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이야기> 좋은 선물
교직에 발 딛은 첫해부터 18년간 그랬듯이 올해도 새 임지로 부임하자마자 합창단을 조직했다. 전남도민합창경연대회 참가를 목표로 세우고 지도에 나섰는데 처음에는 학생들이 잘 모이지 않아 무척 힘들었다. 그 때 내게 가장 큰 힘이 돼 준 '미자'라는 3학년 학생이 있었다. 미자는 연습시간마다 가장 먼저 음악실에 도착해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연습을 했고, 자주 결석하는 후배들을 찾아다니면서 잘못을 타이르는 큰언니 역할까지 톡톡히 했다. 부모님을 여의고 남의 집 농사일을 도와 생계를 이어가는 할머니와 둘이서 미자는 사글세방에서 살았다. 하지만 늘 미소를 잃는 법이 없고 학생들을 이끄는 힘도 뛰어난 아이였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합창대회를 보름 앞둔 올 6월 21일 전학을 가게 됐다. 나와 합창부 아이들은 순간 힘이 쭉 빠질 수밖에 없었다. 미자 때문에 팀 사기에도 큰 도움이 됐지만 무엇보다 난 그 아이에게 합창경연대회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그래서 경기도 현임교측의 협조아래 미자는 체험학습 형태로 대회 5일 전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숙식하며 학교생활을 하게 됐다. 드디어 대회 날이 됐다. 사실 대회곡을 반주할만한 학생이 없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 속에
- 김홍필 전남 화순중 교사
- 2002-08-29 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