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발표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피해 응답률은 2.9%로 조사 이래 가장 높았다. 이는 2020년의 세 배가 넘는 수치이며, 초등학생은 무려 5.7%에 달했다. 전년도에 비해 신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비중도 늘었다. 반면 가해 응답은 줄었다. 가해 이유 1위는 ‘장난이나 특별한 이유 없이’였다. 맞은 아이는 폭력으로 기억하고, 때린 아이는 장난으로 기억한다는 뜻이다. ‘합의’라는 단어에 숨겨진 그늘 온라인 미디어에서 비롯된 ‘야차룰’은 보호장구나 규칙 없이 맨몸으로 맞붙는 길거리 격투 방식을 뜻한다. 학생들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거나 구두 합의를 맺은 뒤 공터나 주차장 등에서 주먹을 휘두른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무리가 휴대전화로 촬영해 SNS에 올려 조롱거리로 만들거나, 패자에게 굴욕감을 주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서로 동의하고 한 대결인데 왜 학교폭력인가요?”라고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착각이자 위험한 합리화다. 현장에서 마주하는 야차룰은 결코 ‘합의된 대결’이 아니다. 그 기저에는 또래 집단의 암묵적인 위계와 권력관계, 그리고 대결에 응하지 않으면 겁쟁이로 낙인찍히는 ‘보이지 않는
여름방학이 끝나고 시작된 2학기 교실의 풍경은 3월과 확연히 다르다. 새 학년의 낯섦과 긴장감은 사라지고, 교실에는 익숙함과 편안함이 자리 잡힌 상태다. 하지만 이 '익숙함'의 이면에는 종종 보이지 않는 균열이 숨어 있다. 1학기 동안 형성된 교우 관계의 파벌화, 특정 학생을 향한 미묘한 배제와 은근한 무시, 그리고 학기 초에 함께 세웠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흐지부지된 규칙들이 바로 그것이다. 많은 교사가 2학기가 되면 "이미 아이들 성향도 파악했고 관계도 굳어졌으니 별탈 없이 학년 말까지 가면 된다"는 기대를 품곤 한다. 그러나 1학기의 관성에 교실을 맡겨두면, 2학기 후반으로 갈수록 어긋난 관계의 피로도는 극에 달하고 생활지도의 통제력은 급격히 약화된다. 방학 직후인 2학기 초는 느슨해진 학급문화를 다시 세우고, 고착된 역동을 개선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실천 가능한 3가지 솔루션 그렇다면 2학기를 시작하며 교실의 관성을 깨고 건강한 학급문화를 만들어 가기 위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학생 주도의 '학급 규칙 리셋'이 필요하다. 요즘에는 대부분의 학급이 학생 주도로 학급 규칙을 만들고 있지만, 3월에 한 번 정한 규칙을
“공포는 인간을 무력하게 만든다. 두려움에 사로잡힌 사람은 본연의 힘을 발휘할 수 없다.” 스피노자의 이 통찰은 2026년 학교 현장에서 매일 증명되고 있다. 오늘날 교사들은 존경받는 스승도, 역량을 펼치는 전문가도 아니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고소·고발의 공포 속에서 감정 노동자로 하루하루를 버텨낼 뿐이다. 최근 대중은 사법 체계가 처벌하지 못하는 불량 학생과 악성 민원 학부모를 사적 제재로 징벌하는 드라마 ‘참교육’에 열광했다. 그러나 현실은 드라마보다 훨씬 더 참혹하다. 최근 방영된 ‘그것이 알고 싶다-참교육과 시한폭탄’ 편 역시 무너진 교실의 민낯을 보여주었다. 정당한 학생 지도가 보복성 아동학대 소송으로 돌아오는 현실 속에, 교육은 죽고 학교는 붕괴했다. 한 학부모는 신고 이유를 묻자 ‘단지 선생님을 괴롭히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교사를 향한 화풀이가 목적이라는 이 발언은 오늘날 악성 민원의 본질을 드러낸다. 담배 피우는 학생을 훈육했다는 이유로 민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한 어느 교사의 비극 역시 드라마 밖 진짜 현실의 공포를 뼈아프게 보여준다.이러한 공포는 교사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것을 넘어 학교의 교육 기능 자체를 마비시킨다. 공포에
7월이 되면 교사들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 학기를 무사히 마쳤다는 안도감과 방학 동안 눈에서 멀어질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다. 방학은 학생에게 재충전의 시간이지만, 담임교사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가정의 보호 기능이 약하거나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신호를 보였던 학생일수록 이 공백은 더 위험하게 작용한다. 미국의 학자 제임스 윌슨과 조지 켈링은 ‘깨진 유리창 이론’에서 “한 건물의 유리창이 깨어진 채로 방치되어 있다면, 다른 유리창들도 곧 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균열을 아무도 돌보지 않을 때, 그 방치 자체가 신호가 되어 더 큰 문제로 번진다는 뜻이다. 학급도 다르지 않다. 따돌림의 조짐이나 정서적 위기의 신호 같은 작은 균열이 관찰자가 사라진 자리에서 방치되면 2학기에 더 큰 문제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2학기 준비기간으로 접근해야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패턴이 반복해서 관찰된다. 여름방학이 지나고 2학기가 되면 학교폭력이나 생활지도 사안이 눈에 띄게 늘어나는데, 많은 교사가 11~12월을 한 해 중 가장 많은 사안이 발생하는 시기로 꼽는다. 1학기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 갈등이 방학 기간 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