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년간 계속 1학년을 맡다가 올해는 3학년을 맡았다. 말을 어찌나 잘 알아듣고 시키는 대로 척척 하는지 신통방통 그 자체다. 2년 전 가르치고 또 만난 제자가 4명이다. 모두 의젓하게 변했다. 몇 년 전부터 일기 검사가 사생활 침해라는 이야기가 있어서 잠시 주춤하다가 내 소신대로 다시 꾸준히 검사를 하고 있다. 바쁘지 않으면 맞춤법이 틀린 걸 고쳐주기도 하고 읽은 느낌을 간단하게 적어 주기도 한다. 얼마 전 효준이의 일기에 효준이 엄마가 요리를 잘한다는 내용을 보고 ‘효준이 엄마는 요리를 잘 하신다고? 선생님은 요리를 잘 못해서 효준이 엄마가 참 부럽군요’하고 적어줬다. 효준이는 ‘선생님께서는 요리는 잘 못하셔도 독서지도를 잘 하시잖아요’라고 답장을 보내왔다. 얼마 전 공개 수업도 끝나고 조금은 한가한 마음이 생겨서 급식이 없는 토요일에 아주 간단한 요리를 하기로 했다. 아이들은 들뜬 표정으로 각자 준비한 재료를 꺼내놓기 시작했다. 샌드위치가 거의 대부분이었고 밥을 가져온 아이도 2명 있었다. 부지런히 요리를 끝낸 아이들이 선생님 먼저 드려야 한다고 음식을 들고 나왔다. 교장실, 교무실, 도서실, 2학년 때 담임선생님께 드리고 싶다는 아이는 모두 보내
드디어 한 학기가 갔다. 1학년인 우리 반 아이들은 처음으로 한 학기를 보내고 방학을 잘 보내고 있겠지. 아이들을 생각하고 있으니 국어 쓰기 마지막 시간이 생각난다. 부모님께 감사의 편지를 쓰고, 그 다음은 나를 도와 준 친구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을 전했다. 끝으로 선생님께 편지도 썼다. 아직 혼자서 글을 쓴다는 것에 두려움(?)을 가지는 아이들이 많아서 편지의 틀을 어느 정도 잡아 주고 조금씩 바꿔서 쓰라고 지도하고 있다. 그것도 어려우면 지금은 선생님과 똑같이 써도 된다고 일러줬었다. 마침 과자도 넉넉히 있어 발표하는 아이들의 입에 과자를 하나씩 쏘옥 넣어주었더니 더 열심히 손을 들고 발표를 자청했다. 1학년 수업에는 가끔 과자가 사용되기도하는데 긴 빨대에 10개씩 과자를 묶었다가 하나 둘씩 먹으면서 덧셈과 뺄셈에 활용하기도 하고 물고기 모양이 다양하게 있는 과자를 이용해 ‘분류하여 세어보기’에 이용해보기도 하는 식이다.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이 수업방법은 그 모습에 나도 힘이 났었다. 비록 과자 때문에 발표하게 됐지만 그날 발표했던 학생들 중 J군의 편지를 소개해 보겠다. 비록 맞춤법은 좀 틀렸지만 오히려 그것이 더 정겹다. ‘선생님께, 공부 가리켜 주
봄이라는 계절을 제대로 느낄 겨를도 없이 바쁜 나날이다. 25년 교직 경력에 1학년 담임을 맡은 것이 겨우 두 번째다. 그것도 17년 만에 하는 것이니 무척이나 낯설고 생소하기까지 하다. 대화가 통하고 학습 내용도 재미있어서 주로 고학년만 지도하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던 것 같다. 올해는 내 인생의 전환점을 가져볼 생각으로 마음먹고 1학년을 지원했다. 정말 티 없이 맑고 순수한 1학년 꼬마들, 복잡한 세상사를 모두 잊게 만드는 천진난만한 모습들이다. 3월 교재인 ‘우리들은 1학년’을 연구하기 위해서 매일 동학년 교사들이 머리를 맞댄다. 노래, 율동, 학습자료 제작, 환경 구성 등 할 일이 끝도 없다. 미처 못다한 것은 퇴근길에 가져가기도 하지만 너무 피곤한 나머지 그대로 가져오는 날도 꽤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올해로 84살이 되신 친정어머니가 우리 집 근처에 살고 계시는데, 성당 노인 대학 과제인 ‘그림으로 엮은 성서이야기’를 색칠하시는 걸 본 기억이 났던 것이다. “옳지!” 그 날부터 나와 친정어머니의 본격적인 예습이 시작되었다. 며칠 전에는 ‘돌이와 꽃님이’라는 이야기를 읽어 드리고, 거기에 나오는 색깔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