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는 교육, 갯벌체험
우리나라는 세계 5대 갯벌로 꼽힐 정도로 자랑할 만한 질 좋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외국의 갯벌은 우리 갯벌처럼 광활하게 펼쳐진 경우가 별로 없다. 갯벌은 지구 위의 육지를 둘러싼 짠물이 고여 있는 크고 넓은 부분으로 육지와 바다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만들어진 갯벌은 자연의 고마운 선물이다. 부드러우면서도 그다지 깊게 빠지지 않는 갯벌에 들어가면 새끼손가락 길이만한 게들이 기어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구멍 밖으로 잠깐 얼굴을 내밀다가 다시 빠른 걸음으로 갯벌 위를 기어 다니는 것을 쫓아가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갯벌에서 호미로 바지락을 캘 수도 있는데, 학생들에겐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좋은 갯벌은 바지락의 양이 풍부하여 잠깐만 노력해도 바구니 가득 캘 수 있다. 갯벌의 조개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 뿌리면 조개가 바닷물이 들어온 줄로 착각하고 갯벌로 기어 나오기도 하는데, 이때 빨리 잡으면 된다.
일부 갯벌에선 경운기를 타고 탁 트인 갯벌을 달릴 수 있는데, 생각만 해도 절로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갯벌 위에서 재미있게 놀다가 옷이 진흙투성이가 되어도 혼내는 이가 없다. 이런 생생한 체험을 할 수 있어 갯벌을 찾는 학생들이 늘고 있으며 이는 좋은 창의적 체험활동이 된다.
육지에서 바다로 흘러든 유기물들은 갯벌에 내려앉는다. 갯벌에는 게와 조개 등 많은 생물들이 살면서 유기물과 오염물질을 깨끗이 정화해 주고 있다. 갯벌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바닷물은 지금보다 더 오염되었을 것이다. 갯벌은 오염 정화 기능 외에 아름다운 경치를 제공해 준다. 드넓은 갯벌을 바라보기만 해도 얼마나 마음에 위안이 되는지 모른다.
또한 갯벌에는 많은 어린 생물이 살고 있으며 큰 바다에 나가기 전에 이곳에서 자신의 몸을 키운다. 어민들은 갈퀴나 호미 등으로 갯벌에서 바지락을 채취하고 신선한 조개를 잡으며 생계를 꾸려 간다. 강화도, 영종도, 시화호 주변의 갯벌은 철새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저어새, 노랑부리백로, 검은머리갈매기, 장다리물떼새 등 희귀 조류들이 이 갯벌을 찾고 있다. 갯벌은 새들이 먹고 쉴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한다.
이렇듯 환경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심미적으로 볼 때 갯벌의 가치와 고마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갯벌 체험은 이 모든 것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어 더욱 좋다. 다만 바닷물이 드나드는 곳이기에 최대한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하고 철저히 알아보고 가는 것이 필수적이다.
+ 어느 갯벌로 찾아가볼까?
경기 화성시 제부도 갯벌

서울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인 제부도는 갯벌 체험이 가능한데다 아름다운 일몰을 볼 수 있어 주목받는 관광지이다. 하루에 두 번 썰물 때면 바다가 갈라지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제부도 바닷길이 열리는 시각은 물때에 따라 매일 다르다. 길 양옆에 펼쳐진 갯벌을 보며 그 사이로 난 신비한 바닷길을 달려 섬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상쾌한 곳이다.
제부도 갯벌은 부드러우면서도 그다지 깊게 빠지지 않아 불편함 없이 움직일 수 있다. 제철이면 바지락과 굴이 넘쳐나고 동죽, 댕가리, 말미잘, 칠게, 납작게, 밤게, 민챙이, 민꽃게, 서해 비단고둥, 낙지 등을 볼 수 있다. 매의 부리처럼 날카롭게 솟아 있는 매바위 주위의 넓은 자갈해변과 갯벌에서는 바지락을 직접 캘 수 있어 좋다. 바위에 다닥다닥 붙어 있는 굴을 따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굴은 11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딸 수 있고, 한겨울 굴 맛을 최고로 친다.
섬 안에 광어, 우럭, 꽃게 등 싱싱한 해산물을 파는 포구도 있으며, 너른 갯벌을 바라보며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통나무 산책로도 있다. 제부도에 가려면 반드시 바닷길이 열리는 시간을 확인하고 가야 헛걸음을 하지 않는다. 제부도종합정보(www.westzone.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충남 태안 갯벌
깨끗한 바다와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유명한 태안반도에선 ‘갯벌 체험’이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듬뿍 주고 있다. 태안에서 갯벌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체험마을에는 만대어촌체험마을, 영목어촌체험마을, 용신어촌체험마을, 병술만어촌체험마을, 대야도어촌체험마을이 있으며 갯벌 체험 비용을 내야 한다. 갯벌에서 숨 쉬는 작은 생물들을 보고 맛있는 먹을거리까지 얻을 수 있어 학생들에게 갯벌 체험은 인기가 많다.
만대어촌체험마을은 살이 통통히 오른 조개잡이와 ‘뻥’소리와 함께 잡는 재미가 좋은 뻥설게 잡이를 할 수 있다. 4∼5월부터 갯벌 체험을 시작하여 여름철이 성수기이며 주말에는 많은 사람이 몰리므로 학생들을 데리고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려면 평일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전북 고창 하전갯벌마을
국내 최대 바지락 생산지이자, 아름다운 어촌 100선에 선정된 하전마을은 썰물 때 드러나는 갯벌이 1200㏊나 펼쳐진다. 이 곳 갯벌은 푹신푹신할 뿐 발이 전혀 빠지지 않고 만지는 느낌도 좋다. 하전갯벌마을에 가면 명물인 ‘갯벌택시(질퍽한 갯벌 위나 물이 허벅지까지 차오른 곳도 거침없이 씽씽 달리는 경운기를 그렇게 부르고 있다)’ 를 타고 바지락 캐기 체험도 할 수 있다.
전북 부안 곰소항 갯벌
곰소항 주변에는 곱고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여름엔 인근 모항까지 이어진 갯벌습지에서 염전 체험을 할 수 있다. 곰소항 북쪽으로 약 8ha에 달하는 드넓은 소금밭이 있고 염전 가장자리를 따라 소금창고가 줄지어 있다. 그 안에는 새하얀 소금이 가득 차 있다. 맛있는 천일염이 생산되기 위해서는 좋은 갯벌뿐 아니라 기후 조건이 필수이다. 곰소에는 좋은 염전에서 나온 소금으로 담근 짭조름한 젓갈이 유명하다. 그 외에도 볼만한 것들이 많아 학생들과 함께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기 좋다.
전남 진도 회동리 앞바다 갯벌

매년 음력 2월 말에서 3월 중순 사이에 보름 간격으로 두 차례 바닷물이 갈라지며 갯벌이 드러나는 ‘모세의 기적’이 일어난다. 이때면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와 어촌 마을이 사람들로 가득 찬다. 바닷물이 갈라진 갯벌에서 다양한 생물들을 잡을 수 있어 좋다.
그 외 전남 여수 추도, 충남 석대도, 전북 변산반도 등도 1년에 몇 차례 바다가 갈라져 독특한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 생명이 살아 숨쉬는 갯벌의 가치를 알자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곡선이 ‘리아스식’으로 발달되어 있어 상당히 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넓기만 한 것이 아니라 질도 우수하여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아도 갯벌을 쉽게 볼 수 있으며 갯벌에서 나온 생물을 자주 먹을 정도로 우리는 갯벌과 같이 살아왔다.
갯벌이 이렇듯 우리 곁에 가까이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애정을 갖고 대했는가? 단순히 흥미 위주의 장소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한순간 놀이 장소로만 여기지는 않았는가? 갯벌의 작은 웅덩이 하나에도 수많은 생물이 숨 쉬고 있다는 것을 아는가? 곳곳에서 급격한 오염과 개발로 인해 갯벌이 몸살을 앓고 있지만 우리는 얼마나 신경을 쓰며 살았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갯벌이 줄어들면 어획량이 감소한다는 것이 상식일 정도로 갯벌과 우리 생활과의 관계가 깊다는 사실을 온몸으로 느껴야 한다. 한번 파괴된 갯벌을 되돌리기는 힘들다는 인식을 모두가 가져야 한다.
갯벌이 우리에게 한 만큼 이젠 우리가 갯벌에게 보다 더 큰 사랑을 베풀 때이다. 갯벌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 갯벌에게 다정한 시선을 보내도록 하자. 갯벌에 대해 많이 알수록 더 잘 느낄 수 있으며 더 바람직하게 행동할 수 있다. 갯벌에 사는 생물들의 이름도 하나씩 알아보고 갯벌의 가치와 기능에 대해서 친구와 이야기해 보자.
단순히 관광지가 아니라 우리가 아끼고 사랑해야 할 소중한 삶의 터전이며 자손에게 영원토록 물려줘야 할 보배라는 점을 서로 깨닫도록 하자.
학생들을 데리고 갯벌에서 창의적 체험활동을 하는 목적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연보호’, ‘환경보호’는 말로 되는 것이 아니라 애정을 갖고 마음 속 깊이 저절로 우러나올 때 이루어진다. 갯벌은 어떻게 생기는 걸까?
갯벌은 환경이 전혀 다른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곳에 펼쳐진 벌판이지만 아무 곳에나 생기는 것은 아니다. 일단 육지에 있는 강이나 하천에서 퇴적물(흙, 모래, 유기물 등)이 끊임없이 하구로 운반되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강의 하구로 운반된 퇴적물이 가라앉아 뻘이 될 수 있을 정도로 경사가 완만하여야 하고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바닷물이 큰 도움을 줘야 한다. 서해안처럼 조수간만의 차(밀물과 썰물 때의 바닷물의 높이 차이)가 커야 뻘이 보다 더 차곡차곡 쌓이면서 퇴적된다. 파도가 세지 않고 해안선이 구불구불한 것이 갯벌이 생기는 데 더 유리하다. 이러한 모든 과정들이 잘 맞아서 우리나라의 서해안과 남해안처럼 질 좋은 대형 갯벌이 생긴다. 세계 5대 갯벌 지역은 우리나라의 서해안을 포함하여 캐나다 동부 연안, 미국 동부 해안, 아마존 하구, 북해 연안이다.
갯벌에 갈 때는…
1. 어민들이 관리하는 갯벌이나 양식장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않는다._ 관광객들이 무분별하게 굴이나 바지락을 캐는 바람에 마을 주민들이 손해를 보는 경우도 많아 제한을 두는 곳이 있으므로 주의한다. 무분별한 채집은 그 자체가 환경파괴임을 명심하자.
2. 갯벌에 들어갈 때는 긴 장화나 끈 묶는 헌 운동화를 신고 가는 것이 좋다._ 곳곳에 조개 껍데기와 굴껍질이 깔려 있고 날카로운 낚싯바늘, 깨진 병도 있어 맨발로 들어가면 다칠 수 있다. 그 외 조개를 잡으려면 호미와 여벌의 옷, 모자 그리고 맛소금을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갯벌의 조개 구멍에 맛소금을 조금 뿌리면 조개가 바닷물이 들어온 줄로 착각하고 밖으로 나오는데 이때 잡으면 된다. 하지만 갯벌의 생물들은 되도록 관찰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 지역에 어떤 생물이 사는지 다양하고 깊이 있게 관찰하도록 하자. ‘갯벌탐사도감’과 같이 갯벌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책자를 가지고 가면 많은 도움이 된다.
3. 갯벌의 물때를 확인하도록 한다._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한 서해안은 물이 빠지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바닷물이 들어올 때는 갯벌에 나가지 않는다. 물때가 맞지 않으면 섬에 들어갈 수도 없으며, 바닷물이 넘쳐서 지나가는 차와 사람을 덮칠 수도 있다. 지역 어촌계에 물때를 물어보거나 해당 지방자치단체 홈페이지, 국립 해양 조사원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4. 해양 생물을 함부로 먹지 않는다._ 굴의 산란기인 6월경에는 굴에서 생성되는 특정 물질이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먹지 않도록 한다.
5. 너무 멀리 나가지 않도록 한다._ 자신의 체력을 생각해서 위험하기 전에 돌아올 수 있을 정도로만 나간다. 특히 발이 쑥쑥 빠지는 갯벌을 오래 걸으면 체력이 떨어질 수 있으므로 조심한다. 온몸이 갯벌에 빠졌을 경우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는지 방법을 미리 알고 간다.
6. 갯벌에서는 생물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해야 한다._ 새들이 편히 먹이를 먹고 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갯벌은 생물들이 살아가는 보금자리라는 것을 잊지 않는다.
7. 갯벌 체험을 마친 후에는 갯벌 생물 사진전이나 채집물 전시회를 여는 것이 좋다._ 갯벌 생물 보존 방법에 대해 토론을 하거나 체험활동 보고서를 쓰거나 그리기 등의 활동을 한다면 더욱 보람되고 알찬 창의적 체험활동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