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콜롬비아 대학이 최근 美 전역에 거주하는 8세∼22세 여성 1200여 명을 대상으로 음주·흡연, 기타 약물 복용 실태, 동기, 부작용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학생의 흡연, 음주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이 니코틴이나 알코올 성분에 더 쉽게 중독 되는 성향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번 조사결과 여학생의 음주, 흡연율 남학생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중생 9%, 여고생 27.7%가 담배를 핀다고 응답했는데, 이 수치는 남중생 흡연율 10%, 남고생 흡연율 29.2%와 비교해 볼 때, 거의 같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학생들의 음주 비율은 흡연율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중생 응답자의 40%가, 그리고 여고생 응답자의 45%가 술을 마신다고 답했다.
역시 남중생 음주율 42.2%, 남고생 음주율 49.2%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음주와 흡연을 하는 여학생 수가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될 만큼 급증하는 가운데 술과 담배가 특히 여학생에게 해롭다는 연구결과가 제시돼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에 음주와 흡연, 기타 약물 사용에 관한 연구를 실시한 콜롬비아 대학 부설 'CASA'(National Center on Addiction and Substance Abuse)의 칼리파노 회장은 "여학생들은 남학생보다 쉽게 술과 담배에 중독 될 뿐만 아니라 습관적 음주와 흡연으로 보다 큰 악영향을 받게된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는 여성의 경우 간헐적인 흡연만으로도 니코틴에 중독 되기 쉬우며, 소량의 술로도 간이나 두뇌 기능 저하를 경험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이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게 될 경우 알코올 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남성보다 크다고 CASA 연구진들은 말한다. 더 나아가 어머니가 임신 중 담배를 피운 학생의 경우 그렇지 않은 어머니를 둔 학생보다 흡연할 가능성이 4배 가량 높았으며, 음주의 경우 6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술과 담배는 여성 본인은 물론 자녀에게까지 유해한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음주와 흡연 여성 대부분이 이미 학창시절에 술과 담배를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때문에 CASA의 연구진은 가정, 학교, 기타 지역 사회 서비스를 통해 술과 담배 사용에 대한 예방 교육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효율적인 음주와 흡연 예방·치료 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술과 담배에 대한 견해와 이를 시작하게 되는 동기를 바로 알고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여학생들은 남학생들과는 다른 이유에서 술과 담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학생들에게 술은 사회성을 추구하는 도구인 반면, 여학생들에게는 정신적 난관을 극복하는 도구로 분석됐다. 즉,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것이 남학생들에게는 흔히 또래 그룹과의 사교를 위한 것이라면, 여학생들에게는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이나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의지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여학생 중에서 술과 담배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가지고 있는 학생에 비해 '술이 우울증을 가라앉히고 기분을 풀리게 하며 자신감을 주는데 효과가 있다'고 보거나 '담배가 정신적 이완을 돕는다'고 믿는 학생들이 후에 음주를 하거나 흡연을 하게 되는 경향이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이할만한 사항은 환경의 변화는 여학생들에게 음주나 흡연을 부추기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이 술과 담배를 시작하는 시점이 주로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시기였으며, 잦은 이사나 생활 연고지의 변화를 경험한 학생일수록 음주와 흡연을 하는 성향이 높았다.
환경 변화를 자주 경험한 학생들은 어른들에 대한 비교적 높은 반항심을 보였는데, 이들에게 음주와 흡연은 어른들에 대한 반항이나 거부감을 표출하는 한 방법인 것으로 드러났다. CASA 연구팀은 "여학생들의 음주와 흡연을 줄이는데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가정에서의 대화"라고 말한다. 부모와 술과 담배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그렇지 않은 학생에 비해 음주와 흡연율이 절대적으로 낮았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또 연구팀은 "학교가 되도록 일찍 여학생들에게 술과 담배가 인체에 가져올 수 있는 유해한 영향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생활에 활력이 될 수 있는 특별활동을 통해 건전한 방식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