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30년 만에 만난 제자
초임시절 제자들이 동문체육대회를 한다기에 초청받아 갔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뜻하지 않게 명수(가명)를 만났다. 이제 제법 든든한 가장이 된 40대의 명수. 명수를 처음 본 것은 30여 년 전 초임지 시골학교에서였다. 언제나 말이 없고, 혼자 침묵으로 하루를 보내던 녀석이었다. 언제나 구부정한 어깨와 축 늘어진 두 팔, 누구와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는 동공과 어디를 보는 지 알 수 없는 시선, 갈라진 손등에 영양실조에 걸려 항상 약했던 제자였다. 명수는 정신지체가 있어 보였다. 요즘 같으면 특수교육을 받으면 좋아졌겠지만 어디 그 시절이 그런 때였나. 50여 명이나 되는 아이들과 씨름하다보면 명수는 방치됐고 수업 시간이든 쉬는 시간이든 그는 언제나 이방인이고 자유인이었다. 가정방문을 찾은 그의 집에서는 “명수의 담임선생님이 오셨다”는 말에 허둥대던 그의 어머니와 그 작은 집, 보잘 것 없는 세간들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그 후 명수를 만날 때마다 보듬어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그의 마음에 노크를 하는 것으로 명수에게 다가갔다. 이런 나의 행동에도 언제나 눈 한 번 주지 않던 명수였지만, 어느 날 책상 위에 놓여진 사탕 한 뭉치가 명수가 준 것임을 반 친구들이
- 반영섭 충북 음성 맹동초 교사
- 2007-11-26 0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