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사회에 부자열풍이 불면서 우리는 재테크기사를 읽고 재테크 책을 통해 부지런히 돈 되는 방법을 찾았다. 때로는 일부러 시간을 내서 재테크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강의를 찾기도 한다. 그러나 이렇게 부지런한 부자열풍에 비해 우리 일상에서의 구체적인 돈 관리는 대단히 게을러졌다. 펀드투자에 과감해지고 20년, 30년 장기 대출을 끼고 아파트에 투자하기도 한다. 펀드열풍이 한 풀 꺾이고 난 후이지만 장기대출 상환원리금은 여전히 가계에 부담을 주고, 결국 생활비가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을 월급통장으로 사용하게 된다. 이러다 보니 생활비도 빠듯한데 모기지대출과 마이너스 통장의 이자까지 더해져 금융비용으로 생활비에 더욱 부담을 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잡동사니 소비로는 만족감 얻을 수 없어 부부교사로 맞벌이를 하면서도 생활비와 외식비, 아이 교육비로 한 사람 소득이 바닥나고 대출원리금까지 갚고 나면 한 달에 몇십만 원 저축하기도 빠듯하다고 하소연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교사는 평달의 소득이 상당히 적은 편이다. 결국 상여금이 없는 달은 저축은커녕 생활비가 모자라 마이너스 통장을 유지하는 가정이 적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일상적으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할부구매를 반복하고 바쁘다는 핑계로 현금인출은 은행업무 시간이 지난 후 타행에서 하기 일쑤다. 마이너스 통장 이자에 각종 은행 수수료와 고정 할부금까지 지출하는 금융비용이 적지 않다. 주말에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고 나면 카트가 한 가득이다. 조금만 방심하면 20만 원을 훌쩍 넘는다. 그렇게 식비와 생활용품비로 한 달에 80만 원을 넘는 돈을 쓰는데 점점 냉장고에는 버릴 음식이 쌓여가고 베란다에는 오래되어 사용하지 않는 잡동사니만 자꾸 늘어난다. 이런 상황은 큰 냉장고, 큰 집으로 바꿔도 달라지지 않는다. 점점 욕구만 늘어날 뿐이다. 따지고 보면 이런 소비는 어렵게 번 돈을 잡동사니들에게 내주는 결과밖에 안 된다. 게다가 이런 것들을 따져보고 기록하기 귀찮아서 되는 대로 소비하다보니 현금흐름이 맞지 않아 마이너스 통장을 쓰는 등 금융비용까지 늘어나게 된다. 한마디로 잡동사니 소비로 인해 우리는 공간비용, 관리 비용에 금융비용까지 부담하고 사는 것이다. 이런 비용은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다.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을 게으름 때문에 푼돈처럼 지출하고 사는 셈이다.
지금은 충격을 흡수할 쿠션이 필요한 시기 이제 막연한 부자 열풍에서 벗어나 체계적인 가계 재무관리를 해야 할 때이다. 물가상승이 멈추지 않고 실업대란으로 실물경제의 전망이 상당히 어두운 지금 고물가, 실직이나 감봉, 질병 같은 부정적인 변화가 닥쳤을 때 그 충격을 흡수할 쿠션이 없다면 가정은 곧바로 채무불이행, 즉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경제의 기본은 벌기와 쓰기, 모으기와 불리기이다. 한마디로 잘 벌어 불필요한 지출을 통제해야 돈을 모을 수 있고 모인 돈이 있어야 불리는 것도 가능해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함으로 막연히 돈이 될 만한 곳에 투자해야 할 것 같은 왜곡된 재테크 습관을 버려야 한다. 당장의 큰 수익을 실현해 불안감으로부터 도망가고자 하는 방식은 불안한 미래를 더욱 위험하게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보다는 체계적인 가계 재무관리를 통해 위험을 통제하고 미래 재무목표를 순차적으로 달성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수익성만큼 돈의 흐름이 중요 가계부는 체계적인 재무관리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기업에서 사업매출 못지않게 회계장부를 중시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제대로 된 기업이라면 돈이 된다고 하여 사업에 무작정 뛰어들지 않는다. 그 보다는 회계장부를 통해 들어오는 돈과 나가는 돈의 균형을 맞추고 미래 손익을 예측해 투자를 결정한다. 버는 돈은 많지만 정작 투자위험과 부채관리 등 현금흐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부도에 이르는 기업을 많이 보아왔다. 가정 경제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것 같지만 정작 실질은 부채이자와 각종 세금비용으로 현금흐름에 부담을 더할 위험이 있다. 나가는 돈과 들어오는 돈이 균형이 맞지 않으면 자산을 갖고 있어도 기업이 흑자도산 하듯 가정도 파산에 이를 수 있다. 가계부는 그런 의미에서 이제 가정 경제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도구이다. 재테크가 크게 유행하고 간접투자가 활성화되면서 개인의 자산 구성이 여러 투자자산으로 복잡해진 탓이다. 또한 개인 신용이 크게 확대되면서 가정경제 위험도 함께 증가했다. 회계장부 없이 기업을 경영할 수 없듯이 가정도 가계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해서는 안 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이제라도 고정비용을 줄이고 장기지출에 돈을 묶지 말고 저축을 늘려야 한다. 안정성 없는 성장은 위험을 동반하므로 인생을 도박으로 만들 수 있다. 더욱이 늘 불안함을 동반하기 때문에 가정을 궁극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주지도 않는다. 오히려 매일의 번거로움으로 작성된 가계부 안에서의 안정적인 재정상태가 가족을 구체적으로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