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만개 이상의 초중고교, 90만 명 이상의 교사, 50여만 명의 비교사직 교직원, 약 630억 유로(약 82조)에 달하는 예산…이러한 사실들은 내가 책임을 맡고 있는 정부 부처의 현실을 보여주는데, 이것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경우다. 1980년대 초에 이루어진 노력에도 불구하고 프랑스 교육부는 거대한 조직으로 남아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국가 혼자서 이 모든 것에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정상적이라고 볼 수 없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 뤽 페리는 최근 르몽드지에 기고한 '국가 교육: 왜 지방분권화를 해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이렇게 시작했다. 라파랭(Jean-Pierre Raffarin) 수상이 이끄는 프랑스 정부는 현재 교육 지방분권화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 2월 28일 라파랭 수상은 교육에서 국가가 맡고 있던 일련의 권한들을 도(region)와 군(departement)으로 넘기겠다고 발표했다. 뤽 페리에 따르면 이 정책의 핵심 내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각 학교에 보다 많은 자율성을 부여한다는 것이다. "각 학교에 진정한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 즉 예산 사용, 시간표 운영 또는 교육 보조자의 채용에 있어 나름대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보다 많이 부여해야 한다. 학교의 정책 수립은 과거보다 더 학교의 교육담당팀과 지도부에 맡겨져야 한다"고 뤽 페리는 말한다. 실험적으로 내년 학기에 렌느와 보르도 지역의 중·고교들은 항목 구분 없이 예산을 부여받고 이것을 국가 교육과정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와 지역대표들에게 보다 많은 자리가 주어질 것이라 한다.
둘째로 특기할 만한 것은 국가에서 채용하던 비교사직 교직원을 군(departement)과 도(region)에서 채용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보건담당과 생활지도담당 교직원들은 앞으로 도(region)에 소속되며 중·고교 시설 관리를 담당하는 기술자와 노동자 그리고 식당과 기숙사의 일을 맡아보는 직원들의 채용은 군과 도에서 나누어 맡게 된다(군과 도는 지금까지 중·고등학교 시설물의 건축과 유지의 책임은 맡아 왔지만 직원에 대한 책임은 맡지 않았다). 또 진로 상담역을 맡는 교직원들도 도 관할 하에 들어감으로써 전체적으로 소속 이전을 하게 될 교직원 수는 약 11만 명에 이를 전망이다.
셋째는 직업교육에 있어 도의 역할을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정부의 생각은 도가 지역의 경제적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따라서 직업에 관한 정보와 진로지도에 있어 중심적인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해마다 국가와 도가 함께 직업교육에 관한 지도(地圖)의 변화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교직원 노조는 현 정책이 공공 서비스를 해체하게 될 것이며, 또 정부가 시간을 정해 놓고 국가 공무원의 수를 줄이려고 한다고 비판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비판은 그것이 경제 논리에 따라 교육체제를 재편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학교에 신자유주의적 영향이 미치고 있다고 주장하고, 학교가 학생들의 즉각적인 노동시장으로의 편입만을 자신의 사명으로 삼고 시민 양성에 기여한다는 본래적 사명을 잊게 될 것을 우려한다.
이런 맥락에서 뤽 페리 장관은 르몽드지에 글을 기고했으며, 거기서 공공 서비스의 어떠한 '해체'도 없을 것이고, 학교는 '공적인 것들' 중 하나로 남을 것이며, 학위·교육과정·교사양성·교사 채용, 그리고 균형 있는 재원분배 등과 같은 일은 여전히 국가가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과정, 시험, 국가 차원의 학위들은 여전히 정의와 공통의 문화와 사회적 결집에 대한 보장으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약 11만 명에 이르는 직원들을 받아들여야 하는 13개 도지사들 역시 재정적 부담과 인사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불만의 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뤽 페리 장관은 최근 이들과 자리를 마련하고 개혁의 실행 방법에 과한 작업그룹을 구성할 것을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