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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볼빙 서비스에 대한 오해와 진실

매월 급여가 일정하지 않은 교사에게 리볼빙 서비스는 무척 매력적인 서비스로 다가온다. 더구나 카드사에서 높은 신용도에 대한 혜택처럼 접근하니 별 의심 없이 많은 교사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데, 알고 보면 현금서비스 수준의 높은 이자율이 적용된다.

최소금액만 결제해도 되는 서비스, 알고보면 고금리 할부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카드사로부터 “우량고객님들께만 최소금액만 결제해도 연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드린다”는 전화를 한두 번쯤 받아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카드사는 마치 나처럼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 고객만 해주는 혜택인 것처럼 접근해 온다.
우량고객만을 위한 서비스이고 연체걱정 없이 쓸 수 있다는 말에 261만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들의 이용금액은 5조 2000억 원(2010년 6월말 기준)에 달한다. 카드사는 우량고객을 위한 혜택이라는 이 서비스만 가지고 2009년 한 해 1조 2483억 3400만 원이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는 2009년 현금서비스 수익인 2조 2772억 6800만 원의 절반이 넘는 금액이다. 작년에는 상반기에만 6134억 7400만 원의 수익을 거둬들였다.

이 서비스의 이름은 리볼빙이다. 리볼빙을 이용하면 신용카드 결제금을 전부 상환하지 않고 일부만 상환해도 된다. 나머지 결제금액은 자동으로 대출형태로 전환되고 상환이 연장되어 장기간에 걸쳐 자율적으로 나눠 갚을 수 있도록 해준다. 카드사는 이런 서비스를 아무 대가 없이 제공하지 않는다. 리볼링 서비스를 통한 카드사의 수익이 매년 조단위를 넘어가는 것은 리볼빙 이용의 대가로 현금서비스 수준의 높은 이자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이자율이 높은데다 매달 사용하는 결제금까지 원금에 추가되다보니 한 번 사용하기 시작하면 갚아도 원금이 잘 줄어들지 않는다.

교사는 직업의 특성상 안정적인 소득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아 카드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마케팅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교사들의 경우 각종 수당 등으로 인해서 월별 소득 편차가 큰 편인 반면에 지출은 기본적으로 나가는 것들이 있다 보니 매월 일정 금액 이상은 꼭 써야한다. 거기에 각종 경조사비나 생각지도 않았던 목돈 지출이 생기면 카드 결제금액은 더 커진다.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달이 1년에 몇 번씩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매월 반복되는 카드 결제금에 대한 고민을 카드사에서 직접 전화까지 해서 없애주겠다고 하니 그저 반갑기만 하다. 우량고객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이라고 안내를 하니 수수료가 높을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카드사들은 신용카드 청구서에 수수료율을 표시해놓았다고 하지만 청구서가 날아올 때마다 매월 청구서 맨 앞장도 아닌 거의 맨 뒷장에 작게 표기된 수수료율을 꼼꼼히 챙겨보는 사람은 별로 없다. 리볼빙의 경우 수수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애당초 수수료를 확인할 생각을 못하고, 알고 가입했더라도 일상적으로 쓰려고 가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평상시에는 확인하지 않는다. 결국 상당수 사람들은 서비스를 신청하고 나서 한참 지난 후에야 결제금액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리볼빙 서비스도 신용등급에 영향 있어
연체로 인해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라고 하지만 리볼빙 역시 신용등급과 무관하지 않다. 리볼빙을 사용할 경우 현금서비스를 사용한 것과 동일하게 인식되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친다. 마음 놓고 리볼빙 서비스를 쓰라는 말에 정말 마음 놓고 쓰다가는 신용등급이 하락하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그럼에도 평소라면 높은 이자가 아까워서 현금서비스나 할부구매를 이용하지 않던 사람들도 리볼빙은 혜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용하게 된다. 결제일을 꼬박 꼬박 챙기던 사람들도 리볼빙 서비스로 인해 결제일을 지키려는 노력은 게을리 한다. 리볼링을 이용하지 않을 때는 결제금이 부족하거나 카드 결제일을 깜빡하면 카드사에서 전화와 문자로 안내를 해줘 바로 결제할 수 있었다. 그런데 리볼빙을 신청하면 카드 결제대금이 10원이라도 부족할 때 리볼빙 최소결제금액인 카드결제금의 10% 정도만 빼가고 나머지 90%는 다음 달로 이월시켜버린다. 카드결제금이 부족하다는 전화나 문자도 없다. 다만 다음 달 청구서에 고금리의 이자를 청구할 뿐이다.

카드사들이 리볼빙에 적극적인 것은 높은 수익성뿐만이 아니다. 리볼빙은 연체가 아니므로 카드 회원의 연체율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리볼빙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전체 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2005년 말 10.06%에서 2010년 9월 말 1.86%로 급격히 줄어 카드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체율이 줄어서 카드사의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리볼빙으로 이월된 결제금은 사실상 대출형태이기 때문에 매월 꼬박 꼬박 결제금을 결제하는 사람들에 비해서 부실화 될 위험성이 더 높다. 그럼에도 리볼빙은 현금서비스와 달리 회수 불능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도 없다.

페이플랜, 자유결제 등 교묘히 이름만 바꾼 서비스 등장
할부구매도 무이자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최소금액만 결제해도 된다는 서비스를 들고 나와 할부수수료보다 4~6% 정도 높은 수수료를 받아가고 있다. 이자수익, 수수료 수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카드사는 고객들이 바로 바로 결제해주기보다 가급적 결제일을 잊고 고객이 돈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길 원한다. 리볼빙 서비스가 높은 수수료가 부과된다는 것을 인지한 고객들이 많아지자 서비스 명칭도 페이플랜이나 자유결제 등으로 교묘하게 바꿔서 마치 새로운 서비스인 듯 홍보한다.
카드사는 고객들이 리볼빙을 시작하면 중도상환을 잘 신청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현상유지편향으로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현 상태에서 변화하는 것을 싫어한다. 현재 상황에서 변화를 시도하면 좋아질 가능성과 나빠질 가능성이 둘 다 존재하기 때문이다. 리볼빙 사용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굳이 지금 당장 상환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중간에 상환했다가 갑자기 돈 쓸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이다. 자연히 한 번 리볼빙이 시작되면 결제금은 계속 쌓이고 카드사에 내야하는 이자도 계속 늘어난다.

반면 카드사 입장에서는 한 번 가입만 시켜놓으면 연체 안내를 할 필요도, 출금시도를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된다. 결제액이 지속적으로 이월되기 때문에 꾸준히 수익을 가져갈 수 있다. 처음에 가입만 잘 시켜놓으면 별 다른 노력을 하지 않아도 수익이 올라가는 것이다.
카드사는 고객들에게 늘 혜택만 강조할 뿐 고객이 부담해야 하는 부분은 지나친다. 신규발급 때부터 각종 할인혜택을 강조하지만 사용실적 조건이나 할인한도 등은 그냥 흘려버린다. 카드론에 대해서도 저금리라고만 하지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이나 신용등급 하락 위험 등은 고지하지 않는다. 이런 카드사의 영업행태는 리볼빙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심지어 리볼빙을 해지하려고 콜센터에 전화하면 재가입이 안 된다며 되려 고객을 협박한다. 카드사들의 이런 영업방식은 결국 고객의 결제부담을 늘려 가정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킨다. 이는 결국 카드사의 재무건전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혜택만 강조하는 무분별한 카드사 마케팅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상담원을 믿고 가입하는 고객들을 나무랄 순 없다. 금융당국의 규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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