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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울지 않는 매미가 남긴 교훈

지구촌의 심각한 기후변화로 인해 기대하지 못한 폭우가 전국을 강타하고 지났다. 그 후 잠시 폭염이 찾아와서 진짜 여름인가 싶었는데 벌써 절기상으론 가을의 문턱에 들어선다는 처서(處暑)가 지난 지 꽤 됐다. 짧은 기간 동안 종(種)에 따라서는 땅속에서 4~7년 기간을 유충으로 지난 뒤 지상에서 10일 정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처절한 투쟁을 하는 매미가 우렁차게 합창하며 여름의 상징이 되어 생동감을 주었다. 그런 매미가 오늘은 저녁 무렵에 유리창에 달라붙어 소리 없이 꿈쩍 않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동안은 살짝 접근이라면 하면 어느새 알아차리고 훌쩍 날아가던 그 민첩성이 보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울음소리조차 없이 찰싹 달라붙어 있는 모습이 애처롭게 느껴졌다. 여름의 늦더위에 지친 탓일까? 하기야 대지의 온갖 생명체들이 요즘은 더위에 지쳐 맥이 풀릴 법도 하니 매미도 예외가 아니리라. 하지만 일상적인 모습이 아닌 것을 보자니 솔직히 측은지심이 발동하는 것은 인지상정인가?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살아있다는 것이 측은하다면 그것은 생명의 끝자락에 와 있다는 것이지 아닐까? 이를 계기로 필자는 겸허한 마음으로 삶을 성찰하게 되었다.

 

주말을 맞아 아침 일찍 아내와 함께 운동에 나섰다. 올해 환갑을 맞으면서 조금은 처절하게 살아 온 그동안의 삶에 대한 증표라도 되듯이 신체의 여기저기가 약화 증상을 보이고 관절마저 치료를 요하는 일이 발생하니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마음은 아직도 청춘이지만 육체의 세포가 퇴화하면서 비활성화 되니 요즈음 느끼는 신체적 무력감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인생 100세 시대라 하지만 많은 사람에게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젠 건강이 관심 1순위로 등극하게 되었다.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면 자전거를 타거나 걷기를 생활화하면서 근력을 강화하고 지구력을 배양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한국인 누구나 인생의 10년 이상을 병원에서 생활한다는 의학 보고서는 마냥 100세 인생을 반가워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생각의 전환만이 살길이라는 긴박감이 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는 말에 실감이 가는 이유다. 더불어 주위에 병들고 나약한 사람이나 생명체를 보면 이젠 남의 일 같지 않게 역지사지의 입장이 되어 다시 한 번 쳐다보고 그들에게 다가가 작은 도움의 손질이라도 보내고 싶다. 그런 찰나에 오늘 울지 않는 매미를 1시간가량이나 보고 가엾음이 발동한 것은 일종의 동병상련일까? 가슴 속 저 깊은 곳에서 선친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게 되었다.

 

7남매의 장남이셨던 선친은 평소에 매우 건강하시어 늘 타 형제, 자매들의 부러움을 사곤 했었다. 생전에 병원치료 한 번 받지 않으실 정도였으니 친척들은 가장 오래 사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힌다고 했던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신체이상 증세에 병원의 진단을 받으니 시한부 급성 혈액암(백혈병)이라 했다. 그로부터 7개월의 투병 생활 끝에 72세에 한 많은 인생에 마침표를 찍으셨다. 젊어서 빨치산 공비 토벌 및 3년의 한국전쟁 동안에도 무수히 많은 생사의 갈림길에서 살아남으셨던 역전의 용사가 그렇게 허무하게 가셨다. 그 충격은 온 집안에 형언하기 어려웠다. 7남매 중에서 가장 먼저 이승을 떠나신 것이니까. 그렇게 20년 전 선친이 남기신 교훈이 여전히 가슴에 맴도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다름 아니라 평소에 건강을 위해서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이 오히려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하게 사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건강 진단에 참여하고 아프면 머뭇거림 없이 병원치료를 받거나 또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의약품을 꾸준하게 복용할 필요가 있음을 깨닫는다. ‘개똥밭에서 구르더라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특히나 코로나19 사태로 몇 개월 째 이동의 부담을 받고 지금은 2차 대유행의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더욱 조심스럽게 제한된 행동을 하니 건강 유지에 막중한 위기를 겪고 있으니 더더욱 말할 나위가 없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했다. 죽어서는 모든 것이 유명무실하다. 생기(生氣)를 가지고 살아갈 때 마음껏 삶의 철학이나 가치관을 펼치면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지혜를 찾아야 한다. 어느 철학자는 ‘삶에서 당장 행복하고 싶다면 누군가를 도우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에겐 평소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필요한 이유일까? 누군가 자신의 도움으로 생명을 유지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그것은 인생 최고의 보람이자 삶의 의미라고 믿는다. 그 울음소리 우렁차던 매미가 한여름 더위에도 당당히 우리의 귀를 울리던 모습이 그저 한순간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되니 인생 순간순간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건강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다만 단순하게 육체적 생명의 연장이 아니라 의미 있는 삶으로 조금은 더 보람차게 살아가면 좋겠다는 소망이 앞선다. 이것이 나이를 먹어간다는 물리적인 증거일까? 아니다. 세월이 주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단지 나이를 먹는 게 아니라 더욱 성숙하게 익어가는 것이라 믿고 싶다. 적어도 성장이 계속되고 있다는 삶의 희망적인 모습으로 믿고자 한다. 이제 교직에 봉직할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루하루 남은 삶 중에서 건강을 관리하며 주어진 기간이라도 교직에서 더욱 보람차고 의미 있게 우리 2세들을 교육하고 젊은 교사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여 멋진 교사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교육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이 나라 교육에 작은 힘이나마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살아가는 관리자가 되길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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