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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당차게 여름을 보내자!

지리한 장마, 빨리 끝나게 되길 소원하지만 곧 뒤따라 올 불볕더위를 생각하면 땀이 흐를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여름 더위는 피하는 게 아니라 달래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이러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1학기도 막을 내리게 되었다. 지금까지 우리 학생들이 학교가 정한 꽉 짜여진 스케줄 속에서 살았는데 이젠 더 넓고 깊게 자기의 삶을 살아갈 시간이 허용된 것이다. 아직도 기본생활 태도가 미숙한 학생들은 삶이 흐트러지고 아무런 느낌이 없는 생활을 할 거라는 염려도 해 보지만 그래도 다수의 학생들이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여 본다.

세계사의 기상도를 보면 변하는 방향은 지식을 기반으로 한 산업이 아니고는 살아남기 어려운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러므로 좀더 학생들의 생활이 지적인 분야에도 폭넓게 관심을 가지기를 소망하여 본다. 지적 생활이 쉽지 않고 주는 기쁨이 큰 것은 지적 노동이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다 쉽게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이미 우리가 올라야 할 산이 아니다. 높은 산을 오르면 더 멀리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한 줄의 시를 창작하는 작업은 사람을 가장 도취하게 만드는 것이지만, 시 창작을 포함한 인간의 일이란 어떤 종류이건 모두 뼈를 깎는 듯 힘든 것이다. 더우기 크고 훌륭한 성과를 거두려면 강한 정신력이 요구되는 것이다. '아일랜드의 선율'과  '랄라 루크'의 작가 토마스 무어는 어떠한가. 그는 시가 머리속에 떠오를 때면 꿈속처럼 황홀한 천국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지만 막상 그것을 정확한 말로 표현하려고 애쓰다보면 천국은커녕 지옥을 헤맨다고 했다. 시를 창작하는 일은 온갖 노력이 뒤따르는 것이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지적인 사람들의 목표는 그들의 정신을 단련하고 또 단련하는 것이었다. 조르다노부르노(1548-1600, 이탈리아의 자연철학자, 이단자로 화형에 처해졌다)의 정신적 특질 중에서 최선, 최고의 것은 모두 철학을 향한 고귀한 정열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갈파하였다. 그는 철학을 위해서라면 노동도 고뇌도 귀양도 쉽게 견딜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짧은 노동 속에서 긴 휴식을, 가벼운 슬픔 속에서 커다란 기쁨을, 좁은 귀양지에서 광대한 조국의 땅’을 찾아냈던 것이다.

지적생활에는 커다란 쾌락이 뒤따르며 또 독특한 즐거움이 있다. 그 쾌락은 힘든 훈련을 견뎌내면서 마음의 지주로 자리잡는 것이지 훈련과 대립하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이 중심을 이루는 힘을 확립하려면 오직 훈련을 쌓아 단련하는 수밖에 없다. 이 힘이 없으면 자유로운 행동도 확실한 자제심도 지닐 수 없다. 해부학, 생리학, 식물학에 정통해 있었으며 동시에 뛰어난 시인이기도 했던 스위스 베른 출신의 알브레히트 본 할러(1708-1777, 생리학, 해부학, 식물학, 발생학, 시 및 과학적 문헌 등에 많은 기여를 한 실험 생리학의 창시자)는 특히 해부학 분야에서 당대 최고의 학자였다.

그가 해부학자가 된 것은 오로지 끊임없는 자기 훈련 덕분이었다. 훔볼트는 자기 지식에 만족한 적이 없으며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열렬하게 알고 싶어했다. 또 아무리 사소한 도움이라도 얕보지 않고 솔직하게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훔볼트는 이처럼 경건한 마음과 자신에 대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을 품고 있었고, 개인적인 문제로 위기에 빠져도 늘 냉랭함과 예민한 관찰의 눈을 잃지 않았다.

무더운 여름을 통과하여 식물이 아름다운 열매를 만들어 가는 것과 같이, 땀 흘리는 여름을 즐기면서 자기를 단련한 사람들은 아름다운 미래를 개척할 것이다. 오직 지금의 놀이에 취하지 않고 당차게 여름을 보내고자 계획하고 이를 실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시원한 가을 바람이 불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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