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도의 자연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안전행정부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10에 선정된 금오도 비렁길은 이름만으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여수여객터미널에서 배를 타고 40분 가량 가면, 금오도 함구미 선착장에 도착하게 된다. 한적한 섬마을이 풍기는 고요함, 할머니들이 느긋한 걸음걸이로 걸어간다. 그 모습마저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바람을 막기 위해 직접 하나하나 손으로 쌓아올린 돌담길 때문이다. 이러한 풍경은 영화 '집으로'를 연상하게 만든다. 곳곳에서 '집으로'에 등장할 법한 할머니들이 걷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든다. 금오도 가는 길은 추석을 맞이하여 고향길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부둣가에는 철선을 기다리는 승용차들이 줄을 지어 있다.
고향은 우리 삶의 뿌리이다. 고향을 떠났다는 것은 우리 삶의 근본을 잃어버렸다는 것과 같다. 사람이 근본에서 멀어지면 갈등을 빚고 방황하게 된다. 삶의 문제가 생기면 고향이 그리워지는 것은 이때문이 아닐까! 고향에 와서 잃었던 ‘나’를 찾게 되면 갈등도 해소되고 화해할 수 있게 된다.
고향에 온다는 것은 잃어버린 나를 찾으려는 것이다. 전상국의 첫 소설 <동행>은 귀향이 주제이다. 고향 찾는 사람들을 보면서 강원도 산골의 눈 덮인 밤길을 두 인물이 함께 걸으며 화해하고 고향을 찾아간다는 이야기가 생각난다. 고향과 핏줄은 세계 공통의 언어 가 아닐런지? 우리가 명절 때 고향에 가는 것을 귀향(歸鄕)이라고 하지 않고 ‘귀성’(歸省)이라고 한다. 귀성은 자기의 근본을 찾아 성찰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지용 시인의 '향수'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고, 황석영 작가의 '삼포가는 길'도 사실은 고향 가는 이야기이다. 고향마을을 마음속에 그려보면 생각만 해도 포근해진다. 그러나 고향을 잃은 사람들은 아픔이 있다. 댐 건설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그들은 강제로 고향을 떠났다. 나 역시 그런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다. 그래도 다행히 아버지가 심어 놓은 한그루의 은행나무는 아버지에 대한 추억을 생각나게 한다. 해를 바뀜에 따라 그 크기가 달라짐을 느끼면서 나도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것은 세월의 속성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