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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고구려사 편입은 패권주의"

17개 학회, 中에 역사왜곡 중단 성명
'왜곡대책위' 구성, 동북공정 대응키로


고구려를 고대 중국의 일개 지방민족국가로 편입하려는 중국 정부의 '東北邊疆史與現狀系列硏究工程'(이하 동북공정)' 프로젝트에 맞서 우리 학계와 민간단체가 고구려사 회복과 왜곡 저지활동에 나섰다.

한국고대사학회(회장 이문기) 등 한국사 관련 17개 학회는 9일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올바른 한중관계 정립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고구려의 족속계통을 중국 한족의 한 갈래라고 주장하고 고조선사는 인정조차 하지 않으며 발해사를 중국 지방정권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것은 한국사의 근본을 흔들고 우리 민족의 존립마저 위협하려는 의도"라고 규탄했다.

이어 "고구려의 활동무대였던 한반도 북부까지 중국 고유영토였다고 강변하고 수 양제나 당 태종의 고구려 침략을 중국의 통일전쟁이라고 미화하는 것은 명백히 패권주의 역사관의 발로"라며 "중국 정부는 고구려사에 대한 역사왜곡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아울러 17개 학회는 우리 정부에 대해 △외교통상부는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대해 엄중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하라 △교육부는 고구려사를 비롯한 고대 동북아시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연구할 연구센터 설립을 적극 추진하라 △문광부는 북한이 유네스코에 신청한 고구려 고분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도록 북한 당국을 지원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17개 학회는 지난 2일 결성한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대책위원회'를 통해 앞으로 중국의 고대사 왜곡에 대한 학술적 대응논리를 개발하고 내년 3월에는 북한 고구려 고분군의 세계문화유산 등록을 위한 학술회의를 개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

최광식 고려대 교수는 "2001년 북한이 고구려 고분군을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 신청한 게 동북공정을 추진한 직접적 계기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남북통일 후 국경문제를 공고히 하려는 포석일 수도 있고 나아가 중국이 신라 이북지역의 연고권을 주장할 목적이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국이 2002년 2월부터 5년 동안 3조원을 투입해 진행하는 '동북공정' 프로젝트는 고대 중국 동북변방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연구로, 고구려사를 중국 역사로 확정하고 이를 뒷받침할 연구 성과를 확립하는 게 핵심이다. 중국은 현재 △고구려가 중국 영역내의 민족이 건립한 지방정부라는 것 △고구려가 중국 역대왕조와 군신관계를 유지했다는 것 △고구려 멸망 후 그 주체집단이 한족에 융합됐다는 것을 들며 고구려를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단정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학계는 이 같은 중국 측의 주장을 억지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중국은 남북조시대 중원왕조에 대해 고구려가 책봉-조공 관계에 있었다는 것을 고구려가 지방 정권이라는 가장 대표적인 근거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기환 한신대 교수는 "책봉-조공의 성격이 삼국기, 남북조기, 수당대마다 달라지고 중국세력이 분열됐을 때는 실질적인 종속관계를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외교관계의 한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며 "또 책봉-조공제는 당시 백제나 신라, 왜 등 동아시아 전체에 걸쳐서 적용된 외교형식으로 유독 고구려만 이를 근거로 중국의 지방정권으로 규정하는 것은 논리적인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여호규 한국외대 교수는 고구려의 종족 기원을 중국 한족(漢族)으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중국학계는 '일주서'(逸周書)의 '고이'(高夷)'를 고구려 선인으로 설정하고 명칭상의 유사성을 근거로 중국 전설상의 인물인 '고양씨(高陽氏)'의 후예라고 파악하지만 근거가 없는 것"이라면서 "고구려는 만주, 한반도 일대에 거주하던 예족(穢族)의 일원이 건국했으며 중국 한족과는 다른 민족"이라고 주장했다.

또 박경철 강남대 교수는 "최근 대다수 중국학자들은 고구려의 대수·당 전쟁을 국제전이 아닌 내전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삼국사기나 唐書, 隋書 등 사료에 따르면 이는 고구려의 대륙정책과 수·당의 세계정책이 충돌해 빚어진 동아시아 국제전쟁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고구려 멸망 후 그 주민의 상당수가 중국으로 들어가 한족에 흡수됐다는 점을 귀속 사유로 주장하는 것에 대해 김현숙 경북대 교수는 "그들 대부분은 고구려의 재건을 경계한 唐의 정책에 따라 강제로 집단 이주된 데다 흩어진 고구려 유민들은 비참한 삶 속에서도 고구려인의 정체성을 오래 유지했다"며 "고구려사의 귀속문제는 유민들의 숫자가 많고 적음으로 단순히 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최광식 왜곡대책위 공동대표는 "우선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실태와 문제점을 알리는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우리의 고대사를 영어로 출판해 국제사회에 알려 인정받는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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