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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의 힘은 논증 과정의 충실함에 있다

지난 호에서 토론에 참여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준비해야 하는 여섯 가지 원칙 중 세 번째 원칙까지 말씀드렸는데 간단히 정리해 볼까요. 안건과 결론, 그리고 이유 찾기였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지난 호에 이어 가능하면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되도록 하는 ‘주장의 6하 원칙’ 중 네 번째 원칙부터 살펴보려고 합니다.

>>> ‘반드시’ 제시해야만 하는 주장의 근거나 증거
네 번째 원칙은 ‘설명하기’입니다.
결론을 뒷받침할 만한 이유를 제시하고 나면 반드시 그 이유를 설명하는 타당한 근거나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드물게 ‘반드시!’라는 전제가 붙는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실제 토론에서는 의무 조항이라고 까지 합니다. 설명 없이 단순히 이유만 제시하면 결론이 얼마나 합리적인 근거에 의해 뒷받침되고 있는지 어떤 오류를 포함하고 있는지 듣는 사람들이 평가할 기회가 없어질 것입니다. 또 충실한 설명은 듣는 사람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도우면서 설득력도 얻을 수 있게 합니다.

설명하는 사람에게는 자기주장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어 주장에 대한 객관화가 가능해지고 책임 있게 주장을 전개하는 법을 연습하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자기주장을 합리적으로 옹호하는 능력은 설득에 있어 기본 중에 기본이 되는 것이지요.

설명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일의 순서나 과정을 자세히 묘사해 가면서 설명하는 법, 이치를 따져가며 설명하기, 논리의 내용에 따라 실험이나 실제 증거를 대 설명하기 등이 있는데 가장 많이 이용되는 것은 예를 들어 설명하는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토론을 처음 시작할 때 쉬워서 많이 쓰는 방법이지요. 자신의 경험이나 주변에서 경험한 것들, 책이나 기사, 자료에서 비슷한 경우를 찾아 예로 들고 그것을 자신의 결론과 이유를 연결하는 고리로 하여 일반화합니다.

그러나 몇 번만 하고 나면 늘 고만고만한 이야기들이라 아이들이 토론 수업 자체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으니 적절히 앞으로 나아가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이것은 심사평 할 때 심사관이나 지도자가 이끌어 주면 좋겠습니다. 설득력 있는 논거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넌지시 알려 주는 것이지요.

>>> 가능하면 많은 논거나 예를 찾게 하자
어떻게 이끌어 주면 좋을지 더 많이 알아보고 싶으시면 앤서니 웨스턴의 <논증의 기술>을 권합니다. 그의 분류에 의하면 유비에 의한 논증, 권위에 근거한 논증, 원인에 의한 논증, 연역적 논증 등이 있는데 이런 예와 활용을 적절히 제시해 주면 좋겠지요.

아이들에게는 예를 들어 설명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예로 든 것들이 반드시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출처나 자료가 정확해야 한다는 것이며 최소한 두세 가지 이상, 가능하면 많을수록 유리하다고 하면 좋겠습니다. 물론 한 가지만으로도 충분한 예가 될 수 있는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지요. 가능하면 많은 예들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한데 정말 좋은 예, 설득력 있는 예를 찾으려면 폭넓게 조사하고 탐구해야 할 것입니다. 누구나 확인 가능한 역사적 사실이나 객관적 사실, 누구에게나 정설로 인정된 학설, 각종 통계자료들을 찾을 수 있도록 암시를 주고 논리의 힘은 이 논증 과정의 충실함에서 나온다는 것을 강조해 주시면 좋겠지요.

책도 찾고 인터넷도 뒤지고 설문을 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동원되는데 예들을 찾기 위해 조사하고 찾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과 정보 활용 능력을 기를 수 있는 훌륭한 하나의 학습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이것이 ‘이유 찾기’에 이어 우리가 토론을 학습방법으로 선택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요.

다섯 번째 원칙은 ‘반론에 대한 고려’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준비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주장을 준비할 수 있을까요? 힘 있게 결론을 전제하고 타당한 이유를 대면서 확실한 논증까지 하면 매우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거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공감이 가는 의견이 되겠지요. 그러나 만약 그러한 내 주장을 나와 반대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어떻게 받아들이게 될까요? 오히려 더 강력한 반대 논리로 무장하도록 자극을 주게 되지는 않을까요?

이 때 이 안건에 대해 상대방이라면 어떤 이유로 찬성하거나 반대할까? 어떤 설명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미리 생각해서 내 논증과 견주어 볼 수 있다면 내 주장은 어떻게 될까요? ‘반대의 입장에서 나의 논증을 스스로 검증해 보는 것’ 이것을 ‘반론에 대한 고려’라고 합니다.

이것은 반대의 입장에서 나의 주장을 저울질해 보아도 상대방의 주장보다 더 낫다는 것을 보여 줌으로써 객관적이고 공정한 주장이라는 인상을 주게 되어 토론에서 설득력이 더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때도 주의해야 할 것은 너무 진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에게 논점을 흐리게 하거나 반대 심리를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 반대 입장에 서서 미리 준비하는 ‘반론 꺾기’

그러나 만일 반론을 놓고 서로 타당성을 저울질했는데 반대의 논리가 더욱 타당하다는 결론이 나온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때는 그 반론을 수용하거나 자기주장을 다시 고려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더 좋은 이유를 찾아야겠지요. 이런 과정이 때로는 몇 번이고 반복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양쪽이 엇비슷하거나 자신의 주장이 낫다는 판단이 선다면 거기에 보다 창조적인 논증을 더해야 확실한 설득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때 상대팀의 예상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생각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것을 토론에서 ‘반론꺾기’라고 하였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해보니 이 반론꺾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힘겨운 사유의 시간들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연스럽게 팀 안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고 아이들 사이에 깊이 있는 질문과 답이 오가는 자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을 보며 비로소 교사는 보조자로서, 안내자로서의 역할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때때로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였는데 지금 돌아보니 아득합니다. 이런 생각의 과정이 찬성 반대 양쪽에서 미리 이루어지고 준비되어진 주장이라면 실제 토론에서는 과격한 논쟁이나 말싸움 같은 소모적인 일은 없겠지요.

생활 속에서 어떤 일을 정할 때도 합리적이고 지혜로운 의사결정을 하려고 한다면 반대의 입장에서 나의 결정을 바라 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견주어 보고 난 뒤 내린 결정이라면 훨씬 현명한 결정이 될 것이며 실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우리 아이들이 어떤 일을 결정할 때 이 단계까지 고려하고 결정할 수 있게 지도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여기까지 생각하게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요. 이 단계까지 생각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저는 아이들에게 이제 ‘생각하는 힘이 생겼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 토론의 찬반 주장 외에 이상적인 ‘다른 의견’도 있다
끝으로 여섯 번째 원칙 ‘예외 부분 고려하기’입니다.
우리가 토론에서 다룰 수 있는 모든 안건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리든 거기에는 어느 정도 예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예외 부분 고려하기란 ‘찬성과 반대 모두를 포함하고 있거나 현실적으로 양쪽 모두를 어느 정도 만족시키는 또 다른 의견들이 있는지 찾아보고, 있다면 그 중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가에 대한 고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특히 아이들에게 바람직한 대안을 한 번 생각해 보라고 하였습니다.

한 방에 모든 문제를 해결해 버릴 수 있는, 그래서 우리 모두가 만족할만한 그런 이상적인 의견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어떤 내용이 될지, 그것이 비록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한 대안이라 할지라도 상상력을 발휘하여 가장 이상적인 상태를 그려보라는 주문을 많이 하였습니다. 그러면 토론이 갑자기 재미있어지고 부드러워지기도 하지요. 언제 팽팽히 맞서 대결하였는지 잠시 잊고 숨을 고르게 됩니다. 이렇게 토론을 마무리하고 나면 누구도 대결이나 싸움에 졌다는 느낌은 갖지 않게 되겠지요.

이렇게 토론을 하고 나면 참여한 아이들이 서로를 미워하거나 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전보다 더 잘 이해하게 되고 더 가까워져 친구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 의견은 토론을 함께 공부한 우리 아이들이 제게 들려 준 이야기였습니다.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이 되는 6가지 원칙
(1) 토론 가능한 주제의 안건에 대해
(2) 자신의 결론을 내리고
(3) 그 결론에 이르게 된 이유를 찾아 그것을 제시하고
(4) 이유의 옳음을 설명하고, 즉 논증을 하고
(5) 나의 결론에 반대 또는 대조되는 의견(반론)이나 생각을 고려하여 내 생각과 견주어 그것이 비논리적임을 보여주거나 부족함을 지적하고
(6) 예외를 정리하여 보여 주면 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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