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도 동삼동에 위치한 초급해기사를 양성하는 전국 유일의 해운계 고등학교인 부산해사고등학교는 신학기를 맞이하여 전교생을 대상으로 방과후 특기적성과 동아리 활동을 소개하는 설명회를 가졌다. 체육관에서 장장 두 시간에 걸쳐 진행된 본 설명회는 27개 특기적성교육 강좌와 15개 동아리 부서가 참여했는데, 각 분야의 담당 교사들은 한결같이 학생들에게 그 동안 준비해 온 양질의 프로그램을 자세하게 소개했고, 학생들은 비록 긴 시간 동안 지루한 느낌은 있었지만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고 소감을 털어 놓았다. 학생들은 무엇보다도 처음 접해 보는 방과후 학생 활동 설명회를 접하면서 시종일관 흥미로운 표정이었는데 그들이 갖는기대 또한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 후일담이다. 본교의 방과 후 교육활동 활성화는 신학기 부서 조직 및 업무 분장에도 반영되어 처음으로 방과후교육활동부가 신설되었고, 교사들의 대대적인 강좌 개설 신청과 동아리 조직 참여에 따라 전교생을 대상으로 각 강좌와 부서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이다. 덧붙여, 본교는 전교생 대부분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타지방 학생들이 절대 우위를 차지하며 교육비와 정복, 생활복, 생활관 숙식을 국비로 제공한다. 참고로
3월 첫 토요 휴무일 날 아침, 교무실에서 교육계획서를 작성하고 있는데 문이 갑자기 열렸다. 동료 교직원인가 싶어 고개를 드니 웬 어린(?) 청년이 고개를 수그리고 인사를 한다. 졸업생인가 물으니 그게 아니란다. 작년에 자퇴를 했는데 선생님들께 인사를 하러 왔다는 것이다. 어린 청년은 요즘 유행하는 케쥬얼 차림에 금빛 목걸이와 폰을 달았고 몹시 헝클어진 머리(모히간 헤어스타일이라고 하는)를 했는데, 음성은 또렷했다. 본디 선생 입장에서 보면 제적된 학생들의 근황이 걱정되기도 하고 궁금도 한지라 어떻게 지내느냐고 물으니 불쑥 하는 말이 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 사업을 하다니? 아직 어린 나이에. 사업을 하려면 자본금이 있어야 할 텐데 집에서 준 거니? 이런 나의 의아함과는 달리 그의 대답은 매우 간단했다. 집이 가난하여 주유소에서 일을 해서 번 돈이 약 4백만 원 되는데 그 돈으로 인터넷 쇼핑몰을 열었다는 것이다. 인터넷 쇼핑몰이라? 그것 요즘 많이 하던데. 그것 쉬운 일 아니지? 경쟁이 치열할 거야. 그래, 할 만 해? 돈은 많이 벌고? 이런 나의 별 생각 없는 질문에 그의 대답은 의외로 어른스러웠고 담아 둘 만한 데가 있었다. 생각보다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