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 > 제자에게 주는 편지
예선아, 무척 바빴던 학기 초가 지나고 어느 새 오월이 왔구나. 예선이는 지금 고3이 돼 대입을 눈앞에 두고 공부하느라 여념이 없겠지? 할머니는 잘 계시는지, 부모님과 어린 네 동생도 잘 있는지 궁금하구나. 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네가 보낸 정성어린 편지를 받곤 했는데, 올해는 고3인 네가 나보다 더 바쁠 것 같아, 선생님이 먼저 네게 편지를 보내기로 했다. 오월은 스승의 날이 있는데 어느 해 부터인가 내게는 스승의 날은 축하를 받는 날이기보다는 성찰의 날이 됐단다. 교사로서, 담임으로서 아이들에게 내가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 부끄러움은 없는지 자신을 뒤돌아보고 새로운 다짐을 하는 날이야. 제자인 네게 이제는 이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할 수 있어 기쁘구나. 올해 1학년 담임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을 보며 12년 전 예선이 모습을 떠올려 본단다. 입학식 날 할머니 손을 잡고 학교에 처음 와서 수줍은 모습으로 인사하던 네 모습. 많은 아이들 중 너를 지금도 못 잊는 것은 어머니가 백혈병으로 투병하는 과정을 할머니로부터 틈틈이 전해 들었기 때문일 거야. 예선이가 유치원 다닐 때부터 투병하던 어머니는 아버지의 정성에도 불구하고 끝내 그 해 9월에 돌아가셨지. 할머
- 김문희 의정부호동초 교사
- 2013-05-13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