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석삼조
전화를 받자 학교 근처라고 한다. 보름 전 약속이라 까맣게 잊고 있었다. 수화기를 내려놓고 현관으로 내려갔다. 사반세기 전 푸른 나이에 만난 제자의 얼굴이 물안개처럼 피어오른다. “절대 학점을 줄 수 없습니다.” “한 학기만 더하면 졸업인데 다른 방법이 없겠습니까.” 몇 번을 사정했지만 요지부동이다. 출석 점수 때문이었다. 지각과 결석이 많아 학점을 줄 수 없다고 한다. 필수과목이라 학점을 받지 못하면 유급인 줄 알지만, 규정을 어길 수 없다는 교수를 찾아갔던 일이 떠오른다. 야간반을 맡았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 공부하는 산업체 위탁생들이었다. 주로 자동차정비공장의 말단 기능직이었지만, 말쑥한 정장 차림의 사무직이나 영업사원들도 있었다. 복장만 봐도 회사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짐작이 갈 정도로 겉모습부터 확연히 달랐다. 시간 맞춰 오느라 몸에 묻은 기름만 대충 씻고 오다 보니 대부분 옷차림이 꾀죄죄했다. 첫 수업시간이었다. 한 학생이 헐레벌떡 뛰어 왔다.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처럼 정신없이 빈자리를 찾더니 맨 뒷줄에 앉았다. 아직 출석을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꾸만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을 보면 한참을 달려
- 김순경 동의과학대 교수
- 2021-08-12 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