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수첩> 시골 학교의 비애
세상의 모든 일이 똑같이 나눠지고 공평하게만 이뤄질 수도 없는 일이지만, 가능하면 같은 처지와 형편으로 함께 더불어 살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이상이다. 그러나 궁익궁 달익달(窮益窮達益達)이라 할까, 빈익빈 부익부(貧益貧富益富)라 할까. 계층간, 지역간의 갈등이며 위화(違和)의 골은 깊어져만 간다. 교육의 일도 그렇고 학교의 일도 그렇다. 도시에서는 너무 많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위해 운동장을 잘라먹으면서까지 교실을 짓고 있는데, 시골 학교 운동장에는 밟고 뛰어 놀 아이들이 별로 없어 잡초만 자란다. 그 잡초가 자욱해 질쯤이면 학교는 문을 닫아야 한다. 농어촌 사람들, 농어촌 학생들은 자꾸 도시, 도시로만 나간다.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교육적으로,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과 이유가 충분히 있겠지만, 어찌하였던 이렇게 되어 가다가는 모든 시골 학교 교정에는 잡초만 우거지고 교문 앞에는 교적비(校跡碑)만 휑뎅그렁하게 남게 될 것 같다. 그래도 규모가 비교적 크다는 군부(郡部)의 고교인데, 신입생을 모집해 보니 턱없는 미달이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지역 학교 진학의 온갖 장점을 이야기하며 설득을 해도 아이들은 도시로의 진학을 포기하지 않는다. 추가 모집을
- 이일배 경북 의성여고 교감
- 2002-03-04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