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는 누가 사는가
학교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이래, 그러니까 여덟 살 이래 나는 줄곧 학교에 다니고 있다. 초로에 이른 여태까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 신작로 옆 측백나무 울타리 초등학교로부터 소읍의 중학교와 고등학교, 그리고 도회의 대학교를 거쳐 다시 그 도회의 중학교에 이렇게 다니고 있는 것이다. 어릴 적, 야트막한 단층 교사(校舍)는 세상에서 가장 큰(?) 집이었다. 학교 운동장은 세상에서 가장 넓은(?) 마당이었고, 그 운동장 가장자리에 줄지어 선 플라타너스는 세상에서 가장 장대한(?) 나무였다. 어디 이뿐인가.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람도 학교를 통해서 만났다. 한 분 한 분 어떤 인간형의 전형으로서 큰 바위 얼굴처럼 우뚝 서 계시던 여러 선생님을 만났고, 또 헤아릴 수 없을 만큼의 여러 벗을 만났다. 학교는 그야말로 새로운 세계였고, 그 세계를 딛고 또 다른 세계를 꿈꾸게 하는 거대한 창(窓)이었다. 그랬다. 학교는 온전히 하나의 세계였다. 세상 그 여느 풍경과 마찬가지로 사람살이의 애환이 간단없이 굽이쳐 흐르는 현장이었다. 저마다 자신의 삶을 위해 흘리는 땀과 눈물이, 탄식과 환호가 끊이지 않는 바로 그 삶의 현장이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어린 벗들에게 우리말과
- 윤창식 서울 오산중 교감, 시인
- 2009-01-01 09: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