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곶은 원래 동외곶, 장기곶으로 불리던 곳이다. 생김새가 말갈기와 같다는 장기곶(長鬐串)이 일제강점기 때 일본식 표현인 장기갑으로 바뀌었고, 다시 장기곶이 되었다가 2001년 12월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가까운 포항이 해병의 도시이고, 인근에 풍력발전소가 있다는 것을 입구의 전시물과 조형물에서 알 수 있다. 이런 것들이 이곳에 다녀왔다는 추억거리를 남기는 배경이 되기도 한다. 호미곶이 한반도에서 중요한 지역이라는 것은 선인들의 역사서에도 등장한다. 조선 명종 때의 풍수지리학자인 남사고가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연해주를 할퀴는 형상으로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기술하였고, 김정호는 대동여지도를 만들면서 영일만 호미곶을 일곱 번이나 답사 측정한 뒤 우리나라에서 가장 동쪽으로 호랑이의 꼬리 부분이라고 기록하였다. 영일만에서 제일 동쪽으로 돌출한 호미곶은 테마가 있는 해맞이광장과 박물관이 있는 장기곶등대가 유명하다. 새해 첫날의 일출을 이곳에서 보려는 사람들이 전날 밤부터 전국에서 몰려온다. 일출을 보지 못하면 어떤가. 뜻깊은 장소를 다녀갔다는데 의미를 둬도 좋을 만큼 괜찮은 여행지이다. 새천년
겨울철에 경북의 동쪽 바닷가를 여행하면 다양한 모습만큼이나 이름이 다양한 바위들과 여름에 피서객들로 넘쳐나던 해수욕장을 가득 메우고 있는 갈매기 떼는 물론 길가에서 오징어를 말리고 있는 정겨운 풍경을 볼 수 있어 여행길이 즐겁다. 경북의 동쪽 바닷길을 여행하며 만나는 풍경들을 사진으로 감상하자.
삼국통일을 완수한 신라 문무왕(文武王)의 수중릉 대왕암(사적 제158호)이 7번 국도가 지나는 경북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 있다는 것은 잘 안다. 그러나 울산에도 대왕암이 있다는 것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른다. 울산에 있는 대왕암도 문무왕과 깊은 관계가 있다. 왕의 뒤를 이어 세상을 떠난 왕비가 남편처럼 동해의 호국룡이 되어 이 바위에 잠겼다는 전설 때문에 대왕바위 또는 줄여서 댕바위라고 한다. 동해의 용이 승천하다 떨어져 바위가 되었대서 용추암, 이 바위에 구름이 피어오르거나 고동이 기어오르면 비가 올 징조라 하여 금강암이라고도 한다. 상가 사이로 난 길을 들어서면 1백여 년 된 울창한 송림과 동백나무가 길게 줄을 선 공원이 시작된다. 1만 5천여 그루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장관을 이뤄 마냥 걷고 싶다. 대왕암 가는 길 옆에 울기등대가 있다. 대왕암공원은 지도상으로 우리나라의 남단에 위치하고, 동해바다로 쑥 내밀어져 있는 돌출부분이다. 선박운항의 위험을 막으려고 1920년대 초반에 세운 울기등대가 대왕암을 내려다보고 있다. 등대를 지나면 내리막 끝에 대왕암을 지키는 조형물을 만난다. 고래를 양옆에서 감싸는 것이 고래의 뼈다. 이곳에 돌고래쇼장 등이
"새 천년은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창조하는 것입니다" "여기 천년의 문이 있습니다. 새 천년의 첫날 7시 31분 26초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수평선에서 찬란한 태양을 맞는 울주군 서생면 간절곶입니다. 그 문은 열려있는 것도 닫혀있는 것도 아닙니다. 절망한 사람에게는 늘 닫혀있고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는 늘 열려 있습니다. (중략) 빗장 없는 천년의 문이, 활짝 열린 사랑과 희망의 문이, 아침햇살처럼 여기 있습니다." - 간절곶 홈페이지(www.ganjeolgot.org)의 모시는 글 간절곶은 울산광역시 울주군 서생면 대송리 일원의 바닷가이다. 간절곶 등대 주변의 이 지역은 바다로 불쑥 튀어나와 있는 부분이 넓다. 간절이란 명칭은 어부들이 먼 바다에서 이곳을 바라보면 긴 간짓대(대나무로 된 긴 장대)처럼 보여 간절끝(艮絶)이라 불렀고, 곶(串)이란 육지가 바다 속으로 뾰족하게 돌출한 부분을 가리키는 순수 우리말이다. 간절곶은 우리나라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가장 동쪽인 호미곶(동경 129˚24′3″, 북위 36˚4′5″)보다 간절곶(동경 129˚21′46″, 북위 35˚21′22″)에서 약 1분정도 해가 빨리 뜨는데 이유가 있다.
지율스님의 단식농성으로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산이 경남 양산의 천성산이다. 내원사의 산감(산의 나무 등을 함부로 베지 못하게 관리 감독하는 사람)을 맡고 있던 지율스님은 경부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터널공사로 도롱뇽이 멸종되는 등 환경이 파괴될 것을 우려했다. 도롱뇽재판과 단식을 실시하는 등 각종 희귀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적 보고 천성산을 살리기 위한 지율스님의 끊임없는 노력이 환경보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비구니 수행 도량인 내원사를 품에 안고 있는 천성산은 경부고속도로를 가운데 두고 통도사의 취서산과 마주한다. 그래서 취서산은 통도사를 창건한 자장율사의 산, 천성산은 내원사를 창건한 원효대사의 산이라고 한다. 천성산 내원사 일원은 경상남도기념물 제81호이다. 상북면 홍룡사와 하북면 통도사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천성산 기슭 산중턱의 계곡에 비구니 도량인 내원사가 있다. 옛날부터 영지로 알려져 사찰과 암자들이 많이 지어졌으며 조선시대의 기와조각이나 부도 등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6km에 걸쳐 물과 바위가 숲과 어우러지며 비경을 연출해 이곳 사람들은 내원사보다 내원사 계곡을 더 좋아한다. 초입의 용연천을 따라 매표가 있는 일주문에 이르러 오른쪽의
반만년 우리 역사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한옥이다. 그 시대의 삶의 방식이 담겨있는 건축양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세상이다. 전통가옥을 보존하고 있는 마을을 찾아보기도 어렵다. 그래서 더 지리산 초입의 남사 예담촌(http://yedam.go2vil.org)이 정감 있고 고풍스럽게 느껴진다. 예담촌이란 오랜 세월을 묵묵히 지켜온 옛 담의 신비로움, 전통, 예를 중요시하는 산청 남사 마을의 단정한 마음가짐을 담아가자는 의미에서 지어진 이름이다. 남사마을은 수많은 선비들이 과거에 급제하여 가문을 빛내던 학문의 고장이다. 경북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양반마을과 전통한옥마을로 유명하다. 농촌전통 테마마을로 지정된 남사마을은 예담촌(옛 담 마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정이 묻어나는 고즈넉한 담장들이 우리 전통 한옥의 아름다움을 엿보게 한다. 지리산에서 흘러와 마을을 휘감아 도는 사수천의 맑은 물이 천혜의 자연환경을 만들었고 최씨고가, 이씨고가, 이동서당 등 주변에 문화재도 많다. ‘신선한 힘’이란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 숯이란다. 히로시마 원폭투하나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에도 살아남을 만큼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 대나무이고, 하루에 1m씩 자라는 생장력과 땅속
오랜 역사를 지닌 유산들이 많은 내소사, 천혜의 절경을 자랑하는 채석강, 호랑가시나무ㆍ후박나무ㆍ꽝꽝나무 등의 천연기념물이 서해안국립공원 변산반도를 대표한다. 전북 부안의 채석강은 강이 아니고 바닷가의 절벽이다. 전북기념물 제28호인 채석강(彩石江)은 기이하게 생긴 바위와 빼어난 경관으로 사랑받는데 변산반도 격포항에서 팔각정이 있는 닭이봉 일대를 포함한 층암절벽과 1.5㎞의 바다를 말한다. 폭이 좁은 해수욕장이 입구에 있고, 그 옆으로 채석강이 이어진다. 여름에는 바닷가에 수상레저시설이 있어 모터보트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지만 겨울철이라 찾는 사람들이 적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절벽의 암반 위에 올려놓은 돌들이 돌탑을 연상시킨다. ‘변산 8경’ 중 하나인 채석강은 옛 수군의 근거지이며 조선시대에는 전라우수영 관하의 격포진이 있던 곳이다. 채석강에서 올려다보면 닭이봉 꼭대기에 위도와 칠산 앞 바다를 볼 수 있는 팔각정 전망대가 있다. 채석강이라는 이름은 배를 타고 술을 마시던 당나라 시인 이태백이 강물에 뜬 달을 잡으려다 빠졌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흡사하여 붙여졌다. 바닷물에 침식되어 퇴적한 해안의 절벽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 올린 모습이며 색이
우리나라 최고의 영웅 이순신의 일대기를 그린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 촬영지가 부안 변산반도 국립공원 내에 있다.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는 드라마였고 바다에서 전투하는 장면이 많아 변산반도는 촬영지로 좋은 조건을 갖췄다. 또한 작품이 방대하고 스케일이 컸던 만큼 부안영상테마파크를 중심으로 채석강, 궁항, 상록해수욕장 등 촬영장도 여러 곳이다. 상록해수욕장과 격포 사이의 바닷가에 궁항이라는 작은 어촌마을이 있다. 궁항에서 격포 방향으로 가다보면 좌측으로 식당을 겸한 횟집이 보인다. 이곳에서 작은 소로를 따라가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는 곳에 5,000여 평 규모의 이순신 세트장이 있다. 계단식 지형에 입체적으로 세트를 건립해 세트장 전체가 한눈에 들어온다. 전라좌수영과 바닷가 마을이 건립된 이곳에서 많은 장면이 촬영되었는데 세트장이 바다와 인접해 있어 경관도 뛰어나다. 작아서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포구 궁항, 촬영장까지 가는 산길,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 촬영장 주위의 산책로, 풍경이 아름다운 바닷가 등이 있어 변산반도로의 여행길에 짬을 내 한번쯤 들려볼 만한 곳이다. [교통안내] 1. 서해안고속도로 부안 IC - 30번국도 - 변산해수욕장 입구 - 궁항촬영장 2.
연합뉴스에 의하면 인수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정례 간사단 회의에서 ‘당초 교육인적자원부와 과학기술부 등을 통합해 인재과학부로 정했던 명칭을 교육계와 한나라당의 강력한 의견 제시가 있어서 교육과학부로 변경키로 했다’고 김형오 인수위 부위원장이 밝혔다. 연합뉴스는 교육과학부로의 명칭 변경은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정부 부처 명에 ‘교육’이라는 단어가 빠진데 대해 최근 교육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에서 강력하게 반발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했다. 또한 지난 18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교육은 단순한 사전적 용어가 아니라 정부 수립 이후 국민의 사고와 일상을 지배하는 사실상의 관습 용어이며, 인재는 엘리트주의적 용어로서 전 국민을 교육 대상으로 해야 할 이름으로 매우 위험하다’고 인수위를 항의 방문해 교육계의 입장을 전달한 것도 주요하게 다뤘다. 한나라당도 28일로 예정된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 개편 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키기 위해 현행 18부 4처의 중앙 행정조직 가운데 통일부, 해양수산부, 정보통신부, 여성부, 과학기술부를 축소 조정하는 내용의 정부 조직개편 안을 21일 국회에 제출했다. 물론 ‘인재과학부’의 명칭은 ‘교육과학부’로 수정했다. 이번 명칭변경의 해프닝
충북 영동의 양산팔경은 공민왕이 홍건적의 난을 피해 머물렀던 영국사와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천태산 때문에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양산팔경과 함께 영동을 대표하고 있는 한천팔경에 대해서는 아는 사람들이 적다. 황간에서 서북방으로 2Km 지점에 우뚝 솟아 있는 봉우리가 월류봉이고 그 일대의 절묘한 산수가 한천팔경이다. 한천팔경은 1경 월류봉, 2경 화헌악, 3경 용언동, 4경 산양벽, 5경 청학굴, 6경 법존암, 7경 사군봉, 8경 냉천정인데 그중 1경인 월류봉의 풍경이 으뜸이다. 깎아 세운 듯 똑바로 서있는 높은 절벽, 절벽 위에 날아갈 듯이 앉아있는 정자, 정자 밑 층암절벽을 휘감아 돌고 있는 맑은 물이 어우러지며 만든 월류봉의 풍경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고 있는 듯 아름답고 수려하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이곳에서는 달님도 쉬어간다. 월류봉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높이 솟은 봉우리에 달이 걸려 있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정취가 풍긴다. 한천정사쪽에서 보면 능선을 따라 서쪽으로 흐르는 달이 계속 봉우리 주변에 머무르는 것처럼 보여 음력 보름을 전후하여 이곳을 찾는 게 좋다. 물길을 따라 내려가면 하천에 널려있는 암석과 하얀 얼음을 뚫고 흐르는 계곡물이 어우러
충북 영동군에 중부권 최대규모의 인공 빙벽장이 있다. 풍광이 뛰어나고 빙질이 좋은 이 송천빙벽장에서 ‘그대 오르라 뜨거운 가슴으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9, 20일 양일간 제1회 충청북도지사배 전국빙벽등반경기대회가 열렸다. 차가운 얼음덩이가 빙벽에서 떨어져 나오는 일이 많아 아이스클라이밍은 보통 3개월 이상의 암벽등반 훈련을 받아야 초급 코스를 밟을 수 있다. 최근 겨울스포츠로 각광 받는 빙벽등반을 즐기려면 헬멧(낙빙, 낙석방지모자), 아이스바일(빙벽용 도끼)과 크람폰(아이젠), 케신(안전벨트) 등의 클라이밍 장비와 안전장비를 갖춰야 한다. 인간은 자신의 한계를 실험하고 싶어 한다. 높은 곳을 향한 욕망도 끝이 없다. 그래서 지금 있는 곳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한다. 한 가닥 로프에 몸을 맡긴 채 깎아지른 얼음절벽을 한 발짝씩 위로 오르는 사람들은 어떤 희열과 성취감을 느낄까? 얼음덩어리가 후드득 아래로 떨어질 때면 구경하는 사람도 아찔하건만 빙벽에 매달린 클라이머는 더 힘차게 얼음벽을 찍으며 한발 한발 정상으로 향한다. 송천빙벽장은 초ㆍ중ㆍ상급자용 빙벽, 암벽과 빙벽이 함께하는 믹스클라이밍을 할 수 있는 빙벽장도 갖춰져 있다. 겨우내 볕이 들지 않아 3월
내소사는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채석강과 적벽강, 젓갈과 염전으로 유명한 곰소항이 있어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변산반도에 있다. 고찰답게 오랜 역사와 수수함이 묻어나는 내소사는 전북 부안군 진서면 석포리에서 북쪽으로 1.2km 거리에 위치한다. 이웃하고 있는 선운사의 말사로 633년(무왕 34년) '소래사'로 혜구두타 스님이 창건하였다. 처음에는 '대소래사'인 큰 절과 '소소래사'인 작은 절을 세웠는데 대소래사가 불타 없어지는 바람에 지금의 내소사인 '소소래사'만 남았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전나무 숲길은 일주문을 지나면서 시작된다. 내소사를 찾은 손님이라면 누구나 하늘을 향하고 있는 전나무들이 줄지어서 맞이한다. 누가 뭐래도 눈이 내리는 날 이곳의 풍경이 최고다. 전나무 숲길을 지나면 좌측에 대장금을 촬영했던 연지, 우측에 내소사사적비와 해인당행적비가 있다. 샛길에 심어져 있는 나무들이 가을에는 제법 고운 단풍으로 물드는데 겨울이라 나무 밑에 눈이 쌓여 있다. 그 끝에 사천왕문이 길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천왕문에 들어서면 내소사의 겨울 풍경을 능가산이 내려다보고 있다. 가운데에 고목 한그루가 우뚝 서 있는 풍경도 이채롭다. 보종각, 봉래루, 범종각이 한눈에 들
서걱서걱 울어대는 갈대밭이 낭만적이고 바다 위를 붉게 물들이는 저녁노을이 아름다워 한국관광공사에서 11월에 가볼 만한 곳으로 추천했던 곳이 줄포면에 위치한 부안자연생태공원이다. 생태공원의 겨울 풍경은 어떨까? 내소사 가는 길에 부안자연생태공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서해고속도로 줄포 IC에서 나와 부안 방향으로 가다 보면 줄포농공단지 앞 좌측으로 안내판이 서 있다. 프라하의 연인 촬영지부터 시작되는 방조제의 좌우 풍경도 볼만하다. 방조제의 좌측으로 부안자연생태공원이 있고, 우측으로 넓은 갯벌이 펼쳐진다. 겨울이라 찾는 사람이 없었지만 눈이 쌓여 백색 세상을 만들고 있는 생태공원의 풍경도 볼만했다.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 눈 속에 발을 묻고 있는 갈대, 가지치기를 해 더 추워 보이는 나무, 눈으로 뒤덮여 고요한 영화 촬영장, 눈이 쌓인 담장과 갯벌, 아름다운 솟대와 바람개비 등이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세상을 만들고 있었다. 하얀 동화나라에서 깨끗하고, 조용한 분위기를 만끽하며 자연과 벗하고 사색을 했던 시간이었다. 눈 속에 묻혀 새싹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 자연의 경이로움도 생각했다.
청주삼백리 회원 몇이 미동산으로 등반답사를 다녀오기로 했다.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고 산의 높이에 비해 오르막이 많지 않은 곳이라 부담 없이 따라나섰다. 수목원으로 들어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가면 MTB 코스를 겸하고 있는 임도와 정자를 만난다. 이곳에서 우측의 눈이 녹지 않은 산길로 올라가면 홀로 등산로를 지키고 있는 첫 번째 이정표를 만난다. 군데군데 이정표가 잘되어 있고, 산능선이 가파르지 않아 비교적 수월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우거진 나무 때문에 조망이 나쁜 것이 흠이다. 잡목으로 만든 의자에 앉아 휴식을 하고, 눈길과 낙엽길이 반복되는 등산로에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고, 요상하게 생긴 의자나무를 구경하다보면 정상이다. 조망이 나쁜 정상에는 산불감시 초소만 덩그러니 놓여있다. 식구가 단출하니 점심 먹는 장소가 좁아도 된다. 정상 바로 아래에 자리를 잡고 맛있는 점심도 먹고 정상주도 나눠 마셨다. 미동산 쉼터로의 하산 길은 훨씬 발걸음이 가볍다. 3시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하산 길에 미동산 계곡을 따라 고라니 관찰원, 습지원, 생태식물원, 생태체험관, 목재문화체험장, 수목산야초전시원, 무궁화원이 있는 수목원을 구경했다. 얼음이 꽁꽁 얼어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 중략 ~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 앉어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참하 꿈엔들 잊힐리야〉 언제 들어도 가슴이 뭉클하게 만드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鄕愁) 때문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 옥천이다. 옥천은 대전과 이웃하고 경부고속도로 옥천IC에서 가까운 곳에 정지용 생가가 있다. 옥천IC를 나와 보은방면으로 좌회전해 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옥천 구읍이다. 처음 만나는 문정삼거리에서 직진해 수북방향으로 가다 옥천동성교회 못미처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정지용 생가가 나타난다. 크게 기대를 하고 간 사람들은 실망한다. 달랑 초가집 한 채와 헛간 한 채 뿐이고 겨울이라 바깥마당에 있는 물레방아마저 돌지 않는다. 그래도 마당 한편에 향수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서있고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감상하며 시인의 삶과 문학을 이해할 수 있는 정지용문학관이 바로 옆에 있어 아쉬움을 달래준다. 훌륭한 시인의 생가가 왜 그리 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