 대학생이 읽어야 할 권장도서 100선을 선정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논어, 맹자에 서양 고전이 주를 이루고 있다. 물론 이런 책들이 나쁜 것은 아니지만, 눈을 돌려 볼 필요가 있다. 인문학의 주제로 부흥시키자 ‘훈민정음과 세종학’을 우리 인문학에 담아 봤으면 한다. 훈민정음이 담고 있는 정신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의미가 깊다. 그리고 문자가 만들어진 과학적 원리 등을 통해 우리 문자의 우수성과 민족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 담긴 것처럼 우리 역사에서 누구보다 백성을 사랑한 임금이다. 건국 초기 국경을 튼튼히 해 자주 국방을 도모하는 등 백성이 잘살고 편안히 사는데 힘썼다. 집현전을 보강해 유능한 인재를 널리 구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눈부신 업적을 남겼다. 흔히 인문학이라 하면 문학, 역사, 철학을 말한다. 최근에는 자연과학까지 포함해 영역을 보다 넓게 이해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인간의 지적 욕망은 인간의 본성과도 관련되기 때문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분야에 대한 관심이 인문학 정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글 창제와 세종대왕이 남긴 업적은 우리 민족사에 영원히 빛나는 문화유산으로 인문학의 첫 번째 대상이 될 수 있다. 지금 인문학의 대중화 시대에 ‘훈민정음과 세종학’의 부흥을 일으켜 생활 속에 깊이 스며들게 했으면 한다. 우리가 그 정신을 계승 발전시켜 새로운 전통을 이룩하는 동력으로 삼는다면 지속 가능한 한류 문화의 중심축이 될 수도 있다.
현장 “혼란야기 불법·편향행정” 교총 “이행 강요하면 강력 대응” 충남도교육청이 법상 노조 지위를 상실한 전교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지난달 25일 안내공문과 교섭 내용을 일선학교에 보낸 것과 관련해 학교현장이 혼란에 빠졌다. 지난 7월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에 법상 노조 아닌 단체와 진행 중인 단체교섭, 단체협약 및 이행점검 유보를 요청한 상황에 반하기 때문이다. 관내 교사들은“교육부가 법외노조와의 단협 및 이행점검 유보 요청공문을 보낸 지 두 달이 지난 상황에서 뜬금없이 공문을 보낸 도교육청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전교조 세종충남지부가 단협을 학교에 안내하라고 압박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 지부는 단협 체결일자가 교육부 공문 시행일인 7월 2일보다 하루 앞섰기에 진행 중인 것이 아니라 이미 마쳤으니 안내하라고 거듭 촉구했다”며 “교육청이 이를 거부하자 8월부터 청사에서 피켓시위를 벌이고 9월 1일부터 20일까지 주차장에서 천막농성을 벌여 백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지철 교육감은 대화로 풀려고 했으나 끝내 실패하고 안내공문을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학교현장에선 이를 불신하는 분위기다. 도내 한 초등교장은 “대화가 안 되면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았어야지 교육감이 되레 불법에 가담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충남교총도 ‘불법 편향행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도내 곳곳에 반대성명을 담은 현수막을 거는 등 강력 대응에 나섰다. 충남교총은 “법을 존중해 교육행정을 펼쳐야 하는 교육청이 법을 무시하고 특정 법외 교원노조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편향되고 부당한 행정”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도교육청이 단협 체결일자가 교육부 공문 시행일 하루 전임을 내세운 것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충남교총은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 효력이 회복된 것은 교육부 공문 시행일인 7월 2일이 아니라 대법원 결정인 6월 2일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므로 도교육청은 법외노조와 교원노조법상 인정되지 않는 단협을 체결한 것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또 “도교육청이 단체협약서를 공문과 함께 관내 각급학교에 2개월이나 지난 시점에 안내한 것이기 때문에 도교육청의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며, 설사 교육부 공문을 받기 이전에 법리적 내용을 오인해 교섭을 체결했다 하더라도 안내공문은 교육부의 공문에 따라 보내지 말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은 “교육부가 단협 이행점검 유보만 명시했을 뿐 안내까지 유보하란 내용이 없었기에 괜찮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 해석이 맞는지 여부에 대해 교육부는 조만간 판단을 내릴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충남교육청 문제는 아직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으며, 안내공문 여부에 대한 부분도 이르면 다음 주 쯤 결론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교총은 “향후 단협 이행점검을 강요할 경우 더욱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5년 10월 12일(월),서산청년회의소(회장 한영환) 회원들이 서산 서령고(교장 김동민)를 방문, 장학금 200만원을 전달했다. JCI Korea는 사회봉사단체로 해마다 각 학교의 모범 학생을 선발하여 장학금을 제공하고 있다. 한영환 회장은 장학금을 전달한 뒤 인사말에서 “밝고 희망찬 내일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부단히 노력하고 준비하는 자세로 열심히 학업에 매진해야한다.”며 “서령고 여러분들이 있어 우리나라의 미래가 밝고 또한 서산의 자랑이다.”고 격려했다.
같은 드라마를 세 번이나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건 처음이다. 8년에 걸쳐 방송되다보니 그런 일이 생겼다.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가 그 주인공이다. 이미 “리얼한, 너무 리얼한 ‘막돼먹은 영애씨’”(전북매일신문, 2011.3.16)와 “시즌11의 기념비적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한교닷컴, 2013.4.10)를 통해 만났지만, 2년 6개월 만에 다시 쓰게 되었다. 그렇다. 2007년 4월 20일 전파를 타기 시작한 tvN의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4까지 방송된 최장수 시즌제 드라마다. 14를 끝내면서 시즌 15도 예고한 바 있다. 그만큼 제작진의 자신감을 읽을 수 있다. 높은 시청률 덕분이다. 2015년 8월 10일 시작, 10월 5일 제17화로 막을 내린 시즌 14 역시 예외가 아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3.4%로 알려졌다. 보통 1%대만 되어도 대박으로 간주되는 케이블방송인 점을 감안하면 그 수치는 왕대박이다. 평균 시청률 역시 3% 안팎이라니 15편 예고는 당연한 수순이라해도 과히 틀리지 않을 성싶다. 세계일보⋅한국일보⋅한겨레⋅스포츠서울 등 신문 보도 역시 지상파 여느 드라마보다 많은 편이다. 세계일보(2015.8.10)에 따르면 ‘막돼먹은 영애씨’는 시즌 13까지 237회를 방송했다. 전체 방송시간은 1만 1850분이다. 타이틀 롤인 김현숙과 윤서현(윤서현 과장)⋅정지순(정지순 대리)⋅송민형(영애 아빠)⋅김정하(영애 엄마) 등이 8년째 같은 드라마에 출연한 것도 기록이다. 영애와 그녀 부모는 그렇다쳐도 윤서현과 정지순의 8년 무결석 출연은 좀 놀랍다. 윤서현은 아내 ‘도라이’(변지원)가 배제된 ‘살아남음’이다. 정지순은 솔로인데도 건재하다. 이번 14에선 결혼까지 하여 그 ‘위세’를 과시한 바 있다. 8년이나 방송하다보니 생겨난 진기록이라 할만하다. ‘막돼먹은 영애씨14’는 방송시간에 변화를 주었다. 주 1회 방송이던 걸 월화드라마처럼 2회로 편성한 것. 내용면에서도 달라졌다. 영애가 ‘이영애 디자인’을 창업한 사장님으로 변신해서다. 시즌 12에서 ‘아름다운 사람들’ 사장의 귀농으로 인해 ‘낙원종합인쇄사’로 직장을 옮긴지 두 시즌 만의 획기적인 변화다. 등장인물에선 걸그룹 레인보우 조현영의 제법 어색하지 않은 연기가 돋보인다. 직원들 월급 때문 알바하는 등 애로를 겪지만, 일단 영애의 사장노릇은 성공의 기미를 심어준 채 끝났다. 그 와중에 승준(이승준)과 산호(김산호)의 영애 쟁탈전이 펼쳐진다. 이를테면 영애를 두고 벌이는 삼각관계인 셈이다. 소름끼치게 말 안 되는 반전이다. 좀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다. 리얼한, 너무 리얼한 영애씨가 어느새 판타지가 되었나 하는 의구심이 생겨나서다. 현실적으로 38세 노처녀인데다가 뚱뚱하고 못생긴 영애가 조덕배까지 가세한 사각관계의 여주인공으로 우뚝 서다니, 그야말로 길 가던 소가 웃을 일 아닌가? 승준의 이별 통보 등 그 방식도 꽤 식상하거나 기시감을 줘 거역스럽다. 지지리 궁상이 이 드라마의 상징처럼 되었지만, 서민의 현실을 과장하거나 극대화하려 한 ‘오류’도 발견된다. 예컨대 7화(8.31방송)에서 라과장(라미란)은 맞벌이 부부인데 각종 독촉장 고지서가 그렇게 쌓일 수 있나. 아이들 학원비가 두 달치나 밀리고, 11화(9.14 방송)에서처럼 2천만 원이 큰 돈이라며 윤과장을 그렇듯 부자인데 속였다며 내몰 수 있나? 비현실성은 또 있다. 가령 11화(9.15방송)에서 정지순의 두식(박두식) 괴롭히기가 그것이다. 이미 낙원종합인쇄사를 그만 두었는데, 이 각박한 현대에 그게 가능한 일일까. 제14화(9.22방송)에선 추석 전 날 영애와 산호가 자가용으로 지방 내려가는데, 고속도로 지⋅정체 장면이나 대사조차 전혀 없다. 리얼한, 너무 리얼한 ‘막돼먹은 영애씨’와 거리가 먼 모습이다.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 83년 하반기 대한민국은 이 주제가로 날밤을 새우며 눈물바다가 됐다. 내가 이 방송을 보면서 눈물을 흘린지도 벌써 3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KBS가 한국전쟁 33주년과 휴전협정 30주년을 맞아 기획한 대형 생방송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인간 드라마를 쓰면서 한민족의 분단 비극을 전 세계에 알렸다. 83년 6월 30일 밤 10시15분부터 11월 14일 새벽 4시까지 138일간 총 453시간45분 동안 생방송한 비디오 녹화원본 테이프가 463개에 이르고, 담당 제작진의 업무수첩과 이산가족이 작성한 신청서, 사진 등 2만522건이 5개월여 대장정의 기록으로 남았다. 냉전체제를 60여 년 안고 가는 한반도의 아픔을 생생하게 드러낸 ‘KBS 특별생방송 이산가족을 찾습니다’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됐다. 국가를 초월해 세계사를 이해하는 데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이 중요한 기록물로 평가받았다. 유네스코는 이 생방송이 전쟁과 분단의 참상을 전 세계에 고발하고 인권과 보편적 인류애를 고취시킨 생생한 기록물임을 평가했다. 그런가 하면 한국국학진흥원에서 보존·관리하고 있는 책판은 305개 문중에서 기탁한 718종 6만4226장이다. 국가 주도로 제작돼 종교적인 목적을 담은 팔만대장경과 달리 각 지역 지식인들이 참여해 ‘공론’으로 출간 여부를 결정한 자발적 과정이 특징이다. 책판 제작의 과정과 비용 등을 자체 부담해 일종의 ‘집단 지성’을 형성한 뒤 500년 이상을 유일본으로 지속한 예도 세계사에서 희귀하다. 유네스코는 유교책판이 인쇄매체의 기능을 넘어 선현의 학문을 보관·전승하며, 지식인 계층의 공론을 주도한 점에 가치를 두었다. 함께 등재된 ‘한국의 유교책판’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의 저작물을 간행하기 위해 판각한 목판이다. 선후배와 지역 지식인 집단이 책을 통해 소통하는 공동체 출판 형태의 독특함을 인정받았다. 이로써 한국은 1997년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을 처음 세계기록유산에 올린 뒤 18년 만에 모두 13건의 기록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이같은 세계가 인정한 우리 문화 우산을 잘 활용하고 교육에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일이 우리에게 남아있다.
오늘은 한글날이다. 한글을 통하여 한국인은 문맹이 없는 국가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러나 문맹을 벗어났다고 해서 자만할 것은 아니요 한글을 통하여 국민의 지적인 수준을 향상시켜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그러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바로 독서하는 것이다. 지금은 계절적으로 덥지도 춥지도 않아 책 읽기에 딱 좋은 계절이다. 그런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좋은 시설을 갖춘 도서관에 가 보면 거의 텅 비어있는모습이 안타깝다. 어느 곳 무엇인가가 우리는 부르는 소리가 많아서 그 무엇에 홀려 있기에 도서관은 멀리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의 생각이 무엇으로 가득 차있는가를 알기가 쉽지않다. 이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니 책도 팔리지 않아 출판사들이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어제 만난 시인 용혜원씨는 "항상 하는 말만 반복하니 싫어한다면서 책좀 읽으라."고 권고하고 있다. 책도 영화도 보면 우리의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이미 영화 '광해'를 통하여상당히 알고 있는 인물광해군은 임금이 되면 어떻게 백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옳은 것인지를 이미 경험하였다. 그는 임진왜란으로 선조와 광해군으로 조정을 둘로 나눠 국사를 처리를 한 것이었다. 전쟁 중에 나라를 구하기 위해 백성들과 힘을 합쳐서 일하던 것과 전쟁이 끝나고 양반·사대부들이 둘러싼 조정에서 그들의 말만 듣고 정사를 돌본다는 것이 얼마나 현실성이 없는 것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는 가끔 미복잠행을 통해 백성들의 현실을 직접 보고 들었다. 이를 보니 백성들의 현실과 중신들의 입을 통해 간접으로 듣는 백성들의 삶은 너무나도 딴판이었다. 그는 도대체 중신들을 믿고 정치를 할 수 없었다. 그때 광해임금이 의지할 수 있는 중신이 딱 한사람 나타났다. 바로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이다. 본시 글재주가 있고 또 아버지도 조정에서 든든한 배경을 이루고 있던 허균은 28살에 문과중시에 장원급제함으로써 그 장래는 떼어놓은 당상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는 외직으로 삼척부사를 지냈고 안으로는 형조판서와 의정부 참판을 지냈다. 원래 불교와 유교에 대해서 일가를 이루었던 그는 1610년에는 중국 북경에 갔다가 천주교에 접함으로써 그의 일생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는 천주교까지 이해하게 되면서부터 그의 눈길은 아래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서자 출신이며 명문장이던 이달에게 글을 배웠던 탓으로 스스로를 서민으로 자처하던 그는 중국의 소설중에 특히 수호지를 탐독했고 자기도 그런 글을 써보기로 결심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허균은 1610년(광해군 2년) 10월 전시의 대독관의 한 사람이 되어 과거 답안지를 채점하면서 자신의 조카와 조카사위를 합격시켰다는 혐의로 사헌부에서 탄핵 당했다. 그러나 허균을 사랑하던 광해임금은 허균이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었기에, 탄핵에 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11월 내내 사헌부와 사간원에서 수십 차례 탄핵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허균은 42일간 의금부에 갇혀 지낸 뒤 그해 12월 전라북도 익산군 함열로 유배길에 올랐다. 그러나 허균은 자신이 유배를 살던 시간을 헛되이 쓰지 않고, 학동들을 데려다 가르치는 한편, 글을 써서 1611년(광해군 3년) 문집 ‘성소부부고’ 64권을 엮었고 1612년에는 최초의 한글 소설 ‘홍길동전’을 저술했다. 그가 ‘홍길동전’을 저술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서출의 몸으로 왕이 된 광해임금의 즉위의 타당성을 주장하기 위한 것이다. 서출이라도 능력이 있는 자는 얼마든지 그에 부합하는 자리에 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비단 왕뿐만 아니라 일반 백성에게도 당연히 해당된다는 것을 서출이라는 홍길동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보는 견해이다. 즉 신분은 아무 쓸모도 없는 하나의 껍데기일 뿐 정말로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됨됨이와 능력이라는 것을 주장한 것이다. 이같은 생각은 그 당시로서는 상상도 못할 주장을 담은 것이다. 양반·사대부들이 자신의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이 없어서 행여 누군가가 자신의 영역을 넘볼까 두려운 터에 자기 스스로 양반이면서 그런 발상을 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허균이 그런 사상을 갖게 된 데는 그가 지닌 창작에 대한 열정과 사상이 그를 자유롭게 한 점도 있지만 그 이전에 아버지 허엽의 영향도 크다. 초당은 강릉군수 시절에 백성들이 농사를 지어 팔던 콩이 당시에는 쌀에 비해 너무 싼 값에 팔리는 것을 안타까워한 나머지, 초당 맑은 물로 두부를 만들어 팔게 함으로써 백성들의 수입을 증진시키는 데 앞장선 사람이다. 그런데 백성을 위해 두부를 만들어 팔게 한 행위가 도리어 지방 수령이 장사를 했다는 누명으로 뒤바뀌어 초당은 파직을 당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허엽은 자신의 호를 초당이라고 할 정도로 백성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면서 ‘초당두부’ 판매를 위해 노력한 관리였다. 어려서부터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보니 허균의 백성 사랑도 유별나고 자유로웠다. 당시의 조정이 오로지 유학을 받드는 것을 잘 알면서도 자유롭게 절에 드나들며 참선을 하면서 자신의 정신자세를 새롭게 가다듬기도 하였다. 인간 됨됨이가 된 사람이라고 판단하면 천민이든 서자든지 주변 눈치에 상관하지 않고 교분을 맺고 친하게 지내면서 학문과 인생살이를 논하곤 했다. 그런 허균이기에 주변의 양반‧사대부들이 곱게 볼 리가 없었다. 자신들이 점유하고 있는 신분이라는 틀에 누군가가 더 들어오는 것을 금기로 여기던 시대에 용납될 수 없던 행동거지였다. 임진왜란 때 승병들이 목숨을 걸고 왜적을 물리친 것은 공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양반들이 아닌가. 나라가 위험할 때 백성들이나 승병, 의병이 나서서 나라를 구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전란이 끝난 뒤에는 각자 자신들이 맡은 일을 해서 양반·사대부들이 존재하게 하는 것을 나라를 존재하게 하는 것이라는 묘한 논리를 가졌던 지배층이었다. 백성들은 단지 나라와 양반·사대부들을 위한 도구였던 셈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입으로는 백성들과 나라를 위해서라고 했지만, 실제는 자신들의 붕당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기득권에 손해가 되는지를 먼저 따졌던 그들이다. 그런 양반들에게 허균의 백성 사랑 사상이 눈에 가시처럼 보일 수밖에 없었을 터다. 그러나 광해가 보는 허균은 달랐다. 특히 허균이 자신이 어떤 일을 당할지 빤히 알면서도 ‘홍길동전’을 써서 발표한 것을 보고 광해는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홍길동이 서자임에도 영웅으로 묘사했다. 광해 자신이 서자인 까닭에 양반·사대부들이 드러내 놓고 비판을 하지 못하지만 서자를 영웅으로 묘사해 신분차별이 없는 새로운 왕국을 세운 이야기를 쓴다는 자체만으로 자칫 잘못하면 역모를 꿈꾸는 사람으로 몰릴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럼에도 허균은 유배지에서 ‘홍길동전’을 썼다. 이처럼 허균이 관리의 몸으로서 글을 즐겨 쓸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누님인 허난설헌의 영향이 있었으리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신동의 칭송을 듣던 누님이 평소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던 모습을 보면서 허균도 책을 가까이 하는 것을 생활화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남의 어른이 된 사람은 자신을 위하는 길이기도 하지만 뒤따라오는 아우나 자손에게 귀감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이 좋은 계절에 책을 들어야 한다는 점을 579돌 한글날을 맞이하여 이 아침에 생각해 본다.
요즘은 남도해양관광열차, 정선아리랑열차, 서해금빛열차, 평화열차 등 여행용 관광열차가 많다. 경북 봉화에는 분천역에서 철암역을 왕복 운행하는 백두대간 협곡열차가 있다. 10월 6일,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이V트레인을 타기위해 산림휴양도시 봉화에 다녀왔다. 아침 7시 청주시 용암동 집 옆에서 출발한 관광버스가 중간에 몇 번 정차하며 회원들을 태우고 봉화로 향한다. 행복은 그냥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어려움이 많았지만 회원들의 행복을 위해 협곡열차 산행을 추진했다는 달콤 회장님의 인사를 들으며 내 좌우명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맛있다’는 말을 되새긴다. 중부고속도로와 평택제천고속도로를 거쳐 중앙고속도로 단양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달려온 관광버스가 ‘대한민국 산림휴양도시 봉화’ 상징탑과 소천면 소재지를 지나 10시 25분경 36번 국도변의 배나드리재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짐을 꾸리고 아스팔트길을 걸으면 오른편으로 맑은 물이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 상류의 물줄기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예전에 배가 드나들었던 이곳 배나드리의 물가에 고향에 대한 추억과 신재생에너지 체험학습이 어우러진 관광농원 봉화황토테마파크가 있다. 어떤 일이든 공짜가 없다. 이정표를 못 찾아 헤맸지만 그 바람에 옛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는 시골집을 구경했다. 산촌은 계절도 빨리 찾아오는지 마당에서 겨울옷을 입은 할머니를 만났다. 자식들과 떨어져 홀로 계시니 옆구리가 더 시릴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울진봉화간 도로 공사가 시작되는 현장에서 왼쪽의 아랫마을 쪽으로 내려서면 외씨버선길8코스인 보부상길과 연결된다. 어수선한 초입과 달리 마을 뒤편으로 비교적 평탄한 산길이 이어져 산행을 하며 가을을 만끽하기 좋다. 곧은재를 왜 보부상들이 가장 힘들게 넘던 고개라고 하는지는 반대편의 언덕길을 내려다봐야 안다. 곧게 서있는 고갯길이 아래 세상과 위 세상, 지나온 세상과 가야 할 세상을 구분하는 모습도 이채롭다. 곧은재를 내려서면 낙동강 물줄기가 만든 멋진 풍경이 반긴다. 분천교를 건너 12시경 낙동정맥 트레일 봉화구간 숲길 안내센터에 도착했다. 높은 하늘이 감성을 간질이는 가을날 자연과 함께하니 저절로 행복하다. 이곳의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운영진이 정성껏 준비한 비빔밥을 맛있게 먹었다. 분천역은 산골짜기에 위치한 작은 역이다. 점심을 먹고 역사 앞에 있는 마을을 둘러봤다. 지역의 특산품을 구입하고 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먹거리장터를 지나 벽화가 그려진 골목으로 들어서면 옛 모습을 간직한 풍경이 고향마을처럼 친근하다. 카메라를 들고 담 안을 기웃거리는 이방인에게 먼저 말을 걸어올 만큼 인심도 살아있다. 분천역은 일명 V트레인으로 불리는 협곡열차의 시발역으로 시골역의 한적함과 여유로움이 운치를 더한다. 스위스의 체르마트역과 자매결연을 맺고 사철 훈훈함이 느껴지는 산타마을로 탈바꿈하며 오가는 관광객이 많아졌다. 곳곳이 촬영명소라 추억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의 표정도 밝다. 새마을운동을 하며 심었던 느티나무 아래 커피 한 잔과 어울릴만한 벤치가 있다. 규모가 작은 역사에 들어서면 교실이나 카페 같은 분위기가 느껴진다. 역사의 모퉁이에 한국과 스위스 수교 50주년을 맞아 분천역과 체르마트역이 자매결연을 맺은 기념물과 소원우체통이 있다. 호랑이를 닮은 백두대간협곡열차 V트레인과 다람쥐를 닮은 내륙순환열차 O트레인이 지나는 역이라 소나무 그늘에 편안히 앉아 있는 호랑이 모형도 만난다. 협곡을 사이에 두고 달리는 열차... 모처럼 산행에 따라나선 아내와 함께 열차를 탄다는 상상만으로도 행복이 넘친다. V트레인의 좌석은 한쪽은 나란히 앉아 마주보고, 한쪽은 나란히 앉아 차창 밖 풍경을 바라보는 구조다. 2시에 분천역을 출발한 V트레인이 “철커덕” 소리를 내며 천천히 달리자 길게 이어진 계곡이 물길을 따라가며 만든 풍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유리창의 윗부분이 열려있어 자연바람을 그대로 맞이하고 터널을 지날 때는 어둠을 이용해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매력이다. 비동임시승강장에서 양원역까지 2.2㎞ 구간이 트레킹 하는 사람들이 최고의 명승지로 꼽는 체르마트길이다. 체르마트길의 끝에서 주민들이 직접 흙을 지고 날라 역사를 세울 수밖에 없었던 애환과 천원짜리 막걸리와 천원짜리 돼지껍데기안주로 유명해진 양원역을 만난다. 기차가 정차하는 시간은 딱 10분, 이 시간에 여러 곳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막걸리를 마시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양원역에서 승부역까지 6.5km 거리의 트레킹 구간이 낙동강 세평비경길이다. 날씨가 궂은 가을날 아내와 승부역에서 분천역까지 물가를 걸었던 추억을 떠올렸다. 기차에서 내리면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가 돌에 새겨져 있다. 사실 세 평이냐 네 평이냐 보다 1960년대 승부역에 근무했던 역무원이 짧은 글로 작은 역사의 옛 모습을 다 담았다는데 의미가 있다. 사실 사람 사는 일에 글 솜씨가 뭐 그리 중요한가. 이렇게 사랑의 날개를 펼치면 누구나 시인이다. 기차여행은 잊지 못할 여운을 남긴다. 그래서 기차가 떠난 자리에는 늘 작은 간이역만 덩그러니 남아있다. 가을꽃에 향기가 없으면 어떤가. 10월의 아름다운 풍광에 행복을 덧칠할 수 있는 눈과 다른 사람의 행복을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가슴이 있는데... 승부역을 출발한 열차가 석포역까지 제법 긴 거리를 달린다. 석포역은 경북의 마지막 역으로 인근의 영풍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 아연 등을 수송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강원도의 관문으로 여객열차가 정차하지 않는 동점역을 지나 3시 5분경 역사 가까이에 탄광역사촌이 있는 철암역에 도착한다. 마음을 열면 주변 사람이 다 행복하다. 운행담당 최여사님은 갈 길이 바쁜데도 철암단풍군락지에서 자유 시간을 주며 단풍은 무리지어 있을 때 빛난다는 것을 알려준다. 태백을 지난 관광버스가 38번 국도 동강휴게소에 들르며 부지런히 청주로 향한다. 8시 20분경 용암동 최종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청주행복산악회원들의 행복 찾기가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